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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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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5 김장혁
2023년 06월 24일 10시 46분  조회:116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6
      
                 김장혁

   
          105
. 사막에 우뚝 솟은 기념비

       모래바람이 사막의 산등성이를 핥으면서 기승스레 불어친다. 모래언덕은 화로불처럼 홧홧 달아올라 천하를 불태울 상 싶다. 목 안까지 말라들고 발바닥이 델 지경이다.  목 안과 입술이 다 말라 갈라터질 지경이다.
      렬악한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는 사막의 오아시스 천사와 추장들한테서 시원한 물을 한모금 얻어 마셨다. 사막에서도 자그마한 사랑의 오아시스가 있고  마음이 뜨거운 추장들과 천사가 계셔서 살 것만 같고 온 몸에 힘이 솟구쳤다. 마라토너는 다시 산더미 같은 책짐을 메고 높은 문턱을 힘겹게 넘어간다. 그런데 글쎄 책짐이 졻은 문선에 떡 걸려 낑낑거리면서 간신히 넘어가야 했다.
      “미쳤어, 미쳐, 왜 저래?”
      사막의 불여우는 눈깔을 팬들거리면서 코웃음쳤다.
      문턱을 지키는 수전노는 민족정신이고 뭐고 주산알만 딸깍딸깍 튕기며 안경 너머 햇볕에 거머스름하게 탄 마라토너 얼굴을 건너다보며 콧방귀를 뀌였다.
     “흥! 세상 별의별 바보를 다 보았어. 경제시대에 돈을 벌지도 못하는 책을 내 뭘 해? 뭐? 집을 팔아 저 책을 냈다고? 어떤 녀자인지? 팔자는 더럽다. 저런 나그넬 믿고 한지에 방아를 걸겠어. 그 녀자 고생문이 터졌다. 저걸 어쩌니? 책짐을 메고 다니면 누가 쓰게 볼 거 같아. 작작 혼자 고상한 척하지도 말라구,”
별의별 조소가 다 터져나오며 사막에서 십급태풍을 일으킨다.
“하필이면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마라톤을 하다니? 참, 할 일도 없구만.”
“그래. 물 한모금이라도 얻어 마시면 험한 사막을 떠나 다른데서 달리지 못하고. 참, 인생 고달프다.”
동정하는 목소리도 쌀에 티처럼 섞여 들린다.
사막의 마라토너는 들었는둥 마는둥 책짐을 메고 지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종호는 한 자동차나 되는 책짐을 해관 창고에 가서 세를 낸 차에 싣고 기차역 화물처로 달려 갔다. 화물처에 가서 책짐을 고향에 부쳤다.
       이튿날 책짐은 천신만고 끝에 고향 역에 도착했다. 종호는 커다란 화물차를 세내책짐을 실어 셋집에까지 실어갔다.
종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짐을 셋집에 메 올려갔다. 그는 책짐을 다 메나르자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세면실에 들어가 샤와를 쏴- 틀어놓고 시원한 물에 후줄근히 젖은 땀을 말끔히 씻었다. 사막에서 묻은 더러운 모래와 조소를 몽땅 닦고 또 닦아버렸다.
종호는 목욕재계한 후 산더미 같은 책짐을 객실 벽 중앙에 정중히 모신 모택동주석의 초상화 아래에 한상자 한상자 차곡차곡 무져놓았다. 모두 20여 상자나 되는 책더미는 산더미 같았다.
저게 뭔가?
