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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5권(98) 혼 김장혁
2025년 01월 20일 12시 04분  조회:102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5

            김장혁
 

     98.



 
   종호가 기적적으로 눈을 살며시 떴다.
   (꿈인가? 생신가?)
   사위가 온통 새하얀 벽이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슴프레 보이었다.
   “아빠, 끝내 깨나셨군요.”
   려향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종호는 맥없이 눈을 스르르 되감아버렸다.
   “작은할아버지, 어서 깨나세요. 할아버지, 흐흐흑, 흑흑,”
   복화도 강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작은할아버지를 보러 왔다.
   광문도 작은 할아버지를 보러 일본에서 날아왔다.
   “작은할아버지, 이젠 두달 동안이나 누워 있었어요. 어서 깨나세요.”
   딸과 손자, 손녀들의 애절한 대성통곡소리에 종호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려향이 나를 아빠라고 불러? 아직도 길러준 정을 잊지 않니? 아니야, 이 세상엔 믿을게 하나도 없어. 려향도 탐욕스러운 애비 에미를 닮아서 재물에 눈이 어두워. 싸리 그루에서 싸리 나지 별게 나겠니? 복화와 광문도 보러 왔어? 승호 살아 있었으면 저렇게 다 큰 귀여운 오누이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죽은 승호 불쌍하지.)
   성호는 평소에 애비 없는 큰형님의 손녀 복화와 손자 광문을 불쌍해  항상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복화와 광문은 작은 할아버지 그 은혜와 정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울고 있었다.
   옆방에서 어찌나 통곡소리에 애원소리 복잡한지 종호는 더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성호, 성호, 죽어선 절대 안돼!”
   려향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빠, 아빠, 끝내 정신 차리셨군요.”
   종호는 려향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성호, 성, 성호 어떠냐?”
   려향은 종호 손을 꼭 잡고 반색하면서 말했다.
   “성호 삼촌은 생명이 위험해요. 그러나 근심하지 마십시오.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가 지금 이 세상 첨단의술을 다해 구급하고 있습니다.”
   려향은 종호를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기실 옆방에서는 지금 정희와 최헤영이 성호의 시체에 하얀 상시옷을 입히고 하얀 천으로 딜딜 감고 있었다.
   종호는 수척한 얼굴에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성호는 나를 보호하다가 깡패들의 칼에 찔렸어. 그는 내 구명은인이야. 정의용사야. 나를 대신해 죽어선 절대 안돼. 흐흐흑, 흑흑흑.”
   종호는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모지름을 썼다.
   “안돼, 내 가서 봐야 해.”
   그러나 몸이 천근무게 되는 것 같아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날 좀 일, 일으켜달라. 성호를 가 봐야겠어.”
   그러나 려향은 오히려 종호를 눕혀놓고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아직 건강이 채 회복되지 않았어요. 격동되거나 흥분되면 안돼요. 움직여도 칼상이 또 벌어질 수 있어요. 가만 누워 있어요.”
   종호는 마구 고래고래 고함쳐댔다.
   “백주에 깡, 깡패들한테 정의용사 성호가 내 대신 칼, 칼에 찔리다니? 깡패들이 쳐들어온다! 경찰, 어서 깡패들을 나포하라!”
    종호는 고함치다가 천천히 다시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
   려향은 종호를 푹 쉬라고 이불을 여며주었다.
   종호는 꿈인지 생신지 몰랐다. 그의 혼이 또다시 육체를 떠나 사처로 헤매기 시작했다.
 (성호는 젊었을 때부터 우리 시내에서 소문난 정의용사였지.)
   종호의 혼은 꿈 속에서 성호를 만났다. 성호는 희죽이 웃으면서 자기 손을 잡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호, 살아 있구나. 그런 걸 난 또 네가 깡패들한테 잘못 됐는가 했지.”
   “나는 깡패들이 살아 있는 한 절대 죽을 수 없어. 죽어서 혼이라도 살아 있으면 끝까지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야. 흉악무도한 깡패들과 목숨걸고 싸울 거야.”
   “장하다, 성호야, 우리 정의용사!”
   종호의 혼은 성호의 혼을 붙안고 어깨를 다독였다.
 
    성호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경찰도 아니였는데  정의감에 넘쳐 “사인정탐”으로 맹활동했다. 그는 대학교 뒷산 소나무 숲에서 은영을 륜간한 허씨 형제 날강도들을 목숨 걸고 추적해 나포했다.
