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536 ]

37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2 김장혁 댓글:  조회:2568  추천:5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2.파격적 사랑의 메아리     일요일 아침에 호수가 교회당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린다.신자들이 중얼중얼 성경을 류창하게 읽는 소리 호수 면을 스치며 무수한 파도를 일으킨다.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짝을 지어 목욕재계하고나서 뽀뽀하며 수중바레를 추며 노닌다.  리나가 송림과 길림을 량손에 잡고  교회당 뒤를 돌아 호수가 참대숲을 거닌다. 그녀는 저쪽 호수가 참대숲 속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낯익은 남녀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하느님, 맙시사! 저게 군철과 가은이 아닌가!" 리나는 애들 손을 놓고 두 손을 맞잡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절대 안돼!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가은이, 교회당에서 저년이 드레스를 입고 군철의 팔을 끼고 목사한테 다가가는 것을 놔둘 순 없어." 그녀는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리라고 믿고 하느님과 교회당의 주께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이여,령험하신 주님이시여, 저의 죄과를 세레해주고 남편과 복혼하게 도와주세요.춘희박사는 절대 가은을 애 둘이나 달린 군철한테 줄 수 없다고 했잖았는가요? 춘희박사와 내 힘을 합치면 군철과 가은을 막을 수 있어요. ) 그녀는 애들을 보고 아빠한테 달려가라고 놓아주었다.   그래, 애들이야 말로 아빠를 외간 처녀한테 못 가게 하는 핵무기가 아닌가. "아빠!" 송림과 길림이 두 팔을 쫙 벌리고 소리치면서 달려갔다.저쪽에서 리나는 이를 옥물면서 입귀로 웃음을 흘리었다.    (애들이야 네놈 새끼 아닌가. 애들은 네놈 발목을 꼭 붙잡고 말거야.)    그러나  리나는 오산했다.   군철은 와들짝 놀라  품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끼(가은) 몸을 밀어내고 장의자에서 우쭐 일어났다. 애들은 아빠한테 와락 안겼다.  그들은 가은을 흘끔흘끔 가로보며 아빠 손을 끌고 엄마한테 가려고 아둥바둥 애썼다. 군철과 가은은 저쪽에 두 손을 맞잡고 서 기도하는 리나를 보고 바늘방석에라도 앉은듯이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윽고 침착성과 랭정성을 회복한 군철은 속으로 이렇게 되뇌였다. (절대 불효녀를 용서할 수 없어.리나,복혼은 절대 없어.나도 이젠 졸혼을 그만두고 재혼할 때 됐어.새 생활과 희망이 날 기다리고 있어.새 세상이 이제 활짝 열릴 거야.) 갑자기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는 거세찬 돌개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쳤다. 무수한 파도가 세차게 일며 고즈넉하던 호수가의 참대나무 잎사귀들이 바들바들 떨며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참말로 문걸과 춘희, 군철이 졸혼하고 엮을 복잡하고 눈물겨운 사랑과 혼인, 그들의 가정은 어떻게 번질지 누구도 한치 앞도 짐작하기 어렵다.   가은과 군철의 파격적인 사랑이 꽃필지?   군철한테 시집가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는 가은, 내심갈등이 심한 가은, 그런 가은을 보고 춘희는 딸의 비극적인 결혼에 문걸과의 재혼을 그만두고 양보하겠는지?  군철은 기어이 양아버지 행복을 위해 가은의 효에 떠받들린 사랑을 사양하겠는지? 누가 누구의 사랑에 양보해야 하는가? 아니면 문걸과 춘희, 군철과 가은이 다 결혼해도 괜찮을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촌수가 개판이라고,지갑이네 혼사라고 뭇사람한테 조롱받지 않을가? 아, 세상 별나게 얼기설기 복잡하게 뒤얽힌 사랑과 혼인,졸혼과 가정. 그대들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는가? 하늘도 땅도 대답이 없다.이 세상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호수면을 파격적 사랑의 메아리가 스치고 지나면서 무수한 의문부호를 남기며 이상한 선률의 나래를 펼칠뿐이 아니겠는가.     저기 호수가 참대숲에 숨어 우는 사랑의 바람소리 대나무 이파리를 스치며 처량하게 노를 젓고 있다...     
37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1 김장혁 댓글:  조회:1467  추천:0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1.홀애비와 숫처녀의 로맨스   가은은 심란한 마음으로 간신히 출근했다. 그녀는 위생소에서 복화와 함께 백신 주사기랑 주어담았다. 이젠 코로나가 풀려서 직원들의 PCR검사도 날마다 할 필요없게 됐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가은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뜻밖에도 군철 총경리한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복화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핸드폰을 들고 위생소 소장실에 들어갔다. 복화는 소장실에 대호 입귀를 삐쭉거렸다. 가은은  문을 꼭 닫아걸고 핸드폰을 쳐들었다.  “네, 총경리님, 가은입니다. 네?” “가은이, 퇴근한 후 이전에 갔던 태호가 정자에서 만날 수 있겠소?” “호호호.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지요. 네, 알겠습니다. 빠이, 빠이.” 가은은 핸드폰을 핸드빽에 넣고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녀의 미소어린 걀죽한 얼굴에는 빨간 홍조가 귀 밑까지 피여올랐다. 가은은 군철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둥둥 하늘로 뜨는 것만 같고 비길데 없이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꼈다.  퇴근을 기다리기란 실로 하루가 삼추 같았다.  가은은 퇴근하자마자  자가용을 몰고 태호가 어촌마을까지 달려갔다.  푸르른 호수 수면에 갈매기들이 나래치고 희망의 하얀 돛배가 자유를 노래하며 하얀 물바배를 일으키면서 나래치고 있다.  저멀리 벌써 군철의 보마차가 피뜩 보였다. 가은의 차가 다가가자 군철은 보마차에서 내려 번대머리를 번뜩이면서 마중했다. “바쁜 걸 불렀는지 모르겠소.” 군철은 가은의 손을 잡으며 공손히 인사말을 건넸다. “천만에 말씀을요. 저는 퇴근을 기다리는게 한시간이 삼추 같았는데요.” 군철은 가은을 데리고 자기 차에 올라탔다.  바다처럼 무연하게 펼쳐진 태호가를 한참 달려 참대숲이 둘러서서 설레이는 자그마한 정자에 이르렀다. 군철은 황혼의 락조가 비낀 정자에서 가은과 마주 앉았다. 한참 납덩이 같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군철이 먼저 무거운 입을 뗐다. “가은이, 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습데. 제발 가은과 좋아하지 말라고.” 군철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가은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전도를 해치는 거 같아 차마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소. 우리 그만 두기오.” 가은은 금시 외씨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왜요? 저는 최총경리를 마음 속으로부터 아주 존경하고 사랑해요. 저의 심장이 높뛰는 소리를 들어봐요. 그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높뛰고 있어요.” 그러나 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말을 좀 듣소. 나는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오. 가은과 같은 숫처녀와 재혼할 자격이 없소. 또 회사도 이젠 베트남으로 가게 되오. 우리 베트남에 가서 살겠소? 미국 놈들은 대만 태적전반도체회사도 대만해협에 전쟁나기 전에 폭파해버리자고 떠벌이고 있다오. 미국 양키들은 대만 반도체기술이 대륙에 인입될가봐 겁난게지. 그런데 량심적인 태적전의 수많은 중국 기술일군들은 지금 가만히 대륙에 들어와 반도체회사를 차리고 중화민족의 반도체 꿈을 실현하고 있다오. 우리 회사는 미국 양키놈들이 중국에서의 생산과 중국시장판매를 제한하는 바람에 이젠 리윤이 4분의 1 밖에 안돼 로임도 내주기 바쁘게 됐소. 망했소, 맹해. 이젠 로임도 주기 어렵게 파산되고 있소. 나도 당장 부총경리와 전무를 다 그만두게 되오. 나는 집도 없어 세집에서 살고 있소. 뭘 보고 고생하자고 나하고 결혼하려고 하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 와락 안기며 외씨얼굴을 군철의 꺼쓸꺼슬한 구레나룻볼에 가져다대며 뜨거운 눈물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군말 마세요. 만약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그 외엔 다 리유로 될 수 없어요. 저는 대공무사한 리총경리를 페부로부터 사랑해요. 애 둘이면 어때요. 저는 다 각오했어요. 저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최군철한테 시집가기로 했어요. 절데 능력 없는 바보총각한텐 시집 안가요.” 군철은 가은을 품 속에서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능력 있는 촉각도 쌔고 버렸소. 새파란 나이에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지 마오.” 어데서 꼭 들은 소리 같았다. 가은은 핸드빽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글썽한 눈시울을 닦았다.  갑자기 그녀는 머리를 쳐들었다.  "혹시 어머니한테서 무슨 전화라도 받았는가요?" 군철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내 친아버진 세상에 소문 높은 부패분자요.15년 판결받고 성감옥에 있다는 거 저도 알겠지?친아버진 남녀관계도 너무 복잡하오. 그런 부패분자의 아들과 결혼하기 무섭지도 않소? 난 첫혼인에 실패하고 애 둘이나 있소. 후엄마질하기 쉽지도 않을 거요. 설상가상으로 저네 어머닌 내 양아버지와 재혼하기로 했소. 그럼 우린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이 아니고 뭐요? 우린 이젠 오누이로 되게 될 거요.그런데 어찌 오누이간에 결혼할 수 있겠소?세상 사람들을 다 웃기겠소." 그러나 가은은 마음을 고쳐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걸 다 고려했습니다. 리문걸선생과 우리 엄마 재혼해도 관계없어요.황차 리문걸선생은 당신과 혈연관계도 없는 양아버지 아니고 뭔가요?" 군철은 우쭐 일어나면서 결연히 말했다. "친아버진 아니오. 그러나 길러준 아버지도 아버지오. 양아버진 내 친아버지나 다름없소. 절대 양아버지한테 미안한 일 할 수 없소.우리 둘이 결혼하면 아버지와 가은의 어머니 행복을 짓밟는게 아니고 뭐요? 우린 부모들의 행복한 앞날에 불효를 저질러선 안되오." 가은은 따라 일어나 군철의 팔을 잡아흔들며 통곡치면서 말했다. "그럼 왜 양아버지 집을 다 팔아 회사 아파트건축비용으로 충당했는가요? 양아버지 집도 없어 딸 지예네 집에 얹혀 살겠구만요.건 불효가 아닌가요?" 군철은 어이없어 했다.그러나 그는 아주 내심하게 말했다. "불효는 옳소.직원들의 아파트를 짓자고 부득불 불효를 저질렀소.이제 내 앞으로 탄 새 아파트를 다 장식하면 양아버지한테 줄 예산이오. 난 이젠 두번 다시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소. 때문에 이젠 우리 결혼 말을 다신 꺼내지도 마오.이건 가은이를 생각해하는 말이기도 하오. 난 불효자식이오.자기를 길러준 양아빠도 제대로 효성을 하지도 못하는 불효자가 어떻게 자기 색시를 아낀다고 그러오? 저네 엄마 말처럼 내한테 시집오면 한뉘평생 고생할 팔자요.고생문이 터질게오. 애도 둘이나 달린 홀애비지…" "뭐라고?" 가은은 상큼한 콧날을 세우면서 상을 찡그렸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던가요? 어머니 정말 말이 아니군요." 군철은 혀를 홀랑 내밀었다. "아니오. 내 실수했구만. 괜히 저네 모녀간을 싸움시키겠소. 이젠 달리 생각지 마오. 난 이젠 총경리도 며칠 할 거 같잖소. 코로나 풀리니 이젠 회사 백신공장도 망했소. 이젠 나도 백수건달이 될 거요. 날 따라 고생할 궁리는 걷어치우오.그게 제 전도를 생각해 현명한 선택이오." 군철은 가은을 뒤에 두고 정자에서 내려갔다. "난 똑똑하고 이쁘고 새파란 숫처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홀애비오. 이젠 시간도 퍽 갔으니 집으로 돌아가오." 가은은 펄러덩 물앉아 어린애처럼 두 다리를 바둥거리면서 엉엉 대성통곡쳤다. "최총경리, 저의 참사랑을 받아주세요. 저는 한평생 최총경리 녀자로 살래요." 그녀는 쌍까풀포도눈을 치켜뜨고 군철을 바라보면서 비장한 마음을 먹었다.  "저를 헌독처럼 차버리면 저 태호에 풀러덩 빠져 죽고 말겠어요." "잠간!" 군철은 질겁해 홱 돌아섰다.  그는 가은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라고? 그러지 마." 그는 황급히 달려올라와 가은을 두 손으로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절대 짧은 생각을 먹지 마오.가은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야. 20대 말 새파란 나이에 전도 창창하오. 숱한 칠칠한 총각들이 가은을 기다리고 있소." 가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진정을 토로했다. "제가 어디 세살짜리 앤가 하는가요? 저는 최총경리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모한지 오랜데요." "당대표라고 그러오?"    가은은 헉헉 흐느끼면서 군철의 품에 와락 안겼다. "딱 그것만이 아닌데요." 군철은 목숨으로 위협하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어야 했다.    가은은 군철의 드넓은 품에 안겨 져가는 석약을 빌어 번대머리와 우멍눈을 쳐다보며 종달새처럼 종알거렸다.  "그대는 우리 2천여명 직원들의 구세주인데요. 그대는 직원들한테 새 아파트를 지어 한채씩 나눠주었지요.또 회사가 파산되게 되자 그대는 중국 로동법과 회사와의 계약에 근거해 회사를 소송해 매개 직원한테 해고금 30만원씩 주게 했지요.이젠 우리 직원들이  아파트 팔면 몇백원씩 벌 수 있어 허망 나앉아도 아무데 가서도 살 수 있게 됐어요." 저멀리 반도체회사 옆으로 해 호수가에 우뚝 솟은 직원들의 새 고층아파트가 그들을 바라보며 희죽이 웃고 있었다. 군철은 겸허히 말했다. "다 우리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요.직원들이 몽땅 들고 일어나 회사를 포위하고 부당해고금을 안 주면 회사 건물을 팔지 못한다고 시위하지 않았고 뭐요? 때문에 회사에서도 압력을 받아 30만원씩 주게 된 거요. 내 혼자 무슨 일을 하겠소?" 가은은 머리를 끄덕이며 탄복했다. "그대는 진짜 우리 직원들의 리익을 대표해 싸운 당위 서기입니다. 참말로 당대표다와요.우린 이런 당대표를 모신 것으로 해 영광입니다." "쯔쯔, 짧은 바지가랭이를 자꾸 춰올리지 마오." 그러나 가은의 치하는 과분하지 않았다. "그대는 지금 우리 직원들이 허망 나앉게 되면 일자리를 마련하려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줄 아는 그대는 꼭 자기 색시도 살뜰히 아낄줄 알리라 믿어요." 사실 회사는 당장 파산되고 박총경리마저 퇴직해 본 국으로 돌아가게 되였다. 군철은 박경리가 본국에 귀국하기 전에 회사 건물을 팔아 본사에 바쳐야 된다는 정보를 장악하였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법원에 소송한 한편 은행대부금을 맡아 개인명의로 회사 건물을 사기로 하고 매개 직원한테 부당해고금으로 30만원씩 주라고 협상하였다. 박총경리는 희죽이 웃었다. "아우가 또 한번 날 구했네.회사 건물을 팔지 못하면 난 퇴직연금을 탈 수 없었네.난 이젠 엉치를 툭툭 털고 집에 가면 되는데유. 아우는 이 큰 회사 건물을 사서 뭘 하려나?" 군철은 이제 회사 건물에 많은 꿈을 이루려고 했다. 황선희박사와 김춘희박사, 복화, 가은과 합작해 성기능제고보건약제품을 선두로 한 주식제 제약회사도 차리고 김운선 등 기술개조소조 기술일군들과 합작해 주식제자동화설비회사를 차릴 예산이였다. 또 리문걸 양아버지와 하나의 특장을 살려 부동산개발회사를 차리고 옹기종기 들어앉은 호수를 메우고 고층아파트를 건축할 여러가지 웅대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군철은 박총경리나 가은한테도 아직 자기 원대한 꿈을 드러내지 않고 시치미를 땄다.    "모르는 소리, 난 나쁜 남편이오.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처도 다 내친 망나니오." "그런 말 마세요.안해가 어떻게 놀았으면 그런 못할 일을 했겠어요." "해도 넘어갔소.이젠  집에 돌아가기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서 얼굴을 떼며 믿음에 찬 눈길로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저는 최총경리님을 믿고 영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어요.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군철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군철은 예지로 빛나는 가은의 눈길, 이슬이 반짝이는 그녀의 쌍까풀포도눈을 보며 속으로 마음을 부르르 떨었다.  (가은아, 제발 이러지 말아라.나도 괴롭다. 나도 륙정칠욕이 있어. 가은아, 넌 나이에 비해 얼마나 총명하고 이쁜 처녀이냐?넌 얼마나 사랑스럽느냐?)    군철은 가은을 꼭 끌어안고 우유빛 얼굴과 목을 탐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마의 노르스름한 보슴털과 까만 속눈섭마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야.ㅎㅎㅎ.    군철은 가은을 놓아주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 누군 너처럼 이쁜 숫처녀한테 장가를 들면 좋은줄 몰라 그러겠느냐? 그러나 차마 난 두 애 아빠로서 너한테 무거운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양아버지한테도 더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어.)  바다와 같은 망망한 호수에서는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호수가에 한가히 놓인 장의자 주위에서는 청초한 참대숲이 흥분에 못이겨 설레인다.
37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0 김장혁 댓글:  조회:1402  추천:0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0. 춘희와 마끼 그리고 애인의 로맨스    남방에는 월계화가 핀지도 오랬다.벗꽃도 뒤질세라 꽃향기를 만천하에 풍기면서 머리를 숙이고 줄느런히 서 있다. 이젠 코로나도 완전히 풀려 관광열이 올라 휴가일이면 관광열기에 분주하였다. 춘희는 자그마한 트렁크에 관광 가서 입을 옷을 하나하나 챙겨 넣었다. 가은(야마구찌마끼)의 쌍까풀포도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니, 어디 가는가요?” 춘희는 딸애한테 속일게 없었다. “그래. 일본에나 관광하러 갈가 해 그래.” “혼자 가는가요?” 춘희는 좀 침묵하다가 말했다. “리문걸선생님과 함께 간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 쏘파에 풀썩 물앉았다. “어머니, 제정신 있는가요?” 춘희는 외까풀눈으로 딸을 째려보았다. “왜?” 가은은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졸혼하고 잘하는군요. 리혼하고 재혼하고 또 리혼하고 재혼하고.어머니, 그래 리선생님과 기어이 재혼하려는 건가요? 이제 몇번 재혼하려는가요? 세상 보기 부끄럽지 않는가요?” 춘희는 트렁크 쟈크를 쪼르륵 닫아 트렁크를 벽 밑에 세워놓고 가은이 옆에 다가와 앉더니 정답게 마주 바라보며 정색했다.  “그래. 이번에 일본에 가서 다이로교수와 리혼수속을 해야겠어. 또 사쿠라 기생년이 다이로교수 애를 낳았는가도 두루 알아봐야겠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젠 다이로교수 유산을 건너다 보지 맙시다.피곤하지 않는가요? 그게 없어도 우린 이젠 우리 모녀간의 힘으로라도 잘 살 수 있어요." 춘희는 날따라 성숙해가는 딸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잘 생각했다." 가은은 한술 더 떴다. "문걸선생님이 어머니를 사랑하는가요? 어머니를 다이로교수 유산에 눈이 새빨개진 수전노라고 욕하진 않고.흥." 춘희는 정색했다. "너도 알지만 문걸선생과 나는 원시림에서 생사선을 헤매면서 참사랑을 맺었다.우리 참사랑은 진짜 생사고비에서 고험을 겪은 사랑이야. 문걸선생님의 말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야.그는 교수급 설계사, 미술가. 난 의학박사, 교수급 주임의사. 얼마나 천생배필이냐? 우리 사랑은 오랜 세월 순박한 감정을 용광로에서 사랑으로 제련한 참사랑이야." 그녀는 딸애에게 등산하러 갔다가 원시림에서 눈구덩이함정에 빠져 협곡에서 기여올라오지 못해 생사선에서 헤맬 때,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때 사랑을 맺게 된 일을 쭉 이야기했다. 가은은 어머니 말에 감격하긴 고사하고 눈을 흘기면서 비웃었다. "쯔쯔, 50대 초반에 진짜 신바람 났구만요." 딸이 뭐라든 춘희는 뒷말을 이었다. "난 너의 전도를 고려해 다이로교수와의 인연을 뚝 끊을 수 없어 계속 미루었다. 이젠 네가 다이로교수 손에서 벗어났기에 다이로교수와 연을 끊어도 된다. 난 네 전도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   가은은 일본에 있을 때 일본 소녀 마끼로 돌아갔다.그녀는 어머니 두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이젠 다이로교수와 리혼하면 친아빠와 복혼해요.엄마를 생각해 말하지만요. 문걸선생은 착한 분이란 건 나도 알아요. 그러나 마음 심지가 너무 연약한 거 같아요.쩍하면 정신병에 걸리잖아요?" "다 나아서 출원했잖았니?" "글쎄 금방 출원했는데요. 이제 또 언제 정신병이 도질지 누가 알아요?이제 누굴 고생시키자고. 어머닌 이제 황혼에 문걸선생의 가정의사로 될 예산인가요?" 가은은 자라면서 아빠와 엄마의 리혼을 비극으로 생각하게 되였다.  "난 엄마와 아빠가 리혼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지는 것만 같아요. 아빠와 엄마가 하루 빨리 한 집에서 사는 걸 보았으면 원이 더 없겠습니다." 그녀는 엄마가 아빠의 과거를 량해하고 복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어머니와 문걸의 재혼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걸의 양아들 군철과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일면도 있었다. (내 군철과 결혼하면 엄마가 어떻게 군철의 양아버지와 결혼해? 촌수가 개판이 될 판인데. 세상 사람 웃기자고? ㅋㅋ.)  춘희는 딸의 용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은도 어머니가 왜 문걸과 불시에 재혼하려는 진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춘희는 이젠 다 성숙된 가은이와 제대로 말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얘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난  네 아빠하구 재혼할 수 없어. 리선생님 같은 남편감 어데 가서 더 찾겠느냐? 교수급 미술가지. 마음씨 착하고 참사랑 추구자지? 그런 분...” “관둬요!” 가은은 차탁을 탕 치면서 엄마한테 눈을 흘겼다. “엄마, 딸 전도를 망칠 예산인가요?” 일본 류학출신들인 그들 모녀간은 일어에 조선어를 마구 섞어 대화했다. “건 무슨 말이냐?” 춘희는 자기 속마음을 모르는 가은이 안타까와 두 손을 꼭 잡고 타이르듯 말했다.  “난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너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도 바칠 수 있어.” 그러나 가은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머니, 딸을 생각하면 리선생님과 재혼 그만 둬요.” 춘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너네 아빠와 재혼하라고? 건 안돼. 딸과 안해도 모르고 가정도 모르는 그런 주정뱅이, 바람둥이하군 재혼 못해.” 가은은  어머니 손아귀에서 손을 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예요.” 가은은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고 어머니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어머니 몰라 그래요? 난 군철 총경리한테 시집가기로 했는데요. 어쩜 눈치 없이 노는가요? 어머니 군철의 아버지하구 재혼하면 제가 어떻게 군철한테 시집갈 수 있는가요? 촌수 개판이구만요.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요? 지갑이네 혼사라고 비웃지 않겠는가요?” 춘희는 속으로 깨고소해했다. (그게 바로 내 목적이야.) 춘희는 바로 하나 밖에 없는 딸이 군철과 결혼하는 걸 막으려고  문걸과 재혼하려고 비장한 결심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짐짓 이제야 아는 척하며 꾸며댔다. “그래?” 그녀는 딸을 마주해 바로 앉으면서 말했다. “얘야, 군철하곤 절대 결혼 못해. 넌 새파란 숫처녀인데 어찌 애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시집가니? 엉? 또 군철은 일시 총경리지만 이제 모든게 끝나. 봐라. 너네 반도체회사는 미국 제재로 인해 당장 파산되게 됐어. 본 회사에선 너네 회사를 베트남으로 이전해가게 돼. 그럼 군철인 총경리 아니라 허망 나앉게 돼.” 춘희는 딸의 두 손을 꼭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넌 총명한 애야. 헌데 왜 대상문제에 대해선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려고 해? 왜 하필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냐? 하많은 훌륭한 총각들을 두고 왜 세상 무서운 색마네 아들이냐? 너도 알겠지? 유전자란 무서운 거야. 군철이 애비 왜 감옥에 들어갔느냐? 숱한 첩과 애인을 데리고 개지랄 쓰다가 감옥에 들어갔어.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그 놈의 아들이라고 다를 거 같아? 넌 눈에 콩깎지 끼웠구나. 뭘 보고 그런 바람둥이 가문에 들어가려고 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널 그런 색마 굴에 보낼 순 없어.” 그러나 딸은 어머니 모성애를 꼬물만치도 리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군철 총경리를 그렇게 추화하지 마세요. 그는 대공무사하고 남을 배려할줄 아는 당대표인데요. 아버지와 판판 다른 분인데요. 보세요. 자기 집까지 다 팔아 직원들의 아파트를 짓는 걸. 직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분은 꼭 자기 안해도 살뜰히 관심할 건데요.”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댁과 리혼했겠구나. 피는 속이지 못해. 왜 하필이면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후처로 들어가려고 그래? 참 답답해? 애 둘의 후에미 하기 그리 쉬울 거 같아? 나이두 열두살이나 이상이지. 제집두 다 아파트건축비용으로 내놓는 거 봐라. 세간살이 할 사람인가? 제 가정을 챙길줄도 몰라. 제 노릇도 못할 사람이야. 어머니 그래도 너보다 인생경험이 더 많잖니? 엄마 말 좀 들어라. 당장 홀애비와 그만둬.” 그러나 가은의 입에서는 난 어머니도 믿기 어려운 말이 튀여나올줄이야. “그리 똑똑해서 엄만 나이 거의 스무살이나 이상인 리선생님과 재혼하겠구만. 난 나이와는 관계없어요. 제 밖에 모르는 자사자리한 자기중심주의자하고는 절대 살지 못해요. 난 똑똑하고 능력 있는 홀애비한테 시집갈지언정 능력도 없는 머절싸한 바보한텐 절대 시집가지 않을 거요.” 춘희는 말로는 가은을 막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녀는 딸이 홀애비한테 시집가는 걸 막으려면 오직 문걸과 재혼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이를 옥물더니 오쫄 일어나 트렁크를 끌고 나가면서 가은을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엄마 말을 명심해라. 절대 홀애비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 엄만 문걸선생과 재혼할테니까.” 뒤에선 가은의 애원소리가 들려왔다.  모성애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춘희는 딸을 군철한테서 갈라놓으려고 굳은 마음 먹고 택시를 타고 문걸의 셋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녀는 문걸과의 재혼을 하루라도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페부로 느꼈다.   딸애를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피눈물나는 모성애가 효녀의 콩깍지 낀 눈을 등대처럼 밝혀주며 미끄러운 발을 받쳐주려고 아득바득한다. 친부모의 사랑을 억지로 땜질해 보려는 효녀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가긍했다.  서로 혼사 반간을 놓으면서 모녀간은 상대방의 행복을 서로 지키려고 모지름을 쓰고 있지 않는가.  문걸은 춘희 말처럼 아직도 춘희를 사랑하는 건가? 문걸과 춘희 참사랑이 이뤄질가? 모성애와 참사랑, 눈물겨운 효성이 하늘 공중에서 부딪치면서 비장한 애정서정시를 노래부르고 있다.  
