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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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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편소설 황혼 제1권(18) 참회의 눈물 김장혁 댓글:  조회:558  추천:0  2024-07-14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8. 참회의 눈물       류려평은 감방에 돌아오자 김빠진 공처럼 맥없이 쓰러지었다.     철창 속에 처량한 달빛이 쓸쓸히 들이비추며 여죄수들의 초조한 얼굴에 이리저리 어지러운 그림을 그린다.     류려평은 스르르 일어나 싸늘한 철창을 부여잡고 처량한 눈썹달을 쳐다보면서 참회의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눈 앞에는 낮에 본 려향의 표독스런 눈길이 얼른거리었다.    귀전에서는 려향의 비수 같은 질책소리 울리었다.    “엄만 한고조를 보기도 부끄럽지 않아? 엄마는 류행장과 무슨 짓 했어? 한고조 후대들은 한 종친끼리도 꺼리낌없이 간통을 하는가?!”      류려평은 다시금 시퍼런 비수와 같은 그 질책소리에 마음이  면바로 찔리어 피가 꺼꾸로 흐르는 상 싶었다.   (다 그 놈 책벌레 때문이야. 바보! 책벌레! 그 촌방이 날 경제적으로 만족시켜 줘도 내가 왜 류행장과 그랬겠는가!)    그녀는 철창 속에 갇히자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다. 자기 기구한 팔자가 원망스럽고 가난뱅이 선비한테 시집간 것이 후회되였다.    그녀는 추억의 헌 돛배를 노저어 미친 연정의 늪으로 헤어갔다. 쓰라린 추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이런 저런 추억의 마디마다에 기구한 팔자와 운명이 대성통곡친다.…    류려평은 국장 집 귀공주로 자라서 어려서부터 공부에는 배돌이고 놀음에는 악돌이었다. 그리하여 대학은 고사하고 위생학교도 국장애비가 여기저기 다리를 놓아 겨우 입학했던 것이다.    류국장은 실습기자로 취재하러 온 대학생 종호를 보자마자 사위로 삼기 싶은 욕심이 났다. 그는 류려평한테 종호를 소개하면서 하늘 높이 춰 올렸다.    “이목구비도 범상치 않지. 잘 부축해주면 장차 큰 일을 할 인재야.”    그러나 류려평은 눈을 곱게 흘기었다.    “꼬리빵즈 촌방이 싫어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릴 작작 해라. 촌방이면 시내에 졸업배치하면 되지. 대학생 신랑감 좀 좋아서. ”    대학 문에도 가보지 못한 종호가 대학생이라기에 좀 마음이 끌리었다.    “헤이, 참, 그때 대학생 빠지에 눈이 멀었댔지. 그런 바보한테 시집보낸 아빠도 미워!”    류려평은 아빠마저 원망스러웠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쓰라린 추억의 꼬리에는 또 욕정에 미친 색마의 몰골이 더럽게 묻어나온다   또 한국에 도망치면 대사필이라던 류다재 행장도 원망스러웠다.    (혹시 류행장은 자기 꼬리를 밟힐가 봐 날 생각하는 척 하면서 한국에 빼돌린게 아닐가? 류다재? 당신 진짜 날 속였어?)    류려평은 류행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리에 돌아와 쓸쓸히 감방 안을 비추는 달빛을 보노라니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의 눈 앞에는 저도 몰래 희죽이 웃는 류다재 행장의 길죽한 말상과 뻐드렁이빨이 얼른거리었다.    (류다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혹시 이 지경에 빠지진 않았을 수도 있지.)    류려평은 위생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했다. 간호원의 로임으로 살기는 처녀일 때 본가집 부모 돈을 얻어 쓸 때보다도 손끝이 빳빳했다. 