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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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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101. 황혼의 유령 김장혁 댓글:  조회:15  추천:0  2025-02-1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101. 황혼의 유령       대지에 불비를 뿌리던 태양아씨도 무더위에 피곤한 하품을 한다. 태양아씨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무더운 삼복염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무연한 사막의 누런 가슴에 키스를 날리면서 애잡짤한 고별의 인사를 한다. 태양아씨는 이그러져가는 얼굴로 사막을 누비다가 홧홧 달아오르는 몸을 식이려고 호수를 찾았다. 옹달샘 하나도 찾지 못하고 서해바다를 바라고 불타는 저녁노을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태양아씨 이그러진 얼굴에서 마지막 몇가닥의 금실이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을 피빛으로 물들인다. 사막에 외롭게 서 있는 선인장 이파리에 꽃인 침들이 피빛으로 물든 해빛을 꿰어 황홀한 저녁노을에 눈물겨운 한폭의 수채화를 수놓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을 도화지로 삼아 쓸쓸한 황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눈 앞도 헤아리기 힘들게 윙윙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 흐릿한 해아씨가 서서히 져가고 붉게 타오르는 황혼의 락조가 사막의 언덕을 비춘다. 홧홧 타오르는 열기에 모래알이 탁탁  튕겨오르며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모래바람에 팔락이는 실오리만한 혼의 꼬리를 집어삼킨다.     몸은 정신감옥에 갇혀 있지만 황혼의 유령만은 정신쇠사슬 사이로 새여나와 자유의 푸른 하늘로 서서히 날아올라간다. 혼은 바람 따라 날아가는 사랑의 그림자를 쫓아가다가 맥없이 사막의 둔덕에 푹 쓰러진다. 외로운 황혼의 유령이 쓸쓸하게 쓰러진 모래언덕에 처절한 하얀 그리움이 무럭무럭 피어난다.     무시무시한 백골들이 쩍 벌린 아가리로 죽음의 공포를 뱉어내고 낮잠을 청한다.     얼룩 독사가 움푹 파인 백골 눈확에서 기어나와  혀를 날름거리며 가냘프게 시들어가는 황혼을 쳐다보며 한숨의 꼬리를 잡고 모래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사막의 밤 하늘을  노크한다.     황혼의 락조가 피빛을 불태우며 져가는 모래언덕에 책짐을 메고 달리다가 푹 쓰러진 사막의 마라토너의 한숨소리 스며든다. 벌겋개 달아오른 황혼의 락조는 세파에 부대껴 쓰러진 심장을 다독이며 자장가를 부른다. 얼빠진 황혼은 비틀거리며 염라전에서 라체무를 추며 허무한 인생의 콧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밤의 고독한 악기를 고른다.     무정한 어둠은 황급히 태양아씨의 얼굴을 감싸 안아 서산 너머에  파묻어버린다. 태양아씨가 사라지자 거대한 욕심쟁이 황금바라가 어둠의 장막을 거두면서 동녘 하늘을 누렇게 물들여간다. 황금바라는 먼 사막 동산의 주마등을 핥으며 서서히 솟아올라 사위를 둘러본다.     어둠 속의 황막한 사막의 산등성이에 누워 있는 사막의 마라토너 선렬들의 무덤 사이로 반디불인가, 혼인가 외롭게 떠돌아다닌다.  백양나무 꼭대기에서 무덤을 내려다보던 까마귀들이 놀라 까욱까욱 울면서 푸닥닥 푸닥닥 날아난다. 무덤을 도굴하던 쥐새기들이 깜짝 놀라 쪼로롱 쥐굴로 달려들어가 가슴을 할딱거리며 혼이 울어대는 무덤을 내다본다.    처량한 달빛이 어린 무명영웅들의 무덤 주위에는 기괴할 정도로 공포에 찬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 무연한 사막은 원래 몇십길 되는 미인송들이 하늘을 찌르던 원시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악한 인위 피해를 받아 아름드리미인송 바다가 넘실거리던 원시림은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황량한 사막으로 되고 말았다.    사막 마라토너의 잦아드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반주해 어데선가 사막의 모래 둔덕을 파헤치며 ㄱ, ㄴ, ㄷ, ㄹ가 샘처럼 퐁퐁 솟구쳐 올라온다. 마라토노의 꿈이 연분홍 진달래로 피여난다. 그 막연한 꿈 속에서 한 오리 미련이 쏙쏙 머리를 내밀고 키돋음하며 우썩우썩 자라더니 사막의 언덕에서 길이길이 휘날린다.    황혼 인생은 이젠 각일각 맥없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짜릿한 사랑도 없는 부부, 허위로 묶어놓은 가정에는 엔돌핀도 생성되지 않는다.  사막의 마라토너의 혼은 파뿌리처럼 돼버린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책짐을 메고 힘겹게 사막으로 정처없이 헤맨다. 얼굴도 주글주글해지고 이마에는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패여갔다. 그래도 좋다. 아직도 겨레의 넋이 담긴 책짐이라도 내가지고 메고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좋다. 조금이라도 위안된다.    황혼의 유령은 인생 황혼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쓸쓸하기만 했다.    (아직 세상에 해놓은 일도 없고 손자도 안아 보지 못했는데. 벌써 아바이라니? 원, 참. 세월도 한심하지. 내 인생아, 황혼아, 야속하다, 야속해.)    종호의 혼은 유령처럼 정처없이 세상 천방지축 어데라없이 헤매기 시작했다.    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메고 사막을 걷다가 지쳐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사막 둔덕에 푹 꺼꾸러졌다. 혼은 가냘픈 숨을 간신히 헐떡거리면서 가슴을 치면서 개탄했다.    (진짜, 살 멋이 없어. 인생도 황혼에 이르면 찡하게 사랑하는 부부끼리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놀고 싶은 걸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별재미라는데. 늘그막엔 국내외 명승고적을 유람이나 하고 추억에 잠겨 살아온 이야기나 하면서 근심걱정 없이 알콩닭콩 살아야 된다고들 하는데. 이건 뭔가? 사랑하는 안해도, 사랑도 없이 무슨 살 멋이 있는가? 제 자식 하나 낳아 기르지 못해 전주 리씨 대를 꺾고서도 살아 뭘 해? 사랑하는 나영도 아파트 한채를 공 가진 죄로 10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갔어. 내가 마지막 면회하러 갔을 때 나영은 걀죽한 얼굴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진지한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제가 출소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제가 리사장님의 인생황혼에 황홀한 사랑을 안겨 주겠어요.” 나영의 그 볼우물을 옴폭 파는 수척한 얼굴이 그렇게 이쁠 수가 있겠는가. 그때 그녀의 그 절절한 눈빛이 반짝이는 쌍까풀눈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끄덕였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도 허무한 꿈 같아. 나영은 출소해도 40대 중반인데. 칠순을 바라보는 내가 이제 10년을 더 살기나 할까? 그래 나와 나영과의 사랑은 이룰 수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종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잠시 벗어놓고 모래 둔덕에 반듯이 드러누워 모래바람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달을 쳐다보면서 절망에  찬 한탄을 했다.    “내 한평생 글을 쓰면서 책을 내느라고 헤맸지만 다 허무맹랑한 일로 돼버렸구나. 누가 항일영웅렬사들의 이야기를 쓴 내 책을 보는가? 서점에서 이런 책은 이젠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는 사랑이야기를 쓴 전자책이나 보지. 돈 팔고 책을 보려고 하지 않는단다. 이젠 온라인시대에 책이 다 파묻히는 판이야.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소설이나 그래도 좀 보겠지만. 내 같은 무명작가의 소설을 누가 보겠는가.”    혼은 모로 누우면서 팔로 미친듯이 덮쳐들어 흩날리는 모래바람을 막으면서 정의용사 리성호를 떠올렸다.    (성호는 내 목에 날아드는 비수를 턱 막아 깡패들의 손에서 빼앗아버렸다. 성호는 비수를 휘두르며 나한테 덮쳐드는 깡패들을 막아싸우다가 깡패들의 칼에 옆구리를 찔려 쓰러졌다. 성호는 나를 구하다가 내 대신 피못 속에 쓰러져 장렬하게 희생됐다. 그의 혼은 지금도 하늘로 둥둥 떠다니면서 정의를 지켜 싸우고 있다. 성호야, 네가 떠나간 날부터 나의 삶은 날마다 장례식으로 돼버렸다. )    피뜩 정의용사의 혼이 우렷이 떠올랐다. 성호는 정색해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신신당부했다.    “종호야, 맥을 버리지 말고 일어나라. 갈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 나 대신 겨레 선렬들의 혼을 영원히 지켜달라.”    종호의 혼은 벌떡 일어났다.     (그래, 성호야,  선렬들의 사적을 가없는 사막에 다 써넣어도 어찌 다 쓰겠느냐? 이번엔 피와 살이 있고 사랑도 있는 정의용사의 형상을 부각해야지. 문학성도 높이고 독자들을 끌게 선렬들과 정의용사의 사랑도 써야지. 성호가 은영을 짝사랑한 것도 쓰고 승호와의 결투도 쓰고 정희와의 졸혼이야기도 써야지. 그러나 책으로 내면 누가 볼까? 온라인시대에 걸맞게 이번엔 온라인에 널리 올려야지.)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 친구가 그리워 주먹으로 사막 둔덕을 꽝꽝 치며 서럽게 통곡쳤다.    “야속하다, 야속해, 성호야, 어쩜 넌 날 구하자고 내 대신 죽었느냐? 너마저 내 곁을 떠난 이 세상에서 진짜 살 멋이 없어. 친구도 하나, 둘 다 떠나갔다. 진짜 고독한 황혼이야.”    그러나 사막은 대답 대신 모래바람을 얼굴에 쨍 아프게 끼얹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에서, 목이 홧환 달아오르는 사막에서 목이 말라 숨쉬기도 힘들었다.    눈을 스르르 감자 살려달라고 애고사리 손을 자기한테 뻗치며  애원하는 성림의 불쌍한 얼굴이 떠올랐다.    (절대 포기해선 안돼. 나마저 쓰러지면 우리 겨레는 어쩌는가? 겨레의 만년 미래와 희망을 담은 조상환상곡은 누가 이어받아 노래하겠는가? 옹달샘이 퐁퐁 솟는 오아시스를 찾아내야지. 성림을 구해내야지. 그런데 나도 류려평이 부정축재로 얻어가진 아파트 한채를 팔아 책을 냈다고 공직과 당적마저 박탈당했다. 46평방짜리 집을 판 돈도 법원에 몰수당해 부정축재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돈을 갚았다. 다행히 내가 아파트를 판 돈으로 항일투사들의 이야기 책을 낸 정의적인 사업에 썼다고 최서기가 참고자료를 제공했기에 법원에서는 5년 징역형으로 감형해주었다. 이젠 난 생존을 이어갈 돈도 없다. 불쌍한 성림을 치료할 돈도 대주지 못하게 됐다. 무슨 낯으로 출소해 나영을 만나고 그의 사랑을 받는단 말인가? 출소하면 칠순도 훨씬 넘어 한국에 나가 일할 맥도 없다. 전과범이기에 출국도 할 수 없게 됐다. 비록 동생 만호와 만순이 생활비를 대준다지만 이젠 너무 의지가지 없는 황혼인생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종호의 인생 황혼도 사막처럼 모든 것이 말라갔고 황량한 페허로 돼버렸다. 환각인가?    종호 혼이 흘린 피눈물은 이슬이 되여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 쏟아져내려 희망의 진달래꽃을 활짝 꽃피웠다. 종호 혼의 절망에 찬 근심과 아픔은 해빛이 되여 황혼의 피빛락조가 비낀 삭막한 사막에 미련과 신심을 휘뿌려 후대들에게 찬란한 미래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사막에서 새 희망의 수많은 피끓는 뻘건 심장들이 선인장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    먹장구름이 뒤덮여 온다. 불뱀이 먹장구름 속에서 궁전 룡마루에 쭉 뻗쳐오더니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궁전 기와지붕을 핥아간다.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궁전 추녀 끝에서 실폭포가 쏴르르 쏟아진다. 건뜻 쳐들린 룡마루 추녀 아래에 세종 대왕님이 희죽이 웃으며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힘내라고 정답게 손짓한다. 푸르른 하늘에는 조상들이 물려준 ㄱ, ㄴ, ㄷ, ㄹ  아름다운 조상환상곡이 오래도록 메아리치고 있지 않겠는가!    종호의 혼은 너무 감격해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정경은 모래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쳐 앞을 가리기 힘든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그렇게 갈망하던 조상환상곡마저 점점 사라져 가는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음흉한 전갈이 사막의 어둠을 타 모래불 속에서 슬금슬금 기여나와 종호 혼의 옆구리를 꼬집어 물며 독침을 박는다.    (앗!)    종호의 혼은 너무 아파 오만상을 찡그렸다. 독사들이 뻘건 혀를 날름거리면서 종호의 혼을 막아서서 음흉한 빈대눈으로 노려본다. 독사의 독침 같은 이빨이 책짐을 멘 어깨를 꽉 깨물어 뜯는다. 수전노들이 주산알을 딸깍딸깍 튕기면서 쓴 눈으로 책짐을 내다보며 내다 던지라고 하명한다.    그러나 혼은 죽을 것만 같은 아픔과 실망을 이를 악물고 용케도 참았다.    (안돼. 절대 포기 못해. 나는 일어나야 해. 조상환상곡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선렬들을 뒤이어 앞으로 나가야 해. 어서 일어나자. 책짐에는 영웅과 선렬들의 혼이 슴배여 있다. 아무리 무거운 책짐이라도 기어이 메고 가서 우리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꿀 거야.)    종호의 혼은 눈 앞에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그려보며 안간힘을 다해 책짐을 메고 일어나 한발자욱, 한발자욱,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옹달샘이 퐁퐁 솟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눈 앞에 그려보면서 허기진 배를 가까스로 추술리고 걸어나갔다. 혀끝으로 말라 터진 이술을 감빨면서 사막의 둔덕으로 앞으로, 앞으로 한발자욱, 한발자욱 걸어나갔다. 그러나 몇발자욱 걷지 못하고 또 푹 꺼꾸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보세요. 일어나쇼. 어째 이런 사막에 쓰러져 있는가요?”    좀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 아닌가?    (나영인가? 아니야. 그녀는 감옥에 갇혔어. 그럼 누군가?)    종호의 혼은 천근 같은 눈까풀을 천천히 떴다. 흐리멍텅한 달빛이 어린 사막에 웬 녀인이 자기를 끌어 안아 일으키고 있었다. 가냘픈 여체였건만 힘은 엄청 셌다.    (이런 무인지경 사막에 웬 녀인이지?)    길다랗고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종호 혼의 얼굴을 어루쓸며 향기를 물씬 풍긴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금발미녀로봇 아사꼬가 아니겠는가.    “리사장님, 어서 깨나세요. 조상환상곡 집필엔 당신이 필요한데요. 성호 총경리처럼 너무 총망히 가선 안돼요.”    “리사장, 근심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한, 리사장님의 조상환상곡 책은 꼭 빛을 보게 될 겁니다.”    종호는 혹시나 해 사막 둔덕에 나타난 인물을 쳐다보았다. 보통사람의 키보다 서너배나 더 큰 괴물이 아니겠는가.    길다란 코끼리코, 파초 같은 널다란 귀, 어깨에 달린 량날개…    (아니, 과학환상소설의 소문난 주인공 괴물- 꼬마대통령 클론바우 아닌가?)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클론바우는 엉거주춤 사막 모래둔덕에 꿇어앉더니 코끼리 잔등 같은 잔등을 돌려댔다.    “어서 내 잔등에 올라 타십시오. 어데든지 잠간새 훨훨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도울 사람은 이젠 아사꼬와 클론바우 밖에 없구나.)    아사꼬는 종호의 잔등에서 무거운 책짐을 벗겨 자기 가냘픈 어깨에 메는 것이였다.    클론바우는 종호를 잔등에 업고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모래바람이 윙윙 불어치는 사막의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아사꼬도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따라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리사장님, 왜 이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닙니까? 도대체 어데로 가렵니까?”    “조상환상곡을 낼 오아시스로 데려다 주십시오.”    아사꼬는 의아해했다.    “아니, 원시림에 숱한 출판사를 두고 어디로 간다고 그래요?”    종호는 잠꼬대를 했다.    “원시림이 모래바람에 싹 다 사막으로 돼버렸소. 인간 종적도 없어졌는데 어데 가서 책을 낸다고 그러오?”    “네- 알았습니다. 곧 오아시스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초음속비행기보다도 더 빨리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푸르른 바다를 날아 넘어 누런 강물이 사품쳐 흐르는 누런 땅으로 날아갔다. 사막은 끝났는데 온통 누런 고원이 아니겠는가. 누런 강물은 사품치며 흐르다가 승냥이 이발처럼 기암괴석이 들쑥날쑥한 절벽에서 폭포로 쏴쏴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뛰여내렸다.    클론바우가 종호의 혼을 업고 누런 폭포를 날아 넘어 계속 서쪽으로  날아갔다.    한참 날아가니 웬 옛성이  나타났다.    만리장성인가?    찬찬히 뜯어보니 만리장성은 아니였다. 벽돌토성을 촘촘히 두른 옛성곽 같았다.    “이놈들아, 언감 우리 조상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의 혼이 계시는  옛성을 다 범접해?”    누군가 하늘에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글쎄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 류덕재와 류려평의 혼이 하늘에 나타나지 않았겠는가.    (더러운 년놈들, 죽어서 혼마저 섞어대? 퉤!)    류덕재 색마 혼은 외까풀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지껄여댔다.    “어째 여기 왔는지 아니? 지옥에 가니 여자들이 하나도 없잖아? 진짜 난 미녀 없인 하루 밤도 못 지내. 그래서 한고조가 미녀를 데리고 놀던 옛성에 오면 미녀들이 있겠는가 해 찾아왔어.”    색마는 종호를 째려보면서 빈정거렸다.    “숫처녀 사랑을 한번도 못 받아본 바보야, 무슨 멋에 살아? 나는 숱한 미녀들을 데리고 놀아서 죽어도 한이 없어.”    류려평은 퉁사발쌍까풀눈을 희번떡이며 종호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눈귀에는 음탕한 빛과 야멸찬 조소가 흐르고 있었다. 화냥년은 류덕재 팔을 툭 치며 비아냥거렸다.    “저 바보를 봐. 지금 어느 때라고 아직도 책짐 메고 여기까지 왔어? 오빠, 가자. 우리 류씨 집 안을 망하게 한 배신자놈, 저 놈과 더 말해 뭘 해? 저런 바보 때문에 내 일생을 망친게 한이야.”    “인륜도 모르는 색마 년놈들, 네년놈들은 천년지옥에서 썩어 구데기로 될 거야.”    종호의 혼은 욕을 마치자 클론바우 잔등을 툭 쳤다.    "보기도 싫어. 빨리 갑시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잔등에 업고 또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며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푸르른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가파로운 설산이 나타났다. 푸르른 하늘에는 락하산들이 날아다니고 설산 기슭에는 무연한 푸르른 초원에 양떼와 말떼, 소떼가 구름처럼 흐르고 꽃사슴들이 깡충깡충 뛰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양과 말, 소, 사슴들의 입에는 꾸러미가 씌여져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풀은 먹을 수는 있어 다행이였다.     우후죽순처럼 삐죽이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성당의  꼭대기로부터 숱한 신앙의 색실오리들이 사처로 뻗어나가 시원한 가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조상환상곡과 좀 비슷한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세종대왕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갈수록 조상환상곡은 좀체로 들을래야 들을 수 없었다.     꿈인가? 생신가?    갑자기 락하산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아내린 호랑이들이 클론바우 일행을 나포해 궁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뻘건 기둥이 천정을 찌른 이른바 궁전 정면 룡의에는 호랑이가 대왕이느라고 틀스레 앉아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며 클론바우 일행을 쏘아보았다.    이 설산 기슭 초원에서는그 놈의 호랑이가 왕이느라고 으시대며 정신거미줄로 숱한 동물들을 묶어놓고 못살게 굴었다.    졸개 호랑이들은 종호네가 자기 령역을 침범했다고 궁전의 뻘건 기둥에 사지를 꽁꽁 묶어놓았다.    “따웅-!”    호랑이대왕은 표범 가죽을 깐 룡의에 앉아 으르렁거리면서 공포에 찬 심문을 시작했다.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호랑이를 근본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을 쓰려고 했다. 종호의 혼이 눈을 찔끔해 눈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참으면서 호랑이 대왕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가 보자고 하회를 기다렸다.    호랑이 대왕의 이마빼기에는 “왕”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꽤나 위엄이 있어 보였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으면서 을러멨다. 옆에서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 통역관이 호랑이대왕의 호통소리를 통역했다.    “따웅- 네 놈들은 어데서 온 놈들인가?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의 령지를 다 침범해?”    종호 혼은 어처구니 없어 피씩 웃었다.    “지금 무슨 세상인데 여기 자유와 민주를 부르짓는 유럽에 아직도 호랑이 왕국이란게 다 있어? 흥!”    호랑이 대왕은 앞발로 룡의를 탁 치며 궁전 천정이 다 날아가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무엄한 놈. 감히 최고지존 호랑이 대왕님을 릉멸해? 호랑이 소리로 대답하지 못할가? 다른 말로 대답했다간 호랑이왕국 국법에 의해 목을 쑥 빼버리겠어.”    클론바우 꼬마대통은 어처구니 없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대성질호했다.    “참 가소롭구나. 난 지구촌을 통일한 괴물 클론바우 대통령이야. 그래도 난 아메리칸 제국의 영어로 말하라고 지구촌 사람들한테 강요한 적이 없다. 네 놈이 뭔데 알아듣지도 못할 네 놈의 호랑이 소리로 말하라는 거냐?”    “따웅- 저놈이 무슨 말로 찌껄이느냐?"    앵무새가 통역했다.    "영어로 우리 호랑이왕국을 욕합니다."    "뭐라고? 영어를 닥치지 못해?”    호랑이 대왕은 노발대발했다.    "저놈 어데서 굴러온 놈인가?"    클론바우는 또 영어로 대답했다.    "I' am from America(난 아메리카에서 왔어.)"     “너 이놈, 계속 영어로 지껄여? 흥!"     호랑이 대왕은 대가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메리카에서 왔다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애? 누굴 속이려고? 이 호랑이 대왕도 세상을 통일시키지 못했는데. 네 놈이 지구촌을 통일했다고 그래? 으흠. 우리 호랑이 왕국에선 기린이나 사자나 사슴이나 새들도 몽땅 호랑이 소리로 말해야  해. 다른 소릴 했다간 몽땅 호랑이왕국의 국법에 따라 지옥에 보내지 않으면 죽여. 그래서 우리 호랑이 말을 입내 잘 내는 앵무새 밖에 살아남지 못했어. 살아남겠으면 우리 호랑이 왕국의 소나 말처럼 꾸러미를 쓰고 다른 소릴 치지 말란 말이야.”     아사꼬가 어처구니 없어 캐드득 웃었다.     “빠까 오사마데스네(바보 왕이구만요.) 어째 이 초원의 양과 소, 말, 사슴들한테 꾸러미를 씌웠는가 했더니 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느라고그랜 판이구만요."   호랑이 대왕이 앵무새 통역관에게 물었다.    "저년이 무슨 말로 지껄여?"    "섬나라 오랑캐 말을 했습니다."     "닥치지 못해?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이나 다 못해!"     클론바우는 겁나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이 가소로워 질책했다.     "제 무식해 모른다고 영어를 못 쓰게 해서 되는가?”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엉? 뭐라고?”    아사꼬는 겁나하는 기색 하나도 없이 종알거렸다.    “종달새는 지종지종, 뻐꾸기는 뻐꾹뻐꾹, 참새는 재잘재잘, 얼마나 듣기 좋은가요? 그런데 새들이 어떻게 제 소리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호랑이 소리로만 말하라는 건가요?'    "닥쳣!"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깔을 부라리며 앵무새를 가리켰다.    "앵무새를 봐라. 우리 호랑이 말을 얼마나 잘 하는가? 진짜 우리 호랑이 왕국의 모범동물이야. 앵무새처럼 호랑이 말을 하란 말이야. 그래야 살 길이 있어."    아사꼬는 코웃음치며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꾸짖었다.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나 따웅 하겠는지? 도라와(호랑인) 혼또니(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무지막지하고 포악무도한 대왕이구만요.”     “개소릴 작작 쳐! 새소리도 안되고 양키들의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도 안돼. 숱한 동물들이 다 뒤에서 우리 호랑이들이 알아도 듣지 못할 소리로 제 좋은 소리를 치면 되겠는가? 네놈들이 제마끔 지지배배, 뻐꾹뻐꾹, 짹짹거리면서 암암리에 제 좋은 소리치면서 꿍꿍이를 치면 이 나라가 사분오렬될게 아닌가? 건 우리 호랑이 왕국에 절대적인 위협이야. 다른 소릴 쳤다간 가차없이 처단할 거야.”    호랑이 대왕은 궁전 벽에 걸어놓은 물소 대가리 해골을 가리키면서 경고했다.    "저놈 물소도 '따웅'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가 내게 목주래를 물려 죽었어. 나는 물소 대가리를 궁전 벽에 걸어놓고  닭을 잡아 원숭이를 훈계하듯 다른 동물들을 경고했어. 네놈들도 '따웅'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간 물소처럼 물려죽을줄 알어라."     호랑이 대왕은 그쯤 겁을 먹이면 클론바우랑 벌벌 떨겠는가 했는데 대수로워도 하지 않는 표정들이지 않겠는가.     호랑이 대왕은 자기가 깔고 앉은 룡의에 편 표범 가죽을 매만지면서 을러멨다.     "이 표범도 '따웅' 하지 않고 제 소릴 쳤다가 우리 호랑이들이 물어죽였어. 표범이 아무리 우리 호랑이 사촌이라고 해도 우린 대의멸친이야. 호랑이 말을 하지 않는 놈은 사촌이 아니라 애비 에미라도 가차없이 물어죽여. 보라구, 우리 말을 잘 안 듣던 그 놈 표범 가죽을 쭉쭉 벗겨서 내 룡의에 깔고 앉아 다른 동물들한테 본보기를 보여주는 거야."     호랑이 대왕은 불길이 왕왕 이는 퉁사발눈깔로 클론바우와 금발미녀 아사꼬가 개의치 않는 것을 쏘아보며 속으로는 흠칠 놀랐다.    (그저 나긋나긋한 놈들이 아니구나.)    호랑이 대왕은 수하 호랑이 경호원들한테 경계심을 높이라고 찔끔 눈짓했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더니 쇠몽둥이 같은 꼬리로 땅바닥을 땅 쳤다. 땅바닥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궁전에 먼지를  새뽀얗게 일궜다.    “따웅- 천치 같은 놈들, 네놈들은 산에 가면 산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속담도 몰라. 무식한 놈들, 이 호랑이 왕국에 왔으면 호랑이 말을 해야지!  간사한 영어로 우리 호랑이 왕국의 국법을 어기면 좋은 끝장 없어. 알만해? 흥!”     클론바우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네 호랑이 ‘따웅’ 한마디로 어떻게 모든 동물들의 복잡한 뜻을 다 표시하겠는가? 당치도 않은 국법 싹 걷어치우오.”     호랑이 대왕은 코웃음쳤다.      "무식한 놈, 우리 호랑이들은 대대손손 '따웅-' 한마디로 숱한 동물들을 몽땅 몇천년이나 다스려왔다. 알기나 하고 허튼 소릴 쳐? 흥!"     호랑이 대왕은 좀 연약해 보이는 금발미녀 아사꼬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따웅- 넌 어데서 온 년이냐?”    아사꼬는 호랑이대왕한테 쌍까풀눈을 찔끔해보이면서 아양을 떨었다.    “섬나라에서 날아온 금발미녀 아사꼬예요. 이 포승줄을 좀 풀어주세요. 너무 꽉 묶어놔서 아파 죽겠어요.”    “풀어주면 호랑이 말 하겠느냐?”    그러나 아사꼬는 일어로 대답했다.    “난 우리 섬나라 말 밖에 할줄 몰라요.”    호랑이 대왕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종호를 가리키면서 고함쳤다.    “섬나라 오랑캐 같은 년, 오랑캐 소릴 작작 쳐! 안되겠다. 얘들아, 저 년놈들이 메고 온 짐에 뭐 있는가 들춰 봐.”    “예잇-“    호랑이들은 책짐을 들춰 보고 아연실색했다.    “호랑이말로 쓴 책이 아닙니다. 몽땅 알아 못 볼 책입니다.”    호랑이 대왕은 앞발을 홱 휘둘렀다.    “그 놈 책들을 몽땅 태워버려!”    그때 아사꼬가 다급한 소리를 쳤다.    “잠간만!”    호랑이 대왕은 아사꼬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아사꼬가 귀맛을 돋구는 말을 할줄이야.     “호랑이 대왕님, 이 책은 호랑이 대왕님을 찬송한 책입니다. 이 책이 나가면 호랑이 대왕님의 영웅업적이 온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겁니다.”     “그래? 너 금발미녀 꽤나 이쁜데. 말도 참 달달하게 할줄 아는구나.”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흐뭇해 꼬리를 흔들거렸다.     그는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면서 물었다.     “그 책을 내자면 사슴 고기 몇 수레나 들겠느냐?”    “호랑이 왕국 포악무도한 독재자 호랑이 대왕님 사적을 노래한 책이니까. 할인하면 아마 사슴 고기 십여수레면 되겠죠.”    호랑이 대왕은 발가락으로 룡의를 다독이며 속으로 주산알을 튕겨보았다.    그때 옆에서 앵무새가 고자질했다.    “대왕님, 속히우지 마십시오. 제가 저 책을 보니 온통 저놈들 조상들이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던 얘깁디다.”    “뭐라고? 고약한 놈,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을 속이려고? 저 책을 당장 내다 소각해버려라!”    “예잇!”    종호의 혼은 허연 수염이 난 호랑이 대왕이 피뜩 90여년 전 파쑈 히틀러 같아 보였다. 2차 대전 때 독일 파쑈들은 프랑스를 점령한 후 프랑스 사람들한테 프랑서어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독일어로만 말하라고 총칼을 들이대고 강박하지 않았던가.    (그럼 몇십년 전 파쑈 히틀러가 호랑이 대왕으로 둔갑했단 말인가? 여긴 독일인가? 어딘가? 오아시를 찾아 헤매다가 잘못 왔는데.)    종호의 혼은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잙질하면서 꽥 고함쳤다.    “누가 언감 내 책을 다쳐?!”    호랑이 대왕은 룡의에서 벌떡 뛰여 일어나 세발네발 높뛰면서 노발대발했다.    “호랑이 말을 하지 않고 국법을 어긴 저 무엄한 놈들을 몽땅 끌어내 목을 썩뚝 잘라 버려라!”    클론바우가 궁전 천정이 날아가게 맞받아 고함쳤다.    “누가 언감 우릴 다쳐?! 흥!”    클론바우가 콧방귀를 뀌자 룡의가 허망 십여메터 밖에 날아가 땅바닥에 쿵 떨어졌다. 궁전에 먼지가 시뿌옇게 흩날렸다. 호랑이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사처로 꼬리빳빳해 도망쳤다.    클론바우는 “윽!” 소리와 함께 사지를 묶은 포승을 툭 끊어버리고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곧추 호랑이 대왕한테 덮쳐갔다. 아사꼬도 포승줄을 뚝뚝 끊어버리고 쌩 날아가 호랑이들을 치고 박으며 결사전을 벌렸다.    깜짝 놀란 호랑이 대왕은 호랑이 졸개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굴 속으로 피해 들어갔다. 호랑이 대왕은 간이 한줌 만해 질겁한 빛이 어린 퉁사발눈을 슴벅이면서 굴 밖을 내다보았다.     저게 뭔가?      클론바우가 길다란 코로 궁전 기둥을 휘감아 쑥 뽑아버렸다. 아사꼬는 그 약한 팔에 어데서 그런 괴력이 생겼을까? 금발미녀 아사꼬는 도망치는 호랑이 뒷다리를 거머쥐여 홱 팽개쳤다. 호랑이는 대여섯메터 밖에 날려가 쿵  처박혀 뒈졌다. 클론바우가 엉덩이로 기둥을 쿵 떠밀자 우지끈 끊어져 궁전 천정이 무너지면서 흙먼지가 궁전 바닥에 흩날려내렸다.    호랑이 대왕은  비명을 질렀다.    "아이구, 저 내 궁전!"      "그만!  우린 오아시스를 찾아 갑시다!"   종호의 혼이 말려서야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그만뒀다.   클론바우는 혼을 돌아보았다.   "저 놈 호랑이들을 무서워 마십시오. 저놈 호랑이들을 몽땅 쫓아내고 여기 설산 기슭에 우리 아아시스를 보란듯이 꾸립시다."   그러나 종호의 혼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겠소? 그만 훈계해놨으면 됐어요. 어서 갑시다."       환각인가? 생신가?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호랑이 궁전을 빠져나갔다. 아사꼬는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뒤따라 궁전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서으로 서으로 정처없이 날아갔다.    (조상환상곡을 울릴 오아시시를 찾아야 하겠는데. 사막은 벗어났는데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을까?)    황혼의 유령은 괴물 클론바우의 잔등에 업혀 바람결처럼 푸르른 서쪽하늘로 날아갔다.    해맑고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가파로운 설산봉우리들이 우중충하게 하늘을 찌르며 나타났다.    알프스산맥인가? 어딘가?     설산 기슭에 성당이 우후죽순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다. 로마제국의 옛 성곽에서 자유와 사랑의 녀신 헤라가 손짓해 부른다.    종호 혼의 눈 앞에는 불시에 옹달샘이 퐁퐁 솟아나고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오아시스가 펼쳐졌다. 아무리 찬서리 내리고 세찬 눈보라가 미친듯이 휘몰아 쳐도, 황혼의 유령이 어디로 가든 설악산의 하얀 무궁화, 금강산의 연분홍철쭉꽃, 백두산의 연분홍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조상 환상곡의 선률에 맞춰 치마폭을 나풀거리며 도라지춤을 추고 있지 않겠는가.    저게 뭔가?    피빛으로 불타는 황혼의 락조가 비낀 설산 산봉우리 위 푸르른 하늘에 커다란 책들이 겹겹이 쌓인 신기루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 신비한 신기루에서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는 항일투사들의 고함소리가 하늘땅을 진동한다. 안중근, 김좌진, 홍명도, 윤봉길, 리봉창…항일투사들의 혼이 별들이 반짝이는 푸르른 하늘로 하나, 둘 솟아올라가 대지의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별로  반짝인다. 어두운 밤하늘에 쓸쓸한 조상환상곡이 은은히 들려온다.     황혼의 유령은 머리를 얽동인 암흑한 정신쇠사슬을 부시면서 찬란한 해빛에 황혼의 옥구슬을 꿰어 선물하는 새 아침을 잉태하며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신음한다…                                                                                       (끝)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16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한 농민의 가정에서 아홉째 아들로 출생. 심심산골 귀향목동 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잡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 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558    대하소설 황혼 제5권(100) 참사랑 멜로디 김장혁 댓글:  조회:325  추천:0  2025-01-25
    대하소설 제5권 종장          김장혁       100. 참사랑 멜로디    김춘희도 소문을 듣고 최군철 등을 비방한 대자보를 광장에 가서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그 대자보에서 정치에 대한 건 반신반의하였고 최군철의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었다. 비록 최군철이 자기 신고를 받아들여 류항곤 원장을 수사해 감옥에 보내고 자기를 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바람둥이 최정호의 사생아라고 곱게 보지 않았다.    그녀는 최군철은 리문걸선생의 아들인가 했는데 최정호와 리문걸의 본처 박영희의 사생아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아주 큰 충격을 받았댔다.     “어쩜 최정호 국장은 자기 처제와 살아서 사생아까지 낳았어? 인륜도 짓밟은 패륜이야. 세상 웃기는 바람둥이구나. ”    김춘희는 최군철이 애 둘이나 낳은 본처 리나와 리혼한 홀애비라는 걸 알고 “딱 애비를 떼닯았다.”고 속으로 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자기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하나 밖에 없는 딸애 허가은과 최군철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눈앞이 아찔해나 하마트면 까무러칠번 했다. 그녀는 늙어빠진 야마구찌 다이로 교수한테 재가해 별의별 성학대를 다 받으면서도 허가은을 다이로교수 연줄로 일본에서 좀 환하게 살게 하려고 이를 옥물고 참으면서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마끼(허가은)가 일본에서 돌아와 최군철을 졸졸 묻어다니는 것을 보자 칼로 가슴을 에이는듯했다.    (안돼, 가은인 바람둥이 사생아한테 시집가선 절대 안돼. 어데 좋은 총각이 없어서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시집가? 그것도 여나 문살이나 이상 홀애비, 아이고, 무슨 개고생을 하자고 저래? 마끼야, 절대 안돼!)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춘희는 자기 딸 마끼(허가은)가 최군철과 련애하는 것을 기어이 떼놓으려고 백방으로 애썼다.     춘희는 문걸과 종호를 찾아다니면서 최군철한테 려향을 붙여놓으려고 혼인중매까지 섰댔다. 그런데 최군철은 려향이 부패분자들의 사생아라고 정치영향을 고려해서 려향을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려향도 자기 애비를 총살받게 하고 엄마를 감옥에 보내 무기징역살이를 시킨 최대 장본인인 군철을 속으로 증오하였다.     "소리 없는 권총이 있었으면 땅 쏴 죽이고 싶은데. 살부원쑤와 살아라고? 춘희는 가은을 최군철 그놈한테서 떼놓으려고 날 희생양으로 중매서는 판이구나. 어림도 없어."     려향은 이렇게 속궁리하면서 근본 련애하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려향은 독신주의자를 고집하던 녀자애인데다가 애비 에미 살아온 걸 보고 근본 결혼하려고 하지도 않는 판이였다.     당황해진 춘희는 어느날 집에서 마끼를 조용히 불러 쏘파에 앉혀놓고 군철과 떼놓으려고 작심했다.    그녀는 딸이 먹기 좋아하는 사과를 싹싹 깎아 주고나서 최군철한테서 딸을 떼놓으려고 타일렀다.    “최군철을 작작 따라다녀라.  시당위 서기고 돈도 많다지만 절대 최군철과 련애해선 안돼. 너도 광장에 나붙은 대자보를 보았지? 온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다.”    마끼는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엄마를 곱게 흘겨보았다.    “또, 또 그말인가요? 그건 무함입니다. 최서기 얼마나 정직하고 현시대 진짜 사내 같은가요?  최서기 덕분에 엄만 원장으로 되고 난 위생국 간사로 제발됐죠. 지금 공무원은 상직업인데요. 공무원으로 들어가기 어디 그리 쉬운가요?”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 답답해. 고까짓 위생국 간사가 뭐 그리 대단하니? 사람이 사는덴 그따위 공무원 아무것도 아니야. 녀자는 대상을 잘못 만나면 한평생 개고생한다. 알만하니?”    마끼는 제 쪽에서 이상하다고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최서기 어때서 자꾸 그래요? 그는 현시대 경제시대 영웅인데요.”    “사랑은 견코 지위고저나 금전다소에 있는게 아니야. 사랑과 지위, 금전을 혼돈해선 절대 안돼. 넌 군철의 지위와 돈을 숭배하고 흠모하고 사랑하는 거야." 그녀는 문걸이 얼음협곡에서 생사를 헤아릴 수 없을 때 자기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말까지 써먹었다.    "참사랑은 처녀총각의 피 끓는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야. 결코 지위와 금전에 혼탁해진 감정 따위 아니야. 군철은 최정호가 처제와 바람 피워 낳은 사생아야. 애비를 닮은 세상 색마야.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야. 미국 아가씨와도 살구 숱한 애인들 뒀다고 대자보까지 나붙었어. 지위가 아무리 높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데 없어. 바람둥이를 만나면 한평생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야 해. 숱한 좋은 총각들을 두고 왜 하필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냐? 이젠 엄마 말을 좀 들어라. 군철을 작작 따라다녀라.”    마끼는 발딱 일어나면서 성냈다.    “내 혼인을 작작 간섭하세요.”    춘희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뭐라고? 엄만 널 생각해 일깨워주는 거야. 정 군철과 그러겠으면 모녀관계를 끊을줄 알아.”    그 말에 마끼는 좀 누그러들었다.    춘희는 마끼를 시름 놓을 수 없었다.    춘희는 최군철과 마끼를 떼놓으려고 자기를 사모하는 최군철의 양아버지 리문걸과의 재혼을 다그치려고까지 했다.    (내 리문걸선생님과 재혼한다면 효성이 지극한 최군철은 절대 양아버지 사랑을 짓밟고 내 딸과 약혼하지 않을 거야. 어떻게 애비 안해의 딸과 결혼하자고 달려들겠는가? 부모자식간의 인륜을 짓밟았다는 새 류언비어를 생산하자고? 정치인들은 개인 감정과 생활도 잘 통제해야 하잖겠는가.)    김춘희는 최군철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마끼를 작작 데리고 다녀라고 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말해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춘희는 궁리 끝에 리문걸을 확 끌어당기려고 가을 휴가를 내고  리문걸과 함께 유럽관광을 떠나기로 했다.    그때 리문걸은 춘희와 재혼하려고 기다려 왔던지라 속으로는 아주 반색했다. 그러나 군철과 마끼가 좋아하는 걸 알고 선뜻이 관광하러 나서지 못했다.    (괜히 주책없이 놀아서 애들의 일을 그르치겠다. 어시가 물러서야지.)    그런데 뜻밖에도 군철은 양아버지와 김춘희 박사의 재혼이 성사되게 하려고 그들의 관광을 지지해나섰다. 문걸은 군철한테 진심으로 물었다.    “네가 마끼를 좋아하는 거 같던데. 부모들이 주책없이 놀아선 안되지.”    그러나 군철은 씨무룩이 웃었다.    “난 마끼와 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고려하지 말고 관광하러 가십시오.”   최군철은 문걸한테 관광 용돈도 푼푼히 주면서 함께 관광하라고 등을 밀어주었다.    기실 최군철은 한때 마끼가 다이로교수가 애를 낳아주겠다던 혼약서를 들고 와서 법원에 소송했을 때 지혜롭게 따돌린 사건을 계기로 총명하다고 마끼를 좋아했다. 그러나 한국 보라매공원에서 그가 려향을 흑인날강도 마수에서 구할 때 “쓸데 없는 일에 목숨 걸게 있는가요? 작작 삐치세요. 어서 갑시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후부터 최군철은 마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어쩜 같은 녀자로서 어쩜 날강한테 당하는 려향에 대한 최저한도의 동정심도 없어? 최저한도의 인간의 량심과 인도주의도 없어. 너무나 리기적이야.)    그때부터 최군철은 마끼는 별로였다.    리문걸한테서 최군철의 태도를 들은 후 김춘희는 조금 시름이 놓였다. 그러나 눈에 콩깍지 낀 마끼를 시름 놓을 수는 없었다.    (내 리문걸선생과 재혼할 예산이라면서 재혼기념으로 유럽관광을 간다고 하니 뭐랬어?)    그때 마끼는 눈이 새똥그래서 나를 흘겨보면서 고래고래 고함치기까지 했다.    “엄만 딸의 첫사랑을 짓밟고 재혼할 예산입니까? 엄마 리문걸선생과 재혼해도 내 군철과 결혼하는데 무슨 일 있는가요? 군철이 무슨 리문걸선생님의 친아들입니까? 양버지 다 무슨 대순가요?”    김춘희는 듣다 못해 마끼의 귀쌈을 찰싹 갈겼다.    “이 간나새끼, 바보 같은게. 세상 사람들을 웃길 예산이냐? 어떻게 엄마 아들과 결혼해? 너넨 오누이야. 군철도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리문걸선생한테 말하면서 우리 재혼하는 걸 동의했단다.”    마끼는 그 말에 눈물콧물을 두 볼에 줄줄 흘리면서 대성질호했다.    “엄마, 거짓말이야!”    김춘희는 마끼의 두 볼을 잡아흔들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어째 엄마 말을 듣지 않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네가 홀애비와 결혼하는 걸 보지 못해. 어째 엄마 죽는 걸 보겠니? ”    춘희가 죽음으로 위협하자 마끼는 잠시 누그러드는 척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군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김춘희는 리문걸과의 재혼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는 더는 주저하지 않고 리문걸과 함께 유럽 관광길에 올랐다.    최군철은 공항에까지 나와 리문걸과 김춘희를 바래였다. 그러나 마끼는 공항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그런데 유럽관광에 웃기는 일도 벌어졌다. 리문걸은 처음으로 김춘희와 빠리 교외 한 호텔 방에 들었다. 널직한 한방에 들었는데도 문걸은 춘희를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곱도록이 다른 침대에 누워 코를 드렁드렁 고르며 자기만 했다.    (진짜 남자 같지도 않아. 나를 그렇게 사랑한더더니, 참, 혹시 날 사랑하지 않는가? 아님, 오늘 빤셀궁과 에펠철탑이랑 싸이나강을 유람하고나서 곤한 걸까? 그래도 어떻게 녀자를 한방에 두고 저럴 수 있어? 내 딸을 홀애비한테 떼울가봐 그렇지. 저런 나그네와 어떻게 살아?)    김춘희는 문걸을 원망하면서 침대 위에서 이리궁실 저리 궁실 하면서 온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리문걸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렇게 절절하게 김춘희와의 참사랑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참사랑주의자인 문걸은 춘희 과거가 좀 께름직했던 것이다. 그는 김춘희 일본 류학시기 도사 다이로교수와의 혼인사가 께림직해 뒤로 제빠드하면서 그녀와의 재혼에 대해 심중모드에 들어갔댔다. 그러나 지금 점차 춘희한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였지만 춘희는 그런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다.    리문걸은 건출설계사이자 미술가이기에 프랑스 빠리 루브르궁에 전시된 비너스 조강상을 특별히 깐깐히 둘러보았다. 진짜 세상에서 아름다운 하얀 비너스 조각상은 저명한 프랑스 미술가, 조각가 다빈치의 원작 명조각상이라고 한다.    비너스의 정면 모습은 진짜 아름다운 서양 녀자 모습이였다. 깡꿀깡굴한 머리, 하얀 얼굴에 좀 내리깐 쌍까풀눈, 육체미를 한껏 자랑하는 균형잡힌 하얗고 탄탄한 몸매,    그러나 뒤로 돌아가보니 웬 걸, 치마자락인지 천인지에 살짝 가려진 엉덩이가 좀 떨어진 상처자국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문걸은 미덥지 않아 의아한 눈길로 비너스 얻엉이를 자꾸 쳐다보았다.    (비너스 같은 미녀한테도 흠집이 있는가?)    그는 당지 가이드아가씨한테 비너스에 대해이것 저것 자세히 물어보았다.    가이드아가씨의 소개에 따르면, 비너스는 확실히 세상에 존재한 아름다운 미녀인데 다빈치와 한 마을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빈치는 비너스가 어찌나 이쁜지 혼이 날아날 지경이였다. 그는 비너스를 데리고 살려고 무척 애쓰며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비너스는 그림 밖에 그리지 못하는 가난한 다빈치를 왼눈으로 보지도 않고 왕이거나 작위가 있는 귀족한테 시집가려고 추궁했다. 나중에 비너스는 한 공작한테 시집가서 끝내  귀족가문에 들어갔다.    비너스는 남편이 집에 없을 때면 미모로 숱한 사내들을 자기 침대에 유인해들여 음탕한 섹스를 벌렸다. 심지어 한 사내와 한창 재미를 보는데 다른 사내가 찾아오면 먼저 온 사내를 침대 밑에 치워놓고 후에 온 사내와 질탕하게 섹스를 했다. 어떤 때는 동시에 여러 사내들과 섹스를 했다. 한 사내가 비너스의 가슴을 매만지고 한 사내는 허벅더리를 감빨고 다른 사내는 그녀의 하얗고 옴폭한 옹달샘을 빨아먹다가 배를 저으며 돌진했다. 다른 사내는 그녀의 입에 구강섹스르 질탕하게 해댔다. 비너스의 엉덩이는 성병에 썩어날 지경이였고 남성 성기와 녀자 성기가 다 달린 수아매(중성) 아들 츄피터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빈치는 방탕한 비너스 조각상에 엉덩이 떨어져나간 흔적을 조각해 넣었다고 한다.     후세인들이 땅에 묻힌 비너스 조각상을 발굴해 파낼 때 괭이에 찍혀 왼쪽어깨와 엉덩이 밑부분이 좀 떨어져 나갔다고도 한다. 또 왼쪽 어깨 위에 물동이를 쳐들어 물을 끼얹던 비너스의 팔도 떨어져나갔다고도 한다.      다빈치는 비너스를 잊지 못해 그녀가 그리울 때면 숱한 비너스 조각상을 조각해내군 했다고 한다. 비너스가 공작한테 시집가자 다빈치는 타락해 술만 처마시고 그만 동성애자가 돼 버렸고 성병에 걸려 비참하게 죽었다고 한다.    비너스는 세상에서 자기가 유일한 아름다운 미녀라고 여기였다. 그러나 왕의 나젊은 공주가 자기보다 더 이쁘다는 말을 듣고 공주를 한없이 질투했다. 비너스는 태양신(아폴로)을 꼬드겨 왕이 공주를 가시 돋힌 벌레한테 시집보내게 하였다.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비너스는 또 아들 츄피터를 보내 공주를 활로 쏴 죽이라고 했다. 