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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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송구하고 영신하며(한영남) 댓글:  조회:999  추천:30  2009-12-30
시송구하고 영신하며(할빈) 한영남   질항아리같이 잘 다듬어진앙징맞은 슬픔을 선사해주고너는 세월의 어디쯤에서 행복을 엿처럼 빨고있니 편지 없어 주소를 몰라버리듯이내 기억의 빨래줄에서 색바랜 친구야 오늘만큼은 너를 떠올려어깨 나란히 오이라도 먹고싶구나 우리를 위한 단 한줄의 위안이여 다급해진 요즘을아닌보살하고 살아가는 우리 행여길을 가다가 만나도모르는 우리처럼 스치지는 말자 우리의 진실을 질투하는 자를 우리의 터전에서 추방하며우리 서로 다가서서서로의 눈동자속에 꽂혀보자 아아 저무는 통증이여아아 다가오는 황홀이여
15    나무의 부활 댓글:  조회:894  추천:34  2009-12-04
나무의 부활 -고 리삼월선생님 령전에 삼가 드림 한영남   나무 한그루 북륙의 눈보라 비웃고 있었다 나무에는 이상하게도 사과도 달리고 귤도 달리고 파이내플이며 복숭아며 바나나까지 벼라별 과일들이 다 열리고 있었다 나무의 곁으로는 두사람의 풍경이 배경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뒤켠 멀리로는 무지개가 비껴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빛이 멈추자 아 그러자 각광 떨어진 나무우듬지만 살아 멀리 푸른 밤하늘에 시를 타자하고 있었다   2009년 12월 2일
14    추천사(2009.9.28~10.4) 댓글:  조회:890  추천:44  2009-09-29
편집자의 말:쎈스있는 시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한영남 시인이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 시를  상아탑처럼 올리 쌓으며 내면의 \"대수롭잖은 일상\"의 무게로 시단의 한귀퉁이를 완점하고 있다. \"나는 통젖인가\",\"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등 순 토종어로 제목자체가 한마디 시 같은 작품을 쏟아내기를 꾸준히 하더니 여울목을 넘듯이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시 본상에 걸렸다. 수상시 작품명도 유난한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연변문학 2008.4)이다.이에 자신만의 독특한 시밭을 땀똥이를 흘리며 오롯이 가꿔가고 있는 한영남시인을 금주의 문인으로 추천한다.  조글로문학 편집국2009년 9월 28일
13    [수상소감]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댓글:  조회:872  추천:31  2009-09-18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소감                                 한영남  안녕하십니까?   우선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연변문학 잡지사와 이번 문학상 심사위원님들한테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더불어 오늘 이 축하마당에 모처럼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는 여러 선생님들, 선배님들, 문우님들한테도 진심으로 감사의 한말씀 올립니다.   뭔가 큰일을 해낼것 같던 공구년도 벌써 구월에 접어들어 북륙의 도시 할빈은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너무 좋고있습니다. 하늘이 성큼 높아진것만치나 가슴이 또한 건뜻 들려서 마음 한귀 제법 시원합니다. 게다가 이 좋은 구월의 건들바람에 수상소식이 전해져서 기쁨은 가배가 되였습니다.    대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시작해야 했던 문학의 길에서 헤맨지도 벌써 이십여년이 흘렀습니다.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도 말씀드렸지만 문학은 생명을 연소시키는 작업이라는데 늘 찬성표를 던집니다. 문학 아니였던들 살아올수조차 없으리만치 절실한 사정이 오늘까지 저를 문학의 길에 내몬 리유라면 리유겠지요. 그런데도 늘 초라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읽히워야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에 응어리져 있습니다.    