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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6 김장혁
2023년 06월 26일 11시 11분  조회:1202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
6

                   김장혁
 
      106. 제주도 며느리

 
    제주도의 풍경은 대자연 그대로 아름다웠다. 고향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도 제주도에는 벌써 화창한 봄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푸르른 초원에는 백마들이 달리고 있고 양떼들이 구름처럼 무리지어 다니고 있다.
     관광뻐스는 제주도 남쪽 끝으로부터 동북쪽에 있는 성산일출봉을 향해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순정은 리정호 회장과 나란히 앉아 차창 밖에서 뒤로 밀려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앞좌석에는 가수 림하영이 앉아 있었다. 림하영은 군철이네 회사 공회 문예부장이였는데 순정의 요청으로 청가를 맡고 동행하게 되였다.
리정호 회장은 정호가 미국에 미녀군단을 이끌고 가서 공연할 때 한인회 회장을 통해 면목익힌 분으로서 한국 이웃사랑복지회 회장이였다. 그는 당시 문화국 국장 최정호의 요청으로 중국에 백두산관광을 왔던 것이다. 그때 최정호와 순정 부부는 리정호 회장을 모시고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감상하였고 백두산 원시림에서 힐링하는 한때를 즐기기도 하였다. 그후 리정호 회장은 순정이 차린 장백산예술단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서 거의 해마다 10여만원씩 후원했고 소형관광뻐스도 선물하였다. 이번에도 리정호 회장은 모든 비용을 척 내놓아 장백산예술단 한국공연을 성사되게 하였다.
      순정은 정호와 졸혼 계약서를 쓰고 졸혼한 후 고향에서 경로원을 차려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과 고아들을 보살피는 한편 경로원에 무용학원도 차리고 후대무용인재를 양성하였고 장백산예술단을 차려 민족예술의 꽃을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군철이 높은 로임으로 회사 예술단 단장으로 초빙했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기로 하였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공회 예술부장을 한 임하영과 한 예술단에서 맨날 마주 바라보면서 살기도 싫었던 것이다.
(사람이 어찌 돈만 바라보고 뒤따라 간단 말인가?)
군철의 회사 년말총화 때 군철이 부르면 장백산예술단을 이끌고 가서 축하공연은 해주었다.
이번만은 알맞춤한 가수가 없어 싫은대로 하영을 데리고 한국에 나왔던 것이다.
순정은 한국에 나와서장백산예술단 무용수들을 이끌어 수원로인복지관에서 첫무대를 열고 수백명에 달하는 로인들에게 조선민족 특색이 짙은 무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로인들은 처음 정채로운 조선족 무용을 보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젊고 이쁜 가수 임하영이 무대에 올라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예술단의 공연을 이채를 띠게 하였다.
순정은 공연을 보고 반가워 웃는 로인들의 함박꽃 같은 모습을 보고  졸혼한 후 무용수로서 자기만의 인생을 사는 보람을 한 가슴 가득히 느꼈다.
관광뻐스 앞좌석에서 30대 말이나 될가말가 하는 이쁜 녀가이드 성아가씨가 줄창 재미나는 이야기나 유모아를 해가면서 가이드를 해 웃음 속에서 려로의 피로를 잊게 하였다.
자칭 제주도 며느리라는 성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술인들은 웃음보를 터뜨릴 때도 많았다.
성아가씨가 또 시작한다.
“있잖아요? 제가 웃기는 이야기 한다고 욕하진 마세요.”
여기저기서 요청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가이드 얘기 너무 재밌어요.”
“또 뭔지요? 제끼제끼(제주도 말로 ‘어서’라는 말이라고 함.) 얘기해주세요.”
리정호 회장도 흥을 돋구려고 끼여들었다.
“박수!”
성아가씨는 박수가 멎자 외까풀눈으로 여러분들에게 이쁜 윙크를 날리면서 앵두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제주도에 관광나온 중국 교포가이드께서 들은 유모아를 할가요?”
“박수!”
“있잖아요? 중국 부자집에서 벌어진 이야기인데요. 처첩은 밤이면 항상 남편을 차지하려고 티격태격했어요. 부자는 항상 나 먹은 본댁보다 나어린 첩한테 자꾸 더 갔어요. 본댁은 생각다 못해 이런 제의를 했어요. 남편 량쪽에 본댁과 첩이 눕기로 하고 남편의 그게 누구 쪽으로 넘어지면 그날 밤엔 남편은 누구 거로 하기로 하자고 했지요. 첩도 그러기로 했지요. 남편과 첩은 궁리 끝에 한가지 묘수를 썼지요. 그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요. 이상하게 날마다 밤 남편이 그게 첩쪽으로만 넘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첩은 거의 날마다 남편을 독차지하나 다름없게 됐지요. 본댁은 하도 이상해서요. 어느 하루 밤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누워서 퉁사발눈이 돼서 남편의 그걸 살펴보았어요. 또 첩 쪽으로 스르르 넘어지는게 아니겠어요. 본댁은 꽥 소리쳤어요. ‘관둬(别拉鸡巴倒吧)!’ 웬 일일가요? 본댁이 찬찬히 여겨보니깐요. 간사한 첩년이 글쎄 실로 남편의 그걸 매서 스르르 자기 쪽으로 당겨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호호호.”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보가 터졌다.
