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검색날짜 : 2024/07/13

전체 [ 4 ]

4    장편소설 황혼 제1권(15) 쩍하면 수술 김장혁 댓글:  조회:833  추천:0  2024-07-13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5. 쩍하면 수술       몽유인가? 아니면 환각인가?    먹칠한듯한 캄캄칠야에 혼이 유령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반디불이 가녀린 몸을 불태우면서 아무리 어둑컴컴한 암야를 밝히려고 몸부림치지만 온통 먹물을 부어놓은듯한 암흑을 몰아내기는 턱 부족이다.    홀몸으로 암흑을 몰아내려고 애쓰는 반디불이 가련할만치 불쌍했다.    딸애의 질문이 종호의 귀전을 아프게 때린다.    “아빠는 마사지방이랑 노래방이랑 간 적도 없는가요?”    “내 마사지방과 노래방에도 가지 않았다면 넨들 믿겠니? 건 왜 물어?”    “엄마 그러던데요. 아빤 마사지방과 노래방 아가씨들과 색깔을 했다고 하던데요.”    종호는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 말 믿니? 마사지방과 노래방에 가긴 갔지만 한번도 아가씨들과 부정당한 관계를 맺은 적도 없어.”    류려평의 저주소리 아프게 귀전을 때린다.   "저게 어째 뇌졸증이나 심장병이 발작해 썩어지지 않는가?! 남을 고생시키지 말고 콱 썩어졌으면!"   "아,저런 악처라고서니."   쿨룩쿨룩.   혼은 억이 막혀 기침을 쿨룩거리면서 중얼거리었다.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쿨룩쿨룩.   "어쩜 저럴 수야?"   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종호가 심장 동맥경화에 계속 약을 달고 있었다.   류려평은 종호가 심장병 약을 먹는 것을 보기만 하면 약병을 훌 빼앗아 치우면서 두덜거리었다.   "어째 약을 먹기 그리 좋아하는가? 의학상식이 영펄이라도 이 지경인가요? 약마다 독이 있다는 걸 알기나 하오? 이제 자꾸 약을 먹다가 그 놈 심장이 약독에 썩어지지 않는가 봐!흥!"     려평은 퉁사발눈알을 희번뜩거리며 콧방귀까지 뀌었다.  (어째 남편한테 저럴까? 내 자기를 가정부담이 많은 시집에 데려다가 고생시켰다고 저럴까? 처음부터 저런 건 아니었지.물독이 떵떵 어는 콧구멍만한 세집에서 살면서도 저렇게까진 바가지를 긁은 소릴 치지 않았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은행 행장과 바람 피우면서부터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들면서 쩍하면 리혼하자고 떠들기 시작했지.그런줄도 모르고 어린 딸애 한쪽 날개 떨어질가 봐 리혼하지 않았지.그때 훌 리혼했더라면 엄마도 덜 욕 봤겠는 걸 그랬어.)    한번은 글쎄 종호가 출장갔다가 돌아오니 뭔가? 간경화복수로 만삭이 된 임신부 배처럼 뚱뚱한 엄마를 퇴원시켜 집에 홀로 누워 있게 하지 않았겠는가.    약봉지도 옷걸개에 높이 걸어놓지 않았겠는가. 일어나지도 못하는 엄마가 약도 먹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고 뭔가?    려평이 엄마를 퇴원시키려고 할 때 종호 동생들은 견결히 반대했다.   "어떻게 생사선에서 헤매는 엄마를 퇴원시킨단 말이오?퇴원시키지 못하오."   류려평은 퉁사발눈알을 희번뜩이면서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저네 돈이나 대면서 반대하오? 다 죽어가는 림종환자를 더 치료해 뭘 하오? 아까운 돈이나 낭비했지.흥!당장 퇴원시키오."   류려평은 불효는 둘째고 의료도덕마저 어기고 엄마를 기어이 퇴원시키고 말았다.   사후에 사연을 알게 된 종호는 억이 막혀 말도 더 나가지 않았다.   (의료일군 출신으로서 최저한도의 인도주의도 없는 년,세상에 이런 지독한 쥐며느리도 있단 말인가? 악처라도 이런 악처 또 어디 있겠는가?)    시에미 하루 빨리 죽으면 부담을 덜려는 것이 불 보듯 뻔했다.종호는 그때 충동 같았으면 단통 도끼로 대갈통을 까 죽여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종호는 려향의 엄마라고 꾹 참고 이날 이때까지 살았다.그때 종호는 시내에 남아 살자고 대학졸업 때 저런 한족여자를 만난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황금흑사심이라고 속에 든게 없는 류려평은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엉덩이를 들이대고 지행장 자리를 얻어가지었던 것이다.지행장이 된 다음부터 려평은 평소에 은행일을 하지 않고  마작이나 잘깍잘깍 놀았고 봄과 가을 유람철에는 출장간다고 구실을 대고 행장과 찰떡처럼 붙어다니면서 동남으로부터 유럽과 아메리카주  유람이나 싸다니었다.    종호는 그런 줄도 모르고 려평에게 이때까지 속아서 살았던 것이다.그는 바람난 년 손에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 그년이 몇번이고 날 죽이려고 했는지도 몰라. 그런데 내 말을 듣지 않아 그 년이 제대로 손 쓰지 못했는지도 몰라.)    한번은 종호는 오른쪽 아래배 아파 급히 병원으로 갔다.    남성의사는 화험단을 보더니 안경알을 춰 올리면서 종호를 보고 "급성 맹장염이구만.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때 류려평이 진찰부에 뛰어들어왔다.평소에 류려평은  침대머리에마저 몰카를 장치해놓고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는가 감시했다.핸드폰에 위치공유앱을 공유하면서 암암리에 종호의 행적을 감시해왔다.그런데 악처는 이날에도 핸드폰으로 위치를 추적하다가 병원에 간 걸 발견하고 별로 관심하는 척하면서 불시에 병원에 찾아왔다.     종호는 류려평도 위생학교 졸업생 출신 안해라고 믿고 말했다.   "수술하지 않겠소.맹장염도 염증인데 소염약으로 치료하면 되잖소?"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의료상식을 개뿔도 모르면서 의사 앞에서 아는 소릴 작작 치오. 의사 수술하자면 수술해야지.무슨 군소리 그리 많아?"    종호는 의료광고를 하면서 두루 본 의료지식이 있어 의사를 보면서 간청했다.   "먼저 소염약을 치료해보면 안됩니까?"   "무슨 소리오? 인차 수술하지 않으면 맹장이 꽝 터지면 당장 죽을 수도 있어."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을 마구 떠밀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의사 말을 듣지 않고 왜 아직도 꾸물거려?! 빨리 수술실로 가잖고 뭘 해? 어째 맹자이 탕 터져 죽고 싶은가?!"   그때 남성의사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되겠소.환자가 수술을 동의하지 않으면 수술하지 못하오.먼저 입원해 소염약으로 치료하며 관찰해 보기오."   종호는 어깨 너머 본 의료지식 덕분에 수술을 모면했다.그의 말대로 먼저 의사가 떼준 소염약을 먹고수술하지 않고서도 맹장염이  치료됐던 것이다.   (어째 저 악처는 날 기어이 수술해라고 했을까? 수술사고라도 나서 수술대에서 날 죽이려고 저주한 걸까?)    종호는 감히 상상하기도 싫었다.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었다.    한번은 종호는 코물이 오래동안 흐르다 못해 코가 막히고 코에서 썩은 악취가 너무 풍기어 병원에 가려고 했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기면서 두더벌거렸다.   "손가락으로 코를 자주 뚜지더니 잘됐구만."   "소금물에 코구멍을 자주 씻으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 그랬지."   류려평은 때를 만났다고 끊임없이 비아냥거리었다.    "듣기 싫어.그래도 의료지식이 있는 척 하긴! 무지하기로서니.ㅉㅉㅉ,대학을 개 밑구멍으로 다녔어?!진짜 병원에 가기도 좋아한다.저걸 그저 병원에 콱 심어놨으면.흥!"     종호는 그저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그러나 꾹 참았다.   (어째 저럴가?치료비 아까워 저러는가?)    그때까지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치었다.    (내 저 년 말처럼 너무 병 공포증이 심한가?)   종호는 어떻게 하나 병원에 가지 않고 약방에 가서 비염약을 사다 먹으면서 뻗치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안 가서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코피가 줄줄 흘렀다.    “여보, 코피 모질 나오. 어서 휴지를 가져다 주오.”   류려평은 휴지를 훌 줴 뿌리면서 바가지를 긁어댔다.   “언제까지 심부름 시킬 작정인가? 제절로 약을 사다 먹더니 잘 됐구만. 항상 아는 체 하면서 의사를 초과하던게. 흥!”   려평이 딱 마치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만 같아 종호는 속이 씁쓸하고 섭섭했다.   병원에 가서 X광선과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코에 염증이 너무 심해 코썩임증에 코낭종이 있는데다가 비두염까지 심해 이마 염증덩이가 대뇌 쪽에까지 허옇게 뒤덮여 있지 않겠는가.    남성 주임의사는 X광선과 초음파 필림을 들여다보면서 경악했다.   "아니,비염과 비두염이 이렇게 심한데 아프진 않았습니까?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큰 일 납니다."   종호는 억이 막혔다.   서의들은 쩍하면 수술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 의사를 보고 물었다.   "이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의사는 아주 대수롭잖게 알려주었다.   "두개골을 짜개고 대뇌에 들어간 염증을 긁어내면 됩니다."   "네?두개골을 짜갠다고?"   종호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듣기만 해도 몸서리 칠 소리 아닌가.   "난 두개골 짜개는 수술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류려평이 또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니, 또 수술하지 않겠다고? 얼음강판에 나선 황소  퉁사발눈이 돼 겁도 많다. 골에 들어찬 염증을 긁어내지 않으면 죽을줄 알아.흥!"    종호는 악처한테 버럭 성냈다.    "닥치지 못해?! 쩍하면 수술하라고? 난 죽어도 수술 안해. 전번에도 수술하지 않고 소염약으로 맹장염을 치료하지 않았어?"    이번에도 의사는 환자가 수술하는 걸 반대하면 할 수 없다면서 수술하지 않고 소염약을 떼주었다.    그런데 그번에도 기적적으로 이마쪽 비두염은 말끔히 치료되지 않았겠는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종호는 한사코 수술을 주장한 류려평의 속셈, 악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대에서 두개골을 짜갰다가 수술 사고로 훌 죽으면 시름놓자는 걸가?"     그때 종호는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실 악처는 자기 탐오수뢰죄 드러날가 봐 겁났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 죄행 내막을 젤 잘 아는 종호는 일종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여겼다. 마녀 같은 악처는 수술칼을 빌어 수술대에서 의료사고로 종호를 죽여버리려고 획책했던 것이다.    혼이 육체로 되돌아오자 종호는 다시 돌이켜 생각만 해도 섬찍했다.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어.훌 죽어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더러운 세상을 더 보지 말았으면 속시원하겠는데. 참.)    뒤이어 쓸쓸한 생각이 시퍼런 파도처럼 덮쳐와 삶의 방파제를 사정없이 갈겨댔다.    (허나사나 조강지처가 어쩜 악처로 돼 나한테 차마 이럴 수 있어.그래도 젊어서는 물이 떵떵 어는 셋집에서 살면서도 뜨거운 사  랑으로 두 몸을 달구면서 젤 어려운 세월을 이겨나오지 않았던가.사랑의 첫 결정체인 딸애도 낳지 않았던가.난 국장집 귀공주를 데려다가 고행시킨다고 마음 속으로 미안해 천방백계로 잘해주려고 애써왔는데. 왜 이다지도 들볶는단 말인가? 함께 역경을 딛고 이겨낸 남편한테 차마 이렇게 할수 있단 말인가? 어쩜 안락사약까지 링겔병에 타 죽이려고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종호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해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혹시 그때 죽었더라면 이 더러운 세상을 다시 보지 않을 걸.세상에 믿을게 어디 있는가? 세상 지독한 악처의 백골을 다시 보지 않을 걸 말이야.)    종호는 암야에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나 외까풀눈을 딱 감아버리었다.
3    장편소설 황혼 제1권(14) 색마의 우멍눈 김장혁 댓글:  조회:751  추천:0  2024-07-13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14. 색마의 우멍눈      나영은 음식점에 부랴부랴 돌아와서 연길냉면을 만들면서도 려향의 의심에 찬 눈길을 보는 것만 같아 자못 괴로웠다.    귀전에서는 금방 려향이 하던 말이 아프게 울려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늙다리 색마의 가슴츠레한 눈길이 주방 안에서 개미 채바퀴 돌듯 하는 나영의 치마 밑의 탄력있는 하얀 다리를 핥고 있었다.    (야, 저 하들하들한 우유빛허벅다리를 쪽쪽 핥아보았으면, 헤헤헤.)    색마는 두툼한 입술을 쩝쩝 다시면서 야수처럼 입귀로 느침을 줄줄 흘리었다.   나영은 그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냉면그릇에 소 고기랑 사과 쪼각이랑 주어 놓았다.   그녀는 손님 상에 냉면그릇을 올리고 나서 주방에 돌아왔다. 허보스  날이 선 갱핏한 박대가리 그녀를 뒤따랐다.    나영은 피끗 늙다리 색마의 몰골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글쎄 늙다리 색마의 박대가리와 정호, 그 놈의 메스꺼운 대머리와 우먹눈이 겹치어 보이지 않겠는가.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쓰라린 추억에 빠지었다.   (정호, 그 놈 색마, 오늘까지 내 뒷다리를 잡아당길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순간 나영의 눈앞에 항상 당할 때 딱 올리쳐다보던 색마의 번대머리, 우멍눈이 떠올랐다.    