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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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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하소설 황혼 제5권 101. 황혼의 유령 김장혁 댓글:  조회:15  추천:0  2025-02-19
     대하소설 황혼 제5권           김장혁        101. 황혼의 유령       대지에 불비를 뿌리던 태양아씨도 무더위에 피곤한 하품을 한다. 태양아씨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무더운 삼복염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무연한 사막의 누런 가슴에 키스를 날리면서 애잡짤한 고별의 인사를 한다. 태양아씨는 이그러져가는 얼굴로 사막을 누비다가 홧홧 달아오르는 몸을 식이려고 호수를 찾았다. 옹달샘 하나도 찾지 못하고 서해바다를 바라고 불타는 저녁노을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태양아씨 이그러진 얼굴에서 마지막 몇가닥의 금실이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을 피빛으로 물들인다. 사막에 외롭게 서 있는 선인장 이파리에 꽃인 침들이 피빛으로 물든 해빛을 꿰어 황홀한 저녁노을에 눈물겨운 한폭의 수채화를 수놓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을 도화지로 삼아 쓸쓸한 황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눈 앞도 헤아리기 힘들게 윙윙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 흐릿한 해아씨가 서서히 져가고 붉게 타오르는 황혼의 락조가 사막의 언덕을 비춘다. 홧홧 타오르는 열기에 모래알이 탁탁  튕겨오르며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모래바람에 팔락이는 실오리만한 혼의 꼬리를 집어삼킨다.     몸은 정신감옥에 갇혀 있지만 황혼의 유령만은 정신쇠사슬 사이로 새여나와 자유의 푸른 하늘로 서서히 날아올라간다. 혼은 바람 따라 날아가는 사랑의 그림자를 쫓아가다가 맥없이 사막의 둔덕에 푹 쓰러진다. 외로운 황혼의 유령이 쓸쓸하게 쓰러진 모래언덕에 처절한 하얀 그리움이 무럭무럭 피어난다.     무시무시한 백골들이 쩍 벌린 아가리로 죽음의 공포를 뱉어내고 낮잠을 청한다.     얼룩 독사가 움푹 파인 백골 눈확에서 기어나와  혀를 날름거리며 가냘프게 시들어가는 황혼을 쳐다보며 한숨의 꼬리를 잡고 모래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사막의 밤 하늘을  노크한다.     황혼의 락조가 피빛을 불태우며 져가는 모래언덕에 책짐을 메고 달리다가 푹 쓰러진 사막의 마라토너의 한숨소리 스며든다. 벌겋개 달아오른 황혼의 락조는 세파에 부대껴 쓰러진 심장을 다독이며 자장가를 부른다. 얼빠진 황혼은 비틀거리며 염라전에서 라체무를 추며 허무한 인생의 콧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밤의 고독한 악기를 고른다.     무정한 어둠은 황급히 태양아씨의 얼굴을 감싸 안아 서산 너머에  파묻어버린다. 태양아씨가 사라지자 거대한 욕심쟁이 황금바라가 어둠의 장막을 거두면서 동녘 하늘을 누렇게 물들여간다. 황금바라는 먼 사막 동산의 주마등을 핥으며 서서히 솟아올라 사위를 둘러본다.     어둠 속의 황막한 사막의 산등성이에 누워 있는 사막의 마라토너 선렬들의 무덤 사이로 반디불인가, 혼인가 외롭게 떠돌아다닌다.  백양나무 꼭대기에서 무덤을 내려다보던 까마귀들이 놀라 까욱까욱 울면서 푸닥닥 푸닥닥 날아난다. 무덤을 도굴하던 쥐새기들이 깜짝 놀라 쪼로롱 쥐굴로 달려들어가 가슴을 할딱거리며 혼이 울어대는 무덤을 내다본다.    처량한 달빛이 어린 무명영웅들의 무덤 주위에는 기괴할 정도로 공포에 찬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 무연한 사막은 원래 몇십길 되는 미인송들이 하늘을 찌르던 원시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악한 인위 피해를 받아 아름드리미인송 바다가 넘실거리던 원시림은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황량한 사막으로 되고 말았다.    사막 마라토너의 잦아드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반주해 어데선가 사막의 모래 둔덕을 파헤치며 ㄱ, ㄴ, ㄷ, ㄹ가 샘처럼 퐁퐁 솟구쳐 올라온다. 마라토노의 꿈이 연분홍 진달래로 피여난다. 그 막연한 꿈 속에서 한 오리 미련이 쏙쏙 머리를 내밀고 키돋음하며 우썩우썩 자라더니 사막의 언덕에서 길이길이 휘날린다.    