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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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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18)
2018년 06월 26일 10시 42분  조회:1402  추천:1  작성자: 김장혁





                         34. 마수에 걸린 아가씨들
승호는 신변에 범송을 데려왔지만 여전히 공포의 심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낯선 사나이 몇이 다가와도 저승사자나 덮쳐오는 것처럼 공포에 온몸이 오싹해났다.
어느 하루, 그는 복도에서 서성거리다가 보위과 패쪽을 쳐다보고 엉뚱한 궁리를 했다.
(보위과장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권총을 척 차고 다니면 어느 놈이 감히  건드리겠는가.)
그는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보위과 조과장을 잘 친해 보호받는게 상책이야.)
승호는 백화상점의 상품구입은 몽땅 범송에게 맡겨놓고 조과장한테 은밀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조과장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승호가 청하자 술을 마시러 따라나섰다.
조흥수 과장은 특종부대 패장출신으로서 제대한 후 외지에서 파출소 소장까지 하다가 백화상점 보위과 과장으로 전근해왔다. 그는 무예도 뛰여나고 사건해명에도 신통력이 있어 시공안국과 백화상점 안수련 총경리의 신임을 받았다.
그는 교제능력도 강해 부모와 동생들까지 호적을 몽땅 시내에 올렸다. 그는  술친구가 어찌나 많은지 로임만으로는 엄청 모자랐다. 그리하여 직업도 없는 안해를 보고 음식점을 차리게 했다. 그런데 조과장이 항상 술친구들을 자기 집 음식점에 데리고 와서 공짜술을 마셨기에 음식점은 결손딱지가 처 들어붙게 되였다.
조과장이 손님만 데리고 오면 안해는 “또 공짜 손님을 데리고 왔는가?” 하고  바가지를 긁었다.
손님들도 조과장 안해의 바가지를 긁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발길을 돌렸다.
이날에는 승호가 청했다. 그러나 조흥수는 이상 처신을 하느라고 순희네  풍성불고기점으로 갔다.
불고기점으로 들어서면서 조과장은 전화로 아가씨들을 불렀다.
“선희야, 해연을 데리고 당장 풍성불고기점으로 오라. 여기 돈 많은 신사 한 분이   기다려.”
승호는 조흥수와 처음 앉은 술자리인지라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과장, 아가씨들은 그만두기요.”
“괜찮아. 술좌석엔 사촌누나라도 마주 앉아야 술맛 나지. 헤헤헤.”
조흥수는 눈을 거슴츠레 뜨고 징글스런 표정을 지었다.
승호는 별 수 없었다.
이윽해 상다리 부러지게 주안상이 들어오고 아가씨 둘도 들어서서 흥이  도도해졌다.
순희는 공짜로 양고기를 두접시나 들여왔다.
“여러분, 우리 불고기점을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고맙소. 우린 단골 손님이 아니고 뭐요?”
조과장이 우쭐 일어나 순희의 보름달 같은 얼굴에 뽀뽀까지 뻑뻑 했다.
“아, 징글스러워요. 쯧쯧쯧.”
순희는 상을 찡그리며 볼에 볼우물을 옴폭 파기까지 하며 아닌 보살을 떨었다.
저쪽에서 숯불을 들고 오던 철주는 흘끔 도적질해보고서도 못 본 척했다.
조흥수는 승호에게 아가씨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서로 인사하지. 백화청사 구입과 과장 리승호요.”
“어머나, 구입과장이면 돈 많겠다. 전 장선희라고 불러요. 후에도 종종 불러주세요.”
걀죽하게 생긴 녀자가 넉가래 같은 승호의 손에 가늘고 긴 손을 살짝 얹었다가 내려 놓으면서 종알거렸다.
“해연이예요.”
승호는 해연을 별로 대학교 식당에서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조과장 옆에 앉은 그녀를 모르는 척했다.
“선희, 오늘 리과장을 잘 모셔라.”
“어마나, 이런 행운 어디 있어요?”
선희는 아양을 떨며 승호 곁에 바싹 다가앉았다.
“오빠, 잘 모셔드릴게요.”
해연은 안경알을 춰올리면서 조과장의 곁에 다가앉았다.
조흥수는 아가씨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술상에서 예쁜 아가씨들과 마주 앉으니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소.”
그는 승호를 흘끔 건너다보면서 “리과장, 오늘 내 한턱 내는 걸로 하고 질탕하게 놀아보기요.” 하고 술잔에 술을 찰찰 넘치게 부었다.
“자, 우리 만남을 위해 한잔 들기요.”
“오늘 술맛 좋아요.”
“호호호.”
아가씨들은 교태를 부리면서 술잔을 홀짝 기울였다.
승호도 술잔에 돌아가면서 술을 붓더니
“자, 오늘 아가씨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한잔 들기요.” 하고 한잔 권했다.
“와~ 미남자, 말도 멋지군요.”
선희는 승호를 하늘높이 건뜩 춰올렸다.
선희가 오쫄 일어나 승호 잔으로부터 시작해 돌아가면서 술을 따랐다.
“오늘 멋진 리과장을 만났는데요. 별스레 가슴이 설레이는데요. 기분 좋게 한잔 드세요.”
“야~ 리과장, 선희 격정에 찬 말만 들어도 술맛나겠다.”
조과장은 애교 많은 선희를 승호 옆에 앉힌 것이 입 안의 비게덩이를 놓친 것처럼 아까웠다.
“선희, 하나 제의하지.”
“뭔데요?”
선희는 승호의 잔과 마주치고나서 앵두입가에 술잔을 가져가려다가 멈추며 승호를 쳐다보았다.
“리과장과 교배주를 마시면 어때?
“호호호.”
선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승호를 핼끔 쳐다보았다.
뒤이어 그녀는 “좋아요.” 하고 술잔을 들더니 승호한테 다가앉았다.
승호는 짐짓 체면을 차리면서 씨무룩이 웃기만 했다.
“보기와는 달리 꽤나 수줍네요. 자, 한번 해보죠.”
선희가 술잔을 든 손으로 승호의 잔등을 휘감아안을 때였다.
조과장이 능청을 떨었다.
“건 좀 이른 것 같은데.”
 “남이야 뭐 하든 관계하지 마세요.”
선희는 눈까지 질끔 해보였다.