노력해야겠지요. 이번 수상을 보다 정진하라는 편달로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자신을 문학으로 탁마하는 길에서 추호의 게으름도 없어야겠다고 뼈빼물어봅니다.    다시 한번 연변문학 잡지사 임직원님들과 심사위원님들한테 경건한 인사올립니다. 잘 자라주는 아들 서현이녀석과 그 아들과 못난 남편을 뒤바라지하느라 얼굴과 속이 가맣게 탄 아내와 이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꾸준히 저의 못난 글을 이쁘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9.7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시상식에서                                                                                                
12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 댓글:  조회:1386  추천:51  2009-09-14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한영남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 내내 흐르다가 돌을 만나면 으깨지고 나무 만나면 베여지고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그러나 내게 무슨 상처랴 짐승들은 철버덕거리며 나를 희롱하고 자그마한 풀가지마저 내게 칼질하고 사람들이야말로 아무렇게나 나를 찢고 베이고 갈라놓고… 해도 실로 나는 물이다 내게 상처를 바라지 마라 해아래 말리워도 좋다 오물을 퍼부어도 괜찮다 나는 물이다 아파서 속울음 울어도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 아아 그리고 차마 상처도 입지 못하는   *본 작품은 2008년 제29회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작입니다 -조글로문학 편자주
11    그날은 가을이였고 그리고 아마추어비가 쿨쩍이고있었다 댓글:  조회:967  추천:31  2009-03-26
아마추어비가 서툴게 허공을 터벅이던 날 K씨네 단칸세방에서 그의 딸년의 칭얼거림을 안주삼아 우리는 눅거리 소주를 찢어마셨다 우리의 손은 우리가 씹는 낙지발보다 야위였고 촉수낮은 전등은 괜시레 어둑시레하였다 엉뎅이를 겨우 비빌만한 썰렁한 K씨네 단칸세방에서 서로의 빈 가슴에 시를 찢어던져주며 우리는 소주를 찢기에 열심이였고 K씨의 딸년은 어느새 잠들고말았다 쓰잘데없는 아마추어비가 마가을의 허리깨를 주물럭거리던 날 연변문학 2000년 1월호
10    [시]님의 이름 댓글:  조회:1041  추천:39  2009-02-16
조금은 눅눅한 새벽공기가 흐르는가운데  사랑하고 사랑하는 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밤새껏, 바람에 창이 푸르릉거리는 그 밤새껏 련습해둔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저 이륵이륵 밝아오는 하늘에 이제 너무도 예쁘게 피여날 선홍빛 노을같은, 한겨울 수북수북 말없이 내리는 순백의 눈송이같은, 그리고 이슬 함함히 머금은 빛부신 꽃두덩같은 그 이름을 부릅니다 하늘에, 바람에, 아득한 지평에 님의 이름과 더불어 새떼처럼 비껴갈 글자들은 기쁨이나 환희의 의미가 아니요 끝없이 슬픈, 황홀할 지경으로 아름답게 슬픈 약속의 이야기무더기입니다 지금껏 창으로 흘러드는 새벽빛을 온 몸우에 포근히 두른채 혼곤히 주무시고 계실 님의 귀전에 깨울가 깨울가 저어되여 정말 조용히 사랑의 노래도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님을 깨우는 첫사람이고 싶습니다 님만이 알아듣는 나의 언어로, 나만이 알아듣는 님의 언어로, 우리 둘만의 터전에서 소곤소곤 나누던, 우리 둘만이 서로 통하는 그 꽃다운 언어로 순밀의 정을 담은 이야기를 다발로 엮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님이 아시는 첫남자이고 싶습니다 나무우듬지 새울음이 날아가 님을 깨우기전에 나의 청명한 소리가 님을 부르며 막 달려가게 하렵니다 새벽 안개비 포근한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푸르러지는 하늘과 오므렸던 호흡기를 시원히 펴게 하는 상냥한 바람과 아슴히 펼쳐진 저 지평으로 이제 막 비껴가서 아뢰일 아아 사랑하는 님의 이름이여!
