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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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주가 못다 센 별을 이어서 세며 댓글:  조회:186  추천:0  2021-12-16
한영남 시인(중국) 일본 권위 시전문지 (2021. 12호)은 전문코너 에 이라는 테마로 중국조선족 한영남시인의 특별기고 라는 글을 실었다. 이는 일본의 시전문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중국조선족시인들이 세상에 명함장을 내미는 또 하나의 계기로 된다. 이에 본지는 한영남시인의 원문을 그대로 전재해 세계의 시인들과 호흡을 같이하고자 한다.    한영남 약력 : 1967년 길림성 안도 출생.시, 소설, 수필, 실화, 평론 등 300여만자 발표.소설집 , 장시집 등 출간.중국조선족수필상, 중국조선족동시상, 중국조선족연해문학상, 연변일보 제일제당상, 흑룡강신문 랑시문학상,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도라지 장락주문학상, 흑룡강성소수민족문학상, 연변자치주정부 진달래문예상 등 다수 수상.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자유기고인   계절(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하략)   무려 80년 전에 이렇게 읊었던 시인이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시인 윤동주(尹东柱)님이시다.   내가 윤동주라는 이름을 맨 처음 접한 것은 지난 세기 80년대 말이였다. 나의 시 계몽스승이신 림금산(林锦山 전 중국조선족소년보사 문예부 주임) 시인께서 내가 교편을 잡고 있던 안도현제6중학교에 찾아오셨을 때였다. 나는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 기쁨에 내가 그동안 써두었던 엉성한 시노트를 꺼내놓고 선생님께 검사해주십사 청을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한벌 훑어보고 부족점들을 일일이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그때 선생님께서는 나의 시노트에 윤동주시인의 를 직접 외워서 베껴주시는 것이였다. 나는 윤동주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동안 시공부를 하면서 처음 접한 시인이였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연변이 낳은 위대한 시인 윤동주에 대해 자상히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그때 처음 일본의 오무라 마스오교수님의 존함을 들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우리는 우리 땅에서 태여난 위대한 시인을 그때까지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오무라 마스오교수님은 193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하셨고 1957년 와세다대학교 제1정치경제학부를 졸업, 도쿄도립대학 인문과학연구과 석사 박사 학위를 따낸 지성적인 학자이시다. 1964년 와세다대학 전임강사로 임용, 1966년부터 1978년까지 동대학 법학부에서 중국어 담당, 1967년 조교수, 1972년 교수로 승진하셨다. 그리고 1972년 어학교육연구소로 근무지를 옮겨 2004년까지 조선어 담당, 1985년 와세다대학 재외연구원으로 1년간 중국 연변대학에서 류학하며 조선족문학을 연구하셨고 1992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 고려대학교 교환연구원으로 한국에 체류하셨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대륙이여-시인 김용제 연구』, 『시로 배우는 조선의 마음』,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 『윤동주와 한국문학』, 『중국조선족문학의역사와 전개』 등 저서를 펴내셨고 『한일문학의 관련 양상』, 『조선단편소설선』(상·하), 『한국단편소설선』, 『시카코 복만이-중국조선족단편소설선』, 『인간문제』 등 수많은 번역서도 펴내신 량심적인 학자이시다.   