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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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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22) 김장혁
2022년 06월 27일 11시 33분  조회:114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2.   최국장
 
       병칠은 허둥지둥 문화국 사무청사에 달려갔다가 정호가 구급실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허병칠은 은행에 가서 만원짜리 두 묶음을 찾아냈다.
       그 돈은 허병칠이 학생부장이란 직권을 리용해 학생들에게서 긁어모은 검은 돈이였다. 그는 뭐나 도와주면 회뢰표준을 정해놓고 꼭꼭 받아먹었다. 연구생은 최저로 만원 받아먹어야 입학시켜주었다. 학생회 간부는 요직여부에 따라 5천원 내지 3만원씩 얻어먹고서야  임명했다. 그중 학생총회 회장은 5만원이나 받아먹고 임명했고 하영에게서는 3만원 받아먹고 부회장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학생간부들의 조직문제도 치사하게 만원 받아먹고야 해결해주었다.
그는 그간 학생부장질하면서 천방백계로 받아먹은 뭉치돈을 내놓기는 자기 밸을 빼주는듯이 아깝고 속이 아팠다. 그러나 최국장한테는 절대 빈손으로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탐욕스러운 최국장한테 빈손으로 찾아가면 일이 제대로 될 때 한번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곤경에 빠진 허병칠은 지금 그런 걸 다 따질 때가 아니였다. 정치올가미를 벗어 버리는 것이 최대정치, 경제이고 급선무였다.
그는 병원으로 들어가 건강카드를 보인 후 무거운 발걸음을 구급병실로 옮겼다. 정호가 입원한 구급병실 복도에는 병문안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속에는 최정호 국장 덕분에 가무단이나 문화관에 들어가 인기인물로 된 가수, 무용수, 개그맨들도 있었고  한자리를 얻어 한 간부들도 있었다. 미국에 갔던 미인군단 인기미녀들도 더러 눈에 띠였다.
허병칠이 주춤거리며 구급병실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문화국 인사과장이 문께서 막아서며 물었다.
“최국장과 어떻게 되는 분이신지요?”
병문안객이 어찌나 많은지 인사과장이 순서를 정해주고 있었다.
“전 최국장님 제자 허병칠입니다. 지금 대학교 학생부장입니다.”
“아, 알았습니다. 좀 기다리십시오.”
인사과장은 병실에 들어가 정호한테 알렸다.
“허병칠? 그 자식 무슨 일로 왔어? 몇년 동안이나 음력설에도 찾아오지 않더니. 흥.”
정호는 나영과 한참 희희닥거리며 얘기하며 귀찮아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나영 관장하구 조용히 할 말 있으니깐. 좀 있다가 보지. 당신 그간 수고 많았소.”
인사과장은 그간 밤낮이 따로 없이 나영이랑 함께 정호 병시중을 들었던 것이다. 그는 정호 눈치를 흘끔거리더니 머뭇거리며 나가지 않았다.
정호는 이상해 인사과장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 또 있소?”
인사과장은 두 손을 맞잡고 나영을 힐끔 건너다 보았다.
“괜찮소. 내 녀동생이나 마찬가지니깐.”
그러자 인사과장은 공손히 말했다.
“제 직무문제를 해결해주십시오.”
“어, 옳지. 깜빡 잊었군. 내 훌 죽었더라면 진짜 인사과장한테 평생 빚을 갚지 못할 번했군. 이전에 미국 갔을 때도 당신 안해 신세를 많이 졌지.”
“아니, 건 다 지나간 일인데요. 잊어버리십시오.”
“난 은혜를 절대 잊지 않소. 사람은 배은망덕해선 안되오.”
정호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김국장이오? 양, 인사과장문제 때문에 전화하오. 내 거길 가라오? 양? 오겠다고? 바쁜데 김국장 올게 있소? 양. 전화로 말하기오. 인사과장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표현이 아주 좋소. 인사과장만큼 사리에 밝고 능력있는 간부 우리 국에 몇이 있소? 뭐? 지금 어디 학력만 볼 때오? 보이라공 출신? ㅉㅉㅉ, 퇴대군인출신이면 어떻소? 간부는 능력을 보고 써야 하오.”
정호는 인사과장을 잔뜩 춰올려주었다.
