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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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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편소설 황혼(3) 한족본처 김장혁 댓글:  조회:621  추천:0  2024-07-09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3. 한족본처           이상해. 분명 자살했는데 혼은 왜 정신이 올똘할까?    육체는 죽어도 혼은 살아 있는가? 육체를 떠난 무형의 혼은 천정에 붙어 있다가도 유령처럼 육체를 따라 다니는게 아닌가? 진짜 유령이 떠다니는게 아닌가?    “괘씸한 년!”   내 혼은 한족본처 류려평을 보자 대번에 소름이 끼쳤다. 육체는 용광로에 들어갈 판인데 저게 뭔가? 암범 같은 저 악처가 또 왜 왔어? 진짜 악연이야. 사람은 본처를 잘 만나야 하는데. 어쩜 저런 여자 복도 그렇게 없어? 숱한 여대생을 두고 어쩜 저런 애 때 공부도 제대로 못한 막돼먹은 여자를, 독살이 센 한족악처를 만났을가? 내 팔자도 기구하지. 참.    혼은 두 발로 염라전 문턱을 딱 뻗치다 못해 장례식장 칠성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제일 먼저 려향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빠, 살아 계셨군요.”   려향이 나를 끌어안고 통곡치지 않겠는가!   려평도 오늘만은 평소의 암범 위풍을 잠시 훌훌 털어버린 척하고 사타구니에 암범의 꼬리를 끼고 퉁사발눈을 희번뜩거리면서 입을 함박만큼 쫙 벌리었다.  평소보다는 완곡하게 말한다는 소리 이러하다.   “여보! 웬 일인가요? 편안히 갈게지. 마지막까지 곁사람들을 혼낼 작정인가?!”   종호는 벌떡 일어나 앉아 려평을 쏘아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더러운 년, 내 죽잖는게 원수냐?”   암범은 퉁사발 같은 쌍까풀눈을 흘기었다.   “당신, 웬 말인가요?”   암범의 말꼬리는 더욱 뜻밖이었다.   “비록 함께 살진 않지만요. 우린 려향이를 낳은 아빠, 엄마 아닌가요? 30년 함께 살아 온 부부 아닌가요?”   “퉤! 더러워. 안팎이 다른 년!”   (그 주제에 그래도 조선말을 해? 서투르기 그지 없어. 그래도 조선족집 며느리느라고? 허위적인 한족녀편네, 네 년이 보기도 싫어.)   웬 일일가?   나는 다시 칠성판에 훌 들어누웠다.   내 혼은 스리슬쩍 류려평의 퉁사발 같은 쌍까풀눈으로 해 머리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내 혼은 무형이어서 어디로 날아 다니든지 어디로 기어들어 가든지 류려평이나 려향이나 다 털끝만치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 혼은 려평의 어둡고 음흉한 머리를 거쳐 목으로 해 더러운 밸을 앙기작앙기작 걸어 심장 가까이 다가갔다. 려평의 펄떡펄떡 높뛰는 심장을 내다보며 코웃음쳤다. 드디어 혼은 심장에 기어들어갔다. 탐욕스런 피, 돈때 묻은 더러운 피가 쿨쿨 흐르고 있지 않겠는가.    혼은 악처의 아랫배에 들어가 보았다. 구불구불한 밸 아랫쪽에 량쪽으로 뻗어 있는 건 뭔가?    그게 수란관이지.     오, 그 어구지에껀 뭐지?     자궁이야.     오, 그렇구나. 건데 자궁이 왜 한 절반 잘리워 나갔지?     것도 몰라? 암범이 바람 피우다가 매독에 걸려 자궁까지 다 썩어버렸지. 그래서 한 절반 썩은 걸 수술해 버렸지.    