    성호는 한번은 소장사 하러 내몽골에 갔다가 백화점 출납 춘란을 살해하고 거액의 돈을 강탈한 강도 형제를 려인숙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 살인강탈범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간 놈들이었다.성호는 목숨걸고 총을 휴대한 강도 형제를 맨주먹으로 불의습격해 쳐눕혔다. 그는 날강도형제를 포승줄로 꽁꽁 묶어 당지 내몽골 공안국에 바쳤다.
    그런데 승호 아버지는 성호가 나포한 강도를 자기네 형사수사대대에서 나포한 것처럼 버젓이 숱한 기자들을 불러놓고 소식공개회를 열었다. 그러나 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런 무명정의용사였다.
   정희는 교수네 귀공주였지만 농사군 출신인 대학 동기 성호를 사모해 지꿎게 따라다녔다. 그녀는 성호와 함께 진수해중학교에 실습하러 간 기회에 성호한테 옷을 한벌 사주고나서 조용한 강가로 가자고 했다.
   엄정희는 맑은 시내물이 돌돌 흐르는 강변에서 가지가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이르러 마음 속에 오래동안 품어왔던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였다.
   “성호, 나는 오래동안 고찰하고 고민 끝에 성호를 사랑하기로 했소.”
   그러나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우리 둘은 짝이 너무 기우오.”
   엄정희는 파랑새란 별명처럼 단통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니, 무슨 말이오. 내가 그래 성호 사랑을 받을만한 대상이 안된다는 말인가요?”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진정으로 말했다.
   “아니오. 나는 농민의 아들이 아니고 뭐요? 어떻게 교수 집 귀공주와 짝이 되겠소? 나는 부모를 모셔야 할 처진데. 귀공주를 데려다   어떻게 고생시키겠소?”
    엄정희는 새파랗게 굳어졌던 얼굴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농사군의 아들이면 뭐라오? 가정배경이 무슨 그리 중요하오? 당자가 좋으면 좋은 짝이지. 나는 성호는 하늘을 떠인 사나이답다고 보오.”
   성호는 엄정희를 진정어린 쌍까풀눈으로 바라보았다.
   “내한테 시집오면 고생할게 불 보듯 뻔하오. 잘 생각해보오.”
   엄정희는 새침해서 성호를 째려보면서 물었다.
   “혹시 아직도 은영한테 미련을 둔 건 아니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은영의 말은 이젠 하지도 마오. 마음을 죽인지도 오래오.”
   사실 성호는 은영과 함께 학교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면서부터 은영을 저도 몰래 사랑하게 됐다. 그는 은영을 열렬히 추구해오다가 한 학급 승호가 은영을 좋아하는 걸 발견하고 승호와 학교 뒷산 눈 덮인 소나무숲에서 치고 박으며 죽기내기로 결투를 벌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승호는 성호의 이복큰형님네 맏아들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성호는 더는 조카와 은영을 빼앗을내기 할 수 없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은영이 대학교 뒤산에서 허씨 형제 날강도들한테 륜간당한 후 은영한테서 마음을 철저히 돌렸던 것이다.
    엄정희도 바로 은영이 사고를 친 사건을 계기로 성호와 은영이 사이에 끼어들어 성호한테 사랑까지 고백하였다. 때가 됐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엄정희 판단은 맞았다.
   성호는 은영과 관계를 끊고 마음까지 다 죽였던 것이다.
   며칠 후 성호는 끝내 엄정희를 꽉 끌어안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성호가 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원을 그만두고 소장사군으로 돼버렸지만 엄정희는 하나도 나무리지 않고 끝내 성호와 결혼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마른 장작더미에 붙은 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들은 귀여운 딸애 하나까지 낳고 깨알이 쏟아지게 알콩달콩 살았다.
   그런데 정희는 시골에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랑 자전거를 타고 10킬로메터나 떨어진 시내 중학교로 통근하기 힘들어 항상 도도거렸다.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른다고 성호는 하는 수 없이 소랑 개랑  다 팔아가지고 시내에 들어와 광고업을 벌렸다. 그가 광고업을 해 숱한 돈을 벌자 한 국영광고회사에서 그의 광고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광고원으로 초빙했다. 그런데 성호는 어데를 가나 항상 정의를 지키고 부정부패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기에 편안한 날이 없었다.