“인사과장 참 인정미 있고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오. 이후에 김국장도 미국에 잘 모실게요.”
정호는 인사과장 눈치를 흘끔 쳐다보았다.
“양. 여름에 휴가내고 미국에 한번 가서 푹 쉬라니깐. 양,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떠오? 인사과장을 복직시키오. 장차 부국장으로 제발시키기오. 양, 인사과장 겸 부국장 말이오. 조직부에 몇해 후비간부로 추천해 키우다가 제발시키면 될게 아니오? 그럼 이렇게 결정하기오.”
주고 받는 말을 들어보면 정호는 김국장을 쥐고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문화국 부국장은 어느 순시원이나 국장이 임명할 권한은 없지만 시당위와 조직부에서는 기층당조직 책임자의 추천에 근거해 후속 주요책임자 인선을 결정하기 마련이였다.
서당개 3년이면 글을 안다고 인사과장은 그래도 인사공작을 여러해 했기 때문에 조직인사절차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어디 과장인선을 추천하는 것인가? 지금 마구 지시하고 있지 않는가. 김국장도 정호 신세에 국장으로 올라갔기에 별 수 없잖은가? 내 일이 잘 풀리겠구나.)
최순시원은 계속 꺼리낌없이 지껄여댔다.
“뭐? 아니, 김국장이야 제 능력으로 올라갔지. 내 언제 힘을 썼겠소. 양, 감사하오.  은공 잊지 않아서. 양, 내야 항상 능력 있는 간부를 써주지.”
그는 인사과장이 들으라고 을러멨다.
”배은망덕하는 새끼들은 가차없이 찍어버려야 하오. 사람질 못한다니까. 아까운 간부편제를 랑비할게 있소? 김국장은 참 능력있고 인간답소. 그래서 제발시킨게지. 양. 전번에 안해까지 데리고 왔다 갔는데 무슨 또 병문안 오겠다고? 고맙소. 여기 일 좀 있어 끊겠소. 안녕히.”
“최국장님, 이전에…”
“가만”
정호가 손사래쳤다.
“국장은 무슨 국장? 물러앉은 국장도 국장인가? 이젠 최순시원이라고 편안히 부르라구.”
인사과장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네, 네, 이전에 제 사리밝지 못하게 처사했습니다. 다 널리 량해하고 써주니 진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인사과장은 꾸벅 구십도경례를 올리며 딸라 묶음을 척 내놓았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혀바닥이 다슬게 옛 상전을 개여 올리였다.  
“최국장님, 이 은혜…”
“또, 또.”
“네, 말버릇이 돼서 자꾸. 에헴, 최순시원님 덕을 맣이 쌓으셨기에 보십시오. 매일 문턱이 다슬게 병문안을 하러 오지 않습니까?”
“아니, 전번에 가져오고. 또 무슨 … 허허허. 인사과장은 참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야.”
정호는 딸라묶음을 받아 침대머리 궤 문을 열고 훌 걷어넣었다. 궤 안에는 빨간 봉투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기실 정호가 정신을 잃었을 때는 오청룡 국장과 리굉팔 총경리, 그리고 공안국 박동묵 국장을 내놓고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이젠 별로 쓸모 없을 것 같았겠지. 그러나 정호가 일어나앉자 병문안객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것이 생존정치이고 세상 인심의 흐름이였다.
“음, 한가지 부탁해도 되겠소?”
“네?”
인사과장은 눈이 데꾼해졌다가 인차 머리를 조아렸다.
“네. 뭐든 분부만 하십시오.”
“당신 안해한테 미국 수속 부탁해 보오.”
“몇분 가겠습니까?”
정호는 꺼리낌없이 부탁했다.
“단둘.”
“예, 근심하지 마십시오.”
인사과장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바쁘면 그만두기오.”
“아니, 웬 말씀을, 신분증을 주십시오.”
정호는 나영을 돌아보았다.
“신분증 가져 왔소?”
순간 나영의 걀죽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였다.
“저와 함께 갈래요?”
“그래, 요 귀여운 것아, 내겐 이젠 네 밖에 없어.”
“어머, 좋아라.”
나영은 인사과장 있다는 것도 다 잊고 정호 기미 달린 이마에 뽁 키스했다.
“건데 전번에 일본 수속을 하느라고 황선생한테 신분증 가져갔잖아요? 이제 찾으면 가져오지오.”