그러나 츄피터는 산에 가서 동굴에 있는 이쁜 공주를 보고 홀딱 반해 독화살을 쏘지 않고 감미로운 사랑의 화살을 쏘아버렸다. 그리하여 츄피터는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을  얻어 결혼해 행복하게 살게 되였다.    명색이 시어머니로 된 비너스는 공주를 계속 질투해 백방으로 모해하려고 들었다. 그런데 태양신과 츄피터가 미녀로부터 마녀로 변한 비너스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비너스는 끝내 공주를 모해하지 못하고 속을 끙끙 앓다가 화김에 죽었다고 한다.    리문걸은 서울 국제미술전시회에서 여러차례 국제미술상을 탄  한다하는 미술가, 에술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직껏 마음 속으로 흠모해왔던 비너스에 대한 실망감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여직껏 얼마나 흠모했던 다빈치와 비너슨가. 그런데 비너스는 미녀가 아니라 원래는 바람쟁이, 질투도 많은 음흉한 마녀였구나.)    그러나 비너스 조각상은 그의 머리에 일종 현실적인 계시를 주었다.    유럽관광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밤.   문걸은 별무리 내린 싸이나강변 호텔에서 아름다운 빠리 야경과 우뚝 솟은 에펠철탑을 내다보면서 명상에 잠겼다. 참사랑주의자였던 그의 생각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문걸은 다빈치가 손수 조각한 비너스 조각상을 둘러보면서 자기와 춘희의 사랑을 련상하였다.      (세상에 어디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이 있겠는가. 세상에 흠이 없는 녀자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그렇게 흠모해온 비너스에게도 흠집이 있지 않는가.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 춘희는 비록 두번 실패한 혼인사가 있지만 건 옥에 티나 다름없다. 춘희는 참말로 마음씨 착하고 참된 녀자야. 내가 심한 혈변을 해 병원 문 앞에 쓰러졌을 때 춘희가 휄체어로 나를 급진내과에 실어다가 구해주지 않았는가. 출혈이 심해 쑈크가 온 내게 수혈해야겠는데 불시에 혈장이 모자라자 춘희는 주저없이 팔을 걷고 자기 피를 수혈해주어 나를 구했다. 춘희의 사랑에 넘친 피가 아직도 내 온 몸에 굽히쳐 흐르고 있다. 이렇게 착한 구명은인 녀자를 사랑하지 않고 또 누구를 사랑하겠는가. )     문걸과 춘희는 지하철을 탔다가 못 볼  서양인들의 민낯을 보게 됐다. 한무리 금발미녀들이 실 한오리 걸치지 않고 금발머리를 흩날리면서 지하철 숱한 인파 속에서 거닐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무런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한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사랑주의자, 금욕주의자인 문걸은 도무지 눈 뜨고 볼 수 없어 눈을 감아버리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양은 전혀 다른 세상이였다.     개선문 앞에서는 어쩌겠는가, 숱한 행인들 속에 몇몇 남녀들이 라체로 걸어다니는가 하면 관광객들과 기념사진까지 버젓이 찍는 것이었다. 어떤 라체미녀들은 자전거를 타고 금발머리를 흩날리면서 달려다녔다. 라체 금발미녀들은 "라체로 성심을 담아 빠리올림픽을 열렬히 응원한다."고 떠들어댔다.     빠리 자유의 거리에서는 숱한 라체남녀들이 "성자유 만세!", "성해방 만세!" 프랑카드를 쳐들고 라체시위를 하고 있었다.     (딱 원시사회 같구나.)     문걸과 춘희는 도무지 리해되지 않았다.     (저렇게 벌거벗고 사는게  사랑이고 락이고 꿈인가? 참사랑과는 한참 별로야.)     유럽관광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밤에야 문걸은 춘희와 함께 빠리 싸이나강변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잊을 수 없는 첫날 밤을 보냈다. 그들은 별빛이 내린 아름다운 빠리 야경을 내다보면서 서로 사랑의 품에 꼭 껴안고 베토벤의 원무곡에 맞춰 흥겹게 참사랑의 사교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서로의 따뜻한 사랑의 체온을 느끼는 순간, 문걸은 모든 의혹과 착잡한 고민을 다 훌훌 벗어버리고 오랫동안 무르익혀온 사랑을 활화산처럼 분출했다.    문걸의 눈 앞에는 처음 여자를 알게 한 이름난 무용수 박영희 하얀 가슴과 성기갈을 말려주던 미녀로봇 아사꼬의 금발머리가 떠올랐다.    (한평생 나를 속여먹은 배신자, 허위를 일삼은 '본댁'-영희, 나의 구명은인이자 성적인 여자친구-  아사꼬도 다 잊어야지. 오직 춘희만 생각하고 사랑하자. 세상에 흠집이 없는 녀자 어디 있겠는가? 춘희 박사는 세상 미녀 비너스보다 상대적으로 퍽 낫지.) 비너스가 문걸을 보고 해쭉 웃으면서 엄지를 척 내들면서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춘희의 눈 앞에는 전 남편 주정뱅이 허씨의 퉁사발눈, 성변태 다이로 교수의 가재수염이 겹쳐 떠올랐다. 등산하러 가서 눈구멍으로 펄렁 빠져 얼음협곡에 떨어졌을 때 자기의 가슴을 꼭 끌어안고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던 리문걸의 사랑에 전 목수리가 귀전에 울렸다.    춘희는 외까풀눈을 살며시 감고 문걸의 야성적인 사랑을 차분히 받아들였다. 그 사랑이 깊숙이 뿌리를 박을수록 속으로 기도했다.    (하느님이여, 오늘 밤 사랑으로 제발 내 딸을 홀애비 군철한테서 떼 주옵소서.)         그녀의 복잡한 마음은 리문걸의 저돌적인 공격으로 해 산산히 부서지면서 깨끗하게 정화돼갔다. 착잡하고 거치장스러운 심태가 펄펄 끓어번지는 사랑의 화가마에서 용해되면서 새로운 사랑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문걸이 이제껏 추궁해온 참사랑에는 딸을 보호하려는 춘희의 마음이 반죽돼 혼탁한 잡음도 섞였다. 사랑은 이뤘지만 참사랑은 처참한 패배로 종말을 서서히 고했다.    달빛과 별빛이 스며드는 빠리 으리으리한 호텔방 침대에서는 참사랑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신음소리와 흐느낌소리에 맞춰 절주 있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17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한 농민의 가정에서 아홉째 아들로 출생.     1976년 고향 산골고중을 졸업, 귀향목동 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편집부 주필.                    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557    대하소설 황혼 제5권(99) 대자보 김장혁 댓글:  조회:311  추천:0  2025-01-22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9. 대자보       어느 날 시내 제일 번화한 광장 광고판에 검은 붓글씨로 쓴 커다란 대자보가 나붙었다.       최군철 서기는 문화국 부패분자, 색마 최정호 국장과 사촌처제 박영희가  바람을 피워 낳은 사생아이다. 싸리 그루에서 싸리 자란다고 최군철도 애비를 닮아서 부패분자이자 무서운 바람둥이다.     우선, 최군철은 서기 자격이 없다. 어떻게 부패분자 류항곤 원장의 딸 류기를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 또 부패분자 류덕재 행장과 류려평 부행장의 사생아 려향을 어떻게 반도체공장 총경리 비서로 임명하는가? 하긴 류기와 려향은 최군철의 애인후보니깐. 려향과 최군철은 둘 다 사생아니깐 천생배필 아닌가. 리해는 좀 간다. ㅋㅋㅋ    최군철은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의 애인 김춘희, 자기 미래 가시어머니 될 김춘희를 병원 원장으로 임명했고 자기 친애비 최정호 국장의 애인 황선희를 부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자기를 발바리처럼 따라다니는 애인 마끼를 위생국 간사로 임명했고또 애숭이 리복화를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의 한 고향친구 리성호의 손녀라고 반도체공장 병원 원장으로 임명했다. 갓 일본류학을 마친 리성호의 손자 리광문을 그 큰 병원 내과 주임으로 임명했다.     얼마나 부패한 서기인가.     최군철은 무서운 바람둥이고 색마이다. 본처 리나와 아들 둘이나 낳고서도 리혼하고 숱한 애인들을 데리고 살았다. 심지어 미국 경제간첩 애리싸와 오래동안 동거하면서 중국 경제정보도 팔아먹었다. 최군철은 한국 회사에서 부사장이란 직권과 금전을 리용해 비서들인 경희, 은희를 늘 음탕하게 간음했다. 지금은 일본 류학을 갓 마치고 돌아온 열살 년하 마끼(허가은)를 애인으로 데리고 한국 회사로부터 우리 시내에까지 기여들었다. 그외에도 최군철은 자기 양애비 리문걸의 양딸 리려향을 애인으로 데리고 놀았다. 하긴 최군철과 리려향은 똑 같은 사생아니깐. 천생배필이지. ㅋㅋㅋ.      또 그 옆에 나붙은 다른 대자보에는 최혜영 국장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류인비어를 쏟아부었다.      최혜영은 남태평양 무인도에서 해적들한테 륜간당했다. 그때 최군철 서기의 애비 최정호가 목숨걸고 무인도 해적들의 마수에서 최혜영을 구해냈다. 최혜영은 최정호의 구명은혜에 보답하려고 무인도에서부터 속살을 섞어왔으며 최정호의 옥바라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군철은 최혜영한테 사정해 애비 최정호를 감형시켰으며 이번에 최혜영을 반부패투쟁 모범투사로 표창하고 묵직한 상금까지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머리 싯허연 최혜영을 국급 고문으로 재임명했다.      숱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대자보를 보고 쑤근거리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젔기도 했다.    요즘 숱한 사람들이 대자보를 보고 최군철과 최혜영에 대한 류언비어를 온 시내에 파다히 퍼날라 퍼뜨렸다.    비서가 인차 그 대자보를 뜯어 최군철 서기한테 바쳤다.    최군철은 그 두 대자보를 사무상에 놓고 의아한 눈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몇번이고 뜯어보았다.    (내가 부패분자 류덕재와 류려평의 사생아 려향을 사랑한다고? 말도 안돼. 이건 무함이야. 비방조소야.)    려향도 살부원쑤인 군철을 속으로 증오하면 했지 사랑하지도 않았다.   대지보는 필적이 판판  달랐다.    최군철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더니 사무상을 지긋이 눌렀다.    (적은 항상 곁에 있어. '초패왕' 일당은 척결됐지만 아직도 부패세력이 남아 있어. 대자보를 몽땅 거짓말로 만들어야지.)    최군철은 무서운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을 스르르 감더니 한참동안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목석처럼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우뢰가 울고 번개가 번쩍였다.      한참 후에야 최군철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의자에서 잔등을 떼였다.    그는 비서한테 쇠덩이가 콩크리트바닥을 구으는듯한 목소리로말했다.    “이 두 대자보는 온통 무함이고 류언비어요. 내가 직접 반박문을 써서 광장에 붙여야겠소.”    훤칠한 미남비서는 붓과 도화지를 구하러 비서처로 갔다.     사실, 대자보의 내용은 비렬한 무함이였다.    “이렇게 너절하게 헐뜯을줄은 몰랐다. 꼭 이번에 타격받은 원쑤진 놈들이 나와 새로 승진한 간부들을 타격하려고 꾸민 음모궤계일 거야.”    이윽고 비서가 붓과 묵, 커다란 흰 도화지를 들고 들어왔다.    최군철은 사무상에 도화지를 펴놓고 붓을 들고 우멍눈으로 도화지를 내려다보면서 한참 궁리하더니 붓을 날리기 시작했다. 북경대학 졸업생 출신 시당위 서기가 날리는 붓이 도화지 위에서 룡이 꿈틀거리며 내 달리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듯도 하고 푸르른 하늘에서 물 속으로 날아내려 헤염쳐 나가는듯도 했다.     갑자기 최군철의 붓이 도화지에서 내달리다가 점 하나를 콱 찍더니 뚝 멈춰섰다. 최군철은 반박문을 더 써내려가기 어려웠다.     그는 붓을 사무상 위에 스르르 놓더니 의자에 맥없이 털썩 물앉았다. 그는 대머리에 왼손을 얹고 한참 궁리를 돌렸다. 그는 의자에 잔등을 기대더니 우멍눈을 스르르 감았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진도하며 울렸다.    기실, 김호는 이번 반부패투쟁과 조직폭력배(깡패)숙청전역에서 중대한 기여를 했다. 그리하여 시당정부문에서는 반복적인 연구를 거쳐 김호를 형사수사를 주관하는 공안국 부국장으로 임명했다. 최군철은 금후 반부패투쟁과 조직폭력배숙청전역에는 이런 나젊고 패기 있는 젊은 공안간부가 형사수사사업을 리드해나가야 한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류기도 공안국 형사수사대대를 지휘할 얻기 힘든 능력있는 간부야. 류기는 대의멸친해 법과 상식을 지킨 훌륭한 간부야. 류기는 오촌조카라는 특수신분을 리용해 류덕재한테 의식적으로 접근했지. 그는 류덕재 삼부자라는 살인악마들의 죄악적 행태를 본 후 점차 각성해 류씨 집안의 죄악을 공안기관에 신고했지. 류기는 자기 아빠가 류덕재를 돕다가 살인죄를 지게 될가봐 이른 새벽에 내 사무실에 찾아와 아빠 죄행마저 로실하게 털어놓았지. 이렇게 대의멸친한 훌륭한 공안간부를 대대장으로 임명한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최군철은 우멍눈을 스르르 뜨고 이마에서 천천히 손을 내리우더니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사무실에서 뚜벅뚜벅 거닐면서 버릇처럼 대머리 위에 몇오리 안되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더니 번개처럼 번쩍이는 사색을 베아일처럼 굴려나갔다.    (류기는 후에 내 포치대로 류덕재를 돕는 척하면서 류덕재 별장마다 깜쪽같이 미형도청기를 장치해놓고 밤낮으로 류덕재 삼부자를 감시했지. 류기는 류덕재 삼부자를 우두머리로 한 깡패조직 일당의 죄행을  사법기관에 낱낱이 적발했지. 그리하여 사법기관에서는 류덕재 삼부자와 왕춘영 외에도 호랑이, 꺽다리. 뚱뚱보, 코수염쟁이 등 깡패 소두목들까지 몽땅 신속히 나포해 처단할 수 있게 되였다. 류기 아버지는 류덕재 포치대로 정의용사 리종호 사장과 리성호를 암살하려고 호주머니에 염화칼리움 등 독약이 든 주사기를 넣고 병실에 난입하려고 했지. 그때도 류기는 대의멸친해 아버지를 체포해 몇달 동안이나 구류소에 가둬두었다. 그래서 애비 살인범행을 재때에 제지시켰다. 이런 훌륭한 공안간분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최군철은 주춤 멈춰서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류기는 얼마나 슬기로운가. 류기는 고모 류려평을 돕는 척하면서 은비녀미형도청기를 류려평의 머리에 꽂아주고 류려평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해 공안국에 제공했다. 류기는 대의멸친해 류씨 범죄가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류덕재 등 부패분자들과 깡패조직을 타격하는데 지울 수 없는 공혼을 세웠다. 류기를 공안국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또 어떤 사람을 임명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공안국에 이런 법을 지키기 위해 대의멸친도 할 수 있는 공안간부, 슬기로운 형사수사대대 대대장이 필요하지 않는가. 부패분자 류항곤의 딸이 아니라면 공안국 부국장을 시켜도 절대 과분하지 않아. 흥!)     최군철 서기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시였다.    (최혜영 국장을 검찰원 고문으로 재임명했는데 뭣이 잘 못 됐단 말인가.  물론 아버지가 남태평양에서 목숨 걸고 최혜영 국장을 구해준 적이 있긴 있다. 그러나 최국장은 아버지가 구명은인이라고 법 앞에서 털끝만치도 봐준게 없다. 그는 아버지를 남태양까지 쫓아가 나포해 감옥에 처넣었다. 그가 옥중에 있는 아버지를 뒤바라지 한건 인간적으로 은인에 대한 보답일뿐이야. 최국장은 법 앞에서 인정사정을 두지 않고 법에 따라 아버지를 감옥에 보냈다. 얼마나 법과 인정을 명확히 구분해 처사사는 훌륭한 사법간부인가.)    최군철은 격분해 커피잔을 사무상에 탕 놓았다.    (병원 원장 임명도 그렇지. 정의용사 리종호, 리문걸 등 숱한 사람들을 구한 김춘희박사나 황선희 박사를 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뭐 잘못 됐는가! 그래 입원한 정의용사 리종호를 살해하려고 독약주사기를 호주머니에 넣고 쏘다닌 류항곤 같은 암마를 원장 자리에 놔둬야 하는가! 정신 나간 놈들! 뭐 내 미래 가시어머니라고 김춘희를 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쳇, 누가 지금도 마끼를 사랑하는가? 찬찬히 살펴보니 마끼는 내 지위와 돈을 탐낼뿐이라는 것이 드러났어. 마끼의 사랑은 순결한 참사랑이 아니야. 속마음과는 달리 무절제한 탐욕에 의한 파격적인 짝사랑이야.)    똑, 똑똑.    아주 익숙한 노크소리.    문이 살며시 열렸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고 마끼가 사무실에 찾아오지 않았겠는가.    최군철은 사무실에 마끼를 들여놓은 비서를 우멍눈으로 흘끔 흘겨보았다. 비서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되나갔다.    마끼는 눈물이 글썽해 최군철한테 다가와 하소연했다.    “최서기, 난 림상을 하지. 행정사업을 하지 않겠어요. 어째 날 기어이 위생국 간사로 임명했는가요? 난 행정관리직이 싫어요. 이제라도 날 병원에 보내 환자들의 병을 보게 해주세요.”    “비서!”    비서가 다급히 들어와 우멍눈을 쳐다보면서 분부를 기다렸다.    최군철은 당장 결단을 내렸다.    “비서, 이 마끼동무는 위생국 의정과에서 일하기 싫다오. 당장 위생국에 말해 병원에 보내오.”    최군철 서기나 마끼나 대자보까지 나붙자 뒷말을 듣기 싫었던 것이다.    마끼는 그제야 해시시 웃었다.    “최서기, 감사해요.”    그녀는 군철과 오랜만에 만났는지라 좀 이야기나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옆에 비서가 딱 붙어 서 있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비서도 제꺽 그런 눈치를  채고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군철이 불러세웠다.    “비서, 긴급히 토론할 일이 있소. 나가지 마오.”    비서는 되돌아와 분부를 기다렸다.    그러나 최군철은 우멍눈으로 마끼를 돌아보며 축객령처럼 물었다.    “또 다른 일 있소?”     마끼는 예전과는 판판 달리 매정하게 구는 최군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대자보가 나붙어 그러는거라고 좋게 량해하면서 돌아섰다.     최군철은 가냘프게 들먹이는 마끼의 어깨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면서도 고의로 비서 앞에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후에 큰 일이 없으면 자꾸 찾아오지 마오. 괜히 쓸데없는 말을 듣겠소.”    마끼는 돌아서지도 않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무실에서 달려나갔다.    최군철은 사무상 위에 놓인, 쓰다만 대자보를 와락와락 꾸겨 팽개쳤다.    (뭐? 날 바람둥이라고? 뭐 려향이 내 애인이라고? 실상을 알기나 하고 헐뜯어대? 누가 부패분자 류덕재와 류려평의 사생아를 사랑한다고 그래? 어림도 없어. 난 흑인강도한테서 려향을 구해줬을뿐인데. 누가 려향을 사랑하는가? 뭐? 둘 다 사생아기에 ‘천생배필’이라고? 헛, 참, 짜깁기 해도 진짜 어처구니없어.)    비서가 뜨거운 김이 몰몰 풍겨오르는 차를 부어 차탁에 놓았다.    최군철은 미남비서를 보자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비서처에서는 아주 참한 여비서를 물색해 보냈지. 하지만 난 다 거절했어. 두번째 최정호나 류덕재란 뒷말을 듣기 싫었어. 난 류덕재와는 판판 다른 사람이야.)    최군철은 고의로 자기보다 훨씬 멋진 미남비서를 곁에 두었다. 그리하여 녀성들의 눈길이 몽땅 그 미남비서로 쏠리게 하고 자기는 녀자들의 시선에서 슬쩍 피해 서려는 속셈이였다.    남녀관계에 무척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최군철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안타깝지 않은가!    (내 어진간하면 성림과 길림을 봐서라도 리나와 리혼했겠는가? 리나가 너무나도 시양아버지를 괄시하니깐. 불효녀라고 리혼한게지. 나도 칠정육욕이 있어. 그러나 엄마를 잃고 길림과 길림이 우는 걸 볼 때마다 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걸 알기나 하는가?”    최군철은 애들을 떠올리자 가슴이 미여지는 것 같아 주먹으로 가슴을 꽝꽝 두드렸다.     “최서기, 차를 드십시오. 커피를 더 타 오랍니까?”     “아니, 차면 됐소.”     비서는 사무상 위에 구겨진 쓰다만 박박문 대자보를 보고 물었다.     “반박문을 쓰지 않으렵니까?”    “필요없소.”    “네?”    비서는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최군철 서기는 반박문에 간부를 임명한 내부 실정을, 비밀을 밝힐 수 없었다.    그는 예지로 반짝이는 우멍눈으로 비서를 정시하면서 정색했다.    “내 때뻣이를 하자고 당정사법기관 인사임명 기밀을 어떻게 만천하에 공개한단 말이오? 안되오, 절대 안돼. 또 내 직접 반박문을 써서 내붙이면 궤변을 부리는 거 같잖겠소?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소.”    비서는 도리머지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고 억울한 루명을 쓰고 말겠습니까? 대자보 때문에 지금 사회 여론이 아주 나쁩니다. 공안국 정보과에 말해 대자보를 써 붙힌 놈들을 나포합시다.”    최군철은 비서를 손짓으로 곁에 불렀다.    “속담에 개는 짖어도 필림은 돌아간다고. 이럴 땔수록 우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오. 여론전엔 공권력을 쓰지 말고 여론으로 맞서야 하오. 당장 선전부에서 책임지고 기자들을 불러 여론전을 벌려야겠소.”    그 말에 비서는 머리를 끄덕였다.    최군철은 예지로 빛나는 우멍눈을 번쩍이며 구체적으로 포치했다.    “기자들을 보고 집중해 정의용사 리성호, 리종호, 리문걸 등 영웅사적과 함께 이번 반부패투쟁과 깡패숙청전역에서 불멸의 공훈을 세운 김호, 류기, 최혜영 등 간부들의 사적을 취재해 널리 보도하게 하오.”    비서는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네- 그럼 자연히 류기와 최혜영을 임명한 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대중들이 다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이거야 말로 일거량득이 아니고 뭡니까.”    최군철은 즉시 전화기를 들어 선전부장을 불렀다…    며칠 후부터 여러 보도매체에서는 리성호, 리종호, 리문걸, 최혜영, 김호, 류기 등과 정의용사들의 사적이 널리 실렸다. 그제야 백성들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엄지를 척척 내둘렀다.    최군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 실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모로 모지름을 썼다.    요즘 최군철 서기는 이른 새벽 다섯시부터 01호 사무실에서 민원을 접수하다가 부동산업체에서 백성들의 리익을 해친  엄중한 부패행위를 발견했다. 적지 않은 부동산개발업체에서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기초나 파놓고 거액의 아프트 값을 먼저 챙겨 도망친 사건으로, 백성들이 아파트를 샀지만 부동산업체에서 몇백만원씩 하는 아파트단지 토지세를 내지 않아 가옥소유증을 손에 쥐지 못한 사건들로 수두룩했다.    최군철은 또 일전에 감옥에 아버지를 면회하러 갔을 때 아버지한테서 류덕재를 비롯한 고위급간부들이 부동산업체에 아파트 건축일감을 몰아주고 숱해 얻어먹은 정황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제보받았다.    (백성들의 주택문제는 홀시할 수 없는 대사야. 시당위와 시정부에서는 마땅히 부동산업계 부패행위를 숙청해 백성들의 아파트문제부터 해결해 줘야 한다.)    최군철은 즉시 가옥관리국 국장과 건설국 국장을 불렀다.    두 국장은 헐금씨금 01호 사무실에 들어섰다.    최군철은 우멍눈을 무섭게 번쩍이며 쇠덩이 굴리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아파트건설업계에 엄중한 문제 수두룩하오. 당신들은 지금까지 국장 자리에 앉아 뭘 했소? 숱한 부동산업체 보스들이 아파트를 짓지도 않고 집값을 가지고 도망쳤는데? 숱한 보스들이 가옥소유증을 내주지 않아 숱한 백성들이 나를 찾아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신고하고 있소.”    두 국장은 벌벌 떨면서 머리를 떨어뜨리면서 잘 못을 검토하는 척하면서 고비를 넘기려고 들었다.    최군철 서기는 두 국장의 그런 속내를 다 꿰뚫어보았다. 그는 대머리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살기 찬 우멍눈으로 무섭게 국장들을 쏘아보면서 대성질호했다.    “그저 검토 몇마디 해서 될거 같은가?! 당신들이 관리를 잘했으면 당신들 앞에서 위법보스들이 법을 어기고 아파트를 짓지도 않고 집값부터 먼저 챙겨 도망쳤겠소? 토지세도 내지 않고. 흥!”    최군철 서기는 사무상을 꽝 치며 대성질호했다.    “군중에는 실언이 없소(军中无失言).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겠으면 즉시 공안국을 협조해 부동산업체 위법보스들을 싹 다 잡아들이오. 백성들에게 집값을 돌려주고 아프트 토지세를 징수하고 가옥소유증을  백성들한테 내주오. ” 두 국장은 누구 안전이라고 미룰 수 있겠는가.    최군철 서기는 공안국에 전화를 걸어 박동묵 국장과 김호 부국장, 형사수사대대 류기 대대장, 감관대대 김천선 대대장, 경제대대 대대장 등을 01호 사무실에 불렀다.    이윽고 공안국 간부들이 01호 사무실에 들어섰다.    최군철 서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인사했다.    그는 우멍눈으로 신임공안간부들을 엄숙하게 둘러보면서 부동산업체 위법행위를 렬거하고나서 지시했다.     “백성들이 젤 관심하는 아파트 값 문제와 가옥소유증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숱한 백성들이 아파트를 샀지만 가옥소유증을 손에 쥐지 못해 애태우고 있소. 공안국에선 가옥관리국과 건설국 국장들이 이제 위법보스들의 정보가 오면 당장 일체 인력, 물력을 조직해 도망친 부동산업체 위법보스들을 몽땅 잡아들이오.”     “네- 즉시 행동하겠습니다.”    몇달 후 공안국에서는 전국 각지로 도망친 위법보스들을 나포해왔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아파트값을 돌려받았고 가옥소유증도 손에 쥐게 되였다.    공안국 형사수사대대와 경제대대에서는 위법보스들의 죄행을 낱낱이 심문해내 검찰원에 기소했다. 검찰원에서는 리춘희 검찰장의 령도하에 제때에 위법보스들을 법원에 신속히 기소해 인민법률의 엄벌을 받게 하였다. 김천선 대대장은 감옥에 위법보스들을 제때에 받아 처넣고 관리를 강화했다.    위법보스들을 엄벌하자 대부분 피해백성들은 너무나도 속이 씨원해 쾌자를 불렀다.    그들은 최군철 서기야 말로 백성들의 리익을 위해 실제 일하는 새 시대 “초유록식 훌륭한 간부”라고 엄지를 척척 내밀었다. 그들은 시내 광장에 붙힌 “대자보는 훌륭한 간부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무함이고 날조이다.”라고들 했다.     최군철 서기는 반박 대자보를 써 내붙이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리익을 위해 실제 일을 하는 행동으로 무함대자보에 대해 여론보다 훨씬 더 강한 반박을 가했다.     그때부터 시내에는 최군철 서기와 리춘희 검찰장, 박동묵 국장, 김호 부국장, 류기 대대장, 김천선 대대장, 최혜영 고문, 김춘희 원장, 황선희 부원장 등을 치하하는 여론이  자자하게 퍼지였다.   
556    대하소설 황혼 제5권(98) 혼 김장혁 댓글:  조회:101  추천:0  2025-01-20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8. 혼      종호가 기적적으로 눈을 살며시 떴다.    (꿈인가? 생신가?)    사위가 온통 새하얀 벽이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슴프레 보이었다.    “아빠, 끝내 깨나셨군요.”    려향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종호는 맥없이 눈을 스르르 되감아버렸다.    “작은할아버지, 어서 깨나세요. 할아버지, 흐흐흑, 흑흑,”    복화도 강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작은할아버지를 보러 왔다.    광문도 작은 할아버지를 보러 일본에서 날아왔다.    “작은할아버지, 이젠 두달 동안이나 누워 있었어요. 어서 깨나세요.”    딸과 손자, 손녀들의 애절한 대성통곡소리에 종호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려향이 나를 아빠라고 불러? 아직도 길러준 정을 잊지 않니? 아니야, 이 세상엔 믿을게 하나도 없어. 려향도 탐욕스러운 애비 에미를 닮아서 재물에 눈이 어두워.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나지 별게 나겠니? 복화와 광문도 보러 왔어? 승호 살아 있었으면 저렇게 다 큰 귀여운 오누이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죽은 승호 불쌍하지.)    성호는 평소에 애비 없는 큰형님의 손녀 복화와 손자 광문을 불쌍해  항상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복화와 광문은 작은 할아버지 그 은혜와 정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울고 있었다.    옆방에서 어찌나 통곡소리에 애원소리 복잡한지 종호는 더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성호, 성호, 죽어선 절대 안돼!”    려향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빠, 아빠, 끝내 정신 차리셨군요.”    종호는 려향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성호, 성, 성호 어떠냐?”    려향은 종호 손을 꼭 잡고 반색하면서 말했다.    “성호 삼촌은 생명이 위험해요. 그러나 근심하지 마십시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가 지금 이 세상 첨단의술을 다해 구급하고 있습니다.”    려향은 종호를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기실 옆방에서는 지금 정희와 최헤영이 성호의 시체에 하얀 상시옷을 입히고 하얀 천으로 딜딜 감고 있었다.    종호는 수척한 얼굴에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성호는 나를 보호하다가 깡패들의 칼에 찔렸어. 그는 내 구명은인이야. 정의용사야. 나를 대신해 죽어선 절대 안돼. 흐흐흑, 흑흑흑.”    종호는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모지름을 썼다.    “안돼, 내 가서 봐야 해.”    그러나 몸이 천근무게 되는 것 같아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날 좀 일, 일으켜달라. 성호를 가 봐야겠어.”    그러나 려향은 오히려 종호를 눕혀놓고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아직 건강이 채 회복되지 않았어요. 격동되거나 흥분되면 안돼요. 움직여도 칼상이 또 벌어질 수 있어요. 가만 누워 있어요.”    종호는 마구 고래고래 고함쳐댔다.    “백주에 깡, 깡패들한테 정의용사 성호가 내 대신 칼, 칼에 찔리다니? 깡패들이 쳐들어온다! 경찰, 어서 깡패들을 나포하라!”     종호는 고함치다가 천천히 다시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    려향은 종호를 푹 쉬라고 이불을 여며주었다.    종호는 꿈인지 생신지 몰랐다. 그의 혼이 또다시 육체를 떠나 사처로 헤매기 시작했다.  (성호는 젊었을 때부터 우리 시내에서 소문난 정의용사였지.)    종호의 혼은 꿈 속에서 성호를 만났다. 성호는 희죽이 웃으면서 자기 손을 잡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호, 살아 있구나. 그런 걸 난 또 네가 깡패들한테 잘못 됐는가 했지.”    “나는 깡패들이 살아 있는 한 절대 죽을 수 없어. 죽어서 혼이라도 살아 있으면 끝까지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야. 흉악무도한 깡패들과 목숨걸고 싸울 거야.”    “장하다, 성호야, 우리 정의용사!”    종호의 혼은 성호의 혼을 붙안고 어깨를 다독였다.       성호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경찰도 아니였는데  정의감에 넘쳐 “사인정탐”으로 맹활동했다. 그는 대학교 뒷산 소나무 숲에서 은영을 륜간한 허씨 형제 날강도들을 목숨 걸고 추적해 나포했다.     성호는 한번은 소장사 하러 내몽골에 갔다가 백화점 출납 춘란을 살해하고 거액의 돈을 강탈한 강도 형제를 려인숙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 살인강탈범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간 놈들이었다.성호는 목숨걸고 총을 휴대한 강도 형제를 맨주먹으로 불의습격해 쳐눕혔다. 그는 날강도형제를 포승줄로 꽁꽁 묶어 당지 내몽골 공안국에 바쳤다.     그런데 승호 아버지는 성호가 나포한 강도를 자기네 형사수사대대에서 나포한 것처럼 버젓이 숱한 기자들을 불러놓고 소식공개회를 열었다. 그러나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런 무명정의용사였다.    정희는 교수네 귀공주였지만 농사군 출신인 대학 동기 성호를 사모해 지꿎게 따라다녔다. 그녀는 성호와 함께 진수해중학교에 실습하러 간 기회에 성호한테 옷을 한벌 사주고나서 조용한 강가로 가자고 했다.    엄정희는 맑은 시내물이 돌돌 흐르는 강변에서 가지가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이르러 마음 속에 오래동안 품어왔던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였다.    “성호, 나는 오래동안 고찰하고 고민 끝에 성호를 사랑하기로 했소.”    그러나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우리 둘은 짝이 너무 기우오.”    엄정희는 파랑새란 별명처럼 단통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니, 무슨 말이오. 내가 그래 성호 사랑을 받을만한 대상이 안된다는 말인가요?”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진정으로 말했다.    “아니오. 나는 농민의 아들이 아니고 뭐요? 어떻게 교수 집 귀공주와 짝이 되겠소? 나는 부모를 모셔야 할 처진데. 귀공주를 데려다   어떻게 고생시키겠소?”     엄정희는 새파랗게 굳어졌던 얼굴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농사군의 아들이면 뭐라오? 가정배경이 무슨 그리 중요하오? 당자가 좋으면 좋은 짝이지. 나는 성호는 하늘을 떠인 사나이답다고 보오.”    성호는 엄정희를 진정어린 쌍까풀눈으로 바라보았다.    “내한테 시집오면 고생할게 불 보듯 뻔하오. 잘 생각해보오.”    엄정희는 새침해서 성호를 째려보면서 물었다.    “혹시 아직도 은영한테 미련을 둔 건 아니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은영의 말은 이젠 하지도 마오. 마음을 죽인지도 오래오.”    사실 성호는 은영과 함께 학교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면서부터 은영을 저도 몰래 사랑하게 됐다. 그는 은영을 열렬히 추구해오다가 한 학급 승호가 은영을 좋아하는 걸 발견하고 승호와 학교 뒷산 눈 덮인 소나무숲에서 치고 박으며 죽기내기로 결투를 벌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승호는 성호의 이복큰형님네 맏아들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성호는 더는 조카와 은영을 빼앗을내기 할 수 없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은영이 대학교 뒤산에서 허씨 형제 날강도들한테 륜간당한 후 은영한테서 마음을 철저히 돌렸던 것이다.     엄정희도 바로 은영이 사고를 친 사건을 계기로 성호와 은영이 사이에 끼어들어 성호한테 사랑까지 고백하였다. 때가 됐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엄정희 판단은 맞았다.    성호는 은영과 관계를 끊고 마음까지 다 죽였던 것이다.    며칠 후 성호는 끝내 엄정희를 꽉 끌어안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성호가 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원을 그만두고 소장사군으로 돼버렸지만 엄정희는 하나도 나무리지 않고 끝내 성호와 결혼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마른 장작더미에 붙은 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들은 귀여운 딸애 하나까지 낳고 깨알이 쏟아지게 알콩달콩 살았다.    그런데 정희는 시골에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랑 자전거를 타고 10킬로메터나 떨어진 시내 중학교로 통근하기 힘들어 항상 도도거렸다.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른다고 성호는 하는 수 없이 소랑 개랑  다 팔아가지고 시내에 들어와 광고업을 벌렸다. 그가 광고업을 해 숱한 돈을 벌자 한 국영광고회사에서 그의 광고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광고원으로 초빙했다. 그런데 성호는 어데를 가나 항상 정의를 지키고 부정부패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기에 편안한 날이 없었다.    성호는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이 광고회사 공금을 탐오해가지고 공상국 오승룡 국장 등과 함께 마사지방이나 노래방에 다니고 생활이 부패타락한 것에 눈꼴이 사나워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리굉팔 총경리 탐오사건을 접수한 승호 아버지는 리굉팔한테서 숱한 검은 돈을 얻어먹고 수사를 질질 끌었다. 반명에 부정부패를 적발한 성호는 광고회사에서 “고발쟁이”로 몰려 쫓겨났다. 그러나 성호는 굴하지 않고 정의를 주장하면서 당시 검찰원 부검찰장 최혜영(은영)한테 신고해 오승룡 국장과 리굉팔을 탐오죄로 감옥으로 보냈다.    당시 종호는 정의용사 성호의 사적을 취재해 신문에 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극구 말렸다.    “나는 결코 신문에 나려고 정의를 지키고 부패분자들과 싸운게 아니야.”    지난 해 겨울에 성호는 서울 쪽방촌에서 인터폴 지명수배범 정호가 나영과 함께 든 세집을 발견하였다. 그는 정호를 미행했다. 그는 정호의 다음과 같은 일상 활동규률을 장악했다. 정호는 항상 오전에 은행으로 가서 빈들빈들 돌아치면서 동생한테서 입금됐는가 살핀 후 돈을 찾아 입금하고 술이나 처 마시고 기생집에 돌아다니면서 아가씨를 실컷 놀고는 해질 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특히 성호는 항상 성호네 2층집 밑으로 해 올리막길로 자기 셋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성호는 정호가 주먹이 센 걸 알고 미리 커다란 그물을 준비해 두었다.    어느 하루 해질 녘에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릴 때 정호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올리막길에 들어섰다. 성호는 정호가 자기 2층집 밑으로 지나갈 때 그물을 정호한테 훌 내리뿌렸다. 성호는 2층 집에서 날아내려가 그물에서 버둑거리는 정호를 나포해 인터폴에 넘겨 주었다. 성호의 신고를 받은 인터폴 경찰들은 당장 나영도 세집에서 나포했다. 홍대입구 부근에서 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놓고 4층 화장실 창문을 열고 가스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도망쳤다...    종호의 혼은 둬달 전 정의용사 리성호가 비수를 휘두르는 깡패들의 마수에서 그를 구해준 피비린 선녀다방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의 혼 눈 앞에는 처참한 정경이 펼쳐졌다.    시퍼런 비수를 뽑아든 강도들이 덮쳐왔다. 서슬푸른 빛이 휙 내리비쳤다. 선뜩함과 함께 종호의 가슴이 비스듬히 베져나간다.    “칼이다!”    성호가 맹호처럼 뛰쳐나가면서 종호 목에 날아내리는 비수를 턱 받아쥐고 깡패의 손목을 비튼다. 성호가 달려나가면서 원앙발길질로 두 깡패의 대가리와 아래배를 걷어차 넘긴다. 숱한 깡패들이 쇠파이프와 비수를 휘두르며 종호한테 덮쳐들어 물매를 안긴다. 그때 성호가 쓰러진 종호 앞을 막아서서 깡패들과 격투한다. 호랑이 탈을 쓴 깡패가 비수로 성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아! 성호야, 정의용사, 네가 내 대신 죽어선 안돼! 절대 안돼!”    종호는 고함치며 눈을 번쩍 떴다.    “아빠!”    그러나 종호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성호의 유체는 무정한 화장터로 달려갔다. 최군철 서기를 비롯한 시당위와 시정부, 공안국, 검찰원, 법원의 숱한 간부들과 경찰, 검사, 법관들이 정의용사를 배웅했다. 성호의 대학동기 최혜영과 종호의 혼 그리고 한 고향 친구 리문걸과 금발미녀로봇 아사꼬,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 그리고 가족친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유체호송차에 앉아 성호를 호송했다. 정의용사는 외롭게 떠나가지 않았다.    종호의 혼도 성호 장례식에 달려갔다.    “성호 오빠, 어서 일어나오. 올 겨울에도 모교 빙장에 가서 은제비들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자고 하지 않았소? 이렇게 총망히 가선 안되오.”    (저게 누구 목소린가? 혹시 은영(최혜영)의 목소리 아닌가? 은영은 살아났어? 정의용사 하나 살아났으니까 잘 됐어. 성호도 살아나야겠는데. 성호와 은영(최혜영)은 대학시절에 비극적 련애 주인공들이였지. 이게 염라전에서 저승사자와 정의용사 만나 붙들고 우는 곡소리 울리는구나.)    화장터에서는 애간장이 다 타는 애원소리 들려왔다.    “성호 오빠, 어서 깨나오. 이제 함박눈이 내리면 우리 정희와 종호 오빠까지 넷이 오빠네 고향 서산 칼산에 가서 스키를 타자고 하지 않았소? 오빠 절대 가선 안되오.”    정희는 성호와의 극진한 옛정을 토로하는 최혜영(은영)을 째려보았다.    (혹시 내 미국에 간 다음에 요것들이 서로 사랑을 나눴는가? 허나  성호가 죽은 마당에 이제 그런 걸 다 따져 뭘 하겠는가? 은영아, 마음껏 통곡쳐라! 아직도 사랑하면 속씨원히 고백해라. 성호 오빠 저 세상에 가서라도 위안을 느낀다면 천번이고 만번이고 해라.)    엄정희는 새파랗게 질린 걀죽한 얼굴에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외까풀눈을 꼭 감아버렸다.    은영은 은발머리를 흩날리면서 화장터로 들어가는 성호 유체를 목송하다가 눈물이 글썽한 눈을 딱 감아버렸다.    그녀의 눈 앞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엄동설한에 졸업을 코 앞에 앞두고 학교 뒷산 소나무숲에서 자기 손을 꽉 잡고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던 성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간절한 빛이 반짝이던 어글어글한 쌍까눈이 어렷이 떠올랐다. 아직도 성호의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하게 울렸다.     “은영이, 피끓는 내 청춘의 심장은 진정으로 고백하오. 은영을 사랑한다고. 내 피끓는 사랑을 받아주오.” 성호가 은영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때 은영은 성호의 가슴을 살짝 밀어버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늦었소. 난 이미 승호를 사랑하고 있소.”     “누구라고?”    “반장 승호.”    성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재차 물어봐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였다.    “언제부터?”    “이젠 3년이나 되오. 여직껏 눈치채지 못했소?”    “다시 고려해 볼 수 없소?”    “아니,”    은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제만 알고 있소. 우린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다 건넜소.”    그때 성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은영은 성호한테 차마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성호한테 참혹한 실련의 고통을 안겨 준 자기를 욕했다.    그녀는 성호의 화장터에서 후회돼 오늘도 가슴을 치며 애절하게 통곡쳤다.    그제날의 은영은 성호 오빠의 유체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애절하게 후회하고 통탄했다.    (내 눈이 멀어서 바람둥이 승호를 선택했지. 성실한 성호 오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은게 바보지. 후회약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후회약으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걸. 미안해요. 오빠, 사랑해요. 성호 오빠. 흐흐흑, 흑흑.)    정희 애원하는 목소리도 화장터에 온 사람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성호 오빠, 오빠 가면 난 누굴 믿고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오? 여직껏 20여년이나 우리 부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에 나눠 살다가 한데 이제야 모여 살게 되니 이게 뭔가요? 하나와 윤성도 고향에 돌아오면 우리 네 식구 한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하잖았는가요?”    복화와 광문의 애절한 목소리도 화장터를 아프게 찢었다.    “작은 할아버지, 이렇게 총망히 가면 안돼요. 복화랑 광문이랑도 작은 할앙버지를 믿고 고향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면 안돼요.”    “재수 없는 말 하지 말라. 오빠는 절대 안 가!”    은영이 꽥 소리 질렀다.    그러나 정희 애절한 애원소리는 계속 됐다.    “오빠, 가려거든 정마저 가지고 가야지. 정만 두고 이렇게 총망히 가면 이 내 몸은 어쩌오? 그렇게 총망히 가려거든 차라리 내까지 데리고 가오. 나는 혼자 못 살겠소. 가려거든 내까지 데리고 가세요.”    정희와 하나는 이글거리는 불로 들어가는 성호의 유체를 붙잡고 따라가면서 에절하게 대성통곡쳤다.    “아빠 나를 홀로 두고 못 가요.”    정희는 비통한 나머지 성호의 유체를 끌어안고 까무러쳤다.   하나는 엄마를 부축하면서 소리쳤다.    “엄마, 쓰러지지 마세요. 흐흐흑, 흑흑, 엄마~ 아빠~ 이러지 마세요. 난 겁나요. 흐흑, 흑흑, 흐흐흑, 흑흑흑…”    종호의 혼도 눈물이 글썽해 고함쳤다.    “성호야, 넌 나를 구해준 정의용사야. 절대 날 대신해 죽어선 안돼. 우리 선녀다방에서 동기파티할 때 넌 고향에서 다시 광고신문을 꾸리고 우리 함께 재미나게 오래오래 살자고 하잖았니? 안돼, 우릴 두고 가선 안돼. 정 가겠으면 나와 함께 가자.”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에 눈물이 글썽해 추도식에서 정의용사 성호를 이렇게 추모했다.    “…백주에 비수를 든  깡패들의 마수에서 전우를 구하려고 목숨걸고 싸운 정의용사는 비극적으로 떠나갔습니다.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는 '정의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다가 죽어도 한이 없다.'던 자기 인생좌우명을 깡패들과의 전투에서 영용하게 몸 바쳐 실천했습니다. 그의 영웅적인 령혼은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시 반부패투쟁과 깡패숙청 전역을 견결히 진행해 합니다. 정의용사는 아쉽게도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의 영웅적인 영혼은 영생불멸하리라…”    종호의 혼도 화장터에 가서 한가닥의 연기로 사라져가는 정의용사 친구 성호의 혼을 위로하며 눈물로 바래였다.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가 떠난 마당에서 더 살 멋이 없었다. 다행히  최군철 서기가 온 다음 시국의 커다란 변화에 조금이나마 위안되였다. 은행 신대처에 밀려났던 리춘희 처장이 검찰원에 되돌아과 검찰장으로 임명되였고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공안국 형사수사를 주관하는 부국장으로 임명되였다. 류덕재와 류려평은 이미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형에 언도되여 징벌받고 말았다. 류항곤도 15년 판결받고 성감옥행을 했다. 류항곤은 류기가 구류소에 가둬놓았기에 류덕재의 지령대로 더는 죄행을 저지르지 못했기에 다행히 총살은 면했다. 녀탐관 왕춘영도 15년 판결을 받고 성감옥으로 이송됐으며 정의용사 리성호를 살해하고 리종호와 최혜영 국장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던 깡패두목들인 류문도, 류문비, 꺽다리, 호랑이, 뚱뚱보도 각각 사형을 당했다. 수사당국에서는 류기와 려향의 검거에 근거해 류덕재, 류려평, 왕춘영의 부정축재 황금금고 네 자동차나 몽땅 사출해 국고에 넣었다. 나영은 공금 5만원을 람용했고 전람관을 재건할 때 아파트 한채를 얻어먹은 죄를 범했지만 리종호의 일깨움을 받아들여 자기 죄행을 로실히 탄백하고 류려평과 류덕재 죄행을 검거했기에 유기징역 10년형에 선처되였다.     (살 멋이 없어. 류기를 어떻게 계속 공안국에 남겨 둬? 그것도 형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해?)     종호의 혼은 류기가 공안국을 협조해 일거에 류덕재와 류려평, 류항곤 무리를 숙청한 대의멸친한 장거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종호의 혼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푸르른 가을 하늘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하염없이 멍하니 쳐다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저게 뭔가?     맑고 푸른 하늘에서 성호가 은제비처럼 은영과 함께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눈 덮인 은세계를 방부케 하는 고향 칼산에서 은영과 함께 스키를 타고 절벽에서 뛰여내려 소나무숲을 날렵하게 지쳐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종호의 혼은 흐릿한 눈으로 정의용사 혼이 둥둥 떠가는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내 전번에 자살하는게 옳았는데. 죽지 않고 몇해 더 살아서 해놓은게 뭔가? 성림과 나영도 구하지 못하고 못 볼 것만 더 봤지. 뭐야? 친구 성호 죽는 걸 보자고 더 살았어? 진짜 살 멋이 없어.)    종호의 혼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야, 나를 데리고 가라. 내 하늘 나라에 가서 너를 동무해 줄게."   종호의 혼은 한가닥의 연기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날 따라 오지 말라. 넌 아직도 참사랑도 해보지 못했잖아. 이제 젊고 이쁜 녀자를 만나 사랑도 하고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라."    성호의 혼이 손사래치며 고함치더니 먹장구름 속에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맑고 푸른 하늘은 먹먹해 슬픔으로 얼룩진 먹장구름을 불러왔다.    우르릉 꽝꽝!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가을비가 구질구질 내리면서 씁쓸한 슬픔을 억수로 쏟아붓는다.
