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카테고리 : 작가론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저 씨 가득히 안고
고개 떨군채 말 한뼘 없는 해바라기와
마른 풀가지만 싱겁게 섰는 우리의
뜰을 벗어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인사없이 성큼 멀어져간 하늘아래
저쯤 기슭에서부터 낯익은 이름모를 풀들이
왜 인제야 오니 하며 서늘히 웃는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어릴적 미처 뜯지 못했던
개암이며 머루며 노오란 돌배가
상기도 그렇게 많을것 같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순이도 불러라
용수에게도 정희에게도
그저 산으로 가자고 한마디만 하렴아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지금 이렇게 막 넘쳐나는 가을을
앞뒤에 옆에 그리고 머리우까지 함뿍 들쓰고
우리는 다시 그 다섯 애군이고 싶구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보아라 저기
순이와 정희를 울려주던
그 무서운 코바위가 반겨웃질 않느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때 그 잔디밭은 지금도 부드러울게다
아무 풀가지나 하나 꺾어보아도
우리 다섯의 이야기가 그대로 쟁쟁할게다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리하여 너는 무우를 뽑아오고
순이와 정희가 재간스레 구운 옥수수도
우리 입술이 까맣게 먹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우리 다시 또 한번 새삼스레
시간에 빠졌다고 선생님께
눈물 뚝뚝 떨구며 꾸중도 들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메뚜기는 잡겠니 그럼 잡아야지
술래잡인 하겠니 그럼 놀아야지
곤두박질도 풀싸움도 다 해봐야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시간이 없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라
집이 멀다고 리유를 대지 말아라
저기 가을산이 섭섭해하누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너와 나를 키워주고 지금 또 저렇게 우리를 부르는
이 가을 저 산은
우리 어릴적 코 풀어메치던 고향이 아니냐
친구야 고뿔도 나눠하는 내 동무야
네 가까이서 서성이는 모든것은 다 제쳐놓고
자 이 가을엔 부디
우리 저 산으로 가자 가을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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