“그래.”
정호는 나영을 흘겨보며 눈짓했다.
(일본 수속 말 왜 꺼내?)
나영은 인차 혀를 쪽 내밀었다.
“내하구 리관장 미국 가는 일 비밀에 붙이오.”
“네. 알겠습니다.”
“나가보오.”
인사과장은 어깨가 무거운 감을 느꼈다.
(어떻게 안해한테 말한다? 또 안해 반년 일한 돈 까먹게 생겼는데.)
인사과장은 최국장한테 음력설에 등한히 했다가 철직받은 후 보이라실에도 못가고 당직설에 가서 단위 사무청사 보초를 섰댔다. 인사과장을 할 땐 직함평의, 전근수속, 인사변동 때 숱한 돈을 푹푹 받아먹었댔다. 어떻게 보면 인사과장은 인사권을 가진 최정호 국장보다도 어간에서 더 받아챙겼다.
썩 후에 하영에게서 들어 알았는데 하영을 가무단에 받아넣을 때 정호는 갓 졸업한 녀대생이라고 만원 밖에 받아먹지 않았는데 인사과장이 1만 5천원을 받아 먹지 않았겠는가.
그 일을 안 후 정호는 노발대발했다.
(개자식, 언감 내 앞에서 권력을 휘둘러? 어디 인사과장 며칠 더 하는가 보자.)
두루두루해 인사과장은 정호 국장 눈에 나 해임됐던 것이다.
인사과장은 자리를 훌 내자 개뿔도 먹을 알이 없었다. 그래서 안해 말대로 공직을 남겨두고 은퇴해 미국에 갔댔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에는 아파트 화원관리를 했다. 커다란 전지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나무를 전지하고 화초에 물을 주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그래도 겨우 입살이를 할 지경이였다.
할수 없이 그는 목욕탕에 때밀이를 하러 들어갔다. 목욕탕 일은 좀 더러웠지만 빨깍빨깍하는 딸라를 버는 재미가 있었다. 목욕탕에는 아시안계 때밀이군 외에 놀랍게도 고향 텔레비죤에서도 자주 보던 개그맨들이 쫄딱 벗고 서서 금발로파들의 때밀이를 썩썩 하고 있었다.
    이런 이성때밀이를 하는 목욕탕에는 젊은 금발녀성들은 찾아오지 않고 대부분 금발로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대부분 때밀이보다도 아시안계 남자 맛을 보려고 찾아왔다.
젊은 녀성이면 몰라도 금발로파들의 더러운 때를 밀어주고 그걸 요구하면 그것까지 해줘야 했다. 손님이 요구했는데 만족을 주지 않으면 목욕탕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인사과장은 30대여서 처음 금발미녀 몇은 만족을 줄 수 있었다.
금발로파들은 때를 밀 때부터 자꾸 지껄였다. 
“O -ye, very  Short(어우, 너무 짧아)!”
“OK, OK!”
일이 끝나자 금발로파는 50딸라를 척 꺼내 주었다.
어떤 금발로파들은 100딸라도 주었다.
만족을 얻지 못한 늙은 할머니들은 보스를 찾아가 삿대질을 하면서 항의했다.
“조 피그(돼지) 같은 놈, 날 업신여겼어. 인권을 무시했다. 쫓아내라.”
“당장 나가!”
보스는 마지못해 욕하는 척하면서 찔끔 눈짓했다.
그는 쫓겨나가는 척했다가 그 손님이 떠나가기를 기다려 다시 돌아왔다.
    대부분 때밀이군들은 성흥분제(비아그라드)를 먹고 섹스봉사해 돈 버느라고 안간힘을 다 썼다. 과도할 땐 코피까지 막 터졌다. 날마다 그렇게 섹스봉사를 하다나니 신장이 허해 음위까지 오기도 했다.
    인사과장은 미국에서 더는 성노예를 하는데 배기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는 싫은대로 문화국으로 다시 출근했다. 그는 그래도 최국장을 잘 해드리고 인사과장에 복직하는게 편안히 사는 기름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정호 병실을 찾아와 밤낮없이 병시중을 들며 아첨했다. 결과 그는 끝내 목적을 달성했던 것이다.
인사과장이 나가자 정호는 나영을 나무랐다.