눈치 빠른 승호는 제꺽 선희를 끌어안고 교배주를 마셨다. 별로 조과장이 미리 아가씨들과 짜고든 감이 들었다.
그들은 권커니 작커니 하면서 거나하게 마셨다.
조과장이 새 제의를 했다.
“자, 이젠 나눠 앉아 마실가?”
선희가 빨갛게 달아오른 외씨얼굴까지 흔들어대면서 아양을 떨었다.
“진작 그래야죠. 오늘 질탕하게 망가져보자요.”
승호는 안팎이 다르게 말렸다.
“초면강산에 이러지 맙시다. 우리 넷이 한 자리에서 재미나게 마십시다.”
조흥수는 “사람이, 원, 시키는 서방질도 못하겠어?” 하고 두덜거리더니 해연을 데리고 다른 칸에 옮겨갔다.
그리하여 승호와 선희가 어지러운 원래 술상에 마주 앉게 됐다.
선희는 밀창을 드르륵 닫아버리고나서 담대하게도 승호 무릎에 달랑 올라앉았다. 그녀는 몸을 살며시 기대더니 승호의 얼굴에 얼굴을 살며시 가져다댔다.
순간 승호는 감전이나 된듯이 아래배로부터 찡 줄이 뻗치면서 온몸이 전률을 느꼈다.
“아니, 이러지 마오. 초면강산에.”
“오빠, 어째 제가 밉상이어서 싫어요?”
“아니, 선희는 정말 예쁘오.”
승호는 선희를 무릎에서 슬쩍 내려놓으면서 술을 한잔 부어주었다.
“자, 한잔 마시기요.”
“리과장도 남잔가요?”
승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어 쭉 굽냈다.
(야, 네깐 년이겠니? 난 숱한 처녀들을 잡아먹고 죄를 만난 병신이야.)
그는 선희 앞에서 루추한 자기 모습을 로출되는 것이 싫었다. 선희는 보아하니 놀아난 녀자였다. 그런 녀자는 승호가 병신이란 걸 첫눈에 알아볼 것이 아니겠는가.
승호는 개꼴망신당하기 싫어 애꿎은 술잔만 기울이면서 부글부글 사품치며 끓어번지는 정욕을 억지로 참고 또 참았다.
선희는 한숨을 호- 내쉬였다…
그날 승호와 선희는 끓어번지는 정욕을 술로 지져버리고 자리를 떴다.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떠나는 술자리였지만 앞날이 궁금해 황홀하기만 했다.
그후 승호는 답례로 조과장을 청했다. 조과장이 앉은 술자리에는 꼭 아가씨들이 들어와 앉았다. 그것도 번마다 다른 아가씨들이였다. 조과장은 번마다 통이 크게 아가씨들한테 팁으로 몇장씩 줘보냈다. 아가씨들은 그 놈 팁 때문에 서로 경쟁할 지경으로 조과장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놀아댔다.
조과장은 숱한 돈을 팔았지만 승호 같은 아우를 얻어 속으로 흐뭇했다. 승호도  조과장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더 좋았다. 진짜 매형 좋고 처남 좋고 다 좋은 판이다.
(조과장이 어데서 저리 많은 돈이 생겨서 저렇게 물 쓰듯 할가?)
승호는 꽤나 궁금했다.
사실 조흥수는 맨 보위과장을 해서야 어디서 그리 많은 돈이 생기겠는가.
그는 누구도 모르게 엉큼하게 돈을 얻어내는 잔재간을 피우고 있었다.
백화상점 출납 춘란은 예쁘게 생긴 처녀였다. 그런데 조과장은 우연하게 춘란의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했다.
어느 하루, 조흥수는 안총경리가 불러서 사무실에 갔다.
안총경리는 춘란을 내보내고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춘란이 글쎄 돈가방을 도적맞혔다오.”
조과장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어떻게 돼?”
안수련 총경리는 억이 막혀 횡설수설했다.
 “아, 글쎄 돈 만원이나 넣은 돈가방을 출납원실에 뒀댔는데 도적맞혔다오.  백화청사에 어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이요? 춘란인 뭐요? 출납이라는게 돈가방을 어떻게 그렇게 건사한단 말이요?”
조흥수 과장은 속으로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춘란아, 이 년, 끝내 내 마수에 걸렸구나. 으흠.)
그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짐짓 쏘파에 물앉아 안경알을 벗어 닦으면서 빈대눈깔을 데굴데굴 굴렸다.
80년대초에 돈 만원이면 작은 돈이 아니였다. 일반 직원의 월로임은 극상해야 40여원 밖에 안됐고 년말 상금도 극상해야 200원이나 300원 밖에 안됐다.
(그 년, 엄청난 돈가방을 출납원실에 두고 화장실에 갔단 말인가? 아무리 영업대청 출납원실라고 해도 그렇지. 숱한 사람이 오가는 영업대청에서 잃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한참 후 조흥수는 안경을 걸고나서 안수련 총경리 굳어버린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총경리, 이 사건에 의문점이 많습니다.”
안수련은 조과장의 얼굴에서 답안을 찾으려는듯이 기대가 넘치는 눈길을 보냈다.
“돈가방을 왜 보험궤에 넣지 않았답니까?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돈가방을 영업대청 출납실에 두고 어델 갔답니까?”
안수련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뭐라고 필로 노트에 적어넣었다.
“춘란은 재무과에 인차 가져가려고 그랬다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쩜…”
조과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총경리 앞에서 언제나 여지를 두군 했다.
안수련 총경리는 안경알 밑으로 조흥수를 날카롭게 쏘아보면서 지시했다.
“형사수사대대 지원을 청할가요?”
안총경리 제의에 조흥수는 황급히 손사래를 저었다.
“먼저 소문 내지 말고 내부수사부터 합시다.”
“알았소.”
안총경리는 백화상점 위신이 추락될가봐 근심하고 있었다.
조흥수는 먼저 과원들에게 수사임무를 주어 몽땅 내보내고 춘란을 보위과에 불렀다.
춘란은 보위과에 들어오면서 안경알 너머 쏘아보는 조과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길에 머리를 푹 숙이고 말았다.
조과장은 한참 춘란을 쏘아보기만 했다.
춘란은 몸둘바를 몰라하면서 빨간 등산복깃을 만지작거렸다.
