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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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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대하소설 졸혼 (64) 김장혁 댓글:  조회:1811  추천:0  2022-12-14
                            74. 악몽        며칠 후 녀인도에 태풍이 기승스레 불어쳤다. 대나무들이 마구 허리 부러지게 절벽에 맞절을 하며 아우성쳤다.      비행기 아츠런 엔징소리가 동굴 밖 상공에서  배회하였다.      꽝!      갑자기 무서운 굉음이 울렸다.      비행기가 바다에 처박혔는지 대나무밭에 날아내렸는지 알길이 없다.     야만인들이 대창과 시퍼런 칼을 들고 동굴에서 고함치며 뛰여나갔다.     몇몇 야만인들이 뛰여들어와 우두머리한테 뭐라고 지지벌거렸다.     우두머리는 대나무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더니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를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황금보다 귀한 녀인도에서 우두머리는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를 보배처럼 여겼다. 그녀는  평소에 그들을 녀인도 여기저기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산보하군 했다. 물론 숱한 건장한 경호졸개들이 그들 둘을 꼼짝달싹 못하게 결박해가지고 뒤따랐다.     연기 나는 곳에 가보니 비행기가 대나무 밭에 처박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야만인들은 불 속에 뛰여들어 먹거리를 들춰 내왔다. 살아남은 사람도 들어내왔다. 비행기에 탔던 남자들은 거의 다 죽었다. 목숨이 붙어 있지만 남자 구실도 못할 것 같으면 당장에서 시퍼런 가차없이 칼로 목을 쳤다. 먹거리나 축내기 때문이리라. 또 야만녀인들에게는 건장한 남자들을 너무 많이 녀인도에 남겼다간 위험으로 될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채 타지 않은 녀인들은 좋은 먹이감이여서 메다가 동굴 옆의 창고에 두었다. 번대머리가 살펴보니 그 속에는 경찰도 있지 않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산 녀자들 가운데 숯검댕이칠을 한 낯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겠는가! “아니, 저게 뭐야? 저승사자 아닌가!” 정호는 깜짝 놀라 고함쳤다. 그런데 최혜영 국장은 머리 파뿌리처럼 새하얀 로파 아니겠는가! 우두머리는 이상해 정호 번대머리와 최헤영 국장을 번갈아 보았다. 우두머리야만인은 경호졸개들 보고 뭐라고 지지벌거렸다. 경호졸개들은 최혜영 국장을 끌고 우두머리 앞에 왔다. “아니, 최국장 어떻게 돼 여기까지 왔소?” 혜영도 깜짝 놀랐다. “네놈, 여기 있었구나! 네놈을 붙잡으러 여기 와야 했는데. 참, 동남아로 가다가 태풍 만날줄은 몰랐구나!” “다 죽게 돼 가지고도 날 붙잡을 궁리 계속하오?!” “저승사자 직책이니깐. 음흉한 부패분자를 붙잡아가지 못한게 한이다.” 정호는 랭소했다. “이 야만인도 법은 부패분자고 뭐고 관계없소. 남자 무기만 좋으면 왕대접받는단 말이오. 흥! 아무리 깨끗한  녀자라도 다 각을 뜯어 잡아먹소. 무슨 세상인지 알기나 하고 떠드오?” 우두머리는 우멍눈을 팬들거리며 최혜영 국장과 번대머리를 번갈아 보더니 뭐라고 꽥 고함쳤다. 야망인들이 우르르 덮쳐들어 최혜영 국장을 꿇어엎디게 하고 시퍼런 칼을 쳐들었다. “정호! 날 살려주오! 오빠 제발 살려주세요.” “잠간! 금방 오빠라 했어? 살기 위해선 너도 부패분자와 타협할 날이 있구나. ㅋㅋㅋ.” 번대머리가 선뜻이 나서서 손사래치며 말렸다. 우두머리는 눈치 빨랐다. 그녀는 번대머리를 손으로 살살 만지면서 어쩌다 우멍눈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여 손을 쳐들며 뭐라고 수하 야만인들을 제지시키고 다른 녀인을 손가락질했다. 야만인들은 다른 녀인을 칼로 목을 탁 쳤다.     최혜영 국장은 야만인들이 피 뚝뚝 떨어지는 녀자 머리를 대창에 꿰들고 춤을 추는 것을 보고 화등잔 같은 눈을 딱 감아버렸다. 야만인들은 최혜영 국장과 몇몇 살아남은 녀인들을 끌고 몸채 동굴 옆의 작은 동굴에 처넣고 동굴 쇠살창문에 자물쇠를 철컥 잠갔다. 정호는 우두머리와 함께 작은 어둠침침한 동굴 쇠살창 속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동굴은 허리도 펴기 힘들 지경이였다. “최국장, 죽게 된 사람은 다 마음이 착해진다던데. 구해준 은공을 잊지 마오. 여기서 나가면 날 좀 놔주오.” 최혜영 국장은 북데기에 앉아서 버들잎눈섭을 치켜세우면서  세귀눈으로 번대머리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여기서 살아나가면 네놈부터 백길 생지옥에 처넣겠다.” 번대머리는 억울한듯이 씨벌였다. “내 무슨 죄를 졌다고 그렇게 원쑤 치부를 하오?” 최혜영 국장의 세귀눈에서 불찌가 툭툭 튕기고 있었다. “흥! 아직도 네놈 죄를 몰라. 숱한 공금을 탐오하고 권력을 빌어 비법적으로 몇백만원 어치 재물을 긁어모으지 않았어? 전도 창창한 숱한 간부들을 부패분자로 만들었잖아? 숱한 녀자들의 정조를 유린하고 간음하지 않았는가?!” 번대머리는 능청을 떨었다. “하늘에 사무치는 죄악을 졌구만! 그러나 우린 여기 녀인도에서 죽고 말 거요. 이젠 모든 죄가 사면이오. 모든 죄를 녀인도 무덤에 파묻어버리게 됐소. 최국장 목숨도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거 아오. 죽기 전에 말이라도 좀 곱게 하라구.” 번대머리는 꽁꽁 결박돼도 입만은 살아 있어 자꾸 지껄였다. “우리 둘다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데 마지막으로 몇마디 물어보기오.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오?” 어둠침침한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코웃음소리. “픽!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무슨 졸혼이야? 결혼도 염오하는 독신녀가 바람둥이들의 졸혼을 좋아하겠는가? 네 따위 놈이야 졸혼하고 좋았겠지. 고삐를 끊은 들말처럼 달아다니면서 숱한 아가씨들을 차고 질탕하게 놀았잖아?” 번대머리는 최혜영 국장 과거 마음 속 상처에 일침을 가해 반격했다. “그래, 머리 하얀 파파로파, 아니, 로처녀한테 미안하오. 최국장은 녀대생 시절에 강도들한테 륜간당해 시집 안가고 로처녀로 늙은 거 아닌가유? 그때부터 최국장은 변태, 괴태로 된 거야. 성질도 괴상하게 번져서 사람잡이에 눈이 새빨개서 미쳐 날뛰였단 말이야.” “흥! 너 같은 부패분자와 무슨 말을 더 할 것도 없어! 시끄러워. 죽이겠으면 어서 죽여라.”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뼈속까지 새빨간 철두철미한 검사구만! 어째 너네 애비 숱해 얻어먹은 건 더 파지 않고 남과 잔혹하게 굴어? 저런 지독한 간부를 이런 녀인도에서 야만인들한테 죽게 하긴 너무나도 아쉽구나! 시집도 못 가본 최혜영 국장이 아쉽구나. 아니, 스케트를 타고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던 생기발랄한 은영 녀대생이 아깝구나.” 그런데 최혜영국장이 한다는 소리 더욱 한심했다. “네놈을 잡으러 오다가 내 첫사랑 성호 오빠를 죽게 만든게 한이다.” “뭐? 성호, 그 개새끼 또 날 잡으러 여기까지 왔어?” 번대머리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참 무서운 독종들이구나. 비행기 꽝 떨어져 죽길  싼통이야. 쌍통맹통, 꼬부랑통! 성호새끼, 배신자! 어쩜 친구를 잡아 감옥에 처넣자고 천애지각까지 다 쫓아왔어?” 우두머리야만녀인의 명에 따라 졸개들이 타다남은 웬 남자 다리를 베다 우등불에 굽고 있지 않겠는가! 번대머리가 대창에 꿴 시꺼멓게 탄 머리를 찬찬히 살펴보니 성호 머리 같아 보였다. “그 놈새끼 맞구나. 껍질을 벗겨놔도 네놈새낄 알아볼 수 있어. 썩어져도 싸다, 싸.” 번대머리는 깨고소해 가래를 퉥 뱉았다. “썩어져도 렬사증이라도 탈 예산이군.” “헛소리 치지 말라.”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어둑시그레한 죄꼬만 동굴 안을 들여다보며 최혜영국장을 들으라고 지껄였다. “보아하니, 너네 둘이 신혼려행을 하러 동남아로 가다가 여기 처박혔지? 나를 나포하러 가다가 공무로 순직했다고 해야 렬사증이라도 타지. 봐라. 검사도 아닌 성호가 왜 너와 함께 동남아로 날아왔어? 넌 국장인데 살인죄도 지지 않은 날 잡으러 직접 출국할 필요있는가? 숱한 검사를 두고 국장이 죄인 인도하러 직접 동남아로 왔다고? 세살짜리 애도 믿지 않아. 그러나 저러나 시집도 못간 년이 렬사로 순직하면 새끼도 없지 썩어지면 누가 무휼금을 타겠니? 흥!” 우두머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다. 그녀는 무슨 음모라도 꾸밀가봐 겁났는지 정호와 미희 오빠를 끌고 동굴로 들어갔다. 저쪽에 우등불에 사람 고기 타는 노린 냄새가 코를 찔러 견디기 힘들었다. 이윽고 태풍이 잦아들어 무인도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우두머리 명에 따라 정호와 미희 오빠, 그리고 최혜영 국장을 비롯한 비행기 사고 생존녀들이 우등불 앞에 끌려왔다. 우두머리 야만녀인이 우멍눈으로 무섭게 최혜영 국장을 쏘아보더니 앞에 꿇어앉혀라고 명했다. 그러나 최혜영 국장은 꿇어앉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번대머리가 황급히 소리쳤다.     “최국장, 몇분이라도 더 살겠으면 어서 고분고분 무릎을 꿇소! 오빠 말을 좀 듣소.”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해라! 본 국장이 누구냐? 죽어도  저런 야만인 앞에 무릎 꿀지 않아! 네놈이나 녀인도에서 야만녀인들과 성자유 웨치면서 수캐질을 실컷 해라!” 그럴 수도 있었다. 두 팔을 결박하지만 않으면 녀인도 성문화는 그가 오매에도 꿈꾸던 성해방과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녀인도는 그가 꿈꾸던 자유세상일 수도 있었다.    야만녀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대창으로 그녀의 종아리고 무릎이고 마구 찔러 꿇어앉혔다. 우두머리 야만녀인이 뭐라고 고함쳤다. 야만녀인들이 우등불에서 뿌지직뿌지직 타는 성호 다리 고기를 베여다가 최혜영국장의 입에 마구 쑤셔넣었다. 비명소리 처량하게 들린다. 그때 정호가 나서서 말렸다. “잠간, 그러지 마세요.” 그러나 우두머리는 알아듣지 못했다. “말이 통해야 어쩌지?” 번대머리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이윽고 그는 손마선질하면서 말렸다. “꽥-!” 우두머리가 벌떡 일어나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졸개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번대머리를 끌어내 바지를 훌렁 벗겼다. 어둑시그레한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 들렸다. 졸개들은 최혜영 국장의 치마도 벗겼다. 우두머리가 뭐라고 꽥 고함쳤다. 졸개들이 억지로 번대머리를 끌어다 최혜영 국장과 마주 세웠다. 손시늉을 봐서 강간하라고 호통치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럴 수 없어.” 정호는 뒤걸음질치면서 소리쳤다. “최국장은 충주 최씨, 내 녀동생이야. 죽게 될 불쌍한 녀동생을 그럴 수 없어.” 우두머리는 졸개들을 시켜 대창으로 마구 찌르며 강간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번대머리는 무릎을 털썩 꿇고 두손을 싹싹 비볐다. 그때 최혜영 국장이 무슨 소리 했는지 아는가? “최국장도 녀자예요. 다 죽게 됐는데요. 죽기 전에 날 두번째 녀자로 만들어주세요.” “뭐라고?” 번대머리는 자귀 귀를 의심했다. 최혜영 국장은 눈물이 글썽한 퉁사바눈으로 우멍눈을 쳐다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뭘 해요? 오빠, 죽으면 세상이 다 끝나는데요? 어서, 죽기 전에 빨리. 30여년만에 나도 죽기전에 다시 녀자로 돼 봅시다. 오빠, 어서!” 번대머리는 최국장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당장 죽게 되니   로처녀도 남자를 원하는구나. 그렇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던 년, 그래, 이제야 허위를 벗어버리고 진실한 녀인으로 됐구나. 로처녀 시집 안 가겠다는 건 다 거짓말이지. 이 변강쇠 널 몇십년만에 진정한 녀자로 만들어주마.” 그때 우두머리가 뭐라고 꽥 고함쳤다. 졸개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시퍼런 칼로 최혜영 국장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변강쇠가 어쩔새 없이 최혜영 국장의 걀죽한 머리가 수박처럼 털렁 굴러 떨어진다. “그만! 그만! 죽이지 말라는데도! 너무 처참해. 내 녀동생을 어찌?!” “이놈 꿈을 꿔?” “아니, 제발 살려 달라!” “죽을 죄를 졌으면 죽어야지.” “빈다고 죽이지 않을 거 같아?” “깨나!” (이게 무슨 소린가?) 번대머리가 우멍눈을 번쩍 떴다. 숱한 죄수복을 입은 죄수들이 둘러앉아 자기를 쌀쌀이 쏘아보고 있지 않겠는가! “여긴 어디오?” “감방입니다. 최국장.” 귀에 익는 목소리. 피뜩 보니 인사과장이 아니겠는가. “좋은 꿈 꿨어? 누굴 살려달라고 그래?” 그제야 제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그래, 난 성호한테 붙잡혀 인터폴한테 끌려가 중국으로 인도됐지.) 정호는 그제야 번대머리를 쳐들고 사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차디찬 쇠살창 속이 아니겠는가.  (아, 그럼 생지옥 같은 녀인도에서 야만인들한테 죽을 번한 것도 몽땅 악몽이란 말인가? 그 악마 같은 야만녀인 우무머리 생각만 해도 소름이 쪽 끼친다. 몽땅 악몽이라면 저승사자도 멀쩡히 살아 있겠구나. 악몽, 무서운 악몽이였구나.)       번대머리는 둘러앉은 사람들 속에서 자기가 올려놓은 문화국 후임 국장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오청룡의 유들유들한 네모얼굴과 리굉팔의  말상도 보였다.       “어떻게 돼 다 여기 들어왔어?” “몰라서 묻습니까? 재무과장이랑 전람관 관장이랑 몽땅 들어왔습니다.” 번대머리는 자기가 검찰원 반탐오회뢰국 최혜영 국장한테 그들을 다 고발해놓고서도 능청스레 아닌 보살을 떨었다. 역은 새 방아간을 지나간다고 그는 너무 역게 놀면서 재무과장이랑 인사과장이랑 전람관 관장이랑 한국에 송금하라고 협박하다가 역으로 그들의 고발을 당했던 것이다. 결국 자기 감형받자고 서로 물고 뜯고 하다가 몽땅 철창 속에 갇히고 말았다. 다리 부러진 노루 한데 모인다더니 탐관들은 모두 감방에서 만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번대머리는 인사과장을 보고 한마디 했다. “이젠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닐 일이 싹 다 없구만. 모텔과 먹거리를 근심할 필요도 없게 됐소. 좋은 벽돌집에서 해준 밥이나 먹고 좀 좋아서. 감방은 해외에서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기보다 퍽 좋을씨구.” 번대머리는 몇대 남지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하품을 길게 했다. “하- 퍽 곤하구만. 푹 잡세. 허허허.” 그때 철창 밖에서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과 공안국 박국장이 주고 받는 목소리 들리는 상 싶었다. 번대머리는 자포자기하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굴며 또다시 꿈나라로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망아산 수림 속의 방공굴이 피뜩피뜩 나타났다. 그 수풀 속의 방공굴은 그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놀던 블랙홀, 성해방과 성자유 블랙홀이 아닌가. 구풍이 불어치는가? 태풍이 불어치는가? 번대머리가 소용톨이치는 블랙홀에 마구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지른다. 소용돌이에 숱한 아가씨들이 휘말려들어간다. 그녀들은 블랙홀에서 헤여나오려고 아우성치며 허우적거린다. 아우성치는 영희 조개턱과 늘씬한 학의 다리도 보인다. 볼우물을 옴폭 파던 나영의 보름달얼굴도 보인다. 공포에 질린 나영의 새까만 포도쌍까풀눈도 보인다. 정희 반토막 난 머리도 데굴데굴 소용돌이치며 날려다닌다. 하영의 구슬픈 노래소리 귀전에 들린다. 순정의 짜증나는 잔소리 귀전에 들린다. “사람 살려요!” “영희!” 정호는 살려달라고 내민 숱한 손 속에서 영희 길다란 손을 골라 잡았다. “최선생님!” 대머리는 영희 손을 잡아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이게 생시요? 저승이요?” “몰라요! 저승 같은데요. 전 이미 한줄기 연기로 돼 염라전에 왔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돼 여기 들어왔어요? 어서 나가세요!” 영희는 대머리 손을 풀며 아우성쳤다. “년놈들, 저승에 와서도 놀고 있어?! 이승에서도 통간하더니 개 똥을 먹는 버릇 고치겠니?” (문걸의 목소리 아닌가!) 대머리는 영희 손을 활 놓았다. “최선생님! 살려주세요!” 영희가 망아산 수림 속 방공굴 참사랑 블랙홀에 휘말려 들어가며 비명을 대머리를 향해 손을 휘젓는다! “살려주세요!” 아니, 저게 뭔가! 순정, 정희, 하영, 나영이 손 저으며 아우성치지 않겠는가! 심지어 한국의 기생 미희와 일본 기생 사쿠라도 고함치지 않겠는가!     겨울도 아닌데 저게 뭔가?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날아내리는가? 아니, 숱한 연분홍치마자락이 흩날려내린다. 웬일인가?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에 숱한 미녀들이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눈송이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자유로운 하늘인가?       황선희 박사가 복제기술로 숱한 아가씨들을 복제해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아가씨들아, 변강쇠 간다!"       번대머리는 두 팔을 벌리고 미친듯이 고함치며 달려갔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아가씨들을 받아안으려고  마주 덮쳐나갔다.      황박사가 빈정거리는 소리 호랑이 고함소리처럼 블랙홀에 쩌렁쩌렁 울린다.      "번대머리 색마야! 숫처녀 아니라고 날 나무리더니. 복제 숫처녀들한테도 미쳤구만. 참사랑 추구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정조관념이 그래?!"      한 아가씨가 빈정거리는 소리.     “어쩜 그렇게 무맥해요? 사랑을 맺자마자 경찰에 붙잡혀요?”       색마는 우멍한 눈으로 미녀들을 쳐다보며 번대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절대 그럴 수 없어! 아무리 쇠사슬로 결박해 철창 속에 처박아둬도 자유를 절대 구속할 수 없어!”    색마는 발돋음하며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아가씨들의 허벅다리를 붙잡으려고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아가씨들의 꼬리도 하나 만질 수 없었다.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누군가 쩌렁쩌렁 질책하는가?       "그 놈 계집들 때문에 쫄딱 망해가지고 아직도 아가씨들 허벅다리 만지려고 해?!"       번대머리는 몇오리 안되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하늘을 쳐다보면서 맞대구를 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난 아가씨들을 다룰테야! 심장이 뛰는 한 성자유를 위해 싸울 거야. 녀성들 성해방을 시키려고 박투할 테야!"         군철이 면회하자고 쇠살창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지 않는가.     "아버지, 이젠 세상 도리도 없는 잡소리 작작 치고 푹 쉽소."      번대머리는 창살을 부여잡고 아들한테 간곡히 부탁했다.      “군철아, 넌 애비처럼 살지 말라. 법을 지키고 차례지는 것만큼 가지고 살아라. 절대 애비처럼 주색에 빠지지 말라. 넌 당대표, 당위 서기 아니냐? 큰 일을 하려면 주색에 빠지면 안돼. 딱 참한 녀자를 후처로 삼고 애들을 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알만하느냐?”      군철은 번대머리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짐했다.       “아버지, 아버진 커다란 반면거울입니다.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겁니다.” 번대머리는 아들이 사라지자 인차 색마로 되돌아갔다. 그의 뇌리에는 미녀군단을 이끌고 미국 로스안젤레스 해변가에서 맥주점에서 영희, 나영이, 정희, 하영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희희락락 즐기던 일이 떠올랐다. 모텔에서 그녀들과 즐기던 일들도 어슴프레 떠올랐다.      문걸의 외까풀눈이 쇠살창 안을 기웃거린다.      "사람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참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고상해. 두 심장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심장의 선률, 얼마나 아름답느냐?"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찡그리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또, 또. 참사랑 타령이냐? 넌 한뉘 평생 그저 참사랑타령만 하다나면 늙어 죽을 거야. 금욕주의자야, 너하곤 한 길로 갈 수 없어."      “최국장, 날 살려주십시오.”      나영의 비명소리 귀전에 들렸다.      발길을 날려 흑인강도를 차넘기고 나영을 구원해 꼭 끌어안았다. 공포에 떠는 가녀린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위안해주었다. “나영이, 울지 마. 네가 울면 가슴 속에 피 떨어진다. 우리 비록 철창 속에 자유를 구속당했지만 성해방과 성자유를 위한 혼이야 구속할 수 있겠느냐? 넌 아직 젊었어. 고까짓 5만원 탐오한게 무슨 죽을 죄냐? 탐오한 돈 5만원을 다 바친데다가 한국에서 날 물어먹었으니깐. 아마 감형돼 한 2년 감옥살이 하면 나갈 수 있을 거야. 하루 밤 부부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한가지 부탁하자.”      “뭔데요?” 나영은 눈물이 글썽한 까만 포도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이제 감옥에서 나가면 성자유와 성해방을 위해 한평생 싸워온 내 묘지에 꽃다발 하나만 올려달라. 내 얼마나 녀성들의 성 자유와 해방을 위해 변강쇠 무기를 들고 투사로 돼 몸 바쳐 싸웠느냐? 숱한 아가씨들의 이름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내 령전에 올려달라. 황금희, 황선희 박사, 순정, 영희, 정희, 나영, 하영, 미희, 사쿠라… 그들이 하나, 하나 다 떠나갔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그 아가씨들이 살아 숨쉬고 있어. 제발 부탁이다. 내하구 살을 섞은 그 숱한 아가씨들의 이름을 꽃다발에 새겨 올려달라. 아, 아까운 아가씨들을 두고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나겠느냐?”      나영이 물었다.     “그래, 총살당하는가요?”      “총살은 몰라도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살이를 면할 거 같잖아. 아, 아까운 아가씨들이여. 내 죽어도 혼이야 유령처럼 아가씨들 속으로 훨훨 날아다닐 거야. 바람결처럼 언제나 아가씨들 어데 가도 따라다닐 거야.” 나영은 피씩 웃었다.      “음험한 음모가! 배신자! 위군자! 당신은 천번만번 죽어도 싸! 얼마나 많은 녀성들을 해치고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괴했는가! 영원히 생지옥에서 썩어져라!” 나영이 아가씨들을 대표해 저주해서 그런가! 저게 뭔가?       하늘에서 숱한 올가미가 구렝이처럼 디룽디룽 내려와 감방 천정에 걸린다. 올가미가 목을 매 꽉 조인다. 저승사자 죽음을 재촉하는 북소리 둥둥 울린다. 철창 속에서 몸부림치며 버둑거릴수록 올가미가 목을 으스러지게 조인다.      눈 앞에서 순정이, 영희, 나영이, 하영이 아우성친다. 그녀들의 비명소리 귀전을 우뢰처럼 때린다. 반토막이 된 정희 머리마저 데굴데굴 구을며 끊임없이 저주한다. 허병칠 부장도 번대머리 색마가 골고다 언덕을 넘어 교수형을 당하니 씨원해 저주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염라전에는 싸늘한 귀신노래소리가 음산한 바람을 타고 울려퍼지며 메아리친다. 백골더미 속에서 쥐새끼들이 구멍이 펑 뚤린 눈구멍으로 기여들어가 가댁질하며 대골을 파먹는다. 쫙 벌린 백골 입에서 독사가 스르르 기여나와 혀를 날름거린다.       하얀 비둘기 염라전에 날아와 쓰러진 자유 녀신의 제사를 지내며 꺼이꺼이 운다. 백골더미에서 음산한 귀신이 죽음의 노래를 무섭게 부른다. 때 묻은 자유의 헌 깃발이 공포에 떠는 백골더미 위에서 유령처럼 날아다니면서 가냘프게 휘날린다. 아가씨들의 브래지어 화장터에서 펄럭인다. 미친개들이 시체를 물어뜯고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굶주린 까마귀들이 까욱까욱  울며 배회한다.    락조로 뻘겋게 물든 바다는 사랑의 신, 자유의 신을 꿀꺽 삼키더니 게트름을 하며 낮잠을 청한다.    자유녀신 헤라가  희말라야 가파로운 둔덕에 황홀한 오로라 빛 뿌리며  사랑의 오아시스에 오라고 손짓한다.                 
335    대하소설 졸혼 제5권 (63) 김장혁 댓글:  조회:1886  추천:0  2022-12-14
                               73.녀인도의 한         번대머리가 경찰들한테 련행돼 가는데 큰 길에서 나영과 마주칠 줄이야.       나영은 보름달 얼굴이 청얼음처럼 굳어진채 경찰에 나포돼 가는 번대머리를 보고 쌀쌀하게 내뱉지 않겠는가!      “잘코사니야! 배신자, 음모가! 맨날 날 사랑한다고 달콤한 말로 얼려 내 사랑과 육체를 다 빼먹은 사랑 도둑놈! 날 심계국에 고발한 음험한 놈! 내 뒷잔등에 시퍼런 칼을 박은 배신자! 위선자! 천벌받아 마땅해!” 번대머리는 경찰한테 나포돼 가다가 홍대입구 부근 모텔 앞에서 빈정거리며 박수 치는 나영을 분명히 보았다.       “분명 저 년이 저승사자한테 고발한 거야!”       번대머리는 나영을 보고 아우성쳤다.      "나영아,  내 널 얼마나 내 심장보다도  더 사랑했는데.  목숨걸고 흑인강도를 차넘기고 널 구한 일을 다 잊었느냐? 어찌 배신할 수 있느냐?"      그러나 나영은 들었는둥 말았는둥 무표정이다.      "나영아, 날 구해달라!"    나영은 건가래를 뱉었다.      "퉤! 음한 놈, 천벌 맞아 싸!"     번대머리는 애절하게 통탄했다.      (아, 배은망덕한 년, 어찌 내 잔등에 비수를 박을 수 있어?! 가슴이  아프다. 심장이 터진다!)     번대머리는 사랑하던 녀자한테 배신당해 더 가슴이 아팠다.      번대머리는 육중한 충격에 그만 뻘건 피를 왈칵 토했다.     그는  이를 쁙쁙 갈았다.      (네년을 절대 놔둘 수 없어! 내 얼마나 사랑했다고,  날 어떻게 배신해! 내 널 심계국에 고발한 건 널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야. 널 버리기 참 아쉬웠다. 널 데리고 도망치려고 그랬어. 용서해라.) 저쪽에 미희 오빠가 놀라운 눈길로 보고 있지 않겠는가. (도망칠 수 없을가?) 번대머리는 미희 오빠가 이쪽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피뜩 령감이 떠올라 기회를 엿보았다. (안돼, 난 절대 지옥으로 갈 수 없어. 숱한 아가씨들을 두고 어찌 새파란 나이에 생지옥에 간단 말인가! 아가씨들이 하나, 하나 다 날 배신했어. 그러나 미희하구 한국에서 실컷 살아야겠는데. 청량리 숱한 아가씨들이 아까워 어떻게 철창 속에 구속당해?!) 번대머리는 경찰을 떼버리고 도망칠 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순간 그의 뇌리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부시며 지동쳤다. 그는 불시에 고함쳤다. “아, 오줌 마렵소! 아이구, 오줌깨 다 터진다.” “뭐라고?” 두리모자는 경찰차를 급정거했다. 경찰들은 정호를 데리고 부근의 모텔로 들어갔다. 경찰은 카운터에 가서 모텔 주인 보고 뭐라고 말하더니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 3층방 화장실 있어. 인차 나와야 돼.” 번대머리는 3층으로 따라올라오는 한 경찰과 말했다. “네. 쇠고랑이를 풀어주세요. 두 손을 뒤로 결박해서 어떻게 소변 보겠는가요?”       경찰이 쇠고랑이를 풀어주었다.      번대머리는 두 손을 매만지며 모텔 출입구를 지키는 다른 경찰을 피뜩  곁눈질했다. 그는  3층 방 화장실로 유유히 들어갔다.      화장실에 되창문이 있지 않겠는가.      (살았다, 살았어.) 화장실 문걸개를 절컥 잠궜다. “문은 왜 잠궈? 어서 열어!” 번대머리는 화장실 되창문을 훌 열어제끼자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창 밖으로 뛰여내려갔다. 뒤에서 고함소리 들렸다. “문 열어! ” “어서 열어!” 번대머리는 땅바닥에 고양이처럼 살짝 뛰여내리자 다리야 날 살려라고 굽이진 골목으로 도망쳤다. “서라!” 뒤에서 호각소리, 고함소리 요란했다. 그러나 번대머리는 어둠 속으로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번대머리가 한창 어두운 큰길로 도망칠 때였다.   큰길에서 승용차 달려오면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성님! 내 차에 타!” 미희 오빠 아니겠가! 번대머리는 차에 뛰여들어갔다. 승용차는 쏜살같이 달렸다. 뒤에서 경찰들이 달려나오는 것이 반사경에 띠였다… 번대머리는 또다시 미희와 함께 미희 오빠가 모는 어선에 앉아 망망한 바다에 나갔다. “어디로 갈가요? 일본에 되돌아가겠어요?” “아니야. 동남아 어느 나라라도 좋아요. 거기 가면 경찰들이 무슨 재간에 날 따라온다고? 흥!” “알았어요. 미희야, 넌 가지 말라. 위험해.” “아니요. 한국에고 일본에고 다 돌아다녀도 최선생님처럼 호방하고 착한 남자는 없어요. 전 죽어도 이분의 녀자로 살 거예요.” 미희 오빠는 어선을 몰 예산을 하지 않고 미희를 말렸다. “미희야, 새파란 나이에 예순 고개에 오른 늙은이한테 뭐야? 넌 꼭 후회할 거야.” “아니, 오빠, 자꾸 막으면 바다에 풀렁 뛰여들어 죽어버릴 거야.” 미희 오빠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미쳤구나. 미쳐!’ 오빠도 녀동생을 어쩌는 수 없어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드디여 그는 머리를 번대머리한테 돌렸다. “삯전만은 꼭 챙겨야 해요.” 번대머리는 거짓말로 얼려 넘겼다. “그러지. 동남아에 가면 거기 있는 동생한테서 딸라를 달라고 해 푼푼히 줄게요.” 번대머리는 억이 막혀 미희를 흘끔 돌아보았다. “오빠, 너무 해요. 경찰한테 쫓겨 알몸 된 사람 보고 뭔가요? 황차 최국장님은 죽자살자하는 저의 애인인데요.” 미희는 외까풀눈을 흘겼다. “알았다. 알았어.” 그러나 번대머리는 사람좋게 대답했다. “삯전 근심 말라니깐요.” 그리하여 어선은 어둠을 타고 사나운 파도를 헤가르면서 서남쪽으로 바라고 미끌어져 나갔다. 사흩날 어두운 밤에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사납게 태풍이 불어쳤다. 검푸른 산더미 같은 파도가 가랑잎 같은 자그마한 어선을 먹장구름 속으로 건뜩 들어올렸다가도 쁠랙홀 같은 바다 밑으로 처박았다. “아이구메. 죽었다, 죽었어!’ 미희가 아우성쳤다. “재수 없이 떠들지 마! 오지 말라니까. 따라 나설 거 뭐야?” 미희 오빠는 욕설을 퍼부었다. “저기 저 검은게 섬인 거 같애.” 미희 오빠는 중얼거리며 어선을 몰고 파도를 이리저리 헤가르며 부근에 있는 이름도 모를 거머칙칙한 섬으로 가까스로 다가갔다. 미희 오빠가 다행히 어선을 안전하게 섬에 가져다댔다. 그들이 어선에서 내려 들쑥날쑥한 뭍에 뛰여올라갈 때였다. 짐승소린가! 고함소리 들리며 숱한 홰불이 엄습해왔다. 홰불을 빌어 보니 옷도 변변히 입지 못한 숱한 야만인들이 아니겠는가! 번대머리가 우멍눈으로 홰불을 든 자들을 살펴보았다. 파초잎으로 앞을 가리고 대나무창을 쥔 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몽땅 가슴을 드러낸 야만녀인들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야만인들한테 결박당해 어둠침침한 동굴로 끌려갔다. 야만인들은 어선에 있던  과자상자와 음료수상자를 몽땅 빼앗아 동굴로 날라갔다.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동굴 안을 둘러보면서 속으로 애절하게 한탄했다. (어쩜 범의 굴에서 빠져나와 승냥이 굴에 뛰여들었어?) 홰불을 켠 어둑시그레한 동굴 정면에 높으직한 석판 위 대나무의자에 한 야만녀인이 도고히 앉아 있었다. 생화다발을 머리에 얹은 야만녀인은 진흙을 마구 쥐여뿌려 만든 흙보살 같았다. 그녀는 음흉한 우멍눈으로 독살스레 그들을 쏘아보았다.       아마 녀인도의 우두머린 것 같았다. 그의 우멍한 눈에서 무서운 파란 빛이 번쩍이며 공포를 안겨줬다.       녀인도는 완전히 모계씨족 사회였다. 남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후에 알고 보니 쓸만한 남자 몇몇만 녀인도 가운데 벼랑 밑에 있는 동굴에 가둬두었던 것이다. 딱 남자를 쓸 때만 끌어내다 대창끝 밑에서 성노예처럼 애완견처럼 가지고 즐겼다.  그 강렬한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직전 발산하는 무서운 파란 눈빛일줄이야. 우두머리가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야만인들이 우르르 덮쳐와 미희를 끌어내갔다. “오빠, 날 살려주오!”     “미희야!”     미희 오빠는 번대머리를 돌아보며 욕했다. "다 네놈 탓이야. 미희 네놈 따라왔다가 다치잖아?" "저놈들을 놔둘 수 없어!"      번대머리는 고함치며 덮쳐나갔다.      오빠도 미친듯이 고함치며 덮쳐나갔다. 그러나 두 팔을 뒤로 결박된 그들도 용빼는 수 없었다. 당장 야만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푹푹 꺼꾸러졌다.      야만인들은 미희를 동굴 밖에 끌어내다가 칼로 목을 툭 쳤다. 야만인들은 피 뚝뚝 떨어지는 미희 머리를 대창에 꿰들고 빙빙 돌아가면서 아우성치며 노래를 불렀다. 드디여 시퍼런 작두 같은 대도로 미희 사지를 잘라내고 엉덩이고기를 저며내 대바구니에 담아 동굴에 들여왔다. 야만인들은 웃고 떠들며 미희 고기를 우등불에 구웠다. 사람 고기가 뿌지직뿌지직 타며 노린내가 동굴 안을 채우며 공포를 몰아왔다. 야만인들은 굶은 이리들처럼 우등불에 모여 앉아 구운 사람 고기를 저며내  맛나게 먹어댔다. "아차, 식인 야만인들이구나!" “미희!” 한참 후에야 정신차린 번대머리와 오빠는 대창 끝에 꽂힌 미희 머리를 보고 아우성치며 발버둥질쳤다. 그들 둘은 우두머리를 쏘아보며 끝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생지옥이구나! 아무리 이승에서 죄를 졌다고 어쩜 이다지도 험하게 구는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하느님도 나 같은 죄인은 용서하지 않는구나!) 미희 고기를 배불리 먹은 식인 야만인들은 번대머리와 오빠한테 다가왔다. 그들은 웃고 떠들면서 번대머리와 오빠의 바지를 훌렁 벗겼다. 야만녀인들은 번대머리 하신을 보고 깜짝 놀라 아우성쳤다. 그녀들은 번대머리 앞에 엄지를 내두르며 음탕하게 짐승처럼 웃어대며 지껄였다. 그녀들은 남자 하나 없는 녀인도에서 오랜만에 남자를 보고 야단쳤다.      졸개들은 정호 사지를 건뜩 들어 둘러메고 단상에 올라가 우두머리한테 바쳤다.      우두머리는 대의자에서 일어나 생화 꽂은 대가리를 숙여 정호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우멍눈에 이상한 파란 빛을 뿌렸다.      뒤이어 우두머리 야만녀인은 결박한 정호를 가지고 실컷 즐겼다.      정호는 밑에서 당하면서 게두덜거렸다.      "어이구, 못 생긴게. 성욕은 강하구나. 어우, 남을 묶어놓고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진짜 성파쑈구나. 그 주제에 성독재를 해?!" 미희 오빠는 굶은 야만인들한테 륜간당하면서도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녀인도에는 남자가 황금보다 더 귀한 모양이구나. 죽을 거 같잖구나.)      한편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는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그들은 일단 목숨을 구했기에 무인도에서 도망갈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정호는 우두머리와 함께 무인도 해변가를 산보할 때 그들이 타고온  어선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아니, 저게 뭐야? 들쑹날쑹한 바위 사이에 어선이 그대로 멈춰 서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지 않겠는가. 야만인들은 정호랑 타고 온 어선을 지킬 뿐 파괴하지는 않았다. (다행이야.) 정호는 미희 오빠를 보고 어선을 눈짓했다. “결박을 풀기만 하면 저 어선을 타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수.” “칼탕을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 “기회를 봅시다.” “깩-“ 우두머리가 괴상하게 뭐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경호졸개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대창으로 정호와 미희 오빠 입을 찌를 상 하며 위협했다. 말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았다. 아마 우두머리는 그들이 도망칠 음모를 꾸밀가봐 경계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미희 오빠한테 찔끔 눈짓했다.    그런데 저게 뭐야?     우두머리 우멍눈에서 이상한 파란 빛이 어선을 비췄다. 파란빛을 맞은 어선에서는 불시에 씨뻘건 불이 활활 타올랐다.    "망앴구나! 망했어!"    미희 오빠는 절망에 빠져 발을 동동 구르며고함쳤다.    번대머리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자유세상으로 달려나갈 유일한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다.     꽃밭에 힌들 들어누울 꿈이 한줌의 연기로 타래쳐 흐리멍텅한 하늘로 날아나며 쓸쓸한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자유를 갈망하는 가슴에 맺힌 한이 연기로 소용돌이치며 꾸역꾸역 터져나온다.    성파쇼의 잠꼬대 같은 고함소리는 식인악마들이 욱실거리는 녀인도에서 타리태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망망한 대해도 식인야만인들한테 질겁해 거세찬 파도를 타고 두터운 어둠 속으로 도망간다. 
         민족혼의 대 서사시          ㅡ김장혁론,  대하장편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중심으로                                            김몽        1.   김장혁은 다산작가이다.      김장혁은 우리 조선족문단에서 정평이 나 있는 다산작가이다. 그는 성인작가이면서 아동작가며 소설을 쓰면서도 실화작품과  수필도 쓰며 사실주의소설도 쓰면서도 랑만적인 과학환상소설도 쓴다.         주요 저서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울고 웃는 고향 »(총 7권,2014년 한국 교문사 출판)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2008년 연변인민 출판사 출판)속편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천지 »,(2013년 한국 교문사) 속편 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2015년 한국 교문사) 이 3부작 장편과학환상소설은 하나로 관통되여 백여만자에 달하는 대하과학환성소설을 이룬다.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운던 나날에 » (합작,1991년 연변인민출판사)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중문,1995년 연변인민 출판사), 장편정탐실화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2000년도 연변인민출판사  잡지사 련재,2009년 연변인민출판사 집지사 련재) ,수필집 «리별» (2010년 연변인민출판사 ),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2002년 흑룡강민족출판사),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2003년 흑룡강민족출판사),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2006년 한국학술정보),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 (2017년 연변인민출판사), 대하소설 «진달래소야곡» (총4권, 2019년 료녕민족출판사). 최근에는 또 새로운 혼인풍속도를 보여준 그의 네번째 대하소설 «졸혼»(총 4권, 한국 한민족신문, 조글로, "문학사랑"잡지 련재)을 창작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상술한 작품중에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조선족문단에사 편폭이 가장 긴 장편소설이며 하나로 일관된 장편과학환상 소설 «야망의 바다», 장편과학환상소설», 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은 우리 조선족문단에서 처음으로 되는 대하과학환상소설이다.  . 김장혁은 혁혁한 창작성과로 하여 한중동심아동문학상,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국대전매일수필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백두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두만강수필문학상, 동북3성우수도서상 등 30여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몇몇 작품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ㄱ)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       세월은 류수와도 같이 빨리 흘러 어느덧 이 땅에는 기원 3948년 봄이 깃들었다..  500년 전에 소혜성 하나가 지구를 충돌할 수 있는 궤도에 들어 서서 지구에로 날아 왔댔다.. 그때 무빈 총사령관을 비롯한 지구촌의 군사들은 과학자들과 군민들과 함께 리철학 총사령관을 괴수로 한 달나라 군사들을 제압하고 지구를 충돌하려는 소혜성을 핵미사일로 까부시고 지구를 보위하였다..     그러나 500년이 지난 후 사람들은 또다시 욕심을 부려 판도를 넓히고 자원을 쟁탈하려고 아웅다웅 하였다. 지어 이 땅덩어리의 풍부한 자원을 독점하려고 미쳐 날뛰면서 전쟁을 벌렸다..      이런 란세에 아시아주의 코치아라는 나라의 유명한 지질학자 김지학박사와 해양수산물학자 박수혜박사의 가정에서 괴상한 남북골남자애 금별이와 복숭아 같은 녀자애 금붕어 오누이쌍둥이가 태여났다.. 푸르른 야망의 바다에 인류생존의 룡꿈을 가진 남북골과 금붕어가 수중층집을 짓는다. 아카시아 죤슨 대통령은 코치아를 누르고 지구를 통일해 통채로 먹어치우려는 야심을 품고 해군 총사령 톰장군을 보고 잠수함대를 이끌고 코치아 류역 바다에 가서 중동에서 코치아로 돌아오는 유조선을 폭파시켜 코치아 앞바다를 오염시킨다. 금별과 금붕어가 지휘하는 코치아의 룡과 독사, 고래 배들이 악마와 지구보위해전을 펼친다. 거북선이 불을 토하고 문어가 악마새끼들을 바다물에 집어 처넣는다. 하늘에 구멍을 뚫었던 괴물 클론바우 꼬마대통령마저 천년 굳잠에서 깨여나 지구촌의 평화와 생태환경을 보호하려고 악마들이 쏜 핵유도탄을 공중에서 받아안고 방향을 돌려 악마에게로 덮쳐든다. 남북골은 핵로케트로 지구를 충격하려고 날아오는 소혜성을 박산낸다. 욕심쟁이 죤슨  악마는 지구촌을 독점하려고 전쟁의 불길로 지구촌을 불태워버리고 하늘과 땅, 바다마저 시꺼멓고 찐득찐득한 기름칠을 하려고 미쳐 날뛴다. 예는 화살로 악당들을 족치고 녀와는 가냘픈 몸으로 펑펑 구멍난 하늘을 다시 기우려고 왼심을 쓴다. 금별의 어머니 박수화 부장은 해전에서 자살식잠수함을 몰고 톰의 잠수함을 충돌해 침몰시키고 장렬하게 희생된다. 금별과 금붕어가 령도하는 해군은 거북선과 오징어선을 지휘해 톰을 나포하며 죤슨 대통령을 해전에서 격살하고 항공모함을 격침한다. 그러나 렬강들의 략탈적인 개발과 에네르기쟁탈전으로 하여 지구촌은 날따라 엉망진창이 되여가고 수중층집마저 신기루처럼 무너진다.  그러나 금별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바다에서도 살기 어렵게 된 인류, 인류는 어데서 살아야 하는가?   “야망의 바다” 작자는 언제부터인가 별들이 깜빡이는 하늘이 무너질가봐 근심하였다. 잠수함 같은 고래가 윙크하는 바다가 마를가봐 밤중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구촌 사랑의 오아시스가 재더미로 돼버릴가봐 두려워났다. 지어 별이 날아와 지구를 충돌할가봐 공포에 떨었다. 우주에서 누군가 작자를  꾸짖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친 놈이 별 근심을 다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지 않는가? 왜 하늘에 구멍이 펑펑 뚫릴가봐 정신나간 놈처럼 한숨만 쉬는거냐? 별이 지구를 부딪치겠으면 부딪치라지. 눈깜짝할 새에 함께 죽으면 다 아닌가? 지구가 뜨거워나고 이 큰 땅이 꺼질가봐 근심할게 뭔가? 전쟁과 방서성오염으로 푸르른 들판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어데서 살겠는가고 개탄할 필요까지야 있겠는가? 그러나 작자는 태산 같은 근심을 안고 환상의 나래를 펼쳐 야망으로 차넘치는 바다로 훨훨 날아갔다.   환상으로 출렁거리는 장편과학환상소설 는 이렇게   창작되였다.      ㄴ)장편과학환상소설 “욕망의 천지”.   장편과학환상소설 «욕망의 천지»는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의 속편이다.   “야망의 바다”에서 등장한 쌍둥이 오누이 금별과 금붕어는 “욕망의 천지”에서는 어느덧 당당한 청년 대통령과 총리로 부상한다.  기원 3978년, 지금으로부터 약1956년후의 시대를 그 배경으로 하였다. 그런 시대는 어떨가? 제10차 핵전쟁으로 하여 지구촌은 방사능으로 엉망진창이 되게 오염되고 가스온난화로 남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수많은 세계 대도시가 바다물에 잠기는 그런 처참한 환경이였다.     이런 환경에서 오염된 생태환경을 복구하기 위한 위대한 변혁이 이 소설의 발단으로 된다.     소설은 코치아와 뱀섬나라지간의 모순충돌을 주선으로 하면서 엄청난 환상적인 이야기를 진격적으로 전개시키면서 소설의 발전부분을 장식하여 독자들을 현혹하게 만들고있다.     코치아에서는 금별 대통령이 과학으로 지구생태환경을 보호하고 뱀섬나라를 전승하려고 아들 조왕돌을 구라파 노르망디에 보내여 크롱박사에게서 크롱복제기술을 배워 수많은 조왕돌을 복제해낸다.    코치아 여성총리 금붕어는 방사성오염이 심한 지구촌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인종을 개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괴물 클론바우 16세와 결혼하여 체외수정과 복제기술로 숱한 클론바우를 복제해낸다.    한편 뱀섬나라 나까아맨은 령토확장을 위하여 인면수신의 뱀인, 핵무기, 화학무기, 독가스, 독바이러스를 생산하여 코치아나라를 치려고한다. 그 다음부터 코치아와 뱀섬나라지간의 복잡한 모순충돌은 놀라울 정도의 기복을 이루면서 진격적으로 사건을 발전시킨다.     나까아맨은 남해해전을 빚어내여 에네지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조왕돌과 클론18세부대에 의하여 참패당한다. 나까아맨은 코치아의 금별대통령과 금붕어 총리지간의 리간을 도발하다가 실패한다. 나까아맨은 딸라에 독바이러스를 묻혀 코치아 백성을 해치려다가 조왕돌이 연구한 해독약 “k3바이러스”에 의하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나까애맨은 수많은 위성에 장치한 핵반사경으로 코치아 대통령부를 비춰 금별대통령을 암살하려다가 조왕돌에 의하여 감측되여 실패한다. 나까아맨은 기원 4000년에 지구종말론을 들고나오고 지구촌 령토평균재분배를 시도하면서 코치아와 대국들을 이간질해 대국들을 동원하여 코치아를 치려다가 실패한다. 이렇게 코치아와 뱀섬나라지간의 모순충돌의 결과로 작품은 크라이막스에 치달아오른다. 금별대통령은 지구에 날아오는 소혜성을 폭파하기 위하여 장렬하게 희생된다. 나까아맨은 지구생태한경을 보호하자면 과학가를 몽땅 소멸하여야 한다고 날뛴다. 결과 뱀섬나라 뱀왕의 령도하에 뱀인들이 떨쳐나 나까아맨을 처단한다. 유라시아대륙판과 태평양대륙판의 충돌로 뱀섬나라는 침몰되고 야스쿠니 신사도 바다물에 떠간다.     나중에 작자는 소설의 결말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있다. 새로운 일대 조왕돌, 보름, 허선영 등은 새로운 결론을 내린다.  아무리 생태환경을 복원하여도 인간의 무절제한 욕심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영원히 보호할수 없다. 인류는 지구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탐색해야 한다.  이같이 변화무쌍한 이야기는 과학적원리에 의하여 안받침되여있기에 일반 이야기와 전혀 다른 과학적이며 환상적인 이야기로 승화되면서 지구생태환경을 보호하구 인류생존을 보호하자는 주제를 돌출하게 표현하였다.    ㄷ)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   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 은 “욕망의 천지”의 속편이다. 기원 4009년, 제11차 핵전쟁 시기 섬나라 나까아멘이 달을 폭파해버려 일그러진 반쪼각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핵전쟁으로 인해 숱한 기형아가 생기고 인류는 날따라 삶의 터전이 적어졌다.. 코치아에서 정치피난을 해 섬나라에 온 우성 대통령은 섬나라인과 결혼한지 수년만에 글쎄 한 몸에 머리 두개 달린 쌍두머리련체기형쌍둥이를 낳았다.. 섬나라 뱀왕은 뱀의 몸뚱이에 사람의 머리를 갖춘 인면수신의 뱀인을 개발한 뒤를 이어 핵오염에 견딜 수 있는 새 인종을 개발하려고 들었다.. 그래서 섬나라 밴새 소장을 비롯한 과학가들은 선후하여 사람과 개, 멧돼지 유전자를 리용해 크롱복제기술로 사냥개인과 멧좨지인을 개발했다.. 그러자 코치아의 금별 대통령의 아들 조왕돌 부장은 허선영과 보름 등과 함께 화과산 원숭이들을 데려다 유전자를 채취해 원숭이인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아카시아제국의 클론바우 18세 대통령은 지구촌의 패권을 쥐려고 노르망디제국과 손을 잡고 신흥과학기술국가인 코치아를 내리누르려고 했다. 그들은 표면으로는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뒤로는 섬나라와도 손을 잡고 암거래를 하고 있었다. 섬나라에서는 시시각각 코리아에 앙갚음을 하려고 칼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도 코리아 내부에서는 정변이 일어났다. 허수아 총리는 금별 대통령을 뒤엎고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 그때 조왕돌 부장이 원숭이인부대를 거느리고 허수아 총리 사무실과 국회의사당을 포위했다. 황급해난 허수아 총리는 코치아 동남부 임해로 도망쳐 임해독립왕국을 선포했다.. 조왕돌은 즉시 코치아 대군을 지휘해 남으로 진격해 임해와 전쟁을 선언했다.  호시탐탐 노려보던 섬나라 나까아버새 왕은 분단된 코치아 남북에 전쟁이 일어난 틈에 어부지리를 하려고 들었지요. 그는 밴새 소장을 보고 복제기술로 숱한 미녀들을 복제해내게 했다. 그는 미녀들 하신에 에이즈보다 더 전염성과 위해성이 강한 성병균을 발라놓게 했다. 밤중에 섬나라 공군이 코치아와 임해 국경 사이 전호에 숱한 성병에 걸린 미녀들을 공중투하했다.. 코치아와 임해 장병들은 이게 웬 떡이냐고, 전호에 눈송이처럼 날아내린 미녀들을 빼앗아 놀다가 그만 성병에 걸려 당장에서 하신이 마구 썩어다. 섬나라 나까아버새 왕은 또 전염병 독성과 핵오염물질이 박힌 보석목걸이를 코치아와 임해에 투하했다. 아침이 돼 숱한 보석목걸이를 본 사람들은 빼앗을내기하면서 주어 목에 걸었지요. 그 바람에 숱한 사람들이 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섬나라 나까아베 왕은 또 밴새 소장을 보고 핵오염물질이 든 항아리만큼한 우박을 코치아에 쏟아지게 했다.. 거대한 우박은 코치아 도시와 농촌 아빠트를 콩가루로 되게 짓부셨다.. 나중에 우박 안에서 괴상하게 파란 빛이 반짝였지요. 숱한 사람들은 메로 우박을 깨고 파란 불이 반짝이는 보석 목걸이랑 팔지랑 꺼내 가졌다. 그런데 그들의 목과 팔이 썩어떨어졌다. 섬나라에서는 과학기술로 만든 목걸이와 우박으로 코치아를 깜쪽같이 타격했다. 조왕돌 부장이 섬나라가 한 짓임을 밝혀내자 나까아밴새 왕은 짐짓 자연우박이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조왕돌 부장은 금붕어 고모가 말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해와 핵전쟁을 벌려 허수아 총리를 사살했다. 그 틈을 타서 섬나라 나까아밴새 왕은 군대를 파견해 코치아를 역습해 금별 대통령과 부인을 나포해 갔다. 결이난 조왕돌은 원숭이인 부대와 로봇부대를 이끌어 섬나라를 쳐들어가 나까아버새 왕을 사살하며 금별 대통령과 어머니를 구해낸다.. 금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를 조왕돌에게 내주고 태평양 심해로 잠수함을 타고 잠적해버린다. 아메리칸제국의 안나 녀대통령은 아카시아제국을 정복하려고 우선 클론바우 18세 꼬마대통령의 근거지 열대우림을 기계화부대에 로봇부대까지 쳐들어가게 했다. 그런데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힘으로 안나 대통령의 군대를 물리치려고 하다가 실패한다.. 그러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 16세는 핵유도탄으로 아메리칸제국의 천정이나 다름없는 오존층을 폭파해버린다. 비록 아메리칸제국을 전승했지만 오존층이 구멍난 지구촌은 인류가 살기 힘들게 됐다.  우성 대통령은 쌍두기형아쌍둥이를 데리고 배를 타고 섬나라 뱀 왕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뱀인들은 거개가 핵전쟁에 껍질만 남기고 죽어버렸다. 쌍두기형아쌍둥이는 뱀인들의 시체가 쌓인 바다가 절벽에 후세인들은 절대 핵전쟁을 하지 말고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지 말라는 우성 대통령의 유언을 정으로 새기기 시작했다.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불타는 지구촌을 돌아보다가 핵폭발에 직면한 바다가 절벽에서 정으로 글을 새기는 쌍두기형아쌍둥이를 안고 날아갔다.. 그들은 황천의 유령으로 지구촌 상공을 떠돌았다.. 대하소설을 방불케 하는 3부작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와 속편들인 “욕망의 천지”와 “황천의 유령”에서는 굴곡적인 과학환상이야기 속에서 괴상한 환상적인 인물형상을 부각했으며 무절제한 욕망을 가진 환상적인 인물들지간의 굴곡적인 갈등을 통해 3편의 장편소설에 관통된 하나의 주제를 표현했다.  즉 “인류는 무절제한 욕망을 버리고 평화의 기치를 들고 핵전쟁을 하지 말며 인류의 유일한 생존터인 지구의 생태환경을 보호하라고 형상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ㄹ)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합작)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는 가렬처절한 항미원조전쟁의 나날에 주인공 리해식이 최전선 통역원으로부터  지원군 총부 문예부 비서과 간부, 38선 대적공작대 간부로 성정하는 과정을 주선으로 엮은 실화소설이다. 료녕성 신변현 농민가정에서 태여난 리해식은 심양주둔부대 심양역 보초병으로 근무하다가 자원해 항미원조 최전선에 나간다. 