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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0 김장혁
2023년 07월 20일 08시 29분  조회:140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0. 춘희와 마끼 그리고 애인의 로맨스 

 

남방에는 월계화가 핀지도 오랬다.벗꽃도 뒤질세라 꽃향기를 만천하에 풍기면서 머리를 숙이고 줄느런히 서 있다. 이젠 코로나도 완전히 풀려 관광열이 올라 휴가일이면 관광열기에 분주하였다.

춘희는 자그마한 트렁크에 관광 가서 입을 옷을 하나하나 챙겨 넣었다.

가은(야마구찌마끼)의 쌍까풀포도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니, 어디 가는가요?”

춘희는 딸애한테 속일게 없었다.

“그래. 일본에나 관광하러 갈가 해 그래.”

“혼자 가는가요?”

춘희는 좀 침묵하다가 말했다.

“리문걸선생님과 함께 간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 쏘파에 풀썩 물앉았다.

“어머니, 제정신 있는가요?”

춘희는 외까풀눈으로 딸을 째려보았다.

“왜?”

가은은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졸혼하고 잘하는군요. 리혼하고 재혼하고 또 리혼하고 재혼하고.어머니, 그래 리선생님과 기어이 재혼하려는 건가요? 이제 몇번 재혼하려는가요? 세상 보기 부끄럽지 않는가요?”

춘희는 트렁크 쟈크를 쪼르륵 닫아 트렁크를 벽 밑에 세워놓고 가은이 옆에 다가와 앉더니 정답게 마주 바라보며 정색했다. 

“그래. 이번에 일본에 가서 다이로교수와 리혼수속을 해야겠어. 또 사쿠라 기생년이 다이로교수 애를 낳았는가도 두루 알아봐야겠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젠 다이로교수 유산을 건너다 보지 맙시다.피곤하지 않는가요? 그게 없어도 우린 이젠 우리 모녀간의 힘으로라도 잘 살 수 있어요."

춘희는 날따라 성숙해가는 딸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잘 생각했다."

가은은 한술 더 떴다.

"문걸선생님이 어머니를 사랑하는가요? 어머니를 다이로교수 유산에 눈이 새빨개진 수전노라고 욕하진 않고.흥."

춘희는 정색했다.

"너도 알지만 문걸선생과 나는 원시림에서 생사선을 헤매면서 참사랑을 맺었다.우리 참사랑은 진짜 생사고비에서 고험을 겪은 사랑이야. 문걸선생님의 말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야.그는 교수급 설계사, 미술가. 난 의학박사, 교수급 주임의사. 얼마나 천생배필이냐? 우리 사랑은 오랜 세월 순박한 감정을 용광로에서 사랑으로 제련한 참사랑이야."

그녀는 딸애에게 등산하러 갔다가 원시림에서 눈구덩이함정에 빠져 협곡에서 기여올라오지 못해 생사선에서 헤맬 때,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때 사랑을 맺게 된 일을 쭉 이야기했다.

가은은 어머니 말에 감격하긴 고사하고 눈을 흘기면서 비웃었다.

"쯔쯔, 50대 초반에 진짜 신바람 났구만요."

딸이 뭐라든 춘희는 뒷말을 이었다.

"난 너의 전도를 고려해 다이로교수와의 인연을 뚝 끊을 수 없어 계속 미루었다. 이젠 네가 다이로교수 손에서 벗어났기에 다이로교수와 연을 끊어도 된다. 난 네 전도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  

가은은 일본에 있을 때 일본 소녀 마끼로 돌아갔다.그녀는 어머니 두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이젠 다이로교수와 리혼하면 친아빠와 복혼해요.엄마를 생각해 말하지만요. 문걸선생은 착한 분이란 건 나도 알아요. 그러나 마음 심지가 너무 연약한 거 같아요.쩍하면 정신병에 걸리잖아요?"

"다 나아서 출원했잖았니?"

"글쎄 금방 출원했는데요. 이제 또 언제 정신병이 도질지 누가 알아요?이제 누굴 고생시키자고. 어머닌 이제 황혼에 문걸선생의 가정의사로 될 예산인가요?"

가은은 자라면서 아빠와 엄마의 리혼을 비극으로 생각하게 되였다. 

"난 엄마와 아빠가 리혼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지는 것만 같아요. 아빠와 엄마가 하루 빨리 한 집에서 사는 걸 보았으면 원이 더 없겠습니다."

그녀는 엄마가 아빠의 과거를 량해하고 복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어머니와 문걸의 재혼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걸의 양아들 군철과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일면도 있었다.

(내 군철과 결혼하면 엄마가 어떻게 군철의 양아버지와 결혼해? 촌수가 개판이 될 판인데. 세상 사람 웃기자고? ㅋㅋ.) 

춘희는 딸의 용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은도 어머니가 왜 문걸과 불시에 재혼하려는 진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춘희는 이젠 다 성숙된 가은이와 제대로 말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얘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난  네 아빠하구 재혼할 수 없어. 리선생님 같은 남편감 어데 가서 더 찾겠느냐? 교수급 미술가지. 마음씨 착하고 참사랑 추구자지? 그런 분...”

“관둬요!”

가은은 차탁을 탕 치면서 엄마한테 눈을 흘겼다.

“엄마, 딸 전도를 망칠 예산인가요?”

