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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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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5권(97) 01호 김장혁
2025년 01월 18일 11시 33분  조회:9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제5

         김장혁
 

        97.  01호



    공원 동쪽 큰 길 옆의 중심혈고청사로 경찰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그 뒤에 00001호 벤츠가 뒤따라와 혈고청사 앞에 이르러 멈춰섰다.
    00001호 벤츠는 날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신비로운 행각을 벌렸다.
    대머리가 00001호에서 내리더니 수행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혈고청사에 들어갔다.
    최군철 서기는 오늘도 여전처럼 최혜영과 리종호, 리성호 등 구급정황이 어떤가 알아보러 찾아왔다. 정의용사들을 병문안하는 것은 날마다 아침 최서기의 식전 일과로 됐다.
    그는 혈고를 철통같이 지키는 경찰들을 꿰질러 곧추 림시 구급실 앞에 다가갔다.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마중나왔다.
    “어째 오늘엔 정의용사들을 혈고에 실어왔소?”
    김호 부대대장은 군례를 척 붙이고 나서 대답했다.
    “병원 구급실은 이젠 안전하지 못합니다.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까지 쫓아와서 정의용사들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최서기는 우멍눈을 무섭게 치켜떴다.
   “그건 무슨 말이오? 참 한심한 판이구만. 깡패들이 살벌하게 살판치다니? 구급환자를 구급하려면 그래도 병원 구급실이 안전하지 않고 뭐요?”
   김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서기, 전번에도 깡패들이 병원 구급실에까지 쳐들어와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와 신문사 리종호 선생님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었습니다. 그 놈들은 지금 암암리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병원 구급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득불 그 놈들이 생각지도 못한 혈고에 피신시켜 구급치료하고 있습니다.”
   최군철은 대머리 위 몇가닥 되지 않은 머리카락을 습관처럼 뒤로 쓸어넘기면서 개탄했다.
   “우리 시 치안질서가 이게 뭐요? 깡패들이 백주에 정의용사들을 살해하려고 미쳐날뛰다니?”
   김호 부대대장은 머리를 숙이면서 반성했다.
   “다 제가 치안사업을 잘 못한 탓입니다. 어떤 처분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최서기는 아무 말도 경솔히 하지 않았다.
   “김부대대장 혼자 잘 못이 아니오. 우리 시당위에서 사회치안사업을 억세게 틀어쥐지 못한 책임도 있소.”
   그는 기대에 찬 눈길로 김부대대장을 마주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박국장과 함께 깡패들을 몽땅 나포할 구체행동방안을 세우오. 깡패들과 부패분자들을 척결하지 않고선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없소.”
   “알았습니다. 전번에 이미 몇몇 깡패들을 나포했습니다. 그놈들을 심문해 배후깡패우두머리들을 몽땅 척결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절대 깡패들한테 빈틈을 주지 말고 정의용사들을 보호하오.”
   “네. 보호팀은 세개조로 나눠 교대를 서면서 24시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서기는 김호 부대대장과 함께 구급병실에 들어가 세개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최혜영과 리성호, 리종호 등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정의용사 셋은 다 산소호스를 코에 꽂고 손등에는 링겔주사바늘을 꽂은 채 혼미상태에 빠져 있었다.
   순간 최서기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벽 쪽으로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수행비서 손에서 과일꾸럭을 받아쥐어 정의용사들의 침대 머리에 놓아드렸다.
    그는 리성호 병실에 들어가 엄정희와 하나, 김윤성의 손을 잡아주면서 따뜻한 문안을 드렸다.
    하나와 김윤성은 최군철 서기를 따라 고향에 돌아와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준비소조에 출근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한국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수하에서 기술과 과장을 하던 김윤성을 고향에 새로 서게 되는 반도체공장 공장장으로 임명했고 리하나를 인사과 과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제 고향에 대형반도체공장이 서면 수천명 대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게 될것이다. 고향 사람들은 모두 최군철 서기가 고향에 돌아와 경제를 춰세우고 수많은 취업대기청년들을 취업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강남 한국 모 반도체유한회사에서 자기  비서를 하던 경희와 공회 선전부장 은희도 함께 고향에 돌아가 반동체공장을 차리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경의화 은희는 경제가 락후한 고향에 실망해 따라오지 않고 강남에 남아 개체로 술집과 노래방을 차렸다.