1984년 당시 한국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이며 동시작가인 윤일주(윤동주시인의 동생)선생께서 학술회의차 도쿄에 갔을 때 오무라교수는 윤일주선생을 만나 윤동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윤동주를 더 깊이 연구하고 력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는 윤동주의 진실된 모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오무라교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낸 윤동주묘소와 윤동주가 생전에 다녔던 룡정중학교의 자료실을 뒤져 찾아낸 윤동주 관련 소중한 자료들, 그것들은 실로 력사속에 잠들고 있던 윤동주의 본 모습을 환원해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였다.   드디어 중국조선족들은 자기 땅에서 살아숨쉬며 불멸의 명시편들을 쏟아냈던 윤동주시인을 알게 되였고 그런 시인을 동족으로 둔 커다란 자긍심을 갖게 되였다. 오무라교수는 그때 도움을 주셨던 정판룡교수(郑判龙 전 연변대학 부총장), 권철교수(权哲 전 연변대학 교수), 리해산교수(李海山 전 연변대학 교수), 김학철작가(金学铁 조선족 저명한 작가) 등 많은 분들이 그때 오무라교수의 연변에서의 활동을 응원했다고 한다. 또한 김호웅교수(金虎雄 연변대학 교수), 정세봉작가(郑世峰), 남영전시인(南永前 전 장백산 잡지사 주필), 장정일평론가(张正一), 최삼룡평론가(崔三龙) 등 조선족 지성인들과 오무라교수는 지금도 끈끈한 우정과 문화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조선족시인을 말할 때 윤동주와 같이 거론되는 시인이 또 한분 계신다. 바로 심련수(沈连洙)시인이다. 심련수시인 역시 1945년에 해방을 보지 못하고 세상뜬 조선족시인이다. 오무라교수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심련수시인의 다른 사료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심호수(심련수의 동생)선생을 수차 찾아 설득해 장장 반세기 넘게 보관되여온 심련수(1918년 출생. 룡정에서 고중까지 마치고 1941년 일본대학 창작과에 입학해 고학생활. 1943년 강제징병을 피해 지바현에 있다가 라진항을 거쳐 귀국한 다음 흑룡강성에서 교사로 근무. 1945년 집으로 돌아오던 중 왕청현 춘양진에서 피살)의 친필노트, 그의 일기장 등 귀중한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심련수의 본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데 오무라교수는 마멸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하셨다.   여기서 잠간 심련수시인이 쓴 시 를 보기로 하자.   쉴새없이 밀려치는 사나운 물결 陸地의 테두리를 깨물어뜯듯 마지막 發惡을 그대여 보는가 北極의 冰原에서 白熊이 울고 極光이 輝煌하는 雪原에서 北으로 北으로 避難가는 에스키모를 누구의 힘으로 挽留할소냐   얼 부푸는 地軸에서 용가름 트는 소리 地魂이 빠질듯 震動하고 식어드는 兩極에서 찬바람이 일어 微溫이 殘存을 삼키려 함을 그대여 참으로 알고 있는가   그대여 最後의 勝利가 勝利라면 勝利를 못 가질 것 그 무엇이냐 地熱이 식으면 달굴 수 있고 地軸과 軌道가 破盃되면 발굴 수 있으리니 地球星이 宇宙間에 있을 때까지는 우리의 心熱을 輪熱할 수 있고 人類의 歷史를 살릴 수 있을게다     (1941년 12월 3일  게재)   이처럼 오무라교수는 세상에서 많이 소외되고 있는 중국조선족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평생의 심혈을 몰부으신 이 시대의 참된 지성이요 진정한 량심이시다. 윤동주, 심련수와 동시대를 살다갔던 이 땅의 시인들은 서정의 바다에서 삶의 진리를 찾아 힘찬 날개짓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김택영(金泽荣 1850-1927), 신채호(申采浩 1880-1936), 리욱(李旭 1907-1984), 류치환(柳致环 1908-1967), 김조규(金朝奎 1914-1990), 함형수(咸亨洙 1914-1946) 등은 에 자주 얼굴을 내밀던 쟁쟁한 시인들이다. 또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후 문단에서 활약했던 김철(金哲 1932년 일본 시모노세끼 출생. 장편서사시 ,  등 60여부의 시집 출간), 김성휘(金成辉 1933-1990. 장편서사시 , , 시집 , , ,
