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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제1권(13) 의심병 김장혁
2024년 07월 13일 11시 09분  조회:52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13.의심병
 


    아침 햇살은 이슬을 꿰어 옥구슬을 만들어 종호의 병실에 선물하고 있다. 악랄한 입방아질에 병원 앞 수림에서 지저귀던 새들도 놀라 도망친다.
  종호는 류려평한테 억울한 무함을 당한 채 죽어 버리면 려향은 엄마 말만 곧이듣고 자기를 나쁜 놈으로 볼 것 같았다.
  (류려평의 허위날조를 곧이들으면 세상 사람들이 날 뭐라고 해? 절대 죽어선 안돼. 그저 무함당하고 말겠는가.)
  종호는 억울함에 반발심에 나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해 모지름을 썼다. 그러나 아직 건강이 채 회복되지 않아 일어나기는 힘들었다.
  그가 윽, 윽 힘 쓰는 걸 본 려향과 지영이 병상에 황급히 다가왔다.
  려향은 아버지 입에서 산소호흡기를 떼고 물었다.
  “아빠, 일어나겠는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려향과 지영은 천천히 종호 잔등과 손을 잡아 일으켜 앉혔다. 지영은 베개를 종호의 잔등과 침대 머리 사이에 받쳐주었다.
  종호는 상을 찡그리더니 려향의 귀가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내 실수한 거 같아.”
  려향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지었다.
  “네? 알았어요.”
   사실 종호가 날마다 식사는 못하고 링겔에 의해 살아갈 때는 대소변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영과 려향이 사 온 바나나랑 밥이랑 좀 먹기 시작하면서 대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려향은 지영과 함께 종호를 되돌려 눕히었다.
  지영이 물었다.
  “왜 되눕히오?”
  려향은 지영과 제대로 말하기도 무엇했다. 그러나 처음 아버지 바지를 벗기고 대변을 받아내자니 아무리 부녀간이라도 좀 불편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하며 서성거리었다.
  “혹시 아빠 대변보지 않았소?”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내 할게. 근심마오.”
  “딸이 해야지. 어떻게 언니를 시키겠소?”
  지영은 침대 밑에서 고무장갑이랑 대소변 요강을 꺼내며 말했다.
  “돈 받고 간병하는데 내 하는게 옳소.”
  지영은 려향을 뒤로 물러서게 침대 카텐을 쭉 당겨 치었다. 종호는 부끄러운대로 눈을 스르르 감고 모든 걸 내맡기고 모르는 척 했다.
    종호는 재차 정신을 잃은 척하면서 눈을 지긋이 감아버리었다.
   지영은 마스크를 끼고 엷은 고무장갑까지 손에 끼더니 종호를 모로 돌려 눕히어 놓고  환자복 바지를 벗기었다. 뒤이어 팬티도 아래로 천천히 내리었다.
   순간, 구린내가 코를 찌르며 물씬 풍기어왔다.
   지영은 외씨얼굴을 단통 돌리면서 상을 찡그리었다.
   (아, 저게 뭐야?)
  누런 똥이 팬티는 물론 엉덩이와 거기에도 누렇게 묻어 있지 않겠는가.
  지영은 더러워 오만상을 찡그리었다.
   (내 무슨 이런 개고생이냐? 아빠 알아 입원했을 때도 똥을 쳐본 적도 없어. 그땐 더러워 간병원을 고용해 대소변을 받아내게 했는데.)
   지영은 상을 찡그리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글짓기 받는 애들이 줄어들지 않았어도 똥을 쳐내는 간병을 하진 않았을 건데. 참, 학원도 망했지. 할 수 없지.)
  카텐 밖에서 려향은 그런 것까진 보지 못했기에 괜찮았다. 보지 않으면 약이라는 걸까.
  지영은 더러운 건 둘째고 싯누런 똥이 묻은 종호의 두 다리 새 그걸  보기도 계면쩍었다. 그걸 쳐들고 중태에 묻은 싯누런 똥을 닦아버려야 했다. 그러나 차마 손이 거기에 가기 부끄러웠다.
   순간, 지영은 종호 간병을 소개해준 나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간나새끼, 돈 벌겠으면 제나 똥 쳐 낼게지. 날 이런 더러운 엉치치개에 붙혀 놔?”
  처음에 지영이 뒤에서 이렇게 말하자 나영은 도리머질을 했다.
  “난 안돼.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잖아? 고정된 간병 일을 못해. 나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허보스 능욕도 받지 않고. 난 냉면점에서 임시 일하다가 언제든지 도망가야 해. 네 좀 수고해라. 공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13만원씩 주잖아?”