황혼 인생은 이젠 각일각 맥없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짜릿한 사랑도 없는 부부, 허위로 묶어놓은 가정에는 엔돌핀도 생성되지 않는다.  사막의 마라토너의 혼은 파뿌리처럼 돼버린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책짐을 메고 힘겹게 사막으로 정처없이 헤맨다. 얼굴도 주글주글해지고 이마에는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패여갔다. 그래도 좋다. 아직도 겨레의 넋이 담긴 책짐이라도 내가지고 메고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좋다. 조금이라도 위안된다.    황혼의 유령은 인생 황혼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쓸쓸하기만 했다.    (아직 세상에 해놓은 일도 없고 손자도 안아 보지 못했는데. 벌써 아바이라니? 원, 참. 세월도 한심하지. 내 인생아, 황혼아, 야속하다, 야속해.)    종호의 혼은 유령처럼 정처없이 세상 천방지축 어데라없이 헤매기 시작했다.    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메고 사막을 걷다가 지쳐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사막 둔덕에 푹 꺼꾸러졌다. 혼은 가냘픈 숨을 간신히 헐떡거리면서 가슴을 치면서 개탄했다.    (진짜, 살 멋이 없어. 인생도 황혼에 이르면 찡하게 사랑하는 부부끼리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놀고 싶은 걸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별재미라는데. 늘그막엔 국내외 명승고적을 유람이나 하고 추억에 잠겨 살아온 이야기나 하면서 근심걱정 없이 알콩닭콩 살아야 된다고들 하는데. 이건 뭔가? 사랑하는 안해도, 사랑도 없이 무슨 살 멋이 있는가? 제 자식 하나 낳아 기르지 못해 전주 리씨 대를 꺾고서도 살아 뭘 해? 사랑하는 나영도 아파트 한채를 공 가진 죄로 10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갔어. 내가 마지막 면회하러 갔을 때 나영은 걀죽한 얼굴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진지한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제가 출소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제가 리사장님의 인생황혼에 황홀한 사랑을 안겨 주겠어요.” 나영의 그 볼우물을 옴폭 파는 수척한 얼굴이 그렇게 이쁠 수가 있겠는가. 그때 그녀의 그 절절한 눈빛이 반짝이는 쌍까풀눈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끄덕였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도 허무한 꿈 같아. 나영은 출소해도 40대 중반인데. 칠순을 바라보는 내가 이제 10년을 더 살기나 할까? 그래 나와 나영과의 사랑은 이룰 수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종호의 혼은 무거운 책짐을 잠시 벗어놓고 모래 둔덕에 반듯이 드러누워 모래바람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달을 쳐다보면서 절망에  찬 한탄을 했다.    “내 한평생 글을 쓰면서 책을 내느라고 헤맸지만 다 허무맹랑한 일로 돼버렸구나. 누가 항일영웅렬사들의 이야기를 쓴 내 책을 보는가? 서점에서 이런 책은 이젠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는 사랑이야기를 쓴 전자책이나 보지. 돈 팔고 책을 보려고 하지 않는단다. 이젠 온라인시대에 책이 다 파묻히는 판이야.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소설이나 그래도 좀 보겠지만. 내 같은 무명작가의 소설을 누가 보겠는가.”    혼은 모로 누우면서 팔로 미친듯이 덮쳐들어 흩날리는 모래바람을 막으면서 정의용사 리성호를 떠올렸다.    (성호는 내 목에 날아드는 비수를 턱 막아 깡패들의 손에서 빼앗아버렸다. 성호는 비수를 휘두르며 나한테 덮쳐드는 깡패들을 막아싸우다가 깡패들의 칼에 옆구리를 찔려 쓰러졌다. 성호는 나를 구하다가 내 대신 피못 속에 쓰러져 장렬하게 희생됐다. 그의 혼은 지금도 하늘로 둥둥 떠다니면서 정의를 지켜 싸우고 있다. 성호야, 네가 떠나간 날부터 나의 삶은 날마다 장례식으로 돼버렸다. )    피뜩 정의용사의 혼이 우렷이 떠올랐다. 성호는 정색해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신신당부했다.    “종호야, 맥을 버리지 말고 일어나라. 