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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95 김장혁
2023년 05월 30일 11시 26분  조회:125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95. 혹달개

(내 어쩜 이런 혹달개 처지 됐어. 색마 놈을 달고 어떻게 사는가? 하루 빨리 혹이 더 크기 전에 떼버려야는데.) 

나영은 침대에 누운 채 밑도 끝도 없는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수술비 없는 건 둘째고 병원에 수술하러 갔다가 경찰들한테 나포되면 어쩌지? 먼저 수술비를 마련해야 해. 지영한테서 가진 300만원으론 어림도 없어. 성림이 아빠 보고 돈 부치라고 할가?”

그녀는 인차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내 임신까지 한 거 알면 도끼로 찍어죽이자고 하겠다. 이담 성림을 한국에 데려다가 내 옆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야지. 자칫 남편이 성림을 한국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어.)

순간 나영은 정호한테 미쳐 졸혼하고 가정과 성림을 버리고 도망쳐다닌 걸 후회하며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세상에 후회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비록 남편과의 성생활은 불감증과 반죽해 행복하진 않았지만, 애났지만,  단위 돈을 탐오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과 성림을 지키면서 살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되였다. 

그녀는 엄마를 눈이 빠지게 기다릴 성림을 생각하자 가슴을 칼로 에이는듯하였다. 

순간 콧마루가 시큼해나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 베개잇을 적셨다.

그때 나영의 눈 앞에는 며칠 전에 자기를 병문안하러 찾아왔던 신문사 기자 종호의 순박하고 로실해 보이는 얼굴이 떠올랐다. 

(참 가슴 뜨거운 분이야. 진심이야.)

순간 나영은 불현듯  종호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이 생겼다.  

그녀는 렴치를 불구하고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인차 핸드폰을 내리웠다.

(안돼, 이 핸드폰은 경찰들이 도청할 거야.)

그녀는 몇해 동안 정호를 따라 국내외로 쫓겨다니면서 반정탐능력이 꽤나 늘었다.

나영은 신음소리 내며 아픈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는 이 모텔을  찾아 들어올 때 골목 귀퉁이에 공중전화박스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도적놈의 쌍까풀눈으로 골목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전화박스에 들어갔다.

동전 몇잎 걷어넣고 지영의 핸드폰번호를 다급히 꼭꼭 눌렀다.

나영은 일부러 한어로 말했다. 한국에서 한어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한국 인들은 알아듣지 못한는 걸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지영아, 종호를 내한테 보내라. 응? 오, 종호는 우리 음식점 단골이야. 응. 그래 그리로 가면 련락 될 거야. 언약대로 아침 해 뜨는 모텔에 들었어. 종호한테도 이젠 날 미영이라고 해라. 넌 다신 얼씬거리지 말라. 꼬리를 밟힐 수도 있잖아? 그래, 끊는다.”

나영은 누가 도청이라도 할가봐 인차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더는 지영을 련루시키고 싶지 않았다. 혹시 종호라면 경찰도 자기와 련계시켜 추적할 거 같잖았다.

지영은 점심시간에 병원 정원에 스리슬쩍 나갔다. 

그녀는 구석진 앙상한 나무 밑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정원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종호 전화번호를 꼭꼭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 미영의 녀친인데요. 네, 연길랭면하던 음식점 녀주방장 말인데요. 예, 전번에 병원에 문안하러까지 왔다고 감사하다고 하던데요. 네. 지금 급한 일 있는데요. 저와 만날 수 있는가요? 네, 퇴근한 후에 한 여섯시 쯤에 신도림역에서 만날 수 있겠어요? 네, 리선생님도 전번에 병원에 와봐서 알겠지만요. 주위가 좀 불편해서요. 네. 그럼 만나 얘기 합시다.”

종호는 나영을 만나러 왔다가 별스럽게 경찰들이 복도 장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이상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약속대로 신도림역에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녀한테 무슨 일 생겼는가? 어째 병원에서 만나지 않고 신도림에서 지영과 만나야지?)

그가 지하철 입구에 들어가 층계를 부랴부랴 내려가는데. 

웬 선글라스를 낀 30대 중반 녀성이 그에게 눈길을 유심히 주는 것이였다.

혹시나 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다가와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녀는 종호를 한쪽 구석 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종호가 따라가면서 유심히 살펴보니까, 그녀는 전번에 병원에 나영을 보러 갔다가 피뜩 본 적 있는 지영이 아니겠는가.

지영은 종호를 데리고 사람들이 뜸한 구석진 곳에 가서 종호를 믿음에 찬 외까풀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미영은 병원에서 나와서 동대문 부근 햇빛모텔에 들어 있어요. 도와줄 수 없겠는가 해서 미영의 부탁받고 찾았는데요.”

“돕고 말고요. 뭐든 말하오. 그래, 미영인 지금 몸이 어떤 정황인데? 벌써 출원했소?”

지영은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조용히 말했다.

“미영이 입원했던 그 병원 산부인과에 허씨라는 의사 있는데요. 그 놈 허의사는 락태시켜주지 않고 미영의 돈 천만원이나 허망 떼먹었는데요."
     "뭐라고?"
     
종호는 깜짝 놀라했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소?"
    지영은 뒷말을 이었다.
   " 
어떻게 찾아줄 수 없겠는가요? 물론 제가 그 의사를 찾아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리선생님은 기자 출신이지 찾아가면 더 낫을 거 같아 그래요.”
     종호는 두말없이 대답했다.

"내 방법을 대보지.”

그는 잠간 사색에 잠기더니 뒷말을 이었다.