37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9 김장혁 댓글:  조회:1355  추천:0  2023-07-01
    대하소설 졸혼 김장혁   109.梵净山에 올린 기도    귀주에서 절승경개는 그래도 梵净山을 꼽을 수 있었다. 산골에 있는 명승으로 가는 길은 꽤나 지루했다. 하영은 관광뻐스를 타고 귀양에서 한 5 시간 좌우 400여킬로메터를 달려서야 중국 5대 불산(佛山)  중의 하나인 梵净山 가슭 요족(瑶族)전통마을에 이르렀다.  하영 등 유람객들은 점심에 요족전통마을에서 참대통에 고은 닭곰찰밥을 맛있게 먹고 요족전통마을을 둘러보았다. 요족들은 대부분 묘족이나 뚱족 가옥처럼 산기슭에 2층 목조다락집을 짓고 살았다. 다락집 1층은 창고나 부엌이고 2층에 침실과 객실이 있었다. 요족처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요족에게도 독특한 혼인풍속이 있다고 하였다.  총각은 마을의 한 처녀가 마음에 들면 처녀네 다락집 부근에 가서 애정노래를 부르고나서 처녀네 다락집 밑에 가서 몽둥이로 다락집 널벽을 두드린다. 처녀가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총각이 마음에 들면 창문을 활짝 연다. 그럼 총각은 맨손으로 2층 다락집에 바라올라가  창문으로 다락집에 기여들어간다고 한다. 부모들은 총각이 마음에 들면 그날부터 딸과 동거하게 하고 나중에 결혼식을 올려준다고 한다. 그런 번개식 혼사는 물론 총각과 처녀가 진작 눈이 맞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영은 저도 몰래 감탄하였다.  (호, 요족의 혼인풍속도 참 독특하고 재밌구나.) 하영 등은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대문에 가서 삭도를 타고 한 반시간 올라갔다. 삭도에서 내리자 또 돌층계로 한시간 넘어 톺아 올라서야 희끄므레한 구름 속에 뭇산 위에 도고히 우뚝 솟아 있는 梵净山 마루가 보였다.   梵净山은 거의 90도 각으로 깎아지른 네모난 절벽으로 이뤄진 절벽산이였다. 그 산 위에는 절당이 도고히 앉아 유람객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梵净山은 진짜 신비한 절경이였다. 변덕스러운 梵净山은 흐리멍텅한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가도 쨍 하고 해 뜨는  맑은 하늘에 정체를 보일락말락하게 드러내기도 해 그 신비로움을 더 해주었다.      어떤 유람객들은 梵净山을 보러 몇번이나 왔다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한번도 梵净山의 진면모를 보지 못하고 소낙비만 맞고 돌아갔다고 하였다. 하영이랑 운수가 그만하면 좋은 셈이였다. 묘족녀가이드는 梵净山 등산은 위험하기에 될수록 녀성들이거나 로인들은 올라가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하영은 큰 마음을 먹고 유람객들을 따라 梵净山에 톺아오르기로 했다.  그녀는 천년이끼 낀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난 층계를 따라 눈뿌리 아찔한 절벽을 한발자욱, 한발자욱 힘겹게 톺아올랐다. 어떤 층계 넓이는 한메터도 될락말락해 하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가누며 간신히 하늘을 나는 절벽 층계를 바줄을 잡고 톺아올랐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발 밑에서 감도는 절벽 틈을 파고  낸 층계를 밟고 올라가면서 아래를 피뜩 내려다보았다. 어머나, 눈뿌리 아찔하게  백길나락이 공포를 자아냈다.      살상가상으로 비좁은 층계로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란 아주 공포스러웠다. 서로 절벽에 붙어 서면서 바깥에 몸을 내밀기 싫어했다. 죽을가봐. 진짜 머리끼 다 곤두설 공포 몸서리 칠 지경.     인생기도 梵净山의 가파로운 절벽처럼 가파롭다. 자칫 발을 빗디디면 천길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다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기 힘으로 한걸음, 한걸음 톺아올라가야만 안전하고 완미한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영이 잔등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梵净山 절정에 올라가니 중국 5대 불교성지 梵净山 절당이 맞아주었다. 발 아래에서 흰 구름떼들이 양무리처럼 흘러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유람객들은 梵净山 절당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향촉을 밝힌다, 향을 태운다 하며 복새판을 이루었다. 하영은 梵净山 절당에서 향을 태우진 않고 梵净山 절정에 서서 사위를 둘러보다가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동쪽을 바라고 두 손을 합장하고 두눈을 살며시 내리깔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존지존능한 아미타불이여, 저는 시집가기 싫어요. 저의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세요. 왜냐인가고요? 모두 결혼해서 고해를 겪지 않는가요?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세요. 순정 언니를 보세요. 바람 피우는 색마 남편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하면서 살았는가요? 남편이란 색마놈이 바깥에서 순정 언니 사촌녀동생 영희와 암암리에 바람 피워 아들애까지 낳았지요. 이게 무슨 가정입니까? 이러고도 부부입니까? 이런 가정을 만들려고 저도 결혼해야 하는가요? 절대 아니잖아요?) 하영은  유람객들이 마구 밀려오자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남쪽을 향해 합장하고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중얼거렸다. (전지전능하신 여래불님,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세요.  혼인과 가정에 실패한 남녀들은 지금 뭐 새로운 혼인풍속이라는가요? 졸혼이란 걸 하고 부부간에 서로 소 닭 보듯 하면서 무슨 자기만의 인생을 산다고 해요. 순정은 글쎄 예술단과 경로원을 차려 늘그막에 착한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합시다. 그러나 영희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녀는 남편과 졸혼하고, 아니, 리혼까지 했지만요. 그저 손군들이나 보다가 저세상 사람이 되지 않았는가요? 한뉘 무슨 락이 있었겠습니까? 개고생하다가 죽고 말았는데요. 나영을 보세요. 졸혼하고 바람 피우더니 무슨 꼴이 됐는가요? 색마 변강쇠한테 붙어 미국과 일본, 한국에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더니  더러운 색마네 씨를 받아 임신까지 하고... 사는게 고달프지 않은가요? 저도 보세요. 출세하겠다고 미인계를 쓰다가 뭐가 됐는가요? 허부장과 최국장한테 20대 청춘을 빼앗겼지요. 심지어  망아산 수림에서 최국장하고 바람 피우다가 강도들한테 걸려들어 쇠파이프에 맞아 하마트면 목숨까지 잃을 번했습니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들처럼 한평생 결혼하지 않고 금욕주의자로 사는게 옳은 거 같아요. 결혼이나 졸혼 해서 고해를 겪을 거면 아예 결혼하지 말고 졸혼할 필요없이 혼자 조용히 사는게 낫지 않을가요? 저의 소원을 이루게 부처님께서 도와주리라 믿습니다.'순간 그녀의 귀전에는 부처님인지, 스님인지 묻는 계시가 들리는 상 싶었다. ( 뭐라구요? 저는 숫처녀 아닌데요. 비록 결혼은 아직 한 적도 없지만요. 저는 이미 두번 결혼하나 다름 없는 화냥년이예요. 미인계를 써서 높은 벼슬자리에 바라오르려고 대학시절에 벌써 허부장한테 숫처녀를 팔아먹었지요.)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불시에 자기를 사무실 침대에서 깔고 뭉개던 허부장의 짐승 같은 징그러운 몰골이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났다. 하영은 몸서리치는 그 일을 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에 더러운 추억을 실어보냈다. (저는 미인계를 써서 일약 조직문제도 해결하고 학생회 부회장 겸 문예부장으로 올라갔지요. 헌데 처녀를 팔아 산 모든 벼슬 물거품이 돼버렸어요. 지금 보면 제가 미인계를 썼다기보다 허부장이나 최국장이 저를 권력을 빌어 벼슬자리로 저의 청촌을 헐값으로 점유했다는 것이 옳은 거 같아요.) 그러나 하영은 내심의 모순충돌을 이길 수 없었다. 남자 맛을 맛볼대로 본 그녀로서는 새파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다신 남자들과 상대도 하지 않고 한평생 금욕주의자로, 부처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망아산 수림에서 정호와 바람을 피우다가 강도에게 맞아 죽을번한 일로 저는 당적도 제명받고 가무단 부단장직과 공직마저 떼우고 말았어요. 저는 지금 무직업자로 됐어요. 다행히 정호의 아들 덕에 반도체회사 공회 문예부장을 하지만요. 사실 정호의 아들 군철은 애비 대신 죄과를 갚아주려고 들었지요. 통속한 말로 한다면 군철은 애비 엉치를 닦아주려고 들었지요.  그러나 며칠 가겠어요? 저의 추행적이 회사에까지 소문이 퍼져서 이젠 저는 회사에서 낯을 들고 살기 어렵게 됐어요.저는 어쩌면 좋아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이여, 저의 상처입은 령혼을 구해주옵소서. 저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명색이 처녀지만요. 결혼한 사람들처럼 이젠  졸혼하고 혼자 자기만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저는 어쩌면 좋아요?...)  하영은 정호가 하던 한마디만은 옳은 것 같았다.     "정치를 하겠으면 자기 실력으로 가파론 절벽이라도 바라올라가야지. 미인계로 바라올라선 안돼. 언젠가는 발각나 망한다, 망해."     (내 처음 포로돼 색마의 품에 안겼을 때 한 말이지. 날 생각해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을가? 날 점유하자면 그런 말 하지 말아야는데. 참, 알고도 모를 일이야. 음흉한 색마의 속알멀치는 진짜 안개 속에 잠긴 이 梵净山 절벽처럼 분간하기 어렵다, 어려워...)      하영은 梵净山 꼭대기에 외롭게 서서 가녀린 어깨를 들먹이면서 속으로 불운한 팔자를 탓하며 흐느껴 울었다.  똑또그르르, 똑또그르르. 梵净山 절당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 분주한 손님들의 발걸음소리를 재우면서 절주있게 울렸다. 하영의 슬프디슬픈  흐느낌소리가  경 읽는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어울려 화음으로 번지며 쓸쓸한 노래를 부르는 상 싶었다.  한가한 바람둥이들이 졸혼의 방패를 베고 누워 하품을 하며 낮잠을 청한다.   칠색치마가 오색령롱한 정치미몽을 거머쥐고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흐느끼며 자장가를 부른다. 성자유와 미인계 람루한 깃발이 강렬한 갈의 파도를 타고  정신쇠철창 속에서 가련하게 펄럭거린다.  梵净山은 자기 정체를 변덕스러운 구름 바다에 잘도 숨기지만 미인계 능수의 정체는 숨길 수 없어 어찌 하는고?
372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8 김장혁 댓글:  조회:1373  추천:0  2023-06-3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8. 하영의 흐느낌소리   하영은 일주일간의 한국 공연을 끝마치자 회사에 돌아왔다.   그녀는 코로나가 풀린데다가 회사에 별로 할 일도 없는지라 대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로 답답한 마음을  힐링하고 싶었다. 하여 군철 총경리와 인사과에 휴가를 내고 남방으로 관광하러 떠났다.  4월 초였지만 남방은 가는 곳마다 화초가 우거지고 신록이 짙었다.  광서 계림 부근에 무릉도원은 진짜 명승이었다.  무릉도원은 일찍 도언명의 “도원기”에도 나온 천하 명승고적이였다.  하영 등 유람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첩첩산중에 난 자연석굴의 기암괴석을 꿰뚫고 나가자  사면이 자그마한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무릉도원이 나타났다.  무릉도원 복판에 강을 끼고 평평한 분지에 게딱지처럼 여기저기 목조초가집이 드문드문 들어앉아 있었다. 민족복장을 곱게 입은 이쁜 뚱족녀인들이 참대루각에서 은빛두관과 목걸이, 팔찌를 반짝이며 춤 추면서 유람객들을 환영했다. 무릉도원에는 봄을 맞아 연분홍 복숭아꽃이 활짝 피여 황홀경을 이루었다. 물로 씻어낸듯이 청초한 참대숲이 봄바람에 설레이면서 아름다운 운치와 의경을 진하게 더 해주었다. 유람객들이 유람선에서 내려 한 2층 뚱족목조다락집에 들어서자 뚱족복장을 입은 남편은 해금을 켜면서 노래부르며 유람객들을 맞이했다.  뚱족가옥은 보통 2층 목조다락집이였다. 남방은 습하기에 보통 1층은 창고나 부엌으로 쓰고 2층에 침실과 객실이 있었다. 하영이 바라보니 뚱족안해의 머리에 쓴 은관과 목에 건 은테에서 안해의  지위와 부를 자랑하는듯이 은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뚱족안해는 남편 옆에 나란히 앉아  연분홍천에 바느실로 꽃을 수를 놓으면서 남편의 노래에 화답해 화음으로 노래를 우아하게 불렀다.  뚱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똥족은 모계씨족이라고 하였다. 모든 건 안해가 주관한다고 하였다.  뚱족에게는 독특한 혼인풍속이 있었다. 청혼할 때 뚱족총각은 처녀의 집루각 아래에서 산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고 했다. 뚱족총각이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아무 재간도 없다고 처녀가 퇴짜를 놓는다고 하였다. 뚱족처녀가 총각이 마음에 들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였다. 그때 뚱족총각은 꼭 자체로 수가공한 은빗을 가지고 와서 처녀 머리에 꽂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보통 뚱족녀성의 머리에 은빗이 꽂혀 있으면 결혼한 녀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처녀의 부모가 총각을 자기 집에서 지내보고 아무런 재간도 없는 것을 발견하면 은빗을 되돌려주고 집에서 축객령을 내린다고 하였다. 하영은 뚱족관광액세서리점에서 은빗을 하나 골라 사서 뚱족녀성처럼 머리에 비스듬히 꽂았다.  그러자 뚱족가이드는 눈이 휘둥그래서 물었다. “결혼했는가요?” 하영은 능청스러운 말을 해 웃겼다. “아니, 한평생 결혼하지 않을텐데요. 은빗을 꽂으면 혹시 아무도 달려들지 않을지 누가 알아요?” 가이드는 어안이 벙벙해 한참 하영을 쳐다보았다. “진짜, 웃기네요. 이렇게 이쁜 처녀가 결혼하지 않겠다면 누가 믿어요? 호호호.” 30대 초반의 뚱족가이드는 대학을 졸업하자 심수에 진출해 한 회사에서 일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나라에서 고향에 뚱족관광마을을 건설한다고 하자 남편과 애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와 뚱족관광마을에서 가이드를 한다고 하였다. 초면강산인 그녀가 어찌 새파란 하영한테 곡절적인 소설 같은 비극적인 인생사가 있다는 것을 알랴.   하영이랑 광광뻐스를 타고 귀주 동남쪽에 산골에 있는 서강천년묘족마을에도 가보았다.  묘족녀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묘족은 원래 황하 류역인 하남성 락양 일대와 호남성과 호북성 장강상류 일대에서 위주로 살았다고 한다.  몇천년 전에 묘왕 차유는 황제와 염제 형제의 련합진공에 의해 전패해 살해되였다. 그러자 차유 묘왕의 후대는 묘족 한무리를 이끌고 남하하여 지금의 귀주와 광서,사천 동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귀주와 광서의 원 본토배기 동족(侗族)은 외지에서 온 묘족들이 자기들의 지반을 차지한다고 묘족과 수천년 동안 갈등을 겼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새 중국을 건설한 후 호남성과 귀주성, 광서 등지에 묘족과 동족  련합 자치주와 자치현을 여러개 설치해주고 민족단결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유력한 정책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 묘족과 동족, 요족 등 형제소수민족들은 민족자치를 향수하면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하영 등 유람객 일행이 관광뻐스에서 내려 묘족마을 대문에 들어서자 이쁜 묘족녀성들이 은빛 은관과 목걸이, 흉패를 번쩍이며 두줄로 쭉 늘어서서 흥겨운 꽹과리와 피리 소리에 맞춰 묘족군무를 추며 반갑게 환영했다.  묘족녀성들은 유람객들한테 묘주를 권하면서 열정적으로 맞이했다.  한 묘족녀성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하영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술잔을 내밀었다. "어느 민족인가요?" "조선족인데요." "네- 조선족 한복은 아주 이쁜데요.우린 다 같은 소수민족인데요.묘주룰 마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하영은 묘족녀성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 앵두입에 대고 살짝 마셔보았다.꽤나 목구멍이 쨍해났다. 위대한 묘족은 손님을 열정적으로 대하는 례의민족임에 틀림없었다.  묙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귀주 일대 묘족은 모계씨족이라고 하였다. 모든 건 녀자의 말이면 다라고 하였다. 남편은 그저 집에서 안해의 지령에 따라 안팎 일을  할뿐이라고 하였다. 애의 성도 안해 성을 따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하영이 장가계를 가면서 호남성 상서 묘족자치주 봉황성 일대에 가보니 상서 묘족의 풍속은 판판 달랐다. 상서 묘족은 대남자주의가 농후했다. 애를 낳아도 녀자애를 낳으면 "밑질애(赔钱货)"를 낳았다고 욕하고 남자애를 낳으면 "돈벌애"(赚钱货)를 낳았다고 비단보에 싸 이고 다닌다고 한다. 녀자애들을 낳은 녀자는 시집에서 발언권이 없고 남자애들을 많이 낳은 며느리가 집안에서 말이 선다고 한다.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 지역에 들어서자 미목이 청수하게 생긴 묘족남성가이드가 관광뻐스에 올랐다. 훤칠한 미남자 묘족남성가이드는 호남대학을 졸업하고 10년 전부터 가이드를 했다고 하였다.    관광뻐스는 호기심에 찬 하영이랑 싣고 토가족지역인 부용진으로부터 묘죽지역인 봉황성으로 달려갔다.    묘족남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그의 할머니는 아들 여섯이나 낳았기에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턱을 쳐들고 우쭐거리면서 남들을 이래라저래라고 삿대질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의드의 어머니가 시집와서 딸을 줄줄 넷을 낳자 할머니는 "어디서 저런 상문년(伤门货)을 데려왔는가고 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이거나 선물은  어머니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선물을 들고 집 앞을 지나면서도 어머니한테 눈만 흘기면서 지나가 아들 넷이나 낳은 삼촌댁을 가져다 주군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자애(남성가이드)를 낳자 할머니 태도는 확 바뀌였다고 한다. 그때 부터 흘기던 얼굴을 사라지고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어머니도 "괜찮은 며느리"라고 하면서 불쌍해하면서 동정했다고 한다.       묘족녀자들은 일단 시집가면 다신 본가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본가집 부모가 세상 떠도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하여 상서지구 묘족녀자들은 봉건 때 값이 없이 천대받았다고 한다. 하여 묘족녀자들은 시집가면 본가집 식구들을 다신 생전에 볼 수 없게 되기에 결혼날자 정해지면 련며칠이고 부모형제를 붙안고 통곡친다고 한다. 그리하여 당지 묘족들에게는 哭婚풍속이 수천년 성행하였다고 한다.     하영이 장가계를 가면서 호남성 상서에 가보니 哭婚은 토가족한테도 있었다. 토가족들은 결혼 첫날에 대부분 대성통곡치면서 결혼한다고 한다. 그것은 결혼첫날이면 첫날색시는 신랑과 동방화촉을 밝히지 못하고 토가족왕한테 압송돼가서 토가왕의 침대에 올라 온밤 동반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토가족들은 토가왕이 결혼하는 소식을 알면 결혼 첫날 밤에 색시를 빼앗길가 봐 겁나 토가왕을 속이려고 상사나 난 것처럼 대성통곡치면서 결혼한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통공치면서 결혼한다고 토가왕의 졸속들을 속일 수 있겠는가. 토가왕은 그런 통곡결혼해 왕을 기만한 가족을 옥에 가두고 노예로 삼았고  통곡결혼한 집 색시를 빼앗아 왕궁에 데려다 시녀로 쓰거나 이쁘면 궁녀 혹은 첩년으로 데리고 살았다고 한다.    토가족녀성들은 남편이 외지에 가서 일하면서 변신할가봐 묘수를 궁리해냈다고 한다. 집에 독사와 당지 벌레를 한 초롱 속에 넣어 키운다. 뱀과 벌레가 서로 물고 뜨고 싸우다가 독사가 이기면 토가족 녀성들은 자기 손가락을 물어 뜯어 흐르는 피로 그 독사를 먹여 키운다고 한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혹시 변심했으면 독사가 남편을 물어죽인다고 한단다. 그리하여 대부분 남편은 집에서 독사를 키우면서 자기를 기다리는 안해가 두려워 감히 외지에 나가 다른 녀성을 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묘족의 혼인풍속은 뚱족 혼인풍속과도 달리 독특했다. 다만 뚱족들처럼 처녀 머리에 은빗을 꽂아주는 대신 은관이나 은테를 사 주는 풍속이 있다고 했다.  묘족 처녀총각들은 명절 때 마을 광장에 모여 독특하게 선을 보는 풍속이 있었다.  마을 광장에서 한떼의 총각들은 한떼의 처녀들과 마주 서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맞선을 본다고 한다.  총각은 처녀 무리 속에서 어느 처녀가 마음에 들면 그 처녀한테 다가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오빠는 녀동생한테 정이 깊다네 녀동생은 절세미인이라 천생배필이죠.   만약 총각이 마음에 들면 처녀는 총각의 노래에 대창을 한단다.   녀동생은 오빠한테 정이 간다오. 오빠는 재간 많고 힘도 세다지오   처녀총각들은 노래로 대창면서 련애한다고 한다. 처녀총각들은 그렇게 처음 만나 서로 눈이 맞아 마음에 들면 본격적으로 련애를 시작하고 약혼하고 나중에 결혼하기에 이른다고 했다. 묘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묘족은 강탈혼인하는 혼인풍속도 있었다고 하였다.말하자면, 뉘네 집 처녀가 마음에 들면 처녀가 시집가는 날에 한무리 친척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색시를 빼앗아 결혼한다고 한다. 때문에 묘족들은 결혼식날에는 색시를 빼앗길가 봐 마을의 끌끌한 사내들로 색시 가마를 옹위한다고 하였다.  묘족녀가이드는 한숨을 후 길게 내쉬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저의 할아버지가 바로 저의 할어머니 결혼식 날에 빼앗아다가  략탈결혼하였습니다." 유람객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묘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물론 강탈혼인은 해방전 봉건사회 때 있은 혼인풍속이고 지금 새 중국이 건설된 후에는 강탈혼인풍속은 묘족사회에서 점차 사라졌다고 하였다. 사실, 지금 “강탈혼인”은 명색뿐 연극에 불과하였다. 처녀총각이 서로 사랑해 혼약을 정한 후 처녀쪽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총각 쪽에서 마을 청년들이거나 친척사내들을 보내 처녀가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려 마구 빼앗아온다. 본가집 오빠 등은 녀동생을 찾아오려고 쫓아간다. 그러면 총각네 집에서는 은장신구나 은전을 오빠한테 주면서 얼려보내고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하영은 묘족가이드에게서 독특한 묘족혼인풍속을 듣고 어쩐지 마음이 별스레 설레이는 감을 느꼈다.어쩐지 이상하게 저도 몰래 묘족들처럼 강제결혼이라도 당해 결혼하고 싶어졌다. (왜 이다지도 싱숭생숭해 나지? 나어린 탓인가? ㅎㅎ. 누가 내 같은 더러운 년한테 장가 들려고 하겠는가? 눈먹쟁이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괴롭기만 하였다.  묘족마을 복판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었다. 저녁에 묘족들은 마을 복판의 널다란 광장에 커다란 우등불을 피우고 정채로운 우등불야회를 열었다.  하영은 광서나 귀주나 어느 명승고적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조선어안내간판글씨를 보고 민족의 긍지감을 느꼈다.마을 광장 우등불야회 전자현광막에도 한어,영어와 함께 조선어가 나타나 빛발쳤다.  묘족녀성들은 우등불을 에워싸고 돌아가면서 다채로운 묘족군무를 추면서 유람객들로 하여금 휴식의 한때를 즐기게 하였다.  묘족녀성가이드의 소개를 받고 조선족인 림하영이 가수라는 것을 알고 사회자는 특별히 림하영을 우등불야회에서 노래를 부를 것을 요청했다. "우리 묘족과 조선족은 모두 같은 소수민족입니다. 아래에 조선족명가수 림하영녀사를 무대에 모십니다. 열렬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림하영은 사양하지 않고 우등불가에 나가서 청아한 목소리로 조선족노래 “아리랑”을 조, 한 두가지 언어로 구성지게 불렀다.   당지 묘족들과 전국 각지 유람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면서 재청했다. 우등불은 밤이 가는줄 모르고 피여올랐다. 묘족마을에는 임하영의 조선족 노래소리가 료량하게 울러퍼지였다.  무릉도원과 천년묘족마을에 조선어로 력력히 새겨진 조선어안내글도 하영의  노래소리에 흥겨워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묘족 가이드나 사회자나 관중들은 모두 하영이 노래를 부르면서 속으로 자기 불운한 처지에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371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7 김장혁 댓글:  조회:1254  추천:0  2023-06-2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7. 악연 화창한 봄날을 맞아 한국 남부 땅에는 연분홍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였다. 상춘객들은 가족단위로, 혹은 련인끼리 벗꽃을 구경하기에 분주했다. 순정은 관광뻐스에서 내려 벗꽃을 구경할 새도 없이 장백산 진달래예술단을 이끌고 일정대로 수원으로 북상했다. 원래 예술단의 명칭은 "장백산예술단"이였다. 그런데 예술단명칭도 지방민족특색을 살리라는 군철의 제의에 의해 순정은 그와 토론 끝에 "장백산 진달래예술단"으로 고쳤던 것이다.  순정은 예술단 예인들을 이끌고 수원에서 경기도교육삼락회 교장선생님들한테 다채로운 문예공연의 무대를 펼쳤다.  공연장을 꽉 채운 경기도 중소학교 로교장선생님들은 조선족특색이 짙은 그들의 부채춤 등 공연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엄지를 내둘렀다.  평양아가씨처럼 생긴 임하영이 금방울 굴리는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도라지를 부르자 로교장들은 관중석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민족의 동질감이 춤판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순정이 수준급 바레 "호수가의 백조와 독수리"를 추자 교장선생님들은 모두 조용히 바레예술의 매력에 푹 빠져 감상하고 있었다. 찰싹! 저게 웬 일인가. 글쎄 한창 바레를 추다가 백조 순정이 독수리 역을 맡은 남바레리나의 귀썀을 찰싹 갈겼다.  관중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독수리가 허리를 끌어안는 순간 순정은 무용강당에서 정호한테 유린당하던 일이 불시에 떠올랐던 것이다. 남바레리나는 어망간에 한대 얻어맞고 주춤 멈춰서더니  손으로 얼얼해나는 얼굴을 만지면서 순정을 멍해 마주 바라보았다.  관중들도 “우와-” 하고 소리쳤다.  그제야 순정은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녀는 독수리를 피해 도망치는 척 바레를 추면서 무대 한쪽 켠으로 비실비실 물러나며 남바래리나한테 눈짓했다.  그제야 뒤늦게나마 눈치챈 남바레리나도 독수리가 백조를 뒤쫓는 척 하며 스리슬쩍 퇴장했다.  그들은 바레에 없는 돌연적 사고를 간신히 얼버무려 예술적으로 마무리졌다. 무대에서 내린 뒤 순정은 남바레리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머리 숙여 사죄했다. “미안해요. 제정신이 아니였어요. 갑자기 이전에 불쾌했던 장면이 떠올라 그만...” 남바레리나는 희쭉 웃었다. “괜찮아요. 독수리가 백조를 랍치하려니깐. 