항미원조전쟁의 특수성으로 해 조직의 배치에 따라 리해식은 통역원으로 되며 야밤행군할 때 우리 군이 처음으로 나포한 남조선특무를 심문해 그 놈의 특무행적과 군사목적을 밝혀낸다.  소설에서는 항미원조 전쟁의 나날에 리해식 소속부대에서 보잘것 없는 장비로 전례없는 간난신고를 이겨나가면서 발끝까지 현대화무기로 무장한 미제 침략군과 리승만괴뢰군을 무찌른 가렬처절한 전투화폭도 생동하고 화약냄새나게 그려냈다. 리해식은 지원군 총부 정전담판대표단의 문예부 비서과 간부로 되여 보고 들은 생동한 이야기도 소설화해 보여주었다. 특히 미국측 정전담판대표들이란 자들이 판문점에서 열린 담판석상에서 휘파람을 불고 생떼질을 쓰면서 평화담판을 파괴하고 지연시키던 가증한 몰골, 포로교환할 때 미제는 국제공약을 어기고 우리측 전쟁포로들에게 온갖 박해와 학대를 가한 미군과 리승만괴뢰군의 만행, 그리고 녀자포로들에 대한 그자들의 비인간적 학대, 강간 범죄행각, 우리측 전쟁포로들이 교환돼올 때의 가슴을 허비던 피눈물의 장면, 미군과 우리 군, 그리고 우리 군 포로들의 갈등을 주선으로 아주 생동하게 소설화해 보여주었다.  소설은 정전된 후 주인공 리해식이 38선 비무장지대에서 대적사업간부로 돼 기타 동료들과 함께 용감하고 슬기롭게 미군과 리승만괴뢰군과 싸운 장면을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비무장지대에서 남조선 특무들의 대북침투, 남조선 특무를 나포, 남조선 괴뢰군을 공작해 북조선에 의거해오게 한 이야기들은 아주 생동하게 소설화해 보여주었다.   ㅁ)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는 전국 “모범 법관 록도유”의 성격특징을 틀어쥐고 그의 빛나는 생애와 사적을 진실하고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록도유는 생전에 왕청현인민법원 심판감독정 정장이였다. 그는 너무 피로하게 사업한데다가 간경화복수가 악화돼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42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초유록처럼 간병을 무릅쓰고 계속 법관사업을 견지하였다. 그는 아주 청렴한 법관이였다. 그는 심판감독정 정장으로 사업하면서 선후하여 사건 74건을 법에 따라 개판(고쳐판결)하였는데 이런 사건에 관계되는 당사자는 82명이나 된다. 그중 10명 당사자는 감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록도유는 감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한테서 점심 한때 대접받지 않았으며 돈 일전한푼, 돼지고기 한근 받아먹은 적이 없다. 정장급 법관이였지만 그는 섬유장판 두장을 놓을만한 구들에 주방이 달린 20평방짜리 낮다란 집에서 살았다. 나중에 그는 병치료를 위해 그 자그마한 집도 팔지 않으면 안되였다. 림종 때 그는 집도 없어 세집에서 사망했다. 청렴한 법관 록도유는 시장경제시대 사법기관사업일군들의 모범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종래로 개인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법에 따라 모든 사건을 판결하였다. 그는 부지런히 일하는 “황소 같은 법관”이였다. 그는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도 법관사업을 놓지 않고 견지해 사업해나갔다. 그는 자기가 루적한 숱한 법률지식도서를 마지막당비로 당조직에 바쳤다. 록도유는 선후하여 여러차례 성, 주와 현 법원계통 “선진사업일군”의 영예칭호를 받았으며 1등공과 이등공을 세웠으며 그가 책임진 심판감동정은 련속 7년 전주 법원계통 업종평의에서 1등을 차지했다. 전국 최고인민법원과 성고급법원 및 주와 왕청현당위에서는 선후하여 록도유동지에게 “우수공산당원”, “모범법관”의 영예칭호를 수여하였다.   ㅂ) 김장혁의 두번째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   김장혁작가의 두번째 대하소설 “진달래소야곡”(총 4권,료녕민족출판사 1919년 년 7월 )이   요녕민족출판사에 의해 출판되였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은 개혁개방시기부터 민족대이동의 현시대를 배경으로 사회 최소 세포인 가정을 해부하여 사랑과 혼인, 가정에 비낀 희비극적인 희로애락을 보여주었으며 삶의 뼈아픈 교훈을 따끔하게 짚어내고 가정문제를 헤쳐나갈 앞길을 긴 여운으로 남기려고 모지름을 썼다. 이대하소설은개혁개방 초기로부터 조선족 대이동의 격변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리성호를 둘러싸고 리승호, 리종수, 엄정희, 최은영, 해연, 선희, 예화, 연화 등 인물들의부동한 사랑관과 가정관, 가치관의 갈등 속에서 현시대 조선족들의 가정에 비낀 희노애락을 반영하였다. 또 이런 작중 인물들과 리성호 형제자매의 피눈물 나는 울고 웃는 가정생활 이야기, 특히 고부 사이의 갈등을 통해 침통한 교훈을 남겨주고 효성 그리고 가정문제를 헤쳐나갈 앞길을 긴 여운으로 남기려고 시도하였다. 주인공 리성호는 농민가정출신 대학졸업생으로서 전통적인 순결한 사랑과 련애와 혼인관을 고집하며 화목한 가정생활을 추구하며 교수의 딸 엄정희의 순결한 사랑을 얻어 결혼까지 한다. 그는 공안국에 들어가려던 꿈마저 산산이 부서지자자기 실력으로 선후하여 목축업, 소장사, 택시업, 광고업을 하여 부모를 시내에 모셔다 효성을 하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고 모지름을 쓰면서 곡절적인 인생행로를 걷는다. 교수의 딸 엄정희는 농촌의 시부모한테 효성을 하려는 성호와 갈등을 빚게 되며 다단계판매에 휘말려들어 옥살이를 하며 집마저 팔고 허망 나앉게 된다. 그후 선후하여 한국과 미국에 밀입국했지만 미국에서 또 주식에 번 돈을 다 처넣고 알거지로 되는 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소설에서 반면인물 리승호는 련애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처녀들의 정조를 유린하며 바람둥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처처에서 장벽에 부딪친다. 나중에 그는 에이즈병에 걸려 처참한 인생종지부를 찍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밖에도 성호와 애매한 련정을 품었다가 퇴짜를 맞고 남편한테 배신을 당해 비극을 겪는 해연, 간에 가 붙고 슬개에 붙으면서 웃음 팔고 몸을 팔아 사는 정희, 사회 최하층에서 구을며 로무송출, 가정교사, 광고모델로 헤매며 별의별 수모와 릉욕을 다 당하는 연화, 권리를 리용해 부패타락한 향락을 누리며 부정재물을 챙기는 오간부, 광고회사 경리 리굉팔 등 인물형상도 생동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10여년 동안 번 피나는 돈과 고향집마저 판 돈을 몽땅 털어 두 아들며느리한테 집과 차까지 갖춰주고서도 불효한 아들며느리들한테 박대를 받다못해 쫓겨나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으로 돌아간 성호의 막내누나 성숙, 림종을 앞둔 시어머니를 어서 죽으라고 주사마저 놔주지 않는 “쥐며느리” 류려평의 형상도 생동하게 부각하였다… 김장혁작가의 두번째대하소설인 “진달래 소야곡”은 현시대 조선족들의 짙은 생활정취를 보여준 이 소설은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흡인할 것이다.   ㅅ)대하소설 "졸혼"(총4권)     현재 창작중이다. 거의 끝나가고 있다.    문걸은 아스피린을 공복에 먹고 혈변을 세번이나 쏘고 쓰러진다. 옆집 한족아줌마가 구급차를 불러 병원 구급실에 실어간다. 춘희는  휄체어에 문걸을 싣고 달아다니면서 문걸을 구급하는데 나선다. 문걸은 일주일만에 혼미에서 깨나자 상해 아들과 딸집에 갔을 때 손자들을 돌보면서  설거지까지 하면서도 짜증나는 잔소리를 듣고 부부 성생활을 한번도 하지 못하던 일을 회상하게 된다. 설상가상  아들과 딸도 사선에서 헤매는 아버지를 병문안하기에 앞서 유산을 빼앗을내기하면서 유산을 자기한테만 달라고 유서까지 작성해놔라고 한다. 게다가 본댁 영희가 자꾸 리혼하자고 졸라댔다. 문걸은 여기까지 회상하자 삶의 용기를 잃고  자살하려고 손등에 꽂아놓은 링겔주사바늘을 빼버려 류혈사태를 초래한다. 춘희의사는 심지어 자기 피를 문걸한테 수혈해 구해낸다. 문걸은 대장암에까지 걸렸지만 춘희 의사의 수술받고 사선에서 살아난다.     영희와 순정은 50대 중반에 이른 녀성들은 생리가 간 후 성생활이 싫어졌으며 남편도 필요없다고 한다.  문걸은 살아나 퇴원하자 첫번째 일로 영희와 리혼수속을 했다. 문걸은 아까운대로 영희를 놔주면서 졸혼하고 자기만의 삶을 살라고 한다.        문걸은 등산대 녀친 춘희와 의사 춘희가 일인이 아닌가고 의심한다. 한번은 등산하러 갔다가 춘희가 그만 눈구덩이에 빠진다. 그녀를 구하려다가 문걸도 눈구덩이에 빠진다. 눈구덩은 쁠랙홀처럼 찬 물이 흐르고 절벽 같은 얼음벽이  서 있는 협곡이였다. 문걸과 춘희는 아무리 애써도 협곡에서 기여나오지 못한다. 그들은 나중에 가지고 간 배낭을 구덩이 밖에 내던지고 나무가지를 주어다가 불을 피운다. 문걸은 심장병이 도져 사선에서 헤매고 춘희도 협곡에서 살아나가게 될지 모를 곤경에 처한다. 사선을 헤매게 되면서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삼림에 화재가 난 것을 보고 구조헬기가  날아와 진화하고 춘희와 문걸을 협곡 구덩이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문걸은 춘희는 일본에 딸과 남편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다. 문걸의 동서이자 친구 정호는 문걸을 보고 금욕주의 관념을 버리고 오색령롱한 밤생활을 즐기라고 권고한다. 정호는 문걸을 데리고 마사지방에 가서 아가씨를 즐기라고 귀띔한다. 그러나 문걸은 참사랑을 주장하면서 더러운 공중변소에서 빠져나간다.       풍류남아 정호는 암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오는 영희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간다. 그는 영희를 마중해 지하주차장에 들어간 후 릉욕하려고 하다가  안해 순정한테 발각된다. 게다가 코로나와 암에 걸려  사망하기 전에 영희는 정호의 위선적인 허울을 홀랑 벗겨버리고  정호가 30년 동안 자기를 간음한 만행을 유서로 작성해 핸드폰에 남긴다. 순정은 영희 아들 군철은 정호를 똑 떼닮았다고 의심하게 된다. 나중에 순정은 DNA검사를 의뢰해  이제껏 문걸과 영희 아들이라던 군철은 정호와 영희 아들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그리하여 순정은 나중에는 정호와 리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정호의 재물을 빼앗아내기 위해 가짜리혼으로까지만 간다.      정호는 문화국 국장이란 권세를 빌어 불의지재를 긁어모으고 숱한 미녀들을 애인으로 만들어버리고 흥청망청 놀아댄다.     30년전 대학교 무용교원인 정호는 학생모집하러 갔다가 첫눈에 영희와 순정이 마음에 들어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영희와 순정을 모두 사랑해 쩍하면 해물관에 데리고 가서 그녀들이 맛있어하는 소라랑 조개랑 오징어볶음이랑 먹인다. 그는 밤에 선후해 순정과 영희를 불러내 무용강당에서 무용을 배워주는 척하면서 간음한다. 그러나 정호는 무용교원으로부터  문화귀족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영희를 버리고 시당위 서기 딸인 순정을 선택해 약혼하고 결혼한다. 정호는 문화국 인사과장, 부국장, 국장을 하면서 선후하여 영희, 정희, 나영, 하영 등 숱한 애인을 두고 색다른 녀성들의 매력을 즐긴다. 그는 심지어  애인들로 방미친선문예공연팀을 무어가지고 해외 공연을 하며 밤이면 애인들을  불러내 성자유와 성해방을 맘껏 즐긴다. 그러나 정호가 아무리 위선적으로 놀면서 은페하려고 했지만 정호의  더러운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순정은  진짜리혼은 하지 않고 가짜리혼하고 졸혼을 선언하고나서 음악술집과 양로원을 차리고 자기 홀로만의 삶을 산다.    리혼당한 후 정호는 굴레를 벗은 들말처럼 나영과 하영을 데리고 색다른 성을 즐긴다. 그러나 최혜영 국장 등 검사들의 추적수사를 받아 불의지래를 긁어모으고 숱한 녀성들과 불정당한 남녀관계를 벌린 죄행이 드러난다. 정호는 수사를 피해 나영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문걸은 춘희와 함께 해외려행을 떠나게 된다. 그는 관광중에 춘희한테는 야마구찌 마끼라는 딸과 남편 야마구찌 다이로교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소설에서는  결혼, 리혼, 재혼 등 다양하고 굴곡적인 이야기를 엮으면서 졸혼이란 새로운 혼인풍속도를 보여주었으며 부부간에 원활한 성생활은 애정의 핵심이라는 것을 측면으로 그려내려고 시도했다.          2.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내용소개            작가 김장혁은 가슴에 뜨거운 민족애를 지닌 사람이다. 그러한 민족애가 있었기에 긴긴 20여년간 심혈을 몰부어 마침내 대작을 빚어냈던 것이다. 대하소설 «을고 웃는 고향»은 전편에 걸쳐 따스한 민족애가 잔잔히 관통되고 있다, 대하소설 «을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을 천착한 광도에  심도에서 그리고 예술성과에서 볼 때 중국조족 소설에서 하나의 커다란 봉오리로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본  소설의 농후한 민족성을 념두에 두고 졸평의 표제를 «민족혼의 대서사시»라고 달았다. 이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갘다. 지난 세기  20년대 초에 조선 함경도 명천군 상우남면의 한 시골에서 힘장수 김병완과 건달 한길수가 항상 싸웠다. 한길수는 군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병완의 집까지 찾아와 씨름을 걸었지만 몇번이고 진다. 그러자 마을에서 몰아내려고 갖은 획책을 다 했지만 촌심이 병완한테 기울어져 실패한다. 그후 일제가 명천군 시골에까지 손을 뻗치자 한길수는 일본 놈들의 힘을 빌어 병완을 꺾으려고 든다. 한길수는 명천군 자위대 대대장으로 전락해 건달들을 끌어모아 가지고 병완을 보고 우시장경찰국 청사를 지으라고 못살게 군다. 한길수는 병완과 단독으로 결투를 벌리다가 못박힌 이깔나무를 헤딩해 왼쪽눈깔까지 못에 찔리고 만다. 끼무라 헌병대대장은 병완을 경찰국 청사를 지을 때 공지 총도감을 시키면서 자기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병완은 그 기회를 빌어 아들 기준과 창준 그리고 그외도 다른  목수들과 함께 짜고들어 경찰국청사 대들보와 기둥에  나무벌레를 걷어넣고 지어 무너지게 한다. 일본 놈들은 병완을 비롯한 명천 시골 농군들을 보고 터밭에까지 이깔나무를 심으라고 강요한다. 밭을 빼앗긴 병완은 가만히 수림에 황무지를 개간해 보리를 심었는데 한길수한테 발각된다.  일본놈들과 한길수 등 일본 개다리놈들에게 밭도 빼앗기고 황무지도 개간하지 못하게 되자 병완과 기준, 창준 등은 야반도주해 만주 소시거우로 들어오게 된다. 후에 그들은 수많은 조선인들과 함께 소설에서 만주 농촌 축영이라고 할 수 있는 함흥촌에 발을 붙이게 된다. 병완의 맏아들 성칠은 일본 놈들이 사냥도 하지 못하게 하자 명천 시골마을 사냥군들을 데리고 김용천과 진달래가 이끄는 항일의병에 가입해 일제군과 일제의 개다리 한길수의 아들을   여지업시 족친다. 진달래 여중대장은 명천에서 한길수를 나포해 처단한다. 후에 그들은 만주에 들어와   항일유격대에 편입돼 장백산지구에서 일제와 간고한 유격전을 벌린다. 병완과 기준, 상순은 용정과 국자가 등  일제 강점구에 드나들면서 일제 정보를 유격대에 제공하며   청년들을 이끌어 마을 친일촌장 지학사 등과 지혜롭게 싸우면서 농사를 지어 항일유격대에 쌀을 지원한다. 김성칠과 김용천, 진달래 등은 항일유격대를 이끌고 장백산 원시림지역으로 일본 놈들을 유인해 들여 포위섬멸전을 벌린다. 그들은 쏘련 홍군과 함께 일제 최후보루를 까부시고 함흥촌과 진수해, 용정을 해방하고 김일성의 부름을 받고 유격대를 거느리고 조선에 나간다. 병완과 막내손자 상순은 지하당조직의 령도아래 친일주구들을 처단하고 지하당조직에 가입해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토지개혁을 진행한다. 상순은 마을 청년들을 조직해 민주연군에 참가하며 기관총반 반장으로 돼 삼도만, 묘령, 대흥구, 천교령 등지 토비숙청전투에서 빛나는 공훈을 세우며 부련장으로 제발된다.  상순은 해방전쟁시기 주덕해 파견을 받고 영월구에 현공안국을 세우고 초대국장으로 되며 항미원조전쟁기간에 장백산지구와 현 경내에 잠입한 국민당 특무조직을 여지없이 숙청한다.   상순은 현공안국 국장 벼슬도 초개같이 여기고 중국인민지원군 모부  연장으로 돼 항미원조전쟁에 참전하며 선후하여 지원군 후근총부 군복공장 공장장, 영장으로 제발돼 후근보장을 하며 최전선에 나가 미제 양키놈들과 생사결판으로 육박전을 벌리고 탱크와  군용자동를 격파하고 적들을 대량 소멸한다. 그후 그는 사단 비서과 과장으로 돼 평양 등지를 드나들면서 싸운다.  소설에서는 항미원조 전쟁 마당에서, 항일유격대 전우였던 김용천대장-남조선 괴뢰군 련대장과 김성칠 대장- 조선인민군 련대장이 무명고지에서 서로 적으로 만나 전우끼리 결투하며 결사적으로 싸우는 처절한 동족상잔전도 보여주었다. 또 사촌형제간인 김칠백과 김용천이 날창을 맞대고 육박전을 벌리는 비극도 보여주었다.   용천과 결혼했던 진달래가 용천이 죽은 줄로 알고 애를 데리고 성칠과 재혼해 애까지 낳는다. 그런데 용천은 남조선 괴뢰군 특무로 돼 함흥촌에 기여들었다가 진달래와 아들 경주를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계급립장이 다른 진달래는 남조선 특무 용천한테 돌팔매를 날려 병완과 상순이 나포하게 한다. 제대한 상순은 촌 당지부 서기로 돼 할아버지 병완과 함께 함흥촌에서 호조조, 인민공사를 건설하고 제2고향으로 건설하는데 이바지한다. 그는 반우파투쟁, 문화대혁명 기간에 억울한 루명을 썼지만 병완과 함께 견결히 극좌적로선과 싸우며 진리를 견지하였다. 조왕돌은 개혁개방시기 청년대학생으로서 김병완과 김상순의 뒤를 이어  후계자로 등장한다. 그의 곡절적인 교원생활과 문화사업을 통해  개혁개방시기로부터 민족의 대이동기간의 현실생활의 축도를 보여준다. 조왕돌은 날따라 무너져가는 고향, 돼지굴로 돼버린 모교 교실 등을 보고 개탄한다. 특히 고국에 나가 조상들이 살아온 고향을 돌아보면서 무한한 소외감을 느끼며 조상들과 민족이 겪은 고난의 이민사와 조상들이 겪은 비극에 마음이 쓰려한다. «을고 웃는 고향»은 비판적요소가 다분해 문학유파로 분류하면 비판적사실주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김병완일가의 백년사를 다루고 있을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백년사도 함께 담고임다, 즉 백여년의 가족사이자 백여년의 민족사이다. 우리 조선족의 백년역사는 일제와 영용히 싸운 비장한 투쟁의 역사이며 눈물겨운 창업의 역사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지도아래 토비를 숙청하고 새 중국을 건설하는데 기여한 역사이며 사회주의 중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일체를 바친 영광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구태여 증국조선족이 걸어온 백녀역사를 공부하지 않더라도 7권으로 된 대하소설  «을고 웃는 고향»을 읽어보면 중국조선족이 걸어온 역사를 똑똑히 알 수 있다. 백년간의 가족사를 통해 민족의 백년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이  소설은 큰 역사적의미를 갖는다.   3.«울고 웃는 고향»은  비판적 사실주의 소설이다. 유파로 분류하면 «울고 웃는 고향»은 비판적사실주의  유파에 속한다. 그러므로 아 직품에는 웃음보다 울음의  성분이   농휴하며 찬양보다 비판적 요소가 더 다분하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을고 웃는 고향»이 안고 있는 비판적사실주의 요소들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우선 반우파시기의 한장면을 보자. 상급에서는 한 핵타르에서 5만근을 내라고 명령한다. 김병완은 어불성설 이라고 견결히 반박하지만 허백호서기는 공사서기가 5만근을 내라면 내야지 무슨 잔소리내고 성을 낸다. 원문을 따오면 아래와 같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우에도 꽃이 피는 법이요. 우리 공산당원들은 특수재료로 만든 강철 사람들입니다. 치열한 항일전쟁 년대에 목숨까지 내걸고 일본놈들과 싸워 승리했습니다. 그런대 대자연과 싸워 1핵타르에서 5만근도 내지 못하겟습니까?" 이때 학생들을 데리고 일하던 함흥소학교의 여교원 오옥선이 비쭉거렸다. ”당원도 그거 해서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난자가 합해 만들어진  사람이겠지? 강철로 만들었겠소? " "호호호!” 사람들은 코를 싸쥐고 웃었다.허백호 서기는 닭을 잡아 원숭이를 훈계하듯이 오옥선을 투쟁해 반우파투쟁의 불길을 지펴 한 핵타르에서 5만근을 내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 허백호는 금방 오옥선이 공산당을 모욕한 사실을 대충 말하고 오옥선에게 우파모자를 씌워 투쟁한다는 결정을 선포했다. 허백호 서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민병들이 오옥선을 사람들 속에저 잡아내 앞에 끌어냈다. 허백호 서기는 붉으락푸르락 해서 이른바 우파분자 오옥선의 죄행을 공포했다. "금방 오옥선은 우리 위대한 공산당을 상욕으로 모독했습니다." 그때 오옥선이 반박했다. "그게 사실이 아닙니까? 당원도 그 걸 해서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합해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특수재료로 만들어졌다 해도 납이나 강철로 만들었겠습니까?” 또 폭소가 쏟아졌다.  호백호 서기는 오옥선의 콧대를  삿대질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보십시요. 이 악질 잔당 우파분자가 얼마나 완고하고 노골적이고 악질인가를! 저런 더러운 상욕으로 공산당을 모욕했습니다!” 허백호 서기가 목청을 돋우어 구호를 불렀다. "반당 우파분자 오옥선을 타도하자!"  그러자 숱한 사원들 속에서 따라 부르느 구호소리가 소서구 골짜기에 울려퍼졌다.  오옥선은 그날 오후부터 날마다 우파분자라는 고갈모자를 쓰고 쉼마다 투쟁을 받고 노동개조를 햇다.( 283ㅡ285)   지금 같으면 너무나 한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였다.. 다른 예를 더  들지 않더라고 위의 한가지 일만으로도 우리는 변태적인 반우파투쟁의 참상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헌데 아이니컬하게도 앞장에 서서 무고한 오옥선을 투쟁했던 허백호 서기가  문화혁명 때는 반당분자로 몰려 그도  역시 투쟁을 받는다. 다음으로 문화대혁명과 연관되는 폭로와 비판성이 강한 이야기 두   토막을  알아보자. 영수와 연분은 청년 부부간인데 반혁명분자로 몰려 노동개조를 한다. 감시가 삼엄한데다가 두 사람이 여자방 남자방에서 제각기  자다보니 둘이 단독으로 만날 기회가 없다. 어느 날 밤 그들은 요행 기회를 엿보다가   변소에서 가만히 성생활을 한다. 원문은 이러하다.   연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면서 바가지를 든채 변소로 다가가 문고리를 쥐여 당기였다. 영수는 물앉아  벌써 바지를 내리였다. 연분은 변소 문고리를 단단히 쥐고 바지를 재빨리 내리웠다. 그들 부부는 그 비좁고 구린내 나는  변소애서 오랜만에 끓어오르는 청춘의 욕정을 불태웠다. 누가 들을까봐 거친 숨소리도 크게 쉬지 못하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기름을 친 마른 장작더미에 붙은 불처럼 열렬하고 강렬하게 활활 타번졌다. 계급투쟁을 기본 고리로 하는 세월에 가혹한 정치몽둥이에 얻어맞으면서도 날마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인간의  기본 욕정만은 머리를  숙일줄 몰랐다. 부드러운 비단이불 속이 아니여도 폭신폭신한 침대위가 아니여도 좋았다. 그들 부부는 구린내 나는 변소에서도 그다지도 달콤하게 사랑을 나누눈 것이 아닌가!( 6권 178ㅡ179쪽)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문화대혁명의 잔인성과 가혹성과 더불어 사랑의 강렬한 힘도 보아낼 수 있다. 아래의 이야기는 반당분자로  몰려 로동개조를 마치고 돌아온 영발의 말인데 그의 말은 문화대혁명 당시의 보편적 정황을  알기에 족하다.  옥구수떡 한쪼각이거나 천정이 다 들여다보이는 멀건 강냉이죽물을 대충 먹고 낮에 쇠물을 녹이는 곧된 일을 해야 했다. 어떤 때에는 멀건 배추장물을 먹다가 쥐새끼마저 장물 그릇에 있어 먹다 말 때도 있었다. 허나 배고파 그런 장물도 쥐새기를 퍼 버리고 먹지 않으면 안 됐다. 배고파 고된 일을 삐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강철생산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날이면 또 노리개를 쳤다고 투쟁받거나 고문당하거나 지어 작은 감방에 갇혀 반성해야 했다. 생산임무를 완성했어도 날마다 밤이면 감방에서 끌리여 나가 감옥 회의실에 가서 숱한 앞에서 손을 들고 투쟁 받으면서 모택동 주석의 저작을 암기하고 사상을 검토해야 했다. 방중이면 너무 배 고파 배를 그러안고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어던 때에는 진짜 기여가는 쥐며느리를 다 잡아 입에 넣고 씹어먹기까지 했다. 허나 그래도 하루 노동개조와 사상개조가 끝나 감방 잠자리에 들면 제일 좋았다. 살창 너머 흘러드는 쓸쓸한 달빛을 볼 때면 고향에 있는 처자들이 생각이 나 고통스러웠던 것이다.,,,(6권 181쪽) 문화대혁명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참혹한 사실을 너무나 생동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영발처럼 억을하게 보황파나 반당반사회주의 분자라는 모자를 쓰고 곤욕을 당했는지 모른다. 다음으로 오늘의 상황을 이야가해 보자.   재난의 세월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개혁개방의  봄이 도래하지 온 나라에   전대미문의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사회는 평온하고 사람들은 잘 살기 시작했다. 우리 조선족 사회도 부를 창조하는 작업에 일떠섰으며 이전에 비해 삶이 많이 유족해졌다. 그러나 부를 얻은 반면에 병페도 생겼다. 유독 조선족사회만이 안고있는 일인데 부와 함께 위기도 생겼다. 수많은 조선족인들이 돈벌이를 위해 연해지구와 한국으로 대량 진출하다본니 조선족농촌마을은 황페해졌고 농촌학교들이 다 없어졌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돌비맹진하는 시대의 조류여서 막을래야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두고 우리 조선족사회의 공통체는 많이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작품은 조왕돌의 눈을 빌어 오늘의 현황을 다음과 같이 서럽고 안타깝게 진술하고 있다.   이전에 애들과 함께 뛰놀던 학교 운동장에는 소를 가닥 매놓아 풀을 뜯게 하는데 소동이 여기저기 절려 조심조심 발을 옮겨놓지 않으면 안 됐다. 참문과 문이 너덜거리는 옛날 자기 학급 교실 자리를 들여다보니 벽에 비물이 흘러 간장물 같은 것이 발려있어 꼴불견이였다. 돼지들이 우글거리며 주둥이로 돼지똥이 물렁거리는 땅바닥을 뒤집고 있었고 역한 돼지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른 교실자리를 들여다 보니 소똥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황소들이 영각하는가 하면 닭이 풍겨오르고 거위와 오리가 꽥꽥 거렸다. 마을에는 조선족청년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조선족색시와 처녀들은 찾아 볼 길이 없었고 골목에서 뛰노는 애들을 구경할 수 없었다. 조선족들은 밭을 버리고 모두 한국에 나가 막벌이를 하고 있었다. … 마을에는 다만 한족 애들이 뛰노는 것은 드믄드믄 보였다. 마을에는 조왕돌으이 둘째매형 영만과 대대 당지부 서기 겸 촌주임을 하는 승길을 내놓고는 조선족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수많은 사람들이 연해지구거나 한국에 나가 일하고 있었고  돈을 벌어 가지고 오면 연갈이거나 용정, 진수해에 새 집을 사고 살고 있는 실정이였다. 그러다나니 마을은 지괴호와 장학산 등 지주 자제들이 조선족 집을 사서 허물고 새로운 장원을 차리고 점령해버렸던 것이다. 일부 조선족들이 시내에서 살기 어려워 마을로 돌아오려고 해도  이젠 집을 지을 손바닥만한 땅마저 없어 돌아올 길이 전혀 없었다.(7권 328ㅡ329쪽) 이렇듯 오늘의 현실은 부끄럽기도 하고 처참하기도 하고 막막가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어다끼지나 현실이여서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도 없고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다. 우리 조선족사회이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4.«울고 웃는고향»의 인물혁상에 대하여  .«울고 웃는고향»은 7권으로 된 방대한 량의 대하소설이지만 조금도 지루한 감이 나지 않는데 여기에는 작품의 스토리, 길항구조, 여러가지 수사기법 등 다양한 요소들의 유기적인 작용도 있겠지만 인물형상도 아주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작품의 주제가 아무리 가치가 있다손치더라도 등장하는 인물의 형상이 미미하면 소설읽기가 재미없어진다. 우리가 «삼국지» 하면 관운장이나 ,장비, 조운, 제갈량을  떠올리고 «수호전» 하면 로지심이나 리규,무송을 떠올리는것은 사실은 인물형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이 훌륭할수록 인물형상이 두드러지고 생생하다. 김장혁작가는 인물형상부각에서 남다른 재기를 보여주어 대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의 손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인물들은 긍정인물이든 부정인물이든 모두 한폭의 그림을  보듯이 선명하고  실감이 나 독자들의 구미를 돋구고 있다. 아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들을 몇몇 알아보기로 한다. ㄱ)   김병완의 인물형상: 김병완은 목수이며 천하장사이며 함흥촌 당지부 서기이다. 천하장사 김병완은 씨름을 잘 하고 목수재간  또한 대단하다. 고향에 있을 때 그는 친일지구,자위대대 대대장 한길수와 1:1로 싸워 눈깔을 하나 빼놓으며 목수  총도감을 맡은 후 둘째 아들 창준과 셋째아들 기준과 함께 스즈끼국장의 눈을 피해 목재에 구멍을 둟고 나무벌레를 집어넣어 우시장 경찰국 사무청사와 숱한 군사도로의 다리가 무너지게 한다. 핍박에 못이겨 간도 소서구에 도망하여 들어와 황무지를 억척스레 개간하고 농사를 지어 항일유격대에 쌀을 지원하며 맏아들, 항일유격대 대장 김성칠을 도와  자손들과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지학사 촌장을 비롯한 당지 친일주구들을 처단하고 가열처절한 항일투쟁을 직접 도와 나선다. 그는 또 당지 중국인 지주들을 포함한 한족들과 형제관계를 윤활하게 맺으면서 안거락업하려고 한다. 광북후 조선 명청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운주동과 영월동,가마골, 신흥동을 돌아보았지만 일본놈들이 산과 들의 황무지, 지어 밭이나 터밭에 몽땅 이깔나무를 심게 하여 밭이 하나도 없고 수림으로 돼 버린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다. 게다가 고향사람들한테서 소외감을 느낀 그는 중국으로 돌아온다. 중국에서 지주를 청산하여 토지를 나눠주고 집을 지어준다. 그는 자손들을 이끌어 함흥촌을 두번째 고향으로 건설하려고   발 벗고 나선다. 그는 선후하여 함흥촌 촌장, 당지부 서기를 맡으며 어떻게 하나 마을사람들이 배불리 먹으면서 잘 살게 하려고 황무지도 일구고 경작법도 개진하면서 무진 애를 쓴다. 그는 의리가 있고 동정심이 많으며 백성들을 관심하고 진리를 견지하며 불의와 과감히 맞서  싸운다. 허나 반우파투쟁과 문화대혁명 등 정치운동 때마다 생산만 틀어쥐고 혁명을 하지 않았다는지 조선특무라든지, 일본놈 시대의 공사 총도감이였다는지 별의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쟁을 받으며 눈물겨운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운명한다. ㄴ)김상순의 인물형상: 김상순은 김병완의 손자이다. 그는 항일투사이며 함흥촌 민병대장이며 민주련군 기관총 반 반장이며 주제2기 당교졸업생이며 영월구 공안국 준비소조 조장과 창설자이며부국장이며 중국인민지원군 연장이며 군복공장 공장장이며 사단 비서과 과장 겸 사단장 통역이며 후임 함흥촌 촌장 당지부서기, 생산대 정치대장이다. 광복후 이계삼과 김병완의 영도아래 토지개혁에 발 벗고 나서서 지학사 등 중국 지주 청산에 한몫을 하며 토비숙청, 해방전쟁, 6.25전쟁에도 참가한다. 혁혁한 공훈을 세운 그는 당 간부로 양성되며 공안국 부국장까지 된다. 그러나 효성심과 초심에 의해 부모를 모시고 고향을 건설하려고  함흥촌에 돌아와 당지부 서기 김병완 할아버지를 도와 에 힘쓰며 대약진 시기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을 잘 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황무지를 개간하고 논을 풀지만 결국 황종연과 이흥수 따위들의 훼방으로 군중들의 생활난을 해결하지 못하며 되려 문화혁명시기 황무지를 개간한 것은 자본주의 싹을 키운것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쟁을 받는다. 투쟁의 앞장에는 언제나 이흥수가 있다. 개혁개방시대에 함흥춘 후임 당지부 서기를 맡은 그는 도거리책임제에 대한 인식이 결핌하여  자본주의 구 사회를 복벽하지 않나 오해한다. 나중에는 자신도 치부해보려고 애쓴다. 그는  아들의 성장에서 자신의 부활을 꿈꾸며 쓸쓸한 간도의 향야에서 조상들의 산소가 묻힌 고향을 한없이 그린다. 상순에게도 한단락의 간단한 사랑에피쇼트가 있다. 총각시절 그는 한 마을에 있는 춘실이라는 처녀를 열렬히 사랑해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아버지 김기준이 이미 결정해 놓은 명옥이라는 처녀가 있어 마음 내키지 않지만  춘실과 갈라지고 만다. 지원군 연장으로 조선에 가서 군복공장 공장장질을 할 때 식당의 주임으로 있는 조선처녀 허영희가 상순을 사모한다. 영희는 상순을 꾀여 김치움에 들어가 애정을 무르익이려 한다. 상순도 마음에 없지는 않았으나 조강지처를 생각하고 겨우 자신을 억제한다.그래도 백영희는 단념하지 않고 유머적으로 김치생각이 나면  김치움으로 오라고 말한다.    ㄷ)힌길수의 인물형상: 한길수는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인물이다. 필자는 적지 않은 소설들을 보아왔지만 한길수와 같은 악한 인물은 본적이 기본상 없다. 그는 독자들이 한없이  증오하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나오고 있다. 한길수는 청년시절 때부터 서당에는 다니지 않고 못된 짓만 하기 시작했다.  나무장사군들의 나무단에 불을 지르지 않으면 나무꼬챙이로 어린애들의 언 귀를 짱짱 쳤다. 뒷간 옹이구멍으로 여인들의 엉뎅이를 훔쳐보지 않으면 똥구덩이에 돌멩이를 들이뜨려 똥벼락을 맞게 하기도 하였다. 막내로 자란 그는 점차 돼지 심술을 꽉 묶어놓고 만든 고약한 심술쟁이로 변해갔다. 똥 누는 애를 물앉혀 놓기도 하고 방아호박에 똥오줌을 싸 넣기도 하였으며 되는 호박에 말뚝을 박지 않으면 칼로 호박껍질을  동르랗게 도려내고 호박속을 파낸 후 똥을 싸 넣고 호박껍질  덮게를 살짝 덮어놓기도 하였다. 일본놈들이 명천에 온후부타는 파출소 소장 스즈끼의 개다리로 되여 고향사람들을 못 살게 굴었다. 그는 힘이 세고  선동력이 강한 김병완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 하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부리지만 김병완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자 갖은 방법을 다 하여 김병환을 해치려 한다. 그는 또 무서운 색마여서 수시로 기생들을 끼고 멋대로 즐기는가 하면 빚값 대신 은녀를 부엌데기로 데려다 놓고 간음하려다거  실패한다, 한길수는 김병완과 싸우다가 한쪽 눈을 잃는다. 대 악질분자 한길수는  진달래, 용천 등 반일 독립군에 의해 처형당한다.  ㄹ)김용천의 인물형상: 김용천은 작품에 그리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의 최후는 한 인간의 인성에 대해 적지 않은 계시를 준다. 작자는 원쑤라고 하여 모두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의 몸에 남아있는 한 가닥의 인간성만은 인정해 주고 동정해 주고 있다. 그는 비록 이념은 다르지만 진달래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일제를 한없이 증오한다. 특히 용천이라는 인물은 이 소설에서 동족상쟁을 폭로하는 면에서도 큰 몫을 감당하고 있다.  김용천은 경상남도 경주시의 대 지주 아들이며 조선독립군 중대장, 북만항일유격대 대장, 한국군 연대장, 장백산 락하산특무소조 조장, 등 여러가가  직무를 가진 인물이다. 동북에서 항일하던 중 일본이 패망하자 3.8선을 넘어가 국군에 참가하여 연대장이 된다. 서울에서 우연히 일제주구 한길수의 두 아들 한철주와 한선주를 발견하고 비밀리에 뒤를 쫓아 한 기생집에서 파이프로 두 친일주구를 때려죽인다. 한 무명고지 전투에서 미군이 부상당한 조선인민군 여전사을 강간하려고 할 때 용천이 미군 병사를 쏜다. 용천은 여전사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여전사를 쏴 죽인다. 이 전투에서 우연히  항일당시 친밀한 전우였던 두 사람  성칠과 용천이 조선인민군 연대장과  한국군 연대장 신분으로 만난다.   격투 중 용천은 성칠의 총에 맞아 어깨에 부상을 입고 성칠은 용천의 총에 희생된다. 그 때 용천은 ” 형,용서해. 내 살아남으려니까 형을 죽여야 했어. 내 나라와 고향을 지키고 내 팔간 집을 청산 받지 않으려니가 형을 죽여야만 했소. 잘 가. 구천에 가면 우리 진짜 친형제처럼 살자. 허나 아무리 형제라도 색시와 돈은 분명히 하자고." (울고 웃는 고향 5권71쪽) 그리고는 곁에 있는 병수에게 또 이렇게 말한다. "나와 성칠대장은 항일 전쟁 때 친형제와도 같은 전우였네. 우린 이번에 사내답고 군인답게 결투를 벌렸네. 자넨 날 욕하지 말게. 서로 자기 살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동족상잔의 결투였네. " (5권 72쪽)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숨을 거둔 성칠의 눈을 피 묻은 손으로 감겨준다. 용천은 국군의 명령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장백산에 침투하여 함흥촌에서 정찰하던 중에 체포된다. 그는 이 기회에 행방불명이 되였던 진달래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되려 대의멸친하는 진달래에  의해 그는 체포된다. 그는  신념과 이념이 다르기에 죽음을  당하게 된다. 김용천은 결박당한채 사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머리를 쳐들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남쪽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는 사형직전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경주를 보우해 달라 !삼촌, 진달래" (울고 웃는 고향 5권 131쪽)하고  웨친다. 경주는 그의 아들이다. 작자는 용천을 죽이면서도 그의 인간성에는 어느정도의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고 있다.   ㅁ)이흥수의 인물형상: 이흥수는 중국인민지원군의 패장이였고 함흥촌 강지부 선전위원이고 치보주임이이다. 간음죄와 살인죄로 총살당한다. 그는 반우파투쟁과 문화대혁 때 숱한 죄악을 저지른 극악무도한 인간이다. 소설의 갈등과 모순에서 이흥수는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흥수는 황종연과 단짝이 되여 노간부들인 이계삼과 허영주,,심지어 자기를 입당시킨 허백호마저 억울하게 우파분자로 몰아 비인간적으로 혹독하게 비판하고 투쟁하고 해친다. 당시 공사 서기였던 허백호가 김송선을 강간하려고 덤비는 황종연을 돌멩이로 까부신다. 강간행위를 제지시키고서도 허백호는 황종연과 이흥수에 의해 억울하게 살인혐의를 쓰고 5년동안 옥살이를 한다. 박성근이 실사구시하게 몇마디 했다고 우파모자를 씌워 한뉘 고통속에서 시달리다가 사망한다. 반란파 두목인 이흥수는 청백한 노간부와 사원들에게 반혁명분자,우파분자 모자를 마구 들씌워 투쟁하고 박해한다. 황종연과 이흥수는 투기적으로 입당한 정치야심가들이다. 이들은 정치투기를 일삼으면서 야합해  천방백계로 대대 당지부서기이며 항일 노간부인 김병완을  박해한다. 이흥수는 일파인 반란파 두목 모원신의 수하이며 악질반란파 두목이다. 이흥수는 노간부들을 박해하고 무리싸움을 주도했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때리고 공공재산을 짓부셨다. 이흥수는 남녀 작품도 문란하다. 하향간부 박윤희를 여러차레 위생소에서 강간했으며 김송선이 자기 야욕을 거절한다고 위생소에서 몰아내고 중노동을 시킨다. 이흥수는 지주의 딸 장미련을 장시기 강간 간음한다. 그는 유명한 색마이다. 이흥수의 딸 미선이마저도 여러 사람 앞에서 이렇게 소리친다. "우리 아버지는 늙어도 거시기가 대단해! 누가 당해? 저기 미련 아주머니를 거의 날마다 했다. !허허허,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한 숫컷이야 히히히" (울고 웃는 고향7권 663쪽) 흥수는 또 후안무치하게도  지주, 국민당 토비, 특무인 장충국을 끌여들여 자기 딸 미선과 살게 해 애까지 낳게 한다. 그는 변태적인 인간이다. 자기가 솔선하여 장충국을 자기 딸한테 붙혀 놓고서도 후과가 두려워 장충국을 살해하고 면도칼로 장충국의 불알을 떼여먹는다. 장미련이 임신한것을 알고는 남의 눈이 무서워 칼로 미련의 배를 가르고 애를 꺼내 던져버린다. 이흥수는 결국 간음죄 살인죄로 총살당한다.   5.적재적소에 놓인 환경묘사  소설에서 환경묘사를 사용하는 이유는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소설의 주제를 암시하는데 있다.  «울고 웃는 고향 »은 거의 매권마다 환경묘사들을 적제작소에 앉혀놓음으로써 지루한 기술을 피하고 주제를 에둘러 보여주며 가독성을 높혀준다. 김장혁 작가는  환경묘사를 아주 능란하게 다를줄 아는 사람이다. 성칠이가 곰을 잡아와 온 마을이 잔치를 벌리는데 그 즐겁고 흥겨운 장면을 다음과 같은 묘사로 개괄하고 있다. 달빛이 깔린 시골마을에 맑고 부드러운 피리소리가 북장구에 맞춰 곱게 울리였다. 그 은은한 피리소리와 가락 맞게 울리는 북장구소리가  밤 정적을 조용히 깨우며 오래도록 메이리쳐갔다. 물레방아쪽으로 벽계수가 달빛과 구름을 싣고 피리소리에 맞춰 촐랑촐랑 노래하면서 흘러갔다. 마당 한가운데 피여놓은 우등불도 흥겨워 가을미풍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은빛 달님도 마당에 내려와 색시들과 함께 아름다운 선률에 도췌돼 예쁜 얼굴로 웃음짓고 있었다.( 1권 26쪽) 끼무라국장은 공사장에 온 인부들의 삯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집에도 못 가게 한다. 인부들은 월급도 못 받은데 집에 밭에 멧돼지들이 들이닥쳐 곡식을 해칠까바근심이 태산같다. 그들의 이러한 여러가지 근심을 다음과 같은 환경묘사가 대신해주고 있다.   퍼렇게 딩딩한 가을 하늘이 이 땅덩어리를 칭칭  둘러감았다. 산기슭에 자리 잡은 공지의 가을하늘은 넓었지만 끼무라의 서슬푸른 군도 아래 찜통 속처럼 숨이 막힐 듯이 좁고 갑갑했다.  을씨년스럽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덜어졌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봉우리들은 변덕스러운 조화를 부리는 비구름 속에 숨박꼭질을 하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군 하였다… 하늘에서 날아지나는 기러기 떼들의 애초로운 울음소리가 쓸쓸하게 들리어왔다.  마치 기러기들도  인부들의 가긍한 신세를 동정이나 하는듯이 구슬프게 울면서 줄지어 쓸쓸히 날아지나갔다.( 386ㅡ387쪽) 중국은 한때 극좌로선의 영향으로 인민공사,대약진 반우파투쟁이라는 정치폭풍이 불면서 전대미문의 고통을 겼게 된다. 작자는 인민공사,대약진, 반우파투쟁이 도래했음을 다음과 같은 환경묘사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의 대지에는 서북풍이 먹장구름을 몰아왔다. 산과 들판을 휍쓸다가 야수무리처럼 먼지를 새뽀얗게 일구며 마을에 덮쳐온 서북폭풍은 조용하던 마을의 초가집 이영을 홀딱 벗겨갔고 굴뚝모서리에서 휘파람을 불면서 창문을 두드리고 창문마저 핦아갔다. 천지를 뒤엎을 듯이 으르렁대는 무서운 퓩풍이 산과 들을 휩쓴다. 칼날같은 퓩풍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더니 비구름을 몰아왔다. 뻘건 불뱀이 먹장구름이 뒤덮힌 하늘을 짜개며 전쟁마당의 포화의 파편 속 같은 매지구름 속에서 대지를 향해 채찍질 했다. (5권 257쪽)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이 묘사는 정치혼란의 위험성과 비극성을 극대화로 집약하고 있다. 문화대혁명과 유관된 환경묘사로는 아래와 같다. 감때사납게 불어치던 눈보라가  동장군과 함께 물러가 사람들이 좀 살기를 펴고 살아갈까 했다. 그러나 하늘에 먹장구름이 뒤덮혀 오며 마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농사꾼들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밭으로 나가는데 그놈의 하늘은 변화가 무쌍하고 심술궂었다. 맑은 하늘에서 불비를 퍼부어 대지를 불태우며 곡식을 시들어 죽게 하다가도 변덕스레 먹장구름을 몰고 와서 일하는 농사군들에게 생벼락을 내리치고  우박을 퍼붓고 소낙비를 퍼부었다. 농사군들은 그저 일방으로 변덕스런 하늘에 당하기만 하면서 하늘을 원망하며 살아야 했다.(6권 40쪽) 숱한 반란파들의 얻어맞았는지 마을 상공의 먹장그름에 구멍이 펑펑 뚫렸다. 저쪽 패용천산과 칼산 쪽에는 벌써 먹장구름에 뒤덮혀 어듬이 슬금슬금 기여들어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기막히고 침침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하늘이였다. ( 6권 49쪽>   위의 문장들  중 환경묘사들에서 나오는 과 은 모두 은근하게 문화대혁명을 빗대고 한 소리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김장혁 작가가 사용하는 환경묘사들은 모두 하늘과 바람들에 의거한다는 점이다. 김장혁의 소설에서 은 과  함께 짝을 지으면서 본의 그 자체를 뛰여넘어 시대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잘 된 묘사들은 직설을  하기보다 문학성이 한결 높아지고 음미의 여지가 있고 전반 문장을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가독성도 획득된다.   6.작품에서 보이는 일부 문제점 «울고 웃는 고향»은 7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이다 . 이런 방대한 편폭에서 완전을 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소설에는 일부 미흡한  점들이 약간 보인다.  년호(年號)에 대한 문제이다. «울고 웃는 고향»제5권 75쪽에 다음과 같은  판결서가 나온다.   본  분주소에서 조사한 결과 패용천사촌 지학사는 민국 24년 4월 25일에 패용천산 앞에서 괭이로 함흥촌의 김경칠을 찍어 륵골 서너대 부러뜨렸다. 이 사실을 송학정이 증인으로 나서 증명했다. 지학사는 사흘 내에 김경칠에게 치료비로 40원을 줘야 한다.           해동분주소 민국 24년 5월 7일((«울고 웃는 고향»5권 75쪽) 장개석의 국민당정부에서는 연호를 민국이라고 부르고 만주국에서는 년호를 1932년부터 1933년까지는 대동(大同)이라 불렀고 1934년부터는 강덕(康德)이라고 불렀다. 혹은 일본천황의 년호를 따서 소화 몇년이라고 불렀다. 민국 24년 5월 7일이면 기원 1935년이며 위만주국 년호로는 응당 강덕 2년이 되어야 야다.  다음으로는 무속과 불교에 대한 혼동이다. 소설에 무당한테 가서 굿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무당집을 찾아가는것을 사찰에 간다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사찰은 불교의 건물을 의미한다. 또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을 보면 불교언어와 무당언어가 한데 섞여 나온다.    “태극천상 원이하니 사방이여, 어쩜 나비라도 내려앉을 꽃 같은 나이에 저렇게 몹쓸 병을 어린 창생에게 누었나아까.화음청주 나미아불타불,관세음보살 굽어 살피옵소서. 불쌍한 저 창생을 해치지 말고 살려 주옵소서.관세음보살이시여,남자귀신이면 지고 가고  여자귀신이면 이고 가옵소서.나무아비타불,관세음보살. 여린 창생을 보좌해 주옵소서. 화음청주, 화음청주…»(«울고 웃는 고향»2권 14쪽)   다음으로 항일유격대에 관한 이야긴데 당시 상황과는 좀 모순이 되는듯 싶다. 이런 구절이 있다.   대일본 장병 여러분: 저의 관할구역 일성촌의 장충국과 감호, 김형내는 전선에서 유격대와 싸우는 대일본 제국 장병들의 노고와 부상병들을 헤아려 특히 약과 소금을 가지고 위문하러 갑니다. 이에 많이 도와 줄 것을 바랍니다.                                   용드레분주소 소장 스즈끼희로시마                                   1944년 12월 24일(«울고 웃는 고향»4권 73쪽)   이 소개신을 쓴 날자는 1944년도 12월 24일이다. 독쏘 전쟁이 폭발하자 1939년부터 동북에 있던  항일유격대는 거의 다가 쏘련으로 건너가 독일군과 싸웠고 사실상 동북에는 항일유격대가 없었다. 무려 7권이나 되는 장편대하소설에서 이런 미흡한 점은 옥에 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여기에서 졸고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졸고에 미흡한 점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며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우리 조선민족에게 훌륭한 선물을 준 장편대하소설 작가 김장혁선생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2022년 8월 12일 연길에서 김몽이 쓰다.          (주:김룡운 평론가가 쓰신 이 문예평론은           흑룡강성 "송화강" 잡지 2022년 제6호에 발표됐음.)                                         
