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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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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3 김장혁 댓글:  조회:765  추천:0  2023-12-06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3.달밤의 북장구소리         성희는 성칠의 상한 팔을 붙잡고 저고리 동전으로 눈물을 찍었다. 성칠의 아내 하옥은 부엌쪽으로 돌아서서 저고리 고름으로 눈 굽을 찍었다.     하옥은 눈물을 훔치고나서 얼른 치마자락을 쭉 찢어 달려나와 성칠의  팔을 싸매주었다.     성칠은 히죽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니, 괜찮아요. 아버지가 오줌 약을 쓰라 해서 지혈시켰어요.”     "그래, 오줌은 참 좋은 약이지. 나도 한산 이 씨 가문에서 이 영월 김 씨 가문에 들어섰을 때에는 네 할아버지 오줌 약을 곧이듣지 않았던 거야. 후에 써보니 참 좋은 약이데. 나도 한번은 나무하러 갔다가 생 긁을 밟았어. 건데 할아버지 말씀대로 따뜻하게 덥힌 오줌에 발을 잠그니 인차 지혈되고 소염 되잖았겠나? 자, 빨리 집에 들어가 이 팔의 상처를 오줌 물에 씻어."      어머니 말에 성칠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내 하옥도 뒤따라 들어갔다.     병완은 마당에서 곰을 튀 하면서 오줌에 아들의 팔을 씻어주는 며느리를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한 식경 후 병완은 곰을 다 튀를 해 각까지 뜯어 얼마간 갈라 바깥에 임시로 건 큰 가마에 넣었다.      그때 동산마루 소나무 숲에 구리바라 같은 둥근달이 걸려 영월동에 금빛을 내리비췄다. 둥근달은 밝은 얼굴을 내리드리워 성칠 일가의 동정에 살폈다.      병완은 곰의 각을 뜯다가 기준을 보고 부탁했다. “저 개울 건너 덕성과 성팔을 놀러 오라고 해라. 저 토성 안 한길수 주인영감도 오라고 해라. 곰의 고기 생겼을 때나 함께 한잔 하야지.”       “예. 알았습꾸마.”     기준은 인차 개울 건너로 뛰어갔다.      이윽고 이웃들인 덕성과 성팔이 등이 느릿느릿 걸어왔다.      “아따, 이 집에서는 무슨 일로 이렇게 초저녁에 온 동네가 떠나가게 야단법석이오?”     성팔이 길쭉한 얼굴을 잔뜩 쳐들고 오면서 하는 말이다.     병완은 바깥 부엌아궁이에 나무토막을 넣다가 호랑이 몸뚱이 같은 몸을 일으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게나. 우리 맏이가 곰 한 마리를 사냥했는데 나눠 먹자고.”     얼굴이 네모 둥글하게 생긴 덕성은 코까지 벌름거리면서 사람좋게 웃었다.     “흠흠, 무슨 구수한 냄샌가 했더니 곰의 고기 익는 구수한 냄새구먼. 허허허.”      "건데 왜 한길성인 안 보이는가?"      병완은 기준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한영감이 집에 없데?"    기준은 서성거리며 대답했다.    "있습데. 건데 가난뱅이들 하구 안 논답더구마."    "뭐라고?"    "흥!"     덕성과 성팔은 콧방귀를 뀌었다.      병완은 주춤 일손을 멈췄다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어느새 병완은 다리 두개씩 넣은 마대를 덕성과 성팔의 앞에 척 가져다 놓았다.     “자, 많지 못해. 가져다 먹게나.”      “덕분에 잘 먹겠소.”      덕성과 성팔이 가려고 하자 병완은 말렸다.      “그걸 가져다 두고 인차 와서 곰의 고기에 한 잔씩 마시이요.”      “이 집 아주머니 거룬 막걸리가 시원하던데. 곰의 고기에 시원히 마시지 뭐.”      성희가 생글 웃으며 반겼다.      “그래요. 어서 갔다가 동서랑 식구들을 다 데리고 오세요.”      “그럽세.”      덕성과 성팔은 흐뭇한 지 코 노래까지 흥얼흥얼 부르면서 곰의 다리 든 마대를 메고 둔덕 아래로 내려갔다.     성희는 남편을 보고 “저 고개 너머 시아주버니네 식구들은 어쩔까요?” 하고 물었다.      병완은 좀 궁리하다가 두툼한 입을 열었다.      “내일 제사에 가겠는데 이 밤에 어떻게 승냥이들이 욱실거리는 령 길을 형님이 어떻게 넘어온다고 그러오? 저 창준을 보고 곰의 고기를 가져가게 하기요.”      “예, 알았어요.”     성희는 곰의 고기보따리를 챙겨 둘째아들 창준에게 줘서 보냈다.     “령 길을 주의해서 갔다 오너라.”     “예, 이걸 보세요.”      창준은 방망이를 들어보였다. 그래도 성희와 둘째며느리 곱단은 못내 시름을 놓지 못하는 눈치였다.      “늦은데 돌아오지 말고 큰집에서 쉬고 내일 그 길로 산소에 오너라.”     “예. 알아서 하겠습니다.”     병완은  “어째, 한 영감은 까딱 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한 눈길로 개울 건너 토성 안의 덩실한 팔간 집 쪽을 내려다보았다.     “어이구, 저 한영감댁이야 부자노라고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술을 마시자 하겠어요?”     성희  말에 병완은 “글쎄-” 하고 말하면서 곰방대에 담배를 채워 붙여 물고 뻑뻑 빨았다.     “그래도 미운 걸 떡을 더 주라고 기준에게 곰의 고기를 좀 들려 보내오.”     “예. 알았어요.”     성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수긍하였다.     그는 언제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욱 하면 벽이라고 차고 나가는 남편의 성미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남편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때 병완의 큰며느리 김해 김 씨 하옥과 둘째 며느리 전주 김 씨 곱단이, 셋째며느리 개성 최씨 사련은 벌써 서늘한 마당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 큰상 세 개를 벌려놓고 식기며 수저를 가져다 놓느라고 치마 자락을 날렸다. 기준의 처 사련은 가마뚜껑을 열고 김을 호호 불면서 식칼을 넣어 곰의 고기가 익었나고 콕콕 찔러보았다.     “익었느냐?”     “예. 익었습구마.”     사련이 허리를 굽히면서 시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시어머니와 작은며느리는 곰의 고기 덩이를 꺼내 통나무칼판에 놓고 찬물에 손을 묻혀 호호 불면서 곰의 고기를 돔박돔박 썰었다.     병완은 성칠과 함께 마당 한가운데 장작개비를 모아놓고 우등불을 피웠다. 우등불은 마당을 너머 저 멀리 산발을 따라 수림까지 대낮처럼 환하게 밝혜 놓았다. 침침한 어둠이 한순간에 모두 놀라 도망가며 자리를 내주었다.     이윽고 덕성과 성팔이 네가 식솔들을 다 데리고 왔다. 성녀는 며느리들과 함께 우등불 옆에 큰상 세 개를 차려놓았다.     상좌에는 병완과 덕성, 성팔, 엄창렬이 앉고 아래 상에는 성칠과 기준 그리고 덕성의 아들 칠백과 칠성이, 성팔의 아들 용철과 용구가 앉고 말상에는 성희를 비롯해 하옥이, 곱단이, 사련이, 기준의 여동생 곰순 등 아낙네들과 상우, 상훈 등 애들이 죽 둘러앉았다. 실로 큰 잔치나 벌어진 것 같았다. 밤하늘의 별들도 내려와 밥상을 기웃거리며 군침을 흘린다.      병완은 소발굽 같은 손으로 막걸리 동이를 들어 덕팔과 성팔, 창렬의 잔에 차례로 돌아가면서 붓고 잔을 높이 들었다.     “자, 내일 추석인데 오늘 저녁에 곰의 고기에 막걸리를 마음껏 마시고 춤도 추고 놀아 보기요.”     “들기요.”     잔을 딱딱 마주치고 여럿은 허허 호호 웃으면서 떠들썩하게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문문하게 삶은 곰의 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구중천의 달도 막걸리아 곰의 고기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면서 밥상에 슬밋슬밋 다가앉는다.     “옛소. 이게 웅담이요.”     병완은 거의 주먹만큼 한 웅담을 담은 사발을 성팔과 창렬의 앞에 밀어놓았다.     “웅담이 쓰지 않소?”     “쓴 게 약이라오. 위장이 좋지 못한데 먹소. 만 병 통치약이요. 창렬이, 자넨 페가 좋지 못한데 웅담을 먹소.”     “야, 이걸 팔면 명년 식량은 해결하겠는데 내 어찌 혼자 먹는단 말인가?”      성팔이  웅담그릇을 들고 아래 상에 가더니 성칠의 앞에 놓았다.      “옛다. 웅담은 상한 팔에 좋아. 팔을 긁어 놓은 곰의 웅담을 먹으면 팔이 인차 나을 게다.”      성칠은 우쭐 일어났다.      "아니, 이래서야 되겠어요? 나눠 잡숩깁소.”    그는 기어이 웅담을 숟가락으로 끊어 덕팔과 성팔이, 아버지 앞의 접시에 놓았다.     “야따, 거 웅담이 뭐 그리 맛있겠다고 그리 야단이여? 그럼 서로 사양하지 말고 조금씩 맛이나 보세."    덕성은 둥글넙적한 얼굴에 난 수염을 손으로 쓱 닦으면서 저가락으로 웅담 꼬치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야, 쓰다.”     “쓰거운 게 약이라오.”     병완은 껄껄 웃었다.     “자, 막걸리를 들라고. 인차 씻어 내려가게. 쓴 게 밸에 들어가면 잡 벌레가 다 죽을게요.”      제일 아래 상에 앉은 하옥과 사련이, 곱단이 네는 곰의 국을 몇 술 뜨다가는 놓고 곰 고기를 썰어 국물에 담아 이 상 저 상에 올리느라고 행주치마를 두른 채 송골송골 내돋은 땀을 손으로 훔쳤다.     나그네들은 달빛이 담긴 막걸리 사발을 들어 마시니 가슴에 달이 뜨고 흥이 저절로 났다.     어린 상우와 상훈이 등은 "양양,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라고 짝짝 쿵을 쳐대면서 먹어댔다.    한참 후 술이 거나하게 된 성팔이 길쭉한 턱을 잔뜩 쳐들고 마당에 쫙 깔린 달빛과 우등 불을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홀 잊었구먼. 그렇지, 거 병완이, 자네 집에 북이 있잖소? 그걸 내다 치면서 한바탕 춤을 추며 놀게나.”    “그래, 좋아, 놀아보세.”     춤을 추면서 논다는 말에 애들은 좋다고 밥상에서 일어나 우르르 마당에서 빙빙 돌면서 뛰놀았다.     병완이가 북을 내오자 성팔이 받아 쥐어 둥두둥 둥두둥 가락맞게 두드리면서 마당 한가운데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러자 덕팔도 일어나고 병완도 일아나 함께 도라지를 부르면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자, 젊은 각시들도 일어나 춤을 추오.”     성팔이 말하자 색시들은 부끄러워 옷고름으로 낯을 가리면서 슬슬 뒤로 좀 물러나 얌전하게 도라지를 추었다. 애들도 어머니들을 따라 아기장 아기장 걸으면서 그것도 도라지라고 팔을 나풀거리면서 춤을 추었다. 아낙네들은 하나둘 부엌에 들어가 그릇들을 부시고 바깥 암시부엌 아궁이에 토막나무를 더 서리어 식은 곰 고기 국을 덥혔다. 성희와 곱단은 큰집에 간 창준이가 언제 돌아오겠는가고 개울 건너 쪽을 자꾸 내려다보았다.      남정네들은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을 추다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술상에 돌아와 앉았다.     병완은 잔을 들고 “자, 또 한 사발 듭세.” 하고 덕팔과 성팔의 막걸리사발과 마주쳤다. 성팔은 한 사발 들고 막걸리사발을 상에 내려놓으면서 피뜩 무엇이 떠오른 모양으로 우쭐 일어났다.     “내 집에 가서 피리를 가져다 불게.”     그러자 성팔의 아들 용철이 따라 일어섰다.      “아버지, 어두운데 내 갔다가 오겠습니다.”     “오, 그래.”     성팔이 떠나간 후 덕팔이 술상을 저 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불러댔다.             한양 천리 떠나간들 너를 어이 잊을 소냐?           소랑당 고개 마루 나귀마저 울고 가네           춘향아 울지 마라 얼싸 안고서          그립던 이 내 마음 아서 아서라           어느 때 어느 날자 함께 즐겨 웃어 보랴         덕성의 걸걸한 노래를 들으면서 막걸리를 둬 사발 드는 새에 이윽고 용철이 대나무피리를 가지고 왔다. 성팔은 피리를 입술에 대고 몇 번 불어보더니 제법 맑게 불렀다. 덕성이 드문드문 북을 둥둥 피리 절주에 맞춰 두드려 흥을 돋우었다.       달빛이 깔린 시골마을에 맑고 부드러운 피리소리가 북장구에 맞춰 곱게 울리었다. 그 은은한 피리소리와 가락 맞게 울리는 북장구소리가 밤 정적을 조용히 깨우며 수림 속으로 오래도록 메아리쳐갔다. 물레방아 쪽으로 벽계수가 달빛과 구름을 싣고 피리소리에 맞춰 촐랑촐랑 노래하면서 흘러갔다.      마당 한가운데 피워놓은 우등 불도 흥겨워 가을미풍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은빛 달님도 마당에 내려와 색시들과 함께 그 아름다운 선율에 도취돼 예쁜 얼굴로 웃음 지으며 춤 추고 있었다.       밝은 달빛 아래 시골 농가 오락판풍경은 진짜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지 않겠는가.
34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2 김장혁 댓글:  조회:884  추천:0  2023-12-05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2. 곰과 생사박투        성칠은 추석을 쇠려고 사냥총과 요도를 차고 사냥에 나섰다. 하늘아래 첫 동리인 영월동을 벗어나 산등성이 몇 개를 타고 넘으니 무시무시한 원시림이 나졌다. 호랑이와 이리떼들의 굶주린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왔다. 무시로 들이닥칠 야수들을 경계하면서 성칠은 살금살금 원시림 속을 누비면서 헤쳐 나갔다. 그러나 점심이 되도록 꿩 꼬리도 만져보지 못했다.       “후~”      성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면서 사냥총을 푸른 이끼 낀 너럭바위에 기대 세워놓고 기대앉았다.      순간 노린내가 물씬 풍기어오면서 코를 찔렀다. 성칠은 노련하게 본능적으로 손을 사냥총에 가져갔다. 그가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볼 때였다.     “에크! 저게 뭐야?”      너럭바위 앞 낭떠러지에서 얼룩 곰 한마리가 커다란 바위 돌을 들고 앉아 있지 않겠는가.      어미곰이 쳐든그 바위 돌 밑에서 새끼 곰 두 마리가 짐승의 뼈다귀를 아드득아드득 널고 있었다. 이 놈의 곰은 짐승을 잡아 각을 뜯어 너럭바위를 겨우 들어다 짓눌러놓았다. 어미 곰은 새끼 곰들을 데려다 바위 돌을 들고 먹이고 있었다.      성칠은 민첩하게 바위 뒤에 숨어 사냥총을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땅!       야무진 총소리가 원시림의 고요를 깨뜨리며 메아리쳤다.       순간 깜짝 놀란 얼룩 곰이 바위를 뚝 떨어뜨렸다. 얼룩 곰은 자기 새끼가 바위 돌에 깔려 죽은 것도 모르고 낑 하고 고함치면서 어디에 사람이 있나 껑충껑충 뛰면서 헤덤볐다. 그러나 바위 뒤에 숨은 성칠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자 어미 곰은 다시 돌아와 금방 떨어뜨린 바위 돌을 움쩍 들었다. 그제야 새끼가 바위 돌에 깔려 죽은 것을 발견하고 얼룩 곰은 꽥 삼림이 떠가갈듯이 비감하게 소리쳤다. 그 놈은 성이 꼭뒤까지 치밀어 올라 새끼 곰의 각을 앞발로 쭉쭉 뽑아 사처에 던졌다.      성칠은 너무 우스워 목구멍을 마구 떠미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낭떠러지 아래를 살폈다. 얼룩 곰은 새끼 곰들의 각을 다 뜯어 사처에 쥐여 뿌린 후 끼깅거리면서 산중턱을 따라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래도 성칠은 얼룩 곰이 돌아올 까봐 아주 노련하게 낭떠러지아래 수림 속을 한식경이나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그는 얼룩 곰이 확실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새끼 곰의 각을 주으러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는 주위를 예리한 눈길로 살펴본 후 아무런 기척도 없자 새끼 곰의 다리며 갈비뼈며 주섬주섬 주어 주머니에 넣고 아구리를 바줄로 꽁꽁 묶었다.        “끼깅!”        갑자기 등 뒤에서 얼룩 곰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성칠은 주머니를 활 던지고 사냥총에 손이 갔다. 몸을 홱 돌려보니 간 것 같던 얼룩 곰이 시뻘건 혀와 톱날 같은 이빨이 다 보이게 뾰족한 주둥이를 짝 벌리고 덮쳐왔다.       성칠은 총을 쏠 새도 없어 사냥총을 쥔 채 몸을 훌 날려 얼룩 곰의 잔등을 뛰어넘어 갔다. 얼룩 곰이 둔중한 몸을 훌 돌리면서 덮쳐들 때다. 성칠은 땅을 구르면서 척 나무 가지를 하나 잡아 쥐었다. 뒤이어 발을 우로 걸더니 쉭 나무우로 올라갔다. 얼룩 곰은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 나무 위를 멍해 쳐다보았다. 얼룩 곰은 원쑤를 갚으려고 악을 딱딱 쓰면서 나무를 안고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칠은 나무 가지를 발로 구르면서 다른 나무 가지 위로 날아가 서서 사냥총에 총알을 재워 넣었다. 곰은 또 이쪽 나무에 따라와 아득바득 기여오르려고 악을 썼다. 그는 얼룩 곰이 가까이 엉금엉금 기어오르기를 기다렸다. 짝 벌린 곰의 아가리에 대고 “땅!” 총을 놓았다.       얼룩 곰은 아가리에 명중탄을 맞고 피를 튕기면서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둔중한 얼룩 곰은 아주 교활했다. 성칠이 사냥총을 안고 땅바닥에 뛰어 내렸다. 죽은 것처럼 너부러져 있던 얼룩 곰은 벌떡 일어나 성칠한테 덮쳐들어 사냥총을 덥석 틀어쥐었다. 성칠은 얼룩 곰에게 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꽉 틀어쥐고 안간힘을 다 썼다. 헛수고였다. 얼룩 곰은 아주 쉽게 사냥총을 빼앗아 뚝 끊어버렸다. 얼룩 곰은 아주 장난이나 칠 듯이 사람처럼 앞발을 들고 직립하여 덮쳐들었다. 그 찰나에 성칠은 옆구리에 찼던 보도를 쑥 뽑아 얼룩 곰의 숨통을 콱 찔렀다. 그런데 얼룩 곰은 날쌔게 오른 앞발로 보도를 콱 쳐버렸다. 뒤이어 얼룩 곰은 성칠을 안아 쓰러 눕히고 깔고 들어앉아 장난이나 치듯이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성칠은 아무리 일어나려고 악을 써도 육중한 얼룩 곰의 엉덩방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칠은 그만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범에게 물려도 정신만 올똘히 차리면 살 구멍이 있다고. 성칠은 땅바닥에 떨어진 보도를 피뜩 보았다. 그는 너무 숨이 막히고 아파 상을 찡그리면서도 얼룩 곰이 엉덩이를 들 때마다 간신히 조금씩 보도 쪽으로 기어가 손에 보도를 덥석 잡아 쥐었다. 그는 보도로 엉덩방아를 찧는 곰의 사타구니 새의 불 중태를 힘껏 찔렀다. 한 번, 두 번. 연속 칼질에 얼룩 곰은 모진 비명을 지르더니 성칠의 팔을 앞발로 내리쳤다. 성칠은 머리를 옆으로 탈면서 날아드는 얼룩 곰의 앞발을 보도를 쥔 오른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날아드는 곰의 앞발을 피하지 못하고 팔을 썩 긁히었다. 순간 찢겨진 그의 팔에서 뻘건 피가 주르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얼룩 곰이 자기 쪽에 돌아앉는 순간 불 중태에 보도를 쑥 박아 넣고 마구 휘저었다. 얼룩 곰은 피를 콸콸 쏟으면서도 성칠을 깔고 들어앉아 놓지 않았다. 성칠은 몸을 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육중한 얼룩 곰에게 깔리어 몸을 뺄 수 없었다. 그때 난데없는 병완이 쏜살같이 달려오면서 고함쳤다.      “이 놈 곰놈아! 어디 죽어봐라!”      병완은 쇠 발족 같은 무쇠주먹으로 얼룩 곰의 대가리를 연신 떵떵 쳤다. 얼룩 곰은 눈 통에서 피가 마구 튕겼다. 얼룩 곰은 드디어 입을 쩝쩝 다시더니 몸뚱이를 홱 돌려 병완한테 달려들었다. 그때 병완은 어데서 그런 힘이 났던지 날쌔게 얼룩 곰의 잔등에 돌아가 곰의 목을 끌어안고 홱 뿌리쳤다. 성칠도 그 틈을 타서 보도로 목 아래 시허연 삼각형 명줄에 콱 박아 넣었다. 얼룩 곰은 병완의 부자 앞에 쿵 쓰러졌다.        병완은 육중한 얼룩곰에게서 눈을 떼고 성칠에게 눈을 돌렸다.         “괜찮니?”        “아이고, 아파 죽겠습니다.”       성칠은 피 범벅이 된 오른 팔을 감싸 쥐고 상을 찡그리면서 발로 곰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곰은 대가리가 피 못이 된 채 꿈쩍도 하지 못하였다.       원래 병완은 무슨 감각이 갔든지 나무를 패서 다 쌓아놓자 맏아들이 근심돼 찾아 떠났던 것이다. 그는 반나절이나 찾아서야 여기서 곰에게 깔려 봉변을 당하는 성칠을 찾았던 것이다.       “얘, 그 긁힌 팔에 오줌을 눠라.”       “예? 피 나는데 오줌을 싸면 아리지 않습니까?”      병완은 성칠의 팔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줌 약은 조상들이 물려준 밀방이다. 오줌은 소염을 해. 손을 벴거나 긁을 디뎠을 때 오줌에 불구면 인차 지혈이 되고 독을 뺄 수 있다. 자, 여기에 오줌을 눠라.”      성칠은 돌아서서 팔에 대고 오줌을 누웠다. 처음에는 좀 아린 감이 나더니 대번에 팔에서 흐르던 피가 멎고 아픈 감이 덜 났다. 참말 신기하였다.     병완은 옷깃을 쭉 찢어 성칠의 오른팔을 꽉 싸매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의 노할아버지 김수종과 할아버지 김승중은 모두 대대로 이씨 왕조 궁중 어의였다. 한번은 왕실의 어린 왕자가 저 서울에 있는 창덕궁 뒤 산에서 뛰놀다가 묵은 나무 긁을 딛여 발바닥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아파서 발을 싸주고 땔, 땔 굴면서 대성통곡 쳤단다. 그래서 시종들이 그 어린애를 업고 어의인 너의 증조부한테로 찾아왔단다. 그때 너의 증조부는 미리 받아둔 오줌을 담은 그릇을 꺼내 오줌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 왕자의 발을 불궈 주었단다. 그러자 대번에 피가 멎고 한 반시간 불구니 발에서 피가 더 나지 않고 애도 아프다고 더는 울지 않았단다. 그런데 후에 왕실의 어른이 치아가 통세 나서 증조부가 그 오줌 약을 입에 물게 했다가 들통이 나서 화를 입었단다. 미리 받아놓은 오줌이 없어서 증조부는 약방 뒤 문으로 나가 오줌을 눠서 도자기그릇에 쏟아 줬는데 그만 오줌이라는 것이 들통이 나서 곤장 20대를 맞고 궁중에서 쫓겨났단다. 그러나 그 왕실의 어른은 오줌을 입에 물고 치아 병을 치료했다는 말을 하면 왕실의 위엄에 손상이 갈 까봐 까딱 말을 내지 않았단다. 후에 왕의 동생이 그만 위병과 대장염에 걸려 항상 배를 끌어안고 땔, 땔 굴렀단다. 그래서 왕궁에서는 다시 증조부를 불렀으나 증조부는 다시 궁중에 들어가지 않았단다. 그러자 황궁에서는 만약 다시 왕궁에 들어오지 않는 날엔 구족을 멸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단다. 그래도 증조부가 가지 않아서 대신 할아버지가 왕궁에 들어가 그 왕제의 동생을 치료해주었단다. 그런데 후에 또 왕의 동생에게 오줌을 대접해 위병과 대장염을 치료한 것이 드러나 할아버지는 황궁에서 곤장 50대를 맞고 쫓겨나고 말았단다.      “그런데 왜서 왕은 우리 증조부나 할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게야 더러운 오줌을 대접받았지만 병이 나았으니 죽이지 않았겠지.”      “그럼 왕궁에서 쫓지 말 것이지.”      “그러나 왕실의 위엄을 보이느라고 내쫓았겠지. 자 , 팔에다 한 번 더 오줌을 눠라.”     “할아버지가 계속 왕궁에서 어의를 했으면 우리도 서울에서 계속 살았겠는데. 참, 이런 산골에서 산단 말입니다.”     “얘, 우린 이 산골이 딱 제일이다.”      “글쎄 골안에서 살아도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의사를 하면서 서울에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큰아버지는 의사를 하지 않습니까? 아버지는 왜 하지 못합니까?”      “예로부터 맏이에게 재간을 물려주는 법이다. 난 병권형님의 의사공부 뒷시중을 하느라고 명천군 상우남면 운주동에 있을 때 어려서부터 일했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가 힘이 센들 왕이 되겠니? 그래도 할아버지 김수종 대로부터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비방 책을 물려받은 병권형님이 더 잘 살게 됐지. 병권 형님네 큰집조카 관준이나 어린 큰집손자 형내까지 대대로 그 밀 방을 이어받아갔다. 나는 힘깨나 쓰니까 씨름판에나 돌아다녀 황소나 타고 말았지. 다 팔자 소완이지. 난 네가 맏이지만 사냥하는 재간밖에 물려 준 게 없다. 둘째 창준이나 셋째 기준에게는 물려준 재간이 하나도 없다.””      “아버지 힘을 물려받았으면 됐습니다. 허허허.”      “그래?”     병완은 해를 피뜩 올려다보더니  뒤 말을 이었다.      “가을해는 짧기도 하고나.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서지 못하겠다.”     병완은 성칠이가 오줌을 팔에 다 누자 천으로 싸매주고 나서 3백 근 되는 곰을 척 들러 메더니 앞에서 산아래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성칠은 보도를 허리춤에 찬 후 왼손에 총을 주어들고 뒤따랐다. 아버지의 잔등에 척 내리 드린 곰의 반 몸뚱이와 사람 발 같은    곰의 발을 보면서 성칠은 아버지의 근력에 저도 몰래 혀를 끌끌 찼다.      그들이 마지막 산등성이에 올라섰을 때에는 그들의 그림자가 몇 백미터 되게 길어보였다. 산들도 긴 그림자를 남기면서 영월동을 뒤덮어 놓고 있었다.       이때 검둥이가 뛰어와 꼬리를 휘휘 저으면서 끼깅거리며 그들 부자를 반겨 맞았다. 원래 성칠은 사냥할 때면 검둥이를 데리고 다녔지만 오늘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한 것은 검둥이는 쩍 하면 조심하지 않아 꿩이랑 날아나게 하는 폐단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곰에게 물린 성칠은 검둥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을 여간 후회하지 않았다.      (검둥이를 데리고 갔더라면 되돌아선 곰의 자취를 미리 알 수 있었을 걸.)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도 마지막 황혼 빛을 뿌리면서 구름까지 태우는 듯 저녁노을을 붉게 불태웠다.