귀썀을 한대 갈길만도 하잖습니까? 그랬기에 바레가 더운 고조에 오른 거 같아요. 허허허.” 남바레리나는 사람 좋게 웃어 넘겼다.   공연을 마치고 그들은 로교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였다.  오후에 그들은 로교장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면서 관광뻐스에 올라 수원에 있는 옛 조선 별궁 화성도 돌아보았다.  순정은 화성 옛 성곽을 둘러보면서 리조 조선의 정조 대왕의 효성에 감동을 먹었다.  정조 대왕은  왕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할아버지왕의  지독한 손에 억울하게 사망한 아버지 사도 세자를 기리여 아버지한테 화성이란 별궁을 지어드렸다고 한다.  정조 대왕은 해마다 경복궁으로부터 말을 타고 화성에 찾아와 아버지께 제를 지냈다고 한다. 해마다 정조 대왕이 화성으로 가는 화려하고 방대한 행차대렬은 몇키로메터나 늘어섰고 구경군들만 해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 수원에서는 해마다 정조 대왕의 화성 행차 옛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사도세자와 아버지 선조왕은 진짜 악연이야. 어쩜 선조왕은 자기 아들인 사도세자를 역적으로 몰아 삼복지간에 상자에 가둬넣어 말리워 죽였단 말인가? 진짜 부자간에 악연이야.) 순정은 쓸쓸하게 화성 옛터를 돌아보면서 자기와 정호도 악연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아프게 때렸다.  (그래, 진짜 악연이야. 더러운 놈과 악연을 맺어 가정도 없고 후대도 없잖은가?) 그녀는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보자 마음이 집게로 띠끔띠끔 물어뜯는 것처럼 아프기만 했다.  (심심산골 농사군 맏아들놈, 네놈이 내 아버지 아니였다면 국장을 했겠구나. 배은망덕한 놈.) 자초에 순정의 부모는 정호가 부모를 모셔야 할 자리라고 순정과의 혼사를 반대했다.  그러나 순정은 울면서 부모의 두 손을 꼭 잡고 꿇어앉아  싹싹 빌었다. “난 이미 정호선생님의 녀자로 됐습니다. 꼭 정호선생한테 시집가야 할 처집니다.”  부모는 핍박에 의해 막무가내로 정호와 순정의 혼사를 묵인했던 것이다.  순정은 정호가 맏아들이여서 시부모를 모시라고 하면 어쩔가고 근심했다.  그런데 시부모는 요염하게 치장한 시내 며느리를 여겨보고 며느리 눈치밥을 먹기 싫었다. 정호는 부모를 보고 기어이 시내에 들어가 함께 살자고 했다. 그러나 부모는 농사군은 농촌이 좋다면서 시내에 가지 않고 평생 농촌에서 살았던 것이다. (아마 내가 시부모를 잘 모시지 않은데다가 애까지 낳지 못했다고 그랬을가? 정호는 보복하려고 바깥에서 바람 피우지 않았는지도 몰라.) 순정은 세상 녀자들한테, 아니, 온 세상 처녀, 총각들한테 충고하고 싶었다. 절대 짝이 기운 대상과 련애하지 말라고.  (진짜 악연이야. 그 놈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내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겠는데. 참 후회막급이야. 그때 나이 어려 세상형편을 몰라 그랬지. 그놈이 담임무용선생님이라고 너무 믿어 발을 빗디뎠지. 한번 풀떡  빗딛이면 한뉘 개고생이야. 그때 그놈한테 깔리우지  않았더라도 내 무슨 이꼴이 됐겠어? 시당위 서기 따님이라고 혼사말군들이 문턱이 다슬게 나드는 판에. 어쩜 고르고 골라 저런 쥐를 골랐어? 세상 색마를.) 순정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후회와 분통이 화산처럼 터졌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그 놈한테 당하던 일이 화성 옛터를 배경으로 영화필림처럼 서서히 떠올랐다. 초중 2학년 때인가? 어느 하루 중간체조하러 나갔을 때였다. 예술학원 무용교원 정호가 줄을 줄느런히 선 녀학생들을 쭉 흝어보며 지나갔다.  그는 순정과 영희 나란히 선 앞에 와서 딱 멈춰 서서 우멍눈으로 이리저리 흘끔흘끔  훑어보았다. (그때 나하구 영희 왜 하필 그 놈 우멍눈에 들었어? 안 그럼 내 팔자 이 지경 안됐겠는데. 참. 안타깝다.) 그후 정호는 때때로 순정과 영희를 데리고 시내에 나가 근사한 해물관에 가서 맛있는 조개랑 소라랑에 맥주를 대접하면서 나꿔챘다.  색마 정호는 항상 무용을 배워주는 척 하면서 그녀들의 야들야들한 우유빛허벅다리도 스리슬쩍 매만지기도 하며 한숨을 풀풀 내쉬였다. 어느날 밤, 순정이 무용강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발레 “호수가의 백조”를 연습할 때였다. 정호가 스르르 뱀처럼 무용강당에 기여들어 희죽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 놈은 “백조한테 독수리 없이야 무슨 멋이오?” 하고 백조와 독수리 쌍무를 추는 상했다.  색마는 순정의 허리를 껴안고 허벅다리랑 가슴이랑 스슬 매만졌다. 순정이 색마를 힘껏 떠밀었지만 그때는 늦었다.  짐승처럼 정욕이 발작한 색마는 순정을 무용강당에 쓰러눕히고 미친듯이 소녀를 유린하고 짓밟았다.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 저는 16세 소녀, 미성년자입니다.” 그러나 나어린 소녀가 아무리 발버둥질치며 반항해도 색마는  놓아주지 않고 무참히 짓밟았다. “개놈새끼!” 순정은 이를 옥물었다. (그때 깔리우지 않아도 네놈한테 시집가지 않았을 거야. 진짜 악연이야. 네놈은 뭐야? 내 아빠 시당위 서기라는 걸 알고 날 나꿔채려고 내한테 접근해 깔아뭉갰지. 짐승 같은 놈. 네놈은 아빠 권력을 등에 업고 출세하려고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정치결혼한 거지. 네놈은 나하구 결혼하기 전에 똑같은 방법으로 그 무용강당에서 영희를 깔아뭉갰지. 뭐야? 영희하구 암암리에 몇십년이나 도적질해 살면서 군철이까지 낳았잖아. 개놈새끼, 인륜을 해치는 색마놈아, 네놈은 감옥에서 제 명에 죽는가 봐라.) 색마 정호는 15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이기에 성감옥으로 이전되게 됐다. 그때 순정은 군철의 낯을 봐서 마지못해 감옥에 면회하러 갔다.  그런데 정호는 뭐겠는가? 정호는 순정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감옥에 갇히긴 갇혔지만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닐 때만은 퍽 낫소. 먹을 거 근심하겠는가? 잠자리 근심하겠는가? 아무런 근심걱정 없소. 건데 딱 한가지만 도와주오.” 순정은 시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요?” “저도 알지만, 어험"  정호는 건가래를 떼며 뒷말을 간신히 꺼냈다. "난 날마다 그걸 하지 못하면 안되잖고 뭐요? 이 놈이 아직도 불끈불끈하는데 감옥 안에선 어쩌는 방법이 없구만. 감옥에 어디 녀자 있소. 내 여생에 이젠 녀자란 제하구 저승사자 혜영 밖에 남지 않았소.” 순정은 구역질이 났다. (이 놈 감옥에서 범죄자들 무용교원 한다더니 편안한 모양이구나. 별 똥궁리까지 다 하고, 퉤! ) 그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오쫄 일어났다. “면회시간 다 됐군요.” 순정이 가버린 감방은 적막하고 쓸쓸하였다. 정호는 밤이면 정욕을 이기지 못해 참기 힘들었다. 그는 감방 침대에 반듯이 들어누워 눈을 스르르 지긋이 감고 이전에 오입을 하던 아가씨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면서 이불 밑에 손을 스르르 넣어 그걸 주물렁주물렁 주물렀다.     하영을 망아산 수림 속에 데리고 가서 치마를 훌렁 들고 초두부처럼 하들하들한 엉덩이, 백지장처럼 샛하얀 우유빛엉덩이에 변강쇠 뜨끈뜨끈한 그걸 꽉 박아넣고 힘차게 흔들던 장면을 떠올렸다. "오홍"     순간, 정호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그걸 부지런이 주물르고 쓸어댔다.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던 정열이, 옥수수죽물 같은 것이 하신으로 쑥 빠져나갔다. "어,시원해."     색마는 도리머리질을 하면서 온몸을 전률했다. 머리가 잠시나마 맑고 푸른 하늘처럼 개운해졌다.     그러나 자위 수음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그러니 별 멋이 없고 그게 해소되지 않았다. 개궁리 끝에 정호는 한 감방에 갇힌 인사과장을 불러 동성애를 구했다. 그러나 인사과장은 정호가 국장 수하가 아니였다. 이전처럼 꼽싹꼽싹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놈새끼, 고분고분 말 안들을래?" "남자들끼리 무슨 재밉니까?" "뭐라고?"      정호는 짐승처럼 인사과장을 감방 침대에 쓰러뜨리고 깔고 들어앉아 바지와 팬티를 훌렁 벗겼다. "최국장 무슨 짓 합니까?" "작작 떠들어. 경찰 오겠다." 정호는 괴춤을 까더니 인사과장의 똥구멍에 대고 그 짓을 해댔다.   후에도 그는 야욕이 발정하기만 하면 짐승처럼 인사과장을 깔고 들어앉아 그 짓을 해댔다. 그래서 감옥 경찰한테 몇번이고 붙잡혀 혼났다. ㅋㅋㅋ  그녀는 심지어 면회하러 온 황선희한테 하던 것처럼 순정의 두 손을 꽉 붙잡고 애원했다. “순정이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잖소? 우리 부부로 30여년 살았는데 말이오. 우리 아직 졸혼상태잖고 뭐요? 금은장신구와 유산을 몽땅 순정한테 물려주자고 우리 가짜리혼했잖아? 우린 진짜 아직도   진짜 부부야. 좀 해소하게 도와주오. 난 밤이 무섭단 말이오. 고독하오. 날 살려주오." 정호의 우멍눈에는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이걸 놔요.” 순정은 정호의 손을 홱 뿌리쳤다. “점점 미쳤구만요. 감옥에서 아직도 마음이 죽잖았구만요."     그녀는 색마를 손삿대질하면서 꾸짖었다.       "당신, 얼마나 많은 녀성들을 유린하고 해쳤는가요? 순정이, 영희, 황선희, 황선자 당신 중학교 무용선생님, 정희, 나영이, 림하영… 그외에도 낯 모를  숱한 녀성들을 얼마나 해쳤는지 몰라. 당신은 미성년녀학생들을 해치 잖았어?!. 엉?!"     "건 무슨 소리냐?"     "그래 당신 저지른 죄를 다 잊었는가? 당신은 무용교원이란 허울을 쓰고 나와 영희를 관심하는 척 하면서 동시에 짐승처럼 무용강당에서 해치지 않았는가? 나하구 결혼해 살면서도 영희하구 계속 암암리에 개짓을 해서 애까지 낳지 않았는가?"      그러나 정호는 이 시각 수치스럽기보다도 속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다행이야. 영희하구 가만가만 살았기에 아들 군철을 남기잖았는가? 너하구만 살았으면, 흥!) 순정은 정호 더러운 속알멀치를 다 꿰뚫어본듯이 계속 꾸짖었다.      (나영이랑 하영이랑 숱한 새파란 녀자들이 당신과 악연을 맺고 얼마나 고통속에서 시달리는지 알고나 있는가? 당신은 인피를 쓴 승냥이야.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정호는 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나영이랑 하영이랑 어떻게 보내기에?"    "나영은 한국에서 네놈이 뿌린 씨를 류산하고 개고생한다더군요. 경찰들한테 쫓기면서 떠돌이를 한대요."     "뭐라고? 나영이 뭐 내 아들딸을 한구들 낳아주겠다고 했잖아? 배신자 같은 년, 애를 떨궈버렸어?"     색마는 단통 우는 상통.     "아이구, 불쌍한 내 새끼야."      "누가 색마 변강쇠 새끼를 받아 낳겠어? 상머저리 내놓고."     "뭐? 상머저리?"     "하영은 당신과 미인계 벌린 추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군철이네 회사에서도 배기기 곤난해유. 별수없어 한국에 갈 궁리를 하더군요. 나영이랑 하영이랑 숱한 녀자들한테 량심가책도 느끼지 않는가요?"      정호는 머리를 좀 숙였다. 이윽고 우먹눈을 거슴츠레 뜨더니 뻔뻔스레 으시댔다.      "미안하오. 감옥에 갇힌 몸인지라 책임져 주지 못해 죄송하오. 그러나 난 한때 나영이나 하영이나 하늘에 붕 뜨게 행복하게 만들어줬어. ㅎㅎㅎ."      "퉤! 더럽다, 더러워! 새파란 녀자들을 몽땅 해쳐놓고서도. 흥!" 순정이 뭐라고 욕해도 정호는 손을 놓아주지 않고 꿇어앉아 빌었다. “부탁이오. 부글부글 끓는 그걸 해소하게 제발 도와주오. 이젠 순정이, 너 밖에 없어. 감옥에도 단칸방면회실이 있다오. 시장경제시대여서 돈만 내면 부부가 단칸방에서 하루 밤 잘 수도 있다오. ” “퉤!” 순정은 정호의 더러운 낯빤대기에 침을 퉤 뱉었다.  “더럽다. 꿈도 꾸지 말라! 네놈 아직도 날 색마의 정욕을 받아내는 도구로 쓰려고 해? 그걸 썩 베서 개나 줘라!” 색마는 순정의 손을 와락 붙잡고 애걸했다.     "제발 날 좀 도와달라. 순정아,"    순정은 색마의 손을 뿌리치며 비양거렸다.    "오- 한가지 좋은 방법 대줄가?"     "뭔데?"     "굴암돼지 엉덩이를 하얗게 튀를 해서 가져다 줄게. 거기 대고 숫돼지처럼 씩씩 그래라."    "돼지엉덩이를? 날 뭘로 보고, 놀리겐?"    "호호호.  너 같은 색마한텐 돼지 엉덩이라도 땡이야."    정호는 순정을 만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세라 정색했다.    "마지막부탁이야. 녀자생식기를 사오겠니?."    순정은 색마의 낯빤대기에 침을 뱇았다.     "퉤! 짐승 같은 놈, 네한텐 돼지 엉치라도 차례질 거 같애!"     색마가 손을 놓지 않자 순정은 고함쳤다. “경찰! 경찰!” 경찰 둘이 뛰여들어왔다. 경찰은 놀란 눈길로 순정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정호를 쏘아보았다. “손을 떼라!” “면회시간 다 됐어!” 그때 순정은 맹세했다. "다신 그 놈 더러운 색마를 찾아가지 말아야지." 순정은 색마 정호와 맺은 악연을 생각하면 할수록 열통이 터졌다. 그녀는 귀뿌리에서 윙-윙- 소리 났다.  색마에 대한 원한이 가슴 속에 뼈 속에까지 못박혀 아파났다. 순정은 정호와의 악연이 몸서리칠 지경이였다. 때문에 그녀는 군철이 회사 예술단 단장으로 초빙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정호 아들 군철의 밑에서 일하기 싫었고 하영이랑 함께 마주 앉아 오래동안 춤추기도 싫었던 것이다. 순정의 눈 앞에는 색마의 유들유들한 번대머리와 음흉한 우멍눈이 삼삼거려 화성 옛 성곽이 흐리마리해질 지경이였다.  악연의 더러운 바줄이 아직도 순정의 목을 독사처럼 칭칭 감으면서  괴롭히고 있었다. 
37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6 김장혁 댓글:  조회:1200  추천:0  2023-06-2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6. 제주도 며느리       제주도의 풍경은 대자연 그대로 아름다웠다. 고향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도 제주도에는 벌써 화창한 봄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푸르른 초원에는 백마들이 달리고 있고 양떼들이 구름처럼 무리지어 다니고 있다.      관광뻐스는 제주도 남쪽 끝으로부터 동북쪽에 있는 성산일출봉을 향해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순정은 리정호 회장과 나란히 앉아 차창 밖에서 뒤로 밀려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앞좌석에는 가수 림하영이 앉아 있었다. 림하영은 군철이네 회사 공회 문예부장이였는데 순정의 요청으로 청가를 맡고 동행하게 되였다. 리정호 회장은 정호가 미국에 미녀군단을 이끌고 가서 공연할 때 한인회 회장을 통해 면목익힌 분으로서 한국 이웃사랑복지회 회장이였다. 그는 당시 문화국 국장 최정호의 요청으로 중국에 백두산관광을 왔던 것이다. 그때 최정호와 순정 부부는 리정호 회장을 모시고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감상하였고 백두산 원시림에서 힐링하는 한때를 즐기기도 하였다. 그후 리정호 회장은 순정이 차린 장백산예술단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서 거의 해마다 10여만원씩 후원했고 소형관광뻐스도 선물하였다. 이번에도 리정호 회장은 모든 비용을 척 내놓아 장백산예술단 한국공연을 성사되게 하였다.       순정은 정호와 졸혼 계약서를 쓰고 졸혼한 후 고향에서 경로원을 차려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과 고아들을 보살피는 한편 경로원에 무용학원도 차리고 후대무용인재를 양성하였고 장백산예술단을 차려 민족예술의 꽃을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군철이 높은 로임으로 회사 예술단 단장으로 초빙했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기로 하였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공회 예술부장을 한 임하영과 한 예술단에서 맨날 마주 바라보면서 살기도 싫었던 것이다. (사람이 어찌 돈만 바라보고 뒤따라 간단 말인가?) 군철의 회사 년말총화 때 군철이 부르면 장백산예술단을 이끌고 가서 축하공연은 해주었다. 이번만은 알맞춤한 가수가 없어 싫은대로 하영을 데리고 한국에 나왔던 것이다. 순정은 한국에 나와서장백산예술단 무용수들을 이끌어 수원로인복지관에서 첫무대를 열고 수백명에 달하는 로인들에게 조선민족 특색이 짙은 무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로인들은 처음 정채로운 조선족 무용을 보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젊고 이쁜 가수 임하영이 무대에 올라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예술단의 공연을 이채를 띠게 하였다. 순정은 공연을 보고 반가워 웃는 로인들의 함박꽃 같은 모습을 보고  졸혼한 후 무용수로서 자기만의 인생을 사는 보람을 한 가슴 가득히 느꼈다. 관광뻐스 앞좌석에서 30대 말이나 될가말가 하는 이쁜 녀가이드 성아가씨가 줄창 재미나는 이야기나 유모아를 해가면서 가이드를 해 웃음 속에서 려로의 피로를 잊게 하였다. 자칭 제주도 며느리라는 성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술인들은 웃음보를 터뜨릴 때도 많았다. 성아가씨가 또 시작한다. “있잖아요? 제가 웃기는 이야기 한다고 욕하진 마세요.” 여기저기서 요청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가이드 얘기 너무 재밌어요.” “또 뭔지요? 제끼제끼(제주도 말로 ‘어서’라는 말이라고 함.) 얘기해주세요.” 리정호 회장도 흥을 돋구려고 끼여들었다. “박수!” 성아가씨는 박수가 멎자 외까풀눈으로 여러분들에게 이쁜 윙크를 날리면서 앵두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제주도에 관광나온 중국 교포가이드께서 들은 유모아를 할가요?” “박수!” “있잖아요? 중국 부자집에서 벌어진 이야기인데요. 처첩은 밤이면 항상 남편을 차지하려고 티격태격했어요. 부자는 항상 나 먹은 본댁보다 나어린 첩한테 자꾸 더 갔어요. 본댁은 생각다 못해 이런 제의를 했어요. 남편 량쪽에 본댁과 첩이 눕기로 하고 남편의 그게 누구 쪽으로 넘어지면 그날 밤엔 남편은 누구 거로 하기로 하자고 했지요. 첩도 그러기로 했지요. 남편과 첩은 궁리 끝에 한가지 묘수를 썼지요. 그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요. 이상하게 날마다 밤 남편이 그게 첩쪽으로만 넘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첩은 거의 날마다 남편을 독차지하나 다름없게 됐지요. 본댁은 하도 이상해서요. 어느 하루 밤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누워서 퉁사발눈이 돼서 남편의 그걸 살펴보았어요. 또 첩 쪽으로 스르르 넘어지는게 아니겠어요. 본댁은 꽥 소리쳤어요. ‘관둬(别拉鸡巴倒吧)!’ 웬 일일가요? 본댁이 찬찬히 여겨보니깐요. 간사한 첩년이 글쎄 실로 남편의 그걸 매서 스르르 자기 쪽으로 당겨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호호호.”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보가 터졌다. “진짜 웃겨요.” 성아가씨는 걀죽한 얼굴에 별로 웃음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말했어요. “그때부터 중국 한족들은 ‘관둬.’라고 할 때면 ‘拉鸡巴倒吧!’ 하고 소리쳤다고 해요. 건데요. 옳은지는 몰라도요. 원래는 ‘别拉鸡巴倒吧’ 아닌가요? 건데요. 뼈(别)는 빼고 鸡巴만 拉倒吧 해서 ‘拉鸡巴倒吧!’라고 했대요.” 녀무용수들의 키득거리는 소리 멎자 그녀는 또 시작한다. “이번에는 제가 우리 시집 얘기를 하겠는데요. 절 못쓸 제주도 며느리라고 욕하진 마세요.” 모두들 성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걀죽한 얼굴에 외까풀눈, 그리 쉽게는 생기지 않은 녀성이였다. 그녀의 이쁜 외씨얼굴에도 뭔가 좀 어두운 그림자도 비껴 있었다. “저는 집에서는요, 시집 얘기 못해요. 이렇게 관광뻐스에서 손님들께 한바탕 시집 얘기 하고나면 가슴이 후련해요.” 성아가씨는 마른 침을 꼴깍 넘기더니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저의 고향은 제주인데요. 여러분들도 주의해 보았겠지요? 우리 제주도 집은 대부분 한 집에 동서에 연통 두개가 있잖아요?” “예.” “보았습니다.” 성아가씨는 청취자들의 주의와 마음을 휘여잡는 예술기교가 있었다. “우리 제주에서는 꼭 아들며느리 중에 마음이 젤 고운 아들며느리가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전통가정풍속이 있지요. 일반적으로 단층짜리 집이면 며느리가 한데 쭉 붙은 한 집에서 동쪽 부엌을 차지하고 서쪽 방에 시부모를 모시고 살지요. 그러나 부모 자식은 서로 각기 다른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따로 세간살이 하나 다름없지요. 그러나 한 집에서 조석으로 부모를 보살필 수 있어 효성하기는 안성맞춤한 생활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모들도 밖에서 헤매는 아들며느리를 거들어 손군들을 봐 줄 수 있어 천륜지락을 누릴 수 있지요. 그러나 다 편리하고 좋은것만은 아니지요.” 성아가씨는 자기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이쁜 무용수들을 내려다보며 뒷말을 좀 무거운 어조로 이었다. “저의 시부모한텐요. 아들며느리 넷이나 돼요. 저는 셋째며느리인데요. 어쩌다가 시부모의 안목에 우리 부부가 젤 착한 아들며느리로 뽑혀 시부모와 한 아파트에서 살게 됐지요. 물론 우리 집은 단층집이 아니여서 동서로 갈라져 살지 않고요. 2층 아파트여서 아래층에 시부모가 계시고 저희 부부는 2층에서 살지요. 비록 아래위층에 나눠 밥도 따로 끓여먹으면서 살지만요. 편리하기 보담 불편할 때가 더 많은 거 같아요. 왜서인가고요?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실래요?” 모두 묵묵히 머리만 끄덕였다. 성아가씨 서서히 입이 터졌다. “아래위층에서 살기 땜에 시어머니는 때때로 저의 2층에 올라와 부엌에 들어가 뭘 좋은 걸 끓여먹었는가 검사해요. 혹시 색다른 음식을 하면 저는 꼭 시부모한테 먼저 떠다 드렸죠. 그런데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일가요? 원 참, 감시당하는 느낌 아주 더 말할데 없지요. 그뿐이 아니예요. 제가 가이드 나갔다가 돌아올 때 된 거 같으면요. 시어머니는 벌써 아래층계 어귀에 앉아 기다려요. 뭘 들고 오는가고 저의 손부터 살펴보지요. 혹시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더욱 고대해요. 뭔 기념품 사오는가고? 시어머니는 분주해요. 누구한테 더 좋은 걸 주는가 살펴야 하니깐요. 저는 이렇게 시어머니 감시 속에서 속이 한줌만해서 사사건건 주의하면서 살아야 해요.” 성아가씨는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걀죽한 외씨얼굴에 어색한 허구픈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딱 마치 남의 시어머니 얘기하는듯이 어조도 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심은 얼마나 복잡하고 고달팠겠는가 하는 것이 력력히 엿보였다. 성아가씨의 넉두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저는 한반도 대륙쪽이거나 국외로 가이드로 갔다가 돌아올 때면요. 꼭 시부모와 저의 시형제들께 드릴 선물을 똑같은 것으로 네몫을 사지요. 그렇게 공평하게 처사했기에 간신히 누구한테도 말을 듣지 않았지요. 시부모는 똑같은 선물을 쳐들고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치하하군 했어요. 시어머니는 동네에 나가서도 저의 자랑을 늘여놓군 했지요. 동네에서도 저를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라고 했어요. 그런데요. 한번은 진짜 마음에 내키지 않았어요. 시부모가 미국에 관광 갔다가 돌아왔는데요. 글쎄 큰아들과 며느리한테는 스위스손목시계를 선물로 주고 그 아래 자식들한테는 일본 세이꼬시계를 선물로 주지 않겠어요. 저는 얼마나 서운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셋째며느리한테 이렇게야 할 수 있겠어요. 관광 갈 때도 저는 큰며느리보다 려비를 더 드렸는데요. 시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했어요. ‘머리카락도 위로부터 쓸어내린다. 내 마음 속엔 그래도 맏아들이 젤 커.’ 한번은 시어머님이 일하시다가 허리를 상해 입원해야 했어요. 아들며느리 다 찾아왔는데요. 시어머니는 업히워 집에서 나가 차에 앉아야 했어요. 아들들은 서로 자기가 업겠다고 등을 돌려대고 꿇어앉았어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맏아들을 불렀어요. ‘난 그래도 맏아들 잔등에 업히면 젤 편하고 든든해.’ 시어머니 뭔가요? 우리 부부가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조석으로 부모를 정성을 다해 살뜰히 모시지 않았는가요? 우린 셋째라고 크게 보이지도 않는가요? 마음 속으론 맏아들만 믿고 저의 남편을 어떻게 그렇게 이붓자식처럼 대하는가요? 이뿐이 아닌데요. 다른 며느리들이 명절 때 어쩌다 찾아와 용돈을 몇십만원씩 드리면 그걸 크다고 해요. 동네에 나가서도 어느 며느리 얼마 가져왔다고 혀끝이 다슬게 치하하지요. 어찌 이럴 수 있어요? 저는 분통이 터져서 시부모가 들을가 봐 집에서 남편과 행악질 못하고 해변가에 남편을 끌고 가서 분통을 터뜨리군 했어요. 어떤 때엔 밤중에 혼자 강가에 나가 돌멩이를 주어던지면서 고함쳤어요. ‘시어머님, 어쩜 이럴 수 있어요?’ 한참 소리치고 나면 마음이 후련했지요.” 관광뻐스 안은 제주도 며느리 시어머니를 공소하는 성토장으로 돼버린 기분이였다. 성아가씨는 손수건을 꺼내 걀죽한 볼에 흐른 씁쓸한 눈물을 닦고 나서 허리 굽히며 말했다. “여러분, 미안해요. 제가 실례한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오늘도 여러분께라도 하소연하고나니깐요. 퍽 해소된 거 같아요. 가슴이 후련해요. 한반도 대륙의 남자들은 우리 제주도 남자들보다 안해를 살뜰히 배려하고 보살필줄 안대요. 터놓고 말해서. 저도 졸혼하고 대륙에 나가 살고 싶어요. ”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는 끝났지만 침묵으로 꽉 찬 뻐스 안 여기저기서 무거운 한숨소리만 들릴 뿐이였다. 순정은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서 차창 밖으로 휙- 휙 – 뒤로 스쳐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내다보면서 피뜩피뜩 뭔가 련상과 추억이 떠올랐다. (한 집에서 가마 두개 걸고 시부모를 조석으로 보살피면서 모시고 살면  실제적이고도 천륜지락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제주도 전통적인 가정의 미풍량속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구나. 그러고 보면 시부모를 모시지 않은 내가 다행이구나.) 관광뻐쓰는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니 어느새 성산일출봉 기슭에 이르러 서서히 멈춰섰다. 천지를 뒤흔드는 지진과 용암분출로 하늘에 솟아오르다가 물앉은 성산일출봉은 해변가에 우뚝 솟아 그들을 반겨맞았다. 그들은 저 멀리 날아예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가파로운 성산일출봉에 쉬염쉬염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 한 반시간 톺아 가파로운 절정에 오르니 화산분출에 충적된 기암괴석 사이로 누워 있는 평평한 분지를 볼 수 있었다. 지진은 해변가에 천혜의 명승을 낳은 것이다.     순정은 성산일출봉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감회가 깊었다.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도 전통가정도 지진과 화산분출을 거쳐 전통가정풍속을 깨고 새로운 가정의 신기루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 사회에는 시부모와 함께 살기 좋아하는 며느리 하나도 없다. 또 아들며느리와 함께 살자는 부모도 없다. 서로 불편하다고. 아, 이젠 3대가 한 구들에서 살던 전통가정 풍속은 영원히 사라져가고 있다. 아마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부모와 자식들의 바람이고 리상적인 가정형태리라.)      성산일출봉에 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와 가슴을 힐링해준다.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소리 귀전을 씁쓸하게 간지른다.     저 멀리 해녀들의 구슬땀이 파도치며  하얀 물바래로 부서지면서 바다를 시퍼렇게 멍들게 하며 울게 한다.     재빛 갈마기들이 훨훨 날아와 제주도 전통가정 고부간에 평화를 기도하면서  서정시를 물고와 은은히 불러준다.