조과장은 쇠덩이 구으는 듯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어쩜 돈가방을 재무과에 가져가지도 않고 화장실로 간단 말이요? 엉? 어쩜 그렇게 무책임하오?!”
춘란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글쎄 말이예요. 정말 후회막급인데요.”
“평소에도 그랬소?”
“아닌데요. 보통 영업이 끝나면 퇴근전에 재회과에 가져갔어요. 그런데 그날 오전에 벌써 영업액이 만원이 넘어서…”
“어떤 가방에 넣었소?”
“전 항상 토색가방에 넣어서 재무과에 가져갔지요.”
“보위과에 알려야지. 현금운송 원칙도 다 까먹었어?! 응?!”
출란은 엉엉 대성통곡쳤다.
조과장은 사무상을 꽝 쳤다.
“이실직고하지 못해?!”
“왜 이래요? 제가 도적놈인가요? 보위과에서 잘했으면 백화청사 안에서 절도사건이 다 생겼겠어요?”
적반하장이라고 춘란이 되물고 늘어질줄은 몰랐다.
(아니, 이년이 이게.)
조과장은 춘란의 돌변한 태도에는 개의치도 않고 계속 닦아세웠다.
“아직도 자기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구먼. 돈 만원이면 몇십년 로임이라는 건 알겠지? 출납원 자리를 내놓겠소? 감옥에 가 로동교양이라도 하고 싶소?”
춘란은 눈물을 닦으면서 조과장을 쳐다보았다.
“조과장, 좀 봐주세요.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닌데요. 어떻게 도적을 잡아주세요. 제가 때벗이를 하는 길은 그거 밖에 없어요.”
조과장의 어조는 좀 부드러워졌다.
“춘란이, 절 잡아 뭘 하겠소?”
조흥수는 얼리고 닥치고 해서 춘란을 내보내고 뭔가 잡히는 것이 있었다.
“뭐? 좀 봐달라고? 이년, 뭔가 있구나.”
조흥수는 수사경험이 있는, 꽤나 로련한 보위과장이였다.
그는 사무실에서 뚜벅뚜벅 왔다갔다 거닐면서 궁리했다. 그의 뇌리에서는 번개가 치고 무성의 우뢰가 울부짖으면서 무서운 령감이 피뜩피뜩 떠올랐다.
조과장은 퇴근 때 집에서 빈들거리는 남동생을 시켜 춘란을 스리슬쩍 미행하라고 했다.
이튿날 사건해명에 기적이 일어났다.
조과장은 퇴근 전에 안총경리를 속이고 암암리에 공안국에 가서 인맥을 통해 은행구좌 춰적소개신을 떼가지고 춘란의 은행구좌를 수사했다. 그런데 은행 해당 책임자는 춘란의 은행구좌에 1500원이 새로 들어온 것을 밝혀냈다. 저금시간도 사건이 발생한지 반시간도 되나마나 한, 딱 오전 11시 15분이였다.
“네년이 어디로 도망쳐?”
조흥수는 춘란의 꼬리를 꽉 밟았다.
(불여우 같은 년, 꼬리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머지 돈은 어쨌지?)
그는 혹시 춘란이 집에 감춰두지 않았을가 의심했다. 그는 재무과장을 시켜 춘란을 재무과에 불러들이게 했다.
조흥수는 남동생을 불러 춘란의 집을 알아낸 후 골목에서 보초를 서게 하고 혼자 춘란의 세집에 접근했다. 그는 사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물쇠를 부시고 세집에 들어갔다.
궤짝이고 식탁이고 지어 이불 속까지 활딱 번졌는데 일전한푼도  없었다. 그는 량미간을 찌프리며 궁리하다가 부엌의 장판에 눈길이 갔다.
(혹시 부엌에 숨겨두지 않았을가?)
조흥수는 부엌의 장판널을 들고 뛰여내려갔다. 그는 부뚜막을 두루 살피다가 석탄무지에 눈길이 갔다. 어둑시그레한 석탄무지에 별로 무슨 끈이 보일락말락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이터를 켜들고 보니 토색가방 끈이 보였다. 훌 쥐여당기니 확실히 토색가방이 묻어나왔다.
조흥수는 미칠듯이 기뻤다. 그는 석탄먼지를 털새도 없이 토색가방 쟈크를 쭉 열어제꼈다. 가방 안에 두툼한 지페묶음이 나왔다. 몽땅 5원짜리였다. 세여보니 딱 8,500원이였다.
“하하하. 엉큼한 도적년! 네년이 아무리 손오공처럼 육갑을 해도 내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해!”
조과장은 돈이 무둑이 든 토색가방을 그대로 들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는 세집 문을 살며시 열고 안경알을 춰슬리고 바깥동정을 살폈다. 작은 골목에는 쥐새끼도 드나들지 않았다.
그는 도적고양이처럼 가방을 들고 세집문을 나서서 사위를 흘끔거리면서 스리슬쩍 도망쳤다.
그는 토색가방이 날아나기라도 할가봐 옆구리에 끼고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춘란은 분명 먼저 은행에 저금한 후 이 돈가방을 세집에 치워놓고 안총경리한테 허위사건보고를 한 거야.”
묵직한 돈가방을 안은 그는 공과 사 갈림길에서 격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 돈을 조직에 바치면 극상해야 사건을 해명했다고 상금 몇백원 주겠지. 흥, 아예 이 돈을 통채로 챙겨넣고 춘란의 꼬리를 계속 단단히 밟고 기름을 짜내야지.”
조과장은 제딴에는 일석이조의 묘수를 둔 것처럼 득의양양해했다. 그러나 기실 역은 새 방아간을 지나가듯이 끝내 감옥으로 향한 기로에 한발 들여놓고야 말았다.
그는 돈가방을 끼고 곧추 자기 집에 가서 사랑칸 문 자물쇠를 열고 들어갔다. 여름이여서 김치움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어둑시그레한 김치움에 스리슬쩍 들어가 김치독 옆의 흙을 파고 파묻어놓았다.
뒤이어 그는 김치움에서 나와 덮개를 덮고 자물쇠까지 잠가놓고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그 우에 떡돌까지 들어다 짓눌러놓았다.
모든 것이 빈틈 없다고 느낀 그는 득의양양해 어깨를 으쓱하더니 사랑 문 밖으로 나갔다.
엉큼한 조흥수는 돈을 집에 가져다 궤짝에 숨겨 놓은 후 백화상점에 돌아갔다.