와- 세상에, 저렇게 환하게 생긴 여자 그런 일도 다 있어? ㅋㅋ.   뒤이어 심장을 꿰지르고 건너가 류려평의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뭐야?   암범의 음흉한 마음 속이 환히 드러나지 않겠는가.   류려평은 말로는 문안하러 왔다지만 마음 속으로는 악착한 궁리를 하고 있지 않겠는가.   “저게 어째 썩어지지 않니? 지레 목을 끊을 거지. 왜 손목을 벴어? 언제 끝을 보겠니? 꽤나 질기구나.”   내 혼은 깜짝 놀라 고함쳤다.   “뭐라고? 더러운 년! 문안허러 온게 아니었구나. 내 죽기를 그렇게도 바라느냐?”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아니, 내 뭐랬다고 그래요? 아무 말도 안한 착한 안해 보고 뭔 욕설인가요?”   그녀는 허리를 구부정하고 구정물에 뛰어든 돼지 쌍까풀눈으로 병상에 누운 종호의 얼굴을 빤히 돌아보았다.   (분명 병상에 누어 눈을 딱 감고 있는데. 어떻게 내 속궁리를 알까? 이 놈이 혹시 관심법을 써서 내 속을 환히 꿰뚫어 보는 건가?)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진짜 악연이야. 내 이런 조선족놈한테 시집 온 것부터 악연이야. 대학생이라고 이런 조선족 놈한테 시집 와서 한뉘 고생하지 않는가?)   내 혼도 류려평의 뱃속에서 콧웃음쳤다.   “흥! 나도 시내에 남자고 너 같은 똥되놈한테 장가간게 후회된다.”   “아니?”   류려평은 허리를 펴며 놀랐다.   (분명 내 뱃속에서 종호의 목소리가 들리잖아? 귀신이 장난해?)   분명 종호는 병상에서 희죽이 웃고 있지 않겠는가?   (저 놈이 자는 척 하면서 다 듣고 있는 거 잖아?)   류려평은 너무 이상해 려향을 돌아보았다.   “얘, 금방 아빠 뭐라고 말하는 거 들었니?”   “네?”   려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 들었는데요. 뭐랍디까?” “아니, 혹시 뭐라던가 해서.” 웬 소리인가? 하얀 벽을 배경으로 숱한 하얀 옷들이 모여와 부동한 내심을 담은 눈길로 나를 들여다본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눈까풀을 번지는게 아닌가? “괜찮아요. 아마 가짜 죽음(假死)인거 같아요.” “뭐? 그럼 아빠 살아있단 말인가요?” 상해에서 특별히 왕진 온 김춘희 박사가 결론을 내리었다. “그래요. 이제 며칠 있으면 스스로 일어날 거요.” “아이고, 내 아빠,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려향은 기뻐 어쩔줄 모른다. 내 혼이 천정에 붙어 볼라니 그 애는 칠성판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훌쩍훌쩍 운다. (이게 웬 일인가? 저 하얀 옷을 입은 녀자, 춘희 박사 아닌가? 쌍까풀눈을 봐. 아니, 춘희 박사는 외까풀눈인데. 아님, 황선희 박사인가? 김박사하구 황박사는 남방에 가지 않았던가? 군철이네 회사 병원에서 일했다던데. 회사 전무 군철한테 제명당하지 않았던가? ) 나는 분명 장례식장 칠성판에 누워 있었잖은가? 이게 화장터 아니고 어디란 말인가? 한어로 쓴 화장터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한글로 “특급구급실”이란 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긴 한국인가?) 내 혼은 육체를 떠나 천정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링겔 쇠걸개에 사뿐 내려 앉아 매달리지 않겠는가. 나는 혼이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본 적도 친한 적도 없다. 