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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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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40) 김장혁
2022년 09월 11일 10시 08분  조회:139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
3

 
                   50. 부총경리 로맨스

       군철은 공항파출소에서 한참 심문당한 후 놓여나와 간신히 단위에 돌아왔다. 그러나 경찰이 하던 말이 무시로 뇌리를 쳐서 시름놓을 수 없었다.
 
“만약 정호가 오늘 우리 공항으로 도망쳤기만 해 봐. 범죄자 도망을 도운 죄 물을 거야.”
군철은 위엄에 찬 경찰들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고 따지고들었다.
“생사람 잡지 마십시오. 난 애인과 함께 미국으로 가려고 했을뿐이오. 무슨 증거 있습니까?”
공항파출소에서는 군철의 핸드빽에서 정호의 려권을 들춰냈다.
“이건 뭔가?”
경찰은 려권을 군철의 코앞에 들이댔다.
“애비 려권으로 미국 가려고 하잖았어? 이것만 해도 남의 이름을 도용한 죄를 구성해.”
“내 그래 미국에 날아갔습니까? 가지도 않은 사람을 물고 늘어지면 어쩝니까?”
그때 성호가 파출소에 들어섰다.
그는 이상하게 군철한테 세귀눈을 찔끔해 보이더니 경찰한테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
“저 애는 출국하지 않았기에 아직 죄를 구성하진 않았다고 봅니다. 석방하면 어떻습니까?”
경찰은 시답잖은 눈길로 성호를 보며 뭐라고 두덜거렸다. 별게 다 수사에 끼여든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들은 군철과 황선희를 놔주었다.
파출소에서 나오면서 군철은 성호를 힐끔 치켜보았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조선말로 한마디 하였다.
“정호를 보면 전해라. 자수하는게 유일한 출로라고. 무슨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사처로 도망치며 살게 있니?”
군철은 속으로 고양이 쥐 생각을 한다고 여겼다.
(픽, 병 주고 약 주고 하면서. 하나 누구 신세에 우리 회사에 들어왔는데. 흥, 배은망덕해도 한두가지 아니구나.)
그러나 입으로는 속과는 다른 말을 했다. 
“남방까지 쫓아와 생각해줘서 감사합니다.”
성호는 정색했다.
“오해하지 말라. 난 친구로서 정호를 자수하게 하자고 쫓아다닐뿐이야.”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 흥!)
군철은 성호한테 눈을 흘기면서 파출소에서 나왔다.
(흥, 제 딸의 뒤가 근심되는 모양이지. 어떤 땐 우리 부자간을 다 잡아먹을 상하다가도. 흥!)
 
군철은 사무상 컴퓨터에 마주 앉았지만 일에 손이 잡히지 않았다.
(아버지, 오사까공항을 무사히 빠져나갔을가?)
그는 오랜만에 권연을 한대 꺼내 붙여물었다.
속이 타다못해 연기로 돼 타래쳐올랐다.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녀비서 하나가 커피잔을 들고 들어섰다.
“리부장님, 커피 드세요.”
“고맙소.”
하나는 커피잔을 군철의 앞에 내밀었다.
“차탁에 놓소.”
“네.”
“이후엔 커피에 설탕을 좀 작작 타오.”
“네, 알겠어요.”
하나는 커피잔을 차탁에 내려놓고 군철의 표정을 흘끔 곁눈질했다.
군철은 짙은  눈섭꼬리가 건뜻 쳐들린 채 량미간을 찌프리고 있었다.
군철은 하나가 나가자 커피잔을 들어 후후 불며 한모금 마셨다. 긴장으로 굳어졌던 대뇌피질이 스르르 풀리는 감이 들었다.
(하나, 저년이 애비 대신 날 감시하지 않는지? 진짜 대대로 우리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달려들어? 흥! 네년이 미국 하버드대학 석사를 나왔으면 다냐? 우리 회사에선 어림도 없어.)
군철은 커피잔을 들어 후루룩 들이켰다. 그는 청화대학 전자공학과 석사연구생 출신이여서 하나와 그의 남친 윤선을 쓴 외 보듯 했다.
