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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 제1권(15) 쩍하면 수술 김장혁
2024년 07월 13일 12시 06분  조회:72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제1권
    

            15. 쩍하면 수술



 
    몽유인가? 아니면 환각인가?
   먹칠한듯한 캄캄칠야에 혼이 유령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반디불이 가녀린 몸을 불태우면서 아무리 어둑컴컴한 암야를 밝히려고 몸부림치지만 온통 먹물을 부어놓은듯한 암흑을 몰아내기는 턱 부족이다.
   홀몸으로 암흑을 몰아내려고 애쓰는 반디불이 가련할만치 불쌍했다.
   딸애의 질문이 종호의 귀전을 아프게 때린다.
   “아빠는 마사지방이랑 노래방이랑 간 적도 없는가요?”
   “내 마사지방과 노래방에도 가지 않았다면 넨들 믿겠니? 건 왜 물어?”
   “엄마 그러던데요. 아빤 마사지방과 노래방 아가씨들과 색깔을 했다고 하던데요.”
   종호는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 말 믿니? 마사지방과 노래방에 가긴 갔지만 한번도 아가씨들과 부정당한 관계를 맺은 적도 없어.”
   류려평의 저주소리 아프게 귀전을 때린다.
  "저게 어째 뇌졸증이나 심장병이 발작해 썩어지지 않는가?! 남을 고생시키지 말고 콱 썩어졌으면!"
  "아,저런 악처라고서니."
  쿨룩쿨룩.
  혼은 억이 막혀 기침을 쿨룩거리면서 중얼거리었다.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쿨룩쿨룩.
  "어쩜 저럴 수야?"
  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종호가 심장 동맥경화에 계속 약을 달고 있었다.
  류려평은 종호가 심장병 약을 먹는 것을 보기만 하면 약병을 훌 빼앗아 치우면서 두덜거리었다.
  "어째 약을 먹기 그리 좋아하는가? 의학상식이 영펄이라도 이 지경인가요? 약마다 독이 있다는 걸 알기나 하오? 이제 자꾸 약을 먹다가 그 놈 심장이 약독에 썩어지지 않는가 봐!흥!" 
   려평은 퉁사발눈알을 희번뜩거리며 콧방귀까지 뀌었다.
 (어째 남편한테 저럴까? 내 자기를 가정부담이 많은 시집에 데려다가 고생시켰다고 저럴까? 처음부터 저런 건 아니었지.물독이 떵떵 어는 콧구멍만한 세집에서 살면서도 저렇게까진 바가지를 긁은 소릴 치지 않았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은행 행장과 바람 피우면서부터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들면서 쩍하면 리혼하자고 떠들기 시작했지.그런줄도 모르고 어린 딸애 한쪽 날개 떨어질가 봐 리혼하지 않았지.그때 훌 리혼했더라면 엄마도 덜 욕 봤겠는 걸 그랬어.)
   한번은 글쎄 종호가 출장갔다가 돌아오니 뭔가? 간경화복수로 만삭이 된 임신부 배처럼 뚱뚱한 엄마를 퇴원시켜 집에 홀로 누워 있게 하지 않았겠는가.
   약봉지도 옷걸개에 높이 걸어놓지 않았겠는가. 일어나지도 못하는 엄마가 약도 먹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고 뭔가?
   려평이 엄마를 퇴원시키려고 할 때 종호 동생들은 견결히 반대했다.
  "어떻게 생사선에서 헤매는 엄마를 퇴원시킨단 말이오?퇴원시키지 못하오."
  류려평은 퉁사발눈알을 희번뜩이면서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저네 돈이나 대면서 반대하오? 다 죽어가는 림종환자를 더 치료해 뭘 하오? 아까운 돈이나 낭비했지.흥!당장 퇴원시키오."
  류려평은 불효는 둘째고 의료도덕마저 어기고 엄마를 기어이 퇴원시키고 말았다.
  사후에 사연을 알게 된 종호는 억이 막혀 말도 더 나가지 않았다.
  (의료일군 출신으로서 최저한도의 인도주의도 없는 년,세상에 이런 지독한 쥐며느리도 있단 말인가? 악처라도 이런 악처 또 어디 있겠는가?)
   시에미 하루 빨리 죽으면 부담을 덜려는 것이 불 보듯 뻔했다.종호는 그때 충동 같았으면 단통 도끼로 대갈통을 까 죽여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종호는 려향의 엄마라고 꾹 참고 이날 이때까지 살았다.그때 종호는 시내에 남아 살자고 대학졸업 때 저런 한족여자를 만난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황금흑사심이라고 속에 든게 없는 류려평은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엉덩이를 들이대고 지행장 자리를 얻어가지었던 것이다.지행장이 된 다음부터 려평은 평소에 은행일을 하지 않고  마작이나 잘깍잘깍 놀았고 봄과 가을 유람철에는 출장간다고 구실을 대고 행장과 찰떡처럼 붙어다니면서 동남으로부터 유럽과 아메리카주  유람이나 싸다니었다.
   종호는 그런 줄도 모르고 려평에게 이때까지 속아서 살았던 것이다.그는 바람난 년 손에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 그년이 몇번이고 날 죽이려고 했는지도 몰라. 그런데 내 말을 듣지 않아 그 년이 제대로 손 쓰지 못했는지도 몰라.)
   한번은 종호는 오른쪽 아래배 아파 급히 병원으로 갔다.