34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1 김장혁 댓글:  조회:1254  추천:0  2023-12-04
 조글로 첫 등고 2015년 03월 25일 08시 57분  조회:3137  추천: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김장혁 저                                                                                    제1장 천하장사와 양반집 아들                       1.물레방아 집 힘장사     희끄무레하고 담담한 해가 짙은 구름층을 겨우 뚫고 나왔다. 한줄기 밝고 강한 햇빛이 금빛을 반짝이며 어둠침침한 수림 속을 부채살처럼 비춘다. 그것도 잠간, 희미한 해빛은 을씨년스런 수림을 춤추며 스치고 지나가더니 인차 몽롱한 안개와 구름 바다 속에 빨려 들어갔다. 가증스런 어둠은  악마처럼 악착하게 해빛을 휘감고 태질하며 몰아낸다. 암흑은  수림에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도사리고 들어앉아 뻘건 혀를 날름거린다. 대지의 삼라만상은 또다시 어둠침침한 흑흑칠야를 방불케 하는 암흑 속에 묻혀 버린다.     희미한 장막이 숨 막힐듯이 금수강산을 짓누르며 구름 밑에, 안개 속에 지지눌린 영월동을 비참하게 짓밟고 있다. 이윽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미묘한 안개 속 수림바다의 절승경개를 자랑하려는 듯이 낙낙장송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여기저기 기암괴석이 안개 속에 륜곽을 드러내려고 애쓰고 있다. 철갑을 두른 소나무가 기암괴석 틈새로 하늘을 찌르며 안개 속에 장군마냥 가슴을 쭉 내밀고 거연히 서 있다.     가녀린 잔디도 돌덩이를 떠밀고 일어나려고 애처롭게 기지개를 편다.     웬 일이지?     가을에 흑흑칠야 수림 속에 연분홍진달래꽃이 천년이끼 낀 바위 틈새에 듬성듬성 피여 가을바람에 하느적거리며 어깨춤을 당실당실 추고 있다. 철죽꽃, 모란꽃이 소나무 사이에서 가냘프게 방실방실 수줍게 웃음짓는다. 가녀린 나리꽃도 수풀 속에 숨어 이쁜 얼굴을  반쯤 내밀고 무시무시한 사위를 살피며 산바람에 가만히 한들한들 춤을 춰 본다.        “뻐꾹, 뻐꾹”       뻐꾸기 처량한 울음소리가 고요한 수림 속의 정적을 가늘게 깨우고 있었다.       따- 웅-      이때 산중 왕 호랑이가 아직도 자기 존재를 알리려는듯 수림 속의 고요를 뒤흔들면서 울부짖었다. 산새들이 놀라 나무가지에서 포로롱 포로롱 날아났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 이슬 맺힌 파란 풀을 뜯어 먹던 사슴 떼들이 놀라 수림 속으로 깡충깡충 달아났다.      안개가 차츰 개이면서 수림의 정체가 천천히 드러났다. 아름드리나무들을 꿰뚫고 저 먼 곳에서 하얀 파도를 끊임없이 일구는 퍼런 바다가 아득하게 바라보인다. 수십 길씩이나 되는 미인송들이 비탈을 덮고 산기슭까지 내려와 깎아지른 낭떠러지에 와서 주춤 멈춰 서 버렸다.     그 아래 좀 평평한 땅바닥에 통 소나무를 기둥으로 척척 세우고 지은 팔간집이 목수의 재간을 자랑하면서 우뚝 솟아있었다. 턱턱 갈라터진 뻘건 기둥들은 이 집이 지은 지 퍽 오래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 싶었다. 개마고원기슭 삼림 속에 자리 잡은 영월동 제일 서쪽 집은 산골의 독특한 멋을 피우는 듯이 통나무 굴뚝이 지붕보다 훨씬 높이 솟아 있었다.      건뜻 들린 지붕과 추녀 너머 뒤 산골짜기에서 맑은 벽계수가 청석옥석을 부시면서 새하얗게 물갈퀴를 일구며 쿨쿨 쏟아져 굽이쳐 흘렀다. 맑은 벽계수는 집 앞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물방아 함지를 힘 있게 친다. 그 맑고 힘 있는 물을 맞아 물방아가 세차게 돌면서 쿵더쿵 쿵더쿵 쌀 방아를 찧는다.      물방아 공이가 쿵 하고 방아 호박 안의 쌀을 치고 건뜻 쳐들리면 옆에 오또기처럼 쪼크리고 앉은 성칠의 아내 하옥이가 방아 호박 안에 흩어진 쌀을 방아 호박 복판에 쓸어 모아 놓곤 하였다. 흰 한복을 입은 김하옥은 세월과 생활난에 부대끼었지만 아직도 그제 날   예쁘던 얼굴이 엿보였다.     복슬복슬하고 걀쭉한 얼굴에 버들잎같이 굵직한 눈썹, 정기 도는 어글어글한 두 눈, 시골 아낙네답지 않게 빨갛고 얇은 입술, 어디를 보아도 산골에서 감자를 파먹고 사는 여인답지 않게 예뻤다.      쿵더쿵 쿵더쿵.      방아소리가 절주 있게 울린다.     시어머니 리성희와 며느리들인 하옥과 곱단이, 사련은 추석맞이떡가루준비에 바빴다. 굴뚝 저쪽 산기슭에서는 키가 훤칠한 김병완이 지게에 땔나무 대여섯 단을 해지고 허리를 구부정하고 내려 왔다.      혈기 왕성한 벌건 얼굴에 짙은 눈썹아래 이글이글 빛나는 눈, 우뚝 솟은 코에 두툼한 입술, 실로 잘 생긴 사내대장부였다. 쩍 벌어진 어깨라든가 소다리 같은 팔, 큼직한 손을 보면 힘을 쓸 사내대장부라는 것이 엿보였다. 하긴 그는 나무를 하러 가면 근본 낫이나 도끼 같은 것을 가지고 가는 법이 없었다. 빈 지게에 바 줄을 얹어 지고 가면 다였다. 어진간한 팔뚝 같은 나무도 밑둥을 거머쥐고 어깨를 들이대고 “윽.” 하고 들이밀면 뚝 부러져 나가곤 하였다.      “헤이 차!”     병완은 지게를 벗어 나무무지에 기대여 놓고 머리 수건을 벗어 먼지를 툭툭 털고 얼굴과 목의 땀을 쓱쓱 닦아버리고나서 나무 잎도 수건을 휘휘 휘둘러 털어 버렸다. 검둥이는 두 다리사이에 대가리를 파묻고 마당에 엎드려 있다가 껑충 뛰어 일어나 주인에게 달려가 앞발로 주인의 품을 짚으면서 "끼잉-" 하고 서적을 부렸다.      “이 놈 개, 저리 가!”      검둥이는 땅바닥에 뛰어내려 서서는 “끼깅” 거리면서 병완의 바지를 들추면서 코 김을 불어넣었다.     병완은 검둥이가 귀여워 마디 굵은 다섯 손가락으로 검둥이의 뒤 덜미를 썰썰 어루만져주었다.     이윽고 병완은 검둥이를 밀어 보내고 나무 단을 풀어 토막나무 위에 올려놓고 시퍼런 도끼를 휙휙 휘둘러 잔 나무들을 팡팡 팼다. 맏아들 성칠은 사냥을 가고 없었고 둘째아들 창준과 셋째아들 기준은 나무 짐을 메고 오더니 나무를 패서 무지기 시작하였다.      성희는 방아를 다 찧은 떡가루를 버치에 담아 들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나무를 패는 남편과 아들들을 보고 반색하였다. “땔나무를 많이 해 와서 추석을 잘 쇠겠어요.”      성희의 본가 집은 원래 경상남도여서 남대 말을 계속 하였다. 하여 여기 함경도 아낙네들은 그를 남도치 혹은 남대치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성희는 “그럼 너거는 고슴도친가 베."하고 웃으면서 말대꾸를 하군 하였다.       "이 산골에서 어데서 하얀 찹쌀을?"       성희는 부엌 칸으로 들어가면서 한숨 섞인 말을 하였다.       "보리 고개도 넘기 힘들었는데 어데 가 쌀을 얻었겠어요? 저 개울 건너편 칠백이네 집에서 떡가루를 내러 왔다가 한 대야 내주더군요. 호- ”        “그래도 작년 추석이겠소?”      병완은 손바닥에 침을 뱉어 양손을 쓱쓱 비비더니 도끼를 쥐여 나무를 팡팡 패서 훌훌 쌓아 놓았다. 한식경을 패니 나무토막이 무더기를 이루었다. 그는 나무토막을 와락와락 한 아름씩 안아 부엌에 들여갔다. 나머지 나무토막은 가로 세로 에를 얽으면서 척척 쌓아 놓았다.     병완은 원래 재간이 대단한 목수였다. 나무자도 없을 때에는 나무를 오른손으로 받쳐 들고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가늠해가면서 찍고 깎고 밀고 닦아 문을 짜면 문이 귀 간 곳이 없이 쑥쑥 들어가 맞았다.     그가 저 아래 산골 어귀 토성안집 부자 한길수 영감네 팔간대청을 지을 때 일이다.     병완이 한창 문을 짜느라고 대패질을 할 때다.     며칠 사이에 출입문에 창문을 10여개나 짠 것을 보고 한길수 영감은 길쭉한 말상을 가로 저으면서 우멍 눈을 껌벅이더니 미심쩍은 눈길로 병완이가 대패질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창문 하나를 쥐고 어슬렁어슬렁 문틀 쪽으로 가더니 들어맞나 맞춰보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창문이 문틀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병완이, 이걸 보게나. 숱한 문을 짜더니 이게 뭔가?!”    병완은 대패질을 그만두고 대패 틀 안의 대패 밥을 손가락으로 파내면서 이쪽에 눈길을 돌렸다.    “뭐 어쨌다고 그리 야단이요?”     “문이 문 틀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니까! 흥!”     그  말에 병완은 알만하다는 듯이 스적스적 다가가더니 창문을 들고 보았다. 그는 두말없이 창문 네 변두리의 먼지를 손으로 싹싹 닦고 입으로 푸푸 불어버리더니 창문을 들어 턱 맞췄다. 창문은 문틀 안에 들어가 딱 맞고 실오리만한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굿이나 보던 한길수 영감은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면서 도리머리 질까지 하면서 통 어이없어 하였다.     마루 돌을 메여다 올릴 때다. 작은 마루 돌은 일군들이 다 메 올렸다. 이제 네 사람이 겨우 목도를 하여 겨우 수레에 실어온 엄청나게 큰 청석 마루 돌은 누구도 메기 싫어 뻔히 보고만 있었다.    “아니, 멍청해들 뭘 해? 엉? 당장 정문 마루 돌로 올려 앉히지 못 할까?!”      한 영감이 막대기로 땅바닥을 쿡쿡 찌르면서 땅방울같이 을러멨다. 그러자 여러 머슴들은 세줄 그물을 청석 마루 돌 밑에 들이대었다. 그러나 아무리 넷이 달려들어 한쪽 귀를 들어보려고 해도 움쩍하지 않았다.    “이봐라, 지레대로 떠들어라! 에이, 머리통은 뒀다 뭘 하느냐?”     칠백의 애비 덕성과 용칠의 애비 성팔이 목도채로 한쪽 귀씩 떠들어 겨우 큰 쇠줄그물에 청석 마루 돌을 담았다. 그리고 앞뒤에 둘씩 목도를 멨다. 그들 넷이 목에 손가락만큼 한 피 줄을 일구면서 상통을 찡그리며 목도를 떠 메여 드니 우드득 우드득 목도채에서 소리 났다. 그들 넷은 힘겹게 한발자국한발자국 대뜰 아래로 다가갔다.      앞에서 비칠거리던 덕성이 갑자기 푹 꺼꾸러졌다. 그러자 한영감태기는 씽 달려들어 벼락같이 을러메면서 덕성을 마구 막대기로 후려 갈겼다.     “손을 떼오! 남은 쓰러졌는데도 때리다니? 흥.”     반공중을 짜개면서 울리는 병완의 천둥 같은 웅글진 목소리.     “이 놈이, 뉘 하고 큰 소리냐? 제 집 머슴을 치는데 상관이냐?”      한영감은 막대기로 병완의 앞에 대고 휘휘 삿대질하면서도 비실비실 뒷걸음 질 쳤다.      “마루 돌을 옮겨가면 되지 사람을 칠 건 뭔가? 흥! 퉤!”      병완은 버릇처럼 손바닥에 침을 뱉어 쓱쓱 비비더니 팔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성큼성큼 청석 바위 돌 쪽으로 다가갔다. 성팔과 덕성이 거들어주려고 하니 병완은 한손으로 밀어 부쳤다. 그는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꿈틀거리는 용 같은 두 팔로 청석바위를 끌어안아 한쪽을 움쩍 쳐들어 어깨에 기대 세웠다. 그는 “끙” 소리와 함께 그 큰 청석 마루 돌을 어깨에 둘쳐 메고 엉덩이를 일으켰다.      한영감의 눈이 다 새 똥그래졌다.       “아니, 저게 사람인가? 황소인가?”       병완은 청석 마루 돌을 메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 대뜰아래에 슬쩍 내려놓았다.       쿵!       순간 바람이 쉭 일면서 먼지가 마루 돌 밑에서 일었다.     모두들 그 장면을 보고 입을 짝 벌렸다. 눈이 새 똥그래졌다. 그들은 어깨 먼지를 툭툭 터는 병완을 쳐다보았다.     손에 비지땀을 그러쥐고 뒤따라가던 덕성과 성팔 등 머슴들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들은 욱 병완한테 밀려가 함께 지레대로 청석 마루 돌을 바로잡아놓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영월동에서는 병완을 천하장사라고 혀를 끌끌 찼다…     성희는 병완이 패 들여온 나무를 아궁이에 꽉 쑤셔놓고 불을 그어댔다. 쏴- 소리와 함께 불이 일면서 구들 고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떡가루를 물에 반죽해 솥 안의 시루 위에 얹으니 이윽고 가마에서 김이 문문 났다.     시루떡이 다 돼 가는데 사냥을 나간 맏아들 성칠이 돌아오지 않았다. 병완은 마루에 걸터앉아 곰방대에 담배를 쑤셔 넣고 불을 붙여 물고 자꾸 산 쪽을 올려다보았다. 속이 탄 연기가 입안에서 꾸역꾸역 풍겨 나왔다.     먹장구름이 뭉게뭉게 덮쳐오더니 영월동 동쪽 기운봉에 여러가닥의 뻘건 혀를 쫙 뻗친다.    꽈르릉 꽝! 꽝!    천둥소리 뭘 알리자고 저러는지 하늘 땅을 마구 뒤흔들어놓는다.    세상의 풍운조화는 무시무시하리만큼 헤아리기 어렵게 번져가고 있었다.  
344    대하소설 졸혼 113- 종장 김장혁 댓글:  조회:796  추천:0  2023-12-03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종장-113         졸혼의 쁠랙홀    졸혼의 쁠랙홀은 신비한 신기루, 구름 속에서 무수한 허영심에 들뜬 혼을 불러 새하얀 눈사람으로 만들어놓고 눈을 곱게 흘기며 유유히 사라진다. 눈사람들은 봄장군이 오자 그 부드러운 눈길에도 스르르 녹아 종적도 남지 않는다.    새하얗게 색바랜 혼은 아직도 하품하며 기지개를 펴더니 풋잠기 묻은 눈길로 뭇사내들에게 추파를 보내며 유혹한다-    "눈길로 포옹하지 말고 사랑의 드넓은 가슴으로 내 마음을 안아 주세요."   모성애와 참사랑, 효성과 참사랑, 결혼과 리혼, 졸혼이 호수가에서 마구 부딪치며 뻘겋고 파란 불찌가 호수물에 퉁퉁 떨어진다.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들이 깜짝 놀라 날아난다.  무수한 의문부호가 먹장구름이 눈을 흘기는 하늘과 파도 세찬 퍼런 호수면을 스나미처럼 스쳐지나간다. 솥뚜껑 같은 게들이 몰려와 호수에서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뻘겋고 퍼런 별찌를 보고 깜짝 놀라 퉁사발거적눈이 뒤집혀질 지경이다. 깊은 호수 물 속에서 무수한 기포들이 수면으로 솟아올라 물기인지 안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호수 상공을 뒤덮는다. 별들이 자맥질하며 노닐던 호수 물 속에서 갑자기 돌개바람이 세차게 꼬리치더니 뻘건 별찌가  밝은 등대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보름달처럼 둥둥 솟아올랐다. 그 별찌는 혜성처럼 금빛 꼬리를 달고  밤하늘 높이 솟아올라 오로라처럼 황홀한 졸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졸혼의 유령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싱숭생숭해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졸혼의 유령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되여 밝은 등대처럼 전통적인 가정의 살림살이에 지치고 어두워진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얼어들었던 차가운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있지 않겠는가.그 한줄기 밝은 불빛은  수전노, 악어들이 욱실거리는 어두운 사막을  등대마냥 밝게 비춰 그 놈들의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낸다.     저게 뭔가? 참사랑의 유령인가?       순간 눈 앞에 고향 망아산 수림 속  방공호 동굴이 나타났다.  색마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려다가 간음하던 블랙홀이 아닌가! 권세, 금전과 색을 교역하던 더러운 장마당 블랙홀이 아닌가! 첫사랑도 무참히 집어삼키고 음탕한 트림을 하던 첫사랑의 블랙홀이 아닌가! 처참한 참사랑도 훌러덩 함정에 빠뜨린 허위에 찬 블랙홀이 아닌가!     눈 덮인 원시림에 눈구덩이와 절망에 찬 협곡이 나타났다. 미츨한 미인송과 협곡 위에서 란무를 추는 소나무가 부둥켜 안고 흐느낀다. 지하에서 맺은 참사랑의 흔적이 아닌가!     망아산 방공호 동굴, 원시림의 눈구덩이, 협곡이 마구 소용돌이치며 고민과 함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버린다. 그 고민의 블랙홀은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을 한입에 꿀꺽 삼켜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있지 않는가!  참사랑은 고민의 블랙홀에 소용돌이쳐 빠져들어가고 허위와 음흉한 음모를 더러운 가래와 함께 뱉어낸다. 졸혼이란 방패로 눈을 가리고 통간의 신음소리 참사랑의 무덤에 타리대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한쌍의 황혼 락조는 끝없는 고민의 블랙홀에 빠져 저녁노을에 부채질해 더욱 뻘겋게 불태우고 있다.     희망의 돛배는 저승사자한테 붙잡혀 몇번이나 염라전에 갔다 왔다 하며 서서히 서산 넘어 지평선에서 사라져간다.     원앙새 참사랑은 절망의 블랙홀에 빠져들어가며 절망의 미련의 꼬리를 휘둘러친다. 블랙홀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태풍에 색마가 가발을 벗어쥐고 번대머리를 번뜩이며 음충한 미소를 짓는다.      색마는 우멍한 눈을 부릅뜨고 대성질호한다.      "우둔한 금욕주의자야, 세상에 어디 참사랑이란게 있다고 그래?"      "늙어 썩어빠지기 전에 그때 그때 미녀들을 데리고 즐겨야지. 바보야, 그게 최고 락인 거야. 허허허."     "한평생 남편을 속인 "조강지처"의 간사한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참사랑을 추구하는 사랑의 신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빼들고 고민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훌러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비명을 지른다. 누가 렬녀라고 홍살문을 세우고 렬녀 기념비를 세워주랴 … 졸혼은 지루한 정신감방 같은 가정생활,사랑도 다 매말라간 부부 생활, 고루한 생활에서 해탈되려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새 휴식터를 마련해줘 자기만의 인생을 향수하게 하지 않는가.졸혼은 민족과 년령,성별에 관계없는 새 슈퍼혼인풍속도가 아니겠는가?    졸혼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언덕에서 메마른 사랑이 고개를 쳐들고 할랑거리는 가슴이 무섭게 설레인다. 어디선가 님을 찾는 치마소리 분주하게 파도친다.  님을 찾은 새악시 복숭아얼굴이 참살구처럼 바알갛게 익어가고 새 둥지를 짓는 지저귐소리 귀방울을 간지른다. ㅋㅋㅋ   그 거대한 졸혼의 쁠랙홀에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 허파에 바람이 찬 사람들이 유혹됐는가? 그 얼마나 많은 사랑과 가정, 인생이 그 쁠랙홀에 매몰됐는가? 또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가정에서 해탈돼 자기만의 인생을 살려고 새 혼인풍속의 새 길을 개척하면서 싸워왔는가? 졸혼의 유령은 먹장구름 속에서 신비한 신기루처럼 정체를 드러냈다 숨겼다 하면서 사람들을 때론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때론 희망도 주고 절망도 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볶는다. 저게 뭔가?  망아산 소나무숲이 통채로 훌렁 꺼진다. "사랑" 글자가 새겨진 소나무도 그를 비웃으며 쁠랙홀에 빨려들어갔다.     참사랑주의자는 아주 깊고 깊은 암흑 속으로, 쁠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귀전에서 소나기가 울고 흐릿한 눈 앞에서 번개 치고 불티가 탁탁 튀였다.     시꺼먼 쁠랙홀에서 번대머리가 우멍눈을 부릅뜨고 비웃고 있었다. 발레리나가 조개턱을 쳐들고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친다.      아, 세상에 이렇게 어둡고 깊고 처참한 참사랑의 쁠랙홀도 있단 말인가!   참사랑주의자는 머리가 뜨끈뜨끈해지며 새까만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 붕 하늘로 날려올라갔다. “사랑”이 아프게 박힌 소나무껍질이 타버리며 신음소리를 낸다. 리지의 방선이 “사랑”을 거머쥐고 쁠랙홀에 휘감겨 분신쇄골이 돼 절망의 대문을 두드린다.  절망의 소낙비가 간사한 웃음을 머금고 희망의 푸르른 언덕을 스믈스믈 파먹으며 이발에 끼운 허위를 뱉어낸다. 망아산이 통채로 마구 꺼져들어가며 숫총각소나무와 숫처녀들의 팔을 마구 비틀어 실망스런 한줄기 연기로 타래쳐오르며 푸르른 하늘을  간음한다.  허위가 간사하게 웃으며 잔나무밭에 숨어 요사하게 란무하며 진실을 롱간하고 순박한 나그네를 유혹해 사랑의 쁠랙홀에 풀러덩 빠지게 한다. 청순을 잃은 대지는 요사한 여우한테 기만당해 풀친 발목을 붙안고 구슬프게 대성통곡친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소리에 뒤이어 세상의 귀가 뻥 뚤리며 세속의 어지러운 소리 다시 희미하게 들린다. “여보, 죄송해요. 난 더러운 녀자입니다. 뺑덕어미입니다.” 아니, 바레리나 목소리 아닌가? 저 앞에 바레리나가 허위에 찬 참사랑 쁠랙홀에 휘말려들어가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지 않는가. 아낙네들이 바가지를 빡빡 긁는 소리, 짜증나는 잔소리 시끌벅쩍 귀청을 간음하며 시끄러운 쇼를 논다.    도끼에 반토막 난 탐욕스런 녀인의 머리도 카운터에 걸려 뭐라고 씨벌여댄다. 얼기설기 흉터난 뚱뚱한 우유빛배에서 번대머리 색마의 야망의 씨가 발버둥질치며 수술칼을 씹어 삼킨다. 저쪽에서 번대머리가 철창 속에서 게슴츠레한 우멍눈으로 야들야들한 우유빛허벅다리를 게걸스레 훔쳐보며 입을 쩝쩝 다신다. 나어린 가수가 쓸쓸하게 소설 같은 비극적인 인생의 노래를 부르며 정신병환자처럼 한국 도처 가요무대를 돌아다닌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졸혼이란 무엇인가? 구경 졸혼에 사랑 자유가 있고 인생 자유가 있는 걸가? 졸혼은 왜 이다지도 사람들을 들볶고 애타게 하는 걸가? 색마는 쇠살창을 거머쥐고 흐리멍텅한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 자유와 졸혼의 신이여! 그대는 지금 이게 뭡니까?” 그때 하늘에서 문걸의 목소리가 울리는 상 싶었다.      “아, 참사랑의 유령이여, 그대는 어데 있는가?” 순간 강남의 안개 자오록한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쌍쌍이 호수물에 떠노닐면서 종알거리지 않겠는가.    "세상에 순박한 참사랑이 어디 있는가요? 우리 원앙새도 기실 짝꿍이 눈을 피해 가만가만 바람 피우는데요."     찰나, 어둠침침한 하늘에서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졸혼을 걸치고 보기 싫게 펄럭거리며 날아지나가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성자유의 유령과 참사랑신이 밤하늘에서 꽝 격돌해 폭발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별찌가 강남 호수에  퉁퉁  떨어진다. 호수에 강렬한 기포가 일어나고 호수물이 부글부글 끌어번진다. 원앙새들이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다가 깜짝 놀라 푸드득푸드득 흐리멍텅한 하늘로 풍겨오른다.    웬 일일가?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는가?    거부기들과 게들이 모여왔다.      "아니야, 참사랑의 별이야."     "아니야, 전번에 호수에서 건진 뻘건 참사랑의 심장이야."      자유와 참사랑에 슴배인 펄떡펄떡 높뛰던 심장이 하늘로 솟아올라 참사랑의 별이 되지 않았던가.     그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 별찌로 떨어져 호수물 속에서 북극 상공의 오로라처럼 빨갛고 파란 한줄기 빛이  빛발친다. 백길 물 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닌가.      참사랑의 오라라 찬란한 빛발에 음침한 허위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다.     후수에서 시뻘건 번개가 번쩍이며 뻘건 혀로 호수의 잡 것들을 핥아버린다.  천둥소리 하늘땅을 진동하며 호수를 들었다 놓으며  격조 높은 참사랑의 서정시를 폭발시킨다.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며 짹짹거리던 원앙새와 사다새들이 푸드득푸드득 도망간다.    그대는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살며시 감고 귀를 도사려보라.    들리는가? 참사랑 신의 목소리를,    정녕 못 들었는가?신의 신성한 그 목소리를,    강남 호수가 밤하늘에서 뜨거운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디가 은은히 메아리친다.     참사랑의 신은 자유와 참사랑 유령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살기도 싫었으리라.     "졸혼의 허울을 훌훌 벗겨버리고 참사랑의 한줄기 밝은 빛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밝게 비주치라."    저게 뭔가?    숱한 미녀들이 다이로와 우멍눈을 복판에 두고 밤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사랑의 유령처럼 너울너울 졸혼원무를 추고 있지 않는가.              탐욕스런 색마가 쇠살창을 거머쥐고 우멍눈을 뚝 부릅뜨고 미녀들을 노려보며 게춤을 흘리면서 성자유를 달라고  버둑질한다.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철조망을 두른 쇠살창에 걸려 발버둥질친다.  아, 졸혼의 유령이여!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여!    참사랑주의자 외까풀눈에 염라전이 희미하게 보였다. 미녀로봇이 금발머리를 흩날리며 참사랑에 칠색무지개를 놓는다. 그러나 음산한 쁠랙홀에 돌개바람이 불어쳐 홧홧 달아오른 기와장과 잿빛벽돌을 우당탕퉁탕 날려보낸다. 칠색무지개도 더러운 수전노의 주산알에 산산히 부서져 튕겨난다.  벌겋게 달아오른 화장터, 무수한 원혼이 그스럼냄새와 함께 자기 인생 너무 허무해 쓸쓸한 추도곡에 맞춰 원무를 추며 적막강산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염라전 층계마다 공포가 요사하게 도사리고 앉아 입을 쩝쩝 다시며 하품하며 낮잠을 청하고 있다. 저승사자가 퉁방울눈을 부릅뜨고 쏘아보고 있었다. 어떤 저승사자 부릅뜬 놋뚜껑 같은 퉁방울눈깔에서 불길을 내뿜고 어떤 저승사자 눈확에서는 독사가  디룽디룽 매달려 혀를 날름거린다. 어두운 밤하늘에 디룽디룽 내리드리웠던 얼룩독사가 백골의 눈확을 간음하며 파먹더니 간사하게 꼬리를 눈확 속에 감춘다.    매지구름이 우는 하늘에서 불비가 마구 쏟아져 염라전에 퉁퉁 떨어지며 세상을 공포감방에 몰아넣으며 저승길을 재촉한다.  이승에서 받은 실련과 파혼의 모든 고통을 훌훌 날려보내고 비명소리, 아우성소리 천지를 진동하고 무인도 녀인네들의 신음소리, 흐느낌소리 마음을 아프게 파먹는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이루려고 미련을 가진 유령들이 총망히도 염라전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염라왕은 너무나도 쉽게 유령들을 자기 식구로 먹어버린다. 그것도 미녀유령을 먼저 삼켜 뚱뚱하고 헐럭한 배에 잠재워버리고 놋뚜겅 같은 입짝을 쩝쩝 다시며 뱃 속에 든 미녀들을 간음한다. 썩은 악취가 염라전에 물씬 풍긴다. 미녀들은 염라왕한테 간음당하고도 이승에서 못 맺은 사랑을 저승에서 이뤘다고 신나서 콧노래를 부른다.ㅋㅋㅋ      쩍 아가리를 벌린 염라전 대문 안에 숱한 관작과 백골더미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죽어서도 뱀띠, 룡띠라는 것만은 잊어버리지 않고 손에 띠패를 꼭 쥐고 갈망의 추파를 보낸다. 얼룩반점이 박힌 얼룩독사들이 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푹 꺼져들어간 백골 눈확으로 스르르 기여들어가 대골을 파먹는다. 쥐들이 찍찍거리며 놀라 오르르 백골더미 속으로 도망치다가 가는 꼬리 끼워 백골에 끼여 찍찍거리며 소란을 부린다. 저 앞에 개턱처럼 쳐든 조개턱이 보인다. 이 좋은 세상을 두고 저명한 녀바레리나는 어디로 그리도 총망히 갔는가. 번대머리 색마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자유를 갈망하는 가슴에 맺힌 한이 연기로 소용돌이치며 터져나온다. 자유세상으로 달려나갈 유일한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다.    꽃밭에 힌들 들어누울 꿈이 한줌의 연기로 타래쳐 흐리멍텅한 하늘로 날아나며 쓸쓸한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성파쇼의 잠꼬대 같은 고함소리는 식인악마들이 욱실거리는 녀인도에서 타리태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망망한 남태평양도 무인도 식인야만인들한테 질겁해 거세찬 파도를 타고 두터운 어둠 속으로 도망간다. 색마들의 성욕으로 불타는 거친 숨소리 파도마냥 무인도 정적의 치마폭을 찢고 하얀 허벅다리 얼굴에 더러운 씨앗을 쏟아붓는다. 아녀자들의 아우성,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귀청을 간음하며 죽어가는 비명소리 가냘픈 날개를 파닥인다.    번대머리는 자포자기하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굴며 또다시 꿈나라로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망아산 수림 속의 방공굴이 피뜩피뜩 나타났다. 그 수풀 속의 방공굴은 그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놀던 쁠랙홀, 성해방과 성자유 쁠랙홀이 아닌가.  구풍이 불어치는가? 번대머리가 소용돌이치는 쁠랙홀에 마구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지른다. 소용돌이에 숱한 이쁜 아가씨들이 휘말려들어간다. 미녀들은 쁠랙홀에서 헤여나오려고 아우성치며 허우적거린다.  그 미녀들 속에 아우성치는 조개턱도 보인다. 볼우물을 옴폭 파던 보름달얼굴도 보인다. 공포에 질린 새까만 포도쌍까풀눈도 보인다. 반토막 난 머리도 데굴데굴 소용돌이치며 날려다닌다. 가녀린 녀가수의 구슬픈 노래소리 염라전의 목탁소리에 간음당하면서 귀전에 두드린다.      색마는 살려달라고 내민 숱한 손 속에서 바레리나 길다란 손을 골라 잡았다. 대머리는 싸늘하게 차디찬 바레리나의 그 손을 잡아 쁠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이게 생시요? 저승이요?”     “아마 저승 같은데요. 전 이미 한줄기 연기로 돼 염라전에 왔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돼?”    바레리나는 대머리 손을 풀며 아우성쳤다.    “년놈들, 저승에 와서도 놀고 있어?! 이승에서도 남의 눈을 피해 간통하더니 개 똥을 먹는 개버릇 어디 고치겠니?”     대머리는 질겁해 영희 손을 활 놓고 소나무숲 속으로 도망갔다. 바레리나가 망아산 수림 속 방공굴 참사랑 쁠랙홀에 휘말려 들어가며 비명을 지르며 처량하게 손을 허우적거린다! 아니, 저게 뭔가! 색마의 숱한 피해녀들이 손 저으며 아우성치지 않겠는가! 한국의 기생과 일본 기생도 고함치지 않겠는가! 겨울도 아닌데 저게 뭔가?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날아내리는가? 아니, 숱한 연분홍치마자락이 흩날려내린다.      웬 일인가?     소용돌이치는 쁠랙홀에 숱한 미녀들이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눈송이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황홀하고 자유로운 하늘인가?       첫사랑박사가 푸르른 하늘나라에서 복제기술로 숱한 아가씨들을 복제해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아가씨들아, 기다려! 변강쇠 간다!"       번대머리는 두 팔을 벌리고 미친듯이 고함치며 꽃나비처럼 연분홍치마폭을 날리면서 춤추며 날아내리는 미녀들한테로 달려갔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아가씨들을 받아 안으려고  마주 덮쳐나갔다. ㅋㅋㅋ    참사랑이 벌컥벌컥 높뛰는 심장이 갑자기 고층아파트에서 창문을 박차고 호수에 철렁 뛰여든다. 참사랑에 전 심장은 호수에서 부글부글 끓으면서 무수한 기포를 일으킨다.     태호와 동정호 왕게들이 모여가 가긍한 그 참사랑심장을 떠받들고 호수가에 아득바득 기여오른다. 참사랑에 전 사랑은 졸혼의 언덕에서 우박을 창창 맞으면서도 가슴을 설레이며 높뛴다.     그 불처럼 뜨거운 심장은 참사랑을 이루지 못한 모든 죄를 혼자 떠메고 고행의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 참사랑의 뻘건 심장은 재생의 꼬리로 졸혼의 로맨틱한 서정서사시를 쓰려고 몸부림친다. 우박이 창창 떨어져 불쌍한 심장을 마구 들부셔도 그대의 앞길을 막지는 못한다.        저게 뭔가?        펄떡펄떡 뛰는 심장은 골고다 언덕에서 두 팔을 벌리더니 먹장구름 속으로 씽 날아올라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참사랑에 부글부글 끓던 심장은 뻘건 불덩어리로 돼 한줄기 눈부신 참사랑의 레이자빛을 발산한다. 그 한줄기 밝은 빨간 빛은  먹장구름을 산산히 부신다.  어둠침침한 하늘에서 우박과 함께 번대머리 가발이 흩날려 떨어진다. 섬나라 오랑캐변태의 콧수염이 흩날려 내린다. 다이로교수와 마끼의 걸작인 실험관 애기, 복제애기 하늘에서 발버둥질치며 호수에 퉁퉁 처박힌다.    노아의 방주는 저승사자를 싣고 남태평양 녀인도를 벗어나 자유깃발 휘날리며 자유세상을 찾아 거세찬 파도를 헤가르면서 망망한 바도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사막의 마라토너는 책짐을 메고 진달래탑만 앙상하게 남은 사막에서 ㄱ, ㄴ, ㄷ, ㄹ 씨앗을 심고 민족의 혼을 훅 불어넣는다.  환각인가?  마라토너 애쓴 보람으로 모래바람이 윙윙 불어치는 행방없는 사막에서 옹달샘이 퐁퐁 솟구친다. 시들어가던 ㄱ, ㄴ, ㄷ, ㄹ가 아름다운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무더기로 활짝 핀다.  아,  사랑의 오아시스 아닌가! 꽈르릉 꽝꽝! 갑자기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서 화산이 폭발했는가? 오색령롱한 한줄기 빛이 하늘로 솟아올라 오로라처럼 삭막한 사막의 지평선에서 오색령롱한 빛을 뿌리지 않겠는가!  희잡을 쓴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자유의 녀신동상 어깨를 넘어 맨허튼 하수도 밑구멍에 처박힌다. 희잡에 가려진 새파란 눈에서 추파가 오라라처럼 현란하게 빛뿌린다. 에펠철탑에서 성자유문화의 파란 눈길이 동양 금욕주의자들의 몰골을 비웃으며 흘겨본다.     성자유의 깃발을 든 변강쇠는  졸혼의 방패를 들고 몸부림쳐보지만 철창에 발목이 걸려 가냘프게 신음한다. 성자유의 펑펑 구멍  뚫린 색 바래진 깃발이 가련하게 허허벌판에서 마가을바람에 펄럭거린다. 허위적인 사랑의 파편들, 저렬한 성애의 관널쪼박들이 한줄기 레이자빛을 맞아 산산히 부서져 우박처럼 호수에 쏟아져 처박히며 비명을 지른다. 참사랑의 한줄기 밝은 빛이 지나간 하늘에는 어둠이 산산히 부서지며 맑고 푸른 선이 눈시리게 아물거린다.  동녘하늘에 칠색무지개가 서서히 다리를 놓고 그대들을 손짓해 맑은 하늘로 부른다.     먹장구름을 부시며 사투를 벌이는 심장, 참사랑에 젖은 그 나약한 심장불덩어리가 가엽다. 먹장구름은 빨간 빛에 흩어졌다가도 빨간 불덩어리를 포위해오면서 두터운 어둠으로 뒤덮어버린다. 한줄기 빛으로 먹장구름이 뒤덮인 어둠침침한 하늘을 몽땅 빨갛게 밝히기는 너무나 어림도 없다.        졸혼의 쁠랙홀에서 애처러운 졸혼의 메아리가 참사랑의 혼을 부르며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며 훨훨 나붓긴다. 졸혼에 기댄 사랑의 모든 죄책감을 혼자 다 짊어지고 성인이 십자가를 메고 올라간 골고다언덕을 따라가 넘고 넘어 기나긴 졸혼 여운의 날개가  휘파람을 불며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사막에서, 안개 자욱한 호수에서 유유히 나래친다. 락조로 뻘겋게 물든 바다는 사랑의 신, 자유의 신을 꿀꺽 삼키더니 게트름을 한다. 바다는 별들이 노닐던 자리에 검푸른 자유파도를 베고 누워 하품하면서 낮잠을 청한다.    희말라야 가파로운 둔덕에서 오색령롱한 오로라가 황홀한 빛 뿌린다. 독재의 칼과 창을 들 대신 올리브를 심어 백성들을 살려낸 구세주 헤라, 자유녀신 헤라가 알프스산정에서 사랑의 오아시스에 오라고 손짓하며 목메여 납함한다.   
