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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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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5권 (63) 김장혁
2022년 12월 14일 11시 37분  조회:188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73.녀인도의 한
 
      번대머리가 경찰들한테 련행돼 가는데 큰 길에서 나영과 마주칠 줄이야.
      나영은 보름달 얼굴이 청얼음처럼 굳어진채 경찰에 나포돼 가는 번대머리를 보고 쌀쌀하게 내뱉지 않겠는가!
     “잘코사니야! 배신자, 음모가! 맨날 날 사랑한다고 달콤한 말로 얼려 내 사랑과 육체를 다 빼먹은 사랑 도둑놈! 날 심계국에 고발한 음험한 놈! 내 뒷잔등에 시퍼런 칼을 박은 배신자! 위선자! 천벌받아 마땅해!”
번대머리는 경찰한테 나포돼 가다가 홍대입구 부근 모텔 앞에서 빈정거리며 박수 치는 나영을 분명히 보았다.
      “분명 저 년이 저승사자한테 고발한 거야!”
      번대머리는 나영을 보고 아우성쳤다.
     "나영아,  내 널 얼마나 내 심장보다도  더 사랑했는데.  목숨걸고 흑인강도를 차넘기고 널 구한 일을 다 잊었느냐? 어찌 배신할 수 있느냐?"
     그러나 나영은 들었는둥 말았는둥 무표정이다.
     "나영아, 날 구해달라!"
   나영은 건가래를 뱉었다.
     "퉤! 음한 놈, 천벌 맞아 싸!"
    번대머리는 애절하게 통탄했다.
     (아, 배은망덕한 년, 어찌 내 잔등에 비수를 박을 수 있어?! 가슴이  아프다. 심장이 터진다!)
    번대머리는 사랑하던 녀자한테 배신당해 더 가슴이 아팠다.
     번대머리는 육중한 충격에 그만 뻘건 피를 왈칵 토했다.
    그는  이를 쁙쁙 갈았다.
     (네년을 절대 놔둘 수 없어! 내 얼마나 사랑했다고,  날 어떻게 배신해! 내 널 심계국에 고발한 건 널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야. 널 버리기 참 아쉬웠다. 널 데리고 도망치려고 그랬어. 용서해라.)
저쪽에 미희 오빠가 놀라운 눈길로 보고 있지 않겠는가.
(도망칠 수 없을가?)
번대머리는 미희 오빠가 이쪽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피뜩 령감이 떠올라 기회를 엿보았다.
(안돼, 난 절대 지옥으로 갈 수 없어. 숱한 아가씨들을 두고 어찌 새파란 나이에 생지옥에 간단 말인가! 아가씨들이 하나, 하나 다 날 배신했어. 그러나 미희하구 한국에서 실컷 살아야겠는데. 청량리 숱한 아가씨들이 아까워 어떻게 철창 속에 구속당해?!)
번대머리는 경찰을 떼버리고 도망칠 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순간 그의 뇌리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부시며 지동쳤다.
그는 불시에 고함쳤다.
“아, 오줌 마렵소! 아이구, 오줌깨 다 터진다.”
“뭐라고?”
두리모자는 경찰차를 급정거했다.
경찰들은 정호를 데리고 부근의 모텔로 들어갔다.
경찰은 카운터에 가서 모텔 주인 보고 뭐라고 말하더니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 3층방 화장실 있어. 인차 나와야 돼.”
번대머리는 3층으로 따라올라오는 한 경찰과 말했다.
“네. 쇠고랑이를 풀어주세요. 두 손을 뒤로 결박해서 어떻게 소변 보겠는가요?”
      경찰이 쇠고랑이를 풀어주었다.
     번대머리는 두 손을 매만지며 모텔 출입구를 지키는 다른 경찰을 피뜩  곁눈질했다. 그는  3층 방 화장실로 유유히 들어갔다.
     화장실에 되창문이 있지 않겠는가.
     (살았다, 살았어.)
화장실 문걸개를 절컥 잠궜다.
“문은 왜 잠궈? 어서 열어!”
번대머리는 화장실 되창문을 훌 열어제끼자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창 밖으로 뛰여내려갔다.
뒤에서 고함소리 들렸다.
“문 열어! ”
“어서 열어!”
번대머리는 땅바닥에 고양이처럼 살짝 뛰여내리자 다리야 날 살려라고 굽이진 골목으로 도망쳤다.
“서라!”
뒤에서 호각소리, 고함소리 요란했다. 그러나 번대머리는 어둠 속으로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번대머리가 한창 어두운 큰길로 도망칠 때였다.  
큰길에서 승용차 달려오면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성님! 내 차에 타!”
미희 오빠 아니겠가!
번대머리는 차에 뛰여들어갔다.
승용차는 쏜살같이 달렸다.