9    [시]굳이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 댓글:  조회:835  추천:26  2009-02-11
늙은 별이 밤하늘을 뚜벅인다 어느 모퉁이에 곯아떨어진 병든 개가 흘리는 느침소리를 먼 자장가처럼 들으며 도시는 헐떡헐떡 수음하고있었다 인적이 끊긴 공원에서는 이따금 맹수의 으르릉거림에 꽃이 놀라 떨어지고 밤비에 가녀린 어깨를 함뿍 적시며 어떤 밤소녀는 거리에서 마지막 손님을 찾아 살꽃이 되였다 늙은 계집아 홍순으로 아름답던 사람아 그러면 이제 너의 빠진 이로는 씹어낼수 없는 낙지와 나의 젖은 간으로는 마셔낼수 없는 배갈을 가운데 놓고 마주앉아 우리는 걸레처럼 웃어보자   1   그것은 우리의 첫 만남이던가 우리는 며엇 시간을 바보처럼 서서 사랑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서로의 손도 잡아보지 못한채 쓸데없는 이야기만 우리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에 실어보내군 했다 우리의 신코숭이는 우리가 내리떨군 눈길에 구멍이 나고 우리는 사랑할거라는 말은 아무래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도대체 우리의 첫 만남이던가   2   바보같은 우리의 만남을 지금도 기억하니? 우왁- 하면 어마나- 하고 지르던 그 앨트를 지금도 낼수 있니? 나의 싱거운 윙크에 지금도 철없는 미소를 샐샐거릴수 있니? 비를 봤니? 비처럼 내리던 우리의 눈물을 기억하니? 눈을 봤니? 우리 같이 입대고 먹던 눈송이를 기억하니? 꽃보다 풀이 많은 모습으로 우리를 되게 웃기던 그 화단을 지금도 기억하니? 행복하라며 덤으로 한줌씩 더 얹어주던 그 해바라기씨장사군아줌마를 기억하니? 아니, 나의 이 촌스런 어투를 지금도 기억하고있니?   3   내가 사는 북동에서 님이 사는 남서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좋은 안해를 만나달라고 오래오래 애마르던 끝에 고개너머 물너머 깊은 남서에 바로 님이 사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북동서 남서로 가는 길은 가을서리같고 또 깎은 바위같으시다는 장인님으로 공연히 가슴이 갈팡질팡하던 우둘툴 못난 길이였습니다   그뒤로 갈적마다 뭐 하러 또 왔노 하고 지꿎게 물으실가봐 불찬 놈이 뭐 그리 꾸물거려 하고 꾸중하실가봐 시름과 걱정을 수없이도 터벅이던 북동서 남서로 가는 길은 길고도 험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에는 끔찍이도 사랑해주시며 그만큼 고이 기른 딸 고와해달라는 신신한 부탁은 늘처럼 눈물 글썽이며 뇌이시는 장모님이 계시였습니다   꺽두룩이 앉아서 담배 묵소 하고 뚝뚝한 소리를 뜨문히 하는 진이란 녀석도 있고 머루 자셔 하며 머루만치 까만 눈을 고옵게 빠는 아홉살짜리 영아도 있었습니다   비도 없이 바람만 한대중 너풀거리는 북동서 남서로 가는 길은 님과 둘이서 걸으면 얼마든지 가볍고 오히려 짧아조차 보이던 길이였습니다   남서를 향한 북동의 길은 내가 걸어서 길이 되였고 북동을 향한 남서의 길은 님이 조그마한 발이 부르트도록 부르트도록 낸것입니다   4   사랑한다고 맹세하면 맹세하는 입술처럼 확실해지는줄 알았던 약속... 리별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을 떠벌이며 으시대던 왕젊음... 사랑한다길래 내 가슴으로 들어오는 문을 알려주고 정말 사랑한다길래 심장을 여는 열쇠를 맡겨버렸지... 슬프다길래 잔등을 어루쓸어주고 아프다길래 같이 울어주었지...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서로 인사도 서뿔리 할수 없는 어색한 사이가 됐니... 어느 아이의 지꿎은 장난인양 떨칠수 없이 먹줄간 하얀 회벽은 네 허물간 다리처럼 창백하구나... 커피처럼 진한 비가 내 뺨을 두드리면 각혈처럼 너를 향해 시를 토하고 어느날처럼 문득 길가에서라도 너를 만나면 네가 나를 알아볼지 못할가봐 나는 감히 더 늙을수조차 없었구나...   5   소녀야 네가 나를 몰랐듯이 나도 너를 몰랐구나 이제는 그저 널 소녀라 하자   사랑했던 소녀야 사나이를 통째로 펼쳐보이며 참으로 철저히 사랑했던 소녀야 다 무너진 사랑의 빈 터전에서 이제는 시들어버린 서글픈 가시장미 습관처럼 주어들고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저만치 높아진 가을하늘은 말이 없구나   종아리 곧은 열여덟살짜리 소녀야 언제 들어도 수줍은 내 이름자 네가 고집스레 불러주었을 