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도 굴이 서너개 된다고 탐관 류덕재는 별장만 해도 몇개인지 모른다. 전번에 류기랑 류문도랑 만났던 공원 부근 별장을 내놓고도 망아산 기슭에 있는 별장, 그리고 왕춘영한테 준 별장을 내놓고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별장이 몇개인지 누구도 모른다.
류덕재는 수사선망에 오른 적이 있은 후부터 이 별장 저 별장에 옮겨 숨어다니며 류기한테서 수사정보를 수집하고 막후조종했다.
그는 이날엔 망아산 중턱에 있는 소나무 숲속에 있는 별장에 옮겨가 꿍꿍이를 꾸몄다.
망아산 소나무숲 속 별장은 높은 토성에 둘러져 있었는데 자그마한 궁전처럼 으리으리했다. 별장 동쪽에는 꽤나 큰 저수지가 누워 있었다. 푸르는 저수지에는 꽃구름도 쉬어가고 산새들도 아름답다고 하늘인가고 날아내려 놀 지경으로 아름다웠다. 삼복지간에 류덕재는 저수지에서 시원하게 수영하거나 나무 그늘아래서 낚시줄을 늘여놓고 꿍꿍이를 꾸미기도 하였다.
류덕재는 핸드폰을 꺼내 류문도를 다급히 별장에 불렀다.
“아무도 몰래 가만히 오라. 꼬리를 달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류덕재는 짝통핸드폰으로 사처에 막후조종했다.
“왕처장, 수사를 잘 하고 있더구만. ㅎㅎㅎ. 지금처럼 하면야 누가 왕처장을 수사실무능력이 차하다고 하겠는가?”
류덕재는 말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종호새끼 주거지를 정찰해냈는가? 뭐? 아직 못 찾아냈다구? 류려평 고모하구 종호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라. 안되면 려향 핸드폰 번호를 물어봐라. 려향을 통해 종호 주거지를 알아내든지. 정 안되면 종호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란 말이야. 종호 주거지 정보 있으면 실시간으로 인차 알려달라구.”
왕춘영의 상전은 국장이 아니라 사실 비선실세 류덕재나 다름없었다. 완춘영은 이중지휘를 받아야 했다.
류덕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종호, 그 놈이 류려평의 아파트를 팔아 책을 낸 사건을 꼭 잘 수사해 증거를 쥐라구. 그럼, 그 놈을 류려평과 공범이라고 몰아넣으면 그 놈 개 주둥이도 막을 수도 있겠는지도 몰라. 이제 종호 핸드폰번호를 알면 핸드폰에 수사에 응하라고 류려평의 탐오수뢰한 재물을 함께 쓴 경제공동체 공범이라고 위협공갈도 하란 말이야. 그놈이 감옥에 들어가지 않자고 류려평을 더 물어먹지 못할 거야. 그래. 이런 걸 두고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는 전술이야. 종호놈을 물에 빠뜨려야 류려평을 구할 수 있어.”
류덕재는 외까풀눈을 내리깔고 무슨 궁리하다가 이를 악물고 한마디 더 했다.
“한가지 명심해. 종호새끼 주거지를 정찰하되 종호를 아직 나포하진 말라구.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지 말고.”
왕춘영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왜 나포하지 말란 말이오? 참, 듣고도 모를 소리. 흥!”
류덕재는 따로 속셈이 있었다.
(그 놈을 수사기관에서 나포해가면 류문도네 짝패가 어떻게 병신을 만들어 놓겠는가? 또 종호는 수사기관에 가면 좋다고 류려평의 죄행을 폭로할 것이 아니겠는가? 수사기관은 몽땅 왕춘영이나 내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자칫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깔수도 있어.)
그러나 류덕재는 아무리 믿는 왕춘영이었지만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다. 뭐나 여지를 둬야 했다.
그는 외까풀눈을 떼룩 굴리더니 에둘러 말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면서. 차차 알게 될 거야. 그저 내 말대로 해. 종호를 나포하진 말고 주거지 정보만 인차 알려달라구.”
왕춘영 처장은 류덕재가 그렇게 하는 속셈이 뭔지 도무지 리해되지 않아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주거지를 알면 인차 알려주겠습니다.”
류덕재가 한창 사처에 전화해 막후조종을 하는데 별장 앞에 차 엔징소리가 들렸따. 내다보니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류덕재가 내려다보니 류문도가 별장에 달려오지 않았겠는가.
류문도는 자동문을 열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류문도는 엄마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면서 “엄만 지하주차장 휴식실에서 기다립소.” 하고 당부했다.
리문곤은 의아해 류문도를 치켜보았다.
“아니, 이 에미 뭐 들어가지 못할 데냐?”
