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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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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4) 김장혁
2022년 10월 31일 10시 55분  조회:148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64. 오자서와 미녀 서시
 
      링컨하이야는 박문 총경리 부부를 싣고 웃음꽃을 피우며 소주 옛성 동남쪽 귀퉁이에 자리잡은 반문(盘门)공원 광장에 이르렀다.
     윤선은 벌써 표를 사쥐고 대기하고 있다가 링컨하이야 뒷문을 열어제끼며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그래. 우린 윤선이만 있으면 시름 싹 놓인다니까. 허허허.”
      박문 총경리는 안해 손을 잡고 내렸다.
군철과 애리싸는 그들을 안내해 반문공원에 들어섰다. 명태조 주원장이 세웠다는 9층탑이 그들을 숙연히 마중했다.
군철은 평소에 애 둘을 키우는데다 일이 바빠 애리싸를 여기 데리고 구경시키지도 못했다.
애리싸도 호기심에 찬 눈길로 탑을 쳐다보고나서 미라씨한테 권유했다.
“탑에 올라가 보죠.”
“yes. 탑은 올라가 봐야 구경하는 멋이 있지.”
윤선은 미라씨와 애리싸를 이끌고 탑 안으로 들어가 나무층계로 해 올라갔다.
“층계가 가파로운데요. 주의하세요.”
“그래. 알았어. 우리 경주 김씨는 요렇게 자상하고 살뜰하다니깐. ㅎㅎㅎ.”
미라씨는 윤선을 치하했다.
한참 후 미라씨와 애리싸는 헐떡이며 탑 꼭대기층에 이르렀다. 란간을 잡고 아래를 굽어보니 푸른 수림 속에 거울처럼 맑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겨울인데도 푸르른 참대숲이 설레여서 별유천지라는 감을 주었다.
저 멀리 재빛토성에 “오(吴)”자가 박힌 자주색 행화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추녀가 건뜻 들린 반문 루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진짜 선경 같구려. 소주에 이렇게 고색이 짙은 경치도 있어? 저기 저 참대숲을 보니 우리 고향 경주의 참대숲이 떠오르네.”
미라씨는 연신 감탄하면서 윤선한테 얼굴을 돌렸다.
“윤선은 경주에 가보았어?”
“네, 가보았지요.”
미라씨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잘했어. 뿌리를 잊지 말아야지. 경주 토함산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령길엔 이맘 때면 푸른 참대숲이 설레이지,”
윤선은 탑 위에서 미라씨한테 참대숲과 반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었다.
“조카, 우리 둘이 기념으로 한장 찍자.”
미라씨는 윤선과 나란히 섰다.
애리싸는 미라씨의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었다.
찰칵, 찰칵.
미라시는 윤선의 팔을 놓고 핸드빽에서 명함장을 꺼내들었다.
“내 명함인데. 오전에 ‘대상해(大上海)’라는 즉흥시조 한수 썼는데요. 기념으로 드리죠.”
“네- 감사해요.”
윤선은 명함을 받아 뒤에 쓴 시조를 보고 연신 감탄했다.
“참 멋진 시조군요.”
“그저 수필이랑 소설이랑 좀 긁적거릴뿐이야. 시는 좀 기분나면 음풍영월할뿐이야.”
미라씨는 해죽이 웃으며 윤선을 보고 물었다.
“윤선은 시조 쓰지 않나요?”
“전 리공과생이여서 못 써요.”
“어느 대학을 나왔나?”
“길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석사를 나왔어요.”
“와- 참 대단해."
미라씨는 옆에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애리싸 밖에 없는지라 속심의 말을 했다.
"꼭 크게 쓰일 거야. 내 고모부한테 잘 부탁해놓을게.”
“고맙습니다. 고모님.”
윤선은 허리 굽혀 인사하고나서 물었다.
“저의 아빠 쓴 시조 볼래요?”
“오. 그래 좀 보자구.”
윤선은 멜가방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드렸다.
“이건 저의 아빠가 지난해 봄에 40여년만에 상해 황포강가에 왔다가 지은 즉흥시조예요.”
미라씨는 시조를 받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상해
           
                   조왕돌
 
외탄에 파묻어둔 청춘이 반겨맞소
 
       황포강  41 추억을  담아주네
 
       세월은 흘러 갔건만 청춘 꿈은 푸르오
 
“와- 과시 명시조로군요.”
미라씨는 연신 감탄했다.
그녀는 조왕돌의 시조를 탑우에서 거닐면서 감정을 몰입해 랑송하며 음미했다.