34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머리말 김장혁 댓글:  조회:1145  추천:0  2023-12-03
   조글로 첫등고 댓글:2  조회:3264  추천:13  2015-03-18 수정 삭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머리말             반만년을 피 줄을 이어온 우리 조선민족은 피눈물 나는 수난도 많이 겪어왔다. 특히 한일 합방 후 야수 같은 일제의 철 발굽 아래 망국노의 설음을 맛 볼대로 다 맛보았다.      나의 증조부와 할아버지, 아버지의 고향은 조선 함경도 명천군의 한 두메산골에 있었다. 일본 놈들은 소잔등 같은 바위돌이 더덕더덕 들어 눈 돌밭에, 심지어 터 밭에마저 곡식을 심지 못하게 하고 소나무를 심으라고 핍박하였다. 손바닥만 한 밭마저 없게 된 우리 일가는 “만주에 가면 땅이 넓어 배불리 먹으면서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1925년 동지섣달 눈이 풀풀 흩날리는 엄동설한에 정든 고향을 떠나 중국 만주에 들어왔다. 그때 나의 아버지는 일곱 살 밖에 안 됐다.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지게에 올라가 앉기도 하고 몸이 얼어들면 지게에서 내려 걸으면서 부모를 따라 만주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나의 일가가 걸어온 길은 수천수만의 중국조선족들의 피눈물 나는 이야기속의 하나이다. 중국에 들어온 우리 조선족들은 이 땅에 첫 괭이를 박아서부터 해를 이고 나가 달과 별을 지고 돌아오면서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 벌을 만들었고 이 땅을 보호하기 위해 형제민족들과 함께 피를 흘리면서 목숨까지 바쳐 일제 침략자들과 결사적으로 싸웠다. 한반도와 만주에는 항일투사들의 발자국이 역력히 찍혀있다. 의병대장 홍범도 장군, 김좌진 장군, 항일의사들인 안중근, 윤봉길… 등 항일투사들의 얼이 이 땅에 살아 숨 쉰다. 휘날리는 오성 붉은 기에는 우리 조선족 선열들의 선혈도 물들어있다. 그들은 일제를 몰아내고 광복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분단의 아픔도 맛보았다. 조선족들은 한족을 비롯한 형제민족들과 함께 중국공산당의 영명한 영도아래 토지개혁을 하여 토지를 분배받았으며 따뜻한 대가정의 현명한 민족정책 아래 이 땅에 연변조선족자치주까지 일떠세웠으며 나라의 진정한 주인으로 되였다. 그들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아래 이 땅에 두 번째 고향을 개척하였으며 새로운 장렬한 민족의 서사시를 엮었다.        나는 수많은 조선족 할아버지들의 이민사를 정리하면서 그들이 일제 통치하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 신음하며 살아온 피 눈물 나는 이야기, 항일투사들의 피어린 항일투쟁사 그리고 해방 후 당의 영명한 령도 하에 우리 조선족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여온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고 정리해냈다. 이 내용을 주선으로 조선족 백년 역사의 한 폐지를 보여준 대하소설을 써서 조선족들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를 세워 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받았다. 그리하여 대학을 갓 졸업한 열혈청년교원시절부터 쉰 고개를 넘어설 때까지 과외시간에 프랑스 작가 발자끄의 “인간희극” 속의 수많은 장편소설들, 조선 작가 리기영의 장편소설 “두만강”, 한국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과 “아리랑”, 한국 작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중국 조선족작가 리근전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 등 수많은 역사제재소설을 읽으면서 장편소설에서 역사반영의 예술특징을 연구하고 역사제재 소설 창작기량을 닦으려고 모지름을 썼다. 하루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나는 계몽스승들인 김재권 선생, 김진산 선생, 김설봉 선생, 김철환 선생, 리광평선생의 고무와 지도를 받고 용기를 내여 지난 세기 80년대 초에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원사업이 힘든데다가 대하소설 출판가능성을 저울질하다나니 약 55만여자 창작하고 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일반교원인 내가 대하소설을 창작하여 출판한다는 것은 중국 조선족 문단과 출판부문으로 놓고 말한다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스스로 정신 기둥이 무너져 물러앉은 셈이었다. 그후 20여 년 동안 십여 차 이사하면서도 나는 그 초고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왔지만 감히 계속 써내려갈 엄두를 내지도 못하였다.      그후 20여 년 동안 연변인민방송국의 기자와 연변인민출판사의 편집사업을 하면서 나는 한동안 핍박에 의해 양산박에 오르듯이 “구멍 막기 식 땜질 문학창작”을 해왔다. “성인문학 작가이기에 아동문학창작을 잘 할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문학 창작에 몰입하여 아동문학 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꾼”과 장편 과학 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와 “욕망의 천지”를 창작하여 세상에 내놓았으며 “동심컵” 한중아동문학상과 “옹달샘컵” 한중아동문학상도 탔다. 작가협회 수필분과에 속한 작가로서의 체면을 차리려고 수필집 “리별”도 펴내고 수필집출간식도 가졌으며 제1회 두만강수필문학상을 비롯해 대소 수필상도 6개 받았다. 방송국 기자로 사업하면서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와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를 연변인민출판사 김철환주임선생님, 리성권 전임사장과 김근총주임선생님의 방조하에 출간하였다. 그후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을 한국 학술정보사에서 출판하였으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와 실화집 “빨간 장미꽃 함정”을 연변인민출판사와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그외에 나는 중편과학환상소설 "괴물 클론바우 꼬마대통령 모험기",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보위전", 중편소설 "사랑환상곡", 중편소설 "애인바람", 중편소설 "무덤으로 향한 참사랑" 등 300여편의 중단편소설과 동화, 수필, 실화를 발표하였다.       문학창작에서 신심을 얻은 나는 대담히 다시 필을 들고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구사회로 돌아가 밤이면 밤마다 우리 민족의 조상들과 항일투사들과 함께 당시 생활을 함께 하면서 팬 밤이 그 얼마인지 모른다. 어떤 때에는 꿈에 나타난 그분들과 함께 숨 쉬고 담소하고 울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내 필 끝에서 우리 민족의 조상들과 수많은 항일투사들이 재생했고 작품 속에서 활동하게 되였다. 다년간 방송국 기자 사업과 여러 가지 종합잡지 편집사업을 해왔기에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 어쩐지 열혈 청년시절에 쓴 것보다도 생동하지 못한 곤혹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는 대하소설창작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민족의 사명감과 의무감을 안고 우리 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줘야 하겠다는 의욕 밑에 필승의 신념으로 밤중까지 이 대하소설창작에 혼신을 불태웠다. 어떤 때에는 새벽부터 도정신해 글을 쓰다나니 시계를 올려다보고 출근 시간이 돼 짝짝 신을 다 신고 단위로 달려가서 편집들의 웃음거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식일이면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컴퓨터에 마주 앉아 까딱하지 않고 글을 수개하다나니 엉덩이에 썩 살이 배기고 부스럼과 종기까지 나서 너무 아파 엉덩이를 들고 쪼그리고 앉거나 가슴에 베개를 받치고 엎드려 글을 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창작에 너무 열을 올리다나니 눈이 너무 피곤해 피가 지고 고기가 동공에 씌우기 시작해 수술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어디로 출장 가든지 핸드 컴퓨터거나 필기장과 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소설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글 쓰기에 도정신 하다나니 그만 항공편을 놓칠 번 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길림신문사에서 수필문학상시상식이 있었는데 나는 시간이 아까워 수상하러도 가지 못했다.  또 한번은 길림신문사 로인수기상 평심위원으로 돼 50여편의 수기를 다 평심했지만 시간이 아까와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시간을 짜내  "로년세계" 편집사업을 하면서 소설창작에 몰두하였다. 제일 한심한 것은 그렇게 밤낮 애타게 창작한 파일이 컴퓨터 건판을 하나 잘 못 눌러 50만자나 없어진 것이다. 그때 나는 컴퓨터기술이 차해 되돌리기를 할줄 몰라 파일을 원래대로 복원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나도 애나고 실망하고 맥이 풀려 한 주일이나 다시 컴퓨터에 마주 앉아 글을 쓰지 못했다.       나도 칠정육욕이 있는 사람이다. 남들처럼 술도 마음껏 마시고 장기도 놀고 싶고 아내와 함께 명승고적을 유람하기도 싶었다. 허나    항상 “놀 걸 다 놀고 언제 글을 쓰냐?”라고 하던 김재권 은사님의 가르치심을 되새기면서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놀고 싶은 야마를 정복하고 기나긴 “글 감방”에 갇혀 글을 쓰고 또 썼다. 나는 20여 년 기나긴 세월 글 감옥에 갇혀 우리 조선민족을 위해 뭔가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끝내 만들어 냈다는데서 더 없는 긍지감을 느낀다. 오늘 “글 감방”에서 나오면서 “글 감방”에 갇혀 살아온 지나간 나날들을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생행로에서 아주 보람차게 살았다고 가슴깊이 느낀다.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 많은 흠집이 있으리라고 생각되면서도 우리 민족 조상들이 살아온 한 폐지를 찾아볼 수만 있고 우리 조선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주었다면 행운으로 여기겠다. 나는 평생의 정력이 깃든 이 대하소설을 항일전쟁승리 70돐과 우리 사랑스런 조선민족의 광복 70돐에 삼가 드리는 바이다.      생전에 많은 역사제재를 제공한 우리 민족의 조상들에게 감사의 큰 절을 올린다. 그리고 이 대하소설의 출판을 위해 용기와 신심을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삼가 감사를 드린다. 특히 한국 새 천년 민주당 전임대표이며 세계선린회 서영훈 이사장님, 이웃사랑복지회 이정호 회장님, 한국 경기도 교육삼락회 채순목 회장님, 계몽스승들인 김재권선생님, 김설봉선생님, 김철환선생님, 김진산선생님, 그리고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이성권 전임사장과 료녕민족출판사 조문편집실 전임주임이며 심양시 고려경제문화교류중심 이사장 전정환,  그리고 이 대하소설을 힘써 내준 한국 교문사 이완표 사장님과 편집선생님 여러분께 삼가 감사를 드린다.         저의 작품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드넓은 민족심으로 널리 량해할 것을 바란다.                                                                         저자 김장혁                                                                                                                                                        2013년 1월 31일 중국 연길에서
342    초단편과학환상소설 怪物科隆巴雨小总统历险记 金长赫 댓글:  조회:1741  추천:1  2023-09-18
    超短篇科幻小说  怪物科隆巴雨小总统历险记            金长赫 著  公元2958年,有一天,科隆巴雨上学,小朋友们都被这人面兽身怪物吓跑了。大象鼻子,背上有双翅膀,三个胳膊,背上有一个胳膊。眼睛3个,后背的手食指尖有一个眼睛。3米高,长一身毛。    科隆巴雨回家跟妈妈述说苦衷;“妈,怎么生了我这么个怪物?哼,小朋友们都吓跑了,一个朋友都没有。“   妈妈耐心的引导;“你得用身体优势交朋友。”   科隆巴雨的爸爸麦克森是有名的生化博士,妈妈琉璃博士是天文地理专家。因几次核战争,核污染严重,人们不带防毒面具,寸步难行。原来爸爸和妈妈为让人们适应核污染环境,决心用克隆复制技术改良人种。他们夫妻俩用克隆复制技术经过10余次反复实验培育出了能适应核污染和地球温暖化的恶劣环境的怪物-科隆巴雨。    科隆巴雨是人和大象,大鹰,海豚的DNA优点集于一身的人面兽神怪物。科隆巴雨因胎儿太大,爸爸妈妈只好把他胚胎移植到海豚大肚子里,由海豚妈生下的。他不用穿衣服也可以御寒,防紫外线。因大象鼻子不像其他小朋友带防毒面具。    下课后,小朋友们打扫教室。科隆巴雨把大像鼻子当作吸尘器干干净净吸尘。随后到水池刷一刷鼻子,伸出长长的鼻子插到水池里抽桶水,往教室里喷水。     一瞬间打扫完了。这下小朋友们乐坏了,都伸出大拇指夸科隆巴雨,围过来摸一摸大象鼻子一起玩。有的坐在长鼻上。科隆巴雨把鼻子伸出2~3米长,“摇啊”,“摇啊”,让小朋友们荡秋千。有的在长鼻子上哧溜-哧溜-很开心地滑滑梯。    放学时突然下大雨。可是有的小朋友父母没赶上接。科隆巴雨抱住那孩子展翅飞翔,瞬时间送到了家。从此科隆巴雨的朋友越来越多。    科隆巴雨生下来就有两个聪明的大脑。两个大脑轮番24个小时学习,比别的小朋友学得加倍快。科隆巴雨频频跳级,13岁就考上大学,17岁获得了军事工程学博士学位。     爸爸很希望科隆巴雨继承他当生物化学专家,妈妈则希望科隆巴雨继承她成为宇宙天文地理学家。但科隆巴雨对宇宙天文地理毫无关心,只对政治和军事感兴趣,专门研究核导弹,卫星,无人机,生化武器等尖端军事武器。     可是科隆巴雨很自豪地说;“将来我要成为一统天下的第一个小总统。”     有一天深夜,一架不明国籍的无人机跨大海飞到赵国上空,投下了好多美元。科隆巴雨展翅飞向天空,用三只手一把抓住了那无人机,交给了国防部。经调查那无人机是蛇岛国的。     第二天早晨,赵国人们开门一看,遍地都是美元,乐坏了,争先恐后捡美元。     ”住手!那美元有剧毒!”     科隆巴雨飞过来瞪大眼睛制止他们。     他那嗅觉灵敏的大像鼻子闻到涂在美元的剧毒味儿。他向国防部急报。国防部马上让科隆巴雨通过电视讲话,制止捡那美元。     大多数人们开始不捡美元了。可是,贪心的部分人继续捡钱,把手指塞进嘴里涂唾沫点钱。过一会,有的从嘴和手指开始溃烂,有的连脖子都烂掉,当场死亡。    辛亏科隆巴雨及时制止捡钱,避免了一场更大灾难。从此科隆巴雨闻名全球。    科隆巴雨在父母的帮助下办了军事工业有限公司发明了激光弹和质子弹,隐形无人机等新型尖端武器。因而赵国任命科隆巴雨为国防工业部部长。    蛇岛国阴险的天皇恨死了科隆巴雨。    “他是战胜赵国的一大障碍,非杀不可。”    有一天,世界各地记者们集聚在国防工业部大厦前,想采访科隆巴雨部长。可是为保守国防武器机密科隆巴雨坚决反对采访。    当他一转身回办公室那一刹那,蛇岛国记者摄像机镜头里发出一道红光照他,紧接着飞来微型火箭。科隆巴雨早就觉得那记者鬼鬼祟祟,转身后背着手,伸出手指尖眼睛盯上了。他急忙腾空而起展翅飞上天空。火箭擦过他脚底,炸塌了大厦。    科隆巴雨猛飞扑刺客,用长长的大象鼻子钩住摄像机抢了过来,并将刺客按倒。    一场刺杀科隆巴雨的恶作剧收场了。事后科隆巴雨发现刺客摄像机是微型导弹发射机。    赵国绝大多数人认为只有科隆巴雨当总统才能战胜蛇岛国,过安宁日子,选总统时都选科隆巴雨。科隆巴雨当上了赵国小总统。    有一天夜晚,妈妈琉璃博士找科隆巴雨献计道“要战胜蛇岛国,就得炸蛇岛国天空臭氧层。”    科隆巴雨摸摸大象鼻子问“炸臭氧层真那么厉害吗?”    琉璃博士挥手指星星闪耀的蛇岛国天空说“臭氧层是挡住紫外线直射地球的天棚,只要炸开臭氧层,紫外线直射蛇岛大地,一下子灭绝人种。这比原子弹,质子弹更厉害。”    可科隆巴雨低头想了想,抬起狮子头问“妈,现在因地球温暖化,北极臭氧层被破坏,再炸臭氧层,弄不好毁了地球, 会不会地球人没地方生存?”    琉璃博士说“别担心。只炸蛇岛国上空臭氧层,对我国毫无影响。”    有一天深夜,科隆巴雨小总统令导弹部队偷偷发射核导弹炸掉了蛇岛国天空的臭氧层。可是,因蛇岛国电子干挠,部分导弹飞离方向,炸掉了赵国以及全球大部分臭氧层。紫外线直射蛇岛大地, 人们一群一群倒下。科隆巴雨幸亏长一身毛,能防一点紫外线,幸存。可是出此下策的妈妈和爸爸都死去了。     科隆巴雨也因地球核污染太严重,没食物无法生存。他很后悔炸毁臭氧层。他只好乘宇宙飞船飞上了太空,进冷冻棺材里。     他等宇宙天文科学发达复原臭氧层,希望把他从棺材里拿出来医救他。    棺材盖上刻有科隆巴雨的忠告:     要珍惜和平,千万不能毁掉臭氧层。                不节制人的欲望就会毁掉地球。
341    초단편과학환상소설 小王冒险记 金长赫 댓글:  조회:1766  추천:1  2023-09-16
        超短篇科幻小说                            小王的冒险记                                                                 金长赫       小王不太爱学习,爱玩电脑游戏。你看他还没写作业玩电脑游戏时满面春风地样子,烂掉的门牙都露出来,都差点跳进电脑游戏机了。        小王一按键,航空母舰甲板上宇宙飞船飞向星星闪耀的太空。突然出现了古怪的鹰飞船。 小王急忙按了发射按钮,炮弹飞向了鹰飞船。        “别开炮!”       鹰飞船上秃头的洋老头急忙向他招手。好奇怪,怎么他眼睛闪耀蓝光呢? 他把小王拉到自己的鹰飞船上。       “你是谁?”      “我是诺曼底科隆博士。我用科隆技术复制了很多科隆人。你要是学会科隆技术就啥都有。”      “哦。世上还有这么好技术?不写作业,还能玩电脑游戏吗?”      “嗯。”       鹰宇宙飞船向西飞去。一会儿缓缓降落在一个大城市郊外别墅。洋娃娃们瞪蓝眼睛,瞧不起这东洋小鬼。       突然有密密麻麻的黄头发围过来欺负东洋孩子小王。科隆博士急忙拉开洋娃娃,拉着小王进了屋。他用注射器从小王的胳膊上抽  了什么东西后,便进了地下实验室。      过了半天,地下实验室里走出来好多像小王长得一模一样的孩子。      小王惊呆了。瞪大眼睛问“你们是谁?”      “你的复制品小王1号啊。”       小王1号和 2号,3号等一拥而上和洋娃娃们打起群架。警察们赶来抓走小王1号等,但吓呆了。 他们头一次看到这么多长得一模一样的东洋孩子。很难分辨出谁是谁, 谁是头儿小王,便教训一顿都放了。嘿嘿。       过几天后,科隆博士在小王1号的眼睛和耳朵上装了微形视听电子大脑,用因特网连接到自己的电脑。并在电子大脑中详细输入了小王的父母和学校师生的信息。      一大早,科隆博士把小王一号替小王用飞船送回了家。      父亲和母亲到航天机场接儿子。母亲拥抱小王1号问道“孩子,你到哪儿去了,现在才回来?”      小王一号看着父母,开心地笑了。父母毫无发现他是儿子的复制品。       晚上,小王一号开始代小王写作业。妈妈在旁边看着在微笑。       第二天小王1号背着书包上学校。但是老师和朋友们都以为是小王。满月等小朋友们看着他样子嘴都歪了。       好奇怪啊。以前,小王不是边拍打满月边要锅巴吗?不知今天很安静。    (没看几天,太阳会不会从西边升起?)      这时真正的小王在诺曼底科隆博士的别墅里,看着老师和朋友们没发现真假的样子,高兴得都跳起来了。       从那以后,小王每天放心玩电脑游戏,和科隆博士学科隆复制技术了。但是他因没学好英语, 所以很难学到手。       有一天,他要求说“博士,我愿吃面包。能不能用科隆技术复制克隆大米和香蕉?”       科隆博士摸了摸秃头,回答道“行”。       第二年春天,科隆博士用飞机将从东方和美洲中部取出的水稻和香蕉细胞和DNA分离,在积温室种植复制水稻和香蕉。       有一天晚上,窗外倾泻而下鹅毛大雪。小王瞪大眼珠往外一看,惊呆了。       “那是什么?会不会白米从天而降?难道天上掉馅饼?”。       科隆博士根据小王的要求,还用科隆复制技术复制出克隆蜥、克隆鱼、克隆羊、克隆牛、克隆兔等。       小王心想; 如果学会科隆技术,要啥有啥?       他很想把科隆复制技术学到手,但全部是英文,看不懂。小王才意识到学英语的重要性。聪明的小王开始很下功夫学英语。因此,他很快掌握了科隆复制技术。       小王带小王2号等10多名复制朋友告别科隆博士,登上太空飞船飞回了家乡。他不辜负父母亲的期待,开始创造起奇迹。他用科隆复制技术复制出好多科隆牛、科隆羊、科隆南瓜。科隆南瓜像教室那么大。孩子们把南瓜芯挖出来煮着吃,南瓜空裸壳还可以当棚子用,夏天满月她们进去避暑,很开心地玩。        小王还复制科隆白马,送给满月。满月骑着科隆白马,这不成了白马公主了吗?她乐坏了。        她问小王“你还能复制大象吗?”       “能。“        一会儿,小王真的复制出大象。满月和小王1号等大声欢笑。一拥而上,骑上大象,把大象鼻子当滑滑梯滑下来,玩得很开心。 自从小王掌握科隆复制技术后,乡亲们都不老而食,差点手掌都张毛了。小王整天躺在床上不愿动弹,四肢开始退化,胳膊和腿变细了,鼓起来的肚子可像青蛙大肚子。他连嘴都不愿动,每天得有人给他喂食,两手抓他下巴颏上下挪动,才能吃下食物。真让人笑死了。        这时,蛇国派间谍要抢小王的科隆复制技术情报。可小王连起床都很难。没办法小王1号等急忙连床带人抬出去,上了宇宙飞船。超大胖子小王四肢不灵,只好让小王1号操纵飞船,他用嘴下达指令。飞船勉强升上天空。         突然,奇怪的飞行物从闪闪发光的星空中飞来,喷出一道红光。飞船没能及时躲开, 中弹从高空摔下来了。        “哎呀妈呀!”        小王惨叫一声醒过来,才知道玩电脑游戏不知不觉睡着,做了个一场美梦。        小王自言自语到;“该好好写作业, 好好学习了。早点掌握科隆复制技术,那该多好啊!”              (작자주: 이 초단편과학환상소설은 저의 중편과학환상소설 "조왕돌의 모험기"를 편역한 한문      작품으로서 한문문학잡지  "天池小小说“ 2023년 제9호에 발표되였음.)