555    대하소설 황혼 제5권(97) 01호 김장혁 댓글:  조회:93  추천:0  2025-01-18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7.  01호     공원 동쪽 큰 길 옆의 중심혈고청사로 경찰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그 뒤에 00001호 벤츠가 뒤따라와 혈고청사 앞에 이르러 멈춰섰다.     00001호 벤츠는 날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신비로운 행각을 벌렸다.     대머리가 00001호에서 내리더니 수행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혈고청사에 들어갔다.     최군철 서기는 오늘도 여전처럼 최혜영과 리종호, 리성호 등 구급정황이 어떤가 알아보러 찾아왔다. 정의용사들을 병문안하는 것은 날마다 아침 최서기의 식전 일과로 됐다.     그는 혈고를 철통같이 지키는 경찰들을 꿰질러 곧추 림시 구급실 앞에 다가갔다.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마중나왔다.     “어째 오늘엔 정의용사들을 혈고에 실어왔소?”     김호 부대대장은 군례를 척 붙이고 나서 대답했다.     “병원 구급실은 이젠 안전하지 못합니다.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까지 쫓아와서 정의용사들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최서기는 우멍눈을 무섭게 치켜떴다.    “그건 무슨 말이오? 참 한심한 판이구만. 깡패들이 살벌하게 살판치다니? 구급환자를 구급하려면 그래도 병원 구급실이 안전하지 않고 뭐요?”    김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서기,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 구급실에까지 쳐들어와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와 신문사 리종호 선생님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었습니다. 그 놈들은 지금 암암리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병원 구급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득불 그 놈들이 생각지도 못한 혈고에 피신시켜 구급치료하고 있습니다.”    최군철은 대머리 위 몇가닥 되지 않은 머리카락을 습관처럼 뒤로 쓸어넘기면서 개탄했다.    “우리 시 치안질서가 이게 뭐요? 깡패들이 백주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미쳐날뛰다니?”    김호 부대대장은 머리를 숙이면서 반성했다.    “다 제가 치안사업을 잘 못한 탓입니다. 어떤 처분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최서기는 아무 말도 경솔히 하지 않았다.    “김부대대장 혼자 잘 못이 아니오. 우리 시당위에서 사회치안사업을 억세게 틀어쥐지 못한 책임도 있소.”    그는 기대에 찬 눈길로 김부대대장을 마주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박국장과 함께 깡패들을 몽땅 나포할 구체행동방안을 세우오. 깡패들과 부패분자들을 척결하지 않고선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없소.”    “알았습니다. 전번에 이미 몇몇 깡패들을 나포했습니다. 그놈들을 심문해 배후깡패우두머리들을 몽땅 척결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절대 깡패들한테 빈틈을 주지 말고 정의용사들을 보호하오.”    “네. 보호팀은 세개조로 나눠 교대를 서면서 24시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서기는 김호 부대대장과 함께 구급병실에 들어가 세개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최혜영과 리성호, 리종호 등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정의용사 셋은 다 산소호스를 코에 꽂고 손등에는 링겔주사바늘을 꽂은 채 혼미상태에 빠져 있었다.    순간 최서기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벽 쪽으로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수행비서 손에서 과일꾸럭을 받아쥐어 정의용사들의 침대 머리에 놓아드렸다.     그는 리성호 병실에 들어가 엄정희와 하나, 김윤성의 손을 잡아주면서 따뜻한 문안을 드렸다.     하나와 김윤성은 최군철 서기를 따라 고향에 돌아와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준비소조에 출근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한국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수하에서 기술과 과장을 하던 김윤성을 고향에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공장장으로 임명했고 리하나를 인사과 과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제 고향에 대형반도체공장이 서면 수천명 대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게 될것이다. 고향 사람들은 모두 최군철 서기가 고향에 돌아와 경제를 춰세우고 수많은 취업대기청년들을 취업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강남 한국 모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비서를 하던 경희와 공회 선전부장 은희도 함께 고향에 돌아가 반동체공장을 차리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경의화 은희는 경제가 락후한 고향에 실망해 따라오지 않고 강남에 남아 개체로 술집과 노래방을 차렸다. 그는 구급병실을 순회진찰하던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등 의료진과도 만났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최군철 서기가 강남 모 한국 반도체유한회사 부사장으로 있을 때 회사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강남 반도체유한회사가 미국 상무국의 압력과 간섭을 받아 무너지면서 베트남으로 가자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회사 병원에서 의사사업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이번에 리문걸과 최군철 서기의 말을 듣고 고향에 돌아와 리종호와 리성호, 최혜영의 구급에 조력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황선희 박사를 보자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    “두분 박사님 수고 많습니다. 정의용사들의 병세는 어떻습니까?”    김춘희 박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리종호 사장님은 가슴의 칼상이 경하기에 생명위험에서 벗어났소.  리성호 총경리는 옆구리와 가슴의 칼상이 너무 깊은데다가 류혈이 심해 생명이 위험하오.”    최군철은 단통 상을 찡그렸다.    “최혜영 국장은 어떤 정황입니까?”    황선희가 대답했다.    “최혜영 국장은 차사고충격으로 심한 뇌진탕이 왔소. 그러나 두개골에는 충격상이 크게 없어 생명에는 위험이 없소. 이제 오래잖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소.”    최군철은 김춘희 박사의 손을 덥썩 잡고 간곡하게 신신당부했다.    “김박사님, 황박사님, 꼭 정의용사들을 구해주십시오.”    김춘희는 최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도 최선을 다 해 구급하겠소.”    김춘희는 최군철을 조용한 휴계실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지금 병원은 망태기오. 구급환자 있어도 병원에서 구급치료하지 못하고 이게 뭐요? 의료설비도 방정하지 못해 혈고에서 생명이 위급한 구급환자를 어떻게 치료하오? 병원 보위과도 무용지물이오. 깡패들이 병원 구급수술실에 마구 쳐들어와 환자한테 칼을 휘둘러도 하나도 나서지 않았소.”    최군철은 우멍눈을 키켜뜨며 의아해 제꺽 물어보았다.    “병원 원장은 누굽니까?”    “류항곤입니다. 류원장은 부패분자요. 숱한 제약공장에서 약을 팔아준 사례비를 받아먹었소. 류원장은 또 무서운 색마요.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여의사와 간호사들을 끌어들여 간음했소. 류항곤은 내가 색마의 요구에 순종하지 않자 병원에서 몰아냈댔소.”    “통말이 아니구만.”    최군철은 버릇처럼 손으로 몇대 안되는 대머리 위 머리카락을 뒤로 쓱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이제 시 위생국에서 조사조를 보내 조사하겠습니다.”    “시 위생국 조사조를 보내지도 마오. 류원장과 한통속이오. 좋기는 감찰국이나 검찰원에서 조사하기를 바라오.”    “알았습니다. 당장 류원장을 조사해야겠습니다. 조사조를 보내면 잘 협조해 류원장의 죄행 증거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오래도록 담화를 하고나서 리종호 병실에로 찾아갔다.    리종호는 리문걸과 한 고향 죽마고우였다. 최군철은 어려서부터 리종호를 큰아버지처럼 따랐댔다.    최군철은 종호의 병실에서 뜻밖에도 려향을 만났다.    “려향이, 오랜만이구만.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근심했소?”    려향은 머리를 폭 숙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려향은 최서기 손아귀에서 손을 빼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최서기, 바쁜데 저의 아빠를 찾아와 문안해서 고마워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문안의 말을 했다.    “려향의 아버지는 참 훌륭한 정의용사 본보기요. 잘 보호하지 못한 건 우리 책임도 있소.”    그는 려향이 리종호 친딸이 아니라 류덕재 행장의 친딸이라는 소문도  알고 있었다. 려향이 친아버지도 아닌 리종호 사장을 찾아와 눈물 코물 흘리며 옆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 효성에 여간 탄복해마지 않았다.    (려향은 인간적으로 효성과 량심이 있는 애구나.)    최군철 서기는 효성과 량심도 없는 자를 젤 염오했다. 때문에 그는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한테 불효를 저지른 리나와도 가차없이 헤여졌던 것이다. 자기 아들 둘이나 낳은 리나와 헤여질 때 아픈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    최군철은 려향이 효성과 량심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저으기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더우기 최군철이나 려향이나 다 상생아, 같은 비극적 출신과 처지라는데서 더욱 깊은 동정의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최군철은 려향을 복도에 데리고 나가서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위험에서 벗어났소. 려향은 서개발구에 세우는 반도체공장 총경리실에 비서로 출근하지 않겠소?”    려향은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간신히 입을 뗐다.     “최서기, 감사하긴 해요. 건데 총경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윤성 총경리오. 미국 하버드대 연구생이오.”     최서기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았다.     려향은 엎딘바 하고는 절이라고 최서기를 불러 조용한 휴계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마음 속에 품어온 당돌한 요구를 꺼내들었다.    “최서기, 제가 시당위에 가서 최서기 비서를 하면 안되는가요?”    최군철은 어처구니 없어 당장 도리머리를 저었다.    “안 되오. 려향은 당원도 아닌데 어떻게 시당위 서기 비서를 한다고 그러오?”    려향은 렴치를 불구하고 언덕이 없어 비비지 못하는 판이었다.    “돌격적으로 화선입당시키면 안됩니까?”    최군철은 당 조직 기률과 원칙도 모르는 려향을 보고 답답했다. 하지만 최대인내력을 발휘해 해석했다.    “당조직은 그렇게 마구 들어올 수 있는게 아니오. 입당신청서를 쓰고 조직의 양성과 고험을 거쳐야 하오. 또 일정한 고험이 필요하오.”    려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 당장 입당신청서를 쓸게요. 당조직의 그 어떤 고험도 양성도 다 접수하겠어요.”    “좋소. 려향의 조직발전을 힘껏 도와주지. 려향이, 내 사업도 도와줄 수 있소?”    최군철은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려향이, 우리 시내 반부패투쟁과 사회 치안 사업을 잘 협조할 수 없겠소? 리향은 우리 시내 탐관들과 깡패들의 정황을 손금 보듯 할 거 같은데. 우리 서로 도우면서 둥글둥글하게 살면 좋지 않소? 리향은 박사지, 전도창창하오.”    리향은 귀 솔깃해졌다. 그러나 소홀히 입을 열지 않았다.    “좀 고민해볼게요.”    최군철은 전번에 성감옥에 가서 친아버지 최정호한테서 류덕재와 류려평 등 부패분자들이 대부금을 내주거나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건축일감을 몰아주고 검은 뒷돈을 받아먹은 정황을  대체적으로 장악하게 되였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쥐지 못해 류덕재를 나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시급히 탐관들의 위법증거를 장악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 려향한테서 단서를 하나라도 더 장악하려고 들었다.     최군철의 우멍눈에서는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면서 한마디 더 했다.    “어떻게 대의멸친할 수 없소?”    려향은 머리를 떨구고 한참 궁리하더니 말했다.    “최서기는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저는 최서기를 있는 힘껏 돕겠어요. 저를 믿어주세요.”    “참 좋소.”    최군철은 미더운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려향을 믿겠소.”    려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서기를 믿고 기대하겠어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부탁했다.    “먼저 려향이 아는 탐관들의 죄상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한테 가져다 주오.”    최군철은 대머리를 어루쓸며 잠간 궁리하다가 번들이마를 탁 쳤다.    “이렇게 하기오. 래일 새벽 다섯시 정각에 시당위 서기실에 찾아오오.”    려향은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놀라워했다.    “새벽 다섯시에? 그렇게 일찍이?”    최군철은 대머리를 끄덕이며 확답했다.    “맞소. 래일 새벽 다섯시에 오오. 난 날마다 새벽 다섯시부터 식전에 각종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오.”    려향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최군철은 급한 일이 있어 총망히 00001호 벤츠를 타고 시당위 청사로 돌아갔다.    이튿날 새벽 5시 정각에 려향은 시당위 청사 울 안에 도착했다.    청사 정면 마당에 벌써 00001호 벤츠가 엔징도 끄지 않고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청사 당직은 려향이 최서기를 찾아왔다고 하자 어디에 전화했다. 이윽고 당직은 려향을 보고 안내해주었다.    “9층에 올라가 먼저 감찰대대 사무실을 찾아가오. 거기서 비준받아야 최서기를 만날 수 있소.”    려향이 9층에 올라가 감찰대대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감찰대대 대대장은 려향이 찾아온 연유를 묻더니 어디에 전화했다.    전화를 마치자 대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려향한테 자세히 알려주었다.    “01호 당위 서기 사무실로 곧추 가오. 최서기 기다리고 있소.”    려향은 인차 01호 사무실로 찾아갔다.    최군철이 벌써 문께까지 나와 반갑게 마중했다.    “어서 들어오오.”    려향은 커다란 사무상 맞은켠 쏘파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 으리으리하고 널직한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최군철은 손수 려향이 즐겨 마시는 맥심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려향한테 주었다.    “그래, 증거를 작성해왔소?”    “네.”    려향은 핸드빽에서 편지본투를 꺼내 최군철 서기한테 드렸다. 그녀는 커피를 호호 불어 홀짝 마시면서 최군철의 윤기도는 대머리를 바라보면서 하회를 기다렸다.    최군철은 우멍눈으로 검거자료를 내리훑어 보면서 간혹 대머리를 끄덕이기도 했다. 려향이 제공한 검거자료는 대부분 깡패 소두목들인 꺽다리, 뚱뚱보, 호랑이들의 정황이였고 류항곤이 황금덩이를 들고 다니면서 류덕재 지시대로 선물을 주고 내통해 왕춘영을 형사처 처장으로 임명하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한 죄행을 검거한 자료였다. 그러나 자기 애비 류덕재나 에미 류려평를 검거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최군철은 효성이 지극한 려향이 그러리라고 미리 예견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깡패 두목들의 정황과 류항곤의 공범죄행을 제공한 것만 해도 큰 방조로 되였다. 지금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과 형사수사대대에서 이미 나포한 깡패들을 아무리 밤낮 심문해도 자기 소두목들과 우두머리를 탄백하지 않는 바람에 굴뱀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최군철 서기는 검거자료를 사무상에 놓으면서 려향을 우멍눈으로 꿰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려향이, 깡패들의 정황을 검거해 감사하오. 대의멸친해 작은 아버지를 검거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    뒤이어 그는 암시하는 말을 한마디 더 했다.    "려향은 더욱 큰 대의멸친하리라 믿소.”    그렇다. 려향은 작은아버지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때도 밤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던 끝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였다.     며칠 전, 려향은 외할아버지 관을 칼산에 모시던 날 귀로에서 엄마 머리에 꽂힌 은비녀에서 괴상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이상해 머리비녀를 뽑아 보았다가 기절초풍할듯이 깜짝 놀랐다. 그것은 머리비녀도청기가 아니겠는가. 그 머리은비녀도청기는 류기가 엄마 머리에 손수 꽂아준 것이라는 것을 안 후 려향은 류기한테 더 없는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려향은 용기를 내 대의멸친해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최군철 서기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우린 대의멸친하는 다른 분들한테서 려향의 친아버지와 엄마의 수많은 죄장을  제보받았소.”    “네?”    려향은 흠칠 놀랐다.    (누가 제보했을까?)    최군철은 정색해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 부모 죄상을 잘 생각해보오. 대의멸친할 결심이 서면 나를 다시 찾아 오오.”    최군철은 사무상 위 버튼을 꾹 눌렀다.    따르릉    벨소리와 함께 옆벽문이 열리더니 비서가 들어와 려향을 보고 바깥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    려향은 어정쩡해 일어나면서 최군철을 건너다 보았다. 그러나 최군철 서기는 손을 내저었다.    려향이 비서와 함께 복도로 나왔을 때 저쪽에서 디똥디똥 구두발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만난 사람은 놀랍게도 류기 언니 아니겠는가!    류기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옆에 비서와 감찰대대 일군이 있어 아무 말도 안하고 서로 의심에 찬 눈길로 마주 쏘아보면서   갈라졌다.    (류기 언니 아빠와 엄마를 물어먹지 먹었단 말인가?)    려향은 이를 악물었다.    (네년 애비도 우리 아빠 못잖은 탐관이야. 색마야. 우리 아빠 잘못 되는 날엔 네 애비하구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류기는 곧추 01호 서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류기동무, 앉소.”    려향과 류기를 복도에서 딱 마주치게 한 것도 최군철의 사전에 포치한 심리공격을 위한 전략전술이었다. 그녀들이 서로 의심하고 상대방의 애비들을 서로 물고 뜯게 하려는 주밀한 모략이었다. 그 전략전술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기는 류덕재 일당의 보복이 두려워 처음에는 시정부 관사에 숨어 있는 숱한 부패관료들의 죄행과 “굴뱀” 깡패무리 소두목들의 죄행을 일일이 적발했지만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다.     최군철은 최혜영 국장이 사전에 성당위에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손금 보듯 햇다. 그는 심지어 감관대대 류기 대대장은 류덕재의 끄나쁠이라는 것도 장악하고 여러차례 불러 심리공세를 벌렸던 것이다.     그는 오늘도 류덕재 일당과 류기 사이에 쐐기를 콱 박아놓았다.     “류기 대대장, 동무는 아주 전도 있는 공안간부요. 오늘 부패분자들의 죄행을 검거했는데 표현이 아주 좋소. 그런데 관건적인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소. 그러나 우린 대의멸친하는 한 검거인을 통해 이미 류항곤 원장의 죄행을 다 장악했소. 류항곤 원장은 숱한 제약공장으로부터 약판매 사례비를 받아먹었고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의사와 간호원들을 간음했다고 제보가 들어왔소. 류항곤 원장은 류덕재 행장과 사촌형제로서 공범이라는 것도 밝혀졌소. 류원장은 류덕재의 지시대로 황금덩이를 가지고 관사에 다니면서 부패한 관료들한테 례물을 먹이면서 리춘희 처장과 김호 대대장을 파면해 전근시켰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하게 했소. 동무는 총명하기에 명지한 선택을 하리라고 믿소.  대의멸친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악을 검거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겠는가? 아니면 덮어감추고 암흑한 천길나락으로 떨어지겠는가? 다 류기 대대장의 명지한 선택에 달렸소.”    순간 류기는 눈앞이 아찔해나면서 무수한 별찌가 퉁퉁 떨어졌다.    (려향, 그 간나새끼, 우리 아버지를 검거했구나. 그 간나새끼 밖에 우리 아버지와 류덕재 일을 저렇게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잖은가! 간나새끼, 네가 물어먹었는데 내라고 너네 애비 에미를 가만놔둘 거 같아?)    순간 류기는 아주 상상 밖의 독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서기 손을 빌어 류덕재를 하루 빨리 제거해야 아버지를 구하고 자기를 구하고 류씨 집 안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짓기에 이르렀다.    (큰아버지가 살아 있는 편안한 날이 없어. 그 놈이 살아 있는 한 아빠와 나한테 계속 나쁜 짓을 시킬 거야. 심지어 살인도 시킬 수도 있어.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놈의 손에 죽을 수도 있어. 큰아버지 아무리 이 시내 ‘토황제’, ‘초패왕’이라고 해도, 아무리 ‘굴뱀’ 깡패들을 믿고 우쩔렁거려도 언젠가는 꼭 법망에 걸려 총살맞을 거야. 큰아버지가 죽어야 우리 부녀와 류씨 집 안이 살아남을 수 있어.)    류기는 비서가 타주는 커피도 들지 않고 최군철한테 자기가 장악한 류려평과 류덕재 그리고 왕춘영 등의 모든 죄행을 낱낱이 검거했다. 류기는 착중해 류덕재가 류문도와 류문비와 밀모해 깡패들을 시켜 리종호, 리성호, 최혜영을 해친 죄행과 류려평과 류덕재 산소에서 파낸 황금동이를 검찰원 창고에서 빼내 칼산별장에서 나눠가진 사건도 일일이 검거했다. 여비서가 옆칸에서 한쪽으로 록음하는 한편 컴퓨터로 문자화 하고 있었다.    류기는 당장에서 최군철 서기 사무상에 놓인 컴퓨터를 빌어 서면으로 해당 검거자료를 작성해 최군철에게 드렸다.    “참 좋소. 류기동무는 아주 명지한 선택을 했소. 동무는 발전전도가 있소. ”    “감사합니다. 이제 생각나는족족 그놈들의 죄행을 몽땅 검거하겠습니다.”    류기는 피뜩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아차, 하나 깜빡 잊었군요."    최군철의 우멍눈이 류기 속을 꿰뚫을듯이 무섭게 쏘아보았다.    류기는 머리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류려평은 애비 상수리나무관에 숱한 황금과 금은장신구를 넣어 칼산에 파묻었습니다. 류려평 애비 관짝을 어데 묻은 걸 제가 다 압니다."     최군철은 어쩌다 철색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참 좋소. 후에 형사수사대대를 협조해 그 신비한 상수리나무관짝의 장물을 몽땅 파내도록 하오."    "옛! 이제 오늘 오전에 류덕재와 류려평 그리고 깡패들간의 통화내역을 여직껏 감청해 녹음한 유판을 몽땅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을 꾹 감고  다 듣고 나서 사무상 위 버튼을 눌렀다. 위엄 있는 축객령이 따르릉 울렸다…
554    대하소설 황혼 제5권(96)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 김장혁 댓글:  조회:110  추천:0  2025-01-14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6.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      탐관과 깡패, 도적놈들이 한창 지하주차장에서 황금덩이를 나누느라고 야단법썩할 때였다.    갑자기 바깥에서 려향의 대성통곡소리 밤하늘을 애처롭게 찔렀다.    “아이고! 엄마! 감옥에 들어간 불쌍한 우리 엄마, 조상님 관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내 처지 불쌍도 하지. 외할아버지 관이 이렇게 허망 야산에서 떠도는데도. 황금에 눈이 어두워 누구 하나 돕는 사람이 없소. 엄마는 외할아버지 관을 와 보지도 못하고 아직도 어째 감옥에 갇혀 있소? 엄마, 아버지, 없는 내 운명도 불쌍하지. 아이고, 불쌍한 내 외할아버지~”    류덕재는 황급히 별장에서 뛰어나갔다.    “려향아, 왜 울어? 울지 말라. 여기 네 아버지 있잖니?”    그는 려향을 끌어안아 천천히 일으켰다.     “얘, 울지 말라. 네가 울면 내 가슴을 란도질하는 것만 같아. 이게 다 업보야! 인과보응이야! 이 애비 그만 너무 등한해서 미안하구나. 늘그막에 내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너네 외할아버지는 내 작은아버지야. 금고를 처리하다나니 작은아버지를 미처 잘 모시지 못했구나. 미안해. 당장 외할아버지를 밤도와 인차 경치도 좋은 칼산 명당에 모시자. 이 애비 있는 한 하나도 근심말아. 금은보화도  산더미 같은데 이 좋은 날 밤에 울긴 왜 울어?”    그러나 려향은 애비를 마구 밀어버렸다.    “기쁘긴?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요. 이제 저 황금 때문에 류씨 집 안이 망할 걸 생각하니 무섭기만 합니다. 난 저 따위 부정축재한 황금 하나도 싫어!”    류덕재는 려향의 입을 마구 틀어막고 싶었다. 그러나 억지로 그러지는 못하고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섬섬거리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류덕재와 마찬가지로 당황하긴 왕춘영도 마찬가지였다. 남녀탐관은 믿을만한 산이 단통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려향도 금고에 손을 대야 한 배에 오른 선원이 아닌가? 려향이 도적배에 오르지 않으면 보호우산으로 쓰지 못하게 될게 아닌가?)    류덕재는 려향을 각성시키려고 에둘러 한탄했다.    “다 그 바보 탓이야. 제 노릇도 온전히 못한 바보, 리종호 그 바보 슬하에서 자란 바람에 딸을 다 버렸다. 버렸어. 어쩜 부유하게 살 수 있는 비단길을 두고 비천한 외나무다리를 걸으려고 들어?”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애비를 흘끔 흘겨보더니 밤하늘이 떠나가게 버럭 고함쳤다.    “내 양아버지를 욕하지 말라구! 필경 리종호 사장님은 나를 30여년 길러준 양아버지야. 누가 감히 양아버지를 욕하는 날엔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왕춘영은 옆에서 감언리설로 려향한테 아부하면서 부축해 일으켰다.    “무슨 소리냐? 넌 어려서 좋아도 좋은 줄 모르는구나. 친아버지 성의는 받아야지. 여기 네 애비하고 이 작은엄마는 다 널 관심해 일깨워주는 거야. 우리 있는 한 외할아버지 관작을 모실 일을 너무 근심하지 말라.”    그제야 려향은 천천히 일어나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아이고, 불쌍한 내 엄마~ 감옥에서 외할아버지를 명당에 모시는 것도 못 보고. 감옥에서 피눈물을 삼킬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엄마 생각하면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데요. 아이고~ 우리 엄마, 불쌍한 엄마야~”    저쪽에서 리문곤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너 애비 첩년과 사생아 연극을 잘도 놀아대는구나.”    그러나 류문도와 류문비는 려향한테 다가와 어깨를 다독여주는가 하면 손을 잡아 흔들면서 위안해주었다.    “려향아, 울지 말라. 오빠들이 있잖니?”    왕처장은 려향을 위해 공을 세울 기회가 닥쳐왔다고 제꺽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려향아, 작은엄마 당장 너네 엄마를 모셔오게 할게.”    려향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왕춘영 처장은 몸을 돌리더니 허리춤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 들으라고 목청을 돋궈 전화했다.    “류기 대대장이오? 나, 왕춘영 처장이오. 류려평 언니를 당장 여기 칼산별장으로 모셔 오오. 당장. 응, 류려평 언니 부모를 명당에 모셔야겠어. 여기 려향도 있어. 급히 오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진짜 현실로 되였다. 류기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모시고 밤도와 칼산별장에 달려왔다.    려향은 왕처장의 신통력에 속으로 못내 탄복했다.    “엄마!”    려향은 경찰차에서 내리는 엄마한테 달려가 와락 안겼다.    왕춘영은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 아양을 떨었다.    “려평언니, 그간 고생 많았겠소.”    류려평은 왕춘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왕춘영은 류기를 돌아보면서 분부했다.    “류기 대대장, 옆에서 려평 언니를 잘 보살피라고.”    류려평은 바람세를 보고 카멜레온처럼 노는 왕춘영이 꼴이 보기도 싫어 툭 밀쳐놓으면서 코웃음쳤다.    “흥! 니 말하지 않으면 우리 조카가 날 돌보지 않을 거 같니? 전번엔 내 산소에서 경찰에 붙잡혔을 때 풀어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비니 어쨌니? 내 입을  양말로 마구 틀어막지 않았니? 흥! 오늘 밤엔 웬 일이야? 언니, 언니, 하면서 아첨하긴?”    왕춘영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그날 일 정말 미안하오. 숱한 경찰 앞에서 내 어떻게 언니를 당장에서 풀어줄 수 있소? 그래서 언니한테 고육계를 쓴게지. 공평하게 집법하는 척 하느라고. 그래야 후에 내 언니를 구해내기 편리하지. 부행장까지 했다는 언니, 참, 답답하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류려평은 그날 밤에 왕춘영한테 받은 치욕을 복수하려고 줄욕을 퍼부었다.    “해뜩해뜩 나눕는 햇개 보지 같은 년, 내 앞에서 작작 너스레를 떨어라. 보기만 해도 메스껍다.”    왕춘영은 려향이란 보호우산 아니면 권총으로 류려평의 대갈통을 박살내고 싶었다. 그녀는 자기를 색마의 함정에 빠뜨린 류려평을 속으로 한없이 증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나가자니 억지로 참아야 했다. 그는 격분을 간신히 눅잦히면서 그저 억울함만을 호소했다.    “언니, 언니 살인미수죄는 내 손에 달렸다는 걸 알아두오. 내 지금 될수록 언니 사건을 질질 끌면서 재수사도 하지 않고 법원에 기소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언니 지금 어떻게 이렇게 편안히 지내겠소?”    류덕재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소. 왕처정이 어떻게 하나 언니를 구하자고 얼마나 애쓴다고 그러오?”    “그러잖고.”    왕춘영은 때를 만났다고 지껄여댔다.    “아까도 려향한테 외웠지만. 난 언니 은공을 잊지 않고 꼭 보답할 거요. 당년에 언니 나를 류행장 비서로 거천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내 오늘이 있겠소?”    왕처장은 허리에 찬 권총을 탁 치면서 으시대며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여댔다.    “언니와 오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내 어찌 은행 신대처 처장으로 되고 권총까지 척 찬 형사처 처장까지 됐겠소?”    저쪽에서 리문곤은 랭소하면서 두 아들에게 허물질을 했다.    “봐, 얼마나 희한한가? 너네 애비 첩년들이 서로 보호하면서 야합해 짜고들어 너네 재물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판이구나. 저 기생년들이 지금 제 새기들을 앞세워 너네 재산을 허물어 가려고 미쳐 날뛴다. 저  년들 저 즛살 보기도 싫다. 너네 가만놔두면 머저리야.”     리문곤은 말을 마치자 왕춘영과 류려평이 노는 꼴도 보기 싫어 별장에 훌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다신 얼굴 반쪽 내밀지도 않았다.    려향은 옆에서 여지를 두면서 말렸다.    “엄마, 왕처장은 우릴 힘껏 돕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왕처장이 류기 언니한테 전화를 쳐서 엄마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왕처장이 이제 엄마도 언제 빼내오겠는지 어떻게 압니까? 작작 욕하오.”    이제껏 본댁의 눈치 보여 목석처럼 서서 구경하던 류덕재도 다가와 곁들어 말했다.    “려향 말이 맞다. 왕처장은 처처에서 직권을 빌어 지금 우리 류씨 집 안을  보필하고 있어. 우린 지금 널 어떻게 빼내오겠는가 밤낮 궁리하고 있어. 언젠가는 너를 꼭 빼내올 수 있을 거야.”    왕춘영은 류덕재와 려향의 태도를 보고 속으로 저으기 흐뭇해났다. 그녀는 려향이라는 보호우산을 하나 더 장만한 것 같아 속으로 못내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교활한 왕춘영은 려향과 류려평 앞에서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딱 강청처럼 카렐레온처럼 해해 거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려향아, 이담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작은 엄마를 찾아라. 언니도 무슨 긴급사항이 있으면 날 찾소.”   왕춘영은 아무리 간살을 피워도 어두운 달밤인데다가 안경까지 껴서 별로 표정관리를 하지 않아도 누구도 불여우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왕춘영이 전번보다 태도가 이상하게 확 바뀐 것에 미심한 눈길을 보냈다. 허나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류려평은 자기 금고를 다 꺼내오지 못 했지만 려향이 그만큼 한몫 가진 것을 알고 한시름을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려향을 데리고 애비 커다란 관작을 실은 트럭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 때문에 아버지 고생을 시켜 죄송합니다. 널리 용서해주옵소서. 이제 류덕재 오빠랑 려향이랑 함께 아버지를 이 칼산 명당자리에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류덕재가 류문도 형제와 깡패 소두목들인 뚱뚱보랑 한테 다가가 뭐라고 분부했다.    드디어 류려평 애비 커다란 관작을 실은 트럭은 밤도와 소나숲 속으로 덜렁거리면서 달려갔다.    트럭은 칼산 남쪽 양지바른 곳에 다가가 멈춰섰다.    사위를 둘러봐도 높은 절벽에 삼면이 싸인 평평한 소나무숲 속 평지는 아늑해 진짜 명당자리였다. 류덕재는 원래 이 명당자리에 자기 죽으면 산자리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눈앞에 떨어진 불부터 끄려고 류려평 애비를 여기 모시기로 했다.    (내 죽으면 아버지처럼 산을 쓰지 말고 골회를 파묻고 평택을 만들어라고 해야지. 난 죽어도 묻힐 곳이 없어. 백성들이 내 무덤이라는 걸 발견하면 우리 조상 묘지까지 다 파내서 해골마저 콩까루나게 도끼싼장할게 아닌가?)    류덕재는 자기 끝장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으로 처참하고 쓸쓸했다.    깡패들은 기중기로 커다란 관짝을 트럭에서 들어 천천히 내리웠다.    류려평은 애비 관짝에 다가가 두 손으로 매만지면서 대성통곡쳤다. 여탐관은 하나도 썩지 않은 애비 관짝을 보고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그 관짝은 남방에서 거금으로 상수리나무(橡木)를 사서 짠 것이기에 땅 밑에 묻힌지 몇해 됐지만 하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생생   하게 보존돼 있었다.     여탐관은 애비 유골보다도 관짝 안에 황금덩이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지 근심됐댔다. 그러나 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을 보고 한시름을 싹 놓게 됐다.    불도젤이 우르릉거리면서 명당자리 흙을 공구어 널다란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그 복판에 굴착기가 우르릉 거리며 흙을 파내더니 어느 결에 벌써 깊숙한 무덤을 다 파놓았다.    류려평과 류덕재, 려향이 무덤 앞에 무릎을 털썩털썩 꿇고 들어앉았다.    “류문도와 류문비도 오너라. 너네도 작은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다가 려향의 옆에 다가가 꿇어앉았다.    “나도 꿇어 앉겠소.”    깡패들 속에서 왕춘영이 뛰쳐나와 류덕재 옆에 꿇고 앉았다.    “나도 류씨 집안의 작은 엄마야.”    류려평은 왕춘영을 흘겨보며 뭐라고 욕하려고 했다.    그때 류덕재가 류려평의 팔을 툭 치면서 말리고나서 이렇게 말했다.    “옳소. 왕처장도 앉소. 왕처장도 우리 류씨 배에 오른 진짜 작은 엄마요.”    류려평도 왕춘영이 류덕재 셋째아들을 낳아줬다는 걸 아는터라 더 입을 열지 않고 묵과했다.    류려평은 애비 관작에 대고 정색해 말했다.     “아버지, 불쌍한 내 아버지, 오늘 이 밤에 우리 류씨 일가 형제들과 조카들과 함께 아버지를 이 칼산 명당자리에 모셔드리겠습니다. 아버지, 구천에서 우리 류씨 자손들을 보우해 주옵소서.”    류덕재도 한마디 했다.    “작은아버지, 이 못난 조카 때문에 고생시켜 죄송합니다. 이제 작은 아버지를 명당에 모셔드리겠습니다. 황천에서 편안히 계십시오. 하느님이여, 창천이여, 우리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이시여, 구천에서 그대 한고조 조상 대황제님의 후손들을 보우해주옵소서.”    류덕재는 말을 마치자 뒤에 대고 손을 홱 저었다.    기중기가 우르릉 거리면서 커다란 관작을 건뜩 들어 무덤에 천천히 내리워놓았다. 뒤이어 불도젤과 굴착기가 우르릉거리며 황토를 밀어 무덤을 파묻었다.    어느결에 불도젤과 굴착기가 소나무 숲에 커다란 묘지를 하나 만들어놓았다.    류씨 도적배에 오른 모든 탐관년놈들, 심지어 깡패들도 몽땅 무덤에 대고 큰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여탐관 류려평은 애비 면려를 마치자 려향과 함께 류기가 모는  경찰차에 앉아 감옥에 돌아오는 귀로에 들어섰다.    경찰차가 떠나려고 할 때였다. 류덕재는 운전석에 다가와 류기를 보고 물었다.    “아버지 소식은 있느냐? 동생이 보고 싶구나.”    “이제 아빠를 찾으면 련락드릴게요.”    류덕재는 가죽가방을 하나 류기한테 내밀었다.    “이걸 너 애비를 보면 줘라.”    류기는 묵직한 가죽각방을 받아쥐고 의아해했다.    “뭔데요?’    “집에 가 열어 봐.”    류기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류려평은 그것은 류덕재가 류항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황금덩이라는 것을 진작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기는 큰아버지 그런 자비를 받아들일까? 그녀는 지금 새 시당위와 시정부 지도자들이 무더기로 바뀌고 새로 최군철 서기가 온 후부터 점차 다른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걸 절대 받을 수 없어. 류려평 고모한테 돌려 줘야지.)    경찰차는 덜렁거리면서 산기슭 아래로 달려내려갔다.    경찰차가 한참 달려 산기슭에 거의 내려갈 때였다.    “차를 세워라. 소변을 보겠다.”    “네, 큰고모.”    류려평은 소변 보겠다는 핑게를 대고 경찰차에서 려향을 데리고 내렸다.    류려평은 단풍나무 숲 속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는 척면서 려향한테 나직이 말했다.    “외할아버지 관 안에 숱한 황금덩이와 금은장신구가 쌓여 있어. 이담 바쁠 때 그걸 파서 써라.”    그러나 려향은 대답 대신 침묵만 지켰다.    "오늘 밤에 네게 준 황금금고를 어떻게 건사할 예산이냐?"    "아빠한테 되돌려줄 예산입니다."    "무슨 반보 소릴, 네 몫은 네가 건사해라. 공원별장에 실어다 치워둬라."    "내 알아서 처리할게."    그들 모녀의 밀담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그 시각 류기가 류려평의 머리핀도청기를 통해 그들 모녀의 대화를 다 감청해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있을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며칠 전에 류기는 류려평한테 그 은머리핀을 선물해 손수 류려평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꽂아주었댔다. 그런데 기실 그 은머리핀은  미형도청기였다. 류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류려평의 애비 상수리나무관에 숨은 비밀을 몽땅 지혜롭게 탐지해냈다.    어디선가 뻐꾹이 우는 소리 밤하늘을 괴롭혔다.     뻐꾹, 뻐꾹, 뻑뻑꾹…
553    대하소설 황혼 제5권(95) 류씨네 도적배 김장혁 댓글:  조회:101  추천:0  2025-01-12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5. 류씨네 도적배      황금 흑사심이라고도적배에 오른  류씨네 대가정은 숱한 황금금고 앞에서 옥씬각씬 말썽도 많아 개난장판이 돼버렸다.    밤도와 황금금고를 가득 실은 트럭을 칼산별장 앞에 들어섰다.  류문도는 열쇠를 가져다 금고를 열고 전지불을 빌어 황급빛이 번쩍이는 황금덩이 무룩이 쌓아있는 것을 보고 입이 함박만해졌다.    류덕재 일당은 누구라 없이 모두 기뻐 밤하늘이 떠나가게 야단쳤다.    류덕재는 어둠 속에서 아무리 찾아 봐도 한문빈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처자들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왕춘영 옆에 가서 팔을 툭 치면서 나직이 물었다.     “어째 문빈이 보이잖는가?”     왕춘영은 안경을 춰올리며 류덕재와 함께 한쪽으로 갔다.    “내 목숨걸고 황금금고를 지혜롭게 빼내왔으면 됐지. 열몇살 밖에 안되는 애까지 데리고 갈게 뭐요? 걔는 아직 어린데.”    기실 왕춘영은 어린 문빈은 이번 사건에 련루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류덕재는 달빛과 별장 전등불빛을 빌어 왕춘영이 외까풀눈을 흘기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아니, 그런게 아니고. 이런 기회에 걔를 보자고 그랬는데.”    교활한 류덕재는 제꺽 림기응변해 둘러댔다.    “잘했소. 문빈을 련루시킬가 봐 나도 꽤나 근심했수다.”    “후에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유. 빨리 언약대로 걔 몫으로 황금금고 3분의 1을 나눠주오.    류덕재는 왕춘영을 안심시켰다.    “조급해 하지 마오. 줄 걸 다 줄테니까. 별장에 들어가 천천히 얘기하기오.”    왕춘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밤도 깊었는데 언제 별장에 들어가 한담이나 할 새 있소? 제꺽 싣고 가야겠소.”    한쪽 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는 두덜거렸다.    리문곤은 두 아들을 한쪽 구석에 데리고 가서 쑤근덕거렸다.    “옛말에 후처에 감투 벗어지는지도 모른다더니, 저걸 봐라. 네 애빈 저년한테 푹 빠져서 너네 황금금고를 다 주겠단다.”    류문도는 외까풀눈을 희번뜩거리면서 윽윽 별렀다.    “흥! 그러기만 해보지. 도끼로 대갈통을 까 죽여치우겠소.”    류문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말이 아니군. 엄마하구 토론하지도 않고 뭐요? 저년과만 토론해? 피맛을 좀 봐야겠군.”    리문곤은 붙는 불에 부채질을 했다.    “난 너네 애비 왼눈에도 없어.”    류문도는 주먹으로 옆에 선 소나무를 꽝 치기까지 했다.    마른 소나무 잎이 깜짝 놀라 삼복무더위 어둠 속에 날아내렸다. 하늘의 구리바라도 공포에 질려 반쪽얼굴을 구름 속에 감춰버렸다.    류문도는 이빨을 쁙쁙 갈았다.     “강청 같은 년, 계속 우쭐거려보지. 굴뱀한테 물려 죽을줄 알아라.”    굴뱀이란 류문도 깡패 일당의 별명이었다. 일단 수많은 굴뱀들의 마수가 뻗치기만 하면 누구든지 뼈도 추리지 못게 되였다. 그래서 시내 사람들은 “굴뱀이다!” 하면 혼비백산해 몽땅 도망쳤다. 그만큼 굴뱀 깡패는 이 시내 초패왕이나 다름없었다.    나그네 귀 석자라고 류덕재는 그들 삼모자의 말을 다 엿들었다. 그는 누구의 미움깨도 사지 말고 개난장판이 다 된 류씨네 이 도적배를 번져지지 말게 저어나가야 했다.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 당신은 참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 많은 황후, 황비, 처, 첩, 궁녀와 자녀들을 다 데리고 살았습니까? 진짜 재간입니다. 난 고작 몇도 안되는 이 놈 가정을 이끌기도 힘든데. 한고조 류방 대황제 조상님, 그대의 후손을 보우해주옵소서.)    그는 주춤 멈춰 서더니 두 손을 가슴에 합장하고 달도 질겁해 구름 속에 숨어버린 밤하늘을 바라보라보면서 속으로 빌었다.    (한고조 류방 대황제, 조상님, 말썽도 많고 개란장판이 된 이 후손의 대가정을 잘 이끌어나가게 도와주십시오.)    류덕재는 기도를 마치자 삼모자와 려향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트럭 바곤에 일일이 기어올라가 살펴보았다. 금고는 모두 20개 밖에 안되였다.    류덕재는 트럭에서 내려 왕춘영한테 뒷근심부터 털어놓았다.    “어째 금고 수무개 밖에 안되오? 류려평 애비 것만 해도  대여섯개 되는 거 같던데.”    왕춘영은 손을 펴 류덕재 귀에 대고 나직이 쏭알거렸다.    “류려평 언니 애비 금고는 빼내오지 않기로 했잖았는가요? 꼬리를 잘라 둬야죠. 그래야 우리 금고를 바꿔치기한 걸 덮어감추지. 다 실어내오면 언제든지 꼭  꼬리를 밟히우지 않겠어요?”     “그렇긴 한데. 려향을 하나도 주지 않으면 큰 일 나오.”     왕춘영은 대수로워 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내 꾀를 써서 저걸 빼내오지 않았더라면 려향인들 어쩐단 말이오. 당신 정말, 이러겠는가? 당신 날 억지로 여비서 시켜놓고 내 인격과 정조, 내 가정과 인생을 얼마나 짓밟았어?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당신 숱한 여비서를 간음한 죄상을 온 천하에 쫄딱 밝아놓을 줄 아세요. 이 날 이 때까지 입을 꼭 담고 참고 사느라고 얼마나 고달팠는지 아는가? 저걸 다 줘도 모자란다는 걸 알아!”     왕춘영은 허수아비처럼 멍해 서 있는 류덕재를 흘끔 쳐다보면서 계속 줄욕을 퍼부었다.     “려향도 그렇지. 제 외할애비 재물에 눈길을 팔게 있는가? 법도 어기지 말고 회사나 출근해 자유롭게 살게지. 사람이란 만족할줄 알아야지. 출가집 외인이 너무 류씨네 집 안 재물에 눈독을 들여선 안되지.”     왕춘영은 고의로 려향이 들으라고 언성을 높여 지껄여댔다.    “좀 작작 떠드오.”    류덕재는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마구 왕춘영의 주둥이를 틀어막으려고 했다.    순간 흉악한 류덕재는 왕춘영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기까지 했다.  그는 진짜 왕춘영이 자기 앞길을 막아서면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류덕재는 최대한의 인내성을 발휘했다.     “뭐나 여지를 두고 말해.”     “이걸 놔!”    왕춘영은 목을 틀어쥐고 입을 막는 손을 탁 치며 뿌리쳤다.    “왜 목은 틀어쥐는가? 숨통이라도 끊을 작정인가?”    “아니, 그런게 아니오.”    류덕재는 황급히 손을 풀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리문곤과 왕춘영을 흘끔 번갈아 곁눈질하면서 너스레를 떨어댔다.    “어떻게 언감 왕처장을 다치게 하겠소? 고와서 비단보에 싸서 업고라도 다닐 지경인데.”    왕춘영은 류덕재가 지금 무슨 음흉한 속궁리를 다 할 지경에 이른 것도 모르고 어깨 으쓱해 계속 지껄여댔다.     “려향도 그렇지. 외할애비 관작을 실어내다 줘도 좋은줄 알아야지. 류려평 언니 여기 있어도 이런 건 리해할 건데.”    류덕재는 달빛을 빌어 려향의 외할아버지 관작을 실은 트럭 앞을 둘러보았다.     려향은 왕춘영이 하는 말을 다 엿들었던 것이다.     류덕재가 여겨보니 려향은 외할아버지 관작 앞에서 어깨를 들먹이면서 섧게 쿨쩍거리고 있지 않겠는가.     류덕재는 왕춘영을 데리고 더 멀찍이 가서 뒷근심을 털어놓았다.     “한가지 모른 거 같구만. 려향은 한국 회사에 있을 때 저 이번에 새로 온 최서기 비서로 있었댔소. 최서기는 목숨걸고 흑인강도 마수에서 려향을 구해준 구명은인이야. 최서기와 려향은 아주 친근한 사이야. 최서기는 려향을 꽤나 관심하고 있어. 려향이 최서기와 무슨 관계로 발전할지도 몰라. 자칫 려향을 잘못 건드렸다가 왕처장이나 내나 다 잘못 될 수도 있어. 알만해?”     그제야 왕춘영은 정신을 펄쩍 차렸다.     류덕재는 왕춘영의 귀를 쥐어 살짝 비틀어놓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여자!”    한참 후에야 왕춘영 처장은 해시시 웃어댔다.    “왜 웃어?”    왕춘영은 류덕재의 팔을 끼고 걸으면서 말했다.    “잘 됐구만. 장차 려향과 최서기 관계를 잘 리용해서 우리 이 배에 철갑을 겹겹이 두르고 방어진을 더 든든히 구축할 수 있겠군요.”    그녀는 주춤 멈춰섰다.    “이렇게 합시다. 똑 같게4등분 해서 애들한테 저 금고를 나눠줍시다. 우선은 금고를 열어보고 재물을 분배합시다.”    류덕재는 처자들 앞이라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왕춘영의 어깨를 툭 치면서 치하했다.    “이제야 왕처장 제정신이 들었구만.”    리문곤은 한쪽으로 피해 두 아들과 함께 왕춘영이 류덕재와 행악질을 하는 걸 아니꼬운 눈길로 쏘아다가 나직이 쑤근덕거렸다.    “봐라. 너네 애비를. 저년과 딱 붙어서 노는 꼴을 봐라. 얼마나 메스껍니? 이전에도 저랬다. 너네 애비는 저년이랑 딱 붙어다니면서 집의 돈을 흔자만자 스면서 질탕하게 바람피웠어. 너네 애빈 은행에서 저년이랑 숱한  여비서를 갈아대면서 애인으로 데리고 살았어. 저년은 내 사랑과 남편을 다 빼앗아간 갈보야, 내 가정을 다 쑥대밭으로 만든 량심짝도 없는 년이야.”    그 말에 류문도와 류문비의 눈은 달빛에 반사돼 시뻘건 불티가 튕겼다.    리문곤은 그때라고 쐐기를 더 콱 박았다.    “지금 숱한 사생아들의 몫으로 너네 황금덩이를 빼앗아가려고 한다. 절대 양보하지 말라. 저년은 내 사랑과 가정을 파괴한 년이야.”    류문도는 허리춤을 매만지면서 이빨을 쁙쁙 갈았다.    “우리 형제 금고를 하나라도 다치기만 해 보지. 저년을 가만놔두지 않을테야.”    황금흑사심이라고 황금금고 때문에 눈앞에서 리해충돌이 벌어지자 이 놈의 류씨 집안 도적배에서는 피비린 냄새가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류문비는 당장 허리춤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었다.    “잠간!”    류문도가 류문비 팔을 잡아 당겼다.    “저년이 연극을 노는 걸 보고 손 써도 늦지 않아.”     이쪽에서 리문곤 삼모자가 시퍼런 칼을 갈고 있는 것도 모르고 왕춘영은 려향한테 다가가서 또 연극을 놀아댔다.    “려향아, 너도 류씨네 후대인데 당당하게 한몫 가져야지. 누가 딸은 자식이 아니라고 하더냐?”    왕춘영은 물앉아 우는 려향을 부축해 품에 꼭 겨안아 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려향아, 울지 말라. 네나 우리 집 문빈이나 다 본댁의 소생은 아니지만 류덕재 행장의 당당한 자녀들이야. 허리를 꿋꿋이 펴고 살아라. 이 이모가 있는 한 류씨네 집 안에서 널 어쩐다고? 너네 엄마하구 난 한 은행에서 언니, 동생 하면서 친자매처럼 지냈어. 전번에도 내 너네 모녀를 경찰들 손에서 구해줬잖았니? 날 믿어라. 너네 엄마가 당년에 날 영광스럽게 류행장 비서로 추천하지 않았던들 내 오늘이 있었겠느냐? 난 너네 엄마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걸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오리오리 저며내는 것 같다. 이젠 날 작은 엄마처럼 여겨라. 내가 너네 모녀를 목숨걸고 보필할테야.”    왕춘영은 달빛을 빌어안경알을 벗어 닦아 다시 끼더니 류덕재를 흘끔 되돌아보았다.    그녀는 결론적으로 지껄여댔다.    “금방 류행장과 내 토론했어. 류행장한텐 아들 셋에 딸 하나 있다는 것이 밝혀졌어. 이제 사생아 몇십명 나타나도 상관없어. 저 황금금고를 네몫으로 똑 같게 네 자녀한테 나눠주기로 했다.”    “뭐라고?!”    류문도가 꽥 고함쳤다.    “누가 감히 우리 형제 금고에 손을 대? 까딱 하면 다 죽여치우겠다.”    류문도 형제는 참다 못해 허리춤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고 왕춘영한테 다가왔다.    트럭과 기중기차 운전석 차문이 벌컥, 벌컥 열렸다. 꺽다리, 호랑이, 뚱뚱보 등 십여명 깡패들이 뛰여내려 비수를 뽑아들고 다가왔다.    깡패 소두목들이 손을 홱 저었다. 별장을 지키던 깡패들도 권총이랑 사냥총이랑 들고 덮쳐들었다.    당장 무력충돌이 일촉즉발할 위기가 닥쳐왔다.    찰나, 왕춘영이 권총을 뽑아들어 공중에 대고 쏘았다.    땅!    쒹-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달빛어린 하늘에 빨간 신호탄이 날아 올라갔다.    “깜짝 말엇!”    왕춘영은 깡패들한테 권총을 겨눴다.    “뭐야? 신호탄?!”    류덕재는 황금히 몸을 돌려 류문도랑한테 손사래를 쳤다.    “잠간! 얘들아, 무슨 일인지, 좀 기라려라!”    류덕재는 왕춘영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년, 지금 경찰을 부르는 거야?”    왕춘영은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놈들이 왕처장을 협박하면 별 수 없어. 이 왕처장이 검찰원에서 공밥을 먹었는가 해? 나도 사병이 숱해 길렀어! 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라. 네놈 별장을 쑥대밭을 만들줄 알라!”    류덕재도 음흉한 외깔푼눈으로 왕춘영을 노려보았다.   (야들야들해 보이던 이년 보기와는 판판 달라. 고잘난 수사처장 시켰더니 꽤나 우악스럽게 변했구나.)    달빛에 류덕재 외까풀눈에서 씨뻔걸 불빛이 번뜩이었다.    “그래, 끝장 볼텐가?!”    “당신들 핍박하지 않고 내 하자는대로 하면 아직도 늦지 않았어.”    교활한 류덕재는 왕춘영한테 다가가면서 억지로 타협했다.    “금방 말했잖아. 문빈이나 려향이나 다 내 자식이니깐. 준다고. 빨리 경찰을 물리쳐라.”    왕춘영 처장은 간사하게 깔깔깔 웃었다.    “‘밭머리뱀’, ‘토황제’, ‘초패왕’도 경찰을 겁나할 때 있구만. 호호호.”    류문도가 비수를 들고 확 달려드는 걸 류덕재가 두 팔을 벌려 막아섰다.    “안돼. 이럼 다 죽는다, 죽어!”    류덕재는 단년에 깡패 우두머리- 밭머리뱀 겸 조직부 부장질을 한 조직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린 다 류씨 대가정의 도적배에 오른 사람들이야. 이 배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우리 류씨네 배가 망망한 바다에서 희뜩 번져져! 그럼 누구도 살아남지 못해. 지금 바깥에서 검경이 혈안이 돼 우릴 수색하고 있어. 세상풍랑이 세찬데 우리끼리 황금금고 때문에 싸우면 절대 안 돼. 다 좋은 끝장이 없어. 알만 해?”     그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집 식구들과 깡패 소두목들을 돌아보면서 옆구리에 두 손을 지르고 서서 한바탕 연설했다.    “우린 일치 단합해 이 배를 안전한 대안으로 몰고 가서 함께 오래오래 향락을 향수하면서 살아야 해. 모두 눈 앞의 리익만 따지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전반 국면을 돌봐야 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다 금은장신구 한몫씩 있어. 걱정말라.”    그제야 왕춘영은 허리에서 권총을 뽑아 다시 공중에 대고 쏘았다.    땅!    씽!    이번에는 새파란 신호탄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뭐야?”    “또 신호총인가?”    “긴급집합 취소하는 신호탄이오!”    그래도 류덕재는 시름놓지 못했다.    그때 칼산 넘어와 칼산 기슭에서 파란 신호탄이 날아 올랐다. 그것은 왕춘영이 미리 대기하게 포치해놓은 남편과 본가집 왕씨네 형제들로 된 사병들이 보낸 신호탄을 보고 긴급집합 취소한다는 신호탄이었다.    류덕재는 돌발상황에 간이 콩알만해 류씨형제를 돌아보았다.    “경찰들이 이 칼산별장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어. 빨리 금고를 처리하고 이 자리를 뜨자.”    