갈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 나 대신 겨레 선렬들의 혼을 영원히 지켜달라.”    종호의 혼은 벌떡 일어났다.     (그래, 성호야,  선렬들의 사적을 가없는 사막에 다 써넣어도 어찌 다 쓰겠느냐? 이번엔 피와 살이 있고 사랑도 있는 정의용사의 형상을 부각해야지. 문학성도 높이고 독자들을 끌게 선렬들과 정의용사의 사랑도 써야지. 성호가 은영을 짝사랑한 것도 쓰고 승호와의 결투도 쓰고 정희와의 졸혼이야기도 써야지. 그러나 책으로 내면 누가 볼까? 온라인시대에 걸맞게 이번엔 온라인에 널리 올려야지.)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 친구가 그리워 주먹으로 사막 둔덕을 꽝꽝 치며 서럽게 통곡쳤다.    “야속하다, 야속해, 성호야, 어쩜 넌 날 구하자고 내 대신 죽었느냐? 너마저 내 곁을 떠난 이 세상에서 진짜 살 멋이 없어. 친구도 하나, 둘 다 떠나갔다. 진짜 고독한 황혼이야.”    그러나 사막은 대답 대신 모래바람을 얼굴에 쨍 아프게 끼얹는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에서, 목이 홧환 달아오르는 사막에서 목이 말라 숨쉬기도 힘들었다.    눈을 스르르 감자 살려달라고 애고사리 손을 자기한테 뻗치며  애원하는 성림의 불쌍한 얼굴이 떠올랐다.    (절대 포기해선 안돼. 나마저 쓰러지면 우리 겨레는 어쩌는가? 겨레의 만년 미래와 희망을 담은 조상환상곡은 누가 이어받아 노래하겠는가? 옹달샘이 퐁퐁 솟는 오아시스를 찾아내야지. 성림을 구해내야지. 그런데 나도 류려평이 부정축재로 얻어가진 아파트 한채를 팔아 책을 냈다고 공직과 당적마저 박탈당했다. 46평방짜리 집을 판 돈도 법원에 몰수당해 부정축재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돈을 갚았다. 다행히 내가 아파트를 판 돈으로 항일투사들의 이야기 책을 낸 정의적인 사업에 썼다고 최서기가 참고자료를 제공했기에 법원에서는 5년 징역형으로 감형해주었다. 이젠 난 생존을 이어갈 돈도 없다. 불쌍한 성림을 치료할 돈도 대주지 못하게 됐다. 무슨 낯으로 출소해 나영을 만나고 그의 사랑을 받는단 말인가? 출소하면 칠순도 훨씬 넘어 한국에 나가 일할 맥도 없다. 전과범이기에 출국도 할 수 없게 됐다. 비록 동생 만호와 만순이 생활비를 대준다지만 이젠 너무 의지가지 없는 황혼인생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종호의 인생 황혼도 사막처럼 모든 것이 말라갔고 황량한 페허로 돼버렸다. 환각인가?    종호 혼이 흘린 피눈물은 이슬이 되여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 쏟아져내려 희망의 진달래꽃을 활짝 꽃피웠다. 종호 혼의 절망에 찬 근심과 아픔은 해빛이 되여 황혼의 피빛락조가 비낀 삭막한 사막에 미련과 신심을 휘뿌려 후대들에게 찬란한 미래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사막에서 새 희망의 수많은 피끓는 뻘건 심장들이 선인장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    먹장구름이 뒤덮여 온다. 불뱀이 먹장구름 속에서 궁전 룡마루에 쭉 뻗쳐오더니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궁전 기와지붕을 핥아간다.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궁전 추녀 끝에서 실폭포가 쏴르르 쏟아진다. 건뜻 쳐들린 룡마루 추녀 아래에 세종 대왕님이 희죽이 웃으며 종호의 혼을 바라보면서 힘내라고 정답게 손짓한다. 푸르른 하늘에는 조상들이 물려준 ㄱ, ㄴ, ㄷ, ㄹ  아름다운 조상환상곡이 오래도록 메아리치고 있지 않겠는가!    종호의 혼은 너무 감격해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정경은 모래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쳐 앞을 가리기 힘든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그렇게 갈망하던 조상환상곡마저 점점 사라져 가는 황량한 사막이 아닌가.    음흉한 전갈이 사막의 어둠을 타 모래불 속에서 슬금슬금 기여나와 종호 혼의 옆구리를 꼬집어 물며 독침을 박는다.    (앗!)    종호의 혼은 너무 아파 오만상을 찡그렸다. 독사들이 뻘건 혀를 날름거리면서 종호의 혼을 막아서서 음흉한 빈대눈으로 노려본다. 독사의 독침 같은 이빨이 책짐을 멘 어깨를 꽉 깨물어 뜯는다. 수전노들이 주산알을 딸깍딸깍 튕기면서 쓴 눈으로 책짐을 내다보며 내다 던지라고 하명한다.    그러나 혼은 죽을 것만 같은 아픔과 실망을 이를 악물고 용케도 참았다.    (안돼. 절대 포기 못해. 나는 일어나야 해. 조상환상곡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선렬들을 뒤이어 앞으로 나가야 해. 어서 일어나자. 책짐에는 영웅과 선렬들의 혼이 슴배여 있다. 