“그 놈 의사 돈 돌려주지 않고 견디는가 봐라. 미영이 무슨 일 있으면 허물없이 알려주오. 내 나설게. 우리 조선족들은 한국 이역에서 친형제처럼 한덩어리로 뭉쳐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오.”

지영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의지가지 없는 미영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시겠다니 시름 놓입니다. 저는 경찰들의 요시찰 인물이기에 돌아가야겠습니다. 선생님도 절 만났기에 지금부터 요시찰인물이 될 수도 있는데요. 큰 일 없인 나영을, 아니, 미영을 찾아가지 마십시오.”

“알았소. 미영이 림시 쓸 돈이 있는지, 돈을 찾으면 찾아가지.”

지영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전번에 나와 리선생님이 준 돈으론 한달이야 살겠죠. 뱃 속 애를 떼버려야겠는데요. 그 놈 의사한테 혹을 뗄 돈을 떼워 큰일인데요. 리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한참 후 종호는 지영과 작별하고 곧추 병원으로 그 놈 의사를 찾아 달려갔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그 날 밤 그 놈 허의사는 밤당직이 돼 산부인과에 있었다.

종호는 곧추 허의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노크하고 사무실 문을 뚝 떼고 들어가자 갱핏하게 생긴 50대 중반 의사가 우쭐 일어났다.

“어느 환자 때문에 찾는가요?”

종호는 옆에 다른 의사 없는 것을 보고 단도직입으로 따지고 들었다.

“당신도 의산가? 어떻게 애를 떼주지도 않고 돈을 떼먹어?”

허의사는 대뜸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도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딴전을 피웠다.

“무슨 소린가요? 돈을 떼먹다니? 생사람 작작 잡아먹어요.”

종호는 어처구니 없어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닌 보살 떨겠어? 미영이, 알지? 네놈이 미영의 돈 천만원이나 떼먹지 않았어? 검찰에 신고하면 당신 이 자리에 있기나 하겠어? 당장 감옥에 들어가고파! 엉?!”

허의사는 그래도 능청스레 아닌 보살 떨며 불그락푸르락해 시치미를 땄다.

“고발할테면 하라고. 무슨 근거 있는가?”

“그럼 좋아. 내 검사를 데리고 와야겠어?”

그제야 허의사는 풀이 좀 죽었다.

“아님, 숱한 깡패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당신 그걸 베갈까?”

허의사는 질겁해 손사래쳤다.

“가만, 자, 여기 앉으세요. 천천히 상의합시다.”

종호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쏘아보면서 의자에 앉았다.

허의사는 겁기 띤 외까풀눈으로 종호를 쳐다보며 목구멍에 들어가는 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미영한테 전해주세요. 제가 애를 떼주면 어떤가고? 그 돈 다 써버렸는데요.”

종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잔꾀를 부리지 말라고. 난  당당한 중국 기자야. 너 같은 놈 많이 보았어? 수술하는 척하고 환자를 해치면 어떻게 해? 당장 천만원 가져와.”

허의사는 간교한 웃음을 지었다.

“당장 낼 돈 없어 그러는데요. 다른데 가서 애를 지우려고 해도 그만한 돈은 들어야 해요. 황차 그 녀성은 려권도 없던데요. 무슨 녀자인지, 어떻게 알고 락태시켜요? 락태죄 범하면 역시 감옥에 가요.”

“픽! 고양이 쥐 생각하는구먼.”

종호는 코웃음쳤다. 

“한달에 몇백만원씩 벌면서 딴전 부려? 불쌍한 중국 교포녀성의 피나는 돈 다 뜯어먹어? 어떻게 번 피눈물의 돈이라고 그래? 당신 량심 개 뜯어먹었는가? 당장 돈 가져오지 못할가?! 감옥밥 먹어야 알겠어.”

그는 허의사를 손가락질하면서 련주포를 쏘아부쳤다. 

“이 기자를 어떻게 알어? 어째 네놈 그 더러운 이름  신문에 내줄가? 온 세상사람들이 비렬한 만행을 알게. ”

허의사는 종호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물앉아 손사래를 쳤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돈 당장 찾아다 줄게요. 용서해주세요. 잘 못했습니다.”

“당장 가져오지 못할가?'

“그러죠. 함께 은행에 가자요.”

종호는 그 자리로 허의사와 함께 택시 타고 은행에 달려가서 천만원을 돌려받았다.

종호는 갈라지면서도 허의사를 손가락질하며 을러멨다.

“다시 불쌍한 중국 조선족녀성들을 사기쳐봐. 절대 용서하지 않을테야!”

“네, 네. 잘못했습니다.”

허의사는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빌었다.

그는 5만원권 몇장 꺼내 내밀면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이걸 받고 절대 신문에 내지 마세요.”

종호는 그 더러운 돈 훌 뿌려주고 택시를 타고 바람결처럼 나영을 찾아갔다.

“날 뭐로 알어? 네놈 같은 사기군인가 해?”

종호는 택시에 앉아 코웃음쳤다.

(흥, 세상도 한심하지. 미영은 뭐 혹달갠가? 무스게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되달고 온다더니. 참, 어쩜 저런 놈 다 믿고 돈 천만원을 척척 내밀어? 얼마나 사악하고 험난한 세상인심인가.)

사기군의 꼬리는 휘파람 불며 아우성친다.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되달고, 혹달개 혹은 더러운 똥굴레처럼 구을며 비명을 지른다. ㅋㅋㅋ

당당한 기자 앞에 사기군의 허위는 부서지고 어두운 밤에 파렴치한 황금몽이 천길나락으로 떨어져 산산히 박산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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