류덕재는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를 데리고 별장 지하실에 들어갔다.    그는 처자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날 믿어라. 내 마음 속엔 그래도 너희들과 너네 엄마 밖에 없다. 너네 엄만 젤 어려울 때 나와 함께 뜷고 나오면서 살아온 조강지처야. 왕처장이랑 류려평이랑은 다  일시 놀음감에 불과한 년들이야. 너네 형제는 내 적자들이야. 문빈이나 려향은 다 겯가지들이야. 우리 앞을 가로 막기만 하면 언제든지 사정없이 쳐버릴 곁가지들이야.”    그는 류문도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넌 아버지 장손 아니냐. 장차 우리 류씨 집 안의 掌门人이야. 뭐나 장원하게 타산해라.”    류문도가 물었다.    “그래 금고를 어떻게 나눠 주자고 그럽니까?”    “저 금고를 지하주차장에 가져다 가만히 나누자. 너네 네 자식이 한몫씩 가지고 너네 엄마도 한몫 주자. 그리고 별장에 있는 황금덩이랑 금은장신구랑 깡패들한테도 얼마간씩 나줘라. 이 별장은 숱한 눈에 띄였기에 더는 비밀아지트로 쓸만한 곳이 아니야. 왕처장네 문빈한테 주자. 배는 달라도 너네 형제 아니고 뭐냐?”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결국 려향이나 문빈이나 다 우리 형제만큼 주자는게구만.”    “우린 어데가 살겠소?”    류덕재는 두 아들을 와락 껴안더니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우린 저 금고를 다 싣고 삼형제산별장으로 옮겨가는 거야.”    그제야 처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번 저 금고는 왕처장과 려향과 걸버무렸기에 이렇게 나누자. 려향은 새로 온 최서기 한국 회사에 있을 때 여비서로 있었다. 최서기는 려향의 구명은인이야. 시간이 없어 길게 말하지 못하겠는데. 우린 려향을 리용해 최서기 마수를 막아야 해. 때문에 눈앞에 리익만 너무 따지지 말라. 뭐나 장원하게 타산해야 해. 그리고 너네만 알아둬라. 너네 몫으로 내 더 많은 금고를 여기 칼산별장 부근에 묻어두었다. 언제 위치를 알려주면 그걸 너네 형제 다 가지면 돼.”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애비를 믿고 수긍했다. 생각 밖에 엄마한테도 한몫을 준다고 하자 그들 형제는 좀 만족하는듯했다.    그러자 리문곤은 애비 말에 수긍하는 두 아들을 흘겨보았다. 그녀는 왕춘영이 미워 아직도 생불을 켰다. 하지만 혼자 용빼는 수 없어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시퍼런 복수의 칼을 잠시 숨겨버렸다.    류씨네 도적배는 잠시나마 안정을 찾고 풍랑이 잠잠한 대안으로 헤가르며 나가 멈춰 섰다.    어두운 밤을 타 류씨네 도적배 일당들은 황금금고를 열어제끼고 황금덩이를 나눠 챙기기에 밤이 가는줄도 모르고 떠들썩했다.    굶은 이리떼들이 밤중에 소나무숲 속을 쌍불을 켜고 다니다가 무덤에서 해골을 물어뜯어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느라고 으렁거린다.     류씨네 도적배는 밤도와 암초는 요행 피해나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방대한 그물이 도적배를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552    대하소설 황혼 제5권(94) 특대황금금고절도사건 김장혁 댓글:  조회:93  추천:0  2025-01-08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4. 특대황금금고절도사건       리문곤은 부엌에서 가정도우미와 함께 점심 밥을 하다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그녀는 두 아들을 불러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더니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애비를 따라 작작 나쁜 짓을 하고 제 노릇이나 해라. 너네 애빈 숱한 애인들을 해서 숱한 사생아를 낳았다. 왕춘영 처장네 둘째아들도 너네 애비 사생아란다.”    류문도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래 유전자감정을 했답데?”    “그래. 전번에 너 애비 화장실에서 왕처장과 전화 하는 말을 다 들었다. 친자유전자감정 결과 왕처장네 둘째아들 한문빈은 너네 애비 친아들이라더라.”    류문비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빈은 몇살이나 된답데?”    “아마, 열댓살 되는 모양이더라.”    류문도는 코웃음쳤다.    “아버진 여기저기 씨도 많이 뿌려놨구만. 남들이 알면 뭐라겠소. 참, 창피해서 어떻게 머리 들고 살겠소?”    리문곤은 침실 바깥 동정을 살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왕처장은 제 끼한테 너네 할아버지 산소의 황금을 몽땅 줘야 한다고 떼를 쓰더라. 오늘 또 전화 왔잖았니? 전번에도 네 애비하고 검찰원 창고에 차압된 그 황금금고를 골동품금고와 바꿔치기 해서 꺼내 가질 꿍꿍이를 꾸미더라.”     “뭐? 그년 죽지 못해 환장했어?”    “너네 애비 보구 금고 열쇠를 달라더라. 문도야, 절대 열쇠를 그 년한테 주지 말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뜻밖에 몽둥이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머리 뗑해났다. 그들은 맥없이 침대에 풀썩, 풀썩 물앉아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리문곤은 두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고 신신당부했다.    “할어버지 산소에 묻어둔 건 너네 형제 거야.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른 법이야. 머절싸하게 너네 형제 재산을 왕처장네 사생아한테 주겠느냐? 이젠 애비 따라 사람을 잡는 일을 작작 하고 자기 재산이나 잘 챙겨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낄로 애비 한창 전화하는 화장실 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아직도 우리 형제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오?  까딱 말고 어떻게 해놓는가 보오.”    한편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대머리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왕춘영의 전화를 받았다.    “령감태기, 어서 금고 열쇠를 내놓지 못하겠소? 빨리 손 쓰지 않으면 검찰원에서 그 황금금고를 국고에 걷어넣는단 말이오. 미리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준비하란 말이오. 내 적당한 때 전화하면 류문도 형제를 시켜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빼내오란 말이오.”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주에 어떻게 금고를 실어내온단 말인가? 정신 나간 소릴 작작 해.    “골동품금고와 황금금고를 슬쩍 꿔치기 해서 실어내가잔 말이오. 마치 에서 량산박 호한 원씨네 삼형제 어주를 바꿔치기 하듯 말이오. 류문도 형제로 안되면 려향과 문빈이도 거들게 하기오.”     “검찰원 창고를 경찰들이 지키겠는데 어떻게 실어내오느냐?”     “근심말라구. 류려평 애비 관작을 실어내가는 차에 미리 황금금고를 실어뒀다가 슬쩍 바꿔치기해 빼내가면 돼요.”    류덕재는 왕춘영의 뜻밖의 묘수에 저도 몰래 개탄했다.    순간, 왕춘영을 너무 나약한 녀자로만 착각했다는 것을 느꼈다.    “왕처장, 참 묘수구만. 좋긴 류려평네 금고도 실어내오면 좋겠는데. “    “걷어치우오. 류려평 애비 관작만 내가도 괜찮은줄 아오. 류려평 금고를 국고에 바쳐야 당신 죄를 덮어감추고 금고도 빼내오지.”    (더라운 년, 자기 수사성과를 내고 금고도 챙길 작정이구나. 저년, 저게 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년이구나.)    류덕재는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였다.     “열쇠는 류문도한테 줬는데. 금고를 실어내오기만 하면 그때 금고 열쇠를 꼭 찾아줄게. 건데 금고를 파묻어둔지 오래서 금고 자물쇠 열리겠는지 몰라.”    “좌우간 열쇠를 달라구. 당신 여직껏 문빈한테 해준게 뭐 있는가? 황금금고는 문빈한테 주는 젤 좋은 선물이야. 알만해?”    류덕재는 코웃음쳤다.    (더러운 년, 누굴 속뽑이 해? 실용가치도 없는 금고 열쇠를 해 뭘 해? 여자들의 소견이라곤 비좁기로서니, 참.)    류덕재는 될수록 어조를 부드럽게 조절했다.    “자물쇠 열리지 않으면 그때 산소절단기로 금고문을 절단하고 황금을 꺼내면 돼. 다 녹이 쓴 금고를 해 뭘 하겠어? 황금만 꺼내면 되지.”    교활한 류덕재는 먼저 손 써서 말로라도 인심을 내고 볼 판이였다.    “왕처장, 그간 문빈을 키우느라고 애썼소. 이제 금고를 실어내오면 문빈 몫으로 황금덩이를 줄게. 아들이 셋이나 되니깐. 3분의 1을 주면 안 되겠소?”     “되구 말구. 문빈도 당신과 내 열렬한 사랑의 기념품 아닌가요? 문빈한테도 걔 몫으로 재산을 톡톡히 나눠 줘야죠. 안 그래?ㅎㅎㅎ. 절대 실언하지 마오. 당신 여비서 애인 숱한게 이제 사생아 몇이 나오겠는지 어떻게 아오? 그때 가면 문빈이 먹을 알이 있겠는가? 색마행장, 미리 말해두지만. 사생아 숱해 뛰어나와도 그때 또 문빈한테 준 황금을 내놓으란 소린 꺼내지도 마시오. 내 싸지르기만 하고 제 새끼도 내 몰라라 해보지. 그땐 당신 죽고 내 죽어. 알만해?”    류덕재는 장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였다. 그는 왕춘영을 구슬리면서 얼려 넘기려고 들었다.    “여보, 문빈도 내 피줄인데. 제 새끼를 생각하지 않는 애비 어디 있겠소? 근심하지 마오.”    류덕재는 피뜩 최군철이 떠오르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왕처장, 요즘, 주의하오. 새로 온 최서기 반부패투쟁을 하겠다고 시당위 확대회의에서 떠들어댔다는데. 주의하오.”    왕춘영은 깔깔깔 웃었다.    “최서기를 대처할 방법도 많고 많지요. 당년에 류행장도 내 치마폭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요? 호호호.”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최군철은 나와 차원이 다른 놈이야.”    “뭐가 달라. 그 놈은 문화국 최정호 국장의 친아들이라잖는가요? 색마, 부패분자 아들이 뭐 다들게 있는가요?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나지. 최서기라고 난 애비와 다르겠습니까? 영웅도 미인관을 넘지 못한다는데요.”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왕춘영, 꿈도 꾸지 말라. 오산이야, 오산! 넌 당년에 내 눈에 들었던 이팔청춘 아니야. 이젠 마흔고개도 넘은 여자야.”    “호호호. 색마도 한참 모르는구만요. 여자는 40대가 호랑이 같다잖아요? 젤 성숙미 있고 성욕도 최고조인데. 난 아직도 색이 시들지 않았는데요. 최서기 쯤은 홀딱 반하게 만들수 있는데요. ㅋㅋㅋ.”    류덕재는 말이 통하지 않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까짓 색 믿고 너덜거리지 말라.”    “류행장, 맨날 이 시내 ‘토황제’라더니 최군철이라는 애숭이를 겁내오?”    “겁내긴? 그 놈도 밭머리 뱀을 잘 못 건드렸다간 엉망진창이 될 걸. 흥!”    류덕재는 이를 쁙쁙 갈았다.     “이제야 토황제 같구만.”    왕춘영은 음험한 궤계를 다 내놓았다.    “그 놈이 미인계에 걸려들지 않으면 물에 빠뜨려야죠. 황금 흑사심이라고 그 놈인들 황금 보면 탐내지 않겠는가?”    “꿈도 꾸지 말라. 그 놈은 한국 대형반도체 회사에서 년금 백만원도 더 넘어 타던 놈이야. 강남에서 사비로 부동산개발도 해 돈이 몇십억도 더  있다더라.”    “그런 놈일수록 탐욕스럽지. 정 그것고 안되면 그 놈의 애비 꼬챙이에 꿰들어 위협공갈하고. 그놈을 성당위에 무함해 곤경에 빠지게 할 판이죠.”    류덕재는 길게 말하기 싫었다.    “너도 주의해라. 먼저 금고나 빨리 빼내오고 보자.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작성해 보내라. 우리 세심하게 검토해보자. ”    “알았소. 내 전화를 기다리오.”    해가 어슬어슬 져갈 때였다. 저녁노을이 서산 하늘을 붉게 물들여갔다.    류덕재 핸드폰이 불시에 요란하게 울렸다.    왕춘영한테서 온 긴급전화였다.    “전번에 토론한 방안대로 오늘 밤에 행동합시다. 트럭에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실어두었죠?”    “응, 애들이 대기 중.”    “내 그리로 갈게. 거기 가서 말할게.”    이윽고 왕춘영이 검찰원 경찰차를 타고 칼산별장으로 달려왔다.    류덕재와 류문도 그리고 려향이 마중나갔다. 려향은 외조부모 관작을 꺼내 와야기에 나서게 됐다.    왕춘영은 차에서 내리더니 자기 차를 가리켰다.    “저기 경찰복이 있소. 몽땅 경복을 갈아입소.”    류덕재는 왕춘영의 세심한 포치에 저으기 놀라웠다.    (여자들이 더 꼼꼼하지.)     그러나 그는 피뜩 근심되는 점이 있었다. 그는 류뮨도랑 경복을 갈아입는 새 춘영을 잠간 한쪽으로 데리고 물었다.     “검찰장의 비준도 없이 창고 관작이랑 마음대로 실어내가서 되겠소?”     왕춘영은 코웃음쳤다.     “이 왕춘영이 검찰원에 가서 그저 놀았는가 하오? 검찰장이구 부검찰장이구 다 삶은 개다리처럼 물물 물러나게 푹 삶아놓았소. 근심도 마오.”     “또 미인계?”    “건 묻지 마오.”    류덕재도 한심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만 썩었는가 했더니 온 시내 푹 썩었구나.”    “오빠, 기쁜 소식 기다리오.”    왕춘영이 손을 홱 저었다.    트럭들과 자그마한 기중기차가 궁둥이를 덜썩거리며 밤도와 칼산 소나무숲을 헤집고 시내로 달려내려갔다. 헤드라이들이 어지럽게 밤하늘과 수림을 비추며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이윽고 차대는 검찰원 대문 앞에 이르렀다.    당직경찰은 대문 어귀에 나와서 트럭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의아해했다.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젤 앞에 선 경찰차 창문이 쭉 내려졌다.    “나도 알아보지 못하오?”    “오- 왕처장이구만.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밤중이라니? 이제 겨우 저녁 여덟신인데.”    당직경찰은 뒤에 서 있는 트럭 운전석에도 경찰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밤중에 웬 일입니까?”    왕춘영은 아주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전번에 차압한 관작을 실어내가야겠소. 또 성에서 금고를 성에 실어오라는 긴급지시를 내렸소. 어서 문을 여오.”    “예- 검찰장이랑 아는 일입니까?”    “날 믿지 못하겠는가? 그럼 검찰장한테 전화를 쳐보오.”    왕춘영은 당장에서 핸드폰을 꺼내 검찰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검찰장님, 저 왕춘영인데요. 전번에 차압한 관작을 실어내가려고 그러는데요. 당직경찰이 문 앞에 막아서는군요. 예, 당직경찰한테 전화 바꿉니다.”     그녀는 핸드폰을 당직경찰한테 핸드폰을 건넸다.     “검찰장님, 당직경찰입니다. 네. 알았습니다. 당장 대문을 열겠습니다.”    검찰원 대문이 쭈르륵 열렸다.    트럭들은 곧추 검찰원 차고에 달려들어갔다.    그들은 보초를 세우고 당직경찰이랑 차고에 접근하지 못하게 엄밀히 봉쇄했다.     류문도랑 계획대로 기중기로 먼저 황금금고를 싣고 우정 잘 눈에 뜨이게 금고 위에 관작을 덩실하게 실어놓아싿. 기중기는 숨돌릴 새 없이 고를 창고 안에 있던 차에 옮겨 실어 놓았다. 눈깜짝 할 새에  “어주를 바꿔치기”한 판이였다.     왕처정은 손을 홱 저었다.    “빨리 나가자.”    그들은 도적고양이들처럼 쥐도 새도 모르는 잠간 사이에 금고와 관작을 옮겨 싣고 검찰원 대문을 빠져나갔다. 당직경찰이 보니 트럭에 관작이 덩그렇게 실려 있지 않았겠는가. 그는 별로 의심하지도 않았다.     트럭이 다 빠져나간 뒤에야 젤 뒤에 왕처장의 경찰차가 스르르 미끌어져 다가왔다.     “오늘 먼저 관작을 실어 가속이 파묻게 내가고 금고는 래일 실어가기로 했소. 밤중에 모두 성소재지까지 가기 싫어하지 않겠소?”     그때 때마침 먹장구름 속에서 번개가 번쩍 하더니 우뢰가 꽈르릉 하늘 땅을 뒤흔들어놓았다.     “소낙비도 내리겠는데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겠소.”     그것은 황금금고를 원래대로 뒀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황금금고를 빼내간 일을 덮어 감추려는 사전 포석이었다.     그러나 당직경찰은 왕처장의 주밀한 꿍꿍이라는 걸 모르고 대문을 주르르 닫으면서 중얼거렸다.    “글쎄, 밤중에 어떻게 성까지 간다고?”    왕춘영은 당직경찰을 얼려넘기고 경찰차를 몰고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당직경찰 둘은 왕춘영 등의 밤중거동이 하도 의심스러워 혹시나 해 검찰원 차고로 가서 열쇠를 열고 금고를 실은 트럭들이 제대로 있는가 보았다.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그들이 바곤에 바라올라가 전지불을 비춰 보니 금고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제야 당직경찰 둘은 트럭에서 내려 차고 문을 잠고고 당직실로 돌아갔다.     왕춘영의 "주도면밀하고 빈틈없는 어주 바꿔치기"  전술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트럭들은 밤중에 멀리 에돌고 에돌아 밤중에야 칼산 별장에 들어섰다. 돌아올 때는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차를 몰아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들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아주 지혜롭게 금고를 탈취했다고 생각하고 야단쳤다.    왕춘영은 칼산별장 앞에 이르러 경찰차에서 내리자마자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리문곤과 류문도 형제들 앞에서 류덕재와 손바닥까지 마주치며 밤하늘이 떠나가게 환성을 질렀다.     “금고탈취 대성공!”     류덕재는 처자들의 눈치가 보여 머리를 푹 숙이고 비실비실 뒤로 물러섰다.     진짜 토비경찰에 검사들이 잠시 살판치는 판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법망이 조여올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551    대하소설 황혼 제5권(93) "저승사자" 암살사건 김장혁 댓글:  조회:100  추천:0  2025-01-06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3. "저승사자" 암살사건    류문도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호랑이야! 당장 저승사자를 처단해라. 전번처럼 어설프게 실수하면  네놈 목을 칠테다! 알았어? ”    류문도의 호통소리에 꺽다리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꺽다리의 눈 앞에는 이를 악문 코수염쟁이 험상궂은 낯이 떠올랐다.    (류문도 형님은 목을 친다면 친다. 이 일을 어쩌는가?)    무섭기로 호랑이란 별명으로 온 시내에 소문난 꺽다리도 류문도 우두머리 앞에서는 쩔쩔 맸다.    류문도의 훈계는 계속 됐다.    “전번에 그게 뭐야? 그 종호 놈새낄 단칼에 없애치우지 못하고. 엉?! 류기한테서 들을라니 종호는 병원에서 되살아났다더라.”    “아니, 무슨 소리오? 내 분명 그놈 옆구리에 칼을 푹 박았는데. 그 놈이 옆구리를 붙잡고 혀를 가로 물고 쓰러지는 것도 봤는데.”    “네놈이 칼로 옆구리를 찌른 건 리성호란 놈이야. 그 놈도 죽어 싸다. 그 놈은 우리 시내에 소문난 정의용사야. 그런 놈들이 살아남으면 우리 깡패들한텐 후환이야.”    꺽다리는 구구히 변명하려고 들었다.    “종호란 놈도 분명 내 칼로 가슴을 찔렀댔소. 그 놈새끼 큰길 바닥에 쓰러졌댔소. 아래애들이 재차 쇠파이프로 대갈통을 까부셔 놓았댔는데. 되살아나다니오?”    류문도는 코웃음쳤다.    “흥! 큰소리 탕탕 치더니. 고까짓 놈 둘도 처치 못해? 네놈은 돈에 눈이 멀었어. 돈뭉테기를 보구 종호 핸드빽을 채가지고 달아난 걸 내 모르는 거 같아? 핸드빽을 채가는 시간이면 어째 종호 놈새끼한테 한칼 더 안기지 못했어? 그랬다면 그 놈새끼 오늘 이때까지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겠어? 뚱뚱보나 네놈이나 다 밥통들이야. 뚱뚱보도 병원에 재차 보냈는데 헛탕쳤어. 물론 리성호란 놈을 재차 칼로 찔러놓긴 했어. 이제 오래잖아 썩어질 거야. 허나 철천지 원쑤, 배신자 종호를 없애치우지 못했어. 지금까지 종호와 성호 종적도 찾지 못했어. 밥통 같은 것들. 이번에 실수 하면 네놈들의 손목을 잘라버리겠어.”     그러나 찍소리 치지 못했다.     “양, 형님, 알았소. 건데 내 목과 손목을 치면 누가 종호랑 저승사자랑 처단하겠소? 형님,…”    류문도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고함쳤다.    “잔소리 작작 하고 당장 저승사자를 암살해버려라!”    그 말에 류덕재가 옆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류문도는 그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핸드폰에서 꺽다리 소리 들렸다.    “저승사자란 도대체 누구요? 별명부터 귀신딱지 붙은게. 참. 불길한 놈이구만.”    류문도는 랭소했다.    “어째 호랑이도 겁먹는 때 있니? 어째 손이 떨리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대로 알아야 암살해치우지.”    류문도는 정색했다.    “저승사자는 녀자야. 이름은 최혜영.”    꺽다리는 코웃음쳤다.    “오- 하하하, 흥! 그런 거 ‘저승사자’라니까. 뭘 대단한 인물인가 했지. 닭 모가지를 비트는데 작두를 쓸 필요있소? 내 아래 애들 둴을 보내면 해치울 걸 가지고.”    “여자라구 업신여기지 말라. 그년은 검찰원 부검찰장에 반탐오국 국장 출신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부패분자들, 아니, 부자들 다 죽어.”    “무슨 말이오?”    꺽다리는 의아해 눈섭을 이마빽까지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년은 예순이 넘었는데 시집도 가지 않고 변태적으로 사람잡이만 한다. 그래서 모두 그 년을 변태적인 ‘저승사자’라고 해. ‘저승사자’는 공상국 국장 오상룡,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 문화국 국장 최정호까지 다 잡아치운 년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국장이구 시장이구 몽땅 살아남은 자 없어.”    “그년 그렇게 손이 맵소?”    “그래, 우리 부친도 그년의 손에 걸렸다. 그년을 없애치우지 않으면 우리 다 좋은 끝장이 없어. 저승사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린 살 길 없어. 알만해?”    꺽다리는 험상궂은 낯을 일그려뜨리며 을러멨다.    “저승사자, 그년부터 저승에 보내야겠군. 형님 근심하지 마오.”    꺽다리는 어찌나 상을 찡그렸는지 칼자욱이 난 낯빤대기가 더 험상궂어 보였다.    그는 텁쑥부리 머리를 뒤로 쓰다듬어 넘기고나서 버릇처럼 가재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물었다.    “형님, 그년 거처 어디오? 어디로 자주 드나드오?”    류문도는 상을 찡그리는 애비 눈치를 흘끔 건너다 보면서 꺽다리한테 알려주었다.    “그년 저승사자는 남호공원 북쪽 호수가에 있어. 호천가 경흥아파트 2단원 14층 1호에 있어.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까지 있어. 리 성호와 종호가 구급실에서 생사선에서 헤매기 때문에 요즘 그년은 가능하게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몰고 병문안을 갈 가능성도 있어. 지금 병원마다 뚱뚱보가 애들을 데리고 종호랑 어디 숨어 치료받는가 훑고 있어. 너넨 그년 거처 부근에 잠복해 있다가 손을 써라. 내 수시로 드론으로 그년 행동거지를 발견하는 족족 알려줄게.”    “알았소. 형님, 그년 목을 쳐오지 않고선 다시 형님 앞에 가지 않겠소.”    그런데 꺽다리는 근심되는게 있었다.    “잠간, 형님, 저승사자를 해치우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거 날아다니는 금발미녀가 사달이란 말이오. 전번에도 경찰보다 그 금발미녀가 날아와 덤비는 바람에 실수 했소. 이번에도 그 놈 금발미녀가 나타나면 큰일인데.”    류문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도 AI첨단과학기술로 제작된 미녀로봇 앞에서는 용빼는 수 없었다. 그제야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수하들 앞에서 무기력한 감을 보이지 말아야 했다.     “근심하지 말라. 내 드론으로 사격하면서 저격할게.”     “안되오. 뚱뚱보 말이 전번에도 권총으로 쐈든데도 가슴에서 불꽃이 튕길뿐 끄떡도 하지 않더라오.”     “근심말라니깐. 당장 거사를 개시하라.”    류문도는 핸드폰을 거두고 애비를 마주 보며 물었다.    “아빠, 금방 왜 상을 그렇게 찡그렸소이까? 뭐 타당하지 않은게 있소?”    류덕재는 와까풀 빈대눈으로 류문도 형제를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류기가 병원의 종호와 성호 소식을 전했다는 말은 어째 하니? 만약 호랑이나 뚱뚱보 경찰에 체포돼 류기가 불면 어쩌니?”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대수롭잖게 여겼다.    “아빠처럼 이것 저것 다 의심하다나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꺽다리와 뚱뚱보 그리고 애꾸눈은 손가락을 베고 혈주를 마시면서 맥은 결의형제입니다. 그 애들도 믿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누굴 믿겠습니까?”    류덕재는 류문도를 손삿대질하면서 핀잔했다.    “뭐나 여지를 둬 랑패없어. 아무리 믿는 형제라도 절대 제3자 말을 하지 말아야 해. 뭐나 단선련계를 해야 해. 지금 무슨 세월이라고   그래? 수사일군들이 혈안이 돼서 우리 꼬리를 밟으려고 미쳐 날뛰는데. 내 말 명심하지 않으면 이제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    류문비가 다행히 머리를 끄덕이면서 애비 말에 동감하였다.    “형님, 아버지 말이 옳소. 뭐나 여지를 둬서 랑패없소.”    류덕재는 용기를 내 한마디 더 했다.    “또 한가지 있다. 내 그 놈들을 죽이지 말고 뒤통수를 쳐서 다신 정신만 차리지 못하게 하라고 했는데. 어째 죽이라고 했니? 너넨 절대 살인죄를 지지 말라는데. 참.”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참 답답합니다. 그렇게 긴급한 관두에 애들이 어떻게 쇠파프로 치면 딱 죽지도 않고 정신만 잃게 친단 말입니까? 꺽다리새끼, 별장까지 줬는데도 돈을 탐내 핸드빽부터 채간게 문제입니다. 그 새면 종호새끼를 얼마든지 처단했겠는데 말입니다. 개놈새끼,” 류덕재는 손사래를 쳤다.    “나쁜 일이 좋을 일로 될 수도 있어.”    류문도 형제는 의아해 애비 길쭉한 말대가리상을 쳐다보았다.    “꺽다리가 돈묶음이 든 핸드빽을 채갔기에 수사일군들은 깡패들의 단순한 돈강탈사건으로 오판할 수도 있어. 그럼 우리 보복상해사건을  의심하지 않을 수도 있잖어? ㅋㅋㅋ.”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덕재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류덕재는 버릇처럼 자식들 앞에서도 전화받지 않고 교활한 눈길로 처자들을 살피면서 도적고양이처럼 화장실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갔다.    그때 부엌에서 보모와 함께 점심 밥을 하던 리문곤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리문곤은 두 아들을 불러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고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애비를 따라 작작 나쁜 짓을 하고 제 노릇이나 해라. 너네 애빈 숱한 애인들을 해서 숱한 사생아를 낳았다. 왕춘영 처장네 둘째아들도 너네 애비 사생아란다.”    류문도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래 유전자감정을 했답데?”    “그래. 전번에 왕처장 전화 내 다 들었다. 친자유전자감정 결과 왕처장네 둘째 한문빈은 너네 애비 친아들이라더라.”    류문비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문곤은 침실 바깥 동정을 살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왕처장은 제새끼한테 너네 할아버지 산소의 황금을 몽땅 줘야 한다고 떼를 쓰더라. 오늘 또 전화 왔잖았니? 전번에도 네 애비하고 검찰원 창고에 차압된 그 황금금고를 골동품금고와 바꿔치기 해서 꺼내 가질 꿍꿍이를 꾸미더라. 뭐? 금고 열쇠를 달라더라. 문도야, 절대 열쇠를 그 년한테 주지 말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뜻밖에 몽둥이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머리 뗑해났다. 그들은 맥없이 침대에 풀썩, 풀썩 물앉아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리문곤은 두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고 신신당부했다.    “할어버지 산소에 묻어둔 건 너네 형제 거야.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른 법이야. 머절싸하게 너네 형제 재산을 왕처장네 사생아한테 주겠느냐? 이젠 애비 따라 사람을 잡는 일을 작작 하고 자기 재산이나 잘 챙겨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낄로 화장실 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아직도 우리 형제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오?  까딱 말고 어떻게 하는가 보오.”    한편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대머리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왕춘영의 전화를 받았다.    “령감태기, 어서 금고 열쇠를 내놓지 못하겠소? 빨리 손 쓰지 않으면 검찰원에서 그 황금금고를 국고에 걷어넣는단 말이오. 미리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준비하란 말이오. 내 적당한 때 전화하면 류문도 형제를 시켜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실어오란 말이오. 골동품금고와 황금넣은 금고를 바꿔치기 해서 실어내가잔 말이오. 필요하면 문빈이도 거들게 할게.”     “검찰원 창고를 경찰들이 지키겠는데 어떻게 실어내오느냐?”     “근심말라구. 류려평 애비 관작을 실어내가는 차에 미리 황금 금고를 실어뒀다가 실어내가면 돼.”    류덕재는 왕춘영의 뜻밖의 묘수에 그녀를 너무 나약한 녀자로만 본 착각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왕처장, 참 묘수구만. 좋긴 류려평네 금고도 실어내오면 좋겠는데. “    “걷어치우오. 류려평 애비 관작만 내가도 괜찮은줄 아오. 류려평 금고를 국고에 바쳐야 당신 죄를 덮어감추고 금고도 빼내오지.”    (더라운 년, 수사성과를 내 바라오르고 금고도 챙길 작정이구나. 저년, 저게 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년이구나.)    류덕재는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였다.     “열쇠는 류문도한테 줬는데. 금고를 실어내오기만 하면 그때 금고 열쇠를 꼭 찾아줄게. 금고를 실어내오면 문빈 몫으로 얼마간 줄게. 아들이 셋이나 되니깐. 3분의 1을 주면 되겠지.”     “되구 말구. 문빈도 당신과 내 열렬한 사랑의 기념품 아닌가요? ㅎㅎㅎ. 절대 실언하지 마오. 당신 여비서 애인 숱한게 이제 사생아 몇이 나오겠는지 누가 아오? 미리 말해두지만. 사생아 숱해 뛰어나와도 그때 또 문빈한테 준 황금을 내놓으란 소린 꺼내지도 마오. 그땐 당신 죽고 내 죽어. 알만해?”     류덕재는 장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였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류문비는 형의 분부대로 바깥으로 나가 연신 드론 두개를 띠웠다.     류문도 형제는 드론을 조종해 최혜영네 아파트를 면밀히 감시했다. 그들은 먼저 류씨 집 안의 걸림돌부터 제거한 후 왕처장과 황금금고 분쟁을 해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는 남호공원 드넓은 호수가 떴다. 그 북쪽에 30여 층이나 되는 경흥아파트가 나타났다. 류문도가 핸드폰을 꺼내 나직이 물었다.     “꺽다리야. 지금 어디냐?”     “경흥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드론으로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그년이 금방 집에서 나갔어.”     “아파트 바깥에 보이지 않는데.”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갈 수도 있어. 빨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꺽다리는 대화기로 호통쳤다.    “차 두대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한대는 지하주차장으로!”    불호령이 떨어지게 바쁘게 차 한대가 지하주차장으로 씽 달려내려갔다.    “그년 차번호를 아오?”    “검정색 벤츠, A1959.”    “알았소.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오르기 전에 없애치우겠소.”    “아니야. 지하주차장에서 손을 쓰면 보복살인 꼬리 드러날 수도 있어. 그년의 차를 추적해 꽝 쳐 놧! 교통사고를 낸 담 그 년을 병원에 호송하는 척하면서 재차 손을 써라.”    류덕재는 엄지를 척 내둘렀다.    “이제야 머리를 잘 쓰는군. 허허허.”    그는 맏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길쭉한 말대가리상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었다.    한편 지금 이 시각에 최혜영은 신변에 위험이 덮쳐가는 줄 하나도 모르고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종호와 성호가 깡패들한테 기습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하러 떠났다.    (종호는 전번에 내 준 돈까지 다 털렸다는데. 치료비용이 없어 어쩌겠는가?)    최혜영은 이번에도 돈을 찾아가지고 병문안을 하려고 벤츠에 올라 벨트를 맸다.    그때 맞은 편에서 도요다찌프 한대가 주차장 출구로 쏜살같이 달려들어왔다. 좀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녀는 별로 개이치 않고 차를 몰고 출구로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런데 달려들어오던 차가 아츠란 스토프소리를 내면서 차머리를 홱 돌려 뒤꽁무니를 따라서는 것이었다.     그제야 최혜영은 이상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바깥에는 드론이 왱왱 떠돌아다녔다. 딱 아침부터 자기 아파트 유리창문 바깥에서 날아다니던 드론 같아 보였다.     그러나 아파트 주변에는 낯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최혜영은 차를 몰고 아파트를 벗어나자 곧장 저금소를 바라고 쏜살같이 달렸다.     “형님, 저년이 병원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소.”     “드론으로 다 보고 있다. 잠시 손을 쓰지 말고 기다려라.”     “형님, 저년이 저금소 앞에서 차를 세웠소.”    “잘 됐어. 그년이 돈을 찾아내오면 돈강탈사건으로 위장해.)    아니나 다를가. 최혜영은 은행 저금소 앞에 차를 세우더니 자지색핸드빽을 들고 저금소에 들어갔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그 년이 저금소에서 나오면 추격해 차로 들이받아라!”    “근심마오. 아우 해치우는 거 기다리오.”    이윽고 최혜영이 저금소에서 불룩한 핸드빽을 들고 나왔다. 그녀는 주위를 두루 둘러보더니 차를 몰고 쏜살같이 달렸다. 그녀는 드론이 하늘에서 뒤따르고 있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하늘과 차 뒤에서 위험이 들이닥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십자길에서 오른 쪽으로 굽인돌이를 돌 때였다.    “꽝!”    갑자기 꺼먼 도요다차 한대가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최혜영의 벤츠는 십자길에서 옥창이 된 채 몇바퀴 뒹굴며 쭉 미끌어져 나갔다. 충돌을 낸 뒤 차도 앞대가리 옥창이 돼 멈춰섰다. 순간 파손된 차 앞대가리에서 시꺼먼 연기 피여올랐다. 뒤이어 씨뻘건 불길이 타올랐다.    꺽다리가 손을 홱 휘젓자 복면한 깡패들은 차에서 뛰어내려 번져진 차에 달려갔다. 그 놈들은 옥창이 다 된 차 문을 열었다. 최혜영은 머리가 피투성이 된 채 핸들을 붙잡고 까무러쳤다. 생사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깡패들은 최혜영의 옆 조수석에서 피범벅이 된 핸드빽을 훌 채가지고 줄행랑을 놓았다.     꺽다리는 뒤에서 따라달려오다가 멀찍이 차에서 내려 숱한 구경들 속을 헤치고 흘끔거렸다. 최혜영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혜영은 까딱하지 않고 피투성이 된 머리를 핸들에 푹 파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까만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는 살기 찬 낯빤대기에 징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코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험상궂게 랭소했다.    (잘코사니야. 저승사자 암살 대성공!)    그때 요란한 경적소리 울렸다. 교통경찰들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뒤이어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 앞뒤에 세우고 벤츠차 한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벤츠차는 불타고 있는 사고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섰다.    경찰들이 다가가 벤츠차 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00001호!    (아니, 시 1호 차 아닌가!)    벤츠에서 훤칠한 번대머리가 내렸다.    교통경찰들은 번대머리를 따라 차에서 내린 비서인듯한 자와 물었다.    "저 분은 누구요?"    비서는 그것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새로 온 시당위 최서기요."    교통경찰은 혀를 홀랑 내밀며 뒤로 물러서더니 번대머리한테 군례를 척 붙였다.     수행인원들과 경찰들이 번대머리를 옹위해 사고 차량에 다가갔다.    대머리는 우멍눈으로 사고차량 운전석에 다가가 들여다보더니 뒤에 대고 손을 홱 저었다.   "뭣들 하는가?! 빨리 운전자를 구하지 못하고?!"   못 박힌듯 서 있던 경찰들은 그제야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번대머리는 경찰들을 지휘해 옥창이 된 차문을 절단기로 절단했다. 번대머리는 손수 피투성이 된 최혜영을 운전석에서 안아냈다.    그는 우멍눈으로 여운전수를 살피더니 고함쳤다.    "아니, 최국장 아닙니까? 최국장, 정신 차리십시오. 군철이 한발 늦었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손을 최혜영의 코구멍에 대보았다.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빨리 120을 부르십시오!”    뒤이어 120구급호송차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쏜살같이 달려왔다. 경찰들은 최혜영을 구급호송차에 실어 병원에 호송했다.       한편 최군철 서기는 핸드폰을 들더니 고래고래 고함쳤다.   "박국장, 백주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최혜영 국장이  차에  치웠습니다."   이윽고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박동묵 국장이 쏜살같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최군철 서기는 박국장을 보고 지시했다.   "당장 사고도주자를 수색해내십시오."    "예, 당장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박국장은 옥창이 된 두대의 차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싯허연 대낮에 대형교통사고를 냈구만."   최군철 서기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단순히 교통사고 같잖습니다. 피해자는 검찰원 정의용사 최혜영 국장입니다. 여기 교통경찰들의 반영에 의하면, 강도들은 사고를 친 후 돈까지 강탈했답니다. 꼭 범죄자들을 나포하십시오."   최서기는 지시를 마치자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최혜영 국장, 꼭 아무 일도 없어야겠는데.)   그는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시 반부패투쟁엔 최국장과 같은 정의용사들이 수요됩니다.)    박동묵 국장은 당장 형사경찰들과 교통경찰들을 지휘해  사고현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들은 구경군들한테서 차사고  상황과 사과량 운전자 용모 등을 일일이 조사했다. 경찰들이 교통사고를 낸 뒤차에 다가가 보고 깜짝 놀랐다.    차 패쪽도 없는 黑车가 아니겠는가.    경찰들은 삽자길의 몇개 몰카에 촬영된 차 충돌사고 당시 동영상과 도주한 차량 운전자와 동석자들의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경경찰들이 사고차량 운전수를 찾았을 때에는 꺽다리네가 사건현지에서 도적고양이처럼 유유히 사라져버린 뒤였다
550    대하소설 황혼 제5권(92)늙은 너구리의 마수 김장혁 댓글:  조회:120  추천:0  2025-01-02
    대하소설 제5권          김장혁       92. 늙은 너구리의 마수      류덕재는 한창 갈산 수림 속 칼산별장에서 류문도 형제와 암암리에  음모궤계를 꾸미고 있었다.    칼산은 시퍼런 큰 칼을 세로 눕혀 놓은 듯이 깎아지른 절벽이 뻗치고 서 있다고 사람들은 그 산을 칼산이라고 불렀다. 칼산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십여길 되는 바람벽 같은 절벽 밑에는 몇십년 전 “문화대혁명” 시기 군부대에서 파놓은군용동굴까지 있었다. 그 군용동굴은 길이만 해도 몇킬로메터나 되였고 동굴 안에는 샘물도 퐁퐁 솟아올랐다. 류덕재는  유사시에 그 군용동굴로 피신했다가 다른 산 밑으로 빠져나가 도망칠 궁리도 미리해 놓았다.    이렇다. 도적놈은 항상 발편잠을 자지 못하는 법이다. 사회에 알리지 못할 숱한 죄를 지은 류덕재는 여기 저기 여러 별장을 옮겨다니면서 항상 공포에 시달리면서 밤잠도 온전히 자지 못하고 밤낮 자기를 고발한  종호와 최혜영 등 원수들을 보복할 꿍꿍이를 꾸몄다. 그는 미리 어디로 도망칠 궁리를 해 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토끼도 굴이 세개 있다고 류덕재는 부정축재로 여기저 기 별장도 많이 얻어가졌다. 그는 꼬리를 밟힐가바 공짜로 얻어가진 별장은 아예 자기 이름으로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도 않았다.    종호가 수사기관에 류려평의 부정축재한 아파트와 무덤의 황금금고를 신고하는 바람에 요즘 세상은 급변하고 있었다. 뒤숭숭해진   류덕재는 공원별장은  키꺽다리 호랑이한테 주었고 망아산별장은 려향한테 줘버렸다. 또 다른데 있는 별장은 뚱뚱보한테 줘버렸다.     그는 위기를 맞을수록 별장이랑 황금덩이랑 돈이랑 수하 깡패들한테 훌훌 줘서 인심을 내는 한편 죄책의 부담을 줄이고 꼬리를 잘라버리려고 잔꾀를 부렸다.    별장까지 얻어가진 깡패 소두목들인 호랑이나 뚱뚱보 등은 류덕재 부자가 마수를 휘두르기만 하면 하느님의 명령처럼 죽을둥 살둥 모르고 총칼을 휘두르면서 미친듯이 박지르고 나갔다.     이날도 류덕재는 칼산별장 객실 대형유리창문 쏘파에 앉아 이른  아침부터 칼산 절벽을 내다보면서 짝통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로 막후조종하기 시작했다.    “얘, 류기야, 대대장을 하더니 퍽 바쁜 모양이구나. 요즘 전화 한통도 없구나. 응? 난 하나 밖에 없는 여조카 덕분에 지금까지 무탈하다.”    녀편네 리문곤과 아들 류문도 형제가 객실로 들어왔다.   류덕재는 처자들을 흘끔 곁눈질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가 나직이 물었다. 그는 말이 새나갈가 봐 심지어 자기 아들 앞에서도 다른 요긴한 사람들과 전화질을 삼가했다. 그는 소심성이 강한 습관이 있었다.    “인사말을 그만하고 한가지 묻자. 어째 너네 아빠 여러날 째 아무런 기별도 없니? 어제 종호랑 병원에 입원했다더니 어떤 정황인가 알아보자니 전화도 안받더라.”    류기는 사무실인지라 여러 말을 하기 힘들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대대장 사무실 화장실로 들어가 나직이 말했다.    “큰아버지, 아빠 말을 하기도 창피합니다.”   류덕재는 벌떡 일어나면서 외까풀눈이 데꾼해 물었다.    “어째, 무슨 일이 있니?”    류기는 쌍까풀눈을 찔끔하면서 능청을 떨었다.    “아빠가 글쎄 어제 밤에 술을 잔뜩 처마시고 마사지방에 가서 아가씨를 놀다가 경찰들한테 덜미를 잡혀 갇혔답니다. 그래서 아마 큰 아버지 전화도 못 받은 거 같습니다.”    “뭐라고? 난 또 무슨 죽을 죄나 졌는가 했지? 아빠 병원에선 아무 일도 없었지?”   류기는 음험한 류덕재가 아빠한테 살인을 교사하고서도 아닌 보살을 떠는 것이 너무나도 가소롭고 가증스러웠다.   (늙은 너구리 같은게. 진짜 나무 잎으로 제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판이구나.)   류기도 웃으면서 연기를 놀았다.   “큰아버지, 아빠는 병원에 아무런 일도 없었답디다.”   류덕재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런걸 난 또 동생이 혹시 병원에서 깡패들한테 잘못 됐는가 했지. 참, 어제 병원에서 난시 난 걸 알지?” 류기는 어이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압니다. 깡패들도 너무 합니다. 백주에 병원에 뛰어들어 총칼을 휘둘렀다니? 숱한 깡패들이 글쎄 날아다니는  AI금발미녀한테 혼났다더군요. 혹시 큰아버지가 깡패들을 시켜 병원을 습격한게 아닙니까?”    류덕재는 여조카라도 여지를 두었다.    “난 어제 일을 하나도 모른다.”    류기는 속으로 욕하면서 피씩 코웃음쳤다.    (교활한 늙은 너구리!)    류덕재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얘, 딴말 말고 어서 너네 아빠 어느 파출소에 갇혔는지 빨리 빼내오라. 일손이 모자라서 고양이 발도 빌어쓸 지경인데. 참.”   류기는 맥빠진 소리를 쳤다.    “창피해서. 어떻게 내 아버지라고 하겠습니까? 다른 죄도 아니고 아가씨하고 바람 피운 표창죄 돼서. 참.”    류덕재는 버럭 고함쳤다.    “얘, 그것도 말이라고 하니? 네 고 손바닥만한 낯이 중해? 애비 중해? 당장 아빠를 빼내라. 네 안 빼내오면 내 손을 쓰겠어.”    류기는 뒤가 웬간히 쫄려들었다.    (저 늙은 너구리 진짜 아빠 여기 구류소에 갇힌 걸 알면 어쩌지? 아빠를 빼내서 또 무슨 악독한 짓을 시키자고?)    류기는 도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먼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다.    “큰아버지, 근심하지 마십시오. 내 어련히 아빠를 구하지 않으리?”    “그래, 어떻게 하나 빨리 빼내라. 지금 사태가 급변하는데… 저승사자랑 널 찾데?”    류기는 한심해났다.    “큰아빠, 다 퇴직한 국장, 아니, 로파 고문이 날 찾아 뭐 한답니까? 난 그러루한 페허소들을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잠간, 큰아버지, 후에 다시 련락드리죠. 공안국에서 긴급회의를 한답니다. 가 봐야겠습니다.”    “알았다. 무슨 회의를 하는지 무슨 위험한 동태 있으면 인차 알려달라.”    “네. 아차, 시당위에 새 서기 왔답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는지 주의하세요.”    류덕재가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는데 류기는 핸드폰을 끄지 않았겠는가.    류덕재는 도리머리질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아직도 류기를 믿고 있었다. 특히 어제 류려평더러 애비 산소에 가게 구류소에서 림시로 내놓은 걸 보아 류기는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어제 밤 늦은 시각에 류기가 다시 류려평을 구류소에 가둔 것도 리해됐다.    또 핸드폰 벨이 자지럽게 울렸다.    류덕재가 피뜩 보니 왕춘영한테서 온 전화가 아닌가?    (그래잖아도 이년을 찾자고 했는데. 잘 됐어.)    그는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핸드폰을 켰다.    “무슨 일이야?”    왕처장은 능청을 떨었다.    “류덕재, 여기저기서 터지는 판에 아직도 여유작작하구만. 무슨 전화를 그리 오래 하는가?”    “왕춘영, 며칠 새 보지 않았더니 너 많이 컸구나. 무슨 말본새냐? 거만하게스리. ㅉㅉㅉ.”    왕춘영도 음성을 높였다.    “류덕재, 지금 누굴 보고 그런 지껄인가? 어제 당신네 조상들의 산소 깡패들한테 도굴당한 것도 몰라?”    그제야 류덕재는 제꺽 말귀를 알아차렸다. 왕춘영은 지금 자기네 부자가 깡패들을 시켜 산소의 금고를 파낸 일을 “깡패들이 도굴한” 것으로 위장해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 고명해. 어쩜 저렇게 기민하고 총명한 왕춘영을 이제야 발견했을까? 참 아까운 수사처장을 그저 썩게 할 번했어.)    류덕재도 잠에서 금방 깨난듯이 능청을 떨며 맞장구를 쳤다.    “뭐라고? 어제 그런 불상사도 다 벌어졌어? 난 금시초문인데. 이제 산소에 가 봐야겠다.”    그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핸드폰에 대고 지껄였다.    “왕처장? 어떤 놈들이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꼭 나포하오. 내 가만 놔두지 않겠소.”    왕춘영은 안경알을 춰 올리면서 말했다.    “아닌 보살을 작작 떠오. 어제 밤에 이 왕처장이 경찰들을 데리고 가서 깡패들을 몽땅 나포했소. 지금 당신 조상들의 산소에서 파낸 금고는 몽땅 우리 검찰원 창고에 있소. 허허허. 그리구 류려평 언니와 려향 조카를  누가 산소에 보내주고 놔줬는지 아는가? 류려평 언니와 려향은 그저 외할어버지 산소에 향 태우러 갔다가 깡패들한테 당한게지. 그래서 놔준 거야. 알만해? ”    류덕재한테는 새 소식도 아니었다. 그는 어제 밤에 실시간으로 무덤 주위에서 벌어진 사건을 알고 있었다. 황차 그들 부자가 직접 막후조종한 사건이 아닌가?    류덕재는 엄지를 내둘렀다.    “참 잘했네. 사랑하는 왕처장. 흐흐흐. 건데 류려평을 산소에 보낸 건 잘못이야. 꼬리를 밟힐 수도 있어. 류려평 애비 관짝을 압수해 뭘 해? 산소를 옮겨 면례게 관짝을 당장 내줘라.”    왕춘영은 또 지껄여댔다.    “당신은 근심걱정도 팔자군요. 이 왕처장이 어디 세살짜리 앤가 해? 그 관짝은 이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어. 당신, 어쩜 그 숱한 금고를 조상들의 산소에 파묻어뒀소?  건데 대부분 골동품이더구만.”    류덕재는 펄쩍 뛰였다.    “뭐라고? 혹시 네년이 지금 혹시 내 황금덩과 골동품을 바꿔치기 하고 있잖아?”    “ㅋㅋㅋ. 류덕재, 금고에게 확실히 황금덩이구만. 이제야 잘 알겠군. 골동품으로 바꿔내면 당신 죄 삭감되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 흥.”    류덕재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    (저년이 간사하게 속뽑이를 했군.)    왕춘영은 깔깔깔 웃더니 지껄였다.      “류덕재, 당신 평소에 날 젤 사랑하는여자라고 얼려놓고 지금 무슨 심본가? 여직껏 내한텐 거기에 그렇게 많은 황금덩이 있다는 걸 말하지도 않고…”   류덕재는 류문도를 힐끔 건너다보면서 변명 절반 위협 절반 했다.    “왕처장, 미안하오. 건 우리 집 조상들의 일이지. 나와는 하나도 상관없소.”    “부정축재를 치워두고서두 애비한테 덮어씌울 작정인가? 류서기는 생전에 얼마나 청렴한 지도자였다고? 참, 저런 불효자식을 만나 이번엔 쪽팔리게 됐구만. 에이, 참, ㅉㅉㅉ. 저런 불효자식 때문에 로인장이 구천에서도 눈 감지 못하게 됐구나.”    류덕재는 왕춘영한테 쪽자루를 쥐워 울컥 밸이 나도 꾹 참아야만 했다.    “친애하는 왕처장, 수고 많구만. 허나 명확히 하기오. 그 재물은 내나 완처장과는 상관없소. 왕처장도 내게서 적잖게 가지질 않았소? 그만 하면 됐지. 너무 욕심 쓰면 몸에 좋지 않을 거야.”    왕춘영은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올라 버럭 고함쳤다.    “지금 날 위협해? 주의해! 시당위에 젊고 패기 있는 새 서기 왔다오. 지금 검찰장이랑 다 시당위에 긴급회의 하러 갔수다. 당신 처처에서 주의하우. “    “새 서기 이름 뭐라더냐?”    “최군철.”    “오- 알만해. 최군철은 문화국 전임국장 최정호, 그 부패분자 사생아야. 최국장이 사촌처제 박영희와 살아서 바람을 써서 만든 사생아야.”    “아니, 그럼 그 유명한 무용배우 박영희하구 바람 피웠단 말인가요?”     “그래. 그 유명한 무용배우, 명모델 박형희는 최정호 국장의 처제자 애인이었어. 촌수 개판이야. 최서기는 그런 더러운 집안에서 낳은 사생아야. 불행한 사생아.”    류덕재는 왕처장이 코웃음치는 것도 모르고 계속 꺼리낌없이 뒷말을 이어나갔다.     “최서기 애비는 나와 의형제나 다름없어. 최국장도 나와 함께 한바지를 입고 춤을 춘 놈이야. 최서긴들 제 아무리 대단한들 애비 친구를 어쩐단 말인가?”    “최서기를 너무 믿진 마오. 당신은 이전에 항상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했잖았는가? 당신 최국장 말을 할 처진가? 검정개 돼지 흉 본다고나 해라.”    “뭐야?”    류덕재의 눈초리가 꼿꼿이 치켜올라갔다.    “당신 날 얼마나 짓밟았어? 지금 우리 집에 있는 둘째아들이 누구 앤지 알기나 하고 그래?”    “둘째 어째? 그때 내 그 애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어? 한문빈이던가?”     “그래. 똑똑히 기억하는구나. 한문빈은 딱 당신을 닮았어. 그 애 어디 한위풍 아들 같이 생겼어? 눈이랑 오까풀인게. 고까지 별장 몇개 주고 뭐 큰 걸 준 거 같아? 이번에 차압당한 황금 몽땅 문빈 몫으로 달라구."    왕춘영이 어찌나 고래고래 고함쳤는지 온 별장에서 다 들릴 지경이었다.     “뭐라고?”     류덕재는 쏘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째 아깝는가? 네 새끼한테 주는 것도 그렇게 아까워? 개놈새끼, 냅다 싸지르기만 하고. 그럼 네놈의 부정축재 장물로 국가에 바치던가? 네놈 죄나 커졌지. 별 수 있겠는가?”    리문곤도 그 소리를 듣고 또 빈정거렸다.     “사처에 씨를 뿌리던게. 잘한다, 잘해. 또 재산 나눠달라고 달려드는구나.”    류문도 형제도 깜짝 놀라면서 언짢은 눈길로 애비를 쳐다보았다.    류덕재는 처자들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 하더니 죄지은 도적고양이처럼  부랴부랴 재차 화장실에 들어갔다.    “금방 무슨 소리냐? 둘째가 내 아들 같다구? 허허허.”    왕처장이 울면서 고함쳤다.    “남은 속이 타 죽겠는데. 당신 지금 웃어?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둘째가 글쎄 내 나그네 한위풍의 친자 아니더란 말이야. 그럼 당신 아들이 아니고 뭐야?”    “무슨 소리야? 내 재산을 노려 그런 소리 하는게 아니지?”    “그것도 말이라고 해? 내 당신한테 얼마나 짓밟혔어? 난 당신 내놓고 군스나를 더 한 적도 없어”   류덕재는 변기에 풀러덩 물앉았다.    (이걸 어쩌나?)    색마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우리 류시 집 안 종자 또 하나 불어났구나. 허허허.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새 없다고? 아이고메. 늘그막에 또 부담 하나 더 생겼구나.)    왕춘영은 위협조로 소리 질렀다.    “빨리 친자유전자감정을 하자.”    “알았다, 알았어. 기왕 이렇게 됐으니 내 자식이면 진짜 잘해 줄게. 한문빈이 내 친자식이 아니라도 내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할 거야. 애들 이름도 봐라, 류문도, 류문비, 류문빈 ㅎㅎㅎ. 문자 돌림이잖아?”    “당신 진작 제 아들이 될 거 알고 제 아들들 ‘문’자 돌림을 넣어 문빈이라고 지었어? 량심짝도 없는 놈…”    “이만 끊자. 내 지금 바쁘다. 후에 다시 보자.”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나와 삼검불 같은 머리를 가다듬어 류문도 형제와 마주 앉았다.    음흉한 류덕재 마수가 뻗히면 그 누구든지 해를 입고야 말았다.    “종호와 성호는 그쯤 해 놓고 ‘저승사자’부터 처치해야 해. ”    류덕재는 최혜영이 눈에 든 가시 같아 언제부터 해치려고 이를 쁙쁙  갈아왔다.     류문도 형제는 눈섭을 치켜떴다.     “ ‘저승사자’라니오? 누굽니까?”    류덕재는 미리 준비한 사진 몇장을 핸드빽에서 꺼내 탁자에 메쳤다.    “이년이야. 최혜영은 우리 사건 수사담당검사야. 이번에도 이년 아니면 우린 이런 처지로 안돼."    늙은 너구리는 이를 악물고 씨벌였다.    "이년은 최서기 애비와 아주 가끈한 사이야. 원래는 검사와 죄인 사이였는데 최서기 애비가 남태평양 무인도에서 목숨 걸고 이년을 구해준 후에는 환난지우로 됐어. 이년은 최서기 애비 옥바라지도 도맡아 하고 있어. 이제 새로 온 최서기가 그 ‘저승사자’년을 찾는 날엔 우린 끝장이야.”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죽어야 할 년이군.”    그들 삼부자는 차탁에 마주 앉아 최혜영을 해칠 음흉한 음모를 꾸미었다.    류덕재는 독사 혀를 날름거리면서 아들들한테 깡패를 시켜 이리이리 하라고 막후조종을 해댔다.    류덕재 삼부자는 시당위에 새 서기 왔다는데도 개의치 않고 계속 악독한 보복사건을 저질렀다. 보이지 않는 살벌한 공포가 칼산별장으로부터 불않나 시가지로 또 다시 덮쳐갔다.     음흉한 늙은 너구리 마수가 뻗치는 곳에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지 누구도 모른다...         저자  주:         여러분,  여직껏 저의 다섯번째 대하소설 "황혼"을 감상하고 영렬한 성원의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하소설 "황혼" 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 해에도 뒷이야기를 기다려 주십시오.                                                                                                                                  2025. 1. 2.                
