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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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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편소설 황혼(8) 무함 김장혁 댓글:  조회:610  추천:0  2024-07-11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8.무함      암암리에 음모가 여우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저으면서 횡행할 때였다.   조용히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려향이 들어섰다.   려평은 황급히 창문께로 돌아서 창 밖을 내다보는 척 했다.   려향은 이상한 눈길로 당황해하는 엄마를 살피며 종호 침대머리로 다가갔다.   “아니, 이게 뭐야?”   아빠 손목의 링겔 주사바늘이 빠져 있지 않겠는가.   “어째?”   능청스러운 려평은 창문께에서 침대머리에 돌아와 들여다보며 아닌 보살을 떨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나. 금방까지도 주사바늘이 손등에 꽂혀 있던데...”   려향은 허리를 펴면서 려평을 쏘아보았다.   려평은 주사바늘을 쥐어 종호의 손등에 되꽂으려고 했다.   려향은 주사바늘을 빼앗아내고 엄마를 활 밀어놓으며 질책했다.   “저리 가! 아빠한테 무슨 짓거리 했어?”   려평도 퉁사발눈깔을 희번뜩거리며 변명했다.   “날 의심하는 거야? 이건 버선목이라고 번져보이겠는가? 원, 참.”   그때 혼은 황급히 천정에서 날아내려 종호의 뇌리에 되들어갔다.   지영도 들어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어째?”   려향은 억지로 웃어 보이었다.   “아무 일도 아닌데요. 주사바늘이 빠졌는데 꽂을줄 몰라서 그래요.”   지영은 인차 주사바늘을 받아쥐어 종호의 손등에 꽂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글쎄 종호가 황급히 손사래치지 않겠는가!   지영과 려향은 깜짝 놀랐다.   려평은 깜짝 놀라 기혼할 번 했다.   (저놈이 다 알고 있었어?)   려평은 독기어린 퉁방울눈으로 종호를 쏘아보았다.   (정신 잃은 척 했는가? 눈 감고 있는 척하면서 다 봤어?)   “아빠, 정신 차렸어요?”   종호는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었다.   원래 종호는 려평이 링겔 병에 뭘 주사해 놓고 호주머니랑 들추는 것도  다 보았던 것이다.주사바늘도 그가 제꺽 빼놓았던 것이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지영과 려향을 번갈아보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려평과 링겔병을 가리켰다.   “저기에...뭘...타...”   “얼빠진 소릴!”   갑자기 류려평은 고함치며 릴겔 병을 벗겨 땅바닥에 꽝 메쳤다.   “미쳤어?”   려향은 링겔병 쪼각을 내려다보다가 외까풀눈으로 려평을 쏘아보았다.   "왜 이래?"   "너 애빈 정신 나갔어. 얼빠진 잡소릴 다 듣니?"   려평은 쓰레바퀴를 가져다 깨진 병 쪼각을 주섬주섬 주어 담았다.   려평이 쓰레바퀴를 들고 나가려는데 지영이 따라 나섰다.   "내 버릴게요."   병실에서 종호는 려향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네 에,에미, 링결 병에 뭘 주,주사해 넣더라."   "네? 엄마?"   려향은 기절초풍할만치 놀랐다.  "날 안락사시키자고 그러는지 어떻게 알아?"   종호는 이렇게 말하려고 하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증거 없이 더 전개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려향은 입 속 말로 나지막이 부르짓더니 복도로 휑 하니 뛰어나갔다.   려평은 쓰레바퀴를 쥐고 선불 맞은 노루처럼 꼬리 빳빳해 도망치었다. 뒤에서 려화가 려평을 뒤쫓아갔다.   려평은 바람결처럼 쓰레기통에 뛰어가서 링겔 병 쪼각을 활 쏟아넣었다. 모든 증거를 없애고 나니 홀가분했다.   려평은 빈 쓰레바퀴를 쥐고 돌아서며 한숨을 후- 내쉬었다.   뒤쫓아간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려평을 무섭게 쏘아보았다.그 외까풀눈에는 의심과 적대감 어린 빛이 번뜩이었다.   "엄마,무슨 짓거리를 했어?"   "뭘 어쨌다고 이래?"   려평은 아닌 보살하며 시치미를 땄다.   "링겔 병에 뭘 주사해 넣었어?"   "뭐라고? 너 지금 엄마를 무함해? 넌 엄마 딸 아니냐?"   려향은 병원 울 안에서 산책하는 환자들이 많은지라 한쪽 구석 수림 속으로 데리고 갔다.   종호의 혼이 병실 창문으로 날아나가 볼라니.   허, 워쩐 걸.   려향은 자꾸 몸을 빼려는 려평을 소나무 기둥에 밀어붙이며 족따지고 들었다.   "로실하게 탄백하라구.뭘 탔어? 왜 링겔 병을 메쳐 깼어?"   려평은 바늘 방석에 앉은듯했다.   "네 애비 같은 놈은 죽어야 해? 약은 무슨 약이야?죽어야 내나 네나 싹 다 시름놓고 편안하게 살 수 있어."   려향은 한심해 입을 함박만큼이나 쫙 벌렸다.   "그것도 말이라고 해? 함께 살잖겠으면 갈라질게지. 해칠 것까지야 없잖아?"   류려평은 딸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류려평은 악처의 본색을 드러냈다. 악처는 독사 혀바닥을 놀려 종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네 아빠 어떤 놈인지 알기나 하고 그래?"    려향은 연지꼰지 처바른 엄마의 퉁퉁하고 유들유들한 낯을 마주 바라보며 피씩 웃었다.   "아빠 치분을 중간을 눌러 짜 쓴다고 리혼하자고 하잖았는가요?"   "그래."   류려평은 부정하지 않았다.   "치분 낭비한 거 쯤은 아무 것도 아니야."   려향은 듣기도 싫었다.   "또 뭐야? 류씨 집안 외할아버지 신세에 할머니랑 삼촌이랑 고모네랑 다 시내 호구 올리어 주었다는 거겠죠.이젠 엄마 넉두리에  귀에 못이 박히겠어요.흥!"    류려평은 눈물 콧물 줴짜며 연기하면서 지꿎게 물고 늘어지었다.   "리종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놈, 바람둥이야. 내 어떻게 참고 이날 이때까지 살았는지 알아? 흑흑, 흑흑흑…"   "뭐라고?”   려향은 손으로 려평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빠를 모독하지 말어. 세상에 둘도 없는 정인군자인데."   "흥!"   려평은 콧방귀를 뀌었다.   "알기나 하고 그러냐?”    려평은 핸드폰을 들어 이것 저것 찾더니 려향의 앞에 내밀었다.    “이걸 봐.”    려향은 핸드폰을 가져다 들여다보았다.    아니, 영이라는 여자와 주고 받은 문자대화 사진이 아니겠는가.        호: 참 오랜만이오 반갑소.        영: 그래요. 저도 기뻐요. 그대와의 위챗 대화 ㅋㅋ        호: 엊그제 끌끌한 청춘이었는데.        영 : 세월이 넘 빨리 흘러갔네요. 오- 걷잡을 수 없는 세월 얄미워요.        호: 오-그 정열에 불타던 청춘의 추억이여.        영: 이런 말 자꾸 하면 난 어쩌는가요? 눈물만 자꾸 흐르는데요.           호: 그저 혼자 조용히 보고 싹 다 지워 버리오.        영: ㅋㅋㅋ        호: 우리 둘의 정열을 불살라 남긴 사랑의 흔적은 당직실 깜깜한 구들에서부터 시작해 한강 뚝에, 모래톱에, 철길 옆 채마전에, 북한강 영월  버들방천에, 설악산 단풍나무숲 속에…      그 불탄 사랑의 흔적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있구나.       아, 뼈 속에, 골수에 박힌 옛 추억이어, 해란강 사랑의 로맨스야-      “봐. 이 년놈들이 한국 사처에 돌아다니면서 바람 피우지 않았어? 얼마나 위선적인 정인군자이냐?”    려향은 극구 아빠를 변호하고 싶었다.    “아빤,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니깐.”    그녀는 그 문자 대화를 자기 위책에 옮기고 핸드폰을 려평한테 돌리어 주었다.    “혹시 남의 걸 사진 찍어 뒀을 수도 있겠지요.”    류려평은 손가락으로 려향의 콧등을 콕 찔러놓았다.     “이년아, 아무리 애비라도 변명하지 말라. 너 애빈 재직 때도 숱한 여자들과 희희닥닥거리면서 밤중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술 처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안고 돌아가구 마사지방에 드나들면서 세상 개지잘을 다 했어.”     종호의 혼은 단풍나무 잎에 매달려 들으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노래방과 마사지방에는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나 부정당한 관계는 벌리지 않았어.”     