그는 보위과가 빈 틈을 타 춘란을 불러들였다.
춘란은 조과장의 교활한 눈길을 피하면서 머리를 수깃하고 쏘파에 옹송그리고 앉았다.
조흥수는 포로된 사냥물의 걀죽한 얼굴을 쏘아보면서 엉큼한 궁리를 구을렸다.
납덩이 같은 침묵이 지루하게 흘렀다.
한참 후에야 육중한 조과장은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어슬렁어슬렁 춘란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는 비수같은 말로 나긋나긋한 춘란의 빈틈을 푹 찔렀다.
“어쩜 그렇게 엉큼하오?”
춘란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조과장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린가요?”
“허허허. 아직도 시치미를 따겠어? 저금통장에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어데서 난 돈인가?”
춘란은 뻔뻔스럽게 나왔다.
“상금을 저금했는데요.”
조과장은 춘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한술 더 떴다.
“춘란이, 상금이 1천 5백원이나 돼?”
춘란은 조과장이 어깨에 올린 팔을 탁 쳐버릴 맥조차 없었다.
“어디서 난 돈인가?”
춘란은 머리를 숙였다가 안간힘을 다해 천천히 쳐들었다.
“딸이 세집살이를 한다고 우리 부모가 집 사라고 준 건데요. 백화상점 총경리들과 재무일군들의 상금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꽤나 태연자약하군. 아무렴 총경리들이 재무과와 짜고들어 무짐작으로 상금을 나눠 먹었어?”
춘란은 속으로 조과장을 욕했다.
(개뿔도 모르는 놈새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나 아니?)
조흥수는 “세집 석탄무지에 파묻은 돈가방은 뭐냐?!” 하고 고함치고 싶었다. 그러나 용케도 목구멍까지 치미는 말을 꿀꺽 삼켰다.
“우린 네 죄행을 몽땅 장악했어. 감옥에 보내줄가?”
춘란은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툭 떨어뜨리였다. 드디여 그녀는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조과장을 쳐다보았다.
“조과장, 제발 살려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가련하게 떨리면서도 높았다.
그때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쉿-“
조과장은 입가에 식지를 대더니 우쭐 일어나 문께로 다가갔다.
“누구요?”
“승호요.”
“오, 그래?”
조과장은 바깥으로 나가 뭐라고 쑤근거리더니 되들어와 문까지 절컥 잠궜다.
그는 춘란의 곁에 돌아와 앉더니 언포를 놓았다.
“난 지독한 저승사자야. 널 지옥에 보낼 수도 있고 천당에 보낼 수도 있어. 어쩌면 좋겠느냐?”
춘란은 징글스런 조과장의 눈총을 맞으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흐흐흐흐.”
순간 조과장은 사냥총에 맞아 푹 꼬꾸라지면서 피를 흘리는 사슴이나 본듯이 쾌감을 느꼈다.
“조과장, 제발 살려주세요.”
“널 놔주고 보위 과장 내놓으란 말이냐? 뭘 보고 너 대신 내 지옥에 들어가?”
춘란은 손으로 걀죽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더니 머리를 들었다.
“조과장이 시키는대로 다 할게요.”
조과장은 선수를 쳤다.
“그래? 나머지 돈 8,500원은 어디다 숨겼어?”
“세집 석탄무지에 파묻어놓았어요.”
“오~ 그래?”
능구렁이 같은 조과장은 능청을 떨었다.
“그 돈 어쩌면 좋아?”
“조과장이 가지세요.”
엉큼한 조과장은 안팎이 다르게 나왔다.
“이년, 이 조과장을 어떻게 보고 그래?”
“?!”
조흥수는 사무상에 돌아가 앉더니 서랍 속의 미형록음기를 쳐들어보였다.
춘란은 혀를 홀랑 내밀다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음흉한 놈! 네놈은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야.)
춘란의 속내를 꿰뚫어보았는지 조과장은 좀 더 무섭게 나왔다.
“네 절도증거를 이 서랍에 보관해두마. 고까짓 돈으로 내 입을 틀어막으려고? 쳇, 어림도 없어!”
“그럼 어쩜 좋아요?”
능청스런 조과장은 어슬렁어슬렁 춘란한테 다가와 귀속말을 했다.
“절도해간 돈은 네 손으로 가져다 상점에 바쳐라. 넌 정말 아름다운 처녀야. 어느 사내도 홀딱 반해 미칠 미녀야.”
그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 리 없는 춘란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려 흐느껴 울었다.
조과장은 춘란의 걀죽한 볼을 살살 매만지면서 색마의 진면모를 드러냈다.
“강요하지 않아. 싫으면 그만 둬. 지옥을 자청하면 별 수 없지.”
이윽고 춘란은 눈물을 닦고 머리를 쳐들었다.
“조과장, 전 숫처녀예요. 좀 봐주세요. 술 마실 용돈을 푼푼히 드릴테니까요. 돈만 있으면 어데 가서 아가씨를 데리고 놀지 못하겠어요.”
“닥쳐!”
조과장은 사무상을 탕 쳤다.
“감히 나와 흥정해?”
그는 춘란의 곁에 다가와 나직이 한마디 뱉었다.
“내 입만 터지면 넌 당장 지옥에 들어가야 해. 만원이면 총살받을 수도 있어.  목이 떨어진 숫처녀를 지키고 싶은가? 아니면 이 조과장의 아가씨로 되겠는가? 둘 중 마음대로 해.”
조과장은 손을 내흔들었다.
“나가!”
춘란은 간신히 일어나 나가려다가 주춤 멈춰서 독살이 비친 눈길로 조과장을 쏘아보았다.
“조과장, 약속을 어기는 날엔 황천에 가서라도 당신 그걸 물어뜯어놓을테요.”
“모든 건 너한테 달렸어.”
“고려할 시간을 주세요.”
조과장은 대답 대신 나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출란은 바깥에 나오면서 속으로 욕했다.
(색마 같은 놈, 네 놈은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야.)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나서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세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세집 앞에 달려가 부서진 자물쇠꼬리를 보고 기절초풍하게 놀랐다.
“아니, 이게 뭐야?!”
그녀가 집 안에 들어가보니 궤짝문은 열려 있고 옷이고 이불이고 온 구들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장판널을 들고 뛰여내려가 석탄무지를 손으로 뒤져보았다. 그러나 토색가방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그녀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원래 그 돈을 조과장한테 주고 몸을 빼려고 했던 것이다.