“상상력이 참 풍부한 시라니께. 아빠 시를 많이 썼겠군요.”
“아닙니다.”
윤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는 몇해 전에 기자를 그만 뒀어요.”
“왜? 우리 경주 김씨네 남자들 다 저렇게 나약하다니깐.”
“로백성들을 위해 여론감독을 못할 바엔 회의보도나 하자고 기자를 하겠는가? 이렇게 항상 불평을 토로했지요. 나중에 기자를  그만두고 광고업을 시작했습니다.”
“오- 그래. 잘 했어. 음풍영월해서야 무슨 돈 벌겠어. 광고업 참 좋아. 돈벌이야 잘 되겠지?”
“네- 양로비용은 벌 것 같아요.”
“그럼 됐어. 언제 오빠를 만나봤으면 좋겠어.”
"만날 기회가 있겠지요."
미라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서 박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가 탑을 올려다보면서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했다.
이윽고 미라씨는 탑을 내려오면서 애리싸한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애리싸는 어떻게 돼 최부총경리를 알게 됐어?”
“네-“
애리싸는 속임없이 대답했다.
“저와 군철씨 여동생 지예랑 이 윤선이랑 하나랑 모두 미국 하버드대 때 동기죠. 저는 지예를 따라 소주에 오게 됐어요.  지예가 소개해줘서 군철씨를 알게 됐어요.”
“군철씨와 결혼할래요?”
“결혼?”
애리싸는 층계를 다 내려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오마이갓, 결혼, 그렇게 중요한가요? 지금 동방에서는 졸혼 바람이 부는 시대라고 하던데요. 황차 우리 서양에서는 성해방, 성자유를 주장하는데요. 결혼 안 해도 애인으로 자유롭게 살면 안되는가요? 호호호.”
애리싸는 군철도 들으라고 일부러 높이 말하는 것 같았다.
군철도 듣고 씨무룩이 웃기만 했다.
윤선은 박문 부부를 이끌고 탑을 에돌아 거울처럼 맑은 호수가에 갔다.
호수에는 거꾸로 비낀 우중충한 나무를 타고 흰 구름송이들이 오리무리처럼 떠다니며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참말로 별유천지였다.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장 찍기오.”
군철의 말에 윤선은 호수와 탑을 배경으로 두 총경리 부부들의 기념사진을 찰칵찰칵 촬영해주었다.
뒤이어 군철은 소주 옛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주 옛성은 기원전 4- 5백년 전 춘추전국 때부터 축조하기 시작했죠. 그러니깐 이젠 소주는 2천 5백여년이란 유구한 력사를 가지고 있죠.”
“참 유서 깊은 옛성이군요.”
그들은 어느덧 반문 옆에 있는 오자서 장군 사당에 이르렀다.
군철은 박문 부부를 이끌고 사당에 들어가며 설명했다.
“이 사당은 오나라 오자서장군을 기념해 지은 사당인데요. 오자서장군은 우리 소주 옛성을 축조한 력사적으로 유명한 장군입니다.”
사당 안에는 검을 잡은 거대한 오자서장군의 전신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사당 안에는 오자서 승상의 생전, 몇천년 전 가옥과  병기 외에도 후세 사람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여 그린 력사이야기 련환화도 전시돼 있었다.
군철은 박총경리 부부한테 경건한 마음으로 오자서 장군을 소개해주었다.
“오자서(伍子胥)는 지금부터 2500년 좌우 전국시기 초나라(지금 안휘성, 호북성, 호남성 지역) 사람인데요. 모사입니다. 그는 선친이 초왕에게 억울하게 살해되자  오나라에 도망쳤지요.”
옆에서 윤선이 애리싸한테 영어로 나직이 번역해주었다.
박문 총경리 부부는 련환화를 보면서 군철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소주 옛성은 둘레가 18킬로메터나 돼요. 2천 500여년 전 전국춘추 때부터  건설됐는데요. 몇해 전에 소주시에서는 40억원을 투자해 이 유서 깊은 소주 옛성을 재건했지요.”
미라씨와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군철은 가이드처럼 소주 옛성을 아주 체계적으로 소개해주었다.