그는 구급병실을 순회진찰하던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등 의료진과도 만났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최군철 서기가 강남 모 한국 반도체유한회사 부사장으로 있을 때 회사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강남 반도체유한회사가 미국 상무국의 압력과 간섭을 받아 무너지면서 베트남으로 가자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는 회사 병원에서 의사사업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이번에 리문걸과 최군철 서기의 말을 듣고 고향에 돌아와 리종호와 리성호, 최혜영의 구급에 조력하고 있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황선희 박사를 보자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
   “두분 박사님 수고 많습니다. 정의용사들의 병세는 어떻습니까?”
   김춘희 박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리종호 사장님은 가슴의 칼상이 경하기에 생명위험에서 벗어났소.  리성호 총경리는 옆구리와 가슴의 칼상이 너무 깊은데다가 류혈이 심해 생명이 위험하오.”
   최군철은 단통 상을 찡그렸다.
   “최혜영 국장은 어떤 정황입니까?”
   황선희가 대답했다.
   “최혜영 국장은 차사고충격으로 심한 뇌진탕이 왔소. 그러나 두개골에는 충격상이 크게 없어 생명에는 위험이 없소. 이제 오래잖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소.”
   최군철은 김춘희 박사의 손을 덥썩 잡고 간곡하게 신신당부했다.
   “김박사님, 황박사님, 꼭 정의용사들을 구해주십시오.”
   김춘희는 최군철을 마주 바라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도 최선을 다 해 구급하겠소.”
   김춘희는 최군철을 조용한 휴계실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지금 병원은 망태기오. 구급환자 있어도 병원에서 구급치료하지 못하고 이게 뭐요? 의료설비도 방정하지 못해 혈고에서 생명이 위급한 구급환자를 어떻게 치료하오? 병원 보위과도 무용지물이오. 깡패들이 병원 구급수술실에 마구 쳐들어와 환자한테 칼을 휘둘러도 하나도 나서지 않았소.”
   최군철은 우멍눈을 키켜뜨며 의아해 제꺽 물어보았다.
   “병원 원장은 누굽니까?”
   “류항곤입니다. 류원장은 부패분자요. 숱한 제약공장에서 약을 팔아준 사례비를 받아먹었소. 류원장은 또 무서운 색마요.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여의사와 간호사들을 끌어들여 간음했소. 류항곤은 내가 색마의 요구에 순종하지 않자 병원에서 몰아냈댔소.”
   “통말이 아니구만.”
   최군철은 버릇처럼 손으로 몇대 안되는 대머리 위 머리카락을 뒤로 쓱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이제 시 위생국에서 조사조를 보내 조사하겠습니다.”
   “시 위생국 조사조를 보내지도 마오. 류원장과 한통속이오. 좋기는 감찰국이나 검찰원에서 조사하기를 바라오.”
   “알았습니다. 당장 류원장을 조사해야겠습니다. 조사조를 보내면 잘 협조해 류원장의 죄행 증거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최군철은 김춘희와 오래도록 담화를 하고나서 리종호 병실에로 찾아갔다.
   리종호는 리문걸과 한 고향 죽마고우였다. 최군철은 어려서부터 리종호를 큰아버지처럼 따랐댔다.
   최군철은 종호의 병실에서 뜻밖에도 려향을 만났다.
   “려향이, 오랜만이구만.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근심했소?”
   려향은 머리를 폭 숙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려향은 최서기 손아귀에서 손을 빼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최서기, 바쁜데 저의 아빠를 찾아와 문안해서 고마워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문안의 말을 했다.
   “려향의 아버지는 참 훌륭한 정의용사 본보기요. 잘 보호하지 못한 건 우리 책임도 있소.”
   그는 려향이 리종호 친딸이 아니라 류덕재 행장의 친딸이라는 소문도  알고 있었다. 려향이 친아버지도 아닌 리종호 사장을 찾아와 눈물 코물 흘리며 옆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 효성에 여간 탄복해마지 않았다.
   (려향은 인간적으로 효성과 량심이 있는 애구나.)
   최군철 서기는 효성과 량심도 없는 자를 젤 염오했다. 때문에 그는 자기 양아버지 리문걸한테 불효를 저지른 리나와도 가차없이 헤여졌던 것이다. 자기 아들 둘이나 낳은 리나와 헤여질 때 아픈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
   최군철은 려향이 효성과 량심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저으기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더우기 최군철이나 려향이나 다 상생아, 같은 비극적 출신과 처지라는데서 더욱 깊은 동정의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최군철은 려향을 복도에 데리고 나가서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위험에서 벗어났소. 려향은 서개발구에 세우는 반도체공장 총경리실에 비서로 출근하지 않겠소?”
   려향은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간신히 입을 뗐다.