369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5 김장혁 댓글:  조회:1163  추천:0  2023-06-2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5. 사막에 우뚝 솟은 기념비        모래바람이 사막의 산등성이를 핥으면서 기승스레 불어친다. 모래언덕은 화로불처럼 홧홧 달아올라 천하를 불태울 상 싶다. 목 안까지 말라들고 발바닥이 델 지경이다.  목 안과 입술이 다 말라 갈라터질 지경이다.       렬악한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는 사막의 오아시스 천사와 추장들한테서 시원한 물을 한모금 얻어 마셨다. 사막에서도 자그마한 사랑의 오아시스가 있고  마음이 뜨거운 추장들과 천사가 계셔서 살 것만 같고 온 몸에 힘이 솟구쳤다. 마라토너는 다시 산더미 같은 책짐을 메고 높은 문턱을 힘겹게 넘어간다. 그런데 글쎄 책짐이 졻은 문선에 떡 걸려 낑낑거리면서 간신히 넘어가야 했다.       “미쳤어, 미쳐, 왜 저래?”       사막의 불여우는 눈깔을 팬들거리면서 코웃음쳤다.       문턱을 지키는 수전노는 민족정신이고 뭐고 주산알만 딸깍딸깍 튕기며 안경 너머 햇볕에 거머스름하게 탄 마라토너 얼굴을 건너다보며 콧방귀를 뀌였다.      “흥! 세상 별의별 바보를 다 보았어. 경제시대에 돈을 벌지도 못하는 책을 내 뭘 해? 뭐? 집을 팔아 저 책을 냈다고? 어떤 녀자인지? 팔자는 더럽다. 저런 나그넬 믿고 한지에 방아를 걸겠어. 그 녀자 고생문이 터졌다. 저걸 어쩌니? 책짐을 메고 다니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아. 작작 혼자 고상한 척하지도 말라구,” 별의별 조소가 다 터져나오며 사막에서 십급태풍을 일으킨다. “하필이면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마라톤을 하다니? 참, 할 일도 없구만.” “그래. 물 한모금이라도 얻어 마시면 험한 사막을 떠나 다른데서 달리지 못하고. 참, 인생 고달프다.” 동정하는 목소리도 쌀에 티처럼 섞여 들린다. 사막의 마라토너는 들었는둥 마는둥 책짐을 메고 지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종호는 한 자동차나 되는 책짐을 해관 창고에 가서 세를 낸 차에 싣고 기차역 화물처로 달려 갔다. 화물처에 가서 책짐을 고향에 부쳤다.        이튿날 책짐은 천신만고 끝에 고향 역에 도착했다. 종호는 커다란 화물차를 세내책짐을 실어 셋집에까지 실어갔다. 종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짐을 셋집에 메 올려갔다. 그는 책짐을 다 메나르자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세면실에 들어가 샤와를 쏴- 틀어놓고 시원한 물에 후줄근히 젖은 땀을 말끔히 씻었다. 사막에서 묻은 더러운 모래와 조소를 몽땅 닦고 또 닦아버렸다. 종호는 목욕재계한 후 산더미 같은 책짐을 객실 벽 중앙에 정중히 모신 모택동주석의 초상화 아래에 한상자 한상자 차곡차곡 무져놓았다. 모두 20여 상자나 되는 책더미는 산더미 같았다. 저게 뭔가? 종호는 두손을 합장하더니 모택동 주석 초상화와 책짐에 대고 큰절을 꾸벅꾸벅 세번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뒤이어 그는 일어나 두손을 합장한 채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위대한 수령 모주석이시여, 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혁선렬들이여, 그대들의 선렬과 혼이 담긴 책을 몽땅 찾아왔습니다. 이게 한 가난한 로기자의 사명감이고 의무감이 아니겠습니까? 그대들에게 욕보이지 않았는지 마음 속으로 죄송합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책을 한질을 꺼내 미리 준비해놓은 빨간 종이에 정히 싸안고 산더미 같은 책더미를 배경으로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종호는 그 빨간 종이에 싼 책을 꺼내 가방에 정히 넣어 메고 혁명렬사기념관으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전람관에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전람관의 해설원을 따라 삼도만토비숙청에 토비소굴에 돌진하던 탱크 앞에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책을 탱크 앞에 공손히 드리고 넙쩍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혁명선렬들이여, 이제 이 책으로 그대들의 사적을 온 천하에 알리겠습니다. 일편단심으로 선렬들의 피가 헛되히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 그의 귀전에는 토비들을 항복시키려고 삼도만 토비소굴로 들어갔다가 간악한 토비들에게 생매장당하면서 고함치던 김지도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상 싶었다. “토비놈들아, 네놈들이 끝장날 날이 오래지 않다. 우리 민주련군 2천명이 네놈들을 소멸하러 올 것이다.” “중국 공산당 만세!” “국민당 토비들을 타도하자!” 종호의 눈 앞에는 탱크를 앞세우고 삼도만 강곬의 얼음을 타고 진격하던 민주련군의 무수한 선렬들, 앞사람이 흉탄에 맞아 가슴에 진붉은 선혈을 흘리며 쓰러지면 뒤사람이 뒤이어 돌격하던 선렬들의 영웅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탱크가 삼도만 토비소굴 대문을 깔아뭉개면서 쳐들어갔다. 토비들은 혼비백산해 사처로 도망쳤다… “아, 영웅적인 민주련군 용사들이여, 인민들은 영원히 선렬들을 잊지 않고 기릴 것입니다.” 종호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이슬맺힌 눈을 스르르 감으면서 혁명렬사들을 떠올렸다. 그는 해설원을 따라 혁명렬사기념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항일전쟁과 해방전쟁 시기 혁명렬사들의 사적을 또다시 들었다. 이젠 몇십번 듣고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사진 찍고 취재했는지 모른다. 그는 매개 렬사들과 영웅들이 일찍 싸운 전적지를 다 답사하했다. 태항산 조선의용군 전적지, 광서토비숙청전적지, 해남도전적지까지 다 돌아다녔다. 혁명렬사기념관을 돌아보는종호의 귀전에는 리상설이 개설한 서전의숙에서 일제에 맞서 사생들이 조선어로 랑랑한 긁 읽는 목소리가 들리는상 싶었다. 윤동주의 시구도 떠올랐다. “하늘을 우러러 티끌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리라.” 그의 눈 앞에는 무수한 혁명렬사들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13세 어린 나이에 감옥에 갇혀서도 굴하지 않고 뜨개바늘로 이불보에 절개를 새긴 소녀렬사 김순희, 시퍼런 작두날에 목이 잘리면서도 혁명절개를 굽히지 않은 김상화, 림해설원에서 항일유격전쟁을 하다가 일본 놈들한테 포위당해서도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운 동만 제1임서기 동장영, 최숙자 렬사… 그의 귀전에는 동북야전군의 10만을 헤아리는 조선족장병들이 동북을 해방하고 북경과 천진을 해방하고 황하와 장강을 뛰여 넘고 해남도까지 진격하는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총포탄이 비발치던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우다가 장렬히 희생된 만여명이나 되는 조선족렬사들의 혼이 살아숨쉬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그렇다, 진붉은 오성붉은기에는 우리 혁명렬사들의 진붉은 피가 슴배여 빛나고 있었다… 참관을 마치자 종호는 빨간 종이에 싼 책을 두 손으로 해설일군한테 드렸다. “혁명렬사들의 혼이 담긴 이 책을 혁명렬사기념관에 드립니다.” 전람관 일군은 두 손으로 정히 받아안았다. 그날로 종호는 책 한상자를 불구자협회에도 드렸다. 심지어 집에 고이 누워 사는 불구자들은 책을 받고 감동돼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들은 신체는 불구지만 성한 일부 사람보다도 더 정의감이 있었다. 그들은 누운 자리에서도 선렬들의 사적이 담긴 책을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은 종호가 책을 가져다주어도 받아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페지도 읽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종호가 얼마나 애나게 지하철을 갈아타고 배를 타고 기차 타고 천신만고 끝에 가져온 책인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 종호는 혁명렬사들의 혼과 선렬이 슴배인 산더미 같은 책짐을, 그의 피땀이 슴배인 책더미를 헤치여 쭉 사회 각 계층에 나눠주고 나니 한숨이 후 나갔다. 혁명선렬들을 위해 뭔가 해놓은 거 같아 졸혼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류려평과 리혼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집을 팔아 저 숱한 책을 낼 수 있었겠는가.” 그는 자기 인생에서 불효하고 정의감도 없는 려평과 리혼한 일이 젤 잘한 일이라고 새삼스레 느꼈다. 류려평은 그가 삼도만에랑 태항산전적지에랑 취재하러 다닌다고, 집의 돈을 쓸데 없는 일에  길에 다 늘여놓는다고 퉁사발눈을 부라리면서 얼마나 욕설을 퍼부었던가. "잔소리는 얼마나  진절머리나게 했던가." 아, 종호는 류려평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치떨렸다. 종호의 귀전에는 아직도 리정호 회장이 이완표 사장과 하던 말도 떠올랐다. “이사장, 항일투사들의 혼이 담긴 책이 무슨 국경이 다 있어? 중국 인민들이 항일투쟁한 사적을 쓴 이 책을 내주게나. 일본 침략자놈들이 얼마나 우리 중한 인민들을 철발굽으로 짓밟았는가? 지금 일부 우둔한 사람들은 민족심마저 잃고 중일관계처리에서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자' 고 망발하네. 어찌 일본 놈들의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우린 일제 놈들이 과거 우리 나라를 유린하고 짓밟은 침략사와 중조 항일투쟁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네. 우린 그 놈들과 싸운 중국 투사들의 책을 내야 하네. 중국 조선족항일투쟁사도 전반 항일투쟁사 일부분이야. 후대들이 다 대를 이어 알게 해야 하네. 민족심으로 책을 내야 하잖나? 그래야 값진 출판인기여.” 종호는 책을 다 나눠주고 나서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혁명렬사기념관에 찾아갔다. 그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혁명렬사 기념비와 락조 비낀 눈 덮인 서산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주덕해 기념비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뇌였다. “한국 유지인사들도 항일투사책을 내주자고 애쓴 판에, 참, 사막의 악어와 수전노들이 리해 안돼. 당신들한텐 량심이 있는가? 주산알이나 튕기면서 돈만 따지는 수전노들, 참, 정의감과 민족심이 꼬물만치라도 있는가? 혁명렬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그는 푸른 창공을 떠이고 우뚝 솟은 혁멸렬사기념비에 넙적 엎드려 큰 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저게 뭔가?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 책이 흩날려 여기저기 우박처럼 떨어진다. 그 책들이 밑거름이 돼 삭막한 사막에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책들이 요술을 부리듯이 샘물이 퐁퐁 솟는 샘물을 벌집처럼 송송 뚫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그 책들이 사막에서 힘들게 걸어가는 백성들한테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고대로마 척박한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은 사랑의 녀신 헤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누가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는가? 혁명선렬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책들이 어두워져가는 사막에 밝은 등대로 돼 사막에서 힘겹게 달려가는 마라토너들의 마음을 대낮같이 환히 비춰주지 않는가!       순간 우뚯 솟은 기념비 너머 혁명렬사들의 혼이, 유령이 구름을 타고 신기루처럼 사막에 나타나 빛발치고 있었다…
36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4 김장혁 댓글:  조회:1072  추천:0  2023-06-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4. 오아시스의 추장들 한치 눈앞도 헤아리기 힘든 사막에 놀랍게도 옹담샘물이 퐁퐁 솟고 천사들이 모여 사는 사랑의 오아시스가 있단 말인가.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달리던 마라토너는 책짐을 내려놓고 얼굴의 후줄근한 땀을 팔소매로 쓱쓱 닦으면서 파란 물이 찰랑거리는 오아시스를 내려다보았다. 오아시스의 천사 순정은 종호를 뒤따라 해관 출구에까지 나오면서 나직이 말했다. “리사장님, 조용히 기다리십시오. 이제 왕과장과 잘 말해놓을테니까.” 종호는 순정을 보고 말했다. “감사하오. 그러나 절대 코밑치성을 하면서 저 자들과 사정하진 마오. 너무 하단 말이오. 항일투사들이 목숨 바쳐 싸운 사적을 쓴 선렬들의 피로 물든 책인데 세금을 다 물린단 말이오? 목숨 바펴 싸워 이 나라를 세운 항일투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돈 밖에 모르는 자들, 노는 꼬락사니들 참 한심하오.” 순정은 종호를 눅잦혔다. “경제시대 돼서 그렇지요.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이 그런 거 어쩝니까? 떠든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오.” 종호는 순정을 돌아보며 투박한 소리로 두덜거렸다. “수전노들이오. 아니, 비린내를 맡고 두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막의 악어들이오. 세금만 물리기만 해보지. 가만놔두지 않겠소. 한국에서 우편으로 부치면서 세금을 물었는데 국내에서도 세금을 내면 뭐요? 세금만 내다나면 말겠소. 그 돈이면 책 한권이라도 더 내겠소.” 순정은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방법을 대서 책을 꺼낼테니까. 기쁜 소식을 기다리세요.” 그제야 종호는 택시쪽으로 가면서 순정한테 물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소?” 순정은 뒤에 죽 늘어서서 이쪽을 할끔거리면서 기다리는 이쁜 녀성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네. 우리 장백산예술단에서 한국공연을 떠나는 길인데요.” 종호가 여겨보니 그 미녀군단에는 인기가수 임하영도 있지 않겠는가. 그 유명짜한 가무단 부단장, 정호의 애인… ㅋㅋ “오- 그럼 또 리정호 회장님이 요청했겠구만.” “네. 그래요. 교통비와 주숙비를 몽땅 리정호 회장님이 부담했어요.” 종호는 한숨을 후 내쉬였다. “리정호 회장님은 참 대단한 분이오. 가면 먼저 인사를 전해주오. 이 책을 내주게 주선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오. 전번에 찾으니까. 리회장님이 사양해서 인사도 방정히 하지 못했소.” 순정은 종호가 택시에 오르기 전에 부탁했다. “리사장님, 한국에 나오게 되면 다시 련락하지요.” 종호는 순정의 길다란 손을 잡아 흔들며 대답했다. “알았소. 나도 이제 책짐문제 순조롭게 풀리면 일주일 후에 한국에 나가겠소. 그때 다시 만나기오.” 종호는 동창생인 정호 안해 순정을 잘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순정이 차린 장백산예술단을 취재하러 갔다가 리정호 회장을 처음 알게 되였다. 리정호 회장은 정호를 통해 여러번 백두산에도 올라가 보았고 중국 각지를 유람하였다. 그는 정호의 부탁을 받고 순정의 장백산예술단에 숱한 자금을 대주었다. 또 이번에는 종호의 책을 출판하게 한국 출판사도 주선해주었던 것이다. 진짜 착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일을 수없이 한 사막의 오아시스 추장이였다. 종호는 책짐을 택시에 싣고 시내로 달려오면서도 정호 회장을 떠올렸다. 엄동설한에 기승스레 불어치는 눈풍설을 무릅쓰고 종호가 십여개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책을 내지 못해 안달을 떨 때 정호 회장이 서슴없이 나섰다. 그는 여러 모로 연줄을 달다가 경기도 교육삼락회 채순목 회장이 수원에 있는 한 출판사 이 완표 사장을 잘 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리하여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 종호는 리정호 회장과 채순목 회장을 따라 택시를 타고 수원으로 달려갔다. 소낙비는 택시 앞유리를 창창 들부셔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채순목 회장은 당뇨병이 심해 점심때가 거의 되자 불시에 혈당이 내려가 머리가 어지러졌다. 그러나 그는 종호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리회장과 함께 벤체벨리 4층에 올라가 사장실 문을 떼고 들어가 이완표 사장을 만났다. 채순목 회장은 이완표 사장한테 종호를 소개했다. “이분은 중국에서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량반이네. 당신들 글 쓰는 사람들끼리 통하는게 있을 거네. 이번에 리사장은 항일투사들의 이야기책과 이민사를 썼는데 어떻게 이사장이 힘껏 도와 주게나.” 보통키인 이완표 사장은 꺽다리 종호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러나 얼굴에는 퍽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가 력력했다. 종호는 인차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출판비용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자비로라도 출판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이완표 사장은 인차 대답은 못하고 그저 원고부터 보자고 했다. 종호는 유판을 꺼내 건넸다. 이완표 사장은 유판을 꽂고 원고를 대충 내리보고 말했다. “원고를 저장해뒀어요. 이제 우리 편집들이 원고를 먼저 심열해보고 출판비용문제는 천천히 상의하지요.’ 그러자 리정호 회장은 보다못해 한마디 했다. “이사장, 통쾌하게 내주겠으면 내주겠다고 대답하게나. 출판비용은 근심하지 말라고 하잖아?” 이완표 사장도 난감해했다. “알았어요. 원고에 문제 없으면 내도록 하지요. 지금 국가에서 북방사회주의 심열제도가 엄해요. 한국 땅에서 한 한국 항일투사이야기면 모르겠는데요. 중공의 령도아래 중국 땅에서 항일투쟁사를 쓴게 돼서 좀…” 채회장도 한마디 했다. “지금 어느 땐가? 민주주의 한국에서 웬 그리 까다로워? 중국 조선족들이 한 항일투쟁은 항일투쟁이 아닌가? 뭘 중공이고 뭐고 하는가? 웬간하면 책 내라구.” “알겠어요. 될수록 내는 쪽으로 하지요.” 이완표 사장은 머리말을 읽어보고 종호의 책을 내기로 결단  내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도만토비숙청 취재과정이야기를 보고 너무나도 감동됐습니다. 리사장님, 이 책을 쓰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리사장님의 뜨거운 민족애와 창작정신에 너무너무 감동돼 이 책을 꼭 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그런데 한국과는 표기법도 달라 한국 출판사 편집들이 교정을 보는데도 애를 먹었다. 도합 8권이나 돼서 편집 3명이 초심만 해도 반년 너머 걸렸다. 종호는 택시를 타고 달리면서 책짐을 매만지며 홀가분한지 몰랐다. 사물어운 한족안해 류려평과 졸혼하지 않았더라면 집을 훌 팔아 책을 낼 수 있었겠는가. 그는 한편 사막과도 같은 한국 세상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을 잊을 수 없었다-리정호 회장, 채순목 회장, 이완표 사장... 종호는 책이 나오자 채순목 회장한테 드리려고 했다. 눈풍설이 기승스레 이는 날에 전화로 찾았는데 글쎄 당뇨병으로 세상떴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완표 사장의 말에 의하면 채회장은 생전에 여러번 전화로 책을 꼭 내주라고 부탁했다고 하지 않겠는가. (채회장님이 글쎄 책이 나온 걸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다니? 참, 세상도 야속하다, 야속해.) 사막의 문턱에 동전이 딸랑딸랑 떨어지는 소리 처량하다. 주산알을 튕기는 소리 요란히 귀전을 울린다. 산더미 같은 책 무더기로 사막의 모래바람에 휘날려간다. 마라토너는 인심이 야박한 사막에서 마음씨 착한 오아시스의 추장님 한분을 잃은 것으로 해 마음이 아팠다. 그는 코마루가 시큼해나면서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 세상도 무심하지. 어쩜 사막의 길목을 지키면서 문턱세나 받아먹는 악어나 전갈, 독사들을 수태 두고, 남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는 오아시스의 추장님, 마음씨 착하기로 천사 같은 채회장님을 그리도 일찌기 데려간단 말인가?
36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3 김장혁 댓글:  조회:1057  추천:0  2023-06-1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3. 사막의 악어 칼바람 부는 바다를 온 밤 달려 종호는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과도 같은 한 부두에서 내렸다. 묵직한 책배낭을 둘러메고 묵직한 책트렁크를 끌고 만톤급 륜선에서 내려 해관 출구를 나서려는 때였다. “섯!” 종호는 등곬에 식은 땀이 쪽 끼쳤다. 두리모자 둘이 다가왔다. 한 두리모자가 퉁사발눈을 부라리며 책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짐을 헤치라구. 트렁크 안에 건 뭔가?” 종호는 허리를 쭉 펴고 가슴을 내밀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항일영웅이야기책이오.” “배낭에 건 뭔가요?” 이번엔 녀성두리모자가 언성을 낮춰 그래도 좀 부드럽게 물었다. “조선족이민사책 견본입니다.” 남녀두리모자는 서로 눈길을 맞추었다. “모두 몇책이나 되는가요?” 종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한 50여책 될 겁니다.” 남자두루모자가 퉁사발눈에 미소가 어리는 눈치였다. 그자는 주먹코를 주먹으로 쓱 닦더니 책짐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세금을 내야 해.” “뭘? 세금? 금시초문이군.” “여기 좀 오라구.” 녀자두리모자가 그래도 부드럽게 말했다. “손님, 30책 넘으면 해관세를 내야 해요.” 진짜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다가 전갈이나 악어나 만난 격이요,  독사나 사기군 불여우를 만난 격이였다. 팔목까지 푹푹 빠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다가 문턱을 높여놓고 문턱에 시주하라는 격이 아닌가. (이런 악어놈들, 문턱을 높여놓고 문턱에 시주하라는 건가? 문턱세를 내라고? 내 무슨 상림아주머니냐?  더러운 놈들,  채발을 놓고 고기들이 뛰여들기를 기다리는군. 악어 같은 놈들, 주둥이에 뭔가 처넣어야 더 물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흥, 그러나 이 어른이 먹이를 줄 사람 아니야. 네놈들을 가만 놔둘 거 같아?) 종호는 턱을 쳐들고 해관 천정을 쳐다보며 따지고 들었다. “이보시오. 내 책을 찍어 들여오는데. 무슨 책장사하는가 해 그럽니까? 세금은 무슨 뚱딴지 같은 세금?” 숱한 사람들이 두리모자들과 종호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가라니까.” 남자 두리모자는 사람들을 출구로 내쫓아버렸다. 남자두리모자는 코웃음쳤다. “이 사람,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국가 해관세정책을 꼬물만치도 몰라? 당신 며칠 전에 숱한 사람의 이름으로 숱한 책을 국내에 부치지 않았는가? 여러 사람한테 부치면 우리 눈을 속일 거 같은가? 산더미 같은 책을 몽땅 세금 내지 않고 내갈 거 같은가? 도깨비라도 이런 도깨빈 첨 봐. 산더미 같은 책을 부친 사람을 첨 본다.” 종호는 해관 문턱에 떡 걸릴줄은 몰랐다. “이게 무슨 반동서적인가? 항일투사들의 이야기를 쓴 책인데.” 녀자두리모자가 배낭에서 책을 하나 쑥 꺼내 펼쳐보더니 종호를 아니꼽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글쎄 뭘 쓴 책인지 우리 어떻게 아는가요? 이건 조선어책 아닌가요?” 두리모자들은 한족이여서 조문책을 알아볼리 만무하였다. “맞소. 내용에 문제 없소. 난 당성으로 보증하오.” 그러나 두리모자들은 순순히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글쎄 내용이 괜찮으니까. 그저 세금이나 물리는 겁니다. 안 그럼 한국 책은 하나도 들어오기나 하겠군요. 그저 순순히 세금을 내고 책을 가지고 가세요.” 남자두리모자는 더욱 기세 사납게 나왔다. “세금 안 내겠으면 한국에 되보낼줄 알어. 우편료를 내야 해. 한국에 가서 30책 이내씩 몇십번 메고 들어와 보라구. 세금 내는게 나은가, 어느게 나은가? 흥!” 종호는 가만 놔둘 수 없었다. “이 사람들 내 누군지 모르고 마구잡이 하겠어?” 두리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당신 누군가?” “겁나 할 거 같은가?” “세금 내라면 낼게지.” 종호는 웃호주머니에서 기자증을 꺼내 높이 내들었다. “난 기자란 말이오. 모 신문사 부사장이오. 그래 당신들 신문에 낼가? 시비해 볼텐가?” 똥별을 하나 단 것 같은 한 두리모자가 다가와 종호 손에서기자증을 받아 몇번이고 종호 얼굴과 기자증 사진을 대조해보았다. “기자군요.” “기자면 해관세 내지 않아도 될 거 같은가?” “잠간만요.”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순정이 나타났다. 진짜 꿈만 같았다. 사막에 천사가 나타날 줄이야. 사막에서 힘겹게 마라톤을 하던 마라토너에게 단물 한모금이라도 보태주는 천사가 타나탔다. “리사장은 저의 동창생인데요.” 순정은 정호와 함께 부두로 해 한국 관광을 나들면서 똥별을단 그자를 잘 알고 있었다. “왕과장, 리사장님을 좀 봐주세요.” 왕과장은 순정한테서도 수태 받아먹은게 있는지라 알은체했다. 그는 종호를 돌아보며 태도를 확 바꿨다. “리사장님, 사장님을 몰라 봐 미안합니다. 규정에는 30책 넘으면 해관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항일투사들의 이야기를 낸 좋은 책이기에 내보냅니다. 어서 가십시오.” 악어가 주둥이에 문 비게덩이를 놓는 순간이였다. 그러나 종호는 떡 버티고 서서 한술 더 떴다. “항공편으로 부친 책은 어쩔 셈인가?” 왕과장은 혀끝을 조심하면서 얼버무렸다. “우리도 상부에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책수량 너무 많아서. 통지를 기다리십시오.” 종호는 도리여 기세등등해 을러멨다. “세금을 안기는 날엔 내 끝까지 신문 지상에 내서 시비할테니까. 그줄 알라고. 당신들 그저 두리모자를 계속 쓰고 여기서 밥벌이를 하겠으면 좀 조용히 있으라고. 날 건드려서 먹을 알이 있을 거 같은가?” 처음 종호를 붙잡던 남자두리모자들이 불복해 두덜거렸다. 그러자 똥별을 단 왕과장이 발로 그자의 발을 툭 차놓으며 눈짓했다. 녀자두리모자는 밀차까지 끌어왔다. “리사장, 책짐 무겁겠는데 밀차에 싣고 나가세요.’ 그제야 종호도 얼굴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감사하오. 항공편으로 부친 책을 어쨌는지. 빨리 알려주오.” 녀자두리모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통지를 기다리시오.” “질질 끌지 마오.” 종호는 책짐을 밀차에 실어밀고 해관 출구를 나섰다. 모래바람이 눈을 못 뜨게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서 악어와 전갈들이 지키는 관문 문턱을 하나 간신히 넘는 순간이다. 그 문턱마다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의 피눈물이 방울방울 고여 있지 않는가. 아, 오늘도 사막에서 마라토너는 책짐을 메고 힘겹게 터벅터벅 힘겹게 달려가고 있다.           
36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2 김장혁 댓글:  조회:1054  추천:0  2023-06-1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2. “바보기자”       쥐굴에도 해볕이 들 때 있다고 아침해가 반토굴셋집에 한발이나 비껴들었다. 셋집 천정과 벽에 비샌 흔적이 더덕더덕하고 반토굴 벽에는 곰팡이 말라 붙었는가, 아니, 서리가 들어붙은 것이 보였다.      헐망한 셋집에서  아침 밥상을 마주한 나영은 상이 서리맞은 호박처럼 돼버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리향의 넉두리소리는 끝날줄 몰랐다.      “아빠는 참 책쓰기에 미쳤어요. 날마다 건축현장에 가서 밤보초를 서고 집에 돌아오면 눈을 좀 붙이네 하고는 글을 씁니다. 날마다 아마 일여덟 시간은 글을 쓰는 거 같아요. 얼마나 피곤하게 글을 썼으면 왼눈에 피지다 못해 고기 다 살아났지요. 눈에 쓰인 고기는 동공을 거의 덮을 지경이였지요. 눈 수술을 두번이나 했지요.”     리향은 아버지를 추화해 나영과 갈라놓으려고 줄 아빠 허물질했다.    “글에 어찌나 미쳤는지 어떤 일이 다 있었는지 아는가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리향은 달걀볶음을 저가락으로 집어 입에 홀랑 넣고씹으면서 말했다.     “언니도 달걀 좀 들고 내 말 들으세요.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컴퓨터로 글을 쓰다나니 글쎄 귀국 항공편마저 다 놓쳐버렸지요.” 리향은 손사래를 치며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빠는 완전히 머리 돌았어요. 글쓰기 늪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렸지요.”    나영은 리향의 넉두리소리를 들으면 들을 수록 종호한테 반감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리해가 가는 점도 있었다.     “그래도 바람 피우는데 빠진 것만은 훨씬 낫지요.”    나영은 리향의 눈치를 흘끔 보면서 물었다.     “저네 아빠는 퇴직 전에 뭘 하는 기자였소?”    리향은 좀 취기가 보였다. 걀죽한 얼굴마저 발가스름해졌다.     “아, 포도준데도 취기 오르네요. ㅋㅋ. 우리 아빠는 퇴직 전엔 바보 같은 기자였지요.”    “왜?”    나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바보라니? 신문사 기자는 아무나 하오? 기자라면 일반기자라도 사회에서 모두 존중하는데…”     리향은 손사래를 쳤다.     “아빠는 재직일 때 글쎄 전문 사회 문제보도를 써서 말썽을 일으켰지요. 그래서 처분도 여러번 받았지요. 하필 말똥벌레둥지를 들출게 뭔가요? 기자가 세상만사를 다 여론감독하고 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가요? 아빠는 정의감에 차넘쳐 부패분자들의 문제랑 폭로하는 글도 신문에 냈지요. 그래서 부패분자들한테 정치보복을 당하기도 했지요. 또 로백성들을 대표해 눈꼴사나운 기관이나 부문 책임자들의 문제를 폭로했지요. 그랬다가 깡패들이 신문사에 찾아와 주먹다짐을 한 적도 있었지요.” 리향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빠는 바보예요. 그저 말썽을 일으키지 말고 편안히 보내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광고나 슬슬 해서 돈이나 벌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광고공사 총경리 아무나 합니까? 그 좋은 직권을 빌어 돈을 많이 벌게지. 저렇게 퇴직한 후에 한국에 나와 신분에 맞잖게 3D일을 할게 뭔가요? 정교수급 기자라는 량반이. 흥, 글쎄 퇴직한 후 책 낼 돈이 모자란다고 집까지 팔아버렸지요. 그래서 엄마한테 욕설을 먹고 리혼까지 당하지 않았겠어요?”      리향은 잔을 쭉 굽내고 밥상에 잔을 달랑 내려놓더니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넉두리를 계속했다.      “하이고, 아빠 엄마 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아요. 우리 엄마 진짜 불쌍해요. 국장의 딸이 글쎄 조선족 바보기자한테 시집와서 얼마나 속을 태웠겠어요. 아빠는 국장 외할아버지 덕분에 신문사 기자로 됐지요.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우리 엄마 책 내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헌신짝 차 버리듯 해버렸지요. 아빤 량심없는 남잔데요. 으흐흐. 아빠는 그저 일반기자 아닌데요. 신문사 부사장에 광고공사 총경리였지요.”      나영은 깜짝 놀랐다.      “네? 대단한 분이군요.”      나영은 종호한테 궁금한 것도 많고 종호가 리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다.      “한가지 리해되지 않는게 있소. 그만한 지위와 직업이면 돈도 재직일 때 많이 벌었겠는데. 딱 집을 팔지 않으면 책을 못 낸다오?” “무슨 돈을 벌어? 원칙과 당성을 지키는 아빠죠. 자기에게 차려진 돈만 가지지 위법해서 돈을 챙기지 않았지요. 광고공사에서 돈 버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요. 아빠는 광고공사 일은 리승호라는 동창생 부총경리한테 맡겨놓고 시간을 빼서 항일전적지를 현지답사하고 취재해 글을 썼지요. 돈도 얼마간 차례지면 다 책내는데 처넣었지요. 숱한 책을 낼 돈이 어디 공 생기는가요? 그래서 저렇게 신분에 맞지 않게 건축현장에 가서 보초 서고 책짐을 메고 달아다니지요.”      그때 출입문이 벌컥 열렸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찾아온다고 종호가 들어섰다.      “웬 허물질이냐? 너네 엄마하고 리혼한 건 너네 엄마 할머니 생사를 다투는데 주사 한대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종호는 리향을 아니꼽게 흘겨보며 구들에 올라왔다.     “웬 말인가요? 책내게 못한다고 리혼한게 아니고?”     리향이 의아해하자 종호는 뒷말을 이었다.     “모르는 소리. 너네 엄마는 의학원 졸업생이지만 할머니 하루 빨리 죽으라고 주사도 놓아주지 않았다. 인도주의가 꼬물만치도 없는 년이야. 어쩜 죽어가는 사람한테 주사도 놓아주지 않니? 내 그래서 약방에 가서 간호원을 찾아 할머니한테 주사를 맞혔다. 그것도 너네 엄마 중학교 동창생이였다. 그래서 말이 나간 거야. 그런데 너네 엄만 내 소문 퍼뜨렸다고 리혼했어.”     “금시초문인데. 엄마 진짜 그랬어? 전화로 확인해야지.”     리향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종호는 황급히 말렸다.     “그만둬라. 미영이 여기 있는 걸 보면 또 쌍불을 켜고 달려들겠다.”     그는 미영한테 눈길을 돌리며 리향한테 부탁했다.     “미영은 문학전업출신이야. 문학이야기나 해라.”      리향은 밥상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종호한테 자리를 내주었다.     “아빠도 한잔 하세요.”     나영은 찬장에 가서 술잔과 수저를 찾아 가져다 밥상에 놓았다.     리향은 아직도 따끈한 명태국을 한사발 퍼서 밥상에 올렸다.     리향은 종호한테 빨간 포도주를 부어 포도주잔을 내밀었다.     종호는 마지못해 술잔을 들었다.     “미영이, 한잔 들기오.”    셋은 포도주잔을 들고 서로 바라보다가 한잔씩 쭉 마셨다.    종호는 명태국을 한술 떠 후후 불며 맛있게 먹고 숟가락을 살랑 내려놓고 말했다.    “난 요즘 이른바 글 쓴다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오.”     나영은 무엇때문가는듯이 종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종호는 거침없이 말했다.     “어쩜 시를 쓰네 하면서 쓸데 없는 음풍영월이나 하고 미사려구로 글장난을 한단 말이오? 어떤 문인들은 로골적으로 색정을 늘여놓으면서 독자들을 유혹한단 말이오. 그래 문학이란 건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하게 하는 색정묘사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오? 그 음풍영월하고 미사려구로 글장난하는 정력과 지면이 아깝소. 그럴게면 항일투사적이나 우리 조선족이민사 같은 걸 써서 책으로 내면 얼마나 좋겠소? 모택동 주석이나 주덕 원수님의 이야기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랑 번역해 책으로 내면 얼마나 좋겠소? 편집들도 문제오. 지나치게 문학성만 강조하고 사상내용을 홀시하는 페단도 있단 말이요. 편집은 작가를 기를 수도 있지만 명작을 죽일 수도 있소. 편집들이 직업도덕을 지키지 않으면 그저 지면만 랑비하고 지저분한 글로 지면이나 채우게 되지. 지금 음풍영월이나 하고 미사려구나 늘여놓고 색정에 빠져 헤맬 때오? 참 답답하단 말이오."      리향은 뭐라고 하려다가 입술을 감빨다가 용케도 그만두었다.      “밥이나 가져오너라. 난 급히 저 책짐을 메고 귀국해야겠다. 넌 요먼저 맡긴 걸 빨리 영어와 일어로번역해라.’     종호는 5만원권 몇장 꺼내 리향한테 주었다.      “이건 지난 달 번역료야. 용돈으로 써라.”      리향은 돈을 받아쥐고 발간 얼굴에 홍조까지 띄우며 반색했다. “고맙습니다. 우리 보스아빠님. 다그쳐 번역할게요.”       종호는 나영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난 아마 이번에 귀국하면 일주일 걸릴 거 같소. 우리 집에 있소. 리향은 일요일에나 오니깐. 서로 불편할 것도 없잖소?”      그러자 나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고맙긴 한데요. 장구지책은 아닌 거 같아요. 저한테 선생님 이름으로 월세집을 하나 맡아주세요. 돈은 제가 내겠습니다. 저에겐 려권도 없고 또 처지가 불편해 그래요.”     종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을 거 같소. 혹시 경찰들이 내 꼬리를 밟을 수도 있으니까. 내 돌아온 후 맡아도 되오. 근심말고 그 새 일주일이라도 우리 집에 있소.”      말을 마치자 종호는 묵직한 책트렁크를 끌고 길을 떠났다.      나영과 리향은 책짐이라도 거들어주려고 따라나갔다. 그러나 종호는 기어이 밀막아버리고 혼자 책배낭을 메고 책트렁크를 끌고 귀국의 길에 나섰다.     “택시라도 타고 가세요.”      미영이 말하자 종호는 그저 뒤돌아보더니 희죽이 웃어보이고는 책트렁크를 끌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택시는커녕 무거운 책짐을 끌고 메고 지고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고 인천에 갔다. 그는 공항에 가서 비행기 탄게 아니라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인천 부두에 가서 륜선을 탔다.      코로나가 심해 항공편도 한달에 몇번 없었다. 비행기표도 만원 웃돌 정도로 엄청 비쌌다. 당시 항공편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그 돈이면 책 한권이라도 더 내겠다. 흥.)       "바보기자"는 바다에 아무리 파도가 험난하고 사막에 모래바람이 아무리 기승스레 불어쳐도 기어이 책짐을 지고 메고 가람 건너려고 또 고행을 나섰다.