뒤에서 경찰들이 달려나오는 것이 반사경에 띠였다…
번대머리는 또다시 미희와 함께 미희 오빠가 모는 어선에 앉아 망망한 바다에 나갔다.
“어디로 갈가요? 일본에 되돌아가겠어요?”
“아니야. 동남아 어느 나라라도 좋아요. 거기 가면 경찰들이 무슨 재간에 날 따라온다고? 흥!”
“알았어요. 미희야, 넌 가지 말라. 위험해.”
“아니요. 한국에고 일본에고 다 돌아다녀도 최선생님처럼 호방하고 착한 남자는 없어요. 전 죽어도 이분의 녀자로 살 거예요.”
미희 오빠는 어선을 몰 예산을 하지 않고 미희를 말렸다.
“미희야, 새파란 나이에 예순 고개에 오른 늙은이한테 뭐야? 넌 꼭 후회할 거야.”
“아니, 오빠, 자꾸 막으면 바다에 풀렁 뛰여들어 죽어버릴 거야.”
미희 오빠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미쳤구나. 미쳐!’
오빠도 녀동생을 어쩌는 수 없어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드디여 그는 머리를 번대머리한테 돌렸다.
“삯전만은 꼭 챙겨야 해요.”
번대머리는 거짓말로 얼려 넘겼다.
“그러지. 동남아에 가면 거기 있는 동생한테서 딸라를 달라고 해 푼푼히 줄게요.”
번대머리는 억이 막혀 미희를 흘끔 돌아보았다.
“오빠, 너무 해요. 경찰한테 쫓겨 알몸 된 사람 보고 뭔가요? 황차 최국장님은 죽자살자하는 저의 애인인데요.”
미희는 외까풀눈을 흘겼다.
“알았다. 알았어.”
그러나 번대머리는 사람좋게 대답했다.
“삯전 근심 말라니깐요.”
그리하여 어선은 어둠을 타고 사나운 파도를 헤가르면서 서남쪽으로 바라고 미끌어져 나갔다.
사흩날 어두운 밤에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사납게 태풍이 불어쳤다. 검푸른 산더미 같은 파도가 가랑잎 같은 자그마한 어선을 먹장구름 속으로 건뜩 들어올렸다가도 쁠랙홀 같은 바다 밑으로 처박았다.
“아이구메. 죽었다, 죽었어!’
미희가 아우성쳤다.
“재수 없이 떠들지 마! 오지 말라니까. 따라 나설 거 뭐야?”
미희 오빠는 욕설을 퍼부었다.
“저기 저 검은게 섬인 거 같애.”
미희 오빠는 중얼거리며 어선을 몰고 파도를 이리저리 헤가르며 부근에 있는 이름도 모를 거머칙칙한 섬으로 가까스로 다가갔다.
미희 오빠가 다행히 어선을 안전하게 섬에 가져다댔다.
그들이 어선에서 내려 들쑥날쑥한 뭍에 뛰여올라갈 때였다.
짐승소린가!
고함소리 들리며 숱한 홰불이 엄습해왔다. 홰불을 빌어 보니 옷도 변변히 입지 못한 숱한 야만인들이 아니겠는가!
번대머리가 우멍눈으로 홰불을 든 자들을 살펴보았다. 파초잎으로 앞을 가리고 대나무창을 쥔 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몽땅 가슴을 드러낸 야만녀인들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야만인들한테 결박당해 어둠침침한 동굴로 끌려갔다. 야만인들은 어선에 있던  과자상자와 음료수상자를 몽땅 빼앗아 동굴로 날라갔다.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동굴 안을 둘러보면서 속으로 애절하게 한탄했다.
(어쩜 범의 굴에서 빠져나와 승냥이 굴에 뛰여들었어?)
홰불을 켠 어둑시그레한 동굴 정면에 높으직한 석판 위 대나무의자에 한 야만녀인이 도고히 앉아 있었다. 생화다발을 머리에 얹은 야만녀인은 진흙을 마구 쥐여뿌려 만든 흙보살 같았다. 그녀는 음흉한 우멍눈으로 독살스레 그들을 쏘아보았다.
      아마 녀인도의 우두머린 것 같았다. 그의 우멍한 눈에서 무서운 파란 빛이 번쩍이며 공포를 안겨줬다.
      녀인도는 완전히 모계씨족 사회였다. 남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후에 알고 보니 쓸만한 남자 몇몇만 녀인도 가운데 벼랑 밑에 있는 동굴에 가둬두었던 것이다. 딱 남자를 쓸 때만 끌어내다 대창끝 밑에서 성노예처럼 애완견처럼 가지고 즐겼다. 
그 강렬한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직전 발산하는 무서운 파란 눈빛일줄이야.
우두머리가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야만인들이 우르르 덮쳐와 미희를 끌어내갔다.
“오빠, 날 살려주오!”
    “미희야!”
    미희 오빠는 번대머리를 돌아보며 욕했다.