2    '머리를 깎이우며', 외 17수 댓글:  조회:188  추천:0  2021-10-11
 '머리를 깎이우며', 외 17수 한영남    머리가 더부룩했어 목덜미를 자꾸 간질이고 귀를 참월하게 덮어버리고 머리가 불편할 정도로 더부룩했어 미장원에 갔지 이쁘장한 아가씨가 물었어 어떻게 잘라드릴가요 뭐 아무렇게나 보기 좋게 두루 횡설수설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꾸 말들이 잘려나갔어 가볍게 한숨 쉬고 잠자코 들이대고 있었지 근데 말이야 머리를 잘리우는데 아버지 머리카락이 날리겠지 검지는 않고 완전 멋진 은발도 아닌 그냥 희부우연 그런 회색빛 머리카락들이 맥없이 무릎에 툭툭 떨어지겠지 떨어졌다가 바닥에 뒹굴겠지 평생 스스로 머리 깎으신 내 아버지 허옇게 녹슨 머리카락   트럼벳은 불지 않기로 했다 -레핀과 그의 에 부쳐   사품치는 송화강기슭에서 바이올린의 새된 비명소리도 첼로의 배밑바닥 깊은 흐느낌도 파도의 날카로운 호령에 잠재워졌으니 이제 트럼벳은 불지 않기로 했다 아름다운 미풍에 하느작이는 태양도와 장엄한 파도파도파도파도의 송화강이 그만 서로 사타구니를 틀어박고 누워버린 이 기슭에서 우리는 수채화의 아련한 빛이거나 수묵화의 회색빛 살결은 찾지 말아야 한다 고 해도 저렇게 하염없는 태양도를 건너다보며 의 그 넉넉하면서도 시커먼 근육의 고함소리에 귀를 맡겨버려야 한다 글쎄 와봐라 파도여 어디 덤벼라 절망이여 아무래도 트럼벳은 불지 않는 것이 좋겠지 드럼으로도 부셔버리지 못하는 이 악장 외로운 하모니카는 이나 흥얼거리라지 트럼벳은 전설의 트럼벳은 불지 말아야 한다   춘삼월   춘삼월 따슨 볕 그립다 아직은 긴 그림자 손 내밀면 차거운 아지랑이 달래만치나 싱싱하고 개나리만치나 멀리서 캐득거리는 숨소리가 건방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강도 산도 몸이 풀리지 않았다 춘삼월 그대 품을 느낀다     살아가는 이야기   한잔의 술과 한개비의 담배가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인가 세월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갑갑답답함을 새기기에는 우리의 술이 우리의 담배가 너무 무색하고 있거늘 한잔의 술과 한개비의 담배가 과연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인가 황금의 웃음과는 너무 거리가 먼 우리들의 일상 부스러진 북어조각만치나 짓뭉개진 시래기먼지만치나 으깨여진 벌레먹은 사과조각만치나 값도 없고 쓰잘 데도 없는 우리들의 찝찔한 일상 소금만치 짜도 소금만치 쓸모는 없는 우리들의 못난 살이 초라한 행색을 서로 비웃으며 우리들이야 우리들에게야 딱 안성맞춤인 이 한잔의 술과 한개비의 담배가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이냐   점적주사를 맞으며     저 한 방울 링거가 내 몸통속에 들어가서 생명으로 되여줄 수 있을가 아픔의 독소를 몰아내고 건실한 세포로 자리잡을 수 있을가 기침을 발로 차버리고 책상다리를 하는데 힘이 되여줄 수 있을가 한 방울씩 무심한듯 흘러내리는 링거에 생명의 의미를 공손하게 부탁해본다     어느 날 그 친구한테 발각된다면   살다가 살아가다가 혹시 어느 길모퉁이에서 그 친구한테 발각된다면 어디서 무얼 했노라 주절거리지 않으리라 살아온 그 굽이굽이 아프던 사연들을  굳이 떠들어 아픔을 나누지는 않으리라 만약 그래도 자꾸 궁금해한다면 그 친구와 서로 말없이 마주바라보리라 분명 그 친구한테도 깊이 갈앉은 슬픈 사연이 눈물처럼 두런거리리라 거기에 담긴 안타까운 이야기에  공감은 하더라도 값싼 눈물은 흘리지 않으리라 혹시 그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슨 말인가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주고 어깨를 내여주리라 그러나 서뿔리 말은 하지 않으리 시시한 위안따위로  그 친구의 깊은 아픔을 달래줄 아무도  이 세상에는 없으니 그 친구와 살아온 자초지종을 수런거리지는 않으리 집이나 직장같은것도 주절거리지 않으리 그저 그 맑은 눈동자를 찬히 들여다보다가  힘주어 손을 꾹 쥐여주고는 돌아서리라 한참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걷다가  