36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1 김장혁 댓글:  조회:1114  추천:0  2023-06-1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1. 리향의 넉두리소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부엌 쪽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 들렸다. 나영은 종호가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잘칵.      나영은 일어나 전등 수위치를 켰다.      “잠을 깨워 미안하오.”      종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문께로 다가갔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어디로 갑니까?” 나영이 일어나며 물었다. “현장보초를 서러 일찍이 가야 하오.” “아니, 제가 밥을 지어드릴테니 식사하고 가십시오.” 종호는 기어이 나가려고 했다. “오늘 로임을 주는 날이오. 밤당직 서러 꼭 현장에 나가야 하오. 오후에는 또 저 책짐을 메고 공항에 나가야 하오.” 나영은 안절부절 못하였다. “아니, 귀국하는가요?” “네. 국내에 부친 책도 도착하겠는데 가서 찾아 나눠줘야지. 딸애도 일요일에만 오오. 근심말고 우리 집에 있소. 어, 오늘 일요일이네. 서로 자매처럼 허물없이 보내오.” “따님이 남자친구라도 데리고 오겠는데요. 저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가요?” 그 말에 종호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남자친구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 걔 때문에 정말 속타오. 한뉘 시집 안간다오. 문학박사? 박사를 해 뭘 하오? 녀자가 녀자질이나 온전히 해야지.” 그제야 나영은 엊저녁에 자기가 종각에 가서 자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종호가 억지로 눌러 앉은 것을 알 것 같았다. 종호는 나영이 미안해할가 봐 뒷말을 덧붙였다. “현장에서 하루 세때에 간식까지 주오. 여기 쌀궤에 쌀을 퍼내 밥을 지어 잡숫소.” “네. 알겠습니다. 부디 잘 다녀오세요.” 나영은 종호를 어둠 속에 보내놓고 이부자리에 되물앉았다. 그녀는 저도 몰래 될대로 돼라고 다리를 쭉 펴고 들어누웠다. 어느 결에 곤하게 굳잠에 빠져버렸다. 얼마나 굳잠에 빠졌을가? 어두운 부엌 쪽에서 궤를 여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겠는가. 바가지에 쌀을 퍼서 씻는듯한 소리도 들렸다. 꿈인가? 생신가? 눈을 번쩍 떠보았다. 날이 밝고 부엌에 웬 녀성이 쌀을 씻고 있었다. 종호의 딸 리향이였다. 리향은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머리를 돌렸다. 그녀는 이부자리를 개이는 나영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표준적인 서울말씨로 알은 체했다. “잠을 깨워 미안해요.” “아니, 벌써 날이 밝았구만. 집에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잤구나.” 그들 둘은 하나도 어색한 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대했다. 리향은 밥을 지으면서 이런 속궁리를 굴렸다. (아버진 이 녀자를 좋아하는가 봐. 집에까지 데려온 걸 보면. 저 책짐을 보면 분명 아빠와 함께 온 거야. 아직 한 구들에서 자는 사이는 아닌가 봐. 아빠가 없잖아. 아까 저 녀자 잠자리를 보니까. 베개 하나 밖에 없었잖았는가.” 리향은 달걀채를 볶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전번엔 내 오니까. 저 녀자는 총총히 가버렸지만. 또 온 걸 봐라. 후처에 감투끈이 풀어지는줄도 모른다더니, 아버진, 참, 뭐야, 엄마와 리혼하고 제 딸 같은 녀자와 좋아해. 미쳤어. 뭘 보고 공개수배도주범을 다 좋아해? 허나 별 수 없지. 아빠가 좋아하는 녀잔데야.) 그들 둘은 손을 맞춰 제꺽 아침 밥을 지었다. 이윽고 새하얀 이밥과 노란 달걀채에 노랑 명태국이 밥상에 올랐다. 리향은 찬장에서 술잔 두개와 포도주 한병을 꺼내 밥상에 놓았다. “아침술이지만요. 포도주나 한잔 하지요.” 나영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난 술을 못해요.” “조금만 드세요.” 리향은 두잔에 빨간 포도주를 찰찰 넘치게 부었다. “자, 한잔 들지요.” 나영은 아니, 아니 하면서도 잔을 들었다. 한잔 마시고 그산 쌓인 스트레스를 훌 날려보내면 좋을 거 같았다. 한 서너순배 돌아간 후 리향은 잔을 놓으며 책짐을 가리켰다. “책짐만 봐도 신경질나요.” 리향은 나영의 눈치를 흘끔 보더니 억지로 웃어보였다. “우리 나이도 비슷한데요. 스스럼없이 대하자요.” “네, 좋아요. 자매처럼 보내죠.” 나영의 대답에 리향은 의아해했다. (아니, 그럼 이 집안 촌수 뭔가?) 허나 리향은 제꺽 동을 달았다. “그래요. 아빠와 어디까지 갔는지도 모르는데요. 버릇없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는데요.” 나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우린 그런 관계 아닌데요. 리선생님은 딸 같은 아녀자가 서울 바닥에서 헤매는 거 보고 동정해서 도와줄뿐인데요.” 그러나 리향은 그렇게 소홀히 나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몰라.) 그는 엉뚱한 책략을 들이댔다. 아빠 허물을 하며 넉두리를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저 책짐 봐요. 우리 아빤 책에 혼을 빼앗긴 사람인데요. 가정살림을 할 사람이 아니죠.” 나영은 아빠 허물을 하는 리향이 속으로 안쓰러웠다. “아빠는 흩어지는 우리 조선족의 미래를 생각해 책을 써서 애나게 찍어 메고 다니는 거 같소.” 리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누가 저런 책을 본다고 그래요? 온라인시대인데 책을찍어 나눠주기보다도 인터넷과 핸드폰에 올리는게 낫다는데 통 말을 안 들어줘요.” 리향은 나영의 잔에 또 포도주를 찰찰 넘치게 붓고 나서 넉두리를 이었다. “아빠는 숱한 책을 찍느라고 집을 다 팔아먹고 허망 나앉았어요. 아빠는 집 한채를 두기보다 책을 내서 백성들의 마음 속에 항일투사들의 기념비를 세워주는게 낫대요. 무슨 민족의 혼에 기념비를 세워준대요. 그래서 엄마는 아빠가 가정도 안해도 모른다고 리혼했지요.  아빠 엄마 리혼하는 걸 보고 난 혼인과 가정에 너무나도 실망했어요. 난 죽어도 시집 안가요. 시집 가 뭘 해요? 좋구 나머지 애들을 버리고 리혼하자고? 아빠 엄마를 보세요. 뭐 졸혼하고 제마끔 자기 삶을 산다고 애들의 마음에 시퍼런 비극의 비수를 박으라고? 내 가슴엔 아빠 엄마 남긴 상처차국이 더덕더덕해요. 난 절대 시집 안가요? 아빠 엄마처럼 졸혼하고 살자고? 아빠는 책 내는데 미치고 엄마는 마작이나 땅땅 치고... 사람의 인생이란 참 처참해요. ” 리향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넉두리를 했다. 그때 나영은 문뜩 이렇게 리향한테 말해주고 싶었다. "이젠 나이도 먹었는데 련애도 하고 사랑도 해보오. 사랑하면 더욱 큰 자기를 발견할 거요. " 그러나 나영은 불행한 자기 혼인과 졸혼 후 초상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사는 처지를 생각하고 차마 "시집가"란 말을 할 용기 없었다. 리향은 나영을 아빠한테서 떼놓고 싶어 아빠 숱한 허물까지 마구 하였다. (아빠가 절대 인터폴에서 공개수배하는 녀도주범과 좋아해선 안돼. 후처는 절대 안돼.) 리향은 나영의 감수가 어떤지도 않고 뒷말을 이었다. “아버지 하는 꼴을 보고 나는 두대가 문학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걸 깊이 느꼈어요. 아버지는 날 보고 자기 뒤이어 조선족이민사를 쓰는 조선족작가로 육성하려고 날 한국에 류학보냈지요. 아빠는 숱한 고생을 하면서도 날 자기 후계자로 배양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도 한때는 문학을 하자고 나섰지요. 처음으로 과학환상동화를 썼는데요. 그걸 내자고 국내 한 출판부문에 갔는데요. 문학편집이 하는 말 얼머나 웃겼는지 알아요?” 리향은 술잔을 놓고 코웃음쳤다. “ ‘리향이, 고양이 어떻게 핸드폰과 컴퓨터를 다루오? 아무리 과학동화라고 해도 이 따위로 써서야 어떻게 우리 신성한 아동문학잡지에 발표하오?’ 이러지 않겠어요. ㅋㅋㅋ.” 나영도 문학 본과생이기에 제꺽 알아들었다. “그 편집은 고양이를 동화속의 의인화된 인물로 본게 아니라 그저 집 고양이로 봤구만. 진짜 문외한이구만. ㅎㅎㅎ.” 나영의 말에 리향은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렇죠. 바로 그거죠. 그 문학편집은 의인화동화만 알았지. 현시대 과학환상동화를 잘 모르고 있었죠. 현시대 과학기계를 도입해 의인화된 작중 인물 고양이를 무장시킨 걸 깜깜부지었지요. 현시내 날로 발전하는 과학동화의 추세도 모르고 있었지요. 통 말이 통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퇴고맞고 너무 어처구니 없었죠. 편집은 작가를 육성할 수도 있고 명작을 죽일 수도 있죠. 너무 실망해 다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건데 지금 저의 문학박사 도사교수는 저의 그 동화를 보고 아주 훌륭한 과학환상동화라고 평론까지 써서 한국 한 아동문학잡지에 저의 동화까지 한데 냈지요.” “참 상반된 평가구만.” “그래요. 그 동화로 저는 인기동화작가로 지금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리향은 안경 너머 나영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저의 어머니는 한족인데요. 어머니는 중국에서 전도를 개척하려면 한국 류학보다 북경대학 같은데 가면 낫다고 했지요. 에이, 아빠 엄마 일 생각하면 골치 아파요.” 나영은 리향이 늘어놓는 넉두리를 들으면서 종호를 새롭게 알게 되였다. “우리 아빠는 참 재밌는 분입니다. 저의 류학뒷바라지를 하면서 어쩌는지 아는가요? 학잡비는 공짜로 대주지만 용돈만은 공짜로 안줘요. 알바를 하라요. 그것도 아빠의 비서격으로 아빠 쓴 글을 영어로 번역하래요. 그 번역비로 용돈을 쓰래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며 희죽이 웃었다. “아빠는 저 조선족항일투쟁사사책과 조선족이민사를 몽땅 한어, 영어, 일어로 번역출판해 조선족후대들에게 나눠줄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널어놓을 예산인데요.” 나영은 저도 몰래 탄복했다. “참 웅대한 계획인데요.” 리향의 넉두리는 끝이 없었다. 아침해도 반토굴에 기웃거리며 리향의 넉두리소리를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36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0 김장혁 댓글:  조회:1058  추천:0  2023-06-12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0. 사랑의 오아시스    쓸쓸한 달빛은 얼굴을 반토굴에 들이밀고 이리지리 살펴본다. 달밤이 깊어가도 나영과 종호는 누구도 잠들지 못하였다. 나영은 쓸쓸한 가슴을 두 손으로 내리누르며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날마다 경찰들에게 쫓기다가 두렁허리처럼 종호네 셋집에 들어와 누운 자기 처지 가련하기만 했다. (다 정호 그 놈 색마 때문이야. 지금 보면 정호는 나를 사랑했다기보다 풍만한 몸을 탐낸 거야. 뭐? 본댁 순정의 가슴은 비행장 활주로처럼 빤빤하다는가. 그래서 그 놈 항상 내 가슴을 보면 풍만한게 좋다면서 만지고 게걸스레 핥고 빨았지.개놈 새끼.) 나영은 이를 쁘드득 갈았다. (어떻게 하면 원쑤를 다 갚을가? 그 놈 처음 날 사무실에서 재낄 때 아마도 커피에 수면제를 탄 거 같아. 안 그럼 왜 그날 머리가 아찔해나며 어슴푸레 잠들어버렸겠어?  그 놈 색마 뒤로 달려들어 그러는데도 사지 나른해 버둑거리지도 못했잖아.반항하지도 못하고 당하잖았어.그후부터 날 더러운 탐욕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놓고 날마다 불러내 올라탔지.나쁜 놈 새끼, 감옥에서 제 명에 죽는가 봐라.흥.) 그녀는 이불을 여미며 살며시 모로 돌아누웠다. 희읍스름한 달빛에 부엌 궤 앞에 맨봉당에 요를 대충 깔고 꾸불뜨리고 모로 돌아누운 종호의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바보야. 기자선생님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야.누가 그런 책을 본다고 저렇게 고생을 사서 할가? 뭐? 사회 약체군체인 불구자들한테 저 책을 나눠준다는가? 우편료를 십몇만원이라도 남자고 책짐을 메고 귀국하면서 고생하잖는가. 그렇게 애나게 찍어 가져간 책을 공짜로 나눠줘? 진짜 경제의식은 영펼이야.) 나영은 허구푼 웃음을 웃으며 눈을 맥없이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종시 잠들 수 없었다. 종호도 마찬가지로 이 불혹의 밤에 잠들지 못하고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그는 눈풍설이 이는 엄동설한에 삼도만 심심산골에 가서 토비숙청전투를 취재하며 겪은 잊지 못할 고행을 떠올렸다. 70년대 말 눈풍설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엄동설한에 종호는 안해 류려평이 말리는 것도 마다하고 기어이 가방에 목책과 원주필 두개를 달랑 넣어가지고 삼도만으로 뻐스를 타고 떠났다.  삼도만공사 당위 사무실에 찾아가니 공사간부는 그를 데리고 한 생산대 마구간에 가서 한 한족마부로인을 소개주었다. 공사 간부는 종호한테 그 한족로인은 해방전 삼도만 토비두목 전소흥 소교의 문서질을 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종호가 삼도만토비숙청전투를 취재하려고 찾아왔다고 하자 그 로인은 또 문화대혁명 때처럼 무슨 꼬리라도 잡아가지고 투쟁하려고 그러는가 해 입을 열지 않았다. 종호는 그 마부로인을 도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두로 말먹이짚을 산더미처럼 썰어주고 산더미 같은 말먹이를 창고에 안아들여다주기까지 하였다.그러자 종호의 로동에 얼었던 마음이 녹았던지 입을 끝내 열었다. 그 로인은 종호한테 삼도만토비 내부정황과 숙청전투 전반과정을 아주 상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삼도만토비숙청 첫번째 전투는 평강촌에서부터 시작됐네." 종호는 취재를 마칠 때 토비문서로인이 하던 말을 듣고 이튿날에 삼도만에서 30여리 떨어진 뻐스를 타고 평강촌으로 달려갔다. 갈때만 해도 날씨는 바람도 안 불고 활짝 개였댔다.그는 평강촌에 가서 평강촌토비소굴에 들어가 담판하러 왔던 김지도원이 생매장당한 산골짜기 어귀도 돌아보고 평강촌 주위 토비소굴의 지형이며 당시 전투정황이랑 촌민들한테서 일일이 취재하였다. 넋을 놓고 취재하다나니 점심 때도 훨씬 넘었다.그런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바람에 원래 오후에 돌아가기로 한 평강촌에 왔던 뻐스는 함박눈에 길이 막힐가봐 점심 전에 삼도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걸 어쩌는가?" 배고파 꼬르륵 소리날 지경이였다.낯선 산골에 와서 무턱대고 점심을 구걸할 수도 없는 일이이였다.그땐 개혁개방 세월도 아니여서 평강촌에는 개인상점도 없었다. 종호는 별 수 없이 꼬르륵거리는 배를 끌어안고 도보로 귀로에 들어섰다.점심을 굶고 30여리 평지길을 걷자고 해도 힘든 일이 아닌가. 그런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30여리 산골길을 걷는다는 것은 진짜 힘겨웠다. 종호는 너무 배고프면 길가에서 하얀 눈을 한웅큼씩 쥐여 입에 넣고 씹어넘기면서 터벅터벅 걸었다. 토끼 꼬리만한 겨울해가 꼴깍 넘어가자 어두운 수림 여기저기서 굶주린 이리들의 울음소리 공포를 자아내며 들려왔다. 종호는 길가에서 마른 나무가지와 주먹만한 돌멩이를 주어들고 수림을 살피며 걷고 또 걸었다. 그는 혼자 되뇌였다. "삼도만토비숙청에 참가한 아버지랑 투사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 곤난도 아니야. 적어도 삼도만토비숙청전투 때처럼 총알은 날아오지 않찮은가.이리들이 다 뭐냐? 아무리 흉악해도 총을 든 토비들보다 더 흉악하겠는가? 배고픈게 다 뭐냐? 항일렬사들과 토비숙청하러 왔던 민주련군 용사들은 이 보다 더 큰 곤난을 전승하면서도 발톱까지 무장한 일본 놈들을 족치고 토비들을 소멸하지 않았던가.걷자,항일투사들처럼 더 힘차게 걷자.홍군은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설산을 넘고 초지를 건너지 않았던가. 요만한 곤난이 다 뭐냐?" 그는 이렇게 강한 의지를 다지면서 밤도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무인지경 산골 눈길을 힘겹게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난 쓰러지면 안돼. 여기서 얼어죽을 수도 있어. 절대 물앉지 말고 계속 걸어야 한다. 그래, 걸어야 해." 종호는 기아에 기진맥진할 지경이 돼가지고 산골짜기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는 몇시간을 걸어 어두운 밤에 산골짜기 저 아래 희미한 전등불빛이 보이자 어찌나 기뻤는지 환성을 질렀다.   "아, 끝내 삼도만에 이르렀구나.이젠 살았다, 살았어." 그는 삼도만공사 초대소에 이르러 방에 들어서자 맥없이 쿵 쓰러졌다. 그는 동복도 벗지 못한채 까무러쳤다. 이튿날 종호는 정신을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침을 먹자마자 목숨걸고 취재한 삼도만토비숙청전투 자료를 정리해나갔다. 종호가 그렇게 애나게 취재해 쓴 삼도만토비숙청전투를 글쎄 종호의 대학교 스승이란 한 교수가 자기 이름을 달아 조선족백년사화에 내지 않았겠는가.수개해달라고 보였더니 자기 이름 석자를 번듯이 달아 발표하지 않았겠는가. 종호는 대학교 교수란 작자의 글비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쨌든 민주련군의 삼도만도비숙청전투와 력사업적이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게 된 것으로만 해도 기뻤다.종호는 그 교수와 저작권을 가지고 옴니암니 따지지도 않고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종호는 이 밤에도 삼도만토비숙청 그렇게 애나게 취재해 쓴 우리 민족의 이민사책이 출판돼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한국에서라도 책을 내서 천만다행이야.이제 저 책을 한어와 일어,영어로 번역해 일본과 미국이나 영국에서 출판해야지.)         종호는 밤이 깊어가도 잠을 이를 수 없었다.  (취재하기나 책 쓰기도 힘들지만 책을 내긴 어디 쉬운가?) 순간 그는 눈풍설이 이는 날에 책을 내려고 원고묶음을 안고 한국 파주 출판단지에 가서 달아다니던 고행을 떠올렸다.  지하철을 타고 종호는 파주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눈풍설이 이는 눈길을 달려 파주 출판단지에 이르러 내렸다.  그가 둘러보니 숱한 층집들이 산골을 따라 길 량켠에 듬성듬성 늘어서 있었다. "이 많은 출판사 가운데서 내 책을 내줄 출판사가 없겠는가." 종호의 가슴은 책을 낼 희망으로 해 한없이 부풀어오르고 설레였다. 그때 웬 이쁜 30대 중반 돼보이는 이쁜 녀성도 택시에서 금방 내렸다. 종호는 다가가 물었다. "XX출판사 어떻게 가면 돼요?" 그 녀성은 종호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새하얀 이 드러나게 생글 웃어보였다. "저를 따라 가면 돼요.출판할 책 있는가요?" "예." "무슨 책인데요? 제가 그 출판사 편집부장인데요." "하, 귀인을 만났군요." 종호는 아가씨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는 그 녀성을 따라가면서 말했다. "중국 조선족들의 항일투쟁과 이민사를 보여준 책입니다." "그래요?" 그 녀성은 주춤 멈춰서며 단통 종호를 바라보며 상을 찡그렸다. "중국 조선족이민사라? 중국 교포인가 봐요." "네, 그렇습니다. 중국 신문사 기자출신입니다.부장님, 해외에서 힘겹게 왔는데요. 좀 도와주십시오." 부장아가씨는 털끝만치도 속이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우리 한국과 중국 조선족 이민사 무슨 상관 있는가요? 우리 한국인들은 그런 책 보지도 않아요. 다른 출판사에 가보세요." 말을 마치자 부장아가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씨영씨영 가버렸다. 종호는 뒤따라가면서 말했다. "한국인들도 아마 이 책을 보면 중국 항일투쟁에 대해 료해할 수 있겠는데요.출판하면 꼭 새로운 책이라고 볼 건데요." 부장녀성은 처음 만났을 때 그 부드러운 표정 가뭇없이 사라지고 청얼음처럼 퍼러뎅뎅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요. 그런 책 내면 우리 출판사 부도나요.두말 마세요. 저 아래 출판사 많찮아요? 저리로 가보세요.전 바빠요." 부장녀성은 휑 하니 가버렸다. (이런 놈의 문전박대라고? 참.) 처음 출판사 부장녀성한테 코를 떼운 종호는 금방 부풀어올랐던 희망에 찬 가슴이이 구멍 뚫려 김빠진 공처럼 돼버렸다.  그러나 맥을 버릴 수 없었다. 그 아래 출판사에 찾아갔다.그런데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먼저 문어귀에 걸린 공중전화박스 같은데서 전화로 사연을 말하고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여보세요.책을 내려고 찾아왔는데요." "무슨 책인데요?" "전 기자 출신 중국 교포인데요.중국 조선족 항일투쟁과 이민사를 쓴 책인데요." "그런 책 우리 출판사에선 내지 않아요." 상대방은 전화를 덜컥 놓는다. "에이참,이 사람들 사람을 보기로." 종호는 사람대접하지 않는 것이 괘씸해 전화를 다시 걸었다. "여보세요. 전 기자출신인데요. 사람을 뭐로 봅니까? 만나지도 않고 책 내용 보지도 않고 문전박대하겠습니까? 어째 기자들을 부를가요?" "여보세요. 기자선생님, 기자들 불러와도 그 말인데요.언제라고 그런 책 내요? 중국 조선족이민사와 우리 출판사 무슨 상관 있는가요? 우린 책 한권 잘못 내면 부도나요. 당신 책 내주고 우리 밥통 깨라는가요?왜 중국에서 내지 못하고 시끄럽게 굴어요? 바쁘니깐 다시 찾지 마세요." 십여개 출판사 문을 두드려도 별의별 소리 다 했다. 다. “누가 지금 그런 책 보자고 해요? 애잡짤한 사랑이야기나 보지. 안 그래요? 남이 보지도 않는 책을 내라고? 참 어이없어.” “출판비용 엄청 비싼데요. 한 2천만 내면 고려해볼 수도 있는데요.” "우리 한국에서 왜 빨갱이들이 공산주의를 한 이야기책 내야 하는가요?" " 우리 한국도 북방사회주의 문화침투를 방지하려고 엄숙한 심열제도 있는데요. 책에 공산주의요, 공산당이요. 뭐 이런 거 한마디만 있어도 내기 힘들어요. 물론 지금은 지난 세기 90년대 이전만 심열제도 좀 느슨해졌지만요.중공 빨갱이들에 원한을 품은 보수세력이 집권할 때면 우리 출판사 문 닫으라고? 그만 둡시다." “우편료에 세금까지 다 물 각오를 해야 하는데요.” “우편세도 안아야죠.”  “짐세를 내세요.”  “30부 넘으면 세금 내야 해요. 기자선생님, 해관세 내야 한다는 것도 모릅니까?” 여기저기서 듣기 싫은 소리 시끌벅짝하다.  여기저기서 악어들이 비게덩이를 만났다고 이빨을 다신다. (오호, 내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세상 한국 사람들이 다 리해하지 못할 일을 하는건가?) 마라톤 사나이는 사막으로 달리면서 관문마다 들리는 삐꺽소리, 리속에 어두운 소리에 서글프기만 했다.  세상만사가 한없이  괴롭기만 했다.  그는 눈풍설이 이는 경복궁에 가서 조상왕님들의 발자욱을 쓸쓸히 더듬었다. 뒤이어 광화거리에 가서 세종대왕님의 동상을 우러러보며 가슴 치며 한탄했다. "세종대왕님, 우리 전주 리씨는 500년 조선을 쥐락펴락하던 왕족이 아닙니까? 이게 뭡니까? 조상님들 후손이 책 한권을 내려고 조상님들의 고향으로 찾아왔건만 이게 뭡니까? 별의별 문전박대 다 받았습니다. 이 가난한 선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종대왕님 동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종호를 가엽게 쓸쓸히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종호는 반토굴집에 누워서 창문에 비껴드는 쓸쓸한 달빛을 살며시 바라보면서 물었다. (하느님이여, 그래, 내가 사막에 사랑의 샘물이 퐁퐁 소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꾸려는 건 헛된 꿈인가요?"    아니야, 그는 혹시 자유의 녀신 헤라의 현시대 화신인가?  헤라, 헤라 녀신은 칼을 들 대신 괭이를 들고 올리브를 심어 고대 백성들을 잘 살 수 있게 한 구세주녀신, 헤라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꾼 녀신, 백성들의 구세주 녀신이 아닌가.  헤라는 아버지 제우스, 독재자 같은 제우스신과는 판판 다른 녀신이였어. 제우스는 자기를 초월하는 딸 헤라마저 한입에 삼켜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나 헤라는 백성들을 위해 칼을 든 것이 아니라 올리브를 심어 올리브란 과일을 따다가 백성들을 살려낸 구세주 녀신이 아니였던가. 헤라는 만백성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녀신이 아닌가.  사막으로 책짐을 메고 달리는 사나이, 아니, 민족의 혼을 사명감으로 떠멘 마라토너,  그  마라토너는 그래 헤라처럼 책을 널어놓아 무지한 백성들을 구하려고 저러는건가? 그래. 그는 헤라 녀신처럼 사막과도 같은 야박한 세상에 정신올리브를 심어 돈에 눈이 어두운 창생들의 눈을 뜨게 만들려는거야. 망망한 사막바다에 밝은 등대를 밝혀주려는 것이리라.     아닌가?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 샘물이 퐁퐁 솟고 올리브가 다닥다닥 달린 파란 오아시스를 가꾸려는 것이 아닌가.  아, 그는 사막에 진달래 만발하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고 그 오색령롱한 오아시스에  항일투사들의 기념비를 세워고 민족의 혼이 살아숨쉬는 진달래고향을 건설하려는 것이리라. 그는 확신했다, 자기 책으로 어두워가는 삭막한 사막을 밝히고 말라가는 사막에 한방울의 물이라도 얻어오리라고.  에이구, 사막에 물을 얼마나 날라다 부으면 말라가는 나무와 풀 뿌리 파랗게 살아날가? 사막에 얼마나 많은 우물을 파면 퐁퐁 솟아나는 샘물에 파란 초목이 무성한 사랑의 오아시를 가꿀 수 있을까? 올리브가 다닥다닥 달린 만무과원을 다룰 수 있을까?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 모래바람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든 사막, 그 삭막한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달리는 마라톤 사나이, 아, 바보 같아 너무나도 처량하기만 하다.  마로톤사나이는   사막의 모래불에 몸을 숨기고 한쪽 눈깔만 내놓고 팬들거리며 길목을 지키는 독사와 전갈이 더없이 미웠다. 높은 책문턱을 지키면서 황금알을 꿀꺽 삼키려는 관문 문지기들, 주산알만 딸깍딸깍 튕기면서 도리머리를 흔드는 수전노들이 한없이 꼴사납기만 했다…