그녀의 눈 앞에는 징글스런 조흥수 과장 낯빤대기가 떠올랐다. 안경알 너머 징글스레 그녀의 몸을 노려보던 색마의 거슴츠레한 눈길이 삼삼거렸다.
(그 놈 작간 아닐까?)
춘란은 석탄무지에 물앉아 석탄덩이를 마구 뿌리며 대성통곡쳤다. 그녀는 깜깜하고 아득한 수렁에 훌렁 끊임없이 빠져들어가는 감을 느꼈다.
 
 
 
 
 
35. “시인과 녀제자의 로맨스
찌는 듯한 무더위가 휩쓸고 지나간 대지에 어느덧 시원한 가을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왔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말끔히 밀어내고 높고 푸르른 가슴을 드러냈다.
이른 아침, 공원 수림에는 락엽이 돌랑돌랑 한여름의 아쉬움을 휘날리고 있었다.
승호는 공원에 산보하러 나갔다가 범송이 공원에서 웬 처녀와 장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계속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 자식이, 다른 처녀애와? 선금과 련애할 새 없이 결혼하더니 딴 짓을 해?)
승호는 그대로 지나쳐버릴 수 없어 슬금슬금 다가갔다.
범송은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내 녀학생이야.”
범송은 황급히 일어나는 처녀애를 돌아보면서 인사시켰다.
“예화, 내 처남이야.”
“안녕하세요?”
예화는 해맑은 눈길로 승호를 보고 허리 굽혀 인사했다.
“오. 그래? 이야기하오. 저기 산보하러 가겠네”
승호는 그쯤 하고 자리를 떴다.
예화는 범송이 천수해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늘 작문을 써가지고 정치교원인 범송을 찾아다녔다. 예화를 비롯한 녀학생들은 범송이 훌쩍 솟구치며 배구를 내리깎는 날렵한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다.
“예화, 그래 신랑은 어데 있소?”
범송은 예화와 나누던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신랑?”
예화의 얼굴에 수심의 어두운 그림자가 흐르는 것을 보고 범송은 꼭 무슨 곡절이 있음을 엿보아냈다.
그때 예화가 오쫄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미안하오. 상처 건드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소.”
“다신 신랑 말 하지도 마세요. 일이 있어 가야겠어요.”
예화는 떠나가려다가 주춤 멈춰서더니 몸을 돌렸다.
“최선생님, 후에 편할 때 련락드리겠는데요. 전화번호 줄래요?”
“그래, 제 전화번호도 알려주오.”
범송은 둔덕 아래로 내려가는 비틀거리는 예화의 뒤모습을 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며칠 후, 범송이 사무실에 있는데 예화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범송은 승호를 힐끔 곁눈질해보고 거짓말로 스리슬쩍 전화를 받았다.
“양, 누나, 참 오랜만이구만요. 매형이랑 모두 잘 있소?”
그제야 시름놓였는지 승호는  과장실로 들어갔다.
“최선생님, 저 예화예요.”
“오, 알았소.”
“선생님, 전화 받기 편해요?”
범송은 옆의 다른 과원들의 눈치를 슬쩍 곁눈질해보고
“양, 좀, 만나서 말하면 어떻소?” 하고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어데서 만날가요?”
“전번 그 자리에서.”
“알았어요.”
범송은 전화를 놓기 바쁘게 바깥에 내려가 택시를 잡아타고 공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예화를 만나자 줄느런히 펼쳐놓은 양산 밑에 마주 앉아 콜라를 한잔씩 놓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쐬면서 청년들이 배구를 치는 것을 구경했다.
그때 웬 소녀애가 빨간 장미꽃 한송이를 그들의 앞에 내밀었다. 범송은 마주 바라보는 예화 눈치를 채고 제꺽 10원을 주고 빨간 장미꽃 두송이를 샀다.
“뭘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요?”
“랑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꽃값을 묻지 않는 법이요.”
예화는 범송이 내미는 장미꽃을 받아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면서 걀죽한 얼굴에 전에 없이 생기를 띄우는 것이였다.
“선생님은 아직도 랑만적이군요.”
범송은 예화가 기분이 좀 돌아서는 것 같아 저으기 위안됐다. 그런데 저쪽 양산에서 승호가 혼자 앉아 콜라를 마시면서 그들을 살피고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식, 의심병이 도졌나? 항상 제 색시를 의심하더니 이젠 날 의심해? 자기  밑구멍이 쯘쯘하니 남을 자꾸 의심해? 신경병!)
범송은 더 앉아있을 재미가 없어 콜라를 홀짝 마셔버리고 예화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들은 공원 맞은켠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은 다방으로 들어갔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다방에서 범송은 희미한 불빛 아래 예화를 마주하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예화, 지금 뭘 하오?”
“자그마한 음식점을 차렸어요. 후에 청하죠.”
“꼭 가지. 그간 무슨 일이 있었소?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
“예~ 최선생님, 관상 볼줄도 알아요?”
“아니.”
“예- 한 입으로 다 말하기 힘들어요. 사람의 팔자는 타고 난 건지 전 남자 복이 없는가 봐요.”
범송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예화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록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대학에 가지 못한 예화는 서른살 파란 나이에 홀로 난 어머니가 불쌍하여 인물체격이 좋고 돈이 있는 총각에게 시집가서 어머니와 남동생을 경제상에서 돕고 싶었다. 그녀는 재학하여 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권유도 듣지 않고 스무살에 록화청을 차린 한 총각과 번개식결혼을 했다.
신랑은 첫인상에 성격이 씨원씨원한 것 같아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시집을 가고보니 신랑에게는 큰소리를 친 것과는 달리 돈이 별로 없었다.
록화청에 날아드는 가랑잎 같은 돈을 번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관중이 서넛 밖에 안되는 날밤에도 온 밤 비디오테프를 바꿔 돌려야 했다. 치고 박고 칼로 찌르는 무술영화에 울며 겨자먹기로 조금 색갈이 짙은 걸 섞어 돌려야 관중을 끌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들이 두려워 그런 테이프는 감히 돌리지 못했다. 그래도 그들 부부는 법을 어기지 않고 량심을 속이지 않으며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려고 모지름을 썼다.