욕정으로 이글이글 끓어번지는 유들유들한 낯빤대기, 성욕이 발작한 수캐 헤벌린 주둥이에 드러난 뻐드렁이빨,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 그런데 그녀는 자꾸 회상하고 싶지도 않은 옛 추억에 휘말려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몇해 전에 문화국 국장인 최정호는 사무실에 나영을 유인해다가 얼리고 닥쳐 간음해 애인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한번은 최정호 국장이 전람관에 현지검사하러 갔다가 짧은 치마를 입고 해설하는 나영한테 홀딱 반해버렸다.   (아, 한 입에 삼켜도 비린내 날 거 같잖아.)   정호는 그날 현지검사는 대충하고 어떻게 하면 나영을 챌 것인가만 궁리했다.    점심에 전람관 관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 정호는 관장 보고 점심 술상에 여자를 불러라고 힌트를 주었다. 눈치빠른 관장은 진작 최국장이 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미리 전람관 1호 미녀 나영을 해설사로 내세웠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과연 최국장은 나영한테 눈독을 들인 것이 아니겠는가.    관장은 즉시 핸드폰으로 나영을 점심식사하자고 불러내 최국장한테 붙여놓았다.    그후부터 최정호 국장은 쩍하면 나영을 불러 식사하자고 하면서 느슨히 접근해 뭉치돈도 쥐어주면서 구슬렸다. 그런데 나영은 몸값을 잔뜩 높이면서 고까짓 돈 몇푼 받고 선선히 스무살이나 이상인 국장한테 몸을 내번지려는 막돼먹은 녀자는 아니었다.    정호는 국장 사무실에서 량미간을 찌프르고 궁리했다. 번개불처럼 피뜩 떠오르는 령감에 번대머리를 탁 쳤다.    어떤 사람들은 정호가 항상 무슨 일을 고민하다가도 피뜩 생각이 떠오르면 대머리를 탁 치는 버릇이 있어서 머리털이 다 빠져 번대머리로 됐다고 했다. 또 어떤 녀인들은 녀자들을 너무 많이 재낀 탓이라고 했다. 바빠맞은 녀자들이 정호의 머리털을 줴당겨 다 뽑아놔서 번대머리로 됐다고도 했다.      그는 사무실 전화기를 들었다.    “나영이오? 양, 최국장이오. 내 사무실에 인차 오오. 양? 점심식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소. 양, 개별조직담화를 하려고 그러오.”    그는 커피잔을 두개 가져다 커피를 풀었다. 철궤를 열고 쪽지모양종이봉지를 꺼내 수면제를 커피잔에 털어넣고 숟가락으로 슬슬 저었다.     그는 수면제를 탄 커피잔을 맞은 쪽에 놓고 음흉하게 헤쭉 웃었다.   “네년이 너무 몸값을 높이기에 별 수 없어.”    나영은 백사불구하고 사무실로 달려왔다. 그녀는 빨간 외투에 파란 짧은 치마 바람에 사무실에 사뿐 들어섰다.    정호는 맞은 켠 쏘파에 자리를 권하면서도 나영의 하얀 허벅다리에 음충한 눈길을 박았다.    “커피나 드오.”    정호는 음흉하게 수면제를 탄 커피잔을 나영한테 건네고 자기도 커피잔을 들고 점잖게 사무상에 가 앉았다.   “금방 말했잖소. 지금 전람관 해설원들을 잘 관리하고 조직하려고 국에서는 해설과 과장을 두기로 했소.”    나영은 커피잔을 든 채 기대에 찬 눈으로 말똥말똥 최국장을 쳐다보았다.   “지금 과장 후보를 고르고 있소. 아, 저 커피를 들면서 얘기하기오.”    나영은 그윽한 미소를 보내더니 커피잔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호호 불며 홀짝홀짝 마셨다.    “툭 찍어 말해서 난 나영을 아주 이쁘게 보오.”    “고맙습니다. 이쁘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나영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연신 꼽싹거렸다.   “난 나영을 과장으로 임명할가 하오. 나영은 인물체격이 좋지. 해설도 잘하지. 젊고 이쁘지. 전도가 창창하오.”   나영은 오쫄 일어나 허리를 꼽싹거렸다.   “감사합니다. 그 은공 꼭 갚겠습니다. 국장님, 잘 해드릴게요.”   정호는 때가 됐다고 우쭐 일어나 문 밖을 내다보더니 스리슬쩍 출입문을 잠궈버렸다.   그는 나영한테 다가가며 말했다.   “나영은 보은할줄도 알지. 이후에 과장뿐이겠소? 부관장도 할 수 있소. 내 한마디면 래일이라도 될 수 있소.”   나영은 하늘에 붕 뜨는 기분에 잠겨 몸둘바를 몰라했다.    “부관장까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정호는 정희 어깨를 눌러 앉히더니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내 말을 곰상곰상 들으면 관장도 할 수 있소.”    “?”   정호는 나영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나영은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음충한 우멍눈과 부딪치는 순간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도로 내맡겼다.   “손이 진짜 부드럽군. 요 허벅다리는 더 이쁘구만. 허허허.”   정호는 손으로 나영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스리슬쩍슬쩍 쓰다듬었다.   나영이 옆으로 물러앉자 정호는 실망한 소리를 했다.   “녀자들이 승진하자면 자기 몸 무기를 쓸줄 알아야 하오. 그 무기로 과장이겠소? 부관장 자리도 쏴 떨굴 수 있소. 알만하오?”   “네? 아가씨도 아닌데요. 어떻게 그렇게까지야?”   나영은 핼쭉 웃었다.   “저를 재무과장을 시켜주십시오. 해설과 과장이라야 해설원 대여섯을 령도하는데요. 먹을알도 없는데요.”   정호는 제꺽 나영을 안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슬슬 매만지면서 구슬렸다.   “오후에 당장 전람관 부관장에 재무과장까지 임명할게. 어떻소?”   “어마나!”   나영은 너무나도 놀랐다.    그녀는 정호의 무릎 위에서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퐁퐁 뛰었다. 그러나 나영은 수면제 약독이 피어 스르르 쏘파에 쓰러지었다.   색마의 대머리가 다가오더니 정욕으로 이글이글 불타는 음충한 우멍눈이 희죽이 웃었다. 뒤이어 번대머리가 그녀의 얼굴에 다가오더니 더러운 혓바닥이 하얀 얼굴이고 여린 목이고 개처럼  마구 핥아댔다. 나영은 뻔히 보면서도 수면제 약독이 피어 팔다리가 천근 무게나 되는 것 같고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색마는 나영을 안아 사무상에 눕히고 치마와 팬티를 훌 벗기어 쏘파에 훌 내던지었다. 번대머리가 다가오더니 나영의 젖무덤과 하신을 개처럼 핥아댔다. 나영은 색마 번대머리를 활 밀치고 싶었다. 하지만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멀거니 바라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말았다. 색마는 뒤로 달려들어 나영을 사정없이 유린하였다...       (이게 사건 진상이야. 그런데 류려평은 색마 정호가 한 추행을 리사장님한테 덮어 씌우다니. 어쩜 세상에 저런 악처도 다 있어? 건데 조강지처라고 여경들 앞에서 악처를 비호하는 리사장은 또 무슨 사람인가?)     나영은 팔짱을 끼고 소낙비 쏟아지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영의 눈 앞에 또다시 색마의 몰골이 얼른거리어 그녀를 괴롭히었다.    (그 놈은 나를 부관장 자리를 주고 내 몸을 여지없이 유린했지. 