아무리 무거운 책짐이라도 기어이 메고 가서 우리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꿀 거야.)    종호의 혼은 눈 앞에 겨레 사랑의 오아시스를 그려보며 안간힘을 다해 책짐을 메고 일어나 한발자욱, 한발자욱,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옹달샘이 퐁퐁 솟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눈 앞에 그려보면서 허기진 배를 가까스로 추술리고 걸어나갔다. 혀끝으로 말라 터진 이술을 감빨면서 사막의 둔덕으로 앞으로, 앞으로 한발자욱, 한발자욱 걸어나갔다. 그러나 몇발자욱 걷지 못하고 또 푹 꺼꾸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보세요. 일어나쇼. 어째 이런 사막에 쓰러져 있는가요?”    좀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 아닌가?    (나영인가? 아니야. 그녀는 감옥에 갇혔어. 그럼 누군가?)    종호의 혼은 천근 같은 눈까풀을 천천히 떴다. 흐리멍텅한 달빛이 어린 사막에 웬 녀인이 자기를 끌어 안아 일으키고 있었다. 가냘픈 여체였건만 힘은 엄청 셌다.    (이런 무인지경 사막에 웬 녀인이지?)    길다랗고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종호 혼의 얼굴을 어루쓸며 향기를 물씬 풍긴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금발미녀로봇 아사꼬가 아니겠는가.    “리사장님, 어서 깨나세요. 조상환상곡 집필엔 당신이 필요한데요. 성호 총경리처럼 너무 총망히 가선 안돼요.”    “리사장, 근심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한, 리사장님의 조상환상곡 책은 꼭 빛을 보게 될 겁니다.”    종호는 혹시나 해 사막 둔덕에 나타난 인물을 쳐다보았다. 보통사람의 키보다 서너배나 더 큰 괴물이 아니겠는가.    길다란 코끼리코, 파초 같은 널다란 귀, 어깨에 달린 량날개…    (아니, 과학환상소설의 소문난 주인공 괴물- 꼬마대통령 클론바우 아닌가?)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클론바우는 엉거주춤 사막 모래둔덕에 꿇어앉더니 코끼리 잔등 같은 잔등을 돌려댔다.    “어서 내 잔등에 올라 타십시오. 어데든지 잠간새 훨훨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도울 사람은 이젠 아사꼬와 클론바우 밖에 없구나.)    아사꼬는 종호의 잔등에서 무거운 책짐을 벗겨 자기 가냘픈 어깨에 메는 것이였다.    클론바우는 종호를 잔등에 업고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모래바람이 윙윙 불어치는 사막의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아사꼬도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따라 하늘로 훨훨 날아올라갔다.    “리사장님, 왜 이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닙니까? 도대체 어데로 가렵니까?”    “조상환상곡을 낼 오아시스로 데려다 주십시오.”    아사꼬는 의아해했다.    “아니, 원시림에 숱한 출판사를 두고 어디로 간다고 그래요?”    종호는 잠꼬대를 했다.    “원시림이 모래바람에 싹 다 사막으로 돼버렸소. 인간 종적도 없어졌는데 어데 가서 책을 낸다고 그러오?”    “네- 알았습니다. 곧 오아시스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초음속비행기보다도 더 빨리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푸르른 바다를 날아 넘어 누런 강물이 사품쳐 흐르는 누런 땅으로 날아갔다. 사막은 끝났는데 온통 누런 고원이 아니겠는가. 누런 강물은 사품치며 흐르다가 승냥이 이발처럼 기암괴석이 들쑥날쑥한 절벽에서 폭포로 쏴쏴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뛰여내렸다.    클론바우가 종호의 혼을 업고 누런 폭포를 날아 넘어 계속 서쪽으로  날아갔다.    한참 날아가니 웬 옛성이  나타났다.    만리장성인가?    찬찬히 뜯어보니 만리장성은 아니였다. 벽돌토성을 촘촘히 두른 옛성곽 같았다.    “이놈들아, 언감 우리 조상 한고조 류방 대황제님의 혼이 계시는  옛성을 다 범접해?”    누군가 하늘에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의 혼은 깜짝 놀랐다. 글쎄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 류덕재와 류려평의 혼이 하늘에 나타나지 않았겠는가.    (더러운 년놈들, 죽어서 혼마저 섞어대? 퉤!)    