340    대하소설 "졸혼" 창작후기 김장혁 댓글:  조회:2213  추천:7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창작후기                                                                   김장혁   퇴직한 후 5년 동안에 나는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을 재수개하여 조글로에 다시 올렸다. 어떤 장절은 새로 재창작하나 다름없다. 중단편 아동소설과 동화 20여편을 새로 창작해 과  총서, , 한국  과   등 국내외 잡지에 발표했으며 동화소설선집 , 동화소설집 을 탈고하였다. 수필 10여편을  , , , 등 잡지에 발표하였다. 나는 대하소설 (총7권), 대하소설 (총 4권), 3부작 대하과학환상소설 , , 에 뒤이어 네번째 대하소설 (총 6권, 112장)을 창작해냈다.       나는 기나긴 글감방에서 해탈되노라니 홀가분하고 감개무량하다.  나는 퇴직한 후 5년 동안 보람찬 황혼을 엮은 것으로 하여 긍지감을 느낀다. 동시에 당과 국가, 인민이 무료로 육성한 대학졸업생, 기자, 편심(교수급편집), 작가로서 중화부흥의 위대한 꿈에 조금이나마 사명감과 의무감을  한 것 같아 한없는 위안을 느낀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자. 대하소설 "졸혼"은 일본과 한국, 나아가 우리 조선족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신생사물-새로운 혼인풍속도라고 생각한다. 또 "졸혼"은 민족과 성별, 년령을 가리지 않고 성인은 누구나 다 관심하고 주목하는 신생제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과 련애, 혼인과 가정을 제재로 한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을 퇴직기념으로 창작해 출판하였다. 그러나 어쩐지 그 풍부하고 다채롭고 곡절적인 사랑이야기를 다 쓴 것 같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번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의 자매편인 대하소설 을 쓰기로 하였던 것이다.       세심한 독자들은 에 등장한 성호, 엄정희, 최혜영(에서는 "은영"으로 등장), 종호, 정희, 류려평, 오청룡, 리굉팔, 복화, 광문 등 허다한 인물들은 대하소설 에 등장한 주요인물들이라는 것을 보아냈을 것이다. 그중 승호, 최혜영(은영)은 의 주인공이였다. 나는 엉뚱하게 프랑스 대작가 발자끄가 “인간희극”에서 보여준 “인물재현예술수법”을 도입해 의 인물들을 에 재현시키고 새로운 갈등과 이야기 속에서 인물성격을 계속 변화, 발전시켜 개성적인 인물을 창조하였다. 그리하여  과 을 완정한 자매대하소설로 창작하였다.   나는 소설 에서 부동한 성격특점과 사랑의 가치관념을 가진 문걸과 정호 등 개성이 독특한 전형인물들을 부각하고 이런 전형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부동한 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문걸은 참사랑주의자로서 항상 호색한 "변강쇠"라고 불리우는 반면인물 정호와 사랑과 혼인, 가정과 졸혼 등 면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들을 호상 대조시켜 전형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졸혼 후 겪는 부동한 삶과 진통을 보여주었다.      소설 에서 보여준 “졸혼”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사전식으로 해석하는 졸혼과 같은 점도 있고 좀 다르기도 하다. 내 소설 의 포괄한 외연은 일본과 한국의 “졸혼”보다 퍽 넓다. 일본과 한국에서 말하는 졸혼은 “부부간에 리혼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생할을 간섭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내 소설 속의 “졸혼”은 그 외에도 리혼을 통한 졸혼, 졸혼 후 재혼 등 다양하게 보여주려고 시도하였다.  소설의 자연환경도 중국, 미국, 로씨야, 일본, 한국,  남태평양 녀인도로 설정하였다. 또 주인공 문걸과 영희, 문걸과 춘희, 그리고 정호와 순정, 정호와 영희, 정호와 정희, 정호와 나영, 정호와 황선희, 정호와 하영, 일본의 야마구찌다이로와  모모에, 야마구찌다이로와 춘희, 한국의 박문과 미라, 성호와 엄정희, 군철과 리나, 군철과 가은 등 아주 부동한 개성적인 인물, 그리고 얼기설기 복잡하게 어울린 그들의 인간관계와 갈등으로 각양각색의 인물형상을 부각하여 부동한 인물의 부동한 졸혼의 궤적과 의미지를 보여주었다. 그 부동한 경력과 성격 특징을 가진 인물형상들이 모순갈등을 겪으며 격렬하게 충돌하며 출연한 졸혼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그 굴곡적인 인간희극 같은 졸혼을 보고 독자들은 졸혼에 대해 여러가지로 분석하고 리해하리라 믿는다.  특히  졸혼은  참사랑을 주장하는 주인공 문걸의 혼인관과 부정인물 정호의 졸혼 전후 부패하고 반인륜적인 사랑관과 혼인관과의 갈등을 졸혼의 슈제트로 하여 졸혼에 잠재한 다양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은 현시대 가정의 부부들과 미래청년들에게 사랑과 련애, 혼인과 가정, 그리고 결혼, 리혼, 재혼, 졸혼 등에 대한 충격적인 계시를 주리라 믿는다.  나의 소설 은 수많은 교수, 문학박사, 평론가와 소설가, 시인 그리고 편집과 독자들과의 교감 속에서 창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 최초에 중편으로 써서 한 편집부에 보냈다. 그런데 “단편으로 고쳤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퇴고를 놓았다. 나는 졸혼이란 복잡한 새로운 혼인풍속도를 그저 단편으로 간단히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결연히 필을 들어 장편으로 엮어나갔다. 나중에는 독자들이 조글로에 올린 장편 을 어찌나 열심히 보고 응원하는지, 어찌나 하회를 기다려보는지, 한편의 장편으로도 끝낼 수 없었다.  조선어를 잘 모르는 어떤 독자들은 핸드폰번역기로 한어로 번역해 보기도 하였다. 어떤 독자들은 을 기다려 보면서 하회가 어떤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어떤 독자들은 이 22장으로 끝났다고 하자 정호와 나영의 처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리하여 4권으로 끝내자고 하던 것을 6권으로까지 끌고 나오게 되였다.      원래 나는 7권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마라톤식으로 달리던 필을 잠시 멈추고 심사숙고 끝에 6권으로 마무리지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였다. 작중 인물들의 모든 걸 저자가 교대하면서 풀어나가기보다 독자들한테도 사색과 추측의 여백과 여운을 남겨주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나는 을 아쉬운대로 6권으로 마무리하게 되였다. 문걸과 춘희의 재혼, 군철과 가은의 재혼이 이뤄질지... 등을 여운으로  남겼는데 독자들이 나름대로 사색하고 추리해보기 바란다. 그것도 졸혼의 유령이 남긴 여운이 아니겠는가.        일본의 어떤 녀독자는 “일본 류학하러 온 녀자들의 삶을 잘 모르고 썼다.”고 "졸혼"을 선의로 비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또 게이상과 같은 일본 독자는 일본 녀성들의 "졸혼"현상이 많다고 하였다.     일본에 간 조선족독자의 의견에 근거해 나는 일본에 류학갔다온 조카들과 며느리 등을 통해 각종 고된 알바를 하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일본 류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료해한 후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썼다. 절대 근거없이 쓴 대목은 아니였다.또 을 쓰면서 종종 의식적으로 녀류시인들이나 녀친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에 대한 의견도 듣고 녀성들의 생활을 료해하고 자기 창작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진짜 독자들과 함께  을  썼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나는 또 을 창작하면서 종종 문학박사, 평론가, 시인, 소설가들의 조언도 들었다. 특히 지난해 9월에 나의 소설문학 좌담회 때 그들의  의견을 참고해 “졸혼”이란  새롭고 아까운 제재를 보다 예술적으로 소설로 창작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였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항상 고민하면서 예술기량을 높이려고 무등 애쓰면서 이 소설을 창작했다. 인물성격을 부각하기 위해 에피쑈트도 독특한 신비성을 가진 걸로 선택했고 슈제트도 이벤트적으로, 반전에 반전을 더하여 굴곡적으로 꾸미려고 시도했다. 례하면, 일본 후지산 기슭의 사망(자살)림에서 다이로교수의 자살, 나나가 교타이모리스시파티상에 오른 이야기, 나나와 다이로교수가 도쿄 시내 큰길에서 남성 성기를 메고 시위행진하는 장면, 과학환상소설을 방불케 관건적인 시각마다 해결사로 등장하는  미녀로봇 아사꼬의 등장,남태평양 녀인도에서 정호와 황선희가 당한 야만적인 성착취, 그리고 그들의 구사일생적인 탈출과정 등 일본의 괴상한 풍경선, 그리고 중국 대만 모리족과 운남성 서쌍판납의 태족, 나시족,귀주성과 광서성의 묘족, 요족, 뚱족, 호남성 상서의 토가족과 묘족 등 소수민족의 부동하고 독특한 혼인풍속도, 성아가씨를 통해 제주도 전통적인 가정풍속 등을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 살짝 비춰주었다. 또 세계 관심사로 되는 반도체(주로 메모리와 칩) 시장과 생산을 롱단하려는 미국의 야심 등을 폭로함으로써 소설의 생신감과 매력을 더 해주려고 했다.  인물성격도 부동한 졸혼과 인생가치 관념을 가진 부동한 인물의 치렬한 갈등 속에서 보여주려고 하였고 전형인물을 부각해 이 시대 졸혼의 새 생활풍경선과 페단도 보여주려고 했다. 례하면 종호는 안해와 리혼하고 졸혼 후 자기만의 삶을 마음껏 살면서 집을 팔아 혁명렬사영웅전과 이민사 등 책을 출판해내는 인생궤적을 그리였다.  반면인물을 잘 부각해야 작품이 인기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인물 정호의 성격을 부각하는데 정력과 필묵을 아끼지 않았다. 정호, 허부장, 에서부터 등장해온 오청룡, 리굉팔 등 반면인물이 아주 형상적으로 나타나 인기를 끈 것 같다.  그중 반면인물 정호 형상이 젤 잘 전형화된 것 같다. 또 반면인물인 정호에게 짓밟혀 핍박에 의해 졸혼 한 순정, 영희, 나영, 황선희, 정희, 하영 등 수많은 녀성들의 부동하게 비참한 운명을 통해 부동한 측면으로 졸혼의 비극을 형상적으로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또 부패분자 정호와 대조시켜 외자회사 나젊은  당위 서기 군철, 애비와는  상반되는  군철이란 인물형상을 적잖은 필묵을 들여 부각함으로써 경제시대 우리 당의 주선률을 울려주려고 시도하였다. 군철은  비록 생김새는 대머리에 우멍눈이랑 애비 정호와 비슷했지만 금전과 리익, 사랑과 련애, 혼인과 가정 등을 대하는 태도는 부패하고 호색한인 애비 정호와는 판판 달랐다.그는 항상 인민의 리익을 첫자리에 놓고 대공무사하게 처사하하였다. 불효한 본처 리나와 리혼하고 졸혼한 후 회사의 숱한 숫처녀들이 따라도 참다운 사랑과 련애관으로 대했다.나는 군철의 형상을 통해 현시대 청렴한 당원간부들의 형상을 보여주려고 시도하였다. 군철의 형상은 경제시대에 좀 리상화된 인물로 부각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 실존해 있는 인물을 모델로 삼아 전형화하였다는 것을 부언한다. 군철의 형상은 경제시대 외자기업소 우리 당의  훌륭한 간부, 엘리트 형상을 정면으로 전형화해 보여주고 우리 당의 주선률을 울리려는 작자 의도도 실현된 것 같아 조금이나마 위안된다.        또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서 책짐을 지고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 방향도 알수 없이 이를 악물고 사막에서 헤매는 종수, 가난한 선비 종수, 종수의 형상을 부각하면서 바보 같은 자기 분신을 발견하고 눈물겹기도 하고 가여워 통탄하히도 했다.  나는 소설가들과 시인들의 충고를 받고 소설의 예술성을 높이려고 내 나름대로 애썼다. 그러나 나의 문학예술수준의 제한으로 아직도 소설에 여러가지 흠집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창작 과정에 항상 고민하였다. 지금은 온라인시대이다. 은 조글로계정에 련재한 외에도 한국의 과 조글로에 련재됐고 잡지 등에도 실렸다. 그외 숱한 위챗그룹에 게재된 후 국내외 숱한 네티즌, 독자들이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열람하였다. 연변군분구 한 퇴직군관을 비롯한 어떤 독자들은 조선어를 잘 몰라 핸드폰번역기로 소설 을 한어로 번역해 감상하였다. 독자들은 고무격려하는 숱한 댓글을 달아주었고 의견도 드렸다. 은 김삼 사장님이 직접 편집해 조글로계정에 련재했는데 젤 많은 조회수는 2천회도 넘었다. 나의 장편실화소설 은 젤 많은 조회수가 무려 5천회도 넘었다. 책을 애나게 내서 나눠주기보다 훨씬 더 많은 독자들이 보았고 의외의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으며 반응도 꽤나 열렬했다.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어 창작방향도 제때에 독자들의 의견에 따라 고칠 수 있어 좋았다. 독자범위도 연변을 벗어나 전국 각지 나아가서 미국, 일본, 한국에 있는 조선족들과 해외 한국인들까지 널리 보고 있다. 책을 내기보다 몇갑절 나은 열람과 반응 효과를 거두었다. 작가로서는 이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사실 통크게 거작을 출판해줄 문지기, 통크고 흉금이 넓은 그런 문지기도 찾아보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문지기들이 지키는 높은 문턱, 눈뿌리 아찔하고 야속한 현실도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내해야만 한다...  어떤 독자들은 을 핸드폰으로 드문드문 찾아보기 힘들어  소설책을 사서 쭉 내리 통독하고 싶다고 련락이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을 잠시 책으로 내지 않기로 하였다. 출판비용도 문제지만 실효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자 여러분은 제가 을 책으로 내지 않는 것을 널리 량해하기를 바란다.  이런 정황을 안, 섬서성의 안모 녀성과 도문시 최모  녀성 등 수많은 독자들은 을 처음부터 제대로 료해하려고 의 자매편인 대하소설 을 사서 보았다. 일부 독자들은 나의 대하소설 도 사보고 있다. 지금 세월에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전에 대하소설 (총 7권)을 한국에서 애나게 내서 국내로 반입할 때 겪은 고행을 생각하면 몸서리칠 지경이다. 20여 상자나 되는 책을 한국 우정국에 가져다 부치니 우편료만 해도 200여만원(한화)이나 들었다. 거기에 출판비용까지 하면 진짜 자그마한 집 한채는 들어갔다.  나는 우편료를 하나라도 남으려고 책을 꽉 채워넣은 배낭을 메고 책트렁크를 끌고 귀국의 길에 올랐다. 그런데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책트렁크를 안고 낑낑거리며 높은 층계를 올라가다가 그만 허리띠가 툭 끊어지는 바람에 괴춤마저 훌 내려가고 말았다. 숱한 사람들 앞에서 참, 창피하기로서니. 그때 한국의 착한 한 녀대생이 책짐을 봐주어서 지하철매대에 가서 허리띠를 사서 띠고서야 간신히 책짐을 메고 끌고 공항까지 나갔다.   그렇게 애나게 책짐을 메고 끌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가져온 책을 동료들과 문우들한테 나눠주었다. 그러나 어떤 이는 먼지 새뽀얗게 끼도록 한페지도 펼쳐보지 않았다. 그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내 심정인들 어떻겠는가. 참 안타깝다. 또 어떤 이는 책을 드리려고 하니 짐이 된다면서, 서재에 그 책을 둘 공간마저 없다면서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로실해서 좋긴한데 난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 가슴이 미여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그 일들을 생각하면 다신 책을 인쇄해 낼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가 짧은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온라인시대에 조글로 작가 블로그나 핸드폰 위챗그룹에 올리면 복잡한 심열과정도 필요없고 출판비용도 들 필요없이 국계를 벗어나 숱한 독자들이 직접 소설을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돈 팔아 책을 내고 그렇게 책짐을 메고 돌아다니며 고생하면서 수모를 당해야 하겠는가. 한 녀류시인은 나 보고 이 희트작으로 될 수도 있는데 이제 번역기가 나오면 한어, 일어, 영어로 번역해라고 하였다. 고무격려의 말씀 고맙고 나에게 새로운 령역을 계발해주어 감사하였다. 이 조선족독자들한테 먼저 인기 있어야 하는데 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만약 이 예상 외로 독자들한테 인기 있으면 그때 한어로나 번역해 볼까?  올해 나는 뜻밖에 연변아동문학연구회 김만석교수님을 비롯한 작가들의 부름을 받고 연구회 회장을 맡게 됐다. 어린 독자들이 날따라 줄어가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나는 아동문학작가들과 함께 아동문학작품을 부지런히 창착하고 아동문학을 연구해나갈 것이다.           나는 연변아동문학연구회 회장을 맡은 후  편찬위원회 주임을 맡고 김만석교수님의 지도아래 편집위원들과 함께 한창 를 편집하고 있다.  일전에 모 대학의 한 교수(문학박사)는 (国家社会科学基金项目)에  평론 “김장혁론”을 쓰기로 됐다면서 나의 작품과 내 작품에 관계되는 평론,인터뷰, 보도문 등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이는 나의 창작에 대한 크나큰 고무와 편달로 된다.   나는 한 한문문학잡지에 나의 단편아동과학환상소설 “조왕돌의 모험기”를 한어로 편역해 투고했는데 작가협회 부주석인 황령향 녀주필은 나의 과학환상소설이 아주 재미있고 독자들을 끌 것 같다며 한문문학잡지 에 냈다. 황주필은 내 소설이 나간 후 독자들이 아주 재밌다고 한다면서 나를 보고 아동과학환상소설을 륙속 번역해 자기네 문학잡지에 투고하라고 하였다. 내 소설에 대한 대형한문문학잡지사 황주필의 긍정평가는 나에게는 크나큰 고무가 아닐 수 없다.  또 나에게는 새 일감이 생겼다. 나는 이제 나의 과학환상소설로부터 시작해 독자반응이 좀 좋다는 나의 소설을 골라 정력이 자라는대로 한어로 편역해 전국 각지 한문잡지사에 투고하는 한편 한족 곳에서 살다나니 조선어를 잘 모르는 손군들과 조선족어린이들에게 남겨주려고 한다.        물론 저의 한어수준 제한으로 하여 소설을 한어로 편역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또 정력과 시간도 조선어로 창작하기보다 몇갑절  수요된다는 것을 맛보았다. 그러나 나는 기어이 새 시대에 순응하여 우리 뒤를 이을 후대들 천추만대를 위해 힘이 자라는대로 편역하는 일을 밀고 나갈 예산이다.         나는 지금 한어로 소설을 힘겹게 한어로 편역하면서 우리 조선어로 창작할 때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재삼 깊이 느낀다. 그만큼 조선어로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여생에 한편이라도 더 써야겠다는 절박감을 느끼면서 필을 들군 한다.   그간 나의 대하소설 을 열심히 편집해 련재한 조글로  김삼 사장님과 한국 한민족신문사와 잡지사 편집들 그리고 소설 을  열심히 읽은 국내외 독자들에게 깊은 경의를 드린다.                               2023. 7. 13. 연길에서               
339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2 김장혁 댓글:  조회:2567  추천:5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2.파격적 사랑의 메아리     일요일 아침에 호수가 교회당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린다.신자들이 중얼중얼 성경을 류창하게 읽는 소리 호수 면을 스치며 무수한 파도를 일으킨다.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짝을 지어 목욕재계하고나서 뽀뽀하며 수중바레를 추며 노닌다.  리나가 송림과 길림을 량손에 잡고  교회당 뒤를 돌아 호수가 참대숲을 거닌다. 그녀는 저쪽 호수가 참대숲 속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낯익은 남녀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하느님, 맙시사! 저게 군철과 가은이 아닌가!" 리나는 애들 손을 놓고 두 손을 맞잡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절대 안돼!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가은이, 교회당에서 저년이 드레스를 입고 군철의 팔을 끼고 목사한테 다가가는 것을 놔둘 순 없어." 그녀는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리라고 믿고 하느님과 교회당의 주께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이여,령험하신 주님이시여, 저의 죄과를 세레해주고 남편과 복혼하게 도와주세요.춘희박사는 절대 가은을 애 둘이나 달린 군철한테 줄 수 없다고 했잖았는가요? 춘희박사와 내 힘을 합치면 군철과 가은을 막을 수 있어요. ) 그녀는 애들을 보고 아빠한테 달려가라고 놓아주었다.   그래, 애들이야 말로 아빠를 외간 처녀한테 못 가게 하는 핵무기가 아닌가. "아빠!" 송림과 길림이 두 팔을 쫙 벌리고 소리치면서 달려갔다.저쪽에서 리나는 이를 옥물면서 입귀로 웃음을 흘리었다.    (애들이야 네놈 새끼 아닌가. 애들은 네놈 발목을 꼭 붙잡고 말거야.)    그러나  리나는 오산했다.   군철은 와들짝 놀라  품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끼(가은) 몸을 밀어내고 장의자에서 우쭐 일어났다. 애들은 아빠한테 와락 안겼다.  그들은 가은을 흘끔흘끔 가로보며 아빠 손을 끌고 엄마한테 가려고 아둥바둥 애썼다. 군철과 가은은 저쪽에 두 손을 맞잡고 서 기도하는 리나를 보고 바늘방석에라도 앉은듯이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윽고 침착성과 랭정성을 회복한 군철은 속으로 이렇게 되뇌였다. (절대 불효녀를 용서할 수 없어.리나,복혼은 절대 없어.나도 이젠 졸혼을 그만두고 재혼할 때 됐어.새 생활과 희망이 날 기다리고 있어.새 세상이 이제 활짝 열릴 거야.) 갑자기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는 거세찬 돌개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쳤다. 무수한 파도가 세차게 일며 고즈넉하던 호수가의 참대나무 잎사귀들이 바들바들 떨며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참말로 문걸과 춘희, 군철이 졸혼하고 엮을 복잡하고 눈물겨운 사랑과 혼인, 그들의 가정은 어떻게 번질지 누구도 한치 앞도 짐작하기 어렵다.   가은과 군철의 파격적인 사랑이 꽃필지?   군철한테 시집가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는 가은, 내심갈등이 심한 가은, 그런 가은을 보고 춘희는 딸의 비극적인 결혼에 문걸과의 재혼을 그만두고 양보하겠는지?  군철은 기어이 양아버지 행복을 위해 가은의 효에 떠받들린 사랑을 사양하겠는지? 누가 누구의 사랑에 양보해야 하는가? 아니면 문걸과 춘희, 군철과 가은이 다 결혼해도 괜찮을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촌수가 개판이라고,지갑이네 혼사라고 뭇사람한테 조롱받지 않을가? 아, 세상 별나게 얼기설기 복잡하게 뒤얽힌 사랑과 혼인,졸혼과 가정. 그대들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는가? 하늘도 땅도 대답이 없다.이 세상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호수면을 파격적 사랑의 메아리가 스치고 지나면서 무수한 의문부호를 남기며 이상한 선률의 나래를 펼칠뿐이 아니겠는가.     저기 호수가 참대숲에 숨어 우는 사랑의 바람소리 대나무 이파리를 스치며 처량하게 노를 젓고 있다...     
33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1 김장혁 댓글:  조회:1467  추천:0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1.홀애비와 숫처녀의 로맨스   가은은 심란한 마음으로 간신히 출근했다. 그녀는 위생소에서 복화와 함께 백신 주사기랑 주어담았다. 이젠 코로나가 풀려서 직원들의 PCR검사도 날마다 할 필요없게 됐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가은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뜻밖에도 군철 총경리한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복화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핸드폰을 들고 위생소 소장실에 들어갔다. 복화는 소장실에 대호 입귀를 삐쭉거렸다. 가은은  문을 꼭 닫아걸고 핸드폰을 쳐들었다.  “네, 총경리님, 가은입니다. 네?” “가은이, 퇴근한 후 이전에 갔던 태호가 정자에서 만날 수 있겠소?” “호호호.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지요. 네, 알겠습니다. 빠이, 빠이.” 가은은 핸드폰을 핸드빽에 넣고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녀의 미소어린 걀죽한 얼굴에는 빨간 홍조가 귀 밑까지 피여올랐다. 가은은 군철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둥둥 하늘로 뜨는 것만 같고 비길데 없이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꼈다.  퇴근을 기다리기란 실로 하루가 삼추 같았다.  가은은 퇴근하자마자  자가용을 몰고 태호가 어촌마을까지 달려갔다.  푸르른 호수 수면에 갈매기들이 나래치고 희망의 하얀 돛배가 자유를 노래하며 하얀 물바배를 일으키면서 나래치고 있다.  저멀리 벌써 군철의 보마차가 피뜩 보였다. 가은의 차가 다가가자 군철은 보마차에서 내려 번대머리를 번뜩이면서 마중했다. “바쁜 걸 불렀는지 모르겠소.” 군철은 가은의 손을 잡으며 공손히 인사말을 건넸다. “천만에 말씀을요. 저는 퇴근을 기다리는게 한시간이 삼추 같았는데요.” 군철은 가은을 데리고 자기 차에 올라탔다.  바다처럼 무연하게 펼쳐진 태호가를 한참 달려 참대숲이 둘러서서 설레이는 자그마한 정자에 이르렀다. 군철은 황혼의 락조가 비낀 정자에서 가은과 마주 앉았다. 한참 납덩이 같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군철이 먼저 무거운 입을 뗐다. “가은이, 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습데. 제발 가은과 좋아하지 말라고.” 군철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가은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전도를 해치는 거 같아 차마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소. 우리 그만 두기오.” 가은은 금시 외씨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왜요? 저는 최총경리를 마음 속으로부터 아주 존경하고 사랑해요. 저의 심장이 높뛰는 소리를 들어봐요. 그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높뛰고 있어요.” 그러나 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말을 좀 듣소. 나는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오. 가은과 같은 숫처녀와 재혼할 자격이 없소. 또 회사도 이젠 베트남으로 가게 되오. 우리 베트남에 가서 살겠소? 미국 놈들은 대만 태적전반도체회사도 대만해협에 전쟁나기 전에 폭파해버리자고 떠벌이고 있다오. 미국 양키들은 대만 반도체기술이 대륙에 인입될가봐 겁난게지. 그런데 량심적인 태적전의 수많은 중국 기술일군들은 지금 가만히 대륙에 들어와 반도체회사를 차리고 중화민족의 반도체 꿈을 실현하고 있다오. 우리 회사는 미국 양키놈들이 중국에서의 생산과 중국시장판매를 제한하는 바람에 이젠 리윤이 4분의 1 밖에 안돼 로임도 내주기 바쁘게 됐소. 망했소, 맹해. 이젠 로임도 주기 어렵게 파산되고 있소. 나도 당장 부총경리와 전무를 다 그만두게 되오. 나는 집도 없어 세집에서 살고 있소. 뭘 보고 고생하자고 나하고 결혼하려고 하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 와락 안기며 외씨얼굴을 군철의 꺼쓸꺼슬한 구레나룻볼에 가져다대며 뜨거운 눈물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군말 마세요. 만약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그 외엔 다 리유로 될 수 없어요. 저는 대공무사한 리총경리를 페부로부터 사랑해요. 애 둘이면 어때요. 저는 다 각오했어요. 저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최군철한테 시집가기로 했어요. 절데 능력 없는 바보총각한텐 시집 안가요.” 군철은 가은을 품 속에서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능력 있는 촉각도 쌔고 버렸소. 새파란 나이에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지 마오.” 어데서 꼭 들은 소리 같았다. 가은은 핸드빽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글썽한 눈시울을 닦았다.  갑자기 그녀는 머리를 쳐들었다.  "혹시 어머니한테서 무슨 전화라도 받았는가요?" 군철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내 친아버진 세상에 소문 높은 부패분자요.15년 판결받고 성감옥에 있다는 거 저도 알겠지?친아버진 남녀관계도 너무 복잡하오. 그런 부패분자의 아들과 결혼하기 무섭지도 않소? 난 첫혼인에 실패하고 애 둘이나 있소. 후엄마질하기 쉽지도 않을 거요. 설상가상으로 저네 어머닌 내 양아버지와 재혼하기로 했소. 그럼 우린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이 아니고 뭐요? 우린 이젠 오누이로 되게 될 거요.그런데 어찌 오누이간에 결혼할 수 있겠소?세상 사람들을 다 웃기겠소." 그러나 가은은 마음을 고쳐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걸 다 고려했습니다. 리문걸선생과 우리 엄마 재혼해도 관계없어요.황차 리문걸선생은 당신과 혈연관계도 없는 양아버지 아니고 뭔가요?" 군철은 우쭐 일어나면서 결연히 말했다. "친아버진 아니오. 그러나 길러준 아버지도 아버지오. 양아버진 내 친아버지나 다름없소. 절대 양아버지한테 미안한 일 할 수 없소.우리 둘이 결혼하면 아버지와 가은의 어머니 행복을 짓밟는게 아니고 뭐요? 우린 부모들의 행복한 앞날에 불효를 저질러선 안되오." 가은은 따라 일어나 군철의 팔을 잡아흔들며 통곡치면서 말했다. "그럼 왜 양아버지 집을 다 팔아 회사 아파트건축비용으로 충당했는가요? 양아버지 집도 없어 딸 지예네 집에 얹혀 살겠구만요.건 불효가 아닌가요?" 군철은 어이없어 했다.그러나 그는 아주 내심하게 말했다. "불효는 옳소.직원들의 아파트를 짓자고 부득불 불효를 저질렀소.이제 내 앞으로 탄 새 아파트를 다 장식하면 양아버지한테 줄 예산이오. 난 이젠 두번 다시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소. 때문에 이젠 우리 결혼 말을 다신 꺼내지도 마오.이건 가은이를 생각해하는 말이기도 하오. 난 불효자식이오.자기를 길러준 양아빠도 제대로 효성을 하지도 못하는 불효자가 어떻게 자기 색시를 아낀다고 그러오? 저네 엄마 말처럼 내한테 시집오면 한뉘평생 고생할 팔자요.고생문이 터질게오. 애도 둘이나 달린 홀애비지…" "뭐라고?" 가은은 상큼한 콧날을 세우면서 상을 찡그렸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던가요? 어머니 정말 말이 아니군요." 군철은 혀를 홀랑 내밀었다. "아니오. 내 실수했구만. 괜히 저네 모녀간을 싸움시키겠소. 이젠 달리 생각지 마오. 난 이젠 총경리도 며칠 할 거 같잖소. 코로나 풀리니 이젠 회사 백신공장도 망했소. 이젠 나도 백수건달이 될 거요. 날 따라 고생할 궁리는 걷어치우오.그게 제 전도를 생각해 현명한 선택이오." 군철은 가은을 뒤에 두고 정자에서 내려갔다. "난 똑똑하고 이쁘고 새파란 숫처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홀애비오. 이젠 시간도 퍽 갔으니 집으로 돌아가오." 가은은 펄러덩 물앉아 어린애처럼 두 다리를 바둥거리면서 엉엉 대성통곡쳤다. "최총경리, 저의 참사랑을 받아주세요. 저는 한평생 최총경리 녀자로 살래요." 그녀는 쌍까풀포도눈을 치켜뜨고 군철을 바라보면서 비장한 마음을 먹었다.  "저를 헌독처럼 차버리면 저 태호에 풀러덩 빠져 죽고 말겠어요." "잠간!" 군철은 질겁해 홱 돌아섰다.  그는 가은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라고? 그러지 마." 그는 황급히 달려올라와 가은을 두 손으로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절대 짧은 생각을 먹지 마오.가은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야. 20대 말 새파란 나이에 전도 창창하오. 숱한 칠칠한 총각들이 가은을 기다리고 있소." 가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진정을 토로했다. "제가 어디 세살짜리 앤가 하는가요? 저는 최총경리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모한지 오랜데요." "당대표라고 그러오?"    가은은 헉헉 흐느끼면서 군철의 품에 와락 안겼다. "딱 그것만이 아닌데요." 군철은 목숨으로 위협하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어야 했다.    가은은 군철의 드넓은 품에 안겨 져가는 석약을 빌어 번대머리와 우멍눈을 쳐다보며 종달새처럼 종알거렸다.  "그대는 우리 2천여명 직원들의 구세주인데요. 그대는 직원들한테 새 아파트를 지어 한채씩 나눠주었지요.또 회사가 파산되게 되자 그대는 중국 로동법과 회사와의 계약에 근거해 회사를 소송해 매개 직원한테 해고금 30만원씩 주게 했지요.이젠 우리 직원들이  아파트 팔면 몇백원씩 벌 수 있어 허망 나앉아도 아무데 가서도 살 수 있게 됐어요." 저멀리 반도체회사 옆으로 해 호수가에 우뚝 솟은 직원들의 새 고층아파트가 그들을 바라보며 희죽이 웃고 있었다. 군철은 겸허히 말했다. "다 우리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요.직원들이 몽땅 들고 일어나 회사를 포위하고 부당해고금을 안 주면 회사 건물을 팔지 못한다고 시위하지 않았고 뭐요? 때문에 회사에서도 압력을 받아 30만원씩 주게 된 거요. 내 혼자 무슨 일을 하겠소?" 가은은 머리를 끄덕이며 탄복했다. "그대는 진짜 우리 직원들의 리익을 대표해 싸운 당위 서기입니다. 참말로 당대표다와요.우린 이런 당대표를 모신 것으로 해 영광입니다." "쯔쯔, 짧은 바지가랭이를 자꾸 춰올리지 마오." 그러나 가은의 치하는 과분하지 않았다. "그대는 지금 우리 직원들이 허망 나앉게 되면 일자리를 마련하려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줄 아는 그대는 꼭 자기 색시도 살뜰히 아낄줄 알리라 믿어요." 사실 회사는 당장 파산되고 박총경리마저 퇴직해 본 국으로 돌아가게 되였다. 군철은 박경리가 본국에 귀국하기 전에 회사 건물을 팔아 본사에 바쳐야 된다는 정보를 장악하였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법원에 소송한 한편 은행대부금을 맡아 개인명의로 회사 건물을 사기로 하고 매개 직원한테 부당해고금으로 30만원씩 주라고 협상하였다. 박총경리는 희죽이 웃었다. "아우가 또 한번 날 구했네.회사 건물을 팔지 못하면 난 퇴직연금을 탈 수 없었네.난 이젠 엉치를 툭툭 털고 집에 가면 되는데유. 아우는 이 큰 회사 건물을 사서 뭘 하려나?" 군철은 이제 회사 건물에 많은 꿈을 이루려고 했다. 황선희박사와 김춘희박사, 복화, 가은과 합작해 성기능제고보건약제품을 선두로 한 주식제 제약회사도 차리고 김운선 등 기술개조소조 기술일군들과 합작해 주식제자동화설비회사를 차릴 예산이였다. 또 리문걸 양아버지와 하나의 특장을 살려 부동산개발회사를 차리고 옹기종기 들어앉은 호수를 메우고 고층아파트를 건축할 여러가지 웅대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군철은 박총경리나 가은한테도 아직 자기 원대한 꿈을 드러내지 않고 시치미를 땄다.    "모르는 소리, 난 나쁜 남편이오.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처도 다 내친 망나니오." "그런 말 마세요.안해가 어떻게 놀았으면 그런 못할 일을 했겠어요." "해도 넘어갔소.이젠  집에 돌아가기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서 얼굴을 떼며 믿음에 찬 눈길로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저는 최총경리님을 믿고 영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어요.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군철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군철은 예지로 빛나는 가은의 눈길, 이슬이 반짝이는 그녀의 쌍까풀포도눈을 보며 속으로 마음을 부르르 떨었다.  (가은아, 제발 이러지 말아라.나도 괴롭다. 나도 륙정칠욕이 있어. 가은아, 넌 나이에 비해 얼마나 총명하고 이쁜 처녀이냐?넌 얼마나 사랑스럽느냐?)    군철은 가은을 꼭 끌어안고 우유빛 얼굴과 목을 탐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마의 노르스름한 보슴털과 까만 속눈섭마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야.ㅎㅎㅎ.    군철은 가은을 놓아주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 누군 너처럼 이쁜 숫처녀한테 장가를 들면 좋은줄 몰라 그러겠느냐? 그러나 차마 난 두 애 아빠로서 너한테 무거운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양아버지한테도 더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어.)  바다와 같은 망망한 호수에서는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호수가에 한가히 놓인 장의자 주위에서는 청초한 참대숲이 흥분에 못이겨 설레인다.