    “최서기, 감사하긴 해요. 건데 총경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윤성 총경리오. 미국 하버드대 연구생이오.”
    최서기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았다.
    려향은 엎딘바 하고는 절이라고 최서기를 불러 조용한 휴계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마음 속에 품어온 당돌한 요구를 꺼내들었다.
   “최서기, 제가 시당위에 가서 최서기 비서를 하면 안되는가요?”
   최군철은 어처구니 없어 당장 도리머리를 저었다.
   “안 되오. 려향은 당원도 아닌데 어떻게 시당위 서기 비서를 한다고 그러오?”
   려향은 렴치를 불구하고 언덕이 없어 비비지 못하는 판이었다.
   “돌격적으로 화선입당시키면 안됩니까?”
   최군철은 당 조직 기률과 원칙도 모르는 려향을 보고 답답했다. 하지만 최대인내력을 발휘해 해석했다.
   “당조직은 그렇게 마구 들어올 수 있는게 아니오. 입당신청서를 쓰고 조직의 양성과 고험을 거쳐야 하오. 또 일정한 고험이 필요하오.”
   려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 당장 입당신청서를 쓸게요. 당조직의 그 어떤 고험도 양성도 다 접수하겠어요.”
   “좋소. 려향의 조직발전을 힘껏 도와주지. 려향이, 내 사업도 도와줄 수 있소?”
   최군철은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려향이, 우리 시내 반부패투쟁과 사회 치안 사업을 잘 협조할 수 없겠소? 리향은 우리 시내 탐관들과 깡패들의 정황을 손금 보듯 할 거 같은데. 우리 서로 도우면서 둥글둥글하게 살면 좋지 않소? 리향은 박사지, 전도창창하오.”
   리향은 귀 솔깃해졌다. 그러나 소홀히 입을 열지 않았다.
   “좀 고민해볼게요.”
   최군철은 전번에 성감옥에 가서 친아버지 최정호한테서 류덕재와 류려평 등 부패분자들이 대부금을 내주거나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건축일감을 몰아주고 검은 뒷돈을 받아먹은 정황을  대체적으로 장악하게 되였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쥐지 못해 류덕재를 나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시급히 탐관들의 위법증거를 장악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 려향한테서 단서를 하나라도 더 장악하려고 들었다.
    최군철의 우멍눈에서는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미더운 눈길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면서 한마디 더 했다.
   “어떻게 대의멸친할 수 없소?”
   려향은 머리를 떨구고 한참 궁리하더니 말했다.
   “최서기는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저는 최서기를 있는 힘껏 돕겠어요. 저를 믿어주세요.”
   “참 좋소.”
   최군철은 미더운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려향을 믿겠소.”
   려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서기를 믿고 기대하겠어요.”
   최군철은 려향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부탁했다.
   “먼저 려향이 아는 탐관들의 죄상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한테 가져다 주오.”
   최군철은 대머리를 어루쓸며 잠간 궁리하다가 번들이마를 탁 쳤다.
   “이렇게 하기오. 래일 새벽 다섯시 정각에 시당위 서기실에 찾아오오.”
   려향은 외까풀눈을 치켜뜨며 놀라워했다.
   “새벽 다섯시에? 그렇게 일찍이?”
   최군철은 대머리를 끄덕이며 확답했다.
   “맞소. 래일 새벽 다섯시에 오오. 난 날마다 새벽 다섯시부터 식전에 각종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오.”
   려향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최군철은 급한 일이 있어 총망히 00001호 벤츠를 타고 시당위 청사로 돌아갔다.
   이튿날 새벽 5시 정각에 려향은 시당위 청사 울 안에 도착했다.
   청사 정면 마당에 벌써 00001호 벤츠가 엔징도 끄지 않고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청사 당직은 려향이 최서기를 찾아왔다고 하자 어디에 전화했다. 이윽고 당직은 려향을 보고 안내해주었다.
   “9층에 올라가 먼저 감찰대대 사무실을 찾아가오. 거기서 비준받아야 최서기를 만날 수 있소.”
   려향이 9층에 올라가 감찰대대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감찰대대 대대장은 려향이 찾아온 연유를 묻더니 어디에 전화했다.
   전화를 마치자 대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려향한테 자세히 알려주었다.
   “01호 당위 서기 사무실로 곧추 가오. 최서기 기다리고 있소.”
   려향은 인차 01호 사무실로 찾아갔다.
   최군철이 벌써 문께까지 나와 반갑게 마중했다.
   “어서 들어오오.”