36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9 김장혁 댓글:  조회:1343  추천:0  2023-06-1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9.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나이   눈풍설이 기승을 부리며 얼굴을 에이는듯이 갉아먹으려고 이빨을 뻑뻑 갈며 언 한국 땅바닥을 핥아간다.  야박한 인심의 세상이 린색을 베고 누워 코를 드렁드렁 군다. 남이야 얼어죽든지, 로숙자가 굶어죽든지 무슨 상관인가. 린색한 수전노들은 양옥에 들어 편안히 낮잠이나 자고 있다. 리속에 어두운 구두쇠들이 깨진 구리사발을 두드리며 수전노의 더러운 돈벌이 성경을 읊조린다. 나영은 잠실역 부근 롯데에 가서 근사한 겨울외투를 사 입고 털실수건으로 머리를 꽁꽁 감쌌다. 심한 코로나류행 때문에 마스크까지 꼭 눌러 끼니 경찰들의 눈을 가리기는 제창 좋았다. 나영은 한시름 놓으며 한숨을 호 내쉬였다. 그러나 공개수배녀도주범의 습관처럼 힐끔힐끔 뒤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잠실역 쪽으로 도적고양이처럼 발뼘발뼘 다가갔다. 그녀가 어둠을 등지고 지하철을 갈아타며 신도림에 이르렀을 때였다.  지하철 출구 아츠란 층계에서 웬 사내가 배낭을 메고 두 손으로 묵직한 트렁크를 안고 힘겹게 한 층계, 한층계 올라가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숱한 사람들은 그 사내한테 막혀 주춤거리다가 옆으로 에돌아 지나가버렸다. 그때 갑자기 그 사내가 무거운 트렁크를 쥔 채 괴춤이 탁 풀리며 바지가 훌렁 벗겨졌다. 속내복이 훌렁 드러났다. 그 사내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창피해 트렁크를 층계에 내려놓고 괴춤을 훌 춰입었다. 웬 일일가? 그 사내는 바지멀춤을 쥐고 까딱하지 못했다.  그저 애타게 위로 아츠랗게 뻗은 층계를 쳐다볼뿐이였다. 피뜩 보아도 중국 교포 같았다. 나영은 부지중 그리로 다가갔다.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가요?” “괜찮습니다.” 그 사내는 털실수건에 꽁꽁 싸인 낯모를 녀인을 마주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 무거운 짐 어떻게 혼자 들고 올라가겠어요? 인줘요.” 그 사내는 좀 귀에 익은 목소린지 몸을 돌려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마스크를 꼭 눌러 낀 녀인이 누군지 몰라보았다. “괜찮아요.” 그 사내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나영은 환성을 올렸다. “아니, 기자선생님. 어떻게 돼?” 그제야 종호는 나영을 알아본 것 같았다. “저는 어떻게 돼?” 종호와 나영은 습관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층계 한쪽으로 갔다. 건데 이상하게 종호는 한 손으로 바지멀춤을 쥐고 걷지 않겠는가. “미영이, 짐 지켜주오.” 종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층계 위쪽을 가리켰다.  “내 저기 매대에 혁띠 있는지 가보고 올게.” 그제야 나영은 종호가 왜 바지멀춤을 쥐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혁띠 뚝 끊어졌댔구나.) 나영은 허구픈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마스크를 끼고 있어 다행이였다. “네. 갔다가 오세요.” 나영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우습깡스레 바지멀춤을 쥐고 층계를 올라가는 종호의 뒷모습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더는 참지 못했다. (이건 뭔데. 바지멀춤이 다 풀리게 안고 달아다니지?) 나영은 짐을 한층계라도 더 올려가려고 두 손으로 트렁크를 들려고 안간힘을 다 썼다. “아이구,” 그녀는 외마디 질렀다. 트렁크가 어찌나 무거운지 아녀자의 힘으로는 근본 움쩍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종호가 헐금씨금 달려내려왔다. 이번엔 바지멀춤을 쥐지 않고 날래게 층계로 탕탕탕 뛰여내려왔다. 나영은 종호 어깨에서 배낭을 내리우려고 했다. “제가 배낭을 메지요.” “아니, 괜찮소.” “큰짐은 못들어도 배낭이라도...” 종호는 트렁크를 훌 들어 메면서 말했다. “금방 수술했는데 그만두오.” 종호는 트렁크를 메고 터벅터벅 층계를 올라갔다. 나영은 뒤에서 두 손으로 트렁크를 받쳐주면서 따라올라갔다. 종호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대림동으로 가야 했다. 그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나영을 데리고 장의자에 걸터앉아 숨을 돌렸다. “어째 우리 집에서 나왔소? 내 얼마나 근심했는지 모르오.” 종호의 말에 나영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저 때문에 근심하지 말아요.” 종호는 근심에 찬 표정으로 나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요즘 어데서 잤소?” “모텔에서요.” “아니, 우리 집에서 잘게지. 취직도 못해가지고 모텔비를 낼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러오?” “선생님이 찾아준 돈도 있는데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한달에 모텔비 백만원씩 내고나면 그걸 몇참 쓰겠소? 우리 집에 가기오.” 그러나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찮은 저 때문에 신경쓰지 말아요. 선생님은 저를 잘 몰라요. 저는 선생님이 관심할만한 녀자 아닙니다. 나쁜 년입니다.” 종호는 진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오? 사람이 어찌 착오를 질 때 없겠소? 잘못을 저질렀으면 잘 반성하고 고치면 되지.” 종호는 나영의 처지를 아는 것 같았다. (하긴 한국 텔레비에 다 난 인기인물이 아닌가. 난 지구 촌 어데도 살데 없어.) “따님이 참 인물쳐격이 물찬 제비처럼 예쁘더군요.”  나영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화제를 돌렸다. “이건 뭔데요? 이렇게 힘겹게 메고 다닙니까?” 종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였다. “책이오.” “네?” 나영은 놀라했다. “무슨 책인데요?” 종호는 긍지감에 차 말했다. “항일렬사들의 항일투쟁사랑, 우리 조선족 이민사랑 쓴 책이오.” “혹시 선생님이 쓴 책인가요?” 종호는 가슴을 쑥 내밀며 아주 자랑스레 말했다. “그렇소. 내 얼마나 고생스레 쓴 책이라고. 끝내 세상에 내놓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걸 내자고 기자선생님이 건축현장에 가서 고된 일 했는가요?” “그렇소.” 나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누가 이런 책을 본다고 이런 고생 다 합니까?” 종호는 도리여 어이 없다는듯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내 딸이 하는 말과 똑같구만. 걔는 두대가 문학을 하면 집 안이 망한다고 하오.” 나영은 혀를 홀랑 내밀었다. “리선생님, 널리 량해하십시오. 횡설수설해서요.선생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어서 미안해요.” 종호는 오히려 개의치 않았다. “솔직한 말 괜찮소. 사실 지금 사람들은 오늘의 행복은 항일렬사들이 목숨 바쳐 찾아온 것이란 거 생각하지도 않지. 바로 그래서 내 이런 책을 내는게오.” 종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지금 내 딸이나 숱한 사람들은 애잡짤한 련애이야기나 처참한 비극적 혼인사 같은 거 좋아하는 건 사실이오. 그러나 우리는 민족의 이민사나 항일투사들의 혼을 잊어선 안되오. 한 민족이 전통력사도 문화전통도 없으면 안되오. 지금 우리 조선족들의 집산지가 산산히 흩어지고 있소. 민족 대이동시기에 처했소.국외로,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지. 우리 진달래 고향이 종적을 감추고 있소. 이럴수록 민족은 한데 뭉치고 전통을 바로 세워 후대들에게 넘겨줘야 하오.” 나영은 좋은 충고를 해주고 싶었다. “그렇긴 하죠. 그러나 이전에 내 전람관 해설을 하면서 봐도 그랬죠. 항일이요. 해방전쟁이오. 이런 도편전람을 해선 찾아오는 사람들이 몇이 없었죠.” 나영은 종호 눈치를 흘끔 보며 뒷말을 이었다. “지금은 온라인시대입니다.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책을 별로 보지 않아요. 서점에 선생님이 쓴 거 같은 책들이 먼지 새뽀얗게 낄 지경입니다. 누가 봅니까? 핸드폰에 올리면 그래도 보는 사람이 많아요. 선생님도 애나게 돈을 벌어 책을 내느라고 하지 말고 핸드폰에 올려 보세요.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건데요.” 종호는 허리를 꿋꿋이 펴더니 얼굴에 장엄한 빛을 띠웠다.  “참 좋은 말이오. 이후엔 핸드폰에도 올리고 책에도 계속 내야겠소. 난 기어이 항일렬사들의 투쟁사와 우리 민족의 이민사를 계속 책으로 내겠소. 그런 책을 우리 후세에 남겨주고 싶소.” 나영은 내심으로 탄복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아 보였지만 민족을 위해서라면 이런 “바보”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지하철이 육중한 노래를 부르며 들어섰다. 종호는 우쭐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부터 다른데 가지 말고 우리 집에서 자오. 난 현장에 나가봐야 하오.” (겨울에 무슨 현장인가? 또 종각에 가서 쪽잠을 자려고?) 나영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종호를 창피하게, 불편하게 굴가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영은 아빠와 같은 종호의 진심어린 호의를 저버릴 수 없어,  못이기는 척하면서 종호의 배낭을 마구 벗겨 메고 뒤따라 지하철에 올랐다. 녀자 몸으로 늦겨울에 종호처럼 지하철에서 쪽잠을 잘 수도 없고 맨날 모텔방을 돌며 살수는 없었다.   지하철에는 행인이 별로 많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과 손님 사이도 너르게 앉아야만 했다.  나영은 종호와 나란히 앉아 나직이 물었다. “어째 국내에서 책을 못 냅니까? 이걸 국내에 가져가자고 해도 운비랑 들겠는데요.” 종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그렇소. 한국 출판사 사장들도 도리머리질하면서 이상해할 정도요. '어째 국내에서 내지 않는가?” , '당신들 중국 조선족이민사 우리 한국 무슨 관계 있어?' 그들은 주산알을 딸깍딸깍 튕기면서 퇴자를 놓지 않겠소? 다행히 민족의 정의감이 있는 한국 리완표 사장이 이 책을 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소. 몇백 책은 우정국에 가서 부쳤는데 국제우편이다 보니 우편료만 해도 백만원도 넘어 들어갔소. 우편세에 해관세까지도 물리지. 비용이 국내만 못잖게 들어갔소."    나영은 의아해했다. "그럼 국내에서 책을 내면 낫잖은가요? 운비나 해관세도 들지 않겠는데요." 종호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국내에서 내면 얼마나 좋겠소? 그런데 출판비용이랑 엄청 비싸오. 잘 팔리지 않는 책을 어데서 내자 하겠소? 지금 출판사들 형편도 넉넉하지 못하오. 출판사에서 책을 얼마 팔아야 내 책 출판비용을 대주겠소? 지금 책이 어디 팔리오? 특히 이런 책 말이오. 이게 우리 출판시장의 현실이오. 그래도 출판사에서 어려운 형편에도 전문번역일군을 배치해 항일투사들의 이야기를 한어로  번역해 중점도서항목으로 세우고 우에서 돈을 얻어다가 내준다오. 출판사 사장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오. 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소. 출판사에서 나서는데 내라고 가만 앉아 있어 되겠소? 그래서 난 집을 다 팔아 책을 냈소.이젠 국내 출판사 사장들한테 손을 내밀기도 미안하오. 그래서 한국 출판사들을 찾아 다니지.” 나영은 의아해 물었다.  “집을 다 팔다니요? 책이 그렇게 중합니까?" 종호는 책짐을 매만지더니 대답했다. "그렇소. 집이 없는 것보다 민족의 전통력사가 사라지는게 더 큰 일이오.한 민족이 혼이 날아나는 것 만큼 가슴 아픈 일이 어디 더 있겠소?" 나영은  다가앉으며 물었다. "책이 안 팔리면 이 숱한 책을 어쩌자고 그럽니까?” 종호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설했다. “누가 사서 보오. 훌훌 나눠줘야지. 이 책을 봐주기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 지금 마작을 놀면서 한판에 몇십원씩 떼워선 씁쓸해도 책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은 아까워하잖고 뭐요?”  나영은 안타까워 종호를 따라 한숨을 호- 내쉬였다. 집에 이르자 종호는 책짐을 구들구석에 내리워놓고 나영을 보고 말했다. “다른 생각말고 이젠 여기서 자오. 난 현장에 바삐 나가봐야 하오.” 나영은 종호를 측은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겨울에 현장일을 하다니오?” 종호는 아닌보살을 떨었다.  “아니, 현장에 가서 밤보초를 서야 하오.”   “선생님이 정 여기서 쉬지 않으면 제가 종각역에 가서 쪽잠을 잘게요.” 그 말에 종호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걸 어떻게…?” 나영은 종호의 손을 잡고 애원하다싶이 말하였다. “선생님, 딸 같은데요. 뭐랍니까? 여기서 쉬세요.” “그렇긴 하오. 부녀간처럼 모든 건 자연스럽게 스스럼없이 지내기오.” 종호는 그날 밤 부엌에 내려가 이불을 훌훌 펴고 드러누웠다. 나영은 미안한대로 구들에 이불을 들쓰고 다리를 꼬불뜨리고 누웠다. 그러나 둘 다 밤이 깊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반토굴 집에는 달빛에 비낀 책짐이 덩그렇게 놓여 그들의 어색한 첫날밤을 지켜고보고 있었다...   어디라 분간하기 어렵게 모래폭풍이 불어치는 사막이다. 웬 사나이가 바보처럼 묵직한 책짐을 메고 마라톤을 하는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땀을 뻘뻘 흘리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힘겹게 한발자욱한발자욱 걸어나간다. 누가 물 한방울도 주지 않는 야박한 사막에서 뭘 보고 터벅터벅 힘겹게 걸을가?  모래알이 눈을 못뜨게 아프게 덮쳐들면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눈을 지그시 감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갈증이 나서 목 안이 타는 것 같아도 필승의 신념으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의 눈 앞에는 그 책을 가져다 눈뿌리 아찔하게 쭉 뻗은 모래언덕을 넘어 저 멀리 민들레 흩날리는 고향마을에 가져다 주면 어두운 마을에 환한 등대를 밝히리라 믿는 것 같았다.그 사내는 물 한방울도 없는 사막에 샘물이 퐁퐁 솟는 개똥녀네 동화 같은 오아시스를 가꿀 것만 같은 그런 꿈으로 가슴이 설레이고 있었다.   아, 십자가를 메고 힘겹게 골고다언덕을 올라가던 그 성인의 화신인가.아니면 분신인가? 왜 그렇게 신념이 강하다 못해 사막의 사나운 모래폭풍에도 책의 향연의 신념을 굽힐줄 모를가?그러나 그 사내는 만민이 우러러보는 그리 위대한 인물도 아니다. 그저 책을 애나게 써서 나눠주는 "바보짓"을 하는 그런 "바보" 사내일뿐이다. 꿈인가? 나영이 깨나보니 희읍스름한 달빛이 반토굴 집 안을 들여다 보며 울고 있지 않겠는가. 나영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호 내쉬였다. (기자 선생님은 집을 팔아 책을 만드는 바보. 물 한방울도 주지 않는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마라톤을 하는 사나이야.)
362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8 김장혁 댓글:  조회:1327  추천:0  2023-06-0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8.로숙자  별이 바르르 떨며 추워 구름으로 몸을 가리는 늦겨울의 밤하늘, 달도 한 녀인과 기자선생님의 애처로운 모습을 이슬맺힌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나영은 세집에서 나와 골목길로 사라지는 종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눈바램하였다. 그녀는 쓸쓸히 몸을 돌려 셋집 문고리를 잡았다가 손을 내리웠다. (아니야, 좋은 기회야. 저 기자 어떤 사람인가 보자. 진짜 건축현장에 가서 자는가 봐야지. 신분에 맞지 않게. 글쎄 한국에 오면 네남 모두다 신분이 땅에 떨어지긴 하지만...) 나영은 문 자물쇠를 절컥 잠가놓고 황급히 종호 뒤를 쫓아갔다. 종호는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나영은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리고 종호의 눈치를 흘끔거리며 뒤따라가 지하철에 올랐다. 다행이 손님이 지하철에 꽉 차서 종호는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종호 어디로 가는가 뒤따라보니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에 가서 내리는 것이였다. “혹시 내 자살하기 전에 찾았던 종각역 로숙자 우글거리는 거기 가서 자려는게 아닌가?” 그때 종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추 로숙자들이 자리다툼하는 그리로  진짜 가는 것이였다. 나영이 먼발치에서 보니 교보문보로 통한 텐넬 쪽 2층에 길다란 장의자가 놓여있었다. 어둑시그레한 층계와 장의자에 숱한 로숙자들이 들어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종호는 지하철에서 주은 것 같은 신문 몇장을 땅바닥에 쭉쭉 폈다. 아주 숙련된 솜씨였다. 그는 신문지 위에 훌 들어앉아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두팔에 머리를 파묻고 쪽잠을 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마나! 기자선생님, 이건 아닌데요.” 나영은 하마트면 고함칠 번했다. 그녀는 간신히 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란 가슴을 쓰러내렸다.  순간 나영은 코마루가 시큼해나며 눈물이 당장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자기를 편히 자게 하려고 로숙하는 종호가 감사하기보다는 죄송한 감이 가슴을 아프게 허볐다. 나영은 벽에 기대 개탄했다. (기자선생님, 저 때문에  로숙까지 할 필요있습니까? 신분에 맞잖게. 저는 선생님 딸처럼 보호받을 년이 못됩니다. 전 색마한테 혼을 빼앗겨 졸혼하고 미쳐 나돌아다닌 못쓸 화냥년입니다. 졸혼하고 나만의 성쾌감을 느끼려고 가정을 마스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도망친 뺑덕어미입니다. 절대 저를 위해 그렇게 하지는 말아주세요. 리선생님, 전 어쩌면 좋아요?)  그녀는 당장 달려가 종호 손을 잡아 일으켜 셋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몇발자욱 내딛다가 주춤 멈춰섰다. 종호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뒤를 밟아 따라온 자기를 발견했을 때의 종호의 난처한 기색 또한 어쩌겠는가. (아니야, 기자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자. 못 본 척하자. 그게 상책이야.) 나영은 도적고양이처럼 발뼘발뼘 로숙자들을 깨울세라 그 어둠컴컴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종각역에서 다시 종호네 셋집으로 돌아오면서 무한한 자책감을 느꼈다. (진짜 친딸처럼 생각하는 기자선생님을 의심하다니?” 뒤이어 이상하게 긍지감도 떠오른 것이 아니겠는가. (참 넌 팔자 좋아 다행이야. 천하에 둘도 없는 귀인을 만난 것 같아. 네년은 남자 복이 있어. ㅋㅋ.) 그러나 나영은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돌다리도 두드려보면서 건너라지 않는가. 정호를 봐라. 처음에야 얼마나 날 생각하는 것처럼 했는가? 날 부관장으로 제발시키고 그러나 결국엔 그놈이 날 무참히 유린하고 해치잖았어? ” 순간 정호가 미국 로스안젤레스에서 밤중에 목숨걸고 흑인강도의 손에 걸린 자기를 구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밤 나영은 정호와 함께 해변가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다. 그들이 십자길에서 금방 큰 길가 가로수 밑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꺼먼 구새통 같은 육중한 체구의 흑인강도가 뛰쳐나왔다. 그 놈은 승냥이처럼 덮쳐들어 나영의 목을 끌어안고 뒤통수에 권총을 들이대고 정호한테 을러멨다. “딸라를 내놔!' 문학과 대졸생인 나영은 그 흑인강도가 영어로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마나!” 나영은 비명을 질렀다. “딸라를 달라고 해요.” 불시에 일어난 사태에 정호도 처음엔 어정쩡해 두 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나 인차 정신을 차렸다. “딸라를 꺼내 주오.” 나영은 영어로 “딸라를 줄게.” 하고 말하고나서 핸드빽에서 딸라를 두툼하게 꺼내 흑인강도한테 주었다. 흑인강도놈은 잠간 나영을 놓고 딸라를 챙기고는 또 어두커니 서 있는 나영의 목을 끌어안고 이번엔 정호한테 총을 겨누고 을러멨다. “네놈 딸라도 몽땅 내놧!” 정호는 바지엉덩이 호주머니에서 딸라를 꺼내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돌아섰다. “그놈 보고 가져가라고 하오.” 흑인놈이 나영의 말을 듣고 권총으로 정호를 겨눈 채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 놈이 땅바닥의 딸라를 주으려고 허리를 굽힐 때였다.  정호가 갑자기 홱 돌아서며 발길로 그 놈의 시꺼먼 대가리를 걷어차올렸다. 그 놈이 “억!”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엉거주춤 일어나려고 했다. 정호는 그 놈 꺽다리 무릎을 딛고 씽 날아올라가면서 무릎으로 그 놈의 턱주가리를 걷어찼다. 그 놈은 맥없이 푹 엉덩방아를 찌으며 쓰러졌다. 정호는 흑인강도 권총을 탁 차버렸다.  “얏!” 야무진 고함소리와 함께 하늘공중에 후닥닥 날아올라갔다가 날아내리며 무릎으로 그놈의 고무풍선처럼 불룩한 배때기를 꽝 깔아뭉갰다. “어우예!' 흑인 강도놈은 비명소리와 함께 반주검이 돼 까딱하지도 못했다.  “태권!” 정호는 호랑이처럼 고함치며 발길로 연신 흑인강도놈의 낯빤대기며 배때기를 걷어찼다. “최국장!” 나영은 정호의 품에 와락 안겨 발을 구르며 통곡쳤다.  “내 있는 한 무서워 말아라. 목숨 걸고 널 지킬테니까.” 정호는 딸라를 주섬주섬 주어 나영의 핸드빽에 쑤셔넣어주었다…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땐 정호는 얼마나 세상 둘도 없는 사내였던가. 날 구해준 은인이였지. 그는 날 위해선 목숨도 바칠 것 같았잖아. 그러나 뒤에선 날 함정에 빠드리고 고발하고 육신을 유린할 대로 다 하지 않았던가. 세상 남자들은 다 믿을 수 없어.) 나영은 한숨을 호 내쉬며 셋집에 들어섰다. 그는 코구멍만한 셋집 구들에 벌렁 드러누워 어두운 천정 한 곳을 멍하니 쳐다보며 상념에 잠겼다.  쪼각달은 서쪽에 기운지 오래건만 나영은 종각역에서 로숙자들과 함께 자고 있을 종호를 생각하면서 잠들래야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반토굴 셋집 구들에 다리를 옹송그리고 누운 채 언제 쪽잠에 빠졌는지 몰랐다. 이튿날은 신경을 느슨하게 하는 일요일이였다. 나영은 어젯밤에 편이점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아침끼니를 대충 에때우고 텔레비죤을 켰다.  그녀가 금방 뉴스를 볼 때였다. 문께에서 문 자물쇠를 여는 절그럭 소리 나는 것 같았다. 뒤이어 나직이 들리는 노크소리. 나영은 깜짝 놀랐다. (리선생님이 건축현장에 가잖고 왔을 린 없겠는데. 경찰이 또 추적해왔어?) 그녀는 쿵쿵 뛰는 심장을 눅잦히며 문께에 다가갔다.  감시구멍으로 내다보니 웬 새파란 30대 중반녀성이 아니겠는가? “누군가요?” “어마나, 딸인데요. 어서 문 열어요.” “네. 잠간 기다리세요.”  나영은 역으로 돌린 잠금쇠를 열어주었다. 셋집엔 엄청 훤칠한 녀성이 들어섰다.  그녀는 궁금증이 스치는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으로 나영의 아래위를 쓸어보면서 물었다. “누구신지요? 혹시 아빠 전화한 미영씨인가요?” “그래요. 종호선생님이 구해준 불쌍한 녀자입니다.” “네. 전  딸인데요. 리향이라고 불러요.” “리선생님의 박사따님이군요.” 그제야 리향은 한숨을 호- 내쉬더니 더 캐묻지 않았다. (아빠한테 이렇게 새파란 여자 생겼어? 딸 같은 후처? ㅋㅋㅋ. 후처에 감투끈이 풀리는줄도 모른다더니. 아빠 엄마하고 리혼하더니 새파란 녀자 운이 텄나?) 리향은 바줄에 걸린 부래지어가 눈에 거슬렸는지 아님 민망했던지 걷어 멜가방에 쑤셔넣었다. 그때 텔레비죤에 다음과 같은 뉴스가 쏟아져나왔다.  “나영이라고 부르는 중국 교포 공개수배범이 어제 밤 모텔방에서 도망쳤습니다.” 리향과 나영의 눈길이 거의 동시에 텔레비죤에 쏠렸다. 텔레비죤 화면에 나영의 사진도 올랐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뒷창문과 가스관을 가리키는 장면이 나탔다. “공개수배범은 바로 이 뒷창문을 열고 가스관을 타고 도망쳤습니다. 진짜 정탐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야간탈주였습니다. 공개수배범 나영은 중국에서 전람관의 돈 5만원, 한화 약 천만원 좌우 떼먹고 애인 정호와 함께 일본으로 도망쳤다가 우리 나라에 숨어들었댔다고 합니다. 최정호는 중국 모  시 문화국 국장이였다고 합니다. 그는 중대부패분자여서 홍색공개수배범으로 한국 인터폴에 나포된 적이 있습니다. 최정호는 홍대입구 부근에서 인터폴의 손에서 벗어나 한국 기생 미희 오랍누이의 도움을 받아 어선을 타고 남태평양까지 도망쳤다가 최근에 끝내 중국 녀검사한테 나포돼 중국에 인도돼 투옥됐다고 합니다. 지금 공개수배범 나영은 최정호가 탐오, 남용한 숱한 돈과 금은장신구를 탕진한 중대범죄혐의를 가진 인터폴 공개수배범입니다. 나영은 서울 모처에 종적을 감추었을 것입니다. 경찰 부문에서는 전체 시민들에게 공개수배범 나영 나포에 협조할 것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나영은 텔레비에서 눈을 떼 리향을 쳐다보았다. 리향과 나영의 눈길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뻘건 불찌가 튕겼다. 나영은 오쫄 일어나 외투를 주섬주섬 주어입고 핸드백을 주어들고 리향에게 하직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한테 전해줘요. 저는 도와줄 필요없는 녀자라고, 경찰들이 추적 중인 죄인을 로숙까지 하면서 자기 집에 재울 가치 없는 녀자인데요.” 말을 마치자 나영은 문을 훌 열고 나왔다. 뒤에서 리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간! 아빠를 만나 직접 말하세요. 오늘 아빠와 만나기로 했기에 이제 곧 올건데요.” 나영은 돌아서서 허리굽혀 인사했다. “ 고맙습니다. 당신들 부녀까지 련루시키고 싶지 않아요.” 나영은 셋집에서 나가자  선불맞은 노루처럼 공포에 찬 골목길을 꺾어들어 도망쳤다. 멀리 갈수록 더 좋았다.      어디든지 자유를 위해서라면 도망갈 수 있는 그녀였다.       
