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70. 바보 사장과 그녀
집구매녀 박선영은 집에 돌아와서도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한 일로 해 속이 불안했다.
(이게 뭐야? 집값을 주고서도 새 가옥소유증을 가지지 못하다니? 참, 그렇게 복잡한 집인줄 알았더라면 사지도 말 걸 그랬잖아? 참, 이 일을 어쩌면 좋아?)
그녀는 점심을 대충 먹고 침대에 힌들 들어누워 천정 한 곳을 응시하였다. 그녀의 머리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집 주인이 신문사 사장이란 말을 딱 곧이 들어 되겠는가? 그러다가 집값을 떼우면 어쩌지? 그렇찮아도 숱한 돈을 떼웠는데. 또 빚구렁텅이에 빠지면 어쩌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되겠다. 시원히 신문사에 가서 알아봐야겠어. 내 눈으로 리종호 사장이란 사람이 신문사에 있었는가 알아봐야 해.)
그날 오후, 그녀는 택시를 잡아타고 진짜 신문사에까지 곧추 달려갔다.
그는 당직실에 물어보고 곧추 사장실에 올라갔다.
김사장이란 분은 그녀한테서 사실경과를 들어본 후 이렇게 말했다.
“리사장네 그 집을 잘 샀습니다. 지금 시세에 19만원에 어떻게 그런 집을 삽니까? 리사장은 우리 신문사에서 청렴하기로 소문난 로사장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퇴직했는데도 그런 콧구멍만한 집 밖에 없잖습니까? 리사장은 절대 남의 걸 공짜로 얻어먹는 사람이 아닙니다. 리사장은 며예를 중히 여기고 남을 돕기를 즐기는 마음씨 착한 분입니다. 새 시대에 참 보기 드문 훌륭한 간부입니다. 그는 돈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남을 돕는 착한 분입니다. 진짜 새 시대에 법이 없어도 살 사람입니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집구매녀는 머리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님 말씀을 믿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김사장은 한마디 보탰다.
“다만 결혼증은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왜?”
“그저 혼자 알고 있으십시오. 리혼수속소개신을 떼려고 금방 신문사에 왔다가 갔습니다. 그런데 리사장은 안해 복이 없어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 한창 리혼수속을 하는 중입니다.”
집구매녀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니, 부사장까지 했다는 분이 어쩜 그렇게 처사합니까? 결혼증도 없이 어떻게 집을 팝니까? 리사장을 믿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습니다.”
김사장은 아주 내심하게 일깨워주었다.
“결혼증 대신 리혼증과 재산분할증명서만 있으면 집판매는 가능합니다. 그 집은 우리 신문사에서 지은 집인데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 집을 지을 때 내 후근을 책임진 사장인데 그 집 건축을 내 총책임졌댔습니다. 때문에 그 집을 잘 압니다. 그 집은 구조도 좋고 양광도 아주 잘 들어옵니다. 진짜 눅게 잘 샀습니다. 가옥관리국에 가서 그 집을 잘 문의해 보십시오.”
그제야 그녀는 해시시 표정이 바뀌는 것이었다.
“네- 가옥관리국에서도 그렇게 말하긴 합디다.”
그녀는 김사장한테서 리종호 부사장의 말을 듣고나서 가옥소유증 리스크가 단통 해소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호-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김사장과 리사장을 믿고 가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사장은 그녀를 사무실 문 밖까지 바래주었다.
그녀는 김사장은 같은 신문사 사장이 돼 그러는지 리종호 사장과 그 집을 너무 포장해 말하는 같은 감도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한 단위라도 리종호 부사장이 저런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보통 모는 돌에 정이 가지 않는가. 누가 어떻다 하면 질투하고 시기하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헐뜯지 않는가. 그러나 리종호 부사장은 확실히 신문사에서 위신이 높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믿을만한 사람의 집을 잘 샀다는 것을 재삼 느꼈다.
다른 한편 선영은 집 주인은 경제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제 노릇을 잘 못하는 간부라고 여겼다. 아니, 어떻게 보면 현시대 바보 사장 같아 보이었다.
(어쩜 신문사 부사장이란 사람이 46평방 밖에 안되는 콧구멍만한 집 밖에 없어? 사장 쯤 되면야 보통 집 몇채는 있다던데. 권력을 쥐기만 하면 숱해 얻어 처먹는다던데. 참, 리사장은 어쩜? 진짜 현시대 바보야!)
그러나 그녀는 이 세상에 아직도 그렇게 “제 노릇도 잘 하지 못하는” 그런 청렴한 로간부도 있다는 것을 어찌 다 알고 있겠는가.
아니,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모를지도 모른다.
(저렇게 제 노릇을 못하니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신문사 사장이라는데 나그네 덕분에 잘 살면야 어째 리혼하겠는가?)
선영은 리종호 부사장을 두고 별 궁리를 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한국에 있는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이젠 그 집을 언니 집으로 만들었겠지? 얼마나 좋겠소?”
선영은 대뜸 화를 냈다.
“이 집을 사 놓고 애나 죽겠다.”
“어째 그러오?”