비록 본가집 부모가 계속 돈을 대주었지만 출가집 외인이 계속 년세 들어가는 부모 손만 들여다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독이 떵떵 어는 고통스러운 셋집살이는 그녀로 하여금 자기를 경제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종호를 원망하며 바가지를 빡빡 긁어댔다.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절로 돈을 많이 벌어 세집살이를 하지 않고 남들처럼 잘 살고  싶었다. 그는 아빠를 보고도 세집살이를 못하겠다면서 집을 사게 돈을 대달라고 징징거리었다.    당시 관광국 국장인 류려평의 아버지는 시위 서기인, 류다재의  아버지와 종친이기에 형제처럼 보내는 사이었다. 류려평의 아버지는 류서기를 통해 류려평을 류다재네 은행에 전근시켰다.    행장 류다재는 애비 덕에 40대 초반에 벌써 시당위 조직부 부부장을 거쳐 일개 행장으로 헬기를 타고 직상승했다.    “이름도 웃긴다. ㅎㅎ.”    류려평은 처음 류다재 이름을 들었을 때 체면도 잃고 코를 싸쥐고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류다재 앞에서 키득거리었다.    류다재 아버지는 원래 아들놈이 장차 “재간이 많으라.”는 뜻으로 맏아들의 이름을 “다재(多才)”로 지었다. 그런데 탐욕스러운 류다재는 장차 “재물이 많아지라”고 자기 이름을 “다재(多财)”로 고쳐버리었다.    “얼마나 웃기는 탐관인가. ㅋㅋ.”   류려평은 감방에서 류다재 말상을 피뜩 떠올리면서 피씩 웃었다.   류려평에게 처음에는 낯이 길죽한 류다재가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항상 새파란 여자들의 몸을 힐끔거리는 뱁새눈이  곱지 않았다.   그런데 류다재는 쩍하면 류려평을 자기 사무실에 불러다가 항상 “여동생, 여동생” 하며 치근거리었다.    려평은 으리으리한 행장실을 처음 들어와 보고 다리가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 돼 몸둘바를 몰라했다.     “려평이, 앉소.”    류다재는 류려평을 쏘파에 앉혀놓고 뱁새눈을 가슴츠레 뜨고 눈뿌리 빠지게 뜯어보며 씨벌이었다.     “우리 두 집은 세교지간이오. 다 한고조 류방 대황제 후손이오. 려평이, 난 려평을 여동생으로 여기오. 무슨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하고 말하오.”    려평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두 손을 맞잡고 앉아 감지덕지해 했다.    “고맙습니다. 저는 행장과 같은 오빠 있어 행복합니다.”   류다재는 자리에서 우쭐 일어나 류려평의 손을 내밀었다.    “여동생, 우리 오누이처럼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기오.”   류려평은 저도 몰래 류다재 가래짝 같은 손을 꼭 잡았다.    “예. 그럽시다.”    류다재는 류려평의 손을 으스러지게 쥐었다가 놔주었다.    그는 차탁 앞으로 스적스적 걸어가더니 손수 커피를 타서 려평한테 내밀었다.    “우리 은행에 들어왔다고 그저 돈이 마구 생기는 건 아니오.”    류다재는 처음에는 은행장처럼 점잔을 빼면서 엄숙하게 말했다.    “은행은 저금이란 사업실적을 첫째로 보오. 머리를 써야 돈도 벌고 승진도 할 수 있소.”    류려평은 쌍까풀눈으로 류다재를 쳐다보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 오빠, 노력해보지오.”    류려평은 승벽심이 강한 여자였다. 그녀는 저금소에서 누구보다 앞서 류다재 은행장한테 본때를 보이고 싶었다.     그녀는 본가집 아버지가 아파트를 사라고 준 돈까지 종호 몰래 몽땅 자기가 일하는 저금소에 가져다가 정기저금을 했다. 또 본가집    부모와 친척들을 동원해 자기 저금소에 저금하게 했다.    하여 류려평의 저금액이 단통 저금소 내 최고로 껑충 뛰어 올라갔다.    때가 됐다고 여긴 류다재는 행장의 직권을 빌어 류려평을 그 저금소 주임으로 임명했다.    류려평은 여기까지 생각하자한때 자기 노력으로 빛났던 과거인생에 잠시나마 긍지감으로 가슴이 설레이었다. 뒤이어 철창 속 감방을 둘러보면서 참회의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2    장편소설 황혼 제1권(17) 면회 김장혁 댓글:  조회:703  추천:0  2024-07-14