류문도는 엄마 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어떤 일은 모르는게 마음이 편안하오.”
리문곤은 눈섭마저 치켜올리며 아들의 손목을 잡고 당부했다.
“얘, 넌 애비를 따라 절대 나쁜 짓 하지 말라. 특히 살인 같은 거 말이야. 네 애빈 좀 위험한 인물이야. 심성이 좀 바르지 않네라.”
류문도는 엄마를 못 마땅한 눈길로 째려보더니 구슬렸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류문도는 엄마를 얼려 물앉혀놓고 엘레베터를 두고도 층계로 헐금씨금 올라가 별장 대청에 들어갔다.
류덕재는 단통 말상을 찡그렸다.
“어째 산에서 그 놈을 해치우지 못했어?”
류문도는 쏘파에 앉더니 머리를 툭 떨어뜨리면서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보낸 아우 말이, 두 놈이 다 낫을 들고 있어서 혼자 실수할가 봐 손을 못 썼다고 합디다. 설상가상으로 걔가 택시를 타고 산으로 쫓아갈 때 뒤꽁무니를 문 택시가 보이기에 그만 뒀답디다.
류덕재는 코방귀를 뀌면서 질책했다.
“밥통 같은 놈, 낫을 들었다고 그런 놈 못 해치워?! 무슨 놈의 깡패야? 맨주먹으로라도 그런 놈들 둘 쯤은 쳐 눕혀야지. 참, 쇠파이프까지 들고서도 겁나 부들부들 떨어? 그런 놈한테 일 맡겼다가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흥! 그런 새낄 별장까지 다 줘?…”
“아직 안 줬습니다. 황금덩이만 먼저 주고 일을 말끔히 끝내면 그때 주겠다구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뭐나 그렇게 여지를 둬야 해. 에잇, 참. 정 안되면 다른 놈한테 시켜라.”
“아버지, 근심하지 맙소. 내 드론을 급히 띠워 할아버지 산소 주위랑 살펴보니 확실히 강냉이 밭에 낯선 놈들이 둘이나 어슬렁거립디다. 자칫 일을 설구는 건 둘째고 꼬리 밟힐 수도 있을 거 같습디다. 그래서 아우 보고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다음엔 꼭 그 놈을 처단할겝니다.”
“니 말을 들어보니 다른 놈들이 벌써 너네 아우 뒤를 밟은 거 같구나. 그 놈들이 눈치챘는지도 몰라. 왕처장 말이, 그 놈새끼 신문사 부근 려관에서도 없어졌다더라.”
“네?”
그때 짝통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누구요?”
“류덕재 행장을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누구요? 뭐?”
(리려향? 아니, 리려향이 어쩌다가 날 찾아?)
류덕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류문도는 그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저 옥중에 있는 류려평 고모가 무슨 일이 있어 그러는가 여겼다.
류덕재는 별장 대청 큰 유리창문 곁에 스적스적 나가더니 핸드폰을 커다란 뻘쭉귀에 갖다대고 나직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뭐? 지금 만나자고?”
그는 류문도를 눈섭을 곤두세우면서 흘끔 곁눈질했다.
“아버지, 누굽니까?”
류덕재는 핸드폰을 내리더니 입에 식지를 갖다댔다.
류문도는 그저 뒤이어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너 지금 어데냐?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언제? 오, 어제?”
류덕재는 뜻밖에 들이닥친 려향 때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류덕재의 짝통핸드폰은 집 안 사람이거나 딱친구 아니고는 누구도 몰랐다.
류문도는 아버지 짝동핸드폰을 건 걸 보고 심상찮은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류덕재는 류문도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물었다.
“불시에 날 만나서 뭘 해? 뭐?”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류덕재는 제꺽 핸드폰을 꺼버렸다.
(얘가 진짜 에미 말을 듣고 내하고 한바탕 싸우지나 않을까?)
핸드폰 별이 자지러지게 울린다.
순간 류덕재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올 것이 끝내 왔구나. 이 일을 어쩌나? 려향을 별장에 오라 했다가 문도와 재산상속분쟁이라도 생기면 어쩌는가? 류문도는 려향을 어떻게 생각할가? 여동생이라고 여길까? 이 놈의 계집애를 어쩐다?)
류덕재 눈에는 필경 려향은 장차 시집갈 출가외인이기에 아들과는 천양지차라고 여겼다.
한참 궁리하던 류덕재는 별수 없어 려향한테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얘, 좌우간 여기 망아산별장으로 오라. 마중 나갈게.”
류덕재는 부랴부래 별장에서 나가버렸다.
류문도는 아버지 걱정돼 망원경을 꺼내들더니 별장 대청 큰 유리창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별장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한참 후에 택시 한대가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나무숲 속 아스팔트길에서 멈춰 섰다.