549    창작담 대하소설 "황혼" 창작후기 김장혁 댓글:  조회:451  추천:0  2024-12-31
        창작담                장편소설 "황혼" 창작후기                      김장혁        나는 왜 대하소설 “황혼”을 썼는가?             나는 "소설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영원히 사랑에 대해 연구하고 사랑의 이야기를 보기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과 “졸혼”에서는 착중해 급변하는 새 시대 인간들의 사랑을 주선으로 복잡한 인간관계와 갈등 속에서 련애, 결혼과 비혼, 졸혼, 리혼의 희노애락을 곡절적인 이야기로 펼쳐보이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어쩐지 급변하는 우리 시대의 황혼기 사랑과 혼인, 가정의 복잡하고 급변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채 쓰지 못한 감이 들어 다시 필을 들어 대하소설 “졸혼”의 속편인 대하소설 “황혼”을 쓰기로 했다.     나는 다섯번째 대하소설 “황혼”에서는 인생 황혼기에 들어선 인물들의 사랑, 혼인, 가정의 이야기로 황혼기 사랑의 희노애락을 여러 측면으로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또한 대하소설 "황혼"을 통해 이 세상 인생황혼에 들어선 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싶었고 마음 속의 말을 하고 싶었으머, 인생황혼에 들어선 모든 분들을 대신해 이 세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작가는 아마 한이 있어야 글을 끈질기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안일한 일시 향수에 물젖어 물앉아 있는다면 그렇게 고독한 글감옥에 갇혀 뼈를 깎는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나는 룡정 한 중확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얼마나 글을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창작의 자유를 갈망했던가. 하지만 당시 현실은 내 리상과는 엄연히 달랐다. 학교에서는  교수연구만 해야 한다면서 자기 글을 쓰지 못하게 통제했다. 나는 그런 “정신감옥” 같은 데서 정신과 손발을 정신거미줄에 꽁꽁 묶인 채 그렇게 쓰고 싶은 글도 마음놓고 쓸 수 없었다. 또 날마다 담임교원에 교수까지 하면서 코흘리개들과 복잡한 일상을 보내고나면 머리가 뗑해나고 너무 복잡해 필을 들어도 한 줄의 글도 쓰기 힘들었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간혹 이불 하나 겨우 펼 수 있는 비좁은 셋집에서 밥상에 마주 앉아 복잡한 머리를 가다듬고 밤중까지 글을 써야 했다. 그때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글을 쓰면서 나는 가슴에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한 한이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창작자유를 박탈당했던 한을 풀려고 날마다 컴퓨터에 마주 앉아 소설을 쓰고 또 써나갔다.    나는 “소설 작가는 생활의 진실을 예술의 꽃으로 꽃피우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풍부한 생활경험에 근거하여 평상시에 적더두었던 소재 책을 펼치고 필을 들어 그 소재 가운에서 취사선택해 구상과 허구의 용광로에 넣어 생활의 진실을 예술의 진실로 승화시켜 대하소설 “황혼”을 한장절, 한권 창작해나갔다. 나는 일단 필을 들면 날마다 밤이고 낮이고 몰입해 소설을 쓰는 습관이 있다. 나는 항상 자기한테 이렇게 되뇌였다.    “룡정에서 교원질 할때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글을 썼는데 어째 누구도 내 글을 쓰는 자유를 속박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이 좋은 시대  훌륭한 창작환경에서 마음껏 글을 쓰지 않겠는가? 퇴직한 후 시간도 많은데 쓸데 없는 일에 허송세월하기 보다 어째 세상 백성들에게 예술작품을 선물하지 않겠는가? 내 필명처럼 백성들을 위해 소리를 내고  인민성을 가진 글을 써서 황혼기 인생가치를 실현하자. ”    나는 룡정 때 일을 회상하기도 실어한다. 그러나 룡정에서 맺힌 한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때 얻어맞은 상처자국을 매만지면서 작가의 위기감과 긴박감, 사명감을 안고 마음 속의 상처를 원동력으로 삼아 이를 악물고 한편, 또 한편의 글을 써왔다.    나는 커다란 소설창작의 쁠랙홀에 빠졌다고나 할가. 이젠 소설쓰기에 인이 박혔다고나 할가?   평상시에도 일상생활에서, 길을 가다가도 소설의 쁠랙홀의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수많은 소설 감 이야기와 만났다. 가을에 사과배 밭에 들어서서 숱한 발가우리한 사과배와 만난 기분이었다. 그 먹음직한 사과를 눈이 내리기 전에 따지 않기는 농사군으로서는 미안한 일이 아니겠는가. 소설가로서 소설감 이야기를 숱해 발견했는데 안일한 생활에 푹 빠져 소설을 쓰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 아닌가. 그때마다 나는 그 천금 같은 소재들을 책에 간단, 간단히 제강식으로 적어두었다가 허구와 상상을 통해 소설로 엮어나갔다.     프랑스 대작가 발자끄가 90여부나 되는 장편소설로 된  의 부동한 소설에서의 동일한 인물을 재현시킨 창작예술방법으로 당시 프랑스 사회 현실을 폭넓게 보여주었다. 나는 발자끄 대작가의 부동한 소설에서의 동일한 인물재현의 예술수법을 답습하여 대담히 과 대하소설 의 인물도 에 재등장해 계속 이야기를 끌고나가면서 성격변화를 보여주게 하는 방식으로 총 15권이나 되는 세 대하소설을 쭉 한데 련결해 대형 3부작 대하소설로 창작해냈다.     처음에 나는  “황혼”을 그저 단 한권의 장편소설로 쓰기로 마음먹고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권 22회까지 써서 조글로에 올려놓고서도 어쩐지 복잡다단한 우리 시대 사랑과 련애, 결혼과 비혼, 졸혼과 리혼 수많은 이야기를 채 쓰지 못한 감이 들었다.    그때 조글로 김삼 사장님이 위챗으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소설 은 몇회로 쓰겠습니까?”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 22회 써놨는데 온라인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몇회로 쓸가는 결정하겠습니다. 만약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한 60회 쯤 쓸 예산입니다.”    소설 은 조글로와 위챗에 올린 후 꽤나 온라인독자들의 인기를 끌었고 열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수많은 독자들은 댓글과 하트를 보냈다. 특히 제3권 제53회 “숫처녀의 정조”는 올린 며칠 사이에 조회수가 900여회도 넘겼다. 국내외 숱한 작가들과 사회 각 계층 지인들도 숱한 하트와 댓글로 대하소설 “황혼”에 성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고무된 나는 대담히 소설 을 총 5권으로 된 대하소설로 창장해냈다.     나는 결코 딱 발표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는다. 발표만을 념두에 둔다면, “이것도 안되오. 저것도 안되오”라는 식의 이런 저런 정신쇠사슬에 얽매여 소설을 써내려가기 힘들다. 어느 것이 지뢰인가, 발표될 수 있을가를 저울질하느라면 아무 글도 못 써낸다.    42년 전인 1982년 대학을 졸업하고 룡정중학교에 교편을 잡았던 시절에 나는 대장편 “울고 웃는 고향”을 쓰려고 창작제강까지 다 써놓았었다. 하지만 발표를 저울질하다나니20여년 동안 쓰다가도 말고 하면서 계속 써내려가지 못했다. 아까운 창착황금기에 청춘을 헛되히 흘러보내면서  50만자 밖에 못 쓰고 그만 두었댔다. 그리하여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32년 후인 2014년도에야 출판됐다. 80년대 초에 발표를 저울질하지 않고 계속 써내려갔더라면 얼마나 일찌기 그 대하소설이 볕을 보았겠는가! 나는 놓쳐버린 그 창작시간이 얼마나 아쉽고 후회되는지 모르겠다. 그 교훈이 지금도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때문에 나는 다시는 발표를 먼저 념두에 두고 글을 쓰는 페단을 반복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이 소설을 썼다.    일부 문우들은 나를 보고 대하소설 “졸혼”은 내용상, 예술상 전에 쓴 소설보다 괜찮은데 책으로 출판해라.”,  “책으로 내야 소설은 력사에 남을 수 있다.” 라고 권고했다. 또 일부 문우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종이책은  옛날 종이책이 아니잖는가. 지금은 온라인, 디지털 시대인데 굳이 숱한 돈을 팔면서 책을 낼 필요없어. 소설을 온라인에 올려라.”    나는 고민 끝에 온라인 디지털 시대에 소설을 책으로 찍어내기보다 온라인에 올리기로 했다. 이전에 14명이나 련쇄살인한 살인범 김춘일의 전국을 들썽한 피비린 이야기로 쓴 실화소설 “부르하통하 살인악마 유령”(간략본)을 책으로 1,000부를 인쇄했댔다. 그러나 눈보라 치는 겨울에 책을 안고 주내 각지로 달아다니면서 발행하느라고 애썼지만 겨우 몇백부 밖에 발행하지 못했다. 다행히 마음씨 후더운 연길시 최혜숙 의사(작가)와 할빈시 최영범 회장의 후원을 받았기에 출판비용은 겨우 마련했다. 하지만 애쓴 것만큼 영향력은 그리 크지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에 올리자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한국 각지 온라인독자들과 네티즌들이 이 실화소설을 보고 꽤나 열렬한 반응을 보였으며 조회수만 해도 5000여회나 되였다.    내가 소설 “황혼”을 쓰는 족족 조글로와 위쳇에 올리자 예상 밖으로  수많은 네티즌과 온라인독자들이 들어와 보았고 수많은 댓글도 달았다. 나는 독자들과의 대화와 교감 속에서 그들의 열렬한 반응을 보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날마다 소설창작에 몰입해 원래 3권으로 된 장편소설을 쓰려다가 저도 몰래 이젠 5권으로 된 대하소설로 창작해나갔다.    이전에 나는 “울고 웃는 고향”의 동산에도 올랐고 “진달래 소야곡”을 흥얼거리며 진달래가 만발하는 백두산에도 올랐다. 단풍이 빨갛게 든 선경 같은 금강산과 설악산에도 올라 끝없는 감회를 느끼기도 했다. 이번에는 태산에 오르는 마음을 먹고 신들메를 조이고 가파롭고 힘든 기나긴 등산길에 나섰다.    나는 몇해 전에 금강산에 올라 때 금강산 미녀가이드가 하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한시 급히 금강산 전모를 보려고 급급히 톺아오르는 나를 보고 금강산 미녀이드는  나를 말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에 오를 때면 마음가짐부터 옳바라야 산정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금강산에 오르려면 욕심부터 버려야 해요. 단숨에 급급히 금강산에 오르려고 해선 숨이 차고 몸이 지쳐서 다 올라가기 힘들어요. 금강산 경치를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천천히 올라가야 해요. 절대 급급히 올라가지 마세요." 그녀의 말은 아주 도리 있었고 일정한 등산철리도 내포돼 있었다. 금강산이나 태산에 오를 때 도리는 매한가지.  자꾸 머리를 들어 산의 절정을  쳐다봐서도 안된다. 산 꼭대기를 쳐다보면 심리부담만 생기고 아름차기나 했지 산에 오르는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 때문에 태산처럼 높은 산에 오를 때면 자기 앞의 층계만 내려다보면서 한층계, 한층계 부지런히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    나는 태산에 오르는 이런 마음가짐과 의력으로 다섯번째 대하소설 “황혼”을 이를 악물고 한 장절, 한장절 써냈다. 거의 날마다 소설창작에 몰입해 구상하고 집필하고 수개하다나니 곤하고 몸이 지쳐 코피를 몇번이나 흘렸는지 모른다. 의사는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몇번이고 권고했지만 나는 소설창작에 차질이 갈가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병원으로 왕복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올해 산 좋고 물 맑은 해변도시 진황도에서 열린 대학 동기들의 모임에도 가지 못했다. 또 룡정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내가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학생들이 동기모임을 하고 나를 청했지만 미안하게 참가하지 못했다.    나는 놀고 싶은 괴물이 꿈틀거릴 때마다 김재권선생님이 나를 보고 “놀 걸 다 놀고나면 언제 글을 쓰겠는가?”고 하던 말씀을 떠올리고는 계속 글감옥에 들어앉아 글을 써내려갔다.    대하소설 “황혼”을 쓸 때 나는 처음부터 장편소설을 쓸 엄두도 못냈다. 장편소설을 생각하면 쓰기 너무 아름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산에 오를 때 태산 절정을 바라보지 않고 한층계, 한층계 부지런히 오르듯이 한 장절, 한장절 참답게 써나갔다.    등산객은 백두산에 오르고 보면 금강산에도 올라보고 싶고 한라산 절정에도 올라보고 싶으며 또 자연스레 태산에도 올라 산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흠상해 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퇴직한 후 "진달래 소야곡" 산정에도 올라 보았고 "졸혼"의 산봉오리에도 톺아 올라가 보았다. 이번에 나는 또 쉬임없이 글을 쓰면서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황혼"의 산정에도 소리없이 톺아 올랐다. 이로 하여 나는 내 인생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실현한 것 같고 퇴직한 후 작가의 인생을 보람차게 산 것 같아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             대하소설 "황혼"의 주인공들은 비극적인 인물       상해의 한 40대 초반의 조선족녀류시인 김모는 내 소설 “진달래 소야곡”과 “졸혼”을 읽은 후 나에게 이런 건의를 했다.     “소설에 어둡고 쓸쓸한 것만 쓰지 말고 좀 밝고 경쾌한 걸 쓰지 못하겠는가요?”     그러나 난 어쩐지 쓸쓸한 비극을 쓰기를 좋아하고 어두운 걸 폭로하기를 좋아했다. 이게 아마 내가 소설을 쓰는 스찔인 것 같다. 나는 독자들을 한번 웃고 끝나는 희극보다도 독자들을 아주 비참한 비극에 흡인하고야 마는 스찔이 있다. 때문에 나의 세번째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이나 네번째대하소설 “졸혼”이나 이번 다섯번째 대하소설 “황혼”의 주인공과 주요인물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개성적인 인물들로 부각된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하소설 “황혼”의 주인공 리종호는 바람둥이 악처를 만나 부모에게 효성도 온전히 하지 못했고 끝없는 부부불화를 겪었다. 그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딸 려향도 바람둥이 류려평이 그와 결혼하기 전에, 처녀 때 종친 오빠 류덕재와 바람을 피워 난 사생아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종호는 끝내 악처 류려평과 리혼하며 세상이 더럽다고 삶의 용기마저 잃고 몇번이고 자살하려고 한다.    종호는 악처 류려평과 리혼한 후 우연히 랭면집에서 만난 나영한테 사랑의 마음을 기댄다. 그는 냉면집 보스한테 처처에서 역경을 겪는 나영을 동정해 도와나선다. 또 나영의 아들 성림이 심장병과 코로나에 걸리자 자기 집마저 팔아 치료비를 마련한다. 그러나 종호는 나영이 탐오분자라는 걸 알게 되자 실망에 빠져 고민에 빠진다. 종호는 나영의 죄는 미워했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녀와의 애매한 연을 끊지 못하고 방황한다.    종호는 새로 부임된 최군철 시위 당위 서기한테 희망을 걸고 정의를 지켜 악처 류려평의 부정부패 죄악을 수사기관에 신고한다. 그 일로 해 류덕재, 류문도 부자를 우두머리로 한 깡패들에게 보복당해 칼고 쇠파이프를 맞고 생사선에서 헤매게 된다.    반면인물 류려평은 허위적인 악처, 바람둥이, 탐관의 전형형상으로 부각됐다. 류려평은 색마 류덕재와 처녀 때 바람을 피워 임신까지 한 사실을 속이고 종호와 부랴부랴 번개식 결혼을 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류덕재와의  사생아를 낳기까지 한다.   결혼 후에도 려향이 류덕재 애라는 걸 속이고 몇십년 동안 종호를 기편하고 계속 류덕재와 불정당한 관계를 벌린다. 진짜 허위적인 바람둥이 전형이다. 악처 류려평은 종호 엄마가 간암으로 앓아 사망하기 전까지 주사 한대도 놔주지 않으면서 불효를 저질렀을뿐만아니라 종호 엄마가 빨리 죽지 않는다고 저주까지 한다. 진짜  패덕한 악처 전형형상이다.    탐관 류려평은 류덕재와 미인계를 써서 불정당한 관계를 벌려 부행장직을 갈취하며 부행장 직권을 리용해 대부금을 내주는 기회에 거액의 부정축재를 하였고 아빠트 등 선물을 받아 챙긴다. 그는 죄가 두려워 한국에 도망쳐 종호를 염화칼리움으로 살해하려다가 인터폴에 나포돼 국내에 인도돼 20년 징역형에 언도받게 된 끝장을 보게 된다. 류려평은 경제시대 전형적인 녀탐관의 비극적인 형상이다.    그외에도 탐관, 색마 류덕재의 음흏한 반면인물 형상도 비극적으로 끝난다. 그는 조직부장, 은행 행장 직권을 빌어 숱한 부정축재를 긁어모으며 돈과 직권으로 왕춘영 등 숱한 녀직원을 여비서로 끌어들여 애인으로 삼아 기탄없이 추악한 성착취를 한다. 그는 지어 오누이처럼 지내던 종친 녀동생 류려평의 정조를 짓밟고 사생아까지 낳게 했다.    류덕재는 음험허기로 짝이 없는 비선실세 정형이다. 그는 자기 경제범죄를 덮어감추기 위해 류려평을 한국에 보내 남편 종호를 염화칼리움으로 안락사를 시키라고 뒤에서 추긴다. 류덕재는 평소에 제발시킨 관료들과의 인맥을 리용해 층층이 방파제를 구축하며 자기 사건 수사를 맡은 최혜영 고문과 리춘희 처장을 퇴직시키거나 전근시킨다. 또 깡패 두목 아들 류문도와 밀모해 자기 죄행을 적발하는 리종호를 모해하려고 황금덩이와 아파트를 주고 깡패를 고용해 치명타를 안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탐관 류덕재도 끝내는 법망과 비극적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끝장을 보게 된다.    이밖에 최혜영 국장, 나영도 모두 비극적인 인물로 부각됐다.    최혜영은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 “졸혼”, “황혼”에 관통하는 녀성 수사일군, 범죄자들한테는 “저승사자”로 불리운 녀성수사일군,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공정한 수사실군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최혜영은 “황혼”에서는 퇴직한 후에도 고문으로 등장한다. 최혜영은 류덕재와 류려평의 대부금 사건을 수사해나간다. 그러나 류덕재의 마수에 걸려 고문직과 수사권을 잃게 된다. 그녀는 머리 희슥희슥할 때까지 숱한 범죄자들을 사출해내  반부패 사업에서는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달래 소야곡”에서는 처녀 때 강도들한테 륜간당한 비극을 겪었다. “졸혼”에서는 탐관 정호를 나포하러 무인도에 갔다가 비행기추락사고로 무인도에 락하해 해적들한테 붙잡혀 륜간당한다. 다행히 정호와 AI미녀 아사꼬가 목숨 걸고 싸워서야 무인도 강도들의 마수에서 벗어나 정호를 압송해 귀국한다. “황혼”에서 최혜영은 머리 희슥희슥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로처녀로 늙어가는 비극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영은 대하소설 “졸혼”과 “황혼”에 관통해 등장하는 여탐관이다. 나영은 한편  혼인과 가정, 애정에서는 불쌍한 비극적인 녀성인물이다. “졸혼”에서 나영은 남자구실도 잘 못하는 신랑 철석을 만나 부부생활이 원할하지 못해 고통을 받는다.    나영은 문화국 국장이 자기를 전람관 부관장 겸 재회과장으로 제발시킨다는 미끼를 무는 바람에 정호한테 국장 사무실에서 몸을 맡긴다. 나영은 색마 변강쇠 최정호와 성생활에서 진짜 맛을 들여 정호한테서 떨어지지 못한다. 탐관 정호는 나영을 정신상 육체상 완전히 정복해버린다.    나영은 정호의 지시대로 대부금을 맡을 때 공금 5만원을 가져다 류려평 부행장과 류덕재 행장한테 가져다 준다. “졸혼”에서 정호는 나영을 법망에 걸렸다고 겁주면서 데리고 전국 각지롤 돌아다니고 일본과 한국까지 밀입국해 숨어 산다. 심지어 나영은 정호와 살아서 몇번이고 임신해 락태수술까지 하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나영은 정호를 따라다니면서 경찰들한테 추적당하면서 몇번이고 경찰들한테 나포된다. 그러나 나영은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가스관을 타고 층집에서 뛰여내려 도망친다.    대하소설 “황혼”에서 나영은 몇해 동안 정호를 따라다니면서 경찰들한테 추적당하면서 별의별 고생을 다  겪다가 끝내 인터폴에 나포돼 국내에 압송돼 10년 징역에 언도된다. 나영은 종호와의 순박하고 애틋한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감옥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극적인 인생을 흘러보낸다.    이밖에도 이 소설에서는 정의용사 리성호, 소시민적인 녀성, 교수네 귀공주 엄정희, 첫사랑의 쓴 맛을 다 본 박지영, 박춘영 그리고 류덕재한테 짓밟힐대로 짓밟히면서 색마의 애인으로 전락된 왕춘영 등 비극적인 형상도 부각하는데 무진 공을 들였다.     나이 들면 회억에 잠겨 산다는 말이 있다. 그리하여 나는 소설 “황혼”에서 인생의 황혼에 든 주인공 리종호와 반면인물 류려평의 회억을 통해 그들의 지나간 사랑, 혼인, 가정의 비극을 폭 넓고 깊게 파고 들어가 독자들에게 안겨주었다.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회억과 현시점 사건발전을 통한 인물형상 부각은 단조로운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된 사건으로 인물형상을 부각하는 것보다 좀 기복도 있고 박렸이 있지 않겠는가 해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다.    나는 소설 “황혼”에서 독자들에게 각종 인물들의 비극적 이야기와 비극적 형상을 생동하게 안겨주었다면 다행으로 여긴다.                               X    X   X      어떤 네티즌 독자들은 소설의 진실감 나는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 아닌가고 물었다. 물론 작가는 생활체험이 풍부해야 진실감이 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이야기는 결코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내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남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인 것처럼 소설은 예술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허구와 구상해 가지를 붙이고 잎을 달면서 써나간다고 생각한다. 소설창작은 결코 수필이나 수기처럼 내 진실한 이야기에 국한돼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사명은 결코 문학상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사명은 민족의 사명감과 의무감을 가슴에 안고 생활에 뿌리를 깊이 박고 풍부한  생활의 진실을 예술의 진실로 승화시켜 각골의 창작으로 끊임없이 예술의 꽃을 피워 문학예술작품을 창작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황혼에 파도 세찬 세월에 긴박감과 위기감을 동력으로 삼아 "민성"이란 필명 답게 백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백성들의 생활을 예술작품으로 쓰고 싶다. 여생에 백성들이  즐겨 읽는 인민성을 띤 문학예술작품을 하나라도 더 창작해 조선민족 독자들에게 풍부한 정신식량을 제공하면서 내 인생의 황혼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                                                                                            2024. 12. 31.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08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한 농민의 가정에서 아홉째 아들로 출생. 목동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조선어문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여러 작가님들 고무격려의 댓글:    저명한 문예평론가,  연변대학 김만석교수님의 댓글    장혁이, 창작담 잘보았어. 창작은 황소가 땀 흘리는 것과 같다고 프랑스 작가 르나르가 말했소.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작가라구.     그러나 르나르는 작가는 정신로동자라는 걸 말하지 못했소. 그리고 작가는 악전고투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말하지 않았소.     오늘 장혁의 창작담은 이모든 것을 자기의 실천으로 말했소.     고맙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붓대를 놓지 말자구!     저명한 아동소설가 정문준선생님 댓글    장백산ㅡ 금강산 ㅡ 한라산ㅡ 태산을 톺아 오르는 투사 정신으로 민중들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려 밝은 심령 속 혜안 눈 뜨게 해준 총 35권, 무려 1,000여 만자 넘친 탁월하고 줄기찬 장편대하소설 그 거창한 흐름 속에서 나는 금치 못한 경탄과 한가슴 벅차오른  경의를 김장혁 소설가님께 안겨 드립니다.      저명한 아동소설가 최길록선생님 댓글    김장혁(민성)  대하소설 창작과 기타 문학글 창작에서 끈질긴 노력과 불타는 열정과 알찬 성과에 감동입니다.     건강하세요.  건필하세요.     한중삼강포럼 중국측 대표 장경률선생님 댓글    *창작담*잘 보았어요!    근간에 거작들이 대량 출품되는것을 즐겨 보고 있어요!    존경하는 절친동창생 항상 고맙슈!    언젠가는 술잔 기울이면서 회포를 나눌 기회도 있겠죠ᆢ    그날을 기대하면서 화이팅 ᆢ    줄기차게요!!!    
548    대하소설 황혼 제5권(91) 무덤의 황금몽 김장혁 댓글:  조회:109  추천:0  2024-12-30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1. 무덤의 황금몽       대지에 불비를 뿌리던 태양아가씨도 무더위에 피곤한 하품을 하며 하루 일정을 마치고 너무 시끄러워 무덤에 불타는 얼굴을 마구 비벼댄다. 태양아가씨는 이그러져가는 얼굴로 망아산 소나무숲 속을 날아 지나가다가 푸르른 호수 물을 발견한다. 태양아가씨는 몸을 식이려고 부끄러움도 있고 거치장스런 빨간 옷을 활활  발가벗고 블타는  푸르는 호수 물에 퐁당 뛰어들었다. 태양아씨는 푸르른 물에 물장구를 치며 시원히 미역을 감는다.     호수물이 뻘건 파문을 일으키며 불타는 태양아가씨의 반쪽 얼굴에 물을 퍼치며 장난질한다. 시원한 호수 푸른 물이 태양아가씨의 이지러지는 반달 얼굴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다. 태양아가씨의 얼굴에서 하얀 물안개가  황혼의 락조 속에 서서히 피여오른다.    태양아씨는 호수물이 너무 얕아 몸을 제대로 불굴 수조차 없어 하늘로 재차 날아올라가 바다 쪽을 바라고 소나무숲을 헤염쳐 나갔다.    소나무숲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태양아가씨 얼굴에서 마지막 몇가닥의 금실이 먹장구름을 헤가르며 대지를 침질하며 날아온다.    소나무 이파리가 금실을 꿰어 황홀한 저녁노을에 한폭의 수채화를 수놓으며 아름다운 황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무정한 어둠은 황급히 태양아가씨의 얼굴을 감싸 안아 서산 너머에  파묻어버린다.    거대한 욕심쟁이 황금바라가 어둠의 장막을 거두면서 동녘 하늘을 누렇게 물들여간다. 태양아가씨가 사라지자 황금바라는 제가 이 세상 황제노라고 으시대며 세상에 떠오르기 바쁘게 랭랭한 얼굴에 간사한 외까풀눈으로 무덤을 서캐 훑듯이 핥아 본다. 황금바라는 먼 동산의 톱날을 핥으며 구름 속으로 서서히 솟아올라 몸을 감춘다. 황금바라는 커다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무덤의 비밀을 활활 파헤친다. 어둠 속의 황막한 산등성이에 누워 있는 무덤들 사이로 반디불인가, 귀신불(린불)인가 떠돌아다니며 공포를 몰아와 소름이 끼쳤다.     백양나무 꼭대기에서 무덤을 내려다보던 까마귀들이 놀라 까욱까욱 울면서 푸닥닥 푸닥닥 날아난다. 무덤을 도굴하던 쥐새기들이 깜짝 놀라 쪼로롱 쥐굴로 달려들어가 가슴을 할딱거리며 귀신이 울어대는 무덤을 내다본다.    이날은 음력 7월 15일이지만 무덤은 기괴할 정도로 공포에 찬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사실 지금은 대부분 토장보다도 화장을 해서 골회를 납골당에 보관시키기에 무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대부분 한족들은 강번이거나 십자길 어귀에서 조상을 그리면서 지전을 태우기에 이날 따라 류씨네 무덤 주위에 찾아온 다른 한족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 무덤 주위는 겉보기에 아주 평온하고 쥐 죽은듯이 조용해 보였다.     그러나 보이지 달빛어린 키넘는 강냉이 밭에서 정의의 총을 든 용사들이나 탐관들이나 모두 류씨네 무덤 주위 동태를 주목했다.    공안국 정보과에서 드론으로 실시간으로 류려평 애비의 무덤 정보를 공안국 박동묵 국장과 김호 부대대장한테 보냈다. 그 긴장한 시각, 류문도도 드론으로 무덤 주위를 살피면서 무덤에 파묻어둔 비밀을 파오려고 서둘렀다.    류덕재가 손사래쳤다.    “우린 산소로 가지 말자.”    류문도는 의아해 했다.    “어째 그럽니까? 자꾸 꾸물거리다가 다른 놈들이 다 파가면 뭘 먹고 살겠습니까?”    류덕재는 쏘파에 잔등을 기대면서 훤칠한 류문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놈, 내 뭐라더니? 뭐나 힘에만 의거하지 말고 머리를 좀 잘 써라. 별로 수사일군들이 무덤 주위를 주시하는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쩐지 오늘 왼쪽 눈까풀이 푸들푸들 뛰는게 불안하다. 불길한 징조 아닌지? ”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근심도 태산임다. 늙으면 다 아빠처럼 의심과 겁이 많아지는 모양이지. 오늘은 조상들의 산소에 지전을 태우고 향을 올리는 날이 아닙니까? 산소에 효성하러 가는 척 하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내 드론을 띄워 며칠동안 실시간으로 감시했는데 무덤 주위에 아무 동정도 없습디다. 빨리 가서 파옵시다.”    그러나 류문도는 길쭉한 말대가리상을 가로젓더니 엄지와 식지로 조개턱을 고이고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굴렸다.    “종호는 그리 간단한 놈이 아니야. 현대과학기술로 우릴 감시해왔잖았니? 류려평을 도청해 최혜영한테 신고한 거 봐라. 그놈이 전번에 제 애비 산소에 갔다가 우리 산소 주위에 몰카를 장치해 놨으면 어쩌니? 먼저 그것부터 제거하고 손을 써야 해. 그러잖으면 우린  풀섶을 쓰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랄까. 우리 손으로 무덤에 걸 파내 죄증을 공손히 드러내는 판국이 돼.”    그제야 류문도는 길쭉한 말대가리상을 끄덕였다.    그는 드론을 조종해 무덤 주위를 살폈다.    “아빠, 종호놈새끼 애비 무덤 비석과 무덤 뒤에 서 있는 백양나무랑 몽땅 없애치웁시다. 거기 밖에 몰카를 장치할 덴 없습니다.”    “당장 종호 애비 무덤을 활 파 없애버려라. 진짜 악연이야. 자초에 그 놈 애비 무덤 옆에 우리 조상 산소를 쓴게 잘 못이야.”    “옛! 알았습니다. 당장 무덤에 간 애들 보고 해치우라고 하겠습니다.”    류문도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잠간!”    “또 뭡니까?”    류덕재는 쏘파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거닐었다.    그는 주춤 멈춰서더니 류문도한테 홱 돌아서며 손삿대질했다.    “회마창(回马枪)! 성동격서하자. 먼저 병원 구급실에 재차 결사대를 보내 종호랑 돌연습격해라. 경찰들의 시선을 병원에 따돌린 다음 무덤을 파헤치자.”    류문도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 성동격서라? 참 고명합니다."    그는 애비한테 엄지를 척 내들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근심되는 일도 있었다.    "그 놈 금빌미녀 사달입니다. 이번에도 뜻밖에 어디서 날아다니는 금발미녀가 나타나 뚱뚱보랑 구급실을 기습하는 걸 막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답니다. ”    류덕재는 이를 악물고 고함쳤다.    "뚱뚱보를 보고 총으로 사격해 그 놈 금발미녀를 없애버리라고 해라."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총으로 사격했는데도 가슴에서 불꽃이 튕길뿐 썩어지지 않더랍니다."    "이번엔 드론으로 공격해라고 해라!"    "네. 시험해 보죠."    류문도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류뚱뚱보는 종호를 살해하지 못해 망아산별장에 돌아가 류문도를 볼 면목이 없어 고민에 빠졌댔다. 그러던 차 우두러미한테서재차 명이 떨어지자 이를 악물었다.    뚱뚱보는 나머지 깡패들을 돌아보면서 이빨을 쁙쁙 갈았다.    “가자! 병원으로 쳐들어가 고발쟁이를 죽여치우자! 그 길만이 우리 살아남는 길이야.”   그런데 뚱뚱보랑 병원 구급실에 쳐들어 갔을 땐 종호와 성호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들은 김호 부대대장의 아량있는 포치에 따라 진작 종호와 성호를 다른 병원 구급실에 전이시켰던 것이다.    “형님, 헛탕을 쳤소. 그놈 쥐새끼들이 구급실에서 깜쪽같이 꼬리를 뺐소.”    “온 병원을 다 들춰서라도 그놈들을 꼭 처치해라. 네놈들에겐 마지막 기회야. 알았어? 아니, 온 시내 다른 병원도 들춰. 경찰들이 지키는 병실엔  꼭 그놈새끼들이 있을 거야.”    뚱뚱보는 연신 대가리를 조아렸다.    “알았소. 형님, 꼭 그 놈들을 꼭 붙잡겠소.”    뚱뚱보는 헛탕을 치고 우두머리를 볼 면목도 없었다. 그는 수하 동려들한테 손을 홱 저었다.    “가자!”    깡패들은 우르르 쓸어 온 병원을 다 뒤집었다. 그런데 경찰도 종호도 하나도 없었다…    한편, 깡패들이 시내에서 살판치는 그 시각에 북망산 무덤들 사이에 귀신불이 왔다갔다 했다. 공포가 어슬렁어슬렁 무덤에 다가왔다.    갑자기 맞은 켠 산등성이에서 헤드라이트들이 어지럽게 이쪽을 비추면서 우르릉우르릉 요란하게 다가왔다.    불도젤과 굴착기, 트럭들이 성난 사자처럼 어둠을 헤가르면서 덮쳐왔다. 불도젤은 종호 부모 산소 비석을 까부시고 무덤을 마구 파헤쳤다. 불도젤은 또 무덤 뒤에 서고 있던 몇길 되는 백양나무를 마구 떠밀러 꺾어버렸다. 불도젤은 다 부서진 비석과 무덤의 흙까지 커다란 트럭에 푹푹 퍼담아 실었다. 몇몇 검은 그림자들이 뛰어나와 전기톱으로 백양나무를 토막토막 잘랐다. 불도젤은 백양나무 토막도 트럭에 실었다.     트럭은 무더운 밤도와 산 아래 골짜기로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놀란 까마귀들이 한밤중에 둥지를 잃고 깜짝 놀라 서럽게 까욱까욱 울며 후닥닥 날아났다.     비석과 백양나무 까마귀 둥지에 장치한 몰카가 제거되는 바람에 종호는 구급병실에서 더는 핸드폰으로 무덤 주위 동태를 살필 수 없어 속을 태웠다.     류문도는 득의양양해 애비를 보고 말했다.     “어서 무덤에 가서 황금금고를 파 옵시다.”    류덕재는 말대가리상을 절레절레 저었다.    “가만, 넌 가지 말라. 류려평과 려향이 이미 갔잖았니? 깡패들을 시켜 파오라고 하면 돼.”    류문도는 애비를 째려보았다.    “우리 건 우리 파 와야지. 남을 믿다가 한지에 방아를 걸겠습니다.”    류덕재는 류문도한테 손삿대질했다.    “이놈아, 뭐나 여지를 둬야 해. 만약 수사기관에 잡히면 어쩌니? 물러설 곳도 없잖니? 우린 여기 있다가 깡패들이 순조롭게 파오면 받아서 모아산 별장 부근 소나무숲 속에 파문더놓으면 돼. 만약 무덤을 파다가 깡패들이 공안국에 나포되면 깡패들이 우리 조상들의 산소를 도굴했다면 다야. 이걸 보고 도마뱀이 꼬리를 떼놓고 도망친다는 전술이야. 기동령활한 전략전술이야. 알만해?”    그제야 류문도는 알 것 같아 머리를 끄덕이며 엄지를 척 내둘렀다.    “도마뱀이 꼬리를 떼던지고 도망친다? 참 고명한 기동령활한 전술이구만!”    류문도는 비화폰으로 깡패들한테 명했다.    “빨리 려향네 조상 산소부터 파서 몽땅 실어오라!”    명이 떨어지게 바쁘게 불도젤이 류려평이 가리키는 산소에 다가갔다.    류려평은 려향과 함께 애비 무덤에 지전을 덮어주고 무덤 앞에 꿇어앉아 향을 꽂아 태웠다. 무덤에 향기가 그윽히 퍼졌다.    류려평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싹싹 빌었다.    “아버지,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널리 량해합소서. 오늘 살기 바빠 부득불 무덤을 파고 아버님과 이 딸의 전부 인생을 파 가야겠습니다. 조상들의 배신자, 종호놈새끼 부모 산소와의 악연을 피해 다른 명당에 잘 모시겠습니다. 널리 보살피고 후손들을 보우해 주옵소서.”    류려평이 말을 마치고 일어나면서 무덤을 향해 손을 홱 저었다. 불도젤이 우르릉 우르릉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쳤다.    김호 부대대장은 치안대대 몇몇 경찰들과 함께 무덤 부근 강냉이밭에 매복해 동정을 면밀히 살폈다. 그들은 드론을 날려 무덤 도굴 상황을 살피면서 손을 쓸 작전을 꾸몄다.    불도젤이 류려평 무덤을 다 파헤치고 관작을 파내 트럭에 실었다. 뒤이어 관 옆에 묻어둔 금고도 대여섯개를 파내 트럭에 싣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늘에 드론 둘이나 날아와 공안국에서 띠운 드론을 추격해 사격했다. 그때까지 김호는 나포명령을 내리지 않고 내심하게 기다렸다.    공안국의 드론은 현지에서 지혜롭게 떠나버리는 척 했다.    그때 뜻밖에 보름달이 환한 밤하늘에 자그마한 비행물이 날아와 무덤 위 상공을 높이 배회했다.    깡패들은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이상해 중얼거렸다.    “뭔가?”    “드론도 아닌데.”    판타지에서나 볼 광경이 벌어졌다. 글쎄 금발미녀가 짧은 치마를 팔락이면서 날아다니지 않겠는가.    깡패들은 좋은 구경거리 생겼다고 밤하늘을 쳐다보며 손가락질하면서 박장대소했다.    불도젤은 또다시 류려평과 려향을 따라 류덕재네 애비 무덤에 다가갔다.    류려평은 밤하늘에 이상한 미녀가 날아다니자 무덤에 뭐라고 빌지도 않고 황급히 손을 홱 저었다.    “빨리 무덤을 파라!”    굴착기가 무덤을 마구 파헤쳤다.    관짝은 보이지도 않고 맨 보험궤만 열대여섯개 드러났다. 류려평과 의아해 무덤을 들여다 보았다.    사실 류문도는 애비 유체를 이 무덤에 근본 묻지도 않고 다른 데 묻었던 것이다. 남들이 자기 애비 무덤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하게     아무런 비석도 세우지 않고 무덤도 평평하게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곳에 기실 더 많은 황금을 파묻어 놓았던 것이다. 교활한 류덕재는 아직 끝장 볼 때도 아니기에 아들들한테도 그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조조가 자기 산소를 발견하지 못하게 숱한 가짜 무덤을 만든 경험을 답습해 그리하였던 것이다.    류문도는 비화폰으로 명했다.    “빨리 도망쳣!”    불도젤은 금고를 몽땅 다른 두 트럭에 갈라 실었다.    땅!    쒹-    무더운 삼복철 밤하늘에 신호탄이 날아올라갔다.    “경찰이다!”    강냉이밭에서 숱한 경찰들이 성난 사자들처럼 권총을 뽑아들고 덮쳐나왔다.    깡패들은 일부는 자작총과 비수를 빼들고 경찰들과 맞서 싸우고 나머지 깡패들은 그 틈을 타서 트럭을 몰고 내뺐다.    관작과 금고를 가득 실은 세대의 트럭은 령길을 따라 털렁거리면서 산 중턱에까지 도망쳤을 때였다.     "서랏!"    갑자기 밤하늘을 째는 고함소리와 함께  금발미녀 아사꼬가 날아와 허리춤에 두 손을 지르고 서서 트럭 앞길을 턱 막아섰다.    깡패들은 아우성쳤다.    "또 저 금발미녀야!"    호랑이 대가리 탈을 쓴 꺽다리는 운전석에서 고함쳤다.    "막 깔고 지나갓!"    트럭은 금발미녀를 박차고 달아났다. 금발미녀 아사꼬는 트럭에 치워 령길 옆에 넘어졌다.    "어디로 도망쳐?!"    아사꼬는 고함치며 벌떡 일어나 훌쩍 몸을 날려 트럭을 향해 날아갔다.    저게 뭔가?    아사꼬가 글쎄 운전석에 씽 날아가 덮쳐들어  운전석 문을 와락 뜯어내 던진다. 그 가는 팔에서 무슨 힘이 생겼을까? 그녀는 운전하는 깡패 멱살을 쥐어 허망 차창 밖으로 내던진다. 깡패는 허공 바람개비처럼 날려가 령길 옆 강냉입밭에 곤두박혔다.    트럭은 턱 멈춰섰다.    꺽다리는 권총을 꺼내 아사꼬를 쏘았다.    푱! 푱!    아사꼬의 얼굴에서 뻘건 불티가 튕겼다.   그러나 아사꼬는 입귀로 조소를 흘리며 랭소했다.    아사꼬는 무쇠팔로 꺽다리 팔을 비틀어 권총을 빼앗아 그 놈의 대갈통을 겨눴다.   "꼼짝 말엇!"   "예, 예."   꺽다리는 두 손을 쳐들고 차 운전석에서 공손히 내렸다.    그때 김호 부대대장과 형사수사대대 대대장 등 경찰차들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경찰들은  트럭을 몰고 도망치던 깡패들을 옴   짝달싹 못하게 나포했다.    류려평은 무덤에 파묻었던 애비와 자기 인생의 전부- 황금몽이 물거품으로 된 것을 보고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여탐관은 절망에 빠져 눈 앞이 캄캄해났다.    김호는 이 시점에 녀탐관 류려평을 누가 석방했는가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는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호 부대대장과 형사수사대대 대대장, 경제수사대대 대대장은 경찰들을 령솔해 트럭을 압송해 귀로에 들어섰다.     땅!     쒹-     야무진 총소리가 밤하늘을 공포에 몰아넣으며 울렸다. 신호탄이 밤하늘을 헤가르면서 날아 올라갔다.     “모두 멈췃!”    “검찰이다!”    김호 등 경찰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박국장은 이번 행동은 시공안국 형사수사대와 치안대대, 경제대대가 협동작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호 부대대장은 경찰차에서 내려 마주 나가면서 물었다.    “우린 시공안국 경찰입니다. 당신들은 어느 소속입니까?”    경찰차에서 웬 안경쟁이 녀성경관이 내렸다.    김호가 여겨보니 생김새가 딱 마치 강청 같았다. 검사복을 입은 한 녀인이 안경을 벗어 닦으면서 경찰차에서 내렸다.    “난 지구검찰원 형사처 왕춘영 처장이오.”    그러자 경찰차에 압송되던 류려평이 일루의 희망을 품었다.    류려평은 경찰차 유리창문을 내리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왕춘영 처장! 이 억울한 류려평을 좀 구해주오. 부모 산소에 지전을 태우러 왔다가 이게 뭐요? 내 부모 면례하게 저 관작이나 내려주오."    그러나 왕춘영은 코웃음을 쳤다.    “닥쳣! 여탐관, 누구 안전이라고 허튼 소린가?”    그 랭랭한 소리에 류려평은 잠시 더 할 말을 못 찾았다.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구나.)    그러나 류려평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왕춘영, 내 은혜를 다 잊었는가? 내 왕처장을 류행장한테 비서로 거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있겠소? 배은망덕할 작정인가?”    그러나 왕춘영 처장한테서 돌아온 말은 실망스러웠다.    “닥치지 못해? 당년의 나약한 왕춘영인가 해? 어디라고 감히 허튼 소릴 쳐? 끌어갓!”    왕춘영 처장은 뒤를 돌아보더니 경찰 몇몇을 불러 뭐라고 명령했다.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와 류려평과 려향을 왕춘영의 경찰차에 끌어다가 실었다.    왕춘영은 차 안에 들어가 구주를 벗더니 양말을 벗어 류려평의 입을 꽁꽁 틀어막았다.    "왜 이래?"   류려평은 도리도리하면서 양말을 피했다.   왕춘영은 병 주고 약 주면서 스리슬쩍 얼렸다.    “언니, 숱한 경찰들 앞에서 그게 뭐요? 왜 그리도 눈치없소. 그럼 내 언니를 구하기 더 불편해지오. 내 언니를 꼭 구할테니 근심마오.  이건 부득불 쓰는 고육계오. 언니, 널리 량해하고 꾹 참고 있소!”    왕춘영은 류려평이 자기를 똑똑히 보라고 경찰차 안의 전등까지 켰다. 그녀는 안경을 벗어쥐고 미소를 지었다. 왕춘영은 류려평을 바라보며 외까풀눈까지 찔끔해 보이며 히히 웃었다.    "언니, 좀 참소. 기다리오. 이 왕처장이 어떻게 하는가?"     속아 넘어간 류려평은 그제야 잠잠해졌다.    왕춘영은 경찰 차에서 내려 김호한테 다가가서 거만하게 옆구리에 손을 지른 채 고래고래 명했다.    “전체 시공안국 경관들은 당장 본 왕처장의 명령을 집행하라. 압수한 장물을 몽땅 지역검찰원 반부패탐오국 창고에 실어가라.”    (남이 다 나포한 뒤에야 와서 放马后炮)? 공을 빼앗자고? 더러운 년.)    김호 부대대장은 속으로는 언짢았다.    “우린 박국장의 명이 없인 따를 수 없습니다.”    왕처장은 김호를 손삿대질하면서 꾸짖었다.    “이 사람이 이게 제정신이오? 공안국은 상급지역 검찰원의 지휘를 들어야 한다는 것도 몰라? 흥! 기률도 없구만."   왕춘영은 김호 코에 대고 손가락질하면서 질책했다.    "진짜 무법천지. 동무는 어느 소속이오?”     “난 시공안국 치안대대 부대대장 김호입니다.”    “알만하오. 감관대대 대대장에서 철직받았지? 동무 자꾸 이러면 재미없을 줄 아오.”    왕처장은 김호를 경고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쳤다.    “박국장이오? 여기 김호인지 뭔지 그 철직받은자 내 명을 듣지도 않소.”    왕처장은 핸드폰을 김호한테 넘겨주었다.    “박국장이 뭐라는가 직접 들어보오.”    김호가 핸드폰을 들자 박국장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왕처장의 지시를 집행하오. 어째 또 처분받고 싶소? 왜 검찰원의 명령을 거부하오? 진짜 담이 크기로 짝이 없군.”    김호는 박국장의 명도 있는지라 별 수 없었다.    “알았습니다. 왕처장의 지시를 집행하겠습니다.”    그는 속으로는 불복했다.     그러나 김호나 다른 대대장이나 모든 경찰들은 검찰원 형사수사처의 명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왕춘영 처장은 득의양양해 거들먹거리면서 손을 홱 저었다.     “개선장군들이여, 밤도 깊었는데 어서 돌아갑시다!”     숱한 헤드라이트들이 흔들거리면서 산골짜기 호박길로 덜렁거리며 귀로에 들어섰다.