일본 류학출신들인 그들 모녀간은 일어에 조선어를 마구 섞어 대화했다.

“건 무슨 말이냐?”

춘희는 자기 속마음을 모르는 가은이 안타까와 두 손을 꼭 잡고 타이르듯 말했다. 

“난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너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도 바칠 수 있어.”

그러나 가은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머니, 딸을 생각하면 리선생님과 재혼 그만 둬요.”

춘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너네 아빠와 재혼하라고? 건 안돼. 딸과 안해도 모르고 가정도 모르는 그런 주정뱅이, 바람둥이하군 재혼 못해.”

가은은  어머니 손아귀에서 손을 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예요.”

가은은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고 어머니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어머니 몰라 그래요? 난 군철 총경리한테 시집가기로 했는데요. 어쩜 눈치 없이 노는가요? 어머니 군철의 아버지하구 재혼하면 제가 어떻게 군철한테 시집갈 수 있는가요? 촌수 개판이구만요.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요? 지갑이네 혼사라고 비웃지 않겠는가요?”

춘희는 속으로 깨고소해했다.

(그게 바로 내 목적이야.)

춘희는 바로 하나 밖에 없는 딸이 군철과 결혼하는 걸 막으려고  문걸과 재혼하려고 비장한 결심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짐짓 이제야 아는 척하며 꾸며댔다.

“그래?”

그녀는 딸을 마주해 바로 앉으면서 말했다.

“얘야, 군철하곤 절대 결혼 못해. 넌 새파란 숫처녀인데 어찌 애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시집가니? 엉? 또 군철은 일시 총경리지만 이제 모든게 끝나. 봐라. 너네 반도체회사는 미국 제재로 인해 당장 파산되게 됐어. 본 회사에선 너네 회사를 베트남으로 이전해가게 돼. 그럼 군철인 총경리 아니라 허망 나앉게 돼.”

춘희는 딸의 두 손을 꼭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넌 총명한 애야. 헌데 왜 대상문제에 대해선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려고 해? 왜 하필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냐? 하많은 훌륭한 총각들을 두고 왜 세상 무서운 색마네 아들이냐? 너도 알겠지? 유전자란 무서운 거야. 군철이 애비 왜 감옥에 들어갔느냐? 숱한 첩과 애인을 데리고 개지랄 쓰다가 감옥에 들어갔어.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그 놈의 아들이라고 다를 거 같아? 넌 눈에 콩깎지 끼웠구나. 뭘 보고 그런 바람둥이 가문에 들어가려고 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널 그런 색마 굴에 보낼 순 없어.”

그러나 딸은 어머니 모성애를 꼬물만치도 리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군철 총경리를 그렇게 추화하지 마세요. 그는 대공무사하고 남을 배려할줄 아는 당대표인데요. 아버지와 판판 다른 분인데요. 보세요. 자기 집까지 다 팔아 직원들의 아파트를 짓는 걸. 직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분은 꼭 자기 안해도 살뜰히 관심할 건데요.”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댁과 리혼했겠구나. 피는 속이지 못해. 왜 하필이면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후처로 들어가려고 그래? 참 답답해? 애 둘의 후에미 하기 그리 쉬울 거 같아? 나이두 열두살이나 이상이지. 제집두 다 아파트건축비용으로 내놓는 거 봐라. 세간살이 할 사람인가? 제 가정을 챙길줄도 몰라. 제 노릇도 못할 사람이야. 어머니 그래도 너보다 인생경험이 더 많잖니? 엄마 말 좀 들어라. 당장 홀애비와 그만둬.”

그러나 가은의 입에서는 난 어머니도 믿기 어려운 말이 튀여나올줄이야.

“그리 똑똑해서 엄만 나이 거의 스무살이나 이상인 리선생님과 재혼하겠구만. 난 나이와는 관계없어요. 제 밖에 모르는 자사자리한 자기중심주의자하고는 절대 살지 못해요. 난 똑똑하고 능력 있는 홀애비한테 시집갈지언정 능력도 없는 머절싸한 바보한텐 절대 시집가지 않을 거요.”

춘희는 말로는 가은을 막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녀는 딸이 홀애비한테 시집가는 걸 막으려면 오직 문걸과 재혼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이를 옥물더니 오쫄 일어나 트렁크를 끌고 나가면서 가은을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엄마 말을 명심해라. 절대 홀애비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 엄만 문걸선생과 재혼할테니까.”

뒤에선 가은의 애원소리가 들려왔다. 

모성애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춘희는 딸을 군철한테서 갈라놓으려고 굳은 마음 먹고 택시를 타고 문걸의 셋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녀는 문걸과의 재혼을 하루라도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페부로 느꼈다.

 

딸애를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피눈물나는 모성애가 효녀의 콩깍지 낀 눈을 등대처럼 밝혀주며 미끄러운 발을 받쳐주려고 아득바득한다.

친부모의 사랑을 억지로 땜질해 보려는 효녀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가긍했다.

 서로 혼사 반간을 놓으면서 모녀간은 상대방의 행복을 서로 지키려고 모지름을 쓰고 있지 않는가. 

문걸은 춘희 말처럼 아직도 춘희를 사랑하는 건가? 문걸과 춘희 참사랑이 이뤄질가?

모성애와 참사랑, 눈물겨운 효성이 하늘 공중에서 부딪치면서 비장한 애정서정시를 노래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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