저 멀리에서 30대 중반이 녀자가 이쪽으로 헐금씨금 다가오고 있었다.
류덕재가 부랴부랴 달려나가 그 녀자를 와락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녀자는 류덕재를 활 밀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류문도는 이상한 감이 들었다.
“도대체 누구지? 아무리 아버지 색깔이라도 저렇게 새파란 여자를 다 끌어들여? 제 며느리보다도 더 어린 여자를?”
류문도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코방귀를 뀌었다. 그는 삐죽한 조개턱을 고이고 여겨보면서 애비가 너무나도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류문도는 망원경으로 려향을 알아보고 반색했다.
“아니, 저게 큰고모네 려향이 아닌가. 여동생인걸 난 또… 참.”
류덕재는 려향을 반갑게 마중했다.
“나무 잎은 떨어져도 제 뿌리에 떨어진다더니 넌 끝내 날 찾아왔구나.”
그는 려향의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코마루가 시큼해나 외까풀눈에 뜨거운 이슬이 맺혔다.
그는 눈물이 글썽해 려향의 손을 잡고 물었다.
“엄마 뭐라더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엄마는 류행장을 찾아가 보라고 하던데요.”
류덕재는 급해졌다.
“그래 엄마 뭐라더니?”
려향은 류덕재 손을 놓으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류덕재를 쳐다보면서 순순히 대답했다.
“엄만 류덕재 행장은 려향의 친아버지라고 하던데요. 정말인가요?”
류덕재는 려향을 와락 끌어안았다.
“려향아, 넌 내 친딸이야. 부끄럽지만 난 네 친애비야.”
“진짜군요.”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쓰라린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류덕재는 려향의 손을 다시 잡고 사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춰 나직이 물었다.
“리종호는 네가 제 친딸이 아니란 걸 아니?”’
“모르는 거 같습디다. 아빠는 나를 이전처럼 살뜰히 대합디다. 내 회사에 다니면서 바쁘다고 밥을 손수 지어주고 내 좋아하는 감자 장국까지 지져줍디다.”
류덕재는 코웃음쳤다.
“바보, 세상 천치야. 눈치 그렇게 도끼등이니. 원, 참, 이날 이때까지 네가 내 찬딸인줄도 모르고 살았지. 종호 앞에서 티를 내지 말고 계속 ‘아빠’, ‘아빠’ 하면서 이용해먹어라.”
려향은 놀라운 눈길로 류덕재를 피끗 쳐다보았다.
(어쩜 이렇게 렴치도 없는 사람일까? 엄마하구 심통히도 똑 같아.)
류덕재는 려향의 손을 잡아 별장으로 이끌었다.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려향은 손을 빼면서 단호히 말했다.
“큰아버지, 별장에 들어갈 필요없습니다.”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아직도 큰아버지냐?”
려향은 한칼로 베듯이 랭랭하게 말했다.
“친자유전자검사를 하기 전엔 두 말하지 마세요.”
류덕재는 려향의 어깨를 마구 잡아 흔들었다.
“종호와도 친자유전자검사를 했니?”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리종호는 확실히 내 친아빠 아닙디다. 당장 이 길로 유전자검사를 하러 갑시다.”
그러나 류덕재는 난색했다.
“얘야, 창피해 어떻게 병원에 가서 친자유전자감정을 하겠니? 나와 엄마는 부부도 아닌데. 네가 사생아 딸이라는게 세상에 공개되면 엄마나 내나 어떻게 머리를 들고 이 세상에서 살겠니?”
려향은 류덕재를 쏘아보면서 발칵 성을 냈다.
“류덕재! 당신도 부끄러운줄 아는가?! 그렇게 부끄러운줄 알게면 왜 당초에 짐승 같은 짓을 해 나를 낳았는가? 지금 와서 사생아라고 날 책임지지 않겠단 말인가?!”
류덕재는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얘야, 네가 그런게 아니고… 너네 외가집과 우린 모두 한고조 류방 황제 후대 아니냐? 우리 두 집은 대대로 형제처럼 지낸 세교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집과 너네 외할아버지네 집은 서로 큰집 작은집 하면서 지냈잖아? 넌 항상 날 큰아버지라고 불렀고. 문도도 너네 엄마를 친고모처럼 따랐잖아.”
“관둬!”
려향은 외까풀눈을 부릅뜨고 소나무숲이 다 떠나가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짐승 같은 놈, 어쩜 여동생 같은 엄마를 데리고 그런 짐승 같은 짓을 다 해? 사생아까지 다 낳았어?”
러향은 엉엉 대성통곡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엄마나 당신이나 다 짐승이야. 어쩜 오누이간에 사생아까지 낳아?”