그런데 혼은 내 육체 가까이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여긴 화장터 아니고 병원 특급구급실이군요. 아마 되살아날 거 같아요.” 내 육체는 칠성판에서 또 벌떡 일어났다. “뭐? 안돼! 날 제발 살리지 말라!” 그때 누군가 내 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지 않겠는가. “살아 있는 모든 이는 모두 당신의 어머니오. 세파의 바람에 멍든 당긴의 가슴은 지금 너무 우울해 정신 이상에 걸린 거 같소. 당신은 지금 세상만사를 다 팽개치고 평안을 찾으려 하고 있소. 모든 이를 다 미워하고 있는게 진짜 중병이오.” 나는 칠성판에 되들어 누우며 저도 몰래 나직이 두덜거렸다. “개소릴 작작 쳐라. 그래 류려평, 정호, 저 더러운 년놈들을 보기 싫어한게 잘못이란 말인가? 저 년놈들이 어떤 물건짝들인지 아는가? 려평인 시어머니 죽으라고 모든 걸 못 본 척 하면서 돕지 않은 개쌍년이야. 불효녀야. 내 엄마 마지막길을 톺아오르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도 주사 한대 놔주지 않은 년이야. 언제 숨이 떨어지겠는가 고대한 년이야. 엄마 인차 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뭐랬는지 아는가? ‘아이고, 이 로친이 아직도 죽지 않았어? 이제도 며칠 밤낮 마지막까지애를 먹일 작정인가?’ 한족며느리 저주하는 소릴 듣고 엄마는 한을 품고 눈도 감으시지 못했다. 려향아, 네 에미도 사람이냐? 사람 가죽을 쓴 암범이야, 아니, 녀악마야. 지금 또 내 죽지 않는다고 속으로 저주하고 있어.” 려향이 뾰로통해 두덜거리었다. “아빤 왜 엄마를 욕해요? 좀 없는 소릴 작작 하세요.” “려향아, 내 혼은 녀악마 속으로 들어가 저주하는 소릴 다 들었다. ” 뭐야? 류려평이 말대구 소리 내 귀에 똑똑히 들린다. “그만해요. 내 아버지 덕분에 농촌에서 살던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을 몽땅 시내 호적에 올려주고 잘 살게 했는데. 배은망덕해? 날 욕해요?” 류려평의 넉두리는 끝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려향이 보기 구차해 그러는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잖겠는가. 그러나 종호는 려평의 뱃속으로, 아니,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간 혼 덕분에 그녀의 속알멀치를 다 알고 있어 곧이듣지 않았다. (우리 그때 어디 숨이나 크게 쉬면서 살았는가? 30평방 밖에 안되는 두간 방에서 시어머니, 시동생들까지 해 일곱식구가 살지 않았는가요?” 암범은 남이 들을가 봐 그러는지 좀 목소리를 낮추더니 례의를 갖추면서 말하려고 애쓰는게 알리었다. (밤마다 당신 주책 있었는가요? 미닫이 건너 아래 방에서 숱한 보초군들이 귀를 도사리고 있었는데도 밤마다 달려들었죠. 나는 발로 차버리면서 마구 꼬집어놔도 당신 청춘의 불길과 기갈을 막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숨을 딱 죽이고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에 맞춰 밀고 당기면서 살지 않았던가요? 그래도 난 한마디 원망소리 없이 시집살이를 하잖았던가요? 진짜 어찌 시집살이 신물이 났으면 난 ‘시’자 들어간 건 다 싫었지요. 시금치도 사먹지 않았지요. 그렇게 좋아하던 짜릿한 애정시도 감상하기 싫어지었지요. 당신은 살림에는 관심이 없고 로임만 타면 절반씩이나 떼내 취재비용으로 썼고 숱한 돈을 팔아 책을 내군 했죠.  