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9. 가옥소유증 리스크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벨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종호는 려인숙 세면실에서 치솔질을 하다가 말고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저 집구매자인데요. 나머지 집값 14만원을 준비했는데요. 오늘 가옥소유증을 변경할 수 있는지요?”
듣다 젤 기쁜 소식이 아닌가.
“네. 되고 말구요. 아마 가옥변경할 때 세금도 얼마간 내야 될 겁니다.”
“네? 세금이야 집을 파는 집에서 낼게지. 사는 쪽에서야 무슨 세금이 있는가요?”
종호는 내심하게 명확히 알려주었다.
“집판매 쪽이나 집구매 쪽이나 다 세금이 있습니다. 세금은 얼마 안되는데요. 각기 자기 낼 세금을 내면 공평합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어데서 만나겠는가요?”
“가옥관리국 2층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신분증을 꼭 가지고 오십시오.”
“네, 알겠어요. 그 쪽에서도 가옥소유증이랑 필요한 요건을 잘 챙겨가지고 만나요.”
“예, 그렇게 합시다.”
종호는 미리 한국에까지 가지고 갔던 가옥소유증을 트렁크에서 꺼내 배낭에서 찾아 넣고 신분증도 챙겨가지고 려인숙을 나섰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옥관리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윽고 그는 가옥관리국에 도착해 숨돌릴 새도 없이 계단식 엘레베터를 타고 2층 가옥교역대청에 올라갔다.
2층 가옥교역대청에는 집을 팔고 살 사람들로 발 디딜 곳도 없을 정도로 붐비었다.
종호는 인산인해 속에서 구매녀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쓸어보았다.
“주인님!”
그때 옆에서 한 여인이 부르는 소리 들렸다.
집구매녀였다.
종호는 오래 갈라졌던 녀동생을 만난듯이 기뻤다.
생글방글 웃는 그녀의 생김새도 어디서 본 적 있는 사람처럼 친절해보이었다. 걀죽한 얼굴이라든지 외까풀눈이라든지. 꽤나 이뻤따.
(어디서 봤던가? 잘 모르겠는데.)
종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구든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오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저리로 좀 갑시다.”
종호는 그녀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가방에서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꺼내 집구매녀한테 보이었다.
“잘 대조해보십시오.”
집구매녀는 한참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대조해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맞구만요.”
종호는 한마디 더 일깨워주었다.
“신분증과 저의 얼굴을 잘 대조해보십시오. 저의 신분증이 맞는가 잘 보십시오.”
“맞겠지요. 뭐?”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혹시나 해 종호의 신분증의 사진과 종호의 얼굴을 여러번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생글방글 웃으며 신분증과 가옥소유증을 돌려주었다.
“맞습니다. 어데서 사업하는지요?”
종호는 신분증과 가옥소유증을 다시 가방에 챙겨넣고 직업병처럼 기자증을 꺼내 내밀었다.
“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신문사에서 30여년 기자로 사업했습니다.”
“네- 기자시군요. 단번에 믿음이 가는군요.”
종호는 기자증을 받아 잘 챙겨넣고 말했다.
“먼저 집값을 카드에 넘겨 주겠습니까?”
그녀는 의아한 눈길로 치떠 보았다.
“아니, 가옥소유증을 변경한 다음 돈을 건네야 하지 않는가요? 어디 돈부터 받는 법이 있는가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보세요. 보통 물건을 팔고 살 때 먼저 돈을 내고 물건을 가지지 않고 뭡니까?”
“네, 그래도 그렇지. 돈을 넘긴 후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 집을 팔 수 있는 집인가? 가옥소유증이 진짜인가 저기 가서 검사맞힌 후에 집값을 넘기면 어떤가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기자선생님이야 믿지만 이 세상엔 뜻밖의 사건이 너무 많지 않고 뭔가요.”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가지고 가옥변경수속 번호부터 잡으러 갔다. 거기에는 벌써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며 줄을 서 있었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서야 종호 차례 돼 가옥소유증을 내밀었다. 직원이 가옥소유증을 보고 컴퓨터에서 검사해 본 후 매매수속 번호를 주었다.
종호는 이번에는 집구매녀를 데리고 함께 가옥서류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집구매녀는 의아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인데요?”