종호는 두손을 합장하더니 모택동 주석 초상화와 책짐에 대고 큰절을 꾸벅꾸벅 세번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뒤이어 그는 일어나 두손을 합장한 채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위대한 수령 모주석이시여, 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혁선렬들이여, 그대들의 선렬과 혼이 담긴 책을 몽땅 찾아왔습니다. 이게 한 가난한 로기자의 사명감이고 의무감이 아니겠습니까? 그대들에게 욕보이지 않았는지 마음 속으로 죄송합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책을 한질을 꺼내 미리 준비해놓은 빨간 종이에 정히 싸안고 산더미 같은 책더미를 배경으로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종호는 그 빨간 종이에 싼 책을 꺼내 가방에 정히 넣어 메고 혁명렬사기념관으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전람관에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전람관의 해설원을 따라 삼도만토비숙청에 토비소굴에 돌진하던 탱크 앞에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책을 탱크 앞에 공손히 드리고 넙쩍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혁명선렬들이여, 이제 이 책으로 그대들의 사적을 온 천하에 알리겠습니다. 일편단심으로 선렬들의 피가 헛되히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 그의 귀전에는 토비들을 항복시키려고 삼도만 토비소굴로 들어갔다가 간악한 토비들에게 생매장당하면서 고함치던 김지도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상 싶었다.
“토비놈들아, 네놈들이 끝장날 날이 오래지 않다. 우리 민주련군 2천명이 네놈들을 소멸하러 올 것이다.”
“중국 공산당 만세!”
“국민당 토비들을 타도하자!”
종호의 눈 앞에는 탱크를 앞세우고 삼도만 강곬의 얼음을 타고 진격하던 민주련군의 무수한 선렬들, 앞사람이 흉탄에 맞아 가슴에 진붉은 선혈을 흘리며 쓰러지면 뒤사람이 뒤이어 돌격하던 선렬들의 영웅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탱크가 삼도만 토비소굴 대문을 깔아뭉개면서 쳐들어갔다. 토비들은 혼비백산해 사처로 도망쳤다…
“아, 영웅적인 민주련군 용사들이여, 인민들은 영원히 선렬들을 잊지 않고 기릴 것입니다.”
종호는 코마루가 시큼해나 이슬맺힌 눈을 스르르 감으면서 혁명렬사들을 떠올렸다.
그는 해설원을 따라 혁명렬사기념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항일전쟁과 해방전쟁 시기 혁명렬사들의 사적을 또다시 들었다. 이젠 몇십번 듣고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사진 찍고 취재했는지 모른다. 그는 매개 렬사들과 영웅들이 일찍 싸운 전적지를 다 답사하했다. 태항산 조선의용군 전적지, 광서토비숙청전적지, 해남도전적지까지 다 돌아다녔다.
혁명렬사기념관을 돌아보는종호의 귀전에는 리상설이 개설한 서전의숙에서 일제에 맞서 사생들이 조선어로 랑랑한 긁 읽는 목소리가 들리는상 싶었다.
윤동주의 시구도 떠올랐다. “하늘을 우러러 티끌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리라.”
그의 눈 앞에는 무수한 혁명렬사들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13세 어린 나이에 감옥에 갇혀서도 굴하지 않고 뜨개바늘로 이불보에 절개를 새긴 소녀렬사 김순희, 시퍼런 작두날에 목이 잘리면서도 혁명절개를 굽히지 않은 김상화, 림해설원에서 항일유격전쟁을 하다가 일본 놈들한테 포위당해서도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운 동만 제1임서기 동장영, 최숙자 렬사…
그의 귀전에는 동북야전군의 10만을 헤아리는 조선족장병들이 동북을 해방하고 북경과 천진을 해방하고 황하와 장강을 뛰여 넘고 해남도까지 진격하는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총포탄이 비발치던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우다가 장렬히 희생된 만여명이나 되는 조선족렬사들의 혼이 살아숨쉬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그렇다, 진붉은 오성붉은기에는 우리 혁명렬사들의 진붉은 피가 슴배여 빛나고 있었다…
참관을 마치자 종호는 빨간 종이에 싼 책을 두 손으로 해설일군한테 드렸다.
“혁명렬사들의 혼이 담긴 이 책을 혁명렬사기념관에 드립니다.”
전람관 일군은 두 손으로 정히 받아안았다.