“진짜 웃겨요.”
성아가씨는 걀죽한 얼굴에 별로 웃음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말했어요.
“그때부터 중국 한족들은 ‘관둬.’라고 할 때면 ‘拉鸡巴倒吧!’ 하고 소리쳤다고 해요. 건데요. 옳은지는 몰라도요. 원래는 ‘别拉鸡巴倒吧’ 아닌가요? 건데요. 뼈(别)는 빼고 鸡巴만 拉倒吧 해서 ‘拉鸡巴倒吧!’라고 했대요.”
녀무용수들의 키득거리는 소리 멎자 그녀는 또 시작한다.
“이번에는 제가 우리 시집 얘기를 하겠는데요. 절 못쓸 제주도 며느리라고 욕하진 마세요.”
모두들 성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걀죽한 얼굴에 외까풀눈, 그리 쉽게는 생기지 않은 녀성이였다. 그녀의 이쁜 외씨얼굴에도 뭔가 좀 어두운 그림자도 비껴 있었다.
“저는 집에서는요, 시집 얘기 못해요. 이렇게 관광뻐스에서 손님들께 한바탕 시집 얘기 하고나면 가슴이 후련해요.”
성아가씨는 마른 침을 꼴깍 넘기더니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저의 고향은 제주인데요. 여러분들도 주의해 보았겠지요? 우리 제주도 집은 대부분 한 집에 동서에 연통 두개가 있잖아요?”
“예.”
“보았습니다.”
성아가씨는 청취자들의 주의와 마음을 휘여잡는 예술기교가 있었다.
“우리 제주에서는 꼭 아들며느리 중에 마음이 젤 고운 아들며느리가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전통가정풍속이 있지요. 일반적으로 단층짜리 집이면 며느리가 한데 쭉 붙은 한 집에서 동쪽 부엌을 차지하고 서쪽 방에 시부모를 모시고 살지요. 그러나 부모 자식은 서로 각기 다른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따로 세간살이 하나 다름없지요. 그러나 한 집에서 조석으로 부모를 보살필 수 있어 효성하기는 안성맞춤한 생활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모들도 밖에서 헤매는 아들며느리를 거들어 손군들을 봐 줄 수 있어 천륜지락을 누릴 수 있지요. 그러나 다 편리하고 좋은것만은 아니지요.”
성아가씨는 자기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이쁜 무용수들을 내려다보며 뒷말을 좀 무거운 어조로 이었다.
“저의 시부모한텐요. 아들며느리 넷이나 돼요. 저는 셋째며느리인데요. 어쩌다가 시부모의 안목에 우리 부부가 젤 착한 아들며느리로 뽑혀 시부모와 한 아파트에서 살게 됐지요. 물론 우리 집은 단층집이 아니여서 동서로 갈라져 살지 않고요. 2층 아파트여서 아래층에 시부모가 계시고 저희 부부는 2층에서 살지요. 비록 아래위층에 나눠 밥도 따로 끓여먹으면서 살지만요. 편리하기 보담 불편할 때가 더 많은 거 같아요. 왜서인가고요?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실래요?”
모두 묵묵히 머리만 끄덕였다.
성아가씨 서서히 입이 터졌다.
“아래위층에서 살기 땜에 시어머니는 때때로 저의 2층에 올라와 부엌에 들어가 뭘 좋은 걸 끓여먹었는가 검사해요. 혹시 색다른 음식을 하면 저는 꼭 시부모한테 먼저 떠다 드렸죠. 그런데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일가요? 원 참, 감시당하는 느낌 아주 더 말할데 없지요. 그뿐이 아니예요. 제가 가이드 나갔다가 돌아올 때 된 거 같으면요. 시어머니는 벌써 아래층계 어귀에 앉아 기다려요. 뭘 들고 오는가고 저의 손부터 살펴보지요. 혹시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더욱 고대해요. 뭔 기념품 사오는가고? 시어머니는 분주해요. 누구한테 더 좋은 걸 주는가 살펴야 하니깐요. 저는 이렇게 시어머니 감시 속에서 속이 한줌만해서 사사건건 주의하면서 살아야 해요.”
성아가씨는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걀죽한 외씨얼굴에 어색한 허구픈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딱 마치 남의 시어머니 얘기하는듯이 어조도 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심은 얼마나 복잡하고 고달팠겠는가 하는 것이 력력히 엿보였다.