“오늘 오전이면 새 가옥소유증을 가지겠는가 했더니. 글쎄 가옥관리국에 갔더니 어쩌는지 아니? 집 주인의 안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수속을 해주지 않더란 말이야. 리혼증을 떼가지고 안해를 데리고 와야 수속해준단다. 진짜 가옥소유증도 변경 못해 난 딜레마에 빠지고 말잖았겠니? 참 재수 없어. 어쩜 집을 고르고 고르다나니, 재수 없을라니, 딱 리혼하는 집의 집을 사자고 달려들었는지 몰라.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를 다친다더니? 원, 참.”
“집 주인은 뭐 하는 사람이라오?”
“금방 신문사에 가서 뒷조사를 해 보니 집주인은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령도라지 않겠니? 아마 제 노릇도 잘 못하는 시라소닌 거 같아. 어쩜 사장이란게 요런 쪼꼬만 집에서 다 살았다니? 그러니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화목하지 못하기에 리혼하겠지?”
“뭐? 그 집 주인은 신문사 부사장이라고?”
“응, 그저 기자 아니고 신문사 부사장이고 정교수급 기자란다. 그런데 집형편은 구차한 거 같아. 일곱살 짜리 애 심장수술비용을 마련하자고 하나 밖에 없는 이 집을 팔자고 그런다잖겠니?”
“아니, 그 집 주인은 혹시 리종호라는 분 아닙데?”
“옳은 거 같다. 내 다시 보자. 여기 가옥매매계약서하구 집값령수증쪽지를 볼게. 리종호 맞구나. 아는 사람이냐?”
“아이유, 언니 그 분 집을 참 잘 샀소. 리종호 사장은 마음씨 참 착한 분이오. 잘 못 샀을가 봐 근심하지 마오.”
선영은 여동생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영아, 그 분을 어떻게 아니?”
“그저 알다뿐이겠소? 여기 한국에 있을 때 내 그 분 간병을 했댔소. 그 분은 지금 내 친구 나영이 있잖소? 나영이 아들애 성림을 구하려고 자기 집을 팔려고 그러는 거 같소.”
“오- 뭐,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애 심장수술해야 한다던데. 난 처음엔 리사장네 손주나 되는가 했더니. 참, 알고 보니 동네집 애구나. 동네 집 애를 구하자고 하나 밖에 없는 제 집까지 파는 판이구나. 제 정신 있니? 진짜 제 노릇을 못하는 나그네구나. 그집 안해 저런 나그네 믿고 어떻게 산다니? 그래기에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제 노릇을 잘 못하는 그런 바보를 나그네라고 믿고 어떻게 살겠니? 내라도 열번은 리혼해버리겠다.”
그러나 여동생 지영한테서 들려오는 판판 다른 말일줄이야.
“언니는 모르고 하는 소리오. 남의 애도 구하자고 제 집을 파는 그런 사람은 얼마나 착한 사람이오. 얼마나 인성이 살아 있는 사람이오? 자기 밖에 모르는 그런 자사자리한 사람보다 퍽 낫소. 리사장님은 마음이 뜨겁고 착한 사람이오. 그런 사람은 자기 처자를 더욱 사랑하고 아낄게오.”
선영은 코웃음쳤다.
“그런데 어째 그 집 안해 뺑덕에미처럼 리혼하고 달아난다니?”
“언니, 다 그 집 뺑덕에미 같은 녀편네 때문이오. 리사장은 조강지처라고 얼마나 그 녀편네를 아꼈는지 아오? 그 녀편년는 남과 바람쓰고 제 죄가 드러날가 봐 리사장을 독약을 먹여 안락사를 시키자고 했소. 그러나 리사장은 조강지처라고 경찰이 수사할 때 그 녀편네 한 짓이 아니라고 녀편네한테 방패를 들어줬소.”
“진짜 상상하기 힘든 사람이구나. 진짜 바보야. 그런 녀편네를 다 보호해?”
“언니, 잔말 말고 리사장을 믿고 그 집을 꼭 사오.”
“그래. 야, 너도 제 노릇이나 잘 해라. 여경들이 나영을 압송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티비에도 나오더구나.”
“오. 그랬구만. 리사장네 녀편네도 나영과 함께 중국에 압송됐답데.”
“응- 그게 리사장 녀편넨가?”
“리사장네 녀편네는 리사장을 살해하려한 살인미수죄에 경제문제도 많답데. 언니, 내 성림 데리고 큰 길을 건너 가야 하오. 언니, 한가지 부탁하기오. 국현을 찾아서 내 리혼하자고 하더라고 전해주오. 그리고 시간 나지면 드문드문 슬기를 좀 찾아 봐 주오. 걔를 한국에 데려내오든지. 바람둥이 나그네한테 맡겨서야 사람을 만들겠소? 난 슬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소. 후에 다시 말하기오.”
“응, 그래, 내 그 바람둥이 나그네와 슬기를 찾아볼게. 후에 다시 보자.”
선영은 핸드폰을 놓으면서 세상은 넓고도 졻은 요지경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녀는 침대에 훌러덩 들어누워 천정 한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호-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