“당시엔 소주를 평강(平江),혹은 고소(姑苏)라고 불렀지요. 오자서는 오나라 수부 평강에 왔을 때 처음에는 거리를 다니면서 피리나 불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류랑하였습니다. 당시  오나라 태자 광(光)은 넷째 삼촌 료(辽)한테 빼앗긴 왕위를 찾자고 암암리에 모사와 무사를 긁어모았지요. 어느 하루 태자 광은 거리에서 떠돌며 피리를 부는 오자서의 비범한 용모를 보고 자기 집에 데려갔지요. 그는 오자서의 귀족신분을 확인한 후 오자서를 보고 왕위를 되찾아달라고 부탁했지요. 오자서는 태자 광에게 물고기를 잡아 근근득식하며 사는 무사 전제한테 황금을 주어 은혜를 입히게 했지요. 전제는 태자 광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았지요. 오자서는 오왕의 생일날에 태자네 집에 생일연회를 차리게 하고 하인을 시켜 오왕을 청해오게 했지요. 오왕 료(합려)는 조카 광을 의심하지도 않고 제 시간에 광네 집에 와서 생일연회석에 들어갔지요. 오자서는 무사 전제를 시켜 물고기 배에 비수를 넣은 물고기채대야를 연회상에 올리게 했지요. 전제는 주방일군으로 가장하고 물고기채대야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연회상에 다가갔지요. 전제는 물고기 배에 커다란 손을 넣어 불시에 예리한 비수를 빼들어 오왕 료의 목을 찔렀지요. 전제는 오왕이 죽지 않았을가봐 목이 떨어질 때까지 칼질해 가슴에 벌집처럼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습니다. 호위병들은 그 돌발적인 사태에 어정쩡해 구경하다가 뒤늦게야 정신 차리고 전제를 칼탕쳐 죽였지요. 오왕은 암살당하고 태자 광이 왕외에 오르게 됐지요.”
“오-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군요.”
박문 총경리는 연신 한탄했다.
“왕위를 되찾게 되자 오왕 광은 오자서에게 승상을 시켰지요. 오자서는 오나라 수부 평강(오늘의 소주 고성)  백성들을 령솔해 토성을 높이 쌓고 해자를 깊이 파고 찹쌀떡을 많이 저장해두게 하였습니다. 오자서는 지금의 절강, 복건, 광동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월나라와 산동 남쪽에 있는 제나라의 침략을 막을 만단의 준비를 했습니다.
 오자서는 또 오왕 광을 보고 미녀 서시를 멀리하고 월나라와 화해하지 말며 제나라를 원정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화를 당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오왕 광은 배은망덕하고 단상에서 예리한 검을 내리뿌려주면서 오자서를 보고 자결하라고 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충신 오자서 장군은 그만 우매한 오왕 광의 핍박에 못 이겨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오왕 광은 오자서의 충고를 듣지 않고 월나라에서 보내온 미녀 서시를 끼고 날마다 술판을 벌리고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오왕 광은 월나라  미녀 서시의 미인계에 들어 끝내 나라가 엉망이 돼갔지요. 죽기 전에야  오왕 광은 오자서의 충고를 안 듣고 오자서 장군을 잘못 죽인 것을 통탄했다고 합니다.”
“에이, 참, 너무 비참해요. 력사적으로 충신은 오래 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고도 많았지요. 충신의 죽음이 너무 아타깝네요.”
       미라씨는 도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오자서 장군의 동상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머리를 숙연히 숙였다. 그녀는 눈물이 글썽해 오자서 장군 동상의 커다란 손을 매만지였다.
“기념사진을 찍어주세요.”
“네.”
박문과 미라씨는 오자서 장군의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뒤이어 그들은 군철의 소개를 계속 경청했다.
“ 2천년래 소주 사람들은 오자서 장군을 기리여 오자서 장군의 이 생전 가옥 울 안에 사당을 짓고 해마다 오자서 장군 사당에 찾아와  향을 올리며 추모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소주 옛성 주위에 오자서 장군의 동상이 여러개 세워져 있습니다. 소주 마른 찹쌀떡(糯米饼)은 오자서 장군이 당시 백성들 보고 저장하게 한 떡인데요. 지금도 소주 사람들은 오자서 장군을 기리면서 마른 찹쌀떡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때마침 떡장사가 오자서 생가 앞마당에서 소주 마른 찹쌀떡을 파는 것이 보였다.
그들 일행은 미라씨의 말에 따라 오자서 장군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찹쌀떡을 사서 맛보았다.
미라씨는 오자서 장군 생가 대문을 유심히 되돌아보면서 연신 한탄했다.
“아, 소주 옛성에는 비장한 이야기도 있군요. 소주는 유서 깊은 곳이군요.”