가정 살림살이할 돈을 다 책에 처넣고 어떻게 산단 말인가요? 나중에 집까지 다 팔아먹고 허망 나앉지 않았는가요? 책을 내서 남은게 뭔가요? 다 허영심에 차서 ‘리종호’ 이름 석자를 기념비로 새기자는 것 밖에 또 뭣이 있는가요? 당신은 자기 이름 석자 때문에 가정을 말아먹은 나쁜 사람이예요. 퇴직하면 그만 두겠는가 했죠. 그런데 뭔가요? 퇴직하니 고삐 끊은 들말처럼 한국까지 나와 책을 내느라고 미쳐 날뛰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우린 졸혼하고 서로 제 갈 길을 가기로 했지요. 당신은 졸혼해도 책 내는 거 밖에 모르는 본성을 고치지 못했지요. 난 가정살림을 모르는 당신 같은 바보, 그런 바보 나그네 믿고 살 수 없었지요. 이혼하는 길 밖에 없어요…) 종호의 혼도 려평의 뱃속에서 대성질호했다. “관둬! 더러운 년. 넌 악처야. 여악마야.” “난 이 집에서 며느리 못해!” 려평은 내 보기 싫어 장례식장 문을 박차고 훌 나가 버렸다. 숱한 상객들은 문귀에 끼운 암범의 꼬리를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려향은 어머니 너무 한다고 속으로 욕했다. 혼이 천정에 매달려 볼라니깐. 숱한 상객들이 려평의 뒤꽁무니에 대고 손삿대질 하더구나. 화장터 철문이 열리는 드르렁 아츠런 소리 들린다. 아마 이젠 내 육신을 태우려고 불아궁이에 쓰르르 미끄러져 가는 거겠지. 악처 류려평이 좋아할 시각이 닥쳐 왔구나. (이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저승에서 편안히 보내자.) “아빠, 구급실에서 나가 좋은 병실에 옮겨가니깐요. 근심 말아요.” (뭐라고? 려향아, 날 어디로 밀어가? 날, 응? 제발 가게 놔둬라.) 나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천근무게나 되는 거 같아 떨어지지 않는다. 내 혼도 바보로 됐는가? 어쩜 천정에 매달려 있다가 링겔 쇠걸개에 매달려 내 육신을 따라 움직이지? (야, 이 놈 혼아, 날 따라 더러운 세상으로 가지 말라. 네 놈은 훌훌 날아서 지상낙원으로 가야 해. 아니, 하늘 나라에 가야 해. 시람의 육신은 죽었는데 혼은 정말 살아 있단 말인가? 분명 나는 손목을 잘라 자살했잖은가. 그런데 려향이 울음소리나 낯도 모를 녀성들이 주고 받는 말소리도 똑똑히 들리지 않는가. 그래 사람은 죽어도 혼이 살아 있어? 그럼 혼은 육신을 떠나지 말아야겠는데. 그래야 살아 있는 건데.) 고약한게 사람의 마음인가 봐. 종호의 혼은 딸 려향이를 보고 삶의 미련의 꼬리를 놓고 싶지 않은가 봐.
2    장편소설 황혼(2) 유언 김장혁 댓글:  조회:671  추천:0  2024-07-09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2. 유언      유령은 천장과 용광로 사이를 동동 떠돌아다니었다.    “저, 부패분자!”   내 혼은 유령처럼 나타나 화장터 천정에 매달려 정호를 손가락질하며 대성질호했다.   (네놈, 그래도 국장이노라고 추모사를 읽어? 추도사? 거 뭐야? 격에 맞지도 않게 시를 읊어? 네놈 누구를 큰 별과 등대에 견줘 번쩍 춰 올려? 원래 넌 권력에 아부를 일삼아온 아첨쟁이야. 뭐? 책짐 싫어나르던 쪽배 어쩌구? 저쩌구? 책짐 배 파도에 휘말려 가면 너 그렇게 좋아? 참, 어처구니 없어. 추도사를 하는 척 하면서 뭐 횡설수설해? 추도사는 청렴한 총경리 성호 총경리 읽어야 하는 건데. 왜 그 친구 안 보이지? 참, 내 총망히 염라전에 오면서 깜빡 잊었군. 성호한테 미리 부탁해두는 건데.)        장례식장이란 건 또 뭔가?    이상해. 장례식장 정면에 마땅히 걸려 있어야 할 편액이 보이지 않는다.    