“가옥서류실인데 이 가옥은 판매할 수 있는겐가 검사합니다.”
“판매 못하는 가옥도 있는가요?”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꺼내 짚어 보이면서 설명했다.
“네. 가옥소유증 여기 ‘권리성질’란에 이렇게 ‘出让/商品房’이라고 찍혀 있으면 팔고 살 수 있는 가옥입니다. 그렇찮으면 팔지 못합니다.”
“왜 그런가요?”
“‘出让/商品房’은 이 집은 개발상이 집을 지을 때 토지세를 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걸 잘 알아보고 집을 사야 합니다.”
그녀는 입을 쫙 벌렸다.
“오- 그렇군요. 이때까지 아무 집이나 다 살 수 있는가 했더니. 알고 보니 문서짝도 많구만요. 오늘 기자네 집을 사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감사해요.”
종호와 집구매녀는 온 오전 기다려서야 차례 됐다. 종호는 가옥서류실창구에 가옥소유증과 자기 신분증을 들이밀었다.
이윽고 녀직원이 컴퓨터에서 그 가옥소유증에 따라 가옥서류를 찾아 대조해보았다. 이윽고 가옥매매허가서에 도장을 꽝 찍어 주었다.
“이 집을 살 수 있는가요?”
집구매녀가 묻는 말에 녀직원은 종호와 집구매녀를 번갈아보며 이렇게 명확히 대답했다.
“상품집이기에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해요.”
그녀는 걀죽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젠 시름놓고 집값을 넘겨줄 수 있겠습니까?”
“네. 당장 집값을 넘기지요.”
“그럼 부근에 있는 중국은행에 갑시다.”
“네. 오늘 일이 잘 되자고 그랬는지. 면바로 중국은행 카드에 저금해 놨어요.”
종호는 집구매녀를 데리고 부근의 중국은행에 찾아가 인차 집값을 건네 받았다.
순간, 종호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거면 이젠 성림을 구할 희망이 있게 됐다.)
그러나 인차 그의 이마에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이 쫙 퍼졌다.
(요걸론 수술비용이 판 부족인데. 나영의 탐오금을 물어넣다나니 아직도15만원이 모자라는 건 어쩌지?)
그들은 다시 2층 가옥교역대청에 돌아와 차례를 기다렸다.
집구매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집값을 다 받았다는 령수증이라도 떼주세요."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불시에 령수증을 어떻게 뗍니까? 이럽시다. 돈 받았다는 쪽지를 써주지요."
그녀는 미덥잖은 눈길을 보냈다.
종호는 그녀의 외가풀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펜을 꺼냈다.
"이제 당장 가옥소유증을 변경하겠는데 근심마시오."
"네, 그러지요."
종호는 령수증이라고 쪽지를 쓰자고 그녀의 신분증을 들여다 보았다.
(박선영, 1970년생이라? 나와 띠동갑이구나.)
그녀는 집값을 문 령수증쪽지를 받아 꼼꼼히 여겨보고 핸드빽에 챙겨넣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피뜩 떠올랐는지 또 한가지 물었다.
“어째 집의 사모님은 오지 않았는가요?”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특수사정이 있어도 그렇지. 집을 파는 일보다 더 중요하겠는가요? 외출했는가요?”
“네. 그런 일 있습니다.”
그녀는 종호가 말하기 불편해하는 눈치를 채고 더 캐묻지 않고 덤덤히 앉아 기다렸다.
점심 때 다 돼 그들의 차례가 됐다.
종호는 가옥교역창구에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내밀었다.
녀직원은 가옥소유증을 보면서 컴퓨터에서 이것저것 보더니 종호를 내다보면서 물었다.
“이 가옥은 부부 공동소유인데요. 안해는 어째 오지 않았는가요?”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안해 가옥판매동의서나 신분증이 있는가요?”
“그런게 수요되는 걸 몰랐지.”
종호는 등곬이 다 서늘해졌다.
“안해 동의가 없인 이 가옥을 팔지 못해요. 두 분 결혼증도 필요합니다.”
“집을 파는데 결혼증도 필요합니까? 결혼증을 어디에 뒀는지 불시에 몇십년 전에 낸 결혼증을 어디에 가서 찾아옵니까?”
녀직원은 더 구구히 말하기 싫어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창구로 훌 내보냈다.