무슨 돈을 번단 말인가?
신랑이 혼자 밤낮 록화청을 지킬 수 없어 낮에는 예화가 임신한 몸으로 무더위를 무릅쓰고 지켰다.
“말이 길어졌군요.”
예화는 범송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괜찮아.”
범송은 커피잔을 들어 후루룩 마셨다.
예화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범송을 마주 바라보면서 무겁게 뒤말을 이었다.
“신랑은 어찌 그렇게 철면피할 수 있어요? 돈을 벌지 못해도 참고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바람 피우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죠. 한번은 신랑의 옷을 씻으려고 호주머니를 들추다가 처녀애들의 사진 서너장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때부터 의심스러워 살피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예화는 커피를 한모금 홀짝 마시더니 뒤말을 이었다.
“한번은 낮에 록화청을 지키다가 새 테이프를 가지러 집에 갔지요. 대낮에 안으로 문을 걸지 않았겠어요. 문을 두드리자 집 안에서 뭐라고 하더니 버스럭거리지 않겠어요. ‘어서 문을 열지 못하겠어?’ 하고 소리치자 한참만에야 문을 열었어요. 당황해하는 신랑의 표정이 참말 이상했어요. 제가 이상해 집안을 두루 살펴보다가 침대 우에서 길다란 까지색머리카락이 널려 있는 걸 발견했어요. 전 근본 머리에 염색한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머리카락을 쳐들어보이면서 ‘이건 뭔가?’고 따지자 신랑은 꺽꺾거리면서 대답하지 못했어요. 저는 집 안에 이상한 기운이 도는 걸 녀성의 예민한 육감으로 느꼈어요. 옷궤랑, 베란다랑 여기저기 들춰보았어요. 그런데 글쎄 부엌에서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부엌에 가서 장판널을 활 들가하다가 가마옆의 뜨물초롱을 들어 장판에 활 부어놓았어요. 장판널을 왈 뜯어보니 글쎄 사진에서 본 듯한 그년이 뜨물과 국수오래기를 들쓴채 쪼그리고 앉아 있지 않겠어요. 분명 빈집에 그년을 끌어들여 그 짓을 한게 아니고 뭔가요. 흑흑,”
예화는 대성통곡쳤다.
“그 년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마구 잡아 뜯어놓고 생야단쳤지요. 그런데 괘씸한 신랑은 오히려 저를 뜯어말리면서 뺨까지 찰싹 갈기지 않겠어요. 그 틈에 까지색머리년은 부엌에서 기신기신 기여나와 도망쳤죠. 그런 놈과 어떻게 살겠어요? 한다는 소린 얼마나 메스꺼운지 알아요?”
“?”
“숫처녀맛 보자고 그랬다. 어째?”
“얼머나 뻔뻔스러운가요? 흑흑흑.”
예화는 서럽게 울며 어깨를 가냘프게 달싹이였다.
범송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어쩜 이렇게 예쁜 색시를 두고 바람을 피워?”
예화는 범송의 말에 고개를 들고 마주 바라보았다. 어두운 다방의 불빛을 빌어서  눈빛이 이상하게 반짝이었다.
“글쎄 저와 살면 어쩐지 격정이 없대요.”
범송은 차잔을 들어 후룩 마시고나서 말했다.
“바람을 피우는 사내들이 다른 녀자들이 자기 색시보다 더 예뻐서 그러오?”
“사내들은 왜 그래요? 남의 녀자와 살면 별난가요?”
“글쎄 말이요. 아마 한 녀자와 오래 같은 방식으로 사노라면 지루하고 짜릿한 격정이 없겠지. 남의 녀자와도 오래 살면 또 자기 색시처럼 격정이 다슬어없어지는 건 매한가지지.”
예화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한뉘 얼마나 많은 녀성들과 바람을 피워야 되는가요?”
“중이 고기 맛을 들이면 빈대도 다 잡아먹는다오. 바람둥이는 말리지 못해. 일찌기 갈라지길 잘했소.”
“선생님은 어쩜 시만 잘 쓰는가했더니만요. 남녀관계에 대해서도 어쩜?”
범송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요. 오래 살다보면 점차 알게 되오.”
예화는 머리를 수깃하고 답답한 속사정을 말했다.
“신랑은 말로는 ‘임신한 거 어떻게 자꾸 다치겠는가?’고 했어요. 아마 젊다보니 나와 그러진 못하니까요. 성욕을 참지 못해 다른 녀자와 해소했을 수도 있지요.”
“애는 어쨌소?”
“긁어버렸어요.”
범송은 예화의 속뽑이를 해보았다.
“신랑을 한번쯤 용서하면 안되겠소?”
“아니, 복수하고 싶어요.”
“못써. 신랑을 살뜰히 대해줘야지. 물론 임신한 몸이여서 힘들었겠지만 말이요. 그래야 신랑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소.”
예화는 이번만은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선생님, 제가 임신해 입덧이 나 왝왝 토하면서도 낮에는 록화청을 지켰는데요.  밤마다 달려드는 신랑을 어떻게 받아당하겠어요. 한번 대충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하루 밤에도 끝없이 달려들어요. 배속의 애가 상할가봐 근심도 하지 않고 미친듯이 달려들었어요. 흐흑흑.”
범송은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예화는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그 개새끼보다 더 나은 남자가 없어서 빌고 들겠어요?”
범송은 풍전등화 같은 예화의 운명을 생각해서라도 무거운 입을 또 뗐다.
“가정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사랑을 토대로 하여 융합된 부부로 이루어져야 오래 갈 수 있소. 어떤 땐 사랑보다 가정이 더 크오. 많은 사람들은 가정을 유지하면서도 바깥에서 정부를 찾거나 애인을 찾아 감정과 애정의 부족한 걸 보충하려고들지. 건 다 도덕에 어긋나오.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리혼하지 않는 것도 도덕에 어긋나오. 그런 점에서 보면 예화가 갈라진 건 도덕적으로도 잘한 일이요. 저는 아직 젊소. 참다운 사랑을 찾아 도덕적으로도 어긋나지 않고 부부사랑으로 차넘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게 옳소.”
그 말에 예화는 귀가 솔깃해지는 눈치였다.
“예화는 자기절로 깊은 고민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마오.”
예화는 한숨을 호~ 내쉬였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젠 마음이 후련해요. 후에도 종종 저의 고민을 풀어주세요.”