지어 임신까지 시켜놓았댔지. 그 놈은 날 생각하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친 놈이야. 어쩜 반부패탐오회뢰국에 날 5만원 횡령했다고  신고한단 말인가? 날 데리고 달아나기 위한 함정이었지. 그 놈의 음흉한 속내를 모른게 머저리지. 그 놈이 자기를 신고한 놈인지도 모르고 경찰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그 놈을 따라 일본과 한국에까지 따라 다닌게 바보지.)     나영은 얼마 전에야 정호가 자기를 물어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공안국에서 일하는 사촌시형한테서 알고 남편 철석이 알려줘서야 뒤늦게나마 알게 됐던 것이다.   (그런 놈을 믿고 5만원 탐오한 일을 다 말한 내 바보지. 법망에서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청까지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아도 나영은 자기가 풀섶을 지고 불더미에 뛰어든 격이었다.     이제 와서 가슴을 꽝꽝 치며 후회해도 쓸데 없었다. 그럴수록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색마가 가증오스러웠다.  .      (정호 놈한테 얼리우지 않았더라도 내 무슨 이런 고생 다 했겠어? 정호, 그 놈 색마 감옥에 갇혔다지? 감방에서 색갈을 다 했구나. ㅋㅋ. 콱 썩어나 져라!)     나영은 정호를 저주하면서 제리로 육수물통을 탕 치었다.    처절썩!   육수물보라가 사처로 튕기었다.   “미쳤어?!”   허보스가 주방에 뛰어들어왔다.    그는 우멍눈을 부라리면서 꽥 고함치었다.   “육수물이 원수나 졌어? 왜 탕 메쳐?!”    나영은 제리를 들고 허보스의 대머리와 우멍눈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당장 미칠 것만 같았다.    허보스 박대가리를 보는 순간 , 자기를 사무실에서 처음 유린하던 정호, 그 놈 색마의 게슴츠레한 대머리, 우멍눈으로 겹쳐 보이었다.    나영은 부엌에서 시퍼런 식도를 주어들고 허보의 길쭉한 박대가리를 노려 보았다.  나영의 쌍까풀눈은 증오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질겁한 허보스는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 끼낑거리며 주춤거리었다. 늙다리색마는 한대 얻어맞은 개처럼 주방에서 나가버리었다. 나영은 제리를 육수몰통에 활 쥐어뿌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었다.     그녀는 자기 전도를 망친 색마가 한스러웠다. 또 자기 때문에 쓸데 없는 말을 듣는 종호한테 미안해 바늘방석에 앉은듯해 안절부절 못했다.
2    장편소설 황혼제1권(13) 의심병 김장혁 댓글:  조회:597  추천:0  2024-07-13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13.의심병       아침 햇살은 이슬을 꿰어 옥구슬을 만들어 종호의 병실에 선물하고 있다. 악랄한 입방아질에 병원 앞 수림에서 지저귀던 새들도 놀라 도망친다.   종호는 류려평한테 억울한 무함을 당한 채 죽어 버리면 려향은 엄마 말만 곧이듣고 자기를 나쁜 놈으로 볼 것 같았다.   (류려평의 허위날조를 곧이들으면 세상 사람들이 날 뭐라고 해? 절대 죽어선 안돼. 그저 무함당하고 말겠는가.)   종호는 억울함에 반발심에 나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해 모지름을 썼다. 그러나 아직 건강이 채 회복되지 않아 일어나기는 힘들었다.   그가 윽, 윽 힘 쓰는 걸 본 려향과 지영이 병상에 황급히 다가왔다.   려향은 아버지 입에서 산소호흡기를 떼고 물었다.   “아빠, 일어나겠는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려향과 지영은 천천히 종호 잔등과 손을 잡아 일으켜 앉혔다. 지영은 베개를 종호의 잔등과 침대 머리 사이에 받쳐주었다.   종호는 상을 찡그리더니 려향의 귀가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내 실수한 거 같아.”   려향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지었다.   “네? 알았어요.”    사실 종호가 날마다 식사는 못하고 링겔에 의해 살아갈 때는 대소변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영과 려향이 사 온 바나나랑 밥이랑 좀 먹기 시작하면서 대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려향은 지영과 함께 종호를 되돌려 눕히었다.   지영이 물었다.   “왜 되눕히오?”   려향은 지영과 제대로 말하기도 무엇했다. 그러나 처음 아버지 바지를 벗기고 대변을 받아내자니 아무리 부녀간이라도 좀 불편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하며 서성거리었다.   “혹시 아빠 대변보지 않았소?”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내 할게. 근심마오.”   “딸이 해야지. 어떻게 언니를 시키겠소?”   지영은 침대 밑에서 고무장갑이랑 대소변 요강을 꺼내며 말했다.   “돈 받고 간병하는데 내 하는게 옳소.”   지영은 려향을 뒤로 물러서게 침대 카텐을 쭉 당겨 치었다. 종호는 부끄러운대로 눈을 스르르 감고 모든 걸 내맡기고 모르는 척 했다.     종호는 재차 정신을 잃은 척하면서 눈을 지긋이 감아버리었다.    지영은 마스크를 끼고 엷은 고무장갑까지 손에 끼더니 종호를 모로 돌려 눕히어 놓고  환자복 바지를 벗기었다. 뒤이어 팬티도 아래로 천천히 내리었다.    순간, 구린내가 코를 찌르며 물씬 풍기어왔다.    지영은 외씨얼굴을 단통 돌리면서 상을 찡그리었다.    (아, 저게 뭐야?)   누런 똥이 팬티는 물론 엉덩이와 거기에도 누렇게 묻어 있지 않겠는가.   지영은 더러워 오만상을 찡그리었다.    (내 무슨 이런 개고생이냐? 아빠 알아 입원했을 때도 똥을 쳐본 적도 없어. 그땐 더러워 간병원을 고용해 대소변을 받아내게 했는데.)    지영은 상을 찡그리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글짓기 받는 애들이 줄어들지 않았어도 똥을 쳐내는 간병을 하진 않았을 건데. 참, 학원도 망했지. 할 수 없지.)   카텐 밖에서 려향은 그런 것까진 보지 못했기에 괜찮았다. 보지 않으면 약이라는 걸까.   지영은 더러운 건 둘째고 싯누런 똥이 묻은 종호의 두 다리 새 그걸  보기도 계면쩍었다. 그걸 쳐들고 중태에 묻은 싯누런 똥을 닦아버려야 했다. 그러나 차마 손이 거기에 가기 부끄러웠다.    순간, 지영은 종호 간병을 소개해준 나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간나새끼, 돈 벌겠으면 제나 똥 쳐 낼게지. 날 이런 더러운 엉치치개에 붙혀 놔?”   처음에 지영이 뒤에서 이렇게 말하자 나영은 도리머질을 했다.   “난 안돼.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잖아? 고정된 간병 일을 못해. 나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허보스 능욕도 받지 않고. 난 냉면점에서 임시 일하다가 언제든지 도망가야 해. 네 좀 수고해라. 공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13만원씩 주잖아?”    지영은 이제껏 간병을 해도 남자환자 거기에 묻은 똥은 닦은 적이 없었다. 