333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2) 김장혁 댓글:  조회:1419  추천:0  2022-11-26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72. 고민의 블랙홀        고풍스런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마다 거울처럼 맑은  물이 자그마한 쪽배를 업고 흐른다.       녀배사공은 강남의 민요를 부르며 힘차게 노를 젓는다.       유람객들은 쪽배에 앉아 강남 수향의 독특한 경치를 구경하면서 흥에 겨워 웃음꽃을 꽃피운다.       춘희는 호텔 창가에 서서 강남 수향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가은(마끼)의 선택에 머리를 끄덕였다.        (가은은 나를 다이로한테서 빼내려고 애까지  낳아주겠다고 대답했지. 어떻게 그런 엉뚱한 궁리를다 해? 다이로한테서  숱한 돈을 다 얻어내고. 돈으로 일본 기생 사쿠라를 매수해 실험관 수정란을 심어놓았지. 사쿠라 배를 빌어 애를 낳게 할 꿍꿍이야. 쯧쯧쯧.” 그녀는 못내 감탄했다. “이젠 내 품 안에서 서적 쓰던 어린애 아니지. 지금 애들 머리를 따르지 못해.”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연신 탄복했다. “어쩜 티격태격하던 애들이 언제 싸웠는가 싶이 화해할 수 있어? 복화 소개해서 가은이 복화네 회사 위생소에 들어가게 됐다는가. 허, 건데 한 위생소에 들어가 또 싸우진 않을가? 마끼가 복화 학교에서 놀림받게 했잖은가. 복화가 넓은 마음으로 량해했다잖는가. 하긴 걔들이 어려서부터 친한 죽마고우였지. 좌우간 복화는 우리 집 신세야 있지. 복화 어려울 때 그래도 마끼가 나서서 아빠한테 소개해줘서 모델이랑 해서 이런저런 돈을 벌게 한게 아닌가.) 춘희는 호텔에서 나와 혼자 소주 졸정원의 참대숲이랑 돌아보면서 계속 허구픈 생각에 잠겼다. (군철은 저 참대처럼 대바른 놈이야. 회사 전무로 돼 연설하는 거 봐라. 얼마나 당당하고 름름한가. 문걸의 말에 의하면, 시당위에서 군철을 시당위 조직부 처장급 간부로 전근시키려고 개별조직담화까지 했다잖는가. 전국 당대회 대표로 다 됐다잖는가. 그런데 ‘경제파쑈 미국의 통제로 회사가 위기에 처한 관건적인 시각에 회사와   3천여명 직원들을 버리고 시당위 간부로 제발돼 갈 수 없다.’고 사양했다는가. 회사에서 유치원, 위생소, 헬스방까지 차렸지. 직원들의 아파트도 지어준다지. 직원들을 위해 큰 해결하는 거지. 지금 상해 아파트 한채 얼마나 비싼가. 군철은 애비와는 판판 달라. 자기 안속만 차리지 않아. 그는 국가와 회사, 직원들의 리익을 항상 첫자리에 놓았지. 그러니까 날따라 큰 인물로 떠오르는 거겠지. 가은이랑 이 회사에 입사하기를 잘했어. 어디서나 상전을 잘 만나야 해.) 그녀는 피씩 웃었다. “군철은 무슨 생각하고 황선희 언니와 내까지 회사 위생소에 들어오라고 할가? 황선희 언니는 인차 위생소 소장으로 부임한다고 하잖는가. 허. 재수 좋은 놈은 뒤로 엎어져도 떡함지에 물앉는다고 하잖는가.” 졸정원은 정원 이름 그대로 정치를 잘 하지 못해 정계에서 밀려난 과거 관리가 수향에 락향해 지었다고 한다. 춘희는 졸정원의 정원과 루각, 호수, 화원을 돌아보며 별 생각을 다 했다. “군철은 정치를 아주 잘하는 거 같아. 그는 제 애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황선희랑 임하영이랑 다 끌어들여 취직시키지 않는가. 뭐? 하영은 정호 국장한테 미인계를  써서 가무단 부단장으로 됐다잖는가? 정호가 한국에 돈을 부치라고 하영을 위협공갈했지만 부치지 않았단다. 음험한 정호 국장이 하영의 추행을 온 세상에 폭로하는 바람에 하영은 가무단에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였다고 하잖는가. 하영은 순정의 입김으로 군철 전무로부터 회사 공회 문예부장으로 초빙되였다고 한다. 해외와 고향에서 버림받은 이런 저런 사람들이 거의 다 이  회사에 모여든 판이구나. 회사는  량산박처럼 불운한 천하 인재들을 모으는 대가정이라는가. 참 대단한 량산박 대두령이야.” 그녀는 천하 “호한”들이 모인 이 복잡한 회사에 들어와 재밌게 보낼 수 있을가고 한참 동안 궁리했다. “딸과 어떻게 한 위생소에서 일하겠는가?” 춘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군철이 하던 말이 귀에 쟁쟁했다. “우리 조선족들은 한평생 외자기업에 의거해 살수만은 없습니다. 외자기업은 중국에서 파산되면 동남아로 이사가거나 귀국하면 다입니다. 그럼 우리 3천여명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허망 나앉게 될게 아닙니까? 때문에 지금은 위생소를 차리지만 장원하게 타산해 봅시다. 아직 성숙된 결론은 아니지만 우린 장차 자체로 살 길을 모색해둬야 합니다.” 군철은 기실 만약 회사가 망하면 황박사 등 의학인재들에 의거해 국영 제약공장이거나 다른 제조공장이거나 부동산개발회사라도 차릴 예산이였다. 군철은 우멍눈으로 춘희를 정색해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춘희는 대머리와 우멍눈을 여겨보면서 딱 군철의 아버지를 보는상 싶었다. “제약공장에서는 백신이나 기타 약을 생산하면 어떻겠는지 김박사와 황박사가 가은과 복화를 이끌고  좀 연구해주십시오.” 그러나 춘희는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차 딸을 옆에서 도우려면 남방에 오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고향의 병원에서는 계속 출근했으면 하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또 문걸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춘희는 호수 옆에 수백년이나 나란히 서 있는 한쌍의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졸혼에 대한 막연한 고민에 잠겼다. “이젠 둘 다 졸혼하고 지내볼만큼 지내봤으니깐.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야 없지. 우리 저 한쌍의 은행나무처럼 수백년을 오래오래 재미나게 살 수 있겠는가?” 한쌍의 은행나무와 설레는 참대숲이 호수에 비꼈다. 원앙새들이 가늠하기 어려운 풍운을 한 품에 안은 잔잔한 호수에서 쌍쌍이 헤염치며 노닐고 있었다. 춘희는 은행나무 아래 쌍쌍이 헤염치는 원앙새들을 바라 보며 막연한 생각에 저도 몰래 장탄식이 나갔다. “인간세상에 원앙새 참사랑이 있기나 한가?”      한편, 문걸도 집에서 쏘파에 앉아 오랜만에 권연을 붙여물고 고민의 블랙홀에 빠져 들어갔다.       “이 세상에 참사랑이란 있는가?”      그는 영희와 참사랑을 한데 엮어 생각하기도 싫어  애들한테 고민의 키를 돌렸다.      “군철은 효자야.”      문걸은 군철의 효성에 못내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그 놈이 그래도 길러준 정을 잊진 않았어. 날 양아버지로 효성을 다해 잘 모시겠다잖는가. 내 집도 없이 산다고 이 집도 주었다. 뭐, ‘이 집은 아버지 애나게 그림 그려 산 집이라고 돌려준다.’는가. ‘이젠 황혼에 아들 곁에 와서 복을 누리면서 살라.’고 하잖는가.) 그는 영희와 자손들의 체취가 풍기는 집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장탄식했다. 저도 몰래 이전에 애를 보면서 고생하던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웠다. (아, 난 영희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해도 얼마나 사랑했던가? 영희 정호한테 수십년이나 간음당한 것도 모르고 얼마나 열렬히 사랑했는가? 허위로 감싸진 영희와의 참사랑을 지키려고 얼마나 발버둥질쳤는가. 영희 졸혼하고 홀로 자기만의 삶을 살려고 리혼하자고 할 때  나는 참사랑은 대방한테 베푸는 것이라고 여겨 차마 못할 리혼까지 해주었지. 영희 암에 걸리니 나는 유일한 재산 화실마저 팔고 국제인체화전람회에서 탄 상금마저  치료비로 다 주었지. 지어 한국에 나가 건축현지에 가서 일해 치료비로 보태게 했지. 하느님도 무심하지. 저승사자는 영희를 그렇게도 무정하게 빼앗아갔지. 영희, 세상에 참사랑이란게 있소? 어쩜 수십년이나 정호한테 짓밟히고도 속여왔소?) 문걸은 차탁을 탁탁 치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잊어야지. 마음이 괴로울 때면 몽땅 잊는게 좋아.) 그는 한참 후 춘희한테 생각이 닿았다. “이젠 둘 다 졸혼하고 지낼만큼 지내보지 않았는가. 이젠 미녀로봇이나 베개를 끌어안고 살 순 없지.” 그는 저도 몰래  저으기 괴로워났다. “이젠 졸혼하고 춘희를 알만큼 알게 됐지 않았는가?  나는 도대체 마음속으로 춘희를 사랑하고 있는가? 오래 지내보면 서로 흠집도 점점 드러나는게 아닌가.” 그는 일본에 가서 춘희와 다이로교수 생활형편을 안 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였다. 특히 다이로교수 유산을 노려보는 춘희 탐욕스런 집착에 저도 몰래 경악하였다. 문걸은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며 궁리하다가 내심의 갈등으로 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춘희는 탐욕스런 일면도 있지만 필경 구명은인이야. 내가 혈변을 보고 쓰러졌을 때, 휄체어로 병원 구급실에 밀고 달려가 구급해냈지. 내 삶의 용기를 잃고 자살하려고 혈관을 끊어 피 줄줄 흘러내릴 때도 그녀는 팔을 걷고 자기 피를 수혈해 구급해냈지. 내 몸에는 아직도  춘희 사랑에 넘치는 피가 흐르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등산하러 가서 눈구덩이로 빠져 협곡에서 기여나오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서도 뜨거운 사랑을 고백했지.” 문걸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뒤이어 그는 저도 몰래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건 사랑이 아니고 다 구명은인에 대한 보은감정인가? 춘희 말처럼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의사의 최저한도 인도주의인가? 그럼 우린 그저 의사와 환자 관계인가? 그럴 수도 있지. 그땐 춘희 말대로 다이로교수와의 마음의 정리가 채 안된 처지였으니깐. 춘희는 일본에서 자기 모녀에 대한 다이로교수 은혜에 대한 보은이였지. 결코 사랑은 아니였지. 그녀는 다이로교수 성학대를 견디기 어려워 자꾸 고향에 피해 산 형편이 아닌가.) 문걸은 쏘파에서 우쭐 일어나 널직한 객실과 침실을  거닐었다. 그는 고민의 심연에서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군철은 길러준 정과 은혜에 효성을 다하느라고 이리 좋은 집을 주겠단다. 지예와 아래윗집이 돼서 늘그막에 무슨 일이 있어도 부녀간이 서로 의지하면서 살기도 좋지. 침실도 두칸인데 하나는 화실을 하면 좋겠다. 그런데 보모 만금과 애들은 어쩔가? 만약 춘희하구 살게 되면 필요없긴 한데.  늘그막에 심심하면 취미생활로 그림이나 그릴가? 외손자한테 그림그리기도 배워주고.) 그는 외손자 유림을 생각하자 천륜지락을 누리고 싶은 생각에 울컥했다. (오늘 그 놈을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꼭 끌어안고 놀아야지.) 그는 그림을 그리자고 붓과 종이도 얻어보다가 그만 두었다. (에이구, 내 이제 그림을 그려 뭘 해? 늘그막에 그림책이라도 내자고 이러는가? 괜히 또 고생문이 터지지 않는가? 종수를 봐라. 늘그막에 무슨 책을 낼 출판비용을 벌려고 한국에 가서 건축현장에 가서 막일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순간 종수가 얘기하던 고행이 떠올랐다. 종수는 조선족 백년이민사를 쓴 책을 내긴 냈다고 했다. 그런데 책배낭을 메고 책트렁크를 들고 신도림지하철역 층계를 올라가다가 그만 혁띠가 툭 끊어졌다고 한다. 그때 바지멀춤이 훌 내려가 숱한 사람들 앞에서 개꼴망신했다고 한다. 지하철역 매대에 혁띠가 있어 다행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애나게 출판해 가져온 책을 드렸는데 읽어보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마음이 비길데 없어.” 종수가 하던 섭섭한 말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 “그림도 소설책이나 매한가지 운명이야. 화가들은 고상한 예술작품이라고 자화자찬하지. 그러나 누가 민족예술이라고 사 벽에라도 거는가? 민족의 전통 문화와 예술을 위해 고군작전해 예술작품을 창작해도 누가 왼눈으로나 보는가? 이것이 바로 그림과 책의 현주소야.  비극이 아닌가?” 문걸은 붓을 훌 차탁에 팽개쳤다.        순간 눈 앞에 고향 망아산 수림 속  방공호 동굴이 나타났다. 정호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려다가 간음하던 블랙홀이 아닌가! 권세, 금전과 색을 교역하던 더러운 장마당 블랙홀이 아닌가! 첫사랑도 무참히 집어삼키고 음탕한 트림을 하던 첫사랑의 블랙홀이 아닌가! 처참한 참사랑도 훌러덩 함정에 빠뜨린 허위에 찬 블랙홀이 아닌가!        눈덮인 원시림에 눈구덩이와 절망에 찬 협곡이 나타났다. 미츨한 미인송과 협곡 위에서 란무를 추는 소나무가 부둥켜 안고 흐느낀다. 지하에서 맺은 참사랑의 흔적이 아닌가!         망아산 방공호 동굴, 원시림의 눈구덩이, 협곡이 마구 소용돌이치며 고민과 함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버린다. 그 고민의 블랙홀은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을 한입에 꿀꺽 삼켜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있지 않는가!  참사랑은 고민의 블랙홀에 소용돌이쳐 빠져들어가고 허위와 음흉한 음모를 더러운 가래와 함께 뱉어낸다. 졸혼이란 방패로 눈을 가리고 통간의 신음소리 참사랑의 무덤에 타리대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한쌍의 황혼 락조는 끝없는 고민의 블랙홀에 빠져 저녁노을에 부채질해 더욱 뻘겋게 불태우고 있다.        희망의 돛배는 저승사자한테 붙잡혀 몇번이나 염라전에 갔다 왔다 하며 서서히 서산 넘어 지평선에서 사라져간다.        원앙새 참사랑은 절망의 블랙홀에 빠져들어가며 절망의 미련의 꼬리를 휘둘러친다. 블랙홀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태풍에 색마가 가발을 벗어쥐고 번대머리를 번뜩이며 음충한 미소를 짓는다.      색마는 우멍한 눈을 부릅뜨고 대성질호한다.      "우둔한 금욕주의자야, 세상에 어디 참사랑이란게 있다고 그래?"      "늙어 썩어빠지기 전에 그때 그때 미녀들을 데리고 즐겨야지. 바보야, 그게 최고 락인 거야. 허허허."      "한평생 문걸을 속인 "조강지처"의 간사한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참사랑을 추구하는 사랑의 신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빼들고 고민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훌러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비명을 지른다…
332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1) 김장혁 댓글:  조회:1339  추천:0  2022-11-24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71.  비밀설계도        한줄기 밝은 빛이 밤하늘 어둠을 꿰뚫고 험준한 협곡을 비춘다. 밝은 빛은 요술을 부리듯이 어둠침침한 동굴에 훌렁 뛰여들어 여린 몸으로 어둠을 하나, 하나 지워나간다.       꿈 같은 설계도가 협곡 위에 펼쳐지자 파도가 사나운 호수 물 위에 고층아파트가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오르며 과학환상소설을 쓴다.       해내외에서 고급전문인재들이 두툼한 딸라봉투를 바라보고 구름처럼 회사에 모여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부총경리실 전화벨소리 급촉하게 울린다. “누구? 데리고 오오.” 군철은 전화를 놓으면서 뜻밖에 인사과장 리나한테서 온 기별에 기뻤다.  이윽고 리나가 퍽 성숙돼 보이는 처녀를 데리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동안의 처녀는 머리를 숙여 곱게 인사했다. “리복화라고 부르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소.” 군철이 피뜩 보니 처녀의 세귀눈이 퍽 무섭게 인상 깊었다. 리나가 복화의 서류를 보스사무상에 가져다 놓았다. 복화도 수척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다가오더니  졸업장을 사무상에 놓았다. “일본 의대 류학석사생이구만.” 군철은 머리를 끄덕이며 복화를 여겨보았다. 복화의 수척한 얼굴이 퍽 어두워 보였다. 그가 어찌 복화가 일본에서 격은 고생살이를 다 알겠는가. 군철은 졸업장을 들고 보더니 의아해했다. “금방 복화라던데 어째 졸업장엔 야마구찌 나나로 돼 있소?” 복화는 머리를 들고 자세히 설명했다. “나나는 제가 일본 양아버지가 지어준 일본 이름입니다.  이젠 중국에서 부모가 지어준 원명 리복화로 떳떳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섬나라 오랑캐들한테 갖은 민족기시를 다 받으면서 괴롭게 공부했습니다. 별의별 수모를 다 참으면서 알바를  해 겨우 오누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섬나라를 떠나 귀국해 오성붉은기를 보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조국의 품에 안기는 순간 어머니 품에 안긴듯한 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제가 배운 의학지식으로 마음껏 조국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조국애가 아주 보귀하오. 해외에서 애나게 공부한 류학생들은 애국주의 감정이 더 강해지오. " 뒤이어 군철은  복화 서류를 두루 번져 보면서 이것저것 료해하였다. “의대에서 무슨 학과를 전공했소?” 복화는 가는 미소를 으며 대답했다. “저는 생물화학을 위주로 전공했습니다.” “림상은?” “림상도 배웠습니다.” 기실 군철은 이미 박문 총경리와 위생소를 세울 것을 토론해 결정했고 의료일군 편제도 편성했다. 군철은 지금 한창 대가정의 웅위로운 설계도를 설계하고 있었는데 위생소, 나아가 장차 제약공장에는 의학전문인재가 많이 수요됐다. “복화는 잠시 자리를 내주고 기다리오.” 리나는 복화를 데리고 비서실에 들어가 경희한테 맡겨 놓고 부총경리실에 되돌아왔다. 군철은 우멍눈을 꼭 감고 한참 궁리하였다. 어떤 결론이 내릴지 모를 긴장하고 관건적인 시각이였다. (복화 작은할아버지는 성호란다. 성호는 아버지를 나포해 경찰에 바친 배신자야. 원쑤 손녀를 곁에 받아들이는게 옳은가?) 한참 후에야 군철은 우멍눈을 번쩍 떴다.  “리과장, 복화 입사수속을 하오.” 리나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복화 누군지 알지요? 하나 오촌조카인데요.” 우멍눈이 흘끔 치켜뜨며 리나를 쏘아본다. 군철이 뜻밖에도 대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렇게 말할줄이야. “속담에 ‘아버지를 죽인 원쑤와는 한 하늘을 쓰고 살지 못한다.’고 했지. 복화 작은할어버지는 아버지를 나포해 경찰에 바친 배신자라는 걸 나도 아오. 그러나 회사라는 대가정 지도자로서 어찌  윗어른들이 맺은 원쑤 때문에 우리 세대에서도 대대로 이어 원쑤로 돼 싸워야 한단 말이오?” 리나는 코웃음치며 비양거렸다. “참 대단하구만. 누가 당신을 흉금이 넓은 지도자라고 보에 싸서 업고 다닐 거 같습니까? 흥!” 군철은 리나가 하나를 못내 슬그머니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우린 개인 알륵으로 해 회사 대가정에 인재들이 들어오는 대문을 닫아걸어선 안되오.“ 군철의 태도는 바위돌처럼 확고부동했다. “복화랑 얻기 힘든 의학인재요. 위생소에는 아직도 의료일군이 더 필요하오.” 문걸은 전에 없이 리나 옆에 가서 나란히 앉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리문걸, 그 양아버지 일본 의대 류학석사 허가은을 추천합데. 이전에 양아버지를 구급해낸  춘희라는 의학박사네 딸이라오. 양아버지 불러서 가은을 만나봤소.  입사수속을 하오. 좋기는 춘희박사도 우리 위생소에 왔으면 좋겠는데. 춘희박사는 림상경험도 풍부하고 생물학 전무가 박사란 말이오. 우리 회사에서 황선희박사를 위생소 원장으로 초빙했는데황박사와 춘희박사 둘 다 일본 의대 류학생박사라오. 그들은 문걸 아버지를 구해준 은인들이오. 그런데 황박사는 아버지 출국도주를 도와준 죄로 공직을 떼우고 감옥에 갇혔소. 이제 만기석방되면 우리 회사에 오겠다니 참 다행이오.” 리나는 끊임없이 반간을 놓았다. “만약 황박사 원장으로 오면 코로나 핵산검사는 가은만 받아도 넉근해요. 복화(나나)와 가은(마끼)은 어려서부터 동창친구지만 몇달전만 해도 라이벌이 돼 죽기내기로 싸웠대요.” 리나는 복화와 가은이 라이벌이 돼 싸운 얘기를 들은 소문대로 쭉 이야기하고 나서 뒷말을 이었다. “왜 품성이 좋찮은 애들을 한사코 받자고 하는지요?”  “걔들의 갈등을 피뜩 듣긴 들었소. 그러나 그러루한 개인 알륵으로 해 일본 류학생인재를 다 배척해선 안되오. 다 끌어안고 일치 단합해 이 대가정을 잘 꾸려나가야 하오. 큰집이  살아야 우리도 살아나갈 수 있소. 이게 당지부 서기, 부총경리인 내 무거운 책임이고 의무요.” 리나는 비양거렸다. “아버지 여럿이 돼 인맥이 참 좋구만요. 흥!” 군철은 벌떡 일어나면서 화를 냈다. “우리 둘이 함께 살지 않겠으면 그만이지. 왜 아버지를 욕보이오?” 리나는 울며 불며 야단쳤다. “난 애들 생각하면 밤잠도 잘 안 옵니다. 애들이 내 목을 끌어안고 함께 자자고 가지 말라고 울 때 내 마음 칼로 에이는 것 같았어요. 혼자 애들을 보고 싶어 울면서 지낸 밤이 얼만지 아는가요?  남과는 아버지를 잡은 원쑤도 관용하면서 왜 나한텐 그렇게 혹독한가요? 대가정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 가정부터 잘 꾸리고 애들이나 잘 기를 궁리나 좀 하세요. 시아버지한테 설거지를 시킨게 아직도 속에 내려가지 않는가요? 황차 리문걸선생은 친아버지도 아닌데.” 군철도 쏘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언성을 높였다. “양아버지도 아버지야. 아직도 양아버지를 업신여기는가? 그런데서 사람의 인품이 보이는 거야. 속담에 이상 어른을 존중할줄 모르면 앉은 개 뭣이 불러진다고 하잖았어. 애들을 생각해서 나도 리나를 용서하려고 애썼소. 회사 정황을 알면서 날  량해해주지 않소?” 그 진솔한 말에 리나는 군철한테 한걸음 다가서더니  보름달 같은 얼굴에 화기를 띠우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서로 한걸음씩 물러나면 어떻습니까? 물론 나도 잘못이 있어요. 시부모님한테 애들과 가무를 몽땅 맡겨놓고 당신이 사업수요로 밤에 늦어들어온 걸 미처 리해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널리 량해해 주세요.” 군철도 머리를 좀 숙였다. “이제라도 그렇게 리해하면 우리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도 있다고 보오. 나도 거의 날마다 저녁에 총경리  모시고 술을 마신게 무지했댔소. 부모와 리나한테도 미안하오. 무슨 타당한 수를 써서 몸을 빼야 했는데 말이오. 지금 박총경리는 안해 온 다음 자꾸 술을 마시자던 버릇을 뗐소. 애들을 생각해 이젠 졸혼을 그만두고 다시 우리 둘의 일을 고민해볼 때 된 거 같소.” 리나는 쓰라린 회한의 눈물을 복숭아 같은 볼에 줄줄 흘렸다. “그래요. 기실 졸혼이란 건 가정을 깨는 또개비장난이죠. 부부 사이를 점점 갈라놓는 쐐기라고 봐요.” 군철도 대머리를 들고 우멍눈으로 리나를 바라보며 정색했다. “이제라도 우리 둘이 이전처럼 화학적으로 융합돼 서로 쨍하게 사랑할 수 있을가?” 리나도 솔직히 열렬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글쎄 힘들겠지요. 그러나 필경 우리는 뜨거운 사랑을 불태워 사랑의 결실인 애들 둘까지 낳은 기적을 창조하지 않았는가요? 아직 우린 새파란 청춘의 사랑의 불길이 남아 있어요. 다시 그 사랑의 불길을 지피도록 우리 함께 다시  손잡고 노력해 봅시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해봅시다.” 군철은 사무상에 돌아가 앉았다. 리나는 거침없이 짓쳐나가며 련주포를 놓았다. “졸혼을 한답시고 내 애들까지 훌 버리고 나가는 바람에 애리싸가 쐐기처럼 꽂혔잖았는가요? 애리싸부터 잘 정리하세요.” 군철은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리나는 눈물을 닦더니 군철을 날카롭게 쏘아보면서 말했다. “경고할게. 당신 계속 애리싸를 곁에 뒀다간 언제든지 회사를 말아먹지 않는가 보세요.” 군철은 짙은 눈섭을 한데 모으며 날카로운 빛이 선뜩선뜩하는 우멍눈으로 리나를 쏘아보았다. “위협하는 거요? 애리싸 어쨌다고 질투해?” “질투? 이걸 보세요.” 리나는 핸드빽에서 유판을 꺼내 사무상에 다가와 내밀었다. “보세요. 애리싸 어쨌는가?” 군철은 유판을 컴퓨터에 꽂고 열어보았다. 컴퓨터에 이런 장면이 나타났다.        침실에 애리싸가 나타나 흘끔거린다.      컴퓨터를 열고 유판을 꽂는다.      뭔가 복제하지 않겠는가.   “애리싸 행각 진작 다 알고 있었소.” 리나는 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군철은 의자에 잔등을 대고 머리를 들더니 우멍눈으로 창 밖을 내다보면서 아주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나는 침대머리에 진주알 몰카를 하나 박아놓았지. 내 컴퓨터에는 칩과 메모리 새 생산장비 설계도와 윤선의 생산장비 자동화기술개조 설계도 초고가 있었을 뿐이오. 오히려 나는 애리싸 꼬리를 밟고 박넌출을 따라가 커다란 호박을 찾아냈단 말이오. 애리싸 오빠를 위주로 한 우리 시 주재 미국 경제간첩망을 시 안전국에 대거 적발해 일망타진했소. 애리싸와 그의 오빠는 이제 안전부문의 재조사를 받고 감옥에 들어가거나 강제출국당할 거요. 애리싸 오누이 때문에 근심하지 마오.” 리나는 깜짝 놀랐다. “애리싸는 미국 경제간첩이구만요.” 군철은 의자에 등을 붙이며 우멍눈으로 리나를 치켜보며 가는 미소를 슬쩍 지었다. “지금 나는 우리 대가정에 아주 웅대한 비밀설계도를 그리고 있소. 지금 미국 양키들의 경제파쑈적인 반도체 롱단과 통제를 받아 칩과 메모리 생산과 시장이 부진상태요. 이제 박총경리와 세심히 토론해 우리 대가정에서 새 규격의 칩과 메모리를 대량 개발생산할 예산이오. 우리는 외자회사에만 의거해 살 수 없소. 외자회사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이 올라가면 회사가 망한다고 무시로 베트남으로 훌 가버릴 가능성도 있소. 우리 언제까지 외자기업에만 목을 매워 외국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단 말이오. 때문에 우린 장원한 타산을 해야 하오. 우리 지혜와 지식으로 우리 자체 공장을 차리고 살아나갈 뒷길도 개척해 놓아야 되오.” 리나는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귀담아 들으며 못내 탄복했다. “회사에서 고층아파트를 지어 매 직원당 아파트 한채씩 주면 얼마나 좋소. 그 아파트만 팔아도 어데 가서라도 살 수야 있겠지. 그러나 우린 그에 만족하지 말아야 하오. 지예는 미국 제약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뭐요? 이제 지예랑 복화랑 가은이랑 데려다 백신제조공장도 세우고 윤선이랑 하나랑 데리고 부동산주식유한회사도 세울 예산이오. 그래야 3천여명 직원들이 지금 우리 회사에서 허망 나앉게 돼도 밥통문제를 근심할 필요없지.” 리나는 참다 못해 한마디 했다. “저한테 왜 비밀방안까지 다 얘기하는가요?” “저는 우리 두 아들의 어머닌데. 내 저를 믿지 못하면 우리 회사에서 누굴 믿겠소?”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군철은 평소에 말수가 적었지만 오늘 리나와 못하는 말이 없었다. “내 이미 백신공장과 아파트 건축부지를 봐두었소.” “어디에?” “우리 회사 울안 저 무연한 호수를 메우고 제약공장과 아파트를 짓는단 말이오. 아직 성숙된 구상은 아니지만  공업주관 부시장과 초보적으로 얘기 해놓았소.” 리나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직원들의 주택난을 해결해주면야 얼마나 기뻐하겠습니까? 총경리들을 비단보에 싸 업고 다니겠어요.” 뒤이어 그녀는 화제를 또 돌렸다. “대가정 얘기는 그만하구 발등에 떨어진 애리싸 관계나 잘 정리하세요. 제가 알아본데 의하면, 애리싸와 오빠라는 남성은 근본 오누이 아닙디다.” “뭐라고?” “그들은 부부간입니다.” 군철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는 지예를 보고 애리싸를 면밀히 감시하라고 했는데 부부 사인 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오빠 애라는 것도 그들의 애겠구만.” “그래요.” 군철은  악연실색했다. 그는 의자에 되물앉았다. 우멍눈을 딱 감고 왼손으로 대머리를 짚고 절망에 빠졌다. 리나는 조용히 인사서류철을 걷어 들고 부총경리실을 나오면서 속으로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 음력설을 며칠 앞두고 회사에서는 회사 울안 널다란 호수를 배경으로 푸르른 잔디밭광장에 화려한 무대를 설치하고  3천여명 직원들이 몽땅 참가한 성대한 년말사업총화대회와 음력설맞이문예공연을 열게 되였다.     오늘 따라 활짝 개인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고 광장 잔디밭에는 찰란한 봄빛이 완연했다. 대회 주석단에는 박문 총경리와 최군철 부총경리 등 회사 주요책임자이 앉았다.  오늘 따라 시당위 조직부 부부장과 공업구당위 서기가 주석대 중앙에 앉아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회장 관중석 젤 앞줄에는 회사 중층관리들이 죽 늘어앉았다. 그 뒷줄에는 박총경리 안해와 아들딸까지 와서 앉아 있었다. 군철의 양아버지 문걸과 춘희박사, 천지조선족예술단 단장  순정과 부단장 임하영 등도 앉아 있었다. 그 외에도성호와 엄정희도 딸 하나와 한 시내에서 살자고 한국에서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군철의 초청에 의해 대회장에 와서   3천여명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총화대회는 공회 부주석 윤선과 선전위원 하나가   사회하였다.     먼저 박총경리가 무대에 올라가 길죽한 얼굴까지 흔들어대며 사업총화를 하였다. 중국통인 그는 번역이 따로 필요없이 한어로 격정적으로 연설했다. “… 올해 우리는 미국 경제파쑈의 압제와 통제를 받아 국내외 반도체시장이 부진한 어려운 형편에서도 회사 전체 직원들의 노력으로 해 생산과 판매공급, 국가 세금도 넘쳐  완수했습니다. 특히 최군철 부총경리는 김윤선 등 10여명 연구일군을 조직해 칩과 메모리 자동화 생산장비와 생산흐름선 기술개조에 성공하였습니다. 또 다양한 새 규격 메모리 생산장비를 자체로  연구개발해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젠 미국 파쑈적인 반도체롱단과 메모리장비 통제를 벗어나 다양한 새 규격의 칩과 메모리를 제때에 생산해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 이 두가지 항목의 연구개발에 성공했기에 회사의 자금 9억 딸라나 절약하고서도 생산 질과 속도 및 생산량을 훨씬 높이는 장거를 이뤄냈습니다. 리회장님은 우리 회사 연구성과로 본사 생산장비도 기술개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젠 미국의 생산장비가 없이도 우리 자체로 여러가지 새 규격의 칩과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제파쑈 미국이 아무리 날강도처럼 압제하고 차단해도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첨단반도체지식재산과 연구능력으로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철 같은 사실로 증명했습니다.” 전체 직원들은 몽땅 기립하여 오래동안 우뢰와 같은 반수갈채를 보냈다. 박총경리는 숨도 돌리지 않고 계속해 포상 결정을 선포하였다.     “본사 포상결정에 따라 기술개조연구팀에 상장증서와 함께 상금1억원(인민페)을 내립니다. 자동화생산장 비 기술개조에 특별히 공헌히 큰 연구총팀장 최군철씨를 본사 기술혁신팀 겸직 부팀장으로 임명하며, 우리 회사 전무로 승급시키고 년금 200만여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또  뽀마찌프 한대에 상금 2백만원을 드립니다.” 순정과 문걸, 춘희는, 무대에 올라가 수상하는 군철을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박문 총경리는 계속 우렁찬 목소리로 선포했다. “새메모리 생산설비를 연구개발해낸 연구2팀 팀장 김윤선에게 정식으로 우리 회사 기술팀 팀장으로 임명하며 년금 70만원 주기로 결정하며, 연구성과 상금 100만원에 오디찌프 한대를 장려합니다. 연구팀 기타 연구일군들에게도 몽땅 20만원씩 상금을 내립니다.” 장내에서는 우뢰 같은 박수가 터졌다. 하나는 너무 기뻐 눈물이 글썽해 수상하는 윤선을 쳐다보며 손바닥이 터질 지경으로 박수를 쳤다. 박총경리는 계속해 격정 높이 연설했다. “최군철 전무한테서 료해한데 의하면 기술개조연구팀 연구일군들은 모두 우리 회사의 업무골간이며 더욱히는 중국 공산당 당원이라는데 저으기 놀랍습니다. 나는 이런 당원들은 환영하며 이런 당조직은 드팀없이 지지합니다. 이젠 당조직에서는 더는 공회라는 이름으로 지하활동 할 필요없습니다. 이젠 우리 회사에서 당조직 활동을  합법화하고 공개적으로 해도 됩니다.” 장내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재차 터졌다. 박총경리는 더욱 웅글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회사 최군철 서기 요구에 따라  당조직과 노조에 회사 회의실을 활동실로 내주겠습니다. 이제 노조와 당조직 활동구락부를 따로 지어줄 예산입니다. 해마다 활동경비도 500만원씩 대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쁜 소식은 련이어 터졌다. “회사에서는 최군철 전무의 웅대한 설계도에 따라 백신공장도 차릴 것입니다. 이제 공장건물 앞의 호수를 메우고 전체 직원들의 고층문화아파트도 지을 것입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 장내를 휩쓸었다. 박문 총경리는 눈물이 글썽해 목놓아 소리쳤다. “직원 여러분, 저는 대가정의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저의 가족은 중국을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우리 부부는 애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 여생까지 보내려고 합니다. 여러분, 음력설을 잘 쇠고 복 많이 받을 것을 미리 축원합니다.” 박총경리 부인 김미라씨와 아들딸은 몽땅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전체 직원들은 몽땅 일어나 허리굽혀 답례하며  환호했다. 박총경리는 직원들에게 손을 휘저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뒤이어 하나가 격앙된 목소리로 사회하였다. “다음으로 시당위 조직부 부부장께서 중요한 소식을 공포하겠습니다."    시당위 조직부 부부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우렁차게 공포했다.    "시당위와 구당위 연구와 비준을 거쳐 S시 반도체전자유한회사당위가 오늘 정식으로 성립되였습니다. 나는 시당위와 구당위를 대표해 우리 시 첫 외자회사 당위 성립을 열렬한 축하를 드립니다."    주석대 상하 몽땅 기립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 우리 회사 당조직에서 외자회사에 당조직을 건설한 것은 외자회사가 수천개나 되는 우리 시 당조직건설에 새로운 페지를 펼쳐놓는데 중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반도체전자유한회사당위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습근평주석의 지시대로 사명감과 초심을 잊지 말고 참답게 새 시대 당사업을 개척하고 전개해나갈 것을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기쁜 소식을 공포하겠습니다."     순간 장내는  삽시에 물 뿌린듯이 조용해졌다.  직원들은 무슨 기쁜 소식이 터지겠는가고 두 손을 맞잡고 조직부부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직부부장은 번대머리를 쳐들고 우렁차게 선포했다.     "최군철 서기는  당대표로 당선되여 영광스럽게 전국당대표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당대표 최군철 서기를 열렬히 축하합니다!"     장내에서는 또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      운선은 대회를 멋지게 사회해나갔다.     "최군철 서기가 전국당대표대회 당대표로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다음으로 전국당대표대회 당대표이며 우리 회사 초대당위 서기 최군철동지로부터 연설하겠습니다. 열렬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군철은  연설석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연설했다.     “시당위와 구당위 지지하에 우리 회사  당위는 오늘 정식으로 창립됐습니다. 시당위와 구당위 지지와 관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대회장에서는 우뢰 같은 박수갈채가 터졌다.      “시당위와 구당위 그리고 우리 회사 박문 총경리 지지하기에 우리 회사 당위 200여명 당원들은 이젠 더는 지하활동을 할 필요가 없게 되였습니다. 우리 전체 당원들은 시당위와 구당위 요구대로 습근평 총서기의 지시대로 사명감과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항상 한마음, 한뜻으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당의 취지를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국가와 직원들의 리익을 첫자리에 놓고 우리 회사를 잘 운영해나가는 길에서 청춘과 모든 것을 다 바쳐 인생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미국의 파쑈적인 반도체통제에 의해 전에 없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생존할 수 있으며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 200여명 당원들은 3천여명 직원들을 조직하고 이끌어 회사 생존을 위해 모든 지혜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 3천여명 직원들은 박문 총경리를 비롯한  회사 지도부와 회사 당위 두리에 똘똘 뭉쳐 미국의  경제파쑈적 롱단과 통제를 물리치고  전례없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회사 원대한 설계도를 그려나가면서 놀라운 경제효과를 이뤄야 합니다. 회사 지도부와 당위 그리고  당원들의 조직적인 힘에 의해 우리 회사는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맞으리라고 믿습니다. 노조에서는 이제부터 해마다 직원들의  축구경기와 농구경기, 문예공연을 조직해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풍부히 할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이제 직원들의 아파트도 짓고 회사와 아파트 정원에 연분홍 진달래도 심을 것입니다. 우리는 초심과 뿌리를 잊지 말고 강남 이땅에 뿌리를 밖고 하나로 굳게 뭉쳐 우리 지혜와 힘으로 이 땅에 더욱 아름다운 제2 고향, 제3 고향을 건설해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 피땀으로 강남의 이 락토에서  아름다운 연분홍 진달래꽃을 활짝 꽃피워야 합니다…”      직원들은 장내가 떠나갈듯이 우렁차게 박수를 쳤다.      윤선이랑 하나랑 연분홍진달래꽃이 만발한 강남 제2고향의 황홀한 앞날을 방불히 보는 상 싶었다.       윤선이 격정적으로 선포했다.       “이제부터 음력설맞이문예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천지예술단 부단장 임하영 유명가수가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하겠습니다.”       임하영은 열렬한 박수갈채 속에서 무대에 올라 청아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흥겹게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노래에 맞춰 천지예술단 순정 단장과 무용수들 그리고 경희, 하나, 은희, 복화, 가은 등 조선족직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격정에 넘쳐 연분홍치마자락을 날리며 학처럼 너울너울 춤추었다.      한족직원들은 비록 가사 내용은 알아듣지 못해도 민족특색이 짙은 공연에 흥이 나서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군철은 임하영가수가 아버지 애인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그는 하영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기쁜 날에 한자리에 아버지를 모시지 못한 것을 한탄하였다. 그는 철창 속에서 만년을 보낼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두 볼에 주르르 흘렸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 한평생 청렴한 당원간부로 살 거야.)     한족직원가수가 부르는 경쾌한 현대노래에 맞춰 각 민족 청년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경쾌한 현대무를 추었다.     푸르른 호수 상공에서는 갈매기와 비둘기들도 흥에 겨워 훨훨 나래치며 평화롭게 날아다녔다.       
331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0) 김장혁 댓글:  조회:1414  추천:0  2022-11-22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70. 지하활동        랭혹한 이데올로기 협곡이 너무나도 깊고 눈총질이 심해 최초에는 갱도를 파고 건너지 않으면 안되였다.       날마다 그 협곡을 한자, 한자 메워 38선을 넘어 랭랭했던 두 손을 맞잡게 되였다.       협곡에 놓인 징검다리는 결코 7월 7석 견우와 직녀 만나던 은하수는 아니였다.       징검다리로 협곡에 판 동굴은 그렇게도 어둡고 지루하게도 깊을줄은 누구도 몰랐다.       군철은 그 어둠침침한 동굴에 진정으로 층계를 놓으며 이를 악물고 한발작, 한발작 기여나와야만 했다. 회사 울안에 유치원을 차리자 직원들은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회사에서 우리 뒷근심을 알아봐준다니깐.” “다 박총경리와 최부총경리 덕분이야.” “공회는 진짜 우리 큰집이야.” 뒤따라 직원들의  생산열성도 전례없이 높아갔다. 어느날 박총경리는 군철을 사무실에 불렀다. 군철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녀비서 은희가 커피잔을 가져다 차탁에 놓았다. 박문 총경리는 커피잔을 들고 후후 불면서 군철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최초에는 젊은이 이마부터 벗어졌다고 재수없다고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이젠 그놈 번대머리 간단하지 않다고 감탄했다. “아우 덕분에 안해를 붙들어두게 됐네. 아들딸도 다 소주에 데려왔네. 걔들을 소주대학 켐프리치대학과 리오대학 분원에 입학시키고나니 싹 시름놨네. 가정이 화목하니 이제야 살맛이 나. 밤이 무섭던 공포도 싹 다 사라졌네.” 군철은 우멍눈을 슴벅이며 희죽이 웃었다. “다 사모님 명지한 선택 덕분이죠.”      꽈르릉 꽝! 꽝!     갑자기 바깥에서 겨울 소나기가 천지를 진동치고 번개까지 번쩍이였다. 뒤이어 때아닌 을씨년스러운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남방에는 겨울에 보슬비가 쏟아지는 일은 일상사였다. 그러나  매우기도 아닌 겨울에 겨울 소낙비가 쏟아지기는 진짜 뜻밖이였다.      사무실 창 밖에서 실폭포가 줄줄이 쏟아졌다.      박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을 찡그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맨날 술이 처마시고 녀비서들과 지분거리던 주정뱅이 같잖았다. 군철의 눈에는 이제야 좀 점잖은 총경리 같아 보였다.  박문 총경리는 금방까지 활짝 폈던 웃음꽃을 얼굴에서 거두고 대뜸 박바가지상을 기우뚱 기울였다. “요즘 생산과 판매 난제와 회사 전도를 생각하니 잠도 잘 오지 않네.” 군철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귀담아 들었다. 박총경리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지금 우리 회사 반도체 생산과 시장진출은 미국의 강압적인 롱단경제 통제를 받아 참 어렵게 됐네. 미국은 반도체 칩4동맹을 강조하면서 지금 한국 반도체생산까지  통제가 심해졌네.” 군철도 격분해 한마디 했다. “미국은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지만 기실  경제민주를 파괴하고 날강도식 경제롱단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경제파쇼입니다!”  박문 총경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미국은 첨단반도체기술이 중국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새 규격의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마저 우리 회사에 반입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네. 심지어 본사에 수출했던 미국 메모리 생산장비마저 일부 거둬가기까지 했네.” 군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였다. 박총경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중국 반도체시장도 포화상태네. 우리 회사는 3분기에  3분의 1이나 되는 메모리생산기계를 멈추게 되지 않았는가. 정말 답답해. 큰 위기야, 위기. 나야 글쎄 한 2년 그럭저럭 삐치다가 귀국하면 다지. 허나 3천여명  직원들은 어쩌겠는가?” 그는 우쭐 일어나 회사 앞의 페허로 돼버린 한국의 한 가전회사 공장 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가전회사를 보라구. 한때 에어콘이랑 잘 팔려 잘 나갔잖아. 헌데 가전제품시장이 포화상태에 처하자 회사가 망했잖아. 회사는 베트남에 훌 가버리고 직원들은 허망 나앉게 됐잖아? 우리 회사도 이대로 나가면 오래잖아 가전회사처럼 될 거네.” 군철은 회사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박문 총경리는 기대에 찬 눈길로 군철을 마주보았다. “지금 다행히 광주 핸드폰과 컴퓨터를 생산하는 공장들에서  급히 메모리를 수요하네. 그런데 메모리 필수 원자재 금이 다 떨어졌다네. 불시에 어데 가 그 많은 금을 얻어오겠는가?” 군철은 한참 궁리하다가 입을 무겁게 열었다. “우선 원 금구입경로에 련계를 달고 행정적으로 직장마다 동원하고 노조를 통해 모금해보겠습니다.” “노조 해낼만 할가?” “일단 우리 공회를 믿어주세요.” 박총경리는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화제를 돌렸다. “생산설비 기술개조 연구는 진척이 있는가요?” “기술혁신연구본팀과 연구1팀은 제가 직접 맡고 새 규격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2팀은 김윤선이 팀장을 맡고 생산장비 자동화기술개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래잖아 결과가 나올 겁니다. ” 박총경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면서 일어나 사무실에서 왔다갔다 거닐었다. “연구비용도 더 대줄테니께. 꼭 해내라고.” 한참 후 군철은 총경리실을 나와 이전처럼 회사 독신숙사 헬스방에서 “지하당지부” 확대회의를 열었다. 본사에서 파견돼온 력임 한국인 총경리들과 부장,   팀장들은 이른바 “빨갱이”들이 회사에서 얼씬거리는 것마저 꺼려했다. 이런 형편에서 군철은 10여년 전에 한국인 관리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회사 당지부를 세운 후 서기를 직접 맡고 200여명 당원들을 조직해 지금까지  줄곧 “지하활동”을 견지해왔다. 군철은 당지부 위원들과 10여명 골간당원들을 둘러보면서 국내외 반도체시장 형세와 회사 위기를  렬거하고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회사는 우리 생명선입니다. 우리 회사 파산되는 날엔 국가 천억에 달하는 세금수입이 날아날 것입니다. 우리 3천여명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허망 나앉게 될 것입니다.” 당원들은 모두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군철은 기대에 찬 눈길로 당지부 조직위원 경희, 선전위원 은희 등을 쭉 둘러보면서 말했다. “회사는 우리 큰집입니다. 회사 존망의 관건시각에 우리 당지부 위원들과 당원들은 앞장서 회사를 살려내야 합니다.” 모든 당원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군철은 윤선 팀장한테서 새 메모리생산장비 기술개조 진척을 알아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한 핸드폰공장에서 칩과 메모리 주문이 들어왔는데 주요생산원자재 금이 모자랍니다. 회사에서는 시장가격으로 직원들의 금장신구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당지부에서는 공회조직을 통해 직원들을 동원해  금모으기활동을 벌리기로 했습니다.” 군철은 당원골간들을 둘러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당의 취지는 인민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복무하는 것입니다. 우리 당원들은 금모으기활동에 솔선궐기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회의가 끝나자 당지부 위원들과 골간당원들은 모두  소속 분공회로 돌아가 층층히 동원하였다. 박문 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는 부장, 팀장 이상 간부들이 참가한 행정회의를 열고 직원들을 동원해  금구입과 금모으기활동을 벌릴 것을 일일이 포치하였다. 군철은 사무실에 돌아가 이모 순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모, 그간 잘 있었는가요? 문예공연팀을 데리고 인차 오십시오. 네. 일찌기 와서 상해랑 구경하면서 노십시오. 네, 이모는 자식 하나 없잖습니까? 제가 이모 아들로 돼 효성을 다해 잘 모시겠습니다.” 그는 주춤 멈췄다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이모, 한가지 무거운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우리 회사 지금 급히 금이 수요되는데요. 양아들을 돕는 셈 치고 이모 금장신구를 회사에 팔지 않겠습니까?” 순정은 핸드폰을 들고 한참 궁리하였다. (군철은 애비와는 달리 효성이 있는 애야. 뭐나 진심이지. 달마다 고아원에 쓰라고 3만원씩이나 부쳤잖았는가. 말썽도 많은 금장신구를 보험궤에 무져놓으면 뭐래? 훌 팔아 군철도 돕고 경로원에 쓰면 일거량득이 아닌가?) “군철아, 그렇게 하자.  전번에 부탁한 새로 모집한 유치원 선생님들과 천지예술단도 인차 데리고  갈게.” “감사합니다. 양어머니, 그럼 래일 비행기로 예약하겠습니다.” 군철은 핸드폰을 끄고 엄지와 식지를 딱 튕겼다. 군철은 이모 덕분에 금장신구 10킬로그람이나 회사에 판매했다. 리나는 세집에서 군철이 끼여준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궁리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송림이 아빠, 전화 받기 괜찮지요? 네. 한가지 물어봅시다. 송림이 아빠 끼워준 결혼반지 회사에 판매해도 괜찮겠는지요?” 군철은 피씩 웃었다. “제 생각엔 어떠오? 이전에 졸혼했다면서 애들까지 훌 버리고 나가더니? 그까짓 결혼반지를 다 건사할 필요있다고 보오?” “차마 팔기 너무 그래서요. 애들 둘이나 둔 어머니여서 아빠하구 무겁게 묻는 건데요.” “반지 그리 중요해? 우리 마음이 더 중요하지. 실패한 혼인 반지야 건사해둬 뭘 해? 소홀하게 졸혼하고 애들을 버리고 훌 나가버린 잘못을 뉘우치고 내 과거를 량해한다면야. 반지야 다시 사면 되는게지. 내 사업의 수요로 자주 술 마셨고 집에 늦어 들어갔지. 안 그래?” 리나도 그리 호락호락한 녀자는 아니였다. 그녀는 이를 옥물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네놈의 과거를 량해해? 픽, 당신은 잘못이 없는가? 한국 김총경리하구 공안국에 잡혀 갔을 때 잘 해 잡혀갔겠구만요. 당신이나 과거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세요. 아무리 애들이 불쌍하다고 해도 그저 눈감고 넘어갈 거 같아요? 당신의 진심을 바랄 뿐이예요. 그전엔 의연히 졸혼이라는 걸 아세요.” 리나는 “애비를 닮은데 없겠니?” 하고 욕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자기 두 아들애도 장차 애비나 색마 같은 할애비 닮을가 봐 방정을 떨기 무서웠다. 대신 끊임없이 빈정거렸다. “졸혼하니 얼마나 좋아요? 당신은 금발애인도 해보고. 추파를 보내는 숱한 녀비서로, 미인들로 얼마나 가슴 설레겠는가요? 아가씨들을 데리고 밤마다 마음껏 술놀이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안고 돌아가고. 흥!” 군철도 거칠게 나왔다. “됐다, 됐어. 결혼반지도 다 팔아버려! 이전에 머리 싯허연 아버지 설거지까지 하면서 돕느라고 할 때 넌 뭐랬어? 어떻게나 잔소리를 했는지. 아빠 지금 설 쇠러 오라고 해도 오지 않겠다고 해.” 그러자 리나의 소리도 고울리 만무했다. “아빠 많아 참 좋겠다. 감옥에 간 색마령감이  자랑거리겠구만.” “계속 이따위로 놀려면 다시 결합하기 힘들어.” “합하지 못하면 말라지. 아무리 당신 부총경리라고 내 무슨 빌면서 기여들겠구나. 어림도 없어! 흥!” 이튿날 리나는 단위에 나가  결혼반지까지 해서 금장신구 500그람을 몽땅 판매했다. 그 금장신구는 화가  문걸이 피땀으로 하나하나 장만한 아들 결혼혼수감이였다. 회사 3000여명 직원들은 몽땅 동원돼 사흘내에 도합 1680킬로그람이나 되는 금장신구를 모았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금장신구를 구매해 제때에 생산원자재 금을 충족히 장만했다. 회사에서는 인차 칩과 메모리를 생산해 핸드폰공장과 컴퓨터공장에 제때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제야 박문 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의 어두운 그림자를 군철을 불러놓고 입이 합박만해졌다. “우리 직원들이 회사를 구해냈네.” 그때라고 군철은 한마디 동을 달았다. “이게 다 우리 공회 조직의 힘입니다.” 박총경리는 군철 앞에 엄지를 척 내두르며 혀바닥이 다슬게 치하했다. “그래, 그래. 공회 참 잘 세웠어.” 군철은 기뻐 어쩔줄 모르는 박총경리를 보고 이렇게 말할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번 활동은 기실 지하당지부에서 공회를 이끌어 직원들을 동원해 모금활동을 벌린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당조직 말하긴 이른 거 같아. 회사에 뭔가  좀 더 해놓고 말하자.) 그는 오래전부터 “지하당조직”을 회사의 정당한 당조직으로 만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박총경리는 군철의 뛰여난 조직과 활동 능력에 혀를 끌끌 찼다. 군철은 퇴근한 후에도 밤늦게 객실에서 컴퓨터에 마주 앉아 윤선이 연구해낸 생산장비자동화기술개조방안을 재검토하군 했다.   “커피를 좀 마시고 하세요.” 애리싸가 커피잔을 들고 와 그의 앞에 내밀었다. “감사해.” 군철은 제꺽 컴퓨터를 꺼버리며 애리싸 눈치를 흘금 보았다. “뭘 하는데? 날마다 밤중까지 컴퓨터에 마주 앉아 있는가요? 이젠 잡시다.” 군철은 커피잔을 받아쥐여 후후 불며 중얼거렸다. “별 거 아니야. 이젠 자지.” 애리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금발머리를 뒤로 훌 넘기며 파란 눈으로 군철한테 정겨운 추파를 보냈다. 군철이 연분홍 네온등불빛을 빌어 바라보니 애리싸의 파란 눈에 이상한 빛이 번쩍이지 않겠는가. 순간 피뜩 박총경리 하던 경종이 귀전을 때렸다. (우리 주위에 미국 경제간첩이 욱실거릴지도 몰라.) 군철은 애리싸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부랴부랴 컴퓨터의 “새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 설계방안”을 USP에 저장하고 몽땅 삭제해버렸다. 애리싸는 군철의 당황망조해 하는 모양을 보고 속으로 코웃음쳤다. 군철은 유판을 가방에 넣으면서 집에 와 일한 것을 못내 후회하였다. 그는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침대에서 전례없이 애리싸한테 살갑고 열렬하게 굴었다. 며칠 후 광주 로봇공장에서 메모리 새 자동화생산장비- 로봇과 자동화기계팔이 왔다. 그날 박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 한국인 부장과 팀장들이 새하얀 방호복을 입고 생산직장에 모였다. 메모리 생산을 유인조종으로부터 로보트자동조종하고 피대식 생산흐름선으로 혁신하는 장이 성황리에 열렸다.   군철이 직접 자동화생산장비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숱한 로봇들이 사람을 대신해 생산장비를 조종해 칩과 메모리를 척척 생산해냈다. 박총경리는 메모리 완성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성공입니다!” 한국인 부장과 팀장들도 주먹을 불끈 쳐들며 환호했다. 박문 총경리는 군철과 윤선 등 기술개조연구팀 골간들을 일일이 굳게 손을 잡아주었다. 나중에 박문 총경리는 군철의 두 손을 다시 잡고 눈물이 글썽해 울먹였다. “자네들이 회사를 살려냈어. 인민페 백만원도 쓰지 않고 기술혁신에 성공했네. 우리 회사에서는 인민페 9억  9천만원을 절약하고도  생산속도를 몇갑절 높이게 됐네. 리회장님은 꼭 우리 회사 기술혁신성과를 본사에도 도입해 자동화생산흐름선을 건설하고 묵직한 상금을 내릴 거네.” 군철은 그때라고 오래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을 꺼냈다. “박총경리님, 이게 다 우리 지하당조직 골간당원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입니다. 우리 당조직을 믿으십시오.” 박문은 흠칫 놀라며 길죽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흘러지나갔다. “뭐라고? 지하당조직? 아니, 우리 회사에 언제부터 지하당조직이 다 활동했어?” 박문 총경리는 언제 입이 합박만해졌는가 싶었다. 랭랭한 이데올로기 몽둥이가 그의 머리를 탁 쳐놓았다. 머리가 된 방망이에 얻어맞은듯이 아찔해나며 눈앞에서 불찌가 탁탁 튀여 흩날렸다.       순간 그의 입은 겨울철 청개구리 입처럼 꾹 담긴 채 얼굴표정마저 퍼런 바위돌처럼 랭랭하게 굳어졌다.       한참 후에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미심해 윤선을 돌아보며 물었다. “윤선도 빨갱이, 아니, 공산당원인가?” 윤선은 군철의 눈치를 흘끔 살폈다. 군철은 윤선을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제야 윤선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저도 신입당원입니다.” 박문 총경리는 하나랑 은희랑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녀비서들도 몽땅 당원들인가?”        하나랑 은희랑 경희랑 모두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요. 당지부 골간들입니다.” 박문은 악연실색했다.           사실, 하나랑 은희랑 경희랑 리나랑 모두 군철 서기가 직접 입당 소개인으로 돼 양성해 입당시킨 당원들이였다. 군철은 10여년 동안 지하당지부 서기로 돼 한국인 총경리나 부장, 팀장들의 몰래 지하활동을 하면서 회사에서 168명이나 되는 당원을 더 발전시켰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갓 온 박총경리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박문 총경리는 너무나도 한심해 길죽한 박바가지상을 찡그리더니 자기 주위의 숱한 "빨갱이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등잔불 밑이 어둡다고 내 주위에 진짜 숱한 공산당원들이 지하활동을 했구만. 여직껏 내 혼자 깜깜했구만. 쯔쯔.”       군철은 희죽이 웃으면서 해석했다.       “박총경리님, 널리 량해해주세요. 사업의 수요에 의해 잠시 박총경리한테 신분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박총경리께서 언제 우리 당지부를 마음 속으로 받아들일 때면 꼭 제대로 알리려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 업무골간과 공회 간부들은 대부분 당원들입니다. 우리 당조직은 이번에 회사를 살려내고 기술혁신을 할 때 얼마나 조직적으로 큰 역할을 했습니까? 회사에서도 우리 당조직과 공회 조직의 강력한 힘을 믿고 회사를 경영해야 된다고 봅니다.” 박총경리는  군철이네를 둘러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최부총경리, 이젠 지하활동을 할 필요없네.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게나. 난 우리 회사 노조 같은 조직은 지지하네.” 그 자리에 있은 하나랑 윤선이랑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때라고 군철은 한가지 요구를 들이댔다. “박총경리님, 회사에 활동실이 없어서 이제껏 공회와 당조직에서 독신숙사 활동실이거나 헬스방에서 활동했는데요. 회사에 활동실을 내줄 수 없습니까?” 박문 총경리는 량미간을 찌프렸다. 이윽고 그는 조용히 군철을 데리고 생산직장에서 나와  총경리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미더운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이번 노조 공헌을 리회장님께 회보하고 상금과 비용을 청시하겠네. 회사에서 공회 사무실도 내주고 활동비용도 더 대줄 예산이네. 그러나 공회가 있으면 됐지. 당조직까지 회사에 들여올 필요는 없네.” (고삐를 좀 늦추자. 이제 천천히 당조직을 제대로 리해하고 믿게 만들어야지.)         리성은 아직도 강남의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도 잔설이 남아 살을 어이고 있었다.         랭랭한 리성도 공동한 리익의 잔등에 업혀 황홀한 꿈을 꾸며 날아가면서 날따라 잔설이 색바래지며 녹아내리고 권태에 차 게트림을 한다.         이데올로기 협곡은 날따라 믿음으로 점점 차오르며  메워지고  점점 공간이 졻아지고 있었다.