   성호는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이 광고회사 공금을 탐오해가지고 공상국 오승룡 국장 등과 함께 마사지방이나 노래방에 다니고 생활이 부패타락한 것에 눈꼴이 사나워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리굉팔 총경리 탐오사건을 접수한 승호 아버지는 리굉팔한테서 숱한 검은 돈을 얻어먹고 수사를 질질 끌었다. 반명에 부정부패를 적발한 성호는 광고회사에서 “고발쟁이”로 몰려 쫓겨났다. 그러나 성호는 굴하지 않고 정의를 주장하면서 당시 검찰원 부검찰장 최혜영(은영)한테 신고해 오승룡 국장과 리굉팔을 탐오죄로 감옥으로 보냈다.
   당시 종호는 정의용사 성호의 사적을 취재해 신문에 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극구 말렸다.
   “나는 결코 신문에 나려고 정의를 지키고 부패분자들과 싸운게 아니야.”
   지난 해 겨울에 성호는 서울 쪽방촌에서 인터폴 지명수배범 정호가 나영과 함께 든 세집을 발견하였다. 그는 정호를 미행했다. 그는 정호의 다음과 같은 일상 활동규률을 장악했다. 정호는 항상 오전에 은행으로 가서 빈들빈들 돌아치면서 동생한테서 입금됐는가 살핀 후 돈을 찾아 입금하고 술이나 처 마시고 기생집에 돌아다니면서 아가씨를 실컷 놀고는 해질 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특히 성호는 항상 성호네 2층집 밑으로 해 올리막길로 자기 셋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성호는 정호가 주먹이 센 걸 알고 미리 커다란 그물을 준비해 두었다.
   어느 하루 해질 녘에 함박눈이 푸실푸실 내릴 때 정호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올리막길에 들어섰다. 성호는 정호가 자기 2층집 밑으로 지나갈 때 그물을 정호한테 훌 내리뿌렸다. 성호는 2층 집에서 날아내려가 그물에서 버둑거리는 정호를 나포해 인터폴에 넘겨 주었다. 성호의 신고를 받은 인터폴 경찰들은 당장 나영도 세집에서 나포했다. 홍대입구 부근에서 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놓고 4층 화장실 창문을 열고 가스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도망쳤다...
   종호의 혼은 둬달 전 정의용사 리성호가 비수를 휘두르는 깡패들의 마수에서 그를 구해준 피비린 선녀다방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의 혼 눈 앞에는 처참한 정경이 펼쳐졌다.
   시퍼런 비수를 뽑아든 강도들이 덮쳐왔다. 서슬푸른 빛이 휙 내리비쳤다. 선뜩함과 함께 종호의 가슴이 비스듬히 베져나간다.
   “칼이다!”
   성호가 맹호처럼 뛰쳐나가면서 종호 목에 날아내리는 비수를 턱 받아쥐고 깡패의 손목을 비튼다. 성호가 달려나가면서 원앙발길질로 두 깡패의 대가리와 아래배를 걷어차 넘긴다. 숱한 깡패들이 쇠파이프와 비수를 휘두르며 종호한테 덮쳐들어 물매를 안긴다. 그때 성호가 쓰러진 종호 앞을 막아서서 깡패들과 격투한다. 호랑이 탈을 쓴 깡패가 비수로 성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아! 성호야, 정의용사, 네가 내 대신 죽어선 안돼! 절대 안돼!”
   종호는 고함치며 눈을 번쩍 떴다.
   “아빠!”
   그러나 종호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성호의 유체는 무정한 화장터로 달려갔다. 최군철 서기를 비롯한 시당위와 시정부, 공안국, 검찰원, 법원의 숱한 간부들과 경찰, 검사, 법관들이 정의용사를 배웅했다. 성호의 대학동기 최혜영과 종호의 혼 그리고 한 고향 친구 리문걸과 금발미녀로봇 아사꼬, 김춘희 박사와 황선희 박사 그리고 가족친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유체호송차에 앉아 성호를 호송했다. 정의용사는 외롭게 떠나가지 않았다.
   종호의 혼도 성호 장례식에 달려갔다.
   “성호 오빠, 어서 일어나오. 올 겨울에도 모교 빙장에 가서 은제비들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자고 하지 않았소? 이렇게 총망히 가선 안되오.”
   (저게 누구 목소린가? 혹시 은영(최혜영)의 목소리 아닌가? 은영은 살아났어? 정의용사 하나 살아났으니까 잘 됐어. 성호도 살아나야겠는데. 성호와 은영(최혜영)은 대학시절에 비극적 련애 주인공들이였지. 이게 염라전에서 저승사자와 정의용사 만나 붙들고 우는 곡소리 울리는구나.)
   화장터에서는 애간장이 다 타는 애원소리 들려왔다.