   려향은 커다란 사무상 맞은켠 쏘파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 으리으리하고 널직한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최군철은 손수 려향이 즐겨 마시는 맥심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려향한테 주었다.
   “그래, 증거를 작성해왔소?”
   “네.”
   려향은 핸드빽에서 편지본투를 꺼내 최군철 서기한테 드렸다. 그녀는 커피를 호호 불어 홀짝 마시면서 최군철의 윤기도는 대머리를 바라보면서 하회를 기다렸다.
   최군철은 우멍눈으로 검거자료를 내리훑어 보면서 간혹 대머리를 끄덕이기도 했다. 려향이 제공한 검거자료는 대부분 깡패 소두목들인 꺽다리, 뚱뚱보, 호랑이들의 정황이였고 류항곤이 황금덩이를 들고 다니면서 류덕재 지시대로 선물을 주고 내통해 왕춘영을 형사처 처장으로 임명하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한 죄행을 검거한 자료였다. 그러나 자기 애비 류덕재나 에미 류려평를 검거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최군철은 효성이 지극한 려향이 그러리라고 미리 예견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깡패 두목들의 정황과 류항곤의 공범죄행을 제공한 것만 해도 큰 방조로 되였다. 지금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과 형사수사대대에서 이미 나포한 깡패들을 아무리 밤낮 심문해도 자기 소두목들과 우두머리를 탄백하지 않는 바람에 굴뱀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최군철 서기는 검거자료를 사무상에 놓으면서 려향을 우멍눈으로 꿰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려향이, 깡패들의 정황을 검거해 감사하오. 대의멸친해 작은 아버지를 검거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
   뒤이어 그는 암시하는 말을 한마디 더 했다.
   "려향은 더욱 큰 대의멸친하리라 믿소.”
   그렇다. 려향은 작은아버지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때도 밤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던 끝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였다.
    며칠 전, 려향은 외할아버지 관을 칼산에 모시던 날 귀로에서 엄마 머리에 꽂힌 은비녀에서 괴상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이상해 머리비녀를 뽑아 보았다가 기절초풍할듯이 깜짝 놀랐다. 그것은 머리비녀도청기가 아니겠는가. 그 머리은비녀도청기는 류기가 엄마 머리에 손수 꽂아준 것이라는 것을 안 후 려향은 류기한테 더 없는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에 려향은 용기를 내 대의멸친해 류항곤의 죄행을 검거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최군철 서기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우린 대의멸친하는 다른 분들한테서 려향의 친아버지와 엄마의 수많은 죄장을  제보받았소.”
   “네?”
   려향은 흠칠 놀랐다.
   (누가 제보했을까?)
   최군철은 정색해 려향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 부모 죄상을 잘 생각해보오. 대의멸친할 결심이 서면 나를 다시 찾아 오오.”
   최군철은 사무상 위 버튼을 꾹 눌렀다.
   따르릉
   벨소리와 함께 옆벽문이 열리더니 비서가 들어와 려향을 보고 바깥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
   려향은 어정쩡해 일어나면서 최군철을 건너다 보았다. 그러나 최군철 서기는 손을 내저었다.
   려향이 비서와 함께 복도로 나왔을 때 저쪽에서 디똥디똥 구두발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만난 사람은 놀랍게도 류기 언니 아니겠는가!
   류기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옆에 비서와 감찰대대 일군이 있어 아무 말도 안하고 서로 의심에 찬 눈길로 마주 쏘아보면서   갈라졌다.
   (류기 언니 아빠와 엄마를 물어먹지 먹었단 말인가?)
   려향은 이를 악물었다.
   (네년 애비도 우리 아빠 못잖은 탐관이야. 색마야. 우리 아빠 잘못 되는 날엔 네 애비하구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류기는 곧추 01호 서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류기동무, 앉소.”
   려향과 류기를 복도에서 딱 마주치게 한 것도 최군철의 사전에 포치한 심리공격을 위한 전략전술이었다. 그녀들이 서로 의심하고 상대방의 애비들을 서로 물고 뜯게 하려는 주밀한 모략이었다. 그 전략전술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기는 류덕재 일당의 보복이 두려워 처음에는 시정부 관사에 숨어 있는 숱한 부패관료들의 죄행과 “굴뱀” 깡패무리 소두목들의 죄행을 일일이 적발했지만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다.
    최군철은 최혜영 국장이 사전에 성당위에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손금 보듯 햇다. 그는 심지어 감관대대 류기 대대장은 류덕재의 끄나쁠이라는 것도 장악하고 여러차례 불러 심리공세를 벌렸던 것이다.
