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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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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1) 김장혁
2022년 10월 22일 14시 13분  조회:140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
4
 
               61. 다이로교수의 꿈
 

지나친 격분은 다이로교수의 애간장을 여지없이 부셨다.
(어쩜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단 말인가? 며칠 안 기른 개도 주인을 보면 꼬리를 친다는데. 개쌍년, 20여년이나 길러줬건만 나를 망신줄 수 있단 말인가? 더러운 죠센진(조선인). 개보다도 못한 년.)
그는 복도에 나가 연신 주먹을 휘두르며 묻고 또 물었다.
(마끼를 어떻게 해놓으면 원쑤를 갚을가?)
다이로는 누가 볼가 봐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한참 궁리했다.
(내 꿈은  아들딸을 한 구들 낳아 기르는 것이다. 난 그 황홀한 꿈을 이르려고 은인이나 다름없는 본댁 모모에를 내보냈지. 모모에 본가집 아버지 교수가 아니였던들 내 오늘이 있었겠는가? 그는 내가 춘희를 관심한 것처럼 나를 친아들처럼 관심했지. 학잡비를 대주고 장학금을 타게 도와주었고 나중엔 자기 집에 데려다 공부를 시키면서 박사학위까지 타게 하지 않았던가. 건데 뭐야? 난 본댁을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내보냈다. 나도 사람인가? 차마 못할 짓을 했지. 난 춘희를 관심하는 척하면서 나꿔채  후처로 들여앉혔지. 그런데 춘희는 10여년 동안 애 하나도 낳아주지 않았잖은가.  건데 난 10여년 동안 마른 방아만 찧었잖은가. 애를 얻기는 고사하고 사막에 물 붓듯이 춘희 모녀한테 숱한 돈만 처넣지 않았는가? 난 꿈을 이루긴 고사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했지 뭐야?)
       본댁은 다이로교수를 보고 은밀히 귀띔해주었다.
      "왜  숱한 일본 녀자들을 두고 죠센진을 선택했는가요? 이제라도 일본 녀제자 가운데서 골라잡으세요."
      "안돼. 어느 일본 녀자애가 늙은이 애를 가지자겠는가? 민족기시를 받는 죠센 온나(조선 녀자)를 관심해주면 감동돼 애를 낳아줄 거야."
"또 그 소리군요. 죠센진이라고 그리 쉽게 넘어가겠어요? 눈이 멀거나 바보 아니고서야. 흥. 당신 꼭 후회할 거요."
      그러나 다이로는 본댁의 충고를 듣지 않고 꿈의 어머니를 춘희 대신 나나로 대체해놓았다. 그는 모든 심혈을 몰부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인간의 고행을 겪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이로는 오늘 마끼한테 모욕당하기까지 했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산이 폭발하고 먹물처럼 새까만 파도가 세차게 흉벽을 부셔댔다.
"어떻게 하면 꿈을 이룰까?"
그는 과단성있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난 이젠 화장터에 가서 한줌의 연기로 돼 염라대왕을 찾아갈 사람이지. 헌데 나나는 어떻게 머리를 들고 학교를 다닌단 말인가? 안되겠어. 이젠 춘희 모녀를 가차없이 잘라버릴 때야.)
한참 후에야 다이로는 간신히 화장실에서 나와 스적스적 걸어 교실에 들어갔다.
쑤군덕거리던 학생들은 다이로교수를 보자 순식간에 쥐 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교실에는 바늘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라도 다 들릴 지경으로 적막했다.
숨 막힐듯한 적막강산이 공포로 돼 마끼와 학생들한테 엄습해왔다. 학생들은 누구라 없이 머리를 숙이고 책상머리만 내려다보았다.
“교수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이로교수의 말소리가 나직이 울리며 교실의 정적을 깨우쳤다.
“오늘 특별강좌에선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을 강의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기대에 찬 눈길을 다이로교수한테 보냈다.