이전에 성호와 정호, 문걸, 종수, 범송 등은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
성호는 몇해 전에 문걸한테서 군철이 남방 한국 반도체회사에서 인사부장을 하면서 잘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문걸한테 미국에서 헤매던 하나를 군철이네 회사에 들어가게 군철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군철의 아버지는 정호가 아니라 문걸로 알려져 있었기에 성호는 문걸한테 부탁했던 것이다.
군철은 문걸의 부탁을 받고 하나와 윤선이 둘 다 미국 하버드대학 졸업생들이라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우리 회사에 한 고향 조선족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겠지.)
직원이 3000여명이나 되는 한국 대회사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리 식은 죽 먹기 아니였다. 더욱 하나처럼 군철이 이끄는 인사팀에 들어가고 부장이나 부총경리나 총경리 녀비서로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군철의 한마디 말에 하나와 윤선은 회사 전례를 깨고 식은 죽 먹기로 당날애 입사수속을 마쳤던 것이다.  
 그후 하나는 군철 부장의  최측근인 녀비서로 발탁됐다.
하나는 자기 남친까지 인사팀에 받아달라고 군철 부장한테 지청구를 들이댔다.
“저네 한팀에 있으면 얼마나 불편하겠소? 제 남친은 생산직장에 있는게 더 좋소.”
하나는 단통 뾰로통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안가 리부장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여겼다.
군철은 속으로 성호를 증오했다.
(누구 신시에 딸과 사위감까지 다 우리 회사에 들어왔는데. 우리 부자간을 잡자고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든단 말인가?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물려고 들어도 한두가지 아니구나. 흥!)
군철은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대포폰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버지한테서 날아온 메시지였다.
 
    짐이 셋 다 무사히 도착했음.
 
   군철은 벌떡 일어났다.
“살았다, 살았어! 셋이 다 도착했군.”
그는 사무실 안을 뚜벅뚜벅 거닐면서 엄지와 식지를 딱 튕겼다.
똑, 똑, 똑똑.
“또 무슨 일이야? 흥!”
군철은 황급히 대포폰을 사무상에 걷어넣으며 두덜거렸다.
하나가 또 들어왔다.
(정말 보기 싫다하니 자꾸 시끄럽게 굴어?)
“리부장님, 박총경리님께서 총경리실에 오시라고 합디다.”
“알았소.”
(제길, 직접 나한테 전화할게지. 보기도 싫은 년을 자꾸 들여보내?)
군철은 속으로 두덜거리면서 당장 윗층에 있는 총경리실로 올라갔다.
박문 총경리는 안경을 춰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맞아주었다.
녀비서 은희가 커피를 두잔 가져다 차탁에 놓았다.
박총경리는 사무상에서 무슨 증서인지 들고 다가왔다.
“리부장, 아니, 리부총경리, 축하해요.”
“네? 부총경리라니요?”
군철은 우멍눈이 데꾼해 박총경리 손에 든 걸 힐끔 곁눈질했다.
“본사 리회장님께서 임명장을 보내왔어요.”
박총경리는 아주 엄숙하게 임명장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군철의 앞에서 읽었다.
                   
                 임명장
          리군철 귀하를 중국 S시 한국반도체전자유한회사
   부총경리로 임명한다
.
           대한민국 반도체유한회사 회장: XX
                                 2020 7 5.
 
박총경리는 군철에게 증서를 드리고 손을 굳게 잡았다.
“축하해요. 리부총경리님.”
“감사합니다.”
군철은 임명장을 받고 허리 굽혀 인사했다.
박문 총경리는 쏘파에 다가와 군철과 나란히 앉았다.
“리부총경리, 한가지 부탁하자요.”
“예, 뭐든지 지령을 내리세요.”
박총경리는 안경을 춰슬리면서 군철을 건너다보았다.
“리부총경리, 제가 본사로부터 갓 오잖았어요? 중국 대륙의 여러가지 정책을 잘 몰라요. 회사 정황도 익숙하지 못한데요. 잘 부탁드려요.”