때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죄꼬만 입술이 유달리 함초롬 고운 소녀야 사랑해드릴게요 하는 너의 그 야무진 한마디만 없었던들 너를 사랑할 용기가 내게 있었을가 말숙한 너의 눈동자에서는 늘 푸른 하늘이 흘렀고 수줍음을 머금은 너의 이마는 나의 거친 사랑을 받아안기엔 너무도 가냘팠지   구태여 알뜰히 구겨진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 어느날 거짓말처럼 증발해버린 소녀야 그건 꼭 감자굽던 옛말이였지   해바라기가 맥없이 고개숙인 정원에서 토마토는 상기 익지도 못했다 아직 푸른 포도알로는 도시의 네온싸인을 무색케 하지 못하는 슬픈 구월 구석에 쓸쓸한 란초의 꽃술은 오히려 나를 비웃고있었다   떼보로 너를 사랑하고 울보로 너의 사랑을 먹고 바보로 너를 보내야 하는 나에게 계절따라 락엽 푸떡이는 가을이 펼쳐졌구나   봄이면 씨뿌리고 여름이면 열매맺고 가을이면 거둬들이는 자연의 생리로 보면 우리는 어김없는 쭉정이 그래서 바람에 날려가기도 차라리 좋구나   이제 세월이 흐르노라면 너도 잊고 나도 잊고 우리는 왕젊음의 간이역에서 모르고 어깨스친 길손처럼 지내자 다시 만나요는 어느 길손에게 배낭으로 지워보내고 서로의 앞길을 두손 모아 빌며 안녕만은 주고받자   안녕 안녕 그대 안녕 안녕 안녕 그대 삼가 안녕 안녕을 부르면 빨리 잊힐것 같아 입속 조용히 불러보는 아아 눈물보다 아름다운 안녕이여   6   하마트면 울번했잖아? 그런줄 몰랐지. 그럴줄 몰랐지. 평신같이 넌... 왜 하필 나야? 계집이 없어서? 내가 다 뭔데? 이 알바보야! 사랑이 무슨 금덩이라고... 미친 시바보야 넌!   질서없이 무너져내리는 밤의 환영 그 끝에는 늘 어김없이 네 모습이 비끼고 인사없이 헤여진 너를 어깨에 내려앉는 락엽처럼 털어버려도 바람결에 묻어오는 너의 소식은 눈발보다 더 무성했다   살았지 그동안 남편 둘을 잃고 이렇게 살아... 외국 가자해도 돈이 있나 젊음이 있나... 이런 축 늘어진 가슴은 짐승도 싫어해... 그냥 이대로가 좋아! 술과 담배와 음악과 남자들속에서 하루가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말하지 마! 네 마음 다 알아! 그따위 껄렁한 말로 서투르게 날 위안하려는 어리석음 이젠 제발 집어쳐! 지긋지긋해! 그래 나도 널 사랑했댔어 왜?... 나도 잘살아보고싶었어 왜?... 남자들이란 그거 빼면 다 시체야!... 내버려둬! 아니야... 그냥 이대로가 좋아 좋아...   홍이 생각나? 홍이 네 말을 하데... 홍이 살다가 괜히 가슴저려 내 무릎에 엎디여 울음 울던 날 나한테 네 말을 하데... 홍이 그다지도 처연한 눈빛으로 네 말을 하데... 언제 홍과 같이 둘이서 안마방 구석에 퍼더버리고 앉아 울었다면서?... 홍이 네 말을 하데... 홍이 글쎄 쓸데없이 네 말을 하데... 7   지금도... 시를 쓰니? 이렇게 망가졌는데 시가... 어떻게 나와? 넌... 아이가 있니? 이렇게 썩었는데 어떻게... 앨 배니? 그럼 우린 꼭같이 썩고 찌들고 망가진 곰팡이들이군! 훗후후후 힛히히히   8   별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타자한다 우리는 서로를 달래주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무던히도 낄낄거렸다 몇번이나 독촉하던 주인아줌마도 카운터에 쓸어져 잠이 들고 어느 늙은 계집의 배허벅처럼 허옇게 날이 밝아오고있었다 간밤의 그 어린 밤소녀는 무사히 견디여냈는지... 이제 우리도 일어서자 살다보면 가끔씩 오늘처럼 이렇게 우연히나마 만날수도 있겠지 산다는건 다 그렇고 그런것 만남과 헤여짐에 굳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자 그리고 산다는건 네가 생각는것처럼 그렇게 가볍지도 않고 내가 생각는것처럼 그렇게 무겁지도 않다더라 세상에 잠간 놀러온 우리는 이 지구의 손님이 아니더냐 태여나면서 우리에게 차례진 생명이라는 퉁전을 다 써버리는 날 남들한테 해롭지 않은 존재였으면 우린 그것으로 만족하자 자 그러면 굿바이 이 썩어빠진 계집아 바이 이 늙어빠진 시인아