대부분 여성환자나 생활을 자립하는 남성환자를 간병해 왔던 것이다.    이번엔 딱 맞띠웠으니 별수 없었다.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휴지를 쥐어 엉덩이에 묻은 누런 똥부터 닦아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그걸 쳐들고 거기에 묻은 싯누런 똥도 휴지로 닦아냈다. 뒤이어 수건을 대야의 물에 씻어가지고 엉덩이와 거기를 싹싹  닦아주었다.    이게 뭐야?    지영은 거시기를 쳐들고 중태에 묻은 싯누런 걸 젖은 수건으로 닦아내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고환이 하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글쎄 중태에 섬찍한 수술자리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 놀라운 정경이 벌어지었다.    거기를 닦아주니 그게 꿋꿋이 쳐들지 않겠는가.    (이분이 이젠 살아났구나. 그게 한 알 밖에 없는데도 이렇게? 남자들이 이게 죽으면 얼마 못 가 죽는다던데.)   구급환자인 종호에게는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계명쩍은대로 대소변을 말끔히 닦아냈다.    계면쩍기는 종호도 마찬가지었다. 그놈이 글쎄 체면도 없이 지영의 손길이 몇번 닿자 머리를 쳐들다니? 별 수 없지. 미녀를 보니 그 놈도 머리를 쳐들고 보고 싶어하는 거. 어쩌겠는가?    (잠재한 본능은 로실한 거야. 어쩔 수 없지.)    “미안하오.”   종호는 몇번이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영이 불편해 할가 봐 눈을 지긋이 감고 모르는 척했다.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꼴깍 삼켜버리었다.   지영은 진짜 부모의 대소변도 받아낸 적이 없었다.   지영은 혼자는 힘들어 려향과 함께 가텐 안에서 낑낑거리면서 종호의 엉덩이를 들고 팬티와 환자복마저 바꿔 입혔다.   똑, 똑똑.   처음 노크는 짧게 한번, 좀 쉬어 련속 두번 노크하는 소리를 들어보아 또 나영이 온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가. 나영이 또 망과랑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대야랑 들고 나가는 지영과 딱 마주치며 인사했다.   “수고 많구나.”   “수고뿐이야.”   지영은 단마디로 대충 대답하고는 병실 문 밖으로 나가버리었다.   한편 나영은 종호의 간호를 직접 하고 싶어도 경찰에 쫓기는 신세라 할 수 없어 지영이를 병간호하게 소개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내 마음에 내려가지 않아 자꾸 찾아왔다.     나영은 려향과 물었다.    “아빠, 괜찮소?”    “네. 아침에 일어나 앉기까지 했댔어요.”    려향은 나영과 함께 아빠 침대에 다가가 카텐을 훌 열었다.    “아빠, 나영 언니 또 왔어요.”    종호는 눈을 천천히 뜨더니 일어나 앉으려고 애썼다. 려향과 나영은 양쪽에서 종호의 잔등을 받치며 일으켜 앉혀 놓았다.    “리사장님, 건강 회복되니 기뻐요.”   종호는 나영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애를 데리고 바쁜데 자꾸 오지 마오.”   나영은 종호의 손을 잡아 매만지었다.   “애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어요. 근심 말아요. 음식점엔 아직 손님도 오지 않는데요.”   종호도 나영의 손을 잡고 근심했다.   “그래도 허보스 눈치 보이잖소?”   나영은 수척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었다.   “리사장님은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마땅히 찾아봐야죠.”   려향은 아빠한테 너무 친절한 나영을 보고 부쩍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아빠와 나영의 환한 표정을 보고 또다시 의심이 머리를 쳐들었다.    (저 강렬한 눈빛을 봐. 아빠는 딸 같다면서 그런 사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따지만. 저 눈빛 이상야릇하잖아? 혹시 의지가지 없는 나영이 아빠를 짝사랑하고 있는 건가?)    려향은 아빠와 나영한테 툭 까놓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또 앓다가 갓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아빠를 피곤하게 구는 것 같아 망설이었다.    려향의 속내는 모르고 나영은 려향이 있는 걸 잊은듯이 주저없이 별 말을 다 했다.    “리사장님이나 저나 다 죽다 살아난 사람 아닌가요? 이젠 이전의 리사장님이나 나영은 다 죽었어요. 이젠 우리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새 삶을 살자요. 제가 리사장님이 톺아오르는  미끄러운 절벽길에 푸른 이끼가 돼 미끄러지는 발을 받쳐 주고 싶어요. ”    려향은 웬간히 놀라지 않았다.   (문학석사생답구나. 뭐? “절벽길의 푸른 이끼로 돼 미끄러지는 발을 받쳐 줘?’ 아주 문학적인 철리를 쏟아 내지 않는가?)   나영은 종호한테 어떻게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느라고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려향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저 말은 무슨 뜻인가? 아빠하고 살겠다는 말 아닌가?)   려향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아빠와 나영을 삼조대면을 시키자고 들었다.   “나영 언니, 한가지 물어볼게 있소.”   나영과 종호는 려향한테 얼굴을 돌리었다.   “뭔데?”   려향은 핸드폰을 꺼내 식지로 훑어대더니 나영의 앞에 내들었다.    “이건 뭔가요?'    나영이 보니 이런 문자대화 사진이 아니겠는가.      호: 영이, 참 오랜만이오. 반갑소.    영: 그래요. 저도 기뻐요. 그대와의 위챗 대화 ㅋㅋ    호: 엊그제 끌끌한 청춘이었는데.    영: 세월이 넘 빨리 흘러갔네요. 오- 걷잡을 수 없는 세월 얄미워요.    호: 오-그 정열에 불타던 청춘의 추억이여.    영: 이런 말 자꾸 하면 난 어쩌는가요? 눈물만 자꾸 흐르는데요.    호: 그저 혼자 조용히 보고 싹 다 지워 버리오.    영: ㅋㅋ    호: 우리 둘의 정열을 불살라 남긴 사랑의 흔적은 당직실 깜깜한 구들에서부터 시작해 한강 뚝에, 모래톱에, 철길 옆 채마전에, 북한강 영월  버들방천에, 설악산 단풍나무숲 속에… 그 불탄 사랑의 흔적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있구나. 아, 뼈 속에, 골수에 박힌 옛 추억이어, 해란강 사랑의 로맨스야-      나영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의심에 찬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으로 나영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이렇게 묻는 거 같았다.    “이건 어떻게 된 거요?”   려향은 바투 들이댔다.   “이건 언니 아빠하고 한 대화 아니오?”   “아니야!”   나영은 단마디로 부정해버리었다.   