“아니, 천만에 말씀을, 박총경리님이야 말로 중국 통인데요.”
박총경리는 확실히 오기 전에 2년 동안이나 중국에 대한 공부를 했기에 중국통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니, 제가 박총경리님 가르침을 많이 받아야죠.”
군철은 인차 머리를 조아렸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있는 힘꼇 박총경리님을 받들어 일하겠습니다.”
군철은 확실히 이 회사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밭머리 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진짜 청화대학 전자공학부 석사생이여서 반도체산업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회사 초창기부터 10여년 동안에 자기 능력으로 일반직원으로부터 인사대리, 인사주관, 인사과장, 팀장, 부장, 부총경리로 층층계단을 다 밟으면서 제발된 유능한 관리일군이였다.
회사 총경리는 한국 본사에서 2년에 한번씩 바꿔 보내기에 임기  2년 계약제 총경리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기실 군철이야 말로 이 회사 장기적으로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밭머리 뱀- 실세라고 할 수 있었다.
또 회사의 대부분 직원은 군철이 초창기부터 인사공작을 하면서 회사에 초빙해 입사시킨 직원들이였다. 또 부장들이나 팀장들이나 과장들이나 대부분 군철이 력임 총경리와 협상해 제발시킨  조선족들이였다. 대부분 한족 초보직원들이나 간부들도 군철이 초빙해와서 제발시킨 자들이여서 군철의 말이라면 다 들었다. 
한국 본사에서 보낸 팀장과 부장은 몇이 안되였다. 그리하여 군철은 회사 우로부터 일반직원에 이르기까지 얼기설기 인맥의 뿌리를 깊이 내렸기에 그의 기반은 반석처럼 아주 단단했다. 때문에 군철이 뭐라고  일단 호소만 하면 모든 직원들이 호응해나섰다.
그러나 군철은 아주 겸허히 한국 총경리를 깎듯이 모셨고 항상 허리와 머리를 숙이며 인간적으로 사람대접을 해주었다.
이번에 갓 온 박총경리는 본 회사에서 군철의 부총경리임명장을 가지고 왔기에 오자마자 군철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였고 확 가까워지게 됐다.
이 회사는 인구 천만이 넘는 S시 수천개 외국 기업과 합자기업에서도 첫손 꼽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세계 최첨단과학기술로 반도체부품을 생산하는데 일년에 S시에 납부한 세금액만 해도 900억원도 넘었다. 이는 S시 총세금액의 10분의 1이나 거의 차지했다. 그리하여 시에서도 이 회사를 소홀히 대하지 못했다.
      시정부에 가서도 군철의 말이 섰다. 공상국, 공업국, 세무국, 공안국에서도 리군철 부총경리라면 한발 물러섰다.
군철은 시정부에 말해 2년에 한번씩 바뀌는 이 회사 총경리에게 아파트 한채씩 줘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시정부에서는 군철의 의견을 채납해 련꽃이 만발하는 맑은 호수가 수림이 우거진 무연한 언덕에  지은 아빠트 한채씩 한국인 총경리에게 주었다. 그 별장식 아빠트는 시세로 600만원도 넘었다.
       이 회사에 온 총경리는 한해에 한화로 로임 3억을 받는데다가 돌아갈 때면 아빠트까지 팔아 일약 몇십억대 부자로 돼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내막을 차차 알게 된 한국 본사 책임자들이 서로 앞다퉈 중국 이 분회사 총경리로 오려고 해 실로 머리터질 지경이였다. 그외에도 한국 본사에서 이 회사에 파견돼온 부장, 팀장들도 다 면적이 부동한 아빠트를 탈 수 있어 모두 몇십억(한화) 부자로 돼 돌아갔다.
한국 본사에서 온 총경리들이나 부장들이나 팀장들이나 모두 군철이 덕분에 팔자를 고치게 됐다고 엄지를 내둘렀다.
군철도 부총경리여서 이젠 년금이 인민페로 백만원이 넘는데다가 시정부의 우대를 받아 박문 총경리가 든  호수가 아빠트에 이웃으로 입주했다.