330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9) 김장혁 댓글:  조회:1553  추천:0  2022-11-10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9. 말로        나영은 쪽방촌 월세집에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졸혼하고 정호를 따라나선 거 후회돼. 육체욕망을 채우려고 애를 다 버리고 이게 무슨 개 고생이냐?. 일본과  한국까지 도망쳐도 초상집 개처럼 쫗겨다니지 않았던가?)      그녀는 자기 하루살이 신세에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정호는 나는 놈이긴 나는 놈이야. 어쩜 일본에서 한국 기생년 미희를 다 친해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다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정호와 나영은 황선희가 자취를 감춘 후 일본에 더 눌러 있다간 나포될 위험이 많다고 여겼다.      정호는 번개같이 도망칠 궁리를 돌렸다.      (이젠 딸라도 다 떨어져가지. 황선희는 공항의 딸라와 금은보화를 찾아주지 못하지. 어떻게 산단 말인가? 한국에 도망치자. 그런데 공항으로 도망치기는 다 글렀어. 경찰들이 나하구 나영이 공항에 나타나길 기다릴텐데. 배를 타고 도망치자고 해도 내밀게 있어야 도망치지. 이젠 일본에 더 있지 못해. 전번에 얼마나 위험했는가? 글쎄 성호란 놈이 어떻게 오사까 기생거리에까지 쫓아왔어? 말로는 친구이기에 자수하라고 권고하러 왔다고? 그 놈새끼, 참 묘한 놈이야. 아마 내 기생놀이를 잘 하는 습관을 알고 기생거리에 잠복해 날 기다린 거 같아. 그래서 자리를 옮겨 교토 일지화거리 근처 기생거리에 갔댔는데 그 새끼 어떻게 돼 거기까지 쫓아왔어. 하도 내 주먹이 셌기에 그 개새끼한테 붙잡히지 않았지. 하마트면 손목에 쇠고랑이를 찰 번 했잖아.)       정호는 습관처럼 번대머리에 몇대 안되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량미간을 찌프렸다. 한참 후 그는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다.       “그래. 사쿠라와 미희를 찾아가야지.”       정호는 성호가 나타날가 봐 두리번거리면서 교토 기생거리에 가서 먼저 일본 기생 사쿠라를 찾아갔다. 전번에 싸울 때 보니 정호는 진짜 사내였다. 게다가 정호가 후에 자주 사쿠라를 찾아가 데리고 놀면서 딸라를 아끼지 않고 푹푹 쥐여주면서 정을 쌓았던 것이다.  그는 사쿠라를 보자 두툼한 딸라를 쥐어주면서 부탁했다.       "삯전을 푼푼히 줄테니 대마도 앞바다에 실어다 줄 어선을 구해달라." 사쿠라는 돈 밖에 모르는 기생이어서 두툼한 딸라를 받아쥐자 선선히 대답했다.       "저의 오빠가 소형유람선 선장인데 도와달라고 부탁할게요." .     정호는 사쿠라를 안아 한바퀴 빙 돌려주었다.       뒤이어 정호는 옆방의 한국 기생 미희를 만나 두툼한 딸라를 쥐어주고 또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미희는 정호가 이전에 자기 몸에 손 하나 대보지도 않고 200딸라나 주던 “선심”을 높으게 샀던 것이다.       그녀는 정호를 정인군자로 여기고 한국 부산 어촌에 있는 오빠한테 뭉치돈을 주기로 하고 어선을 부탁했다. 미리 정한 도주날자에 미희의 오빠는 대마도 앞 공해에 어선을 몰고 와서 대기하였다. 정호는 대마도에서 사쿠라 오빠 선장한테 뭉치딸라를 쥐여주고 나영과 미희를 데리고 어선에 올랐다. 그들은  대마도 앞 공해에 나가 핸드폰으로 련락해 아주 순조롭게 미희 오빠 어선을 갈아타고 한국 령해에 들어섰던 것이다.       (말로야, 말로! 아무리 한국에 온들 누가 공밥을 주겠는가. 정호가 아무리 황선희랑 하영이랑 위협하면서 돈을 보내달라고 해도 누가 뜨끔해하는가? 그래도 인사과장과 재무과장은 의리 좀 있어. 자기들 죄행이 드러날가 봐 정호 남동생 정철한테 뭉치돈을 부쳤지. 그것도 림시구급이지. 아무 일도 할 예산은 없고 위협공갈로 살자는 정호를 믿고 어떻게 살아? 괜히 협잡군 공범이 돼 죄나 커질게 아닌가? 아무리 정호가 손오공이라도 아무 때건 꼭 체포돼 감옥살이를 하게 될 거야. 이젠 손에 쥔 돈도 없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이젠 내 음식점에라도 가서 일하지 않으면 당장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하잖겠는가.)       그녀는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 옥상에 올라갔다.       하늘에서는 절망의 시허연 눈이 푸실푸실 흩날려내렸다.       나영은 퍼렇게 얼어드는 손으로 빨래를 옥상 바줄에 널면서 두덜거렸다.       (이젠 정호 성학대에 신물이 나. 번대머리를 믿고 따라 나선게 잘못이지. 육욕에 눈이 어두워 저런 색마를 따라 나선게 잘못이지. 글쎄 탐오만 하지 않았으면 왜 애를 다 버리고 저 색마를 따라 여기까지 왔겠어. 미쳤어, 미쳐.  남들은 졸혼하니깐. 뭐 자유로워서 좋다더니만. 흥!  자기만의 삶을 살아서 좋다는지, 남편을 떼버리고 제멋대로 살기에 좋다는지 별 소릴 다 하더구만. 흥! 탐오죄를 범하고서야 뭐가 자유로울 새 있는가? 맨날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는 신세에. 처음에는 그래도 병신처럼 그게 어쩌지 못하는 반편 남편을 훌 버리고 정호를 따라와 진짜 사내 맛을 본 거 같아 좋았는데. 한 반년 지나니 그것도 이젠 싫어.)       나영은 아들 성림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빨래를 손으로 탁탁 치며 두덜거렸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갈 수도 없어. 무슨 낯으로 남편을  봐? 진짜 남자 맛을 본 담엔 병신 같은 철석과는 이젠 못 살아. 아무리 탐오한 걸 다 게우고 자수해도 감옥살이는 면치 못해. 공적도 다 떼우고 뭘 먹고 산단 말인가? 범죄전과가 있으면 한국에 들어오는 비자도 내지 못한다고 하잖아? 이럴줄 알았더라면 내 왜 전람관 재건비용에 손을 댔겠는가. 사람이란 법을 지키고 자기한테 차례진 거나 먹고 부유하진 못해도 만족하면서 사는게 젤 행복해. 이담 성림이 보고 아무리 없이 살아도 절대 법을 어기지 말고 살아라고 당부해야지. 내 아들은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       그녀는 눈 내리는 옥상옥(屋上屋)에서 쪽방촌의 게딱지처럼  올망졸망하게 들어앉은 초라한 집들을 내려다보며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어쩜 대학졸업생이 이런 신세 됐어? 옷을 널 데도 없어 눈 내리는 날에 바깥에 널어야 하지 않는가.” 저 멀리 남산 위에 우뚝 솟은 서울 탑과 푹 깔아앉은 골짜기 쪽방촌 집들은 눈 내리는 하늘 아래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쪽방촌으로 들어오는 어귀 2층 양옥이 도고하게 앉아 쪽방촌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양옥에는 미국에서 갓 돌아온 조선족아줌마가 세를 맡고 들어 살고 있었다.       (저만한 양옥에서라도 살면 얼마나 좋겠어? 옛날 최국장이 아니야. 미국에서 온 아줌마는 60대 초반인 것도 저런 양옥에서 사는데. 그물을 손질하는 거 보면 남편은 고기잡이하는 어부인가? 어부네 안해도 저런 양옥을 다 세맡고 사는데. 문화국 국장의 애인이라는게 이게 무슨 꼴이람. 흥! 어쩜 30대 중반 새파란 애인을  이런데다 날 처박아두려고 해? 말로는 호텔이나 양옥에 들어 살면 경찰한테 들키기 쉽다고 거지처럼 가장해 이런데서 산다는가? 그 주제에 자존심만은 시퍼렇게 살았어? 쪽방촌에서 엄동설한에 연탄을 날라다가 난로를 피우고 산다게 말이나 돼? 기막혀! 내 신세야! 내 팔자야!. 흥! 하루도 더 못 살아.)       나영은 피뜩 고향에서 남편과 함께 살던 3층 아파트 생각났다. (그때는 남보다 없이 살아도 난방설비까지 있는 아파트에서 따뜻하게 살았지. 물론 남편이 제 구실은 못해도 이 지경으로 째지게 살진 않았어.) 그녀는 피뜩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그네새끼, 내 정호한테 붙어다니는 거 아는가? 뭐? 정호가 날 심계국에 고발했다고? 심계국에서 한자리 하는 자기 외사촌형님한테서 들었다고? 픽! 변강쇠는 핥을 상 하며 날 하루도 떨어지지 못하는데.  그럴 수 있어?)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정호한테서 날 떼놓으려고 리간을 노는 거야.”       그러나 한편으로 미심쩍기도 했다.       (저 나그네 요즘 노는 꼬락서니를 봐라. 얼마나 음흉한가. 그렇게 죽자살자 하며 한바지를 입고 꿍꿍이를 꾸미던 문화국 재무과장하구 인사과장한테 돈을 부치라고  협박전화를 하지 않는가. 돈을 부치지 않는 날엔   경제공동체를 차려서 해먹은 탐오죄를 다 불어버리겠다는지, 보아라공을 하던 놈이 돈을 먹이구 인사과장으로 제발됐다는 걸 만천하에 다 불어버리겠다구  협박하짆는가. 하영한테는 자기한테 엉덩이를 들이대고 가무단 부단장으로 됐다고 만천하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부치라고 을러메지 않았는가. 얼마나 음흉한 놈인가?” 어쩐지 번대머리 음흉한 눈길이 자기를 쏘아보며 음흉한 간계를 부린 것 같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맞아. 내 일은 심계국으로부터 터져서 수사받았지. 때지 않은 꿀뚝에서 연기가 나올가.) 순간 그녀는 이전에 정호가 자기하테 “무슨 돈을 얼마나 해먹었는가?”고 묻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저 번대머리를 믿고 어망간에 전람관 재건비용에서 5만원을 해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번대머리 수작인 거 같은데. 참,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야. 너무너무 참혹한 일이야.) 무심결에 쪽방촌을 내려다보다가 번대머리가 가발을 쓴 채 스적스적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눈에 띠였다. 정호는 밤이면 사처에 위협공갈전화를 치고 낮에는 동생 정철한테 가서 돈이 들어온게 있는가 알아보는 일 밖에 하는 노릇이 없었다. 뭉치돈이 들어온 날에는 청량리역 부근에 가서 기생놀이를 질탕하게 놀고 돌아오군 했다. 정호는 오늘도 청량리역 부근 기생거리에 가 놀면서  놀랐다. 이전에는 연분홍거리에 촘촘히 들어앉은 기생집  커다란 유리창마다 미끈미끈한 반라체 기생들이 백화점 비단진렬대 비단필처럼 늘어섰댔다. 진짜 이쁜 기생들이 어찌나 많은지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어느 기생을 고를지 모를 지경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생거리도 썰렁했다. 쪽방촌 판자집 같은 기생집도 몇집이 남지 않았다. 말로는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손님이 없어 다 망했다고 했다. 몇집 안되는 기생집이라도 변강쇠 본능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변강쇠가 쪽방촌에 돌아올 때 나영은 옥상옥에 들어와 점심상을 갖추면서 망망한 고민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저 놈과 삼조대면해야지. 진짜 심계국에 고발했으면 가만 놔두는가 봐라. 네 놈은 내 손에 죽는다, 죽어.) 그녀는 정호가 경계심을 갖지 말게 하려고 오늘 따라 술상까지 잘 차려놓았다. 돼지고기장국도 술상에 올리고 정호가 좋아하는 조개살료리도 한접시 푸짐히 올렸다. “하,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술상까지 차려놓았어?” 정호는 가발을 훌렁 벗어 던지고 술상에 마주 앉으면서 번대머리를 쳐들어 보았다. (이 놈아, 마지막 만찬이야.) 나영은 수저를 들고 다가오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국장님, 한국에 온 후 우리 어디 술 한잔이라도 마셔봤는가요?” “그래. 허허허. 나영이 점점 살갑게 구는데. 참 살맛이 난다. 자, 오늘 돈도 많이 들어왔는데 한잔 들자.” 정호는 수척한 나영의 얼굴에 옴폭 파이는 볼우물에 뽀뽀를 쪽 해주며 횡설수설했다. “요 볼오물 얼마나 매력있어? 풍덩 뛰여들어 목욕하고 싶구나.” 나영은 그저 피씩 웃었다. “하참, 재수 없어. 황선희 그년 공항 딸라를 꿀꺽 했잖았는지 모르겠어. 류학 때 도사 교수한테 부탁하면 파악 있는 소릴 하던게. 일전한푼도 찾지 못했다고 딱 잡아 떼잖겠어. 5만딸라 적어? 금은보화도 몇십만원 어치나 되는데. 오늘 한바탕 위협전화를 했는데 일전한푼도 보내지 않았어.” 정호는 나영과 맥주잔을 부딪치고 나서 조개살를 집어 우물우물 씹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돈을 부치지 않는 개새끼들을 몽땅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한테 고발해 버릴테야. 립공속죄도 하구 돈두 짜내고 일거량득하는게 좀 좋아?” 나영은 듣다 못해 화제를 돌렸다.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가슴츠레 치켜뜨며 나영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횡설수설했다.      “졸혼하고 좀 좋아? 보라구. 난 몇십년 애도 못 낳으면서 마른 방아를 찧었지.그러나 순정과 졸혼하고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 새파란 미녀 나영과 함께 날마다 얼마나 깨알이 쏟아지게 사는가? 안 그래?”      픽!      나영의 입귀에 바람 새는 소리 들렸다.      “졸혼하구 숱한 애인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좋았겠지요. 최국장은 성자유, 성개방, 그런  자유 세상이 꿈이 아닌가요?” 번대머리는 색마의 본심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 그게 내 평생 꿈이야. 허허허.” “저를 사랑하는가요?”      돌연적인 질문에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슴벅이며 또 감언리설로 쇼를 놀기 시작했다. “사랑하구 말구. 널 얼마나 사랑해? 숱한 애인들을 다 떼버려도 나영만은 아까와 여기까지 데리고 오잖았어?” “흥!” 나영은 정호를 쏘아보았다. (아직도 쇼를 놀겟어? 이날 이때까지 얼리워 따라다닌게 바보지. 변강쇠와 짐승처럼 본능적인 성애를 한게 머저리지. 색마 같은 네놈을 좋아 따라다녔는가 해?) 나영은 속으로 되뇌이며 물었다. “최국장, 이때까지 저의 뭘 사랑했는가요?”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가슴츠레 뜨고 오늘 따라 물음이 많아진 나영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뭐니 뭐니 해도 나영이 착한 마음을 사랑했어. 내 쫓겨다니면서 젤 어려울 때 날 따라 온 나영이 참 고마웠어.” (쳇, 발라 맞추긴. 넌 짐승처럼 본능적인 욕구를 말리려고 새파란 녀체를  사랑했을뿐이야.) 나영은 까만 쌍까풀포도눈으로 아닌 보살을 떠는 번대머리를 바라보며 맥주잔을 들어 쭉 기울였다. 드디여 그녀는 용기를 내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최국장이 내 탐오죄를 심계국에 고발했다던데요. 그런 일 있습니까? 없습니까?” 가슴츠레한 우멍눈이 힐끔 나영을 곁눈질해 보는 것이였다. 번대머리는 속이 꿈틀해났다. 그는 저으기 놀란 내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우멍눈을 지긋이 감아버리며 외면해버렸다. (다 알아챘는가? 조국장이 그래 내 신고한 걸 루설했단 말인가? 절대 그럴 수 없어. 그럼 썰매뛰기를 하는가? 나영아, 그걸 승인할 바보 어디 있느냐? 흥!) 나영은 우멍눈에서 까만 포도눈을 떼지 않고 쏘아보았다. 한참 후에야 번대머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내 그래 그런 사람인 거 같아? 얼마나 널 사랑하는데. 차마 그런 짓 했겠어? 그때 난 널 고향에 두고 혼자 도망할 수 없었어. 널 꼭 데리고 온 세상을 다 돌아보고 싶었어. 그만큼 널 사랑해.”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영아, 미안해, 난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심계국에 고발하지 않았던들 네가 날 따라 이런데까지 왔겠느냐?) 나영은 그런 속내가 짚였을가? 그저 머리를 끄덕이며 잔을 들어 권했다. “자, 한잔 듭시다. 최국장님,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그래, 우리 영원한 로맨틱한 사랑 위해 들자. 우리 서로 좋은 로맨틱한 추억만 기억해두자. 사무실에서 열렬하게 사랑을 나누던 일로, 미국 로스안젤레스에서 흑인강도를 쳐눕히고 널 구해낸 일로. 이런 핫한 스토리만 기억하고 나쁜 기억은 싹 다 잊어버리자. 넌 영원한 내 사랑, 애인이야. ” 나영은 감격은커녕 모든 걸 짐작하고 다른 궁리를 했다. (번대머리한테 모든 걸 물어본들 승인하겠는가? 위선자, 정인군자, 배신자! 역적!" 나영은 잔을 들어 굽냈다. 그녀는 종이로 입을 쓱 닦으며 속으로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개놈새끼, 네놈 때문에 네놈  사무실에서 네놈한테 강간당했다. 가정을 깨고 이날 이때까지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살지 않았느냐? 어디 죽어봐라.) 나영은 번대머리를 죽여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주먹이 센 번대머리를 이길 수 없었다. 밥에 독약을 풀어 먹여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살인범은 되고 싶지 않았다. 번대머리는 왕청 같이 화제를 돌렸다. “이담 우리 둘이 운남에 놀러 가자. 운남 서북부에 마사족(摩梭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있는데 혼인풍속이 정말 독특해.” 나영이 듣건 말건 번대머리는 혼자 옛말처럼 중얼거렸다. “마사족은 처녀총각이 서로 마음에 들면 결혼할 필요도 없어. 그저 총각이 밤에 마음에 드는 처녀네 다락집 밑에 가서 주먹으로 판자벽을 딱딱 치면서 처녀 이름을 부르지. 만약 처녀가 마음에 들면 되창문을 열어준대. 그럼 총각은 되창문으로 들어가 처녀와 동침한다오. 날이 밝기 전에 처녀 집을 떠나면 된다네.” 나영은 점점 솔깃해졌다. “그러다가 애 생기면 어쩐답니까?” 부지중 묻는 말에 정호는 말할 사기났다. “애를 낳으면 녀자가 도맡아 기른다네. 남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네. 남자는 그 녀자 마음에 안드면 또 다른 녀자한테 찾아가 동침할 수 있다네. 녀자는 시집 가지 않고 본가집에서 살면서 날마다 밤에 다른 남자와 동침할 수도 있다네. 마사족은 모계씨족 사회라네. 마사족의 혼인풍속은 얼마나 남녀가 다 자유로운가?” 번대머리는 말로에 들어서서도 마사족의 엉뚱한 혼인풍속을 흡모하고 있었다. “최국장은 마사족마을에 가 살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밤마다  수캐처럼 온 동네 녀자들을 다 찾아가 창문을 타고 넘어가서 성자유를 누릴 수 있겠는데. 좀 좋아서.” 나영의 비꼬는 말에 번대머리는 희죽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런 자유로운 세상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허허허."      (에라, 똥이 무서워 피하느냐? 더러워서 피하지. 삼십륙계 줄행랑이 생책이라잖는가.) 나영은 오후에 번대머리가 바깥에 나간 틈을 타 옷가지 몇벌 배낭에 넣어 메고 곰팡이 내나는 옥상옥에서 나와 버렸다.      그녀는 홍대입구 부근 모텔에 깜쪽 같이 잠적해 버렸다. 번대머리한테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자 저도 몰래 성림이 보고 싶어졌다.      (철석한테 전화할가?)      그런데  뭔가.      그녀는 자꾸 메슥메슥해나며 뭐가 가슴과 목에까지 울컥거렸다.     나영은 황급히 화장실에 달려들어가 변기에 마주 앉아 왝, 왝 토해냈다. 그러나 토할 것도 없이 마구 꽥질이 났다.     (혹시 임신됐잖아?) 나영은 절망에 찬 포도눈으로 천정을 쳐다보았다.     왝, 왝, 왝.     "임신했는가? 아이고, 개새끼, 날마다 한동이씩 싸넣던게. 이 일을 어쩌는가? 절대 색마 애를 가질 순 없어."     그러나 손에 쥔 돈도 몇푼 없어 애를 지우러 병원에 당장 갈 수도 없었다.      "아차, 돈이 있어도 한국에선 마음대로 락태할 수 없잖은가? 뭐? 락태죄라는게 있다는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녀는 발딱 일어났다. 눈 앞이 깜깜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모텔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 중국에 돌아가야 락태하겠는데. 귀국하는 날이자 철창 속에 갇히지 않을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아이고 내 개팔자야.)        나영은 격분해 입술을 깨물었다. (남편한테 전화할가? 최혜영 국장한테 색마 위치를 알려주라고 해야지.) 나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을 주춤 멈추더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그 놈과 안 살면 그만이지. 원쑤까지 맺을 필요는 없어.” 그녀는 자비심에서 그렇게 생각했을가? 피뜩 한국 기생 미희가 떠올랐다. 미희는 정호와 나영을 데리고 일본 기생 사쿠라 오빠가 모는 쾌속정을 타고 대마도 앞 공해까지 와서 미희 오빠 배를 바꿔타고 그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미희는 정호한테서 떨어지지 않고 죽자살자하는 판이 아닌가. 순간 나영은 인차 생각이 바뀌였다. (미희, 그 기생년한테 반해버렸어. 변강쇠, 그 개놈은 개똥 먹는 개버릇을 고치지 못해. 이제도 얼마나 많은 나약한 녀자들을 해칠지 모른다. 그 놈은 하늘 땅도 용서치 못할 색마야. 안팎이 다른 음험한 음모가야. 독사야, 독사! 천번만번 죽어도 마땅한 악마야!)     그녀는 이를 옥물고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인터폴은 무서운 법망이였다. 최혜영 국장은 상부 해당 부문에 련락해 한국 인터폴에 련락했다.    허연 눈이 푸실푸실 흩날리는 그날 저녁,  정호는 가발을 꾹 눌러쓰고 눈덮인 쪽방촌 골목에서 공포의 어둠을 빠드득빠드득 밟으며 옥상옥 쪽으로 걸어갔다.     2층 양옥 밑에서 굽인돌이를 돌 때다.     갑자기 2층 양옥 베란다에서 커다란 그물이 날아내려와 정호를 덮쳤다.      “얏!”      절망에 찬 비명소리!       찰나, 2층 양옥에서 웬 검은 그림자가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날아내렸다.      검은 그림자는 두 발로 밟고 그물을 꽉 밟고 서서 호통쳤다.      “꼼짝 말엇!”       그물 안에서 가발이 벗겨지고 번대머리가 훌렁 드러났다.      번대머리 절망에 찬 우멍눈에 낯익은 세귀눈이 피뜩 띠였다.      "아니, 성호! 여기까지 쫓아 왔어?!"      최혜영 국장은 며칠 전에 나영한테서 정호 신변위치 제보를 받고 성호를 진작 한국에 파견했던 것이다. 성호는 정희 맡은 세집아파트에 잠복해 나포할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잔말 말라. 자수해랄 때 왜 안 했어?"      번대머리는 후회막급.      저쪽 옥상옥 쪽에서 두리모자 둘이 눈 덮인 골목길로 뛰여오는 것이 보였다. 번대머리는 흘끔 곁눈질해보았다. 나영도 잡혔는가 여겨보았지만 옥상옥 쪽에 나영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번대머리는 허무맹랑하게 붙잡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영이 끝내 물어먹었는가?)      정호는 반정탐능력에 의해 국내에서도 숱한 경찰들의 수사를 묘하게 피했다. 숱한 성과 도시, 공항까지 빠져나가 일본에 도망쳤다. 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에까지 도망쳤다. 하지만 결국 애인 나영의 배신과 사인정탐가 성호한테 걸려 쇠고랑이를 차고 말았다.        인터폴 그물은 천애지각에까지 뻗쳐 있었다.       거의 같은 시각에 로씨야에 도망쳤던 오정룡도 로씨야 경찰들한테 나포돼 국내로 인도되였다.      아무리 교활하고 날고 뛰는 악마들이라고 해도  싯허연 대낮에 큰 길에 나선 쥐새끼들처럼 언제 어느 몽둥이에 맞아 쓰러질지도 모를 것이 아닌가!
329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8) 김장혁 댓글:  조회:1544  추천:0  2022-11-07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8. 마끼 모녀   며칠 후 다이로교수는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나나, 갈테면 가라. 네년이 없으면 내 꿈을 실현하지 못할 거 같애.” 순간 그의 눈 앞에는 춘희 모녀가 나나 대신 떠올랐다. 거미줄 같은 미련이 얼굴을 스치며 감겨들었다. “모녀간이 위험해도 별수 없지. 애를 낳아만 주기만 한다면야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다이로교수는 일루의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춘희를 보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춘희 모녀는 돈 밖에 모르는 년들이야. 위험해. 춘희는 이젠 애도 못 낳으니깐. 필요없어.) “어째 점심 전에 돌아왔어요? 가방을 인주세요.” 춘희가 살갑게 굴수록 메스꺼웠다. “관둬!” 다이로교수는 가방을 주지도 않고 손수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그는 불시에 몸을 홱 돌리더니 춘희를 손가락질하며 꽥 소리쳤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춘희는 울상이 돼 물었다. “왜? 내쫗아요?” 다이로는 이젠 속일 필요없었다. “똑똑히 말해주마. 우리 결혼은 모두 가짜였어. 결혼동록도 가짜였어.” 춘희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왜 10여년 동안 날 기편했어? 아유, 분해라. 이제껏 속히워 살았잖아.” 춘희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따지고 들었다. 다이로는 철면피하게 속내를 다 드러냈다. “난 네 배를 빌어 애를 낳으려고 그랬어. 당장 나갓!” 그때 마끼가 들어섰다. “왜 이래요? 불쌍한 엄마를 욕보이지 마세요. 애를 낳는 일은 저하고 토론하면 안돼요?” 마끼는 다시는 어머니를 다이로한테 학대당하지 않게 구하고 싶었다. 그녀는 막무가내로 기이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려고 굳게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다이로는 억지로 네모낯에 미소를 지으며 친절을 보였다. “그래. 우리 둘이 토론하면 되지. 여기 쏘파에 와 앉아라.”       다이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쏘파에 거만하게 앉아 아사꼬와 마끼를 오라고 손짓해 불렀다. 그는 미녀로봇 아사꼬가 춘희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너네 모자간이 서로 앞다퉈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잖았어? 실언한 건 아니겠지?” 마끼와 아사꼬는 서로 쳐다보면서 쌔무룩이 웃었다.      원래 춘희는 마끼가 애를 낳겠다고 하자 딸의 전도를 망칠가 봐 자기가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반대로 마끼는 심청처럼 자기를 희생해 어머니를 고통의 심연에서 구해내려고  다이로한테 애를 낳아주겠다고 나섰다.  아사꼬가 먼저 능청을 떨었다. “교수님, 생각해보세요. 제가 안해니깐요. 당신 애를 낳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요? 저 새파란 양딸을 보고 애를 낳아달라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다이로교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그러나 10여년 동안이나 넌 이 핑게 저 핑게 애를 낳아주지 않았잖아. 이젠 나이 들어 애를 낳기도  힘들잖어?” 마끼도 고집을 부렸다. “그래요. 그러니깐요. 아예 제가 애를 낳아줄게요. 우리 오늘 결판을 냅시다.” 다이로는 기뻐 어쩔줄 몰랐다. “맞어. 당장 계약서를 쓰자. 애를 낳아주면 내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주겠어.” 그러나 마끼는 기뻐하기는 고사하고 이런 말을 했다. “그까짓 계약서 한장을 달랑 쥐고 누가 애를 낳아주겠어요?” 다이로는 마끼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래 어쩌겠단 말이냐? 무슨 요구 있으면 다 말해라. 애만 낳아주면 다 해줄게.” 그런데 마끼한테서 세상 한심한 요구가 튕겨나올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계약서에 이렇게 쓰면 어때요?" "뭘?" 다이로교수는 퉁방울눈으로 마끼 입을 쳐다보며 서슴없이 말했다. "요구 있으면 다 말해라. 다 들어주마." "마끼가 다이로교수의 애를 낳아주기만 하면 애가 탄생한 날로 다이로교수의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준다. 먼저  계약금으로 5천만엔을  마끼한테 준다.” 마끼는 다이로를 핼끔 쳐다보면서 종알거렸다. “이렇게 하면 어때요?” “그래, 몽땅 줄게. 조만간에 몽땅 네 거 될텐데. 왜 그렇게 성급하게 5천만원이나 선전으로 받으려고 하니?” 다이로는 부쩍 의심이 생겼다. (네년도 나나처럼 선전이나 받아가지고 훌 날아나면 어떡하지? 또 닭 쫓던 개 신세 되지 않을가?) 그러나 마끼도 자기 속셈이 있었다. (유산이야 몇십년 후에 차례질지 누가 알아? 저 령감태기 꿋꿋한 거 봐. 인차 죽지 않을 령감태기야. 언제까지 저 령감이 죽기를 기다려? 먼저 선전을 챙겨야지.) 마끼는 다이로교수의 의심을 사지 않고 긴장한 분위기를 걷어버리려고 해쭉해쭉 웃으며 다가들었다. “아빠, 보세요. 아빠는 어머니를 10여년이나 데리고 살고서도 지금 와서 결혼도 하지 않았고 가짜였다고 하잖아요? 엄마를 다 파 먹은 김치독처럼 훌 버리잖았는가요?” 마끼는 다이로의 팔을 끼고 흔들면서 정색해 약사발을 올렸다. “저의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떻게 신용도 없는 아빠 유서나 각서 한장을 달랑 쥐고 애를 낳아주겠어요? 어느 바보 숫처녀가 새파란 청춘을 다 바쳐 애까지 낳아주겠는가요?” 다이로는 통쾌하게 대답했다. “알았다, 알았어. 다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미지그레하게 뒤를 달았다. “그런데 불시에 5천만엔 현금을 어디가 얻어오겠니? 한 2천만엔 먼저 주면 어때?” 그러나 마끼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못하겠으면 그만 두세요!” “시간을 좀 달라. 돈 얻어다 줄게.” “일주일 시간 줄게요.” “그래. 알았어. 당장 계약서를 쓰자.” 다이로교수는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흥!) 아사꼬는 마끼를 손가락질하며 말릴 상 했다. 마끼는 아사꼬한테 외까풀눈을 찔끔해보였다. 다이로교수는 지필을 갖추고 돋보기를 찾느라고 그런 눈치를 채지도 못했다. ㅋㅋㅋ. 다이로교수는 차탁 위에 두터운 메모지를 펴놓고 퉁퉁한 네모머리를 숙이고 살진 손을 놀려 계약서를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계약서         야마구찌 마끼는 야마구찌 다이로의 애를 낳아주기로 한다. 마끼가 다이로교수 애를 낳는 날로 다이로교수의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준다.      먼저  일주일 내로 계약금으로 5천만엔을 마끼한테 준다.                                       야마구찌 다이로                                     야마구찌 마끼                                            2022년 1월 12일.          모녀간은 둘 다 계약서 두개에 척척 서명했다.        “먼저 일주일 내에 5천만엔 계약금 가져다 주세요.” 마끼는 계약서를 한부 챙겨 핸드빽에 걷어넣으면서 말했다. “그래. 최선을 다하마.” 다이로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네 카드를 가져오너라. 당장 3천만엔 입금해주마.” “네.” 마끼는 핸드빽에서 카드를 꺼내 주었다.       아사꼬는 마끼를 극구 말렸다. “얘, 돈이 그리 중하냐? 아빠 애를 낳고 어떻게 이 세상에서 머리를 들고 살아? 인격을 팔면서 살겠느냐?” 그러나 마끼는 얼굴 표정이 아주 밝았다. “인격, 인격! 또 그 소린가요? 고까짓 개도 먹지 않는 인격 때문에 거지처럼 살겠어요? 애를 하나 훌 낳아주고 한뉘 평생 귀부인처럼 사는게 낫지요.” 다이로는 카드를 받아 가방에 넣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는 그 길로 은행에 찾아가 마끼 카드에 3천만엔을 입금했다. 그는 동생  마사지방에 가서 이찌로한테서 돈을 꾸고 광문한테서 세집 값도 받아냈다. 그러나  불시에 동생도 돈이 그렇게 많지 못해 천만엔을 겨우 내놓았다.       순간, 다이로교수 뇌리에 며칠 전에 집에 찾아온 황선희가 피뜩 떠올랐다. 황선희는 입국할 때 공항에 차압된 정호의 금은보화와 딸라를 찾아달라고 부탁러 찾아와 정호와 나영의 려권까지 두고 갔던 것이다. (그래, 그 딸라를 찾아다가 마끼한테 주고 애를 낳아야지.) 다이로는  집에 가서 마끼한테 저금카드를 주었다. "5천만원인가요?" "아니, 4천만원이야. 이제 3, 4천만원 더 얻어다 줄게." 마끼는 카드를 받아 챙기면서 혀를 홀랑 내밀었더. 다이로교수는 지하주차장에 가서 운전수에게 당부했다. “공항으로 몰게.” 운전수는 의아해하면서도 핸들을 돌렸다. 다이로교수는 공항 도착하자마자 한자리 하는 외조카를 찾아가 황선희가 준 차압증명서와 려권 몇개를 건네주었다. 한 식경 후 외조카가 배낭 몇개를 찾아내 들고 왔다. 다이로는 딸라 한 묶음을 외조카한테 건네주었다. “이걸로 수고한 분들을 다독여라.” “네. 외삼촌.” 외조카는 딸라뭉치를 받아쥐고 허리 굽혀 꼽싹 인사했다. 다이로교수는 인차 차를 타고 집으로 달려왔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기뻐 야단쳤다. “마끼야, 어서 받아라!” 마끼가 마중나가자 다이로교수는 묵직한 가방을 건네 주었다. 지지벌개진 네모 얼굴에 퉁사발눈과 함박만한 입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끼한테 묵직한 가방을 내밀었다. “이건?” 마끼는 가방을 열어보며 의아해했다. “딸라! 이 금은장신구는?” “몽땅 네 거야! 이젠 넌 내 안해야!” 다이로는 아사꼬가 있건 말건 창피한줄도 모르고 마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마끼는 발버둥질치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러지 마세요. 아직 카드를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4천만원 입금했어. 4만 딸라에 금은보화 한가방이면 안되니?” “그래도 확인해야죠.” “맞아. 확인도 하지 않고는 절대 몸을 줄 수 없지.” 아사꼬는 다이로교수를 뜯어말렸다. 그 틈에 마끼는 금은보화와 딸라가 든 가방을 들고 미꾸라지처럼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끼야, 어디로 가?” “카드 확인하러 갑니다. 아빠, 기다려! 빠이, 빠이!” 다이로는 마끼를 놓지자 좀 불안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그는 마끼를 따라나가며 욕지거리했다. “가만, 저 년 돈 가지고 도망가면 어쩌지?” 가뭇없이 사라지던 나나가 피뜩 떠오르지 않겠는가. 다이로는 뒤따라 쫓아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사꼬가 앞을 가로 막아서지 않겠는가. “물러나지 못해? 저리 피껴!” 그는 아사꼬를 활 떠밀었다. “이 자식, 아녀자라고 업신여겨?” “더러운 죠센진(조선인), 물러가지 못해?!” 다이로는 평소만큼 여기고 주먹을 휘둘러 한매 쳤다. “뭐라고? 조선 인을 깔보겠어?”       저게 뭔가? 아사꼬가 손을 쳐들어 다이로 손을 막으며 틀어쥐지 않겠어? 이전 같으면 그저 무릎을 꿇고 맞아댔는데. 천만뜻밖! “앗!” 다이로는 아사꼬 손이 쇠집게 같은 감을 느꼈다. 그는 비틀린 손목이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다. 그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아사꼬 팔을 뒤로 비틀었다. 그런데 아무리 몇바퀴 비틀어도 아사꼬는 아파하기는 고사하고 희쭉 웃는 것이였다. 이건 웬 일인가? 다이로는 신궤에 세워놓은 길다란 쇠구두솔로 춘희 팔을 내리 탁 쳤다. 쟁강! 쇠 부딪치는 소리! "뭐야?" 아사꼬 팔에서 쇠부치 부딪치는 소리 나지 않았는가. 저걸 봐라. 아사꼬 그 약한 팔에서 어데서 그런 힘이 생겼을가! 그녀는 다이로의 손을 홱 잡아챘다. 다이로는 앞으로 끌려가며  허망 머리로 벽을 떠받고 꼬꾸라졌다. 다이로가 버둥거리는데 저게 뭐야? 아사꼬는 두 손으로 다이로를 건뜻 들어 창문 밖으로  휙- 내던졌다. 다이로는 바깥에 나가 겨주머니처럼 쿵 처박혔다. “앗!” 다이로도 춘희 괴력에 깜짝 놀랐다. “어디 혼쌀나 봐!” 아사꼬가 창문으로 씽- 날아나갔다. (저년 저게 날개 돋아났나? 날아나와?) 다이로는 기겁했다. 아사꼬는 다이로를 왼손으로 건뜻 들어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리더니 담장 밖으로 훌 내던졌다.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사실 이 시각 진짜 춘희는 중국 고향에 있었다.  그녀는 문걸의 질책을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되였던 것이다. (이젠 다이로교수와 하루라도 더 함께 동거할 필요가 없어.)      귀국하기 전에 그녀는 문걸과 짜고 들어 미녀로봇 아사꼬를 자기 분신으로 분장시켜 남겨놓았던 것이다. 아사꼬를 보고 자기 대신  다이로교수를 달래는 한편 마끼를 보호하라고 했던 것이다. 아사꼬는 처음에는 납득되지 않았지만 주인 문걸의 앞날을 생각해 수긍하고 말았다. 그녀는 춘희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젠 자기는 필경 계속 문걸의 안해 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사꼬의 동의를 거쳐 춘희와 문걸은 일본 유명 로봇회사에 찾아가 거액을 주고 아사꼬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춘희 얼굴을 그린 얼굴 가죽을 씌워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이로 눈에는 아사꼬가 딱 춘희 같아 보였다.       로봇회사에서는 다이로와 춘희 모든 생활정보 세부까지 아사꼬 전자두뇌 기억장치에  주입해넣었던 것이다. 춘희는 핸드폰으로 수시로 아사꼬한테 언행지령을 내려 지휘하였다. 아사꼬가 어찌나 춘희 역을 잘 놀았던지 다이로는 이제껏 가짜 춘희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아사꼬한테 또 손을 댄 바람에 아사꼬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그만  원형을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고향 집에서 문걸과 춘희는 갑자기 벌어진 사태를 발견하고 무릎을 탕탕 치며 야단쳤다. “저걸 어쩌나?” “아사꼬 절대 그러지 마! 다이로교수한테 잘못을 빌고 그의 애를 낳아주겠다고 하라고. 그러잖으면 10여년 동안이나 머리 숙이고 성노예로 산 내 헛고생하게 돼.” 아사꼬는 무선전으로 메시지를 받고 머리를 숙이며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주인님.” 아사꼬는 대문을 열고 담장 밖에 나갔다. 그때까지 다이로는 상을 찡그리며 죽는다고 신음소리를 냈다. “교수님, 미안해요. 우리 중국 조선족을 너무 업신여기니까. 너무 지나쳤나 봐요. 널리 량해하세요.” 아사꼬는 다이로를 훌 안아 일으켰다. “어디 상한덴 없는가요? 병원에 갈가요?” 다이로는 아사꼬 손을 탁 쳐버렸다. (이상하게 춘희 손이 너무 매워! “필요없어. 내 눈 앞에서 꺼져! 더로운 죠센진(조선인)!” 아사꼬는 다이로를 훌 둘쳐업고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두덜거렸다. “조선인을 작작 괴롭히라니깐. 어쩌래? 지붕에 훌 줴뿌리라느냐?” 다이로는 잔등에 업혀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아니야! 제발 그러지 마. 오늘 어데서 도깨비 장물을 처먹었어? 무슨 힘이 그리 센가?” 아사꼬는 제법 빈정거렸다. “흥! 이 춘희가 남편이라고 이때까지 참았지. 이젠 작작 까불어! 어느 똥무지에 날려가 처박힐지도 몰라. 알만해?” “아이고, 하루도 함께 못 살아. 내 기구한 팔자야!” “젊고 이쁜 녀편네 만난 건 모르고 작작 신세 타령을 해! 그래도 우리 모녀니깐. 아들 낳아주지. 안 그래요? ㅎㅎㅎ.” “마끼가 도망가지 않았어?” “아니야. 그 앤 꼭 교수님 애를 낳아줄 거예요. 제가 10여년 동안이나 애를 낳아주지 못한 걸 대신 낳아 줄겁니다. 우리 모녀간은 교수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대를 이어 당신 애를 낳아줄 걸요. ㅋㅋㅋ.” 다이로는 아직도 아파 상을 찡그리며 겨우 말을 뱉어냈다. “애를 낳아주겠다니께. 참는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그들이 노는 꼬락서니를 보고 코웃음쳤다. 다이로교수는 목욕재계까지 하고 량도길일을 택해 애를 만들려고 마끼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 기다리고 기다려도 마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로는 시기당한 것 같아 불안해났다.  일주일만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빠, 근심하지 말아요. 아빠의 애는 지금 잘 자라고 있어요. 속을 태우지 말아요. 우리 모녀간은 아빠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애를 꼭 잘 길러 아빠한테 안겨줄래요. 뽀뽀. ㅎㅎㅎ.   다이로는 황급히 메시지를 날렸다.         마끼야, 우리 둘이 그걸 하지도 않고 애가 어데 생겨?  어서 돌아오라. 네가 돌아오잖으면 난 죽을 거 같아. 제발 내 마지막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 내 꿈이 수포로 돌아가는 날이면 죽어버릴 거야.        마끼의 메시지가 또 날아왔다.        계약서를 펼쳐보세요. 난 아빠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지. 딱 어떻게 낳는다는 건 없잖아요? 딱 그거 해서 애를 낳아준다는 건 더욱 없어요. 인륜에도 맞지 않고. 아빠 명예도 땅바닥에 떨어지는 걸 더 볼 수 없어요.        다이로와 마끼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       건 그렇다고 쳐도 어찌 내 애라고 담보할 수 있느냐?         아빠, DNA를 검사해보면 알 수 있다는데도. 아빤 왜 생물학자 답잖게 말씀해요? 딱 딸이 아빠와 그래야 애를 가질 수 있는가요? 아빤 나나하고도 섹스해서 애를 가질 수 없으니깐. 실험관 애라도 낳아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던가요?       그래. 지금 실험관애를 낳아주겠단 말이냐?        그래요. 저는 배은망덕하는 나나와는 달라요. 아빠 은혜를 꼭 갚을 거예요. 아빠 정자는 새파란 숫처녀 싱싱한 란자와 이미 실험관에서  체외수정해서 수정란이 돼 잘 자라고 있어요. 혈통이 그리 중요한가요? 아빠 혈통중시론을 존중해 진짜 아빠 정자 수정란이나깐요. 아빠 애죠. 근심하지 말아요. 이담  DNA검사를 해서 아빠 애라는 것이 증명되면 아빠 절대 계약을 어기지 말아요. 저한테 유산을 꼭 몽땅 넘겨줘야 해요.  제가 이제 몇해 아빠 원격수업을 받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장차 박사증도 내주고. ㅎㅎㅎ.      박사공부 하지도 않고 어떻게 박사증을 내줘?     아빠, 아빠 자꾸 애 말을 하니깐요. 한가지 생물학적건의를 드리겠는데요.  지난 세기 말부터 유럽에서 생물복제기술이 나타나지 않았는가요? 아빠는 생물복제기술로 아빠 유전자를 분해해 아빠의 애를 복제해낼 수도 있잖고 뭡니까?     생물복제기술? 쳇, 생물복제기술로 아직 인간을 복제해낸 전례는 없어. 어느 천년에 내 애를 복제해내갰느냐? 내 눈 감기 전에 될 일이겠느냐?     아빠는 여생에 다른 시시한 생물과학을 연구하지 말고 복제기술로 아빠 애를 복제해내는 연구나 하세요. 제가 도와 주지요. 우리 부녀간이 대를 이어 연구한다면 꼭 아빠 애를 복제해낼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아빠 DNA를 채취해 랭동고에 잘 보관해두세요. 언제 인간복제기술에 성공하면 그때 랭동고에서 아빠 DNA를 꺼내 복제하면 복제아기가 태여날 수 있잖아요? 그럼 아빠는 첨단생물과학을 연구하기도 하고 자기 애도 만들어낼 수 있죠.  일거량득이 아니겠어요? 보세요, 제가 생물학 박사 자격이 없는가요?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이 아니야. 너 지금 어데 있느냐? 어서 돌아오라.      제가 어디 있든간에 좌우간 제가 박사연구생 원격수업을 받을테니깐요. 저를 박사연구생에 등록해주세요. 제가 아빠 애를 낳아주든지 만든지 애만 안아다 주면요. 저한테 꼭 박사증을 내주고 유산도 몽땅 넘겨주세요. 계약서가 있으니깐요. 절대 어기지 마세요. 부녀간이 법정에 서는 일이 없게 하세요.  남들이 알면 뭐라겠는가요?       알았다. 건데 내 정자를 네가 어데서 가져갔단 말이냐?        어머니가 진작 실험관에 받아뒀지요. ㅋㅋㅋ.   다이로는 아사꼬인줄도 모르고 춘희인가 해 힐끔 곁눈질하면서 속으로 욕했다. (돈 밖에 모르는  못된 모녀간, 진작 음모를 꾸몄구나.)         그 애 지금 네 뱃속에 있느냐? 그 수정란을 가져오라. 태아 때부터 내 직접 영양관리와 태아교육을 잘 하면서 세상 둘도 없는 천재로 키워야겠다.         수정한지 보름도 안됐으니깐요.  무슨 물건이라고 가지고 다녀요? 장차 애를 낳은지 백날만 되면 꼭 아빠 품에 안겨줄게요. 근심하지 말아요. 애 엄마도 부모니깐요. 애를 잘 보살필 거예요. 절 잠시 찾지 말아요? 빠이, 빠이!        너 지금 중국에 들어갔잖았느냐?       도대체 어디 있느냐?        다이로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회답도 없었다. 아예 마끼의  핸드폰은 꺼져버렸다. 나중에는 마끼의 핸드폰 번호마저 지구상에서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328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7) 김장혁 댓글:  조회:1288  추천:0  2022-11-06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7. 나나의 메시지          다이로교수는 결단을 내릴 때 되였다.       그는 운전수가 모는 보마찌프에 앉아 출근하면서도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흥! 모녀간이 똑 떼닮았어. 새파란 마끼가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어? 뭐? 내 애를 낳아줄 수 있다고. 나나를 질투해 한 말이겠지. 애를 낳는다고 하자. 그럼 넌 내 양딸인데. 애를 낳으면 앤 내 아들이냐? 손자냐? 흥! 우리 야마구찌 가족 촌수를 개판으로 만들 예산이야. 믿어지지도 않아. 모녀간이 어떻게 순식간에 생각을 180도로 바꿀 수 있어? 그렇게 애를 낳아달라고 해도 10여년 동안이나 낳아주지 않더니. 흥! 춘희 애를 낳아주겠다고? 딸은 또 뭐야? 제 에미를 대신해 내 애를 낳아주겠다고? 흥!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수 없어.) 다이로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순전히 내 유산을 바라고 나하고 살 것처럼 했잖아. 인내성도 있어. 어쩜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10여년 동안이나 아닌 보살을 떨면서 내한테 붙어 있어. 분명 마끼  전도를 위한 거야. 글쎄 처음에야 내 신세를 많이 져서 보은하느라고 사랑한다고 했겠지. 그러나 이젠 모든게 명확해졌어. 날 사랑하진 않고 문걸인지 귀걸인지 하는 그 놈하구 사랑한게지. 돈에 눈깔이 쌔빨개서 유산을 노리고 애를 낳아주려는 거야. 봐, 유서를 지금까지 내놓지 않는 거. 춘희는 내가 하루 빨리 죽길 기다릴 거야.  그래야 내 유서를 꺼내들고 내 유산을 본댁과 내 동생한테서 빼앗아내지.) 다이로는 온 몸에 소름이 쪽 끼쳤다.       (아, 아주 무서운 일이야. 매우 위험해. 춘희한테 미련을 뒀다간 목숨이 언제 날아날지도 몰라.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네년 모자간의 음모를 모르는 거 같아?) 한편 그는 후지산 사망림에서 자기가 자살하는 쇼를 놀았을 때 춘희 모습이 떠올랐다. 춘희는 울고 불며 자기를 구급하겠다고 마구 업고 비틀거리며 큰 길에 달려가지 않았던가.       (뭐야? 그때 내 꺼뻐적 죽어버렸더라면  춘희, 그 년이 유서를 가지고 유산을 이어받았겠는데. 날 어째 병원에 가져다가 구급했지?) 다이로교수는 내심의 격렬한 갈등에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때 량심의 가책을 받았는가? 이미 난 춘희한테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했잖아? 그런데 춘희는 우리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지금 전에 없이 살갑게 군다. 이전에는 밤에 한 침대에 오르자면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소처럼 상을 찡그리던게. 요즘엔 주동적으로 침대에 오르자고 하잖아? 뭐? 이전에 진 은혜를 보답하고 싶다고? 흥! 너네 모녀간이 내 신세를 진 거 다 갚자면 평생 우리 집에서 노예질 해도 안돼. 건데 이상해. 이전에 춘희는 밤이면 의무적으로 기계처럼 들이댔잖아? 그런데 요즘은 아니야. 완전히 다른 녀자로 변신했어. 요구하지 않아도 살갑게 애무해주고 달콤한 말로 내 애간장을 녹여주고.  이전 춘희 같잖아.  갓 재혼했을 때보다도 모든게 더 대단해. 진짜 숫처녀보다 못잖아. 진작 그렇게 잘 해주고 애까지 낳아줬더라면 밥 먹고 배때 쑤셔나서 너네 모녀간을 다 쳐내자 했겠어?)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삼검불 같은 생각을 정리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엔 결단내야지. 춘희 모녀간은 절대 안돼. 이젠 유일한  희망을 나나한테 걸어야지. 나난 광문을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애 하나 쯤은 낳아 줄 거야. 나나는 현시대를 초월하게 개방형 녀자애야. 내 나나 오누이한테 드린 정성이 춘희보다 못하지 않지. 내 애나 낳겠는가 해 관심하고 도와준게지. ㅋㅋ. 너네 더러운 죠센진을 고와서 도왔는가 해. 어느 일본 녀자애가 늙은이 애를 낳자고 해? 아무리 돈이 중해도 안되지. 어느 일본 어머니와 아빠 새파란 딸 보고 칠순 고개를 바라보는 늙은 령감의 애를 낳게 하겠는가. 나나는 부모도 없지. 자기 결단에 달린 거야.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돈을 벌려고 이제껏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도 올랐지. 숱한 사람들 앞에서  똥을 싸서 날 먹이기까지  했잖아? 그것도 자기 친구 마끼 앞에서. ㅋㅋㅋ.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생계를 유지하려고 자기 동생 앞에서 라체모델을 섰잖어? 재산을 몽땅 걸고 애를 낳아달라고 하면 말 안 듣겠어? 일약 교수 유산을 몽땅 상속받겠는데. 갑부  되겠는데. ㅎㅎㅎ.) 다이로교수는 제 좋은 생각을 굴리면서 어느덧 의대 정원에 들어갔다. 그는 스적스적 교연실에 들어가 졸업장 두개를 꺼내들고 실험실에 들어갔다. 그는 실험실 문발을 다 쳐놓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나, 실험실에 오게나. 응, 혼자 오라. 응.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한 시간 지나 널판바닥에 게다짝을 짝짝 끄는 소리 점점 다가왔다. 똑, 똑, 똑. “들어와.” 나나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들어섰다. 그간 애들이 너무 놀려대서 나나는 머리를 들고 학교를 다니기 힘들었다. 다이로교수는 컴퓨터인터넷원격수업을 하면서 나나의 졸업론문 작성을 지도해왔던 것이다. 나나는 천천히 허리를 굽히며 머리도 다소곳이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교수선생님, 참 오랜만인데요. 집에서 오다보니 오래 기다리게 했구먼요.” 다이로는 우쭐 일어나 마중나가면서 쏘파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다이로는 사무상에 가서 졸업장을 가져다 나나한테 내밀었다. “축하해. 나나, 의대졸업장을 먼저 가져왔어. 의대 석사연구생 졸업을 축하하네.” 나나가 받아보니 석사학위증서와 졸업장이였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선생님의 지도와 방조 참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할아버지 같은 은혜를 무엇으로 다 갚을가요?” 그 말이 세상 고마웠다. 다이로교수는 의자를 들어다 나나 맞은 켠에 앉았다. “나나, 한가지 긴히 토론할 일이 있네.” 나나(복화)는 쏘파에 앉아 몸둘바를 몰라했다. (올 것이 끝내 오는구나.) “예? 무슨 일인지요?” 나나는 까만 쌍까풀포도눈을 치켜뜨며 다이로를 쳐다보았다. 다이로는 건가래를 떼더니 자못 정색했다. “나나는 내 젤 이뻐하고 믿는 제자네. 한가지 무거운 부탁을 하겠는데 들어주겠나?” 나나는 심장이 쿵닥쿵쿵닥쿵 뛰다가 밖으로 벌컥 튀여나올 것만 같았다. “나나, 난 칠순고개를 넘도록 실현 못한 마지막 꿈이 하나 있네. 그 꿈은 아마 나나도 알리라 믿네. 그 마지막 꿈은 내 애를 하나 낳아 기르는게오.” 나나는 자초에 밀어부치려고 무거운 입을 겨우 뗐다. “교수님은 양딸 마끼가 있지 않은가요?” “아니야, 건 내 피줄을 타고 난 애가 아니야. 양딸에 불과해. 난 내 피줄을 타고난 애를 기르고 싶어. 네가 이 간절한 내 소원을 풀어주겠느냐?” “무슨 말인가요? 저는 선생님의 제자인데요. 교수님의 안해는 춘희 박사가 아닌가요?” “아니야. 난 당장 춘희 모녀를 우리 집에서 쫓아내겠어.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내 애를 낳아줬으면 좋겠다. 내 꿈을 좀 이루게 도와달라.” 나나는 억이 막혀 한동안이나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물끄러미 다이로교수를 쳐다보았다. “될 수 있지. 내 애만 낳으면 내 모든 재산은 몽땅 네 거야. 내 유산을 몽땅 너와 애한테 물려주겠다. 난부모를 어려서 여의고 불쌍하게 사는 너네 오누이를 도와주고 싶다. 우리 아예 한 가족이 되자. 그럼 네 동생 광문도 너도 살 길이 활짝 열려. 박사, 교수로 될 수 있어.” 그러나 뜻밖에 나나가 도리머리를 홰홰 저을줄이야 누가 알았겟는가. “교수님, 미안해요. 저는 재산도 명예도 돈도 다 필요없어요.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절대 저의 인격을 팔 수 없어요. 제가 진 신세는 후에 돈을 벌어 꼭 다 갚아드리죠.” 순간, 다이로는 된방망이에 정수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눈 앞이 깜깜해났다. 눈 앞에 수많은 뻘건 불찌가 튕겼다. 한참 후에야 제 정신이 든 다이로교수는 천천히 머리를 들더니 나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넌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도 올랐잖아? 웬 인격이고 뭐고 있느냐? 누구도 몰래 애를 하나 낳아주면 한뉘 평생 놀고도  향수하면서 살겠는데. 황차 지금 성형미용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 애를 낳은 후 내 직접 성형미용수술을 해 널 숫처녀로 되만들어주마. 안되겠니?” 그러나 복화의 대답은 왕청 같았다. “정조는 생식기만 놓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생식기는 정조의 표징이지만요. 정신과 심령의 정조가 더 중요해요. 전 완정한 정조를 지키고 싶습니다. 교수님, 저는 선생님과 결백하고 아름다운 사제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 인상에 아주 훌륭한 스승님으로 남아주십시오.” 다이로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어느 때니 정조를 론하느냐?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그까짓 정조가 그렇게 중요해? 참 곰곰히 생각해봐라. 왜 그렇게 못난 소리 하느냐? 낮은 돌을 작작 밟아라.” 그러나 복화의 포도세귀눈은 점점 똥그래지고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아닙니다. 저도 오래동안 곰곰히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인생좌우명이 있습니다. 아무리 돈과 재물이 중해도 저는 이제 그 이상 교수님의 요구를 더 들어줄 수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젠 저는 중국에 돌아가 일본의 나나가 아니라 당당한 중국 조선족의 딸 복화로 살겠습니다.” 그제야 꿈에서 깨난 다이로는 미리 짜놓은 두번째 제안을 들고 나왔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떤가 생각해봐라. 네가 제 배에 임신하는게 싫으면 좋다. 실험관 아이를 하나 만들자.” 나나는 짙은 눈섭을 치켜뜨며 까만 쌍까풀포도눈이 똥그래졌다. “실험관 아이라니요?” 다이로는 내놓고 요구를 제기했다. “네 란자를 실험관에 받아달라. 체외 실험관에서 내 정자를 수정시켜 실험관수정란을 만든단 말이야. 그럼 넌 그 소중한 정조를 지키면서도 내 꿈을 이루게 할수 있단 말이야. 그래도 난 장차 태여날 우리 애와 너한테 모든 유산을 상속시키겠다. 당장 유서를 작성해도 돼.” 그러나 복화는 굳은 마음을 먹은지 오랜 것 같았다. 그러나 당장에서 거절하기는 너무 한 것 같았다. “교수선생님, 실험관 아이문제는 불시에 튕겨나와서요. 좀 고려할 시간 좀 주세요.” 다이로교수는 기뻐 복화의 두 손을 덥썩 잡고 야단쳤다. “그래. 고맙다. 난 네가 이것만은 접수하리라고 믿었다. 인차 답복해달라.” 복화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고 실험실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이튿날, 복화한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존경하는 야마구찌다이로 도사님, 미안해요.  교수님, 저는 은사님의 꿈을 이뤄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저는 저의 인생좌우명대로 이 세상에서 결백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이전에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랑 오른 것은 우리 오누이 생계 핍박에 의해 어쩌는 수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이젠 나나가 아니라 복화로 재생해 저의 좌우명대로 떳떳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저는 중국 상해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절대 저한테 미련을 가지지 마십시오.        한가지 똑똑히 알아두십시오. 돈과 지위가 있으면 모든 걸 다  가지고 지배할 수 있는가 착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아무리 정조를 초개같이 여기는 세월이라고 해도 저의 신성하고 결백한 정조는 그 누구도 황금산으로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저의 정조는 장차 저를 사랑하는 신랑만이 지배할 권한이 있습니다. 은사님, 이전에 했던 것처럼 다른 일본 인들과는 달리 중국 조선족을 얕잡아보지 마십시오. 중국 조선족녀성은 자기 인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늙은이 애까지 낳아주는 미친 년, 돈 밖에 모르는 성노예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절대 조선족들의 인격을 짓밟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예전처럼 계속 민족기시를 하지 말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날 이때까지 민족평등을 토대로 약자를 돌보는 선생님의 착한 마음을 존경해왔습니다. 그래서 뭐나 시키면 거의 다 해왔습니다. 그간 우리 오누이 은사님한테서 할아버지와 같은 관심과 방조,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은공을 갚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좋은 세집을 대주어 근심걱정없이 석사연구생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세집 집세와 키는 저의 동생 광문한테 맡겨놓았습니다. 원래 광문을 데리고 중국에 가려고 했는데요. 은사님의 녀조카가  아찌나 광문을 마사지방에 딱 붙잡아두려고 하는지. 동생을 데리고 가지 못합니다. 제가 채갚지 못한 은혜는 광문과 은사님의 녀조카가 힘을 합쳐  계속  갚아들릴 겁니다.     저는 은사님과 영원히 결백하고 좋은 사제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은사님이 자기 애를 낳는 꿈을 실현하려고 저 오누이를 그렇게 잘 챙겨주고 민족기시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사님을 영원히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도사님으로 우러러 모시고 존경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그런 저의 믿음과 존경을 파괴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은사님,  지구 어디에 있어도 선생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은사님, 부디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오.                                          중국 조선족녀제자 리복화 올림   “아니, 날 버리고 훌 가버려?!” 다이로교수는 핸드폰을 활 팽개쳤다. “못된 년! 배은망덕한 년! 지독한 년!” 그는 쏘파에 풀러덩 물앉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앓는 신음소리를 냈다. 진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았는가! ㅋㅋㅋ  