그날로 종호는 책 한상자를 불구자협회에도 드렸다. 심지어 집에 고이 누워 사는 불구자들은 책을 받고 감동돼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들은 신체는 불구지만 성한 일부 사람보다도 더 정의감이 있었다. 그들은 누운 자리에서도 선렬들의 사적이 담긴 책을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은 종호가 책을 가져다주어도 받아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페지도 읽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종호가 얼마나 애나게 지하철을 갈아타고 배를 타고 기차 타고 천신만고 끝에 가져온 책인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
종호는 혁명렬사들의 혼과 선렬이 슴배인 산더미 같은 책짐을, 그의 피땀이 슴배인 책더미를 헤치여 쭉 사회 각 계층에 나눠주고 나니 한숨이 후 나갔다. 혁명선렬들을 위해 뭔가 해놓은 거 같아 졸혼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류려평과 리혼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집을 팔아 저 숱한 책을 낼 수 있었겠는가.”
그는 자기 인생에서 불효하고 정의감도 없는 려평과 리혼한 일이 젤 잘한 일이라고 새삼스레 느꼈다. 류려평은 그가 삼도만에랑 태항산전적지에랑 취재하러 다닌다고, 집의 돈을 쓸데 없는 일에  길에 다 늘여놓는다고 퉁사발눈을 부라리면서 얼마나 욕설을 퍼부었던가.
"잔소리는 얼마나  진절머리나게 했던가."
아, 종호는 류려평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치떨렸다.
종호의 귀전에는 아직도 리정호 회장이 이완표 사장과 하던 말도 떠올랐다.
“이사장, 항일투사들의 혼이 담긴 책이 무슨 국경이 다 있어? 중국 인민들이 항일투쟁한 사적을 쓴 이 책을 내주게나. 일본 침략자놈들이 얼마나 우리 중한 인민들을 철발굽으로 짓밟았는가? 지금 일부 우둔한 사람들은 민족심마저 잃고 중일관계처리에서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자' 고 망발하네. 어찌 일본 놈들의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우린 일제 놈들이 과거 우리 나라를 유린하고 짓밟은 침략사와 중조 항일투쟁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네. 우린 그 놈들과 싸운 중국 투사들의 책을 내야 하네. 중국 조선족항일투쟁사도 전반 항일투쟁사 일부분이야. 후대들이 다 대를 이어 알게 해야 하네. 민족심으로 책을 내야 하잖나? 그래야 값진 출판인기여.”
종호는 책을 다 나눠주고 나서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혁명렬사기념관에 찾아갔다. 그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혁명렬사 기념비와 락조 비낀 눈 덮인 서산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주덕해 기념비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뇌였다.
“한국 유지인사들도 항일투사책을 내주자고 애쓴 판에, 참, 사막의 악어와 수전노들이 리해 안돼. 당신들한텐 량심이 있는가? 주산알이나 튕기면서 돈만 따지는 수전노들, 참, 정의감과 민족심이 꼬물만치라도 있는가? 혁명렬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가?”
그는 푸른 창공을 떠이고 우뚝 솟은 혁멸렬사기념비에 넙적 엎드려 큰 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저게 뭔가?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 책이 흩날려 여기저기 우박처럼 떨어진다. 그 책들이 밑거름이 돼 삭막한 사막에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책들이 요술을 부리듯이 샘물이 퐁퐁 솟는 샘물을 벌집처럼 송송 뚫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그 책들이 사막에서 힘들게 걸어가는 백성들한테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고대로마 척박한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은 사랑의 녀신 헤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누가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는가? 혁명선렬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책들이 어두워져가는 사막에 밝은 등대로 돼 사막에서 힘겹게 달려가는 마라토너들의 마음을 대낮같이 환히 비춰주지 않는가!
      순간 우뚯 솟은 기념비 너머 혁명렬사들의 혼이, 유령이 구름을 타고 신기루처럼 사막에 나타나 빛발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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