       그런데 군철은 불만족도 있었다. 총경리와 너무 가까이 있어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국인들이 다 그러하듯이 박문 총경리도 례외가 아니였다. 그는 쩍 하면 퇴근해 군철을 불러 회식하면서 밤생활을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골치거리는 술자리에 꼭 회사의 녀직원들을 불러내야 하는 것이였다. 진짜 회사 생산과 전체 직원들의 인사를 관리하기보다도 한국 본사에서 온 총경리를 모시기가 더 힘들었다. 중국 사회 법을 잘 모르는 총경리들은 자꾸 한국에서처럼 밤생활을 즐기려다가 궤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날, 군철이 온 하루 피곤하게 일하고나서 너무 곤해 하품을 하면서 퇴근하려고 핸드빽을 옆구리에 낄 때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박총경리 전화 아닌가.
“또 밤생활을 즐기려고? 흥!”
군철이 이 핸드폰을 들자 박총경리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리부총경리, 저녁에 별 다른 일 없죠? 술 한잔 하면 어때?”
“좋아요.”
“리부총경리, 어쩐지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기 싫어. 와이프도 없는 아빠트에는 고독 밖에 기다라지 않아. 밤 고독이 젤 무섭네.”
“알았습니다. 그러잖아도 저녁에 박총경리님을 모시고 밤생활을 즐길가 했는데요. 아가씨들을 데리고 갈테니깐요. 마음껏 즐겨 봅시다.”
“참 좋아. 그래도 날 알아봐주는 이는 리총경리뿐이야. ㅎㅎㅎ.”
“당연하죠.”
“리비서를 꼭 데리고 오라구. 술상에는 사촌누이라도 있으면 좋다는 말 있잖아? ㅎㅎㅎ.”
“네. 그럼요. 리비서보다 더 이쁜 아가씨도 데리고 가죠.”
“뭐? 리비서보다 더 이쁜 아가씨 우리 회사에 있어?”
“그럼요. 풍무뀀점에서 만나지요.”
“참 좋아.”
군철은 원래 부총경리로 되자 리하나를 곁에 두지 않고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 했다.
며칠 전에 공항에서 하나의 아버지 성호가 경찰들과 함께 자기와 황선희를 붙잡던 일에 앙금이 앉았던 것이다.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다고. 흥! 배은망덕해도 한두가지 아니군. 뉘 신세에 하나가 우리 일류회사에 들어왔는데. 가만놔두는가 보자.)
그런데 하나가 주색에 빠진 박총경리 눈에 들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썩뚝 잘라버려야겠는데. 참. 어쩐담.)
군철은 울며 겨자먹기로 퇴근하려는 하나를 불러세웠다.
“하나, 다른 일 없으면 회식하러 가기오.”
“네?”
하나는 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제가 오늘 저녁에 신랑하구 약속 있는데요.”
“취소하오.”
“아니, 후에 가면 안 될가요?”
“뭐라고? 비서라면 가자면 가는게지. 무슨 말이 그리 많아?”
하나는 자존심에 허락되지 않아 풍만한 가슴이 마구 오르내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그러나 그녀는 인차 군철의 독기서린 우멍눈을 보는 순간 별 수 없었다.
"갈게요."
"진작 그래야지."
"오늘 애들은 누가 데려오는가요?"
"아, 깜빡이야.애리싸 오늘 늦어 퇴근한다던데. "
"근심 말아요.제가 애들을 데려다 두고 올게요.어데서 회식하는죠."
"풍무뀀성이야.고맙소.인차 오오."
"네-"
문걸은 돌아서 나가는 하나의 가녀린 어깨를 보며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다.
(알락거리긴?)
하나는 비서실에 돌아가 윤선한테 나직이 전화했다.
“회사 회식이 있어. 저녁 파티 취소하자.”
“뭐라고? 무슨 일에 날마다 회식이냐? 오늘은 누구하구 회식이냐?”
“미안해. 리총경리 부르는데야. 무슨 수 있어?”
“또 리총경리냐? 어째 날마다 널 부르니?”
“비서가 무슨 수 있니?”