547    대하소설 재혼 제5권 (90) 깡패와 생사박투 김장혁 댓글:  조회:120  추천:0  2024-12-2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90. 깡패와 생사박투       종호와 성호는 깡패들에 칼에 옆구리와 가슴을 찍혀 생사선에서 헤맸다. 구급수술실에서 구급과 모살이 무섭게 격돌하면서 결사전이 벌어졌다.     김호는 병원 복도에서 핸드폰으로 정보과 드론이 보내온 동영상을 보면서 무덤 동정을 면밀히 살폈다. 아직 무덤 주위는 어둠에 가려진 채 아무런 동정도 없어 다행이었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자 김호 부대대장은 저으기 조급해났다. 일단 무슨 동태만 있으면 김호는 무덤 부근에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구급수술실에서 생사선에서 헤매고 있는 정의용사 종호와 성호를 두고 몸을 뺄 수 없었다. 수사임무가 아무리 중요해도 생사선에서 헤매는 스승을 두고 차마 발자욱을 뗄 수 있겠는가.    그때 난데없는 금발미녀가 복도에 나타났다. 금발머리를 보면 서양미녀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사뿐사뿐 구급수술실 앞 복도에 나타났을 때 김호를 비롯한 경찰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쁜 우유빛얼굴은 분명 동양인이 아니겠는가.    “서십시오.”    경찰이 손을 들어 금발미녀의 앞을 막으며 세웠다.     “누구요?”    “뭘 하러 왔소?”    금발미녀는 멈춰 서면서 손을 쳐들어 입을 가로 막았다.    “아이구메. 놀라 간이 다 떨어지겠다.”    금발미녀는 짙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해쭉 웃더니 경찰을 핼끔 쳐다보며 빨간 앵두입을 벌려종알거렸다.    “저는 일본 금발미녀 아사꼬라고 부르는데요. 대하소설 을 읽어 본 분들은 저를 알 건데요. 리문걸선생님을 따라 종호선생님과 성호 선생님을 문안하러 왔습니다.”    경찰은 경계의 눈초리를 치켜올리면서 아사꼬의 우유빛 걀죽한 얼굴 그리고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몸매를 훑어보았다.    “리문걸선생님은 누구요?”    아사꼬는 어이없다는듯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문걸선생님도 몰라요. 그는 대하소설 의 주인공인데요. 이 시내에서 젤 높은 고층건물은 몽땅 그가 설계한 건데요. 이름난 명미술가, 교수급 건축설계사도 몰라요.”    경찰은 아사꼬를 뒤로 밀어놓으며 말했다.    “저리 가십시오. 명미술가고 뭐고 누구도 구급실에 들어가 문안하는 건 절대 안되오.”    아사꼬는 쌍까풀눈까지 흘기면서 물러설 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내 말 좀 들어보세요. 리문걸선생님은 리성호선생님이나 리종호 선생님과는 다 전주 리씨, 아주 가까운 종친인데요. 모두 리씨조선 왕의 후손인데요. 당신들은 너무 무례해요. 왕의 후손이 보낸 사절을 문 밖에 밀어내다니요? 아이구, 참. 좀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경찰은 코방귀를 뀌며 강경하게 나왔다.     “흥! 물러가지 못해! 어느 때 리씨왕조 말을 다 해? 왕의 후손이라면 누가 질겁해 들여놓을 거 같은가? 한발자욱도 들어가지 못해. 자꾸 이러면 체포할테야.”     이때 저쪽에서 훤칠한 남성 둘에 녀성 셋이나 황급히 다가왔다.     “엄마!”     하나가 달려오며 엄마 두 손을 잡으며 엉엉 울었다.    정희는 하나와 김윤선의 손을 잡아흔들며 울었다.    하나는 줄 끊어진 구스러럼 눈물을 줄줄 흐리며 엄마한테 물었다.    “아빠가 어떤가요?”    엄정희는 하나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지금 구급수술을 하는 중이야.”    로인은 경찰한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경찰아저씨, 저의 미녀로봇이 무례하게 군 걸 널리 량해하십시오. 난 리종호 친구라고 부르는데요. 리종호와 리성호 친구들이 상했다기기에 명의사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제야 김호 부대대장은 문걸한테 다가가 허리 굽혀 인사했다.    “제가 여기 경계를 책임진 김호입니다. 저는 리종호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저의 수하경찰이 무례하게 굴어 미안합니다. 널리 량해 해주십시오.”    그때 하나가 나서며 김호한테 통사정했다. 그녀는 아빠가 깡패들의 비수에 옆구리를 찔려 구급한다는 급보르 받고 신랑 김윤선과 함께 회사의 명의사들까지 모시고 항공편으로 황급히 날아 왔던 것이다.    “저는 리하나인데요. 저기 쓰러져 있는 리성호 선생님은 저의 아빤데요. 제 신랑과 함께 들어가 아빠를 좀 보게 해 주십시오. 대체 어떤 정황인지요?”    김호는 딱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한창 구급하는 중인데요. 이제 구급수술이 끝나면 의사한테 병세를 알아봅시다. 미안하지만 의사들의 구급수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가족들은 몽땅 여기 복도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나와 김윤선은 하는 수 없이 복도에서 서성거리면서 초조한 눈길로 수술실을 응시했다.    아사꼬는 가로 막던 경찰을 흘겨보며 입귀까지 비쭉해 보였다.    김호는 하나와 다른 녀성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분들은 어떻게 되는 분들입니까?”    하나는 그녀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입니다. 두 분은 대하소설 에도 등장해 널리 알려진 분들인데요. 두분 다 일본에 류학 갔다온 박사, 명의들입니다. 이 병원에서 몇십년 근무한 적 있는 명의사들인데요.  성호와 종호를 구하자고 저와 리문걸선생님이 급히 모셔온 분들입니다.”    김호는 손벽까지 치며 반색했다. 그는 허리를 굽히면서 김춘희와 황선희와 일일이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두분 박사님 존함은 제가 들은지 오랩니다. 우리 경찰들은 항상 외상을 입은 피해자들을 병원에 실어다 구급하다나니 두분의 신세도 많이 졌습니다.”    김호는 그들을 안내해 구급수술실로 들어갔다.    “잘 됐습니다. 그러잖아도 류원장도 없어서 어쩌겠는가 했는데. 우리 리사장선생님이랑 구원될 희망이 있게 됐습니다. 어서 들어가서 구급해주십시오.”    황선희와 김춘희는 급급히 구급수술실로 달려들어갔다.    한참 후 김춘희 박사가 구급수술실에서 나왔다.    하나와 김윤선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정황이 어떻습니까?”    김춘희는 마스크를 벗더니 걀죽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종호선생님은 구급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리성호선생님은 너무 많이 류혈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혈해야겠는데 혈장이 모자라 이럽니다. 혈고에서 가져오자면 시간이 지체되겠는데 참.”    “제걸 수혈하십시오. 제 혈형은 O형입니다.”    엄정희는 눈물을 닦으면서 팔을 내밀었다.    하나도 팔소매를 거둬부쳤다.    “저도 O형입니다.”    “잘 됐어요. 어서 들어갑시다.”    김춘희박사는 구급수술실에 들어가려다가 김호를 되돌아보았다.    “김대대장, 종호선생님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기 컴퓨터를 가져다 달랍디다. 무슨 일인지, 뭐, 무덤이 어찌구 합디다.”    온 날이 장날이라고 김호는 오늘이 음력 7월 15일이기에 무덤에 꼭 무슨 일이 생길 거 같았다.    리종호는 여직껏 백양나무와 비석에 장치한 몰카에서 보내온 무덤 주위 상황을 김호한테 제공했던 것이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곁에 누운 성호를 곁눈질하면 김춘희의사한테 물었다.    “성호는 어떻습니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호가 피뜩 높이 걸린 혈압기를 보니 성호 심률곡선은 아주 밋밋하고  혈압은 37/58 밖에 안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호는 생사선에서 헤매는구나.    종호는 아주 미약한 소리로 띠염띠염 말했다.    “성호, 성호는 나를 구, 구하다가 흉수의 비수에 찔렸습니다. 정, 정의용사 리성호를 꼭 구해주십시오.”    김춘희 박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리선생님, 푹 쉬면서 정서를 안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종호는 무덤 정보가 궁금해 김춘희 박사를 보고 급히 컴퓨터를 찾았던 것이다.    김호는 종호의 의도를 알 것 같아 춘희 박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알았습니다. 리종호선생님 보고 무덤 일은 근심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하십시오. 이 제자랑 있는데.”    김호는 이번에 자기 카드로 종호와 성호의 구급수술비용을 다 댔던 것이다.    그러나 김호는 스승의 의도를 존중해 수술구급술에 들어가 종호한테서 그의 거처 주소를 적은 후 경찰을 파견해 컴퓨터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돌아와 김호한테 황급히 보고했다.    “웬 놈들이 리종호선생님 거처 자물쇠를 열고 침입해 컴퓨터고 행장이고 뭐고 다 들어갔습디다.”    김호는 뒤덕수기를 탁 쳤다.    “아차! 한발 늦었군. 큰 일 났어.”    김호는 경찰들한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고는 부랴부랴 병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는 리종호선생님도 구급됐기에 경찰차를 몰고 밤도와 경찰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류려평의 애비 무덤으로 달려갔다.    사실, 교활한 류덕재는 아들딸 셋과 함께 망아산별장에서 깡패들의 행동을 막후조종하고 있었다.    그들은 깡패들이 훔쳐온 종호의 컴퓨터와 류기가 제공한 유판을 열어본 후 어쩐지 종호가 무덤과 려향의 어덴가 몰카를 장치해 촬영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류문도는 먼저 종호가 몰카를 려향의 어데다 장치했을가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의 외가풀눈이 떼룩떼룩 굴리다가 갑자기 차탁 위  려향의 미색핸드빽에 가 떡 멈췄다.    “얘, 이 핸드빽은 종호 사 준게지?”    “네. 그렇소. 오빠, 그런데요?”    류문도는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물었다.    “네가 한국 구치소에서 엄마와 면회할 때도 가지고 갔댔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핸드빽은 면회할 때 여경들이 면회실에 들고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압수해갔는데요.”    “아니야.”    류덕재는 핸드빽을 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끼어들었다.    “여경들은 이걸 면회실 밖의 면회실 감시실에 들고 들어갔을 수도  있다. 종호가 최혜영 국장한테 제공한 유판의 동영상을 보면 이 핸드빽에 꼭 문제 있어. 초미형도청몰카가 있을게야. 당장 버려! 큰 일 쳤구나.”    류덕재는 핸드빽을 들어 탁상에 꽝 메쳤다.    핸드빽의 보석맞단추가 빠져 땅바닥에서 댈댈 구을다가 멈춰 섰다.   류문도는 그 보석맞단추를 주어다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소스라쳤다.    “이걸 봐! 이게 초미형몰카야.”    류덕재와 려향은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려향은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양아버진 진작 날 의심했구나. 어쩜 양딸한테 몰카를 장치한단 말인가? 몰카를 장치한 핸드빽을 다 선물해? 참,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구나. 고양이 쥐를 생각하는 척 했구나.”    류덕재는 꽥 고함쳤다.    “닥쳣! 그 개놈 배신자를 아직도 애비라고?! 흥! 이젠 입 밖에 내지도 말라!”    려향은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핸드빽과 보석맞단추를 주어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눈물을 팡팡 쏟아내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석단추에서는 려향을 비웃으며 이상한 빛을 뿌렸다.    순간 려향은 배신감을 느껴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정인군자도 민낯이 이렇구만요. 깍쟁이 같은 소전노, 어쩌다 비싼 선물을 사주는가고 기뻐했댔는데. 알고 보니 날 감시하자고 그런 알심을 썼꾸만요.”    려향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류덕재는 좋은 기회라고 종호와 려향의 틈새에 쐐기를 박았다.      "세상 인심은 난측이야. 네가 그렇게 믿고 따랐던 애비가 얼마나 음험하니? 특무처럼 네 몰래 암암리에 널 감시했잖았어?"    류문도는 려향의 손에서 핸드빽과 보석맞단추를 빼앗아가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드디어 꽝꽝 뭘로 부시는 소리 요란히 들렸다. 지하주차장에 시뻘건 불길과 매캐한 연기가 타올라왔다.    류덕재는 종호가 준 미색핸드빽을 말끔히 처리하고서도 종호의 핸드폰과 핸드컴퓨터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류문도를 보고 깡패들을 보내 종호 거처에서 컴퓨터와 행장까지 도적질해오게 해 없애치웠던 것이다.    류덕재는 빈 틈이 없는가 면밀히 검토했다.    “꺽다리랑 그게 뭐야? 별장까지 주고 숱한 애들까지 딸려보냈는데 고까짓 놈 둘을 다  해치우지 못했어? 류항곤이 그러던데. 그 놈들은 아직도 숨이 붙어있단다. 후환을 남겼어, 후환을!”    류문도는 뻐드렁 말이빨을 쁙쁙 가는 애비를 쳐다보면서 애비는 말은 살인하지 말라면서도 은근히 죽여버릴 것을 바란다는 속내를 간파했다. 그는 애비 뜻을 알았는지라 악독한 계책을 드렸다.    “아빠, 다른 애들을 병원 구급실에 급파해 아예 후환을 깨끗하게 없애버립시다.” "다른 애를 보내. 꺽다린 안되겠어. 두번이나 실수했어."   류덕재는 또 속과 겉이 다르게 지껄였다.    “그래, 우린 절대 죽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해. 뭐나 여지를 둬! 황차 애들 둘이 붙잡혔잖아? 또 류항곤도 전화 없다. 구급실 상황을 한번 말하고는 회답도 없어. 관건시각에 인심과 사태가 급변하고 있어. 이담 일이 어떻게 번져질지도 몰라. 그때 가서  깡패들한테      살인죄를 들씌워 버리면 다야.”    류문도는 속으로 애비를 못내 탄복했다.    (생강은 늙은게 냅다고. 참, 깡패 두목 출신이 다르긴 달라. ㅋㅋ. 아버진 진짜 고수야.)    류문도는 드론을 통해 김호 부대대장이 병원을 떠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야.)    류문도는 급히 짝통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뚱뚱보야!"    깡패들은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고 서로 별명을 불렀다.    "병원 2층 구급실에 쳐들어가 류씨 집 안을 대표해 배신자들을 말끔히 척결해라. 응, 후환을 없애라. 그래잖으면 우린 다 죽는다, 죽어. 알만 해? 응. 이번에 실수하면 네 대가리를 베 가지고 나를 만나러 오라.”    뚱뚱한 류똥보는 우두머리 섬찍한 명을 받고 사태의 엄중성을 느꼈다.    (두목의 손에 죽을 바엔 형을 대신해 류씨 집 안의 배신자를 처단하고 죽자. 형님은 이번에 내한테 공원별장까지 주잖았어. 그 은공을 갚을 때 왔어.)    그는 이를 쁙쁙 갈았다.    류뚱뚱보는 호랑이 대가리 탈을 쓰고 젤 날래고 악독한 깡패 아홉만 골라  봉합차에 태워 직접 운전하면서 병원으로 밤도와 덮쳐갔다.    깡패들은 먼저 드론을 띠워 구급실 복도에 숱한 경찰들과 가속들이 빼곡이 늘어선 것을 정찰해냈다.     뚱뚱보는 깡패들을 데리고 사냥총이랑 비수랑 포승줄이랑 가지고 병원 뒤울 안에 기여들어 층계로 해 옥상에 가만히 올라갔다.     깡패들은 옥상 출입문에 바줄을 꽁꽁 묶었다. 몇놈이 바줄을 허리에 감고 두 손으로 바줄을 꽉 당기며 뒤로 뻗치고 섰다. 나머지 놈들은 바줄을 구급실 창문 위쪽으로 해 내리뜨리웠다.     “두 놈을 신속히 처단하고 지하주차장에 철퇴한다! 자, 가라.”     농포가 손을 아래로 향해 홱 저었다.    깡패들은 바줄을 타고 아래로 줄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 찰나,    "바깥에 귀신 내려온다."    금발미녀 아사꼬가 복도 창문을 박차고 씽 날아나갔다.    경찰들은 어안이 벙벙해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확실히 웬 놈들이 위에서 바줄을 타고 내려오고 있지 않겠는가.     경찰들은 황망히 구급수술실에 뛰어 들어가 정의용사들을 보호했다.       갑자기 웬 금발미녀가 씽 날아 어두운 공중에 나타났다. 농포는 퉁사발눈이 데 꾼해졌다.    “뭐야?! 판타지야?  나는귀신 나타났어!”    뚱뚱보는 경악해 고함치며 황급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금발미녀를 쏘았다.    푱! 푱!    금발미녀 가슴에서 불꽃이 튕겼다. 그러나 금발미녀는 끄떡도 하지 않고 계속 날아다니며 손을 쓰지 않겠는가.    뚱뚱보는 판타지에서나 볼 광경을꿈에서 본 것처럼 깜짝 놀랐다. 그는 입이 함박만큼 떡 벌어진 채 멍해 서서 날아다니는 금발미녀를 구경했다.    “뭐지? 진짜 귀신인가?”    금발미녀는 수술실 창문에 날아내려가는 깡패들한테 덮쳐 날아가면서 발길로 힘껏 걷어찼다.    “야핫!”    야무진 기합소리!    “앗!”    처절한 비명소리 삼복지간 밤하늘에 퍼졌다.    깡패는 땅바닥에 퉁 떨어졌다.    금발미녀는 무서운 고함을 쳤다. 그녀는 바줄을 타고 수술실로 내려가는 한 깡패의 족대기를 휘어잡아 아래로 활 팽개쳤다.    “앗!”     깡패가 비명소리와 함께 보기좋게 아래로 떨어쪘다.     뚱뚱보는 옥상에서 금발미녀한테 연신 총을 쏘아대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빨리 쳐들어 갓!”     나머지 깡패들은 지엄한 농포의 령에 황급히 수술실에 뛰어들었다.    찰라당!     찰라당!    경찰들은 권총으로 깡패들을 겨누어 먼저 공포탄을 쏘았다.     "더 접근하면 쏜다!"     찰나 로봇미녀 아사꼬도 창문을 박차고 수술실에 날아들어갔다.     깡패들은 비수를 뽑아들고 생사결단하고 수술대에 누운 성호와 종호한테 덮쳐들었다.     경찰들은 성호와 종호를 막아서며 깡패들에게 실탄을 쏘았다.    땅! 땅!    “꼼짝 말엇!”    그러나 깡패들은 비수를 휘둘러 경찰을 찔렀다. 한 경찰이 팔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수술침대에도 무차별로 칼을 휘둘렀다. 성호와 종호는 한칼씩 팔과 다리를 찔렸다.    땅! 땅!     “이 놈들아, 이 녀신한테 죽어 봐!”     아사꼬는 금발을 휘날리며 깡패들한테 씽 날아덮쳐갔다. 깡패나 경찰들이나 모두 사나운 아사꼬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     아사꼬는 고 가냘프게 가는 팔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을까?    깡패들이 칼을 들어도 어찌 AI로봇미녀를 어찌 당하겠는가!    “야핫!”    금발미녀는 기합소리와 함께 한 깡패의 목을 쥐어 뚝 비틀어 메쳤다. 깡패는 당장에서 목이 꺾어져 땅바닥에 쿵 꺼꾸러졌다.    경찰들의 총에 맞은 깡패들도 푹푹 꼬꾸러졌다.     젤 마지막으로 남은 깡패는 살아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놈은 비수를 빼들고 고함쳤다.     “형님, 먼저 가오! 다음 생에도 형님의 아우로 될게.”     깡패는 비수로 자기 목을 내리쳤다.     그 찰나, 아사꼬가 금발을 휘날리면서 번개같이 씽 날아가면서 날렵하게 발길을 날렸다. 그 놈은 칼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사꼬는 하얀 무쇠주먹을 번개처럼 휘둘러 그 놈의 대가리를 쳐 단매에 쓰러눕혔다. 아사꼬는 제꺽 그 놈을 가라 타고 앉아 두 팔을 뒤로 비틀어 생포했다.    “옥상에도 깡패들이 있어요!”     아사꼬가 고함쳤다.    경찰들은 한패는 수술실을 지키고 한패는 금발미녀와 함께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런데 그들이 옥상에 올라갔을 때에는 뚱뚱보랑 진작 도망쳐 버린 뒤었다. 그 놈들은 뜻밖에 금발미녀가 나타나자 사태가 불리한 걸 보고 옥상에서 바줄을 타고 병원 뒤울안으로 뛰여내려 지하주차장으로 해 꼬리빳빳해 도망쳤던 것이다.
546    대하소설 황혼 제5권(89) 모살 김장혁 댓글:  조회:80  추천:0  2024-12-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89. 모살      무더운 하늘에서는 불비와 무시무시한 공포를 내리쏟아부었다.    김호 부대대장은 종호와 성호를 실은 구급차에 경호경찰 둘을 딸려 보냈다. 그러나 시름이 놓이지 않아 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어디오?”    “금방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구급실에 막 들어가는 중입니다.”    경호경찰들은 종호를 담가밀차에 실어 구급수술실에 들여가면서 대답했다.    김호는 경호경찰들을 질책했다.     “저네 그게 뭐요? 리사장님을 잘 보호하라고 했는데. 깡패들이 마수를 뻗치기 전에 어째 막아 나서지 못했소?”    “그때 우린 다방에 미리 들어가 경계했댔습니다. 리사장님과 친구들은 카운터에서 떠들썩하면서 아무런 방비도 없습디다. 그래서 고의로 왜 떠드는가고 소리쳐 주의하게 암시했습니다.”    “그게 뭐요? 왜 암시했소. 직접 주의를 주고 함께 행동해야지.”    “그런데 우리 미처 리사장님을 따라 나가기 전에 바깥에 미리 잠복했던 놈들이 손을 쓸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호는 목청을 높여 질책했다.    “그게 뭐요? 둘 중에 하나는 다방에 들어가 경계하고 하나는 바깥에서 경계햐야지. 둘 다 다방 안에 들어가 멍해 뭘 했소? 하마트면 깡패들의 모살이 성공할 번 했소. 그 막대한 후과는 어쩌오?”    “잘못했습니다. 처벌해 주십시오.”    “잘못했다고 한마디 하면 단가? 계속 경찰 옷을 입겠으면 리사장님을 잘 보호하오. 이제 다시 정의용사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저네나 내나 다 책임지기 힘드오. 사회에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아오?”    “옛, 알겠습니다. 명심해 보호하겠습니다.”    김호는 핸드폰을 들고 오가가는 차량들을 살피면서 강경하게 명했다.    “병원이라고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오. 깡패들은 또 병원까지 가서 손쓸 수도 있소. 저네 하나는 수술실 안에 들어가 경계하고 하나는 수술실 바깥에서 경계하오. 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물 샐 틈 없이 경계하란 말이오. 병원의 구습의사와 간호원 외 의심스러운 사람은 하나도 구급수술실에 나들지 못하게 하오.”    “예, 명심해 경계하겠습니다.”    김호는 가슴에 찬 대화기를 뽑아 들었다.    “깡패를 나포했소?”   대화기에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대대장, 우두머린듯한 호링이 탈을 쓴 꺽다리가 택시를 잡아 타고 도망쳤습니다. 우리 지금 경찰차를 타고 추격 중에 있습니다. 오늘 산으로 향 태우러 가는 차량들이 많아 길이 막혀 추격하기 힘듭니다. 하늘 공중에서 드론이 둘이나 따라다녀서 참 시끄럽습니다. 아마 드론으로 추격하는 우리 경찰차들의 위치를 정찰해 알려주는 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호 부대대장은 사태의 엄중성을 느꼈다.    “알았소. 드론 하나는 우리 띄운게오. 이제 정보과에서 드론으로 도망치는 놈들의 위치를 추적하면 실시간으로 알려줄게요. 호랑이 탈을 쓴 꺽다리 꼬리를 딱 물고 놓치지 마오.”    김호는 추격작전을 다 포치하고 나서 종호선생님의 안전을 시름놓을 수 없었다. 그는 신변에서 제일 날래고 궁리 잘 도는 경찰 둘을 골라 함께 경찰차에 앉아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김호가 경찰 둘을 데리고 급급히 구급수술실로 달려 갔을 때였다. 저쪽 구급실 문 앞에 눈이 퉁퉁 부은 정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복도에서 사복한 경호경찰이 다가와 경례를 척 올렸다.    “김대대장 왔습니까?”    김호는 인사를 받으면서 수술실 쪽을 살피면서 물었다.    “어째 혼자요?”    “내 여길 지키고 하나는 수술 안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구급수술을 시작했소?”    “아니, 당직의사가 원장한테 긴급사항을 전화합디다. 중대한 구급환자이기에 이제 원장이 구급수술소조를 조직한 다음 수술한답디다.”    김호는 한심해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그는 수술실문을 열고 들어가 당직의사를 찾았다. 담당의사는 한창 상처를 처치하고 있었다.    “아니, 이 보세요. 피를 저렇게 줄줄 흘리는 구급환자를 눕혀 놓고 뭡니까? 인차 수술하지 않고 뭘 꾸물거립니까?”    당직의사와 간호사는 딱해 했다.    당직의사는 난처해하면서 말했다.    “먼저 지혈을 시켰습니다. 우리도 병원장의 말을 어길 수 있습니다. 림시구급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곧 류원장이 오면 구급수술을 할 겁니다.”    간호원들은은 구급실의 전자혈압기 현광막 앞에서 성호와 종호의 혈압을 살펴 보았다.    그때 바깥에서 다급한 발자욱 소리 들렸다.    김호는 경계심이 들어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면서 홱 돌아섰다. 경찰도 허리춤의 전기봉을 뽑아쥐고 문께를 쏘아보며 박차고 나갔다.    저게 뭐야?    무슨 사람들인가 했더니. 글쎄 류기 대대장이 경찰들을 데리고 총총히 구급수술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겠는가.    김호는 감관대대 대대장으로 오래동안 있었기에 피뜩 봐도 수하경찰들의 얼굴을 익히 알아볼 수 있었다.    수하경찰들은 김호 부대대장을 보자 손을 귀 밑으로 척 올려 군례를 올렸다.    김호는 경찰들한테 군례로 답례하고 나서 류기한테 물었다.    “류대대장은 어떻게 돼 여기 왔소?”    류기는 옛 상전한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했다.    “저의 아버지를 찾아왔는데요.”    김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 그렇구만. 아직 류원장이 오지 않았소.”    류기는 김호 말을 믿지 않고 수술실에까지 들어가 보았다.    “웬 일이지?”   류기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 구급환자를 구급하지 않고 지금 어디 있습니까? 뭐? 내 지금 구급수술실에 왔는데? 당장 구급수술실에 오십시오.”    “오, 이제 구급수술조를 데리고 곧 간다.”   류기는 종호와 성호한테 다가와 두루 살펴보았다.    종호와 성호는 환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피못 속에 두 눈을 꼭 감고 누워 있었다. 와이샤츠는 뻘건 피로 물들어 있지 않겠는가.    류기는 사태의 엄중성을 느끼면서 성호와 종호한테서 눈을 뗐다. 그녀는 답답한지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윽고 류항곤 원장이 부랴부랴 구급수술실에 들어섰다. 그는 류기 옛 상전인 김호를 알아보고 알은 체를 했다.    류원장은 류기와 김호를 번갈아 보더니 손삿대질을 해댔다.    “환자를 내놓고 무용자는 몽땅 나가오. 구급수술에 영향이 있소.”    김호와 경호경찰은 서로 눈길을 맞추더니 구급수술실에서 나왔다.    그러나 류기는 수하 경찰들을 내보내고나서 나갈 궁리를 하지도 않았다.    “너도 나가라.”    그러나 류기는 나갈 궁리는 하지도 않고 아버지를 한쪽으로 조용히 데리고 갔다.    그는 수술휴식실에 아버지를 데리고 들어가 나직이 말했다.    “아버지, 정의용사 종호와 성호를 꼭 구해내십시오. 절대 다른 궁리를 하지도 마십시오.”    그러나 류항곤은 류기를 아니꼬운 눈길로 째려보았다. 그는 지금 류덕재의 지령을 받고 병원에서 제2차 모살행동을 감행해 쥐도 새도 모르게 종호를 없애버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류기를 마구 떠멀어놓으며 손사래쳤다.    “삐치지 말라. 어서 나가라, 나가.”    “아버지, 내 말을 좀 들으십시오. 종호를 꼭 구해야 아버지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째 바보처럼 살인죄를 지고 총살당하고 싶습니까?”    류항곤은 류기를 흘겨보면서 변명했다.    “얘, 종호가 살아남는가 죽는가는 그의 칼상처 경중에 달렸다. 내 구하자면 구하고 죽이자면 죽이는게 아니야. 이건 의료과학에 달린 사항이야.”    류기는 한걸음 다가서며 충고했다.    “아버지, 내 말을 들어서 낭패 없습니다. 류덕재 큰아버지 말대로 다 하다간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게 됩니다. 그땐 후회해도 늦습니다.”    류항곤은 섬찍해 머리를 들어 딸을 마주 바라보더니 머리를 툭 떨어뜨리고 뭘 궁리하는 것 같았다.    “큰아버지 무슨 어쨌다고 그러니? 그가 우리 병원장이냐? 큰아버지는 이 일과 아무런 관계없어. 어서 나가라. 빨리 구급수술을 해야지.”    류기는 아버지 팔을 꼭 붙잡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아버지, 날 속이지 못해요. 난 금방 류덕재와 아버지가 주고 받은  전화를 다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로 말하기 불편해 황급히     아버지를 찾아왔니다.”    류기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신신당부했다.     “아버지, 마지막으로 충고합니다. 아버진 총명한 원장이자 박사니깐. 리종호 사장님을 꼭 살릴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요?”     류항곤은 두 손으로 류기의 걀죽한 얼굴을 매만지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류기를 얼려보내려고 대충 응부했다.     “노력해 볼게. 그러나 상처 경중을 봐야 한다. 지금은 누구도 모든 걸 장담할 수 없다.”     류기는 경찰의 예리한 눈길로 아버지 의사복의 불룩한 호주머니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손으로 호주머니를 들추면서 다급히 물었다.     “이건 뭔가요?”    류항곤은 류기 손을 탁 쳐버리면서 저쪽으로 도망치듯 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얘, 왜 이래?’    류항곤은 메주짝처럼 퉁퉁한 낯에 단통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그는 낯이 수두떡처럼 지지벌개지면서 변명했다.    “얘, 무슨 허튼소리냐? 수술하는데 무슨 염화칼리움 소리냐? 이건 마취약이야.”    “그럼 내놓으십시오. 왜 감춥니까?”    류기는 쌍까풀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아버지한테 달려들었다. 류항곤은 류기를 뿌리치려고 했지만 특수경찰 출신 딸을 당할 수 없었다.    류기는 류항곤의 호주머니에서 주사기통을 들춰냈다. 자그마한 주사기를 열자 주사약통과 주사약병이 들어났다.    “분명 염화칼리움이구나. 리사장을 천천히 안락사시키자고? 흥!”    류항곤은 약통을 되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류기는 약통을 호주머니에 척 넣고 아버지를 범죄자처럼 팔을 삐틀어 뒤로 재끼며 을러멨다.    “이젠 모살증거를 딱 쥐었는데 계속 이러겠습니까? 바깥에 경찰을 부르랍니까?”     “얘, 그만 해라. 류기야, 네 진정 우리 류씨 집 안을 배신할 작정이냐?”    류기는 당당하게 말했다.    “배신? 난 류씨 집 안을 배신하는게 아닙니다. 아버지를 구하고 류씨 집 안을 구하려는 겁니다. 아버지 우리 류씨 집 안을 몽땅 망하게 법을 어기는 짓거리를 하는 날엔 대의멸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류항곤은 나직이 말했다.     “이젠 놔라. 바깥에 의사들이 눈치채겠다. 이젠 모든게 끝났다. 난 구급수술에 하나도 삐치지 않겠다.”     그제야 류기는 삐틀었던 류항곤의 팔을 놔주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퉁사발눈으로 쏘아보면서 경호했다.    “리사장 신변에 얼씬도 하지 마십시오. 허튼 수작 부리면 그땐 내 가만 놔두지 않을 줄 아십시오.”    류항곤은 팔을 매만지면서 두더벌거렸다.    “알았다, 알았어. 팔이 아파 죽겠다. 우리 류씨 집 안에 또 무서운 암범이 나타났구나. 아이유. 형님과 뭐라고 말하겠니? 숱한 황금덩 이를 공얻어먹고…”    “다 되돌려주십시오.”    류항곤은 류기 낯에 대고 손삿대질을 하면서 을러멨다.    “나도 네한테 한마디 충고하마. 류항곤 큰아버지를 배신했다간 언제 목이 날아날지도 몰라. 형님이 우리 부녀간을 제발시키느라고 얼마나 애썼니? 우리 어찌 배은망덕하겠느냐? 배신자 같은 년!”    류기는 코웃음쳤다.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나도 살 궁리를 다 해놓았습니다. 아버진 근심말고 내 말대로만 하십시오. 이 딸이 이젠 어젯날 서적만 쓰던 어리광이 소녀가 아닙니다. 큰아버지 은혜를 갚아도 살인까지 하면서 갚는 건 아니죠. 절대 큰아버지를 따라 위법짓거리를 하지 마십시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를 해치고 큰아버지도 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녀는 당당하게 허리를 쭉 펴고 가슴을 내밀더니 한마디 한마디 똑똑히 말했다.    “이 세상에는 정의와 법이 살아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아무리 ‘토황제’라고 해도 법과 정의 앞에선 흑보살이 황하를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우쭐거리지 말라고 하십시오.”    류기는 뒷말을 이었다.    “‘토황제’가 아무리 세도를 부려도 국법보다 더 강대하겠습니까? 누구든지 법을 어기면 좋은 끝장이 없다는 걸 경고합니다.”    류기의 선뜩선뜩한 경고에 류항곤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류기 대대장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더니 아버지를 데리고 복도에 나갔다. 류기는 수하 경찰들을 보고 나직이 뭐라고 신신당부하고 김호한테 다가가 몇마디 뭐라고 몇마디 주고 받았다.    뒤이어 류기는 복도에 멍해 서 있는 아버지를 압송하듯 팔까지 딱 잡아 끼고 구급수술실에서 나갔다. 그녀는 팔을 빼려고 몸부림치는 류항곤을 꼼짝달싹 못하게 두 손으로 팔을 딱 잡고 나가면서 비수로 찌르듯한 눈길로 류항곤을 쏘아보더니 능청스레 쌍까풀눈을 찔끔해 보이기까지 했다.    류항곤은 그제야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딸한테 끌려 원장실로 돌아갔다.    “아버지,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아버지를 믿고 가겠습니다.”    류항곤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류기가 떠나간 후 조용하던 사무실에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류덕재 전화였다.    순간 류항곤은 머리끼 곤두섰다.    “동생, 손을 썼는가?”    류항곤은 류기 왔다간 말을 할 수 없어 거짓말을 했다.    “형님, 근심하지 마오. 이 동생이 어련히 기회를 봐 손을 쓰지 않을라고?”    “아우야, 병원에서 손을 쓰기 젤 천재일우 기회야. 제 손에 다 든 놈을 어째 아직도 죽이지 못해? 엉?”    “형님, 이 동생이 있는 한 그 놈들 살아남을가 봐 근심하지 마오.”    핸드폰을 끄자 류항곤은 대머리에 송골송골 내돋은 식은 땀방울을 손으로 쓱 닦았다.    (큰아버지와 형님이 제발시키지 않았더라면 내나 류기나 오늘이 있겠는가? 절대 배은망덕해선 안돼?)    류항곤은 외까풀눈을 판들거리면서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돌렸다.    (내 종호를 해치우지 않는 날엔 형님은 우리 모녀간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우린 깡패들의 손에 죽을지 감옥에 들어가 경찰들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은혜가 태산 같은 형님을 돕는게 옳다.)    생각을 고쳐먹자 류항곤은 쏘파에서 벌떡 일어나 철서류궤를 열고 염화칼리움이 든 주사기를 자그마한 주사기 통에 넣어 의사복 호주머니에 슬쩍 걷어넣었다.    류항곤은 원장실에서 나가 곧추 구급수술실로 걸어갔다. 복도에 경찰들이 늘어서 경계보초를 서고 있었다.    류항곤이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서려고 할 때었다.    “섯!”    류항곤이 흠칠 놀라며 돌아서 보니 류기 수하경찰들이 막아나서는 것이었다.    “왜 이래? 난 원장이야.”    “원장이라도 못 들어갑니다. 이건 우리 류기 대대장의 명령입니다.”    류항곤은 외까풀눈을 퉁사발처럼 부릅뜨고 기고만장해 을러멨다.    “류기 대대장은 내 딸이야. 구급환자가 잘못되면 너네 책임지겠는가? 아무리 경찰이라도 병원에선 원장의 명에 따라야 해.”    그 때다.    등뒤에서 웬 녀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경찰들이 못 들어간다면 못 들어가는게지. 웬 잔소린가?!”    류항곤이 되돌아보니 류기가 아니겠는가.    류항곤은 절망에 빠진 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게 돌아간다더니? 에이, 참! 진짜 중도에 정요금(半路程咬金)을 만났구나. 형님이 부탁한 모살은 끝장났구나. 이 일을 어쩌는가?)    류기는 급촉히 다가와 수하경찰들에게 명했다.    “류원장을 당장 구류소에 끌어가라!”    류항곤은 억이 막혀 고래고래 고함쳤다.    “얘, 내 무슨 죄 있다고 구류소에 가둬? 엉?!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다더니. 네년이 진짜 환장했어? 난 네 애비야!”    그러나 류기 대대장은 냉소하면서 허리춤에서 쇠고랑이를 꺼내 손수  류항곤의 손목에 철컥 채웠다.    “끌어갓!”    류항곤은 을러메선 안되자 비난사정했다.    “얘야, 먼저 원장실에 가 옷이나 바꿔 입고 가자!”    류항곤은 의사복에 감춘 주사기통을 들키울가 봐 겁났던 것이다.    경찰들이 류기의 눈치를 보면서 멈춰 섰다.    류기는 류항곤을 쏘아보면서 랭소했다.     "그래세요. 옷이나 바꿔 입고 갑시다."     류항곤은 경찰들과 류기의 압송을 받으면서 원장실에 들어갔다.     그가 의사복을 벗어 철서류궤에 넣으려고 할 때다.      "잠간!"     류기는 꼿꼿한 눈초리로 애비를 째려보면서 의사복을 홱 나꿔챘다. 그녀는 애비 의사복을 딜딜 감아쥐고 경찰한테 명했다.     “당장 구류소에 끌어갓!”    류항곤은 경찰들한테 질질 끌려가가며 억이 막혀 입을 함박만큼 벌리고 류기를 되돌아보면서 야단쳤다.    "내 무슨 죄 있다고 체호해? 너 정신 있느냐?"    "흥!"    류기는 청얼음처럼 굳어진 표정으로 애비를 쏘아보면서 랭소했다.    "무슨 짓거리를 한 건 당신이 젤 잘 알잖는가! 변명하겠으면 구류소에 가서 변명하세요. "   김호도 어안이 벙벙해 대의멸친하는 류기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배은망덕할 년, 다 키워주니까. 이 애비를 다 잡아먹을 작정이냐? 하늘이 용서할 거 같으냐? 이제 생벼락이 내리치지 않는가 봐라!”    류기 대대장은 눈 한번 깜짝하지도 않았다.    (아빠, 딸이 대의멸친하는 건데요. 이 딸을 널리 용서하십시오. 이건 기실 고육계입니다. 아버질 구류소에 가둬야 아버지를 구하고 정의용사들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정의와 법을 지키기 위해선 하나 밖에 없는 이 딸은 딱 이렇게 하는 수 밖에 없군요.)    류기 대대장은 눈물이 글썽해 경찰들의 손에 끌리워 멀어져가는 아버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말라 터지는 입술을 꼭 옥물었다.    녀경 류기 머리 위 경모에서 금빛국장이 밝은 해빛을 받아 유난히 금빛을 반짝였다.      