그 친구가 이젠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거든 얼른 뒤를 살펴보고  그리고 눈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리라 우리는 누구도 서로의 아픔앞에서는  울 권리도 없으니 혹시 길가에서 어느날 그 친구한테 발각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그 친구한테 계좌번호 따위도 말해주지 않으리 그저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다가 그 친구의 행복만을 속으로 빌며 돌아서리 그냥 그대로 돌아서서 입술을 깨물리   우리가 강아지만할 때   어둠을 밀어내며 빨다가 뱉은듯 말숙한 달이 동녘 저쯤 웃는듯 마는듯 걸리면 케이블방송에 실려 커다란 함지를 인 엄마가 돌아오셨다 가시에 스치고 나무그루에 걸리며 볼품없이 해진 엄마의 손에서 밤새도록 우정금, 고비, 닥지싹, 민들레들이 여러 자름자름한 그릇들에 갈려 담기곤 했다 엄마의 때묻은 얼굴이 무척이나 안타까운듯 초불은 더욱 작아지고 먼데 다듬이소리가 한층 높아갔다 -뒤집 분이가 시집갈 준비를 하나보다 엄마의 목소리는 거의 잠겨있었지만 우리의 귀에는 언제든 또렷이 들려왔다 아직 우리가 강아지만할 때였다     골목이 젖었다   P거리를 너무 급하지 않게 지나 L거리에서 약 백미터쯤 건숭건숭 걷다가 오른쪽으로 픽 틀어져 들어가면 허름한 골목 하나가 나진다 어디서라도 쉽게 볼수 있는 흔하디흔한 골목 평소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서 늘 한적하기만 했던 골목 언젠가 계집애 하나가 강아지에게 쫓겨 내처 들어오다가 다행히 이 골목 젊은이에게 구원된적도 있는 골목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찾아주는 사람도 적지만 어쩌다가 고만고만한 사연들이 모여 매일처럼 시름겨운 이야기를 두런거릴것 같은 P거리를 너무 급하지 않게 지나 L거리에서 약 백미터쯤 건숭건숭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바로 나지는 허름한 골목 하나 오늘 비도 오지 않았는데 그만 흠뻑 젖어버렸다 젖은 골목에 사람 찾는 전단지 하나가 축 늘어져 있었다   뼉다구인생   알맞춤하게 넣어진 물과 알맞춤하게 넣어진 우거지와 알맞춤하게 풀어진 된장과 비비고 문대고 제법 들썽이며 국물 들쓴채 며칠이고 우려지다 마침내 어느 오전나절 어느 기름진 손에 의해 멍멍이의 심심풀이로 그 발치에 던져지다 굽이진 곳이며 소용돌이친 곳이며 깊숙이 속으로 패인 구멍까지 얄팍하고 물많은 개의 혀에 이리저리 구석구석 핥이우며 온몸이 흐느적이다 예전에는 기름과 살과 가죽에 싸여 싱싱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뼉다구는 드디여 개에게조차 버려지다 단즙도 없고 살부스러기도 남지 않고 냄새마저 다 빨리운채 나무토막보다 더 담담하게 하얀 속살로 남은 뼉다구 뼉다구에게도 달리던 꿈은 있었다 뼉다구에게도 날고싶던 꿈이 있었다 뼉다구에게도 무지개같은 찬란한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버려져 아무도 돌아보는 이 없는 뼉다구 뼉다구는 긴 세월  다시 태여날 꿈을 재워야 한다 다시 태여나 어느 살이 되고 피가 될 비상의 꿈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지금 뼉다구는 누워있다 발길에 툭툭 차이며 뼉다구는 이 아침  검은 대지에 누워 푸른 하늘을 본다   사월사랑   바람이 불고 꽃은 아직 피지도 못했다 사월인데 잔디는 미처 깨나지 못했고 달래만 양지쪽 언덕밑에서 픽픽 웃고있었다 사월이 줄줄 흐르는데 사정없이 눈발 날리고 어느때보다 춥고 추운 오므리고 사는 춘사월 사월이고 달래알이 툭툭 굵어지고 땅속 잔디뿌리들이 끝도 없이 길어지고 모질이도 기다려지는 화사한 봄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살이   평생을 살아야겠는데 그 하루 비가 내리고 내 평생이 하루인 것을 하늘은 몰라버려라 다음에 태여나면  꿀벌처럼 붕붕거리고 나비처럼 팔랑거리고 제비처럼 멋져보리라 다음 생에도 하루살이로 태여나면 그날은 부디 해가 화사하게 웃어주어 그 하루 부서지게 사랑하다 가리라 평생을 살아야겠는데 이 하루 비가 내리고 내 평생이 하루라는 걸 하늘은 잊어버려라     물덩이들의 반란   물들이  물덩이들이 왈칵왈칵 내 목구멍을 