   “성호 오빠, 어서 깨나오. 이제 함박눈이 내리면 우리 정희와 종호 오빠까지 넷이 오빠네 고향 서산 칼산에 가서 스키를 타자고 하지 않았소? 오빠 절대 가선 안되오.”
   정희는 성호와의 극진한 옛정을 토로하는 최혜영(은영)을 째려보았다.
   (혹시 내 미국에 간 다음에 요것들이 서로 사랑을 나눴는가? 허나  성호가 죽은 마당에 이제 그런 걸 다 따져 뭘 하겠는가? 은영아, 마음껏 통곡쳐라! 아직도 사랑하면 속씨원히 고백해라. 성호 오빠 저 세상에 가서라도 위안을 느낀다면 천번이고 만번이고 해라.)
   엄정희는 새파랗게 질린 걀죽한 얼굴에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외까풀눈을 꼭 감아버렸다.
   은영은 은발머리를 흩날리면서 화장터로 들어가는 성호 유체를 목송하다가 눈물이 글썽한 눈을 딱 감아버렸다.
   그녀의 눈 앞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엄동설한에 졸업을 코 앞에 앞두고 학교 뒷산 소나무숲에서 자기 손을 꽉 잡고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던 성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간절한 빛이 반짝이던 어글어글한 쌍까눈이 어렷이 떠올랐다. 아직도 성호의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하게 울렸다.
    “은영이, 피끓는 내 청춘의 심장은 진정으로 고백하오. 은영을 사랑한다고. 내 피끓는 사랑을 받아주오.”
성호가 은영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때 은영은 성호의 가슴을 살짝 밀어버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늦었소. 난 이미 승호를 사랑하고 있소.”
    “누구라고?”
   “반장 승호.”
   성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재차 물어봐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였다.
   “언제부터?”
   “이젠 3년이나 되오. 여직껏 눈치채지 못했소?”
   “다시 고려해 볼 수 없소?”
   “아니,”
   은영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제만 알고 있소. 우린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다 건넜소.”
   그때 성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은영은 성호한테 차마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성호한테 참혹한 실련의 고통을 안겨 준 자기를 욕했다.
   그녀는 성호의 화장터에서 후회돼 오늘도 가슴을 치며 애절하게 통곡쳤다. 
  그제날의 은영은 성호 오빠의 유체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애절하게 후회하고 통탄했다.
   (내 눈이 멀어서 바람둥이 승호를 선택했지. 성실한 성호 오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은게 바보지. 후회약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후회약으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걸. 미안해요. 오빠, 사랑해요. 성호 오빠. 흐흐흑, 흑흑.)
   정희 애원하는 목소리도 화장터에 온 사람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성호 오빠, 오빠 가면 난 누굴 믿고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오? 여직껏 20여년이나 우리 부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에 나눠 살다가 한데 이제야 모여 살게 되니 이게 뭔가요? 하나와 윤성도 고향에 돌아오면 우리 네 식구 한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하잖았는가요?”
   복화와 광문의 애절한 목소리도 화장터를 아프게 찢었다.
   “작은 할아버지, 이렇게 총망히 가면 안돼요. 복화랑 광문이랑도 작은 할앙버지를 믿고 고향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면 안돼요.”
   “재수 없는 말 하지 말라. 오빠는 절대 안 가!”
   은영이 꽥 소리 질렀다.
   그러나 정희 애절한 애원소리는 계속 됐다.
   “오빠, 가려거든 정마저 가지고 가야지. 정만 두고 이렇게 총망히 가면 이 내 몸은 어쩌오? 그렇게 총망히 가려거든 차라리 내까지 데리고 가오. 나는 혼자 못 살겠소. 가려거든 내까지 데리고 가세요.”
   정희와 하나는 이글거리는 불로 들어가는 성호의 유체를 붙잡고 따라가면서 에절하게 대성통곡쳤다.
   “아빠 나를 홀로 두고 못 가요.”
   정희는 비통한 나머지 성호의 유체를 끌어안고 까무러쳤다.
  하나는 엄마를 부축하면서 소리쳤다.
   “엄마, 쓰러지지 마세요. 흐흐흑, 흑흑, 엄마~ 아빠~ 이러지 마세요. 난 겁나요. 흐흑, 흑흑, 흐흐흑, 흑흑흑…”
   종호의 혼도 눈물이 글썽해 고함쳤다.