33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0 김장혁 댓글:  조회:1402  추천:0  2023-07-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0. 춘희와 마끼 그리고 애인의 로맨스    남방에는 월계화가 핀지도 오랬다.벗꽃도 뒤질세라 꽃향기를 만천하에 풍기면서 머리를 숙이고 줄느런히 서 있다. 이젠 코로나도 완전히 풀려 관광열이 올라 휴가일이면 관광열기에 분주하였다. 춘희는 자그마한 트렁크에 관광 가서 입을 옷을 하나하나 챙겨 넣었다. 가은(야마구찌마끼)의 쌍까풀포도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니, 어디 가는가요?” 춘희는 딸애한테 속일게 없었다. “그래. 일본에나 관광하러 갈가 해 그래.” “혼자 가는가요?” 춘희는 좀 침묵하다가 말했다. “리문걸선생님과 함께 간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 쏘파에 풀썩 물앉았다. “어머니, 제정신 있는가요?” 춘희는 외까풀눈으로 딸을 째려보았다. “왜?” 가은은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졸혼하고 잘하는군요. 리혼하고 재혼하고 또 리혼하고 재혼하고.어머니, 그래 리선생님과 기어이 재혼하려는 건가요? 이제 몇번 재혼하려는가요? 세상 보기 부끄럽지 않는가요?” 춘희는 트렁크 쟈크를 쪼르륵 닫아 트렁크를 벽 밑에 세워놓고 가은이 옆에 다가와 앉더니 정답게 마주 바라보며 정색했다.  “그래. 이번에 일본에 가서 다이로교수와 리혼수속을 해야겠어. 또 사쿠라 기생년이 다이로교수 애를 낳았는가도 두루 알아봐야겠다.” 가은은 쌍까풀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젠 다이로교수 유산을 건너다 보지 맙시다.피곤하지 않는가요? 그게 없어도 우린 이젠 우리 모녀간의 힘으로라도 잘 살 수 있어요." 춘희는 날따라 성숙해가는 딸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잘 생각했다." 가은은 한술 더 떴다. "문걸선생님이 어머니를 사랑하는가요? 어머니를 다이로교수 유산에 눈이 새빨개진 수전노라고 욕하진 않고.흥." 춘희는 정색했다. "너도 알지만 문걸선생과 나는 원시림에서 생사선을 헤매면서 참사랑을 맺었다.우리 참사랑은 진짜 생사고비에서 고험을 겪은 사랑이야. 문걸선생님의 말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야.그는 교수급 설계사, 미술가. 난 의학박사, 교수급 주임의사. 얼마나 천생배필이냐? 우리 사랑은 오랜 세월 순박한 감정을 용광로에서 사랑으로 제련한 참사랑이야." 그녀는 딸애에게 등산하러 갔다가 원시림에서 눈구덩이함정에 빠져 협곡에서 기여올라오지 못해 생사선에서 헤맬 때,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때 사랑을 맺게 된 일을 쭉 이야기했다. 가은은 어머니 말에 감격하긴 고사하고 눈을 흘기면서 비웃었다. "쯔쯔, 50대 초반에 진짜 신바람 났구만요." 딸이 뭐라든 춘희는 뒷말을 이었다. "난 너의 전도를 고려해 다이로교수와의 인연을 뚝 끊을 수 없어 계속 미루었다. 이젠 네가 다이로교수 손에서 벗어났기에 다이로교수와 연을 끊어도 된다. 난 네 전도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   가은은 일본에 있을 때 일본 소녀 마끼로 돌아갔다.그녀는 어머니 두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이젠 다이로교수와 리혼하면 친아빠와 복혼해요.엄마를 생각해 말하지만요. 문걸선생은 착한 분이란 건 나도 알아요. 그러나 마음 심지가 너무 연약한 거 같아요.쩍하면 정신병에 걸리잖아요?" "다 나아서 출원했잖았니?" "글쎄 금방 출원했는데요. 이제 또 언제 정신병이 도질지 누가 알아요?이제 누굴 고생시키자고. 어머닌 이제 황혼에 문걸선생의 가정의사로 될 예산인가요?" 가은은 자라면서 아빠와 엄마의 리혼을 비극으로 생각하게 되였다.  "난 엄마와 아빠가 리혼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지는 것만 같아요. 아빠와 엄마가 하루 빨리 한 집에서 사는 걸 보았으면 원이 더 없겠습니다." 그녀는 엄마가 아빠의 과거를 량해하고 복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어머니와 문걸의 재혼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걸의 양아들 군철과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일면도 있었다. (내 군철과 결혼하면 엄마가 어떻게 군철의 양아버지와 결혼해? 촌수가 개판이 될 판인데. 세상 사람 웃기자고? ㅋㅋ.)  춘희는 딸의 용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은도 어머니가 왜 문걸과 불시에 재혼하려는 진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춘희는 이젠 다 성숙된 가은이와 제대로 말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얘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난  네 아빠하구 재혼할 수 없어. 리선생님 같은 남편감 어데 가서 더 찾겠느냐? 교수급 미술가지. 마음씨 착하고 참사랑 추구자지? 그런 분...” “관둬요!” 가은은 차탁을 탕 치면서 엄마한테 눈을 흘겼다. “엄마, 딸 전도를 망칠 예산인가요?” 일본 류학출신들인 그들 모녀간은 일어에 조선어를 마구 섞어 대화했다. “건 무슨 말이냐?” 춘희는 자기 속마음을 모르는 가은이 안타까와 두 손을 꼭 잡고 타이르듯 말했다.  “난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너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도 바칠 수 있어.” 그러나 가은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머니, 딸을 생각하면 리선생님과 재혼 그만 둬요.” 춘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너네 아빠와 재혼하라고? 건 안돼. 딸과 안해도 모르고 가정도 모르는 그런 주정뱅이, 바람둥이하군 재혼 못해.” 가은은  어머니 손아귀에서 손을 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예요.” 가은은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고 어머니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어머니 몰라 그래요? 난 군철 총경리한테 시집가기로 했는데요. 어쩜 눈치 없이 노는가요? 어머니 군철의 아버지하구 재혼하면 제가 어떻게 군철한테 시집갈 수 있는가요? 촌수 개판이구만요.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요? 지갑이네 혼사라고 비웃지 않겠는가요?” 춘희는 속으로 깨고소해했다. (그게 바로 내 목적이야.) 춘희는 바로 하나 밖에 없는 딸이 군철과 결혼하는 걸 막으려고  문걸과 재혼하려고 비장한 결심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짐짓 이제야 아는 척하며 꾸며댔다. “그래?” 그녀는 딸을 마주해 바로 앉으면서 말했다. “얘야, 군철하곤 절대 결혼 못해. 넌 새파란 숫처녀인데 어찌 애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시집가니? 엉? 또 군철은 일시 총경리지만 이제 모든게 끝나. 봐라. 너네 반도체회사는 미국 제재로 인해 당장 파산되게 됐어. 본 회사에선 너네 회사를 베트남으로 이전해가게 돼. 그럼 군철인 총경리 아니라 허망 나앉게 돼.” 춘희는 딸의 두 손을 꼭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넌 총명한 애야. 헌데 왜 대상문제에 대해선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려고 해? 왜 하필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냐? 하많은 훌륭한 총각들을 두고 왜 세상 무서운 색마네 아들이냐? 너도 알겠지? 유전자란 무서운 거야. 군철이 애비 왜 감옥에 들어갔느냐? 숱한 첩과 애인을 데리고 개지랄 쓰다가 감옥에 들어갔어.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그 놈의 아들이라고 다를 거 같아? 넌 눈에 콩깎지 끼웠구나. 뭘 보고 그런 바람둥이 가문에 들어가려고 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널 그런 색마 굴에 보낼 순 없어.” 그러나 딸은 어머니 모성애를 꼬물만치도 리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군철 총경리를 그렇게 추화하지 마세요. 그는 대공무사하고 남을 배려할줄 아는 당대표인데요. 아버지와 판판 다른 분인데요. 보세요. 자기 집까지 다 팔아 직원들의 아파트를 짓는 걸. 직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분은 꼭 자기 안해도 살뜰히 관심할 건데요.”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댁과 리혼했겠구나. 피는 속이지 못해. 왜 하필이면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한테 후처로 들어가려고 그래? 참 답답해? 애 둘의 후에미 하기 그리 쉬울 거 같아? 나이두 열두살이나 이상이지. 제집두 다 아파트건축비용으로 내놓는 거 봐라. 세간살이 할 사람인가? 제 가정을 챙길줄도 몰라. 제 노릇도 못할 사람이야. 어머니 그래도 너보다 인생경험이 더 많잖니? 엄마 말 좀 들어라. 당장 홀애비와 그만둬.” 그러나 가은의 입에서는 난 어머니도 믿기 어려운 말이 튀여나올줄이야. “그리 똑똑해서 엄만 나이 거의 스무살이나 이상인 리선생님과 재혼하겠구만. 난 나이와는 관계없어요. 제 밖에 모르는 자사자리한 자기중심주의자하고는 절대 살지 못해요. 난 똑똑하고 능력 있는 홀애비한테 시집갈지언정 능력도 없는 머절싸한 바보한텐 절대 시집가지 않을 거요.” 춘희는 말로는 가은을 막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녀는 딸이 홀애비한테 시집가는 걸 막으려면 오직 문걸과 재혼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이를 옥물더니 오쫄 일어나 트렁크를 끌고 나가면서 가은을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엄마 말을 명심해라. 절대 홀애비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 엄만 문걸선생과 재혼할테니까.” 뒤에선 가은의 애원소리가 들려왔다.  모성애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춘희는 딸을 군철한테서 갈라놓으려고 굳은 마음 먹고 택시를 타고 문걸의 셋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녀는 문걸과의 재혼을 하루라도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페부로 느꼈다.   딸애를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피눈물나는 모성애가 효녀의 콩깍지 낀 눈을 등대처럼 밝혀주며 미끄러운 발을 받쳐주려고 아득바득한다. 친부모의 사랑을 억지로 땜질해 보려는 효녀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가긍했다.  서로 혼사 반간을 놓으면서 모녀간은 상대방의 행복을 서로 지키려고 모지름을 쓰고 있지 않는가.  문걸은 춘희 말처럼 아직도 춘희를 사랑하는 건가? 문걸과 춘희 참사랑이 이뤄질가? 모성애와 참사랑, 눈물겨운 효성이 하늘 공중에서 부딪치면서 비장한 애정서정시를 노래부르고 있다.  
33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9 김장혁 댓글:  조회:1355  추천:0  2023-07-01
    대하소설 졸혼 김장혁   109.梵净山에 올린 기도    귀주에서 절승경개는 그래도 梵净山을 꼽을 수 있었다. 산골에 있는 명승으로 가는 길은 꽤나 지루했다. 하영은 관광뻐스를 타고 귀양에서 한 5 시간 좌우 400여킬로메터를 달려서야 중국 5대 불산(佛山)  중의 하나인 梵净山 가슭 요족(瑶族)전통마을에 이르렀다.  하영 등 유람객들은 점심에 요족전통마을에서 참대통에 고은 닭곰찰밥을 맛있게 먹고 요족전통마을을 둘러보았다. 요족들은 대부분 묘족이나 뚱족 가옥처럼 산기슭에 2층 목조다락집을 짓고 살았다. 다락집 1층은 창고나 부엌이고 2층에 침실과 객실이 있었다. 요족처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요족에게도 독특한 혼인풍속이 있다고 하였다.  총각은 마을의 한 처녀가 마음에 들면 처녀네 다락집 부근에 가서 애정노래를 부르고나서 처녀네 다락집 밑에 가서 몽둥이로 다락집 널벽을 두드린다. 처녀가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총각이 마음에 들면 창문을 활짝 연다. 그럼 총각은 맨손으로 2층 다락집에 바라올라가  창문으로 다락집에 기여들어간다고 한다. 부모들은 총각이 마음에 들면 그날부터 딸과 동거하게 하고 나중에 결혼식을 올려준다고 한다. 그런 번개식 혼사는 물론 총각과 처녀가 진작 눈이 맞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영은 저도 몰래 감탄하였다.  (호, 요족의 혼인풍속도 참 독특하고 재밌구나.) 하영 등은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대문에 가서 삭도를 타고 한 반시간 올라갔다. 삭도에서 내리자 또 돌층계로 한시간 넘어 톺아 올라서야 희끄므레한 구름 속에 뭇산 위에 도고히 우뚝 솟아 있는 梵净山 마루가 보였다.   梵净山은 거의 90도 각으로 깎아지른 네모난 절벽으로 이뤄진 절벽산이였다. 그 산 위에는 절당이 도고히 앉아 유람객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梵净山은 진짜 신비한 절경이였다. 변덕스러운 梵净山은 흐리멍텅한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가도 쨍 하고 해 뜨는  맑은 하늘에 정체를 보일락말락하게 드러내기도 해 그 신비로움을 더 해주었다.      어떤 유람객들은 梵净山을 보러 몇번이나 왔다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한번도 梵净山의 진면모를 보지 못하고 소낙비만 맞고 돌아갔다고 하였다. 하영이랑 운수가 그만하면 좋은 셈이였다. 묘족녀가이드는 梵净山 등산은 위험하기에 될수록 녀성들이거나 로인들은 올라가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하영은 큰 마음을 먹고 유람객들을 따라 梵净山에 톺아오르기로 했다.  그녀는 천년이끼 낀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난 층계를 따라 눈뿌리 아찔한 절벽을 한발자욱, 한발자욱 힘겹게 톺아올랐다. 어떤 층계 넓이는 한메터도 될락말락해 하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가누며 간신히 하늘을 나는 절벽 층계를 바줄을 잡고 톺아올랐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발 밑에서 감도는 절벽 틈을 파고  낸 층계를 밟고 올라가면서 아래를 피뜩 내려다보았다. 어머나, 눈뿌리 아찔하게  백길나락이 공포를 자아냈다.      살상가상으로 비좁은 층계로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란 아주 공포스러웠다. 서로 절벽에 붙어 서면서 바깥에 몸을 내밀기 싫어했다. 죽을가봐. 진짜 머리끼 다 곤두설 공포 몸서리 칠 지경.     인생기도 梵净山의 가파로운 절벽처럼 가파롭다. 자칫 발을 빗디디면 천길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다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기 힘으로 한걸음, 한걸음 톺아올라가야만 안전하고 완미한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영이 잔등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梵净山 절정에 올라가니 중국 5대 불교성지 梵净山 절당이 맞아주었다. 발 아래에서 흰 구름떼들이 양무리처럼 흘러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유람객들은 梵净山 절당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향촉을 밝힌다, 향을 태운다 하며 복새판을 이루었다. 하영은 梵净山 절당에서 향을 태우진 않고 梵净山 절정에 서서 사위를 둘러보다가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동쪽을 바라고 두 손을 합장하고 두눈을 살며시 내리깔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존지존능한 아미타불이여, 저는 시집가기 싫어요. 저의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세요. 왜냐인가고요? 모두 결혼해서 고해를 겪지 않는가요?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세요. 순정 언니를 보세요. 바람 피우는 색마 남편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하면서 살았는가요? 남편이란 색마놈이 바깥에서 순정 언니 사촌녀동생 영희와 암암리에 바람 피워 아들애까지 낳았지요. 이게 무슨 가정입니까? 이러고도 부부입니까? 이런 가정을 만들려고 저도 결혼해야 하는가요? 절대 아니잖아요?) 하영은  유람객들이 마구 밀려오자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남쪽을 향해 합장하고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중얼거렸다. (전지전능하신 여래불님,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세요.  혼인과 가정에 실패한 남녀들은 지금 뭐 새로운 혼인풍속이라는가요? 졸혼이란 걸 하고 부부간에 서로 소 닭 보듯 하면서 무슨 자기만의 인생을 산다고 해요. 순정은 글쎄 예술단과 경로원을 차려 늘그막에 착한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합시다. 그러나 영희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녀는 남편과 졸혼하고, 아니, 리혼까지 했지만요. 그저 손군들이나 보다가 저세상 사람이 되지 않았는가요? 한뉘 무슨 락이 있었겠습니까? 개고생하다가 죽고 말았는데요. 나영을 보세요. 졸혼하고 바람 피우더니 무슨 꼴이 됐는가요? 색마 변강쇠한테 붙어 미국과 일본, 한국에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더니  더러운 색마네 씨를 받아 임신까지 하고... 사는게 고달프지 않은가요? 저도 보세요. 출세하겠다고 미인계를 쓰다가 뭐가 됐는가요? 허부장과 최국장한테 20대 청춘을 빼앗겼지요. 심지어  망아산 수림에서 최국장하고 바람 피우다가 강도들한테 걸려들어 쇠파이프에 맞아 하마트면 목숨까지 잃을 번했습니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들처럼 한평생 결혼하지 않고 금욕주의자로 사는게 옳은 거 같아요. 결혼이나 졸혼 해서 고해를 겪을 거면 아예 결혼하지 말고 졸혼할 필요없이 혼자 조용히 사는게 낫지 않을가요? 저의 소원을 이루게 부처님께서 도와주리라 믿습니다.'순간 그녀의 귀전에는 부처님인지, 스님인지 묻는 계시가 들리는 상 싶었다. ( 뭐라구요? 저는 숫처녀 아닌데요. 비록 결혼은 아직 한 적도 없지만요. 저는 이미 두번 결혼하나 다름 없는 화냥년이예요. 미인계를 써서 높은 벼슬자리에 바라오르려고 대학시절에 벌써 허부장한테 숫처녀를 팔아먹었지요.)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불시에 자기를 사무실 침대에서 깔고 뭉개던 허부장의 짐승 같은 징그러운 몰골이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났다. 하영은 몸서리치는 그 일을 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에 더러운 추억을 실어보냈다. (저는 미인계를 써서 일약 조직문제도 해결하고 학생회 부회장 겸 문예부장으로 올라갔지요. 헌데 처녀를 팔아 산 모든 벼슬 물거품이 돼버렸어요. 지금 보면 제가 미인계를 썼다기보다 허부장이나 최국장이 저를 권력을 빌어 벼슬자리로 저의 청촌을 헐값으로 점유했다는 것이 옳은 거 같아요.) 그러나 하영은 내심의 모순충돌을 이길 수 없었다. 남자 맛을 맛볼대로 본 그녀로서는 새파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다신 남자들과 상대도 하지 않고 한평생 금욕주의자로, 부처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망아산 수림에서 정호와 바람을 피우다가 강도에게 맞아 죽을번한 일로 저는 당적도 제명받고 가무단 부단장직과 공직마저 떼우고 말았어요. 저는 지금 무직업자로 됐어요. 다행히 정호의 아들 덕에 반도체회사 공회 문예부장을 하지만요. 사실 정호의 아들 군철은 애비 대신 죄과를 갚아주려고 들었지요. 통속한 말로 한다면 군철은 애비 엉치를 닦아주려고 들었지요.  그러나 며칠 가겠어요? 저의 추행적이 회사에까지 소문이 퍼져서 이젠 저는 회사에서 낯을 들고 살기 어렵게 됐어요.저는 어쩌면 좋아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이여, 저의 상처입은 령혼을 구해주옵소서. 저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명색이 처녀지만요. 결혼한 사람들처럼 이젠  졸혼하고 혼자 자기만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저는 어쩌면 좋아요?...)  하영은 정호가 하던 한마디만은 옳은 것 같았다.     "정치를 하겠으면 자기 실력으로 가파론 절벽이라도 바라올라가야지. 미인계로 바라올라선 안돼. 언젠가는 발각나 망한다, 망해."     (내 처음 포로돼 색마의 품에 안겼을 때 한 말이지. 날 생각해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을가? 날 점유하자면 그런 말 하지 말아야는데. 참, 알고도 모를 일이야. 음흉한 색마의 속알멀치는 진짜 안개 속에 잠긴 이 梵净山 절벽처럼 분간하기 어렵다, 어려워...)      하영은 梵净山 꼭대기에 외롭게 서서 가녀린 어깨를 들먹이면서 속으로 불운한 팔자를 탓하며 흐느껴 울었다.  똑또그르르, 똑또그르르. 梵净山 절당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 분주한 손님들의 발걸음소리를 재우면서 절주있게 울렸다. 하영의 슬프디슬픈  흐느낌소리가  경 읽는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어울려 화음으로 번지며 쓸쓸한 노래를 부르는 상 싶었다.  한가한 바람둥이들이 졸혼의 방패를 베고 누워 하품을 하며 낮잠을 청한다.   칠색치마가 오색령롱한 정치미몽을 거머쥐고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흐느끼며 자장가를 부른다. 성자유와 미인계 람루한 깃발이 강렬한 갈의 파도를 타고  정신쇠철창 속에서 가련하게 펄럭거린다.  梵净山은 자기 정체를 변덕스러운 구름 바다에 잘도 숨기지만 미인계 능수의 정체는 숨길 수 없어 어찌 하는고?
