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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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님의 이름
2009년 02월 16일 08시 26분  조회:1042  추천:39  작성자: 한영남
조금은 눅눅한 새벽공기가 흐르는가운데  사랑하고 사랑하는 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밤새껏, 바람에 창이 푸르릉거리는 그 밤새껏 련습해둔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저 이륵이륵 밝아오는 하늘에 이제 너무도 예쁘게 피여날 선홍빛 노을같은, 한겨울 수북수북 말없이 내리는 순백의 눈송이같은, 그리고 이슬 함함히 머금은 빛부신 꽃두덩같은 그 이름을 부릅니다


하늘에, 바람에, 아득한 지평에 님의 이름과 더불어 새떼처럼 비껴갈 글자들은 기쁨이나 환희의 의미가 아니요 끝없이 슬픈, 황홀할 지경으로 아름답게 슬픈 약속의 이야기무더기입니다


지금껏 창으로 흘러드는 새벽빛을 온 몸우에 포근히 두른채 혼곤히 주무시고 계실 님의 귀전에 깨울가 깨울가 저어되여 정말 조용히 사랑의 노래도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님을 깨우는 첫사람이고 싶습니다


님만이 알아듣는 나의 언어로, 나만이 알아듣는 님의 언어로, 우리 둘만의 터전에서 소곤소곤 나누던, 우리 둘만이 서로 통하는 그 꽃다운 언어로 순밀의 정을 담은 이야기를 다발로 엮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님이 아시는 첫남자이고 싶습니다


나무우듬지 새울음이 날아가 님을 깨우기전에 나의 청명한 소리가 님을 부르며 막 달려가게 하렵니다


새벽 안개비 포근한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푸르러지는 하늘과 오므렸던 호흡기를 시원히 펴게 하는 상냥한 바람과 아슴히 펼쳐진 저 지평으로 이제 막 비껴가서 아뢰일 아아 사랑하는 님의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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