8    [시]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댓글:  조회:972  추천:32  2009-02-10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저 씨 가득히 안고 고개 떨군채 말 한뼘 없는 해바라기와 마른 풀가지만 싱겁게 섰는 우리의 뜰을 벗어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인사없이 성큼 멀어져간 하늘아래 저쯤 기슭에서부터 낯익은 이름모를 풀들이 왜 인제야 오니 하며 서늘히 웃는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어릴적 미처 뜯지 못했던 개암이며 머루며 노오란 돌배가 상기도 그렇게 많을것 같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순이도 불러라 용수에게도 정희에게도 그저 산으로 가자고 한마디만 하렴아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지금 이렇게 막 넘쳐나는 가을을 앞뒤에 옆에 그리고 머리우까지 함뿍 들쓰고 우리는 다시 그 다섯 애군이고 싶구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보아라 저기 순이와 정희를 울려주던 그 무서운 코바위가 반겨웃질 않느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때 그 잔디밭은 지금도 부드러울게다 아무 풀가지나 하나 꺾어보아도 우리 다섯의 이야기가 그대로 쟁쟁할게다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리하여 너는 무우를 뽑아오고 순이와 정희가 재간스레 구운 옥수수도 우리 입술이 까맣게 먹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우리 다시 또 한번 새삼스레 시간에 빠졌다고 선생님께 눈물 뚝뚝 떨구며 꾸중도 들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메뚜기는 잡겠니 그럼 잡아야지 술래잡인 하겠니 그럼 놀아야지 곤두박질도 풀싸움도 다 해봐야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시간이 없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라 집이 멀다고 리유를 대지 말아라 저기 가을산이 섭섭해하누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너와 나를 키워주고 지금 또 저렇게 우리를 부르는 이 가을 저 산은 우리 어릴적 코 풀어메치던 고향이 아니냐   친구야 고뿔도 나눠하는 내 동무야 네 가까이서 서성이는 모든것은 다 제쳐놓고 자 이 가을엔 부디 우리 저 산으로 가자 가을산으로 가자
7    한영남 프로필 댓글:  조회:992  추천:32  2009-02-10
한영남 프로플출생: 1967년 2월 21일 중국 길림성 안도현중학생시절부터 시작품 발표. 고3때 처녀작 시<소원>(1986년)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류학과 생활\'신문 편집.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연변인민출판사 \'별나라\'잡지사 편집.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흑룡강신문사 문화, 문학, 스포츠 담당 편집 기자.   \'우리 서로 얘기 좀 합시다\', \'꼭 날려고 하는 자에게는 굳이 날개가 필요없다\', \'우리는 그를 뱀의 련인이라 부른다\', \'굳이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 \'무깍지동네\', \'철남으로 가면 죄송합니다 전화를 만날수 있다\', \'망할놈의 아침거울\', \'환절기에 건강을 주문받습니다\', ‘세수거부반응’, ‘섬둘레 가는 길’, ‘보리밭은 바람 아니더라도 설레이는것을’ 등 시, 수필, 평론, 소설 500여만자 발표. 시집 :  \'하느님 눈을 너무 깊이 감으셨습니다\'(2006년) 출간.   수상: * 동시 \'사춘기\'로 중국조선족동시탐구상(2000년) 수상. * 시 \'가을이면 푸른 하늘을 걸어서 오시는 당신\'으로 중국조선족 두만강여울소리 시탐구상(2002년) 수상. * 시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로 두만강여울소리 시탐구상(2004년) 수상. * 시 \'갈대는 저렇게 싱거워가지고\'로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신인상(2003년) 수상. * 수필 \'혹시 사랑을 해본적이 있습니까\'로 제2회중국조선족수필상(2006년) 수상. * 수필 \'혹시 사랑을 해본적이 있습니까\'로 제3회도라지장락주문학상(2006년) 수상.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조선족창작위원회 회원, 미국 \'해외문학\' 중국지역 회원, 흑룡강성조선족시조사랑회 비서장, 중한문화교류 중국지역 리사, 중국조선족문학우수작품집 편집위원 등 사회직무.