류덕재 색마 혼은 외까풀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지껄여댔다.    “어째 여기 왔는지 아니? 지옥에 가니 여자들이 하나도 없잖아? 진짜 난 미녀 없인 하루 밤도 못 지내. 그래서 한고조가 미녀를 데리고 놀던 옛성에 오면 미녀들이 있겠는가 해 찾아왔어.”    색마는 종호를 째려보면서 빈정거렸다.    “숫처녀 사랑을 한번도 못 받아본 바보야, 무슨 멋에 살아? 나는 숱한 미녀들을 데리고 놀아서 죽어도 한이 없어.”    류려평은 퉁사발쌍까풀눈을 희번떡이며 종호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눈귀에는 음탕한 빛과 야멸찬 조소가 흐르고 있었다. 화냥년은 류덕재 팔을 툭 치며 비아냥거렸다.    “저 바보를 봐. 지금 어느 때라고 아직도 책짐 메고 여기까지 왔어? 오빠, 가자. 우리 류씨 집 안을 망하게 한 배신자놈, 저 놈과 더 말해 뭘 해? 저런 바보 때문에 내 일생을 망친게 한이야.”    “인륜도 모르는 색마 년놈들, 네년놈들은 천년지옥에서 썩어 구데기로 될 거야.”    종호의 혼은 욕을 마치자 클론바우 잔등을 툭 쳤다.    "보기도 싫어. 빨리 갑시다."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잔등에 업고 또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며 서으로 서으로 날아갔다.    푸르른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가파로운 설산이 나타났다. 푸르른 하늘에는 락하산들이 날아다니고 설산 기슭에는 무연한 푸르른 초원에 양떼와 말떼, 소떼가 구름처럼 흐르고 꽃사슴들이 깡충깡충 뛰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양과 말, 소, 사슴들의 입에는 꾸러미가 씌여져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풀은 먹을 수는 있어 다행이였다.     우후죽순처럼 삐죽이 하늘을 찌르며 우뚝 솟은 성당의  꼭대기로부터 숱한 신앙의 색실오리들이 사처로 뻗어나가 시원한 가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조상환상곡과 좀 비슷한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세종대왕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갈수록 조상환상곡은 좀체로 들을래야 들을 수 없었다.     꿈인가? 생신가?    갑자기 락하산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아내린 호랑이들이 클론바우 일행을 나포해 궁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뻘건 기둥이 천정을 찌른 이른바 궁전 정면 룡의에는 호랑이가 대왕이느라고 틀스레 앉아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며 클론바우 일행을 쏘아보았다.    이 설산 기슭 초원에서는그 놈의 호랑이가 왕이느라고 으시대며 정신거미줄로 숱한 동물들을 묶어놓고 못살게 굴었다.    졸개 호랑이들은 종호네가 자기 령역을 침범했다고 궁전의 뻘건 기둥에 사지를 꽁꽁 묶어놓았다.    “따웅-!”    호랑이대왕은 표범 가죽을 깐 룡의에 앉아 으르렁거리면서 공포에 찬 심문을 시작했다.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호랑이를 근본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을 쓰려고 했다. 종호의 혼이 눈을 찔끔해 눈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참으면서 호랑이 대왕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가 보자고 하회를 기다렸다.    호랑이 대왕의 이마빼기에는 “왕”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꽤나 위엄이 있어 보였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으면서 을러멨다. 옆에서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 통역관이 호랑이대왕의 호통소리를 통역했다.    “따웅- 네 놈들은 어데서 온 놈들인가?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의 령지를 다 침범해?”    종호 혼은 어처구니 없어 피씩 웃었다.    “지금 무슨 세상인데 여기 자유와 민주를 부르짓는 유럽에 아직도 호랑이 왕국이란게 다 있어? 흥!”    호랑이 대왕은 앞발로 룡의를 탁 치며 궁전 천정이 다 날아가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무엄한 놈. 감히 최고지존 호랑이 대왕님을 릉멸해? 호랑이 소리로 대답하지 못할가? 