"다 네놈 탓이야. 미희 네놈 따라왔다가 다치잖아?"
"저놈들을 놔둘 수 없어!"
     번대머리는 고함치며 덮쳐나갔다.
     오빠도 미친듯이 고함치며 덮쳐나갔다. 그러나 두 팔을 뒤로 결박된 그들도 용빼는 수 없었다. 당장 야만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푹푹 꺼꾸러졌다.
     야만인들은 미희를 동굴 밖에 끌어내다가 칼로 목을 툭 쳤다. 야만인들은 피 뚝뚝 떨어지는 미희 머리를 대창에 꿰들고 빙빙 돌아가면서 아우성치며 노래를 불렀다.
드디여 시퍼런 작두 같은 대도로 미희 사지를 잘라내고 엉덩이고기를 저며내 대바구니에 담아 동굴에 들여왔다.
야만인들은 웃고 떠들며 미희 고기를 우등불에 구웠다. 사람 고기가 뿌지직뿌지직 타며 노린내가 동굴 안을 채우며 공포를 몰아왔다. 야만인들은 굶은 이리들처럼 우등불에 모여 앉아 구운 사람 고기를 저며내  맛나게 먹어댔다.
"아차, 식인 야만인들이구나!"
“미희!”
한참 후에야 정신차린 번대머리와 오빠는 대창 끝에 꽂힌 미희 머리를 보고 아우성치며 발버둥질쳤다. 그들 둘은 우두머리를 쏘아보며 끝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생지옥이구나! 아무리 이승에서 죄를 졌다고 어쩜 이다지도 험하게 구는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하느님도 나 같은 죄인은 용서하지 않는구나!)
미희 고기를 배불리 먹은 식인 야만인들은 번대머리와 오빠한테 다가왔다. 그들은 웃고 떠들면서 번대머리와 오빠의 바지를 훌렁 벗겼다. 야만녀인들은 번대머리 하신을 보고 깜짝 놀라 아우성쳤다.
그녀들은 번대머리 앞에 엄지를 내두르며 음탕하게 짐승처럼 웃어대며 지껄였다. 그녀들은 남자 하나 없는 녀인도에서 오랜만에 남자를 보고 야단쳤다.
     졸개들은 정호 사지를 건뜩 들어 둘러메고 단상에 올라가 우두머리한테 바쳤다.
     우두머리는 대의자에서 일어나 생화 꽂은 대가리를 숙여 정호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우멍눈에 이상한 파란 빛을 뿌렸다.
     뒤이어 우두머리 야만녀인은 결박한 정호를 가지고 실컷 즐겼다.
     정호는 밑에서 당하면서 게두덜거렸다.
     "어이구, 못 생긴게. 성욕은 강하구나. 어우, 남을 묶어놓고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진짜 성파쑈구나. 그 주제에 성독재를 해?!"
미희 오빠는 굶은 야만인들한테 륜간당하면서도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녀인도에는 남자가 황금보다 더 귀한 모양이구나. 죽을 거 같잖구나.)
     한편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는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그들은 일단 목숨을 구했기에 무인도에서 도망갈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정호는 우두머리와 함께 무인도 해변가를 산보할 때 그들이 타고온  어선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아니, 저게 뭐야?
들쑹날쑹한 바위 사이에 어선이 그대로 멈춰 서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지 않겠는가.
야만인들은 정호랑 타고 온 어선을 지킬 뿐 파괴하지는 않았다.
(다행이야.)
정호는 미희 오빠를 보고 어선을 눈짓했다.
“결박을 풀기만 하면 저 어선을 타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수.”
“칼탕을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
“기회를 봅시다.”
“깩-“
우두머리가 괴상하게 뭐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경호졸개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대창으로 정호와 미희 오빠 입을 찌를 상 하며 위협했다.
말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았다. 아마 우두머리는 그들이 도망칠 음모를 꾸밀가봐 경계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미희 오빠한테 찔끔 눈짓했다.
   그런데 저게 뭐야?
    우두머리 우멍눈에서 이상한 파란 빛이 어선을 비췄다. 파란빛을 맞은 어선에서는 불시에 씨뻘건 불이 활활 타올랐다.
   "망앴구나! 망했어!"
   미희 오빠는 절망에 빠져 발을 동동 구르며고함쳤다.
   번대머리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자유세상으로 달려나갈 유일한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다.
    꽃밭에 힌들 들어누울 꿈이 한줌의 연기로 타래쳐 흐리멍텅한 하늘로 날아나며 쓸쓸한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자유를 갈망하는 가슴에 맺힌 한이 연기로 소용돌이치며 꾸역꾸역 터져나온다.
   성파쇼의 잠꼬대 같은 고함소리는 식인악마들이 욱실거리는 녀인도에서 타리태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망망한 대해도 식인야만인들한테 질겁해 거세찬 파도를 타고 두터운 어둠 속으로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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