종호의 목소리에 려평이나 려향이나 다 깜짝 놀랐다.    주위를 둘러 봐도 종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환각인가?)    류려평은 계속 종호를 헐뜯어댔다.    “네 애빈 여기 한국에 나오기 전에 벌써 저 나영이랑 지영이란 년이랑 바람 피웠어."   "거짓말, 나영과 지영 언닌 여기 와서 갓 면목익힌 사이라던데."    려평은 심통한 소리를 쳤다.   "다 거짓말이야.네 애빈 사장 직권을 리용해 나영과 지영을 한국에 보내줬어.저 나영이란 년도 나쁜 년이야.내 갓 알았는데. 저년 중국에서 전람관 부관장에 재무과장을 했다더라.단위 돈 5만원을 탐오한 범죄자야. 지금 인터폴이 지명수배하는 도주범이야."    "네?"    그 말엔 려향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나영이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른 것은 진자 금시초문이었다.    "엄만,걸 어떻게 알아요?"    그때 저쪽 멀리에서 나영이 과일꾸럭을 들고 입원처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피뜩 보이었다.    "내 시 공안국 박동국 국장이랑 잘 알어.이번에 나올 때 나한테 부탁하더라. 나영이란 년 행적을 보면 신고하라고 부탁까지 받았다."    려향이 풀이 죽어가는 걸 보고 려평은 살기등등해 지껄여댔다.    "네 애비 얼마나 나쁜 놈이냐? 인터폴 지명수배 도주범을 셋집에 숨겨두었잖아? 도주범을 도우면 공범 아니고 뭐야?"    려평의 말 마디마다 점점 더 살기 넘쳤다.    "이제 신고해버릴 거야. 꼴 보기 좋겠다.콧구멍 같은 셋집에서 가달에 끼고 바람 피우더니. 흥, 바람둥이 년놈들, 꼬락서니들 보기 좋겠다.흥,쇠고랑이를 차고 중국에 압송돼가는 꼴!"     려향은 살기등등한 엄마의 독살이 내비치는 퉁사발눈을 보기에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류려평이 엄마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잡아 먹지 못해 미쳐 날뛰는 여악마로 보이었다.    (안돼, 아빠는 어디까지나 내 아빠야.그런데 엄마 입을 어떻게 막아버릴가? 링겔 병 쪼각마저 다 버렸어.이걸 어쩌나? 증거 없잖은가?)      려향은 류려평을 그저 놔 둘 수 없었다.      “엄마 아빠를 신고해보지. 금방 링겔 병 일을 신고할테야.”      려향은 기 죽어가는 려평의 꼴을 보고 제대로 칼을 박았구나고 생각하고 한번 더 칼을 들이댔다.      “금방 링겔 병에 무슨 짓 했어?”    려평은 두 손으로 려향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생사람을 잡지 말어. 네 애비 손등에서 주사바늘이 빠져서 그랬어.”    “주사바늘이 빠진 거 하고 뭔 상관이야?”    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기며 두덜거리었다.    “네 애비 링겔 못 맞고 빨리 썩어지라고 그랬어? 됐어?”     려향은 너무 허탈해 려평을 놔 주고 머리를 푹 숙인 채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링겔병을 깨 버렸기에 아무 증거도 없어. 저런 것도 에미라고 살려 둬?)    그러나 려향은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아빠를 잃고 엄마마저 잃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생모 아닌가. 어쩌다 내 아빠 엄마 이 지경이 됐어? 참, 하늘도 야속해.)    그녀의 가슴은 칼로 오리오리 에이는듯이 아파났다. 그러나 링겔병 진실은 어디까지나 밝혀내고 싶었다. 그래야 이후에라도 아빠를 구할 것만 같았다.
2    장편소설 황혼(7) 악처 김장혁 댓글:  조회:780  추천:0  2024-07-11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7. 악처     제우스 신의 머리 속에서 딸 헤라 신이 춤을 추는가? 도깨비, 허깨비들이 종호의 머리 속에서도 탈춤을 추며 뛰논다.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아 참기 어려웠다.   종호는 생명의 끝자락을 잡고 생사선에서 헤매다가 서서히 이승으로 혜염쳐나오고 있었다.진짜 단떼 "신곡"의 지옥이면 어디 그런 지옥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옥에서 련옥으로 기어나오는 과정 또한 어려운 행로였다. 