       장편소설 황혼 제1권 김장혁       17.면회           삼복염천에 철창 속은 찜통처럼 무더워 숨이 헉헉 막힐 지경이었다.그래도 감방 복도에는 인도주의의 에어콘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삼복염천의 무더위를 몰아내기는 판 부족이었다.  (세상에 이런 생지옥이 어디 있는가? 중국에서 한다하는 지행장이 이게 뭐야? )    류려평은 철창을 부여잡고 복도를 내다보며 이전에 지행장으로 있을 때 으리으리한 지행장 사무실에서 호광스럽게 살던 일을 회상하면서 끊임없이 두덜거리었다.     그녀는 삼복철도 아닌데도  항상 에어콘을 켜놓은 지행장 사무실이 덥다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지도 않았다.그녀는  아침에 수하 직원들한테 낯이나 보이고는 승용차를 몰고 사우나 실에 달려 갔다. 그녀는 류덕재라는 은행장과 함께 목욕을 하고 마사지방에 들어가 끌날 같은 총각들한테서 마사지나 받았다. 또 어떤 때에는 마작이나 꽝꽝 놀거나 은밀한 곳에 가서 류덕재 은행장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음양조화 보건양생”을 했던 것이다.    "아이마야, 이게 뭐야? 향락을 맘껏 누리시던 은행 지행장님께서 이런 생지옥에 갇겨 개고생 다하다니?"     아무리 하늘 땅을 원망해도 법망에 걸린 이상 용빼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류덕재 은행장의 귀띔을 받고 려향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빠져 나왔다.     류려평이 사우나실에 들어앉아 우유빛 몸을 씻는데 류덕재한테서 짝통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당장 한국으로 나가라.”    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한국엔 왜?”    류려평은 불길한 징조를 느끼고 사우나실에서 나와 샤와복을 걸치고 한쪽 구석으로 갔다.    “전화 받기 괜찮지?”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복도 사위를 둘러보았다.    “네. 어서 말해요.”    “꼬리를 밟히기 전에 빨리 나가라. 지금 검찰원에서 널 수사하고 있어.”    “뭐라고?”    “전화로 말하기 불편해.”    “알겠소.”   려평은 급히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고 여사우나실에서 나왔다.   보마찌프에 올라 려평은 다시 류덕재한테 핸드폰을 쳤다.   “하필이면 왜 한국에 달아나겠소? 유럽이나 미국에 달아나지.”    “유럽이나 미국 비자 받을 새 없어. 유럽이나 미국에 간다고 경제범을 보호해줄 거 같아? 잔말 말고 한국에 나가라. 한국 비자는 이미 내 받아놨어.”    류덕재 처사능력에 탄복됐다.    “한국에 가면 딸의 엄호도 받을 수 있잖아. 한국은 너 같은 사람들이 숨어 살기 딱 좋은 곳이야. ㅎㅎㅎ.”    “오빠는?”    “잔말 말고 빨리 움직여라.”    그런데 부근 저금소에 가서 카드를 넣어보니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차봉되지 않았겠는가.    그제야 려평은 사태 엄중성을 직감했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현금을 집에 많이 찾아뒀겠는 걸.)    려평은 평소에 돈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었다. 류덕재 은행장과 함께 다니면 자기 돈을 쓸 필요없었다. 다 류덕재가 알아서 했기에 말이다.     “오빠, 카드 차단됐구만요. 한국에 가면 알거진데 어떻게 살아?”     “내 대줄게. 근심말고 가라.”    류려평은 쇠살창을 틀어쥐고 코웃음쳤다.    제딴에는 탐오회뢰한 일이 발각되기 전에고 여겼다.   (검찰원 수사일군들의 손아귀를 벗어났어. 이젠 살았어.)     그러나 한국에 도망쳐 나온 후 류덕재는 돈을 대주기는커녕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개자식, 네 놈이 배신하면 편안히 살 거 같애? 