헤집는다 내 목의 겨불내를 닦아주기 위해서 얼마쯤 머뭇거리거나 서성거려주어야 하는데 녀석들은 추호의 주저도 없이  살겠다는듯이 내 위장속으로 란폭하게 쓸려들어간다 내 목구멍을 한껏 벌려버리고는 잘 줴기진 물덩이들이 제법 단단해가지고 한사코 아우성치며 빨리듯 들어간다 물은  물들은 이런것이 아니겠는데 부드러운 물들이여야 하는데 물덩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힘을 자랑한다 분명 나를 아프게 한 물덩이들이 사랑스럽다     화장실 투항병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나는 투항병이 된다 공손히 앉아서 정신을 가다듬고 배설물의 순조로운 배출을 열심히 기도한다 먹을것 제대로 먹은 날들은 요란한 소리로 시끄럽고 먹을것 제대로 먹지 못한 날들은 잘 나가주지 않아서 입으로 소리를 함부로 낸다 내 소화계통은 왜 나를  늘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걸가 들쑥날쑥으로  변기만을 번거롭게 하는 나는 언제 한번  정식을 대접해보지 못한 죄때문에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종이말이를 백기처럼 들고 투항병이 된다     바다는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는다   살다가 지치고 힘 빠지고 맥없을 때 바다를 찾는다 언제라도 너넘실 너넘실 술렁이는 바다 저만치서부터 파도손 쳐들고 반겨주는 바다 멸치 고등어 고래 새우 미역 다시마...들을 다 품어주고도 오히려 넉넉한 바다 바다가에 앉아 바다의 휘파람소리 들으면 바다는 언제나처럼 내게 다가와 그동안 이야기들을 수런거린다 인간세상에서는 서로 만나면 어디서 왔냐고 왜 왔냐고 언제 갈거냐까지 체크하지만 바다는 언제 봐도 내게 어디서 왔냐조차도 묻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에 가면 나는 편안한 바다에 누워 바다를 짊어진채 하늘에 풍덩 뛰여든다     그건 내 눈물이다 마시지 마라   마시지 마라 마시지 마라 그건 내 눈물이다 시원하다거나 달콤하다거나 구수하다거나 그런 표현들과는 제법 거리가 먼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쿡 웃음이 나오도록 그렇게 지지리 촌스럽고 투박하고 바보스러운 행여 마음 여린 사람은 안스러워 돌아설것만 같은  그러나 그것은 내 초라니 인생을 달인 내 눈물 그래도 마시지 마라 그건 별 쓰잘데없는 내 눈물이다     마른 눈물 한접시   어느날 흐르는 눈물이 말라 내 앞에 놓인 접시에도 소금 한줌 놓인다면 아직은 짠맛 모르는 누군가에게 드리겠습니다 상처의 이름이 아닌 사랑의 이름이 아닌 세월의 이름으로 드리겠습니다 살아가면서 바보처럼 울지 아니하도록  아프지 아니하도록 기도하며 내 앞에 놓인 소금 한접시 내 눈물이 말라비틀어진 소금 한접시 누군가에게 그냥 소금으로 남겠습니다     내일에 눈길 걸어두고   세월 눅눅한데 나 혼자만 아프다고 생각했다 깨면 꿈인것을 씹어삼킬건 아픔뿐 아닌것을 멀리 하늘에 눈길 걸어두고 헛기침 한번쯤 하며 래일은 어떤 하루일까 기다리지 말아야지 망설이지 말아야지 바람 서늘한데 나 혼자만 기도한다고 슬퍼했다   너의 고통에 소금을 뿌리면, 그러면 용서가 될까   기억한다는 것은 용서할수 없다는 것 행여 너의 고통에 소금을 뿌리면 그러면 용서가 될까 긴 눈물이 휴지말이처럼 끝없이 풀려나와도 아픔은 쉽게 가셔지지 않는 것 지금, 용서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으리 기억이 남아있는 한 동북아신문
1    탈팽이 평전 □ 한영남 댓글:  조회:328  추천:0  2020-07-13
프롤로그   해빛 기껏 찬란하고 개울물이 조졸거리며 흐르는 어떤 숲속에서 달팽이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느리지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기여다니며 열심히 먹이를 찾고 열심히 사랑을 찾아 열심히 서로의 살속을 파고들며 그렇게 달팽이들은 번창하고 있었다   달팽이들은 태여나면 바로 먹이를 위해 분주해야 했고 섹스를 위해 요란해야 했다 식욕과 성욕을 빼면 달팽이들은 살아있을 리유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그 분주함과 요란함은 느릴망정 박수를 받을 만했다 1   그러던 어느 하루 이상한 달팽이 한마리가 태여났다 이 이상한 달팽이를 