   “성호야, 넌 나를 구해준 정의용사야. 절대 날 대신해 죽어선 안돼. 우리 선녀다방에서 동기파티할 때 넌 고향에서 다시 광고신문을 꾸리고 우리 함께 재미나게 오래오래 살자고 하잖았니? 안돼, 우릴 두고 가선 안돼. 정 가겠으면 나와 함께 가자.”
   최군철 서기는 우멍눈에 눈물이 글썽해 추도식에서 정의용사 성호를 이렇게 추모했다.
   “…백주에 비수를 든  깡패들의 마수에서 전우를 구하려고 목숨걸고 싸운 정의용사는 비극적으로 떠나갔습니다.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는 '정의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다가 죽어도 한이 없다.'던 자기 인생좌우명을 깡패들과의 전투에서 영용하게 몸 바쳐 실천했습니다. 그의 영웅적인 령혼은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용사 리성호 총경리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시 반부패투쟁과 깡패숙청 전역을 견결히 진행해 합니다. 정의용사는 아쉽게도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의 영웅적인 영혼은 영생불멸하리라…”
   종호의 혼도 화장터에 가서 한가닥의 연기로 사라져가는 정의용사 친구 성호의 혼을 위로하며 눈물로 바래였다.
   종호의 혼은 정의용사가 떠난 마당에서 더 살 멋이 없었다. 다행히  최군철 서기가 온 다음 시국의 커다란 변화에 조금이나마 위안되였다. 은행 신대처에 밀려났던 리춘희 처장이 검찰원에 되돌아과 검찰장으로 임명되였고 치안대대 김호 부대대장이 공안국 형사수사를 주관하는 부국장으로 임명되였다. 류덕재와 류려평은 이미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형에 언도되여 징벌받고 말았다. 류항곤도 15년 판결받고 성감옥행을 했다. 류항곤은 류기가 구류소에 가둬놓았기에 류덕재의 지령대로 더는 죄행을 저지르지 못했기에 다행히 총살은 면했다. 녀탐관 왕춘영도 15년 판결을 받고 성감옥으로 이송됐으며 정의용사 리성호를 살해하고 리종호와 최혜영 국장을 살해하려고 미쳐 날뛰던 깡패두목들인 류문도, 류문비, 꺽다리, 호랑이, 뚱뚱보도 각각 사형을 당했다. 수사당국에서는 류기와 려향의 검거에 근거해 류덕재, 류려평, 왕춘영의 부정축재 황금금고 네 자동차나 몽땅 사출해 국고에 넣었다. 나영은 공금 5만원을 람용했고 전람관을 재건할 때 아파트 한채를 얻어먹은 죄를 범했지만 리종호의 일깨움을 받아들여 자기 죄행을 로실히 탄백하고 류려평과 류덕재 죄행을 검거했기에 유기징역 10년형에 선처되였다.
    (살 멋이 없어. 류기를 어떻게 계속 공안국에 남겨 둬? 그것도 형사대대 대대장으로 임명해?)
    종호의 혼은 류기가 공안국을 협조해 일거에 류덕재와 류려평, 류항곤 무리를 숙청한 대의멸친한 장거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종호의 혼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푸르른 가을 하늘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하염없이 멍하니 쳐다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저게 뭔가?
    맑고 푸른 하늘에서 성호가 은제비처럼 은영과 함께 쌍쌍이 스케트를 타고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눈 덮인 은세계를 방부케 하는 고향 칼산에서 은영과 함께 스키를 타고 절벽에서 뛰여내려 소나무숲을 날렵하게 지쳐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종호의 혼은 흐릿한 눈으로 정의용사 혼이 둥둥 떠가는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내 전번에 자살하는게 옳았는데. 죽지 않고 몇해 더 살아서 해놓은게 뭔가? 성림과 나영도 구하지 못하고 못 볼 것만 더 봤지. 뭐야? 친구 성호 죽는 걸 보자고 더 살았어? 진짜 살 멋이 없어.)
   종호의 혼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종호야, 나를 데리고 가라. 내 하늘 나라에 가서 너를 동무해 줄게."
  종호의 혼은 한가닥의 연기로 날아가는 성호의 혼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날 따라 오지 말라. 넌 아직도 참사랑도 해보지 못했잖아. 이제 젊고 이쁜 녀자를 만나 사랑도 하고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라."
   성호의 혼이 손사래치며 고함치더니 먹장구름 속에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맑고 푸른 하늘은 먹먹해 슬픔으로 얼룩진 먹장구름을 불러왔다.
   우르릉 꽝꽝!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가을비가 구질구질 내리면서 씁쓸한 슬픔을 억수로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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