“참을 ‘인’자 세개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졸업 전에 우리 모든 학생들은 중국 유교학설을 좀 공부해야겠습니다. 공맹지도에서는 ‘자기를 억제하고 례에 맞게 행동하라.’고  설교했습니다. 의료과학을 배우는 우리 학생들은 우선 인도주의가 무엇이라는 것부터 배워야겠습니다. 남을 곤경에 몰아넣고 잘코사니를 부르는 것이 옳은가? 이제 당장 졸업해 사회로 나가 의료사업에 종사할 제군들이 곰곰히 생각할 바입니다. 앓는 사람을 치료하고 죽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의료일군은 정신적으로도 남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지요?”
그 몇마디 말을 듣고 대학생들은 다이로교수가 지금 뭘 두고 말하는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늘 이 주제로 쎄미나를 하겠습니다. 제군들의 열띤 토론 희망합니다.”
다이로교수는 교수안을 닫고 마끼와 나나한테 번갈아 피뜩 눈길을 주더니 교실을 나갔다.
그는 어떻게 이를 꼭 깨물며 꼭두까지 치미는 성을 참았던지 눈에 피 다 지지 않았겠는가.
그는 도요다표찌프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 마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춘희는 다른 때와는 달리 일찌기 퇴근한 다이로교수 가방을 받아든다, 신까지 벗겨 신궤에 넣는다, 커피를 타온다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다이로교수의 얼굴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침울해보여 불안했다.
“학교에서 무슨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었는가요?”
춘희는 커피잔을 차탁에 가져다 놓고 쏘파에 다가와 다이로교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원격조종기를 쥐여 텔레비죤을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텔레비죤을 뚝 꺼버리고 춘희를 마주 바라보았다.
“조용할 때 말하기오.”
“네. 무슨 일인가요?”
다이로교수는 춘희한테 돌아 앉으며 정색했다.
“우리 갈라지기오.”
“네?! 불시에 왜서요?”
춘희는 깜짝 놀라 외까풀눈이 휘둥그래졌다.
다이로교수는 명확히 말했다.
“우리 이젠 정도 사랑도 없소.”
춘희는 커피잔을 차탁에 뚝 떨어뜨렸다. 커피가 쏟아져 차탁에서 바닥에 주르르 흘러내렸다.
춘희는 그걸 개의치도 않고 다이로 옆에 바싹 다가앉으면서 다잡아물었다.
“무슨 말인가요? 그래 교수선생님은 이제껏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가요?”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지금까지 춘희는 내 사랑 느껴보지 못했는가요?”
춘희는 다이로교수의 두 손을 덥썩 잡았다.
그녀는 다이로 사랑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아니, 다이로교수의 돈줄을 놓을 수 없었다.
“저는 온 몸과 마음으로 선생님의 아빠와 같은 사랑을 느꼈어요. 그런데 불시에 왜 이런 말 해요? 오늘 혹시 학교에서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었는가요?”
다이로는 커피잔을 들어 후- 후- 불며 마셨다.
“이제 마끼한테 물어보오.”
그는 커피잔을 차탁에 놓으며 춘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춘희는 제꺽 일어나 걸레를 가져다가 차탁과 바닥에 흘러내린 커피를 말끔히 닦았다.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는 이상 무슨 힘든 일이라도 우린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허구푼 웃음을 웃었다.
“허허. 안되겠소.”
“왜요?”
춘희 외까풀눈은 화등잔같이 돼버렸다. 이전처럼 당당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눈귀에 잔주름이 늘어섰다.
다이로교수는 바로앉으며 춘희를 쏘아보며 물었다.
“춘희는 이전처럼 날 사랑하오? 성폭행과 성학대에 진절머리나지 않아?”
춘희는 한참이나 궁리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로실히 말할가? 그럼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끝날게 아닌가? 나는 모든 걸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새가 돼 고향에 돌아가 내 인생을 살게 되겠지.)
그러나 춘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마끼를 위해서라면 자기 모든 삶을 희생할 수 있었다. 아니,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었다.
“저는 선생님의 은총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의 마음과 몸을 다 바쳐 선생님을 사랑해왔습니다. 장래에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다이로교수님을 사랑할 것입니다…”
“쳇.”
다이로교수는 콧방귀를 뀌면서 손사래를 쳤다.
“영화 대사를 암송하오? 소설을 쓰오? 얼마나 화려한 말이오? ㅋㅋ. ”
춘희는 다이로교수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애원했다.