“회사 비서지. 무슨 부총경리 밤생활 비서냐?”
“끊자. 리총경리 기다린다.”
하나는 핸드폰에 대고 얼굴을 비춰보고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핸드빽을 들고 부랴부랴 회사 정문으로 나갔다.
정문 앞에는 벌써 보마찌프 운전수가 차문까지 열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군철은 운전수까지 신변일군들을 몽땅 조선족으로 철통같이 배치해놓았다.
군철은 공회준비소조 경희를 불러 데리고 보마차에 올라탔다.
운전수는 차문까지 공손히 닫아주며 물었다.
"리총경리님! 어디로 몰가요?"
"풍무뀀성으로!"
"넷, 알았습니다."
군철은 원래 부총경리로 임명되자마자 당장 하나를 잘라버리고 경희를 비서로 쓰겠다고 제출했다. 그런데 박총경리는 하나를 내치는 것을 반대했을뿐만 아니라 쩍하면 회식에 불렀다.
      군철은 박총경리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하나가 눈에 든 가시 같이 미웠다. 그러나  하나와 리나 등을  몰아내는  인사단행을 잠시 미루었다.
     기실 군철의 본처 리나도 갓 상해 복단대학을 졸업하고 이 회사 인사과에서 군철과 마주 앉아 함께 일했었다.
     군철이 3년만에 인사대리로부터 인사주관을 월격해 인사과장으로 발탁되였다. 그러자 리나는 능력있는 군철한테 찰싸닥 달라붙기 시작하였다.  
     군철한테는 진작 청화대학에서 사귄 녀친구가 있었다. 그런줄을 알면서도 리나는 군철한테 기를 쓰고 천방백계로 달라붙었다.
군철의 원래 녀친구의 아버지는 미국 류학생출신 청화대학 교수이자 박사생 도사였다. 그 교수는 군철의 석사생도사를 맡았다. 그는 학생회 회장을 하는 군철이 장차 큰 일을 할 제자라고 여기고 자기 무남독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어느 하루 군철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만약 내 사위로 되면 석사학위겠는가. 박사학위도 타게 하고 미국에  류학보내 박사후 학위까지 타게 밀어줄테오. 어떻소? 우리 딸을 만나보겠소?”
(이게 웬 넝쿨채로 떨어진 호박이냐?)
군철은 너무 기쁜나머지 그 자리에서 흔쾌히 대답했다.
“만나보죠.”
그런데 교수 따님을 만나보니 키가 1.70메터도 넘고 너무 실팍해 녀자 같은 감이 들지 않았다.
(수호전에 나오는 모야차?)
미국 류학의 꿈을 이루려고 군철은 그런대로 교수님 따님과 자주 만났다. 그런데 부모와 말하니 인물체격이 없는데다가 한족이라고 딱 질색일줄이야.
군철은 하는 수 없이 석사학위를 탄 후 교수님 따님과 그만두고 미국 출국의 꿈마저 접고  남방에 진출해 이 회사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교수님 따님은 그를 잊을 수 없다고 S시까지 따라왔다. 그녀는 쩍하면  회사에까지 찾아와 리나랑 숱한 직원들이 보는데서 행악질했다.
“남의 정을 빼먹고 도망치면 단가?”
그녀는 군철을 손가락질하면서 무슨 “숫처녀를 짓밟은 건달”이라는지, “우리 아버지를 배신한 배은망덕한 놈”이라는지 별의별 욕설을 다 퍼부었다.
군철은 너무 창피해 머리를 들고 출근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숱한 직원들 앞에서 그녀한테 똑똑히 말했다.
“네가 이렇게 행악질한다고 너하고 살 거 같애? 우리 둘은 절대 함께 못 살아. 몇번 만났을 뿐 난 네 손 한번 잡지도 않았다. 일찌기 단념하고 좋은 신랑 만나서 잘 살아라.”
교수 딸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되자 다시는 회사에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았다.
어느날, 군철은 3천여명도 넘는 직원들의 로임조절로 해 저녁늦게까지 사무실에서 리나와 함께 일했다. 자정이 거의 돼서야 새 로임명세를 작성해냈다.