뭐, “고 사막의 마라토너 리종호선생(사장) 추도대회”라던가. 그런 글 보통 걸려 있는데 말이야. 대신 뭐 “특급구급실”이란 간판이 걸려 있지 않는가?    참, 살기 싫어 자살한 사람을 구급해 뭐 하는가? 훌 화장해 버리면 그만인데. 그럼 딸도 시름 놓고 직장에서도 시름놓겠는데. 왜 이다지도 사람을 두번 죽게 한단 말인가? 천천히 지루하게 말리워 죽게 만드는가?    (려향아, 어서 아빠 혼을 불러 육체와 함께 훌 태워버려라. 혼이 육체를 떠나 유령처럼 바람에 둥둥 떠돌아다니면 어쩌니? 난 더 고통스럽다. 혼마저 빨리 저세상에 보내달라.)    그러나 이상했다. 혼은 멀쩡한데유. 육체가 죽어서 그런지 입술이 천근 무게 돼 열리지 않는다.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유서라도 남겨 놓았을 걸. 참. 후회막급이야. 세상에 후회약이라도 있다면 아마 후회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아놓았을 걸. 그래도 내 혼은 자꾸 하나 밖에 없는 무남독녀한테 뭐라고 자꾸 말하고 싶어지는게 이상하다.    (내 죽으면 비석도 필요없다. 이전에 난 내가 죽으면 골회를 내 부모 산소 옆에 파묻고 자그마한 비석이라도 세워달라고 했지. 죽어서라도 생전에 부모에게 다 하지 못한 효성을 다하고 뼈가루 돼서라도 부모 산소를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다 부질 없는 일이다. 육체가 다 타고 나머지 뼈가루가 어찌 부모를 지키고 효성을 한단 말이냐? 오히려 내 골회를 보면 내 부모가 얼마나 마음이 아파하겠느냐? 그러지 말자. 더는 그런 악착스런 불효를 저지르지 말자.)    내 혼은 좀 궁리하고 계속 려향이한테 부탁했다. 려향이 들을 수 있겠는지도 모르고.    (려향아, 골회함도 필요없다. 공돈을 팔지 말라. 그 돈이면 렬사들의 사적을 쓴 책 몇권이라도 찍어 렬사들의 영 전에 올리겠다. 그저 나를 다 태우면 뼈가루를 보에 싸서 부모 산소와 렬사릉원에 훌훌 뿌려달라. 비록 육신은 다 탔지만 혼은 바람처럼 날아다니면서 부모와 렬사들의 혼을 지키고 싶구나. 선렬들의 피로 바꿔온 이 땅을 영원히 지키고 싶다. 다만 죽어서 렬사들의 사적을 더 쓰지 못하는게 한일 뿐이야.)    려향이 이렇게 묻는 거 같았다.    “아빠, 그럼 왜 자살했는가요? 살아서 계속 렬사들의 사적을 책으로 써내야죠.”    그러나 나는 려향이한테 모든 걸 이실직고할 수 없었다. 내 입을 잘 못 놀렸다가 려향이 전도를 그르칠가 봐.    (려향아, 나는 모든 걸 무덤에 가지고 가련다. 더는 책을 내겠다고 하지 않겠다. 널 보고 “내 책을 한어로 번역해라, 일어와 영어로도 번역해라.”고 하지 않겠다. 너도 시름놓고 박사 공부나 해라. 이젠 내 근심하지도 말라. 책을 내겠다고 아글타글 건축공지에 가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시름 싹 놔라. 너와 못할 말이지만, 내 공지에서 일하다가 남자의 그거 한쪽 잃어버린 거 너도 알잖니? 물론 안해도 없는 내가 그게 무슨 쓸데 있겠느냐만은.)    혼은 어느덧 옛날 내가 일하던 공지로 헛깨비처럼 훨훨 날아갔다. 공지에서는 귀신이 유령처럼 나타났다고 모두 피해 숨어 버린다.    (난 사람이지 귀신이 아닌데. 왜 저러지?)   헛깨비 같은 내 육체는 돈 한푼이라도 벌어 책을 내려고 철근을 메어 날라다 고층 아프트 건축물 천정 바닥에 펴고 가는 쇠줄로 가로 세로 얽어맨다.    꽈르릉 쾅!   툭!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한창 짓던 건물 천정이 푹 물앉았다. 나의  몸뚱이는 아래 층에 허공 곤두박혔다. 