이 암범을 보기로 뭘로 봐? 흥!)    류려평은 철창을 탕탕 치면서 류덕재를 욕했다.     그녀는 종호를 안락사시키지 못한 것을 못내 통탄했다.   (다 그 놈 탓이야.분명 그놈이 날 신고했어.그 놈 숨통을 끊어놔야 되는데.나가기만 해라.네 놈 내 손에 죽을줄 알어.)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이빨을 쁙쁙 갈았다.  (악연이야. 그 놈과 어쩜 악연을 맺었어.)    그녀는 문제를 자기한테서 찾기는 고사하고 종호를 원망하고 종호와 혼인을 맺게 한 아빠를 원망했다. 나중에 자기 기구한 운명을 원망하고 자기를 나포한 경찰들을 저주하기까지 했다.     복도 저쪽에서 두 여경이 이쪽을 쏘아보며 다가왔다.    류려평은 뒤저참하며 철창을 놓고 벽 쪽에 다가가 엉덩방아를 찧듯 물앉았다.    이윽고 두 여경이 쇠살창문에 다가왔다.    한 여경이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감방 문을 드르릉 열었다.    류려평과 다른 여죄수들은 벽에 붙어 앉아 초조한 눈길로 여경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하회를 기다리었다.    여경은 날카로운 눈길로 여죄수들을 둘러보았다. 여경의 날카로운 눈길은 류려평한테 와서 멈추었다.    여경은 손가락으로 류려평을 가리키면서 순통한 한어로 말했다.    "류려평, 나왓!"    류려평은 거만하게 힐끔 손삿대질을 하는 여경을 째려보며 두덜거리었다.    "어디로 가?"    "누가 면회하러 왔어."    류려평은 한국 땅에서 누가 면회하러 오리라고는 믿지도 않았다.    "차라리 죽여라! 난 중국 공민이야.네놈들 한국 생지옥에서 하루도 못 살겠어!"    여경은 류려평의 잔등을 떠밀었다.   "걸엇!”    다른 여경이  째려보며 말했다.    “이제 중국에 보내주마.중국에 가면 널 지상낙원에 보내 향락을 누리게 할 거 같애? 흥!"    류려평은 이제 중국에 인도돼 돌아가면 거액 탐오회뢰죄에 살인미수죄로 사형에 처해질지도 몰랐다.그녀는 자기 지은 중죄를 알고 이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해버리었다.     류려평은 여경들한테 압송돼 긴 복도를 지나가 자그마한 면회실에 들어섰다.    류려평은 면회실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맞은 켠에 려향이 대기하고 있지 않겠는가.   "려향아!"   "어머니!"    그들 모녀는 자그마한 유리 구멍을 사이에 두고 두 손을 맞잡고 대성통곡치었다.    여경은 그들 모녀를 째려보더니 입귀를 비쭉거리며 문을 쾅 닫아버리었다.    려향은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엄마, 왜 아빠와 살지 않겠으면 말게지.왜 그랬어?난 엄마와 아빠를 다 잃고 싶잖아."    류려평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난 이젠 귀국하면 죽을 판인데.네 애비 생사하고 뭔 상관이냐?"     려향은 외까풀눈을 무섭게 똑바로 뜨고 려평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왜 링겔병에 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넣었어? 아빠를 죽이려고 했어?"    류려평은 면회실 천정에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몰카를 피끗 쳐다보며 려향이한테 눈짓하면서 말했다.    "말 조심해라.한어로 말하자.”    그녀는 다시 퉁사발눈을 려향한테 돌리었다.     “어째 생사람을 잡아 먹겠느냐? 한국 경찰서에서 너 보고 날 심문하라더니? 참,내 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넣었단 증거 있느냐?"    려향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아빠 침대에 장치한 몰카에 엄마 한짓 다 찍혔어.지영이 깨진 유리병 쪼각을 가져다 바쳐 경찰서에서 화험해 나왔단 말이야."    