오자서 장군 생가 토성 옆의 참대숲도 구슬프게 설레였다. 정원의 나무에서 락엽이 우수수 지면서 쓸쓸한 마음이 겹겹이 더 쌓이게 하였다. 월계화가 곱게 피여 웃으며 오자서 장군의 억울한 혼을 위로해주는 상 싶어 더욱 쓸쓸했다.
윤선의 안내를 받으면서 미라씨 등은  반문 옛성곽 루각에 올라가 둘러보았다.
      옛장수 복색을 한 장군과 무사들이 칼을 차고 름름한 자태로 루각과 성곽 요새마다에 서 있었다. 그 무사들 속에서 당년에 긴 검을 차고 오나라 군사들을 지휘해 왜적들과 싸우던 오자서 장군을 보는 상 싶어 더욱 애절해났다. 귀가에는 전고가 둥둥 울리고 전마가 호용하고 오자서 장군의 함성이 지동치는 상 싶었다. 진짜 당년의 춘추전국 시기 오나라 반문 성곽보위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반문 옹성 밖의 돌토성에는 륙로로 통한 대문과 수로로 통한 수문이 바라보였다. 수문 쇠살창 밑으로는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 수로를 통해 선박들이 군사를 싣고 소주 옛성곽을 출입했다고 합니다. 소주 옛 시내에는 거리마다 수로가 가로세로 뻗어 있어 기본상 배로 통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금도 소주 옛성 동남구역의 평강거리에는  수로가 가로세로 뻗어 있어 쪽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습니다.”
          윤선의  설명을 듣고 미라씨는 부쩍 호기심이 동했다.
“언제 시간 나지면 평강거리에도 가보죠.”
“네, 그렇게 합시다.”
군철이 시원히 대답했다.
미라씨가 반문 잿빛벽돌토성 남쪽을 바라보니 폭이 100메터도 넘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대운하에는 유람선과 화물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고 있어 일대 강남풍경을 이루었다.
미라씨는 손으로 그 강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 강은 무슨 강인데요?”
“대운하죠. 소주 옛성 토성에는 반문 같은 문이 여덟개나 있고 옛토성(古城墙) 밖에는 저렇게 대운하와 호성하(护城河)가 흐르고 있습니다.”
“네. 해자가 저렇게 넓은 강으로 돼 있군요. 참 장관인데요.”
군철은 미라씨가 대운하에 부쩍 관심을 가지자 인차 새 제의를 했다.
“형수님, 그럼 대운하에서 유람선을 타고 배놀이하면서 소주 예성을 둘러볼가요?”
“참 좋아요.”
     박문 부부는 오자서 장군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반문 루각에서 내렸다. 그들 일행은 륙로 대문으로 나가 대운하 부두에 다가갔다.
부두에는 벌써 박 총경리의 녀비서 은희가 유람선을 마련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유람선은 그들을 싣고 대운하에서 서서히 미끌어져나갔다. 유람선이 이윽고 커다란 세개 궁형으로 된 아치교 밑을 지나갔다. 유람선에서 반문 루각을 돌아보니 아주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대운하가에 우뚯 솟은 재빛토성에서는 전마가 호용하고 장수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미라씨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문은 안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반가웠다.
(안해를 소주에 붙들어둘 일루 희망이 보이는구나. ㅎㅎ.)
윤선은 또 대운하를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이 대운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습니다. 대운하는 중국 수조 수양제 시기에 판 것으로 알려집니다. 대운하는 북에서 북경으로부터 남으로 항주에 이르는 수천리 수로입니다.”
   “엄청 길군요. 이런 큰 강을 어떻게 수천리씩이나 팠을까요? 대국은 대국이야.”
 미라씨가 연신 혀를 끌끌 찼다.
“수양제는 대운하 량안의 수백만명 백성들을 동원해 이 대운하를 팠지요. 수양제는 강남을 순찰할 때면 화려한 대형유람선 수십척을 휘동해 대운하로 해 남하하였다고 합니다. 그때면 대운하 량안 10리 안의 백성들이 모두 돼지나 닭을 잡아가지고 와서  바쳐야 했지요. 수양제 순찰어선이  다가오면 당지 백성들과 관리들은 모두 대운하 수십리 량쪽에 꿇어엎뎌 ‘우리 황제 만세!’를 높이 불러야 했다고 합니다.”
“우와- 그때 굉장했겠어.”
유람선은 어느덧 남쪽 토성과 소주 옛성 중심거리로 통하는 남대문에 이르렀다.