진짜 화장실 똥구덩이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오다가 두르르 구을러 떨어지고 떨어지면 또 기어나오는 그런 행로라고나 할가.   종호는 살려고 그리 아득바득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려향을 비롯한 몇몇 여자들은 그를 기어이 구하려고 들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노크소리에 뒤이어 나영이 과일구럭을 들고 들어섰다.   려향이 나영을 반갑게 맞았다.   "언니, 바쁜데.또 찾아왔는가요?"   "아니,별말을, 리선생님은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오."   나영은 과일구럭을 침대머리에 놓고 산소호흡기를 단 종호의 부은 얼굴을 다정하게 들여다보았다.   "리사장님은 어떻소?"   "수혈을 한 후 많이 나았소."   "수고했소.아빠한테 숱한 피를 수혈하고 해쓱해졌구만.보신을 좀 하오."   나영은 호주머니에서 5만원권 열장을 꺼내 내밀었다.   려향은 지페를 도로 밀어주었다.   "아니,이건,받지 못하겠어요."   나영은 기어이 려향의 호주머니에 찔러넣어 주었다.   "꼭 받아 보신하오."   나영은 종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리사장님은 내 아플 때 공지에서 애나게 번 돈을 가져다 주었댔소.그 은공을 갚지 못해 속이 내려가지 않소."   나영은 보은하려는 생각일뿐이었다.   려향은 나영의 그 돈을 그저 고맙게만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영이 자꾸 아빠를 찾아오는 것조차 그리 반갑지 않았다.그것은    나영이 어머니한테서 아빠를 떼갈가 봐 퍽 근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나 아빠와 엄마를 함께 살게 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완고한 독신주의자인 그녀는 생각을 고쳐 하기 싫은 결혼을 다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려향은 아빠와 어머니 사이 감정상 곬이 아주 깊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아빠와 어머니는 서로 원망하고 욕하고.아니, 서로 원수나 된 것처럼 이를 쁙쁙 갈면서 증오하고 있지 않는가.   그 감정의 곬은 뛰어넘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협곡으로 돼버리었다. 이젠 되돌아 올 수 없는 협곡을 넘은 것 같았다. (에라, 그런 바 하고는 나영 언니 사랑의 힘을 빌어 아빠를 먼저 구하고 보자.)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려향과 주고 받는 나영의 목멘 목소리를 들어서인가.   종호의 혼이 뇌리에 서서히 들어가 바로 자리잡았다.   드디어 종호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빠!"   "리사장님!"   려향과 나영은 병실이 떠나가게 환성을 질렀다.   그녀들은 침대머리에 달려가 종호의 두 손을 잡고 종호를 정겹게 내려다보았다.   "아빠,끝내 깨났군요."   "리사장님,저를 알아 보겠나요?"   종호는 려향과 나영을 번갈아보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알아보았는가요? 리사장님."    나영은 종호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서 일어나세요.나영이 두 손 모아 빕니다."    나영의 보드랍고 따뜻한 손의 감각이 종호의 온 몸에 전해져 후덥게 만들었다. 이윽고 종호를 서서히 흥분되게까지 만들었다.   그때 젊은 간병원이 들어왔다.   그녀는 나영을 보고 반색했다.   “나영아, 여긴 어째 왔니?”   나영은 눈물 어린 눈을 그녀한테로 돌리었다.   “아니, 지영아.”   나영은 발딱 일어나 지영을 마주 나가 꽉 끌어안고 반기었다.   “참, 오랜만이구나.”   나영과 지영은 고중 동기 딱 친구이었다.   지영은 나영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 보며 문안했다.   “그래. 그간 잘 있었니?”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응. 여기서 만날줄은 진짜 몰랐어.”   지영은 나영이 낙태수술을 할 때 간병하는 여가에 병원에서 가만히 시술칼이며 소독약과 마취약을 가져자 주며 도왔던 것이다. 실로 일본으로부터 색마 정호를 따라 한국에 건너온 후 나영에게는 둘도 없는 딱친구었다.    