려향은 의심이 불찌처럼 툭툭 떨어지는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나영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따지고 들었다.   “이걸 보오. 분명 종호란 '호'자와 나영이란 '영' 자가 박혀 있잖소? '영' 자 박힌 여자 사진 언니 아니고 뭐요? 그래도 떼를 쓸테오?”   나영은 머리를 푹 숙이고 한참 궁리하며 착잡한 생각에 빠지었다. 그녀는 자기 사생활을 려향 앞에서 터놓을 수는 없었다.    “오늘 삼조대면 했을 때 솔직히 말하오. 언니하구 아빠 주고 받은 대화 맞지? 도대체 아빠하고 뭔 지껄이를 했댔소? 우리 아빠, 엄마 사이에 끼어들어 울 아빠하고 살 작정인가?”    나영은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아빠를 억울하게 굴지 마오.”    “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솔직히 말하오.”    그녀는 려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건 내 문자대화 맞소. 그러나 아빠와는 무관하오? 이걸 보고 사진도 아빠 사진이 아니잖소?”   려향은 그 대화 쌍방의 닉넴과 사진을 찬찬히 보았다. 확실히 아빠 모멘트의 사진과 다른 사진, 낯모를 남자 사진이었다.   려향은 그래도 반신반의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 '호'는 아빠 아니라고? 아직도 변명할 테오?”   려향은 핸드폰을 아빠 눈 앞에도 내들어 보이었다.   “려향이, 그 문자대화 사진 내게 보내주오.”   이윽고 나영의 핸드폰에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 울리었다.   나영은 자기 핸드폰을 꺼내 식지로 그으면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걸 보오. 여기 '호', 그 사람 사진을 찬찬히 보오. 아빠 아니잖소?”   려향이 보니 중절모를 쓴 호의 위챗 사진은 진짜 아빠가 아니었다.   “그럼 '호'란 이 사람 누구요?”   나영은 종호를 구하기 위해선 큰 결심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녀는 종호를 말끄러미 마주 보다가 고통스런 눈길을 려향한테 돌리더니 천천히 무거운 입을 떼었다.    “건 나하구 정호가 주고 받은 대화야.”   “정호라니오?”   려향은 어리둥절해 나영과 아빠를 번갈아보았다.   종호는 려향을 보고 머리를 끄덕이었다.   “맞아, 정호는 내 고중 때 동기생이야. 이전에 내한테 그런 문자 대화를 보내 자랑질 한 적이 있어.”   정호는 썩 전에 자기한테 이런 젊은 애인이 있다고 나영과의 대화 사진을 위챗으로 보내 왔던 것이다.   “그럼 언니 그분과...”   려향은 더 말치 못했다.   나영은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정호, 그 놈은 내 청춘과 가정, 전도를 망쳐 먹은 색마야. 그 놈 말 더 꺼내지 마오.”   나영은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빠를 자꾸 의심하지 말아. 아빠를 더는 괴롭히지 말라. 려향의 아빠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아빠는 내 털끝 하나 다친 적도 없어.”   종호도 말했다.   “그 문자는 정호가 내게 보낸 대화 사진이야. 나하고 글 쓰는 걸  토른하자면서 보낸 건데. 정호는 나 보고 자꾸 투쟁사요, 뭐요 쓰지 말고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는 남녀 사랑이나 련애를 쓰라면서 그런 문자대화를 보냈댔어.”    그제야 려향은 두 눈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함박만큼 쫙 벌리었다.    “그걸 엄마 촬영했어?”   종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아마 내 잠든 틈에 내 핸드폰을 훑어 보고 그 대화를 촬영했겠지.”    려향은 엄마가 아빠 핸드폰 위에 자기 핸드폰을 얹어놓고 람야앱으로 아빠 핸드폰 모든 정보를 복제해낸 걸 알고 있는 터라 아빠 그 말을 믿었다.   그는 려향의 손을 잡고 간곡히 당부했다.   “이젠 나영을 의심말아. 난 그저 나영을 딸처럼 생각할 뿐이야. 딸 같은 나영이 음식점 허보스한테 능욕당할가 봐 세집에 데려 왔을 뿐이야. 너도 생각해 봐. 엄동설한에 트렁크를 끌고 허망 나앉은 나영을 어떻게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 네라면 불쌍하지 않겠느냐? 동정하지 않겠느냐?”    그 진심에 찬 말을 들으며 나영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리사장님은 내 구명은인이야. 나는 구명은인을 잊지 못해 자주 찾아 오는게오. 아빠는 청백한 분이오. 절대 오해하지 마오. ”    려향은 종호와 나영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외까풀눈에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빛이 어둡게 깔리어 있었다.   그녀의 귀전에는 엄마가 하던 말이 아프게 울리었다.    “네 아빤 신문사 사장실에서 나영을 재끼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나영의 치마를 들고 뒤로 했어...”    려향은 모든 걸 깨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 앞에서 나영을 더  까밝힐 수도 없었다.    려향은 아빠 옆에서 우쭐 일어나 문께로 나가면서 핸드폰을 들어 나영한테 문자를 보냈다.       언니, 미안하지만요. 누가 제보하던데요. 아빠가 신문사 사무실에서 나영 언니를 재꼈다던데요. 사실인가요?       그 문자메시지를 보자 나영은 인차 우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뒤이어 려향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꾸 이러면 더 할 말이 없소. 아빠와 나를 절대 의심하지 마오. 절대 그런 일 없소. 이건 무함이오. 려향이라면 제 아빠 같은 늙은이와 살겠소? 되지도 않는 말을 하지도 마오.      그러나 려향은 말을 꺼낸 바 하고는 끝장 내고 싶었다.    그녀는 아빠한테 따지고 들었다.    “엄마 그러던데요. 아빠 사장 사무실에서 나영을 재기었다던데요. 그런 일 있는가요?”    려향은 금방 나영과 주고 받은 메시지까지 보이었다.    “또 엄마 말한게지.”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종호는 정색해서 말했다.    “너만 알고 있어라. 이건 정호가 국장 사무실에서 한 여자를 재낀 사실을 가지고 나를 무함하는 거야.”    “네?”    려향은 외까풀눈이 화등잔이 다 돼버리었다.    “그 사실을 네 에미한테 말한 적 있는데 지금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려향은 아직도 모든 걸 반신반의하는 눈길을 풀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을뿐이었다.    병실에는 의심과 믿음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며 울리었다.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세상 풍운조화는 모두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가.