“선생님, 제가 그간 선생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요. 죄송해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네? 제가 선생님을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 틀렸네. 우린 근본 서로 사랑하지도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댔소.”
“아니, 무슨 말씀인가요?”
갈수록 심산이오, 의아한 일이 아닌가!
“가짜결혼이였네. 난 새파란 춘희를 후처로 삼아  내 아들을 낳으려고 했지. 그러나 내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네. 춘희는 내 돈과 유산에 눈이 어두워 억지로 나하구 살아야 했잖아? 마끼 전도를 위해 지금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잖은가. 난 모든 걸 다 간파했네. 이렇게 살바에는 당장 갈라져야지. 량심 있는가? 내 널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데. 나를 속여? 당장 갈라지자. 그래야 서로 행복할 수 있네.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알만해?”
다이로교수의 퉁사발눈에는 이상한 빛이 번쩍여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 아주 무서웠다. 공포가 방안을 점점 두텁게 휩싸고 있었다.
“선생님,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이러면 저는 이 세상에 살 필요없습니다.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혹시 나나 때문이 아닌가요?”
“왜 나나를 곁들어?”
“나나를 두번째 후처로 들여다 자기 애를 낳으려고 그러지 않아요?”
“난 궁리한지 오래네. 내 어떻게 살든 걱정할 필요없네.”
그때 마끼가 집에 들어섰다. 그녀는 수업시간을 볼 여유가 없어 황급히 아빠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춘희는 마끼 방에 따라 들어갔다.
“혹시 오늘 아빠를 노엽게 군 일은 없느냐?”
마끼는 머리를 강하게 가로 흔들었다.
“없어요.”
“제대로 말해라. 아빠 왜 저리 기분 상해 돌아왔어?”
그러나 마끼는 어머니한테 교실에서 생긴 일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어째? 아빠 뭐랍디까?”
춘희는 문께를 힐끔 뒤돌아보더니 문을 꼭 닫고 나직이 말했다.
“아빠, 나하구 갈라지잔다. 우리 당장 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네? 아빠 정말 그래요?”
춘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일을 어쩌느냐? 엄마 십여년 동안 드린 정성이 단꺼번에 물거품으로 됐어.”
마끼는 모든 것이 짐작됐다. 그는 어머니 귀에 대고 뭐라고 종알거렸다.
춘희는 딸의 말을 들으며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아빠 듣겠어.”
마끼는 어머니 손을 잡고 다이로교수한테 나갔다.
“아빠, 제가 잘 못했습니다.”
마끼는 다이로교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제가 나나를 질투해 그랬습니다.”
다이로교수는 성이 나 세길네길 펄쩍 뛰였다.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다고 그게 뭐냐?”
“제가 잘 못했습니다. 나나를 망신주려고 그랬어요.”
“그림을 아주 잘 그렸더구나. 네가 아빠를 망신줄줄은 몰랐어. 참 섭섭하구나. 애지중지하며 사랑한 딸이 내 잔등에 비수를 박을줄이야…”
다이로 교수는 너무나도 섭섭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아빠, 정말 잘못했습니다. 락루하지 마세요.”
마끼는 일어나 어릴 때처럼 다이로교수한테 안기며 백지장 같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드렸다.
“아빠 울면 이 딸도 마음이 아픕니다. 잘 못했습니다.”
다이로교수는 마끼의 손을 내리우며 흐느끼까지 했다.
“내겐 친딸도 친아들도 없다. 널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했건만 어쩜 그럴 수 있느냐?”
다이로교수는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았다.
“흑판 그림은 남학생들이 내 말 듣고 그린 거예요. 저는 거기에 설명을 달았을뿐인데요. 죄송해요. 아빠.”
춘희는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알아차렸다.
       찰싹!
그녀는 딸애 귀뺨을 호되게 갈겼다.
“어쩜 아빠를 망신시켜?”
춘희는 아빠 같은 은인을 모욕한 때문에 격분했던 것이다.
마끼는 얼얼해나는 뺨을 만지며 울면서 재차 꿇어앉아 잘 못 을 빌었다.
그러나 다이로교수는 바로 앉으며 똑똑히 말했다.