545    대하소설 황혼 제5권(88) 정의용사 김장혁 댓글:  조회:143  추천:0  2024-12-25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8. 정의용사       성호는 시내에서 소문난 정의용사였다.     성호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공안국에 배치받은 경찰도 아니였다. 그런데 그는 정의감에 넘쳐 사인정탐으로 돼 공안국 형사과 과장인 승호 양아버지랑 협조해 승호를 묶어놓고 은영을 륜간한 날강도들을 목숨 걸고 추적해 나포했다.     그런데 승호 아버지는 승호를 공안국에 배치하려고 성호를 보고 공안국에 드나들지 말라고 했다. 성호는 승호 아버지한테 불평을 품고 다시는 공안국에 드나들지 않고 고향에 돌아가 소장사를 했다.     그런데 성호는 소장사 하러 내몽골에 갔다가 백화점 출납 춘란을 살해하고 거액의 돈을 강탈한 강도들을 려인숙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 살인강탈범들은 승호 아버지랑 형사경찰들이 쌍불을 켜고 수사하던 놈들, 법망에서 빠져나간 놈들이었다. 승호 아버지 야박한 처사를 생각하면 성호는 강도를 나포해 바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성호는  정의감으로부터 출발해 목숨걸고 총을 휴대한 강도를 나포해 당지 내몽골 공안국에 바쳤다.     그런데 승호 아버지는 성호가 나포한 강도를 자기네 형사경찰대대에서 나포한 것처럼 버젓이 숱한 기자들을 불러놓고 소식공개회를 열었다. 그러나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런 무명정의용사였다.     후에 공안국에서 정의용사 성호를 경찰로 초빙했지만 성호는 정계에 들어가기 싫은데다가 속이 비좁은 승호 양아버지 밑에 들어가 일하기 싫어 경찰초빙에 응하지 않았다.    교수 집 귀공주 정희는 소장사군으로 돼버린 성호를 나무리지 않고 지꿎게 따라다녀 끝내 성호와 결혼하였다. 그런데 정희는 농촌에서 시내 중학교로 통근하기 힘들어 항상 시골에서 못 살겠다고 도도거렸다.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른다고 성호는 하는 수 없이 소랑 개랑  팔아가지고 시내에 들어와 광고업을 벌렸다. 그가 광고업을 해 숱한 돈을 벌자 한 국영광고회사에서 그의 광고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광고원으로 초빙했다. 그런데 성호는 어데를 가나 항상 정의를 지키고 부정부패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기에 편안한 날이 없었다.    성호는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이 광고회사 공금을 탐오해가지고 공상국 오승룡 국장 등과 함께 마사지방이나 노래방에 다니고 생활이 부패타락한 것에 눈꼴이 사나워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리굉팔 총경리 탐오사건을 접수한 승호 아버지는 리굉팔한테서 숱한 검은 돈을 얻어먹고 수사를 질질 끌었다. 반명에 부정부패를 적발한 성호는 광고회사에서 “고발쟁이”로 몰려 쫓겨났다. 그러나 성호는 굴하지 않고 정의를 주장하면서 당시 검찰원 부검찰장 최혜영(은영)한테 신고해 오승룡 국장과 리굉팔을 탐오죄로 감옥으로 보냈다.    당시 종호는 정의용사 성호의 사적을 취재해 신문에 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극구 말렸다.    “나는 결코 신문에 나려고 정의를 지킨게 아니야.”    지난 해 겨울에 성호는 서울 쪽방촌에서 인터폴 적색지명수배범 정호가 나영이란 녀자와 함께 든 세집을 발견하였다. 그는 정호를 미행했다. 그는 정호의 다음과 같은 일상 활동규률을 장악했다. 정호는 항상 오전에 은행으로 가서 빈들빈들 돌아치면서 동생한테서 입금됐는가 살핀 후 돈을 찾아 입금하고 술이나 처 마시고 아가씨를 실컷 놀고는 해질 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특히 성호는 항상 성호네 2층집 밑으로 해 올리막길로 자기 셋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성호는 정호가 주먹이 센 걸 알고 미리 그물을 준비해 두었다.     어느 하루 해질 녘에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릴 때 정호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올리막길에 들어섰다. 성호는 정호가 자기 2층집 밑으로 지나갈 때 그물을 정호한테 훌 내리뿌렸다. 성호는 2층 집에서 날아내려가 그물에서 버둑거리는 정호를 나포해 인터폴에 넘겨 주었다. 성호의 신고를 받은 인터폴 경찰들은 당장 나영도 세집에서 나포했다. 홍대입구 부근에서 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놓고 4층 화장실 창문을 열고 가스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도망쳤다...     종호는 성호가 정호를 나포한 정의용사다운 거사에 못내 탄복했다. 그러나 자기가 극진히 동정하고 아끼는 나영을 인터폴에 고발해 나포하게 한 것에 대해선 좀 생각이 달랐다.  종호는 어쩐지 나영은 죄를 졌지만 자꾸 불쌍하기만 했다. 나영의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끝없이 동정하고 싶은 것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는 나영이 탐오범이란 걸 안 때부터 몇번이고 나영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지만 인정상으로 잘 안되는 것이 이상했다.    성호는 최혜영한테서 종호가 정의를 지키면서 류려평과 류덕재와 싸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종호한테 엄지를 척 내들었다.       성호와 정호는 젤 친했다. 그들 둘은 전주 리씨 종친이라는 것도 있었겠지만 둘 다 정의를 지키였기에 어느 동기들보다 마음이 통했다.    성호는 종호를 보고 내심의 말을 했다.    “나는 네가 정의를 지켜 이 시내 ‘토황제’들인 류덕재와 류려평과 싸운다는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부터 탄복했다.”    정희는 얼굴이 새파래 외까풀눈을 곱게 흘겼다.    “당신은 이날 이때까지 정의를 지켜 무슨 먹을 알이 있었소? 흥!”    종호는 정희를 속으로 아니꼬와했다.    (정희는 아직도 돈 밖에 모르는구나. 정희는 이전에 한국 사장과 함께 비법다단계판매를 해서 5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했잖았는가. 그런데 아직도 저러루한 궁리를 하다니? 참.)    정희는 감옥에서 나온 뒤 이 시내에서 살기 창피해 성호와 졸혼하고 한국 사장을 따라 한국과 미국에 돌아다니면서 때밀이나 하면서 살았다. 심지어 빨깍빨깍하는 팁을 받는 재미에 남자들의 때밀이도 했다고 한다.    종호는 정희를 두고 착잡한 생각을 다 했다.    (양키들의 딸라를 벌려고 무슨 짓을 했는지 누가 알아? 돈에 미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정희는 미국에서 그렇게 20여년 동안 애나게 번 딸라도 글쎄 미국에서 주식투자를 해 몽땅 날려보냈다고 한다.    성호는 부부간에도 정의를 지켜 정희가 비법다단계판매을 한 당시에도 견결히 반대했댔다. 정희가 졸혼을 선고하고 미국에 가버리자 리혼할 생각도 다 했다. 그러나 하나 밖에 없는 딸애 하나가 불쌍해 리혼하지 못하고 홀애비 아닌 홀애비로 이제껏 살았다. 그는 작년에야 한국에서 정희와 만나 다시 한 집에서 살게 됐다고 한다. 그때 정희는 다시는 비법적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제야 성호는 집에 들여놓았다고 한다.     종호는 오늘 산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궁금해 속을 태우면서도 성호와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맥주잔을 기울였다.    종호는 성호와 또 맥주잔을 댕그랑 부딪치고 나서 쭉 굽을 냈다.    “성호야, 넌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니?”    성호는 이맛쌀을 찌프렸다.    그는 정희를 흘끔 곁눈질해보더니 무거운 입을 뗐다.    “졸혼은 할게 아니야. 우릴 봐라. 졸혼하고 20여년 동안 서로 갈라져서 살았잖았니? 글쎄 자기 인생을 살긴 했다. 그러나 돈은 돈이고 글쎄 아까운 시간을 갈라서 산게 허송세월한 거 같아 후회된다.”    정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후회하지 않소. 부부간에도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오. 부부간이 맨날 딱 붙어 살면 다 행복한 건 아니오. 우린 졸혼했기에 서로 생활을 간섭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지 않았소? 만약 졸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뉘평생 진수해중학교에서 그저 교원질이나 했겠지. 언제 한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 세상을 다 돌아다니면서 살았겠소? 졸혼하지 않았더라면 한평생 그저 진수해진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았을게요. 언제 견식을 그렇게 넓혔겠소.”    성호는 아니꼬운 눈길로 정희를 쏘아보면서 두덜거렸다.    “아직도 그 말이오? 우리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몇십년씩 갈라져 살아야 한단 말이오?”    그러나 정희는 자기 견해를 계속 토로했다.    “부부간도 서로 갈라 살아야 서로 소중한 걸 알고 그립기도 하죠. 부부간의 사랑도 고험을 거쳐 더 깊어질게 아니고 뭐요?”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이젠 황혼에 들어섰는데 아직도 갈라살겠소? 우린 황혼에 이제라도 내 인생을 살면서 부부간에 서로 의지하면서 알콩달콩 깨알이 쏟아지게 사는게 인생 나머지 행복이 아니겠소? 맛잇는게 있으면 먹고 해마다 국내외 명승고적을 유람도 하고 여생을 즐기면 얼마나 좋겠소?”    정희는 계속 도도거렸다.    “모질 행복하겠소. 이제 하나 애를 낳으면 우린 걔들 보모질해야 하는데. 언제 우리 인생을 살겠소?”    성호는 아니꼬운 눈길로 정희를 째려보았다.    “그래 당신은 혜영처럼 늙어죽을 때까지 로처녀로 혼자 살면 좋겠소?”    정희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네. 혜영처럼 살면 좀 좋아서. 아무런 가정 부담도 없고 얼마나 좋겠소?”    성호는 정희를 흘겨보았다.    “실컷 살고나니 배부른 흥정을 다 한다.”    종호는 그들 부부간에 싸울 것 같아 말리는 셈 치고 끼어들었다.    “내 혼인생활에 비하면 너넨 얼마나 행복하냐? 나는 정파답지 못한 한족 갈보년을 만나서 부모한테 효성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늘그막에 가정마저 다 깨졌잖았구 뭐야. 이제 누가 한족여자와 결혼하겠다면 내 밥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겠다.”    성호는 종호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종호야. 황혼에 이르렀다고 인생 끝난게 아니야. 이제라도 마음씨 착한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깨알이 쏟아지게 살아라. 우리도 좋은 대상 물색해보마.”    그러나 종호는 실망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영과 재혼이라고 할가고 막연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영이 냉면집에서 쫓겨나왔을 때도 나영을 자기 집에 데려다 함께 살았다. 성림이 심장병으로 앓자 치료비를 대려고 자기 유일한 둥지마저 다 팔아버렸다. 그런데 나영은 감옥에 들어가고 자기는 출국금지당하고 은행구좌마저 차압당해 성림의 병치료를 도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 비참한 실정을 성호 부부 앞에서 터놓지 않았다. 정희는 또 구제받자고 그러는가고 오해하면서 낯이 새파래질게 아닌가?    종호는 맥주잔을 들면서 화제를 슬쩍 바꾸었다.    “성호야, 우리 둘은 모두 정의를 지키면서 이제껏 살아오지 않았니?”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정의와 인생좌우명을 지키면서 사니깐 산 보람도 있었어. 절대 후회하지 않아.”    그는 쌍까풀눈으로 종호와 정희를 두루돌아보면서 정색했다.    “그런데 정의를 지키면서 살자니 진짜 편안한 날이 없어.”    종호도 맞장구를 쳤다.    “편안하게 살자면 정의를 버려야 해. 그러나 사람답게 살자면 정의를 지키면서 살아야지.”    성호는 종호의 손을 굳게 잡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죽어도 정의를 고수하면서 살자. 나는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죽어도 한이 없겠다.”    “나도 그래, 정의라면 목숨 걸고 수호할테야. 자, 우리 그런 의미에서 한잔 마시자.”    정희는 성호와 종호 잔에 맥주를 찰찰 넘치게 부어드리면서 종알거렸다.    “이젠 술을 그만 하세요. 모두 혀 다 꼬부렇구만요. 호호호.”    성호와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맥주잔을 쭉 굽내고 우쭐우쭐 일어섰다. 술도 얼근히 됐는지라 종호는 일어나자 기우뚱거리더니 비틀거리면서 카우터로 다가갔다.    “오늘 내 쏜다.”    성호는 황급히 카운터로 다가가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니, 우리 둘 사이에 이런 걸 다 따지겠니?”    “우리 둘은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 기뻤다.”    성호는 기어이 결산했다.    “왜 이리 시끄러워?!”    그때 선글라스를 낀 자들이 다른 방에서 우르르 쓸어나왔다.    “아차!”    종호는 단통 경각성을 높였다.    (그 놈들이구나!)    종호는 핸드빽을 꽉 움켜쥐며 그자들을 쓸어보았다. 그 자들은 이쪽을 쓸어보며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피뜩 보니 선글라스를 낀 자들 가운데 꺽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몽땅 보통킨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성호는 내막을 몰라도 저도 몰래 경계심이 부쩍 동했다.     "저사람들이 어째 눈길이 곱지 않구나."    종호는 경각성을 높여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방 문께로 나갔다.    뒤에서 성호가 따라 나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    바깥에서 무더운 삼복 기운과 함께 살기가 확 덮쳐왔다.    갑자기 호랑이 대가리탈을 쓴 키꺽다리 선글라스가 덮쳐나왔다.    종호와 성호네는 다방 안에서 따라나오는 선글라스들을 경계하다나니 바깥에 야수 같은 깡패들이 미리 잠복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호랑이 탈을 쓴 키꺽다리는 허리춤에서 뭘 뽑아들더니 종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썩어져라!”    고함소리와 함께 한가닥의 빛이 퍼런 하늘공중에서 내리꽂혔다.    “칼이다!”    정희가 비명을 질렀다.    종호는 아무 반응도 못하고 못 박힌듯이 꿈쩍도 못하고 서 있었다. 서슬푸른 칼날이 종호의 목을 겨누가 쒹 내려갔다. 종호는 반사적으로 뒤로 한발 물러섰다. 시퍼런 비수가 종호 가슴을 내리 쭉 긁으며 내려갔다. 다행이 칼끝이 종호 가슴으로부터 옆구리 가죽을 째면서 비스듬히 내려갔다. 종호가 뒤로 한발 훌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예리한 칼날은 목을 치며 내려갔을 것이다.    종호의 가슴에서 시뻘건 피가 주르르 흘러 하얀 반팔와이샤쯔를 뻘겋게 물들였다.     호랑이 탈을 쓴 키꺽다리는 이를 악물고 재차  내리찍으려고 비수를 쳐들었다.    위기일발의 시각에 성호가 뒤에서 맹호처럼 뛰쳐나가며 고함쳤다.    "닥쳣!"    성호는 종호의 목을 노리고 칼을 휘두르는 마수를 덥썩 틀어쥐었다.    성호 손아귀에서 피가 주르르.   성호는 흉수의 손목을 비틀어 칼을 빼앗아냈다.   호랑이 탈을 쓴 꺽다리 놈은 뜻밖의 봉변에 어정쩡해 있다가 발길로 성호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성호가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뭣들 하니? 죽여라!’    호랑이탈을 쓴 꺽다리가 허리춤에서 다른 비수를 뽑아들면서 고함쳤다.    순간 다방 문 뒤에서 복면한 날강도 둘이   우르르 덮쳐나왔다. 그자들의 옆에서 선글라스 둘이 덮쳐나왔다. 그 놈들은 성호와 종호를 에워싸고 칼과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성호는 허망 날아가면서 선풍발길을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나이가 원쑤였다. 황차 술까지 먹어서 몸이 잘 따라 주지 않았다. 성호는 발길로 겨우 한 놈을 차 넘기고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휘청했다.  젊었을 때 같으면 성호는 그까짓 서너놈은 아무리 비수와 쇠파이프를 들어도 몽땅 머리 위로 바람깨비처럼 날아나가면서 한발에 한놈씩 차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황혼에 들어선 그의 현실은 판판 달리 처참했다.    키꺽다리가 선글라스들 뒤에서 성난 사자처럼 스리슬쩍 빠져나와 시퍼런 비수로 성호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앗!”    비명소리와 함께 성호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푹 쓰러졌다.    그때 종호는 이를 악물고 핸드빽에서 고압전기권총을 꺼내 쏘았다. 성호를 재차 찌르려던 꺽다리는 고압전기총을 맞고 휘청거리다가 뒤로 푹 물앉았다.    "총이다!"    깡패들은 종호를 쇠파이프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종호는 머리를 맞고 피못 속에 푹 쓰러졌다.    날강도들이 쓰러진 성호와 종호를 재차 서슬푸른 비수로 내리찌르려고 할 찰나였다.    선글라스를 낀 사복경찰 둘이 덮쳐왔다.    땅! 땅!   야무진 총소리 울렸다.   “경찰이다!”   “꼼짝 말엇!”   경찰들이 덮쳐왔다.    정희가 목숨걸고 뛰어나가 폭도들을 마구 밀고 성호 몸을 막으면서 몸 위에 쓰러졌다.    “여보!”    불쌍한 정희의 울음소리 애절하게 울렸다.   종호는 총소리와 정희의 울음 소리에 간신히 깨어났다.   정신을 번쩍 차린 종호는 그 틈에 핸드빽에서 권총을 불쑥 꺼내들었다.    “총이다!”    호랑이 탈을 쓴 꺽다리는 물앉은 채 종호 핸드빽의 돈을 보았다. 돈을 보자 꺽다리는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핸드빽을 훌 채가지고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더니 꼬리빳빳해 도망쳤다.    종호가 손에 쥔 권총은 김호 부대대장이 준 호신용 고압전기권총이었다.    종호는 이를 악물고 재차 고압전기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고압전기권총이 파란 불꽃을 튕기면서 방출돼 날아갔다. 날강도 둘이 비명을 지르면서 푹푹 꼬끄라졌다.   경찰들은 날강도 두 놈의 팔을 뒤로 비틀어 제압했다.    땅! 땅! 땅!    공중에 쏜 야무진 공포탄 총소리가 도망치는 호랑이 탈을 쓴 키꺽다리를 추격했 다.   “꼼짝 말엇!”   김호 부대대장도 뛰여왔다.    경찰들은 종호를 보호하려고 사전에 다방 바깥에 매복해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 탈을 쓴 키꺽다리와 두 날강도는 골목으로 뿔뿔히 도망쳤다. 경찰들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날강도의 손목에 차디찬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그러나 정의용사 성호와 종호는 피못 속에 쓰러졌다. 뻘건 피가 그들의 하얀 와이샤츠를 뻘겋게 물들이며 줄줄 흘렀다.    김호 부대대장은 가슴에 피 즐벅한 종호를 끌어안아 일으키면서 눈물이 글썽해 소리쳤다.    “리선생님, 미안합니다. 우리 늦었습니다.”    “빨리 저 성호를 구하오. 성호는 정의용사요!”    “예. 선생님.”    "우린 정의를 위해 죽어도 한이 없소."    종호는 머리를 툭 떨어뜨리더니 눈을 스르르 감아버렸다.    "리선생님, 선생님!"    김호 부대대장은 종호를 끌어안고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종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바쁜 숨을 몰아쉬었다.     김호 부대대장은 다급히 핸드폰으로 120구급차를 불렀다.   경찰이  성호를 끌어안아 일으켰다, 성호의 옆구리에는 뻘건 피가 흥건히 내배였다.    이윽고 구급차가 달려왔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두대나 떠서 경찰들의 머리 위로 왱왱 날아다녔다. 류문도와 류덕재가 띠운 도론이었다. 그들 부자간은 모아산별장 쏘파에 앉아 한창 드론을 띄워놓고 실시간으로 살인현지 상황을 관찰하면서 깡패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은 종호와 성호를 구급차에 싣고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정희는 구급차에 앉아 피가 즐벅이 흐르는 옆구리를 손으로 꽉 막아 지혈시키려고 애썼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에서 지혈제를 상처에 뿌린다, 붕대를 꺼내 상처를 싸맨다 하면서 구급지혈조치를 댔다.     다른 경찰들은 경찰차에 날강도 둘을 압송해 공안국으로 달려갔다.    구급차 뒤에는 아츠러운 경적소리와 함께 피바람과 공포에 찬 드론이 꼬리를 물고 휘말려 따라가고 있었다…
544    대하소설 황혼 제5권(87) 황혼 동기파티 김장혁 댓글:  조회:103  추천:0  2024-12-23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7. 황혼 동기파티         선녀다방에는 경쾌한 음악이 절주있게 흐르고 대학 동기 최혜영과 종호의 대화는 끝없이 흘러 내려갔다.     종호는 혜영한테서 최군철이 지위 서기로 온다는 말에 실오리 같은 막연한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눈 앞에는 막막한 일이 수두룩이 쌓여 있었다.    종호는 갑갑해 혜영한테 말했다.    “내 출국금지당하는 바람에 나영이네 성림의 심장수술은 어쩌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를 보고 한국에 나가 성림의 심장수술을 좀 해주지 못하겠는가고 물어보았댔소. 그런데 심장수술부터는 개인 집에서 하지 못한다고 하잖겠소. 수술설비랑 없어 못한다오. 나영이 감옥에 있어서 성림을 중국에 데려다 수술할 수도 없고. 그래서 치료비를 중국은행을 통해 한국에 있는 나영의 여동생 춘영한테 부치려고 하니까. 글쎄  중국은행에서 내 로임 은행구좌까지 몽땅 차압하지 않았겠소. 이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됐소. 성림을 구할 거 같지 못하오.”    혜영은 너무 답답해 종호를 마주 바라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핸드빽에서 벌건 돈묶음을 꺼내 종호한테 주었다. 그 돈은 원래 남동생 병문안을 가자고 금방 은행에서 꺼낸 돈이었다.    종호는 돈묶음을 되밀어주었다.    “아니, 이건 뭐요?”    혜영은 돈묶음을 종호 손에 쥐어주면서 간곡히 말했다.    “저는 로임은행구좌마저 다 차압당했잖았고 뭐요? 요즘 가져다 쓰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전처럼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우린 래일의 희망을 기다려야 하오. 알만 하오?”    종호는 별수 없이 돈묶음을 감사히 받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후에 갚을게.”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필요없소. 류려평과 류덕재 사건을 신고한 감사비라고 생각하고 쓰오."   "내 돈을 바라고 신고한게 아닌데."    "아오. 정의감에서 나선게지. 그럼 동기 주는 거 쓰면 안되오. 리사장이 내 수사사업을 도와줘서 감사했소. 힘 들 때 서로 돕는게 동기간이 아니겠소? 오누이처럼 말이오.”    그제야 종호는 돈묶음을 받아넣었다.   "그럼 잘 쓰겠소."    혜영은 종호가 론리사유가 망가져 동정에 눈물만 흘리는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    (인생황혼에 들어서면 다 저렇게 정치민감성이 도끼등처럼 무뎌지는가? 옛날 재직 때 리종호 사장이 아니야.)    그녀는 이렇게 말해주려고 하다가 그만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어떤 땐데, 어째 성림이란 애한테 그리 집착하오. 혹시 성림을 구해주고 나영과 재혼이라도 할 예산이오?”    그러나 종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오. 애가 너무 불쌍해 인간적으로 도울뿐이오. 애한텐 무슨 죄가 있소?”    최혜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꾸 성림이나 나영한테 관심을 보이면 리사장한테 불리하오. 그래잖아도 지금 류려평은 리사장이 나영과 중혼죄 있다는지, 리사장이 류려평이 얻어먹은 아파트를 팔아 책을 냈다는지, 류려평과 리사장은 한 가정 경제공동체 공범이라는지, 류려평이 숱해 물고 늘어지는 판에, 참, 답답하오. 리사장, 좀 경중을 가려서 처사하오. 지금 성림의 치료보다 류려평과 류덕재를 처치하는게 급선무라는 걸 좀 명심하오.”    종호는 머리를 푹 숙이더니 고민에 빠졌다.    “그때 류려평이 년말상금으로 탄 아파트란 말을 딱 곧이들었댔소. 그래서 그 집을 팔아 조선족항일투쟁사 책을 내는 정의적인 일에 썼소. 그런데 그 일이 류려평한테 빌미를 제공할줄은 몰랐소.”    혜영은 종호의 말이 진실한 교대라는 것을 믿었다. 그녀는 믿어운 눈길로 정의감이 있는 동기를 마주보며 또 한마디 충고했다.    “나영은 동정할 녀자 아니오. 전번에 성감옥에 가서 최정호 국장을 심문했는데 나영은 문화국과 전람관 청사를 지을 때 아파트 한채를 공짜로 가졌답데. 이젠 리사장은 나영한테 미련을 버리고 쓸데없이 동정하지 말기를 바라오. 어떤 땐 사람을 잘 알지 못하면서 동 정하면 자기를 해칠 수도 있소.”    그제야 종호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나영이 고생스레 사는게 불쌍해 동정했을뿐이오. 그러나 그가 위법했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는 성림이 불쌍해 동정했을뿐이오. 특히 성림을 훌륭한 조선족애로 키우려려는 모성애가 가긍해 좀 동정했을뿐이오.”    종호는 무슨 생각이 피뜩 떠올랐는지 핸드빽을 들추더니 유판을 꺼내 혜영한테 주었다.    “이 유판에 요즘 류덕재 일당이 산소 주위에서 한 활동장면이 몽땅 록화돼 있소. 내 여기 올 때도 드론까지 추격해오지 않겠소.”    “그저 일이 아니구만. 안전에 주의하오. 그래서 내 김호한테 경찰 둘을 파견해 리사장 신변을 보호하라고 부탁했댔소.”    그제야 종호는 알 것 같았다. 산소로 갈 때 그들 형제 탄 택시 뒤를 따라오는 택시 한대가 따라왔댔고 또 산소 몰카에서 보내온 동영상을 되돌려보니 부근 강냉이 밭에도 쇠파이프를 쥔 꺽다리를 내놓고도 다른 짝패 둘이 숨어 있었댔다. 그들이 바로 김호가 파견한 변장한 경찰들인것 같았다. 종호는 혜영의 아량있는 꼼꼼한 배치에 못내 탄복했다.    혜영은 화장실에 나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박국장이오? 내 최혜영이오.”    그녀는 김호한테 부탁하고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시공안국 박동묵 국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박국장, 오늘 음력 7월 15일이 아니고 뭐요? 류덕재 일당이 아마 오늘 밤에 류려평 애비 산소에 묻어둔 걸 파낼 거 같소. 경찰들을 현지에 출격시켜 나포하면 어떻소? 양, 김호 부대대장과도 말했소. 양, 형사경찰대대와 치안대대 경찰로 두개조로 나뉘어 협조 습격하면 실수 없을 수 있지. 수고하겠소.”    혜영은 모든 걸 깔끔히 처리한 후 다방에 돌아왔다.    그녀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종호를 보고 물었다.    “어째 성호와 정희 아직도 오지 않소?”    “우리 왔소.”    다방에 성호와 정희가 환히 웃으면서 들어섰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더니 끝내 왔구만.”   종호는 성호와 정희 손을 일일이 잡았다.    혜영과 정희는 악수하면서 서로 마주 바라보며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의 눈길에는 걷잡을 수 없는 오만가지 생각이 파도치며 스치고 흘러가고 있었다.    혜영은 정희 호리호리한 몸매를 바라보며 덕담을 건넸다.    “참 오랜만이구나. 넌 아직도 몸매가 대학시절 처녀 때처럼 날씬하구나. 정희야, 넌 미국에 가 있다더니 언제 돌아왔니?”     정희는 될수록 어색하게 만들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대답했다.    “그래, 난 미국에 갔다가 한국에 들어와 산지도 몇해 된다.”    정희는 은영의 서리내리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마주 바라보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내색을 내지 않으려고 무등 애쓰면서 인사를 받았다.    “은영아, 참 오랜만이구나. 오늘 동기파티에 왔기에 오랜만에 널 보는구나.”    정희도 반색하면서 인사했다.    성호는 자꾸 혜영의 희슥한 머리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그는 내심 저으기 서글프기만 했다.    (아, 얼마나 보고 싶던 은영인가? 저렇게 머리 흰 혜영이 그래 내가 미칠듯 사랑하던 은영이란 말인가?)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월이 무섭구나. 세월이 무정하구나. 우리 이젠 머리도 다 희였구나.우린 벌써 다 인생황혼에 들어섰구나. 세월이 무정하구나. 어쩜 검은 머리 휘날리면서 빙장에서 날렵하게 스케트를 타던 처녀를 이렇게 머리 허연 로파로 만들었단 말인가. 무정세월이 얄밉구나.)     그때 다방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성호의 기분에라도 맞춘듯이 김용임의 "나이야 가라."는 노래가 애달프게 흘렀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     뒤이어 "사랑이야 어찌 늙으랴"는 노래가 성호와 혜영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흘렀다.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좌석에 앉으려고 했다.    (비록 우린 황혼에 들어섰다지만 우린 아직도 마음이 늙지 않았지.)     정희가 여겨보니 혜영은 성호가 손을 내밀었는데도 어색한지 성호의 손도 잡지 않는 것이었다.    종호는 은행구좌마저 동결돼 호주머니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고급커피에 청도맥주랑 명태랑 소고기료리랑 숱해 시켜 올렸다.    다방에서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씁쓸한 음악이 무겁게 흘렀다. 성호는 오랜만에 혜영을 보자 눈 앞에 옛 추억이 필림처럼 돌아갔다.    성호는 항상 이 선녀다방에 와서 은영(혜영)과 만나 동기의 정도 나누었고 승호랑 종호랑 친구들과 술도 마시면서 찬란한 미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눴댔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성호는 대학 시절에 은영과의 첫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난 것에 마음 아팠다. 혜영도 성호 못지 않게 그때 일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때 대학시절에 성호는 은영과 함께 빙장에서 은제비들처럼 쌍쌍이 나래쳤다. 빙상 백마왕자와 공주처럼 쌍쌍이 휘거를 하면서 펄펄 나래쳤다. 성호는 은영이 없인 못 살 것처럼 은영을 뜨겁게 사랑했다. 그런데 은영은 승호를 사랑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긴 은영은 최시장의 귀여운 공주였고 성호는 심심산골 농민의 아들이 아니였는가. 그들은 확실히 짝이 기울었다. 성호는 은영이 시공안국 형사과 과장의 아들 승호를 고중 동기 때부터 사랑했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호는 사랑의 라이벌 승호와 대판 결투까지 벌였다. 대학교청사 뒤 눈덮인 소나무숲에서 그들은 성난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면서 치고 박았다. 그때 은영이 중간에 끼어들어 울면서 말리지 않았더라면 누구든지 꺼꾸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결투까지 했지만 은영은 결국은 끝까지 승호를 선택했다. 그때 성호는 막 자살까지 하고 싶었다. 그런데 후에 성호와 은영은 학교 뒤 소나무숲 속에서 련정을 불태우다가 글쎄 강도들한테 기습당했다. 강도들은 승호를 소나무에 묶어놓고 승호 앞에서 짐승들처럼 은영을 륜간했다. 은영은 승호가 자기 외에도 대학 동기 홍희와 고중 동기 허옥녀의 정조를 짓밟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였다. 그 일을 알고 은영은 승호의 그걸 면도칼로 베버리기까지 했다. 후에 승호는 에이즈에 걸려 죽고 말았다. 후에 성호가 알고 보니 승호는 글쎄 성호 아버지가 남한테 준, 성호의 배다른 큰형님의 아들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성호는 혜영을 보는 순간 자기와 승호와 은영 사이에 있었던 치렬한 삼각련애가 자꾸 주마등처럼 떠올라 저으기 괴로웠다.    성호는 십여년 전에 오랜만에 혜영과 함께 고향 서산에 가서 스키를  탔다. 그때 혜영은 몇길 되는 절벽에서 스키를 신고 뛰어내려 불새처럼 소나무숲 속으로 미끌어져 내려갔다. 성호는 오늘도 혜영의 그 날렵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후 성호가 한국에 나가다나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혜영도 은은한 음악 속에서 성호와 승호와의 옛 추억에 빠졌다가 간신히 깨어났다. 그들 둘은 서로 말도 한마디 하지 않고 눈길도 별로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 숱한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종호는 맥주잔을 들어 권했다.    “자, 오랜만에 이렇게 가까운 동기들을 만나니 기쁘오. 무더운데 맥주를 시원히 들면서 얘기하기오.”    “건배!”    맥주잔이 댕그랑 정겹게 부딪치는 소리.    모두들 잔을 쭉 굽냈다.    혜영은 성호가 지금 정희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저으기 기뻤다.    혜영은 정희를 마주 바라보면서 물었다.    “한국에서 뭘 하니?”    정희는 명태를 찢어 여럿의 접시에 일일이 올려 놓으면서 대꾸했다.    “저 나그네 한국에서 광고신문을 꾸리는 걸 도우면서 두루 산다.”    “딸애는 이름이 뭐던가? 지금 어디 있니?”    정희는 성호를 흘끔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내 딸애 하나라고 불러. 지금 강남 한국 반도체회사에서 일하는데 괜찮게 보낸다.”    “결혼했니?”    “결혼했어. 한 회사 김윤선이란 총각과 결혼했다. 걔들은 미국 하버드대 동기야.”    혜영은 다잡아 물었다.    “혹시 걔들이 최군철 전무네 회사에서 일하잖니?”    정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그래, 너도 최군철 전무를 잘 아니?”   “너네도 알겠지만 최군철은 우리 지위 서기로 온단다.”    정희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러는 모양이야. 우리 딸도 아마 최전무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올 거 같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에 두루해 귀국해 돌아본다. 아마 최전무네 회사 조선족 골간들은 모두 최전무를 따라 고향에 돌아와 반도체회사를 차릴 예산인 모양이더라.”     종호는 성호와 눈길을 맞추면서 희죽이 웃었다.    “보라니깐. 그래도 최국장이 정계 소식이 빠르잖소? 허허허.”    성호는 맥주잔을 들어 권했다.    “우리 고향에 대형반도체회사가 들어앉으면야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좋겠소? 그런 의미에서 한잔 들기오.”    또 맥주잔이 댕그랑 마주치는 소리 정겹게 들렸다.    그때 혜영이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방에서 나가 화장실에 가서 은밀히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되돌아온 혜영은 핸드빽을 들더니 종호와 성호를 둘러보았다.    “미안하오. 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서야겠소. 후에 다시 련락하기오.”    성호는 일어나 따라나가며 바랬다.    “퇴직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바삐 보내오. 황혼기에 이르러 이젠 우리 다 무슨 일이 없어야겠는데. WW.”    “그렇게 됐소. 미안하오.”     혜영은 기실 성호와 정희와 마주 앉으니 착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한시도 더 앉아 있기 싶지 않았다. 그러던 차 공안국 박국장한테서 오늘 밤에 있을 나포작전을 연구하자고 부르자 좋다고 자리를 떴다.    혜영은 바깥에 나가 동기들한테 손 저어 보이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택시는 쏜살같이 공안국으로 곧추 달려갔다.    저쪽 골목에서 선글라스들이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성호와 정희는 혜영을 바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은 다시 되돌아와 종호와 마주 앉았다.    혜영이 떠나가자 성호는 정희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런 부담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린 인생황혼에 들어섰잖았니? 이젠 별게 있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놀고 싶은 걸 먹으면서 여생을 즐기면 되지.”    종호는 맥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그러면야 황혼이 멋지지. 그런데 어디 퇴직해도 그렇게 되니? 뭔가 해야 인생가치를 실현하는 거 같아.”    성호도 머리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신문을 꾸리면서야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한국 사람들은 언론자유돼 그런지 아무거나 마구 쓰던데 투고한 원고들을 두루 읽어 보면 어째 그닥잖더라.”    종호는 의아해 물었다.    “뭐? 어떻기에?”    성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그렇게 시를 쓰면 안된다고 본다. 시를 쓴답시고 응풍영월하지 않으면 미사려구로 문자장난을 하잖았겠소? 쓸데없이 횡설수설하고. 밥 먹고 할 소리 없는지, 잠꼬대 같은 소리도 짓거려놓고 시라고 내달라오. 짤막한 시라도 사람들한테 뭔가 안겨주는게 있어야지. 뭔가 귀띔해주는 거라도 있어야겠는데. 그런 걸 시라고 써보내 가지고 원고료부터 얼마나 주겠는가고 물어본다. 우스워 말도 안 나가.”     종호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돈만 따지면서 저울질하면 세상에 유용한 아무 글도 못 써. 지금 우리 시단의 어떤 난해시는 진짜 안개 속 같아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더라. 어떤 시인들은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몽롱한 시야 말로 절세의 명시라고 하는데. 참, 남이 알아보지도 못하게 쓰는게 신지? 글쎄 이른바 예술성은 높인다고 그러는데. 참 그 정력과 필묵이 아깝다. 그런 자화자찬하는 난해시는 쓴 ‘시인’이나 알아보겠는지. 백성들이 알아보겠는가? 그런 시인들은 대중화 시를 통속시라고 얕잡아 보는데. 인민성을 잃은 시나 소설은 그닥잖은 오작이야.”    성호와 종호는 의기투합돼 맥주잔을 댕그랑 마주쳤다.    정희는 어느결에 파랑새란 별명처럼 얼굴이 새파래 잔을 들어 댕그랑 마주쳤다.    종호는 성호가 은영(혜영)과 실련한 뒤 정희와의 약혼을 성공시키려고  중간에서 련애편지랑 날라주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성호와 정희가 재미나게 사는 걸 보고 저으기 기뻤다.    종호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성호, 난 한평생 신문을 꾸렸는데 쉽지 않습데.”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국내에서 광고신문을 꾸려 그래도 몇만부씩 발행해 한해에 천만원 수입을 올린 적도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시대 돼서 광고신문을 잘 보지 않아 망했어. 그래서 한국에 나가 꾸리는데 쉽지 않소. 동포들은 그래도 동포신문이라고 보는데 한국인들은 우리 광고신문에 광고를 잘 안내오. 심지어 신문을 보지도 않소.”    성호는 소고기점을 집어 씹으면서 다른 화제로 뒷말을 이었다.    “진짜 력사적 가치 있는 문장은 그래도 네가 쓴 력사이야기나 력사소설인 것 같더라.”    “그래?”    종호도 동감을 표시했다.    “그래, 대작가 조정래의 대하력사소설 “아리랑”, “태맥산맥”, “한강”은 참 력사적 가치 있는 소설이지. 대녀작가 박경리 력사소설 “토지”랑 괜찮지. 그런 력사소설을 읽어보면 당시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생활모습과 당시 력사를 형상적으로 볼 수 있지. 참 좋더라.”    “맞어.”    성호는 명태를 쪽 찢어 와사비에 찍어 씹으면서 말했다.    “난 시내만 나가면 그런 력사소설을 사다가 본다. 진짜 그 긴 력사소설을 어떻게 그렇게 주옥 같은 필치로 펼쳐냈을까? 조정래나 박경리 같은 대작가들이 참 존경스럽다. 너도 민족을 위해 항일전쟁력사이야기를 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니? 기여도 크구.”    종호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들은 자연히 “야”, “자” 하면서 무람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의 황혼에 이르르고 보니 세상에 해놓은 일이 없어 참 마음이 아프다. 우리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겠니? 참 이러다가 훌쩍 이 세상을 떠나면 어쩌니? 부모 낳아 준 은혜와 당과 국가에서 무료로 대학공부를 시킨 은혜도 제대로 갚지 못하면 어쩌니?”    성호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넌 괜찮아. 난 한뉘 광고나 하면서 돈은 벌었지만 너처럼 세상에 해놓은 일이 없어 고민이다. 이제라도 뭔가 해놔야겠는데.”    종호는 맥주잔을 들어 권하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냐? 네가 애나게 광고를 해 번 돈을 대줘서 내 책을 냈잖았니? 그것도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과 선렬들을 위해 기여한 거야.”    그들의 화제는 지구촌 동서남북으로까지 뻗어나갔다.    종호는 이런 말을 꺼냈다.    “로씨야에선 병나면 무료로 치료해준다더구나. 나영이네 성림이도 로씨야로 데리고 가서 치료하는게 좋잖겠는지 모르겠어.”    성호는 피뜩 떠오르는지 물었다.    “오- 이전에 네가 입원해 찾아갔을 때 본 그 나영이란 녀자네 애 말이냐?”    “그래. 한국 의사들은 걔는 심장수술해야 산다더라. 그런데 수술비용이 엄청 들어가는데 담당하기 어려워.”   성호는 정희 눈치를 힐끔 보면서 종호 손을 덥썩 잡았다.    “걔 수술하게 되면 내한테 알려라. 내 좀 도와줄게.”    정희는 단통 얼굴이 새파래서 못 마땅한 눈길로 성호를 흘겨 보았다. 정희는 성만 나면 얼굴이 새파래지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동기들은 정희를 “파랑새”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댔다.    종호는 인차 파랑새 못 마땅해 하는 눈치를 제꺽 채고 말렸다.    “그만 둬라. 너네도 한국 이국 땅에서 신문을 꾸려 돈을 버느라고 얼마나 고생하고 있니? 성림의 수술비를 부조받자고 성림의 말을 꺼낸 게 아니야.”    그들 동기간은 반갑게 만났다가 돈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다방에서는 쓸쓸한 음악이 울렸다. 그들의 술좌석도 싸늘이 식어가다가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쌀쌀한 리별을 고하고 말았다. 종호는 쓸쓸한 동기 파티에 마음이 저으기 아팠다.
543    대하소설 황혼 제5권(86) 선녀다방에서의 밀담 김장혁 댓글:  조회:148  추천:0  2024-12-21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6. 선녀다방에서의 밀담    종호는 신변위협을 직감하고 민박에서 몸을 피해 만호네 집에 가서 잠적했다.    그는 부모 산소에 가던 날에도 선글라스를 낀 청년이 슈퍼마켓에서 따라다니자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저 우연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들 형제가 탄 택시 꼬리를 몰고 따라오던 택시 두대가 항상 이상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로 산소 비석과 백양나무 까마귀 둥지 몰카가 보내온 동영상을 풀어보다가 또 이상한 동태를 발견했다.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가 쇠파이프를 들고 강냉이밭에서 어슬렁어슬렁 나오더니 자기 부모 산소 주위를 맴돌면서 비석을 매만지면서 이리저리 살피고 백양나무 가지 위 까마귀 둥지도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 놈이 날 추적했구나.)    순간 뒤잔등에 소름이 쪽 끼쳤다.    (그날 글쎄 어째 보이지 않는 눈길이 우리 형제 뒤잔등을 따라다니는 거 같던게. 저 놈이구나. 건데 저놈이 어째 류문도 같아?)     그러나 동영상을 아무리 되돌려 봐도 류문도는 아니였다.    종호는 저도 몰래 신변 안전에 위기를 느꼈다. 그는 궁리하다 못해 만호네 집에서 하루 밤도 더 묵지 못하고 만순이네 집으로 비밀리에 옮겨 가서 숨어 있었다. 그것은 그날 만호와 함께 부모 산소에 갔다 온 종적을 남겼기에 만호네 집도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종호는 원래 나영을 시켜 유판을 최혜영한테 제공한 후 성림의 치료 때문에 인차 한국으로 나가려고 비행기표까지 다 사놓았다. 그런데 급변사태가 또 터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형사수사처 왕춘영 처장한테서 뜻밖의 전화가 오지 않았겠는가.     “리종호 부사장입니까? 난 형사수사처 왕처장입니다. 리사장, 더 숨어다니지 말고 형사수사처에 빨리 와서 자수하십시오.”    종호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내 무슨 죄 있다고 형사수사처에 다 가야 합니까?”    “당신은 류려평과 한 가정경제공동체 호주입니다. 류려평과 함께 부정축재한 아파트를 꿀꺽 삼킨 중대범죄혐의가 있습니다.”    “난 류려평의 아파트와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한국행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놨습니다.”    “허허허! 당신 이젠 출국 못합니다. 공안국에선 이미 당신한테  출국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급변사태에 종호는 입을 딱 벌렸다.   (아니, 비행기표까지 다 사놨는데 한국에 나가지 못하면 큰 일이인데. 성림의 치료비는 어쩐단 말인가?)   종호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종호는 어쩐지 불안해 날마다 핸드폰 위치공유앱을 통해 려향의 종적을 추적하였다. 그러나 왕춘영 처장과 류기 대대장 등 수사일군들은 이미 종호의 핸드폰위치를 즉시 장악했다. 체포하자고 들면 당장이라도 체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류덕재가 종호를 잠시 나포하지 말고 위협공갈만 하라고 했기에 잠시 체포하지 않고 놔두었다. 류기는 즉시 종호 주거지 위치를 류덕재한테 고발했다.     또 류기 대대장한테서도 종호한테 똑 같은 위협공갈전화가 왔다.    류기는 종호가 녀자감옥으로 취재하러 갔을 때 커피컵이랑 차컵이랑 손수 공손히 가져다 드리던 부드러운 여경장과는 판판 달리 나왔다. 말투가 아주 거칠고 선뜩선뜩했다.    종호는 왕처장과 류대대장의 위협공갈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 컴퓨터로 동태를 살폈다.    (오늘은 음력 7월 15일 아닌가.)    그는 이날만큼은 산소에 무슨 동태 있는가 더 살펴야 했다.    그런데 려향이 귀국하지 않았겠는가!    “끝내 올게 왔구나!”    기실 려향도 핸드폰위챗으로 위치추적해 종호가 귀국하던 즉시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려향은 종호도 이젠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아무 련락도 더 하지 않고 암암리에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종호는 황급히 핸드컴퓨터를 켰다. 그는 려향의 미색핸드빽 보석맞단추몰카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려향은 아직도 미색핸드빽에 몰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휴대하고 다녔다.    종호는 려향과 류덕재가 류생남 국장의 산소에 묻어둔 비밀을 두고 한 대화를 듣고 경악했다.    (끝내 불여우 꼬리드러났구나. 류국장 산소에 꼭 부정축재한 황금덩이를 묻어뒀을 거야. 어디 두고 보자!)    종호는 컴퓨터로 산소 주위 동태를 면밀히 살폈다. 그의 부모 산소 비석과 백양나무 까마귀 둥지에 장치해놓은 몰카에서 실시간으로 부모 산소와 류국장 산소의 동태가 실시간으로 전송돼 왔다.    (저게 뭐야?!)    류려평의 부모와 류덕재 부모의 산소 상공에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진짜 러우전쟁터를 방불케 하는구나.)    류문도는 거의 날마다 싶이 자가용 벤츠를 몰고 조부모 산소와 골짜기를 하나 사이에 둔 건너편 산봉우리에 올라가 드론을 띄워놓고 누가 자기 조부모 산소를 다치는가 살피고 있었다. 하긴 그 산소에는 그가 평생 먹고 살 황금덩이가 묻혀 있기에 그럴 법도 하지 않겠는가.     (음력 7월 15일, 오늘은 한족들이 조상들의 부모 령전에 지전을 태우면서 기리는 날이 아닌가. 그렇구나. 려향은 오늘 외조부 산소에 가자고 급급히 귀국했구나. 오늘 꼭 무슨 일이 터지겠구나.)     종호는 이날만은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류려평과 류덕재 부모 산소를 살피기로 했다. 이제 증거만 쥐면 최혜형 고문한테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핸드폰을 피뜩 보니 최혜영(은영이) 전화 아니겠는가.    “잠간 만날 수 있겠소?”    종호는 딱한 표정을 짓고 한참이나 아무 말도 못했다.    (오늘은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는데 어쩌지?)    그러나 종호는 인차 생각을 고쳐먹었다.    “만나기오. 그래잖아도 여기 긴급정황이 있어 만나자고 했는데. 잘 됐소.”    종호는 컴퓨터를 끌가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어디 있소?”    “여기 선녀다방이오. 한국에서 정희네 부부가 왔다오. 가까운 동기 몇이 만나자고 그러오. 좀 일찌기 오오. 우리 둘이 먼저 만나 이야기를 좀 나누기오.”    “알았소. 내 곧 갈게.”    종호는 부랴부랴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가 층계에서 바깥으로 나가자 자그마한 드론 한대가 날아와 그의 정수리 위에서 배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류문도가 종호의 동태를 감시하느라고 띄운 드론이었다. 종호는 대뜸 일이 상서롭지 못한 감을 느꼈다.    그는 큰길에 부랴부랴 달려나가 택시를 타고 공원 맞은 켠에 있는 선녀다방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드론이 또 택시를 따라 날아왔다.    “이걸 어쩌나?”    종호가 공원 대문 맞은 켠 선녀다방 부근에서 택시에서 내리자 드론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기실 드론은 아주 은밀한 아파트 위에 숨어 종호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선녀다방은 이전에도 종호랑 성호랑 대학동기들이 자주 만나던 곳이었다. 그러나 모두 뿔뿔히 흩어져 살다나니 오랜만에 이 선녀다방에서 동기들이 만나게 되였다.    종호는 드론으 떼놓고 선녀다방에서 동기들을 만나게 돼 저으기 기뻤다. 최혜영과 리종호는 정의감이 있다는데서 저도 몰래 대학교 때부터 친해졌던 것이다.    이윽고 종호는 선녀다방 젤 안쪽 방에서 최혜영을 긴급히 만났다.    어두운 불빛 아래 다방에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노래가 은은히 흘렀다.    종호는 최혜영의 파뿌리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을 보고 그녀를 전번에 인천비행장에서 보았을 때처럼 또 한번 아쉬운 감을 어쩔 수 없었다.    (아, 대학시절에 빙장에서 그렇게 은제비처럼 날렵하게 스케트를 타던 은영이 어쩜 벌써 저렇게 늙었을까. 나이야 가라, 저 멀리 가라.)    그러나 종호는 아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좌석을 정하자 거두절미하고 요건부터 말했다.    “류려평이 부정축재한 걸 아마 부모 산소에 파묻어 둔 것 같소.”    그는 그간 려향의 핸드빽의 몰카로 장악한 단서를 쭉 얘기했하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오늘은 한족들이 조상들의 산소에 지전을 태우고 향불을 켜드리는 날이 아니고 뭐요. 아마 오늘 밤 쯤에 산소에 걸 파내지 않겠는지 모르겠소.”    “아, 그렇군. 그런데 내 지금 수사권이 없어 어쩌지?”    “무슨 소리오?”    종호는 급변사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혜영은 맥없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게도 마수가 뻗쳤소. 내 고문직을 해임하고 퇴직시켰소. 김호 대대장도 치안대대에 부대대장으로 강급전근시켰소.”    “김호 전근된 건 들었소. 그런데 제까지 퇴직시켰으면 이 일을 어쩌오? 그래서 왕처정인지 뭔지. 류기랑 내한테 위협공갈전화를 하한게구만.”    최혜영은 바로 앉으면서 귀띔해주었다.    “새로온 왕처장은 류덕재 오랜 비서출신이오. 이번에 리춘희 처장 대신 락하산을 타고 왔소. 왕처장과 류기 대대장이랑 리사장를 위협공갈해 입을 틀어막자는게 틀림없소."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글쎄 그렇게 생각됩데.'    최혜영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김호 부대대장한테 전화하기오.”     최혜영은 당장에서 김호한테 핸드폰을 쳤다.     “김대대장이오? 여기 이런 일 있소. 류려평은 아마 숱한 부정축재를 그의 애비 산소에 파묻어둔 것 같소. 오늘 류려평의 딸 리려향과 류덕재 일당들이 류려평의 애비 산소에서 뭘 파낼 거 같은데. 믿음직한 경찰들을 데리고 비밀리에 그 놈들의 산소에 가서 현장에서 나포하고 차압하게 하오.”     뒤이어 종호는 류려평의 산소 위치와 지도를 그려 김호 위챗에 보냈다.    종호는 김호한테 주의를 주었다.    “류덕재 아들 류문도가 날마다 밤낮 드론을 띄워 류려평 애비 산소 주위를 감시하고 있소. 아마 산소와 멀리 떨어진데부터 산길로 접근하지 말고 강냉이 밭으로 숨어 접근하면 좋을 거요.”    김호 대대장은 장담했다.    “리선생님, 근심하지 마십시오. 우리도 그까짓 드론을 대처할 방법이 있습니다.”    종호는 핸드폰을 끄고나서 뒤근심을 털어놓았다.    “김호는 치안대대 부대대장 밖에 안되는데 그 놈들의 부정축재장물을 차압한다고 해도 류덕재 마수를 당해낼 수 있을까?”    최혜영은 코웃음쳤다.    “류덕재 아무리 이 시내 ‘토황제’라고 해도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소. 이 세상에 어디 정의와 법이 없소? 그 놈 ‘토황제’도 이제 법 앞에서 꼼짝달싹 못할 날이 곧바로 닥쳐올 걸.”    그래도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법도 사람이 집행하는게 아니오? 류덕재 사처에 검은 돈을 먹이면 또 일이 어떻게 번져질지 모르잖소?”    최혜영은 희슥희슥한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나직이 말했다.    “제만 알고 있소. 성당위와 지위에서는 류덕재 일당의 죄행에 대해 매우 중시하오. 이제 성에서 곧 조사조가 내려올게오. 성당위에서 지위에 새 서기도 파견한다오. 건데 누가 오는지 아오?”    종호도 귀 솔깃해졌다.    “누가 온다오?”    “최군철 당대표가 우리 지위 서기로 온다오.”    “누구라고?”    “최군철, 알지?”    종호는 단통 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최군철이 오다니. 최군철은 문화국 최정호 국장의 친아들이 아니오?”    최혜영은 확신에 차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소. 최군철은 당대회 당대표 아니고 뭐요? 그는 청렴하고 공정하기로 소문났소.”    종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애비에 그 아들이겠지. 뭐 군철이 서기로 온다고 우리 시내 달라지겠소.”    최혜영은 손사래를 쳤다.    “최군철 위인을 내 좀 아오. 전번에 탐관 최정호 국장의 부정부패사건을 내 직접 수사해 신고했잖고 뭐요? 그때 최군철은 자기 아버지를 위해 하나도 사정한 적이 없소. 오히려 대의멸친하면서 엄격히 수사해처리하라고 했소.”    “그게 진속이겠소?”    최혜영은 뒷말을 이었다.    “자식으로 생겨서 친아버지 투옥되는게 어째 마음이 아프잖겠소? 황차 금방 친아버지란 걸 알게 된 시점에 그런 참혹한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내심에서야 고통스러웠겠소. 그는 사람됨됨이 효성스럽고 착한 사람이오. 대형회사 당위 서기 겸 부사장이란 체면도 잊고 여러번 감옥에 가서 친아버지를 찾아뵙고 위안했댔소. 또 양아버지여직껏 길러준 정과 은혜를 잊지 않고 리문걸선생한테도 효성을 다 한다오. 양아버지 자기한테 사준 아파트도 다 양아버지한테 되돌려주었다오.”    그래도 종호는 미덥잖은 표정을 지었다.    “회사 보스가 지역당위를 제대로 지도할까? 보통 기업인들은 리윤에 눈이 어두운데. 최군철은 원래 귀국해 반도체 회사를 차린다던데. 이전엔 성당위 조직부 처장을 하라고 조직담화를 해도 회사 보스를 하겠다고 그만뒀다던데. 이번엔 웬 일이지? 대도시에서 이런 시골 서기로 온다니 리해 안되오.”    최혜영은 군철의 자랑이 끝이 없었다.    “그런 일은 있소. 최군철 서기는 이제 지역당위 서기로 온 후에 자기 꿈대로 외자를 인입해 꼭 반도체회사를 성공시킬 예산인 거 같습데.”    종호는 의아해했다.    “저는 어떻게 그렇게 정계 소식을 잘 아오?”    최혜영은 나직이 말했다.    “사실 전번에 난 성당위 기률검사위원회와 감찰국을 찾아갔댔소. 류덕재 부정부패사건과 나를 해임시킨 사건도 신고했소. 물론 내 퇴직기한은 좀 지났지소. 그래도 어떻게 류덕재와 류려평 부정부패사건을 채 마무리짓지도 못했는데 중도에 해임시킨단 말이오. 완전히 조직원칙과 수사원칙에도 맞지 않는 처리 아니고 뭐요? 류덕재와 류려평을 보황하자는게 아니고 뭐요? 이제 최서기 오면 류덕재랑 부정부패부터 척결할게요.”    종호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글쎄, 새 지역에 와서 정치를 잘 하자면 부정부패부터 호되게 척결해 정계를 바로잡아 놔야지. 그 다음 회사랑 잘 차려서 지역경제를 춰세우고. 아무튼 잘 됐소. 최군철 서기한테 좀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겠소.”    종호는 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나직이 말했다.    “류덕재 애비 산소에도 무슨 비밀이 묻혀 있는 거 같소.”    최혜영의 어글어글한 쌍겹눈이 단통 데꾼해졌다.    “뭐라오?”    종호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러잖으면 왜 류문도가 날마다 밤낮 드론으로 자기 할애비 산소까지 감시하겠소?”    최혜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 둘은 성호와 정희 오기 전에 은은한 음악 속에 나직이 밀담을 계속 했다.    선녀다방에서 그들의 이번 상봉은 진짜 정치학부 졸업생다운 동기동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둑시그레하던 다방의 네온등불빛이 좀 환해지며 비장한 음악이  애간장을 끓이면서 절절히 흐르고 있었다.