“다음번엔 안해와 함께 결혼증도 가지고 가오십시오.”
“이 일을 어쩌는가요?”
집구매녀는 혼비백산해 낯색이 새파래지었다. 그녀는 단통 미덥잖아 실눈을 지으면서 종호를 쏘아보았다.
“이런 걸 왜 사전에 말하지도 않고 집값부터 내라고 재촉했는가요?”
종호는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일곱살 밖에 안되는 어린애가 코로나에 급성심장병에 걸려 수술비용이 급히 수요돼 이 집을 급히 눅게라도 팔게 됐습니다. 너무 재촉해 미안합니다. 에미 없이 의지가지 없는 불쌍한 어린애를 구하는데 동참한 셈 치고 좀 기다려 주십시오. 필요한 리혼증이랑 요건을 인차 준비할 수 있습니다. 며칠 후면 가옥소유증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종호는 결혼증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악처를 데리고 민정국에 가서 결혼증을 다시 내는 수도 없었다.
그는 피뜩 령감이 떠올랐다.
그는 녀직원을 보고 물었다.
“만약 결혼증 대신 리혼증을 가지고 오면 집교역 할 수 있습니까?”
“됩니다. 리혼할 때 이 집을 당신 개인 집으로 인정한다는 안해의 서면증명서가 있어야 개인이름으로 팔 수 있습니다. 좋기는, 리혼한 안해를 데리고 와서 당장에서 재산분할을 증명서게 해야 합니다.”
“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순간 종호는 눈 앞이 환해지는 감이 들었다.
그는 집구매녀한테 돌아서며 차근차근 일깨워주었다.
“근심말고 좀 기다리십시오. 리혼증이 인차 나오면 꼭 가옥소유증변경수속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집구매녀는 아름차 발까지 동동 굴렀다.
“집값을 내랄 땐 그렇게 재촉하더니. 집판매요건도 채 갖추지 못했구만요. 아이유, 야, 참 시끄러운데. 짜증난다. 진짜 스트레스야.”
“미안합니다. 집을 판 경험이 없어서 그만 결혼증이나 리혼증이 필요한 걸 몰랐습니다.”
종호는 송구스러워 몸둘바를 몰라했다.
“근심말고 기다리십시오. 난 신문사 부사장 출신인데요. 내 인격으로 담보하겠습니다. 나는 정교수급기자기인데 한달 로임이 만원 밑을 받습니다. 만약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하면 집값을 리자까지 얹어 돌려 드리겠습니다.”
“말이야 그렇게 쉽게 하지만 이 세상에 믿을게 몇입니까?”
“정 믿지 못하겠으면 신문사에 가서 물어보십시오. 이 리종호가 어떤 사람인가? 난 법에 어긋난 일을 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나는 남을 도와주면 도와주었지 절대 남을 얼려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집구매녀는 의연히 미심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았다. 아마 당장 새 가옥증을 받아 가지려니 했는데 가지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허탈감인 것 같았다.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꺼내 내밀었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이 가옥소유증을 먼저 가지고 있으십시오. 또 그 집이 있는데 근심할게 뭡니까? 집값을 물었으니 아직 수속하지 않았을뿐 실상 이미 당신 집이 된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집이 뭐 한날 한시에 날아나겠습니까? 근심마십시오. 꼭 며칠 새에 리혼증을 가지고 와서 변경해드리겠습니다.”
집구매녀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미 돈도 건넸는데. 이제 와서 다 쒀놓은 죽을 어쩌겠는가? 에라, 리사장을 믿고 기다려보자. 지체 높은 분이 고까짓 조꼬만 집을 메고 달아나겠느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낡은 가옥소유증을 받아 챙겨 넣으면서 말했다.
“될수록 빨리 서둘러 주십시오. 이게 어디 가옥소유증 리스크에 시달려서 살겠습니까? 진짜 짜증난다.”
종호는 집구매녀한테 재삼 사과하면서 부탁드렸다.
“네. 미안합니다. 제가 리혼증이랑 다 갖추면 련락드리죠. 그때 다시 여기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종호나 집구매녀나 다 가옥변경도 하지 못하고 온 하루 교역대청에서 헤매고나니 너나없이 허탈감이 들대로 든 것은 더 말할 필요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