아차, 철근에 불중태로부터 아랫배로 해서 잔등까지 꿰창을 맞은듯이 찔리었다. 나는 이미 혼미상태에 처해 혼이 저승문턱에 간 채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생벼락이 어디 또 있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그래도 한국 소방대원들은 목숨을 걸고 페허 속에 파묻힌 나를 구원했지. 먼저 탐지견이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으면서 나를 발견하고 컹컹 짖어댔다. 소방대원들은 페허 속에서 나를 파내 구급차에 실었다.   려향아, 너도 알잖니?   (나는 한국 의료일군들에 의해 한달만에 구급되어 죽음의 고비를 넘기었지. 그러나 내가 왜 자살했는가고? 얘야, 너무 슬퍼하지 말라. 아빠는 건설공지에서 신장과 고환 하나를 잃은 딱 그게 때문이 아니야. 사람 사는게 그게 삶의 전부가 아니야.  그러나 이젠 살고 싶잖다. 더 보고 듣고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오래 사노라면 너무 보지 못할 걸 많이 본다. 네가 시집가지 않고 마흔살 다 돼가는게 가슴 아프다. 로처녀로 한뉘 살 예산이냐? 우리 전주 리씨 네 대에 와서 대 끊어지게 됐다. 아차, 아니야. 다 내 차실이지. 내 아들을 봐야는데. 무남독녀 너 하나만 낳고 말았으니까. 허나 네가 이제라도 시집가면 괜찮아. 지금은 애들이 엄마 성을 타도 된다고 하지 않느냐? 넌 생육년령일 때 꼭 시집가서 손자를 안겨달라. 그땐 구천에 가서도 난 눈을 감을 거 같아. 아들을 낳아도 엄마 성을 타게 하겠다는 남자한테 시집가라. 그래야 이 애비 원을 꺼줄 수 있잖니?...)   내 넉두린지. 유언인지 끝이 없다. 장례식장에서 웬 하소연 그리도 길가?   해는 저물어 가는데 마른 풀잎이 염라전 층계에 쓰러져 제네바행진곡을 연주한다.   처용이 달밤에 나타났는가?    인생도 붉게 타오르는 황혼의 탈을 바꿔쓰고 공포의 블랙홀로 휘말려들어가며 애처로운 죽음의 노래에 맞춰 탈춤을 춘다. 저게 뭐야?   탈을 쓴 허깨비 혼이 염라전에서 요염하게 치장한 무당들과 함께 너울너울 칼춤을 춘다. 입으로는 뭐라고 허무한 인생이 애닲아 중얼중얼 굿을 한다. 대머리가 제상의 바나나를 덥썩 쥐어 발가서 우물우물 씹으며 우멍눈으로 곁눈질하지 않겠는가.     아, 저 암범을 봐라. 나를 빨리 태우라고 려향한테 손삿대질 하고 있지 않는가.     혼은 암범 한족본댁 류려평을 보자 대번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류려평은 어찌나 독살이 센지 공포 자체였다. 퉁사발눈깔을 희번뜩이면서 고래고래 고함칠 때면 진짜 오뉴월에 장독에 서리 다 칠 지경이었다.    암범의 표독스런 쌍까풀 퉁사발눈이 내 유체를 째려보면서 한쪽 구석에서 두 손을 합장하고 저주하고 있지 않겠는가.    “빨리 가옵소서. 시름 싹 놓고 살게.” 
1    장편소설 황혼 제1권(1) 나의 장례식 김장혁 댓글:  조회:898  추천:0  2024-07-09
   장편소설      황혼       김장혁       1. 나의 장례식     홧홧 타오르는 열기에  잿빛벽돌들이 탁탁 튀어 오르며 죽음의 노래를 부르면서 바람에 팔락이는 실오리만한 혼의 꼬리를 집어삼킨다. 화장터 용광로는 피와 살 냄새를 맡고 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실웃음을 짓는다.    인생이 허무하다. 염라전에 오면 영웅호걸도 절세미인도, 더러운 세상을 버린 육체는 뻘건 염라전 불길이 이글거리는 용광로에서  재가루로 돼 하늘로 오를 것이거니.     허나 혼은 "봉황열반"처럼 새로운 봉황으로 태어나 하늘을 훨훨 날아예며 새 세상을 노래할 것이다. 