   지영은 이제껏 간병을 해도 남자환자 거기에 묻은 똥은 닦은 적이 없었다. 대부분 여성환자나 생활을 자립하는 남성환자를 간병해 왔던 것이다.
   이번엔 딱 맞띠웠으니 별수 없었다.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휴지를 쥐어 엉덩이에 묻은 누런 똥부터 닦아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그걸 쳐들고 거기에 묻은 싯누런 똥도 휴지로 닦아냈다. 뒤이어 수건을 대야의 물에 씻어가지고 엉덩이와 거기를 싹싹  닦아주었다.
   이게 뭐야?
   지영은 거시기를 쳐들고 중태에 묻은 싯누런 걸 젖은 수건으로 닦아내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고환이 하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글쎄 중태에 섬찍한 수술자리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 놀라운 정경이 벌어지었다.
   거기를 닦아주니 그게 꿋꿋이 쳐들지 않겠는가.
   (이분이 이젠 살아났구나. 그게 한 알 밖에 없는데도 이렇게? 남자들이 이게 죽으면 얼마 못 가 죽는다던데.)
  구급환자인 종호에게는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계명쩍은대로 대소변을 말끔히 닦아냈다.
   계면쩍기는 종호도 마찬가지었다. 그놈이 글쎄 체면도 없이 지영의 손길이 몇번 닿자 머리를 쳐들다니? 별 수 없지. 미녀를 보니 그 놈도 머리를 쳐들고 보고 싶어하는 거. 어쩌겠는가?
   (잠재한 본능은 로실한 거야. 어쩔 수 없지.)
   “미안하오.”
  종호는 몇번이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영이 불편해 할가 봐 눈을 지긋이 감고 모르는 척했다.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꼴깍 삼켜버리었다.
  지영은 진짜 부모의 대소변도 받아낸 적이 없었다.
  지영은 혼자는 힘들어 려향과 함께 가텐 안에서 낑낑거리면서 종호의 엉덩이를 들고 팬티와 환자복마저 바꿔 입혔다.
  똑, 똑똑.
  처음 노크는 짧게 한번, 좀 쉬어 련속 두번 노크하는 소리를 들어보아 또 나영이 온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가. 나영이 또 망과랑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대야랑 들고 나가는 지영과 딱 마주치며 인사했다.
  “수고 많구나.”
  “수고뿐이야.”
  지영은 단마디로 대충 대답하고는 병실 문 밖으로 나가버리었다.
  한편 나영은 종호의 간호를 직접 하고 싶어도 경찰에 쫓기는 신세라 할 수 없어 지영이를 병간호하게 소개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내 마음에 내려가지 않아 자꾸 찾아왔다. 
   나영은 려향과 물었다.
   “아빠, 괜찮소?”
   “네. 아침에 일어나 앉기까지 했댔어요.”
   려향은 나영과 함께 아빠 침대에 다가가 카텐을 훌 열었다.
   “아빠, 나영 언니 또 왔어요.”
   종호는 눈을 천천히 뜨더니 일어나 앉으려고 애썼다. 려향과 나영은 양쪽에서 종호의 잔등을 받치며 일으켜 앉혀 놓았다.
   “리사장님, 건강 회복되니 기뻐요.”
  종호는 나영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애를 데리고 바쁜데 자꾸 오지 마오.”
  나영은 종호의 손을 잡아 매만지었다.
  “애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어요. 근심 말아요. 음식점엔 아직 손님도 오지 않는데요.”
  종호도 나영의 손을 잡고 근심했다.
  “그래도 허보스 눈치 보이잖소?”
  나영은 수척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었다.
  “리사장님은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마땅히 찾아봐야죠.”
  려향은 아빠한테 너무 친절한 나영을 보고 부쩍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아빠와 나영의 환한 표정을 보고 또다시 의심이 머리를 쳐들었다.
   (저 강렬한 눈빛을 봐. 아빠는 딸 같다면서 그런 사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따지만. 저 눈빛 이상야릇하잖아? 혹시 의지가지 없는 나영이 아빠를 짝사랑하고 있는 건가?)
   려향은 아빠와 나영한테 툭 까놓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또 앓다가 갓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아빠를 피곤하게 구는 것 같아 망설이었다.
   려향의 속내는 모르고 나영은 려향이 있는 걸 잊은듯이 주저없이 별 말을 다 했다.