“딱 오늘 일 때문이 아니야.  너네 모녀 간은 이젠 내 꿈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야. 나는 내 꿈을 원만히 실현하기 위해선 너네 모녀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기로 마음먹었어.”
다이로교수의 벌건 네모얼굴이 바위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춘희는 이렇게 물앉을 수 없었다. 그녀는 비장한 결심을 내렸다.
“다이로교수선생님, 당신 여생의 꿈은 자기 애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닌가요?”
“그럼?”
“제가 그 꿈을 이룩해드리죠.”
“네가?”
다이로교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안돼, 넌 안돼. 이미 늦었어.”
춘희는 자기 결심을 들으면 다이로교수가 기뻐하겠는가 했다. 그런데 다이로교수의 말을 듣자 너무나도 뜻밖이였다.
그녀는 의아해 물었다.
“늦다니요?”
“춘희는 이젠 50대 고개를 바라봐. 또 피임약까지 십여년 동안 너무 썼기에 애를 낳을 수 없어. 이건 자연법칙이야.”
춘희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었다.
“아니예요. 저는 아직 생리도 가지 않았어요. 현대 녀자 40대 후반에도 애를 가지기는 한창인데요.”
“애를 가지려면 허무한 세월 왜 한번도 임신하지 않았어? 또 이젠 애를 가질 확률도 30프로도 없어. 나도 이젠 늙었어. 이제 또 10여년을 기다릴 시간도 없어. 설사 애를 가져도 늙은 엄마가 온전한 애를 가지겠어?”
다이로교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사래까지 쳤다.
춘희가 또 뭐라고 말하려는데 마끼가 말렸다.
마끼는 우쭐 일어서더니 다이로교수한테 다가가 손을 덥썩 잡았다.
“아빠, 제가 아빠 꿈을 이뤄드리겠어요.”
“뭐라고?”
다이로교수나 춘희나 그 기절나는 말에 깜짝 놀랐다.
다이로교수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네가 금방 뭐라고 했느냐?”
마끼는 아주 명확하게 말했다.
“제가 교수선생님의 애를 가지면 안돼요? 저는 서너살부터 아빠 태산 같은 사랑을 받아오면서 자랐어요. 그 은공을 갚기 위해 아빠 마지막  꿈을 이룩해드리렵니다. ”
다이로교수는 마끼와 춘희를 번갈아보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아니야, 넌 내 딸이야."
다이로교수는 미심쩍어 나나를 쏘아보다가 또 도리머리를 거세게 가로저었다.
춘희는 마끼 팔을 쥐여 홱 나꿔챘다.
“얘, 무슨 미친소리냐? 미쳤어? 넌 아빠와 내 딸이야. 새파란 네가 어찌 저런 늙은이... 아이고, 이 일을 어쩌니?”
그러나 마끼는 무섭게 고집을 부렸다.
“미치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나나한테 아빠 꿈을 맡길 수 없어요. 나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왜 못하겠어요?  나나가 애 하나를 낳아주면 난 아빠한테 아들딸 한구들을 낳아줄 수 있어요.”
찰싹!
춘희는 마끼의 귀썀을 한대 갈겼다. 그녀는 조선말로 호통쳤다.
“가은아, 정신 나갔어? 엄만 네 전도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데. 네가 이렇게 전도를 망치면 어쩌느냐? 어째 엄마 죽는 거 보겠느냐?”
 그런데 다이로교수가 내뱉는 말 또한 열통이 터질 소리다.
“봐라! 너네 모녀간은 재물에 미쳤어! 내 유산을 독차지하려고 모녀간이 서로 내 애기를 낳겠다고 나서잖느냐? 재물에 눈이 어두운 년들, 인륜을 해쳐도 한두가지 아니구나. 너네 더러운 피를 받아 애를 낳았다간 내 후대 망치겠어.”
“아이고, 이 일을 어떻게 해? 모든 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구나. 흐흐흑, 흑흑.”

드높은 푸른 하늘에서 울리는 메아리-
       -에잇, 세상 망신스러운 일!
천만갈래 누런 빛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흐느껴 우는 모녀간을 어루만지며 추파를 보낸다.
황혼의 황금빛 락조는 명암이 분명한 신성한 꿈마저 누렇게 물들이며 색바리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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