밤중에 끊임없이 우짖는 귀뚜라미처럼 끝없이 우짖으며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남합할 것이리라.    바람 따라 날아가는 사랑의 그림자를 허무하게 뒤쫓아 가다가 지치어 쓰러진 언덕에 하얀 그리움이 무럭무럭 피어난다.    무시무시한 백골들이 쩍 벌린 아가리로 죽음의 공포를 뱉어내고 낮잠을 청한다.    얼룩 독사가 움푹 파인 백골 눈확에서 기어나와  혀를 날름거리며 가냘프게 시들어가는 황혼을 쳐다보며 한숨의 꼬리를 잡고 모래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사막의 밤 하늘을  노크한다.    얼빠진 황혼은 비틀거리며 염라전에서 라체무를 추며 허무한 인생의 콧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밤의 고독한 악기를 고른다.    장례식장 칠성 판에는 고독하게 이 세상을 누비던 내 혼의 가죽이 파르르 떨며 누어 있다.    “아버지! 왜 이리 멍청한 짓을 해요? 네?”    (그래도 딸이 있어 다행이야. 저승길에 너무 외롭진 않아.)    황혼 인생의 마지막 길에 추모곡은 울리지 않아도 그래도 처량하게 우는 무남독녀의 곡성이 들리지 않는가?   염라전의 문턱에서 지쳐 쓰러진 혼, 식어가는 혼은 화장터로 들어가면서도 희쭉 웃으며 뜨거운 열기를 받아들인다.    “아버지, 이 딸을 두고 어디로 간다고 이래요?”   칠성판에 오른 나의 혼은 딸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려향아, 슬퍼 말라. 난 그래도 우리 겨레를 위해 뭔가 해놓았다. 이젠 시름놓고 가야겠다. 지금 가면 딱 맞춤해. 존엄도 지키고. 좀 조용히 가게 해달라. 네가 울면 내 황천길이 너무 쓸쓸해진다. 이젠 좀 울음 딱 끄쳐라. 네가 운들 죽은 혼이 되살아나겠느냐? 부질없는 통곡을 제발 멈춰라.)    “아버지, 어쩜 이 세상에 외로운 딸 두고 그렇게 총망히 갈 수 있나요?”   (아니, 이게 웬 일인가? 난 분명 칼로 내 손목 동맥을 잘랐는데. 려향의 울음소리가 들리다니? 분명 자살했는데. 유독 고독한 혼은 이 더러운 세상에 살아 있단 말인가?)   종호의 혼은 세상이 보기 싫어 눈을 딱 감았다. 그런데 보기 싫어할수록 희미하게 보인다.   분명 하나 밖에 없는 려향이 칠성판에 올라와 나를 부둥켜 안고 울고 불고 야단친다.   그런데 다른 젊은 여인의 통곡소리도 애절하게 들리지 않겠는가.   “리사장님, 이게 웬 일인가요? 어쩜 나를 홀로 두고 이렇게 총망히 가는가요? 네, 사장님은 저승 문턱에 간 나를 구해 삶의 용기를 주었는데요. 왜 이렇게 짧은 생각을 다 하는가요?”   말귀를 들어봐서는 나영 같았다.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도 어쩜 저렇게 쓸쓸할가.   “리사장님이 없이 제가 홀로 어떻게 사는가요? 흐흐흑, 흑흑,”   뒤이어 장송곡이 울리고 웬 남성이 뭘 선독한다.   (뭐? 고 리종호 부사장, 작가 추모식? 세상 웃긴다. 난 이미 이 세상과 하직했는데. 추모식을 해 뭘 해? 그저 기름을 치고 화로불에 태워 하늘에 훌 날궈 버리면 다야.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바다로, 광야로 훨훨 날아가련다. 저 봐라. 바람이 산의 속살에 날아들어간다. 바다를 다독여 세찬 파도를 일으킨다. 바람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붕붕 날아다니면서 뭔가를 속삭이며 귀띔해주고 있지 않는가.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내 갈 길을 막지 말라.)    