범송은 다방에서 나와 예화를 음식점 부근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는 어스름한 골목길로 멀어져가는 예화의 뒤모습을 보노라니 저도 몰래 처량하고 마음이 쓰라리기만 했다.
“어쩜 가야금을 둥기당당 신나게 타면서 방실방실 웃던 예화가 저런 마음고생을 하게 됐을가? 예화를 여러 모로 도와줘야지.”
그후 범송은 예화네 음식점으로 자주 찾아갔다.
별로 크지 않은 음식점은 예화의 예술적인 손길에 아주 단아하고 깔끔하게 차려졌다.
범송은 맥주를 잘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예화가 부어주는 맥주가 시원하여 맥주잔이 술술 내려갔다. 이래서 술상에서는 사촌누나라도 마주 앉으면 술맛이 난다는 말인가.
얼굴에 홍조가 피여오른 예화는 맥주병을 들어 범송의 잔에 자꾸 맥주를 부어올렸다.
이때 양복차림을 깔끔하게 한 깡마른 청년이 음식점에 들어섰다.
예화는 오쫄 일어났다.
“미안해요, 선생님. 우리 음식점에 자주 드나드는 손님이 와서 잠간  건너가 봐야겠어요.”
예화가 그쪽에 가서 단골손님을 데리고 단간방으로 들어갔다.
순간 범송은 슬그머니 속이 비길데 없었다.
(이상해, 내가 예화를 좋아하는가?)
범송은 도리머리를 하면서 애꿎은 맥주잔을 연신 기울였다.
한참 후에야 예화가 돌아와 마주 앉았다.
“예화, 이젠 손님들이 올 때 돼서 돌아가야겠소.”
범송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50원짜리 지페 내놓았다.
“아니, 선생님, 5원만 주세요.”
예화가 받으려고 하지 않자 범송은 되밀어주었다.
“제가 영업을 하는데 스승이 좀 부조하면 안되오?”
“예화, 우리 왔소.”
범송이 문어귀를 피뜩 돌아보니 뜻밖에도 승호가 빨간 적삼을 입은 춘란을 데리고 들어서지 않겠는가.
승호도 범송도 서로 놀랍고 이상했다.
“안녕하세요? 리과장, 최선생님은 저의 중학교시절 담임선생님인데요.”
예화가 나서서 어색한 분위를 깨면서 인사했다.
“서로 아는 사인가요?”
“오, 전번 공원에서 본 그 색시구먼.”
승호는 어색하게 범송과 예화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한켠으로 피해섰던 춘란은 더욱 어색했다. 아주 은밀히 리승호 과장과 붙어다니는 판인데 범송에게 들킬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안녕하세요? 최선생님, 단위에 손님이 와서 나왔어요.”
“오, 그래?”
범송은 승호를 돌아보면서 “그럼 일을 봐라. 난 얼근히 취해서 가봐야겠어.” 하고 자리를 떴다.
그 후에도 범송은 술친구들만 생기면 예화네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맥주를 마셨다. 지어 술상이 끝나고 영업도 끝나면 예화와 식당 복무원들까지 데리고 노래방에 가서 흥청망청 밤이 가는줄도 모르고 놀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후 승호와 춘란의 그림자는 얼씬하지도 않는 것이였다.
(자식, 더 으슥한델 데리고 가서 놀겠지. 해산달이 된 색시와 그 짓을 못하니까. 굴어귀 풀도 놓지지 않아?)
조과장한테 붙어놀던 춘란이 승호한테 찰싹 붙어 암암리에 놀아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개 똥 먹는 버릇 못 고친다더니?)
그는 승호와 춘란을 개의치 않았다. 다만 식당영업이 잘 돼나가서인지 수심의 그림자가 가뭇없이 사라진 예화의 해맑은 얼굴, 유쾌하게 노래를 부르는 예화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고 내심 기뻤다.
며칠 후 범송은 선금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아들을 본 승호를 축하해주었다.
선금과 갈라지기 바쁘게 범송은 예화네 음식점에 전화를 쳤다. 그런데 중지신호 밖에 없었다.
“웬 일일가?”
범송은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예화네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음식점 문 앞에 가보니 “세집”이라는 큼직한 글자가 붙어있지 않겠는가.
“참, 사람도 무정하지. 어디로 간단 말도 하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져?”
눈보라가 윙-윙- 휘몰아치던 지루한 겨울이 지나가고 화창한 새 봄이 왔다. 봄아가씨가 사뿐사뿐 다가오자 차디차고 쌀쌀한 눈깔만 부라리던 동장군은 겁을 집어먹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비단결로 얼굴을 매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왔다.
범송은 예전처럼 공원에 가서 로인들과 함께 태극권을 련습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니, 예화!’
범송은 태극권을 그만두고 땀을 훔치면서 생글방글 웃으면서 자리를 바라보는 예화한테 다가갔다.
예화는 허리를 굽혀 구십도경례를 올렸다.
범송은 미색외투를 입은 예화의 손을 놓치기라도 할가봐 꽉 잡고 핀잔부터 했다.
“어데 갔댔소? 괘씸한 것, 아무 말도 없이. 그게 뭐요? 핸드폰번호까지 바꾸고. 그래 그간 어데 갔댔소?”
“청도에.”
“뭘 하러?”
예화는 새물새물 웃을뿐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에 다시 보자요.”
그녀는 핸드폰번호를 알려주었다.
범송은 퇴근하자마자 승호의 눈을 피해 예화한테 핸드폰을 쳤다.
이윽고 그들은 화도해물관에서 조용히 만났다.
오색령롱한 전등불빛이 반짝이는 널다란 대청에는 손님들이 몇이 없었다.
범송은 시원한 감이 드는 해물관의 큼직하고 알른알른한 유리창문 옆에 예쁜 예화와 마주 앉으니 기분이 한결 좋았다.
예화는 맥주를 들어 범송의 잔에 찰찰 넘치게 부었다.
“오늘 사죄하는 의미에서 제가 한턱 내지요.”
“아니, 영업도 그만뒀는데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오.”
“번마다 선생님의 도움이 많았어요. 감사해요. 자, 드세요.”
예화는 범송의 맥주잔과 댕그랑 마주치고나서 굽을 냈다. 범송도 굽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청도에서 무슨 일을 했소?”
범송은 또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비밀이예요.”