327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6) 김장혁 댓글:  조회:1408  추천:0  2022-11-03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6. 부부 공간       박문은  링컨하이야에 앉아 출근하였다. 그러자 150평방메터나 되는 아파트는 다시 조용해지기 시작하였다. 미라씨는 한숨이 후- 나갔다. 어쩐지 남편이 사라지자 홀가분하고 자기만의 세상이 다시 찾아 온 것 같아 기분이 상쾌했다. 아줌마가 설거지를 하기에 미라씨는 별로 할 일도 없었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무연한 맑은 호수를 내다보면서 상념에 빠졌다. 애완견 보라도 심심한지 꼬리를 저으며 다가와 주둥이로 미라씨의 잠옷 자락을 들추며 끼깅거렸다. “녀주인님, 함께 놀자. 심심해.” 보라는 이렇게 서적을 부리는 것 같았다. “저리 가.” 미라씨는 손을 쳐들어 칠 상 하면서 보라를 쫓아버렸다. 보라는 끼깅거리며 눈을 흘기며 아줌마 설거지하는 부엌으로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이쪽을 흘끔거렸다. “할 노릇도 없어. 별난 개새끼를 다 데려다 키워.” 그녀는 보라를 쏘아보며 불평을 토로했다. (저 나그네 어찌나 고독하다고 했으면 저게 뭐야? 녀비서 은희가 글쎄 저런 암캐를 다 친구 하라고 사다 줬겠어? ㅋㅋ.) 그녀는 다시 호수를 내다보며 묵념에 잠겼다. 호수에서는 거위와 물오리가 동동 떠 다니고 비둘기가 호수면을 스치며 날아예고 있었다. (저 나그네 눈치도 없어. 어쩜 녀비서가 자기를 놀리는 것도 몰라. 분명 자꾸 지껄이니깐. 암캐한테 붙여놓은 거지. 고와서 저 비싼 개를 사다 줬겠어? 은희, 그 년 못된 년, 어쩜 상전을 저렇게 골려줘?) 미라씨는 아예 자그마한 의자를 가져다 창가에 놓고 호수를 구경하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저 나그네 집에 있을 땐 어쨌는가? 회사에 다니면서 돈은 꽤나 벌었지. 허나 마음 속에 가정이란 개념이 있었던가? 안해가 마음 속에 있었던가? 어떻게 보면 안중에 처자가 없은 것 같았어.  날마다 술이나 처마시고 곤드레만드레 취해 밤중에야 제 굴이라고 집에 돌아오군 했지. 땀에 전 몸에서 물씬 풍기는 분내는 얼마나 괘씸하게 굴었는가? 분명 사창가에 가서 기생들을 끼고 술을 처마시고 안고 돌았지.) 순간 미라씨는 입술을 깨물며 이를 쁙쁙 갈았다. (부부간에도 공간이 필요해. 그간 졸혼하고 갈라져 있으니 홀가분한게 얼마나 좋았는가. 저 나그네도 내 꽤나 그리웠던 모양이지? 요즘 전에 없이 잘 하는 거 봐. 술도 덜 마시고 퇴근하면 곧추 집으로 돌아온단 말이야.) 그녀는 희쭉 웃어버렸다. (저 나그네 중국에 총경리로 가게 될 때 내 뭐라고 했어? ‘맨날 한데 붙어 있으니깐. 안해가 얼마나 중한지 모른다고. 이젠 졸혼하고 둘 다 각기 자기만의 삶을 살자. 당신은 당신 술을 마시고 아가씨들을 마음대로 만나 개지랄을 하라고. 난 애들을 데리고 살면서 소설도 쓰고 관광도 하겠다고 했지. ㅎㅎㅎ. 나는 진짜 좋았어. 주정뱅이나그네를 떼버리니 참 좋았어. 때시걱 근심, 빨래근심 할 필요없었지. 나그네를 보지 않으니 마음도 편안했지. 다 자란 애들도 대학에 가서 주숙하고 식사하니 난 굴레 벗은 말처럼 미국 니까라과 폭포에 프랑스 에펠 철탑 구경하고 기행수필도 쓰고 진짜 좋았어. 가을에는 설악산 단풍 구경하고 시도 쓰고 명상에 잠겨 소설도 구상하고. 얼마나 좋았어?) 그녀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건데 중국 관광 말에 홀딱 넘어갔잖아. 중국 명승고적에 폭 빠져 조만간에 중국을 떠날 거 같잖아. 저 나그네와 공간을 두고 살자던 구상도 깨지고 말았잖아. 아마 저 나그네 바라던 바일 수도 있어. 저 나그네와 군철이랑 짜고 들어 날 중국에 얽매두려는 획책일 수도 있어. 어림도 없어. 나그네 하루라도 또다시 술처마시고 아가씨들하고 지분거리기만 해보지. 당장 보짐 싸들고 한국에 날아가 버릴 거야. 진짜 부부간에도 공간이 있어야 해. 드문드문 갈라져 있으면 서로 그립고 만나면 지금처럼 열렬히 사랑할 수 있잖아. 졸혼은 남편 보고 안해와 일정한 공간을 두고 안해와의 리별의 슬픔도 만남의 기쁨도 가슴 아프게 느끼게 할 수 있었잖아. 그런 의미에서 졸혼도 필요해. 저 나그네 중국에 온 천혜의 기회를 리용해 졸혼의 공간적 여백미를 한껏 향수해야지.) 미라씨는 상념에서 깨여나 보라를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는 애완견 보라의 목바를 쥐고 거닐면서 중국에 와서 느낀 긍지감에 가슴이 설레였다. (여기서 진짜 귀부인 상대접을 받고 있지 않는가.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군철이 안내를 받으면서 무료로 졸정원에 사자림이랑 오원이랑 류원이랑 다 구경했잖아. 주장이랑 동리랑 숱한  수향을 돌면서 명승고적 기행수필과 숱한 시를 쓰지 않았는가. 아무 근심 걱정없이 누리는 귀부인 향수도 쏠쏠해. 마음껏 향수해보고 볼판이야.) … 퇴근시간 전에 남편이 퇴근해 집에 들어섰다. “해 서산에서 돋지 않는기오?” 미라씨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박문은 객실에 들어가면서 아줌마를 보고 말했다. “저녁 짓지 마세요. 군철 부총경리 자기 집에 청한데이.” “아이고메. 이젠 몇번 청했는데요. 우리도 언제 집에 아우네를 청해야죠.” “그래. 그게 형제간에 오가는 정이지. 소주에선 군철 아우 없인 한발작도 내딛기 힘들어.” 미라씨는 남편의 가방과 외투를 받아 옷걸이에 걸고 나서 침실에 따라 들어왔다. “여보시우. 저 개는 왜 길렀어요? 그간 자기 몸도 거두기 힘들었겠는데.” “말도 말아. 당신 없으니께. 기나긴 밤 보라를 안고 잤지 뭐야.” “호호호.암캐라도 안고 잤으니깐, 덜 고독했겠군요. 쯧쯧쯧.” 미라씨는 입을 싸쥐고 웃었다. “아니, 당신 녀편네 없으니 얼마나 좋았겠시우. 저녁에 늦어 들어와도 짜증나는 잔소리 없지. 얼마나 자유스러웠겠어. 그래서 졸혼이 필요한게야.” 박문은 침대에 털썩 들어앉으면서 두덜거렸다. “졸혼 말 다신 하지도 말아. 졸혼 뭐가 좋다고 그래? 당신 나 같은 짐 뚝 떼버리고 홀가분하게 관광이나 하고 음풍영월하기 딱 좋았겠지. 난 하나도 좋지 않더라구.” “호호호.” 미라씨는 깨고소해했다. “보라우. 당신네 경상도 사내들 녀편네들캉(녀편네들과) 떽떽거리면서 대남자주의나 부렸지. 안해를 어디 살뜰히 애무해주는 멋이 있었는가요?” 박문은 아무 대구도 하지 못하며 머리를 숙였다. 미라씨의 공격은 계속 됐다. “내 뭘했는가요? 부부간에도 공간과 여백이 필요해요. 이렇게 몇달간 졸혼하고 갈라 사니 얼마나 좋았는기오? 당신 대한민국에 계속 함께 있었더라면 안해 중한 거 색각이나 했겠어요?” 박문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녀편네가 눈을 곱게 흘기는 것을 보고 씨무룩이 웃기만 했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중국에선 당신 없인 못 살아. 중국에 홀로 오면 녀편네 없으면 술도 질탕하게 마시고 아가씨들도 실컷 놀게 됐다고 기뻐했댔지. 건데 뭐야? 중국은 한국과는 판판 달라. 아가씨들캉 오입하다 잡히면 큰 경을 치뤄. 마음놓고 아가씨를 데리고 놀 수도 없어.) 남편의 그런 속내를 꿰뚫어본듯이 미라씨는 고의로 빈정거렸다. “소주 구경도 잘했지. 당장 음력설이 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당신한테 한해 손아귀에서 벗어나 푹 쉴 공간도 주고 자유도 줄테니께.” 박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안해를 꼭 끌어안았다. “제발 가지 말라고.” 미라씨는 두 손으로 남편의 가슴을 떠밀었다. “내 없으면 당신 숱한 아가씨들하구 술도 맘껏 마시고. 얼마나 자유롭겠시우?” 박문은 안해 두 팔을 꽉 잡고 애원했다. “아니라구. 부부 공간은 잠시 있어야지. 오래동안은 아니야. 부부간에 너무 오래 갈라져 있으면 부부냐? 건 사실 리혼이야. 부부간은 그래도 한데서 살아야 해.” 그러나 미라씨는 일부러 남편을 골탕먹이려고 생똥 같은 말을 했다. “당신 시대에 너무 떨어졌시우. 부부간에도 공간을 좀 둬야 해요. 지금 일본이나 우리 대한민국 중년녀성들 가운데선  졸혼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젠 애들도 다 컸으니께. 우리도 결혼 생활 졸업하고 부부간에 공간 두고 살자요.” “아니요. 아니, 난 절대 졸혼인지 뭔지 못해. 공간도 필요없어. 당신과 함께 살래. 그간 내 혼자 살면서 밤이면 얼마나 고독했는지 알아? 밤이 젤 무섭더라구. 기나긴 밤은 공포였어. 다신 그렇게 못 살겠어.” 미라씨는 피씩 코웃음쳤다. “중국 말에 사람은 황하가에 가지 않고선 말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던데. 당신 정말 이전 잘못 고칠 수 있어?“ ”꼭 고치겠어. 믿어다오." "당신 본명이 도져 바람 피우기만 해 봐.  언제든지 졸혼이야. 그림자도 못 찾게 깜쪽같이 가버릴 거야. 개습관 고치지 않으면 진짜 졸혼이야. 부부간에도 공간을 두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이게 부부 공간의 여백미야. 알만해?” 박문은 미라씨의 앞에 무릎까지 털썩 꿇고 앉아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여보, 다 내 잘못했어. 이제부터 잘못을 고칠게니께. 새 사람 될 기회를 좀 달라고.” 미라씨는 오히려 빈정거렸다. “당신 뭘 잘 못했어? 돈도 많이 벌어들이지. 안해를 데리고 쏘핑도 잘하지.” 박문은 손이 발이 되게 빌었다. “이전에 밤중까지 술 마시고 집에 가서 주정부리고 당신 때린 거 진짜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당신 제발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응?” 미라씨는 다짐을 땄다. “경상도 사내가 오늘 이게 뭐야? 무릎까지 꿇고 맹세한대로 할만 하지?” “오- 그래. 다 해줄게.” 미라씨는 이쯤하면 남편을 혼쌀내줬다고 여기고 남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어서 일어나세요. 못난 사람아, 누가 보겠어.” 박문은 쇼를 그만두고 언제 무슨 일 있었더냐 싶이 희쭉 웃으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갑세다. 아우 기다리겠어.” 미라씨는 따라 나가면서도 근심했다. “최총경리 리혼했다면서요? 집에 안해도 없는데 음식을 어떻게 한다고 집에 청해요?” “가정모 있어.” 그제야 미라씨는 한숨을 호 내쉬더니 걸음을 재우쳤다. 군철이네 집은 수로를 하나 건너 호수가 3층으로 된 으리으리한 별장식 아파트에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군철과 애리싸가 마중 나왔다. “환영해요.” 애리싸가 서툰 조선말로 인사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형님, 아주머님,” 군철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나서 집 안으로 안내했다. “고마워요.” “집에서 하지 말고 음식점에서 간단히 먹으면 될 걸. 고생했어.” 아파트 울안에 푸르른 참대들이 설레이며 마중해 미라씨의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그들이 2층 객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애들이 쫑드르르 달려나오면서 허리굽히며 서투른 조선말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분명 군철이 미리 조선말인사를 훈련시킨 것 같았다. “호호호. 아유, 귀여워라.” 미라씨는 핸드빽에서 쵸롤리를 몇개 꺼내 애들의 애고사리 손에 쥐워주고 두툼한 빨간 봉투 두개를 꺼내 하나씩 주었다. “谢谢!” 군철은 깜짝 놀랐다. “아주머님, 아니, 뭘 애들한테 줘요? 괜히 집에 오라고 해서  부담시켰잖아요?” 그는 애들 손에서 봉투를 찾아 돌려주려고 했다. 미라씨는 되밀어주면서 말했다. “조카들 주는 걸 받아야죠. 너무 내의하면 형제간 믿음이 파괴돼요.” 그제야 군철은 하는수 없이 봉투를 받아두었다. “이후에 아주머님과 형님을 모시고 금계호가 소주중심 음식점에 가서 양증호 왕계를 대접하지요. 소주중심을  “동방의 문”이리고도 하는데요. 소주에서 젤 높은 표징건물 중  하나입니다. ” 미라씨는 애들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물었다. “얘들 중국 말 하잖아? 난 알아도 못 들어.” 군철은 번대머리를 손수건을 꺼내 뚝뚝 찍으며 말했다. “큰 일 났어요. 애들이 한족 곳에서 자라니 조선말 하나도 할줄 몰라요. 여긴 조선족학교와 유치원도 없지. 한족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나깐요. 자연히 한족말 밖에 몰라요. 집에서 아무리 서당방을 차려놓고 조선말을 배워줘도 고때뿐이죠.” 미라씨는 저도 몰래 한마디 했다. “장차 한족으로 동화될게 불 보듯 빤하지 않나요? 참.” “무슨 소릴?! 쯧쯧.” 박문은 못마땅해 안해한테 눈을 흘겼다. 애리싸는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그저 눈치만 살폈다. 군철은 애들 말이 나온바 하고는, 박문 부부간이 기분이 좋을 때 소 뿔을 당긴 김에 빼려고 작심했다. (회사 직원들을 위해 뭔가 또 챙겨야지.) “아주머님, 소주 구경 인상 어때요?” 미라씨는 기분나서 화답했다. “참 좋았어요. 소주에는 어쩜 명승고적이 그렇게도 많은가요? 아저씨 덕분에 유람 잘했어요.” “이제 북경의 만리장성이랑 의화원이랑 고궁이랑 다 돌아보세요. 북경에는 구경거리 더 많아요.” “그래요? 점차 중국이 마음에 드네요.” “그럼 됐어요. 성님과 함께 행복하게 사세요.” 박문은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는 안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진짜 녀편네 중국에 푹 박히고 말았어.) 군철은 번대머리를 손수건으로 슬슬 닦으며 기대에 찬 우멍눈으로 박문 총경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님, 애 둘을 키우기 참 어려워요. 안해 곁에 없는데다가 가까이에 학교나 유치원이 없어 참 힘들어요.” 박문은 무슨 말인지 모르고 맞장구를 쳤다. “그럴테지. 혼자 애들 둘을 키운다는게 어디 쉬워?” 군철은 무거운 입으로 한술 더 떴다. “우리 회사에 애들을 가진 부모가 많은데요. 모두 유치원이 방정하게 없어서 힘들어 하죠.” 박문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자식, 뭐나 하나, 하나 챙기는 놈이지. 오늘이라고 례외겠나? 오늘은 유치원 문제구나. ) 군철은 말을 꺼낸바하고는 내밀었다. “직원들이 애들 근심하지 않고 출근해 사업에 몰입하게 해야겠는데요. 박총경리님, 우리 회사에 유치원과 탁아소를 차리면 어떨가요?” 박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시에 어떻게 유치원을 차려?” “회사에서 건축부지만 내놓으면 돼요. 건축자금은 우리 직원들을 동원해 모금하면 될 거 같아요.” “유치원 부지를 봐둔게 있어?” “있어요. 우리 회사 창고 앞 마당에 지으면 될 거 같아요. 유치원과 탁아소 경영비용은 근심하지 마세요. 학부모들한테서 사회 비용보다 적게라도 수금하면 돼요.” “그래?” 박문은 잠간 궁리하더니 군철의 손을 잡았다. “회사에서도 돈을 대야지. 우리 유치원과 탁아소를 지읍세. 설계는 어떻게 하지?” 군철은 박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설계는 하나가 하면 됩니다. 그는 길림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습니다.” 군철은 박문의 손을 힘있게 잡아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박총경리님, 우리 애들의 부모를 대표해 감사를 드립니다.” 박문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이 사람아, 우린 형제간이 아닌가? 허허허.” “네, 성님, 고맙습니다. 성님과 말해서 안된 일 없는데요.” 박문은 안해를 돌아보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우는 참 무서운 빨갱이야. 자기 걸 챙기자곤 한마디 말도 안해. 번마다 회사 직원들을 먼저 챙긴단 말이야. 난 아우 같은 빨갱이는 믿고 일할만한 사람이라고 봐.” 미라씨는 옆에서 들으면서 미심쩍은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며 그저 속으로는 이렇게 되뇌일뿐이였다. (세상에 어디 공 거 있나? 오늘 공 밥 먹지 않는구먼요.) 그녀는 남편과 군철을 번갈아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여보, 지내보고 말해요. 겉으로 대공무사한 척하는 자들 더 무섭게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덤벼들지도 몰라.) 군철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시름 싹 놓았다. 일이 이렇게 빨리 풀릴줄이야.)      그는 평소에도 늘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난 절대 아버지처럼 탐관오리로 되지 않을 거야. 절대 아버지처럼 직권을 빌어 재물과 녀색을 도모하지 않을 거야. 자기 노력으로 차례진 돈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한해에 로임총액이 백만원도 넘는데 뭐가 모자라 위법하면서 허비닥질하겠는가! 절대 아버지처럼 도처에서 자기 안속만 차리지 말아야 해. 언제나 3천여명 직원들을 마음에 품고 일하면서 살아야지. 절대 아버지처럼 범죄자로 돼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지 않을 거야. 아버지도 전번에 날 찾아왔을 때  후회하잖았는가.)      경제시대에 직원을 품고 일하는 간부를 보고  한국에서 온 박총경리 부부는 여간 탐복하지 않았다. 회사 절대 다수직원들도 청렴한 젊은 당간부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군철은 며칠 전에 회사 공회 성립대회를 연 후  공회소조끼리 회의를 열고 직원들의 곤난한 문제와 회사 건설과 경영에 합리적인 건의와 아이디어를 제기할 것을 공회 주석의 명의로 요구하였다. 그런데 애들 유치원문제, 의무실문제, 메모리생산과 공급위기 등 수두룩한 문제가 제기돼 군철은 골머리를 앓게 했다. 그는 먼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고 이날 박총경리한테 유치원문제부터 제기했던 것이다. 군철은 주방에 내려가 아줌마를 보고 채를 올리라고 하였다. 주방에서는 아줌마와 함께 리나와 지예가 한창 점심 준비에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애리싸와 아줌마가 밥상을 들여다 놓았다. 미라씨는 엉거주춤 일어나 아줌마한테서 행주를 주어들고 밥상을 닦았다. “아주머님, 오늘만은 손을 대지 마세요.” “아니, 아저씨 안해도 없는데요.” “오늘 주방 일을 할 사람 있어요.” 미라씨는 밥상을 썩썩 닦으면서 애리싸가 나가자 중얼거렸다. “애리싸야 때시걱 못할 거고. 누가?” 군철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오늘 애들도 보라고 본댁 리나하고 녀동생 지예를 오라고 했어요. 지금 한창 주방에서 일하느라고 미처 인사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그래? 참 잘했어.” 박문 총경리는 안해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제수를 만나면 복혼하라고 잘 권해보라고. 애들을 봐서라도 함께 살아야지. 안 그래?” 그는 군철을 보고 말했다. “뭐니뭐니 해도 그래도 조강지처가 제일이야. 애들 둘이나 낳고 무슨 놈의 리혼이야? 아우, 쓸데 없는 자존심 버리게나. 어서 복혼하라구. 애리싸는 가만히 보면 오래 함께 살 녀자 아닌 거 같애. 동서방 혼인풍속도 다르고.” 군철은 무람없이 말했다. “글쎄요. 엄마 없이 자라는 애들을 보면 마음 아파요. 그런데 리나가 애들을 버리고 나갈 때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구요.” 미라씨는 이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뭣 땜에 갈라졌는데요?” 군철은 속임없이 털어놓았다. “제가 회사 회식 때문에 자주 술을 마시고 밤중에 집에 들어갔지요. 리나는 회사 일만 일이라고 애들을 돌보지 않는다고 야단쳤지요. 게다가 저를 따라다니는 녀비서랑 많다고 질투하더니 애들을 버리고 훌 나가버렸지요. 그 일을 생각하면 괘씸해서, 원.” 박문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우, 복혼하게나. 안해들 소견머리 졻아서 그래. 회사 부총경리면 회식이 잦을 수도 있지. 리나씨는 우리 회사 인사과 과장으로 일하잖아? 사람을 다루는 사업하는 녀자라면 그런 것 쯤은 리해해야지. 그걸 허물 삼으면 어떻게 살아? 남편 총경리 하지 말게 하고 맨날 집에 붙잡아두겠나? 원, 참. 코막고 답답해.” 박문은 분명 자기 안해한테도 하는 말 같았다. “아우도 졸혼 좋아하나?”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졸혼하니 얼마나 좋아요? 금발애인도 마음대로 거느리고 회식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 같은데요. ㅎㅎㅎ.” “졸혼 말 내 앞에서 하지도 말라구. 가정이란게 어디 애들 장난이야? 밤 자고나면 리혼하고 재혼하고 졸혼하고… 참, 이놈의 세상 리해 안돼.” 군철은 우멍눈으로 박문의 눈치를 힐끔 곁눈질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윽고 애리싸 뒤를 따라 리나와 지예가 채를 두 접시씩 들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박총경리님, 사모님 주방에서 일하다나니 미처 인사 못해 미안해요.” 박총경리는 씨무룩이 웃으면서 리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괜찮아. 리과장, 오늘 수고 많구먼.” “천만에 말씀을요.” “안녕하세요? 전 녀동생 지옌데요. 첨 뵙습니다.” 미라씨는 반색했다. “오, 아저씨한테 저렇게 이쁜 녀동생도 있군요.” 술상을 다 갖춰놓자 군철은 돌아가면서 포도술을 찰찰 넘치게 부어놓았다. 뒤이어 그는 술상을 둘러보면서 권주사를 했다. “오늘 가정 분위기에 박총경리 형님과 아주머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게 돼 기쁩니다. 변변히 갖춘 건 없지만요. 많이 드시고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바랍니다.” 군철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잔을 높이 들었다. “자, 우리 형제 우정과 앞날의 행복을 위해 잔을 듭시다.” “위하여!” 술상에는 잔을 부딛치는 소리 딩둥댕 귀맛좋게 들렸다. 애리싸는 술이 서너순배 돌자 우쭐 일어나 하직을 고했다. 아마 리나와 함께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기는 아무리 서양 녀자라고 해도 불편했던 모양이다. 군철은 더 말리지 않고 보내버렸다. 미라씨는 리나를 보고 참았던 말을 꺼냈다. “리나씨, 애들을 봐서라도 최총경리하고 다시 함께 살아요.” 리나는 그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박총경리도 끼여들었다. “리과장, 최총경리 나 때문에 회식 잦았는데 널리 량해하라구. 다 내 잘못이야. 안해 곁에 없으니깐. 적적해 자꾸 아우를 불러냈지. 그런다고 애들을 버리고 나가버리면 아우는 어떡하고 애들은 어쩌게?” 그 말에 리나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쭐 일어나 자리를 떴다. 지예가 따라나갔다. 군철은 지예를 말렸다. “나둬! 가겠으면 가라지. 졸혼한다고 애들 둘까지 다 버리고 달아난 지독한 년이야.” “엄마, 가지마! 엄마, 어, 허헉, 흑흑.” 침실 쪽에서 애들의 울음소리, 애원소리가 들렸다. “엄마, 같이 자자! 엄마야, 가지 마! 흐흑, 흑흑, 엄마!” 객실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허빈다. 박문은 참다 못해 군철을 타일렀다. “이 사람아! 뭔 소리야? 이럴 땔수록 흉금이 넓어야지. 그래, 애들을 엄마 없는 자식으로 만들 잡도린기여?! 원, 참.” 그날 저녁 술상은 아주 재미없이 돼버렸다.      가정분란이 초래한 난장판이다.      아니, 졸혼이 가져다준 혼란인가?      졸혼은 가정이란 보금자리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였다. 졸혼은 안개 속에 들어선 것처럼 갈 길을 잃고 아리숭하게 돼버리지 않았는가.
326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5) 김장혁 댓글:  조회:1398  추천:0  2022-10-31
      65. 제문(齐门)과 사탑(斜塔)에 맺힌 한         때마침 일요일이여서 군철은 또 박문 총경리 부부를 모시고 소주를 유람하기로 했다.      링컨 하이야는 소주 옛 동쪽토성 중간으로 해 있는 상문(相门) 부근에 가서 멈춰섰다. 저 멀리 옛 토성에 높고 둥그런 궁형 돌대문이 푸른 물이 출렁이는 호성하를 굽어보고 있었다.      약삭빠른 윤선은 벌써 하나와 함께 상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날에 미라씨가 윤선의 녀친도 보고 싶다고 해  군철한테서 비준받고 하나를 데리고 왔던 것이다.     군철은 박총경리와 토론하고 미라씨 심기를 건드릴가 봐  녀비서들은 첫날 공항에서 꽃다발을 드린 후에는 일절 동행하지 말게 하고 윤선이만 동행시키자고 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모님, 저의 녀친입니다.” “안녕하세요?” 미라씨는 곱게 인사하는 하나의 손을 잡고 아양을 떨었다. “아이고, 참 이뻐라.” 그녀는 하나의 손을 매만지면서 연신 덕담을 했다. “요 손 봐. 얼마나 따뜻하고 이쁜가? 명함 어떻게 불러요?” 하나는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대답했다. “리하나라고 불러요.” 하나는 박문 총경리를 흘끔 곁눈질했다. 박총경리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여보, 하나는 내 비서라우.” “그래? 하나씨는 무슨 리씬데요?” 하나가 아무런 고려없이 대답했다. “전주 리씨입니다.” 미라씨는 남편을 돌아보며 종알거렸다. “외가집 미녀를 비서로 둬서 좋겠군요.” 그러자 박총경리는 림기응변하며 유머를 했다. “전주 리씨네 녀자들 어디 쉬운가? 내 어머니 참 호랑이 같은 분이지. 난 하나한테 꼼짝도 못해. 저 눈길 보라오. 얼마나 표독스러운가? 당신 시름 싹 놨네그려. 허허허.” “그래? 전주 리씨네 녀자들도 리씨 조선 왕의 후손인데 호락호락하겠어? 우리 경주 김씨네 녀자들 못잖을기여. 호호호. 하나씨, 저의 남편 잘 부탁드려요. 조금만 주정하면 몽둥이로 호되게 다스려요. 녀자는 사무러워야 해. 호호호.” 미라씨가 받아넘기는 유머에 박총경리는 군철을 돌아보며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다 최총경리 아량있게 배치한 덕이지. 허허허.” 미라씨는 남편의 실눈을 곁눈질하더니 외씨 같은 얼굴을 반쯤 돌려 군철의 우멍눈을 돌아보며 가만히 엄지를 척 내들어보였다. 박문은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아저씨, 참 잘 배치했어요. 저 나그넨 항상 실눈을 해가지고 이쁜 계집들만 퀭하니 살핀다니깐. 박경리, 어디 혼쌀나 봐. 딸 같고 조카 같은 피붙이여자한테. 저 하나라던가. 봐. 얼마나 표독스럽게 생겼어. 쟨 진짜 전주 리씨네 녀자 같이 우악스러워 보이 잖나? ㅋㅋ.” 그녀는 군철이 나이는 어려도 총명하고 주도면밀하다고 감탄했다. (쭉 벗겨진 번대머리, 우멍눈을 봐. 어디 쉽게 생겼나? ㅎㅎㅎ.) 박문은 한쪽 구석에서 하나를 보고 뒤저참했다. (저렇게 사무럽기에 최부총경리 비서로 쓰잖고 나한테  보내줬구나.) 그는 며칠 밖에 쓰지도 않았지만 벌써 속으로 어떻게 하나를 떼버릴가 궁리했다. 군철은 그들 부부를 데리고 상문(相门)으로 다가갔다. 궁형으로 된 상문은 두께가 한20여메터도 되였다. 광장에는 옛 대포와 포탄, 갑옷과 투구, 검, 창 등이 줄느런히 진렬되여 있었다. 상문 토성 리면에는 2층으로 된 소주 옛토성력사박물관(古城墙历史博物馆)도 있었다. 군철은 박문 부부를 모시고 박물관에 들어가 돌아보았다. 꽤나 넓은 토성 안의 2층 건물이였다. 바깥에서 보면 빈 토성 같았지만 토성 안에 들어와 보면 기실 널다란 군사 비밀주둔지였다. “옛날에는 토성 밑 여기에 군사 300명도 주둔시킨 커다란 비밀주둔지였다고 합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그들은 잿빛토성에 올라갔다. 옛 토성은 만리장성처럼 높고 웅장했다. 옛 토성 바깥에는 넓이 100메터도 되는 호성하가 화려한 유람선을 업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호성하에는 유람선 외에도 돛배경기를 연습하는 자그마한 돛배도 떠 있고 갈매기들이 날아예고 있었다.   토성 안 서쪽 거울처럼 호수에서는 숱한 유람객들이 쪽배를 타고 가족끼리 애들이랑 데리고 한가하게 배놀이를 하고 있었다. 참말로 별유천지였다.  “배놀이를 할가요?” 군철의 물음에 미려씨는 생각 밖으로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소주 옛성이나 돌아보지요.” “네, 알았습니다. 이 상문 저쪽 상문지하철역 북쪽에는 소주대학이 있습니다." "소주는 대도시도 아니고 중도시겠는데도 지하철도 있는가요?" "네. 소주는 성소재지도 아니자만요 지금 인구가 천만이 넘었어요. 기실 대도시나 마찬가지죠. 지하철도 여러갈래 있는데요. 이제 8호선까지 개통한다고 해요. 공업원구와 상성구에는 무인조종공중버스와 무인조종우편운송차도 많아요." 군철의 말에 미라씨는 연신 감탄했다. "네-  중국이 참 발전했군요. 미국에서도 볼 수 없는 기적이구만요." 박문도 끼여들었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와봐야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알 수 있어." "참 그래요." 군철은 뒷말을 이었다. "저기 북쪽 소주대학에는 영국 유명대 켐프리치대학과 프랑스 유명대 리오대학 분원이 있습니다. 형수님도 알겠지만요. 프랑스 리오대학은 지난세기 초 중국 총리 주은래, 주덕 원수와 진의 원수, 제2세대 지도자 등소평 등을 배출한 유명대 아닌가요?” “소주 문 앞에서 프랑스 유명대를 다닐 수 있어 얼마나 편리해?” 박문의 말에 미라씨는 제꺽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우리 애들도 소주대학에 다니게 할가? 영국이나 프랑스에 가잖고도 유명대 다니는게 얼마나 좋아요?” “글쎄, 애들과 잘 토론하자고. 아예. 애들도 데려오든지. 허허허. 당신 이번에 오길 잘했어. 애들한테도 새 길이 열렸네그려. 허허허.” “그래요. 와보니 점차 다른 세상이 열리는 거 같아요.” 박문은 군철을 돌아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엄지를  쳐들었다. (이봐, 아우 덕에 처자들을 되찾게 될 거 같아. ㅎㅎㅎ.)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옛 토성에서 내리자 부두에로 그들을 안내했다. 부두에는 벌써 애리싸가 단독유람선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인차 유람선에 올라 호성하를 따라 유유히 북쪽으로 달려갔다. 유람선은 소주 옛 토성 동북쪽을 굽이 돌아갔다. 얼마 달리지 않아 푸르른 참대숲이 설레이며 그들을 맞아주었다. 참대숲이 뒤로 물러가자 고풍이 짙은 목조정자와 거대한 석조대문이 호성하를 마주해 서 있었다. 유람선은 속도를 늦추며 석조대문에 천천히 다가갔다. 군철은 배머리에 서서 박총경리와 미라씨를 돌아보더니 그 돌대문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저 돌대문 위에는 고문으로 처문(妻门)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잖습니까? 저 대문은 또 제문(齐门)이라고도 합니다. 이 곳에는 제나라 (齐国) 공주의 눈물겨운 망향의 한이 서려 있습니다. 오자서 장군은 오왕 광(光)을 보고 ‘월나라와 화해하지 말고 제자라를 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왕 광은 오자서 승상의 권고는 듣지도 않고 오히려 월나라에서 미녀 서시를 바치자 월나라와 화해하고 산동 동남부에 웅거해 있는 제나라(齐国)를 치려고 했지요. 그러자 齐(제)나라 왕은 제나라 공주를 오왕에게 바치고 화해를 청했다고 합니다. 하여 오왕은 잠시 제나라와 화해했답니다.  오나라 왕비로 온 제나라 공주는  거의 날마다 이 강뚝에 서서  북쪽의 제나라  고향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부모형제를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답니다.        후세에 오나라 왕으로 된 제나라 공주의 아들은 모태왕후(母太王后)가 제나라 고향을 바라보는 이 강뚝에 망제터(往齐基)라는 저  기념대문과 루각을 지어드렸지요. 또 저기 저 뭍에 어머니 왕비가 비나 해볕을 피해 쉬라고 정자와 화원도 마련해드렸다고 합니다. 후세 소주 사람들은 거의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제나라 고향을 바라보던 제나라 공주를 기리여 이 대문을 제문(齐门) 혹은 처문(妻门)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미라씨는 눈물이 글썽해 제문을 바라보았다.       “참, 그저 스치고 지나갈 대문이 아니군요.” 박총경리도 안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제문에 올라가 볼가요?” 미라씨는 군철의 제의를 제꺽 받아들였다. “그래요. 올라가 보지요.” 유람선은 호성하가에 젤 낮은 언제쪽에 천천히 다가가 대였다. 군철과 윤선은 박총경리를 부축하고 애리싸와 하나는 미라씨를 부축해 호성하 언제에 올라가 돌층계를 밟고 옛성 둔덕에 올라갔다. 미라씨는 “망제터”에 올라가 석조대문을 보자 다가가 손으로 돌대문 기둥을 매만지면서 나직이 감탄했다. “이 석조대문은 딱 우리 한국의 홍살문 같게 생겼네요. 어느 쪽에 제나라가 있는가요?” 군철은 서북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보세요. 대문이 서북쪽을 향하지 않았는가요? 여기서 서북쪽 지금의 산동 남쪽에 제나라가 있었지요.” 박문은 서북쪽 구름이 둥둥 떠 흐르는 푸르른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옛 토성 가에서 참대숲이 씁쓸하게 설레이고 락엽이 우수수 지여 겹겹이 쌓이면서 제나라 공주에 대한 쓰라린 옛 추억이 겹겹이 쌓인다.  미라씨는 서북쪽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하고 짙은 눈섭아래 쌍까풀눈을 살풋이 내리감고 뭐라고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제나라 고향의 부모형제들을 그리며 울던 공주가 불쌍해  하느님께 명복을 빌고 있었다. 이윽고 살며시 뜨는 그녀의 쌍까풀 두 눈귀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를 흘러 두 볼을 적시였다. 그녀는 핸드빽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때 제문 앞 맑은 호성하 강면을 스치며 잿빛비둘기가 훨훨 나래쳐 지나갔다. "불쌍한 제공주여, 저 비둘기처럼 날개라도 있었더라면 훨훨 날아 제나라 본가집에 날아갔겠는 걸. 참 너무나도 원통하군."  미라씨는 박문을 보고 나직이 물었다. “우리 한국 경주는 어느 방향에 있는가요?” 고향을 그리는 제공주 옛말을 듣고 분명 미라씨도 자기 고향이 생각난 것이리라. 박문은 윤선한테 눈길을 주었다. 윤선은 동북쪽을 가리켰다. “경주는 대개 저 방향에 있을 겁니다.” “알았어. 조카도 오라고. 우리 조상왕님들이 계시는 경주를 향해 명복을 기도드립세.” “네. 그렇게 합시다.” 미라씨는 윤선과 함께 경주가 있다는 동북쪽을 향해 돌아서서   두 손을 합장하고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묵념에 빠진 채 조상들께 명복을 빌고 또 빌었다. 미라씨는 한 많은 망제터 제문을 떠나면서도 자꾸 한탄했다.  “제나라 공주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겠어? 여기 망제터에는 제나라 공주의 눈물로 얼룩졌겠구나. 아, 제문에 맺힌 한이여.” 유람선은 한숨을 토해내는 그들을 싣고 또 호성하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갔다. 초겨울 날에 때  아닌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려 제문의 한을 다스릴 길 없어 쓸쓸하기만 했다. 유람선은 소주역 맞은켠 평문(平门)에 이르러 속도를 죽였다. 평문 루각은 소주 옛성의 8대 대문 가운데서 젤 높고 잘 보존된 대문이였다. 실실이 드리운 실버들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평문과 재빛토성은 참말로 웅장해보였다. 군철은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소주시 정부에서는 40여억원이나 투자해 소주 옛성과 호성하, 대운하 등 력사문화재를 알뜰히 재수건했습니다.” 박문과 미라씨는 머리를 끄덕이며 탄복했다. 윤선과 애리싸는 평문과 소주역을 배경으로 박문총경리 부부한테 기념사진을 촬영해주었다. 하나는 나란히 선 군철과 애리싸한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고풍스레 지은 평문루각과 소주역을 신기한 눈길로 둘러보며 미라씨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건뜻 반공중에 높이 쳐들린 추녀, 호성하가에 실실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넘실거리는 실버들, 화려한 유람선에서 희희락락거리며 손을 젓는 선남선녀들…금방 내린 햇비를 머금고  실버들은 맑게 개인 파란 하늘에 유난히도 아름다움을 넘실거리며 뽐내고 있지 않겠는가. 미라씨는 선경 같은 경치에 퐁당 빠져 턱을 고이고 유람선 머리에 서서 한참이나 명상에 잠겼다. “소주는 진짜 고풍스러운 명승고적이야. 첫인상 만점이야. 내 숱한 즉흥시와 기행문을 쓸 거 같애.” 미라씨는 남편을 돌아보며 연신 감탄했다. “그럼, 소주에서 마음것 구경하고 당신 좋아하는 시나 기행문을 쓰구려.” “다만 애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게 한이야.” “그럼 인차 애들을 데려오라구.” 그들 부부가 주고 받는 대화를 듣고 군철은 윤선과 하나를 돌아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은 완전히 소주 명승고적에 빠져버려 인차 귀국할 것 같잖구나. 그럼 박총경리 고독공포증도 뚝 떼주겠는데. ㅋㅋ.” 유람선은 천천히 서쪽으로 미끌어져갔다. 유람선은 한참 달려 고소(姑苏)대문가 호성하에 이르렀다. 이 곳 호성하는 강폭이 백메터도 더 되게 넓었다. 호화로운 유람선은 산당가수향(山塘街水乡) 어귀 호성하에 이르러 멈춰섰다. 그들은 유람선에서 내려 고풍스러운 산당가를 돌아보며 마른 찹쌀떡도 사서 맛보았다. 산당가수향은 평강수향과 함께 소주에서 2500여년 전부터 있은 젤 오랜 유서깊은 수향이였다. 산당가에는 고풍이 완연한 수향풍치가 력력했다. 석판을 깐 거리 량켠에는 찹쌀떡, 양고기꼬치, 잉어꼬치 같은 수향의 먹거리가게 외에도 강남의 독특한 비단옷가게, 금은액세서리가게 등 가지각색 가게가 줄느런히 늘어서 있었다. 상업거리에는 발 딛일 틈 없을 지경으로 유람객들이 붐비였다. 군철은 가이드처럼 또 안내말을 엮어댔다.     “이 마른 참쌀떡은 옛날 오자서 장군이 소주 군민들 보고 군량으로 저장해두게 했던 떡이죠. 소주 사람들은 오자서 장군을 기리여 아직도 이 마른 찹쌀떡을 즐겨 먹는다고 해요.” 미라씨와 애리싸는 마른 찹쌀떡을 바삭바삭 씹어 먹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월궁교에 올라 산당가 옛 건물과 거리, 수로를 내려다보며 미라씨와 박문은 산당가의 독특한 강남 풍치에 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산당가 부두에서 군철의 비서 경희가 화려한 자그마한 유람선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그들 일행은 부두에서 자그마한 유람선을 갈아탔다. 자그마한 쪽배유람선은 그들 일행을 싣고 폭이 10메터 좌우 되는 수로를 따라 서북쪽으로 미끌어져 나갔다.       선미에서 뱃사공이 노를 힘차게 저으며 강남의 부드러운 말로 배놀이 노래를 흥얼흥얼 불렀다.       한참 후에 그들은  소주 옛성 서북쪽 산에 우뚝 솟아 있는 호구(虎丘)의 사탑(斜塔) 아래 부두에 이르렀다. 뭍에 오르자마자 군철은 사탑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사탑을 보세요. 왼쪽으로 비뚤지 않았는가요?” “네- 정말 삐뚤었는데요.” 미라씨가 감탄하자 박문도 덧붙였다. “비뚤었는데 어쩜 무너도 안졌어?” 군철은 사탑을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저 탑은 2천 5백여년 전에 제나라 공주의 아들 성(圣)이 오왕 위에 오른 후 父王 광과 母王太后(제나라 공주)의 산소 옆에 세운 망향탑(往乡塔)인데요. 오왕 성(圣)은  母王太后(齐国公主)가 생전에 거의 날마다 소주 성북의 망향터(望乡基)에서 제나라 고향 쪽 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부모형제를 그린 눈물겨운 일을 잊지 못해 저 탑을 이 호구(虎丘)에 세웠지요. 호구는 제나라 쪽을 바라보기 젤 좋은 산이였죠. 호구는 소주 동북쪽에서 제일 높은 산인데요. 그래서 오왕은 호구에 부모 산소를 쓰고 그 옆에 탑(塔)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후에 수토층이 깔아앉으면서 탑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합니다.” “오왕 성은 참말로 효자로군요.” 미라씨는 감탄했다. 군철은 머리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래요. 저 탑은 연통처럼 속이 텅 비였는데요. 제나라를 그렇게 그리던 모왕태후의 혼이라도 그 속으로 날아올라가 제나라로 돌아가라는 념원,  효자 ㅡ 오왕 성의 념원이 담겨 있다고 해요. 사탑은 보세요. 세워진지 2천년도 넘었지만 탑이 좀 왼쪽으로 비뚤어졌을 뿐인데요. 오왕 성의 효성에 받들려 아직도 제나라 쪽을 바라보며 소주 땅에 서 있다고 해요.”  말하는 사이 호구 산 기슭에 놓인 서너길이나 높은 엄청 큰 향로 가까이에 이르렀다. 군철의 설명은 계속됐다. “오왕 성은 인부를 동원해 소주 옛성으로부터 사탑까지 수로를 팠지요. 금방 우리 배를 타고 온 수로 말이죠. 오왕 성은 해마다 청명과 추석 전 음력 7월 15일이면 이  수로로 호화로운 유람선을 타고 부모 산소에 와서 이 향로에 향을 태우면서 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박문과 미라씨는 향로를 향해 합장배려하고 두 눈을 꼭 감고 허리를 세번이나 굽히며 하느님께 속으로 빌었다.   제나라 공주 모왕태후의 명복을 빌었을가? 오왕 성의 효성을 빌었을가? 하늘이나 알고 땅이나 알리라. 그들은 천천히 걸어 낮다란 토성 대문을 지나 천천히 호구 산둔덕으로 올라가 탑 가까이에 이르렀다. 탑 아래서 탑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눈뿌리가 아찔할 지경으로 높았다.  이끼 낀 탑 꼭대기에 구름이 걸릴 지경이였다. 윤선과 하나는 유서 깊은 사탑을 배경으로 박총경리 부부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미라씨는 터덕터덕한 사탑에 다가가 재빛벽돌탑을 매만지더니 너무나 의경이 짙은 사탑을 두고 시흥이 끓어번져 즉흥시조를 읊었다.                                     사탑(斜塔)                                         2천년 세월 흘러 기념탑 비뚤어도          왕자의 충효심은 퇴색치 않았구나          장하다 효자 왕자여 천년만년 기리리     “명시조 탄생을 축하합니다!”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 미라씨는 경건한 마음으로 한참이나 사탑을 쳐다보다가 군철을 따라 호구 산둔덕을 내려갔다. 왕족들이 제사를 지내고 쉬던 옛날 차집도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지 않겠는가. 군철은 그들 일행을 데리고 차집에 들어갔다. 미라씨는 옛 차집 창가에 앉아 커피를 호호 불어 마시면서 호구 산 아래를 내려다 보노라니 감회가 깊었다. 산 아래에서는 겨울이건만 락엽이 우수수 지는 산 기슭에 푸른 참대숲이 설레이고 월계화가  꽃웃음짓고 있어 별유천지였다. 한참 후 그들은 산 중턱에 있는 벽계수에 놓인 석조 궁형다리 위에 올라갔다. 군철은 미라씨한테 알려주었다. “저 절벽 밑에 오왕 광과 왕비(제나라 공주)의 무덤이 있다고 해요. 오왕 성은 부모의 산소가  후세인들한테 들키지 않게 하려고 벽계수 물을 가두어 산소를 물로 묻어버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산소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지요. 사탑이 한쪽으로 비뚠 것은 이 벽계수 수토층이 한쪽으롤 낮아졌기 때문이라고도 해요.” 미라씨는 머리를 끄덕였다. 궁형다리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백여평방메터나 넓이나 되는 빤빤하고 경사진 거대한 석판이 나타났다. “오왕은 부모의 산소와 탑을 다 건설한 후 내부시설 비밀이 루설될가 봐 목수와 석공, 민공 등 천여명이나 이 넓은  석판에 모여놓고 몽땅 칼탕쳐 죽였다고 합니다. 이걸 보세요. 이 돌판이 아직도 벌겋잖아요? 그때 살해된 인부들의 피로 물들어 아직도 돌판이 뻘겋다고 해요.” 군철의 설명을 듣고 미라씨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끔찍하기도. 아무리 효성이 중해도 어쩜 무고한 백성들을 지독하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녀는 쓸쓸히 머리를 들어 산정에 우뚝 솟은 한 맺힌 사탑을 다시 쳐다보았다.        하늘도 구슬퍼 눈물을 흘리는가. 초겨울 하늘에서 불시에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아마 왕자가 지독한 마음을 삐뚤게 먹고 백성을 도륙냈다고 탑도 비뚤어졌겠어요.” 미라씨는 산당가에 되돌아와 유람선을 타고 호성하를 달리면서도 자꾸 사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즉흥시조를 더듬기 시작하였다.               한 많은 사탑아         왕자의 효성에야 머리를 숙인다만       백성들 비명소리 귀전에 쟁쟁하다        한 많은 사탑아 원귀 곡성안고 무너져라         어느덧 서산에 황혼의 락조가 유람선을 업고 달리는 호성하를 누렇게 비추었다. 뒤이어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드리우기 시작하였다.       유람선은 소주 옛성 서쪽 중간에 난 서문(胥门)을 지나 호성하를 스피드를 높여 달리고 있었다. 군철은 소주 명승고적 자랑을 늘여놓았다. “소주 구경은 이제 시작인데요. 아마 한달 동안 구경해도 다 구경하지 못할 걸요. 소주에는 명승고적 원림이 많아요. 졸정원(拙政园)사자림, 오원(藕园), 류원(留园)...  또 수향(水乡)도 많아요. 주장(周庄), 동리(同里) ...  수많은 수향 너무 독특한 풍치 있는데요." "소주 구경거리 너무도 많지요. 한달이나 두달에 다 볼 거 같지 못해. ” 군철이 끼여들었다.  미라씨는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그래요? 한달이면 어떻고 반년이면 어때요. 온 바 하고는 소주 구경 다 해야죠. 소주 유람 참 좋아요.”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소주 구경뿐이겠나? 우리 이제 항주 서호, 해남도 천애지각, 북경 만리장성, 남경 장강대교 다 구경해야지. 안 그래?” “네." 군철은 미라씨에게 권했다. "사모님은 소설가시니깐요. 절강 소흥에 가서 중국 유명한 작가 로신의 고향도 돌아보아야죠. 오진에 가서 유명작가 모순의 고향도 돌아봐야죠." "그래요. 중국 명승고적이랑 작가 고향이랑 실컷 구형해야죠.” “OK!” 미라씨의 말에 박문은 군철을 돌아보며 엄지와 식지를 딱 튕기며 희죽이 웃었다. 미라씨는 유람선을 타고 호성하를 돌며 소주 옛성의 황홀한 야경을 구경하면서도 아직도 한 많은 사탑을 생각하며 비감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유람선은 초롱불이 환한 반문에 이르렀다.       반문의 항홀한 야경은 더욱 가관이였다. 미라씨의 눈 앞에는 반문 루각에서 마치 장검을 휘두르며 전투를 지휘하는 오자서 장군의 거룩한 모습이 방불히 보이는 상 싶었다. 달 밝은 밤에 대운하에 전고소리 둥둥 울리고 용사들의 고함소리 천지를 지동친다.        달리는 대형유람선에 불시에 림대옥이 나타났는가. 옛날 아가씨 복색을 한 이쁜 강남 처녀가 해금을 뜯으면서 청아한 목소리로 강남풍의 곡조로 제나라 귀공주의 "사향가"를 간드러지게 불렀다. 노래 가사도 쓸쓸한데 곡조가 어찌나 제나라 공주의 애절한 심정을 담아 쓸쓸히 노래하는지 달 밝은 밤에 유람선을 타고 달리는 유람객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박총경리와 미라씨는 소주 옛성 야경 정취에 흠뻑 취해 강남 아가씨가 부르는 "제공주의 사향가"를 흥에 겨워 흠상하였다.       달리는 유람선을 따라 구중천의 밝은 별들도 인간세상의 희로애락을 즐기려고 호성하에 날아내려와 자맥질하며 금싸락 은싸락을 휘뿌린다.        저기 저 오색령롱한 등불이 걸린 웅장한 반문 앞 높다란 궁형아치교 위에서는 아가씨들이  발돋음하며 련정을 못이겨 보름달과 키스한다. 