다른 달팽이와 구분해서 탈팽이라고 불러주자   탈팽이는 다른 달팽이들이 먹는 소리에 서로 군침을 흘릴 때에도 먹이 찾는 방법을 배우느라 땀 뻘뻘 흘릴 때에도 가만히 앉아 사색하길 즐겼다 친구들이 이성에 눈을 떠서 그 뜨거운 육욕에 헐금씨금할 때에도 골살을 쪼프린 채 자기 생각에만 골똘했다   탈팽이는 아버지처럼 할아버지처럼 산다는 게 참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탈팽이는 뭔가 큰일을 위대한 사업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무엇을 해야 할가 무엇을 해야 할가 무엇을 해야 할가   탈팽이는 고개를 잔뜩 내밀어 세상을 두리번거렸다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탈팽이의 고개끝에 달린 눈에 나무 한그루가 덮쳐들었다 나무는 하도 아름드리여서 탈팽이한테 처음에는 산처럼 보였다 거대한 산이 가로막는다고 생각하고 우로 우로 자꾸 보다가 그것이 한그루 굉장히 거대한 나무라는 것을 탈팽이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래 바로 저것이야 저 정도면 충분히 내 꿈과 맞먹을 수 있지   탈팽이는 꿈이 어벌차게 컸던 탈팽이는 그 거대한 나무를 정복하기로 결심했다   2   야 임마 정신 차려 네가 저 산을 정복한다고 그래 네 말 대로 나무라고 하자 근데 저 아득한 나무를 네가 정복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꿈 좀 깨라 너 혹시 요즘 잘 먹지 않더니 정신이 돌았잖아   달팽이무리에서는 온갖 비웃음 비아냥 비꼼들이 터져나왔다 강물이 오염되여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였을 때보다 더 심하게 떠들어댔다 바보 천치 백치 병신 등신 정신병 팔부 하여튼 달팽이 동네에서 갖다붙일 수 있는 온갖 너절한 이름들이 전부 탈팽이한테 왕관처럼 씌여졌다   그래도 난 할 거야   그래 어디 콱 해봐라 하다가 뒈져봐야 정신차리겠구나 아마 시작하기도 전에 나무 밑둥이에 도착하면 벌써 포기할 생각이 날 거다 떨어지면 등에 짊어진 집까지 박살나고 말걸   그래도 난 할 거야   여보게 자네 그러는게 아닐세 먹거리 풍부하지 언제든지 할짓 다 할 수 있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나 이제 좀 몹쓸 꿈에서 깨여나세   그래도 난 할 거야   3   준비랄 것도 없었다 생각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고 행동은 곧 일기로 적혀졌다   모년 모월 모일 아침 일찍 나무를 향해 발걸음을 떼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모년 모월 모일 하루종일 나무를 향해 힘차게 나가다   날자들은 마른 나무잎처럼 떨어져 나뒹굴었고 나무를 향한 탈팽이의 발걸음은 여전히 힘찼다   하루는 이틀로 이어지고 이틀은 사흘로 계속되고 일주일은 한달이 되였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그날이 왔다   탈팽이는 끝내 아름드리 나무 밑둥이에 도착했다   와 정말 해내는구나 신기하네 저런 조그만 녀석이 일을 내다니 어이쿠 아직도 시작도 못했잖아 힘내 넌 될 거야 포기해 네가 정복하기에 너무 아름드리야   온갖 소리들이 란무해도 탈팽이는 어떤 소리에도 귀를 빌려주지 않았다 단 소리에도 자만하지 않았고 쓴소리에도 실망하지 않았다 사려문 입술이 부르텄지만 꿈을 향한 미소는 여전히 남실거렸다   4   아름드리 나무의 주변을 둘러보는데도 한나절이 걸렸다 드디여 안성맞춤한 위치를 정했고 드디여 력대급의 등반이 시작되였다   탈팽이, 달팽이들의 자존심을 걸고 아름드리 나무에 도전   달팽이 세상에서는 톱기사로 크게 다루었고 스타라면 오금을 못쓰는 몇몇 소녀달팽이들은 눈을 감은 채 열띤 상사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탈팽이는 신들메를 단단히 동여매고 장비들을 꼼꼼하게 점검한 뒤 위대한 등반을 시작했다   평지를 갈 때보다 또 달랐다 등반이란 매달리는 힘과 올라가는 힘을 나누어 써야 했다 오로지 앞으로만 가던 것과는 달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둥켜안아야 했고 안고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올라가야 했다   땀을 닦을 만한 손수건 한장 