“우리 일본 출국수속은 비밀에 붙여야 하오.”
“네.”
나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 일본과 미국, 남방까지 숱한 수속을 넣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자고 그럽니까?”
“음-“
정호는 우멍눈으로 창 밖을 내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때 되면 알려주지.”
나영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정호는 우멍눈을 무섭게 나영한테 돌렸다.
“요즘 어데서 찾아가진 않았습데?”
“네?”
나영은 외씨처럼 걀죽한 얼굴에 긴장한 빛을 띠였다.
“아니, 심계국에서도 아직 찾아오지 않았는데요. 괜히 놀란 거 같애요.”
나영은 문께를 흘끔 곁눈질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우린 먼데 도망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요.”
정호는 하영이 건너짚는 것에 저으기 놀랐다.
“글쎄.”
정호는 나영을 뚫어지게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얼마나 좋겠소. 그러나 언제 발등에 불이 떨어질지 어떻게 아오?”
나영은 한숨을 호 내쉬며 무릎을 두드렸다.
정호는 금방 인사과장한테서 받은 딸라랑 빨간 봉투랑 꺼내 나영한테 주었다.
“가져다 몽땅 딸라로 바꿔놓소. 국외에 관광가면 딸라를 쓸 일 많소.”
“어마나, 감사해요.”
나영은 핸드빽에 딸라랑 챙겨넣었다.
이때 문소리 나더니 허병칠이 헐끔씨금 들어섰다.
나영은 허병칠을 핼끔 쳐다보면서 나가버렸다.
“최선생님, 괜찮습니까?”
“허허허. 허부장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왔소? 이게 몇년만이오? 허허허.”
허병칠은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돈뭉치부터 꺼내놓았다.
“적은대로 병치료에 보태십시오.”
“이 사람, 뭘 들고 오긴.”
정호는 돈뭉치를 받아 훌 궤 안에넣었다.
“선생님, 은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최선생님 덕분에 제가 조직문제를 해결했고 대학교 학생부장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정호는 옛 제자를 마주보면서 어디를 찌르면 피가 흐르겠는가 궁리하고 있었다.
“그간 잘 보냈소? 몇해 동안 보이지도 않더니. 하긴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허병칠은 손사래를 쳤다.
“요즘 뜻밖에 일이 터져서 머리 아픕니다.”
“아니, 무슨 일?”
정호는 능청스레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무단 가수 하영이라고 알지요?”
“그래, 알지. 당년에 자네 소개해서 가무단에 받아줬잖아?”
“예.”
허병칠은 침대머리에 옹송그리고 앉아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말했다.
“최선생님이 나서서 하영을 말려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내 덕분에 조직문제 해결하구 학생총회 부회장까지 했잖습니까? 가무단에도 제가 최선생님께 소개해 들어가 가잖았고 뭡니까?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내가 3년 동안이나 강간했다구 물고 늘어집니다.”
“뭐라고? 큰 일 났군.”
정호는 금시초문인 척했다.
그는 야단쳤다.
“3년 동안이나 강간하거나 간음했다면 공직을 떼우는 건 둘째고 감옥에 가게 생겼구만. 알만해?”
기실 그는 돈을 달라고 징징거리는 정희를 떼버리고 싶어 정희를 보고 허병칠한테서 돈이나 뜯어내라고 허부장이 하영을 간음한 죄상을  알려주었다.
그는 또 이마에 털도 마르지 않은 하영이 자꾸 가무단 단장을 시켜달라고 해 귀찮았다.
(정희가 하영의 일을 떠들어대면 허부장에게서 돈을 뜯어낼 수 있을게고 하영의 정치허영심도 꺾어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일석이조 어디 있겠는가. ㅎㅎㅎ.)
그도 진작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영은 가무단 단장이나 얻어하겠는가고 자기한테 마지못해 성상납을 할뿐, 장구하게 자기를 따라다닐 미녀가 아니라는 것을.
(20대 미녀가수가 제 애비보다도 늙은 령감한테서 뭘 바라고 묻어다녀? 돈 아니면 정치허영심을 채우려는게지. 흥! 하영 같은 년은 그때, 그때 데리고 놀아야지. 간나새끼, 허파에  허영심이 꽉 들어찬 년, 너도 1회용으로 됐어.  불리할 땐 가차없이 쳐버릴테야.)