려향은 차마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류려평의 입에서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난 링겔병에 맨물을 주사해넣었어.어느 놈이 염화나트리움인지 염화칼리움인지 주사했는지 누가 알아? 그날 네 애비도 말했잖아?자기가 자살하자고 링겔에 뭘 탔다고. 네 아빠가 안락사시켜달라고 누굴 시켰는지 어떻게 알아.혹시 종호 돈이 탐난 다른 놈이 한 짓인지 어떻게 알아? 흥, 어떻게 딱 내가 했다고만 할 수 있느냐? 허나 난 그런 짓 차마 못하겠더라. 조강지처 아니냐?"     려향은 엄마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 없었다.진짜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격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류려평 같은 것도 어미라고 보호하려고 들었다.    "엄마,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한국 사법기관에 청구를 제기하세요.중국에 가면 사형당할 수도 있지 않아요?"    류려평은 콧방귀를 뀌었다.    "한국에 있으면 살려준다니?"    려향은 엄마 두 손을 꼭 잡고 똑바로 마주 보았다.그녀는 엄마를 살리려는 일루의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한국 법은 중국 법보다 물러요.살인죄도 5년 내지 15년 형인데요.엄마는 한국에서 지은 살인미수죄를 승인하세요. 그럼 한   국 법원의 경한 판결을 수 있어요. 표현이 좋으면 감형될 수도 있어요."     류려평은 려향의 손을 매만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이젠 엄마 때문에 쓸데 없는 속을 태우지 말라.엄마는 어차피 죽게 됐어."    려향은 려평의 손을 마구 쥐어 흔들어대며 고함치었다.    "난 엄마를 잃을 수 없어. 엄마!도대체 또 무슨 죽을 죄를 졌기에 이래요?"    려평은 유리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려향의 눈물범벅이 된 너부죽한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엄마는 인터폴 공개수배도주범이야. 적색수사 명단에 든 중범죄자야. 절대 용서 받지 못해."    "엄마!"    "려향아, 울지 말라.어쩜 너한테 엄마 이 고운 쌍까풀눈을 물려주지 못하고 네 애비 보기도 싫은 외까풀눈을 물려 줬니?"    "엄마, 이젠 아빠 험담 그만 둬요."    류려평은 려향의 얼굴을 두 손으로 쳐받들고 마주 들여다보면서 띠엄띠엄 말했다.   "내 평생 후회되는 건 네 아빠하고 결혼한 거야. 악연이야.나는 남자 복이 없는 불쌍한 여자야. 넌 절대 꼬리빵즈와 결혼하지 말라.네 애비를 봐라.얼마나  대남자주의자야.살림살이를 하나도 모르는 나쁜 놈이야.여자감옥에 취재하러 간 척하고 매음녀들을 다 데리고 살았다. 네 애빈 사장 직권을 빌어 여자감옥 아가씨들을 감옥에서 보석받게 해가지고 데리고 산 나쁜 놈이야. 넌 꼭 한족남자하고 결혼해야 해.한족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얼마나 잘 해주니? 진심이고."    "또,또, 또!"    려향은 엄마 손을 훌 뿌리치며 눈을 흘기었다.    "난 시집 안 가.아빠, 엄마 사는 거 봐.맨날 싸우자고 결혼해? 혼자 살면 딱 제일이야.자식 근심할 일도 없고. 좀 좋아서."     려평은 넉두리 끊임없었다.    "엄마 한은 조선족 나쁜 놈과 결혼한 거야.그래서 널 짜궁배로 만들었고.네가 소학교 때부터 얼마나 애들한테 짜궁배라고 놀리움을 당하면서 어렵게 자랐니?이제부터 넌 민족을 한족이라고 고쳐라.넌 위대한 한족여성이야.그래야 전도가 창창한 거야. 절대 조선족이라는 말을 하지도 말라.전도 없어."     려향은 눈물을 주먹으로 쓱 닦으면서 가슴을 쑥 내밀고 머리를 번쩍 쳐들고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쳇,난 영원히 조선족이야.아빠 말씀처럼 당당한 리씨 조선 왕조 후대인데요.리성계 시조왕의 후대 말이요.어디 가도 당당한 전주 리씨 목조팬데요."    "쳇!"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코방귀를 뀌었다.   "네 애비 왕의 후손이 돼서 해 놓은 일이 뭐냐? 그래도 왕의 후손? 퉤! 도태되다 못해 지금 무슨 꼴이 됐니?  그저 책에 미친 놈, 바보 같은 책벌레야.”    류려평은 정색해 이런 말을 불쑥 꺼냈다.    “우리 류씨야 말로 위대한 대국 한고조 류방 대황제의 후대야.”    류려평은 려향의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했다.    "제발 빈다.이담 혹시 결혼해 애를 낳으면 류씨 성을 따라라.그거야 말로 조상들의 영예를 빛내는 일이야."     “쳇, “    려향은 콧방귀를 뀌면서 표독스런 눈길로 류려평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엄만 한고조를 보기도 부끄럽지 않아? 엄마는 류행장과 무슨 짓 했어? 한고조 후대들은 한 종친끼리도 꺼리낌없이 간통을 하는가?!”       류려평은 시퍼런 비수와 같은 그 질책에 속마음이 면바로 찔리어 뻘건 더러운 피가 왈칵 터져나왔다.    "그만 해라!"     그때 여경이 문을 뚝 떼고 들어섰다.    "시간 됐어요."    류려평은 마지 못해 일어나면서 려향의 손을 꼭 잡아 흔들면서 한어로 목청껏 말했다.    "우리 모녀간은 죽어도 한고조 류방 대황제 후손이야.마지막 부탁이야.네 성도 류씨로 고쳐라.넌 영원히 류방 대황제 후손이야!"     려향은 눈물어린 눈길로 엄마를 유리 구멍 너머로 똑바로 바라보았다.    엄마의 쌍까풀눈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절절한 빛이 번쩍이지 않겠는가.    려향은 철창 사이로 멀어지어 가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철창 상이로 달빛이 처량하게 비껴들고 쓰라린 바람이 감방으로 비틀비틀 불어 들어갔다.썩은 내가 물씬 풍기면서 코를 아프게 찔렀다.
1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6) 일거량득 김장혁 댓글:  조회:502  추천:0  2024-07-14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6. 일거량득       어느 날 어쩌다가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개이었다.     밝은 햇빛은 아침이슬로 옥구슬을 하나, 둘 꿰고 있었다.    병원 뜨락 나무 이파리 사이로 아침 햇빛이 스며든다.    따뜻한 햇살은 자애로운 사랑의 손길을 뻗쳐 창문 베란다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똑똑똑.    조용한 노크소리와 함께 김춘희 박사가 회진하러 들어왔다.    그녀는 상냥한 외까풀눈으로 종호의 침대머리에 다가왔다.그녀는 칼로 벤 상처자국이 드러난 종호의 손목을 보고 상을 찡그리었다.    종호는 일어나 앉으려고 애썼다.옆에서 지영과 려향이 종호의 잔등을 춰 일으켜 앉혀주었다.    춘희 박사는 청진기를 종호의 가슴에 넣고 심장박동을 들어본다, 페에 대고 호흡도 청진해본다 하면서 세심히 검사했다.    뒤이어 우쭐 일어나더니 종호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빈혈이 심했는데요. 따님의 피를 많이 수혈했기에 지금 괜찮아요. 심장박동이 고르롭고 페 호흡도 괜찮아요. 이제 다음 주 쯤에 리사장님은 퇴원해도 될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종호는 김춘희 박사한테 깎듯이 인사했다.   김춘희 박사는 려향의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종호한테 혀를 끌끌 차보이었다.   "리사장님은 참 훌륭한 효녀를 두었군요. 한국에서 무슨 일 하는지요?"   종호는 그때라고 딸 자랑을 했다.   "아직 박사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춘희는 반색했다.   "박사생?참 대단해요."    그녀는 려향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혀를 끌끌 찼다.   "뭘 전공하는 박사생인가요?"   려향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나직이 대답했다.   "문학 공부를 해요."   "네-"   춘희는 한숨을 호- 내쉬었다.   (지금 세월에 문학을 해서 밥 먹기도 힘들겠는데.)    옆에서 듣는 지영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도 고중시절까지 글짓기를 하다가 그만 두었던 것이다. 전국 백일장에서 대상을 탄적도 있는 실력파였지만 필을 놓고 위생학교에 들어갔댔고 지금은 간병으로 구을어다니면서 살지 않는가.    (글을 써서 이름을 날리는 멋은 좋은데. 성공하자면 어디 그리 쉬운가?)   춘희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종호를 되돌아보며 엄지를 척 내들었다.   "리사장님은 좋은 후계자를 두었구만요."    종호는 코웃음쳤다.   "후계자는 무슨? 죽어도 글을 쓰지 않겠다는데도.허허.혹시 한국에서 글을 쓰면 성공할지도 모르는데 글쓰기를 딱 싫어하니 별 수 없습니다."    춘희는 피뜩 무슨 생각이 머리를 탁 치는 것이었다.   (려향을 군철한테 붙여 놓으면 어떨가?)     그녀는 려향한테 머리를 돌리었다.    "려향이,남자친구도 박사겠지?"    려향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었다.    종호가 부르튼 소리로 두덜거리었다.    "남자친구 있으면 좋지.로처녀 돼가지고서도 시집 안간다는데.흥!무서운 독신주의자!"    "아빠! 그만해요.지금 마흔살이 돼도 시집가지 않는 처녀들이 수두룩한데요. 삼십대 중반인데 로처녀라니요? 참."    려향은 종호한테 외까풀눈을 곱게 흘기었다.    춘희는 환성을 지르다싶이 놀란 소리쳤다.    "아니, 이렇게 이쁜 박사처녀 시집 안 간다니 웬 말인가요?"    춘희는 종호와 려향을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내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 줄까요?"    종호는 온 얼굴에 주름이 쫙 퍼지더니 반색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난 쟤 시집가는 걸 보면 원이 더 없겠습니다.쟤 시집가지 않는 날엔 훌 죽어 버리겠습니다. 살아서 뭘 하겠습니까?"     려향은 부끄러워 아빠한테 외까풀눈을 곱게 흘기더니 병실에서 훌 나가 버리었다.    기실 려향은 결혼하려는 생각이 꼬물만치도 없었다.    “아빠와 엄마처럼 맨날 싸우면서 살 거면 결혼해 뭘 해?”    그녀는 천번이고 만번이고 속으로 시집 안 간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으면 아빠가 자살하려고까지 하기에 별 수 없이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게 되었다.    춘희 박사가 불시에 혼사말을 꺼내자 려향은 경악했다.   (올게 끊내 왔구나. 이렇게 빨리도 올줄이야.)    려향은 핍박에 의해 입으로라도 시집 갈 것처럼 해 아빠의 자살을 막아야 했다.    춘희는 려향의 속내는 모르고 제 좋은 궁리를 하면서 혼사말을 하려고 들었다.    (려향을 군철한테 붙여놓고 군철을 내 딸과 떼 놔야지. 그럼 문걸도 마음을 돌려 나와 재혼하겠는지 어찌 아는가?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을 때는 격이라. 일거량득이 아닌가?)    춘희는 려향의 등뒤에 대고 웃음을 날리었다.    그녀는 지영마저 병실에서 나가자 얼굴을 종호한테 돌리었다.    “저리 물 찬 제비처럼 츨츨한 박사생이 여직껏 시집가지 않다니오?”    종호는 우물에 가서 숭늉을 달라고 할 지경이었다.    그는 안간힘을 써서 바로 앉으면서 춘희한테 물어 보았다.     “그래, 어디 좋은 총각이 있습니까? 딱 박사 아니라도 석사나 학사 쯤도 됩니다. 좋은 자리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춘희는 희죽이 웃으며 느슨히 혼사말을 하기 시작했다.    “있긴 한데요. 나이 좀 많아요.”    “몇살이기에?”    “올해 마흔 둘인데요.”    춘희는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을 흘끔 훔쳐 보았다.   종호는 개의치도 않았다.    “내 딸애도 이젠 서른여섯이나 되는데. 