예화는 이쑤시개로 익은 조개살을 쏙쏙 빼내 범송 앞의 접시에 놓아드렸다.
“어째 음식점은 그만뒀소? 그간 내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아오?”
“참 미안해요. 한입으로 다 말하기 힘들어요.”
예화는 앵두입으로 소라살을 홀짝 흡입하면서 뒤말을 이었다.
“이전에 우리 집 단골손님을 기억나세요?”
“오- 그 깡마른 양복쟁이.”
“맞아요.”
“꽤나 날 질투나게 하기도 굴었지.”
“왜요?”
“쩍하면 예화를 불러가서 날 속이 볶이게 했던 거야.”
“호호호. 선생님~ 질투나던가요?”
“왜? 나도 칠정육욕이 있어.”
예화는 새물새물 웃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 단골은 박철이라고 불러요. 박철이 보기싫어 청도로 갔지요.”
범송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걔가 보기싫다고 음식점을 때려치워? 말도 안돼.”
예화는 게다리를 쏙 뽑아 속살을 빼 범송이 앞의 접시에 놓고 자기도 오물오물 맛나게 씹어 꼴깍 삼키더니 앵두입을 열었다.
“어진간하면 잘되던 음식점을 다 때려치웠겠어요? 박철은 시내에서 한다하는 간판광고상인데요. 돈이 많으니 녀자들도 많지요. 몇해전에 네살짜리 딸애를 데리고 리혼했지요. 음식점의 단골이 되면서 이래저래 정이 들어 우린 동거하는데까지 갔지요. ”
예하는 범송과 맞잔을 하고 뒤말을 이었다.
“박철은 내가 마치 자기 소유물이기나 한듯이 깜짝 못하게 했어요. 손님들과 맞잔을 해도 안됐어요. 미안한 말씀을 드리지만요. 심지어 선생님과 맞잔을 하는 걸 봐도 며칠이고 저하고 행악질을 하군 했어요.”
그 말에 범송은 “예화한테 피곤하게 굴어 미안하오.” 하고 죄송스러워했다.
“아니예요. 절대 아니예요. 박철이 좀스러워 그렇지요. 또 남녀의 감정문제는 사심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보세요. 최선생님도 박철을 질투하지 않았는가요?”
“이제 보니 그래.”
범송은 머리를 수깃하고 애꿎은 소라 속살만 이쑤시개로 뽁뽁 뽑아내 우물우물 씹어먹기만 했다.
“박철은 나한텐 손님과 웃어도 안되고 술을 마셔도 안된다고 했지만요. 자기는 숱한 처녀애들과 밤중까지 술을 마시고 질탕하게 놀 때가 한두날이 아니였어요.”
예화는 범송의 앞에서 진짜 부모 앞에서 하소연하듯이 허물없이 그간 있은 털어놓았다.
“련인절날엔 어쩌겠어요. 아침에 훌 나가더니 이튿날 새벽에야 들어오지 않았겠어요. 그날 혹시 저녁에나 들어와 뜻밖의 랑만을 주겠는가고 기다렸죠. 그런데 밤이 깊어가도 오지 않았어요. 전화 한마디 없었어요.  후에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단위에 업무가 바빠서 그랬다고 해요. 그날 정말 최선생님을 찾을가고도 했지요.”
“찾을게지. 고독하면 날 찾소.”
“고마와요.”
예화는 범송의 술잔에 술을 찰랑찰랑 넘치게 부어올렸다.
“자, 드세요.”
예화는 범송의 잔과 댕 마주치더니 반쯤 마셨다.
“말이 길어진 거 같아요. 선생님과 만나면 허물없이 말하는데요. 널리 량해하세요.”
“괜찮아. 우린 사제간이 아니고 뭐요?”
“예. 그날 선생님을 찾아가려고 했는데요. 호주머니에 단돈 6원 밖에 없었어요. 박철은 제 호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선생님이랑 술을 사 대접한다고 몽땅 들춰내 치워놓군 했지요. 어디 믿음과 마음이 가야 살지요. 제가 뭐 로임도 받지 않는 보모인가요? 그렇게 박정하게 놀았는데요. 제가 박철이 술내 풍기는 옷을 빨아주고 하루 세때 밥을 해줘야 한다는 도리가 어디 있어요?”
범송은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술잔을 들었다.
“자, 한잔 드오.”
“예. 선생님과 만나니 기분 참 좋아요.”
댕그랑 댕댕.
그들은 술잔을 들어 한잔 굽을 냈다.
“전 이젠 홀로 살겠어요. 저의 자유를 얽매는 정신쇠사슬이 없지. 홀가분한게 얼마나 좋아요? 남자를 해 뭘 해요? 이젠 신물이 나요.”
(예화는 예쁘게 생겼지만 남자 복이 없는가 봐!)
범송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생각과 다른 말을 했다.
“예화는 아직 젊소.  후에 꼭 예화 마음에 드는 신랑이 생길 거요.”
“전 남자복이 없어요.”
“아니요. 이후엔 먼저 상대방을 잘 알아본후 사귀란 말이요.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면 자꾸 사고를 치게 되는거요.”
“제가 너무 경솔했을 수도 있죠.”
범송은 화제를 돌렸다.
“그래 지금 뭘 하오?”
“이번엔 다방을 차렸어요.”
“재간이 있구만.”
예화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전번에 음식점을 차렸다가 3만원이나  밑졌어요.”
“무슨 소리요?”
범송은 눈이 데꾼해 예화를 쳐다보았다.
“장식비에 임대료에 두루 그렇게 됐어요. 3년 임대계약을 맺았댔는데요. 계약기한 전에 그만뒀기에 임대료를 절반이나 받지 못했어요. 장식비를 허망 처넣고나니 그렇게 됐어요.”
“에이구, 차물을 팔어서 어찌 그 돈 벌겠소?”
“괜찮아요. 청도에 가서 그만큼 벌었으니까요.”
예화는 혀를 홀랑 내밀면서 범송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쑤시개로 조개살을 뽁 뽑아 앵두입 안에 넣었다.
돈도 벌고 새 삶의 길을 걷고 있는 에화를 보고 범송은 한시름을 푹 놓았다.
“이젠 자주 만나지 않아도 되겠지.”
그는 예화와 자주 만났다가 괜히 승호와 선금의 오해를 살가봐 근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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