   “리사장님이나 저나 다 죽다 살아난 사람 아닌가요? 이젠 이전의 리사장님이나 나영은 다 죽었어요. 이젠 우리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새 삶을 살자요. 제가 리사장님이 톺아오르는  미끄러운 절벽길에 푸른 이끼가 돼 미끄러지는 발을 받쳐 주고 싶어요. ”
   려향은 웬간히 놀라지 않았다.
  (문학석사생답구나. 뭐? “절벽길의 푸른 이끼로 돼 미끄러지는 발을 받쳐 줘?’ 아주 문학적인 철리를 쏟아 내지 않는가?)
  나영은 종호한테 어떻게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느라고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려향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저 말은 무슨 뜻인가? 아빠하고 살겠다는 말 아닌가?)
  려향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아빠와 나영을 삼조대면을 시키자고 들었다.
  “나영 언니, 한가지 물어볼게 있소.”
  나영과 종호는 려향한테 얼굴을 돌리었다.
  “뭔데?”
  려향은 핸드폰을 꺼내 식지로 훑어대더니 나영의 앞에 내들었다.
   “이건 뭔가요?'
   나영이 보니 이런 문자대화 사진이 아니겠는가.
 
   호: 영이, 참 오랜만이오. 반갑소.
   영: 그래요. 저도 기뻐요. 그대와의 위챗 대화 ㅋㅋ
   호: 엊그제 끌끌한 청춘이었는데.
   영: 세월이 넘 빨리 흘러갔네요. - 걷잡을 수 없는 세월 얄미워요.
   : -그 정열에 불타던 청춘의 추억이여.
   : 이런 말 자꾸 하면 난 어쩌는가요? 눈물만 자꾸 흐르는데요.
   : 그저 혼자 조용히 보고 싹 다 지워 버리오.
   : ㅋㅋ
   호: 우리 둘의 정열을 불살라 남긴 사랑의 흔적은 당직실 깜깜한 구들에서부터 시작해 한강 뚝에, 모래톱에, 철길 옆 채마전에, 북한강 영월  버들방천에, 설악산 단풍나무숲 속에…
그 불탄 사랑의 흔적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있구나.
, 뼈 속에, 골수에 박힌 옛 추억이어, 해란강 사랑의 로맨스야-
 
   나영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의심에 찬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으로 나영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이렇게 묻는 거 같았다.
   “이건 어떻게 된 거요?”
  려향은 바투 들이댔다.
  “이건 언니 아빠하고 한 대화 아니오?”
  “아니야!”
  나영은 단마디로 부정해버리었다.
  려향은 의심이 불찌처럼 툭툭 떨어지는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나영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따지고 들었다.
  “이걸 보오. 분명 종호란 '호'자와 나영이란 '영' 자가 박혀 있잖소? '영' 자 박힌 여자 사진 언니 아니고 뭐요? 그래도 떼를 쓸테오?”
  나영은 머리를 푹 숙이고 한참 궁리하며 착잡한 생각에 빠지었다. 그녀는 자기 사생활을 려향 앞에서 터놓을 수는 없었다.
   “오늘 삼조대면 했을 때 솔직히 말하오. 언니하구 아빠 주고 받은 대화 맞지? 도대체 아빠하고 뭔 지껄이를 했댔소? 우리 아빠, 엄마 사이에 끼어들어 울 아빠하고 살 작정인가?”
   나영은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아빠를 억울하게 굴지 마오.”
   “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솔직히 말하오.”
   그녀는 려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건 내 문자대화 맞소. 그러나 아빠와는 무관하오? 이걸 보고 사진도 아빠 사진이 아니잖소?”
  려향은 그 대화 쌍방의 닉넴과 사진을 찬찬히 보았다. 확실히 아빠 모멘트의 사진과 다른 사진, 낯모를 남자 사진이었다.
  려향은 그래도 반신반의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 '호'는 아빠 아니라고? 아직도 변명할 테오?”
  려향은 핸드폰을 아빠 눈 앞에도 내들어 보이었다.
  “려향이, 그 문자대화 사진 내게 보내주오.”
  이윽고 나영의 핸드폰에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 울리었다.
  나영은 자기 핸드폰을 꺼내 식지로 그으면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걸 보오. 여기 '호', 그 사람 사진을 찬찬히 보오. 아빠 아니잖소?”
  려향이 보니 중절모를 쓴 호의 위챗 사진은 진짜 아빠가 아니었다.
  “그럼 '호'란 이 사람 누구요?”
  나영은 종호를 구하기 위해선 큰 결심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녀는 종호를 말끄러미 마주 보다가 고통스런 눈길을 려향한테 돌리더니 천천히 무거운 입을 떼었다.