정호는 음험하기 짝이 없는 정객이요, 둘도 없는 색마였다.
허병칠은 이런 악마스승한테서 잘 못 물먹어 대학교 교정에서 삐뚤렁 정치를 여지없이 하면서 녀대학생들을 유인해 꽃처럼 보드라운 청춘과 색을 여지없이 수탈하였다.
허병칠은 정호를 찾아와 하영과의 사건경과를 구구히 다 말하고나서 도움을 구했다.
“어떻게 하영을 좀 말려주십시오.”
“내게 무슨 수 있겠나?”
정호는 침대 등받이에 잔등을 기대면서 시치미를 뗐다.
조급해난 허병칠은  갑자기 정호 침대 앞에 털썩 꿇어앉아 애원했다.
"아버지! 날 살려줍소!"
정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아버지라니? 헛참, 허부장, 아버진 북망산에 갔잖아?"
허병칠은 체모도 잃고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아버지, 저를 이제껏 도와준 최선생님은 저의 재생아버지이십니다.  곤경에 빠진 이 못난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정호는 마지못해  일어나 허병칠을 안아 일으켰다.
"정녕 내 양아들이라도 하자는 건가?"
"네. 양아들 아니라 친아들이라도 하겠습니다."
정호는 어이없었다.
(이 자식은 옛날 내 최시장한테 아첨할 때보다 더 한심한 놈이구나.)
그는 속으로 흐뭇했다. 
(기름도 짜내고 개처럼 부려먹어야지.) 
"어떻게 하면 양아들을 구할 수 있을가?"
정호는 머리를 툭툭 치면서 속궁리를 굴렸다.
허병칠은 날개쭉지를 축 늘어뜨리고  서서 중얼거렸다.
“선생님, 하영한테 가무단 단장을 시키겠다고 얼리면 어떻습니까?”
“하영이 배은망덕하다니. 참.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알 수 없군. 처처에서 주의해야 하오. 데리고 놀아도 물지 않을 애들을 데리고 놀아야지. 그게 뭐요?”
정호는 우멍눈이 데꾼해 능청을 떨었다.
“하영한테 가무단 단장시키면 입을 틀어막겠는지는 모르겠소. 그런데 가무단 단장도 우리 시키자면 시키오? 우에는 시당위 상무위원회와 조직부가 있단 말이오. 조직부만 해도 간부과, 조직과를 거쳐야 한단 말이요.  다 얻어먹자고 들겠으니 웬간한 재력에야 흥, 촉도 걸지 못하오. 설상가상으로 정치자본도 없는 20대 하영을 가무단 단장을 시키면 온 문화국 하늘땅이 마구 뒤번져질게오. 숱한 연예인들이 납득하겠소?”
“최선생님, 아니, 양아버지,  하영이 입만 틀어막아놓으면 집을 팔아서라도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그래? 하영이 입만 딱 다물면 어쩌지 못하오. 인증이 없으니깐. 강간이나 간음했다는게 성립되지 않지. 내  잘 말해보지.”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김국장이오? 양, 아니, 안해를 데리고 병문안 왔으면 됐지. 뭐 몇만원이나 가지고 왔소? 감사하오. 양? 이런 일 부탁하기오. 가무단에 하영이라고 있잖소? 양, 인기가수지. 20대지만 참 일찌기 정치에 눈을 뜨고 사리도 밝소. 대학교 때 벌써 학생총회 부회장 하지 않았소? 양,  그저 가수나 성악조 조장이나 시키기는 아까운 동무요. 우리 지도간부들은 정치인재를 잘 발견하고 제때에 양성하고 써줘야 하오. 이번에 림하영을 파격적으로 가무단 부단장으로 제발시키기오. 양, 조직부야 김국장과 내 말하면 되겠지. 양? 그럼 먼저 예술부 부장으로 임명했다가 인차 부단장으로 제발시키기오. 예술부장은 조직부에 등록할 간부 아니니깐. 그래, 그렇게 하기오. 이담 내 죽은 다음에라도 단장으로 제발시키오. 꼭 김국장을 잘 모실게오. 양. 은공도 꼭 갚을게구. 고맙소. 김국장."