전에 간호하던 간병원은 불시에 남편이 앓는 바람에 종호를 간호하지 못하게 되어 지영이 불시에 이날부터 대신 종호를 간호하게 됐던 것이다.       지영은 옆에서 호기심에 찬 눈길로 보는 려향을 인사시켰다.   "중학생 때 동기오."   려향은 나영과 지영을 번갈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네- 나영 언니하구 동기라니 시름놨어요."    지영은 외까풀눈으로 려향을 빤히 마주보며 말했다.    "저도 리선생님의 얘기를 이전에 나영이한테서도 많이 들었어요.신문사 사장이고. 정의적이고 마음씨 착한 분이라더군요.제가 잘 간호해드릴테니 근심말고 박사공부나 잘 하오."    려향한 감지덕지해 했다.   "고마워요.수고시키는데요.이담 제가 취직하면 꼭 은공을 갚아드릴게요."   지영은 사람좋게 웃으며 소탈하게 말했다.   "뭐 공짜로 간병하는 것도 아닌데요. 잘 해 드릴게요."   그때 류려평이 문을 활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쌍까풀눈이 꼿꼿해 나영과 지영을 번갈아 쏘아보며 두덜거렸다.   "썩어지기 전에 숱한 미녀들을 친한 덕을 톡톡히 보는구만. 아침부터 숱한 미녀들이 병문안도 오고. 흥!"    그 소리에 나영과 지영은 모두 억이 막혀 입을 하 벌리고 려평을 흘기어보다가 눈길을 서로 맞추었다.    종호는 여직껏 정겨운 눈으로 나영과 려향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아버리었다.   려향은 너무 기막혀 려평의 팔을 잡아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어머니, 조용하세요. 아빠, 정신을 차렸는데요. 엄마 욕하는 소릴 다 듣습니다."   그러나 려평은 계속 두덜거리었다.   "들으라고 말한 거야.어째? 아직도 썩어지지 않고 네까지 애먹인다니?"   려향은 려평의 팔을 활 뿌리치며 욕했다.   "엄마,말이 아니군요. 너무 해요.생사선에서 헤매는 아빠를 그렇게 욕하는가요?"   순간 종호는 이전에 어머니 간복수 와서 배 남산만 해 생사선에서 헤맬 때 일이 떠 올랐다.   한번은 종호가 출장 갔다가 돌아와 문꼬리를 잡았을 때었다.  집 안에서 어머니와 려평이 주고 받는 말소리가 들리었다.   "려평이 어쩌다가 엄마를 보러 다 왔어? 해 서산에서 뜨잖는가? "    그는 좋은 쪽으로 기대하면서 려평과 엄마가 주고 받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며느리, 내 죽을 땐 죽더라도 아프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겠소? 저 벽에 걸어놓은 약을 좀 먹게 내려다주오."   "어떤 땐 쥐며느리라고 욕하더니, 흥. 이럴 땐 며느린가? 썩어졌는가 보러 왔지. 약 주자고 왔는가 하는가?"   "어째 약을 내리워 먹지 못하게 벽에 걸어놓소?"   "더러운 약침재 노친, 콱 썩어질게지. 밤낮 약만 찾는가? 퉤!"   "뭐라구?"   종호는 문을 뚝 떼고 들어가 류려평의 멱살을 틀어쥐고 귀쌈을 쨩 갈겼다.    류려평은 울며불며 종호한테 달려들어 쥐어뜯고 허비며 야단쳤다.     어머니가 경각을 다툴 땐 어찌겠는가.    아직도 류려평의 욕하던  앙칼진 목소리 귀에 쟁쟁하다.   "에이구, 저 노친 꽤나 질기긴 질기다. 아직도 썩어지 않고 내까지 애를 먹이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엄동설한에 종호는 실오리 같은 숨이 붙어 있는 엄마, 간신히 생사선에서 헤매는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달아다니었다.    종호는 엄마를 업은 채 병원에 갔다가 주사와 마취약을 떼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는  어머니를 구들에 눕혀 놓은 후 류려평을 보고 비난사정했다.     "여보, 마지막으로 마취주사 한대만 놔주겠소?"   류려평은 개잡은 포수처럼 조개턱을 개턱처럼 쳐들고 코웃음까지 치며 빈정거리었다.    "흥! 어떤 땐 호랑이처럼 으르릉거리면서 귀쌈까지 치더니, 흥! 주사를 놔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어봐. 놔주는가. 퉤!"    류려평은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다 퍼붓고 나 몰라라고 여우처럼  피해 달아났던 것이다.    (저런 악처도 안해라고 어머니한테 마지막으로 마취주사를 놔달라 했더니, 쳇, 시어머니께 주사 한대도 안 놔주는 년,  어떻게 병원에서 간호원질을 다 했어? 의료일군으로서 최저한도 인도주의도 없는 년이야. 