33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8 김장혁 댓글:  조회:1373  추천:0  2023-06-3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8. 하영의 흐느낌소리   하영은 일주일간의 한국 공연을 끝마치자 회사에 돌아왔다.   그녀는 코로나가 풀린데다가 회사에 별로 할 일도 없는지라 대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로 답답한 마음을  힐링하고 싶었다. 하여 군철 총경리와 인사과에 휴가를 내고 남방으로 관광하러 떠났다.  4월 초였지만 남방은 가는 곳마다 화초가 우거지고 신록이 짙었다.  광서 계림 부근에 무릉도원은 진짜 명승이었다.  무릉도원은 일찍 도언명의 “도원기”에도 나온 천하 명승고적이였다.  하영 등 유람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첩첩산중에 난 자연석굴의 기암괴석을 꿰뚫고 나가자  사면이 자그마한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무릉도원이 나타났다.  무릉도원 복판에 강을 끼고 평평한 분지에 게딱지처럼 여기저기 목조초가집이 드문드문 들어앉아 있었다. 민족복장을 곱게 입은 이쁜 뚱족녀인들이 참대루각에서 은빛두관과 목걸이, 팔찌를 반짝이며 춤 추면서 유람객들을 환영했다. 무릉도원에는 봄을 맞아 연분홍 복숭아꽃이 활짝 피여 황홀경을 이루었다. 물로 씻어낸듯이 청초한 참대숲이 봄바람에 설레이면서 아름다운 운치와 의경을 진하게 더 해주었다. 유람객들이 유람선에서 내려 한 2층 뚱족목조다락집에 들어서자 뚱족복장을 입은 남편은 해금을 켜면서 노래부르며 유람객들을 맞이했다.  뚱족가옥은 보통 2층 목조다락집이였다. 남방은 습하기에 보통 1층은 창고나 부엌으로 쓰고 2층에 침실과 객실이 있었다. 하영이 바라보니 뚱족안해의 머리에 쓴 은관과 목에 건 은테에서 안해의  지위와 부를 자랑하는듯이 은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뚱족안해는 남편 옆에 나란히 앉아  연분홍천에 바느실로 꽃을 수를 놓으면서 남편의 노래에 화답해 화음으로 노래를 우아하게 불렀다.  뚱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똥족은 모계씨족이라고 하였다. 모든 건 안해가 주관한다고 하였다.  뚱족에게는 독특한 혼인풍속이 있었다. 청혼할 때 뚱족총각은 처녀의 집루각 아래에서 산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고 했다. 뚱족총각이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아무 재간도 없다고 처녀가 퇴짜를 놓는다고 하였다. 뚱족처녀가 총각이 마음에 들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였다. 그때 뚱족총각은 꼭 자체로 수가공한 은빗을 가지고 와서 처녀 머리에 꽂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보통 뚱족녀성의 머리에 은빗이 꽂혀 있으면 결혼한 녀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처녀의 부모가 총각을 자기 집에서 지내보고 아무런 재간도 없는 것을 발견하면 은빗을 되돌려주고 집에서 축객령을 내린다고 하였다. 하영은 뚱족관광액세서리점에서 은빗을 하나 골라 사서 뚱족녀성처럼 머리에 비스듬히 꽂았다.  그러자 뚱족가이드는 눈이 휘둥그래서 물었다. “결혼했는가요?” 하영은 능청스러운 말을 해 웃겼다. “아니, 한평생 결혼하지 않을텐데요. 은빗을 꽂으면 혹시 아무도 달려들지 않을지 누가 알아요?” 가이드는 어안이 벙벙해 한참 하영을 쳐다보았다. “진짜, 웃기네요. 이렇게 이쁜 처녀가 결혼하지 않겠다면 누가 믿어요? 호호호.” 30대 초반의 뚱족가이드는 대학을 졸업하자 심수에 진출해 한 회사에서 일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나라에서 고향에 뚱족관광마을을 건설한다고 하자 남편과 애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와 뚱족관광마을에서 가이드를 한다고 하였다. 초면강산인 그녀가 어찌 새파란 하영한테 곡절적인 소설 같은 비극적인 인생사가 있다는 것을 알랴.   하영이랑 광광뻐스를 타고 귀주 동남쪽에 산골에 있는 서강천년묘족마을에도 가보았다.  묘족녀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묘족은 원래 황하 류역인 하남성 락양 일대와 호남성과 호북성 장강상류 일대에서 위주로 살았다고 한다.  몇천년 전에 묘왕 차유는 황제와 염제 형제의 련합진공에 의해 전패해 살해되였다. 그러자 차유 묘왕의 후대는 묘족 한무리를 이끌고 남하하여 지금의 귀주와 광서,사천 동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귀주와 광서의 원 본토배기 동족(侗族)은 외지에서 온 묘족들이 자기들의 지반을 차지한다고 묘족과 수천년 동안 갈등을 겼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새 중국을 건설한 후 호남성과 귀주성, 광서 등지에 묘족과 동족  련합 자치주와 자치현을 여러개 설치해주고 민족단결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유력한 정책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 묘족과 동족, 요족 등 형제소수민족들은 민족자치를 향수하면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하영 등 유람객 일행이 관광뻐스에서 내려 묘족마을 대문에 들어서자 이쁜 묘족녀성들이 은빛 은관과 목걸이, 흉패를 번쩍이며 두줄로 쭉 늘어서서 흥겨운 꽹과리와 피리 소리에 맞춰 묘족군무를 추며 반갑게 환영했다.  묘족녀성들은 유람객들한테 묘주를 권하면서 열정적으로 맞이했다.  한 묘족녀성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하영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술잔을 내밀었다. "어느 민족인가요?" "조선족인데요." "네- 조선족 한복은 아주 이쁜데요.우린 다 같은 소수민족인데요.묘주룰 마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하영은 묘족녀성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 앵두입에 대고 살짝 마셔보았다.꽤나 목구멍이 쨍해났다. 위대한 묘족은 손님을 열정적으로 대하는 례의민족임에 틀림없었다.  묙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귀주 일대 묘족은 모계씨족이라고 하였다. 모든 건 녀자의 말이면 다라고 하였다. 남편은 그저 집에서 안해의 지령에 따라 안팎 일을  할뿐이라고 하였다. 애의 성도 안해 성을 따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하영이 장가계를 가면서 호남성 상서 묘족자치주 봉황성 일대에 가보니 상서 묘족의 풍속은 판판 달랐다. 상서 묘족은 대남자주의가 농후했다. 애를 낳아도 녀자애를 낳으면 "밑질애(赔钱货)"를 낳았다고 욕하고 남자애를 낳으면 "돈벌애"(赚钱货)를 낳았다고 비단보에 싸 이고 다닌다고 한다. 녀자애들을 낳은 녀자는 시집에서 발언권이 없고 남자애들을 많이 낳은 며느리가 집안에서 말이 선다고 한다.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 지역에 들어서자 미목이 청수하게 생긴 묘족남성가이드가 관광뻐스에 올랐다. 훤칠한 미남자 묘족남성가이드는 호남대학을 졸업하고 10년 전부터 가이드를 했다고 하였다.    관광뻐스는 호기심에 찬 하영이랑 싣고 토가족지역인 부용진으로부터 묘죽지역인 봉황성으로 달려갔다.    묘족남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그의 할머니는 아들 여섯이나 낳았기에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턱을 쳐들고 우쭐거리면서 남들을 이래라저래라고 삿대질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의드의 어머니가 시집와서 딸을 줄줄 넷을 낳자 할머니는 "어디서 저런 상문년(伤门货)을 데려왔는가고 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이거나 선물은  어머니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선물을 들고 집 앞을 지나면서도 어머니한테 눈만 흘기면서 지나가 아들 넷이나 낳은 삼촌댁을 가져다 주군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자애(남성가이드)를 낳자 할머니 태도는 확 바뀌였다고 한다. 그때 부터 흘기던 얼굴을 사라지고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어머니도 "괜찮은 며느리"라고 하면서 불쌍해하면서 동정했다고 한다.       묘족녀자들은 일단 시집가면 다신 본가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본가집 부모가 세상 떠도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하여 상서지구 묘족녀자들은 봉건 때 값이 없이 천대받았다고 한다. 하여 묘족녀자들은 시집가면 본가집 식구들을 다신 생전에 볼 수 없게 되기에 결혼날자 정해지면 련며칠이고 부모형제를 붙안고 통곡친다고 한다. 그리하여 당지 묘족들에게는 哭婚풍속이 수천년 성행하였다고 한다.     하영이 장가계를 가면서 호남성 상서에 가보니 哭婚은 토가족한테도 있었다. 토가족들은 결혼 첫날에 대부분 대성통곡치면서 결혼한다고 한다. 그것은 결혼첫날이면 첫날색시는 신랑과 동방화촉을 밝히지 못하고 토가족왕한테 압송돼가서 토가왕의 침대에 올라 온밤 동반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토가족들은 토가왕이 결혼하는 소식을 알면 결혼 첫날 밤에 색시를 빼앗길가 봐 겁나 토가왕을 속이려고 상사나 난 것처럼 대성통곡치면서 결혼한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통공치면서 결혼한다고 토가왕의 졸속들을 속일 수 있겠는가. 토가왕은 그런 통곡결혼해 왕을 기만한 가족을 옥에 가두고 노예로 삼았고  통곡결혼한 집 색시를 빼앗아 왕궁에 데려다 시녀로 쓰거나 이쁘면 궁녀 혹은 첩년으로 데리고 살았다고 한다.    토가족녀성들은 남편이 외지에 가서 일하면서 변신할가봐 묘수를 궁리해냈다고 한다. 집에 독사와 당지 벌레를 한 초롱 속에 넣어 키운다. 뱀과 벌레가 서로 물고 뜨고 싸우다가 독사가 이기면 토가족 녀성들은 자기 손가락을 물어 뜯어 흐르는 피로 그 독사를 먹여 키운다고 한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혹시 변심했으면 독사가 남편을 물어죽인다고 한단다. 그리하여 대부분 남편은 집에서 독사를 키우면서 자기를 기다리는 안해가 두려워 감히 외지에 나가 다른 녀성을 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묘족의 혼인풍속은 뚱족 혼인풍속과도 달리 독특했다. 다만 뚱족들처럼 처녀 머리에 은빗을 꽂아주는 대신 은관이나 은테를 사 주는 풍속이 있다고 했다.  묘족 처녀총각들은 명절 때 마을 광장에 모여 독특하게 선을 보는 풍속이 있었다.  마을 광장에서 한떼의 총각들은 한떼의 처녀들과 마주 서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맞선을 본다고 한다.  총각은 처녀 무리 속에서 어느 처녀가 마음에 들면 그 처녀한테 다가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오빠는 녀동생한테 정이 깊다네 녀동생은 절세미인이라 천생배필이죠.   만약 총각이 마음에 들면 처녀는 총각의 노래에 대창을 한단다.   녀동생은 오빠한테 정이 간다오. 오빠는 재간 많고 힘도 세다지오   처녀총각들은 노래로 대창면서 련애한다고 한다. 처녀총각들은 그렇게 처음 만나 서로 눈이 맞아 마음에 들면 본격적으로 련애를 시작하고 약혼하고 나중에 결혼하기에 이른다고 했다. 묘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묘족은 강탈혼인하는 혼인풍속도 있었다고 하였다.말하자면, 뉘네 집 처녀가 마음에 들면 처녀가 시집가는 날에 한무리 친척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색시를 빼앗아 결혼한다고 한다. 때문에 묘족들은 결혼식날에는 색시를 빼앗길가 봐 마을의 끌끌한 사내들로 색시 가마를 옹위한다고 하였다.  묘족녀가이드는 한숨을 후 길게 내쉬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저의 할아버지가 바로 저의 할어머니 결혼식 날에 빼앗아다가  략탈결혼하였습니다." 유람객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묘족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물론 강탈혼인은 해방전 봉건사회 때 있은 혼인풍속이고 지금 새 중국이 건설된 후에는 강탈혼인풍속은 묘족사회에서 점차 사라졌다고 하였다. 사실, 지금 “강탈혼인”은 명색뿐 연극에 불과하였다. 처녀총각이 서로 사랑해 혼약을 정한 후 처녀쪽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총각 쪽에서 마을 청년들이거나 친척사내들을 보내 처녀가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려 마구 빼앗아온다. 본가집 오빠 등은 녀동생을 찾아오려고 쫓아간다. 그러면 총각네 집에서는 은장신구나 은전을 오빠한테 주면서 얼려보내고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하영은 묘족가이드에게서 독특한 묘족혼인풍속을 듣고 어쩐지 마음이 별스레 설레이는 감을 느꼈다.어쩐지 이상하게 저도 몰래 묘족들처럼 강제결혼이라도 당해 결혼하고 싶어졌다. (왜 이다지도 싱숭생숭해 나지? 나어린 탓인가? ㅎㅎ. 누가 내 같은 더러운 년한테 장가 들려고 하겠는가? 눈먹쟁이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괴롭기만 하였다.  묘족마을 복판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었다. 저녁에 묘족들은 마을 복판의 널다란 광장에 커다란 우등불을 피우고 정채로운 우등불야회를 열었다.  하영은 광서나 귀주나 어느 명승고적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조선어안내간판글씨를 보고 민족의 긍지감을 느꼈다.마을 광장 우등불야회 전자현광막에도 한어,영어와 함께 조선어가 나타나 빛발쳤다.  묘족녀성들은 우등불을 에워싸고 돌아가면서 다채로운 묘족군무를 추면서 유람객들로 하여금 휴식의 한때를 즐기게 하였다.  묘족녀성가이드의 소개를 받고 조선족인 림하영이 가수라는 것을 알고 사회자는 특별히 림하영을 우등불야회에서 노래를 부를 것을 요청했다. "우리 묘족과 조선족은 모두 같은 소수민족입니다. 아래에 조선족명가수 림하영녀사를 무대에 모십니다. 열렬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림하영은 사양하지 않고 우등불가에 나가서 청아한 목소리로 조선족노래 “아리랑”을 조, 한 두가지 언어로 구성지게 불렀다.   당지 묘족들과 전국 각지 유람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면서 재청했다. 우등불은 밤이 가는줄 모르고 피여올랐다. 묘족마을에는 임하영의 조선족 노래소리가 료량하게 울러퍼지였다.  무릉도원과 천년묘족마을에 조선어로 력력히 새겨진 조선어안내글도 하영의  노래소리에 흥겨워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묘족 가이드나 사회자나 관중들은 모두 하영이 노래를 부르면서 속으로 자기 불운한 처지에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33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7 김장혁 댓글:  조회:1254  추천:0  2023-06-2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7. 악연 화창한 봄날을 맞아 한국 남부 땅에는 연분홍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였다. 상춘객들은 가족단위로, 혹은 련인끼리 벗꽃을 구경하기에 분주했다. 순정은 관광뻐스에서 내려 벗꽃을 구경할 새도 없이 장백산 진달래예술단을 이끌고 일정대로 수원으로 북상했다. 원래 예술단의 명칭은 "장백산예술단"이였다. 그런데 예술단명칭도 지방민족특색을 살리라는 군철의 제의에 의해 순정은 그와 토론 끝에 "장백산 진달래예술단"으로 고쳤던 것이다.  순정은 예술단 예인들을 이끌고 수원에서 경기도교육삼락회 교장선생님들한테 다채로운 문예공연의 무대를 펼쳤다.  공연장을 꽉 채운 경기도 중소학교 로교장선생님들은 조선족특색이 짙은 그들의 부채춤 등 공연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엄지를 내둘렀다.  평양아가씨처럼 생긴 임하영이 금방울 굴리는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도라지를 부르자 로교장들은 관중석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민족의 동질감이 춤판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순정이 수준급 바레 "호수가의 백조와 독수리"를 추자 교장선생님들은 모두 조용히 바레예술의 매력에 푹 빠져 감상하고 있었다. 찰싹! 저게 웬 일인가. 글쎄 한창 바레를 추다가 백조 순정이 독수리 역을 맡은 남바레리나의 귀썀을 찰싹 갈겼다.  관중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독수리가 허리를 끌어안는 순간 순정은 무용강당에서 정호한테 유린당하던 일이 불시에 떠올랐던 것이다. 남바레리나는 어망간에 한대 얻어맞고 주춤 멈춰서더니  손으로 얼얼해나는 얼굴을 만지면서 순정을 멍해 마주 바라보았다.  관중들도 “우와-” 하고 소리쳤다.  그제야 순정은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녀는 독수리를 피해 도망치는 척 바레를 추면서 무대 한쪽 켠으로 비실비실 물러나며 남바래리나한테 눈짓했다.  그제야 뒤늦게나마 눈치챈 남바레리나도 독수리가 백조를 뒤쫓는 척 하며 스리슬쩍 퇴장했다.  그들은 바레에 없는 돌연적 사고를 간신히 얼버무려 예술적으로 마무리졌다. 무대에서 내린 뒤 순정은 남바레리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머리 숙여 사죄했다. “미안해요. 제정신이 아니였어요. 갑자기 이전에 불쾌했던 장면이 떠올라 그만...” 남바레리나는 희쭉 웃었다. “괜찮아요. 독수리가 백조를 랍치하려니깐. 귀썀을 한대 갈길만도 하잖습니까? 그랬기에 바레가 더운 고조에 오른 거 같아요. 허허허.” 남바레리나는 사람 좋게 웃어 넘겼다.   공연을 마치고 그들은 로교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였다.  오후에 그들은 로교장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면서 관광뻐스에 올라 수원에 있는 옛 조선 별궁 화성도 돌아보았다.  순정은 화성 옛 성곽을 둘러보면서 리조 조선의 정조 대왕의 효성에 감동을 먹었다.  정조 대왕은  왕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할아버지왕의  지독한 손에 억울하게 사망한 아버지 사도 세자를 기리여 아버지한테 화성이란 별궁을 지어드렸다고 한다.  정조 대왕은 해마다 경복궁으로부터 말을 타고 화성에 찾아와 아버지께 제를 지냈다고 한다. 해마다 정조 대왕이 화성으로 가는 화려하고 방대한 행차대렬은 몇키로메터나 늘어섰고 구경군들만 해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 수원에서는 해마다 정조 대왕의 화성 행차 옛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사도세자와 아버지 선조왕은 진짜 악연이야. 어쩜 선조왕은 자기 아들인 사도세자를 역적으로 몰아 삼복지간에 상자에 가둬넣어 말리워 죽였단 말인가? 진짜 부자간에 악연이야.) 순정은 쓸쓸하게 화성 옛터를 돌아보면서 자기와 정호도 악연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아프게 때렸다.  (그래, 진짜 악연이야. 더러운 놈과 악연을 맺어 가정도 없고 후대도 없잖은가?) 그녀는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보자 마음이 집게로 띠끔띠끔 물어뜯는 것처럼 아프기만 했다.  (심심산골 농사군 맏아들놈, 네놈이 내 아버지 아니였다면 국장을 했겠구나. 배은망덕한 놈.) 자초에 순정의 부모는 정호가 부모를 모셔야 할 자리라고 순정과의 혼사를 반대했다.  그러나 순정은 울면서 부모의 두 손을 꼭 잡고 꿇어앉아  싹싹 빌었다. “난 이미 정호선생님의 녀자로 됐습니다. 꼭 정호선생한테 시집가야 할 처집니다.”  부모는 핍박에 의해 막무가내로 정호와 순정의 혼사를 묵인했던 것이다.  순정은 정호가 맏아들이여서 시부모를 모시라고 하면 어쩔가고 근심했다.  그런데 시부모는 요염하게 치장한 시내 며느리를 여겨보고 며느리 눈치밥을 먹기 싫었다. 정호는 부모를 보고 기어이 시내에 들어가 함께 살자고 했다. 그러나 부모는 농사군은 농촌이 좋다면서 시내에 가지 않고 평생 농촌에서 살았던 것이다. (아마 내가 시부모를 잘 모시지 않은데다가 애까지 낳지 못했다고 그랬을가? 정호는 보복하려고 바깥에서 바람 피우지 않았는지도 몰라.) 순정은 세상 녀자들한테, 아니, 온 세상 처녀, 총각들한테 충고하고 싶었다. 절대 짝이 기운 대상과 련애하지 말라고.  (진짜 악연이야. 그 놈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내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겠는데. 참 후회막급이야. 그때 나이 어려 세상형편을 몰라 그랬지. 그놈이 담임무용선생님이라고 너무 믿어 발을 빗디뎠지. 한번 풀떡  빗딛이면 한뉘 개고생이야. 그때 그놈한테 깔리우지  않았더라도 내 무슨 이꼴이 됐겠어? 시당위 서기 따님이라고 혼사말군들이 문턱이 다슬게 나드는 판에. 어쩜 고르고 골라 저런 쥐를 골랐어? 세상 색마를.) 순정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후회와 분통이 화산처럼 터졌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그 놈한테 당하던 일이 화성 옛터를 배경으로 영화필림처럼 서서히 떠올랐다. 초중 2학년 때인가? 어느 하루 중간체조하러 나갔을 때였다. 예술학원 무용교원 정호가 줄을 줄느런히 선 녀학생들을 쭉 흝어보며 지나갔다.  그는 순정과 영희 나란히 선 앞에 와서 딱 멈춰 서서 우멍눈으로 이리저리 흘끔흘끔  훑어보았다. (그때 나하구 영희 왜 하필 그 놈 우멍눈에 들었어? 안 그럼 내 팔자 이 지경 안됐겠는데. 참. 안타깝다.) 그후 정호는 때때로 순정과 영희를 데리고 시내에 나가 근사한 해물관에 가서 맛있는 조개랑 소라랑에 맥주를 대접하면서 나꿔챘다.  색마 정호는 항상 무용을 배워주는 척 하면서 그녀들의 야들야들한 우유빛허벅다리도 스리슬쩍 매만지기도 하며 한숨을 풀풀 내쉬였다. 어느날 밤, 순정이 무용강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발레 “호수가의 백조”를 연습할 때였다. 정호가 스르르 뱀처럼 무용강당에 기여들어 희죽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 놈은 “백조한테 독수리 없이야 무슨 멋이오?” 하고 백조와 독수리 쌍무를 추는 상했다.  색마는 순정의 허리를 껴안고 허벅다리랑 가슴이랑 스슬 매만졌다. 순정이 색마를 힘껏 떠밀었지만 그때는 늦었다.  짐승처럼 정욕이 발작한 색마는 순정을 무용강당에 쓰러눕히고 미친듯이 소녀를 유린하고 짓밟았다.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 저는 16세 소녀, 미성년자입니다.” 그러나 나어린 소녀가 아무리 발버둥질치며 반항해도 색마는  놓아주지 않고 무참히 짓밟았다. “개놈새끼!” 순정은 이를 옥물었다. (그때 깔리우지 않아도 네놈한테 시집가지 않았을 거야. 진짜 악연이야. 네놈은 뭐야? 내 아빠 시당위 서기라는 걸 알고 날 나꿔채려고 내한테 접근해 깔아뭉갰지. 짐승 같은 놈. 네놈은 아빠 권력을 등에 업고 출세하려고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정치결혼한 거지. 네놈은 나하구 결혼하기 전에 똑같은 방법으로 그 무용강당에서 영희를 깔아뭉갰지. 뭐야? 영희하구 암암리에 몇십년이나 도적질해 살면서 군철이까지 낳았잖아. 개놈새끼, 인륜을 해치는 색마놈아, 네놈은 감옥에서 제 명에 죽는가 봐라.) 색마 정호는 15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이기에 성감옥으로 이전되게 됐다. 그때 순정은 군철의 낯을 봐서 마지못해 감옥에 면회하러 갔다.  그런데 정호는 뭐겠는가? 정호는 순정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감옥에 갇히긴 갇혔지만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닐 때만은 퍽 낫소. 먹을 거 근심하겠는가? 잠자리 근심하겠는가? 아무런 근심걱정 없소. 건데 딱 한가지만 도와주오.” 순정은 시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요?” “저도 알지만, 어험"  정호는 건가래를 떼며 뒷말을 간신히 꺼냈다. "난 날마다 그걸 하지 못하면 안되잖고 뭐요? 이 놈이 아직도 불끈불끈하는데 감옥 안에선 어쩌는 방법이 없구만. 감옥에 어디 녀자 있소. 내 여생에 이젠 녀자란 제하구 저승사자 혜영 밖에 남지 않았소.” 순정은 구역질이 났다. (이 놈 감옥에서 범죄자들 무용교원 한다더니 편안한 모양이구나. 별 똥궁리까지 다 하고, 퉤! ) 그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오쫄 일어났다. “면회시간 다 됐군요.” 순정이 가버린 감방은 적막하고 쓸쓸하였다. 정호는 밤이면 정욕을 이기지 못해 참기 힘들었다. 그는 감방 침대에 반듯이 들어누워 눈을 스르르 지긋이 감고 이전에 오입을 하던 아가씨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면서 이불 밑에 손을 스르르 넣어 그걸 주물렁주물렁 주물렀다.     하영을 망아산 수림 속에 데리고 가서 치마를 훌렁 들고 초두부처럼 하들하들한 엉덩이, 백지장처럼 샛하얀 우유빛엉덩이에 변강쇠 뜨끈뜨끈한 그걸 꽉 박아넣고 힘차게 흔들던 장면을 떠올렸다. "오홍"     순간, 정호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그걸 부지런이 주물르고 쓸어댔다.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던 정열이, 옥수수죽물 같은 것이 하신으로 쑥 빠져나갔다. "어,시원해."     색마는 도리머리질을 하면서 온몸을 전률했다. 머리가 잠시나마 맑고 푸른 하늘처럼 개운해졌다.     그러나 자위 수음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그러니 별 멋이 없고 그게 해소되지 않았다. 개궁리 끝에 정호는 한 감방에 갇힌 인사과장을 불러 동성애를 구했다. 그러나 인사과장은 정호가 국장 수하가 아니였다. 이전처럼 꼽싹꼽싹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놈새끼, 고분고분 말 안들을래?" "남자들끼리 무슨 재밉니까?" "뭐라고?"      정호는 짐승처럼 인사과장을 감방 침대에 쓰러뜨리고 깔고 들어앉아 바지와 팬티를 훌렁 벗겼다. "최국장 무슨 짓 합니까?" "작작 떠들어. 경찰 오겠다." 정호는 괴춤을 까더니 인사과장의 똥구멍에 대고 그 짓을 해댔다.   후에도 그는 야욕이 발정하기만 하면 짐승처럼 인사과장을 깔고 들어앉아 그 짓을 해댔다. 그래서 감옥 경찰한테 몇번이고 붙잡혀 혼났다. ㅋㅋㅋ  그녀는 심지어 면회하러 온 황선희한테 하던 것처럼 순정의 두 손을 꽉 붙잡고 애원했다. “순정이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잖소? 우리 부부로 30여년 살았는데 말이오. 우리 아직 졸혼상태잖고 뭐요? 금은장신구와 유산을 몽땅 순정한테 물려주자고 우리 가짜리혼했잖아? 우린 진짜 아직도   진짜 부부야. 좀 해소하게 도와주오. 난 밤이 무섭단 말이오. 고독하오. 날 살려주오." 정호의 우멍눈에는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이걸 놔요.” 순정은 정호의 손을 홱 뿌리쳤다. “점점 미쳤구만요. 감옥에서 아직도 마음이 죽잖았구만요."     그녀는 색마를 손삿대질하면서 꾸짖었다.       "당신, 얼마나 많은 녀성들을 유린하고 해쳤는가요? 순정이, 영희, 황선희, 황선자 당신 중학교 무용선생님, 정희, 나영이, 림하영… 그외에도 낯 모를  숱한 녀성들을 얼마나 해쳤는지 몰라. 당신은 미성년녀학생들을 해치 잖았어?!. 엉?!"     "건 무슨 소리냐?"     "그래 당신 저지른 죄를 다 잊었는가? 당신은 무용교원이란 허울을 쓰고 나와 영희를 관심하는 척 하면서 동시에 짐승처럼 무용강당에서 해치지 않았는가? 나하구 결혼해 살면서도 영희하구 계속 암암리에 개짓을 해서 애까지 낳지 않았는가?"      그러나 정호는 이 시각 수치스럽기보다도 속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다행이야. 영희하구 가만가만 살았기에 아들 군철을 남기잖았는가? 너하구만 살았으면, 흥!) 순정은 정호 더러운 속알멀치를 다 꿰뚫어본듯이 계속 꾸짖었다.      (나영이랑 하영이랑 숱한 새파란 녀자들이 당신과 악연을 맺고 얼마나 고통속에서 시달리는지 알고나 있는가? 당신은 인피를 쓴 승냥이야.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정호는 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나영이랑 하영이랑 어떻게 보내기에?"    "나영은 한국에서 네놈이 뿌린 씨를 류산하고 개고생한다더군요. 경찰들한테 쫓기면서 떠돌이를 한대요."     "뭐라고? 나영이 뭐 내 아들딸을 한구들 낳아주겠다고 했잖아? 배신자 같은 년, 애를 떨궈버렸어?"     색마는 단통 우는 상통.     "아이구, 불쌍한 내 새끼야."      "누가 색마 변강쇠 새끼를 받아 낳겠어? 상머저리 내놓고."     "뭐? 상머저리?"     "하영은 당신과 미인계 벌린 추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군철이네 회사에서도 배기기 곤난해유. 별수없어 한국에 갈 궁리를 하더군요. 나영이랑 하영이랑 숱한 녀자들한테 량심가책도 느끼지 않는가요?"      정호는 머리를 좀 숙였다. 이윽고 우먹눈을 거슴츠레 뜨더니 뻔뻔스레 으시댔다.      "미안하오. 감옥에 갇힌 몸인지라 책임져 주지 못해 죄송하오. 그러나 난 한때 나영이나 하영이나 하늘에 붕 뜨게 행복하게 만들어줬어. ㅎㅎㅎ."      "퉤! 더럽다, 더러워! 새파란 녀자들을 몽땅 해쳐놓고서도. 흥!" 순정이 뭐라고 욕해도 정호는 손을 놓아주지 않고 꿇어앉아 빌었다. “부탁이오. 부글부글 끓는 그걸 해소하게 제발 도와주오. 이젠 순정이, 너 밖에 없어. 감옥에도 단칸방면회실이 있다오. 시장경제시대여서 돈만 내면 부부가 단칸방에서 하루 밤 잘 수도 있다오. ” “퉤!” 순정은 정호의 더러운 낯빤대기에 침을 퉤 뱉었다.  “더럽다. 꿈도 꾸지 말라! 네놈 아직도 날 색마의 정욕을 받아내는 도구로 쓰려고 해? 그걸 썩 베서 개나 줘라!” 색마는 순정의 손을 와락 붙잡고 애걸했다.     "제발 날 좀 도와달라. 순정아,"    순정은 색마의 손을 뿌리치며 비양거렸다.    "오- 한가지 좋은 방법 대줄가?"     "뭔데?"     "굴암돼지 엉덩이를 하얗게 튀를 해서 가져다 줄게. 거기 대고 숫돼지처럼 씩씩 그래라."    "돼지엉덩이를? 날 뭘로 보고, 놀리겐?"    "호호호.  너 같은 색마한텐 돼지 엉덩이라도 땡이야."    정호는 순정을 만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세라 정색했다.    "마지막부탁이야. 녀자생식기를 사오겠니?."    순정은 색마의 낯빤대기에 침을 뱇았다.     "퉤! 짐승 같은 놈, 네한텐 돼지 엉치라도 차례질 거 같애!"     색마가 손을 놓지 않자 순정은 고함쳤다. “경찰! 경찰!” 경찰 둘이 뛰여들어왔다. 경찰은 놀란 눈길로 순정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정호를 쏘아보았다. “손을 떼라!” “면회시간 다 됐어!” 그때 순정은 맹세했다. "다신 그 놈 더러운 색마를 찾아가지 말아야지." 순정은 색마 정호와 맺은 악연을 생각하면 할수록 열통이 터졌다. 그녀는 귀뿌리에서 윙-윙- 소리 났다.  색마에 대한 원한이 가슴 속에 뼈 속에까지 못박혀 아파났다. 순정은 정호와의 악연이 몸서리칠 지경이였다. 때문에 그녀는 군철이 회사 예술단 단장으로 초빙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정호 아들 군철의 밑에서 일하기 싫었고 하영이랑 함께 마주 앉아 오래동안 춤추기도 싫었던 것이다. 순정의 눈 앞에는 색마의 유들유들한 번대머리와 음흉한 우멍눈이 삼삼거려 화성 옛 성곽이 흐리마리해질 지경이였다.  악연의 더러운 바줄이 아직도 순정의 목을 독사처럼 칭칭 감으면서  괴롭히고 있었다. 