정호는 핸드폰을 넣으면서 식지를 딱 튕겼다.
"오케이!"
"선생님, 아니, 양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은공을 꼭 갚겠습니다."
기실 정호는 핸드폰을 들고 김국장과 통화하는 시늉을 했을뿐 근본 통화하지도 않았다. 돈따발을 받지 않고선 근본 부탁한 일을 끝낼 그가 아니였다.
      정호는 정희 탐욕도 채워주려고  말했다.
     “정희도 얼마간 주고 입을 틀어막소. 미운 애를 떡 더 많이 준다는 말이 있잖소?  하영이 떠들지 않는다 해도 정희 계속 대학교에 가서 떠들면 마찬가지로 큰일이오.”
허병칠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하영을 단장으로 임명하게 김국장과 말했으니 이젠 됐습니다.”
정호는 낚시줄을 바싹 쥐여 당겼다.
“지금 세월에 뭐나 맨 입으로 말하지 못하오. 김국장을 한번 움직이자면 무척  힘드오.”
“얼마나 들가요?”
“아마 이만큼.”
정호는 두 손을 쳐들었다.
허병칠은 눈이 화등잔처럼 데꾼해진 채 스승이 손가락을 하나, 둘 펴는 것을 보았다. 딱 일곱개였다.
“예, 알만합니다. 7만원이지요?”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70만원.”
“아니, 무슨 돈 그리 많이 듭니까? 어디 가서 그리 많은 돈 가져오랍니까?”
정호는 가라고 문께로 손짓했다.
“그럼 그만 두기오. 강간죄로 감옥살이나 해야겠구만. 명예는 땅에 뚝 떨어져봐야 알겠소?”
“선생님, 돈 마련해보겠습니다. 그럼 하영을 잘 부탁드립니다.”
“오- 그래. 허부장 참 마음에 드오. 배은망덕하지 않고 신의를 지키니깐. 준비되는대로 인차 가져오오. 이런 일은 물이 늘면 안되오. 소 뿔은 당긴 김에 빼야지. 안 그래? 허허허.”
“네, 네, 천만에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허병칠은 연신 굽신거리더니 자리를 떴다.
정호는 문께까지 따라나가 바랬다.
“젤 사랑하는 제자자 양아들이니 나서지. 누가 이런 밑구멍 씃개를 하자 하겠소?”
“선생님, 아니, 말버릇이 돼서 미안합니다. 양아버지 은공을 꼭 보답해드리겠습니다.”
허병칠이 사라지자 정호는 문을 절컥 닫아 걸었다.
뒤이어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조국장이오? 오랜만이오. 전번에도 왔댔는데 또 무슨 문안 오겠다고? 감사하오. 뭐? 다 조국장이 능력 있어 올라갔지. 뭐 내 가시아버지 힘썼다고 그러오? 양, 잊지 않아 감사하오.”
정호는 문께를 힐끔 곁눈질하면서 나직이 말했다.
“다른게 아니오. 조국장네 심계국에서 할 일이 생겼소. 우리 전람관을 재건축하지 않았고 뭐요? 양. 우에서 내려온 돈을 재정규칙에 맞게 썼는지 심계했으면 좋겠소. 양. 시름이 놓이지 않아 그러오. 양. 결론 나면 알려주오. 수고하오.”
정호의 우멍눈에 음흉한 빛이 번쩍였다.
이튿날 심계국에서 전람관에 가서 재무를 심계했다. 그런데 전람관 재건비용 사용에 숱한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조국장한테서 정황을 알게 된 정호는 또 핸드폰을 들었다.
“김국장이오? 양, 자꾸 찾아 미안하오. 나영을 해임하오. 양, 부관장이구 재무과장이구 다 해임하오. 양? 누가 나영을 심계국에 신고했다오. 금방 조국장이 심계국 일군들을 보내 재무심계를 했는데 문제 가득 있다고 합데. 말을 듣기 전에 해임하면 우리 책임이 없잖고 뭐요. 양. 인차 락실하오.”
정호는 앞에서는 하영한테 딸라뭉치랑 주고 뒤에서는 뒤통수를 쳤다. 아니, 나영의 뒤잔등에 비수를 박았다. 
얼마나 음흉한가?
(저년을 놀래워놓지 않고서야 날 따라 가자고 하겠는가. 으흐흐흐.)