325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4) 김장혁 댓글:  조회:1482  추천:0  2022-10-31
          64. 오자서와 미녀 서시         링컨하이야는 박문 총경리 부부를 싣고 웃음꽃을 피우며 소주 옛성 동남쪽 귀퉁이에 자리잡은 반문(盘门)공원 광장에 이르렀다.      윤선은 벌써 표를 사쥐고 대기하고 있다가 링컨하이야 뒷문을 열어제끼며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그래. 우린 윤선이만 있으면 시름 싹 놓인다니까. 허허허.”       박문 총경리는 안해 손을 잡고 내렸다. 군철과 애리싸는 그들을 안내해 반문공원에 들어섰다. 명태조 주원장이 세웠다는 9층탑이 그들을 숙연히 마중했다. 군철은 평소에 애 둘을 키우는데다 일이 바빠 애리싸를 여기 데리고 구경시키지도 못했다. 애리싸도 호기심에 찬 눈길로 탑을 쳐다보고나서 미라씨한테 권유했다. “탑에 올라가 보죠.” “yes. 탑은 올라가 봐야 구경하는 멋이 있지.” 윤선은 미라씨와 애리싸를 이끌고 탑 안으로 들어가 나무층계로 해 올라갔다. “층계가 가파로운데요. 주의하세요.” “그래. 알았어. 우리 경주 김씨는 요렇게 자상하고 살뜰하다니깐. ㅎㅎㅎ.” 미라씨는 윤선을 치하했다. 한참 후 미라씨와 애리싸는 헐떡이며 탑 꼭대기층에 이르렀다. 란간을 잡고 아래를 굽어보니 푸른 수림 속에 거울처럼 맑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겨울인데도 푸르른 참대숲이 설레여서 별유천지라는 감을 주었다. 저 멀리 재빛토성에 “오(吴)”자가 박힌 자주색 행화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추녀가 건뜻 들린 반문 루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진짜 선경 같구려. 소주에 이렇게 고색이 짙은 경치도 있어? 저기 저 참대숲을 보니 우리 고향 경주의 참대숲이 떠오르네.” 미라씨는 연신 감탄하면서 윤선한테 얼굴을 돌렸다. “윤선은 경주에 가보았어?” “네, 가보았지요.” 미라씨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잘했어. 뿌리를 잊지 말아야지. 경주 토함산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령길엔 이맘 때면 푸른 참대숲이 설레이지,” 윤선은 탑 위에서 미라씨한테 참대숲과 반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었다. “조카, 우리 둘이 기념으로 한장 찍자.” 미라씨는 윤선과 나란히 섰다. 애리싸는 미라씨의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었다. 찰칵, 찰칵. 미라시는 윤선의 팔을 놓고 핸드빽에서 명함장을 꺼내들었다. “내 명함인데. 오전에 ‘대상해(大上海)’라는 즉흥시조 한수 썼는데요. 기념으로 드리죠.” “네- 감사해요.” 윤선은 명함을 받아 뒤에 쓴 시조를 보고 연신 감탄했다. “참 멋진 시조군요.” “그저 수필이랑 소설이랑 좀 긁적거릴뿐이야. 시는 좀 기분나면 음풍영월할뿐이야.” 미라씨는 해죽이 웃으며 윤선을 보고 물었다. “윤선은 시조 쓰지 않나요?” “전 리공과생이여서 못 써요.” “어느 대학을 나왔나?” “길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석사를 나왔어요.” “와- 참 대단해." 미라씨는 옆에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애리싸 밖에 없는지라 속심의 말을 했다. "꼭 크게 쓰일 거야. 내 고모부한테 잘 부탁해놓을게.” “고맙습니다. 고모님.” 윤선은 허리 굽혀 인사하고나서 물었다. “저의 아빠 쓴 시조 볼래요?” “오. 그래 좀 보자구.” 윤선은 멜가방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드렸다. “이건 저의 아빠가 지난해 봄에 40여년만에 상해 황포강가에 왔다가 지은 즉흥시조예요.” 미라씨는 시조를 받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상해                                조왕돌   외탄에 파묻어둔 청춘이 반겨맞소          황포강  41년 전 추억을  담아주네          세월은 흘러 갔건만 청춘 꿈은 푸르오   “와- 과시 명시조로군요.” 미라씨는 연신 감탄했다. 그녀는 조왕돌의 시조를 탑우에서 거닐면서 감정을 몰입해 랑송하며 음미했다. “상상력이 참 풍부한 시라니께. 아빠 시를 많이 썼겠군요.” “아닙니다.” 윤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는 몇해 전에 기자를 그만 뒀어요.” “왜? 우리 경주 김씨네 남자들 다 저렇게 나약하다니깐.” “로백성들을 위해 여론감독을 못할 바엔 회의보도나 하자고 기자를 하겠는가? 이렇게 항상 불평을 토로했지요. 나중에 기자를  그만두고 광고업을 시작했습니다.” “오- 그래. 잘 했어. 음풍영월해서야 무슨 돈 벌겠어. 광고업 참 좋아. 돈벌이야 잘 되겠지?” “네- 양로비용은 벌 것 같아요.” “그럼 됐어. 언제 오빠를 만나봤으면 좋겠어.” "만날 기회가 있겠지요." 미라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서 박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가 탑을 올려다보면서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했다. 이윽고 미라씨는 탑을 내려오면서 애리싸한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애리싸는 어떻게 돼 최부총경리를 알게 됐어?” “네-“ 애리싸는 속임없이 대답했다. “저와 군철씨 여동생 지예랑 이 윤선이랑 하나랑 모두 미국 하버드대 때 동기죠. 저는 지예를 따라 소주에 오게 됐어요.  지예가 소개해줘서 군철씨를 알게 됐어요.” “군철씨와 결혼할래요?” “결혼?” 애리싸는 층계를 다 내려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오마이갓, 결혼, 그렇게 중요한가요? 지금 동방에서는 졸혼 바람이 부는 시대라고 하던데요. 황차 우리 서양에서는 성해방, 성자유를 주장하는데요. 결혼 안 해도 애인으로 자유롭게 살면 안되는가요? 호호호.” 애리싸는 군철도 들으라고 일부러 높이 말하는 것 같았다. 군철도 듣고 씨무룩이 웃기만 했다. 윤선은 박문 부부를 이끌고 탑을 에돌아 거울처럼 맑은 호수가에 갔다. 호수에는 거꾸로 비낀 우중충한 나무를 타고 흰 구름송이들이 오리무리처럼 떠다니며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참말로 별유천지였다.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장 찍기오.” 군철의 말에 윤선은 호수와 탑을 배경으로 두 총경리 부부들의 기념사진을 찰칵찰칵 촬영해주었다. 뒤이어 군철은 소주 옛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주 옛성은 기원전 4- 5백년 전 춘추전국 때부터 축조하기 시작했죠. 그러니깐 이젠 소주는 2천 5백여년이란 유구한 력사를 가지고 있죠.” “참 유서 깊은 옛성이군요.” 그들은 어느덧 반문 옆에 있는 오자서 장군 사당에 이르렀다. 군철은 박문 부부를 이끌고 사당에 들어가며 설명했다. “이 사당은 오나라 오자서장군을 기념해 지은 사당인데요. 오자서장군은 우리 소주 옛성을 축조한 력사적으로 유명한 장군입니다.” 사당 안에는 검을 잡은 거대한 오자서장군의 전신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사당 안에는 오자서 승상의 생전, 몇천년 전 가옥과  병기 외에도 후세 사람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여 그린 력사이야기 련환화도 전시돼 있었다. 군철은 박총경리 부부한테 경건한 마음으로 오자서 장군을 소개해주었다. “오자서(伍子胥)는 지금부터 2500년 좌우 전국시기 초나라(지금 안휘성, 호북성, 호남성 지역) 사람인데요. 모사입니다. 그는 선친이 초왕에게 억울하게 살해되자  오나라에 도망쳤지요.” 옆에서 윤선이 애리싸한테 영어로 나직이 번역해주었다. 박문 총경리 부부는 련환화를 보면서 군철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소주 옛성은 둘레가 18킬로메터나 돼요. 2천 500여년 전 전국춘추 때부터  건설됐는데요. 몇해 전에 소주시에서는 40억원을 투자해 이 유서 깊은 소주 옛성을 재건했지요.” 미라씨와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군철은 가이드처럼 소주 옛성을 아주 체계적으로 소개해주었다. “당시엔 소주를 평강(平江),혹은 고소(姑苏)라고 불렀지요. 오자서는 오나라 수부 평강에 왔을 때 처음에는 거리를 다니면서 피리나 불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류랑하였습니다. 당시  오나라 태자 광(光)은 넷째 삼촌 료(辽)한테 빼앗긴 왕위를 찾자고 암암리에 모사와 무사를 긁어모았지요. 어느 하루 태자 광은 거리에서 떠돌며 피리를 부는 오자서의 비범한 용모를 보고 자기 집에 데려갔지요. 그는 오자서의 귀족신분을 확인한 후 오자서를 보고 왕위를 되찾아달라고 부탁했지요. 오자서는 태자 광에게 물고기를 잡아 근근득식하며 사는 무사 전제한테 황금을 주어 은혜를 입히게 했지요. 전제는 태자 광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았지요. 오자서는 오왕의 생일날에 태자네 집에 생일연회를 차리게 하고 하인을 시켜 오왕을 청해오게 했지요. 오왕 료(합려)는 조카 광을 의심하지도 않고 제 시간에 광네 집에 와서 생일연회석에 들어갔지요. 오자서는 무사 전제를 시켜 물고기 배에 비수를 넣은 물고기채대야를 연회상에 올리게 했지요. 전제는 주방일군으로 가장하고 물고기채대야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연회상에 다가갔지요. 전제는 물고기 배에 커다란 손을 넣어 불시에 예리한 비수를 빼들어 오왕 료의 목을 찔렀지요. 전제는 오왕이 죽지 않았을가봐 목이 떨어질 때까지 칼질해 가슴에 벌집처럼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습니다. 호위병들은 그 돌발적인 사태에 어정쩡해 구경하다가 뒤늦게야 정신 차리고 전제를 칼탕쳐 죽였지요. 오왕은 암살당하고 태자 광이 왕외에 오르게 됐지요.” “오-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군요.” 박문 총경리는 연신 한탄했다. “왕위를 되찾게 되자 오왕 광은 오자서에게 승상을 시켰지요. 오자서는 오나라 수부 평강(오늘의 소주 고성)  백성들을 령솔해 토성을 높이 쌓고 해자를 깊이 파고 찹쌀떡을 많이 저장해두게 하였습니다. 오자서는 지금의 절강, 복건, 광동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월나라와 산동 남쪽에 있는 제나라의 침략을 막을 만단의 준비를 했습니다.  오자서는 또 오왕 광을 보고 미녀 서시를 멀리하고 월나라와 화해하지 말며 제나라를 원정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화를 당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오왕 광은 배은망덕하고 단상에서 예리한 검을 내리뿌려주면서 오자서를 보고 자결하라고 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충신 오자서 장군은 그만 우매한 오왕 광의 핍박에 못 이겨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오왕 광은 오자서의 충고를 듣지 않고 월나라에서 보내온 미녀 서시를 끼고 날마다 술판을 벌리고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오왕 광은 월나라  미녀 서시의 미인계에 들어 끝내 나라가 엉망이 돼갔지요. 죽기 전에야  오왕 광은 오자서의 충고를 안 듣고 오자서 장군을 잘못 죽인 것을 통탄했다고 합니다.” “에이, 참, 너무 비참해요. 력사적으로 충신은 오래 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고도 많았지요. 충신의 죽음이 너무 아타깝네요.”        미라씨는 도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오자서 장군의 동상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머리를 숙연히 숙였다. 그녀는 눈물이 글썽해 오자서 장군 동상의 커다란 손을 매만지였다. “기념사진을 찍어주세요.” “네.” 박문과 미라씨는 오자서 장군의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뒤이어 그들은 군철의 소개를 계속 경청했다. “ 2천년래 소주 사람들은 오자서 장군을 기리여 오자서 장군의 이 생전 가옥 울 안에 사당을 짓고 해마다 오자서 장군 사당에 찾아와  향을 올리며 추모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소주 옛성 주위에 오자서 장군의 동상이 여러개 세워져 있습니다. 소주 마른 찹쌀떡(糯米饼)은 오자서 장군이 당시 백성들 보고 저장하게 한 떡인데요. 지금도 소주 사람들은 오자서 장군을 기리면서 마른 찹쌀떡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때마침 떡장사가 오자서 생가 앞마당에서 소주 마른 찹쌀떡을 파는 것이 보였다. 그들 일행은 미라씨의 말에 따라 오자서 장군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찹쌀떡을 사서 맛보았다. 미라씨는 오자서 장군 생가 대문을 유심히 되돌아보면서 연신 한탄했다. “아, 소주 옛성에는 비장한 이야기도 있군요. 소주는 유서 깊은 곳이군요.” 오자서 장군 생가 토성 옆의 참대숲도 구슬프게 설레였다. 정원의 나무에서 락엽이 우수수 지면서 쓸쓸한 마음이 겹겹이 더 쌓이게 하였다. 월계화가 곱게 피여 웃으며 오자서 장군의 억울한 혼을 위로해주는 상 싶어 더욱 쓸쓸했다. 윤선의 안내를 받으면서 미라씨 등은  반문 옛성곽 루각에 올라가 둘러보았다.       옛장수 복색을 한 장군과 무사들이 칼을 차고 름름한 자태로 루각과 성곽 요새마다에 서 있었다. 그 무사들 속에서 당년에 긴 검을 차고 오나라 군사들을 지휘해 왜적들과 싸우던 오자서 장군을 보는 상 싶어 더욱 애절해났다. 귀가에는 전고가 둥둥 울리고 전마가 호용하고 오자서 장군의 함성이 지동치는 상 싶었다. 진짜 당년의 춘추전국 시기 오나라 반문 성곽보위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반문 옹성 밖의 돌토성에는 륙로로 통한 대문과 수로로 통한 수문이 바라보였다. 수문 쇠살창 밑으로는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 수로를 통해 선박들이 군사를 싣고 소주 옛성곽을 출입했다고 합니다. 소주 옛 시내에는 거리마다 수로가 가로세로 뻗어 있어 기본상 배로 통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금도 소주 옛성 동남구역의 평강거리에는  수로가 가로세로 뻗어 있어 쪽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습니다.”           윤선의  설명을 듣고 미라씨는 부쩍 호기심이 동했다. “언제 시간 나지면 평강거리에도 가보죠.” “네, 그렇게 합시다.” 군철이 시원히 대답했다. 미라씨가 반문 잿빛벽돌토성 남쪽을 바라보니 폭이 100메터도 넘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대운하에는 유람선과 화물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고 있어 일대 강남풍경을 이루었다. 미라씨는 손으로 그 강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 강은 무슨 강인데요?” “대운하죠. 소주 옛성 토성에는 반문 같은 문이 여덟개나 있고 옛토성(古城墙) 밖에는 저렇게 대운하와 호성하(护城河)가 흐르고 있습니다.” “네. 해자가 저렇게 넓은 강으로 돼 있군요. 참 장관인데요.” 군철은 미라씨가 대운하에 부쩍 관심을 가지자 인차 새 제의를 했다. “형수님, 그럼 대운하에서 유람선을 타고 배놀이하면서 소주 예성을 둘러볼가요?” “참 좋아요.”      박문 부부는 오자서 장군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반문 루각에서 내렸다. 그들 일행은 륙로 대문으로 나가 대운하 부두에 다가갔다. 부두에는 벌써 박 총경리의 녀비서 은희가 유람선을 마련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유람선은 그들을 싣고 대운하에서 서서히 미끌어져나갔다. 유람선이 이윽고 커다란 세개 궁형으로 된 아치교 밑을 지나갔다. 유람선에서 반문 루각을 돌아보니 아주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대운하가에 우뚯 솟은 재빛토성에서는 전마가 호용하고 장수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미라씨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문은 안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반가웠다. (안해를 소주에 붙들어둘 일루 희망이 보이는구나. ㅎㅎ.) 윤선은 또 대운하를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이 대운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습니다. 대운하는 중국 수조 수양제 시기에 판 것으로 알려집니다. 대운하는 북에서 북경으로부터 남으로 항주에 이르는 수천리 수로입니다.”    “엄청 길군요. 이런 큰 강을 어떻게 수천리씩이나 팠을까요? 대국은 대국이야.”  미라씨가 연신 혀를 끌끌 찼다. “수양제는 대운하 량안의 수백만명 백성들을 동원해 이 대운하를 팠지요. 수양제는 강남을 순찰할 때면 화려한 대형유람선 수십척을 휘동해 대운하로 해 남하하였다고 합니다. 그때면 대운하 량안 10리 안의 백성들이 모두 돼지나 닭을 잡아가지고 와서  바쳐야 했지요. 수양제 순찰어선이  다가오면 당지 백성들과 관리들은 모두 대운하 수십리 량쪽에 꿇어엎뎌 ‘우리 황제 만세!’를 높이 불러야 했다고 합니다.” “우와- 그때 굉장했겠어.” 유람선은 어느덧 남쪽 토성과 소주 옛성 중심거리로 통하는 남대문에 이르렀다. 대운하 량안에 푸르른 참대숲이 초겨울 바람에 설레이며 강남 록색풍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룡두유람선, 목조루각유람선들은  희희락락거리는 유람객들을 싣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얀 물갈퀴를 일구며 달아다녔다. 유람선과 유람선이 대운하에서 만나면 유람객들은 서로 손을 젓거나 수건을 흔들며 반겼다. 유람선은 어느덧 소주 옛성곽 동남쪽 귀퉁이에 자리잡은 사문(蛇门)에 이르렀다. “여기서 내려 사문 루각에 올라가 구경합시다.” 군철의 말에 모두들 유람선에서 내려 사문쪽으로 이동했다. 한참 후에 그들은 참대숲을 꿰질러 옛토성에 올라 사문 루각에 이르렀다. 사문에는 반문의 루각보다 더 높고 큰 2층 루각이 우뚝 서 있었다. 넓다란 사문 보루에는 풍향계, 커다란 북, 옛 대포가 진렬돼 있었다. 군철은 사문을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오나라는 소주지역을 중심으로 장강 남쪽을  차지했는데요.  오나라 주적국은 소주 남쪽, 지금의 절강과  복건, 광동 지역을 차지한 월나라였습니다. 월나라는 속칭 뱀의 나라라고도 하였습니다. 오나라 승상 오자서는 소주 옛성 성곽 동남쪽 월나라 방향으로 이 사문(蛇门)을 건축하고 사문(蛇门) 밖에 두갈래 뱀모양의 해자를 깊이 파놓고 토성 밖에서 월나라 침략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미라씨는 옛 대포 아구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군철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월나라 국사 범계는 항주 부근 미녀 서시를 오왕에게 보내 겉으로는 화친할 상 하고 암암리에 미인계를 써서 오나라를 망하게 만들려고 들었지요. 오자서는 월나라 모사 범계의 음모를 간파하고 오왕 광에게 미녀 서시를 버리고 정사를 돌보며 월나라와 화친하지 말라고 충고했지요. 그러나 오왕은 오자서의 충고를 안 듣고 오자서를 자살하게 한 후 무석 태호 부근에 별장을 짓고  날마다 미녀 서시를 끼고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미녀 서시는 망해가는 오나라 정치, 군사, 경제 정보를 월나라에 빼보내 오나라가 월나라에 엉망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미녀 서시는 남편 오왕을 죽게 한 죄책감에 나중에 태호에 뛰여들어 자살했습니다.” “남편을 잡아먹은 년 천번만번 죽어 마땅하죠.” 미라씨는 자못 격분해했다. 윤선은 머리를 끄덕였다. “고모님도 이후에 무석에 가면 태호가에 세워진 미녀 서시 기념관과 미녀 서시 동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네, 그러죠. 중국엔 구경거리도 많고 재미나는 력사이야기도 많아 참 좋아요.” 미라씨의 말을 듣고 박문 총경리는 흐뭇해했다. (그래, 진작 그래야지. 당신이 여기에 마음을 붙여야 내 살 날이 오지. ㅎㅎㅎ.) 그는 속으로 이렇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중국의 숱한 명승고적이 저 녀편네를 오래오래 꽉 붙들어 두옵소서.) 군철의 설명은 계속 됐다. “오자서는 죽기 전에 월나라 국사가 왕위를 찬탈하련다고 리간계밀서를 써놓았댔습니다. 오자서의 심복이 그 밀서를 월왕에게 전하였지요. 그 밀서를 보고 월왕은 자기 스승인 범계를 의심하기 시작해 죽이려고 미쳐 날뛰였습니다. 범계는 제자 월왕이  언젠가는 자기를 꼭 죽이려고 할 거라고 예감했지요. 그는 월왕에게 미녀 서시로 미인계를 써서 오나라를 망하게 하라고 간한 후 인차 절강 려수 산굴에 숨어 중이 돼 살았다고 합니다. 재작년에 제가 범계가 만년에 은거한 려수 산굴을 돌아보았는데 감회가 깊었습니다.” “에잇, 왕들은 다 배은망덕해. 인간성이란 꼬물만치도 없어.” “글쎄 말이야. 어찌 자기를 도운 은인충신이나 스승까지 다 잡아죽이려 해?” 사문 루각에서는  은인도 충신도 몰라보고 스승마저 잡아 죽이는 배은망덕한 배신자에 대한 원망소리가 연발했다.        아, 오늘도 옛성에는 수천년 전에 맺힌 한이 휘몰아쳐 사람들을 괴롭혔다.
324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3) 김장혁 댓글:  조회:1396  추천:0  2022-10-25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3. 황포강안 마천루   황포강안에 우뚝 솟은 금무호텔 앞에 링컨하이야와 보마찌프가 귀빈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군철과 애리싸는 하이야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윽고 귀부인 미라씨가 호텔에서 남편의 팔을 끼고 만면춘풍이 돼 영화배우처럼 사뿐사뿐 걸어나왔다. 그녀는 오늘 따라 한복 위에 긴 하늘 색 외투를 껴입어 한결  시원해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장미꽃이 박힌 하얀 중절모 대신 배모자만 쓰면 공중아가씨만 못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가까이에 다가올수록 짙은 눈섭아래 예지로 빛나는 쌍까풀눈은 성숙미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 다른 귀부인들처럼 금은장신구는 다닥다닥 걸진 않았다. 하지만 팔에 미색 핸드빽만 끼여도 얼마든지 고상한 품위를 빛뿌리기에는 충족했다. “안녕하세요? 형님, 사모님.” 군철과 애리싸가 마중나가며 허리를 꿉썩, 꼽싹 굽히며 반겨맞았다. 군철은 리나와 가정모 보고 애들을 학교에 유치원에 데려가라 하고 오전엔 애리싸를 데리고 왔던 것이다. 미라씨는 미국이라면 뭐나 엄지를 내두른다는 말을 듣고 애리싸를 내세우려는 군철의 시도였다.  미라씨도 황망히 머리를 숙이며 군철의 인사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최총경리께서 직접 나오셨어요? 고마워요.” “Good morning?” 애리싸가 금발머리를 흩날리며 허리굽혀 인사하였다. 미라씨는 영어로 화답하며 신기한 눈길로 애리싸를 바라보았다. “Good morning? are you?” 미라씨는 애리싸와 군철을 번갈아보며 신기하게 물었다. "귀 회사에도 금발미녀가 있는가요?" "아닌데요. 미국 제약회사 기술자인데요. 저의 녀동생하구 하버드대학 동기인데요. 지금 중국에 와서 한 회사에 다녀요. 사모님을 동무해 관광하라고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군철은 애리싸를 애인이라고 덧붙였다. “네- 녀동생도 데리고 오죠.“ "후에 봅시다." 군철은 미라씨한테 의견청취를 했다. “오늘은 소주에 가서 대운하와 옛성을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요?” 미라씨는 링컨하이야에 다가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아직 상해도 제대로 구경 못했는데요. 소주 옛성은 뭘 구경할게 있는지요?” 군철은 꽤나 난처하게 됐다. “네- 미안해요. 구경은 그래도 소주인데요. 제가 주밀하게 예산하지 못했는데요. 그럼 먼저 상해 황포강에서 배놀이 할가요?” 미라씨는 군철에게서 눈을 떼고 호기심에 찬 눈길로 하늘을 찌른 마천루군을 둘러보는 것이였다. 그러자 군철은 인차 눈치챘다. 즉시 관광코스를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맞아요. 상해 구경은 마천루와 황포강 량안 구경인데요. 그럼 먼저 상해 마천루부터 구경할가요?” “좋아요.” 윤선이 허리굽혀 인사하며 링컨하이야 뒤문을 열었다. "총경리님, 사모님, 어서 오르세요." "그러죠. 우머. 멋지군요." 미라씨는 윤선을 보고 첫눈에 호감이 가 알은 체했다. "이름 어떻게 부르죠?" "김윤선이라고 불러요." "김씨군요." 미라씨는 차에 오르려다가 주춤 멈춰서며 윤선한테 얼굴을 돌렸다. "무슨 김씨인가요?" 윤선은 웃는 얼굴로 마주 바라보며 화답했다. "경주 김씨입니다." 미라씨는 차에 오르면서 환성을 질렀다. "그래? 아니, 여보, 여기서 종친을 만났군요." "그래? 기쁘겠네." 미라씨는 윤선한테 자기도 경주 김씨라고 하더니  남편 보고 부탁했다. "우리 종친을 잘 보살펴주세요." "그러고 말고. 부인님 부탁인데. ㅎㅎㅎ." 미라씨는 반기며 윤선한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잘 보내자고. 허리를 쭉 펴고 일하게나. 우리 경주 김씨는 조선 신라 천년 통치한 왕족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라고. 우리 차에 오르라고." "네?" 윤선은 감히 차에 오르지 못하고 군철의 눈치를 보았다. "오르라고. 오늘 사모님을 잘 모시라고." "넷." 윤선은 그제야 링컨하이야 앞좌석에 올라탔다. 미라씨는 남편을 돌아보며 물었다. "운전수도 조선족인가요?" "아니, 중국 인 왕용이요. 터놓고 말해도 괜찮아. 알아 못 들어." "오- 아주 주밀하군요." 미라씨는  앞좌석에 앉은 윤선의 머리에 얼굴이 닿을 지경으로 다가앉으며 화기애애하게 물었다. "윤선이, 집에 족보랑 있어?" "있어요." "경주 김씨 몇대 손인지 알아요?" "아버지가 저를 경순대왕의 33세손이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나하고는 조카벌이군요. 난 경순대왕의 32세 후손녀죠. 우리 고모와 조카로 보내자고. 이제부터 이 령감을 고모부라고 불러요." 윤선은 돌아앉으며 상전의 눈치를 보며 희죽이 웃었다. 박문은 사람좋게 웃으며 정색했다. "그래, 우리 회사에서 처조카를 하나 얻어 기쁘네. 이젠 고모부라고 부르라고. 그러나 회사에선 우리 관계를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불편해져." "네- 알겠습니다." 미라씨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관계가 홀딱 밝혀지면 후에 고모부 조카를 생각해주자고 해도 눈치 보일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미라씨는 윤선을 치켜 올렸다. "여보, 보라고. 우리 경주 김씨네 남자들 모두 얼마나 잘 생겼어? 왕의 후손이 다르긴 다르다니깐. 호호호." "그래. 신라는 우리 밀양 박씨하고 경주 김씨네 조상왕들의 세상이였지." "당신도 신라 왕족 박씨 후손이 돼 얼마나 사내대장부처럼 잘 생겼는가요. 호호. 아무튼 조카를 잘 생각해주세요. 안 그럼 혼날줄 아세요." "그래. 당신 오자마자 중국에도 세력의 손을 뻗치는구만. 허허허." "안 그럼 옛날 우리 경주 김씨네 녀왕이 셋이나 있었겠어. 진성녀왕, 진덕녀왕, 선덕녀왕..." 미라씨는 도고한 자태로  끊임없이 조상자랑을 늘여놓았다. "윤선이 아빠, 무슨 사업하는가요?" "아빠는 기자 사업을 하다가 그만 뒀어요." "오- 문재로군요." "명함 어떻게 불러요?" "조왕돌입니다." '오- 이름 또한 독특하구먼. 후에 기회 있으면 만나보자고." "네. 음력설에 올 겁니다." "그래? 참 아쉽군요. 전 음력설까지 있을 거 같잖은데." "참, 중국 종친 오라버님도 만나고 여기서 놀라고." "애들은 어쩌고?" 박문은 그 틈을 비집고 오래 생각해둔 말을 끼워넣었다. "겨울 방학에 애들을 설 쇠러 여기 오라면 되지. 상해 구경도 시키고." "맞아. 중국 첫 인상 좋으니깐요. 고려해볼만 해요. " 한편 군철은 대화기로 링컨하이야 운전수 왕용한테 지시했다. “세계금융중심마천루 앞으로 몰게.”      링컨하이야는 박문 총경리 부부를 싣고 순식간에 맞은켠 세계금융중심마천루 앞에 스르르 미끌어져 가 멈춰섰다. 뒤이어 엘레베이트는 귀빈들을 싣고 순식간에 100층도 넘는 마천루 꼭대기에 올라갔다. 마천루 꼭대기 층집 대형유리창 밑에서 하얀 구름이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다. 미라씨는 마천루에 서서 상해 시내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울탑이 울고 가겠어.” “그래?” “이제 상해에서 젤 높은 저 마천루에 올라가면 정신이 번쩍 들 거야.” “저 젤 높은 마천루에 올라가보죠.” “그러지.” 박문은 인차 군철한테 다가가 안해의 요구를 전해주었다. “네, 그러죠. 소주는 언제 갈가요?” “상해 구경을 다 한 후 천천히 가지.” 박문 총경리는 군철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이번 관광비용은 전번에 준 공회 비용으로 결산하게나.” 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렐 저었다. “아니요. 이번 관광은 아우가 아주머님을 요청한 건데요. 저의 사비로 전담하겠습니다.” 박문은 시답잖아 상을 찡그렸다. “아우한테 부담 너무 시키는데.” 군철은 머리를 들고 가슴을 쭉 내밀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죠. 공사분명해야죠. 회사 일도 아닌데요. 형제간 일에 절대 공회 사업비용을 다쳐선 안돼요.”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성님이 저를 부총경리로 승급시켰기에 몇달 전부터 로임을 인민페로 13만여원이나 탔는데요. 아우한테 성님(형님)의 은공을 갚을 기회를 좀 주세요.” 박문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자네 승급한 건 본 회사 리회장님께서 결정한게지. 어디 내가 한마디나 삐쳤다고 그래?” 군철은 박총경리 두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성님(형님), 형제 사이에 요만한 것 때문에 두 말하지 맙시다.”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또 한번 내심으로부터 군철한테 탄복했다. (국내에선 대륙 빨갱이들이 어떻게 썩었구 어떻게 공금을 탐오하구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참, 아우는 판판 달라. 이런  빨갱인 첨 봐. 헛, 참, 아우는 알고도 모를 무서운 놈이야.) 군철은 박총경리 부부 기분 좋아하는 틈을 타 뭔가 또 들이밀어야 했다. 군철은 이전에도 전임 총경리를 기분 좋게 술을 사먹이거나 마사지를 시켜주고는 자기 소원을 하나하나 묘하게 챙겼던 것이다. 이전에 전임 김총경리보고 직원들의 로임을 올려주게 했고 직원들의 사회보헝료를 회사에서 지불하게 했던 것이다. 물론 인건비가 올라가 본사의 비준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김총경리는  군철에게 삶기워서 삶은 개다리 물물 빠지게 됐다. 군철은 중화인민공화국 로동법에 의해 회사에서 직원들의 사회보험료를 지급해 사회보험에 참가시키지 않으면 중국에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딱 바투들이댔다. 김총경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본사 비준을 거쳐 회사 돈으로 직원들의 사회보험을 시켜주지 않으면 안되였다.     이번에도 박총경리는 례외가 아니였다.  군철은 박총경리를 잘 해주고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두고 예술적인 감정외교라나 할가? “성님, 공회에 과학기술혁신팀을 세워야겠어요.” “과학기술혁신팀? 뭐 하는 건데.” “저는 초보적으로 우리 회사 생산설비를 자동생산설비로 혁신할 예산인데요. 그러면 인건비도 줄이고 생산량도 올리고 생산직장 직원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지요.” “그래? 참 좋아. 좋긴 새 메모리 생산설비를 연구해내게." 박문 총경리는 군철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주위를 살피더니 나직이 말했다. "지금 미국에서 반도체를 롱단하려고 들어. 그놈들은 우리 한국 반도체를 이것 저것 제한하고 미국의 지배를 받아라고 하네. 대만섬 반도체도 례외가 아니네. 모든 걸 미국의 지배와 통제하에 생산해야 한다네. 그러잖으면 제재한다네. 미국은 누가 자기네를 초월하면 제재를 가하네. 중국 화워이에도 심술을 부려 제재했지. 이전에 일본이 세계 경제2위로 급부상하자 미국은 경제 제재를 가해 파탄나게 만들었어." "미국이 진짜 나쁜 놈들입니다. 군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척하면서 국제경찰질을 하지요. 또 정치와 군사로 한국과 일본을 얼리고 닥치고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쩍 하면 심술을 부리고 재패하고 롱단하려고 들죠."     박문 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을 찌푸리더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본사에서 새 메모리를 생산하려고 해도 미국에선 심술을 부리면서 주요부품 생산장비를 더 주지도 않네. 이미 평택기지에 준 생산장비도 중국에  빼돌릴가봐 되찾아가지 못해 미쳐날뛰네. 그뿐인가. 숱한 경제간첩들을 세계 각지 도처에 파견해 자기 말대로 누가 하지 않는가 살피고 있네." "그게 미국 식민지 한국의 난처한 점이죠. 미국 양키들의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회사를 경영해요?"     박총경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참 답답하네.그래도 우리 본사에서는 찍소리 못쳐. 중국 정부가 우리 회사 안전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미국도 어쩌는 수 없어.우리 주위에도 미국 경제간첩이 있을지도 몰라. 항상 주의해야 해. 우리 회사 당장 새 메모리 생산하기 힘드네. 아우가 새 메모리 생산장비만 연구해내면 본사도나 우리 분회사 숨통이 트이겠는데. 올해 3분기 우리 본사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분의 1이나 줄어들었어. 우리 회사도 리윤이 몇조원이나 줄어들 거 같네." 군철도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심각하군요.우리 공회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을 리용해 힘껏 연구해보겠습니다." 박문은 한국 본사에서도 연구제조하지 못한 생산장비를 연구해내겠는가 미심쩍었다. 그러나 일단 일루희 희망을 품고 지지해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과힉기술혁신팀이라던가, 회사원을 더 모집해야잖겠나? 본 회사에서는 인건비가 자꾸 올라가서 현재 직원도 자꾸 줄이라고 하는 판인데. 비준하겠나?” 박총경리는 미답잖다는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회사에는 과학기술인재가 아주 많아요. 윤선이랑 하나랑  길림대학과 할빈공업대학 전자공학과 건축설계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박사학위까지 탔어요." "그래? 윤선인 큰 짐을 질 재목이군." "네- 이번에 윤선한테 공회 부주석 겸 과학기술혁신팀 부팀장으로 승급시킬 예산인데요. 어떤가요?" "참 좋아요. 공회 일은 최부총경리 전담해 하세요. 그저 경비 더 수요되면 나한테 말하세요." "감사합니다. 박총경리 지지하는 한 우리 공회 일 잘 될 것 같아요." 저쪽에서 윤선은 손으로 여기저기 가리키며 미라씨한테  뭔가 설명해주고 있었다. 군철은  신심에 차 말했다. "우리 회사에는 북경대학, 청화대학, 복단대학 졸업생도 있어요. 미국 하버드대학과 영국 켐푸리치대학과 프랑스 리오대학 류학생도 있어요. 인재자원을 랑비해선 안되죠. 이런  전문인재들을 조직해서 왼전히 과외시간에 설비기술혁신을 연구하려고 그래요.” “참 좋아. 그런데 또 비용이 수요되지 않겠나?” “설비개조를 완성하기 전엔 회사 경비를 일전한푼 쓰지 않겠어요. 공회 사업비용으로 먼저 대겠어요. 만약 연구에 실패하면 우리 개인들의 로임으로 연구에 헛쓴 공회비용을 몽땅 배상하겠습니다.” 군철의 말에 박총경리는 두 손 들어 찬성했다. “참 좋아. 그런 노조, 아니, 공회 과학기술혁신사업은 전적으로 지지하겠네. 그러나 경제부담은 가지지 말게나. 실패해도 회사에서 비용은 부담해야지. 한해에 몇십조원 리윤을 내는 우리 회사에서 고만한 훙금도 없어야 쓰겠는가. 만약 성공하면 상금을 톡톡히 주겠네.” 박문 총경리는 군철의 두 손을 꽉 잡아주었다. 뒤이어 박문은 또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우, 이젠 회사 찌프 타고 출근하라구.” 군철은 희죽이 사람좋게 웃었다. “통근뻐스 너무 좋은데요.” “내 말 좀 들으라구. 이젠 명색이 부총경린데 뻐스가 뭐야? 돈이 없나? 뭐가 모자래? 이 형이 보태주마. 뽀마찌프 두고 뭐야? 부총경리 체면 좀 챙기라구.” 군철은 정색했다. “성님, 돈이 없어 그런 건 아닌데요. 몇달 허리띠 졸라매면 오디나 벤츠도 살 수 있죠.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려면 저부터 공중뻐스를 타는게 옳다고 생각해요.” “쳇,” 박문은 코웃음쳤다. “너무 나갔어. 허황해. 자네 한사람이 자가용 안 탄다고 지구가 뜨거워지지 않을 거 같애? 잔소리 말고 올해 내에 자가용 갖추라고. 현시대에 좀 맞는 소비관념을 갖추라고.” 군철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라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좋은줄 모르겠는가. 그는 기실 몇번이고 자가용을 사려고 좀자르다가 그만두었던 것이다. (자가용 사는게면 순정 이모 차린 고아원 고아들한테 뭔가 해주겠다.) 그후부터 군철은 “자가용마저 없는 부총경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체면을 구기고 달마다 로임에서 3만원씩 떼내 순정 이모한테 송금해 고향 고아원에 기부하였다.   “이모, 겨울이 다가오는데 고아들한테 옷이라도 사 입히고 학잡비에 보태십시오.”  군철은 송금한 후 이런 감동적인 메세지를 보냈다. "고맙다. 군철아, 네가 이모를 잊지 않아 고맙다." "이모,  전 어머니가 없습니다. 이젠 이모를 어머니처럼 모시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합시다. 이모, 양력설에 문예공연단을 데리고  우리 회사에 올 수 없겠는지요?  양력설에 혼자 고독하게 보내지 말고 우리 집에 모여 쇱시다. 겸사 겸사해 꼭 오세요." 순정한테서 인차 회답이 왔다. "십여명 조직해 데리고 꼭 갈게." "감사합니다. 스타예술인들을 골라 데리고 오십시오. 비행기표랑 주숙이랑 근심하지 마십시오. 이모 기다릴게요." ...       한참 후 군철은 박문 총경리 부부를 모시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세계금융중심루에서 내려가 상해에서 젤 높은 마천루에 올라갔다. 엘레베이터도 100층 전에까지 올라가서 짧은 엘레베이터를 갈아타고 몇층 더 올라갔다. 유리루각처럼 번쩍거리는 마천루에 올라가 서니 어림증이 날 지경이였다. 마천루 유리벽과 유리밑바닥을 스치며 구름이 유유히 흘렀다. 미라씨가 유리밑바닥으로 내려다보니 높고 낮은 건축물들이 자그마한 성냥곽처럼 보였다.  “너무 높아 겁나요!” 미라씨는 박문의 손을 잡으며 경탄했다. 상해 시내를 굽어보니 가슴까지 별스레 설레였다. 뒤이어 그녀의 가슴에는 시흥이 끌어번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 마천루는 세계에서도 두번째인지 세번째로 높은 마천루래.” 남편의 말에 미라씨는 쌍까풀눈을 슴벅이며 감탄했다. “그래요? 그저 마천루 아니군요. 상해에 와보니 세상이 높고 큰게 알리누만요. ” “그래. 여기서 소원을 빌면 모두 이뤄진대.” 박문은 미라씨의 손을 꼭 잡고 마주 바라보았다. “여보, 사랑하오. 미라씨, 영원히 사랑하오. 우리 영원히 갈라지지 말고 함께 살기오.” “호호호. 또 그 말인가요? 그게 당신 최대 소원인가요? ㅎㅎㅎ” 박문은 정색해 안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도 소원을 빌어보오.” “네. 그럴가요?” 미라씨는 박문과는 달리 동쪽을 향해 돌아서더니 두 눈을 살며시 감더니 두 손을 합장하고 서서 속으로 소원을 빌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드디여 두 눈을 뜨며 남편을 보고 해시시 웃었다. “뭐라고 빌었어?” “비밀.” 미라씨는 군철이랑 저 먼 발치에 있는 것을 보고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그녀는 기실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혼자 중국에 온 남편이 바람 피우지 말게 하느님께서 말려주세요."   반시간 가량 구경하고 미라씨는 군철과 윤선 등을 따라 아쉬운대로 마천루에서 내렸다.      뒤이어 링컨하이야는 부두에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들 일행은 인차 황포강 유람선에 올랐다. 미라는  박문 총경리와 함께 배머리에 나란히 서서 중절모자를 벗어쥐고 시원한 강바람에 몸을 맡겼다. “어- 시원해.” 하늘에서 무수한 은침이 황포강을 찌르며 강물에 뛰여들었다가도 은잔디로 뛰놀며 숨박곡질하더니 옥구슬로 탈바꿈한다. 화려한 유람선이 희희락락거리는 신사숙녀들을 업고 달리며 배놀이를 즐긴다. 황포강 량안의 우중충한 옛 층집은 미라씨를 반겨맞아 주었다. 저기 옛 상해시 정부청사가 마주 달려왔다. 드디여 남경로 어귀 붐비는 외탄거리가 안겨왔다. 루즈벨트호텔과 국제판점이 보인다. 드디여 소주하의 외파도교(外摆渡桥)도 보인다. 붕- 유람선은 기적을 울리며 기나긴 몸을 동북쪽으로 틀었다.     이윽고  륙가취(陆家嘴)의 마천루군이 마중온다.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구름 우에 두둥실 솟아 있는 마천루는 마치 신비한 신기루를 방불케 했다.      구름 위에서 동방명주가 신비의 기발을 들고 마주 달려온다. 금방 올라갔던 세계금융중심도 손짓하며 반겨 마중한다. 엊저녁에 류숙해 부부 원무를 추던  금무호텔도  반겨맞아준다. 금무호텔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하얀 구름송이를 따다가 얼굴을 살짝 가리운다. 박문 총경리는 안해와 함께 배머리에 나란히 서서 신비한 황포강 량안 풍경을 구경한다. 호기심과 희열로 차넘치는 안해의 표정을 읽고 속으로 흐뭇해났다. 안해를 꼭 잡아 두고 싶은 심정이 불붙듯했다. 그는 뜨거운 희망과 갈망에 찬 소원을 안고 안해 어깨를 감싸안았다. 옆에서 윤선은 끊임없이 황포강 량안 주요 건물을 손가락질하면서 설명해주었다. 그는 드문드문 박문 부부한테 영원한 기념이 될만한 사진도 찍어주었다. 윤선은 박총경리와 단거뻔에 확 한 가족이 된듯한 기분에 잠겼다.      윤선의 그 모습을 보고 애리싸마저 질투할 지경이였다. 애리싸와 군철은 박문 총경리 부부 화기애애한 모습을 핸드폰 렌즈에 담아 찰칵찰칵 찍어주었다. 박문 총경리는 때를 놓치지 않고 안해한테 물었다. “상해 인상 어때?” “백문불여일견이라고 대상해 참 좋아요. 한강 배놀이만 못잖아. 흥기하구 슬기 데리고 왔더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이제 겨울 방학이 되면 애들을 데려다 구경시키지.” “그러죠. 상해는 진짜 선경처럼 아름다워요.” 그녀는 저도 몰래 흥에 겨워 즉흥시조를 더듬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대상해      마천루  꽃구름을 잡아타고 춤추는데    배놀이 신나누나 황포강 신사숙녀   대상해 보잖고 어찌 지상락원 알손가?
323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2) 김장혁 댓글:  조회:1427  추천:0  2022-10-24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2. 총경리 소설가안해         북방에는 거위털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산야에 흰 이불을 덮어주었다. 산과 들은 참말로 은빛세계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강남에는 산과 들에 아직도 록음이 짙고 갖가지 아름다운 화초들이 한창 피여나 유람하기 좋은 계절이였다.       상해 포동공항 국제선 출구.       군철은 애리싸, 리나, 경희, 하나, 은희, 윤선 등을 데리고 박총경리 안해 마중을 나왔다. 하나랑 군철 부총경리가 리나와 애리싸, 지어 윤선까지 데리고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기실 군철은 박총경리 안해 마중하러 올 인원선정에 무척 신경을 썼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박총경리와 가정적으로 형제 우정을 돈독히 하려고 본댁 리나와 애인 애리싸마저 다 데리고 왔던 것이다. 물론 리나와 애리싸는 어색한 관계지만 리나도 그리 꽉 막힌 녀자는  아니여서 리해해주었다. 애리싸는 더 말할 것 없이 개방된 서양녀자라는데서 리나를 데리고 와도 괜찮았다. 박총경리 평소 말에 의하면 그의 안해 김미라씨는, 한국인들이 다 그렇다싶이 서양, 특히 미국 경제와 문화를 선호했다. 그리하여 군철은 이번에 금발미녀 애리씨를 내세우기로 했다. 윤선을 데리고 온데는 다른 원인이 있었다. 김미라씨는 경주 김씨인데다가 소설가였다. 온 회사에 30여명 조선족 가운데서 시라도 좀 쓰고 문학을 즐기는 이는 윤선과 하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윤선은 경주 김씨였다. 그는 사모님과는 종친관계이기에 거리를 팍 줄이고 단통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이쁘고 새파란 경희나 하나, 은희를 데리고 오면 원래 의심이 많은 김미라녀사가 질투할가봐 근심됐다. 그러나 박총경리가 열렬히 마중하는 기분을 돋구려는지 기어이 자기 비서들을 데리고 가겠다는데 무슨 수가 있겠는가. 리나는 동료들을 보긴 좀 부끄러웠지만 흔쾌히 마중대오에 가담했다. 그녀는 내심으로 군철의 부름을 기쁘게 생각했다. 부지중 자기가 군철의 안해 자리를 막 되찾게 되는 기분이였다. 그러나 애리싸도 온 것을 보고 못내 속이 알알했다. 그러나 그녀는 극력 참으며 겉으로는 애리싸를 질투하지 않는 척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기까지 했다. 리나, 하나, 경희, 은희, 애리싸 등은 각기 색다른 생화묶음과 꽃따발, 화환을 들고 대기했다. 꺽다리 윤선은 두손으로 환영 패쪽을 들고 오리무리 속의 거위처럼 목을 빼들고 국제선 출구를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다. “저기 나오네!” 박총경리 말에 모두 일제히 출구 쪽에 눈길을 돌렸다. 꽃을 꽂은 하얀 중절모를 삐딱하게 쓴 녀성이 어깨 넘어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자그마한 트렁크를 끌고 핸드빽을 팔에 끼고 패션모델처럼 손님들 속에서 사뿐사뿐 걸어나왔다. 50대가 아니라 40대 초반 미녀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오면서 긴 미색외투만은 상해 더운 날씨에 좀  탐탐해보이고 더워보였다. “사모님, 환영해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윤선의 뒤로 아가씨들이 일제히 열렬히 소리치며 생화묶음과 꽃다발을 흔들면서 마주 나갔다. 그녀들은 활짝 꽃핀 얼굴로 마중하며 허리굽혀 깎듯이 인사하였다. 숱한 손님들은 무슨 귀부인이 나왔는가고 눈이 휘둥그래  호기심에 찬 눈길을 미라씨한테 모았다. 미라씨는 주춤 멈춰섰다. 그녀는 놀란 눈길로 꽃묶음을 안겨주는 아가씨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뒤에서 스적스적 마주 걸어오는 남편을 보고서야 영문을 알고 활짝 웃음꽃을 꽃피웠다. “미라씨, 편안히 왔지? 상해 그대를 반겨요.” 박총경리는 진짜 반갑게 안해를 마중했다. 윤선은 눈치 빨라 제꺽 사모님 손에서 트렁크를 받아쥐였다. 박문 총경리는 그리운 격정을 울컥하며 안해를 와락 끌어안았다. “O-K!” 애리싸는 엄지를 척 내두르며 핸드폰을 들어 그 감격적인 장면을 촬영했다. 하나는 생화를 박총경리 손에도 쥐여주었다. 경희는 사모님 목에 화환을 걸어드렸다. “기념 사진을 찍어드리죠.” 군철은 박총경리와 사모님을 나란히 서게 했다. “뽀뽀 하세요!” 찰칵! “키스하세요. 박총경리님” “그래?” 박문 총경리는 희죽이 웃으며 입을 미라싸의 얼굴에 가져갔다. 미라씨는 숱한 사람들 앞인지라 쑥스러운지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찰칵! 박총경리는 미라씨의 볼에 살짝 키스해주며 나직이 고백했다. “사랑해요. 사랑하는 안해 미라씨.” 여기저기서 샷타를 눌렀다. 조명등이 번쩍번쩍. 박총경리 부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였다. 진짜 결혼이나 다시 하는 듯한 신혼부부 기분에 휩싸였다. 가슴이 설레이고 하늘에 붕 뜨는 기분에 아랫배마저 찡해났다. 뒤이어 박총경리는 안해한테 군룡을 비롯해 마중 나온 일행을 일일이 소개했다. 미라씨는 입이 함박만해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짤막하게 연신 “감사해요. 리총경리.”, “뜨겁게 마중해줘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에도 동포들이 이렇게 많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사모님은 높은 점수를 줄 것 같았다. 군철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공항 지하주차장에서 벌써 도요다표찌프와 초대형링컨하이야, 보마찌프까지  세대나 기다리고 있었다. 윤선은 벌써 링컨하이야 오른쪽 뒤문을 열고 허리를 굽히며 서 있었다. 박총경리는 군철의 주도면밀한 써비스에 개탄하며 링컨하이야에 안해와 함께 올라탔다. 그러자 군철이랑 뒤에 찌프에 주르르 올라탔다. 링컨하이야가 긴 몸을 스르르 미끌어져 나가자 보마찌프와 도요다찌프가 뒤따라 나갔다. 미리씨는 남편과 문안 몇마디 하고는 차창 밖으로 상해 포동의 불야성 경치를 구경하면서 연신 감탄했다. 링컨하이야는 부부의 하늘에 붕 뜬 기분과 설레임과 더불어 웃음꽃을 싣고 씽씽 날듯이 달리고 있었다. 링컨하이야는 하늘을 찌르며 수풀처럼 우뚝우뚝 솟은 마천루 속을 누비며 금모호텔 앞에 가 멈춰섰다. “호수가에 아파트 탔다면서요? 우리 아파트에 안 가요?” 미라씨는 의아해 했다. 박문은 링컨하이야에서 내리며 으시댔다. “리부총경리가 오늘 우리를 상해 마천루에서 신혼의 밤을 보내라고 해. ㅎㅎㅎ.” “그래요? 리총경리 참 아량있게 배치했군요.” 호텔 해군정장을 한 직원이 링컨하이야를 마중 나와 허리 굽혔다. 박총경리는 미라씨 손을 쥐고 호텔로 들어갔다. 군철이네 일행은 호텔 앞에 늘어서서 허리 굽히며 연의했다. “좋은 밤 되세요.” 박문 총경리 부부는 돌아서서 손을 저으며 화답했다. “그래. 감사하이.” 호텔 직원이 트렁크를 끌고 엘레베이터에 들어가 번호 77층을 눌렀다. 엘레베이터는 박총경리 부부를 태우고 순식간에 77층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하나도 멀미 나거나 흔들리는 감각이 없었다. “벌써 올라왔어.” “그래. 7초에 올라왔어.” “엘레베이터  참 선진이야.” 호텔 방에 들어가자 미라씨는 창문 카텐을 열고 황포강변 상해 불야성을 내다보았다.      무수한 별들이 황포강물에 뛰여내려 목욕재계한다. 금잔디 은잔디 금빛 은빛을 반짝이며 자맥질을 하면서 재롱을 피운다. 화려한 륜선들이 환희에 들뜬 유람객들을 싣고 하얀 물갈퀴를 일구며 달리고 있었다. 하늘을 찌르며 수풀처럼 우뚝우뚝 솟아있는 마천루들을 내다보며 미라씨는 혀를 끌끌 찼다. “여보, 세상이 넓은 줄을 이제야 알겠군요.” 박총경리는 안해가 좋아하는 기색을 살펴보며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래? 그래서 내캉 진작 당신 중국에 오라고 했제이!” “저 철탑 같은 건 뭔가요?” “어느 거?” “저 둥그런 거?” “오- 동방명주야. 상해 동방티비방송국이 저게 있어. 철탑은 티비 발송탑이야. 이쪽에 건 금융중심마천루야.” “오- 그래요? 상해가 이렇게 발전했을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하진 못했는데요.” “그래. 이번에 상해, 소주, 항주, 남경, 북경 쭉 구경하라구.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다고. 미국보다 나아!” “미국보다 낫다고?” 미라씨는 반신반의했다. “하마 미국보다 더 발전했겠어? 미국 그래도 경제 1위 아닌가요?” “상해는 아니야. 미국보다 더 발전했어. 뉴욕이 울고 가!” “쌘프랜시스코보다는요?” “쌘프랜시스코는 턱도 없어. 로스안젤레스도 상해에 오면 울고 갈 거야.” “그래요?” 미라씨는 남편의 코를 쥐여 살짝 비틀어놓았다. “당신 중국에 온지 고작 몇달 됐어? 벌써 빨갱이들한테 적화 됐잖아요?” “적화고 뭐고 있나? 이건 사실이야. 중국은 살기 좋은 고장이야. 당신도 이제 돌아보면 눈이 뜨일 거야.” “래일부터 돌아보지요.” “그래.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잘 돌아보라고.” “고마워요.” 박문은 미라씨를 와락 끌어안고 푹신푹신한 침대에 쓰러졌다. 황포강도 별과 키스하며 련정에 겨워 은은한 노래를 부르며  동으로 유유히 흐른다. 붕- 오색령롱한 불빛을 반짝이며 달리는 화려한 륜선의 기적소리 기분 좋게 부부 절주 빠른 야반원무곡에 반주해준다… 이튿날 군철은 박총경리 기분 좋은 기회를 빌어 노조(공회) 창립을 주문하려고 들었다. 그는 출근하자 곧추 옆에 있는 총경리실 문을 똑똑똑 노크하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하나가 비서석에서 오쭐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녀가 총경리실에 들어가 연통하자 이윽고 들어오라는 전갈이 나왔다. 군철이 총경리실에 들어가보니 박총경리는 이전과는 달리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맞았다. 그는 속으로 사모님이 고마웠다. 그녀가 상전의 기분을 180도로 전환시켜주어 진짜 절이라도 해드리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총경리님, 밤새 잘 보냈어요?” “오- 그래. 오랜만에 고독하지 않게 잘 보냈네. 와이프 오니깐. 이제야 참 사는 맛 나네.” 박문 총경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나오며 군철의 손을 굳게  잡았다. “리부총경리, 아니, 최부총경리, 고맙네. 안해를 관광하러 오게 하라는 제의 참 좋았어. 날 살려낼 것 같애.” 군철은 머리를 숙였다. “아니,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사모님을 꼭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박문은 쏘파에 손으로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자, 아우 앉게나. 우리 이젠 친형제처럼, 한 집 식구처럼 잘 보내자구.” 군철은 마다할 리 만무했다. “네. 성님, 그래요. 우리 형제로 잘 보냅시다.” 그는 뒤이어 서류첩을 열어제겼다. “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서 말하게. 아우 말이라면 다 동의야.” 군철은 정색했다. “오늘 사모님 관광스케쥴을 이렇게 잡으면 어떻겠는지요? 먼저 황포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엊저녁에 내다보았을 야경을 낮에 다시 구경시키죠. 다음 소주로 갑시다. 소주 대표적인 고적지인 사자림, 호구 사탑을 구경시킵시다. 아마 이 세곳을 다 돌고나면 해가 질겁니다. 우린 금계호 호수가 동방의 문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지요. 저녁식사 후에 대운하에 가서 유람선을 타고 대운하 량안의 소주 야경을 구경하지요?” 박문은 사무상에 두 팔을 올려놓고 턱을 고이고 유심히 듣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한가지만은 참고하게나.” 군철은 필을 들며 박총경리 분부를 기다렸다. “하루에 너무 많이 구경시키지 말게나. 힘든 것도 있겠지만 며칠 안돼 인차 구경 다하면 녀편네 한국으로 돌아갈라면 어쩌나?” “네- 맞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요.” 군철은 행사지에 또박또박 적어넣고 궁리하더니 고쳐 말했다. “그럼 오늘 오전엔 황포강을 구경시키고 오후에 소주 옛성에 가서 대운하만 구경시키면 어때요?” “좋아, 그렇게 합세.” 박문 총경리는 흡족해했다. 국가 대통령 부인네 대접을 받고 입이 함박만해질 거야. ㅎㅎㅎ. 녀편네 관광비용은 회사 접대비로 대면 어떨가?” “그러지 맙시다. 사모님 관광비용은 저의 사비로 대겠습니다.” “그래서 되나? 아우한테 너무 부담시키는데.” “형제간에 다른 말씀 마십시오. 우린 형제가 아닌가요?” 그 말에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군철의 속뽑이를 해보고 내심으로 탄복했다. (이 빨갱이는 청렴한 간부군. 이런 청렴한 간부에 의거해야 회사도 살릴 수 있지.) 군철은 뒷말을 이었다. “이제 오늘 저녁 제가 사모님의 관광 스찔을 파악한 후 래일 관광스케쥴은  다시 잡아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래. 아이구, 녀편네 때문에 최총경리 고생 많네.” “사모님이 어쩌다 왔는데요. 잘 모셔드려야죠. 그래야 성님의 고독한 생활도 끝나죠.” 박문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미더운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았다. “요즘 성님과 사모님을 저와 저의 본댁 리나와 애인 애리싸가 전담해 모시겠습니다.” “아유, 온 집 안이 총출동하는구만. 이런 변이라구. 이 은혜 어떻게 다 갚을가?” 군철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 성님, 한 집안 식구끼리 다른 말 마세요.” “그래, 우린 진짜 형제야.” 그때라고 군철은 중요한 용건을 척 박총경리 턱밑에 들이댔다. 그러나 입은 전과는 달리 아주 무거워지는 감을 느꼈다. “형님, 한가지 용건 비준해주시겠나요?” “뭔데?” 박문은 웃음을 거두고 대뜸 정색했다. 군철은 무거운 입을 겨우 뗐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요. 회사에 공회를 세우자요. 이건 공산당 조직도 아니고 우리 회사 직원들의 조직인데요.” “공회? 또 그 노조 말인가?” 박문은 대뜸 길죽한 얼굴을 찡그리면서 눈섭꼬리가 쳐들렸다. 그는 군철을 치켜보며 물었다. “공회 좋은 점 뭐지?” 군철도 정색하며 바로 앉았다. “공회를 차리면 직원들을 박총경리 주위에 가족처럼 똘똘 뭉치게 묶어세울 수 있지요. 또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풍부히 해 생산적극성을 더 촉동할 수 있죠. 직원들을 진정 회사의 주인으로 만들어 내심으로부터 회사를 사랑하고 생산을 참답게 하게 조직할 수 있죠.” “그만, 그만!” 박문 총경리는 손을 척 들었다. “데모 같은 건 안하겠지?” 군철은 속으로 끝장이구나고 생각하면서 내심하게 설명했다. “시위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합리한 건의가 있으면 공회를 통해 회사에 제기하지요.” 박문 총경리는 좀 생각하더니 뜻밖에 이렇게 말했다. “아우, 아니, 최부총경리, 당신 하는 일엔 전적으로 지지하네. 아우 좋다는데 이 우둔한 형이 반대할리 있나? 난 아우를 믿네. 아우가 공회 내오면 나쁜걸 좋다 하겠나? 데모 하지 않고 리윤을 더 올린다면야. 거 공회 세우는 걸 두 손 들어 대찬성이네.” “형님!” 군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문 총경리한테 다가가 두 손을 꽉 잡았다. “박총경리, 형님, 우리 회사 3천여명 직원들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아니, 이리 심각했나?” 박총경리는 의연희 정색했다. “공회를 세우고 활동하자면 비용이 들잖는가? 얼마면 되겠나?” 군철은 박총경리를 쳐다보면서 입을 간신히 뗐다. “인민페로 한 50만원 대줄 수 있겠습니까?” 박총경리는 손바닥으로 사무상을 탕 쳤다. “고까짓걸! 해마다 인민페 백만원 내놓지.” “감사합니다.” “아우, 대담히 하라고! 공회 잘 꾸려서 리윤액을 더 올리면 백만원이겠나? 해마다 리윤을 몇십조(한화)도  올리는 우리 회사인데. 고만한 거야 못 대겠는가?” 군철은 너무나도 감격해 코마루마저 시큼해나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박총경리는 안해가 왔을 때 군철이 친형수처럼 살갑게 대해주자 이데올로기와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뜨거운 손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하루 한시에 내린 결정이 아니였다. 박문에게는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완고한 보수파가정 출신인 그는  빨갱이라면 치를 떨게 된 말 못할 력사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차린 회사를 경영해나가자면 부득불 이데올로기 랭랭한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랜 고심 끝에 그는 랭랭했던 마음의 협곡을 너머 손을 내밀어 군철의 손을 잡아주며 공회를 세우는 것을 끝내 비준하게 되였다. “성님, 아래서 링컨하이야 대기하고 있어요.” “그래?” “먼저 사모님을 모시고 황포강구경부터 하지요.” “그러지.” 군철은 박문 총경리를 모시고 총경리실을 나오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는 직원들을 위해 어깨에서 큰 바위돌을 내려놓은 듯한 감을 느꼈다.      군철의 끈질긴 간난신고 끝에 끝내 S시 반도체전자유환회사 공회가 고고성을 올리게 되였다.      이제부터 한국 대형회사에서 중국 로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리익이 공회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게 되였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322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1) 김장혁 댓글:  조회:1427  추천:0  2022-10-22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1. 다이로교수의 꿈   지나친 격분은 다이로교수의 애간장을 여지없이 부셨다. (어쩜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단 말인가? 며칠 안 기른 개도 주인을 보면 꼬리를 친다는데. 개쌍년, 20여년이나 길러줬건만 나를 망신줄 수 있단 말인가? 더러운 죠센진(조선인). 개보다도 못한 년.) 그는 복도에 나가 연신 주먹을 휘두르며 묻고 또 물었다. (마끼를 어떻게 해놓으면 원쑤를 갚을가?) 다이로는 누가 볼가 봐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한참 궁리했다. (내 꿈은  아들딸을 한 구들 낳아 기르는 것이다. 난 그 황홀한 꿈을 이르려고 은인이나 다름없는 본댁 모모에를 내보냈지. 모모에 본가집 아버지 교수가 아니였던들 내 오늘이 있었겠는가? 그는 내가 춘희를 관심한 것처럼 나를 친아들처럼 관심했지. 학잡비를 대주고 장학금을 타게 도와주었고 나중엔 자기 집에 데려다 공부를 시키면서 박사학위까지 타게 하지 않았던가. 건데 뭐야? 난 본댁을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내보냈다. 나도 사람인가? 차마 못할 짓을 했지. 난 춘희를 관심하는 척하면서 나꿔채  후처로 들여앉혔지. 그런데 춘희는 10여년 동안 애 하나도 낳아주지 않았잖은가.  건데 난 10여년 동안 마른 방아만 찧었잖은가. 애를 얻기는 고사하고 사막에 물 붓듯이 춘희 모녀한테 숱한 돈만 처넣지 않았는가? 난 꿈을 이루긴 고사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했지 뭐야?)        본댁은 다이로교수를 보고 은밀히 귀띔해주었다.       "왜  숱한 일본 녀자들을 두고 죠센진을 선택했는가요? 이제라도 일본 녀제자 가운데서 골라잡으세요."       "안돼. 어느 일본 녀자애가 늙은이 애를 가지자겠는가? 민족기시를 받는 죠센 온나(조선 녀자)를 관심해주면 감동돼 애를 낳아줄 거야." "또 그 소리군요. 죠센진이라고 그리 쉽게 넘어가겠어요? 눈이 멀거나 바보 아니고서야. 흥. 당신 꼭 후회할 거요."       그러나 다이로는 본댁의 충고를 듣지 않고 꿈의 어머니를 춘희 대신 나나로 대체해놓았다. 그는 모든 심혈을 몰부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인간의 고행을 겪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이로는 오늘 마끼한테 모욕당하기까지 했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산이 폭발하고 먹물처럼 새까만 파도가 세차게 흉벽을 부셔댔다. "어떻게 하면 꿈을 이룰까?" 그는 과단성있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난 이젠 화장터에 가서 한줌의 연기로 돼 염라대왕을 찾아갈 사람이지. 헌데 나나는 어떻게 머리를 들고 학교를 다닌단 말인가? 안되겠어. 이젠 춘희 모녀를 가차없이 잘라버릴 때야.) 한참 후에야 다이로는 간신히 화장실에서 나와 스적스적 걸어 교실에 들어갔다. 쑤군덕거리던 학생들은 다이로교수를 보자 순식간에 쥐 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교실에는 바늘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라도 다 들릴 지경으로 적막했다. 숨 막힐듯한 적막강산이 공포로 돼 마끼와 학생들한테 엄습해왔다. 학생들은 누구라 없이 머리를 숙이고 책상머리만 내려다보았다. “교수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이로교수의 말소리가 나직이 울리며 교실의 정적을 깨우쳤다. “오늘 특별강좌에선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을 강의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기대에 찬 눈길을 다이로교수한테 보냈다. “참을 ‘인’자 세개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졸업 전에 우리 모든 학생들은 중국 유교학설을 좀 공부해야겠습니다. 공맹지도에서는 ‘자기를 억제하고 례에 맞게 행동하라.’고  설교했습니다. 의료과학을 배우는 우리 학생들은 우선 인도주의가 무엇이라는 것부터 배워야겠습니다. 남을 곤경에 몰아넣고 잘코사니를 부르는 것이 옳은가? 이제 당장 졸업해 사회로 나가 의료사업에 종사할 제군들이 곰곰히 생각할 바입니다. 앓는 사람을 치료하고 죽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의료일군은 정신적으로도 남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지요?” 그 몇마디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다이로교수가 지금 뭘 두고 말하는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늘 이 주제로 쎄미나를 하겠습니다. 제군들의 열띤 토론 희망합니다.” 다이로교수는 교수안을 닫고 마끼와 나나한테 번갈아 피뜩 눈길을 주더니 교실을 나갔다. 그는 어떻게 이를 꼭 깨물며 꼭두까지 치미는 성을 참았던지 눈에 피 다 지지 않았겠는가. 그는 도요다표찌프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 마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춘희는 다른 때와는 달리 일찌기 퇴근한 다이로교수 가방을 받아든다, 신까지 벗겨 신궤에 넣는다, 커피를 타온다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다이로교수의 얼굴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침울해보여 불안했다. “학교에서 무슨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었는가요?” 춘희는 커피잔을 차탁에 가져다 놓고 쏘파에 다가와 다이로교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원격조종기를 쥐여 텔레비죤을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텔레비죤을 뚝 꺼버리고 춘희를 마주 바라보았다. “조용할 때 말하기오.” “네. 무슨 일인가요?” 다이로교수는 춘희한테 돌아 앉으며 정색했다. “우리 갈라지기오.” “네?! 불시에 왜서요?” 춘희는 깜짝 놀라 외까풀눈이 휘둥그래졌다. 다이로교수는 명확히 말했다. “우리 이젠 정도 사랑도 없소.” 춘희는 커피잔을 차탁에 뚝 떨어뜨렸다. 커피가 쏟아져 차탁에서 바닥에 주르르 흘러내렸다. 춘희는 그걸 개의치도 않고 다이로 옆에 바싹 다가앉으면서 다잡아물었다. “무슨 말인가요? 그래 교수선생님은 이제껏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가요?”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지금까지 춘희는 내 사랑 느껴보지 못했는가요?” 춘희는 다이로교수의 두 손을 덥썩 잡았다. 그녀는 다이로 사랑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아니, 다이로교수의 돈줄을 놓을 수 없었다. “저는 온 몸과 마음으로 선생님의 아빠와 같은 사랑을 느꼈어요. 그런데 불시에 왜 이런 말 해요? 오늘 혹시 학교에서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었는가요?” 다이로는 커피잔을 들어 후- 후- 불며 마셨다. “이제 마끼한테 물어보오.” 그는 커피잔을 차탁에 놓으며 춘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춘희는 제꺽 일어나 걸레를 가져다가 차탁과 바닥에 흘러내린 커피를 말끔히 닦았다.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는 이상 무슨 힘든 일이라도 우린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허구푼 웃음을 웃었다. “허허. 안되겠소.” “왜요?” 춘희 외까풀눈은 화등잔같이 돼버렸다. 이전처럼 당당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눈귀에 잔주름이 늘어섰다. 다이로교수는 바로앉으며 춘희를 쏘아보며 물었다. “춘희는 이전처럼 날 사랑하오? 성폭행과 성학대에 진절머리나지 않아?” 춘희는 한참이나 궁리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로실히 말할가? 그럼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끝날게 아닌가? 나는 모든 걸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새가 돼 고향에 돌아가 내 인생을 살게 되겠지.) 그러나 춘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마끼를 위해서라면 자기 모든 삶을 희생할 수 있었다. 아니,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었다. “저는 선생님의 은총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의 마음과 몸을 다 바쳐 선생님을 사랑해왔습니다. 장래에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다이로교수님을 사랑할 것입니다…” “쳇.” 다이로교수는 콧방귀를 뀌면서 손사래를 쳤다. “영화 대사를 암송하오? 소설을 쓰오? 얼마나 화려한 말이오? ㅋㅋ. ” 춘희는 다이로교수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애원했다. “선생님, 제가 그간 선생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요. 죄송해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네? 제가 선생님을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 틀렸네. 우린 근본 서로 사랑하지도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댔소.” “아니, 무슨 말씀인가요?” 갈수록 심산이오, 의아한 일이 아닌가! “가짜결혼이였네. 난 새파란 춘희를 후처로 삼아  내 아들을 낳으려고 했지. 그러나 내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네. 춘희는 내 돈과 유산에 눈이 어두워 억지로 나하구 살아야 했잖아? 마끼 전도를 위해 지금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잖은가. 난 모든 걸 다 간파했네. 이렇게 살바에는 당장 갈라져야지. 량심 있는가? 내 널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데. 나를 속여? 당장 갈라지자. 그래야 서로 행복할 수 있네.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알만해?” 다이로교수의 퉁사발눈에는 이상한 빛이 번쩍여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 아주 무서웠다. 공포가 방안을 점점 두텁게 휩싸고 있었다. “선생님,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이러면 저는 이 세상에 살 필요없습니다.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혹시 나나 때문이 아닌가요?” “왜 나나를 곁들어?” “나나를 두번째 후처로 들여다 자기 애를 낳으려고 그러지 않아요?” “난 궁리한지 오래네. 내 어떻게 살든 걱정할 필요없네.” 그때 마끼가 집에 들어섰다. 그녀는 수업시간을 볼 여유가 없어 황급히 아빠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춘희는 마끼 방에 따라 들어갔다. “혹시 오늘 아빠를 노엽게 군 일은 없느냐?” 마끼는 머리를 강하게 가로 흔들었다. “없어요.” “제대로 말해라. 아빠 왜 저리 기분 상해 돌아왔어?” 그러나 마끼는 어머니한테 교실에서 생긴 일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어째? 아빠 뭐랍디까?” 춘희는 문께를 힐끔 뒤돌아보더니 문을 꼭 닫고 나직이 말했다. “아빠, 나하구 갈라지잔다. 우리 당장 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네? 아빠 정말 그래요?” 춘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일을 어쩌느냐? 엄마 십여년 동안 드린 정성이 단꺼번에 물거품으로 됐어.” 마끼는 모든 것이 짐작됐다. 그는 어머니 귀에 대고 뭐라고 종알거렸다. 춘희는 딸의 말을 들으며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아빠 듣겠어.” 마끼는 어머니 손을 잡고 다이로교수한테 나갔다. “아빠, 제가 잘 못했습니다.” 마끼는 다이로교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제가 나나를 질투해 그랬습니다.” 다이로교수는 성이 나 세길네길 펄쩍 뛰였다.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다고 그게 뭐냐?” “제가 잘 못했습니다. 나나를 망신주려고 그랬어요.” “그림을 아주 잘 그렸더구나. 네가 아빠를 망신줄줄은 몰랐어. 참 섭섭하구나. 애지중지하며 사랑한 딸이 내 잔등에 비수를 박을줄이야…” 다이로 교수는 너무나도 섭섭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아빠, 정말 잘못했습니다. 락루하지 마세요.” 마끼는 일어나 어릴 때처럼 다이로교수한테 안기며 백지장 같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드렸다. “아빠 울면 이 딸도 마음이 아픕니다. 잘 못했습니다.” 다이로교수는 마끼의 손을 내리우며 흐느끼까지 했다. “내겐 친딸도 친아들도 없다. 널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했건만 어쩜 그럴 수 있느냐?” 다이로교수는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았다. “흑판 그림은 남학생들이 내 말 듣고 그린 거예요. 저는 거기에 설명을 달았을뿐인데요. 죄송해요. 아빠.” 춘희는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알아차렸다.        찰싹! 그녀는 딸애 귀뺨을 호되게 갈겼다. “어쩜 아빠를 망신시켜?” 춘희는 아빠 같은 은인을 모욕한 때문에 격분했던 것이다. 마끼는 얼얼해나는 뺨을 만지며 울면서 재차 꿇어앉아 잘 못 을 빌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바로 앉으며 똑똑히 말했다. “딱 오늘 일 때문이 아니야.  너네 모녀 간은 이젠 내 꿈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야. 나는 내 꿈을 원만히 실현하기 위해선 너네 모녀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기로 마음먹었어.” 다이로교수의 벌건 네모얼굴이 바위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춘희는 이렇게 물앉을 수 없었다. 그녀는 비장한 결심을 내렸다. “다이로교수선생님, 당신 여생의 꿈은 자기 애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닌가요?” “그럼?” “제가 그 꿈을 이룩해드리죠.” “네가?” 다이로교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안돼, 넌 안돼. 이미 늦었어.” 춘희는 자기 결심을 들으면 다이로교수가 기뻐하겠는가 했다. 그런데 다이로교수의 말을 듣자 너무나도 뜻밖이였다. 그녀는 의아해 물었다. “늦다니요?” “춘희는 이젠 50대 고개를 바라봐. 또 피임약까지 십여년 동안 너무 썼기에 애를 낳을 수 없어. 이건 자연법칙이야.” 춘희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었다. “아니예요. 저는 아직 생리도 가지 않았어요. 현대 녀자 40대 후반에도 애를 가지기는 한창인데요.” “애를 가지려면 허무한 세월 왜 한번도 임신하지 않았어? 또 이젠 애를 가질 확률도 30프로도 없어. 나도 이젠 늙었어. 이제 또 10여년을 기다릴 시간도 없어. 설사 애를 가져도 늙은 엄마가 온전한 애를 가지겠어?”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사래까지 쳤다. 춘희가 또 뭐라고 말하려는데 마끼가 말렸다. 마끼는 우쭐 일어서더니 다이로교수한테 다가가 손을 덥썩 잡았다. “아빠, 제가 아빠 꿈을 이뤄드리겠어요.” “뭐라고?” 다이로교수나 춘희나 그 기절나는 말에 깜짝 놀랐다. 다이로교수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네가 금방 뭐라고 했느냐?” 마끼는 아주 명확하게 말했다. “제가 교수선생님의 애를 가지면 안돼요? 저는 서너살부터 아빠 태산 같은 사랑을 받아오면서 자랐어요. 그 은공을 갚기 위해 아빠 마지막  꿈을 이룩해드리렵니다. ” 다이로교수는 마끼와 춘희를 번갈아보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아니야, 넌 내 딸이야." 다이로교수는 미심쩍어 나나를 쏘아보다가 또 도리머리를 거세게 가로저었다. 춘희는 마끼 팔을 쥐여 홱 나꿔챘다. “얘, 무슨 미친소리냐? 미쳤어? 넌 아빠와 내 딸이야. 새파란 네가 어찌 저런 늙은이... 아이고, 이 일을 어쩌니?” 그러나 마끼는 무섭게 고집을 부렸다. “미치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나나한테 아빠 꿈을 맡길 수 없어요. 나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왜 못하겠어요?  나나가 애 하나를 낳아주면 난 아빠한테 아들딸 한구들을 낳아줄 수 있어요.” 찰싹! 춘희는 마끼의 귀썀을 한대 갈겼다. 그녀는 조선말로 호통쳤다. “가은아, 정신 나갔어? 엄만 네 전도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데. 네가 이렇게 전도를 망치면 어쩌느냐? 어째 엄마 죽는 거 보겠느냐?”  그런데 다이로교수가 내뱉는 말 또한 열통이 터질 소리다. “봐라! 너네 모녀간은 재물에 미쳤어! 내 유산을 독차지하려고 모녀간이 서로 내 애기를 낳겠다고 나서잖느냐? 재물에 눈이 어두운 년들, 인륜을 해쳐도 한두가지 아니구나. 너네 더러운 피를 받아 애를 낳았다간 내 후대 망치겠어.” “아이고, 이 일을 어떻게 해? 모든 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구나. 흐흐흑, 흑흑.” … 드높은 푸른 하늘에서 울리는 메아리-        -에잇, 세상 망신스러운 일! 천만갈래 누런 빛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흐느껴 우는 모녀간을 어루만지며 추파를 보낸다. 황혼의 황금빛 락조는 명암이 분명한 신성한 꿈마저 누렇게 물들이며 색바리지게 한다.
