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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2 김장혁
2023년 07월 20일 08시 33분  조회:2569  추천:5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2.파격적 사랑의 메아리

 

 

일요일 아침에 호수가 교회당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린다.신자들이 중얼중얼 성경을 류창하게 읽는 소리 호수 면을 스치며 무수한 파도를 일으킨다.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짝을 지어 목욕재계하고나서 뽀뽀하며 수중바레를 추며 노닌다. 

리나가 송림과 길림을 량손에 잡고  교회당 뒤를 돌아 호수가 참대숲을 거닌다.

그녀는 저쪽 호수가 참대숲 속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낯익은 남녀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하느님, 맙시사! 저게 군철과 가은이 아닌가!"

리나는 애들 손을 놓고 두 손을 맞잡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절대 안돼!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가은이, 교회당에서 저년이 드레스를 입고 군철의 팔을 끼고 목사한테 다가가는 것을 놔둘 순 없어."

그녀는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리라고 믿고 하느님과 교회당의 주께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이여,령험하신 주님이시여, 저의 죄과를 세레해주고 남편과 복혼하게 도와주세요.춘희박사는 절대 가은을 애 둘이나 달린 군철한테 줄 수 없다고 했잖았는가요? 춘희박사와 내 힘을 합치면 군철과 가은을 막을 수 있어요. )

그녀는 애들을 보고 아빠한테 달려가라고 놓아주었다.
  그래, 애들이야 말로 아빠를 외간 처녀한테 못 가게 하는 핵무기가 아닌가.

"아빠!"

송림과 길림이 두 팔을 쫙 벌리고 소리치면서 달려갔다.저쪽에서 리나는 이를 옥물면서 입귀로 웃음을 흘리었다.
   (애들이야 네놈 새끼 아닌가. 애들은 네놈 발목을 꼭 붙잡고 말거야.)
   그러나  리나는 오산했다. 

 군철은 와들짝 놀라  품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끼(가은) 몸을 밀어내고 장의자에서 우쭐 일어났다. 애들은 아빠한테 와락 안겼다. 

그들은 가은을 흘끔흘끔 가로보며 아빠 손을 끌고 엄마한테 가려고 아둥바둥 애썼다.

군철과 가은은 저쪽에 두 손을 맞잡고 서 기도하는 리나를 보고 바늘방석에라도 앉은듯이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윽고 침착성과 랭정성을 회복한 군철은 속으로 이렇게 되뇌였다.

(절대 불효녀를 용서할 수 없어.리나,복혼은 절대 없어.나도 이젠 졸혼을 그만두고 재혼할 때 됐어.새 생활과 희망이 날 기다리고 있어.새 세상이 이제 활짝 열릴 거야.)

갑자기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는 거세찬 돌개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쳤다. 무수한 파도가 세차게 일며 고즈넉하던 호수가의 참대나무 잎사귀들이 바들바들 떨며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참말로 문걸과 춘희, 군철이 졸혼하고 엮을 복잡하고 눈물겨운 사랑과 혼인, 그들의 가정은 어떻게 번질지 누구도 한치 앞도 짐작하기 어렵다. 

 가은과 군철의 파격적인 사랑이 꽃필지?  

군철한테 시집가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는 가은, 내심갈등이 심한 가은, 그런 가은을 보고 춘희는 딸의 비극적인 결혼에 문걸과의 재혼을 그만두고 양보하겠는지? 

군철은 기어이 양아버지 행복을 위해 가은의 효에 떠받들린 사랑을 사양하겠는지?

누가 누구의 사랑에 양보해야 하는가? 아니면 문걸과 춘희, 군철과 가은이 다 결혼해도 괜찮을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촌수가 개판이라고,지갑이네 혼사라고 뭇사람한테 조롱받지 않을가?

아, 세상 별나게 얼기설기 복잡하게 뒤얽힌 사랑과 혼인,졸혼과 가정. 그대들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는가?

하늘도 땅도 대답이 없다.이 세상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호수면을 파격적 사랑의 메아리가 스치고 지나면서 무수한 의문부호를 남기며 이상한 선률의 나래를 펼칠뿐이 아니겠는가. 
   저기 호수가 참대숲에 숨어 우는 사랑의 바람소리 대나무 이파리를 스치며 처량하게 노를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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