성아가씨의 넉두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저는 한반도 대륙쪽이거나 국외로 가이드로 갔다가 돌아올 때면요. 꼭 시부모와 저의 시형제들께 드릴 선물을 똑같은 것으로 네몫을 사지요. 그렇게 공평하게 처사했기에 간신히 누구한테도 말을 듣지 않았지요. 시부모는 똑같은 선물을 쳐들고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치하하군 했어요. 시어머니는 동네에 나가서도 저의 자랑을 늘여놓군 했지요. 동네에서도 저를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라고 했어요. 그런데요. 한번은 진짜 마음에 내키지 않았어요. 시부모가 미국에 관광 갔다가 돌아왔는데요. 글쎄 큰아들과 며느리한테는 스위스손목시계를 선물로 주고 그 아래 자식들한테는 일본 세이꼬시계를 선물로 주지 않겠어요. 저는 얼마나 서운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셋째며느리한테 이렇게야 할 수 있겠어요. 관광 갈 때도 저는 큰며느리보다 려비를 더 드렸는데요. 시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했어요. ‘머리카락도 위로부터 쓸어내린다. 내 마음 속엔 그래도 맏아들이 젤 커.’ 한번은 시어머님이 일하시다가 허리를 상해 입원해야 했어요. 아들며느리 다 찾아왔는데요. 시어머니는 업히워 집에서 나가 차에 앉아야 했어요. 아들들은 서로 자기가 업겠다고 등을 돌려대고 꿇어앉았어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맏아들을 불렀어요. ‘난 그래도 맏아들 잔등에 업히면 젤 편하고 든든해.’ 시어머니 뭔가요? 우리 부부가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조석으로 부모를 정성을 다해 살뜰히 모시지 않았는가요? 우린 셋째라고 크게 보이지도 않는가요? 마음 속으론 맏아들만 믿고 저의 남편을 어떻게 그렇게 이붓자식처럼 대하는가요? 이뿐이 아닌데요. 다른 며느리들이 명절 때 어쩌다 찾아와 용돈을 몇십만원씩 드리면 그걸 크다고 해요. 동네에 나가서도 어느 며느리 얼마 가져왔다고 혀끝이 다슬게 치하하지요. 어찌 이럴 수 있어요? 저는 분통이 터져서 시부모가 들을가 봐 집에서 남편과 행악질 못하고 해변가에 남편을 끌고 가서 분통을 터뜨리군 했어요. 어떤 때엔 밤중에 혼자 강가에 나가 돌멩이를 주어던지면서 고함쳤어요. ‘시어머님, 어쩜 이럴 수 있어요?’ 한참 소리치고 나면 마음이 후련했지요.”
관광뻐스 안은 제주도 며느리 시어머니를 공소하는 성토장으로 돼버린 기분이였다.
성아가씨는 손수건을 꺼내 걀죽한 볼에 흐른 씁쓸한 눈물을 닦고 나서 허리 굽히며 말했다.
“여러분, 미안해요. 제가 실례한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오늘도 여러분께라도 하소연하고나니깐요. 퍽 해소된 거 같아요. 가슴이 후련해요. 한반도 대륙의 남자들은 우리 제주도 남자들보다 안해를 살뜰히 배려하고 보살필줄 안대요. 터놓고 말해서. 저도 졸혼하고 대륙에 나가 살고 싶어요. ”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는 끝났지만 침묵으로 꽉 찬 뻐스 안 여기저기서 무거운 한숨소리만 들릴 뿐이였다.
순정은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서 차창 밖으로 휙- 휙 – 뒤로 스쳐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내다보면서 피뜩피뜩 뭔가 련상과 추억이 떠올랐다.
(한 집에서 가마 두개 걸고 시부모를 조석으로 보살피면서 모시고 살면  실제적이고도 천륜지락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제주도 전통적인 가정의 미풍량속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구나. 그러고 보면 시부모를 모시지 않은 내가 다행이구나.)
관광뻐쓰는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니 어느새 성산일출봉 기슭에 이르러 서서히 멈춰섰다.
천지를 뒤흔드는 지진과 용암분출로 하늘에 솟아오르다가 물앉은 성산일출봉은 해변가에 우뚝 솟아 그들을 반겨맞았다.
그들은 저 멀리 날아예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가파로운 성산일출봉에 쉬염쉬염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
한 반시간 톺아 가파로운 절정에 오르니 화산분출에 충적된 기암괴석 사이로 누워 있는 평평한 분지를 볼 수 있었다. 지진은 해변가에 천혜의 명승을 낳은 것이다. 
  
순정은 성산일출봉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감회가 깊었다.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도 전통가정도 지진과 화산분출을 거쳐 전통가정풍속을 깨고 새로운 가정의 신기루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 사회에는 시부모와 함께 살기 좋아하는 며느리 하나도 없다. 또 아들며느리와 함께 살자는 부모도 없다. 서로 불편하다고. 아, 이젠 3대가 한 구들에서 살던 전통가정 풍속은 영원히 사라져가고 있다. 아마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부모와 자식들의 바람이고 리상적인 가정형태리라.) 
    성산일출봉에 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와 가슴을 힐링해준다.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소리 귀전을 씁쓸하게 간지른다.
    저 멀리 해녀들의 구슬땀이 파도치며  하얀 물바래로 부서지면서 바다를 시퍼렇게 멍들게 하며 울게 한다.
    재빛 갈마기들이 훨훨 날아와 제주도 전통가정 고부간에 평화를 기도하면서  서정시를 물고와 은은히 불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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