려향은 손으로 눈물을 닦더니 류덕재를 외까풀눈으로 지독하게 쏘아보면서 두더벌거렸다.
“당신 아는가? 당신은 지금 제 창피한 것만 생각했지. 사생아로 전락된 창피한 내 불행한 처지를 생각이나 해 봤는가? 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 난 막 소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고 싶어! 양재물을 한사발 걸게 타서 마시고 뒈지고 싶다! ”
류덕재는 려향을 끌어안고 말렸다.
“얘, 다 이 애비 잘못이야. 이왕 이렇게 된 바 하곤 어쩌겠니? 절대 자살은 하지 말라. 이 좋은 세상에서 우리 창피한대로 행복하게 살자.”
려향은 코웃음쳤다.
“세상 창피한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 세상 사람들이 알면 창피해 죽고 싶은데. 어떻게 머리를 쳐들고 이 세상에서 살아?”
류문재는 능글스레 려향을 달랬다.
“때문에 하는 소린데. 친자유전자검사를 하지 말거나, 공개하지 말잔 말이다. 넌 계속 종호 딸인 척하란 말이야. 난 널 얼마든지 행복하게 만들어주마.”
려향은 불시에 손을 홱 휘둘러 류덕재 더러운 낯짝을 한대 후려갈겼다.
“철면피한 놈새끼! 당신도 사람인가?!”
“닥쳣!”
어느 결에 류문도가 뛰어오면서 호통쳤다.
그는 원래 려향을 그래도 여동생이라고 마중하러 나왔다.
“어째 울 아빠를 치니?”
류덕재는 뜨개소처럼 외까풀눈깔을 부릅뜬 아들을 말렸다.
“그만 둬라. 려향은 네 친여동생이야.”
류문도는 뛰어오다가 걸음을 딱 멈췄다. 의아한 두 눈이 데꾼해졌다.
“네? 무슨 소립니까?!”
“참 이젠 보기 좋게 됐구만.”
이때 리문곤이 다가오면서 쨕쨕 박수까지 쳤다.
“사처에 돌아다니면서 더러운 씨를 뿌려놓더니 이젠 사생아들이 다 커서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는구만.”
리문곤과 류문도는 류덕재와 려향이 소나무 숲에서 하는 대화를 다 엿들었던 것이다.
려향은 어진간히 성이 나지 않아 빽 고함쳤다.
“그만 두오. 큰어머니도 잘못이 많습니다. 큰아버지를 잘 관리했으면 이런 일이 다 생겼겠습니까?”
류덕재는 무릎을 털썩 꿇고 길 한가운데 물앉았다. 그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꽝꽝 쳐댔다.
“헤이! 이 일을 어쩌는가? 어쩌는가?”
뒤이어 그는 창피해 길쭉한 말상을 툭 떨어뜨리고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려향은 리문곤과 류문도의 눈치를 핼끔핼끔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가 류덕재를 부축해 일으키더니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려향은 나직이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걸 어쩌겠습니까? 먼저 친자유전자감정부터 하러 갑시다.”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친자유전자감정을 해 뭘 하겠니? 네가 날 친아빠로 인정하지도 않겠는데.”
려향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큰아버지, 유전자감정에서 친아버지로 나오면 나도 현실을 인정하고 용감하게 살겠습니다. 큰아버지 말씀처럼 우리 다 유전자감정한 일을 비밀로 무덤까지 가지고 갑시다.”
류덕재는 려향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래, 네가 사생아란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니? 그저 친애비 친딸로 사이로 서로 좋게 지내면 되지. 안 그래?”
려향은 랭정하게 말했다.
“그때 가서 다시 봅시다. 당장 지금 유전자감정하러 갑시다.”
려향은 류덕재가 난감해하자 제꺽 류덕재 머리카락 몇대를 줴 당겨 훌 뽑았다.
그녀는 그 머리털을 위생종이에 꽁꽁 싸서 미색핸드빽에 잘 챙겨 걷어넣었다.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저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류문도 모자간을 피끗 바라보더니 총총히 산 아래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려향아! 좀 기다려라. 혼자 어떻게 무인지경으로 가겠니?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마.”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였다.
“씨는 못 말려! 피는 물보다 짙은 법이니까!”
리문곤은 류덕재를 흘겨보면서 입이 뽀로통해 나직이 두더벌거렸다.
이윽고 벤츠찌프가 려향을 싣고 망아산 소나무숲 속 령길에서 달려나갔다.
사생아 풍파가 방파제를 사정없이 들부시며 들이닥쳤다. 조용하던 별장에 비극의 먹구름이 닥쳐왔다. 소나무숲과 저수지에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천지를 지동친다.
산새들도 놀라 짹짹거리며 포로롱포로롱 나무가지에서 날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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