넌 인간도 아니야!)    사후에  이 일을 알게 된 려향이 엄마가 너무 했다고  욕하자 려평은 뭐라고 통통한 소리를 쳤는지 아는가?   "병원에 간호원이 쌔고 버렸는데 항상 욕하던 쥐 며느리를 불러 뭘 해?"     종호는 려평의 독기어린 퉁방울눈깔을 흐릿하게 보는 순간 백골 눈확으로 보이어 소름이 쫙 끼쳤다.   눈확이 푹 꺼져 들어간 백골, 독이 서린 이빨을 악문 백골, 독사 혀바닥처럼 날름거리는 혓바닥…   종호는 보기도  싫어 눈을 딱 감아버렸다.   순간, 그의 혼은 머리에서 쑥 빠져나가 또다시 천정에 날아올라가 매달리었다.   웬 일일가?   혼의 눈에 놀랍게도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글쎄 악처 려평의 뚱뚱한 배가 탕 터지었다. 뒤이어 빼꼽에서 숱한 얼럭덜럭한 독사들이 스르르 기어나왔다. 끊임없이 두덜거리는 주둥이에서도 숱한 독사가 기어나와 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류려평은 위생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하다가 국장질하는 애비 덕분에 은행으로 들어갔댔다. 그녀는 은행 행장 류다재한테 묵직한 돈뭉치를 제주고 나중에는 몸까지 바치고 인차 지행장으로 제발됐던 것이다.그런데 지행장 직권을 빌어 대부금을 내주고 얻어먹은 일로, 저금호의 돈을 가로챈 일로, 죄를 많이 지었다. 려평은 죄가 탄로날가 봐 딸 려향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국내에 있을 때 항상 부모한테 손을 내밀 수만 없어 여직껏 종호의 로임카드의 돈을 몽땅 꺼내 썼다. 그런데 종호가 퇴직하면서 로임카드를 찾아가지고 한국에 나온데다가 로임카드 비밀번호를 다 바꿔버리자 살기 막막했다. 그러나 결코 종호가 앓는다고 옆을 지켜주려고 하지 않았다.     혼이 머리 속에 되돌아와 앉자 종호는 려평의 바가지를 긁는 소리 듣기도 싫었다.   순간 종호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갑자기 그는 손을 들어 손삿대질했다.   려향이 보기에도 아빠는 엄마를 나가라고 손짓하는 걸로 보이었다.그러나 그녀는 무등 기뻐했다.   "아빠, 손 들었어!"   그러나 류려평은 한쪽에서 콧방귀를 뀌지 않겠는가.   나영은 려평을 쏘아보았다. (남편이 살아나는게 저렇게도 싫은가? 악처, 저런 독사처럼 악독한 악처, 세상에 저런 악처 또 있을까?)   순간 나영은 종호가 한없이 불쌍했다.   그녀는 뭐라고 려평을 쏴 주려고 하다가 지영이 눈치질하며 말리자 그만 두었다.   나영은 그 자리에 더 있기도 싫어 지영과 뭐라고 나직이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에서 훌 바람결처럼 나가버리었다.   려향과 지영이 복도에까지 쫓아나갔다.    나영은 복도 엘레베이터 쪽으로 총총 걸음을 쳤다.    "언니!"   려향은 엘레베이터에 따라 올라가며 나영의 손을 꽉 잡았다.   "언니,내 엄말 널리 양해하오."   나영은 격분해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아니, 엄마를 원망해 뭘 하겠소.리사장님이 불쌍하오."   그녀는 속으로는 악처를 만나 고생하는 종호가 불쌍해 울고 있었다.또 인터폴에 쫓겨다니는 초상집 암캐 처지가 스스로 가엾어 쓰디쓴 피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나영은 기실 려평의 눈길이 곱지 않을 것을 눈치채자 그 자리에 더  있기 싫었다.혹시 려평이 인터폴에 신고하는 날엔 큰 일이었다.    종호의 혼이 링겔병 쇠걸개에 매달려 있다가 류려평의 거동에 깜짝 놀랐다.    병실이 텅텅 비자 악처는 호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꺼내지 않겠는가.   류려평은 복도 동정에 귀를 도사리며 링겔 병 고무마개에 주사바늘을 쏙 꽂았다.아주 숙련된 솜씨로 주사기로 무슨 약을 링겔 병에 주입하지 않겠는가!   (뭔 짓거린가?!)    악처는 황급히 종호의 환자복 호주머니를 들췄다.   뒤이어 악처는 실망스레 도리머리질 하며 중얼거리었다.   (아니, 이 놈 새끼 로임카드를 어디에 뒀을까?)   침대머리 서랍을 열고 들췄다.   서랍에도 없었다.   허나 사나 은행직원이기에 류려평은 직권을 빌어 리혼도 하지 않은 남편, 종호의 퇴직 로임 카드의 돈을 얼마든지 꺼낼 수 있었다. 그러나한국에 도망쳐 알거지로 된 지금 처지에서 그녀는 수하 직원들과도 카드 돈을 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황차 종호는 로임카드의 비번마저 다 바꿔 놓았던 것이다.   