33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6 김장혁 댓글:  조회:1200  추천:0  2023-06-2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6. 제주도 며느리       제주도의 풍경은 대자연 그대로 아름다웠다. 고향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도 제주도에는 벌써 화창한 봄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푸르른 초원에는 백마들이 달리고 있고 양떼들이 구름처럼 무리지어 다니고 있다.      관광뻐스는 제주도 남쪽 끝으로부터 동북쪽에 있는 성산일출봉을 향해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순정은 리정호 회장과 나란히 앉아 차창 밖에서 뒤로 밀려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앞좌석에는 가수 림하영이 앉아 있었다. 림하영은 군철이네 회사 공회 문예부장이였는데 순정의 요청으로 청가를 맡고 동행하게 되였다. 리정호 회장은 정호가 미국에 미녀군단을 이끌고 가서 공연할 때 한인회 회장을 통해 면목익힌 분으로서 한국 이웃사랑복지회 회장이였다. 그는 당시 문화국 국장 최정호의 요청으로 중국에 백두산관광을 왔던 것이다. 그때 최정호와 순정 부부는 리정호 회장을 모시고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감상하였고 백두산 원시림에서 힐링하는 한때를 즐기기도 하였다. 그후 리정호 회장은 순정이 차린 장백산예술단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서 거의 해마다 10여만원씩 후원했고 소형관광뻐스도 선물하였다. 이번에도 리정호 회장은 모든 비용을 척 내놓아 장백산예술단 한국공연을 성사되게 하였다.       순정은 정호와 졸혼 계약서를 쓰고 졸혼한 후 고향에서 경로원을 차려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과 고아들을 보살피는 한편 경로원에 무용학원도 차리고 후대무용인재를 양성하였고 장백산예술단을 차려 민족예술의 꽃을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군철이 높은 로임으로 회사 예술단 단장으로 초빙했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기로 하였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공회 예술부장을 한 임하영과 한 예술단에서 맨날 마주 바라보면서 살기도 싫었던 것이다. (사람이 어찌 돈만 바라보고 뒤따라 간단 말인가?) 군철의 회사 년말총화 때 군철이 부르면 장백산예술단을 이끌고 가서 축하공연은 해주었다. 이번만은 알맞춤한 가수가 없어 싫은대로 하영을 데리고 한국에 나왔던 것이다. 순정은 한국에 나와서장백산예술단 무용수들을 이끌어 수원로인복지관에서 첫무대를 열고 수백명에 달하는 로인들에게 조선민족 특색이 짙은 무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로인들은 처음 정채로운 조선족 무용을 보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젊고 이쁜 가수 임하영이 무대에 올라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예술단의 공연을 이채를 띠게 하였다. 순정은 공연을 보고 반가워 웃는 로인들의 함박꽃 같은 모습을 보고  졸혼한 후 무용수로서 자기만의 인생을 사는 보람을 한 가슴 가득히 느꼈다. 관광뻐스 앞좌석에서 30대 말이나 될가말가 하는 이쁜 녀가이드 성아가씨가 줄창 재미나는 이야기나 유모아를 해가면서 가이드를 해 웃음 속에서 려로의 피로를 잊게 하였다. 자칭 제주도 며느리라는 성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술인들은 웃음보를 터뜨릴 때도 많았다. 성아가씨가 또 시작한다. “있잖아요? 제가 웃기는 이야기 한다고 욕하진 마세요.” 여기저기서 요청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가이드 얘기 너무 재밌어요.” “또 뭔지요? 제끼제끼(제주도 말로 ‘어서’라는 말이라고 함.) 얘기해주세요.” 리정호 회장도 흥을 돋구려고 끼여들었다. “박수!” 성아가씨는 박수가 멎자 외까풀눈으로 여러분들에게 이쁜 윙크를 날리면서 앵두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제주도에 관광나온 중국 교포가이드께서 들은 유모아를 할가요?” “박수!” “있잖아요? 중국 부자집에서 벌어진 이야기인데요. 처첩은 밤이면 항상 남편을 차지하려고 티격태격했어요. 부자는 항상 나 먹은 본댁보다 나어린 첩한테 자꾸 더 갔어요. 본댁은 생각다 못해 이런 제의를 했어요. 남편 량쪽에 본댁과 첩이 눕기로 하고 남편의 그게 누구 쪽으로 넘어지면 그날 밤엔 남편은 누구 거로 하기로 하자고 했지요. 첩도 그러기로 했지요. 남편과 첩은 궁리 끝에 한가지 묘수를 썼지요. 그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요. 이상하게 날마다 밤 남편이 그게 첩쪽으로만 넘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첩은 거의 날마다 남편을 독차지하나 다름없게 됐지요. 본댁은 하도 이상해서요. 어느 하루 밤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누워서 퉁사발눈이 돼서 남편의 그걸 살펴보았어요. 또 첩 쪽으로 스르르 넘어지는게 아니겠어요. 본댁은 꽥 소리쳤어요. ‘관둬(别拉鸡巴倒吧)!’ 웬 일일가요? 본댁이 찬찬히 여겨보니깐요. 간사한 첩년이 글쎄 실로 남편의 그걸 매서 스르르 자기 쪽으로 당겨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호호호.”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보가 터졌다. “진짜 웃겨요.” 성아가씨는 걀죽한 얼굴에 별로 웃음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말했어요. “그때부터 중국 한족들은 ‘관둬.’라고 할 때면 ‘拉鸡巴倒吧!’ 하고 소리쳤다고 해요. 건데요. 옳은지는 몰라도요. 원래는 ‘别拉鸡巴倒吧’ 아닌가요? 건데요. 뼈(别)는 빼고 鸡巴만 拉倒吧 해서 ‘拉鸡巴倒吧!’라고 했대요.” 녀무용수들의 키득거리는 소리 멎자 그녀는 또 시작한다. “이번에는 제가 우리 시집 얘기를 하겠는데요. 절 못쓸 제주도 며느리라고 욕하진 마세요.” 모두들 성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걀죽한 얼굴에 외까풀눈, 그리 쉽게는 생기지 않은 녀성이였다. 그녀의 이쁜 외씨얼굴에도 뭔가 좀 어두운 그림자도 비껴 있었다. “저는 집에서는요, 시집 얘기 못해요. 이렇게 관광뻐스에서 손님들께 한바탕 시집 얘기 하고나면 가슴이 후련해요.” 성아가씨는 마른 침을 꼴깍 넘기더니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저의 고향은 제주인데요. 여러분들도 주의해 보았겠지요? 우리 제주도 집은 대부분 한 집에 동서에 연통 두개가 있잖아요?” “예.” “보았습니다.” 성아가씨는 청취자들의 주의와 마음을 휘여잡는 예술기교가 있었다. “우리 제주에서는 꼭 아들며느리 중에 마음이 젤 고운 아들며느리가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전통가정풍속이 있지요. 일반적으로 단층짜리 집이면 며느리가 한데 쭉 붙은 한 집에서 동쪽 부엌을 차지하고 서쪽 방에 시부모를 모시고 살지요. 그러나 부모 자식은 서로 각기 다른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따로 세간살이 하나 다름없지요. 그러나 한 집에서 조석으로 부모를 보살필 수 있어 효성하기는 안성맞춤한 생활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모들도 밖에서 헤매는 아들며느리를 거들어 손군들을 봐 줄 수 있어 천륜지락을 누릴 수 있지요. 그러나 다 편리하고 좋은것만은 아니지요.” 성아가씨는 자기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이쁜 무용수들을 내려다보며 뒷말을 좀 무거운 어조로 이었다. “저의 시부모한텐요. 아들며느리 넷이나 돼요. 저는 셋째며느리인데요. 어쩌다가 시부모의 안목에 우리 부부가 젤 착한 아들며느리로 뽑혀 시부모와 한 아파트에서 살게 됐지요. 물론 우리 집은 단층집이 아니여서 동서로 갈라져 살지 않고요. 2층 아파트여서 아래층에 시부모가 계시고 저희 부부는 2층에서 살지요. 비록 아래위층에 나눠 밥도 따로 끓여먹으면서 살지만요. 편리하기 보담 불편할 때가 더 많은 거 같아요. 왜서인가고요? 저의 넉두리를 들어보실래요?” 모두 묵묵히 머리만 끄덕였다. 성아가씨 서서히 입이 터졌다. “아래위층에서 살기 땜에 시어머니는 때때로 저의 2층에 올라와 부엌에 들어가 뭘 좋은 걸 끓여먹었는가 검사해요. 혹시 색다른 음식을 하면 저는 꼭 시부모한테 먼저 떠다 드렸죠. 그런데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일가요? 원 참, 감시당하는 느낌 아주 더 말할데 없지요. 그뿐이 아니예요. 제가 가이드 나갔다가 돌아올 때 된 거 같으면요. 시어머니는 벌써 아래층계 어귀에 앉아 기다려요. 뭘 들고 오는가고 저의 손부터 살펴보지요. 혹시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더욱 고대해요. 뭔 기념품 사오는가고? 시어머니는 분주해요. 누구한테 더 좋은 걸 주는가 살펴야 하니깐요. 저는 이렇게 시어머니 감시 속에서 속이 한줌만해서 사사건건 주의하면서 살아야 해요.” 성아가씨는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걀죽한 외씨얼굴에 어색한 허구픈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딱 마치 남의 시어머니 얘기하는듯이 어조도 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심은 얼마나 복잡하고 고달팠겠는가 하는 것이 력력히 엿보였다. 성아가씨의 넉두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저는 한반도 대륙쪽이거나 국외로 가이드로 갔다가 돌아올 때면요. 꼭 시부모와 저의 시형제들께 드릴 선물을 똑같은 것으로 네몫을 사지요. 그렇게 공평하게 처사했기에 간신히 누구한테도 말을 듣지 않았지요. 시부모는 똑같은 선물을 쳐들고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치하하군 했어요. 시어머니는 동네에 나가서도 저의 자랑을 늘여놓군 했지요. 동네에서도 저를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라고 했어요. 그런데요. 한번은 진짜 마음에 내키지 않았어요. 시부모가 미국에 관광 갔다가 돌아왔는데요. 글쎄 큰아들과 며느리한테는 스위스손목시계를 선물로 주고 그 아래 자식들한테는 일본 세이꼬시계를 선물로 주지 않겠어요. 저는 얼마나 서운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셋째며느리한테 이렇게야 할 수 있겠어요. 관광 갈 때도 저는 큰며느리보다 려비를 더 드렸는데요. 시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했어요. ‘머리카락도 위로부터 쓸어내린다. 내 마음 속엔 그래도 맏아들이 젤 커.’ 한번은 시어머님이 일하시다가 허리를 상해 입원해야 했어요. 아들며느리 다 찾아왔는데요. 시어머니는 업히워 집에서 나가 차에 앉아야 했어요. 아들들은 서로 자기가 업겠다고 등을 돌려대고 꿇어앉았어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맏아들을 불렀어요. ‘난 그래도 맏아들 잔등에 업히면 젤 편하고 든든해.’ 시어머니 뭔가요? 우리 부부가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조석으로 부모를 정성을 다해 살뜰히 모시지 않았는가요? 우린 셋째라고 크게 보이지도 않는가요? 마음 속으론 맏아들만 믿고 저의 남편을 어떻게 그렇게 이붓자식처럼 대하는가요? 이뿐이 아닌데요. 다른 며느리들이 명절 때 어쩌다 찾아와 용돈을 몇십만원씩 드리면 그걸 크다고 해요. 동네에 나가서도 어느 며느리 얼마 가져왔다고 혀끝이 다슬게 치하하지요. 어찌 이럴 수 있어요? 저는 분통이 터져서 시부모가 들을가 봐 집에서 남편과 행악질 못하고 해변가에 남편을 끌고 가서 분통을 터뜨리군 했어요. 어떤 때엔 밤중에 혼자 강가에 나가 돌멩이를 주어던지면서 고함쳤어요. ‘시어머님, 어쩜 이럴 수 있어요?’ 한참 소리치고 나면 마음이 후련했지요.” 관광뻐스 안은 제주도 며느리 시어머니를 공소하는 성토장으로 돼버린 기분이였다. 성아가씨는 손수건을 꺼내 걀죽한 볼에 흐른 씁쓸한 눈물을 닦고 나서 허리 굽히며 말했다. “여러분, 미안해요. 제가 실례한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오늘도 여러분께라도 하소연하고나니깐요. 퍽 해소된 거 같아요. 가슴이 후련해요. 한반도 대륙의 남자들은 우리 제주도 남자들보다 안해를 살뜰히 배려하고 보살필줄 안대요. 터놓고 말해서. 저도 졸혼하고 대륙에 나가 살고 싶어요. ”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는 끝났지만 침묵으로 꽉 찬 뻐스 안 여기저기서 무거운 한숨소리만 들릴 뿐이였다. 순정은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서 차창 밖으로 휙- 휙 – 뒤로 스쳐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내다보면서 피뜩피뜩 뭔가 련상과 추억이 떠올랐다. (한 집에서 가마 두개 걸고 시부모를 조석으로 보살피면서 모시고 살면  실제적이고도 천륜지락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제주도 전통적인 가정의 미풍량속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구나. 그러고 보면 시부모를 모시지 않은 내가 다행이구나.) 관광뻐쓰는 성아가씨 넉두리를 듣고나니 어느새 성산일출봉 기슭에 이르러 서서히 멈춰섰다. 천지를 뒤흔드는 지진과 용암분출로 하늘에 솟아오르다가 물앉은 성산일출봉은 해변가에 우뚝 솟아 그들을 반겨맞았다. 그들은 저 멀리 날아예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가파로운 성산일출봉에 쉬염쉬염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 한 반시간 톺아 가파로운 절정에 오르니 화산분출에 충적된 기암괴석 사이로 누워 있는 평평한 분지를 볼 수 있었다. 지진은 해변가에 천혜의 명승을 낳은 것이다.     순정은 성산일출봉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감회가 깊었다.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도 전통가정도 지진과 화산분출을 거쳐 전통가정풍속을 깨고 새로운 가정의 신기루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 사회에는 시부모와 함께 살기 좋아하는 며느리 하나도 없다. 또 아들며느리와 함께 살자는 부모도 없다. 서로 불편하다고. 아, 이젠 3대가 한 구들에서 살던 전통가정 풍속은 영원히 사라져가고 있다. 아마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부모와 자식들의 바람이고 리상적인 가정형태리라.)      성산일출봉에 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와 가슴을 힐링해준다.     제주도 며느리 넉두리소리 귀전을 씁쓸하게 간지른다.     저 멀리 해녀들의 구슬땀이 파도치며  하얀 물바래로 부서지면서 바다를 시퍼렇게 멍들게 하며 울게 한다.     재빛 갈마기들이 훨훨 날아와 제주도 전통가정 고부간에 평화를 기도하면서  서정시를 물고와 은은히 불러준다.
332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5 김장혁 댓글:  조회:1163  추천:0  2023-06-2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5. 사막에 우뚝 솟은 기념비        모래바람이 사막의 산등성이를 핥으면서 기승스레 불어친다. 모래언덕은 화로불처럼 홧홧 달아올라 천하를 불태울 상 싶다. 목 안까지 말라들고 발바닥이 델 지경이다.  목 안과 입술이 다 말라 갈라터질 지경이다.       렬악한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는 사막의 오아시스 천사와 추장들한테서 시원한 물을 한모금 얻어 마셨다. 사막에서도 자그마한 사랑의 오아시스가 있고  마음이 뜨거운 추장들과 천사가 계셔서 살 것만 같고 온 몸에 힘이 솟구쳤다. 마라토너는 다시 산더미 같은 책짐을 메고 높은 문턱을 힘겹게 넘어간다. 그런데 글쎄 책짐이 졻은 문선에 떡 걸려 낑낑거리면서 간신히 넘어가야 했다.       “미쳤어, 미쳐, 왜 저래?”       사막의 불여우는 눈깔을 팬들거리면서 코웃음쳤다.       문턱을 지키는 수전노는 민족정신이고 뭐고 주산알만 딸깍딸깍 튕기며 안경 너머 햇볕에 거머스름하게 탄 마라토너 얼굴을 건너다보며 콧방귀를 뀌였다.      “흥! 세상 별의별 바보를 다 보았어. 경제시대에 돈을 벌지도 못하는 책을 내 뭘 해? 뭐? 집을 팔아 저 책을 냈다고? 어떤 녀자인지? 팔자는 더럽다. 저런 나그넬 믿고 한지에 방아를 걸겠어. 그 녀자 고생문이 터졌다. 저걸 어쩌니? 책짐을 메고 다니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아. 작작 혼자 고상한 척하지도 말라구,” 별의별 조소가 다 터져나오며 사막에서 십급태풍을 일으킨다. “하필이면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마라톤을 하다니? 참, 할 일도 없구만.” “그래. 물 한모금이라도 얻어 마시면 험한 사막을 떠나 다른데서 달리지 못하고. 참, 인생 고달프다.” 동정하는 목소리도 쌀에 티처럼 섞여 들린다. 사막의 마라토너는 들었는둥 마는둥 책짐을 메고 지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종호는 한 자동차나 되는 책짐을 해관 창고에 가서 세를 낸 차에 싣고 기차역 화물처로 달려 갔다. 화물처에 가서 책짐을 고향에 부쳤다.        이튿날 책짐은 천신만고 끝에 고향 역에 도착했다. 종호는 커다란 화물차를 세내책짐을 실어 셋집에까지 실어갔다. 종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짐을 셋집에 메 올려갔다. 그는 책짐을 다 메나르자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세면실에 들어가 샤와를 쏴- 틀어놓고 시원한 물에 후줄근히 젖은 땀을 말끔히 씻었다. 사막에서 묻은 더러운 모래와 조소를 몽땅 닦고 또 닦아버렸다. 종호는 목욕재계한 후 산더미 같은 책짐을 객실 벽 중앙에 정중히 모신 모택동주석의 초상화 아래에 한상자 한상자 차곡차곡 무져놓았다. 모두 20여 상자나 되는 책더미는 산더미 같았다. 저게 뭔가? 종호는 두손을 합장하더니 모택동 주석 초상화와 책짐에 대고 큰절을 꾸벅꾸벅 세번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뒤이어 그는 일어나 두손을 합장한 채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위대한 수령 모주석이시여, 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혁선렬들이여, 그대들의 선렬과 혼이 담긴 책을 몽땅 찾아왔습니다. 이게 한 가난한 로기자의 사명감이고 의무감이 아니겠습니까? 그대들에게 욕보이지 않았는지 마음 속으로 죄송합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책을 한질을 꺼내 미리 준비해놓은 빨간 종이에 정히 싸안고 산더미 같은 책더미를 배경으로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종호는 그 빨간 종이에 싼 책을 꺼내 가방에 정히 넣어 메고 혁명렬사기념관으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전람관에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전람관의 해설원을 따라 삼도만토비숙청에 토비소굴에 돌진하던 탱크 앞에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책을 탱크 앞에 공손히 드리고 넙쩍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혁명선렬들이여, 이제 이 책으로 그대들의 사적을 온 천하에 알리겠습니다. 일편단심으로 선렬들의 피가 헛되히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 그의 귀전에는 토비들을 항복시키려고 삼도만 토비소굴로 들어갔다가 간악한 토비들에게 생매장당하면서 고함치던 김지도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상 싶었다. “토비놈들아, 네놈들이 끝장날 날이 오래지 않다. 우리 민주련군 2천명이 네놈들을 소멸하러 올 것이다.” “중국 공산당 만세!” “국민당 토비들을 타도하자!” 종호의 눈 앞에는 탱크를 앞세우고 삼도만 강곬의 얼음을 타고 진격하던 민주련군의 무수한 선렬들, 앞사람이 흉탄에 맞아 가슴에 진붉은 선혈을 흘리며 쓰러지면 뒤사람이 뒤이어 돌격하던 선렬들의 영웅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탱크가 삼도만 토비소굴 대문을 깔아뭉개면서 쳐들어갔다. 토비들은 혼비백산해 사처로 도망쳤다… “아, 영웅적인 민주련군 용사들이여, 인민들은 영원히 선렬들을 잊지 않고 기릴 것입니다.” 종호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이슬맺힌 눈을 스르르 감으면서 혁명렬사들을 떠올렸다. 그는 해설원을 따라 혁명렬사기념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항일전쟁과 해방전쟁 시기 혁명렬사들의 사적을 또다시 들었다. 이젠 몇십번 듣고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사진 찍고 취재했는지 모른다. 그는 매개 렬사들과 영웅들이 일찍 싸운 전적지를 다 답사하했다. 태항산 조선의용군 전적지, 광서토비숙청전적지, 해남도전적지까지 다 돌아다녔다. 혁명렬사기념관을 돌아보는종호의 귀전에는 리상설이 개설한 서전의숙에서 일제에 맞서 사생들이 조선어로 랑랑한 긁 읽는 목소리가 들리는상 싶었다. 윤동주의 시구도 떠올랐다. “하늘을 우러러 티끌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리라.” 그의 눈 앞에는 무수한 혁명렬사들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13세 어린 나이에 감옥에 갇혀서도 굴하지 않고 뜨개바늘로 이불보에 절개를 새긴 소녀렬사 김순희, 시퍼런 작두날에 목이 잘리면서도 혁명절개를 굽히지 않은 김상화, 림해설원에서 항일유격전쟁을 하다가 일본 놈들한테 포위당해서도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운 동만 제1임서기 동장영, 최숙자 렬사… 그의 귀전에는 동북야전군의 10만을 헤아리는 조선족장병들이 동북을 해방하고 북경과 천진을 해방하고 황하와 장강을 뛰여 넘고 해남도까지 진격하는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총포탄이 비발치던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우다가 장렬히 희생된 만여명이나 되는 조선족렬사들의 혼이 살아숨쉬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그렇다, 진붉은 오성붉은기에는 우리 혁명렬사들의 진붉은 피가 슴배여 빛나고 있었다… 참관을 마치자 종호는 빨간 종이에 싼 책을 두 손으로 해설일군한테 드렸다. “혁명렬사들의 혼이 담긴 이 책을 혁명렬사기념관에 드립니다.” 전람관 일군은 두 손으로 정히 받아안았다. 그날로 종호는 책 한상자를 불구자협회에도 드렸다. 심지어 집에 고이 누워 사는 불구자들은 책을 받고 감동돼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들은 신체는 불구지만 성한 일부 사람보다도 더 정의감이 있었다. 그들은 누운 자리에서도 선렬들의 사적이 담긴 책을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은 종호가 책을 가져다주어도 받아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페지도 읽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종호가 얼마나 애나게 지하철을 갈아타고 배를 타고 기차 타고 천신만고 끝에 가져온 책인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 종호는 혁명렬사들의 혼과 선렬이 슴배인 산더미 같은 책짐을, 그의 피땀이 슴배인 책더미를 헤치여 쭉 사회 각 계층에 나눠주고 나니 한숨이 후 나갔다. 혁명선렬들을 위해 뭔가 해놓은 거 같아 졸혼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류려평과 리혼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집을 팔아 저 숱한 책을 낼 수 있었겠는가.” 그는 자기 인생에서 불효하고 정의감도 없는 려평과 리혼한 일이 젤 잘한 일이라고 새삼스레 느꼈다. 류려평은 그가 삼도만에랑 태항산전적지에랑 취재하러 다닌다고, 집의 돈을 쓸데 없는 일에  길에 다 늘여놓는다고 퉁사발눈을 부라리면서 얼마나 욕설을 퍼부었던가. "잔소리는 얼마나  진절머리나게 했던가." 아, 종호는 류려평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치떨렸다. 종호의 귀전에는 아직도 리정호 회장이 이완표 사장과 하던 말도 떠올랐다. “이사장, 항일투사들의 혼이 담긴 책이 무슨 국경이 다 있어? 중국 인민들이 항일투쟁한 사적을 쓴 이 책을 내주게나. 일본 침략자놈들이 얼마나 우리 중한 인민들을 철발굽으로 짓밟았는가? 지금 일부 우둔한 사람들은 민족심마저 잃고 중일관계처리에서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자' 고 망발하네. 어찌 일본 놈들의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우린 일제 놈들이 과거 우리 나라를 유린하고 짓밟은 침략사와 중조 항일투쟁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네. 우린 그 놈들과 싸운 중국 투사들의 책을 내야 하네. 중국 조선족항일투쟁사도 전반 항일투쟁사 일부분이야. 후대들이 다 대를 이어 알게 해야 하네. 민족심으로 책을 내야 하잖나? 그래야 값진 출판인기여.” 종호는 책을 다 나눠주고 나서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혁명렬사기념관에 찾아갔다. 그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혁명렬사 기념비와 락조 비낀 눈 덮인 서산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주덕해 기념비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뇌였다. “한국 유지인사들도 항일투사책을 내주자고 애쓴 판에, 참, 사막의 악어와 수전노들이 리해 안돼. 당신들한텐 량심이 있는가? 주산알이나 튕기면서 돈만 따지는 수전노들, 참, 정의감과 민족심이 꼬물만치라도 있는가? 혁명렬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그는 푸른 창공을 떠이고 우뚝 솟은 혁멸렬사기념비에 넙적 엎드려 큰 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저게 뭔가?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 책이 흩날려 여기저기 우박처럼 떨어진다. 그 책들이 밑거름이 돼 삭막한 사막에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책들이 요술을 부리듯이 샘물이 퐁퐁 솟는 샘물을 벌집처럼 송송 뚫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그 책들이 사막에서 힘들게 걸어가는 백성들한테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고대로마 척박한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은 사랑의 녀신 헤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누가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는가? 혁명선렬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책들이 어두워져가는 사막에 밝은 등대로 돼 사막에서 힘겹게 달려가는 마라토너들의 마음을 대낮같이 환히 비춰주지 않는가!       순간 우뚯 솟은 기념비 너머 혁명렬사들의 혼이, 유령이 구름을 타고 신기루처럼 사막에 나타나 빛발치고 있었다…
331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4 김장혁 댓글:  조회:1072  추천:0  2023-06-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4. 오아시스의 추장들 한치 눈앞도 헤아리기 힘든 사막에 놀랍게도 옹담샘물이 퐁퐁 솟고 천사들이 모여 사는 사랑의 오아시스가 있단 말인가.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달리던 마라토너는 책짐을 내려놓고 얼굴의 후줄근한 땀을 팔소매로 쓱쓱 닦으면서 파란 물이 찰랑거리는 오아시스를 내려다보았다. 오아시스의 천사 순정은 종호를 뒤따라 해관 출구에까지 나오면서 나직이 말했다. “리사장님, 조용히 기다리십시오. 이제 왕과장과 잘 말해놓을테니까.” 종호는 순정을 보고 말했다. “감사하오. 그러나 절대 코밑치성을 하면서 저 자들과 사정하진 마오. 너무 하단 말이오. 항일투사들이 목숨 바쳐 싸운 사적을 쓴 선렬들의 피로 물든 책인데 세금을 다 물린단 말이오? 목숨 바펴 싸워 이 나라를 세운 항일투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돈 밖에 모르는 자들, 노는 꼬락사니들 참 한심하오.” 순정은 종호를 눅잦혔다. “경제시대 돼서 그렇지요.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이 그런 거 어쩝니까? 떠든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오.” 종호는 순정을 돌아보며 투박한 소리로 두덜거렸다. “수전노들이오. 아니, 비린내를 맡고 두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막의 악어들이오. 세금만 물리기만 해보지. 가만놔두지 않겠소. 한국에서 우편으로 부치면서 세금을 물었는데 국내에서도 세금을 내면 뭐요? 세금만 내다나면 말겠소. 그 돈이면 책 한권이라도 더 내겠소.” 순정은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방법을 대서 책을 꺼낼테니까. 기쁜 소식을 기다리세요.” 그제야 종호는 택시쪽으로 가면서 순정한테 물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소?” 순정은 뒤에 죽 늘어서서 이쪽을 할끔거리면서 기다리는 이쁜 녀성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네. 우리 장백산예술단에서 한국공연을 떠나는 길인데요.” 종호가 여겨보니 그 미녀군단에는 인기가수 임하영도 있지 않겠는가. 그 유명짜한 가무단 부단장, 정호의 애인… ㅋㅋ “오- 그럼 또 리정호 회장님이 요청했겠구만.” “네. 그래요. 교통비와 주숙비를 몽땅 리정호 회장님이 부담했어요.” 종호는 한숨을 후 내쉬였다. “리정호 회장님은 참 대단한 분이오. 가면 먼저 인사를 전해주오. 이 책을 내주게 주선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오. 전번에 찾으니까. 리회장님이 사양해서 인사도 방정히 하지 못했소.” 순정은 종호가 택시에 오르기 전에 부탁했다. “리사장님, 한국에 나오게 되면 다시 련락하지요.” 종호는 순정의 길다란 손을 잡아 흔들며 대답했다. “알았소. 나도 이제 책짐문제 순조롭게 풀리면 일주일 후에 한국에 나가겠소. 그때 다시 만나기오.” 종호는 동창생인 정호 안해 순정을 잘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순정이 차린 장백산예술단을 취재하러 갔다가 리정호 회장을 처음 알게 되였다. 리정호 회장은 정호를 통해 여러번 백두산에도 올라가 보았고 중국 각지를 유람하였다. 그는 정호의 부탁을 받고 순정의 장백산예술단에 숱한 자금을 대주었다. 또 이번에는 종호의 책을 출판하게 한국 출판사도 주선해주었던 것이다. 진짜 착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일을 수없이 한 사막의 오아시스 추장이였다. 종호는 책짐을 택시에 싣고 시내로 달려오면서도 정호 회장을 떠올렸다. 엄동설한에 기승스레 불어치는 눈풍설을 무릅쓰고 종호가 십여개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책을 내지 못해 안달을 떨 때 정호 회장이 서슴없이 나섰다. 그는 여러 모로 연줄을 달다가 경기도 교육삼락회 채순목 회장이 수원에 있는 한 출판사 이 완표 사장을 잘 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리하여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 종호는 리정호 회장과 채순목 회장을 따라 택시를 타고 수원으로 달려갔다. 소낙비는 택시 앞유리를 창창 들부셔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채순목 회장은 당뇨병이 심해 점심때가 거의 되자 불시에 혈당이 내려가 머리가 어지러졌다. 그러나 그는 종호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리회장과 함께 벤체벨리 4층에 올라가 사장실 문을 떼고 들어가 이완표 사장을 만났다. 채순목 회장은 이완표 사장한테 종호를 소개했다. “이분은 중국에서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량반이네. 당신들 글 쓰는 사람들끼리 통하는게 있을 거네. 이번에 리사장은 항일투사들의 이야기책과 이민사를 썼는데 어떻게 이사장이 힘껏 도와 주게나.” 보통키인 이완표 사장은 꺽다리 종호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러나 얼굴에는 퍽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가 력력했다. 종호는 인차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출판비용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자비로라도 출판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이완표 사장은 인차 대답은 못하고 그저 원고부터 보자고 했다. 종호는 유판을 꺼내 건넸다. 이완표 사장은 유판을 꽂고 원고를 대충 내리보고 말했다. “원고를 저장해뒀어요. 이제 우리 편집들이 원고를 먼저 심열해보고 출판비용문제는 천천히 상의하지요.’ 그러자 리정호 회장은 보다못해 한마디 했다. “이사장, 통쾌하게 내주겠으면 내주겠다고 대답하게나. 출판비용은 근심하지 말라고 하잖아?” 이완표 사장도 난감해했다. “알았어요. 원고에 문제 없으면 내도록 하지요. 지금 국가에서 북방사회주의 심열제도가 엄해요. 한국 땅에서 한 한국 항일투사이야기면 모르겠는데요. 중공의 령도아래 중국 땅에서 항일투쟁사를 쓴게 돼서 좀…” 채회장도 한마디 했다. “지금 어느 땐가? 민주주의 한국에서 웬 그리 까다로워? 중국 조선족들이 한 항일투쟁은 항일투쟁이 아닌가? 뭘 중공이고 뭐고 하는가? 웬간하면 책 내라구.” “알겠어요. 될수록 내는 쪽으로 하지요.” 이완표 사장은 머리말을 읽어보고 종호의 책을 내기로 결단  내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도만토비숙청 취재과정이야기를 보고 너무나도 감동됐습니다. 리사장님, 이 책을 쓰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리사장님의 뜨거운 민족애와 창작정신에 너무너무 감동돼 이 책을 꼭 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그런데 한국과는 표기법도 달라 한국 출판사 편집들이 교정을 보는데도 애를 먹었다. 도합 8권이나 돼서 편집 3명이 초심만 해도 반년 너머 걸렸다. 종호는 택시를 타고 달리면서 책짐을 매만지며 홀가분한지 몰랐다. 사물어운 한족안해 류려평과 졸혼하지 않았더라면 집을 훌 팔아 책을 낼 수 있었겠는가. 그는 한편 사막과도 같은 한국 세상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을 잊을 수 없었다-리정호 회장, 채순목 회장, 이완표 사장... 종호는 책이 나오자 채순목 회장한테 드리려고 했다. 눈풍설이 기승스레 이는 날에 전화로 찾았는데 글쎄 당뇨병으로 세상떴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완표 사장의 말에 의하면 채회장은 생전에 여러번 전화로 책을 꼭 내주라고 부탁했다고 하지 않겠는가. (채회장님이 글쎄 책이 나온 걸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다니? 참, 세상도 야속하다, 야속해.) 사막의 문턱에 동전이 딸랑딸랑 떨어지는 소리 처량하다. 주산알을 튕기는 소리 요란히 귀전을 울린다. 산더미 같은 책 무더기로 사막의 모래바람에 휘날려간다. 마라토너는 인심이 야박한 사막에서 마음씨 착한 오아시스의 추장님 한분을 잃은 것으로 해 마음이 아팠다. 그는 코마루가 시큼해나면서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 세상도 무심하지. 어쩜 사막의 길목을 지키면서 문턱세나 받아먹는 악어나 전갈, 독사들을 수태 두고, 남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는 오아시스의 추장님, 마음씨 착하기로 천사 같은 채회장님을 그리도 일찌기 데려간단 말인가?