1    장편소설 황혼 제1권(12) 조강지처 김장혁 댓글:  조회:664  추천:0  2024-07-13
      김쟝혁 작 장편소설 황혼                12.조강지처       려향은 엄마를 나포해간 병실을 눈물어린 눈길로 둘러보았다. 아빠마저 눈을 딱 감고 침묵을 지킨다. 숨막힐듯한 쓸쓸한 적막이 납덩이처럼 흘러갔다.     려향은 아빠를 침대에 바로 눕혀주고 피기 없는 아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었다.    려향은 누구도 몰래 침대머리에 초미형몰카를 장치해 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병실이 비면 누구도 몰래 몰카를 뜯어내 돌리어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엄마가 확실히 링겔 병에 뭔가 주사해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엄마가 병실이 빈 틈을 타서 아빠 핸드폰 위에 침대보를 펴고 그 위에 엄마 핸드폰을 얹어놓는 것도 모두 몰카가 촬영한 동영상을 다보았던 것이다. 엄마는 분명 엄마를 살해하려고 했다. 엄마는 분명 아빠 핸드폰에서 모든 정보를 빼가서 돈을 훔쳐 쓰려는 것도 다 알았다.     (엄마는 음험한 강도야. 지능도적놈이야.)     그러나 려향은 엄마의 모든 것을 까밝힐 수 없었다. 그는 아빠가 쓰러졌는데 엄마마저 쓰러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자기를 살해하려는 엄마를 비호해 말하지 않았는가.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던데요.아빤 조강지처를 버리진  않았군요!)   려향은 칼로 에이는듯이 마음이 아파났다.   (엄만 어째 이렇게 도량이 넓고 착한 아빠를 살해하려고 해? 정말 나빠.)   종호는 속으로 려향한테 이렇게 말했다.   (려향아, 난 절대 네가 엄마까지 잃게 하고 싶잖아. 내가 훌 죽으면 그만인데...)   그러나 려향은 아빠나 엄마 중 하나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부랴부랴 몰카에서 엄마 죄증을 몽땅 지워 버리었다.   종호는 혼미상태에 빠졌다 정신 차렸다 하면서도 병실에서 벌어진 일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척했던 것이다.   종호는 쓰라린 눈물을 눈귀로 주르르 흘릴뿐이었다.   (아, 어쩜 조강지처가 날 살해하자고 할 지경까지 됐을까?)   그는 눈을 스르르 감고 돌이키고도 싫은 옛 추억에 빠지었다.   (우린 처음부터 악연인 건 아니었지.)   종호가 처음 려평을 만났을 때 한족 처녀여서 좀 께름직했다. 하지만 우유빛얼굴에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퍽 매력적이어서 첫눈에 마음이 확 끌리었다. 쌍까풀눈에는 좀 숨은 심술기가 어린 것 같았지만 생글방글 웃는 모습이 퍽 이뻤다. 황차 류려평은 국장의 딸이었다. 종호는 류려평이란 바줄을 타고 국장의 힘을 빌어 자기 꿈대로 시내에서 신문사 기자로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눈을 질끈 감고 류려평과 약혼하고 결혼까지 했던 것이다.      류려평은 비록 농촌태생인 종호 가정 배경이 좀 마음에 걸리었다. 하지만 종호가 사내답게 생긴데다가 대학생 배찌를 달고 있어 그런대로 결혼했던 것이다.    종호는 지금 후회막급이었다.    (시내 녀자라고 대학 문도 나오지 못한 저 려평과 결혼한게 내 인생에 치명적인 잘 못이었지. 이렇게 악연이 될줄은 실로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종호는 시내 국장 집 공주 같은 딸을 콧구멍만한 세집에 데려다 고생시키는 것이 항상 마음 속으로 미안했다. 그리하여 려평이 임신해 배가 부러오를수록 가무를 전담하다싶이 거들어주었다.    종호는 아침 일찌기 일어나 떵떵 얼어붙은 물독의 얼음을 깨고 바가지로 살얼음이 간 물을 퍼 가마에 넣고 석탄불을 피워 부글부글 끓이어 감자장물을 끓이었고 바가지로 쌀을 일어 전기밥가마에 넣고 전기를 넣었다.    거기까지 회상하자 종호는 피씩 웃었다.   (려평은 시내 국장집에서 공주처럼 곱게 자라서 스물넷에 시집왔건만 쌀을 일줄도 몰랐지. ㅎㅎ.)    그래도 농촌에서 자란 종호는 엄마한테서 배워서 쌀을 일줄 알았다. 아빠랑 엄마랑 일밭에 가면 종호는 제법 쌀을 일어 솥에 넣고 벼집단을 쑤시어넣고 불을 때 밥을 지어 점심상에 올리군 했다.    종호는 려평의 하얀 손을 잡고 쌀바가지로 쌀을 이는 걸 배워주었다.   류려평은 하얀 입쌀에 까만 돌싸락이 가득한 쌀바가지를 들여다보며 뒤저참하며 물앉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못해! 이 숱한 돌을 어떻게 다 골라내?”   려평은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에 벌써 눈물이 글썽해지었다.    “그럼 내 할게. 넌 밥 짓지 말아도 돼.”   그후부터 종호는 아예 려평을 시킬 념도 하지 않고 밥짓기는 도맡아했다.   종호는 려평이 뚱뚱한 배를 안고 병원에 가서 밤당직을 서러 가야 될 때에는 혹시 얼음강판에 넘어질가 봐 항상 려평의 팔을 껴안고 데려다 주군 했다.    (지금처럼 승용차라도 있었더라면 려평을 그렇게 고생시키지는 않았겠는데. 80년대에는 차도 그렇게 귀했지.)    종호는 절레절레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했다.류려평이 애를 낳던 그 날의 정경이…   종호가 집에 가서 애 포대기를 가지고 산부인과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산실에서 애의 울음소리 간간히 들리지 않겠는가.  (아들을 낳았을까?아니면?)    그는 설레이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산부인과 산실 문 앞에서 서성거리었다.    그때 어머니가 나오면서 반색했다.   "애 아버지, 축하하오."   종호는 엄마 손을 잡으면서 다급히 물었다.   "아들입둥?"   엄마는 산부인과 산실 쪽을 뒤돌아보더니 나직이 귀속말로 알려주었다.   "딸이오."    종호는 엄마가 입귀를 삐쭉해 보이는 것을 보고 엄마 손을 활 놓아주며 무릎을 탁 치었다.   "재수없군."   "딸이 좀 좋아 그러오? 아들들이 어디 부모를 돌볼 새 있소? 딸들이 그래도 부모를 꼼꼼히 챙기지."    종호는 눈을 흘기었다.   "우리 전주 리씨 대를 끊겠습구마."   "지금 세월에 대를 이어 뭘 해? 잘 살면 되지.흥."    종호는 엄마가 지금 불효를 저지른 아들을 빗대고 꾸짖는다고 느끼었다. 그후 종호는 대를 잇지 못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입 에 빗장을 지르고 말았다.    그는 산실에서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류려평의 피기 없는 창백한 얼굴을 보는 순간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당신 수고 많았소."    려평은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을 흘기었다.   "아들을 낳지 못했는데 수고는 무슨 수고?흥!"   그러나 종호는 려평을 더는 나무리지 못했다.피가 즐벅한 그녀의 바지를 보는 순간,대를 끊을 위기, 아들을 낳지 못한 모든 꼬까운 생각 등등이 몽땅 연소돼 사라지어 버리었다.   (애도 낳고 살기 힘 드니깐. 날따라 류려평의 불평소리는 높아만 갔지.)    지금도 종호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콧구멍만한 세집에, 그것도 남이 닭을 치던 창고에 구들을 놓은 셋집에서 애를 데리고 셋집살이를 한다는 것은 진짜 눈물겨웠다. 새도 둥지 있는데.대졸생이 남의 닭굴자리 창고에서 산다는 것에 릉욕감까지 생겼다.주인 집에 가서 물초롱으로 물을 길어올 때면  려평은 항상 종호를 욕하면서 두덜거리었다.   "나그네 어찌 제 구실을 잘 했으면 이런 셋집살이를 다 해?그러고도 남편이느라고 틀을 차려?남편이 가정 기둥을 떠메야 하는데 이건 뭔가? 