용 빼는 수 없게 되자 류려평은 다른 수를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종호의 로임카드를 훔치어 원시적인 방법으로 비번을 열고 꺼내려고 했다.    카드마저 찾지 못한 려평은 이번엔 최후의 수를 썼다.   려평은 병실이 빈 틈을 타 아주 숙련된 솜씨로 자기 핸드폰을 꺼내 "람야(蓝牙)앱"을 꼭꼭 눌러 침대보 밑에 놓은 뒤  그 우에 종호의 핸드폰을 살짝 올려 놓았다.5분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종호 핸드폰의 모든 정보를 복제해냈다.   류려평은 침대보 밑에서 핸드폰을 스리슬쩍 꺼냈다. 복도 쪽에서 발자취 소리 들렸다. 려평은 부랴부랴 핸드폰을 핸드빽에 걷어넣었다.     종호의 혼은 여직껏 살펴보다가 너무나도 놀라 링겔병 쇠걸개에서 천정에 날아올라가 매달렸다.혼은 깜짝 놀라 아연실색할 지경이었다. 뒤이어 령리한 혼은  절레절레 도리머지질했다.   안해(남편)를 잘 만나는 것도 복 중 복인데 어쩜 종호는 저런 악처를 만났을까? 그것도 한족녀편네를, 진짜 악연이야...
1    장편소설 황혼(6) 미련 김장혁 댓글:  조회:522  추천:0  2024-07-11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6. 미련     지칠대로 지친 혼은 종호의 머리에 되돌아와 대뇌에 스리슬쩍 들어가 앉았다.퐁퐁 솟는 샘물로 홧홧 달아오른 목을 마음껏 축이고 싶었다.   갑자기 독사가 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모래불에서 기어나와 마라토너의 종아리를 딱 깨문다.   전갈도 점프하면서 집게발로 발목을 집어 문다.   “악!”   마라토너는 모래불 위에 털썩 쓰러진다.   그는 손으로 발목의 전갈을 쳐댄다. 입으로 얼룩독사를 물어뜯는다. 그러나 독사와 전갈은 마라토너 발목을 놓칠 않고 악착스레 물어뜯는다 …   “사람 살려라!”   종호가 비명을 질러댔다.   “아빠, 깨나세요.”   려향은 종호의 머리를 받쳐안고 쓰다듬어주었다.   옆에서 류려평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정신 차리면 알려라.”   그녀는 춘희 박사한테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살아날 가망이 있는가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신 차릴 거 같아요. 손목의 정맥을 끊었을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빈혈이 심해요. 또 수혈해야겠어요.”   려향이 팔을 걷으며 나섰다.   “제 피를 수혈해요.”   “이미 숱한 피를 수혈했는데 괜찮겠소? 혈고에서 혈장을 가져다 수혈해도 되오.”   려향은 옆의 침대에 누우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저의 피를 수혈하세요. 다른 사람의 피보다 딸의 피를 수혈하는게 젤 좋을 거 같아요. 후유증도 없고…”   춘희 박사는 려향의 효성에 자못 감동됐다.   “심청보다 못잖은 효녀군요.”   그러나 류려평은 종호를 돌아다보며 눈을 흘기었다.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헌 독이 성한 독을 쳐 마스고 말 작정이구나. 그 잘난 애비를 구하다가 하나 밖에 없는 딸마저 잡아 먹겠다.)   그녀는 딸의 팔 혈관에서 흘러나온 빨간 피가 비닐호스로 해 종호의 손목 혈관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퉁사발눈을 슴벅이며 마음 아프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딸의 옆에 다가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저 양반, 도대체 어떻게 자살하자고 한 거냐?”   려향은 회상하기도 싫은 참사를 어머니한테는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학원에서 셋집에 돌아오니 안으로 문이 걸리어 있지 않겠어요.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아빠를 불러도 문을 열지 않잖겠어요. 그래서 주인집 어른한테 알렸지요. 주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야 셋집에 들어가보았지요…”     그때 려향은 셋집 구들에 쓰러진 아버지, 아버지 손 목에서 구들바닥에 줄줄 흐르는 시뻘건 피를 보고 기절할 번 했다.   려향은 아버지를 끌어안고 엉엉 대성통곡쳤다.   “아빠! 왜 이래요? 