542    대하소설 황혼 제5권(85) 황금몽 김장혁 댓글:  조회:173  추천:0  2024-12-1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5. 황금몽       류덕재는 이날도 망아산 소나무숲 속 별장에 숨어 이른 아침부터 꿍꿍이를 꾸미며 막후조종하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더니 싯누런 말 이빨을 악물고 침을 튕기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류기야, 좀 명심해라. 리종호가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사건은 엄중한 형사죄야. 류려평의 말에 의하면 종호, 그 놈은 나영이란 년과 산 중혼죄도 있어. 한국에 있을 때 류려평하구 리혼도 하지 않고 나영이란 년을 집에 끌어들여 동거했단다. 류려평 고모를 보고 그걸 꽉 물고 늘어지라고 해라. 종호새끼 꼼짝달싹 못하게 말이야. 으흐흐흐.”    류덕재는 별장 큰유리창 밖의 소나무숲을 둘러보면서 목소리를 좀 낮췄다.    “응? 응, 그래. 류려평 고모하구 종호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라. 종호 놈새끼한테 중혼죄랑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사건이랑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란 말이야. 종호를 류려평과 한 집 경제공동체  경제공범이라고 위협공갈해라. 시퍼런 칼날처럼 선뜩선뜩한 말로 위협해라. 그래야 그 놈이 류려평 고모와 큰아버지를 미친 개처럼 물지 못하지. 류대대장은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믿어. 어허허. 그래, 그래. 수고해라.”    류덕재는 류기를 시켜 류려평한테 짝통핸드폰을 주었기에류려평과도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구류소 규칙에는 원래 죄수들한테 핸드폰을 반입할 수 없다고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 교활한 류덕재는 류려평이란 꼬리를 잘라버리려고 막부득이하지 않고선 류려평과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 그는 쩍하면 류기한테 호령하면서 막후조종했다.    류기는 대대장으로 제발된 뒤에는 어쩐지 점점 비선실세인 큰아버지 류덕재가 자기를 쥐고 흔드는 것이 언짢아졌다. 더구나 류덕재 말을 다 듣다간 법에 걸려 벼슬길이 막힐가 봐 저으기 겁났다.    류덕재는 사처에 전화질해 막후조종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는  이번에는 종호가 저승사자한테 제공했다는 유판을 핸드컴퓨터에 꽂고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 유판은 류기가 최혜영한테서 인계받은 것인데 류기가 원 유판은 자기한테 두고 복제품 유판을 류덕재한테 제공한 것이었다. 최혜영도 유일한 증거인 그 유판을 복제해둔 후 왕춘영과 류기한테 인계했던 것이다.    류덕재와 왕춘영과 류기도 그 유판을 핸드컴퓨터에 저장해두고 연구하고 있었다.    왕춘영과 류기는 류려평 모녀가 면회실에서 한 대화에서 젤 관심이 가는 대목은 “려향아, 넌 류덕재의 사생아, 친딸이다.”라고 한 말이었다.    “류덕재, 당신 꼬리 끝내 드러났구만. 평소에 류려평과 오누이구 뭐구 잔뜩 떠들어대던게 사생아까지 낳았댔어? 색마 같은 놈, 날 속이려고? 짐승 같은 놈, 종친 여동생마저 짓밟았어? 네놈 색마는 내하구 려평 언니 내놓고 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돈을 주고 해쳤어? 네놈 여비서들만 해도 몇을 바꿨어? 거의 반년에 한번 여비서 바꿨지? 그 숱한 여비서들의 운명은 보나마나 내처럼 비참했겠지? 네놈은 가난하게 셋집살이 하는 나를  금전을 미끼로 나꿔채서 야욕을 채웠지? 좋은 끝장이 있는가 두고 보자.”    왕춘영은 가난의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남들보다 부유해지자 류덕재한테 짓밟힌 정조가 고통스럽고 파탄난 가정으로 해 속이 비길데 없었다.    류기는 류덕재와 류려평의 사생아 같은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왕춘영과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류기는 “류덕재가  려향의 첫돌생일 축의금으로 100만원이나 주었다.”는 사실과 “류덕재는 려향 몫으로 아파트 몇채 주었다.”는 대목을 주목했다.    유판을 열어보면서 류덕재와 왕춘영 그리고 류기 셋이 모두 무척 주목한 대목은 류려평이 려향한테 “조상산소에 외할아버지와 내 인생 전부를 파묻어 두었다. 그걸 파내면 넌 한평생 돈고생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류덕재는 그 대목 대화를 들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류려평도 내처럼 애비 산소에 황금덩이를 파묻어 두었단 말인가?! 왕춘영 말이 저승사자가 수사할 때 류려평의 은행구좌를 다 차압해 들춰봤지만 몇만원 밖에 없었다고 하잖았는가. 그럼 류려평은 얻어먹은 그 숱한 아파트랑 팔아 황금덩이를 바꿔 애비 산소에 파묻었단 말인가?”    그는 중얼거리다가 별장 사위를 둘러보면서 입에 식지를 가져다 댔다. 그는 속궁리를 번개처럼 굴리면서 황금몽을 꾸었다.    (멀어서 날 닮지 않았겠는가? 우리 류씨들이야 말로 대대로 조상의 산소에 효성을 다 했지. 거기에 모든 비밀을 파묻을 때도 많았지. 려향이 진짜 내 딸이면 건 려향이 몫이지. 내 아버지 산소의 건 문도와 둘째아들 문비(文丕) 게구. 만약 려향이 내 딸이 아니면 문제는 달라지지. 류려평 애비 산소에 걸 파내서 내 손에 넣어야지. 내 자손들한테 줘야지. ㅇㅎㅎ.”    왕춘영과 류기도 각기 류려평 산소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저도 몰래 싯누런 빛이 번쩍이는 황금몽을 꾸기 시작하였다.    왕춘영은 일확천금의 황금몽에 저도 몰래 심장이 쿵쿵 높뛰고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했다.    류덕재나 류기, 왕춘영이 각기 다른 시각에 류려평과 려향의 대화를 여러번 되돌려 풀어 봐도 류려평 아버지 류생남 국장의 산소에 무슨 비밀이 묻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시각 류덕재와 려향도 망아산별장에서 유판을 풀어보았다.   류려평은 한국 면회실에서 려향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려향아, 음력 7월 15일도 오래잖은데 회사구 뭐구 다 그만두고 하루 빨리 귀국해라. 최전무고 회장이고 다 아무 것도 아니야. 넌 외할아버지 산소 그걸 파내면 한뉘 올방자를 틀고 앉아 배를 두드리면서 살 수 있다. 종호가 먼저 가는 날엔 끝장이야. 그 놈새끼, 아마 추석 쯤에 들어갈 예산이더라.”    려향은 대소로워 하지도 않았다.     “아마 나도 중국에 조만간에 들어가야 될 거 같습니다. 최전무 말이 본사에서 최전무 보고 강남 S시에 들어가 반도체회사를 재건하라고 하더랍니다. 아마 나도 최전무룰 따라 중국에 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류덕재는 려향을 돌아보면서 의아해 중얼거렸다.    “이건 면회실에서 너네 모녀간의 대화를 한거 같은데 어떻게 돼 이렇게 생생하게 록화돼 여기까지 왔을까?”    려향도 의아해 했다.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그때 엄마와 면회할 때 내 아무리 둘러봐도 면회실에는 몰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우리 모녀간의 대화를 이렇게 촬영했을까? 한국 인터폴들이 못하는 짓이 없군요. 분명 그 놈 여경들이 록화해 저승사자한테 제공했겠죠.”    류덕재는 외까풀눈을 팬들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이상해. 이 유판은 분명 종호가 나영한테 줘서 최혜영한테 넘겨준게라는데. 종호가 언제 면회실에 갔댔니?”   려향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 쳤다.   “아마 한국 인터폴에서 면회실에 장치한 몰카로 촬영한 걸 종호한테 유판에 복제해 줬을 수도 있습니다.”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국 인터폴에서 무슨 사사로이 종호한테 유판을 주겠니? 저승사자한테 직접 인계하지. 너네 에미 종호를 살해미수한 사건도 한국 인터폴에서 몽땅 저승사자한테 인계했다던데. 진짜 미스테리야.”    류덕재와 려향은 둘 다 점점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들은 종호가 려향한테 선물한 미색가방에 장치한 보석알몰카 비밀은 아직도 깜깜부지었다.    류덕재는 우연히 무슨 감각이 갔던지 차탁 위에 놓은 려향의 그 미색핸드빽에 눈길이 피뜩 갔다.    “이 핸드빽이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구나.”   류덕재는 핸드빽을 쳐들어 이리저리 보았다.    “보석 맞단추도 있고.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구나. 얼마 주고 샀니?”    려향은 류덕재 손에서 핸드빽을 빼앗다 싶이 가져갔다. 그녀는 친애비라는 걸 확인했지만 어쩐지 류덕재 손이 더러워 보였다. 이빨도 싯누런게. 몸에서 무슨 퀴퀴한 악취가 물씬 풍기지. 아직도 거부감이 들었다.    “네. 인민페로 한 만 팔천 할겝니다.”    류덕재는 려향을 힐끔 째려보았다.    “아니, 금방 졸업했는데. 무슨 돈이 있어 그리 비싼 핸드빽을 다 샀니?”   려향은 단통 반감이 났다.    “어째, 난 이런 가방을 쓰면 안됩니까? 이건 종호 아버지 사 준 겁니다. 아버진 하나나 사주고 그럽니까?”    “뭐라고?”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그 수전노 같은 놈이 네게 이렇게 비싼 거 다 사 줬니?”    려향은 류덕재를 쏘아보면서 대성질호했다.    “내 앞에서 리종호 아버지 허물을 하지 마쇼. 양아버지도 아버진데. 길러준 정이 있잖은가?”   류덕재는 커피잔을 들어 후루룩 마시더니 개 열을 씹은듯이 쓰거운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뱀인지 구렁인지 모르고 쏟아냈다.    “네 효성은 가긍하다. 그러나 너도 알아둬야 해. 지금 종호란 놈이 어떻게 미쳐 날뛰는지 아니? 너네 엄마 대부금을 내주고 아파트랑 가졌다고 물어먹고 있다. 이 유판도 그 놈이 수사기관에 제공한 거야. 그 놈은 아마 네가 친딸이 아닌 걸 진작 알고 있는 것 같아. 이젠 널 딸로 생각지도 않아. 지금 너네 엄마를 원쑤로 치부하면서 법의 칼을 빌어 죽이자고 미쳐 날뛰고 있어. 그런데 넌 그런 음험한 놈새끼를 양아버지라고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어. 당장 관계를 끊어. 그 놈은 우리 류씨 집 안의 배신자야! 넌 너무나도 천진해. 지금 이 놈 세상은 얼마나 험악한지 아니? 종호와 이젠 갈로 베듯 관계를 끊어라.”    류덕재는 미색핸드빽을 들어 저쪽에 꽝 메쳤다. 그는 종호가 사준 핸드빽을 보기만 해도 미칠 것만 같았다.    순간 핸드빽에서 보석맞단추가 하나 빠져나가 별장 대청 바닥재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몰카를 장치한 보석맞단추는 빠져나가지 않았다.    “아버지! 핸드빽이 무슨 원쑤라고 메칩니까?!”    려향은 핸드빽을 주어들고 보면서 아까워 눈물을 줄줄 쏟아냈다.    류덕재는 려향을 손가락질하면서 대성질호했다.    “그 핸드빽을 당장 버려라! 내 더 고급스런 유럽핸드빽을 사 줄게.”    류덕재는 침실에 들어가더니 옷장에 숨겨둔 금고를 절컥 열었다. 그는 뻘건 인민페묶음을 서너묶음이나 들고 나왔다. 피뜩 보아도 몇십만원은 돼 보였다.    “옛다, 가져다 써라. 고급핸드빽이랑 사라.”    려향은 묵직한 돈묶음을 받아쥐고 해시시 웃으며 혀를 홀랑 내밀었다.    류덕재는 손목시계를 들어 피뜩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차, 오늘 음력 7월 14일이구나. 수사방어작전을 하느라고 하마트면 조상들의 산소로 가는 중대사항마저 잊을번 했구나. 조상님들께서 이 불휴자식을 용서하옵소서.”    류덕재는 또 젤 관심사 화제를 스리슬쩍 꺼내 보았다.    려향은 한숨을 호- 길게 내쉬더니 나직이 말했다.    “네. 사실 이번에 외할아버지 산소로 찾아갈가 해서 왔는데요.”    “그래?”     류덕재는 단통 길쭉한 말상에 화색이 비꼈다. 원래 그는 려향이 외조부 산소에 묻힌 비밀을 꺼내지 않으면 달리 대처하기로 했다.    그런데 려향이 스스럼없이 나울줄은 몰랐다.      (려향은 그래도 친애비라고 믿는구나.)    류덕재와 려향은 산소에 묻힌 비밀을 어떻게 파 보겠는가는 계획을 면밀히 밀모하기 시작했다.    “왕충영 처장이 말에 의하면, 최혜영 고문이 인계한 수사보고서에는 네 에미 ‘은행계좌를 차압해 다 추적했는데 돈이 몇만원 밖에 없었   다.’고 한다. 아마 류려평은 돈을 몽땅 황금으로 바꿔 너네 외조부 산소에 묻어둔 거 같아. 그러잖으면 내 네 돌생일에 준 백만원이랑 아파트 몇채를 판 돈을 다 어쨌겠니? 혼자 그 숱한 돈을 다 비벼썼겠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글쎄?”    려향은 친아버지 앞에서도 여지를 두었다.    “난 엄마 부정축재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난 최전무가 국내에 꾸리는 반도체회사에 출근해도 수입이 톡톡 합니다.”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까지 회장의 커피나 타 주는 심부름군 여비서를 하면서 살 작정이냐? 어째 부모가 물려주는 재물로 보스로 살 궁리는 못하느냐?”    색마는 최군철이 자기 딸을 여버서라고 자기가 여비사를 데리고 논 것처럼 다칠가 봐 저으기 경계심부터 앞섰다.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글쎄. ㅎㅎㅎ.”    “아마 너네 엄마는 만일을 대비해 외조부 산소에 황금덩이라도 묻어둔 거 같아.”    류덕재는 날카로운 눈길로 려향을 꿰뚫기라도 할듯이 쏘아보면서 말했다.    “산소를 파 보려면 우리 둘의 힘으론 안돼. 문도 형제 힘도 좀 빌자.”    “네? 산소 비밀을 아는 사람 많으면 그만큼…”    류덕재는 손소래쳐 려향의 말을 중도무이했다.    “근심하지 말라. 문도와 문비는 너하고 비록 엄마 다른 형제지만 네 친오빠 아니고 뭐야? 피는 물보다 짙은 법이야. 이 세상에서 친오빠도 믿지 못하면 누굴 믿고 살겠느냐?”    그래도 려향은 황금을 파낸 다음 나눠가지자고 할 거 같아 저어하는 기색이었다.    류덕재는 려향의 속심을 다 불 보듯 꿰뚤어 보고 안심시켰다.    “문도와 문비 쓸 돈은 따로 있으니까. 너네 외조부 산소에 건 손대지 못하게 할게. 근심하지 말라. 몽땅 네한테 줄게.”    그제야 려향은 해시시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호- 내쉬었다.    황금몽은 그들 부녀간을 한걸음 더 밀착시켰다. 그러나 려향은 류덕재 몸에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 싫어 코를 막으며 엉덩이걸음으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옮겨 앉았다. 기실 류덕재는 혹독한 매독에 걸려 그게 썩어 고름이 질질 나면서 퀴퀴한 냄새가 지독하게 풍기고 있엇다. 그러나 려향은 그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기실 려향은 류덕재를 리성적으로 친애비일뿐이지만 부녀간의 아무런 정도 없었다. 길러 줬는가? 자주 찾아보았는가? 곤경에 부딪쳤을 때 종종 찾아와 따뜻한 위안의 말 한마디 한 적이 있는가? 어디라도 정이 붙을 데 하나도 없었다.    (그저 황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금고야. 돈이 딸리면 종종 금고를 찾아와 돈을 빼내가면 다야.)       망아산 별장에서는 음험한 황금몽이 조용히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보이지 않는 숱한 눈과 귀가 그들 부녀간 황금몽과 일거일동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을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541    대하소설 황혼 제5권(84) "당신도 친애빈가?" 김장혁 댓글:  조회:147  추천:0  2024-12-18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4. "당신도 친애빈가?"             류덕재는 망아산별장 대청에서 쏘파에 앉아 머리를 푹 속이고 외까풀눈을 띠룩거리면서 려향의 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려향이 친딸이 아니길 바랐다.    (아들 둘이나 되는데 저런 사생아 딸을 해 뭘 해? 괜히 아들들과 재산상속권 쟁탈이나 벌이면 어쩌는가? 진짜 참대 마디 밖의 쓸데 없는 가지야. 세상 사람들이 나와 류려평의 사생아라는 걸 알면 어쩌는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머리 들고 살겠는가?)    한편으로 그는 아들 둘 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맏이는 손자 둘을 낳았지만 바른 길을 걷지 않는 건달이잖은가. 둘재는 결혼도 하지 않겠단다. 진짜 불효야. 칠거지악이야. 저런 아들들을 믿고서야 어떻게 류씨 가문이 흥성하겠겠는가? 혹시 려향이 내 친딸이면 좀 정신위안이 되잖을까?)    류덕재는 려향한테 막연한 희망도 품어 보았다.    그때 갑자기 짝통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누군가?”    “려향입니다.”    (조조 말을 하니 조조 왔구나.)    “어디냐?”    “지금 별장 대문 앞까지 막 왔습니다.”    “오. 그래? 유전자감정은 어떻게 됐니?”    “들어가서 말씀드리죠. 어서 대문 열어주세요.”    “혼자 왔지?”    “네. 누굴 데리고 올 필요없는데요. 우리 단둘만이 만나야겠는데.”    “혹시 문도 함께 왔는가 해서 그랜다.”    류덕재는 적외선통제기를 들어 대문을 절컥 열어주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내다보니 려향이 혼자 사뿐사뿐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이었다.    (분명 내 친딸인 거야. 안 그러면 쟤 다시 찾아올 일도 없지.)    류덕재는 어깨 으쓱해 문께로 마중나갔다.    이윽고 노크소리에 뒤이어 려향이 들어섰다.    “아버지!”    뜻밖에 려향은 달아들어오면서 류덕재 품에 와락 안기면서 대성통곡쳤다.    류덕재는 어정쩡해 서 있다가 당한 갑작스런 상황에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그저 반사적으로 려향을 끌어안았다.    “아버지, 당신은 내 친아버지입니다.”    류덕재는 믿어지지 않아 도리머리질했다. 그는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으로 기뻤다.    그러나 아주 점잖을 뺐다.    “얘, 어서 유전자검사지를 보자.”    려향은 류덕재 품에서 머리를 들더니 눈물을 훔치면서 미색핸드빽에서 유전자검사결과지를 꺼냈다.    류덕재는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유전자검사방법과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외까풀눈을 띠룩거리면서 검사결과보고서에만 눈길을 뿌리박고 찬찬히 뜯어보고 또 보았다.     “…리려향은 류덕재의 친생딸이다.”    그제야 류덕재는 유전자검사지를 활 줴뿌리고 려향을 꽉 끌어안았다.    “내 딸아! 려향아!”    그는 눈물이 글썽해 려향의 퉁퉁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씨벌였다.    "요 외까풀눈이랑 봐라. 애비를 딱 떼 닮았잖은가."    류덕재도 눈물을 흘리며 흑흑 흐느껴 울면서 려향의 손을 잡고 쏘파 쪽으로 다가갔다.    “여직껏 쓸데없는 고생을 시켜 미안하다. 그 못난 종호를 만나서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 셋집살이을 하면서 얼마나 개고생했니?     애비 해준게 없어 미안하다.”     “아버지! 으흐흑, 흑흑!”     려향은 류덕재 가슴을 종주먹으로 마구 치면서 야단쳤다.     “아버지,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사생아로 낳아 준 은혜만 해도 하늘만큼 땅만큼 합니다.”     애비와 딸의 만남의 감격은 잠시뿐, 애비 딸 지간에 야유와 조소, 비난이 오가면서 티격태격 말다툼이 시끄럽기 시작했다.     (치하인지 욕인지?)    류덕재가 아무리 눈치 도끼등이라고 해도 그것은 문학박사 딸이 반어로 하는 욕설, 원망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려향의 마음의 상처를 아는만큼 억지로 참으면서 딸한테 빌고 들었다.     “미안해. 이제부터 이 애비를 믿고 살아라. 난 널 세상에서 젤 행복한 딸로 만들 수 있어. 내 비록 퇴직해 인생황혼에 이르렀지만 이  시내에서 아직도 한다하는 토황제야. 젤 부호야. 널 한뉘 평생 돈고생하지 않고 살게 할 능력 쯤은 아직도 있어.”    려향은 눈물을 팡팡 쏟으면서 친아버지를 쳐다보며 넉두리를 했다.    “아버진 어째 뭐나 돈으로 계산합니까? 이 딸은 돈보다도 인성화된 사랑을 아버지한테서 받고 싶습니다. 이제껏 아버진 너무 무정했지요. 어쩜 내 싸지르기만 하고 그렇게 무정하게 이 딸을 대할 수 있었습니까? 사생아라고 업신여깁니까? 돌생일에나 낯을 내밀곤 날 언제 안아 줬습니까? 박사공부까지 해도 언제 한번 문적관 한마디 했습니까?...”    류덕재는 려향 앞에서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얘야, 죄송하다. 내 얼마나 널 자 보고 싶고 안아 주고 싶었겠느냐? 그러나 자주 만나기 불편해 그렇게 됐구나. 그때 내 딱한 처지를 생각하면 리해될 거야.”    려향의 원망소리는 끝이 없었다.    “난 지금 엉덩이를 들여놓을 집도 없습니다.”    류덕재는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의아해했다.    “얘, 네 몫으로 아파트 몇채 마련해 뒀는데. 어째 네 에미 알려주지 않았느냐?”    “말하긴 합데다. 허나 어느 집인지도 모르잖아요? 그게 어디 내 집입니까? 그저 명목뿐이지.”    류덕재는 려향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아빠와 함께 이 별장에서 살자. 이 망아산별장은 오늘부터 네거야. 어떠냐?”    “아빠, 돈과 아파트 따위로 무정했던 과거를 미봉하려고 하지 마세요.”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가증스런 아빠를 쏘아보면서 질책했다.    “어쩜 그렇게 세상 사람들을 보기도 창피한 짓 했는가? 날 사생아 심연에 처놓고. 이게 뭔가요?”    “한차례 사고였어. 고의로 그런 건 아니야.”    “뭐?”    려향은 너무 억이 막혀 두툼한 입술이 커다란 나팔이 다 돼버렸다.    “뭐라고? 사고라고? 그러니 난 사고로 만든 사생아란 말이죠? 헛, 참. 너무나도 철면피해요. 날 비참하게 싸질러놓고. 한푼의 공력도 들이잖고 다 큰 다음 제 딸이라고. 애비질 하겠다고?”    류덕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푹 숙이고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장탄식했다.    “네가 아무 말을 해도 더 할 말이 없다. 네 학비를 대주라고 종종 너네 에미한테 돈도 보냈는데 종호 쓸가 봐 네한테 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수전노 같은 년!”    려향은 외까풀눈을 희번뜩이면서 야단쳤다.    “엄마를 작작 욕해요. 아버진 내 지금 심정을 하나도 몰라요. 난 친아버지를 찾은 기쁨보다도 이제부터 사생아로 어떻게 살겠는가 더 근심되고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어째 딸의 심정은 하나도 리해하지  못합니까?”    류덕재는 숱한 애인들을 얼리던 경험으로 딸을 구슬리기 시작했다.    “려향아, 근심말라. 사생아란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않으면 돼. 네 알고 내 알고 하늘과 땅이 알뿐이야.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면 돼.”    려향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속담에 낮 말은 새 듣고 밤 말은 쥐 듣는다고 하잖는가요? 전번에 벌써 큰어머니와 문도 오빠까지 다 들었는데도…”    류덕재는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치면서 장담했다.     “근심하지 말라. 내 처자 입단속을 단단히 할게. 처자들은 내 말이라면 황제 명처럼 받든다. 허허허.”    류덕재는 기분 잡치는 화제를 돌려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걸 어쩌겠니? 죄송해. 지나간 일은 그만 말하고 오늘과 미래만 보고 살자.”    그는 외까풀거적눈을 치켜뜨며 려향한테 부탁했다.    “얘, 먼저 성씨부터 이젠 류씨로 고쳐라.”    려향은 어이없어했다.     “아버지, 지금 제 정신입니까? 류씨로 고치면 단통 사생아라는게 온 세상에 공개되겠는데도?”     류덕재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종호의 리씨 성이 싫어 엄마 성을 따르겠다고 해라. 너네 엄마 류씨 성은 한고조 류방 황제님이  물려준 위대한 성씨야.”    그 말을 듣자 려향은 머리를 숙이고 궁리하였다.    류덕재는 려향의 대답도 하기 전에 기대에 찬 눈길로 려향을 마주 보며 물었다.    “어째 아직도 결혼하지 않았니? 외손주 안아 보고 싶다.”    려향은 코방귀를 뀌었다.    “흥! 당신은 친아들이 둘이나 있잖은가요? 난 비혼 독신주의자. 시집 안가!”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는 우쭐 일어나더니 손수 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려향한테 권하면서 두덜거렸다.    “둘째 문비 장가가지 않아 근심이 태산 같았는데. 네까지 시집 안가면 어쩌니? 그래 한뉘 로처녀로 늙을 작정이냐?”    리향은 코웃음치면서 통통한 소리쳤다.     “당신들 본을 잘 보여줬잖았는가? 당신네처럼 남의 눈을 피해 바람 피우면서 사생아라도 낳고 살면 안 되는가? 어째 당신 둘째아들과 결혼하라고 하진 않는가? 그럼 아들 딸 단번에 해결하구. 좀 좋아? 류씨네 친상친 아닌가요? 후대도 자랑찬 통 류씨구. ㅋㅋㅋ.”    류덕재는 탁자를 꽝 쳤다.     “그만해! 오늘 처음 만나서 가만놔둔다. 이젠 말 같잖은 소릴 작작 해!”    려향은 랭소했다.    “당신들도 오누이간에 바람 피워 사생아까지 만들지 않았어?”    류덕재는 어쩌다 만난 려향을 될수록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꼭뒤까지 치미는 성을 억지로 내리누르면서 나직이 말했다.    “얘야, 너네 에미하구 난 촌수도 없는 먼 종친이야. 너네 외조부 류생남 국장과 시당위 서기를 한 내 아버지가 서로 큰집 작은집 하면서 세교로 가깝게 지냈을뿐이야. 혼인법에도 8촌 외 종친이면 결혼할 수 있다고 했다.”    려향은 코웃음쳤다.    “픽! 지금 당신네 바람 피운 걸 합법화하려는 건가? 당신들은 합법결혼했는가? 창피한줄도 모르고.”    류덕재는 성이 꼭뒤까지 치밀었지만 억지로 꾹 참으면서 정면돌파를 하려고 애썼다.    “너네 엄마와 난 우린 위대한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자랑찬 후손-오누이야. 넌 통 류씨 후대야. 이젠 엄마 아빠 성을 따라 자랑찬 류씨로 고쳐라.”    려향은 코방귀를 뀌었다.    “흥! 류씨네 촌수도 개판이구나. 당신네 오누이는 한고조 류방 황제를 다 팔아먹었어. 류씨네 명예를 더럽힌 배신자야. 어쩜…?”    류덕재는 박사 딸과는 입방아를 찧어선 안되겠다 싶어 화제를 또  바꾸었다.    “앞으로 살아갈 궁리나 하자. 너 지금 한국에서 취직한 거 같은데. 거 최전무인지 최군철인지 뭔지 하는 놈하구 사귀지도 말라.”    려향은 의아해 류덕재 말상을 쳐다보았다.    “정보는 확실히 빠르군요.”    “그래. 딸의 신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야 없지.”    류덕재는 차 주전자를 들어 려향의 차잔에 따라주면서 정색했다.     “너네 엄마한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최군철은 돈도 많고 회사에서 지위는 높은 거 같지만 빛갈 고운 개살구일뿐이야. 최군철은 최     정호가 처제하구 바람 피워서 난 사생아야.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난다고 최전무도 뛸데 없는 바람둥이야. 그런 건달을 만나면 한뉘 평생 개고생한다.”    려향은 계속 빈정거리기만 했다.    “검정개 돼지 흉을 한다고나 해라. 난 류씨 오누이 바람 피워서 낳은 사생아 아닌가요? 나와 최전무는 다 사생아, 천생배필 아닌가요? 글구 최전무를 작작 헐뜯고 비방하쇼. 최군철 전무는 세상 청렴하고 정직한 당대표입니다. 최전무는 소낙비 쏟아지는 날 밤에 서울 보라매공원 지하철교 부근에서 흑인강도 마수에 걸린 나를 목숨걸고 구해준 은인입니다. 최전무는 전도창창한 나라와 당이 양성한 지도자인데요.이제 우리 시내에 와서 반도체회사를 꾸릴 수도 있고 이 시내 토황제도 다스릴 지구 정부 젤 높은 관료로 락하해 올 수도 있다는 걸 아세요. 다시 헐뜯기만 해보지. 부자간의 인연 끊을 줄 알아. 흥!”    류덕재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려향이 아쉬웠다. 또 최전무를 하늘처럼 춰올리는 려향의 말을 곧이듣지도 않았다.     (류문도와 류문비는 애비 말이라면 천명처럼 받들지 않는가. 건데 바깥 쌍놈의 집에서 자란 사생아는 판판 달라. 다 종호 쌍놈새끼한테서 잘못 물을 먹은 탓이야. 뭐? 최군철이, 그 바람둥이네 사생아 우리 지구 고관대작으로 온다고? 흥! 세상에, 해 서쪽에서 뜬다고나 해라.)    류덕재는 자기가 려향의 존경받지 못할 짓을 수두룩이 한 건 념두에도 두지 않고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려향만 섭섭하게 생각했다.    “애비 기분 잡치게 기를 좀 작작 채워라. 결혼하는가? 비혼인가? 더 삐치지 않겠다. 네가 알아서 좋을대로 해라.”    그들의 화제는 련이어 려향의 조소와 야유가 섞인 말로 얼룩졌고  류덕재의 패배로 끝났다.    인생의 황혼에 이른 류덕재는 현시대 삼십대 중반 문학박사 딸과 깊은 세대 차이를 느꼈다.    (인생관, 가치관, 금전관, 혼인관, 가정관 같은게 하나도 없어. 어이, 참. 한 집에서 살 년이 아니야.)   류덕재는 답답해 려향의 외까풀눈을 가증스런 눈길로 마주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옛날부터 자식을 이기는 어시 있는가?)    류덕재는 딸과의 씁쓸한 만남을 감내하는 순간 이전에 다 아는 상 하면서 처처에서 애비 말을 잘 듣지 않은 것을 못내 후회하였다.    (그때 무리싸움질만 하지 말고 공부를 잘하라는 아버지 말을 잘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저 조직부장이나 하구 물앉지 않았겠는데. 연설재간도 없는데다가 문건이나 사업총화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으니깐. 공부를 잘했더라면 시당위 정법서기 쯤으로  제발됐겠는데. 참, 그때도 아버지는 지금 내처럼 얼마나 섭섭했을까? 자식은 영원히 부모한테는 불효자야. 불효자!)                    
540    대하소설 황혼 제5권(83) 사생아 풍파 댓글:  조회:165  추천:0  2024-12-15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83. 사생아 풍파       토끼도 굴이 서너개 된다고 탐관 류덕재는 별장만 해도 몇개인지 모른다. 전번에 류기랑 류문도랑 만났던 공원 부근 별장을 내놓고도 망아산 기슭에 있는 별장, 그리고 왕춘영한테 준 별장을 내놓고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별장이 몇개인지 누구도 모른다.     류덕재는 수사선망에 오른 적이 있은 후부터 이 별장 저 별장에 옮겨 숨어다니며 류기한테서 수사정보를 수집하고 막후조종했다.     그는 이날엔 망아산 중턱에 있는 소나무 숲속에 있는 별장에 옮겨가 꿍꿍이를 꾸몄다.     망아산 소나무숲 속 별장은 높은 토성에 둘러져 있었는데 자그마한 궁전처럼 으리으리했다. 별장 동쪽에는 꽤나 큰 저수지가 누워 있었다. 푸르는 저수지에는 꽃구름도 쉬어가고 산새들도 아름답다고 하늘인가고 날아내려 놀 지경으로 아름다웠다.  삼복지간에 류덕재는 저수지에서 시원하게 수영하거나 나무 그늘아래서 낚시줄을 늘여놓고 꿍꿍이를 꾸미기도 하였다.    류덕재는 핸드폰을 꺼내 류문도를 다급히 별장에 불렀다.    “아무도 몰래 가만히 오라. 꼬리를 달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류덕재는 짝통핸드폰으로 사처에 막후조종했다.    “왕처장, 수사를 잘 하고 있더구만. ㅎㅎㅎ. 지금처럼 하면야 누가 왕처장을 수사실무능력이 차하다고 하겠는가?”    류덕재는 말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종호새끼 주거지를 정찰해냈는가? 뭐? 아직 못 찾아냈다구? 류려평 고모하구 종호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라. 안되면 려향 핸드폰 번호를 물어봐라. 려향을 통해 종호 주거지를 알아내든지. 정 안되면 종호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란 말이야. 종호 주거지 정보 있으면 실시간으로 인차 알려달라구.”    왕춘영의 상전은 국장이 아니라 사실 비선실세 류덕재나 다름없었다. 완춘영은 이중지휘를 받아야 했다.    류덕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종호, 그 놈이 류려평의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사건을 꼭 잘 수사해 증거를 쥐라구. 그럼, 그 놈을 류려평과 공범이라고 몰아넣으면 그 놈 개 주둥이도 막을 수도 있겠는지도 몰라. 이제 종호 핸드폰번호를 알면 핸드폰에 수사에 응하라고 류려평의 탐오수뢰한 재물을 함께 쓴 경제공동체 공범이라고 위협공갈도 하란 말이야. 그놈이 감옥에 들어가지 않자고 류려평을 더 물어먹지 못할 거야. 그래. 이런 걸 두고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는 전술이야. 종호놈을 물에 빠뜨려야 류려평을 구할 수 있어.”    류덕재는 외까풀눈을 내리깔고 무슨 궁리하다가 이를 악물고 한마디 더 했다.    “한가지 명심해. 종호새끼 주거지를 정찰하되 종호를 아직 나포하진 말라구.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지 말고.”    왕춘영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왜 나포하지 말란 말이오? 참, 듣고도 모를 소리. 흥!”    류덕재는 따로 속셈이 있었다.    (그 놈을 수사기관에서 나포해가면 류문도네 짝패가 어떻게 병신을 만들어 놓겠는가? 또 종호는 수사기관에 가면 좋다고 류려평의 죄행을 폭로할 것이 아니겠는가? 수사기관은 몽땅 왕춘영이나 내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자칫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깔수도 있어.)    그러나 류덕재는 아무리 믿는 왕춘영이었지만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다. 뭐나 여지를 둬야 했다.     그는 외까풀눈을 떼룩 굴리더니 에둘러 말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면서. 차차 알게 될 거야. 그저 내 말대로 해. 종호를 나포하진 말고 주거지 정보만 인차 알려달라구.” 왕춘영 처장은 류덕재가 그렇게 하는 속셈이 뭔지 도무지 리해되지 않아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주거지를 알면 인차 알려주겠습니다.”    류덕재가 한창 사처에 전화해 막후조종을 하는데 별장 앞에 차 엔징소리가 들렸따. 내다보니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류덕재가 내려다보니 류문도가 별장에 달려오지 않았겠는가.    류문도는 자동문을 열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류문도는 엄마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면서 “엄만 지하주차장 휴식실에서 기다립소.” 하고 당부했다.    리문곤은 의아해 류문도를 치켜보았다.    “아니, 이 에미 뭐 들어가지 못할 데냐?”    류문도는 엄마 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어떤 일은 모르는게 마음이 편안하오.”    리문곤은 눈섭마저 치켜올리며 아들의 손목을 잡고 당부했다.    “얘, 넌 애비를 따라 절대 나쁜 짓 하지 말라. 특히 살인 같은 거 말이야. 네 애빈 좀 위험한 인물이야. 심성이 좀 바르지 않네라.”    류문도는 엄마를 못 마땅한 눈길로 째려보더니 구슬렸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류문도는 엄마를 얼려 물앉혀놓고 엘레베터를 두고도 층계로 헐금씨금 올라가 별장 대청에 들어갔다.    류덕재는 단통 말상을 찡그렸다.    “어째 산에서 그 놈을 해치우지 못했어?”    류문도는 쏘파에 앉더니 머리를 툭 떨어뜨리면서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보낸 아우 말이, 두 놈이 다 낫을 들고 있어서 혼자 실수할가 봐 손을 못 썼다고 합디다. 설상가상으로 걔가 택시를 타고 산으로 쫓아갈 때 뒤꽁무니를 문 택시가 보이기에 그만 뒀답디다.    류덕재는 코방귀를 뀌면서 질책했다.    “밥통 같은 놈, 낫을 들었다고 그런 놈 못 해치워?! 무슨 놈의 깡패야? 맨주먹으로라도 그런 놈들 둘 쯤은 쳐 눕혀야지. 참, 쇠파이프까지 들고서도 겁나 부들부들 떨어? 그런 놈한테 일 맡겼다가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흥! 그런 새낄 별장까지 다 줘?…”    “아직 안 줬습니다. 황금덩이만 먼저 주고 일을 말끔히 끝내면 그때  주겠다구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뭐나 그렇게 여지를 둬야 해. 에잇, 참. 정 안되면 다른 놈한테 시켜라.”    “아버지, 근심하지 맙소. 내 드론을 급히 띠워 할아버지 산소 주위랑 살펴보니 확실히 강냉이 밭에 낯선 놈들이 둘이나 어슬렁거립디다. 자칫 일을 설구는 건 둘째고 꼬리 밟힐 수도 있을 거 같습디다. 그래서 아우 보고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다음엔 꼭 그 놈을 처단할겝니다.”    “니 말을 들어보니 다른 놈들이 벌써 너네 아우 뒤를 밟은 거 같구나. 그 놈들이 눈치챘는지도 몰라. 왕처장 말이, 그 놈새끼 신문사 부근 려관에서도 없어졌다더라.”    “네?”     그때 짝통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누구요?”    “류덕재 행장을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누구요? 뭐?”    (리려향? 아니, 리려향이 어쩌다가 날 찾아?)    류덕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류문도는 그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저 옥중에 있는 류려평 고모가 무슨 일이 있어 그러는가 여겼다.    류덕재는 별장 대청 큰 유리창문 곁에 스적스적 나가더니 핸드폰을 커다란 뻘쭉귀에 갖다대고 나직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뭐? 지금 만나자고?”    그는 류문도를 눈섭을 곤두세우면서 흘끔 곁눈질했다.    “아버지, 누굽니까?”    류덕재는 핸드폰을 내리더니 입에 식지를 갖다댔다.    류문도는 그저 뒤이어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너 지금 어데냐?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언제? 오, 어제?”    류덕재는 뜻밖에 들이닥친 려향 때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류덕재의 짝통핸드폰은 집 안 사람이거나 딱친구 아니고는 누구도 몰랐다.    류문도는 아버지 짝동핸드폰을 건 걸 보고 심상찮은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류덕재는 류문도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물었다.    “불시에 날 만나서 뭘 해? 뭐?”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류덕재는 제꺽 핸드폰을 꺼버렸다.    (얘가 진짜 에미 말을 듣고 내하고 한바탕 싸우지나 않을까?)    핸드폰 별이 자지러지게 울린다.    순간 류덕재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올 것이 끝내 왔구나. 이 일을 어쩌나? 려향을 별장에 오라 했다가  문도와 재산상속분쟁이라도 생기면 어쩌는가? 류문도는 려향을 어떻게 생각할가? 여동생이라고 여길까? 이 놈의 계집애를 어쩐다?)     류덕재 눈에는 필경 려향은 장차 시집갈 출가외인이기에 아들과는 천양지차라고 여겼다.    한참 궁리하던 류덕재는 별수 없어 려향한테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얘, 좌우간 여기 망아산별장으로 오라. 마중 나갈게.”    류덕재는 부랴부래 별장에서 나가버렸다.    류문도는 아버지 걱정돼 망원경을 꺼내들더니 별장 대청 큰 유리창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별장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한참 후에 택시 한대가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나무숲 속 아스팔트길에서 멈춰 섰다. 저 멀리에서 30대 중반이 녀자가 이쪽으로 헐금씨금 다가오고 있었다.    류덕재가 부랴부랴 달려나가 그 녀자를 와락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녀자는 류덕재를 활 밀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류문도는 이상한 감이 들었다.    “도대체 누구지? 아무리 아버지 색깔이라도 저렇게 새파란 여자를 다 끌어들여? 제 며느리보다도 더 어린 여자를?”    류문도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코방귀를 뀌었다. 그는 삐죽한 조개턱을 고이고 여겨보면서 애비가 너무나도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류문도는 망원경으로 려향을 알아보고 반색했다.    “아니, 저게 큰고모네 려향이 아닌가. 여동생인걸 난 또… 참.”    류덕재는 려향을 반갑게 마중했다.    “나무 잎은 떨어져도 제 뿌리에 떨어진다더니 넌 끝내 날 찾아왔구나.”    그는 려향의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코마루가 시큼해나 외까풀눈에 뜨거운 이슬이 맺혔다.    그는 눈물이 글썽해 려향의 손을 잡고 물었다.    “엄마 뭐라더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엄마는 류행장을 찾아가 보라고 하던데요.”    류덕재는 급해졌다.    “그래 엄마 뭐라더니?”    려향은 류덕재 손을 놓으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류덕재를 쳐다보면서 순순히 대답했다.    “엄만 류덕재 행장은 려향의 친아버지라고 하던데요. 정말인가요?”    류덕재는 려향을 와락 끌어안았다.    “려향아, 넌 내 친딸이야. 부끄럽지만 난 네 친애비야.”    “진짜군요.”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쓰라린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류덕재는 려향의 손을 다시 잡고 사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춰 나직이 물었다.    “리종호는 네가 제 친딸이 아니란 걸 아니?”’    “모르는 거 같습디다. 아빠는 나를 이전처럼 살뜰히 대합디다. 내 회사에 다니면서 바쁘다고 밥을 손수 지어주고 내 좋아하는 감자  장국까지 지져줍디다.”    류덕재는 코웃음쳤다.    “바보, 세상 천치야. 눈치 그렇게 도끼등이니. 원, 참, 이날 이때까지 네가 내  찬딸인줄도 모르고 살았지. 종호 앞에서 티를 내지 말고 계속  ‘아빠’,  ‘아빠’ 하면서 이용해먹어라.”    려향은 놀라운 눈길로 류덕재를 피끗 쳐다보았다.    (어쩜 이렇게 렴치도 없는 사람일까? 엄마하구 심통히도 똑 같아.)    류덕재는 려향의 손을 잡아 별장으로 이끌었다.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려향은 손을 빼면서 단호히 말했다.    “큰아버지, 별장에 들어갈 필요없습니다.”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아직도 큰아버지냐?”    려향은 한칼로 베듯이 랭랭하게 말했다.    “친자유전자검사를 하기 전엔 두 말하지 마세요.”    류덕재는 려향의 어깨를 마구 잡아 흔들었다.    “종호와도 친자유전자검사를 했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리종호는 확실히 내 친아빠 아닙디다. 당장 이 길로 유전자검사를 하러 갑시다.”    그러나 류덕재는 난색했다.    “얘야, 창피해 어떻게 병원에 가서 친자유전자감정을 하겠니? 나와  엄마는 부부도 아닌데. 네가 사생아 딸이라는게 세상에 공개되면 엄마나 내나 어떻게 머리를 들고 이 세상에서 살겠니?”    려향은 류덕재를 쏘아보면서 발칵 성을 냈다.    “류덕재! 당신도 부끄러운줄 아는가?! 그렇게 부끄러운줄 알게면 왜 당초에 짐승 같은 짓을 해 나를 낳았는가? 지금 와서 사생아라고 날 책임지지 않겠단 말인가?!”    류덕재는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얘야, 네가 그런게 아니고… 너네 외가집과 우린 모두 한고조 류방 황제 후대 아니냐? 우리 두 집은 대대로 형제처럼 지낸 세교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집과 너네 외할아버지네 집은 서로 큰집 작은집 하면서  지냈잖아? 넌 항상 날 큰아버지라고 불렀고. 문도도 너네 엄마를  친고모처럼 따랐잖아.”    “관둬!”    려향은 외까풀눈을 부릅뜨고 소나무숲이 다 떠나가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짐승 같은 놈, 어쩜 여동생 같은 엄마를 데리고 그런 짐승 같은 짓을 다 해? 사생아까지 다 낳았어?”    러향은 엉엉 대성통곡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엄마나 당신이나 다 짐승이야. 어쩜 오누이간에 사생아까지 낳아?”    려향은 손으로 눈물을 닦더니 류덕재를 외까풀눈으로 지독하게 쏘아보면서 두더벌거렸다.    “당신 아는가? 당신은 지금 제 창피한 것만 생각했지. 사생아로 전락된 창피한 내 불행한 처지를 생각이나 해 봤는가? 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 난 막 소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고 싶어! 양재물을 한사발 걸게 타서 마시고 뒈지고 싶다! ”    류덕재는 려향을 끌어안고 말렸다.    “얘, 다 이 애비 잘못이야. 이왕 이렇게 된 바 하곤 어쩌겠니? 절대 자살은 하지 말라. 이 좋은 세상에서 우리 창피한대로 행복하게 살자.”    려향은 코웃음쳤다.    “세상 창피한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 세상 사람들이 알면 창피해  죽고 싶은데. 어떻게 머리를 쳐들고 이 세상에서 살아?”    류문재는 능글스레 려향을 달랬다.    “때문에 하는 소린데. 친자유전자검사를 하지 말거나, 공개하지 말잔 말이다. 넌 계속 종호 딸인 척하란 말이야. 난 널 얼마든지 행복하게 만들어주마.”    려향은 불시에 손을 홱 휘둘러 류덕재 더러운 낯짝을 한대 후려갈겼다.    “철면피한 놈새끼! 당신도 사람인가?!”    “닥쳣!”    어느 결에 류문도가 뛰어오면서 호통쳤다.    그는 원래 려향을 그래도 여동생이라고 마중하러 나왔다.    “어째 울 아빠를 치니?”    류덕재는 뜨개소처럼 외까풀눈깔을 부릅뜬 아들을 말렸다.    “그만 둬라. 려향은 네 친여동생이야.”    류문도는 뛰어오다가 걸음을 딱 멈췄다. 의아한 두 눈이 데꾼해졌다.    “네? 무슨 소립니까?!”    “참 이젠 보기 좋게 됐구만.”    이때 리문곤이 다가오면서 쨕쨕 박수까지 쳤다.    “사처에 돌아다니면서 더러운 씨를 뿌려놓더니 이젠 사생아들이 다 커서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는구만.”    리문곤과 류문도는 류덕재와 려향이 소나무 숲에서 하는 대화를 다 엿들었던 것이다.    려향은 어진간히 성이 나지 않아 빽 고함쳤다.    “그만 두오. 큰어머니도 잘못이 많습니다. 큰아버지를 잘 관리했으면 이런 일이 다 생겼겠습니까?”    류덕재는 무릎을 털썩 꿇고 길 한가운데 물앉았다. 그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꽝꽝 쳐댔다.    “헤이! 이 일을 어쩌는가? 어쩌는가?”    뒤이어 그는  창피해 길쭉한 말상을 툭 떨어뜨리고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려향은 리문곤과 류문도의 눈치를 핼끔핼끔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가 류덕재를 부축해 일으키더니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려향은 나직이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걸 어쩌겠습니까? 먼저 친자유전자감정부터 하러  갑시다.”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친자유전자감정을 해 뭘 하겠니? 네가 날 친아빠로 인정하지도 않겠는데.”    려향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큰아버지, 유전자감정에서 친아버지로 나오면 나도 현실을 인정하고 용감하게 살겠습니다. 큰아버지 말씀처럼 우리 다 유전자감정한 일을 비밀로 무덤까지 가지고 갑시다.”    류덕재는 려향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래, 네가 사생아란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니? 그저 친애비 친딸로 사이로 서로 좋게 지내면 되지. 안 그래?”    려향은 랭정하게 말했다.    “그때 가서 다시 봅시다. 당장 지금 유전자감정하러 갑시다.”    려향은 류덕재가 난감해하자 제꺽 류덕재 머리카락 몇대를 줴 당겨 훌 뽑았다.    그녀는 그 머리털을 위생종이에 꽁꽁 싸서 미색핸드빽에 잘 챙겨  걷어넣었다.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저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류문도 모자간을 피끗 바라보더니 총총히 산 아래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려향아! 좀 기다려라. 혼자 어떻게 무인지경으로 가겠니?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마.”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였다.    “씨는 못 말려! 피는 물보다 짙은 법이니까!”    리문곤은 류덕재를 흘겨보면서 입이 뽀로통해 나직이 두더벌거렸다.    이윽고 벤츠찌프가 려향을 싣고 망아산 소나무숲 속 령길에서 달려나갔다.     사생아 풍파가 방파제를 사정없이 들부시며 들이닥쳤다. 조용하던 별장에 비극의 먹구름이 닥쳐왔다. 소나무숲과 저수지에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지동친다.     산새들도 놀라 짹짹거리며 포로롱포로롱 나무가지에서 날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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