여섯살 이상 쯤은 지금 세월에 괜찮아요.”    춘희는 군철의 나이보다도 숫총각이 아닌데다가 애 둘까지 달린 것이 걸리어 제꺽 뒤를 잇지 못했다.    그때 오히려 종호가 다그치었다.    "그래, 그 총각의 학벌과 직업은 어떤 정황입니까?"   종호의 외까풀눈에는 절절한 기대의 빛이 어리어 있었다.     "학위야 있겠지?"    "물론이죠.학벌은 려향보다 좀 낮은데요.북경대학 석사생인데요."     춘희는 종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지금 한 한국 회사 전무입니다.능력가지오. 년금이 백만원도 넘는데요."     종호는 반기기는 고사하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흘러갔다.    그는  춘희를 치켜보았다.    "한국에 있는 회사서 일하는가요?"    "아닙니다. 중국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일해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중얼거리었다.    "그렇게 유능하다는데, 에헴, 왜 아직도 장가가지 않았답니까? 이 세월에 그런 능력가 로총각도 드문데…"    "그런게 아니라…"    춘희는 차마 군철한테 애 둘이 달려 있다는 말을 더 하지 못했다.종호한테 단통 거절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그러나 속일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그녀는 종호의 눈치를 살피면서 완곡적으로 에둘러 말했다.    "지금 세월에 어디 그런 로총각이 있겠는가요?"    "그럼?"    "리혼했는데요.애도 둘이 달려 있습니다."    "뭐?"    종호는 깜짝 놀라 입이 함박만해지었다.  (보배 같은 내 딸을 어떻게 보고.흥!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를 다 소개해?)    그는 외까풀눈을 꾹 감고  한참이나 입에 빗장을 지르고 가타부타 말도 하지 않았다.     바빠 맞은 춘희는 제꺽 발뺌을 했다.사심에 찬 자기 속내가 발가질가봐 슬쩍 빠져나가는 찰나였다.    "이 혼사말을 꺼내지도 않을 걸로 해요.제가 실수했어요."    "아니,천만에 말씀을."    종호는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아무튼 제 딸을 걱정해 줘 고맙습니다.애들의 일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려향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춘희는 종호의 그 말은 인사말이라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려향과 말도 꺼내지 마세요.원래 시집가기 싫어하는 독신주의자 같은데요.혼사말은 잘하면 술 석잔 차례지고 잘 못하면 칼 세자루 차례진다는데요.괜히 리사장님이나 제가 려향한테 욕 먹겠어요."     춘희는 이 혼사말을 계속 하다가 일거량득은커녕 욕을 먹을가 봐 부쩍 근심됐다.그녀는 떡 주자는 사람도 없는데 미역국부터 갖춰놓고 기다리는 격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춘희는 려향이 시집가지 않고 나이를 먹는 것이 근심되기보다는 마흔살도 넘는 홀애비 군철한테 보배 같은 외동딸이 전도를 망칠가 봐 근심이 태산 같았던 것이다.    그녀는 딸애 가은(일본 명:마끼)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    "어쩜 그렇게도 눈깔이  멀었어?서른살도 안되는 새파란 나이에 마흔도 넘은 홀애비한테 반해? 미쳤지, 미쳤어!"     춘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은이한테서 군철을 떼놓으려고 이를 옥물었다.     “안돼. 가은한테서 꼭 군철을 떼놓아야지.”     춘희는 군철한테 려향을 붙여놓고 자기 딸 마끼를 떼내려고 들었던 것이다.    오호, 천하의 엄마의 자식사랑, 그 가련한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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