361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7 김장혁 댓글:  조회:1306  추천:0  2023-06-0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7. 나영과 기자의 로맨스   나영은 마취약이 효력을 잃자 점점 수술자리가 아파남을 느꼈다. 그러나 색마의 더러운 혹을, 쓰라진 바람둥이 쓰디쓴 열매를 떼버렸다는데서 내심으로 더 없는 희열을 느꼈다. 황선희는 시술을 끝내자 지영한테 나영을 간호할 때 여차여차 주의하라고 알려주고는 부랴부랴 귀국하지 않으면 안되였다.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완화되면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하강되였다. 그리하여 백신공장을 세운지 1년도 되지 않아 파산의 변두리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제약공장에서는 새 약을 제조하는데 전향해야 했다. 황선희는 시술(수술)이 끝나자 나영의 뱃 속에서 떼낸 태아, 혹이랄가, 그 놈의 변강쇠 더러운 씨를 비닐주머니에 담아 밤도와 쓰레기장에 내다버렸다. "더러운 개새끼, 이 세상에 태여나선 안되는 바람둥이 쓴 열매야.정호, 네놈새끼, 변강쇠 놈아, 숱한 아가씨들을 짓밟고. 어린 아가씨들을 얻어 숱한 아들달을 한 구들 낳고 살겠다더니, 더러운 씨를 사처에 뿌려? 꿈도 꾸지 말라." 그때 야생개가 달려들어 그 놈의 더러운 고기덩이를 물고 달아났다. 저쪽에서 한무리 개들이 서로 고기덩이를 먹겠다고 서로 물고 뜯으며 빼앗을내기 하였다. 나영은 황선희한테 비행기표라도 떼라고 백만원을 꺼내 주었다. 그러나 황선희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 대신 자기가 가져온 성기능제고중초약을 한꾸러미 내놓더니 팔아달라고 부탁하고는 총총히 떠나가버렸다. 황선희가 떠나간 후 지영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아 한달만에 나영은 완전히 생활을 자립할 수 있게 되였다. 그는 모텔방에서 더운 물을 틀어놓고 목욕재계하였다.그 놈 변강쇠한테 더러워진 몸을 깨끗하게 씻고 싶었다.깨끗한 몸으로 새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이 부지중 괴여올랐다. 그녀는 가로 세로 째진 상처투성이 아랫 배를 내려다보면서 정호에 대한 원한으로 이를 쁙쁙 갈았다. 그녀는 색마의 더러운 손때가 더덕더덕 묻은 몸을 샤와기로 이리저리 깨끗이 물을 치며 샴푸를 여러번 치고 빡빡 닦고 또 닦았다. 그녀는 풍만한 복숭아젖가슴을 내려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놈새끼, 매번 달려들면 젖가슴부터 게걸스레 빨고 핥고 개지랄했지. 항상 변강쇠 그걸로 날 하늘공중에 뿡 뜨는 기분에 잠기게 하고는 변강쇠느라고 으시댔지. 나도 미쳤지. 그놈 색마한테 속이워 미쳐 따라다녔잖아. 그 놈이 음험하게 뒤에서 심계국에 날 고발한 것도 모르고 속히운 걸 생각하면 원통해죽겠다. ” 그녀는 샤와기로 젖가슴에 물을 뿜고 샴푸를 발라 씻고 또 씻었다. “그놈 색마놈은 항상 뒤로 달려들어 날 유린할대로 했지.” 나영은 샤와기로 펑퍼짐한 엉덩이에 물을 쏴- 쳤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정호가 사무실에서 자기를 처음 간음하던 몸서리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정호는 나영을 부관장 겸 재무과장으로 제발시키겠다고 해 얼려놓고 불시에 뒤로 달려들어 사무상에 쓰러뜨리고 짧은 치마를 훌렁 내리웠다. “왜 이래요? 전 기생이 아닌데요.” 정호는 누런 이발을 드러내면서 구슬렸다. “녀자는 자기 몸에 달린 무기를 잘 쓸줄 알아야 하오. 제 돈도 가져오지 않고 몸도 안 주면 누가 저를 제발시키겠소? 눈을 지긋이 감고 들이대오.” (아니, 내 남편도 이렇게 들이대라고 강요한 적이 없어.) 그러나 색마 정호는 나영이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그 놈 색마의 육실한 그게 벌써 그녀의 몸 속으로 깊숙이 쑥 들어와 아프게 찔러댔다. “개새끼, 날 뒤로 얼마나 해재꼈어? 이 더러운 엉덩이를 썩뚝 베서 개를 줘라. 퉤, 더러워 어떻게 살아?” 나영은 엉덩이를 꼬집어놓으며 샤와기로 물을 뿜고 씻고 닦아댔다.  몸은 비록 백옥처럼 씼었지만 마음 속의 더러운 상처는 지우기 힘들었다. “이젠 죽어도 외간사내하곤 아니야. 철석을 볼 면목도 없어. 리혼할가? 건데 성림이 불쌍해. 애비에미 얼마나 꼴사나워? 성림을 한국에 데려와 공부시켜야지.” 그런데 그녀는 지금 자기 주위에서 제일 가까이 다가오는 종호가 부지중 부담스러웠다.  (안돼. 아무리 기자라도 어떻게 알아? 정호를 봐라.  단위에서는 천하없는 군자처럼 행세했지만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위군자, 천하에 둘도 없는 색마 아니였던가. 기자라고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천길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알기 힘들지.) 나영은 이젠 모든 남자들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 지영을 심부름시키자니 경찰들한테 꼬리 밟힐 거 같았다. 별 수 없이 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종호를 림시 의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종호는 문안하러 모텔에 찾아왔댔다. 그는 락태시슬을 아주 순조롭게 한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는 나영을 보고 근심스러운 일부터 일깨워주었다. “모텔을 옮겨야 하오. 경찰들이 뒤를 밟아 찾아올 수도 있소.” 종호는 나영을 보고 충고했다. “어떻게 항상 모텔에 돌아다니면서 경찰들과 숨박꼭질하겠소? 허물하지 않으면 내 집에 가 있소.” “그렇게야 어찌...?” 나영은 고맙긴 했으나 주저했다. 종호는 그 자리에 있는 지영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달리 생각하지 마오. 난 건축현장에 나가 회사 숙사에서 자면서 일하오. 집이 텅텅 비였소. 그래도 모텔보다 더 너르고 안전할게오.” 지영은 나영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라. 안전이 제일이야.” 지영은 종호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나영의 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얼마나 정직한 기자선생님이냐? 이 인심이 야박한 세상에 기자선생님만한 사람이 있니?  믿어라.” 나영은 황선희와 지영을 번갈아보았다. 나영은 믿음에 찬 눈길을 모텔방에 들어서는 종호한테 돌렸다.  종호 손에는 먹거리가 한꾸러미 들려 있었다. 그는 먹거리를 침대머리에 내려놓고 호주머니에서 키와 무슨 메모지를 꺼냈다. “이건 내 셋집 열쇠오. 언제든지 필요하면 여기 주소대로 찾아가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오. 건축현장 일이 바빠 먼저 가야겠소.” 종호는 말을 마치자 사람좋게 미소를 짓더니 문 밖에 나섰다.  그러나 나영은 맥없이 머리를 끄덕일뿐 종호를 따라 갈 용기는 없었다.       “잠간만요."       지영이 종호를 따라나섰다.       "나영을 널리 량해세요. 색마한테 혼나서 어진간해서 남자들을 믿지 않기 마련이죠. 제가 대신 선생님 집 위치를 알아뒀다가 나영한테 알려주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고 지영을 데리고 가서 자기 집을 보였다. 나영은 종호를 떠올리자 마음 속으로 감사하면서도 경계의 탕개는 늦추지 않았다. 전번에 병원에서 부랴부랴 간호사복을 입고 도망치다나니 옷 한벌도 없었다. 자살하기 전에 모텔에 둔 온 트렁크와 옷은 몽땅 경찰들의 손에 들어가 차압당했다. 그래도 친구 지영이 있어 입던 옷이라도 가져다 주어 허망 벗지는 않게 됐다. (몸도 깨끗이 씻고 나가 옷도 사입어야지.) 그녀가 속옷을 껴입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보름달얼굴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대신 수척해진 해바잔 박씨얼굴이 불쌍했다.      "그놈 색마는 항상 내 보름달얼굴이 어떻구, 볼우물이 옴폭파이는 보름달얼굴이 이쁘다는지, 볼우물에 퐁당 뛰여들어 목욕하고 싶다는지 하면서 날 구슬렸지. 뭐 새물새물 웃는 눈웃음 매력이 사람 다 죽인다는가? ㅋㅋ,"     나영은  거울에 비낀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며 정호를 욕하다가 저도 몰래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해 킬킬거렸다. "개놈새끼 항상 달콤한 미사려구로 날 꼬셨지?"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빗을 때였다. 꽝꽝꽝. 갑자기 다급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열엇!” (경찰들이 왔잖아? 이걸 어쩌나?) 나영은 발뼘발뼘 문께로 가서 감시구멍으로 내다보았다. 두리모자들이 얼른거렸다. (아차, 이걸 어쩌나? 절대 감옥밥을 먹을 순 없어. 성림은 엄마 없이 못 살아.) 그녀는 문께에 대고 소리쳤다. “네, 곧 열지오. 샤와하는데요. 좀 기다리세요.” “딴전 부리지 말고 어서 문 열엇!” 나영은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 핸드빽을 찾아들고 모텔방을 휘 둘러보았다. 뒤창문이 보였다. 뒤창문을 활 열고 뛰여내리려고 내다보았다. (4층에서 어떻게 뛰여내리?) 그녀는 주춤거렸다.  불현듯 그녀의 눈에는 아래로 쭉 뻗은 가스관이 보였다. 그녀는 아직 젊어서 그렇게 날랬는가. 아니야. 감옥에 가지 않고 자유롭게 살려는 욕망이 그녀를 그렇게 용감하게 만든 것이리라. 나영은 주저없이 가스관을 꽉 끌어안고 아래로 미끌어져내려갔다. 모텔방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경찰들은 보스를 시켜 문을 열게 했다. 뒷창문이 열려 있었다. “진짜 정탐영화에서나 있을 일이군.” 경찰들은 뒷창문께에 다가와 가스관과 눈이 아찔한 아래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녀자라고 너무 깔보았군.”   나영은 허망 쫓겨나 갈데없었다. 그녀는 엄동설한에 찾아간 적 있던 지하철 종각역에 갈가도 생각했다. 그러나 인차 머리를 가롤 로 저었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자기 집에 옮겨가라던 종호의 순박한 얼굴이 피뜩 떠올랐다.         나영은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는 수 밖에 없었다.          "기자선생님을 한번 믿어보자." 그녀는 그날 밤에 도적고양이처럼 어둠을 살금살금 밟으며 대림동 부근에 있는 종호네 집으로 스리슬쩍 스며들었다. 지영을 따라 미리 종호네 집을 알아둔 것이 지금 보면 다행이였다. 종호네 집은 모텔만은 좀 더 큰 단칸방 셋집이였다.  콧구멍만한 셋집을 둘러보아도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걸칠게 없었다. 그런데  부엌쪽 빨래줄에 부래지어가 유표하게 걸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자가 왜 살기 힘든 모양이지? 안해와 함께 한국에 돈 벌러 왔는가?) 나영은 놀랐던 가슴을 부여안고 셋집 구들에 맥없이 물앉았다. 똑똑똑. “뭐야? 여기까지 추적해왔어?” 나영은 깜짝 놀랐다. “나요. 종호요.” 나영은 놀란 가슴을 쓰러내렸다. 그녀는 쌍까풀 포도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한숨을 호 내쉬였다.  그녀가 문을 열자 종호가 들어섰다.  “끝내 왔구만.” 그는 어정쩡해 우두커니 서 있는 나영을 보고 해석이나 하듯 중얼거렸다. “오늘 딸이 오기로 해서 찾아왔소. 곧 현장에 가야겠소.” “아니, 얘기나 좀 나누고 가요.” “그럴까?” 종호는 신을 벗고 구들에 올라와 텔레비죤을 켰다. 어색한 침묵을 깨뜨리려는 상 싶었다. 나영은 궁금해 물었다. “기자기에 살기 괜찮겠는데요. 힘들게 건축현장 일을 딱 해야 하는가요? 딸 뒷바라지를 하자고 그러는가요?” 종호는 스스럼없이 말했다. “딸이 한국에 류학와서 박사공부를 하는 중이오. 그 애 뒷시중도 해야 하고. 또 이전에도 말했지만 항일렬사이야기 책도 더 내자고 그러오. 돈이 없이 어떻게 책을 내겠소?” “그렇군요.” 나영은 바줄에 걸린 부래지어를 다시 쳐다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종호도 궁금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경찰들이 쫓아다니오?” 나영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한마디로 말하기 힘든데요. 차차 알게 되겠지요.” 종호는 구태여 더 캐여묻기 싫었다. 그는 우쭐 일어났다. “밤도 깊었는데 가봐야겠쏘. 안심하고 푹 쉬오.” 나영은 문께로 나가는 종호를 바래며 머리를 숙였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그런 말 말고 푹 쉬오. 나영은 내 딸 리향과 딱 정동갑입데. 바꿔놓고 내 딸이 이런 일 있으면 누구라도 이렇게 도울게 아니오? 날 그저 아빠 같은 아저씨라고 여기면 되오.” “네, 아저씨, 의지가지 없는 저를 조카처럼 도와주어서 고맙습니다.” 나영은 어둠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종호의 믿음직한 잔등, 그 드넓은 잔등을 바라보며 송구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보름달얼굴에는 믿음직한 아저씨 한분을 모시게 된 것으로 해 감격의 눈물이 즐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러내렸다.   날이 감에 따라 정기 없던 그녀의 눈에는 새 삶의 빛이 반짝였고 백지장 같은 보름달얼굴에는 삶의 용기가 다시 움트기 시작하였다. 안개 속처럼 헤아리기 어려운게 나영의 막막한 현실이였다.이제 나영은 기자선생님과 어떤 로맨스를 엮게 되겠는지? 
36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6 김장혁 댓글:  조회:1258  추천:0  2023-06-0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6. 락태   망망한 바다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고 나영은 곤경에 빠지자 풋면목이나 아는 기자 종호를 찾아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그녀는 허의사한테 떼운 돈을 꼭 찾고 싶었다. 살고파 그런 것보다도 세상천하에 의사 허울을 쓴 사기군한테 돈을 떼우고 말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한국 이국 타향이라고 해도 시비 있고 법이 있겠지.) 나영은 모텔 침대에 누워 끊없이 속궁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이 혹을 떼버릴가? 어느 병원에 갈가? 의사들이 낙태죄 두려워 락태시술을 해주겠는가? 그럼 어쩐다? 락태약은 글쎄 중국에 있는 사촌녀동생 춘영한테 부탁하면 되겠는데. 이젠 애 넘 커서 락태약으론 안될게 아닌가. 참 답답해. ) 그녀는 답답해 아랫배를 꽝꽝 치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기자선생은 허의사한테서 돈을 찾았는지? 어째 까딱 기별이 없지? 사기군놈이 그리 쉽게 천만원이나 내놓을가? 헤이참, 이 놈 세상에선 진짜 선전을 척 내놓기 무서워.) 똑똑똑 그때 조용한 노크소리 들렸다. 나영은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두근닥근 뛰며 당장 바깥으로 튕겨나올 것만 같았다. 나영은 발뼘발뼘 문께에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누구세요?” 당연희 한어로 물었다. “종호요.” “네, 들어어세요.”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찾아온다더니 종호가 용케도 지영이 알려준대로 햇빗모텔에 찾아왔다. 나영이 문을 절컥 열자 종호가 헤벌쭉 웃으며 모텔방에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은행종이박스가 쥐여져 있었다. “어서 앉으세요. 모텔방이 콧구멍만해 아수선한데요.” 종호는 사람좋게 웃으며 침대 맞은켠 걸상에 마주 앉았다. 종호가 둘러보니 돌아설 자리도 없었다. “괜찮소. 돈이 바쁜데 언제 으리으리한 호텔방 다 잡겠소?” 그는 나영 앞에 누런 은행종이박스를 척 내놓았다. “자, 받소. 그 놈 사기군한테서 천만원을 찾아왔소.” 나영은 두 손을 가슴에 마주 쥐며 놀라했다. “어마나, 이리 빨리 찾아냈군요. 고맙습니다.” 나영이 누런 종이박사를 들여다보니 5만원권 두 묶음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이때만큼 종호가 고마울 수 없었다. 감지덕지했다.  그녀는 돈묶음을 핸드빽에 챙기고나서 오쫄 일어났다. “갑시다. 맥주나 한잔 나누죠.” 그러나 종호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몸이 불편하겠는데 그만두오.이젠 밤도 깊은데.” 그러나 나영은 기어이 고집을 부렸다. “기회를 좀 주세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전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술 마시오?” 나영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좀 궁리하다가 머리를 들었다. “그럼 커피라도 마실가요? 이야기를 좀 나누면 안돼요?' 그제야 종호는 일어났다. “그럼 커피 딱 한잔 마시는 걸로 하기오.” “네. 그래요.” 종호는 나영의 돈을 많이 팔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모텔방을 나와 골목길에서 빠져나갔다. 나영은 습관적으로 뒤에 꼬리 있는가고 사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들의 뒤에는 행인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밤은 불야성을 이루었다.  연분홍 네온등불빛이 명멸하는 밤거리에서 청춘남녀들이 팔을 끼고 희희락락 거닐고 있었다. 나영과 종호는 부근 근사한 커피점에 들어갔다. 그들은 참대숲이 우거진 커피점 구석진 좌석에 가 마주 앉았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 아가씨가 사뿐사뿐 다가왔다. “뭘로 할가요?” 나영은 5만원권 한장 내놓았다. “랭커피 두잔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아가씨는 5만원권을 쥐고 돌아갔다. 이윽고 아가씨가 랭커피 두잔을 쟁반에 들고와 달랑 차탁에 내려놓고 거스럼돈을 두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돌아서갔다.  나영은 커피잔을 들어 권했다. “기자선생님, 의지가지 없는 저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종호는 커피잔을 들고 소탈하게 말했다. “이후에도 무슨 일 있으면 스스럼없이 말하오. 있는 힘껏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나영은 종호가 너무 극진해 다른 생각도 들었다. (기자선생님은 왜 나를 이렇게 돕지? 일도 바쁠텐데. 전번엔 위문금까지 내놓고. 혹시 날 욕심내는 건 아닌지?) 나영은 종호보다 20여세나 어렸다. 나영의 아버지보다 대여섯살 차 돼보였다. 나영의 눈 앞에는 색마 변강쇠가 피뜩 떠올랐다. (세상 남자들은 다 믿기 어려워.) 나영은 핸드빽에서 5만권 열장을 꺼내 종호 앞 차탁 위에 내놓으며 용기를 내 나직이 말했다. “적은대로 감사한 마음에서 드리는 건데요. 꼭 받으세요.” 종호는 그 돈을 나영의 앞에 되밀어주었다. “오해했군. 내 감사비나 얻어 쓰자고 도운게 아니오.” 나영은 감사비나 드리고 심리부담을 덜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종호가 나올줄은 몰랐다.  “그럼 미천한 저를 왜 이렇게 도와주는가요? 저는 선생님께 해준 일도 없고 어떻게 해줄 것도 없는데요.” 종호는 나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나영이 이상하게 보였다. 전번에도 병문안 하러 갔다가 나영이 들어 있는 구급실 문 앞 복도에서 지키는 경찰 둘을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댔다. (무슨 죄를 졌기에 자살까지 하려고 해? 경찰들까지 지키고? 이름도 자꾸 바뀌잖아. 냉면음식점 허보스는 나영이라던데. 지영은 뭐 미영이라고 했다가도 나영이라고도 하고. 무슨 개판이야?) 지영은 종호가 갓 면목익혔다. 그런데 왜 나영은 병원에서 도망쳐나와 모텔에 들었는가?  종호는 생각할수록 안개 속 같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나영은 병원에서 구급한지 보름도 안되지 않는가, 그런데 온전히 걷지 못한다던 나영이 펀펀하지 않는가? 병원에서 나와 모텔에 도망치다니. 너무 이상했다.  (오늘 밤엔 거리에 나와 커피까지 마실 수 있다? 병원에서 도망치려고 걷지도 못한 척해 경찰들의 경각성을 쏙 빼버리게 했는가? 옳아. 바로 그거야.) 그는 나영의 속을 환히 꿰뚫어본 것처럼 커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우린 이국 타향에서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오. 다른게 없소.”  그제야 나영은 자기가 너무 야박하게 논 것을 느꼈다. 그러나 늦었다. 종호는 나영을 마주 바라보았다. (앓고나서 좀 신경에 좀 이상이 생겼는가.) 나영은 정호한테 짓밟힌 후부터 당연히 웬간해서는 남자들을 믿기 어렵기 마련이였다. 종호는 우쭐 일어났다. 착한 마음으로 도와나섰는데 오해하는 나영이 얄밉기도 하였다. “밤도 깊었는데. 이만 하지. 건강을 잘 챙기오. 새파란 나이에 너무 짧게 생각하지 말고 굳건히 살기 바라오. 죽음도 두렵지 않으면 왜 살 용기는 없소? 널리 생각하오. 삶의 용기 내서 곤난한 문제는 하나하나 헤쳐나가면서 굳건히 살아야 하오. 모텔도 인차 바꾸오. 경찰들이 뒤를 밟을게 아니오? 이후에 무슨 일 있으면 알리오.” 종호 말에 나영은 마음씨 착한 종호한테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다.  그녀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하다가 오쫄 일어나 종호를 커피점 바깥까지 바랬다. 나영은 모텔에 돌아오자 발길질하는 뱃 속의 그 놈 혹 때문에 또 고민의 쁠랙홀에 빠졌다. “이 놈부터 떼버려야 하는데. 누굴 찾아갈가?” 그때 지영이 허겁지겁 모텔에 찾아왔다. “몸은 어떠냐?” 지영은 핸드빽을 침대머리에 놓으며 해쓱한 나영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넌 작작 찾아다녀라. 괜히 꼬리를 묻혀 오겠다.” 나영은 친구라도 있어 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얘, 이 놈 혹을 떼는게 우선이야.”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병원 다른 산부인과 의사한테 문의했다.” “너네 과냐?” “그래. 건데 그 의사도 한 500만 없인 공 해줄 거 같잖아. 지금 어디 공짜 있느냐? 비법락태죄를 질가봐 겁나하면서도 돈 보고 하자는 거 같더라.” 나영은 한참 지영을 마주 보라보다가 무거운 입을 뗐다. “아니야. 너네 병원에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되붙이겠다.” 지영은 의아해했다. “무슨 말이냐?” 나영은 지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거기 갔다가 경찰한테 잡히면 어쩌니? 설상가상 네한테도 련루시키게 돼.” 지영은 나영의 거친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난 괜찮아. 그런데 산부인과 주임인 허의사 눈을 피할 수 있겠니? 허주임한테 발각되는 날엔 끝장난다. 그러나 그 의사를 모텔에 데려다 락태시슬하면 어떻겠는가도 궁리했다. 나도 의학대학 졸업생이 아니냐? 시슬은 못해도 간호사로는 격이 넘치지.” 나영은 손사래쳤다. “한국 의사는 그만두자. 모텔에서 시슬하면 경찰들한테 들킬 념려없어 좋지만도. 이젠 한국 의사라면 딱 질색이야. 다 사기군 같아. 그 의사 경찰에 밀고하겠다면서 돈을 엄청 내라고 협박이라도 하면 어쩌겠니?” 지영은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답답해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럼 무슨 수 있느냐?” 나영은 머리를 들고 지영을 믿음에 찬 눈길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가? 황선희라는 친구언니 있어. 일본 의대 류학출신 녀박사야. 그 언니를 한국에 청해다가 모텔에서 낙태시슬하면 어떨가?” 지영은 걀죽한 얼굴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게 좋을 거 같아. 그런데 어떻게 아는 친구인지 한국에까지 오자 하겠느냐?” 그러나 나영의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에는 일루의 희망의 빛이 어렸다. “당장 련락해보렴.” 지영의 말에 나영은 핸드폰을 들었다가 천천히 맥없이 내리웠다. “안돼. 내 직접 전화하면 경찰들 덫에 치울 수 있어.” “내 전화하래?” “아니야.” 나영은 지영의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별 수 없구나. 종호. 그 기자 신세를 지자.”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종호라면 경찰들은 아직 의심하지 않을 거야.” 이튿날 오전, 종호는 지영이 제공한 핸드폰 번호에 국제전화를 쳤다. 그는 황선희한테 사정얘기를 쭉 했다. 황선희는 제약공장에서 코로나 백신생산 때문에 개미 채바퀴 돌듯 바삐 맴돌아쳤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나영의 처지를 알고는 흔쾌히 대답했다. “어쩜 나영이 임신됐어? 그 놈 변강쇠 혹을 떼붙혔겠구나.” 벙어리가 벙어리 고충을 안다고 선희는 나영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색마 정호의 피해녀라고 여겨 동정심이 움직였던 것이다.  그녀는 당장 군철한테 고향 집에 부모가 편찮아 급히 가봐야겠다는 구실로 청가맡았다. 그리고 시슬에 필요한 수술칼과 핀센트 등을 준비해하지고 한국으로 날아갔다. 마취약은 괜히 공항에서 마약을 휴대했다고 잡힐가봐 휴대하지 못했다. 황선희와 지영은 나영의 전도를 생각해 큰 마음먹고 모텔방에서 모험적인 락태시슬을 했다. 물론 마취약을 비롯한 시슬에 필요한 약물과 의료기는 몽땅 지영이 병원에서 과주임인 허의사 눈을 피해 가만가만 장만해뒀다가 모텔에 가져 왔던 것이다. 락태 시슬은 아주 성공적으로 됐다. 황선희박사의 능란한 시슬 솜씨로 해 반 시간 남짓해 나영의 뿔룩한 배 속에서 끝내 그 놈의 죄악과 피눈물로 얼룩진 혹덩이를 떼버렸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나영은 혹을 떼버렸다는 말에 어두운 그림자가 흘러가는 수척해진 얼굴에 가냘픈 미소를 지었다.         졸혼의 더러운 죄악의 혹떵이를 떼버리고 고민의 쁠랙홀에서 해탈되는 순간의 말 못할 기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리의 쾌감이 아니겠는가.        참사랑으로 부글부글 끓는 호수에서 게는 코웃음쳤다.        바람쟁이들이 고통의 놀부 박을 떼버렸다고나 해라. ㅋㅋㅋ
359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5 김장혁 댓글:  조회:1252  추천:0  2023-05-3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5. 혹달개 (내 어쩜 이런 혹달개 처지 됐어. 색마 놈을 달고 어떻게 사는가? 하루 빨리 혹이 더 크기 전에 떼버려야는데.)  나영은 침대에 누운 채 밑도 끝도 없는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수술비 없는 건 둘째고 병원에 수술하러 갔다가 경찰들한테 나포되면 어쩌지? 먼저 수술비를 마련해야 해. 지영한테서 가진 300만원으론 어림도 없어. 성림이 아빠 보고 돈 부치라고 할가?” 그녀는 인차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내 임신까지 한 거 알면 도끼로 찍어죽이자고 하겠다. 이담 성림을 한국에 데려다가 내 옆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야지. 자칫 남편이 성림을 한국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어.) 순간 나영은 정호한테 미쳐 졸혼하고 가정과 성림을 버리고 도망쳐다닌 걸 후회하며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세상에 후회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비록 남편과의 성생활은 불감증과 반죽해 행복하진 않았지만, 애났지만,  단위 돈을 탐오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과 성림을 지키면서 살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되였다.  그녀는 엄마를 눈이 빠지게 기다릴 성림을 생각하자 가슴을 칼로 에이는듯하였다.  순간 콧마루가 시큼해나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 베개잇을 적셨다. 그때 나영의 눈 앞에는 며칠 전에 자기를 병문안하러 찾아왔던 신문사 기자 종호의 순박하고 로실해 보이는 얼굴이 떠올랐다.  (참 가슴 뜨거운 분이야. 진심이야.) 순간 나영은 불현듯  종호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이 생겼다.   그녀는 렴치를 불구하고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인차 핸드폰을 내리웠다. (안돼, 이 핸드폰은 경찰들이 도청할 거야.) 그녀는 몇해 동안 정호를 따라 국내외로 쫓겨다니면서 반정탐능력이 꽤나 늘었다. 나영은 신음소리 내며 아픈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는 이 모텔을  찾아 들어올 때 골목 귀퉁이에 공중전화박스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도적놈의 쌍까풀눈으로 골목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전화박스에 들어갔다. 동전 몇잎 걷어넣고 지영의 핸드폰번호를 다급히 꼭꼭 눌렀다. 나영은 일부러 한어로 말했다. 한국에서 한어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한국 인들은 알아듣지 못한는 걸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지영아, 종호를 내한테 보내라. 응? 오, 종호는 우리 음식점 단골이야. 응. 그래 그리로 가면 련락 될 거야. 언약대로 아침 해 뜨는 모텔에 들었어. 종호한테도 이젠 날 미영이라고 해라. 넌 다신 얼씬거리지 말라. 꼬리를 밟힐 수도 있잖아? 그래, 끊는다.” 나영은 누가 도청이라도 할가봐 인차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더는 지영을 련루시키고 싶지 않았다. 혹시 종호라면 경찰도 자기와 련계시켜 추적할 거 같잖았다. 지영은 점심시간에 병원 정원에 스리슬쩍 나갔다.  그녀는 구석진 앙상한 나무 밑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정원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종호 전화번호를 꼭꼭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 미영의 녀친인데요. 네, 연길랭면하던 음식점 녀주방장 말인데요. 예, 전번에 병원에 문안하러까지 왔다고 감사하다고 하던데요. 네. 지금 급한 일 있는데요. 저와 만날 수 있는가요? 네, 퇴근한 후에 한 여섯시 쯤에 신도림역에서 만날 수 있겠어요? 네, 리선생님도 전번에 병원에 와봐서 알겠지만요. 주위가 좀 불편해서요. 네. 그럼 만나 얘기 합시다.” 종호는 나영을 만나러 왔다가 별스럽게 경찰들이 복도 장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이상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약속대로 신도림역에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녀한테 무슨 일 생겼는가? 어째 병원에서 만나지 않고 신도림에서 지영과 만나야지?) 그가 지하철 입구에 들어가 층계를 부랴부랴 내려가는데.  웬 선글라스를 낀 30대 중반 녀성이 그에게 눈길을 유심히 주는 것이였다. 혹시나 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다가와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녀는 종호를 한쪽 구석 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종호가 따라가면서 유심히 살펴보니까, 그녀는 전번에 병원에 나영을 보러 갔다가 피뜩 본 적 있는 지영이 아니겠는가. 지영은 종호를 데리고 사람들이 뜸한 구석진 곳에 가서 종호를 믿음에 찬 외까풀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미영은 병원에서 나와서 동대문 부근 햇빛모텔에 들어 있어요. 도와줄 수 없겠는가 해서 미영의 부탁받고 찾았는데요.” “돕고 말고요. 뭐든 말하오. 그래, 미영인 지금 몸이 어떤 정황인데? 벌써 출원했소?” 지영은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조용히 말했다. “미영이 입원했던 그 병원 산부인과에 허씨라는 의사 있는데요. 그 놈 허의사는 락태시켜주지 않고 미영의 돈 천만원이나 허망 떼먹었는데요."      "뭐라고?"      종호는 깜짝 놀라했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소?"     지영은 뒷말을 이었다.    " 어떻게 찾아줄 수 없겠는가요? 물론 제가 그 의사를 찾아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리선생님은 기자 출신이지 찾아가면 더 낫을 거 같아 그래요.”      종호는 두말없이 대답했다. "내 방법을 대보지.” 그는 잠간 사색에 잠기더니 뒷말을 이었다. “그 놈 의사 돈 돌려주지 않고 견디는가 봐라. 미영이 무슨 일 있으면 허물없이 알려주오. 내 나설게. 우리 조선족들은 한국 이역에서 친형제처럼 한덩어리로 뭉쳐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오.” 지영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의지가지 없는 미영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시겠다니 시름 놓입니다. 저는 경찰들의 요시찰 인물이기에 돌아가야겠습니다. 선생님도 절 만났기에 지금부터 요시찰인물이 될 수도 있는데요. 큰 일 없인 나영을, 아니, 미영을 찾아가지 마십시오.” “알았소. 미영이 림시 쓸 돈이 있는지, 돈을 찾으면 찾아가지.” 지영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전번에 나와 리선생님이 준 돈으론 한달이야 살겠죠. 뱃 속 애를 떼버려야겠는데요. 그 놈 의사한테 혹을 뗄 돈을 떼워 큰일인데요. 리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한참 후 종호는 지영과 작별하고 곧추 병원으로 그 놈 의사를 찾아 달려갔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그 날 밤 그 놈 허의사는 밤당직이 돼 산부인과에 있었다. 종호는 곧추 허의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노크하고 사무실 문을 뚝 떼고 들어가자 갱핏하게 생긴 50대 중반 의사가 우쭐 일어났다. “어느 환자 때문에 찾는가요?” 종호는 옆에 다른 의사 없는 것을 보고 단도직입으로 따지고 들었다. “당신도 의산가? 어떻게 애를 떼주지도 않고 돈을 떼먹어?” 허의사는 대뜸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도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딴전을 피웠다. “무슨 소린가요? 돈을 떼먹다니? 생사람 작작 잡아먹어요.” 종호는 어처구니 없어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닌 보살 떨겠어? 미영이, 알지? 네놈이 미영의 돈 천만원이나 떼먹지 않았어? 검찰에 신고하면 당신 이 자리에 있기나 하겠어? 당장 감옥에 들어가고파! 엉?!” 허의사는 그래도 능청스레 아닌 보살 떨며 불그락푸르락해 시치미를 땄다. “고발할테면 하라고. 무슨 근거 있는가?” “그럼 좋아. 내 검사를 데리고 와야겠어?” 그제야 허의사는 풀이 좀 죽었다. “아님, 숱한 깡패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당신 그걸 베갈까?” 허의사는 질겁해 손사래쳤다. “가만, 자, 여기 앉으세요. 천천히 상의합시다.” 종호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쏘아보면서 의자에 앉았다. 허의사는 겁기 띤 외까풀눈으로 종호를 쳐다보며 목구멍에 들어가는 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미영한테 전해주세요. 제가 애를 떼주면 어떤가고? 그 돈 다 써버렸는데요.” 종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잔꾀를 부리지 말라고. 난  당당한 중국 기자야. 너 같은 놈 많이 보았어? 수술하는 척하고 환자를 해치면 어떻게 해? 당장 천만원 가져와.” 허의사는 간교한 웃음을 지었다. “당장 낼 돈 없어 그러는데요. 다른데 가서 애를 지우려고 해도 그만한 돈은 들어야 해요. 황차 그 녀성은 려권도 없던데요. 무슨 녀자인지, 어떻게 알고 락태시켜요? 락태죄 범하면 역시 감옥에 가요.” “픽! 고양이 쥐 생각하는구먼.” 종호는 코웃음쳤다.  “한달에 몇백만원씩 벌면서 딴전 부려? 불쌍한 중국 교포녀성의 피나는 돈 다 뜯어먹어? 어떻게 번 피눈물의 돈이라고 그래? 당신 량심 개 뜯어먹었는가? 당장 돈 가져오지 못할가?! 감옥밥 먹어야 알겠어.” 그는 허의사를 손가락질하면서 련주포를 쏘아부쳤다.  “이 기자를 어떻게 알어? 어째 네놈 그 더러운 이름  신문에 내줄가? 온 세상사람들이 비렬한 만행을 알게. ” 허의사는 종호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물앉아 손사래를 쳤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돈 당장 찾아다 줄게요. 용서해주세요. 잘 못했습니다.” “당장 가져오지 못할가?' “그러죠. 함께 은행에 가자요.” 종호는 그 자리로 허의사와 함께 택시 타고 은행에 달려가서 천만원을 돌려받았다. 종호는 갈라지면서도 허의사를 손가락질하며 을러멨다. “다시 불쌍한 중국 조선족녀성들을 사기쳐봐. 절대 용서하지 않을테야!” “네, 네. 잘못했습니다.” 허의사는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빌었다. 그는 5만원권 몇장 꺼내 내밀면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이걸 받고 절대 신문에 내지 마세요.” 종호는 그 더러운 돈 훌 뿌려주고 택시를 타고 바람결처럼 나영을 찾아갔다. “날 뭐로 알어? 네놈 같은 사기군인가 해?” 종호는 택시에 앉아 코웃음쳤다. (흥, 세상도 한심하지. 미영은 뭐 혹달갠가? 무스게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되달고 온다더니. 참, 어쩜 저런 놈 다 믿고 돈 천만원을 척척 내밀어? 얼마나 사악하고 험난한 세상인심인가.) 사기군의 꼬리는 휘파람 불며 아우성친다.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되달고, 혹달개 혹은 더러운 똥굴레처럼 구을며 비명을 지른다. ㅋㅋㅋ 당당한 기자 앞에 사기군의 허위는 부서지고 어두운 밤에 파렴치한 황금몽이 천길나락으로 떨어져 산산히 박산났구나.