6    [시]아름답다는 말 한마디를 댓글:  조회:1039  추천:34  2009-02-05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라도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여주자 지지리 못생기고 아무 쓸모도 없어뵈는 그런 돌멩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겸손한 마음이 되여 그 돌멩이한테 인사를 하자 우리 스스로의 구겨진 이야기가 그 돌멩이보다도 못하게 세상을 뒹굴고있느니 한알의 모래알보다도 못한 우리의 살이를 두고 우리는 감히 길가의 돌멩이를 비웃는 어리석음은 접어두자 얼마나 아팠으면 부서지고 으깨지고 망가져서 그런 모습의 헐망한 돌멩이가 되었으랴 그러나 그래도 돌멩이는 돌멩이로 존재하면 그만인걸 길가의 못난 돌멩이에 우리의 식은 웃음을 던지지는 말자 우리가 하나 돌멩이도 되지 못할바에는 우리의 발길에 채이는 시시한 돌멩이에 아름답다는 인사라도 하자 스스로를 다 알고 시름없는 돌멩이야말로 우리가 칭찬해주어야 할 아름다움일터이니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아름다움을 찾는 바보짓을 이제 그만두자 자기의 살이를 살기에도 억수로 바쁜 돌멩이를 두고
5    [시] 나는 조선토종이외다 댓글:  조회:1083  추천:37  2009-01-31
나는 조선토종이외다한영남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아리랑이라 불러주오   엄마의 배에서 떨어져나와 강보에 싸일적부터 숙명처럼 하아얀 색 물려받은 놈 조그만 발바닥 퇴마루에 타박타박 찍을적부터 엄마아빠 가갸거겨 익혀온 놈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도라지나 더덕이라 불러주오   아무래도 나는 배달의 한 놈이요 단군과 주몽의 피를 이어받은 놈이요 락동강을 젖처럼 빨며 커온 놈인것을   무궁화 만발한 삼천리에서 춘향과 심청을 자랑하며 론개의 지조에 머리도 숙일줄 아는 놈인것을   옹배기속 텁텁한 탁배기에 찝찔한 명태쪽지면 닐리리와 양산도를 섞을수 있는 놈인것을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가야금이나 퉁소라 불러주오   쪽지게 진 할배에게 엉덩짝도 맞아본 놈 할매의 물함지에 안겨 때도 씻어본 놈 두루마기 치마자락에서 성황당냄새도 맡아본 놈   황소같은 놈 민들레같은 놈 그리고 김치나 썩장같은 놈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풍산개나 진도개라 불러주오   아니아니 차라리 나를 조선토종이라 불러주오
4    [시]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댓글:  조회:1022  추천:27  2008-06-30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한영남 마른나무에 물이 오르는 계절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사람사이에 찡기면서 풀이 그리워  서러운 살 몸 여미는 초라니인생  한번쯤이라도 꽃멀미나 시켜라  쨍그란 해살이 부서지는 기껏 부드러운 하늘  파겁을 못한 소녀인양  오무리고 서서 바시시 떠는 가난한 심장  순간이나마 꽃멀미나 시켜라  개나리 복사꽃 개불알꽃 노루궁둥이  우리 꽃들이 다급히 피는 계절  이슬이 싱싱해 그만두는 민들레의 아픔  양지에서는 저리 픽 웃는 달래의 쨍한 향  더도 말고 그저 꽃멀미나 시켜라  저쯤 바라보이는 저 꽃멀미나 술렁술렁 해보리  <<연변문학>> 2008년 4월호