    그는 오늘도 류덕재 일당과 류기 사이에 쐐기를 콱 박아놓았다.
    “류기 대대장, 동무는 아주 전도 있는 공안간부요. 오늘 부패분자들의 죄행을 검거했는데 표현이 아주 좋소. 그런데 관건적인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행을 검거하지 않았소. 그러나 우린 대의멸친하는 한 검거인을 통해 이미 류항곤 원장의 죄행을 다 장악했소. 류항곤 원장은 숱한 제약공장으로부터 약판매 사례비를 받아먹었고 원장실에 침대까지 갖춰놓고 숱한 의사와 간호원들을 간음했다고 제보가 들어왔소. 류항곤 원장은 류덕재 행장과 사촌형제로서 공범이라는 것도 밝혀졌소. 류원장은 류덕재의 지시대로 황금덩이를 가지고 관사에 다니면서 부패한 관료들한테 례물을 먹이면서 리춘희 처장과 김호 대대장을 파면해 전근시켰고 류기를 대대장으로 임명하게 했소. 동무는 총명하기에 명지한 선택을 하리라고 믿소.  대의멸친해 류덕재와 류려평의 죄악을 검거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겠는가? 아니면 덮어감추고 암흑한 천길나락으로 떨어지겠는가? 다 류기 대대장의 명지한 선택에 달렸소.”
   순간 류기는 눈앞이 아찔해나면서 무수한 별찌가 퉁퉁 떨어졌다.
   (려향, 그 간나새끼, 우리 아버지를 검거했구나. 그 간나새끼 밖에 우리 아버지와 류덕재 일을 저렇게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잖은가! 간나새끼, 네가 물어먹었는데 내라고 너네 애비 에미를 가만놔둘 거 같아?)
   순간 류기는 아주 상상 밖의 독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서기 손을 빌어 류덕재를 하루 빨리 제거해야 아버지를 구하고 자기를 구하고 류씨 집 안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짓기에 이르렀다.
   (큰아버지가 살아 있는 편안한 날이 없어. 그 놈이 살아 있는 한 아빠와 나한테 계속 나쁜 짓을 시킬 거야. 심지어 살인도 시킬 수도 있어.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놈의 손에 죽을 수도 있어. 큰아버지 아무리 이 시내 ‘토황제’, ‘초패왕’이라고 해도, 아무리 ‘굴뱀’ 깡패들을 믿고 우쩔렁거려도 언젠가는 꼭 법망에 걸려 총살맞을 거야. 큰아버지가 죽어야 우리 부녀와 류씨 집 안이 살아남을 수 있어.)
   류기는 비서가 타주는 커피도 들지 않고 최군철한테 자기가 장악한 류려평과 류덕재 그리고 왕춘영 등의 모든 죄행을 낱낱이 검거했다. 류기는 착중해 류덕재가 류문도와 류문비와 밀모해 깡패들을 시켜 리종호, 리성호, 최혜영을 해친 죄행과 류려평과 류덕재 산소에서 파낸 황금동이를 검찰원 창고에서 빼내 칼산별장에서 나눠가진 사건도 일일이 검거했다.
여비서가 옆칸에서 한쪽으로 록음하는 한편 컴퓨터로 문자화 하고 있었다.
   류기는 당장에서 최군철 서기 사무상에 놓인 컴퓨터를 빌어 서면으로 해당 검거자료를 작성해 최군철에게 드렸다.
   “참 좋소. 류기동무는 아주 명지한 선택을 했소. 동무는 발전전도가 있소. ”
   “감사합니다. 이제 생각나는족족 그놈들의 죄행을 몽땅 검거하겠습니다.”
   류기는 피뜩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아차, 하나 깜빡 잊었군요."
   최군철의 우멍눈이 류기 속을 꿰뚫을듯이 무섭게 쏘아보았다.
   류기는 머리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류려평은 애비 상수리나무관에 숱한 황금과 금은장신구를 넣어 칼산에 파묻었습니다. 류려평 애비 관짝을 어데 묻은 걸 제가 다 압니다." 
   최군철은 어쩌다 철색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참 좋소. 후에 형사수사대대를 협조해 그 신비한 상수리나무관짝의 장물을 몽땅 파내도록 하오."
   "옛! 이제 오늘 오전에 류덕재와 류려평 그리고 깡패들간의 통화내역을 여직껏 감청해 녹음한 유판을 몽땅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을 꾹 감고  다 듣고 나서 사무상 위 버튼을 눌렀다. 위엄 있는 축객령이 따르릉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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