35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4 김장혁 댓글:  조회:1338  추천:0  2023-05-2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4. 고통의 쁠랙홀 녀자들의 마음은 문턱을 넘는 사이에도 열두번씩 변한다고 한다. 나영은 경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면서 삶의 욕망이 고개를 쳐드는 감을 느겼다. 구급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만 해도 나영은 살고 싶은 마음마저 없었다.  (뱃 속에 음험한 색마의 새끼를 떼버리지 않고 더 살고 싶지 않아. 믿을게 없는 이 놈의 세상에서 누굴 믿고 살아? 동전을 빡빡 긁어모아 모텔방비를 내면서 살아 뭘 해?) 순간 주름살투성이 허보수의 음충한 퉁사발눈길, 김보수의 가슴츠레한 외까풀눈이 떠올랐다. (몽땅 색마들이야. 숱한 색마들한테 씹히고 짓밟히면서 살아 뭘 해? 고달파. 정호, 그놈 색마 날마다 달려들어 한동이씩 싸넣던게 뱃 속에 혹을 달았잖아. 번마다 콘돔을 끼웠댔는데 어떻게 혹이 생겼지? 그놈이 너무 세서 콘돔이 째졌어? 아니야, 번마다 끝나면 내 콘돔을 빼서 검사해보았잖아?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혹시 그놈이 미리 콘돔에 바늘귀만한 구멍을 내놓았을가? 개놈새끼, 항상 순정과 리혼하고 젊은 첩을 해가지고 아들딸 한구들 낳으면서 살겠다더니. 참, 음흉한 놈이야. 제 명에 썩어지질 못할 색마야. ) 순간 그녀는 정호에 대한 원한으로 해 이발을 빡빡 갈았다. 나영은 지영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자기를 구한 의사들마저 원망스러웠다.  (훌 죽어버리면 모든게 끝나는데. 고통의 쁠랙홀에서 해탈되겠는데.)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점차 몸에 힘이 생기자 몇번이고 경찰과 간호사들의 눈을 피해 병실 창문을 훌 열고 뛰여내리려고 기회면 노렸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안간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조금만 움찍거려도 줄줄이 째진 배 동통이 심해 신음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죽자고 해도 죽을 수 없구나.) 그러나 처음 지영의 위안을 받으면서 생각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지영을 보자 나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통탄했다. “날 죽게 놔둬라. 훌 죽어버리면 모든게 끝이야. 날 제발 고통스런 천길나락에서 해탈되게 놔둬라.” 지영은 이상야릇한 눈길로 나영의 정기 잃은 눈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나영의 심장이 마지못해 맥없이 벌걱벌걱 뛰고 있지 않겠는가. 머리 속에는 온통 먹칠한듯한 암흑천지였다. 속에는 정호에 대한 배신감, 증오감, 원망감 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닌겠는가. 지영은 나직이 물었다. “뱃 속에 애는 누구 애냐?” 나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눈을 감아버렸다. “걸 알아 뭘 해? 이 개새끼를 달고 어떻게 머리 들고 사니?” 지영은 나영이 정호와 장기동거한 일을 떠올렸다. “정호 거냐?” “그만 해라. 그 색마 말을 하지도 말라. 그 색마 새끼를 낳고서야 어떻게 창피해 사니?” 지영은 십중팔구는 정호 애라는 거 알게 됐다. 그는 자살하려고 드는 친구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했다. “성림을 봐서라도 살아야 해. 성림이 엄마 없이 어떻게 사니?”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성림인 이런 못난 엄마 없으면 나아. 난 이 병실에서 나가면 감옥에 들어가야 해. 성림을 볼 면목도 없어. 차라리 죽어버리면 엄마 없거니 할게 아니냐?” 지영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요 며칠 전에도 네 남편한테서 전화 왔더라. 요즘 전화 받지 않는다면서 네하고 통화하고 싶어한다더라.” 성림의 말을 듣자마자 나영은 가슴을 치며 울기 시작하였다. 지영은 나영의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배를 내려다보면서 위안해주었다. “뱃 속의 애는 방법을 대보자. 내 아는 의사와 말해보든지?” 나영은 손사래를 쳤다. “그만둬라. 나도 이전에 애를 떼버리려가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한테 천만원이나 떼웠다." "뭐라고?" 지영은 펄쩍 뛰였다. "어느 놈이냐? 그 놈을 놔두는가 봐라.꼭 그 돈을 찾아내야지.애를 떼버리는 건 내 수소문할테니 근심하지 말라." 웬 일일가?  그래도 친구가 있어 좋았다. 나영은 련 며칠 지영의 위안을 받고 웬 일인지 삶의 욕마이 꿈틀거리는 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영은 정작 병실에서 경찰들의 손아귀를 벗어나 택시를 잡아타고 도망치면서 또 머리가 삼검불 같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쫓겨다니면서 살아야지? 언제까지 고통의 쁠랙홀에서 헤매면서 심장을 조이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때 철길 갈림길에서 차단봉이 택시 앞을 척 가로 막았다. (뭐야? 경찰이 닥쳐왔어?) 나영은 질겁해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저쪽에서 요란한 경적소리 울리며 육중한 화물차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에이, 훌 죽어버리면 모든게 끝이야.” 순간 나영은 자살하려고 차문을 벌컥 열었다. “왜 이래요? 문 닫으세요.” 나영은 문 밖으로 튀여나가 차단봉 밑으로 빠져나갔다. “뭘 해?!”차단봉을 지키던 철도직원이 황급히 덮쳐나가 나영의 팔을 붙잡아 뒤로 홱 잡아쳤다. 나영은 철도직원을 깔고 뒤로 넘어갔다.       화물차가 나영의 발끝을 스치며 육중한 죽음의 노래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염라전의 저승사자가 소름끼치게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였다.        철도직원은 쓰러져서도 나영을 안고 뒤로 한고패, 두 고패 구을렀다. “나요. 죽게 내버려둬요!' 나영은 발버둥질치며 철길 쪽으로 기여가려고 손가락끝으로 세멘트바닥을 긁으며 아득바득 발악했다. “미쳤어?! 새파란 나이에 왜 죽어?!” 나영은 단말마적으로 발악하며 미친듯이 고함쳤다. “손을 떼지 못해. 고통 속에서 해탈되게 놔두지 못해?!” 철도직원은 벌떡 일어나 나영을 안아 철길에서 좀 떨어진 둔덕까지 끌고 가며 고함쳤다.  “왜 이래? 아가씨, 무슨 일 있어도 죽으면 안돼. 굳게 살아야 해.” 택시 기사도 뛰여와 나영을 부축해 끌고 갔다. 나영은 미친듯이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며 고함쳤다. “이 놈의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서 뭘 해? 죽게 날 나둬요. 으흐흑, 흑흑흑,”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머리를 홰홰 저으며 애처롭게 울었다. 그의 눈앞에는 불현듯 성림이 떠올랐다. 순간 모성애는 그녀를 살고 싶게 만들었다. (안돼, 난 성림을 봐서라도 죽을 수 없어.) 정신이 펄쩍 든 나영은 경찰이 쫓아오지 않았는가고 쌍까풀눈으로 사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택시 기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기사님, 어서 갑시다.” “어디로?” 기사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피기 없는 나영의 복숭아 이마를 바라보았다. “홍대입구 쪽으로 모세요.” 기사는 나영의 정신상태를 반신반의하면서도 헛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나영을 부축해 택시에 다가갔다. 기사는 나영의 탄력 있는 허리를 끌어안고 가며 부지중 아래 그게 꿋꿋이 쳐드는 감을 느꼈다. 순간 정욕이 부글부글 끓어번져 온 몸을 부르르 전률했다.  세상 수캐는 다 이런가? ㅋㅋ 나영은 반사경으로 음충한 눈길로 자기 몸을 흘끔거리는 기사를 보고 코웃음쳤다. 기사는 택시를 느릿느릿 몰면서 물었다. “아씨, 택시비를 먼저 결산해주겠나요?” “그러세요. 얼마 드릴가요?” “먼저 2만원만 주세요.” “알았시오.” 나영은 지갑에서 5만원 한장 꺼내 기사한테 훌 주었다. 그제야 기사는 한숨을 후 내쉬며 쏜살같이 질주했다. 나영은 홍대 입구 쪽으로 달리다가 생각을 고쳤다. “기사님, 동대문 쪽으로 모세요!” “네?” 택시기사는 벼룩눈을 흡떴다. “5만원으론 안돼요.” 나영은 지영이 금방 준 300만원이 있어 뒤근심을 하지 않아도 되였다. “택시비 근심 말고 빨리 동대문으로 모세요.” “네.” 나영은 속궁리를 번개같이 굴렸다. (홍대입구 쪽 모텔은 안돼. 경찰들은 꼭 내 들었던 모텔을 지킬 거야. 지영이네 집에도 안돼.) 나영은 동대문에 가서 택시에서 내렸다. 그녀는 부근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모텔에 들어갔다.  모텔 주인아줌마는 나영의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이상야릇한 눈길을 보냈다.  지푸라기 달라붙은 머리카락, 먼지 씨부옇게 묻은 람루한 간호사복, 흘끔거리는 공포에 질린 쌍까풀눈... (좋은 아씨 같잖아.) 주인아줌마는 나영을 받기 싫었다. “빈 방이 없어요.” 나영은 5만원권 서너장 꺼내 척 내밀었다. ”선전 받으세요. 모텔방이 깨끗하면 여러 날 들게요.” 견물생심이라고 돈을 보자 중년주인아줌마는 반색하며 모텔 안으로 들여놓았다. 나영은 모텔방에 들어가자 샤와실에 들어가 샤와부터 했다. 그녀는 뜨신 물을 틀어놓고 때투성이 머리부터 내리씻었다. 그녀는 가로 세로 베여진 아랫배 흉터를 보자 뱃 속의 꿈틀거리는 혹이 괘씸해났다. 그녀는 이를 옥물고 아랫배를 주먹으로 마구 패댔다. 뱃 속 고통의 씨앗은 꿈틀거렸다. 아파  발길질하는지 배가 마구 아파났다. 얼기설기 내리 뻗친 상처와 수술자리는 아직 채 아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철길에서 또 들볶는 바람에 배가 동통이 심했다. 그녀는 샤와를 말끔히 하고 거울로 자기 쌍까풀눈을 들여다보며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직 죽을 나이는 아니야. 새파란 나이에 왜 죽어?” 그녀는 이불을 들쓰고 침대에 누워서도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젤 먼저 뱃 속의 이 놈 혹부터 떼버려야 해. 그럼 아무데나 가서 일하면 살겠는데.” 나영은 마음 속으로 지영이 고마웠다. 살고 싶을 땐 자기를 구한 지영이, 철도직원, 택시기사까지 다 고마웠다.  그러나 죽고 싶을 땐 그들이 다 미웠다. 고통의 쁠랙홀에서 지루하게 허우적거리게 만든 그들은 은인이 아니라 원수로까지도 생각됐다. 그녀는 성림 때문에 살고 싶었다. 고통의 쁠랙홀에서, 생사선에서 헤매면서도 이상하게 아들을 위해 악착스레 살고 싶었다. 강렬한 모성애는 그녀로 하여금 또다시 고통의 쁠랙홀에서 헤여나오도록 단말마적으로 몸부림치게 했다. 나영은 도대체 어떻게 고통의 쁠랙홀에서 벗어날까? 고통의 쁠랙홀에 호수 물이 차고 넘치며 세찬 파도를 일구었다. 저쪽 들쑥날쑥한 커다란 바위 뒤 파도가 잔잔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원앙새들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 게와 거부기들이 모여왔다. 그들은 한창 바람 피우면서 짝짓기를 하는 원앙새들을 쫓아버렸다. 원앙새들은 호수물 위에 동동 떠 도망가면서 불평을 부렸다. “왕바 같은게. 보기도 싫어.”  “맨물의 거시처럼 남의 좋은 일에 삐치긴? 진짜 가증스러워!” 거부기가 도도거리며 남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원앙새들을 보고 도리머리질했다. “세상이 더럽게 바뀌었어. 잉꼬부부라던 원앙새도 다 바람 피우잖아. 저러게 내 몇백년 살아도 참사랑 별까지 있단 말은 못 들었어.” 게가 맞장구쳤다. “글쎄, 견우성과 직녀성이 있단 말은 들었는데. 참사랑별이 있단 말은 못들었어.” 거부기는 짧은 목을 빼들고 여기저기 살피며 개탄했다. “요즘 또 졸혼이란 우수운게 생겨났잖아? 숱한 남녀들이 졸혼에 미쳐 가정과 애들을 버리고 미쳐날뛴다잖아? 사내들은 나이 든 안해를 버리고 젊은 아가씨들이 어떨꿍해 게침을 질질 흘리면서 쫓아다니구. 뺑덕에미들은 졸혼하고 나홀로만의 삶을 산다고 남의 눈을 가리우려고 군스나를 해가지고 싸다닌다잖아.” 게도 집게다리로 손사래를 쳤다. “졸혼에 미쳤어. 그래서 숱한 가정이 핵폭탄을 맞아 산산히 부서져 쑥대밭이 됐지. 참 답답해. 요즘 인간들 왜 이래?” 거부기와 게 한탄소리에 호수물이 다 세찬 파도로 화답하고 평화의 비둘기가 애정비곡을 부르며 울며 날아옌다.   
35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3 김장혁 댓글:  조회:1259  추천:0  2023-05-2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3. 야간도주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새하얀 모자가 희미하게 피뜩피뜩 뜨인다.  "정신차린 거 같아." "글쎄요.눈을 살며시 떴잖아?"      진절머리나는 허연 마스크들이 들여다본다.       환성소리 귀청을 간지른다. "끝내 살아났군요." "건데 이상해. 왜 유리쪼각으로 배를 찔렀을가?" "글쎄,말 못할 무슨 사연 있겠지." "글두 뱃 속의 애한테 무슨 죄 있어? 애 불쌍해." 하얀 모자들이 주고 받는 소리. (이게 어딘가?) 나영은 안간힘을 다해 천근무게나 되는 눈까풀을 살며시 떴다. "나영아, 아이구, 끝내 살아났구나." (귀에 익은 목소린데.) 나영은 물끄러미 소리 임자를 막연하게 바라보았다. "날 알아볼만 해? 지영이야." "지영이?" "그래,지영이야." 나영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다 썼다.그러나 옴달싹하기도 힘들었다. "가만 누워 있어라.아직 건강이 회복되잖아 안돼." 지영은 나영을 안아 돌려눕혀 주었다. 나영은 간호사복을 입은 지영을 보고 꿈만 같아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래도 친구가 제일이야.) 지영은 녀간호사들이 병실에서 나가자 나직이 물었다. "왜 이렇게 바보짓을 했니?" 그제야 나영은 꿈에서 깨여나는 것 같았다. (내 어떻게 돼 여기 왔지?) "여긴 어디야?" 나영의 물음에 지영은 제꺽 대답했다. "병원 구급실이야. 넌 보름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기서 구급치료받았다." 나영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나직이 말했다. "왜 날 구했어? 난 이 세상에서 살기 싫어. 훌 죽어버리면 다 끊난 건데. 뱃 속 이 애를 어쩌니?” “왜 자살해? 뱃 속 애가 무슨 죄 있다고 그랬니?" 그제야 나영은 지나간 일이 천천히 떠올랐다. "왜 날 구했어? 죽게 놔두지 못하고. 난 색마 애를 가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으흐흑, 흑흑흑." 나영은 이불을 들쓰고 흐느껴 울었다. 녀간호사가 황급히 들어와 제지했다.  "환자를 이렇게 흥분하게 하면 안돼요.쉬게 놔두세요." 지영도 환자 병간호하다가 왔기에 인차 가 봐야 했다. "내 또 올게." 나영은 들었는지 마는지 울면서 응대도 하지 않았다. 지영은 보름동안이나 경찰들이 구급실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나영이 공개수배범이라고 저래? 건강이 회복되면 잡아갈 거 같은데.) 그녀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나영이 근심스러웠다. 이튿날 지영은 간호사복차림으로 또 구급실 복도에 나타났다. 녀간호사들이 구급실에서 침대를 밀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지영은 황급히 달려가 물었다. "나영을 어디로 옮기는가요?" "건강이 회복됐기에 일반 중환자실에 옮겨가요." "네.감사해요." 지영은 침대에 누워 눈을 딱 감고 있는 나영의 곁에 다가가 이불을 여며주었다. 경찰들은 침대에 딱 붙어 따라갔다. 나영은 자기를 그림자처럼 딱 붙어 다니는 두리모자들이 보기 싫어 아예 눈을 딱 감아버렸다.  경찰들은 나영이 공개수배도주범이기에 3교대로 구급실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 일반중환자실은 더 위층에 있었다. 녀간호사들은 침대를 밀고 엘레베이터에 들어갔다. 지영은 바로 이 층의 일반중환자들을 간병하기에 나영을 찾아와 보기 더욱 편리해졌다. 그는 간병하다가도 틈만 있으면 종종 나영한테 와서 이것저것 돌봐주고 한담도 하면서 동무해주었다. 어느 날,지영이 나영을 보러 갔는데 한 륙십대 초반의 사내가 찾아 왔다.한창 경찰들과 자기 신분을 말하고 무슨 관계라는 것을 밝히고 있었다. 지영은 그 남자가 누군지 잘 몰랐다. 그런데 피뜩 들으니 그 남자는 "나영의 한 고향 친척오빠"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영은 과일꾸럭을 들고 병실에 들어선 그 남자를 보자 첫눈에 신문사 로기자 종호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종호는 연길냉면이 맛있다고 자주 나영이 일하는 음식점을 찾던 단골손님이였다. 한 고향 조선족들인지라 종호와 나영은 고향친구랄가,오랍누이처럼이랄가, 좌우간 한국 땅에서 저도 몰래 친숙해진 관계로 되였다. 종호가 식당에 나타날 때마다 나영은 종호 냉면그릇에 소고기 몇점이라도 더 얹어 드리군 했다.종호는 감사한 마음으로  숱한 지인들을 데리고 나영이 음식점에  냉면을 먹으러  오군 하였다.음식점은 한때 호황을 이루었다. 하여 허보스마저 단골 종호를 무척 반겼다. 종호는 일이 바빠 보름만에야 연길냉면을 먹자고 나영의 음식점에 찾아갔다가 허부스한테서 나영의 사연을 듣고  병문안을 하러 왔던 것이다. "나영이, 어떻소? 건강이 좀 회복됐소?" 나영은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리기자,일 바쁘겠는데요. 찾아줘 감사해요." 종호는 바나나 껍질까지 벗겨 나영한테 내밀면서 말했다. "웬 말이오? 구급실에 있단 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오. 우린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꿋꿋이 살아야 하오. 이후엔 무슨 바쁜 일 있으면 알리오. 이럴 때 옆에 사람이 있어야지." 나영은 바나나를 받아 한 입 먹고나서 인사했다. "감사해요. 일이 바쁘겠는데 찾아왔군요." 종호는 아직도 피기 없는 얼굴을 보더니 외투 안호주머니를 들추더니 두툼한 돈뭉치를 꺼내 나영의 앞에 내밀었다. 몽땅 5만원권이 아니겠는가. "적은 대로 치료비에 보태 쓰오." 나영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 이러지 마세요. 지영이 다 선대해줘서 치료비 걱정 안해도 돼요." 지영은 나영이 돈이 거덜난 걸 알고 돈뭉치를 받아 나영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리기자님 성인데 받아둬라. 이후에 은혜를 갚으면 돼." 기실 나영은 전번에 뱃 속의 애를 절개수술해 떼버리려고 하다가 이 병원 산부인과 한 사기군의사한테 떼웠던 것이다.하여 모텔 방세도 제때에 내지 못해 쩔쩔 매다가 호주머니에서 동전마저 싹 다 들춰 마지막날 방세를 겨우 냈던 것이다.김보스는 나영한테서 방세로 동전을 한 웅큼 받아쥐고 나영의 난처한 처지를 대개 짐감하였던 것이다.하여 김보스는 나영의 행동거지를 주시하게 되였다. 김보스는 나영이 자살려고 하는 것을 인차 발견하고 경찰과 구급대에 제때에 신고했던 것이다. 나영은 남의 신세를 지기 싫어했다. 그러나 손에 동전 한푼 없는 형편에서 별 수 없었다. "감사해요. 제가 출원하면 꼭 갚겠습니다." 종호는 손사래를 치더니 사람좋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절대 갚을 필요없소. 한 고향 오빠 병문안 온게오." "그래서 되겠습니까?" "아니, 이국 타향에서 우린 한 고향 형제자매 아니고 뭐요?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도와야지."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맞아요.리기자님, 참 촣은 분이예요."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기자님, 저는 도와줄 필요없는 나쁜 녀자인데요." 종호는 이상야릇한 눈길로 나영을 바라보았다. 나영을 재확인하려는 상 싶었다. 나영은 미상불 아무 때건 밝혀질 자기 신상을 종호한테 밝히고 싶었다.마음씨 착한 종호한테 거짓짓거리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저는 죄 짓고 쫓겨다니는 신센데요." 지영은 나영을 흘겨보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만해라.무슨 말을 다 해?" "괜찮아. 리기자님은 오빠처럼 믿는 분이야." 지영이 앞질러 나영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 아직 정신상태 회복 안됐어요.아무 말이나 해 미안해요." 그제야 나영은 제정신이 들었는지 말꼬리를 슬쩍 바꿔 휘둘렀다. "저는 남편한테 죄를 짓고 한국에 도망쳐 나온 나쁜 녀자입니다." 그제야 종호는 알았다는듯이 허리를 펴더니 한숨을 후 내쉬였다. "피차 마찬가진데요. 지금 부부불화로 깨진 가정이 어디 한둘이오? 나도 안해와 리혼하고 하국에 나왔소." 이때 녀간호사가 들어와 말렸다. "환자와 너무 오래 면회하지 마세요. 환자는 충족히 쉬셔야 해요." "알았습니다." 종호는 우쭐 일어나 나영한테 얼굴을 돌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후에 또 찾아올게.무슨 필요한 일 있으면 알리오. 하루속히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오." 나영은 이국 타향에서 오빠처럼 따뜻한 손길을 보낸 종호 마음 속으로 고마웠다. 그녀는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순간 뜨거운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리기자님, 고맙습니다." 종호는 복도에 나와 문 어귀를 지키는 경찰을 둘러보고 무척 이상해났다. 그는 따라나온 지영한테 나영의 사연을 더 물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더 알 필요없어.그저 한 고향 녀동생을 돕는 거야.) 지영은 자기 간병실에 돌아가면서 나영이 부탁한 말을 되새기며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어떻게 나영을 경찰들 손에서 빼낼가?) 별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골치 아팠다.   겨울 해는 토끼 꼬리처럼 짧았다. 해가 서산에 꼴깍 지자 어둠의 장막이 주원실 복도에도 서서히 내리였다. 다만 희미한 네온등이 어두운 그림자와 아귀다툼하며 흑백격돌을 일으킬뿐이다. 경찰들은 복도에 간호사복을 입고 마스크를 꼭 낀 녀자가 다가오는 것을 피뜩 보았다. 가까이 다가온 걸 보니 나영의 지인- 지영이 아니겠는가. 경찰들은 이젠 지영과도 낯익어 아무 말도 묻지 않고 나영의 병실에 들여보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나영이 땅바닥에 내려서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찰들의 경각성은 눈뜨이게 느슨해졌다.  한참 후 간호사복을 입고 마스크를 꼭 눌러 낀 한 녀성이 병실에서 나왔다.  경찰들은 장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그녀를 피뜩 쳐다보았다.  그 녀성은 경찰들한테 머리를 한번 까땍 끄덕여보이고는 사뿐사뿐 엘레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한 경찰은 금방 들어간 녀자라고 여겼는지 인차 머리를 숙이더니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한 경찰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아님,그래도 혹시나 했는지, 병실 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침대에 환자복을 입은 녀성이 이불을 들쓰고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경찰은 문을 쿵 닫고 장의자에 들어앉아 시름놓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알아보니, 저 녀자 큰 죄도 지지 않았더구만" "그러게. 회사 돈을 한화로 한 천만 뜯어냈는 모양이더라." "건데 중국에선 인터폴에 공개수배범으로 올렸잖아." "아마, 돈 뜯어낸 거보다 적색수배범 정호란 범죄자와 함께 도망치며 숱한 검은 돈을 탕진하며 싸다닌 거 문제 된 거 같아." "아무렴, 까짓거 천만원 때문에 저게 뭐야?" 그 때 녀자는 엘레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1층 단추를 꼭 눌러놓고 한숨을 후- 길게 내쉬였다. 그녀는 1층 대청 봉사대를 핼끔 곁눈질하고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두 손을 맞잡고 문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녀는 병원 문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쏜살같이 떠나갔다. 금방 택시에 앉아 도망친 그녀가 바로 공개수배도주범 나영이였다. 지영은 온하루 궁리 끝에 나영한테 미리 준비한 간호사복을 입혀 자기로 가장시켜 병실에서 도망치게 하려고 첫 방안을 세웠다. 지영은 나영 대신 병실에 나영의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었다. 공포의 반시간 쯤 흘러지나갔다.  (나영이, 이젠 멀리 도망 갔겠지.경찰들도 교대시간이 됐어. 이 틈에 도망쳐야지.) 그때 녀간호사가 들어왔다. "환자분, 퇴근 전 순회검사하러 왔는데요." 녀간호사가 침대에 다가섰을 때였다. 지영이 벌떡 일어나며 녀간호사의 목을 틀어쥐고 미리 준비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강렬한 마취제 묻은 손수건으로 녀간호사를 쓸어뜨렸다.  지영은 환자복을 벗어 간호사한테 대충 입혀놓고 이불 안에 묻어놓았다. 지영은 녀간호사복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그녀는 간호사복을 입고 마그크를 꼭 눌러끼고 병실에서 나갔다. 경찰들은 장의자에 앉은 채 간호사복을 입은 지영을 피뜩 쳐다보며 머리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지영이 엘레베이터로 다가갔을 때였다. 엘레베이터에서 경찰 둘이 불쑥 나왔다.아마 교대하러 온 경찰들인 거 같았다. 지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총총히 내려갔다. 그녀는 병원 바깥에 나가자 택시를 잡아 타고 나영과 만나기로 한 홍대입구 부근으로 바람결처럼 도망쳤다.   한편 교대한 경찰들은 병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침대에 이불 덮고 쓰러져 있는 환자복 입은 녀자는 나영이 아니라 녀간호사라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였다.ㅋㅋㅋ 이건 지영이 꾸민 나여의 야간도주 첫 방안이였다.        “그 방안 안돼."       나영이 다짜고짜로 반대했다. "내 살겠다고 널 련루시킬순 없어. 나중에 모든 진상내막이 밝혀지는 날엔 넌 공개수배도주범을 협조한 죄는 둘재고, 간호사를 상해한 상해죄를 지게 돼. 그 방안은 안돼." 궁리 끝에 지영과 나영은 야간도주 두번째 방안을 세웠다. 지영은 수면제를 몇 알 복용하고 나영의 환자복을 입고 이불 들쓰고 모로 누워 굳잠에 빠져버렸다.  나영은 지영의 간호사복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마스크까지 꼭 눌러끼고 주사기쟁반을 들고 병실에서 나가 경찰들의 눈을 속여넘기고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ㅋㅋㅋ 교대한 경찰들이 병실에 들어와 나영을 아무리 불러도 모로 누운 “환자”는 아무 대답조차 없었다. 경찰이 다다가 이불을 훌 들고 “나영”을 돌려눕혔다. “이게 뭐야? 나영이 아니야.” 경찰들은 깜짝 놀랐다. “나영이 도망갔어?” “여보세요!” “깨나세요!” “일어나세요!” 경찰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지영은 눈을 깨나지 못하고 쿨쿨 자는 것이였다. “간병원에게 마취약을 먹여놓고 옷을 갈아입고 도망친 거 같아.” “빨리 추격해야지.” 이윽고 병원 앞에서 경찰차 한대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경찰들은 나영을 놓치고 병실에 재차 나타났다. 지영은 몇시간 후에야 간신히 깨여났다.  경찰들이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지영은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내 어떻게 돼 여기 누워 있었지?”   그녀의 세귀눈길이 나영의 침대머리 차탁위에 댕그라니 마주 놓여 있는 음료병 두개에 가 멈춰섰다.  “아, 맞지. 나영이 주는 음료 마셨는데. 필림이 끊어졌나?” ㅋㅋㅋ  아저씨, 한국 경찰아저씨들이여, 집 잃고 외양간 고칠 수 있을가? 나영은 이제 또 어떻게 가시덤불 길을 헤쳐나가면서 살아나갈가?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