대운하 량안에 푸르른 참대숲이 초겨울 바람에 설레이며 강남 록색풍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룡두유람선, 목조루각유람선들은  희희락락거리는 유람객들을 싣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얀 물갈퀴를 일구며 달아다녔다. 유람선과 유람선이 대운하에서 만나면 유람객들은 서로 손을 젓거나 수건을 흔들며 반겼다.
유람선은 어느덧 소주 옛성곽 동남쪽 귀퉁이에 자리잡은 사문(蛇门)에 이르렀다.
“여기서 내려 사문 루각에 올라가 구경합시다.”
군철의 말에 모두들 유람선에서 내려 사문쪽으로 이동했다.
한참 후에 그들은 참대숲을 꿰질러 옛토성에 올라 사문 루각에 이르렀다. 사문에는 반문의 루각보다 더 높고 큰 2층 루각이 우뚝 서 있었다. 넓다란 사문 보루에는 풍향계, 커다란 북, 옛 대포가 진렬돼 있었다.
군철은 사문을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오나라는 소주지역을 중심으로 장강 남쪽을  차지했는데요.  오나라 주적국은 소주 남쪽, 지금의 절강과  복건, 광동 지역을 차지한 월나라였습니다. 월나라는 속칭 뱀의 나라라고도 하였습니다. 오나라 승상 오자서는 소주 옛성 성곽 동남쪽 월나라 방향으로 이 사문(蛇门)을 건축하고 사문(蛇门) 밖에 두갈래 뱀모양의 해자를 깊이 파놓고 토성 밖에서 월나라 침략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미라씨는 옛 대포 아구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군철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월나라 국사 범계는 항주 부근 미녀 서시를 오왕에게 보내 겉으로는 화친할 상 하고 암암리에 미인계를 써서 오나라를 망하게 만들려고 들었지요. 오자서는 월나라 모사 범계의 음모를 간파하고 오왕 광에게 미녀 서시를 버리고 정사를 돌보며 월나라와 화친하지 말라고 충고했지요. 그러나 오왕은 오자서의 충고를 안 듣고 오자서를 자살하게 한 후 무석 태호 부근에 별장을 짓고  날마다 미녀 서시를 끼고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미녀 서시는 망해가는 오나라 정치, 군사, 경제 정보를 월나라에 빼보내 오나라가 월나라에 엉망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미녀 서시는 남편 오왕을 죽게 한 죄책감에 나중에 태호에 뛰여들어 자살했습니다.”
“남편을 잡아먹은 년 천번만번 죽어 마땅하죠.”
미라씨는 자못 격분해했다.
윤선은 머리를 끄덕였다.
“고모님도 이후에 무석에 가면 태호가에 세워진 미녀 서시 기념관과 미녀 서시 동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네, 그러죠. 중국엔 구경거리도 많고 재미나는 력사이야기도 많아 참 좋아요.”
미라씨의 말을 듣고 박문 총경리는 흐뭇해했다.
(그래, 진작 그래야지. 당신이 여기에 마음을 붙여야 내 살 날이 오지. ㅎㅎㅎ.)
그는 속으로 이렇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중국의 숱한 명승고적이 저 녀편네를 오래오래 꽉 붙들어 두옵소서.)
군철의 설명은 계속 됐다.
“오자서는 죽기 전에 월나라 국사가 왕위를 찬탈하련다고 리간계밀서를 써놓았댔습니다. 오자서의 심복이 그 밀서를 월왕에게 전하였지요. 그 밀서를 보고 월왕은 자기 스승인 범계를 의심하기 시작해 죽이려고 미쳐 날뛰였습니다. 범계는 제자 월왕이  언젠가는 자기를 꼭 죽이려고 할 거라고 예감했지요. 그는 월왕에게 미녀 서시로 미인계를 써서 오나라를 망하게 하라고 간한 후 인차 절강 려수 산굴에 숨어 중이 돼 살았다고 합니다. 재작년에 제가 범계가 만년에 은거한 려수 산굴을 돌아보았는데 감회가 깊었습니다.”
“에잇, 왕들은 다 배은망덕해. 인간성이란 꼬물만치도 없어.”
“글쎄 말이야. 어찌 자기를 도운 은인충신이나 스승까지 다 잡아죽이려 해?”
사문 루각에서는  은인도 충신도 몰라보고 스승마저 잡아 죽이는 배은망덕한 배신자에 대한 원망소리가 연발했다.
       아, 오늘도 옛성에는 수천년 전에 맺힌 한이 휘몰아쳐 사람들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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