3    [시]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 댓글:  조회:997  추천:27  2008-06-27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 한영남  나는 물이다  내게 무슨 상처랴  내내 흐르다가  돌을 만나면 으깨지고  나무 만나면 베여지고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그러나 내게 무슨 상처랴  짐승들은 철버덕거리며 나를 희롱하고  자그마한 풀가지마저 내게 칼질하고  사람들이야말로 아무렇게나 나를 찢고 베이고 갈라놓고… 해도  실로 나는 물이다  내게 상처를 바라지 마라  해아래 말리워도 좋다  오물을 퍼부어도 괜찮다  나는 물이다  아파서 속울음 울어도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  아아 그리고 차마 상처도 입지 못하는  <<연변문학>> 2008년 4월호
2    [시] 언어퍼즐 댓글:  조회:934  추천:25  2007-12-06
언어퍼즐 한영남부활된 재채기 비겁한 국수는 나의 위속에 숨어버리고 약수 한방울이 간직한 슬픔 맑엥레쓰모를 아는 사람들끼리 갈보의 변명 송화기와 수화기의 격돌 신발의 반란 높을 고가 높아 보이지 않을 때 시각추격 정다운 사람은 비다운 사람이다 백치가 다시 정신병에 걸리면 지어 우리는 1미터도 내다보지 못한다 오른발이 잠자코 있을 때 왼발은 기고만장하지 말아야 한다 손톱건설하기 보리밭에는 바람이 불어주어야 한다 키보드가 취하면 시가 수필이 된다 마우스는 비상을 꿈꾼다 왼손으로 코구멍을 후비며 오른손으로 아이스크림 빨기 강한 남자는 눈물이 헤프다 미풍에 기막혀하기와 빈 드럼통에 생각 퍼붓기 상냥한 고양이는 발톱을 깎고 다닌다 고장난 말을 수개하면 생각이 엄마야 한다 즐거움은 바람에 날려가도 고통은 가슴에 앙금으로 남는다 도시의 설사 병아리는 철없는 엄마닭을 한심해한다 쇠는 녹아도 쇠이고 물은 얼어도 물이지만 사람이 쉬여버리면 사람이 아니다 절대 침묵 베들레헴에는 천사들만 산다 네가 뿌린 돌멩이에 얻어맞은 내가 아파서 미안하다 결국 시계는 시간이 아니다 할머니 좀 보채지 마슈 잃어버린 친구의 옆구리를 찾아서 산에 가면 사랑이 그립다 아침과 함께 하품하는 아마릴리스 너와의 다시 되는 만남을 위해 나는 오백년동안 무릎꿇고 울었다 제기랄 그리고 나는 마침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내게도 너를 위해 내놓을만한 왕관이 있어준다면 고독은 정 각각 흉 각각 풀들의 공화국에서는 누가 총리질 하나 불단오야 불단오야  싫다고 밉다고 떠나가버린 그 사람 그 사람의 등에 침은 왜 뱉니 부채는 바람때문에 산다 구름이 걸려있는 하늘은 언제봐도 정답다 흐르는 물에 생각을 실으며 높새바람 사나운 그 언덕에 추억을 묻으며 나쁜 상상은 우리를 철들게 한다 무거운 바위밑에 눌리운 여린 싹의 즐거운 비명 간잔지런해진 술잔은 늘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는 현장으로 간다 사위여가는 저녁놀아래 기타를 튕기며 산은 그 너른 그늘로 세상 한귀퉁이를 시원케 하고 가녀린 어깨로도 세상을 애써 여미며 우리는 강보에 싸인 당신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멜라민식기가 인정을 들먹일 때 사유에 허기가 져서 나는 시를 쓰려고 이런 시제 내지는 시상을 적어두었습니다 그게 그런데 무척 어렵다는 생각에 그만 슬그머니 도망치고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잡생각 자투리를 그대로 내놓는바입니다 굳이 여러분들의 리해와 량해와 가르침을 동시에 구하면서 <<연변문학>> 2007년 8월호
1    [시] 나는 통젖인가 (한영남) 댓글:  조회:1134  추천:27  2007-12-06
나는 통젖인가 한영남 보기 좋고 만지기 좋고 쓸만한데 있어 서랍을 위해서 생겨났지만 서랍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나를 위해서는 한번도 만져지지 않았던 나는 통젖인가 단단하게 생겨서 고장날 일도 없이 언제라도 당기면 나를 사랑해서가 아닌줄 알지만 시원히 서랍을 열어주고 서랍의 속살을 보일대로 다 보이고는 그게 나의 잘못인것처럼  부끄러워하면서 제법  젖도 아니면서 젖만치나 부끄러워하면서 제발 나는 통젖인가 <<연변문학>>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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