바보처럼 왜 이레요? 네?!”   집 주인은 꿇어 앉아 손을 종호의 코 앞에 대보고 고함쳤다.   “아직 살아 있어. 이럴 새 없어! 빨리 구급차를 불러야 해.”   집 주인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려향은 긴 치마자락을 쭉 찢어 아빠 손목을 꽉 동이었다. 좀 지혈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요란한 경적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달려왔다. 구급대원들이 침대를 들고 콧구멍만한 셋집에 달려 들어왔다…     춘희 박사가 나가고 병실에는 간호원이 남았다.   려향은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머금고 애원했다.   “어머니,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치뜨며 딸을 내려다 보았다.   “뭔데?”   려향은 간호원이 자리를 잠시 비우자 마음 속에 오래동안 품었던 말을 꺼냈다.   “아빠하고 함께 삽시다.”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대번에 희번뜩거리었다.   “되지도 않을 소릴!”   “왜?”   류려평은 외씨처럼 수척해진 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똑똑히 말했다.   “네 아빠는 가정 살림살이를 할 사람이 아니야. 누가 저 나그네와 살면 누가 곤경을 당해.”   려향은 어머니 손을 꼭 잡았다.   “딸의 전도를 봐서라도 함께 살면 안 돼요? 아빠는 사회에선 둘도 없는 사업가이죠. 당당한 신문사 부사장이 아닌가요? 우리 민족을 위해 많은 일 해 존경받는 분이죠.”   “지금 그런 책 내는 거 누가 환영하기나 하겠구나. 건데 네 애빈 책 내느라고 하나 밖에 없는 아파트마저 다 팔아먹은 바보야. 지금 누가 책을 봐? 온라인시대에 참. 더 말하기도 싫어.”   “아빠는 효자지요, 살림을 잘 못하면 차차 내 아빠를 고치게 말씀드릴게요. 우리 세 식구 함께 살자요.”   류려평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관둬. 다신 말도 말아. 우린 쌍방이 자원해서 졸혼한 거야. 각기 자기 삶을 살아왔어. 효녀라면 부모들의 생활질서를 파괴하지 말아야 해. 알만해? 우리 일에 작작 끼어들어라. 좀.”   말을 마치자 류려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리었다.   “어머니! 어머니!”   문께서는 봄날에 차디찬 바람이 휙 불어들어올뿐 려평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려향은 아빠가 불쌍해 엉엉 울었다.   그때 종호는 꿈인지 생신지 금방 모녀 지간에 주고 받는 말을 다 들었다.    뒤이어 그는 넉두리인지. 잠꼬대인지 중얼거리었다.    “귀여운 딸아, 내 유언 들어 봐. 아빠도 저런 불효녀와 함께 살려는 생각 하나도 없어. 어쩐지? 려평을 보면 허연 백골로 보인다. 허연 해골, 쑥 꺼져 들어간 눈확, 악문 이빨... 무섭다. 여악마의 그 몰골.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려평과 복혼은 절대 없다. 나는 려평과 졸혼하고 얼마나 날듯이 기뻤는지 몰라. 너도 알지만 난 졸혼하고서야 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했잖아. 그런데 딸이 마음이 아파할가 봐 복혼하라고? 힘들구나. 제발 날 놔 달라. 절대 동정하지 말라. 이젠 나를 가고 싶은데로 가게 놔둬라.” 아빠의 절절한 유언 같았다.   그러나 려향은 대노해 부르짖었다.   “아빠, 난 절대 부모가 갈라서 사는 걸 놔둘 수 없어요. 조강지처를 버리다니오. 으흐흑, 흑흑흑.”   아, 가엽구나, 엄마, 아빠를 억지로라도 함께 살게 하려는 딸의 눈물 겨운 효심.   허황하구나, 바람 따라 허깨비처럼 날려가는 아빠 혼의 끝자락을 잡고 놓치려고 하지 않는 미련의 한숨소리.   아빠 얼굴에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가슴을 어이는 슬픔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아니, 효녀의 효심이 방울방울 피눈물로 맺혀 떨어지며 대성통곡친다.    그 대성통곡 소리는 아빠 엄마를 한 구들에 모시고 살려는 려향의 미련의 한탄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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