“리과장, 우린 끝내 해냈군요.”
“그래. 리주관!”
그들은 로동의 희열로 해 그랬을가?
저도 몰래 그만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그런데 리나가 글쎄  경계선을 마구 허물면서 군철한테 덤벼들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청춘의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정욕은 그만 엄연한 방파제를 마구  터지웠다. 화려한 침대가 없어도 좋았다. 비단이불이 없으면 뭐라나. 사무상 위라도 배기는 것 쯤은 괜찮았다. 쏘파에서라도 참고 참았던 운우지정을 나누기에는 안성맞춤하였다... 
아하, 사랑이 뭐길래?  한순간에 청춘의 계곡을 훌쩍 뛰여넘고 말았다...
“내 총경리로 된다는 말을 듣고 리나는 복혼하자는 거야.”
군철은 보마찌프에 앉아 달려가면서도 리나 때문에 골치 아팠다.
어느덧 풍무뀀성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축구장만큼 널다란 지하주차장에 차들이 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빼곡이 들어섰다. 그만큼 영업이 잘된다는 표징이였다.
풍무뀀성은 조선족이 차린 것인데 이 시내 조선족들과 한국인들이 단골손임으로 우글거렸다. 이젠 한국 인들과 조선족들이 모이는 곳으로 돼버렸다.
       군철은 경희와 함께 으리으리한 단칸방에 자리를 잡고 복무원을 불러 박총경리 젤 먹기 좋아하는 소고기랑 양고기랑 해물이랑 푸짐히 시켰다. 뒤이어 하나도 군철의 애를 집에 데려다 주고 들어섰다.
군철은 하나와 경희를 보고 박총경리를 잘 모시라고 일일이 침을 놓았다.
이윽고 박총경리 어깨 으쓱해 틀을 차리면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박총경리님. 여기 앉으세요.”
하나와 경희가 복도에 서 있다가 박총경리 량팔을 끼고 아양을 떨며 들어섰다.
군철은 마주 나가 오랜만에 만난 상전을 모시듯이 허리굽혀 인사하며 반겨맞았다.
“어서 이리 와 앉으십시오. 길에서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좀 늦었군요.”
박총경리는 어깨 으쓱해 의례히 상좌에 다가갔다.
박총경리 녀비서 은희가 박총경리 외투랑 받아 옷걸개에 걸었다.
박총경리는 량옆에서 경희와 은희가 보질보질 굽는 소고기를 보자 군침부터 꼴깍 삼켰다.
한국인들은 거개 한식이거나 한가위, 음력설 같은 때나 소고기를 먹지 보통 때는 소고기도 사서 실컷 먹지 못해 그럴가?
박총경리는 군철이 권하는 술은 관심도 없고 경희와 은희가 륜번으로 입에 가져간 구운 소고기를 게걸스레 먹느라고 제정신이 없었다.
박총경리는 소고기를 게걸스레 배때 터지게 먹었다. 그런데 중국 술을 한국의 참이슬처럼 도수 낮은가 해 아가씨들이 권하는대로 쭉쭉 다 들이켰다. 
    그놈의 술 때문에 사달이 났다. 박총경리는 취해 체모도 잃고  경희와 은희 날씬한 허리를 안고 볼에 키스도 뻑뻑 안겼다.
“총경리님, 죄송해요. 제 얼굴에 소고기기름이 묻겠어요.”
     하나가 상을 찡그리며 얼굴을 외면해버렸다.
     박총경리는 은희 허리를 껴안고 교배술을 마시자고 했다.
은희는 군철을 핼끔 곁눈질해보았다.
군철은 머리를 끄덕여보이며 하나와 점잖게 술잔을 마주쳤다.
하나는 박총경리를 곱지 않은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짓고 있었다.
(박총경리, 우릴 어떻게 보고 이래? 기생인가 하는가?)
그 눈길 어찌나 사나운지 옆에서 보는 군철마저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아짜아짜해했다.
(박총경리 저 표독스런 눈길을 보면 어쩌지?)