종호의 혼은 별스럽게 화장터 칠성판에 올라도 공포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별 궁리를 다 했다. 그런데 웬 일일가?   혼이 화장터 천정에 올라가 떡 철싸닥 붙지 않겠는가. 혼은 가련하게 삶의 미련을 타고 천정에 대룽대룽 전등알처럼 매달려 내려다 보고 있다.   려향이 또 숱한 상객들 앞에서 아빠 육체를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친다. 빈소의 관리일군이 려향을 말려도 소용없다.   “아버지! 못 가요! 저를 두고 어데 간다고 이래요?”   “넌 시집도 가지 않고 불효를 저저리는데 내 살아 뭘 하겠느냐? 로처녀로 늙어가는 널 보면서 황혼을 재빛으로 태우면서 살라고? 어림도 없다.”   (웬 일인가?)   화장터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린 혼은 깜짝 놀랐다. 하마트면 천정에서 퉁 떨어질번 했다.   (난 분명 속으로 되뇌였잖은가? 건데 상객들이 다 듣게 소리 나갔잖어? 별 일도 다 있다. 참.)   종호의 혼은 간사스럽게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상객들 속에 놀랍게도 류려평도 와 있지 않겠는가. 저쪽 구석으로 해 나영도 서 있고  또 그 옆에는 정호도 서 있지 않겠는가!   (저 년놈들을 보기도 싫어! 저 년놈들은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과 “졸혼”에도 드문드문 나오던 추악한 인물들이 아닌가? 숱한 혼을 빼간 년놈들. 바람둥이들! 저 년놈들이 보기 싫어 내 자살한게 아닌가!)   종호의 혼은 경악했다.   (날 되살아나라고? 관둬라! 한 많은 이 세상에서 두번 다신 살진 않겠어.)   혼은 천정에서 화로에 퉁 뛰어들어갔다.   뿌지직! 뿌지직!   천도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며 무시무시한 죽음의 공포를 뱉어낸다. 육신은 씨뻘건 화염에 싸여 타버리며 쓸쓸한 황혼 인생의 찬송가를 부른다. 타버리는 잿빛 황혼은 용광로 속에도 뻘건 빛을 온 누리에 빛뿌린다. 황혼 빛은 어두운 밤을 밝히려고 몸부림치며 어려운 행진곡을 힘겹게 부른다.   웬 일일가?   육신은 다 타서 재가루 됐는데도 얼빠진 황혼의 혼은 계속 콧노래를 부르며 달갑게 공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웬 일일가?   말로는 공포의 블랙홀에 휘말려 들어갔다는데 아닌가? 건데 왜엉뚱한 사유는 계속 흐르고 있지 않겠는가?   려향의 울음소리 똑똑히 들리지 않는가? 류려평이 말리는 소리도…    (색마 정호가 내 추모사를 읽어선 안돼. 정의용사 성호가 읽어야는데. 참. 황혼에 이르니 옆에 사람도 없어. 어쩜 번대머리가 추모사 읽는 소리가 계속 들려? 저런 것도 문화국 국장 책상머리 퇴물림이라고, 시도 모르던 놈이 뭐 그것도 시라고 읊어대? 세상 어처구니 없기로서니. 하긴 사슴이 돛대에 올라 해금을 켜는 세월이니. 이상할 것도 아니지.)            황혼은 붉게 타다가 맥없이 져가는데       캄캄한 하늘에서 큰 별이 류성처럼 떨어지니       곡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진달래 꽃잎에 맺힌 눈물 방울       바다를 메우며 노호하네.         지지리 어두운 밤에       등대 잃은 저 쪽배를 어찌 할꼬?       키잡이 잃어버린 저 책짐 실은 쪽배      야수처럼 덮쳐드는 세찬 파도를 어찌 할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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