다른 말로 대답했다간 호랑이왕국 국법에 의해 목을 쑥 빼버리겠어.”    클론바우 꼬마대통은 어처구니 없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대성질호했다.    “참 가소롭구나. 난 지구촌을 통일한 괴물 클론바우 대통령이야. 그래도 난 아메리칸 제국의 영어로 말하라고 지구촌 사람들한테 강요한 적이 없다. 네 놈이 뭔데 알아듣지도 못할 네 놈의 호랑이 소리로 말하라는 거냐?”    “따웅- 저놈이 무슨 말로 찌껄이느냐?"    앵무새가 통역했다.    "영어로 우리 호랑이왕국을 욕합니다."    "뭐라고? 영어를 닥치지 못해?”    호랑이 대왕은 노발대발했다.    "저놈 어데서 굴러온 놈인가?"    클론바우는 또 영어로 대답했다.    "I' am from America(난 아메리카에서 왔어.)"     “너 이놈, 계속 영어로 지껄여? 흥!"     호랑이 대왕은 대가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메리카에서 왔다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애? 누굴 속이려고? 이 호랑이 대왕도 세상을 통일시키지 못했는데. 네 놈이 지구촌을 통일했다고 그래? 으흠. 우리 호랑이 왕국에선 기린이나 사자나 사슴이나 새들도 몽땅 호랑이 소리로 말해야  해. 다른 소릴 했다간 몽땅 호랑이왕국의 국법에 따라 지옥에 보내지 않으면 죽여. 그래서 우리 호랑이 말을 입내 잘 내는 앵무새 밖에 살아남지 못했어. 살아남겠으면 우리 호랑이 왕국의 소나 말처럼 꾸러미를 쓰고 다른 소릴 치지 말란 말이야.”     아사꼬가 어처구니 없어 캐드득 웃었다.     “빠까 오사마데스네(바보 왕이구만요.) 어째 이 초원의 양과 소, 말, 사슴들한테 꾸러미를 씌웠는가 했더니 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느라고그랜 판이구만요."   호랑이 대왕이 앵무새 통역관에게 물었다.    "저년이 무슨 말로 지껄여?"    "섬나라 오랑캐 말을 했습니다."     "닥치지 못해?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이나 다 못해!"     클론바우는 겁나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이 가소로워 질책했다.     "제 무식해 모른다고 영어를 못 쓰게 해서 되는가?”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엉? 뭐라고?”    아사꼬는 겁나하는 기색 하나도 없이 종알거렸다.    “종달새는 지종지종, 뻐꾸기는 뻐꾹뻐꾹, 참새는 재잘재잘, 얼마나 듣기 좋은가요? 그런데 새들이 어떻게 제 소리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호랑이 소리로만 말하라는 건가요?'    "닥쳣!"    호랑이 대왕은 퉁사발눈깔을 부라리며 앵무새를 가리켰다.    "앵무새를 봐라. 우리 호랑이 말을 얼마나 잘 하는가? 진짜 우리 호랑이 왕국의 모범동물이야. 앵무새처럼 호랑이 말을 하란 말이야. 그래야 살 길이 있어."    아사꼬는 코웃음치며 호랑이 대왕을 손가락질하면서 꾸짖었다.    "입내를 잘 내는 앵무새나 따웅 하겠는지? 도라와(호랑인) 혼또니(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무지막지하고 포악무도한 대왕이구만요.”     “개소릴 작작 쳐! 새소리도 안되고 양키들의 영어나 섬나라 오랑캐 말도 안돼. 숱한 동물들이 다 뒤에서 우리 호랑이들이 알아도 듣지 못할 소리로 제 좋은 소리를 치면 되겠는가? 네놈들이 제마끔 지지배배, 뻐꾹뻐꾹, 짹짹거리면서 암암리에 제 좋은 소리치면서 꿍꿍이를 치면 이 나라가 사분오렬될게 아닌가? 건 우리 호랑이 왕국에 절대적인 위협이야. 다른 소릴 쳤다간 가차없이 처단할 거야.”    호랑이 대왕은 궁전 벽에 걸어놓은 물소 대가리 해골을 가리키면서 경고했다.    "저놈 물소도 '따웅'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가 내게 목주래를 물려 죽었어. 나는 물소 대가리를 궁전 벽에 걸어놓고  닭을 잡아 원숭이를 훈계하듯 다른 동물들을 경고했어. 네놈들도 '따웅' 하지 않고 '음메-' 했다간 물소처럼 물려죽을줄 알어라."     호랑이 대왕은 그쯤 겁을 먹이면 클론바우랑 벌벌 떨겠는가 했는데 대수로워도 하지 않는 표정들이지 않겠는가.     호랑이 대왕은 자기가 깔고 앉은 룡의에 편 표범 가죽을 매만지면서 을러멨다.     "이 표범도 '따웅' 하지 않고 제 소릴 쳤다가 우리 호랑이들이 물어죽였어. 표범이 아무리 우리 호랑이 사촌이라고 해도 우린 대의멸친이야. 호랑이 말을 하지 않는 놈은 사촌이 아니라 애비 에미라도 가차없이 물어죽여. 보라구, 우리 말을 잘 안 듣던 그 놈 표범 가죽을 쭉쭉 벗겨서 내 룡의에 깔고 앉아 다른 동물들한테 본보기를 보여주는 거야."     호랑이 대왕은 불길이 왕왕 이는 퉁사발눈깔로 클론바우와 금발미녀 아사꼬가 개의치 않는 것을 쏘아보며 속으로는 흠칠 놀랐다.    (그저 나긋나긋한 놈들이 아니구나.)    호랑이 대왕은 수하 호랑이 경호원들한테 경계심을 높이라고 찔끔 눈짓했다.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슬슬 쓰다듬더니 쇠몽둥이 같은 꼬리로 땅바닥을 땅 쳤다. 땅바닥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궁전에 먼지를  새뽀얗게 일궜다.    “따웅- 천치 같은 놈들, 네놈들은 산에 가면 산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속담도 몰라. 무식한 놈들, 이 호랑이 왕국에 왔으면 호랑이 말을 해야지!  간사한 영어로 우리 호랑이 왕국의 국법을 어기면 좋은 끝장 없어. 알만해? 흥!”     클론바우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네 호랑이 ‘따웅’ 한마디로 어떻게 모든 동물들의 복잡한 뜻을 다 표시하겠는가? 당치도 않은 국법 싹 걷어치우오.”     호랑이 대왕은 코웃음쳤다.      "무식한 놈, 우리 호랑이들은 대대손손 '따웅-' 한마디로 숱한 동물들을 몽땅 몇천년이나 다스려왔다. 알기나 하고 허튼 소릴 쳐? 흥!"     호랑이 대왕은 좀 연약해 보이는 금발미녀 아사꼬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따웅- 넌 어데서 온 년이냐?”    아사꼬는 호랑이대왕한테 쌍까풀눈을 찔끔해보이면서 아양을 떨었다.    “섬나라에서 날아온 금발미녀 아사꼬예요. 이 포승줄을 좀 풀어주세요. 너무 꽉 묶어놔서 아파 죽겠어요.”    “풀어주면 호랑이 말 하겠느냐?”    그러나 아사꼬는 일어로 대답했다.    “난 우리 섬나라 말 밖에 할줄 몰라요.”    호랑이 대왕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종호를 가리키면서 고함쳤다.    “섬나라 오랑캐 같은 년, 오랑캐 소릴 작작 쳐! 안되겠다. 얘들아, 저 년놈들이 메고 온 짐에 뭐 있는가 들춰 봐.”    “예잇-“    호랑이들은 책짐을 들춰 보고 아연실색했다.    “호랑이말로 쓴 책이 아닙니다. 몽땅 알아 못 볼 책입니다.”    호랑이 대왕은 앞발을 홱 휘둘렀다.    “그 놈 책들을 몽땅 태워버려!”    그때 아사꼬가 다급한 소리를 쳤다.    “잠간만!”    호랑이 대왕은 아사꼬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아사꼬가 귀맛을 돋구는 말을 할줄이야.     “호랑이 대왕님, 이 책은 호랑이 대왕님을 찬송한 책입니다. 이 책이 나가면 호랑이 대왕님의 영웅업적이 온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겁니다.”     “그래? 너 금발미녀 꽤나 이쁜데. 말도 참 달달하게 할줄 아는구나.”     호랑이 대왕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흐뭇해 꼬리를 흔들거렸다.     그는 퉁사발눈을 꺼벅거리면서 물었다.     “그 책을 내자면 사슴 고기 몇 수레나 들겠느냐?”    “호랑이 왕국 포악무도한 독재자 호랑이 대왕님 사적을 노래한 책이니까. 할인하면 아마 사슴 고기 십여수레면 되겠죠.”    호랑이 대왕은 발가락으로 룡의를 다독이며 속으로 주산알을 튕겨보았다.    그때 옆에서 앵무새가 고자질했다.    “대왕님, 속히우지 마십시오. 제가 저 책을 보니 온통 저놈들 조상들이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던 얘깁디다.”    “뭐라고? 고약한 놈, 언감 이 호랑이 대왕님을 속이려고? 저 책을 당장 내다 소각해버려라!”    “예잇!”    종호의 혼은 허연 수염이 난 호랑이 대왕이 피뜩 90여년 전 파쑈 히틀러 같아 보였다. 2차 대전 때 독일 파쑈들은 프랑스를 점령한 후 프랑스 사람들한테 프랑서어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독일어로만 말하라고 총칼을 들이대고 강박하지 않았던가.    (그럼 몇십년 전 파쑈 히틀러가 호랑이 대왕으로 둔갑했단 말인가? 여긴 독일인가? 어딘가? 오아시를 찾아 헤매다가 잘못 왔는데.)    종호의 혼은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호랑이 대왕을 손가잙질하면서 꽥 고함쳤다.    “누가 언감 내 책을 다쳐?!”    호랑이 대왕은 룡의에서 벌떡 뛰여 일어나 세발네발 높뛰면서 노발대발했다.    “호랑이 말을 하지 않고 국법을 어긴 저 무엄한 놈들을 몽땅 끌어내 목을 썩뚝 잘라 버려라!”    클론바우가 궁전 천정이 날아가게 맞받아 고함쳤다.    “누가 언감 우릴 다쳐?! 흥!”    클론바우가 콧방귀를 뀌자 룡의가 허망 십여메터 밖에 날아가 땅바닥에 쿵 떨어졌다. 궁전에 먼지가 시뿌옇게 흩날렸다. 호랑이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사처로 꼬리빳빳해 도망쳤다.    클론바우는 “윽!” 