33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3 김장혁 댓글:  조회:1057  추천:0  2023-06-1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3. 사막의 악어 칼바람 부는 바다를 온 밤 달려 종호는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과도 같은 한 부두에서 내렸다. 묵직한 책배낭을 둘러메고 묵직한 책트렁크를 끌고 만톤급 륜선에서 내려 해관 출구를 나서려는 때였다. “섯!” 종호는 등곬에 식은 땀이 쪽 끼쳤다. 두리모자 둘이 다가왔다. 한 두리모자가 퉁사발눈을 부라리며 책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짐을 헤치라구. 트렁크 안에 건 뭔가?” 종호는 허리를 쭉 펴고 가슴을 내밀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항일영웅이야기책이오.” “배낭에 건 뭔가요?” 이번엔 녀성두리모자가 언성을 낮춰 그래도 좀 부드럽게 물었다. “조선족이민사책 견본입니다.” 남녀두리모자는 서로 눈길을 맞추었다. “모두 몇책이나 되는가요?” 종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한 50여책 될 겁니다.” 남자두루모자가 퉁사발눈에 미소가 어리는 눈치였다. 그자는 주먹코를 주먹으로 쓱 닦더니 책짐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세금을 내야 해.” “뭘? 세금? 금시초문이군.” “여기 좀 오라구.” 녀자두리모자가 그래도 부드럽게 말했다. “손님, 30책 넘으면 해관세를 내야 해요.” 진짜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다가 전갈이나 악어나 만난 격이요,  독사나 사기군 불여우를 만난 격이였다. 팔목까지 푹푹 빠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다가 문턱을 높여놓고 문턱에 시주하라는 격이 아닌가. (이런 악어놈들, 문턱을 높여놓고 문턱에 시주하라는 건가? 문턱세를 내라고? 내 무슨 상림아주머니냐?  더러운 놈들,  채발을 놓고 고기들이 뛰여들기를 기다리는군. 악어 같은 놈들, 주둥이에 뭔가 처넣어야 더 물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흥, 그러나 이 어른이 먹이를 줄 사람 아니야. 네놈들을 가만 놔둘 거 같아?) 종호는 턱을 쳐들고 해관 천정을 쳐다보며 따지고 들었다. “이보시오. 내 책을 찍어 들여오는데. 무슨 책장사하는가 해 그럽니까? 세금은 무슨 뚱딴지 같은 세금?” 숱한 사람들이 두리모자들과 종호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가라니까.” 남자 두리모자는 사람들을 출구로 내쫓아버렸다. 남자두리모자는 코웃음쳤다. “이 사람,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국가 해관세정책을 꼬물만치도 몰라? 당신 며칠 전에 숱한 사람의 이름으로 숱한 책을 국내에 부치지 않았는가? 여러 사람한테 부치면 우리 눈을 속일 거 같은가? 산더미 같은 책을 몽땅 세금 내지 않고 내갈 거 같은가? 도깨비라도 이런 도깨빈 첨 봐. 산더미 같은 책을 부친 사람을 첨 본다.” 종호는 해관 문턱에 떡 걸릴줄은 몰랐다. “이게 무슨 반동서적인가? 항일투사들의 이야기를 쓴 책인데.” 녀자두리모자가 배낭에서 책을 하나 쑥 꺼내 펼쳐보더니 종호를 아니꼽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글쎄 뭘 쓴 책인지 우리 어떻게 아는가요? 이건 조선어책 아닌가요?” 두리모자들은 한족이여서 조문책을 알아볼리 만무하였다. “맞소. 내용에 문제 없소. 난 당성으로 보증하오.” 그러나 두리모자들은 순순히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글쎄 내용이 괜찮으니까. 그저 세금이나 물리는 겁니다. 안 그럼 한국 책은 하나도 들어오기나 하겠군요. 그저 순순히 세금을 내고 책을 가지고 가세요.” 남자두리모자는 더욱 기세 사납게 나왔다. “세금 안 내겠으면 한국에 되보낼줄 알어. 우편료를 내야 해. 한국에 가서 30책 이내씩 몇십번 메고 들어와 보라구. 세금 내는게 나은가, 어느게 나은가? 흥!” 종호는 가만 놔둘 수 없었다. “이 사람들 내 누군지 모르고 마구잡이 하겠어?” 두리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당신 누군가?” “겁나 할 거 같은가?” “세금 내라면 낼게지.” 종호는 웃호주머니에서 기자증을 꺼내 높이 내들었다. “난 기자란 말이오. 모 신문사 부사장이오. 그래 당신들 신문에 낼가? 시비해 볼텐가?” 똥별을 하나 단 것 같은 한 두리모자가 다가와 종호 손에서기자증을 받아 몇번이고 종호 얼굴과 기자증 사진을 대조해보았다. “기자군요.” “기자면 해관세 내지 않아도 될 거 같은가?” “잠간만요.”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순정이 나타났다. 진짜 꿈만 같았다. 사막에 천사가 나타날 줄이야. 사막에서 힘겹게 마라톤을 하던 마라토너에게 단물 한모금이라도 보태주는 천사가 타나탔다. “리사장은 저의 동창생인데요.” 순정은 정호와 함께 부두로 해 한국 관광을 나들면서 똥별을단 그자를 잘 알고 있었다. “왕과장, 리사장님을 좀 봐주세요.” 왕과장은 순정한테서도 수태 받아먹은게 있는지라 알은체했다. 그는 종호를 돌아보며 태도를 확 바꿨다. “리사장님, 사장님을 몰라 봐 미안합니다. 규정에는 30책 넘으면 해관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항일투사들의 이야기를 낸 좋은 책이기에 내보냅니다. 어서 가십시오.” 악어가 주둥이에 문 비게덩이를 놓는 순간이였다. 그러나 종호는 떡 버티고 서서 한술 더 떴다. “항공편으로 부친 책은 어쩔 셈인가?” 왕과장은 혀끝을 조심하면서 얼버무렸다. “우리도 상부에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책수량 너무 많아서. 통지를 기다리십시오.” 종호는 도리여 기세등등해 을러멨다. “세금을 안기는 날엔 내 끝까지 신문 지상에 내서 시비할테니까. 그줄 알라고. 당신들 그저 두리모자를 계속 쓰고 여기서 밥벌이를 하겠으면 좀 조용히 있으라고. 날 건드려서 먹을 알이 있을 거 같은가?” 처음 종호를 붙잡던 남자두리모자들이 불복해 두덜거렸다. 그러자 똥별을 단 왕과장이 발로 그자의 발을 툭 차놓으며 눈짓했다. 녀자두리모자는 밀차까지 끌어왔다. “리사장, 책짐 무겁겠는데 밀차에 싣고 나가세요.’ 그제야 종호도 얼굴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감사하오. 항공편으로 부친 책을 어쨌는지. 빨리 알려주오.” 녀자두리모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통지를 기다리시오.” “질질 끌지 마오.” 종호는 책짐을 밀차에 실어밀고 해관 출구를 나섰다. 모래바람이 눈을 못 뜨게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서 악어와 전갈들이 지키는 관문 문턱을 하나 간신히 넘는 순간이다. 그 문턱마다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의 피눈물이 방울방울 고여 있지 않는가. 아, 오늘도 사막에서 마라토너는 책짐을 메고 힘겹게 터벅터벅 힘겹게 달려가고 있다.           
329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2 김장혁 댓글:  조회:1054  추천:0  2023-06-1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2. “바보기자”       쥐굴에도 해볕이 들 때 있다고 아침해가 반토굴셋집에 한발이나 비껴들었다. 셋집 천정과 벽에 비샌 흔적이 더덕더덕하고 반토굴 벽에는 곰팡이 말라 붙었는가, 아니, 서리가 들어붙은 것이 보였다.      헐망한 셋집에서  아침 밥상을 마주한 나영은 상이 서리맞은 호박처럼 돼버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리향의 넉두리소리는 끝날줄 몰랐다.      “아빠는 참 책쓰기에 미쳤어요. 날마다 건축현장에 가서 밤보초를 서고 집에 돌아오면 눈을 좀 붙이네 하고는 글을 씁니다. 날마다 아마 일여덟 시간은 글을 쓰는 거 같아요. 얼마나 피곤하게 글을 썼으면 왼눈에 피지다 못해 고기 다 살아났지요. 눈에 쓰인 고기는 동공을 거의 덮을 지경이였지요. 눈 수술을 두번이나 했지요.”     리향은 아버지를 추화해 나영과 갈라놓으려고 줄 아빠 허물질했다.    “글에 어찌나 미쳤는지 어떤 일이 다 있었는지 아는가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리향은 달걀볶음을 저가락으로 집어 입에 홀랑 넣고씹으면서 말했다.     “언니도 달걀 좀 들고 내 말 들으세요.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컴퓨터로 글을 쓰다나니 글쎄 귀국 항공편마저 다 놓쳐버렸지요.” 리향은 손사래를 치며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빠는 완전히 머리 돌았어요. 글쓰기 늪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렸지요.”    나영은 리향의 넉두리소리를 들으면 들을 수록 종호한테 반감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리해가 가는 점도 있었다.     “그래도 바람 피우는데 빠진 것만은 훨씬 낫지요.”    나영은 리향의 눈치를 흘끔 보면서 물었다.     “저네 아빠는 퇴직 전에 뭘 하는 기자였소?”    리향은 좀 취기가 보였다. 걀죽한 얼굴마저 발가스름해졌다.     “아, 포도준데도 취기 오르네요. ㅋㅋ. 우리 아빠는 퇴직 전엔 바보 같은 기자였지요.”    “왜?”    나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바보라니? 신문사 기자는 아무나 하오? 기자라면 일반기자라도 사회에서 모두 존중하는데…”     리향은 손사래를 쳤다.     “아빠는 재직일 때 글쎄 전문 사회 문제보도를 써서 말썽을 일으켰지요. 그래서 처분도 여러번 받았지요. 하필 말똥벌레둥지를 들출게 뭔가요? 기자가 세상만사를 다 여론감독하고 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가요? 아빠는 정의감에 차넘쳐 부패분자들의 문제랑 폭로하는 글도 신문에 냈지요. 그래서 부패분자들한테 정치보복을 당하기도 했지요. 또 로백성들을 대표해 눈꼴사나운 기관이나 부문 책임자들의 문제를 폭로했지요. 그랬다가 깡패들이 신문사에 찾아와 주먹다짐을 한 적도 있었지요.” 리향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빠는 바보예요. 그저 말썽을 일으키지 말고 편안히 보내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광고나 슬슬 해서 돈이나 벌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광고공사 총경리 아무나 합니까? 그 좋은 직권을 빌어 돈을 많이 벌게지. 저렇게 퇴직한 후에 한국에 나와 신분에 맞잖게 3D일을 할게 뭔가요? 정교수급 기자라는 량반이. 흥, 글쎄 퇴직한 후 책 낼 돈이 모자란다고 집까지 팔아버렸지요. 그래서 엄마한테 욕설을 먹고 리혼까지 당하지 않았겠어요?”      리향은 잔을 쭉 굽내고 밥상에 잔을 달랑 내려놓더니 도리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넉두리를 계속했다.      “하이고, 아빠 엄마 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아요. 우리 엄마 진짜 불쌍해요. 국장의 딸이 글쎄 조선족 바보기자한테 시집와서 얼마나 속을 태웠겠어요. 아빠는 국장 외할아버지 덕분에 신문사 기자로 됐지요.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우리 엄마 책 내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헌신짝 차 버리듯 해버렸지요. 아빤 량심없는 남잔데요. 으흐흐. 아빠는 그저 일반기자 아닌데요. 신문사 부사장에 광고공사 총경리였지요.”      나영은 깜짝 놀랐다.      “네? 대단한 분이군요.”      나영은 종호한테 궁금한 것도 많고 종호가 리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다.      “한가지 리해되지 않는게 있소. 그만한 지위와 직업이면 돈도 재직일 때 많이 벌었겠는데. 딱 집을 팔지 않으면 책을 못 낸다오?” “무슨 돈을 벌어? 원칙과 당성을 지키는 아빠죠. 자기에게 차려진 돈만 가지지 위법해서 돈을 챙기지 않았지요. 광고공사에서 돈 버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요. 아빠는 광고공사 일은 리승호라는 동창생 부총경리한테 맡겨놓고 시간을 빼서 항일전적지를 현지답사하고 취재해 글을 썼지요. 돈도 얼마간 차례지면 다 책내는데 처넣었지요. 숱한 책을 낼 돈이 어디 공 생기는가요? 그래서 저렇게 신분에 맞지 않게 건축현장에 가서 보초 서고 책짐을 메고 달아다니지요.”      그때 출입문이 벌컥 열렸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찾아온다고 종호가 들어섰다.      “웬 허물질이냐? 너네 엄마하고 리혼한 건 너네 엄마 할머니 생사를 다투는데 주사 한대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종호는 리향을 아니꼽게 흘겨보며 구들에 올라왔다.     “웬 말인가요? 책내게 못한다고 리혼한게 아니고?”     리향이 의아해하자 종호는 뒷말을 이었다.     “모르는 소리. 너네 엄마는 의학원 졸업생이지만 할머니 하루 빨리 죽으라고 주사도 놓아주지 않았다. 인도주의가 꼬물만치도 없는 년이야. 어쩜 죽어가는 사람한테 주사도 놓아주지 않니? 내 그래서 약방에 가서 간호원을 찾아 할머니한테 주사를 맞혔다. 그것도 너네 엄마 중학교 동창생이였다. 그래서 말이 나간 거야. 그런데 너네 엄만 내 소문 퍼뜨렸다고 리혼했어.”     “금시초문인데. 엄마 진짜 그랬어? 전화로 확인해야지.”     리향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종호는 황급히 말렸다.     “그만둬라. 미영이 여기 있는 걸 보면 또 쌍불을 켜고 달려들겠다.”     그는 미영한테 눈길을 돌리며 리향한테 부탁했다.     “미영은 문학전업출신이야. 문학이야기나 해라.”      리향은 밥상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종호한테 자리를 내주었다.     “아빠도 한잔 하세요.”     나영은 찬장에 가서 술잔과 수저를 찾아 가져다 밥상에 놓았다.     리향은 아직도 따끈한 명태국을 한사발 퍼서 밥상에 올렸다.     리향은 종호한테 빨간 포도주를 부어 포도주잔을 내밀었다.     종호는 마지못해 술잔을 들었다.     “미영이, 한잔 들기오.”    셋은 포도주잔을 들고 서로 바라보다가 한잔씩 쭉 마셨다.    종호는 명태국을 한술 떠 후후 불며 맛있게 먹고 숟가락을 살랑 내려놓고 말했다.    “난 요즘 이른바 글 쓴다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오.”     나영은 무엇때문가는듯이 종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종호는 거침없이 말했다.     “어쩜 시를 쓰네 하면서 쓸데 없는 음풍영월이나 하고 미사려구로 글장난을 한단 말이오? 어떤 문인들은 로골적으로 색정을 늘여놓으면서 독자들을 유혹한단 말이오. 그래 문학이란 건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하게 하는 색정묘사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오? 그 음풍영월하고 미사려구로 글장난하는 정력과 지면이 아깝소. 그럴게면 항일투사적이나 우리 조선족이민사 같은 걸 써서 책으로 내면 얼마나 좋겠소? 모택동 주석이나 주덕 원수님의 이야기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랑 번역해 책으로 내면 얼마나 좋겠소? 편집들도 문제오. 지나치게 문학성만 강조하고 사상내용을 홀시하는 페단도 있단 말이요. 편집은 작가를 기를 수도 있지만 명작을 죽일 수도 있소. 편집들이 직업도덕을 지키지 않으면 그저 지면만 랑비하고 지저분한 글로 지면이나 채우게 되지. 지금 음풍영월이나 하고 미사려구나 늘여놓고 색정에 빠져 헤맬 때오? 참 답답하단 말이오."      리향은 뭐라고 하려다가 입술을 감빨다가 용케도 그만두었다.      “밥이나 가져오너라. 난 급히 저 책짐을 메고 귀국해야겠다. 넌 요먼저 맡긴 걸 빨리 영어와 일어로번역해라.’     종호는 5만원권 몇장 꺼내 리향한테 주었다.      “이건 지난 달 번역료야. 용돈으로 써라.”      리향은 돈을 받아쥐고 발간 얼굴에 홍조까지 띄우며 반색했다. “고맙습니다. 우리 보스아빠님. 다그쳐 번역할게요.”       종호는 나영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난 아마 이번에 귀국하면 일주일 걸릴 거 같소. 우리 집에 있소. 리향은 일요일에나 오니깐. 서로 불편할 것도 없잖소?”      그러자 나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고맙긴 한데요. 장구지책은 아닌 거 같아요. 저한테 선생님 이름으로 월세집을 하나 맡아주세요. 돈은 제가 내겠습니다. 저에겐 려권도 없고 또 처지가 불편해 그래요.”     종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을 거 같소. 혹시 경찰들이 내 꼬리를 밟을 수도 있으니까. 내 돌아온 후 맡아도 되오. 근심말고 그 새 일주일이라도 우리 집에 있소.”      말을 마치자 종호는 묵직한 책트렁크를 끌고 길을 떠났다.      나영과 리향은 책짐이라도 거들어주려고 따라나갔다. 그러나 종호는 기어이 밀막아버리고 혼자 책배낭을 메고 책트렁크를 끌고 귀국의 길에 나섰다.     “택시라도 타고 가세요.”      미영이 말하자 종호는 그저 뒤돌아보더니 희죽이 웃어보이고는 책트렁크를 끌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택시는커녕 무거운 책짐을 끌고 메고 지고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고 인천에 갔다. 그는 공항에 가서 비행기 탄게 아니라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인천 부두에 가서 륜선을 탔다.      코로나가 심해 항공편도 한달에 몇번 없었다. 비행기표도 만원 웃돌 정도로 엄청 비쌌다. 당시 항공편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그 돈이면 책 한권이라도 더 내겠다. 흥.)       "바보기자"는 바다에 아무리 파도가 험난하고 사막에 모래바람이 아무리 기승스레 불어쳐도 기어이 책짐을 지고 메고 가람 건너려고 또 고행을 나섰다.
32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1 김장혁 댓글:  조회:1114  추천:0  2023-06-1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1. 리향의 넉두리소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부엌 쪽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 들렸다. 나영은 종호가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잘칵.      나영은 일어나 전등 수위치를 켰다.      “잠을 깨워 미안하오.”      종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문께로 다가갔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어디로 갑니까?” 나영이 일어나며 물었다. “현장보초를 서러 일찍이 가야 하오.” “아니, 제가 밥을 지어드릴테니 식사하고 가십시오.” 종호는 기어이 나가려고 했다. “오늘 로임을 주는 날이오. 밤당직 서러 꼭 현장에 나가야 하오. 오후에는 또 저 책짐을 메고 공항에 나가야 하오.” 나영은 안절부절 못하였다. “아니, 귀국하는가요?” “네. 국내에 부친 책도 도착하겠는데 가서 찾아 나눠줘야지. 딸애도 일요일에만 오오. 근심말고 우리 집에 있소. 어, 오늘 일요일이네. 서로 자매처럼 허물없이 보내오.” “따님이 남자친구라도 데리고 오겠는데요. 저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가요?” 그 말에 종호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남자친구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 걔 때문에 정말 속타오. 한뉘 시집 안간다오. 문학박사? 박사를 해 뭘 하오? 녀자가 녀자질이나 온전히 해야지.” 그제야 나영은 엊저녁에 자기가 종각에 가서 자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종호가 억지로 눌러 앉은 것을 알 것 같았다. 종호는 나영이 미안해할가 봐 뒷말을 덧붙였다. “현장에서 하루 세때에 간식까지 주오. 여기 쌀궤에 쌀을 퍼내 밥을 지어 잡숫소.” “네. 알겠습니다. 부디 잘 다녀오세요.” 나영은 종호를 어둠 속에 보내놓고 이부자리에 되물앉았다. 그녀는 저도 몰래 될대로 돼라고 다리를 쭉 펴고 들어누웠다. 어느 결에 곤하게 굳잠에 빠져버렸다. 얼마나 굳잠에 빠졌을가? 어두운 부엌 쪽에서 궤를 여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겠는가. 바가지에 쌀을 퍼서 씻는듯한 소리도 들렸다. 꿈인가? 생신가? 눈을 번쩍 떠보았다. 날이 밝고 부엌에 웬 녀성이 쌀을 씻고 있었다. 종호의 딸 리향이였다. 리향은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머리를 돌렸다. 그녀는 이부자리를 개이는 나영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표준적인 서울말씨로 알은 체했다. “잠을 깨워 미안해요.” “아니, 벌써 날이 밝았구만. 집에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잤구나.” 그들 둘은 하나도 어색한 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대했다. 리향은 밥을 지으면서 이런 속궁리를 굴렸다. (아버진 이 녀자를 좋아하는가 봐. 집에까지 데려온 걸 보면. 저 책짐을 보면 분명 아빠와 함께 온 거야. 아직 한 구들에서 자는 사이는 아닌가 봐. 아빠가 없잖아. 아까 저 녀자 잠자리를 보니까. 베개 하나 밖에 없었잖았는가.” 리향은 달걀채를 볶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전번엔 내 오니까. 저 녀자는 총총히 가버렸지만. 또 온 걸 봐라. 후처에 감투끈이 풀어지는줄도 모른다더니, 아버진, 참, 뭐야, 엄마와 리혼하고 제 딸 같은 녀자와 좋아해. 미쳤어. 뭘 보고 공개수배도주범을 다 좋아해? 허나 별 수 없지. 아빠가 좋아하는 녀잔데야.) 그들 둘은 손을 맞춰 제꺽 아침 밥을 지었다. 이윽고 새하얀 이밥과 노란 달걀채에 노랑 명태국이 밥상에 올랐다. 리향은 찬장에서 술잔 두개와 포도주 한병을 꺼내 밥상에 놓았다. “아침술이지만요. 포도주나 한잔 하지요.” 나영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난 술을 못해요.” “조금만 드세요.” 리향은 두잔에 빨간 포도주를 찰찰 넘치게 부었다. “자, 한잔 들지요.” 나영은 아니, 아니 하면서도 잔을 들었다. 한잔 마시고 그산 쌓인 스트레스를 훌 날려보내면 좋을 거 같았다. 한 서너순배 돌아간 후 리향은 잔을 놓으며 책짐을 가리켰다. “책짐만 봐도 신경질나요.” 리향은 나영의 눈치를 흘끔 보더니 억지로 웃어보였다. “우리 나이도 비슷한데요. 스스럼없이 대하자요.” “네, 좋아요. 자매처럼 보내죠.” 나영의 대답에 리향은 의아해했다. (아니, 그럼 이 집안 촌수 뭔가?) 허나 리향은 제꺽 동을 달았다. “그래요. 아빠와 어디까지 갔는지도 모르는데요. 버릇없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는데요.” 나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우린 그런 관계 아닌데요. 리선생님은 딸 같은 아녀자가 서울 바닥에서 헤매는 거 보고 동정해서 도와줄뿐인데요.” 그러나 리향은 그렇게 소홀히 나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몰라.) 그는 엉뚱한 책략을 들이댔다. 아빠 허물을 하며 넉두리를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저 책짐 봐요. 우리 아빤 책에 혼을 빼앗긴 사람인데요. 가정살림을 할 사람이 아니죠.” 나영은 아빠 허물을 하는 리향이 속으로 안쓰러웠다. “아빠는 흩어지는 우리 조선족의 미래를 생각해 책을 써서 애나게 찍어 메고 다니는 거 같소.” 리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누가 저런 책을 본다고 그래요? 온라인시대인데 책을찍어 나눠주기보다도 인터넷과 핸드폰에 올리는게 낫다는데 통 말을 안 들어줘요.” 리향은 나영의 잔에 또 포도주를 찰찰 넘치게 붓고 나서 넉두리를 이었다. “아빠는 숱한 책을 찍느라고 집을 다 팔아먹고 허망 나앉았어요. 아빠는 집 한채를 두기보다 책을 내서 백성들의 마음 속에 항일투사들의 기념비를 세워주는게 낫대요. 무슨 민족의 혼에 기념비를 세워준대요. 그래서 엄마는 아빠가 가정도 안해도 모른다고 리혼했지요.  아빠 엄마 리혼하는 걸 보고 난 혼인과 가정에 너무나도 실망했어요. 난 죽어도 시집 안가요. 시집 가 뭘 해요? 좋구 나머지 애들을 버리고 리혼하자고? 아빠 엄마를 보세요. 뭐 졸혼하고 제마끔 자기 삶을 산다고 애들의 마음에 시퍼런 비극의 비수를 박으라고? 내 가슴엔 아빠 엄마 남긴 상처차국이 더덕더덕해요. 난 절대 시집 안가요? 아빠 엄마처럼 졸혼하고 살자고? 아빠는 책 내는데 미치고 엄마는 마작이나 땅땅 치고... 사람의 인생이란 참 처참해요. ” 리향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넉두리를 했다. 그때 나영은 문뜩 이렇게 리향한테 말해주고 싶었다. "이젠 나이도 먹었는데 련애도 하고 사랑도 해보오. 사랑하면 더욱 큰 자기를 발견할 거요. " 그러나 나영은 불행한 자기 혼인과 졸혼 후 초상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사는 처지를 생각하고 차마 "시집가"란 말을 할 용기 없었다. 리향은 나영을 아빠한테서 떼놓고 싶어 아빠 숱한 허물까지 마구 하였다. (아빠가 절대 인터폴에서 공개수배하는 녀도주범과 좋아해선 안돼. 후처는 절대 안돼.) 리향은 나영의 감수가 어떤지도 않고 뒷말을 이었다. “아버지 하는 꼴을 보고 나는 두대가 문학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걸 깊이 느꼈어요. 아버지는 날 보고 자기 뒤이어 조선족이민사를 쓰는 조선족작가로 육성하려고 날 한국에 류학보냈지요. 아빠는 숱한 고생을 하면서도 날 자기 후계자로 배양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도 한때는 문학을 하자고 나섰지요. 처음으로 과학환상동화를 썼는데요. 그걸 내자고 국내 한 출판부문에 갔는데요. 문학편집이 하는 말 얼머나 웃겼는지 알아요?” 리향은 술잔을 놓고 코웃음쳤다. “ ‘리향이, 고양이 어떻게 핸드폰과 컴퓨터를 다루오? 아무리 과학동화라고 해도 이 따위로 써서야 어떻게 우리 신성한 아동문학잡지에 발표하오?’ 이러지 않겠어요. ㅋㅋㅋ.” 나영도 문학 본과생이기에 제꺽 알아들었다. “그 편집은 고양이를 동화속의 의인화된 인물로 본게 아니라 그저 집 고양이로 봤구만. 진짜 문외한이구만. ㅎㅎㅎ.” 나영의 말에 리향은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렇죠. 바로 그거죠. 그 문학편집은 의인화동화만 알았지. 현시대 과학환상동화를 잘 모르고 있었죠. 현시대 과학기계를 도입해 의인화된 작중 인물 고양이를 무장시킨 걸 깜깜부지었지요. 현시내 날로 발전하는 과학동화의 추세도 모르고 있었지요. 통 말이 통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퇴고맞고 너무 어처구니 없었죠. 편집은 작가를 육성할 수도 있고 명작을 죽일 수도 있죠. 너무 실망해 다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건데 지금 저의 문학박사 도사교수는 저의 그 동화를 보고 아주 훌륭한 과학환상동화라고 평론까지 써서 한국 한 아동문학잡지에 저의 동화까지 한데 냈지요.” “참 상반된 평가구만.” “그래요. 그 동화로 저는 인기동화작가로 지금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리향은 안경 너머 나영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저의 어머니는 한족인데요. 어머니는 중국에서 전도를 개척하려면 한국 류학보다 북경대학 같은데 가면 낫다고 했지요. 에이, 아빠 엄마 일 생각하면 골치 아파요.” 나영은 리향이 늘어놓는 넉두리를 들으면서 종호를 새롭게 알게 되였다. “우리 아빠는 참 재밌는 분입니다. 저의 류학뒷바라지를 하면서 어쩌는지 아는가요? 학잡비는 공짜로 대주지만 용돈만은 공짜로 안줘요. 알바를 하라요. 그것도 아빠의 비서격으로 아빠 쓴 글을 영어로 번역하래요. 그 번역비로 용돈을 쓰래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며 희죽이 웃었다. “아빠는 저 조선족항일투쟁사사책과 조선족이민사를 몽땅 한어, 영어, 일어로 번역출판해 조선족후대들에게 나눠줄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널어놓을 예산인데요.” 나영은 저도 몰래 탄복했다. “참 웅대한 계획인데요.” 리향의 넉두리는 끝이 없었다. 아침해도 반토굴에 기웃거리며 리향의 넉두리소리를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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