321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0) 김장혁 댓글:  조회:1385  추천:0  2022-10-20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60. 나나와 마끼         별아가씨들이 바르르 떨며 세집 창문을 살며시 열고 사뿐 들어와 나나랑 작은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밤이 가는줄도 모르고 주고 받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       먹칠을 한 듯한  밤하늘에 눈섭달이 처량하게 걸려  어두운 밤을 밝히려고 안간힘을 쓰며 가을바람에 스치여 점점 밝아진다.       성호는 주방 밥상에 마주 앉아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면서 나나와 광문을 대견스레 바라보았다.  그는 오누이가 일본에서 어머니를 여의고 힘들게 살아온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고 여간 감탄하지 않았다.       나나와 광문은 작은할어버지가 딱 아버지와 생김새가 비슷한데 놀랐다. 세귀눈이라든지 말투라든지 진짜 아버지 같았다. 그리하여 비록 몇번 만난 적은 없지만 거리감이 훌 사라지고 무람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누이는 그간 작은할아버지가 광고업으로 간고하게  창업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작은할아버지, 작은할머니는 지금도 미국에 있는가요?” 성호는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고향을 떠나 한국과 미국으로 돌아다닌지도  20년이 넘는다. 미국 백인들이 어찌나 아세아 인들을 기시하고 못살게 구는지. 당장 한국에 오겠다더라.” 나나도 한숨을 호- 내쉬였다. “어딘들 기시를 받지 않고 살겠습니까? 양키들은 아세아인이라고 깔보죠. 그런데 섬나라 오랑캐들은 우리 보다 뭐가 잘나서 우릴 기시하는가요?” 광문도 도리머리질하며 끼여들었다. “한국 인들은 우릴 깔보지 않습니까? 타민족이  깔보는 건  그래도 억지로 개짓거니 하겠는데요.” 광문의 세귀눈에서는 적개심이 빛발쳤다. “같은 민족끼리 깔보는 건 정말 참기 힘들어요. 한 겨레는 어디에 가서도 단합해 살아야 하는데요.” 나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한숨을 호-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마끼를 봐라. 일본에 귀화해 일본 국적을 올렸느라고 얼마나 으시대면서 우릴  깔보니?” 성호는 두 손으로 손자와 손녀의 손을 하나씩 덥썩 잡았다. “그게 다 우리 민족의 흠집이고 비극이야.  꽤나 총명하고 기동령활하지만 옛날부터 잘 단합되잖지. 자꾸 모래알처럼 흩어졌지. 그래서 망한 적이 어디 한두번이냐? 또 우리 업신여김받는 건 너무 가난한 때문이기도 해. 나라나 가정이나 매한가지야. 우린 꼭 힘써  가정 경제도 춰세워야 해. 그래야 남의 업신여김을 덜 받을 거야.” “맞습니다.” 광문은 세귀눈을 슴벅이며 맞장구를 쳤다. “얘들아, 우린 돈을 벌어야지만 절대 법과 량심을 어기지 말고 인격을 팔지 말아야 해.” “네.” 성호는 간곡히 부탁했다. “마사지방에서 이젠 나오너라.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렇지. 일본 보스 어디 사람대접 하니?” 성호 말에 나나도 동감이였다. “그래요. 이달 로임만 타면 나와야겠습니다. 진짜 노예취급한단 말입니다. 우리 오누이 어느 마사지방에 가면 그만큼 벌지 못하겠습니까?” 광문은 주먹으로 탁자를 탁 쳤다. “밸 같아선 주먹으로 보스 면상을 장마당으로 만들어놓고 싶습니다. 그저 다이로센세이(다이로선생)를 보고 참고 참았습니다.” 나나는 말렸다. “절대 손을 대선 안돼. 우린 졸업할 때까지 이를 옥물고 참아야 해. 어디로 가서 알바를 해도 그만한 갑질이나 스트레스 받지 않겠니?” 광문은 억지로 참느라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사실 다이로교수가 잡아준 세집은 양광이 좋은데다가 침실 두칸에 주방과 화장실까지 따로 있어 원래 세집만은 비할데없이 아주 편리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가 관심하면 할수록 나나의 마음은 더 불안해갔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는가? 다이로교수 뭐하려고 이렇게 은총을 베푸는지 몰라.) 성호는 지갑에서 엔 몇십장을 꺼내 나나한테 내밀었다. “저그마한 성의니깐. 학잡비에 보태 써라.” 나나는 받지 않고 되밀어주었다. “할아버지, 어쩌다 일본에 오셨는데요. 관광비를 보태주지 못할 망정 이 돈 받지 못하겠습니다. 관광에 쓰십시오.” 성호는 기어이 밀어주었다. “이번에 광광하러 온게 아니야. 성의를 받아라.” 나나는 마지못해 작은할아버지가 준 돈을 받았다. “할아버지, 잘 쓰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너네를 만나보기도 하고 검찰원 반탐오국을 협조해 부패분자들을 자수하라고 권고하러 왔다.” 광문이 짙은 눈섭꼬리를 쳐들며 세귀눈을 치켜뜨고 바라보았다. 그는 세귀눈이랑 심통히도 작은할어비지를 똑 떼닮았다. “부패분자라는 건 누구를 그럽니까?” 성호는 정호와 나영의 죄행을 쭉 이야기하고나서 사진 두장을 꺼내보였다. “이 자들이다. 어디서 보면 인차 기별해라.” “네.” 나나가 사진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했다. “아니, 이 번대머리 며칠 전에 우리 마사지방에 왔댔는데요.” “그래?” 광문도 사진을 가져다 보고 말했다. “맞아요.” 나나는 사진을 되가져다보고나서 성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날 춘희박사하구 남자 손님이 마사지하러 왔댔습니다. 그런데 남성 손님이 2층에 올라가 번대머리를 때리겠다고 달려들었댔습니다.” 성호는 대개 짐작이 갔다. “그 남자는 아마 리문걸일 거야. 외까풀눈이 아니데?” “맞습니다. 번대머리하구 대판 싸웠습니다. 번대머리는 녀자 둘을 데리고 부랴부랴 도망쳤습니다.” 성호는 또 짐작이 가는데 있었다. “두 녀자 중 하나는 50대 중반이고 하나는 30대 초반 아니더냐?” “맞아요.” 광문의 대답을 듣고 성호는 단정했다. “하나는 황선희박사구. 하나는 나영 부관장일 거야.” 그는 뒤이어 황선희박사는 일본 류학생 출신이기에 일본통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년놈들이 어디로 도망쳤을가? 도쿄에는 겁나 있지 못할 건데…” 성호가 량미간을 찌프리며 생각하는데 나나가 짐작이 가는데 있는 모양이였다. “조선 사람들이 많은 오사까에 가지 않았겠는지요?” “너희들도 그 년놈들을 보면 내한테 인차 알려라.” “네- 그 사진을 다시 봅시다.” 광문은 핸드폰을 꺼내 인차 정호와 나영의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이제 우리 조선족친구방에 이 사진을 올리고 수사협조를 부탁하겠습니다.” “부패분자란 말을 하지 말라.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겠다.” “알았습니다. 그저 중국 조선족동포관광객을 찾는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광문의 말에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너네 안전에 주의해라.” “네.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쉬여도 돼요.” “아니야. 나와 동행한 검사들이 날 기다릴 거야.” “할아버지도 안전에 주의하세요. 언제 작은 할아버지께 밥 한끼 대접해야겠는데요.” “그래. 시간 나지면 또 올게.” 오누이는 바깥에 나가 택시까지 잡아주었다. “우리 도움 필요하면 인차 알리세요.” “그래.” 성호가 택시를 타고 떠나가면서 차창 너머 허리 굽혀 인사하는 오누이를 오래도록 대견하게 되돌아보았다. 오누이는 세집에 들어오자 인차 정호와 나영의 사진을 위챗 친구방과 여러 그룹에 올렸다. 물론 단서를 제공한 분에게는 약정 사례금을 드리겠다고 하였다. 밤중에 보이지 않는 그물이 재일본 조선족사회에 널리 퍼졌다. 이튿날 나나가 학교에 나가자 마끼가 시물시물 웃으면서 빈정거렸다. “나나, 이젠 정탐알바까지 하느냐?” 나나는 시치미를 땄다. “아니야, 대륙에 있는 가족들이 그를 찾더라.” “그래? 넌 부패분자 정호와 나관장하구 무슨 관계돼 그리 관심 많니? 사례금까지 주고 ‘사람 찾는 광고’까지 내?” 나나는 쌍까풀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마끼의 외까풀눈을 피해 교실로 들어갔다. 속심의 말 하기도 싫었다. “나나!” “왜?” “좀 보자." "무슨 일이냐? "      마끼는 사례금이 욕심나 번대머리와 나영의 행적을 알려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기실 며칠 전에 황선희박사가 옛은사라고 다이로교수를 찾아 집에까지 왔던 것이다. 황선희는 정호와 나영의 려권까지 세개나 내놓으면서 해관에 차압된 숱한 금은장신구와 딸라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때 다이로는 공항 해관에서 한자리 하는 외조카한테 부탁해 어떻게 하나 찾아주겠다고 답복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끼는 황선희가 아빠 맏녀제자인지라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넌 언제까지 그 썩어빠진 조선족 꼬리표를 달고 다니겠니?” 나나는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넌 조선족이 아니냐?” “난 일본 귀화 대화민족이야.” 나나는 주춤 멈춰서 청포도쌍겹눈으로 똑바로 마끼를 쏘아보았다. “가짜 대화민족, 꼴불견이야. 똑똑히 말해두마. 사람이 아무리 가난해도, 잘 살아도 절대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해.” 마끼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호호호. 대단한 인생철학이로구나. 친구기에 충고할게. 창창한 전도를 위해선 어서 일본에 귀화해라. 아무리 이름만 고치고 화복을 빼입는다고 다 본 대화민족인가 하니? 가짜야, 가짜!” 말이 한 곬으로 흐를 수 없었다. 나나는 다시 걸음을 재우쳤다. 원래 나나와 마끼(허가은)는 절친 사이였다. 중국에서 어려서부터 한 학급에서 아주 친한 동기였고 둘 다 어머니를 따라 일본에 와서 나이를 속이고 의과대학에 입학했던 것이다. 마끼(真姬)라는 이름은 일본에 귀화시킬 때 다이로교수가 지어준 이름이였다. 마끼는 어려서부터 다이로교수와 김춘희박사의 귀공주로 곱게 자랐다. 그녀는 멋을 따기 좋아하고 공부에는 별로 열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늦어서야 겨우 나이를 속이고 입학했던 것이다. 나나와 마끼는 의과대학에서 한 학급에서 공부하면서 아주 친하게 지냈다. 마끼는 동정심이 많아서 항상 말 한마디라도 나나를 도와나섰다. 처음에 다이로교수는 마끼의 독립생존능력을 키워주려고 항상 이것저것 마끼한테 알바를 시키려고 들었다. 마끼는 하기 싫어 항상 자기한테 차례진 알바를 나나한테 밀어주었다. 그러나 양아빠 부탁대로 나나가 해온 알바의 비밀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어느 하루, 춘희는 다이로교수가 출근하자 집이 빈 틈을 타서 마끼를 조용히 귀띔해주었다. “나나가 장차 엄마 자리를 차지해 유산을 빼앗아갈 수도 있어.” “네?” 그때 나나는 외까풀눈으로 어머니를 아니꼽게 흘겨보았다. “어머니, 왜 나나를 그렇게 저급적인 동물로 보는가요?” “내 말 좀 들어라.” “듣기도 싫어요. 어째 우리 친구 사이에 리간 노는가요?” 마끼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대뜸 성을 냈다. 그러나 혹여나 해 의아한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나나가 새파란 나이에 아빠 첩으로 되겠다고나 한단 말인가요?” 춘희박사는  경고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어. 걔는 광문이를 위해사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애야. 네 양딸자리도 빼앗고 다이로교수 유산을 독차지할 거야.” 그 말에는 마끼도 조금 동감이 갔다. 평소에 나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난 광문일 남보다 못잖게 살게 하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 있어.” 지금도 마끼의 귀전에는 나나의 말소리가 쟁쟁했다. 춘희가 정색해 하는 말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외까풀눈은 가을 뱀처럼 독이 올라 서슬이 시퍼랬다. “어머니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나나가 네 걸 빼앗아가는 걸 보지 못하겠다. 난 네 전도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 있어.” 마끼는 학교에 가려다가 가방마저 훌 내던지더니 쏘파에 물앉았다. “나나 사태 그리 심각한가요?” 춘희는 따뜻한 손으로 마끼의 백지장 같은 손을 잡고 준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네 아빠 젤 문제야. 다이로교수는 나나라면 핥을 상 하잖니? 딱 옛날에 나하고 하던 수작으로 나나를 얼리고 있어.” 마끼도 정색하며 측은한 눈길로 어머니 외까풀눈을 들여다보며 종알거렸다. “글쎄요. 아빠가 나나를 그저 동정하는 정도는 아닌 거 같애요. 미쳤어요.” 춘희는 마끼한테 더 다가앉으며 한술 더 떴다. “넌 어째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느냐? 다이로는 혹시 나나를 첩으로 들여앉히고 자기 애를 낳으려고 할 지도 몰라. 그게 아빠 평생 소원이야. 이제 황혼에 남은  꿈이야.” 나나는 처음엔 어머니가 너무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야. 나나는 나하고 오랜 극친인데요. 부모를 여의고 의지가지 없이 살잖아요? 진짜 아빠 첩으로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인데요.” 마끼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가 그런다고 해도 나나가 들어줄가요? 늙은 령감태기 애를 낳자고 하겠어요? 미친 년 아니고야. 호호호.” 그러나 춘희는 머리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우린 나나가 우리 집에 발을 붙히지 못하게 해야 해.” 마끼는 외씨 같은 얼굴이 대뜸 새파랗게 질렸다. “나나, 친군데요. 어찌 친구끼리 돈 때문에 원쑤처럼 싸울 수 있겠어요?” “넌 너무 천진해.” 춘희는 마끼의 손을 덥썩 잡았다. “얘, 갠 오누이 살아나가기 위해선 널 잡아먹을 수도 있어. 왜 이다지도 정신 못 차려?” 그제야 마끼는 이를 옥물었다. “간나새끼, 가만 놔두는가 봐라. 내 얼마나 동정해 아빠한테 좋은 말해 살게 만들었는데. 장학금이랑 어떻게 탔는데. 언감 우리 모녀 발등을 밟아?" 춘희는 마끼 귀에 대고 뭐라고 한참 쑤군거렸다. "예- 예, 알았습니다." 마끼는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어디 대가리를 들고 학교에 다니는가 두고 보자.” 모녀간은 나나를 모해할 음모를 한참 꾸며나갔다. 어머니  충동질을 들은 후 마끼의 마음 속에는 나나가 친구가 아니라 일약 암투의 라이벌로 돼버렸다. 아니, 그 놈의 개도 안 먹는 돈과 재물 때문에 친구가 순식간에 라이벌로, 아니, 원쑤로 돼버린 것이 아닌가.       돈은 흑사심이라고 돈은 친구를 라이벌로 만들고 원쑤로 만들 수도 있었다. 돈은 량심을 어기고 친구를 무함하고 죽이게까지 할 수도 있었다. 친구를 세치불란지설로 헐뜯어 낯에 먹칠을 해놓고 뼈도 추릴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었다. 돌려댄 뒷잔등에 비수를 콱  박아놓을 수도 있지. ㅋㅋㅋ (자기 쏜 화살을 맞고 친구가 가슴에 피 흘리면서 쓰러지는 그 처참한 모습… 잘코사니야. 아, 상상만 해도 참 무서운 일이야.) 마끼는 학교로 가면서도 공포에 떨며 착잡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나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럴 애야. 실 한오리 걸치지도 않고 라체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올랐잖은가. 우리 집에서도 숱한 손님들 앞에서 라체로 걸상에 앉아 아빠한테 똥을 싸 먹이지 않았던가. 자기 남동생네 학급 인체해부학 시간에 라체모델을 다 서지 않았던가. 다이로가 유산을 다 주겠다고까지 하면 애를 줄줄 낳아줄 수도 있어. 어디 죽어봐라. 아, 우리 어쩜 이렇게 돼가지?) 적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 왕왕 제일 가까운 친구가 순식간에 라이벌로 되고 원쑤로 될 수 있었다. 흔희 젤 가까운 친구가 빈 틈을 제일 잘 안다. 그 틈을 파고 들면서 뒤잔등에 치명적인 비수를 박을 수도 있다. 젤 가까운 친구가 젤 위험한 적이다. 때문에 안전하게 살려면 젤 가까운 친구부터 경계하고 아무 말이나 허타히 해서는 안된다. 자기 흠집이나 빈 틈을 제일 가까운 친구라고 마구 로출시켜서는 안된다. 마끼는 그때부터 나나에 대한 태도와 립장이 180도로 홱 돌아섰다. 그는 이젠 라이벌이 돼버린 나나를 어떻게 망쳐버리겠는가, 무슨 음흉한 수라도 써써 재껴버겠는가, 그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리게까지 되였다. 마끼의 머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지동쳤다. (그래, 나나가 한 추접스런 알바 비밀을 세상에 꽝 터뜨려 봐. 머리나 들고 학교를 다니겠구나. 흥.) 며칠 후 나나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애들이 미칠듯이 떠들썩하며 박수까지 쳐댔다. “신부 등장! 박수!” “다이로교수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나나는 깜짝 놀라 애들을 둘러보았다. 마끼는  조소의 빛이 번쩍이는 외까풀눈을 흘기며 머리로 흑판을 가리키며 깨고소해 캐득거렸다.     나나는 흑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흑판에는 “다이로교수와  나나 결혼을 축하해요!”라는 대문짝 같은 글씨가 박혔다. 그 아래 백발로인과 젊은 녀자가 십자가 앞에 걸어가는 그림까지 그려놓지 않았겠는가. 그 뿐이 아니였다. 인체해부학시간에 라체모델로 돼 동생한테 생식기를 구경시키는 그림으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른 녀자의  그림으로, 라체로 다리를 벌리고 다이로교수한테 똥을 싸 먹이는 녀자 그림까지 그려놓지 않았겟는가. 그림 아래에 “다이로”와 “나나”라고 딱 찍어 락서까지 해놓지 않았겠는가! ㅋㅋ.       필적을 보면 마끼 필체 같았다. “당장 지우지 못해?” 나나가 애들을 무섭게 둘러보며 호통쳤다. 남자애들은 “우-” 하고 손가락질하며 조소하였다. 어떤 애들은 혀를 삼복지간에 빼문 개 혀처럼 길게 빼물어 내두르며 놀려댔다. “너무 해!” “아무리 조센진(조선인)이래도 그렇지. 너무 해” 여기저기서 간혹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나나는 인차 마끼를 돌아보았다. 그때 마끼는 애들을 말리기는 고사하고 외까풀눈으로 나나를 흘겨보며 조소까지 해대면서 붙는 불에 키질을 해댔다. “사실 아닌가?! 창피한줄도 모르고 학교를 다 다녀?” 진짜 상처에 소금을 치는 격. 찰싹! 나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손바닥을 부채처럼 펼쳐 마끼의 낯빤대기를 한대 갈겼다. “누굴 쳐?” 마끼도 나나한테 달려들어 허비고 뜯고 야단쳤다.  “야메나싸이(그만둬)!” 갑자기 우뢰소리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다이로교수가 나타났다. 마끼는 교실에 들어서는 아빠를 힐끔 곁눈질해보고 손을 뗐다. 교실은 물 뿌린듯 조용해졌다. 나나도 머리를 틀어쥐였던 손을 놓고 서로 원쑤처럼 쏘아보았다. 다이로교수는 흑판을 돌아보고서야 모든 것을 눈치챘다. 그는  흑판의 그림을 둘러보며 뜻밖에 희쭉 웃으면서 고개까지 끄덕였다. “누가 그렸는지. 참 걸작이로구나! 허허허. 당장 졸업하겠는데 졸업론문은 쓰지 않고 이런 짓거리하면서 놀 새 다 있어?” 다이로는 변태 아닌가? 희스테리가 발작한 사람처럼 허구프게 웃어대더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그림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쥐 죽은듯이 조용한 교실에서는 샷타를 누르는 소리만 들릴뿐이였다. 그 인내와 정적이 마끼랑 애들이랑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이로교수는 사진을 찍으면서 락서필체를 보고 대뜸 마끼가 한 짓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의 내심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일촉즉발할 시한탄과도 같았다. (빌어먹을 계집년, 나와 나나 진상내막은 마끼 밖에 몰라! 그런데 마끼는 내 양딸이고 나나는 내…) 나나는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가냘픈 어깨를 들먹였다. 마끼는 죄가 두려워 아빠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늘방석에 앉은듯이 조마조마해 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마끼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이 그림을 지워도 괜찮겠지요? 수고스레 그렸겠는데.” 마끼는 아빠의 퉁퉁한 네모얼굴에 억지로 웃음짓는 퉁사발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핼끔 곁눈질해보니 웃음 속에 서슬이 퍼런 칼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이윽고 다이로교수는 그림을 지우기 시작했다. 마끼는 다이로교수 뒤더수기를 바라보면서 더욱 조마조마하고 불안해났다. 아니,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였다.        이제 다이로교수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마끼한테 무슨 생벼락이 떨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외까풀눈과 청포도쌍겹눈이 마주쳐 불찌 탁탁 튕긴다.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지동쳤다.        황금은 씨꺼먼 아가리 벌리고 암전을 쏘아 뜨거운 동기애를 쓸어뜨린다.        저고리 동전을 풀어헤치고 피 즐벅한 가슴에서 화살을 뽑아든다.        풀떡풀떡 뛰는 심장이 화살에 묻어나와 비명을 지르며 한 많은 빨간 씨앗을 휘뿌린다.         
320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9) 김장혁 댓글:  조회:1382  추천:0  2022-10-14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9. 알바생의 피눈물        은행나무 누런 잎이 우스스 지는 소리  처량한 서정시를 읊는다.      에덴동산의 누런 옷을 갈아입고 맥없이 바람개비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호수물에 은행나무 잎이 톨랑톨랑 뛰여내린다.       숙명의 눈물 방울을 튕귀며 아무런 미련도 없이 땅바닥에 춤추며 우수수 가냘픈 노래 부르며  은행나무 잎이 날아내린다.         상처 입은 누런 입사귀들이 땅바닥에 나뒹굴며 속절없이 흐느끼며 쓰라린 비명을 지른다.       가을의 처량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은행나무 잎사귀 한겹한겹 덧 쌓여가며 땅과 포옹하고 키스한다. 사명을 다 완수한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후대들의 새 봄 사랑을 미리 선언하며  상처 입은 넓은 가슴에 문안을 드린다.        나나네 오누이는 다이로교수 신세를 너무 져 오희려 오시러웠다. 물론 그의 덕분에 마사지방에 취직도 하고 장학금도 타고 세집살이를 면했지만 어쩐지 불안했다. (준 게 없이 받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안되지.) 나나는 오늘 밤에도 다이로교수의 동생 이찌로네 마사지방에서 마사지알바를 하면서도 내심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찌로 보스가 오늘 밤에는 느닷없이 마사지방 대청에 나타났다. “광문이, 여기 오라구.” 1층 마사지방에서도 보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짜증나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심심해 못 사는 것 같았다. “예. 보스님.” “어제 밤 그거 뭐야?” “뭘 그래요?” “어째 손님을 마사지해주지 않고 나왔어? 손님을 가려서 해서야 되는가?  손님을 다 빼우겠어.” “잘 못했습니다. 다신 안그러죠.” “이달 로임에서 벌금 만원 떼내겠어.” 광문은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잘못을 빌었다. “옛,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찌로의 네모얼굴 근육과 봉이눈섭은 노기로 푸들푸들 뛰놀았다. 나나는 기분이 상해 걀죽한 얼굴에 대뜸 먹장구름이 흘러지나갔다. 하나꼬는 카운터에서 그 광경을 보고 외까풀눈을 흘기며 종알거렸다. “아버지, 광문이 불쌍하지 않아요? 한달에 얼마나 번다고 만엔이나 떼내는가요?” “삐치지 말엇!” 이찌로는 퉁사발눈을 부릅뜨며 성을 벌컥 냈다. “마스지방 보스는 네가 아니야.” 그는 원래 무남독녀 하나꼬와는 별로 성낸 적이 없었다. 하나꼬는 아버지 지지벌개진 퉁퉁한 네모낯을 보고 곱잖게 눈을 흘겼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걀쭉한 얼굴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윽고 그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도도거렸다. “이제 백부한테 일러바치지 않는가 봐요. 백부 보낸 오누이하구 떽떽거린다고.” 그제야 이찌로는 광문을 놓아주었다. 광문은 그때까지 허리를 굽힌 채 까딱하지도 않고 서서 훈계를 받다가 간신히 자리를 떴다. 이찌로는 카운터에 다가가 하나꼬한테 억지로 웃음지어보였다. “귀여운 것아, 내 이러는게 다 널 위한 거야.” “쳇,” 하나꼬는 아빠를 외면하면서 콧방귀를 뀌였다. 이찌로는 하나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걀죽한 얼굴과 외까풀눈을 들여다보며 구슬렸다. “넌 무남독녀 아니고 뭐냐? 아빠 이젠 예순도 넘었으니 돈을 벌어 뭘 하겠느냐? 하나라도 더 벌어서 귀여운 무남독녀한테 넘겨주려는 거지. 아빠 죽으면 이 큰 마사지방을 메고 가겠느냐? 백부도 자식 하나도 없잖니? 우리 형제 건 장차 다 네 거지. 안 그래? 요 귀여운 것아.” 이찌이로는 손수건을 꺼내 하나꼬의 걀죽한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손수건 있어요. 땀냄새 나.” 하나꼬는 아빠의 손수건을 밀어버리며 자기 손수건을 꺼내 닦았다. “이후에는 오누이를 작작 욕하세요. 어려서 부모를 여읜 오누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오- 그래. 알았어.” 이찌로는 하나꼬를 구슬려놓고서도 어제 오누이 행동거지가 속에 내려가지 않았다.  (어제 온 손님과 무슨 원쑤라도 졌는가? 광문이마저 마사지방에 들어갔잖아?) 이찌로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후에도 이찌로는 쩍하면 광문의 흠집을 들춰내 로임에서 돈을 자꾸 뜯어냈다. 물론 하나꼬 몰래 이른바 마사지방의 규칙을 집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였다. 며칠 안돼 또 조선족 손님이 광문을 찾아왔다. 손님은 예순 좌우 돼 보였다. 그런데 광문은 그 손님을 딱 떼닮지 않았겠는가. 후에 알고 보니 광문의 작은할어버지 성호라고 했다. 그날 광문은 다른 손님방에서 마사지를 해주다가 성호가 찾자 황급히 달려나가 끌어안고 엉엉 울었댔다. 나나도 무슨 일인가고 그리로 달려갔다가 작은할아버지를 보고 붙안고 대성통곡쳤다. 그때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땅에서 솟아났는가? 이찌로가 마사지방에 나타나 손을 홱 저으며 꽥 고함쳤다. “이게 뭔가? 마사지방이 상가집 갔네. 마사지는 하지 않고  울긴 왜 울어?” 그제야 그들 셋은 울음을 끄쳤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보스님, 작은할아버지를 오랜만에 보고 그만.” “주책머리 있는가? 영업집에 와서 면회하면 어떡해? 오늘 영업 또 끝장났군.” 그러자 성호는 지갑을 꺼내 5만엔을 꺼내더니 카운터에 가서 하나꼬한테 건넸다. “미안해요. 오랜만에 만나다나니 그만, 이걸 받으세요.” 하나꼬는 이찌로와 오누이를 번갈아보면서 받지 않았다.” 이찌로는 성을 발칵 내며 성호 손에서 지페를 홱 채갔다. “남의 영업을 파괴했으면 이만이야 내야지. 흥!” 뒤이어 그는 광문이랑 나나랑 데리고 조용한 보스실로 들어갔다.  “하나꼬야, 여기 와서 말하자. 괜히 손님들을 다 빼우겠다.” 성호는 이찌로 뒤더수기를 쏘아보면서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고 부르르 떨었다. 밸 같아선 이찌로를 한대 갈겨 주고 싶었다. 주먹이 윙윙 울고 있었다. 그러나 복화(나나)와 광문의 처지를 생각하고 억지로 참으며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하나꼬는 억이 막혀 도리머리질을 하다가 외까풀눈을 흘겼다. “아빠, 왜 이래요? 아빠는 친척도 없고 인정도 없는가요?” 이찌로는 오히려 제쪽에서 노발대발했다. “무슨 허튼 소리냐? 네처럼 인정을 베풀다간 마사지방이 다 망하겠다.” 이찌로는 광문과 나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나나한테 눈을 흘겼다. “넌 절대 이런 애들과 한데 뒹굴면서 놀지 말라. 네가 정 광문을 동정하면 광문한테 시집보낼 거야.” 그때 나나가 뜻밖에 뭐라는지 아는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몽땅 깜짝 놀라게 하였다. “아빠, 광문한테 시집가라면 못 갈 거 같애? 아빠 자꾸 광문이랑 업신여기면 진짜 광문과 확 결혼해버리잖는가 봐라!” “미친 소리!” 이찌로는 눈앞이 새까매졌다. 그는 머리 아찔해나 부둥켜안았다. “얘, 정신나갔잖았니?” 그는 하나꼬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머리도 뜨겁지 않고 정신도 올똘똘한데.” 이찌로는 하나꼬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정신 나가잖았으면 왜 그런 미친 소릴 칠 수 있느냐? 일순간 성이 나 한 소리지?” 하나꼬는 측은한 눈길로 광문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잡고 보스실에서 나가며 도도거렸다. “어째 다 같은 일해도 광문의 로임은 항상 적게 줘요? 그게 어디 공평한가요?” “얘, 그 손 놓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하나꼬는 광문의 팔까지 끼면서 기를 채웠다. “또 광문일 욕해보지. 래일 당장 얘하구 결혼식 올리잖는가 봐.” “광문아, 내 딸 손 놔라! 이 놈, 언감 금이야, 옥이야 하는 공주 손을 마구 잡아? 어서 놓지 못할가?!” 광문은 덴겁해 하나꼬의 손을 풀려고 했다. 그러나 나나는 대수로워 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뱉은 말은 더 충격적이였다. “괜찮아. 난 네가 마음이 고와서 사랑하고 있어. 일본 남자들은 다 바람둥이야. 아빠처럼 모두 안팎이 달리 독해. 겉으로는 웃으면서 깎듯이 인사해도 돌아서면 잔등에 칼을 박는 음흉한 자들이야. 난 성실한 조선인 광문이 제일 좋아.” 이찌로는 울상이 돼 보스실에서 나가며 애원했다. “아이구, 우리 집안 망했구나. 하나꼬야. 죠센진(조선인)과는 절대 안돼. 광문아, 그 더러운 손 놔라. 제발 놔라! 하나꼬야!” 하나꼬는 기를 채우려는지 아빠를 돌아다보지도 않고 콧바귀를 “흥” 뀌였다. 성호는 자기 때문에 광문이네 오누이를 욕보이는 거 같아 저으기 미안했다. 그는 보수실 앞에 가서 허리굽혀 낮은 문턱에 들어갔다. “보스님, 스미마센(미안합니다). 제가 그만 오랜만에 손자손녀들을 만나서 기쁜 김에 떠들썩해 미안해요.” 이찌로는 거들떠도보지 않으면서 두덜거렸다. “젊은게 할아버진가? 그 할애비에 그 손군들이구먼. 어쩜 모두 조용히 할줄 몰라도 한창 몰라? 죳도 시즈까데 꾸다싸이(좀 조용해 주세요).” 성호도 일본인들이 특별히 “시즈(静)까“를 선호하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조용한 것은 일본인들뿐만이 아니라 독일 사람들 그리고 한국인들 어느 나라 인들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유독 대륙 사람들은 식당에 가나 어디로 가나 목주래를 빼들고 떠들기를 좋아하지. 섬나라 사람들은 “조용한” 걸 좋아하고 뭐나 겉에 드러내지 않고 참는 인내성이 강하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젤 음험한 뭔가를 온양하는 무서운 독종들이였다. 아무리 욕해도, 귀뺨을 얻어맞으면서도 상전 앞에서 “하이”, “하이” 하고 참는다. 그러나 인내성이 한계를 넘으면 비수를 뽑아 상전이고 부모고 뒤잔등에 찌르고 자기도 할복해 자살하는 독한 스찔이 있다. 성호와 광문, 나나, 그들의 극적인 만남과 환희는  “시즈까”라는 리성의 방뚝을 허물고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찌로는 가히 량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찌로는 인내성이 한계에 이르러 세길네길 뛰였다. 그는 보스실에서 나가더니 광문을 한쪽으로 나지막하게 불렀다. “이리 와.” 목소리는 낮아도 보스의 위엄이 있었다. 하나꼬는 아빠를 흘겨보았다. “뭐하려고 또 불러요. 좀 약자를 너무 업신여기지 말아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힘들게 사는 오누이를 작작 괴롭혀요.” 이찌로는 하나꼬가 뭐라든 개의치 않았다. “너, 오늘부터 마사지방에 들어가지 말라. 울안이나 쓸어라.” 광문은 나지막하게 “예.” 하고 대답하고 빗자루를 가지러 창고 쪽으로 갔다. 하나꼬는 아빠 손을 잡고 애원했다. “아빠, 진짜 이럼 난 광문과 결혼해버릴 거야.” 이찌로는 멍해 하나꼬를 돌아보더니 변명했다. “은행나무 잎이 널려 손님들이 게으름뱅이네 마사지방이라고 하잖겠니?” 하나꼬는 아빠한테 다가서며 외까풀눈을 치켜뜨면서 바투 들이댔다. “그럼 마당을 다 쓸면 광문이를 계속 마사지를 시키는 거죠?” 이찌로는 툭 튀여나온 퉁사발눈을 띠룩 굴렸다. “오, 그래. 마사지 시키지.” 광문은 빗자루를 찾아들고 마당에 널린 은행나무 잎을 썩썩 쓸기 시작했다. 그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도 쓸고 서러움도 썩썩 쓸었다. 쓰레받기에 피눈물과 함께 쓰라린 알바도 쓸어담았다. 나나는 보다 못해 돌아서서 어깨를 들먹였다. 동생이 불쌍해 차마 보기도 눈물겨웠다. (무슨 로동개조라도 시키는 건가? 이 놈 집에서 알바 못하겠다,) 옆에서 보는 성호는 속이 더 쓰라렸다. 10여년만에 일본까지 와서 감격적인 상봉을 했건만 못 볼 것을 본 것 같아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얼마나 고생스레 살아왔겠는가.  어쩜 얘들을 이렇게도 못살게 군단 말인가?) 이찌로는 나나를 손가락질하면서 호통쳤다. “울긴 왜 울어? 마사지방을 초상집으로 만들 예산이냐? 어서 손님 방에 들어가지 못해?” 이찌로는 보스실에 들어가면서 지지벌거렸다. “저 오누이 때문에 영업 다 망쳐 먹게 생겼어. 형님은 왜 저런 애들을 보냈어?” 그는 보스실 문을 닫고 두덜거렸다. “뭘 보고 형님은 쟤들을 나꿔? 나나 반반한 얼굴 보고? 흥!” 성호는 밸 같아선 당장 나나와 광문을 훌 끌고 이 놈의 마사지방에서 나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나 눈치를 보고 그만 두었다. 하나꼬는 보스실에까지 따라들어와 푸념질했다. “아빠, 작작 오누이를 섧게 굴어요. 오누이 가면 우리 마사지방이 망가져요. 걔들 얼마나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했어요? 오누이 찾는 단골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흥!” 이찌로는 하나꼬의 말에 오히려 밸을 왈칵 썼다. “넌 걔들하구 휩쓸리지 말아. 광문과 친하지 말라. 정 그럼 오누이 둘 다 쫓아내겠어.” “뭐라고? 쫓겠다고?” “못 쫓아낼 거 같아?” 하나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순박한 농민 감정 어디로 갔어요. 시내에 와서 많이 변했어요. 광문이를 쫓아내면 난 광문과 도망가지 않는가 봐요.” 이찌로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하나꼬! 제정신 있니? 도망간다고?” “그럼 도망가 결혼하지 못할 거 같애?” 그제야 이찌로는 누그러들었다. “그러지 말라. 아빠 잘 못했어. 넌 내 무남독녀야. 넌 내 생명의 모든 게야. 넌 형님과 나의 생명 연속의 전부야. 네가 도망가면 아빠 죽어.” “그럼 광문을 잘 대하세요.” 이찌로는 보스실에서 달려나가 하나꼬의 손을 다잡고 거듭 머리까지 조아리면서 다짐했다. “그래. 알았어. 잘 대할게.” 그러나 속으로는 이빨을 악물고 못된 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리고 있었다. (집 안에 도둑놈을 기를 순 없어. 광문을 쫓아내지 않다간 귀여운 딸애마저 두둑맞히겠다.) 그렇다. 대개 일본 사람들은 속으로는 굴하지 않지만 컽으로는 꼽싹꼽싹 허리 굽히며 “하이”, “하이” 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나꼬는 음흉한 아빠의 퉁사발눈을 꿰뚫어보고 앙심을 먹은 아빠의 심보를 꿰뚫어보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아빠 손을 잡아 끌고 보스실로 되들어갔다. “이찌로선생, 귀를 까시고 명심해 들으세요.” 그녀는 아빠 손아귀에서 손을 핵 뿌리치면서 외까풀눈을 흘기며 위협조로 호통쳤다. “이제 광문을 쫓아내는 날엔 난 진짜 광문과 함께 도망친다는 걸 아세요.” 이찌로는 겁기 띈 퉁사발눈으로 하나고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 말라. 내 애간장을 태우는 거 보려고 이래? 엉? 아빠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사랑하면 명심해두세요.” 하나꼬는 아빠의 약점을 딱 틀어쥐고 다짐을 단단히 땄다. “첫째, 광문을 쫓지 못해요.” “그래, 그래. 네만 도망치지 않으면 백가지라도 대답하마.” 하나꼬는 손꼽아가면서 다짐을 땄다. “둘째, 다른 일본인 안마사만큼 보수를 줘야 해요. 일전한푼 골아도 안돼요.” “그래. 그래.” “광문이네 오누이 주숙할 방을 하나 무료로 내줘야 합니다.” 이찌로는 억이 막혀 입을 버치처럼 쫙 벌렸다. “얘, 형님이 나나넬 세집 마련해줬다던데 왜 여기다 또 방을 마련해야 해?” “오누이 쓸데 없는 교통비 팔면서 한밤중에 집으로 가려면 힘들잖아요?” 이찌로는 기막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일본인 안마사들보다도 우대하는데. 이 집 보스는 너냐? 내지.” 하나꼬는 외까풀눈을 곱게 흘기며 아빠를 얼리고 닥치고 했다. “딸의 말 안 듣겠으면 말아요. 아빤 왜 어려서 부모 잃고 의지가지 없이 사는 오누이를 그렇게 괴롭히는가요? 아빠도 딸 가진 분 아닌가요? 상처도 많은 오누이한테 왜 새 마음의 상처를 주는가요? 바꿔 놓고 당신 딸이 남의 집에 가서 일하면서 상처받으면 좋겠는가요?” “어느 놈이 감히 내 따님을, 흥! 가만놔둘 거 같애?” 이찌로는 딸의 말에 끌려들어 한바탕 열변을 내쏘고나니 딸한테 진 것 같아 하나꼬한테 허구픈 웃음을 지어보였다. “쟤들은 쟤들이고 넌 네야. 넌 달라. 내 귀공주야. 알아?” 하나꼬는 아빠한테 눈을 흘기더니 정색했다.   “이젠 더 길게 말할 필요없어요. 랠 당장 광문과 함께 달아나 살겠다니깐.” “얘, 제발 그러지 마.  내 귀여운 딸아. 다 들어주마.” 하나꼬는 아빠를 끌어안고 네모번듯한 지지벌건 얼굴에 뽀뽀를 뽁 해주었다. 하나꼬가 보스실에서 나와 광문이네를 찾았다. 그런데 바깥 울안에서 처량한 울음소리 들리지 않겠는가. “엄마-“ “아버지-“ 오누이가 글쎄 오누이와 할아버지 서로 부둥켜 끌어안고 엉엉 대성통곡치지 않겠는가. 하나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광문아, 울지 마. 네가 울면 난 죽을만큼 괴로워. 울지 말아요.” 그들 넷은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쳤다. 이찌로는 광문이랑 꽉 껴안고 우는 하나꼬를 먼발치를 내다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생에 가진게 많은 자의 게트름소리 꼬리치며 운명의 음흉한 칼질을 하고 있다.        처랑햔 울음소리에 맞춰 속절없이 은행나무 략엽이 지는 소리 더 쓸쓸해진다.         전생에 무슨 죄라도 지었소?        땅바닥에 나뒹구는 은행나무 락엽처럼 알바생 오누이 피눈물나는 고행 눈물겹기만 하구나. 