정호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코웃음쳤다.
똑, 똑, 똑.
“들어오세요.”
문소리와 함께 마스크를 낀 훤칠한 녀성이 들어섰다.
“어때요? 괜찮아요?”
아니, 뜻밖에 글쎄 순정이 목소리지 않겠는가.
창문쪽으로 모로 누워 있떤 정호는 일어나 앉았다.
“이젠 괜찮소. 음악다방을 차리느라고 바쁘겠는데…”
순정은 여러번 병문안을 왔었다.
(오늘 해 서산에서 뜨지 않았는가?)
순정은 바나나며 복숭아며 비닐주머니에서 꺼내 침대머리에 놓았다.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발라 정호 앞에 내밀었다.
“자, 잡수세요.”
정호는 마지못해 받아 몇입 먹고 훌 들어누웠다.
“음악다방 영업을 시작하겠는데요. 개장식 날에 오지 않겠어요?”
“그래? 우린 합법적인 부부니깐. 가야지.”
순정은 정중하게 요청장까지 꺼내 주었다.
“이날에 꼭 오세요.”
정호는 요청장을 받아 들여다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5월 26일이라. 참 좋은 날이구만. 몇사람 더 데리고 가도 괜찮겠소?”
순정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네, 코로나 잠잠해졌으니깐요. 괜찮아요.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춰야 흥성흥성하지.”
정호는 일어나더니 침대 머리 궤를 열고 두툼한 봉투 서너개 꺼내 주었다.
“아니, 오기만 해도 감사한데요.”
“음악다방 개장하는데 축의금을 내야지. 빈손으로 어떻게 남편이느라고 나서겠소?”
“국장을 내놔두 막후조종하더니 숱한 빨간 봉투를 받아먹었군요.”
순정은 축의금을 슬쩍 받아 핸드빽에 걷어넣었다.
“그런데 그날 공식석상에서 당신 남편이느라고 나서면 큰일인데요.”
“그래, 그럼 무슨 방법을 대야지.”
정호는 우멍눈을 감고 이마를 짚더니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돌렸다.
“그날 보나마나 숱한 손님들이 오겠는데 성분도 복잡할게 아니오? 날 알아보는 날엔 확실히 큰 일이오. 저네 본가집 금고가 우리 둘이 거라는 것도 탄로날게 아니오? 검찰원이나 감찰국 저승사자들이 아는 날엔 큰 일 날게 아니오?”
“네, 그래도 최선생님이 뭐나 주도면밀하죠. 전번에 최혜영 국장이 불러 갔을 때도 최선생님이 시켜준대로 했더니 그 저승사자도 꼼짝 못합디다. 금고 걸 어쩌지 못하고 몽땅 실어왔죠. ㅎㅎㅎ.”
순정은 입이 함박만해 웃다가 정색했다.
“한가지만은 똑똑이 말해둡시다. 최선생님은 금고 안에 건 건너다보지도 마세요.”
“뭐? 최선생님?”
“아, 최국장님.”
“아니, 우린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이젠 최선생님, 최국장님 하오?”
순정은 코웃음쳤다.
“픽, 조강지처? 선생님으로 불러도 좋은줄 모르고. 흥!”
“필경 30년 가까이 산 부부잖소? 리혼도 가짜리혼이고.”
“어째 아직도 이렇게 물고 늘어져요? 내 졸혼하고 이제부터 홀로만의 인생을 살가하니 아직도 부부라고 생각해요? 리혼수속까지 한   마당에.”
“가짜리혼증인데. 부부지 뭐야?”
“부부? 그럼 자, 보마차 안에 치워뒀던 돈과 금은보화를 몽땅 바치세요.”
순정은 두 손을 내밀었다.
“바라지도 마오. 찾지 못했으니깐.”
“거짓말!”
“집과 차까지 팔아 다 가졌으면 됐지. 뭐 모자라 이래?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뭐?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순정은 핸드빽을 들고 훌 일어났다.
“순정이, 저를 욕하는게 아니오.”
“흥, 졸혼하고 진짜 풍류남아로 돼 참 좋겠구나.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많이 친해서.  변강쇠 그거 썩뚝썩뚝 썰어서 개나 콱 줘라!”
순정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정호는 벌떡 일어나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씩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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