건네주는 친구도 없었지만 탈팽이는 여전히 입술을 옥물고 자신만만하게 등반을 계속했다 탈팽이의 온몸으로는 땀방울들이 송알송알 맺혔다가는 무겁게 아래로 떨어졌고 그런 땀방울에 얻어맞은 어떤 달팽이는 비가 오는가 해서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제 다른 달팽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을 만큼 높게 올랐고 이제 다른 달팽이들은 다른 새로운 뉴스에 관심을 가졌고 탈팽이의 행보와 생사조차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5   한낮의 자글자글 끓는 태양을 피해 탈팽이는 음달진 쪽으로 등반을 했고 한밤의 어둠이 익숙치 않아 서느러운 달빛을 등에 지고 옴지락거리기도 했다   목이 마르면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으로 타는 목마름을 달래고 배가 고프면 나무의 진디물들로 허기를 달랬다 새벽에 정말 곤하면 나무의 상처인 옹이속에 들어가 잠시 심신의 피곤을 달래곤 했다   이제 풀벌레들도 오르기 저어할 만큼 이제 호랑나비들도 오르지 않을 만큼 이제 일부 산새들도 앉기 싫어할 만큼   아래를 굽어보면 모든 것이 고요해보였다 어쩌다 제 방귀에 놀란 토끼가 불쑥 도망치는 바람에 와뜰 놀라기도 했지만 숲속의 그 모든 소리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바람만이 이따금 먼곳의 소식들을 전해줄 뿐이였다 그런 소식들은 탈팽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였고 그래서 탈팽이는 듣는 순간 흘려버렸고 흘려버리는 순간 잊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탈팽이는 잠시 사색에 잠겼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가 이 나무를 정복하고는 또 무엇을 한단 말인가 정말 친구들의 말이 맞는 건 아닐가 선배들의 충고를 들었어야 했나   그리고 그보다도 못 견디게 괴로운 건 외로움이였다   누구하고도 말할 수 없었고 누구하고도 나눌 수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혼자만의 것 커다란 바위덩이 같은 외로움이 쿵 탈팽이의 작은 몸을 후려쳤다 앗 탈팽이는 그만 하마트면 떨어질 번했다   갑자기 딱따구리를 통해 자기 탈팽이한테 사랑을 고백해오던 그 예쁘장한 소녀달팽이가 눈물 가랑가랑 맺힌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안돼 이건 아니야 이러면 안되지   탈팽이는 흔들리는 자신이 미워 큰소리로 웨쳤다   난 꿈을 가진 탈팽이란 말이야 누구도 무엇도 내 꿈을 가로막을 순 없어   6   탈팽이는 정말 오래오래 등반을 계속했다 이제 세상은 탈팽이의 존재를 잊었고 탈팽이 역시 숲속의 이야기가 가물가물해졌다 탈팽이한테 숲속의 그 아름답던 이야기들은 할머니가 들려주던 먼 옛말이였다   올려다보면 아직도 아득한데 내려다보면 아래도 아득했다   나무 우듬지에 이르면 이 나무를 정복하는 거야 거기에 아무 것도 없어도 좋아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깐 다만 이 나무를 정복한다는 그것이 내 꿈이란 말이야 그것으로 충분해 충분하고말고     에필로그   계절은 나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세월은 나무의 혼을 빼앗기 시작했다   꿈을 가진 탈팽이 하나가 있었다 식욕과 성욕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는데도 자기 생각을 고집하기 즐겼고 어느 날 문득 아름드리 나무를 정복한다고 도전장을 내민 그런 탈팽이 하나가 있었다   독수리 한마리가 그 석쉼한 소리로 왜 저 나무 꼭대기에 달팽이 하나가 말라 죽어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라고 했을 때에도 달팽이들은 탈팽이를 전혀 기억에서 떠올리지 못했다   다만 언젠가 사랑을 고백했던 그 소녀달팽이만이 남편이 사준 목걸이를 걸고 거울을 보다가 독수리를 취재하는 뉴스를 들으며 아빠트 창문너머로 멀리 아름드리 나무를   곁눈질 한번 했을 뿐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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