한푼도 차례지지 않는 글을 맨날 써선 뭘 해?"    밥상 하나를 놓으면 돌아누울 자리도 없는 콧구멍만한 셋집은 아무리 불을 때도 엄동설한에 견디기 어려웠다.    죄꼬만 려향은 너무 추워서 아빠와 엄마 사이에 누웠다가도 고사리손을 뻗치어 아빠를 가리키며 종알거리었다.   "아빠는 그 쪽이 추워 어쩌겠니? 내하고 바꿔 누워 볼까?"   "응? 그래자."   종호는 너무 추워 꾀를 부리는 려향을 보고 콧마루 시큼해났다.   바꿔 누워 봐도 춥자 려향은 또 꾀를 부리었다.   "아빠, 그 쪽이 덥겠다.바꿔 누워 잘까?"   "그래자."   어린 딸애도 살자고 꾀를 쓰는 걸 보고 종호나 려평이나 칼로 에이는듯이 가슴이 아파났다.   려평은 본가집에 들어가서 살자고 했다. 그러나 종호는 가시집에는 절대 들어가 얹혀 살지 않겠다고 했다.   "이 주제에 사내느라고 바보처럼 자존심을 세워? 그걸 떼 개를 줘라."   (80년대 초기는 개혁개방 초기어서 주택건설이 따라가지 못해 진짜 석탄창고 자리 셋집도 얻기 힘들었지.)    종호는 국장 집 공주를 데려다가 고생시킨 것에 항상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다. 대신 려평을 인간적으로 잘해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려평은 항상 본가집 신세에 집을 샀다는지, 시집 식구들을 몽땅 시내에 들여왔다는지 하면서 행악질하며 종호를 돈을 팔아 책을 낸다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괴롭혔다.    심지어 종호가 술을 마시고 늦어 집에 들어가면 의심해 행적을 추궁하었다.누구와 술 마셨는가 따지고도 모자라 주먹코를 벌름거리면서 종호의 몸 아래 위를 냄새를 맡아댔다.지어 그것까지 이리저리 번지면서 살피고 냄새까지 맡아댔다.     그래도 종호는 이날 이때까지 조강지처라고 참고 참으면서 인간적으로 잘해주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다.   (오,이젠 려평은 날 안락사시키려고까지 하지 않는가?)    종호는 쓰라린 피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빠,왜 울어?"   옆에서 지켜보던 려향이 아빠 볼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우린 조강지처인데 왜 이 지경이 됐지? 마음이 아프다, 아파."   려향은 옆에 지영도 없는지라 조용히 물었다.   "아빠,왜 엄마를 두고 나영하고 바람 피웠어?"   그때 나영은 병실 문 앞에 와서 노크하려고 하다가 병실에서 들리는 려향의 말소리에 쳐들었던 손을 내리었다. 그녀는 복도 사위를 살피더니  병실에서 두런두런 주고 받는 부녀의 말소리에 귀를 도사리었다.    그 말에 종호는 벌떡 일어났다.   "그런 일 털끝만치도 없어? 누가 그래? 이건 무함이야."    려향은 진실을 알고 싶었다.   "아빠는 신문사 부사장 재직 때 나영을 인터뷰 하는 기회에 사무실에서 나영을 재꼈다던데요."   "개소리!근본 나영을 인터뷰 한 적도 없어.바람 피운 일도 없어."    종호는 격노해 침대를 마구 쳐댔다.    뒤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나영이 홀로 들집도 없이 헤매는 걸 동정해 우리 셋집에 데려다 재운 것 뿐이야.나영이 불편해 할가 봐  나영이를 셋집에서 자게 하고 종각역 층계에서 쪽잠을 잤댔어. 그후 나영이 날 보고 셋집에서 자지 않으면 자기가 나가겠다고 해서 한 집에서 잤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다."     려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녀가 한 집에서 잤는데 그런 일 없다면 세상에 누가 믿겠는가요? 병신이 아니고서야 젊은 여자를 가만 놔둘 수 있겠나요? 흥!”   려향은 외까풀눈을 슴벅이며 종호 눈을 들여다보며 진가를 가르려고 들었다.    “아빤 나영과 함께 살자고 엄마하고 리혼하자는건 아닌가요?"   종호는 억울하고 너무 한심해 푸념질했다.   "건 아니야.이건 버선 목이니 번져 보이겠니? 난 의지가지 없는 나영을 불쌍해 딸처럼 생각해 줬지. 함께 살자고 도운 건 절대 아니야. 그런 음충한 마음을 가진 적도 없어.이건 참, 착한 마음으로 의지가지 없는 여자를 돕다가 억울하게 의심받다니? 너마저 의심해? 진짜 세상이 더러워서 못 살겠다.그래서 자살하자고 했어."   려향은 황급히 손사래를 저었다.   "자살하긴요? 미안해요? 저도 아빠 진실을 알고 싶었어요. 아빠, 착한 아빠를 줄곧 믿어 왔어요.우리 아빤 절대 그런 나쁜 바람둥이 아니죠. 정인군자지요.우리 부녀간 서로 믿고 도우면서 험악한 세상에서 굳세게 살자요."    딸이 울면서 말하자 종호는 침대에 쓰러지더니 눈을 스르르 감아버리었다.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나영이 병실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섰다.   "맞아요. 리사장님은 세상에 둘도 없이 청백하고 착한 분인데요.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도 우린 서로 도우면서 굳세게 살아야 해요."    나영의 목소리를 듣자 종호는 두 눈을 번쩍 떴다.나영은 그들 부녀간이 주고 받는 말을 복도에서 다 들은 것 같았다.    나영은 바나나랑 사과랑 꺼내 침대 머리 차탁에 놓아 주었다.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손수 벗겨 종호한테 드리며 살뜰히 문안했다.   "몸은 괜찮지요? 리사장님 정신 차린 걸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종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아 나영의 손에서 바나나를 받아 천천히 한 입 떼 먹었다.   그는 보름 너머 쌀알 한 알 먹지 못하고 링겔로 연명해 왔다.  오늘 어쩌다 처음 바나나라도 먹는 걸 보고 나영과 려향은 무척 기뻤다.   종호는 바나나를 달콤하게 먹으면서 수척한 외씨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콧마루가 찡해나 눈물이 글썽해지었다.   려향은 손수건을 꺼내 아빠 볼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닦아드리었다.    나영은 멜가방에서 책 몇개 꺼내 종호의 눈 앞에 내밀었다.   "선생님이 한국에서 출판한 책을 가져 왔어요.”    나영은 종호가 젤 좋아하는 선물이 책이란 걸 알고 종호의 새로 출간한 책을 가지고 와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었다.    “한국 서점에서도 선생님이 애나게 쓴 책을 팔더군요. 이 좋은 세상에서 왜 죽겠어요? 선생님은 그렇게 내고 싶은 책을 출판해내면서 빛나게 살아야죠."    종호는 나영의 열기 띤 열변을 듣기만 해도 사는 재미 있을 것 같았다.    나영은 자그마한 핸드빽에서 5만원 지페 한 묶음이나 꺼내 척 내밀었다.   "자, 적은대로 받으세요.    종호는 눈이 데꾼해지었다.   "아니, 이건?"    려향도 저으기 놀랐다.    "아니, 전번에도 병문안 오면서 숱한 돈을 내놓고 또…"    "선생님의 책 출판할 비용으로 쓰세요."     나영은 손으로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더니 쌍까풀눈에 웃음꽃을 곱게 피우면서 종알거리었다.    "리사장님은 저의 구명은인인데요.선생님 은공에 비하면 요만한 건 아무 것도 아닌데요.이전에 짧은 생각을 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죽을 용기 있으면 왜 살 용기는 없는가?' 이젠 그 말씀 선생님한테 돌리어 드립니다. 용기를 내서 우리 굳세게 살아봅시다."    종호는 나영의 보들보들한 따뜻한 손을 잡는 순간,새 삶에 대한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감이 들었다.   웬 일일가?    조강지처고 뭐고 다 허깨비처럼 다 날아가고 새 삶에 대한 동경이 옹달샘처럼 퐁퐁 솟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