   “건 나하구 정호가 주고 받은 대화야.”
  “정호라니오?”
  려향은 어리둥절해 나영과 아빠를 번갈아보았다.
  종호는 려향을 보고 머리를 끄덕이었다.
  “맞아, 정호는 내 고중 때 동기생이야. 이전에 내한테 그런 문자 대화를 보내 자랑질 한 적이 있어.”
  정호는 썩 전에 자기한테 이런 젊은 애인이 있다고 나영과의 대화 사진을 위챗으로 보내 왔던 것이다.
  “그럼 언니 그분과...”
  려향은 더 말치 못했다.
  나영은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정호, 그 놈은 내 청춘과 가정, 전도를 망쳐 먹은 색마야. 그 놈 말 더 꺼내지 마오.”
  나영은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빠를 자꾸 의심하지 말아. 아빠를 더는 괴롭히지 말라. 려향의 아빠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아빠는 내 털끝 하나 다친 적도 없어.”
  종호도 말했다.
  “그 문자는 정호가 내게 보낸 대화 사진이야. 나하고 글 쓰는 걸  토른하자면서 보낸 건데. 정호는 나 보고 자꾸 투쟁사요, 뭐요 쓰지 말고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는 남녀 사랑이나 련애를 쓰라면서 그런 문자대화를 보냈댔어.”
   그제야 려향은 두 눈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함박만큼 쫙 벌리었다.
   “그걸 엄마 촬영했어?”
  종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아마 내 잠든 틈에 내 핸드폰을 훑어 보고 그 대화를 촬영했겠지.”
   려향은 엄마가 아빠 핸드폰 위에 자기 핸드폰을 얹어놓고 람야앱으로 아빠 핸드폰 모든 정보를 복제해낸 걸 알고 있는 터라 아빠 그 말을 믿었다.
  그는 려향의 손을 잡고 간곡히 당부했다.
  “이젠 나영을 의심말아. 난 그저 나영을 딸처럼 생각할 뿐이야. 딸 같은 나영이 음식점 허보스한테 능욕당할가 봐 세집에 데려 왔을 뿐이야. 너도 생각해 봐. 엄동설한에 트렁크를 끌고 허망 나앉은 나영을 어떻게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 네라면 불쌍하지 않겠느냐? 동정하지 않겠느냐?”
   그 진심에 찬 말을 들으며 나영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리사장님은 내 구명은인이야. 나는 구명은인을 잊지 못해 자주 찾아 오는게오. 아빠는 청백한 분이오. 절대 오해하지 마오. ”
   려향은 종호와 나영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외까풀눈에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빛이 어둡게 깔리어 있었다.
  그녀의 귀전에는 엄마가 하던 말이 아프게 울리었다.
   “네 아빤 신문사 사장실에서 나영을 재끼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나영의 치마를 들고 뒤로 했어...”
   려향은 모든 걸 깨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 앞에서 나영을 더  까밝힐 수도 없었다.
   려향은 아빠 옆에서 우쭐 일어나 문께로 나가면서 핸드폰을 들어 나영한테 문자를 보냈다.
 
    언니, 미안하지만요. 누가 제보하던데요. 아빠가 신문사 사무실에서 나영 언니를 재꼈다던데요.
사실인가요?
 
    그 문자메시지를 보자 나영은 인차 우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뒤이어 려향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꾸 이러면 더 할 말이 없소. 아빠와 나를 절대 의심하지 마오. 절대 그런 일 없소. 이건 무함이오. 려향이라면 제 아빠 같은 늙은이와 살겠소? 되지도 않는 말을 하지도 마오.
 
   그러나 려향은 말을 꺼낸 바 하고는 끝장 내고 싶었다.
   그녀는 아빠한테 따지고 들었다.
   “엄마 그러던데요. 아빠 사장 사무실에서 나영을 재기었다던데요. 그런 일 있는가요?”
   려향은 금방 나영과 주고 받은 메시지까지 보이었다.
   “또 엄마 말한게지.”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종호는 정색해서 말했다.
   “너만 알고 있어라. 이건 정호가 국장 사무실에서 한 여자를 재낀 사실을 가지고 나를 무함하는 거야.”
   “네?”
   려향은 외까풀눈이 화등잔이 다 돼버리었다.
   “그 사실을 네 에미한테 말한 적 있는데 지금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려향은 아직도 모든 걸 반신반의하는 눈길을 풀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을뿐이었다.
   병실에는 의심과 믿음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며 울리었다.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세상 풍운조화는 모두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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