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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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2009년 02월 10일 11시 04분  조회:973  추천:32  작성자: 한영남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저 씨 가득히 안고

고개 떨군채 말 한뼘 없는 해바라기와

마른 풀가지만 싱겁게 섰는 우리의

뜰을 벗어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인사없이 성큼 멀어져간 하늘아래

저쯤 기슭에서부터 낯익은 이름모를 풀들이

왜 인제야 오니 하며 서늘히 웃는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어릴적 미처 뜯지 못했던

개암이며 머루며 노오란 돌배가

상기도 그렇게 많을것 같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순이도 불러라

용수에게도 정희에게도

그저 산으로 가자고 한마디만 하렴아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지금 이렇게 막 넘쳐나는 가을을

앞뒤에 옆에 그리고 머리우까지 함뿍 들쓰고

우리는 다시 그 다섯 애군이고 싶구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보아라 저기

순이와 정희를 울려주던

그 무서운 코바위가 반겨웃질 않느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때 그 잔디밭은 지금도 부드러울게다

아무 풀가지나 하나 꺾어보아도

우리 다섯의 이야기가 그대로 쟁쟁할게다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그리하여 너는 무우를 뽑아오고

순이와 정희가 재간스레 구운 옥수수도

우리 입술이 까맣게 먹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우리 다시 또 한번 새삼스레

시간에 빠졌다고 선생님께

눈물 뚝뚝 떨구며 꾸중도 들어보자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메뚜기는 잡겠니 그럼 잡아야지

술래잡인 하겠니 그럼 놀아야지

곤두박질도 풀싸움도 다 해봐야지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시간이 없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라

집이 멀다고 리유를 대지 말아라

저기 가을산이 섭섭해하누나

 

친구야 이 가을엔 산으로 가자

너와 나를 키워주고 지금 또 저렇게 우리를 부르는

이 가을 저 산은

우리 어릴적 코 풀어메치던 고향이 아니냐

 

친구야 고뿔도 나눠하는 내 동무야

네 가까이서 서성이는 모든것은 다 제쳐놓고

자 이 가을엔 부디

우리 저 산으로 가자 가을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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