소리와 함께 사지를 묶은 포승을 툭 끊어버리고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곧추 호랑이 대왕한테 덮쳐갔다. 아사꼬도 포승줄을 뚝뚝 끊어버리고 쌩 날아가 호랑이들을 치고 박으며 결사전을 벌렸다.    깜짝 놀란 호랑이 대왕은 호랑이 졸개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굴 속으로 피해 들어갔다. 호랑이 대왕은 간이 한줌 만해 질겁한 빛이 어린 퉁사발눈을 슴벅이면서 굴 밖을 내다보았다.     저게 뭔가?      클론바우가 길다란 코로 궁전 기둥을 휘감아 쑥 뽑아버렸다. 아사꼬는 그 약한 팔에 어데서 그런 괴력이 생겼을까? 금발미녀 아사꼬는 도망치는 호랑이 뒷다리를 거머쥐여 홱 팽개쳤다. 호랑이는 대여섯메터 밖에 날려가 쿵  처박혀 뒈졌다. 클론바우가 엉덩이로 기둥을 쿵 떠밀자 우지끈 끊어져 궁전 천정이 무너지면서 흙먼지가 궁전 바닥에 흩날려내렸다.    호랑이 대왕은  비명을 질렀다.    "아이구, 저 내 궁전!"      "그만!  우린 오아시스를 찾아 갑시다!"   종호의 혼이 말려서야 클론바우와 아사꼬는 그만뒀다.   클론바우는 혼을 돌아보았다.   "저 놈 호랑이들을 무서워 마십시오. 저놈 호랑이들을 몽땅 쫓아내고 여기 설산 기슭에 우리 아아시스를 보란듯이 꾸립시다."   그러나 종호의 혼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겠소? 그만 훈계해놨으면 됐어요. 어서 갑시다."       환각인가? 생신가?    클론바우는 종호의 혼을 업고 호랑이 궁전을 빠져나갔다. 아사꼬는 책짐을 메고 클론바우를 뒤따라 궁전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서으로 서으로 정처없이 날아갔다.    (조상환상곡을 울릴 오아시시를 찾아야 하겠는데. 사막은 벗어났는데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을까?)    황혼의 유령은 괴물 클론바우의 잔등에 업혀 바람결처럼 푸르른 서쪽하늘로 날아갔다.    해맑고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가파로운 설산봉우리들이 우중충하게 하늘을 찌르며 나타났다.    알프스산맥인가? 어딘가?     설산 기슭에 성당이 우후죽순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다. 로마제국의 옛 성곽에서 자유와 사랑의 녀신 헤라가 손짓해 부른다.    종호 혼의 눈 앞에는 불시에 옹달샘이 퐁퐁 솟아나고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오아시스가 펼쳐졌다. 아무리 찬서리 내리고 세찬 눈보라가 미친듯이 휘몰아 쳐도, 황혼의 유령이 어디로 가든 설악산의 하얀 무궁화, 금강산의 연분홍철쭉꽃, 백두산의 연분홍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조상 환상곡의 선률에 맞춰 치마폭을 나풀거리며 도라지춤을 추고 있지 않겠는가.    저게 뭔가?    피빛으로 불타는 황혼의 락조가 비낀 설산 산봉우리 위 푸르른 하늘에 커다란 책들이 겹겹이 쌓인 신기루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 신비한 신기루에서 섬나라 오랑캐들을 족치는 항일투사들의 고함소리가 하늘땅을 진동한다. 안중근, 김좌진, 홍명도, 윤봉길, 리봉창…항일투사들의 혼이 별들이 반짝이는 푸르른 하늘로 하나, 둘 솟아올라가 대지의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별로  반짝인다. 어두운 밤하늘에 쓸쓸한 조상환상곡이 은은히 들려온다.     황혼의 유령은 머리를 얽동인 암흑한 정신쇠사슬을 부시면서 찬란한 해빛에 황혼의 옥구슬을 꿰어 선물하는 새 아침을 잉태하며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신음한다…                                                                                       (끝)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916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한 농민의 가정에서 아홉째 아들로 출생. 심심산골 귀향목동 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잡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5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7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 등         저서  총 35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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