박총경리는 그런 눈치는 채지 못하고 이번엔 술상 밑으로 해 경희 짧은 치마 밑에 드러난 하얀 허벅다리를 슬슬 만지였다.
경희는 군철의 눈치를 보면서 모르는 척하며 놔두었다.
"이름 뭐지?"
"경희."
"오. 그래. 경희 지금 무슨 직급이여?"
"주관인데요."
"회사 온지 몇해 되지."
"4년 차입니다."
"4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주관인가? 래일 과장으로 올려줘야지."
"술상에서 한 말은 다 무효라던데요."
경희는 피끗 박총경리와 리총경리 눈치를 살폈다.
"이 박총경리 말이면 단 기여."
경희는 좋아 해쭉거렸다.
"래일 잊지 말고 과장임명장을 주세요."
"그래. 얼마든지. 이쪽은 뭐여?"
"전 은희, 저도 4년 차인데 주관인데요"
"그래, 다 과장 시킬런다."
경희와 은희는 먹먹해 앉아 있는 문걸과 하나를 건너다보며 히쭉거렸다.
"하나도 이젠 과장급 녀비서로 발탁해야지. 안 그래? 리총경리?"
"네. 래일 사무실에 가서 잘 토론하고 락실해야죠."
"무슨 또 토론 있어? 나하구 리총경리님 말이면 다지."
"자, 자, 여러 과장아가씨들 축하해. 한잔 들자고."
"네- 호호호. 한잔 들자고."
박총경리 주정이랄가 점점 눈꼴 사나울 지경이였다.
(안되겠어. 개꼴망신당하겠다. 술상에서 인사문제를 론하다니? 참.)
군철은 술상을 파하고 하나랑 몽땅 먼저 집에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러자 박총경리 군철을 손가락질하면서 야단쳤다.
“리경리! 지금 뭐하는 거야?”
“자리를 옮깁시다.”
“왜? 아가씨들을 집에 보내? 난 집에 가면 고독해 죽겠어.”
군철은 도리머리질하는 하나랑 경희랑 둘러보면서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수하 녀직원들 보내고 더 좋은데 단독으로 모시죠.”
“뭐? 우리 한국인들은 자정 전에 집에 돌아가는 법 없어. 넘 일찍 집에 돌아가면 와이프 무슨 속상한 일 있는가 해. 지어 무능하게 봐. 그래서 새벽까지 밤생활을 즐겨야 해. 리총경리, 안 그래?”
박총경리는 안경을 춰올리면서 군철과 하나랑 둘러보며 손사래를 흔들었다.
군철은 하나랑 보기 민망해 박총경리 귀에 입을 대고 뭐라고 쑤근거렸다. 그러자 박총경리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전번에 갔던 마사지방에 가자구. 아가씨들 꽤나 이쁘고 풍만하더라. ㅎㅎㅎ.”
군철은 억이 막혀 경희랑한테 가라고 손을 홰홰 저었다.
하나랑 때를 만났다고 우르르 쓸어 나가버렸다.
그러자 박총경리는 너무 아쉬워 군철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리총경리, 끝내 아가씨들을 다 쫓아보냈구먼. 왜 이래? 그럼 리총경리네 집에 가자. 거, 미국에서 온 금발미녀하구 술 한잔 하자구. 리총경리, 재간 이만저만 아냐.어쩜 아메리컨 미스 다 얻어놨어? 참 별맛이겠지?ㅎㅎㅎ.”
      군철은 성이 꼭뚜까지 울컥 치밀었다. 밸 같아선 한대 찰싹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낮은 문턱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격분한 내심을 속이느라고 우멍눈을 감으면서 참는 수 밖에 없었다…
      돈은 인격의 토성을 허물려고 하품하며 추파를 보낸다. 춘향의 철썩 같은 맹세를 보자기에 싸서 기승스레 불어치는 색갈바람에 방파제를 쌓아본다. 얄미운 욕정이  정조 뚝을 허물려고 독사의 혀를 날름거리며 스리슬쩍 기여와 비구니 얼굴에  키스 씨를 찔 뱉어버리고 꼬리를  스리슬쩍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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