319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8) 김장혁 댓글:  조회:1477  추천:0  2022-10-11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8.  변강쇠의 뒷모습        사랑 한담패설 꼬리가 창문을 두드리며 기생거리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      가을 밤의 소슬한 바람에 은행나무 락엽이 우스스 지며 고즈넉한 밤의 정적을 깨운다.      아가씨들의 체취 추파를 타고 해물관에 사뿐 보선발을 들여놓으며 미소짓는다.      유혹의 분내가 해물관 술상에 타리대를 치고 앉아 맥주잔을 기울인다.      변강쇠의 혼이야 벌써 유령처럼 기생거리에 날아가 아가씨들의 체취에 취해 목마를 타고 팔자걸음을 친다.      정호 우멍눈에는 색갈에 갈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이상한 불길이 활활 타번지는듯한 우멍눈길로 자꾸 창문 밖에 지나가는 화복차림의 아가씨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했다.      그는 웃고 떠드는 일본 아가씨들을 쳐다보면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황선희 말하던 교토 기생거린 거 같아. 어서 가봐야지. 내내 쫓겨다니다나니 어디 일본 아가씨 맛 볼 새 있었니?  에잇 참, 개판이야. 언제 붙잡힐지도 몰라. 기생거리 코밑까지 왔다가 평생 소원도 못 끄고 말겠는가. 일본 간나새끼들을 깔고 들어앉아 질탕하게 놀아봐야지.) 정호는 아가씨들을 멍해 내다보며 마른 입을 쩝쩝 다시였다.   나영은 맥주잔을 들어 정호의 우멍눈 앞에 대고 휘저었다. “여보쇼, 최사장, 호호호. 맥주 안 들래요.” “어, 그래. 한잔 들자구.” 나영은 해쭉해쭉 웃으며 지껄였다. “어째? 일본 아가씨 생각나는가요? 어데 가서 실컷 발산해보세요.” “엉? 아, 아니. 난 나영만 있으면 돼.” 정호는 그제야 제정신이 펄쩍 들어 술잔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 마시기오.” “호호호. 우리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술잔을 굽내자 정호가 바지멀춤을 춰 입으면서 바쁜 소리를 했다. “내 소피 보구 올게.” “올 때 아이스크림 몇대 사오세요.” “오. 그래.” “배낭을 인주세요.” “아니, 근심 말어." 금은보화 들어찬 배낭만은 손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배낭메고 갈테야. 인차 올테니깐.” 나영은 모든 걸 눈치챘다. 정호는 며칠만 오입하지 않으면 못 견딘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화장실에 가? 이 해물관에도 화장실 있을 건데. ㅋㅋ. 오줌 마려워? 아니지. 다른게 더 마렵겠지. 본 병이 뛰여나올 때도 됐지. ㅋㅋㅋ.) 그는 문 밖을 나서자 뒤를 힐끔 되돌아보았다. 나영이 따라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리던 시각인가. 일본 와서 일본 아가씨 하나도 맛보지 못하고 어떻게 떠나가겠는가. 허허허.” 정호는 국내외 어데를 관광하러 가도 꼭 먼저 산수경치를 구경하고 밤이면 꼭 당지 아가씨를 맛봐야 시름 놓았다. 그렇잖으면 꼭 두고 두고 후회하군 하였다. (절대 일본에서 후회를 남길 순 없어.) 그는 이전에 순정과 함께 관광갈 때마다 순정한테 관광기념품을 많이 사주고 기뻐하는 틈을 타서 스리슬쩍 빠져나가 당지 기생들을 맛보군 하였다. 오늘도 례외가 아니였다. 일본에 건너와서 도쿄 시내 아가씨도 데리고 놀지 못하고떠났 것이다. 그게 내내 속에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나영을 떼놓고 기생거리에 들어서자 흥분을 갈아앉히지 못했다. 뒤이어 그는 해물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왼쪽으로 굽어들었다. 뒤를 흘끔 되돌아봐도 꼬리가 없었다. 그는 부랴부랴 큰 길을 꿰질러 쥐새끼처럼  달려지나갔다. 삑-삑- 교통경찰이 호르래기를 불렀다. “왜 인행횡도도 아닌 데로 건넙니까?” 정호는 들었는둥 마는둥 큰길을 건너 기생골목에 불여우처럼 굽어들었다. 기생집마다 문 앞에 벌건 초롱과 연분홍초롱이 디룽디룽 걸려 있고 문 옆에 화려한 화복을 입은 이쁜 아가씨들이 비단필처럼 촘촘히  줄느런하게 늘어서서 웃음 팔면서 손님을 기다렸다. “어서 오세요.” “아니상(오빠),잘 모셔드릴게요.” 걀죽하게 생긴 이쁜 기생이 연분홍 초롱불 아래서 몸을 배배 탈며 청아한 목소리로 유혹했다. 정호는 기생거리를 더 구경하려고 못 본체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에이씨, 오늘 마수걸이도 못하겠구나.” (아니, 저게 한국 말을 해? 한국 계집인 모양이구나.) 정호는 깜짝 놀라 되돌아보았다. 아가씨도 그를 응시하며 해쭉 웃어보였다. 정호는 되돌아가 물었다. “한국 아가씨인가요?” “네. 오빠 어서 들어오세요. 일본 아가씨는 3만원이나 하는데요. 우리 한국 아가씨와 대륙 아가씨는 한번에 2만원 밖에 안 받아요. 더 싼 것도 있는데요. 조선족아가씬 만원 밖에 안 해요. 그래도 우리 한국 아가씨가 비싸지도 않고 눅지도 않고 젤 좋지요. ㅋㅋ” 그러나 정호는 조선족을 깔보는 거 같아 슬그머니 아니꼬왔다. “그게 그게겠지. 기생년 주제에 민족기시를 해?” 욕설을 퍼부우려다가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 없어 그만뒀다. 그는 점잔을 빼면서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해유. 일본에 와서 일본 아가씨를 맛봐야죠. 일본 년들 거기에 황금테라도 둘렀나? 우리 겨레 아가씨들을 깔보는 섬나라 오랑캐년들 죽여줘야지!” “오빠, 대륙 동포 같은데요. 불쌍한 누이를 좀 도와주면 안돼요. 그게 겨레애 있는 사내재장부라요.” 정호는 그저 지나갈 순 없어 아가씨를 따라 들어갔다. “고마워요. 오빠, 잘 모셔드릴게요.” 아가씨는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곱게 인사했다. 비좁은 단칸방에는 아가씨들이 여럿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정호가 들어서자 눈인사를 하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아가씨는 다른 방에 가서 화복을 벗고 짧은 치마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그녀는 정호 팔을 끼더니 침대 쪽으로 안내했다. "이름 뭐라고 부르지?” "미희라고 불러요." "어디서 왔지?" "부산에서 왔어요. 저기 일본 대마도 알죠? 저의 고향 대마도에서 별로 멀지 않는 어촌마을에 있으니께." "오- 그래?" 순간, 정호는 번개불처러럼 피뜩 령감이 떠올랐다. (미희하구 련계해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가면 어떨가? 그래.) 그는 눈이 새까맣게 기다릴 나영의 청포도눈이 떠올랐다. 그는 앞날에 리용가치를 따져서 미희한테 백딸라짜리 두장을 꺼내들었다. 아가씨는 짧은 치마를 훌렁 들어보이며 꼬셨다. 부드러운 연분홍네온등 불빛아래 하얀 허벅다리가 매력의 꼬리를 쳐들고 하느작거렸다. “아니오. 이 돈 받소. 친누이 같애 차마 못 그러겠소.” “아니, 무슨 일 그리 급해요.” 아가씨는 눈이 데꾼해 이상하게 정호를 여겨보았다. “혹시 무슨 힘든 리유라도 있는가요?” 정호는 딸라 두장을 뿌려주고 나오며 정색해 말했다. "후에 무슨 일 있으면 올게."  아가씨는 딸라를 주어들고 흔들면서 "오빠, 일 있으면 꼭 저를 찾으세요." 하고 간드러지게 소리쳤다. 그녀는 자못 아쉬운지 거듭 허리굽히며 인사했다.  "딸라 고마워요. " 캐득캐득, 키득키득. 등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정호는 옆방 문 앞에 가서 일본 아가씨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화려한 화복차림의 일본 아가씨 걀죽한 외씨얼굴이 꽤나 이뻤다. 일본 아가씨는 여우처럼 해쭉거리며 꼬리를 살래살래 저었다. “어서 오세요. 아니(오빠)상, 잘 모셔드릴게요.” "이름이 뭐지?" "사꾸라예요." 정호는 다짜고짜 사꾸라를 보고 호통쳤다. “너네 일본 년들이 금테라도 둘렀니? 뭐 그리 대단해 만엔이나 더 받아? 기생 주제에  민족기시를 다 해?!” “웬 놈이 떠들어?!"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  정호가 홱 돌아섰다. 웬 무사 화복차림의 일본 사내가 비수를 뽑아들고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고함치며 다가왔다. "더러운 죠센진, 우리 일본 아가씨를 지껄여? 흥! 어디 죽어봐라." 미희랑 사쿠라랑 숱한 기생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구경했다. 일본 사내들이 아니꼬운 눈길로 정호를 쏘아보았다. 정호는 또 관용된 반격동작을 했다. "아니, 제발 살려주소. 이 배낭 안의 금은보화 줄게." "뭐? 금은보화?" "예, 예. 꺼내 줄게." 정호는 배낭을 내려 열고 금팔찌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 놈은 멋도 모르고 다가와 비수를 내리며 손을 내밀어 금팔찌를 받아쥐려고 했다. 순간, 정호는 번개같이 날아오르며 발길을 날려 비수를 차 떨구었다. 거의 동시에 무릎으로 턱주가리를 걷어차올렸다. "억!" 그 놈은 허리를 굽히며 비명을 질렀다.  "얏! 태권!" 정호는 씽 한고패 몸을 돌리며 그 놈의 아래배를 걷어찼다. "억!" 외마디비명소리와 함께 그 놈은 보기좋게 푹 꺼꾸러졌다. 정호는 하늘로 씽 날아올랐다가 뛰여내리며 무릎으로 그 놈의 옆구리를 꽝 짓쫗았다. 그 놈은 죽는 소리를 지르며 까딱하지도 못했다. 아마 륵골이 몇대 분질러졌을 것이다. "조선 사람들을 다시 기시해봐라! 죽여치운다. 흥! 더로운 일본 놈새끼. 퉤!" 미희랑 사쿠라랑 정호 날랜 동작에 탄복해 혀를 끌끌 찼다. 그때 일본 사내들이 욱  달려들었다. 정호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씽-씽- 날아다니며 일본 놈들을 치고 차 눕혔다.  삑- 삑- 경찰들이 호르래기를 불며 달려왔다. 그제야 싸움은 끝났다. 정호는 금팔찌를 주어 배낭에 챙기고 메고 골목으로 도망쳤다. …        한편 나영은 소피보러 간다던 정호가 인차 들어오지 않자 버럭 초조해났다. 정호가 결산도 하지 않고 나갔기에 해물관에서 한발자욱도 나갈 수도 없었다. (보나마나 또 일본 아가씨 맛보러 갔겠지.) 나영은 정호가 어떻게 거짓말 하는가 보려고 해물관 카운터에 가서 자기 지갑을 꺼내 결산해버렸다. 다행히 정호가 나눠준 비상용 딸라 한 묶음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카운터 보고 “피뜩 나갔다가 돌아와 먹겠으니깐요. 상을 치지 마세요.”라고 부탁해두었다. 뒤이어 그녀는 해물관에서 나와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큰길 맞은 쪽에  연분홍초롱불이 줄느런히 걸린 환한 골목이 피뜩 눈에 들어왔다. “저기겠구나.” 나영은 도적고양이처럼 발끝걸음으로 맞은켠 골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골목 한쪽으로 해 숨어 동정을 살폈다. 저쪽에서 변강쇠가 기생 골목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영은 황급히 기생골목에서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왔다. 이윽고 정호가 해물관에 들어섰다. 나영을 흘끔 보니 홀로 고독하게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나영을 여겨보았다. 억지로 웃음짓는 나영의 까만 포도눈동자에 불타는 질투와 어두운 실망의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나영은 억지로 격분을 갈아앉히며 나직이 말했다. “소피 보러 간게 왜 그리 오래요?” “어! 허허허.” 정호는 자리에 앉아 맥주잔을 들고 바깥을 내다보면서 번개같이 속궁리를 굴렸다.  (금방 있은 일을 다 말할가? 한국 아가씨 미희를 만난 일만 말할가? 배를 타고 한국에 건너갈 일을 말해보느라고  늦었다고 훌 말할가?"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절대 말해선 안돼. 황선희를 봐라. 죽자살자 하던 년이 배신하잖았어? 나영이라고 례외겠는가. 나영이 배신하면 배를 타고 한국에 도망칠 길까지 막혀버려.)       기실 정호는 황선희를 보고 한국 출국비자를 해라고 부탁해놓음으로써 딱 마치 오사카공항으로 해 한국에 도망갈 가상을 꾸몄다. 황선희가 고발해도 경찰들의 시선을 공항쪽으로 돌려놓고 한국 기생 미희와 거래를 해 배를 타고 한국에 도망칠 궁리를 했다.      그러나 정호는 나영한테 그런 말까지 하잖고 홀딱 벗겨질 거짓말을 했다. “공중화장실찾기 힘들더구만. ㅎㅎ. 오래 기다리게 해  미안해.” 나영은 가랑잎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정호가 가소로웠다. “아이스크림은?” “추운데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나영은 단통 뽀로통해났다. “제 좋은 멋에 내 부탁은 서울에 감투끈이 돼버렸군요.” “아니야. 그만 급히 소변 보고 오다나니 깜빡 잊었어.” “쳇!” 나영은 콧방귀를 뀌였다. “이제라도 사올가?” 정호는 일어나기까지 했다. “아니, 그럴 필요없어요.” 나영은 안팍이 다른 변강쇠 뒷모습을 밟아보고 실망했다. 순간 모든 믿음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동영상을 찍은 걸 보이며 한바탕 해낼가 하다가 그만 두었다. 대신 에둘러 비양거렸다. “소원 성취했으면 됐어요. 오줌을 쏴 씨원히 내싸고 나면 얼마나 씨원하겠어요? 안 그래?” 정호는 깜짝 놀랐다. (다 눈치챘구나.) 정호는 몸둘바를 모르면서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실망의 포도눈동자를 보는 순간 마음 한쪽 구석이 좀 쓰르르해났다. (별수 없어. 그렇다고 일본 아가씨를 놀지 않을 순 없지.) 그는 왕게 다리를 쑥 뽑아 나영의 입가에 가져다 주며 입을 틀어막으려고 서둘렀다. “래일 교토 시내 쏘핑이나 하지. 화려한 옷 몇벌 사 입소.” 쏘핑한다는 말도 나영의 실망에 찬 포도눈동자를 가셔주지 못했다. 눈시울에 소외감과 실망감이 가득 찬 눈물이 그윽하게 담겼다가 수척해진 가냘픈 두 볼을 적시며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가 아찌 다 알겠는가,  일본 시내에는 도처에 기생집이 있어 소피 보는 시간이면 얼마든지 오입할 수 있다는 것을.      기실 정호가 바라는 자유는 기실 일본에서처럼 성해방하고 섹스자유를 누리는 짐승 같은 본능적인 자유, 제일 저급적인 자유였다. 젤 추접스러운 자유가 아닌가.       나영은 정호의 우멍눈을 흘끔 쳐다보고 머리를 폭 숙이면서 한숨을 호- 내쉬였다.    (변강쇠는 수캐야. 그저 수캐처럼 아가씨들이나 쫓아다니는 색마야. 성해방과 섹스자유를 선호하는 수캐에 불과해.)  
318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7) 김장혁 댓글:  조회:1316  추천:0  2022-10-10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7. 실망의 포도눈동자         공포의 바람이 꼬리치면서 정수리를 무섭게 휙- 스치고 지나갔다.         까만 포도눈동자에 불꽃이 튕기면서 아찔해났다.         (누굴가? 경찰이 아닐가?)         나나가 신깐센 렬차 화장실 문을 열고 누군가 쳐다보았다.        살기등등한 눈확에 우멍눈이 자기를 쏘아보지 않겠는가.        (앗!)        나영은 어망간에 비명을 질렀다.        숱한 려객들의 의아한 눈길이 일제히 화장실 쪽에 쏠렸다.        다행히 경찰은 아니고 정호였다. 그럼 경찰도 아닌데 나영은 왜 비명을 지르면서 놀랐을가?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우멍눈을 피해 다른 바곤으로 스리슬쩍 가버렸다. 자칫 아는 사이라고 하면 경찰한테 잡힐가 봐 미리 모르는체 하자고 약속하고 각기 다른 바곤에 나뉘여 앉았던 것이다. (최국장이 금방 화장실에서 한 말을 다 듣지 않았을가?) 나영은 바로 그게 두려워 정호를 보고서도 놀라 그만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그들 둘은 다 보이지 않는 눈길이  여겨보고 있는 것 같아 서로 모르는 척하며 갈라졌다. 정호는 우멍눈으로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나영을 보고 웃지도 않고 놔버렸다. 숱한 눈길도 잠잠히 자리를 옮기는 나영을 보고 의문을 풀려고 뒤따라갔다. 나영은 너무나도 놀란 가슴을 눅잦히면서 한 바곤 더 건너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차창 밖으로 휙휙 뒤로 밀려가는 어둠을 내다보면서 장탄식했다. 그녀의 까만 포도눈동자에는 실망의 그늘이 서서히 비꼈다. 복스럽던 복숭아 이마에는 잔주름이 건너가기 시작하였고 눈확에는 추적당한 공포흔적이 거므스름하게 찍혀 있었다. (자유, 자유! 자유를 찾아 수많은 간난신고를 겪었건만 차례진 것이  뭔가? 이게 자유인가? 날마다 심장이 두근닥근하게 쫓기워다니는 꼴, 이게 바로 자유란 말인가?) 그녀는 금방 아들과 충격적인 화상대면을 한 후 정호를 따라다니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새 감옥은 가지 않고 향수했다. 석달 동안에 섬나라 구경도 잘했다. 후지산, 도꾜, 오사까, 혹가이도 가보지 않았던가. 도쿄 아끼하바라거리나 긴자거리에 가서 쏘핑도 하고, 고운 일본 옷을 사입기도 했지. 내 새 화복을 입고 곱게 화장하고 나서면 행인들은 진짜 일본 아가씬가 할 지경이였지. 도꾜만에서 유람선도 탔지. 1만 2천엔짜리 신선로 왕게, 오, 산해진미도 맛있게 먹어보았지. 남자 같지 않은 철석의 성학대를 피해 행복했다. 거의 반년 동안 진짜 변강쇠와 거의 날마다 오르가슴에 올라보았어.) 그녀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든 공포를 잊고 가슴이 설례여 혼자 쌔무룩이 웃었다. (진짜 온 몸이 찡찡 전기 통하는 듯하고 하늘에 붕 뜨는 기분이였지. 철석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진짜 남자 자극이였지.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한 자극, 숨이 넘어갈듯한 흥분. 오- 온몸이 해나른해나게 너무 행복했어.) 그 설레이는 기분은 잠시뿐, 이윽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실망의 그늘이 서서히 퍼졌다. (비록 자유를 박탈당하진 않았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간난신고를 다 겪었지. 최국장이 말하는 자유를 찾아 온 대가가 무엇인가. 그저 자유란 성해방과 섹스자유를 말하는 건가? 항상 경찰들한테 쫓겨다니면서 발편 잠을 자지도 못했는데 자유인가? 국내에서는 항상 하늘을 이불 삼아 덮고 풍찬로숙하면서 흑룡강성으로부터 숱한 성과 도시를 도적놈처럼 오토바이와 택시를 타고  S시까지 야반도주했지.)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경찰들한테 쫓겨다니던 나날을 생각하면 진절머리났다. 온 몸에 소름이 쪽 끼쳐 더 회상하기조차 싫었다. (자유는 기실 변강쇠와의 섹스자유였지. 그 놈의 거물에 하신이 마구 피터지면서도 짜릿한 맛이 좋아 내내 그 지랄을 했지. 섹스자유 대신 잃은 것도 많지. 사실상 우리 가정은 깨졌고 남편도 버렸다. 날따라 성림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 쓰라린 눈물이 실망에 찬 눈동자를 스르르 덮어버렸다. (이제야 뭐, 뭐 해도 모성애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뭐니 뭐니 해도 내 마음 속에는 아들뿐이야. 내 품속에서 나온 성림이 제일 크지.) 그러나 나영은 아들을 볼 수 없게 됐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경찰들에게 나포돼 감옥에 들어가야 해. 몇년 감옥살이 하겠는지? 아들도 만나지 못해. 성림도 감옥살이 하는 엄마를 보면 얼마나 울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영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니야, 절대 그런 모습 보여줄 순 없어. 황차 내가 탐오죄를 낱낱이 탄백하고 자수한다고 해도 몇년 징역을 감형하겠는지도 몰라. 박동묵 국장이나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이 한 승낙도 확실찮아. 철석이 말을 믿을 순 없어. 나를 빨리 돌아오게 하려고 박국장이 관대하게 처분한다고 꿍꿍이를 꾸몄을 수도 있어.) 현실은 그녀로 하여금 쫓겨다니면서도 감옥살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또다시 기울게 하였다. 신깐센 렬차는 어느덧 잠간 사이에 교토 역에 들어섰다. 역광장까지 나가니 정호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들은 서너메터 간격을 두고 웅멍눈과 까만 포도눈을 마주 치고는 서로 소 닭 보듯하는 척했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 사람까지 나오는 걸 써캐 훑듯해도 황선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정호와 나영은 불길한 감이 들었다. 정호는 비상용 손목시계핸드폰을 쳐들었다. 아무리 핸드폰을 쳐도 받지 않았다. “달아나겠으면 달아나라지. 오히려 언니 없으면 더 자유로울 거 같애요.” 나나가 도도거리자 정호는 우멍눈이 튀여나올 지경으로 데꾼해졌다. “무슨 소리야?” 나나는 스리슬쩍 그럴듯하게 돌려댔다. “셋이 붙어다니면 꼬리 밟히기 더 쉽잖아요?” “아니야. 우리 한국에 달아나기 전엔 일본통인 황박사 필요해. 그를 리용해야 할 일이 많어.” 그 말에 나나는 입에 빗장을 지르고 공포에 찬 포도눈으로 사위를 살폈다. 그 사이 정호는 팔을 내리더니 손목시계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황박사, 웬 일이야, 지금 어딘가?    황선희한테서 인차 메시지 왔다.    호텔에 비자를 두고 와서 떨어졌어.  나영과 함께 교토 일지화(一枝花)거리에 가서 놀라구. 큰길 하나 건너면 기생거리야. 일본 아가씨, 한국 아가씨 비단필처럼 꽃혀 있어. 변강쇠 손을 펼 때 왔어. 얼마나 좋아? 소원성취 하게 됐어.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어서 교토에 오라.    며칠 후에 갈게. 내 도쿄서 류학시절 도사 야마구찌 다이로교수를 만나보고 가야겠어.   우릴 저승사자한테 물어먹진 않겠지?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린가?   좋다. 한가지 부탁하자.   뭔데요? 우리 한국에 갈 비자를 맞아달라.  공항에 차압당한 금은장신구와 딸라를 찾아달라. 우린 체포될 가 봐 찾지 못해. 그걸 찾아다달라.   힘들어요. 당신 김사장 려권 있어야지.   쿄토에 오면 김사장 려권 줄게.   알았어요. 다이로교수한테 부탁해보죠. 그는 사회관계가 아주 넓습니다. 문자도 길게 하지 맙시다. 보이지 않는 눈이 우릴 여겨볼 수도 있어요. 행운을 빕니다. 빠이, 빠이! 변강쇠! ㅋㅋ   정호는 나영을 돌아보았다. “위험해. 빨리 자리를 뜨자.” 나영은 대답도 할 새 없이 황급히 정호를 뒤따라갔다. 정호는 택시를 보자 손을 척 들었다. 그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교토역 광장을 빠져나갔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정호는 벙어리 상을 하면서 웃호주머니에서 필을 꺼내 손바닥에 일어로  다음과 같이 썼다. “一枝花마찌에 갑시다.” “네?” 운전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기생거리 쪽으로 가는데 웬 이쁜 아가씨까지 데리고 가? 사창가에 팔아먹을 아가씬가?) 정호는 곧추 호텔에 가기 싫었다. (황선희 경찰에 신고했을 수도 있어. 또 택시 운전수가 경찰에 신고나 하면 납짝 붙잡힐게 아닌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나영까지 포함해서.) 그는 기실 신깐센 렬차 화장실에서 나영이 울고 불고 하며 남편과 한 말을 다 엿들었던 것이다. 그때 그는 깜짝 놀랐다. (이년, 자수?! 탐오한 돈도 다 게우고? 어쩐다? 떼버리고 달아날가?) 그는 당장 나영을 떼버리고 신깐센 렬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다른 손님이 와서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렸다. 드디여 문이 벌컥 열렸다. (잠시 나영을 달고 다니자. 저년 하들하들한 몸으로 기본 욕구는 말려야지.) 정호는 마지못해 나영을 달고 교토에 오기까지 했다. 택시는 어느덧 이찌에다하나(一枝花)마찌 어귀에서 천천히 멈춰섰다. 나영은 고풍스런 목조건물이 줄느런히 늘어선 거리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해났다.  “여긴 어딘가요?” “이찌에다하나거린데 한번 와 볼만한데야.” 나영은 정호를 따라 내리면서 두덜거렸다. “쫓기는 신세에 한밤중에 무슨 구경인가요? 곤한데 호텔이나 먼저 잡지오.” 정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작작 말하라구.” 그러나 나영은 계속 도도거렸다. “호텔방도 잡지 않고 무슨 구경입니까? 좀 주책있게 놀았으면.” 정호는 배낭을 춰 업더니 우멍눈으로 나영을 돌아보며 씨무룩이 웃었다. “물론 호텔방을 잡아야지. 건데 지금 황선희 우릴 배신해서 경찰에 신고했을 수도 있어. 우린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 해.” 나영은 단통 까만 포도눈이 데꾼해졌다. “그렇게 외우던 자유세상 이런 건가요?  자유세상에서도 또 풍찬로숙하면서 상가집 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정호는 될수록 얼굴에 웃음을 처바르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언성도 낮추고 부드럽게 말했다. “곧추 호텔방에 갔다가 그놈 택시운전수 신고하면 어떻게 해?” 그제야 나영은 더 도도거리지 않고 머리를 좀 수그렸다. 정호는 안팎이 다르기로 이름났다. 그는 기실 일지화거리를 구경하는 척 하면서 길 건너 편에 있는 기생거리에 가 가만히 기생놀이를 하려고 작심하였다. 그러고서도 하영을 스리슬쩍 얼려넘겼다. 일지화거리에는 교토에서 묵은 옛집들이 줄느런히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목조건물에 거므스럼한 칠까지 해놓아 거리에 들어서 구경하노라니 진짜 옛날로 돌아간 듯한 감이 들었다. 집집이 디룽디룽 걸려 있는 벌거스름한 초롱불은 은은한 정취를 더해주었다. 자그마한 울타리에는 참대와 은행나무가 소슬한 가을 밤바람에 설레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밤참 드시죠.” “사께오 노미마쇼(술 드시죠).” 가게마다 화려한 화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손님을 불러들인다. 정호는 화복을 입은 아가씨 짙은 버드나무눈섭에 끌렸다. 그는 어글어글한 깊은 눈 속을 들여다보며 먹방에 들어가며 나영을 돌아다보았다. “해물이나 먹고 호텔에 가기오.” “네- 그러잖아도 배 촐촐해요.” 나영이 따라들어서서 시름놓였다. 정호는 나영과 마주 앉으며 아가씨를 보고 나영이 젤 좋아하는 해물을 이것저것 시켰다. “이 집에서 젤 비싸고 맛있는 걸로 다 가져오게나.” 나영은 눈을 흘겼다. “아니, 그게 뭔가요? 비싸다고 다 맛있겠어요. 그저 맛있는 걸 가져오라 할게지.” 나영은 점점 잔소리 많아졌다.  정호는 나영을 보고 그저 씨무룩이 웃었다. 그는 녀자를 다루는 엘리트였다. 고만한 잔소리는 그저 희죽이 웃어주면서 넘어가면 그뿐이였다. 그러잖고 맞장구를 치면 옥신각신 다투게 될게 아닌가. 사내대장부란 안해나 애인과 자질구레한 일을 가지고 옴니암니 따지지 말고 그저 안해나 애인의 잔소리는 자장가로나 들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별의별 성격을 가진 녀자들도 다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이제껏 정복자의 력사기록을 창조해오지 않았던가.) 그는 오히려 나영의 화를 유모아적으로 풀어주면서 스리슬쩍 얼리기도 했다. “래일 백화점에 가서 화려한 옷이나 둬 벌 사 입소. 미처 씻기도 시끄러원데. 이젠 화복을 곱게 입고 일본 녀자인척 하란 말이오. 우리 둘은 이제부터 특수 경우를 내놓고는 일어로 말하기오.” “왜 일어로 말해요? 남들 다 듣는데.” “그러잖으면 꼬리를 밟힐 수도 있소. 이젠 최사장과 나아가씨로 되돌아가기오.” 나영은 청포도눈이 데꾼해졌다. “정신 나갔는가요? 왜 진짜 이름 써요?” “지금 일본 땅에선 김사장과 허비서를 추적해. 우린 이젠 일본 땅에서 놀 때나  한국에 갈 때나 진짜 최사장과 나비서 려권으로 들어가야 하오.” 나영은 단통 걀죽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해시시 해졌다. “알았어요. 이제 최사장 덕분에 처음으로 한국 구경 다 하게 됐네요. 호호호.” 정호는 기실 일지화거리에 온 것도 큰길 건너편 기생거리에 가서 일본 아가씨들을 질탕하게 놀아보자는 것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성자유와 성개방을 주장하는 나영이라고 해도 정호는 내놓고 기생놀이를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녀자들은 대부분 자기는 놀기 싫어하면서도 남편이나 애인이나 다른 녀자와 그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투하고 심지어 독한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것이 젤 무서운 암장된 시한폭탄이고 공포 자체였다. 때문에 정호는 아무리 성개방형 애인이라고 해도 그 방면 언행을 눈치를 봐가며 주의를 돌렸다.     황선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섬나라에 온 뒤 변강쇠가 달려들면 한두번은 아주 즐기며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이 들어 그게 간지도 몇해 돼 아파나면서 어쩐지 변강쇠의 강렬한 섹스가 점점 싫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는 싫어하면서도 정호가 나영과 그래는 건 슬그머니 질투했다. 나영은 한방에서 정호와 구을며 신음소리를 호텔방이 떠나가게 냈다. 황선희는 옆침대에서 구경하면서 슬그머니 질투심이 북받쳐오르군 했다. 침대에서 뒹굴면서 오래동안 즐겁게 노는 정호와 나영을 구경하면서 슬그머니 소외감도 몸서리쳤다.      나영은 변강쇠 성애를 혼자 독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였다.      드디여 김이 문문 나는 왕게랑 조개랑 소라랑 상다리 부러지게 올랐다.       나영은 반기기는 고사하고 또 푸념질을 했다.       “아니, 이젠 딸라도 별로 없는데 언제 다 먹는다고 이리 많이 시켰나요?” “다 그대 젤 좋아하는 해물이오. 잘 먹고 보기오.” 정호는 젖은 휴지로 손을 닦고 왕게 다리를 쑥 뽑아 껍질을 발가 나영한테 내밀었다. “아- 하오” “고마워.” 그제야 나영은 쌔무룩이 웃음지으며 앵두입을 아 하고 벌려 들이댔다. “왕게 다리 들어간다.” 정호는 왕게 다리 속살을 나영의 나팔처럼 벌린 앵두 입에 넣으주면서 중얼거렸다. “난 그대 까만 포도눈으로 새물새물 눈웃음 칠 때면 젤 좋아.” 나영은 미소 지으며 게다리 속살을 받아 잘근잘근 씹으면서 눈을 곱게 흘겼다. “녀자를 얼리는데야 이골이 텄지요. 엿발린 말로 녀자 간을 다 녹일 지경. 호호호. 맛있게 먹겠어요.” “그래. 잘 먹고 보자.” 나영은 왕게 다리를 집어 껍질을 발가 속살을 빼먹다 말고 술잔에 일본 술을 부어 정호에게 드렸다. “저도 한잔 드오.” “네. 해물을 보니 맥주 생각나는군요.” 정호는 아가씨를 불러 맥주도 시켰다. 이윽고 맥주가 오자 정호는 매주병을 들어 나영한테도 부어주었다. “자, 한잔 들기오. 인생이 얼마라고 잘 먹고 보기오.” “네.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는 신세에 배 터지게 먹고 봅시다.” 나영은 술잔을 들어 딩둥댕 마주치고 단 모금에 쭉 들이마셨다. “맨날 쫓겨다니다가 오랜만에 맥주 마시니 기분 참 좋네요.” 정호는 잔을 내려놓고 이쑤시개로 소라 속살을 뽁 뽑아 나영의 입에 가져갔다. “아, 맛있다. 일지화거리 진짜 기분 돋구네요.” 나영은 차창 밖에서 지나가는 화복차림 아가씨들을 내다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김사장, 진짜 녀자 다루는덴 엘리트라니깐.” 정호는 사위를 둘러보며 허리 굽히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 이젠 김사장이라고 하지 말고 최사장이라고 불러라는데.” 나영은 의아해했다. “왜? 또 최사장인가요?” “이봐, 지금 섬나라에선 김사장을 쫓지 최사장은 추적하지 않아.” “네- 알았어요.” “우린 아무리 쫓겨도 붙잡히지 않아.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여라.  우리 둘이 붙어사는 것도 운명의 조화야. 운명적으로 우린 한 몸이 되기로 됐어. 알만해?” “네?” 나영은 눈이 데꾼해졌다. “그래 우리 둘이 새 가정이라도 무어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 그런 거야 아니지. 내 정체를 다 아는 나영이 날 받아주겠냐?” 정호는 정색해 기대에 찬 눈길로 나영의 청포도눈을 들여다보았다. 나영은 청포도눈을 딱 감고 한참 속궁리를 돌렸다. (최국장이야 좋은 남편 감은 못되지. 늙은 건 들째구 저런 바람둥이하구 누가 살아? 누가 살아도 불행이야. 저 사내는 애인으로는 좋지. 섹시한 남자구. ㅋㅋㅋ.) 뒤이어 나영의 빨간 앵두입에서 이런 말이 새여나왔다. “우린 결코 재혼은 아니지. 애인으로 보내는게 나아요. 안 그래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재혼해 뭐 하느냐? 졸혼하고 아무런 부담도 없이 이렇게 자유롭게 나영과 즐기니 얼마나 좋아?” “네. 저도 졸혼하고 자유롭게 사는 거 같아 참 행복해요.” “나하구 사니 그렇지.” “네. 그래요. 최사장님을 알고부터 진짜 사내란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고 늘 하늘에 붕 뜨는 기분에 살지요. 저는 꿈만 같아요. 제가 한 남자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게 딱 한편의 환상소설을 쓴 거 같아요.” 정호는 술이 서너잔 들어간지라 열변을 토했다. “그래. 소설가들이 다 눈이 멀었어. 우리 둘의 사랑이야기로 사랑환상소설을 쓰면 단통 명작품이 되겠는데. 나영인 원래 대학 문학학부를 다니잖았어? 문학적수양도 있지. 소설을 기대할게. 소설을 써서 사랑도 없이 마지 못해 가정에 얽매여 사는 숱한 사람들을 깨우쳐 주라구. 우리처럼 졸혼하고 정신쇠사슬로 얽동인 가정을 뛰쳐나와 자유를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라고.” 나영도 알짝지근해 맞장구를 쳤다. “나도 저 자신에게 자주 물어보았어요. 이때까지 남편을 사랑이나 하면서 살았는가? 아들애 성림이를 보고 얼마나 허위적으로 살았는가? 이젠 어떻게 살아야지?” 정호는 나영한테 엄지를 척 내들었다. “나영이, 세상 젤 똑똑해.” 그는 맥주를 따라주었다. 나영도 정호 술잔에 소주를 따라드렸다. “소설에선 자기한테만 묻지 말고 독자들에게도 물어야 해.” “뭘 묻지요?” “당신은 남편을, 안해를 사랑하면서 사는가고?” “나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최국장, 당신 그저 변강쇤가 했더니. 참, 문화수양이 높아.” 나영은 엄지를 내둘렀다. “이래서 내 그대를 따라 여기까지 왔지.” “자, 아직도 졸혼하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 한잔 들자.” “네. 그대는 진짜 남녀 사랑과 혼인, 가정, 리혼, 졸혼 박사구려.” “박사 위에 박사지. 내 얼마나 사랑을 잘 하니? 별의별 녀자들하구 별난 사랑을 다 해보잖았느냐? 내 애인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내 련애사로 소설을 써봐라. 모두 읽으면서 오줌을 셀셀 싸며 감탄할 거야. 허허허.” “호호호.” 정호와 나영은 부르고 쓰고 하면서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317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6) 김장혁 댓글:  조회:1785  추천:0  2022-10-07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6. 자유세상       택시 한대가 일남이녀를 싣고 급촉히 해변가로 달렸다.      검푸른 파도에서 무시로 악어나 상어가 덮쳐나올 것 같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택시 꼬리를 물고 뒤따라오면서 정신쇠사슬을 절그럭거리며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택시는 해변가 호텔 앞에 달려가 유유히 멈춰섰다. “빨리, 경찰이 덮쳐오겠다.” 정호는 황급히 호텔로 뛰여들어가며 소리쳤다. ‘나영아, 카운터에 가 호텔방을 빼라.” “네.” 황선희는 오히려 당황하지도 않았다. “달아다니지 말어. 괜히 무슨 일인가고 경찰에 신고하겠다.” 그제야 나영은 억지로 태연자약한 체 하면서 천천히 호텔 카운터에 다가갔다. 그녀는 당황한 심경을 가랑잎으로 가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호텔방을 빼는 수속을 해나갔다. 어제 밤까지도 호텔은 그들 셋이 자유분방한 섹스파티를 벌리던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한테 붙잡힐 감방이 될수도 있었다. 정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키를 찾아들고 호텔방에 뛰여갔다. 그는 호텔방에 들어가 부랴부랴 금은보화배낭부터 찾아메고 나영과 황선희 트렁크도 찾았다. 배낭만 있으면 섬나라에서 얼마간은 향락을 누릴 수 있었다. “에이, 개쌍년들, 무슨 옷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왔어?” 정호는 두덜거리며 량손에 황선희와 나영의 트렁크까지 끌고 호텔방에서 부랴부랴 나왔다. 맞은 쪽에서 황선희가 느릿느릿 마주 왔다. “빨리 이걸 끌고 가오.” “좀 작작 뛰세요. 괜히 경찰을 불러오겠어요.” “알았다, 알았어. 제 트렁크 건사하오.” 정호가 어망간에 나영이 트렁크를 내밀자 훌 밀어버리고 자기 트렁크를 쥐여 활 당겼다. “나영일 질투하오?” “에이유, 엊저녁에 하는 꼬락서니 메스껍더라. 오늘 아침 먹은 걸 다 토할 지경이다. 흥!” “뭘?” “몰라서 물어?” 황선희는 두툼한 입술을 찡긋해보이며 쌍까풀눈을 흘겼다. “메스껍다. 내 앞에서 나영을 핥고 빨고 하던게. 참, 어쩜 짐승처럼 노오? 게걸이 들었소?” 정호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빈정거렸다. “사랑은 그렇게 열렬히 해야지. 맨 물에 거시처럼 싱거우면 되기나 하겠소?” “오- 섹스를 그렇게 열렬히 해야 나나를 곁에 붙들어 두지. 나나 남편이 이전에 내한테 병 보이러 왔댔어. 그게 형편없이 시들었더구만. 그래서 나영이 변강쇠를  좋아하는게지.” 황선희는 엘리베이터에 단 둘인지라 정호 그걸 툭툭 치면서 지껄였다. “이걸 맛 들였어. 그년, 엿으로 딱 붙여놓은 것처럼. 이젠 이걸 떨어지지 못해. 호호호.” 정호는 언짢은 기색이 완연했다. “귀찮아. 그만 하우.” 그는 선희와 나영이 서로 자기 앞에서 상대방을 헐뜯는게 싫었다. 슬그머니 질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 셋이 모이면 장마당이 된다더니. 어쩜 많찮은 식솔에 이리도 말썽이 많아? 우리 조선족들은 쩍하면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융합이 잘 안돼.) 정호는 기실 일본이 아니면 나영만 곁에 있으면 늙은 페허소 같은 황선희는 필요도 없었다. (황선희는 옛날 처녀시절 성욕이 강한 녀자 아니야. 이젠 늙어 쇄빠져서 녀자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니, 그도 이젠 생리적으로 남자를 싫어할 때지.) 정호는 다만 일본에서 황선희 아니면 어디가 어딘지 한치 앞도 깜깜해  떼놓지 못하였다. 그때 불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훌 열렸다. 나영의 버들잎 눈섭끝이 귀밑까지 쳐들리고 청포도눈알이 화등잔같이 데꾼해졌다. “아니, 엘리베이터에서 그걸 마구 만져요?” 나영은 자기 트렁크를 받아 챙기며 비양거렸다. “낫살이나 처먹은 색마들이, 원, 참. 감시카메라 있는데두 창피한줄도 모르고. 참.” 황선희는 단통 네모진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졌다.  “뭐라니? 제 애비에미 같은 사람들 보고 무슨 말버릇이냐?” 당장 잡아먹을 것 같은 황선희. 나영은 무서워 인차 빌고 들었다. “잘못했어요. 언니, 믿고 그랬는데요. 호호호.” 정호는 귀찮아하며 재촉했다. “그만들 하라구.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해.” 그제야 말다툼이 끝났다. 그들은 호텔에서 빠녀나가 큰길에서 또다시 택시를 잡아탔다. “우리 지금 어디로 가요?” 나영은 답답해났다. 정호는 뒤좌석의 두 녀자를 돌아보았다. “글쎄 어디로 갈가? 도꾜에는 문걸 때문에 있을 거 같지 못해.” 나영도 머리를 끄덕이며 종알거렸다. “그래요. 그 금욕주의자 우리 같은 자유주의 분자들을 용납하겠어요?” “황박사, 우리 어데 가 숨으면 좋겠소?” 황박사는 한참 궁리하더니 입을 천천히 열었다. “교토로 갑시다.” “교토로 모십시오.” “네.” 운전수는 목적지를 알자 속도를 내 몰았다. “아니, 왜 오사까로 가지 않고 교또로 가오?” 정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오사까에 그래두 우리 조선인들이 많이 살지 않소? 오사까가 편리할 거 같은데.” “모르는 소릴.” 황선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걸이네 오사까에 따라올 수도 있어요. 보통조선족들은 거의 다 일본에 오면 오사까에 있기 좋아합니다. 조선족들이 많이 모여산다고. 그러나 당신 처지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 거야 그렇지.”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였다. 나영도 한숨을 호- 내쉬더니 두덜거렸다. “항상 자유세상으로 간다더니. 일본이란 자유세상에 와도 맨날 상가집 개처럼 쫓겨다녀야 하는구만요.” “아니야, 잠시야. 우린 여기 살기 불편하면 한국에 도망가야 해. 거긴 우리 진짜 자유세상이야.” 정호가 위안해도 나영은 이젠 잘 믿지 않았다. “거기라고 인터폴이 없겠습니까? 텔레비 보면 한국은 부패분자를 젤 세게 척결하는 나라더구만요. 영란법인지 뭔지 내와가지고 10만원 넘는 선물 받아먹어도 위법이 돼서 코를 다치더구만요.” “우리야 중국인인데. 한국 법과 무관해. 한국에 가서 재차 한국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괜찮아.” 정호는 눈 앞이 좀 환해지는 걸 느꼈다. “혹시 한국 동포들의 보호를 받았겠는지.” 정호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극단적 자유주의 국가 미국에 가야 해. 그런데 이왕에 보면, 미국이나 카나다나 서양 사회에서는 경제범을 받아주지 않고 체포해 인터폴을 통해 중국에 이송했단 말이야. 에이구, 경제범은 어디든 자유가 없어.) 택시 운전수가 도쿄 시내 중심을 벗어나자 물었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금방 교토로 간다고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교토?” “네, 교토로 갑시다.” “아니, 이 밤중에 교토로 못 가겠습니다.” 아마 운전수는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행색이 수상했던지 교토로 가지 않겠다고 딱 잡아뗐다. (가능하게 재일동포 운전수일 수도 있잖은가? 조선말을 하면 못 알아들을가 했는데.) 운전수는 택시를 큰길 옆에 대더니 세우는 것이였다. “그 먼 교토로 못가겠습니다. 손님들이 교토로 가겠으면 왜 신깐센을 타지 않습니까?” 정호는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불시에 나오다나니 려권을 두고 와서 찾으러 가는 길입니다.” 택시 운전수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는 확실히 재일동포 맞았다. 그는 녀자 둘에 남자 하나 섞였기에 위험성은 덜하다고 여겼지만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어보면 무슨 말 못할 범죄행각이 있어 보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 먼 교토까지 몰기 딱 싫었다. (돈을 벌지 못해도 한밤중에 흉수들을 싣고 교토까지 갈 순 없어.) 운전수는 운전석에서 내려 길 옆에 서서 뒷좌석 차문까지 열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는 집에 일이 있어 교토까지 가지 못하겠습니다. 어서 내리십시오.” “별수 없소. 내리기오.” 정호가 말하자 황선희 말렸다. “신깐센으로 가기오. 이 시간대에 렬차 있을 거예요.” “그래?” 정호는 내리려다가 말고 황선희한테 물었다. “신깐센을 탔다가 경찰들 눈에 포착되잖을가?” “괜찮아요. 우리 따로 따로 앉읍시다.” 나영의 주의였다. “그러죠.” 황선희도 흔쾌히 대답하더니 택시 운전수를 내다보았다. “여기서 젤 가까운 신깐센 데이류쇼(정류소)에 갑시다.” 택시 운전수는 머뭇거리다가 신깐센정류소로 가자고 하자 생각이 바뀌였다. “알았습니다.” 운전수는 다시 운전석에 들어와 핸들을 잡았다. 택시는 다시 시내에서 질주했다. 가로등불빛이 환한 됴쿄 시내 야밤은 아주 황홀할 지경으로 아름다웠다. 피뜩피뜩 지나가는 상가들의 오색령롱한 샨데리아불빛은 불야성을 이루었다. 정호와 나영은 넋을 놓고 도쿄 시내 오색령롱한 불야성 풍경을 내다보았다. 진짜 도쿄 구경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될수록 눈에 많이 담아가려고 애썼다. 택시를 타고 야반도주하면서  도쿄 야밤 풍경을 흠상하는 것이 마치 드라이브를 하는 상 싶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섬나라는 의학과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날마다 숱한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돼가고 한줌의 연기로 돼 유령처럼 저승사자가 지키는 염라전으로 날아가  떠돌아다녔다. 그들 셋이 신깐센 역에 가서 티켓을 사가지고 렬차 타려고 나가도 “건강마를 보자.”,  “마스크를 껴라.”, “안그러면 자가격리한다.”, “구류한다” 등 이러루한 말 한마디도 없었다. 드디여 신깐센 렬차가 플래트홈에 서서히 들어섰다. 그들 셋은 따로 따로 흩어져 렬차에 올라 다른 바곤에 앉았다. 황선희는 렬차 젤 마지막 바곤에 올랐다. 그녀는 정호와 나영이 렬차에 올라 자리를 찾을 때 렬차에서 훌 되내렸다. 더는 정호와 나영과 함께 한바지를 입고 춤을 추기 싫었다. 신깐센 렬차가 서서히 미끌어져나갔다. 황선희는 쪼그리고 앉아 쏜살같이 달려가는 렬차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호- 길게 내쉬더니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풀러덩 물앉았다. “에이, 시름 싹 놨다. 네놈들을 따라다니다가 언제 감옥에 들어갈지 누가 알아?” 그녀는 꼬리를 감추는 렬차를 향해 손을 저었다. “잘 가오, 최국장.” 뒤이어 풀래트홈에서 개찰구로 되나오면서 손을 또 저었다. “빠이, 빠이! 변강쇠!” 그녀는 진작 정호가 자기를 가이드로 리용할 뿐 살뜰한 정이 없다는 것을 깨닿게 되였다. (변강쇠 마음 속엔 나영 밖에 없어. 내 무슨 거치장스럽게 정호하구 나영이 가이드에 보초군질을 하면서 묻어다니겠어? 이젠 변강쇠하구 섹스도 싫어. 엊저녁에두 봐라. 변깅쇠는 마지못해 나하구 먼저 했어.) 사실 그들 셋은 나뉘여 자면 편리했다. 그런데 정호는 기어이 섬나라에 떨어진 날부터 한방에서 합숙하자고 했다. (누구를 빼고 누구와 한방에 든단 말인가? 나와 함께 한방에 들지 못한 년은 꼭 단통 입이 뾰로통해지겠는데. 소외감과 질투란 무서운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아? 그렇다고 셋이 다 나뉘여 자자면 주숙비가 엄청 들게 아닌가?) 일본 해관을 거치고 나니 배낭이 훌쭉해졌다. 정호는 우멍눈으로 두 애인의 눈치를 흘끔흘끔 곁눈질해보며 말했다. “자유세상에 왔는데 뭐라오? 우리 한 방에서 자유롭게 살아보기오.” “어머, 정신나갔소?” 황선희 반대해 나섰다. 나영은 좀 개방성적이여서 미국 방문공연 때부터 정호가 다른 녀자들과 그래도 별문제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리 나왔다. “한방에서 어떻게 셋이나 자겠는가요? 불편할텐데요.” 나영은 어쩐지 황선희와 함께 자기 싫었다. 황선희도 마찬기지로 나영과 함께 자기 싫었다. 그러나 정호는 계속 고집을 썼다. “차차 습관될 거요.” 정호는 오사까 호텔에서 자게 된 첫날 밤에 목욕부터 슬슬 하고 중간침대에 벌렁 들어누웠다. “나영이 먼저 목욕하오. 내 황박사를 오랜만에 좀 기쁘게 해드려야겠소.” “호호호. 알았어요. 실컷 재미를 보세요.” 나영은 잠옷을 들고 샤와실에 들어가면서 정호한테 청포도눈을 곱게 흘겼다. 드디여 샤와실에서는 물소리가 쏴 들렸다. 황박사는 정호의 우멍눈과 눈길을 마주치더니 쌔무룩이 웃었다. 황박사와 정호가 운우지정을 열렬하게 나누었다. 황박사는 이 한 순간을 위해 숱한 돈을 팔아 그들 셋의 일본출국수속에 항공편까지 마련했던 것이 아닌가. 황박사는 푹신푹신한 침대에 털렁 들어누워 희미한 불빛에 걸려 있는 천정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굴렸다. (변강쇠는 변태야. 이젠 이전의 살뜰한 맛도 없어. 젊었을 때 살갑던 정도 다 없어졌어….) 그녀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순간 이전에 망아산 소나무숲 속에서  열렬히 운우지정을 누리던 일이 떠올랐다. (오- 그때는 얼마나 열렬했던가! 하늘에 붕 뜨는 기분이였지.) 그러나 지금 호텔방에서 고독하게 침대에 누우니 머리가 삼검불 같았다. 절절했던 갈망이 절망의 꼬리를 물고 사처에서 허우적거리며 괴롭혔다. 그녀는 정호한테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감이 더 컸다. (섹스도 젊었을 때 할 짓이야. 예순고개를 바라보면서 이게 웬 미친 짓이야.) 그녀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래일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숱한 위중환자들이 황박사를 기다리는데….) 그녀도 이젠 50대 중반이 넘어서 묵은 정이 있는 변강쇠를 내놓고는 생리적으로 남자들이 싫어질 때가 됐던 것이다.   한편 이 시각 정호는 항선희가 변심해 신깐센에 오르지도 않은 것도 깜깜했다. 그러나 그도 이젠 신변의 녀자들이 하나, 둘 배신하고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의 자유세상도 혼잡해지고 쇠망해가고 있었다. 오히려 자유를 추구하면 할수록 정신쇠사슬이 얼기설기 점점 옥죄여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배낭을 멘 채 걸상에 기대앉아 신깐센 렬차 차창 밖의 어둠 속을 누비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배낭을 짐받이에 놓을 수 없었다. 배낭만 잃어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였기 때문이였다.        일본 공항에 날아내린 첫날부터 재수 없이 배낭이 훌쩍 줄어들었다.     황박사는 봉이눈섭을 치켜뜨며 정호한테 귀띔해주었다.     “숱한 딸라하구 금은장신구를 가지고 해관을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우리 셋이 나눠 휴대하고 나갑시다.”     황박사는 일본에서 7년 동안이나 류학한 적 있어 일본통이였다. 정호는 나눠줬다가 찾을 수 없을가 봐 좀 주춤거렸다. “최국장, 아니, 김사장, 우리 가지고 도망갈가봐 근심 말아요.” 나영도 새물새물 눈웃음을 지으며 빈정거렸다. “누가 그 개도 안 먹는 돈을 욕심내는가 해요. 이젠 우리 둘 다 김사장님한테 매운 목숨인데요.” 정호는 황박사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해관에 빼앗기보다 애인들한테 인심을 내는게 낫지.) 그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배낭을 내리워 끄르고 금은장신구와 딸라를 꺼내 황선희와 나나한테도 얼마간씩 나눠 주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황선희와 나영한텐 은장신구를 나눠주었다. 딸라도 딱 두 묶음씩만 주고 자기가 네묶음을 휴대했다. 그런데 뭐야? 정호가 해관 검사구를 나가려고 할 때였다. “뭐야? 무슨 금장신구와 딸라를 이리 많이 휴대했어?” 두리모자가 배낭을 열라고 명했다. 끝내 욕심 때문에 화를 자처했던 것이다. 해관 세수일군은 숱한 벌금을 물리고도 모자라 금은장신구와 딸라 두 묶음을 차압했다. “아니, 전 무역상인데요. 왜 이럽니까?” “무역일군이란 사람이 해관규정을 이리도 모릅니까?” 두리모자는 딱 잡아뗐다. “무역일군이라도 금과 딸라 제한액을 초과하면 안됩니다.” 정호는 뒤에서 상을 찡그리는 황선희를 돌아보면서 딸라뭉치를 하나 쥐여 황선희한테 건네려고 했다. “왜 이래?!” “저 분은 내 안해인데요. 나눠 휴대하면 초과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두리모자는 황선희를 오라고 손짓했다. “하나도 속이지 말고 말하십시오. 딸라 얼마나 휴대했습니까?” “2만딸라.” “안돼. 2만딸라도 많아.” 황선희박사는 눈이 데꾼해졌다. “왜 많다는 건가요?” “남편 만딸라까지 주면 3만딸라 아닌가? 금장신구도 이리 많잖은가?” 두리모자는 점점 목청을 돋구었다. 이렇게 돼 딸라 다섯 묶음에 금은장신구도 수태 차압당했다. “아니, 무역회사 회장님께 드릴 금장신구도 몰수하면 어떻게 합니까?” “몰수 아닙니다. 차압했다가 귀국할 때 가지고 가세요. 다만 보관비만 내면 됩니다.” 그 말에 정호나 황선희나 한숨을 후 내쉬고 순순히 복종하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선희나 나영이나 오사까공항을 벗어나자 나눠 휴대했던 금은장신구와 딸라를 몽땅 정호한테 되돌려주었다. 그러나 석달동안이나 셋이 흥청망청 놀면서 쓰고나니 이젠 배낭이 훌쭉해졌다. 정호는 이 시각 신깐센 렬차를 타고 달리면서 황선희나 나영이 없어질가봐 근심한 것이 아니였다. 다만 명줄이나 다름 없는 금은장신구와 딸라가 근심될 뿐이였다. (돈만 있으면 계집이야 어데 가서 못 얻겠는가. 알거지만 되면 계집이고 뭐고 다 없어져. 생존도 어려워.)   한편 이 시각 나영은 한창 신깐센 렬차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홀로 떨어진 기회에 가만히 아들과 화상통화하려고 했다. 아무리 국외에서까지 쫓기는 신세라고 해도 모성애는 모든 위험을 이기고 말았다. 그녀는 결연히 남편의 핸드폰 번호를 꼭꼭 눌렀다. 다행히 남편 철석이 화상통화를 받아주었다. 그는 박국장한테 불리워가서 법률교육을 한창 받고 설복되였던 것이다. 철석은 나중에 명확하게 태도표시를 했다. “제가 꼭 안해를 자수하라고 설복해보겠습니다.” 박국장은 예리한 눈길로 철석을 쏘아보며 명했다. “좋소. 나영은 꼭 아들애를 보고 싶어 화상통화를 하자 할 거요. 그 기회에 설복해 보오. 나관장은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니오. 몇해 징역살이를 하면 함께 살겠는데…” “예. 꼭 돌아오게 설복하겠습니다.”   “엄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보고파, 엄마- 어엉엉, 헉헉, 엄마 빨리 돌아와.” 눈물범벅이 돼 대성통곡하는 아들애를 보고 나영도 울음보를 터뜨렸다. “오- 그래, 아들, 사랑하는 아들, 엄마도 성림이 보고파.” “엄마, 지금 어데 있어? 빨리 비행기 타고 날아와.” “오- 그래. 엄만 지금 한국에 있어. 돈 많이 벌어가지고 날아갈게. 성림한테 사탕이랑 과자랑 요그르트랑 수태 사줄게…” “엄마, 싹 다 싫어. 돈도 싫어. 엄마만 오면 돼. 난 날마다 엄마 안고 자고 파. 어, 어,어, 엉, 엉, 헉, 헉…” “그래. 이제 엄마 집에 가면 성림하구 날마다 안구 잘게. 울지 마. 성림이 울면 엄마 마음이 아파. 흐흐흑, 흑흑,” “엄마, 아프지 마. 안 울게.” “그래. 사랑해 아들아…” 천석이 네모난 낯이 화면에 떴다. “여보, 이제껏 무슨 짓을 했든 간에 다 량해할게. 공안국에서 자수해라더라. 몇만원 탐오했니? 죽을 죄 아니라더라. 자수해 로실히 탄백해라.” 나영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떼먹은 거 게우고 정호랑 나쁜 놈들 죄행과 지금 어데 있는 걸 적발하면 징역형이 감형된다더라. 빨리 돌아와 자수해라. 그것만이 네 유일한 출로야. 새끼를 홀로 떼두고 상가집 개처럼 쫓겨다닐게 뭐야? 어째 아무 말도 없어? 자수하지? 응?” 나영은 한참 묵묵부답하다가 한마디 했다. “부탁 한가지 하면 들어주겠는가요?” “그래. 어서 말해라.” “공안국에 가서 내 자수하겠다더라고 전하세요. 난 전람관 재건비용 5만원을 탐오했소. 잘못했어요. 그러나 탐오한 돈 일전한푼 다치지 않고 카드에 저금해뒀어요. 내 카드 가지고 가서 5만원 찾아 공안국에 가져다 바치세요. 비번은 내 생일이예요. 이제 언제 몸을 빼면 돌아가 자수하겠으니깐요. 박국장한테도 잘 말해두세요.” “알았다. 애를 봐서 빨리 돌아오라.” “알았어요. 그간 당신 애 데리고 수고하겠어요.” “알았다. 타처에서 몸 건강 주의해.” “그래, 아들 바꾸세요.” 눈물범벅이 된 성림의 수척해보이는 얼굴이 다시 떴다. “성림아, 귀여운 아들, 사랑해.” “엄마, 어서 돌아와.” “그래. 엄마 인차 간다. 기다려. 울지 말고. 네가 울면 엄만 가슴이 미여지는 거 같애 흐흑, 흑흑.” 엄마가 우는 화면을 보자 성림은 억지로 울음을 참았다. “엄마, 뽀뽀해달라.” “응, 그래.” 성림은 핸드폰 화면 속 엄마 낯에 뽀뽀했다. 그러나 인차 왕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나영도 핸드폰을 얼굴에 대고 뽀뽀하며 울었다. 쾅, 쾅, 쾅. 갑자기 화장실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깜짝 놀란 나영은 아들애한테 손을 저어보였다. “빠이, 빠이, 아들!’ 나영은 핸드폰을 바삐 꺼버렸다. 그녀는 눈물을 훔친 후 거울에 얼굴을 대충 비춰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뒤로 넘겼다. 드디여 화장실 문을 훌 열었다. 그녀는 나가려고 하다가 주춤 멈춰섰다. “앗!” 공포에 찬 비명소리 렬차 안의 숱한 고막을 때렸다. 그녀가 마주친 사람은 누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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