   남성의사는 화험단을 보더니 안경알을 춰 올리면서 종호를 보고 "급성 맹장염이구만.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때 류려평이 진찰부에 뛰어들어왔다.평소에 류려평은  침대머리에마저 몰카를 장치해놓고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는가 감시했다.핸드폰에 위치공유앱을 공유하면서 암암리에 종호의 행적을 감시해왔다.그런데 악처는 이날에도 핸드폰으로 위치를 추적하다가 병원에 간 걸 발견하고 별로 관심하는 척하면서 불시에 병원에 찾아왔다. 
   종호는 류려평도 위생학교 졸업생 출신 안해라고 믿고 말했다.
  "수술하지 않겠소.맹장염도 염증인데 소염약으로 치료하면 되잖소?"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의료상식을 개뿔도 모르면서 의사 앞에서 아는 소릴 작작 치오. 의사 수술하자면 수술해야지.무슨 군소리 그리 많아?"
   종호는 의료광고를 하면서 두루 본 의료지식이 있어 의사를 보면서 간청했다.
  "먼저 소염약을 치료해보면 안됩니까?"
  "무슨 소리오? 인차 수술하지 않으면 맹장이 꽝 터지면 당장 죽을 수도 있어."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을 마구 떠밀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의사 말을 듣지 않고 왜 아직도 꾸물거려?! 빨리 수술실로 가잖고 뭘 해? 어째 맹자이 탕 터져 죽고 싶은가?!"
  그때 남성의사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되겠소.환자가 수술을 동의하지 않으면 수술하지 못하오.먼저 입원해 소염약으로 치료하며 관찰해 보기오."
  종호는 어깨 너머 본 의료지식 덕분에 수술을 모면했다.그의 말대로 먼저 의사가 떼준 소염약을 먹고수술하지 않고서도 맹장염이  치료됐던 것이다.
  (어째 저 악처는 날 기어이 수술해라고 했을까? 수술사고라도 나서 수술대에서 날 죽이려고 저주한 걸까?)
   종호는 감히 상상하기도 싫었다.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었다.
   한번은 종호는 코물이 오래동안 흐르다 못해 코가 막히고 코에서 썩은 악취가 너무 풍기어 병원에 가려고 했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기면서 두더벌거렸다.
  "손가락으로 코를 자주 뚜지더니 잘됐구만."
  "소금물에 코구멍을 자주 씻으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 그랬지."
  류려평은 때를 만났다고 끊임없이 비아냥거리었다.
   "듣기 싫어.그래도 의료지식이 있는 척 하긴! 무지하기로서니.ㅉㅉㅉ,대학을 개 밑구멍으로 다녔어?!진짜 병원에 가기도 좋아한다.저걸 그저 병원에 콱 심어놨으면.흥!"
    종호는 그저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그러나 꾹 참았다.
  (어째 저럴가?치료비 아까워 저러는가?)
   그때까지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치었다.
   (내 저 년 말처럼 너무 병 공포증이 심한가?)
  종호는 어떻게 하나 병원에 가지 않고 약방에 가서 비염약을 사다 먹으면서 뻗치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안 가서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코피가 줄줄 흘렀다.
   “여보, 코피 모질 나오. 어서 휴지를 가져다 주오.”
  류려평은 휴지를 훌 줴 뿌리면서 바가지를 긁어댔다.
  “언제까지 심부름 시킬 작정인가? 제절로 약을 사다 먹더니 잘 됐구만. 항상 아는 체 하면서 의사를 초과하던게. 흥!”
  려평이 딱 마치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만 같아 종호는 속이 씁쓸하고 섭섭했다.
  병원에 가서 X광선과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코에 염증이 너무 심해 코썩임증에 코낭종이 있는데다가 비두염까지 심해 이마 염증덩이가 대뇌 쪽에까지 허옇게 뒤덮여 있지 않겠는가.
   남성 주임의사는 X광선과 초음파 필림을 들여다보면서 경악했다.
  "아니,비염과 비두염이 이렇게 심한데 아프진 않았습니까?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큰 일 납니다."
  종호는 억이 막혔다.
  서의들은 쩍하면 수술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 의사를 보고 물었다.
  "이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의사는 아주 대수롭잖게 알려주었다.
  "두개골을 짜개고 대뇌에 들어간 염증을 긁어내면 됩니다."
  "네?두개골을 짜갠다고?"
  종호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듣기만 해도 몸서리 칠 소리 아닌가.
  "난 두개골 짜개는 수술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류려평이 또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니, 또 수술하지 않겠다고? 얼음강판에 나선 황소  퉁사발눈이 돼 겁도 많다. 골에 들어찬 염증을 긁어내지 않으면 죽을줄 알아.흥!"
   종호는 악처한테 버럭 성냈다.
   "닥치지 못해?! 쩍하면 수술하라고? 난 죽어도 수술 안해. 전번에도 수술하지 않고 소염약으로 맹장염을 치료하지 않았어?"
   이번에도 의사는 환자가 수술하는 걸 반대하면 할 수 없다면서 수술하지 않고 소염약을 떼주었다.
   그런데 그번에도 기적적으로 이마쪽 비두염은 말끔히 치료되지 않았겠는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종호는 한사코 수술을 주장한 류려평의 속셈, 악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대에서 두개골을 짜갰다가 수술 사고로 훌 죽으면 시름놓자는 걸가?"
    그때 종호는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실 악처는 자기 탐오수뢰죄 드러날가 봐 겁났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 죄행 내막을 젤 잘 아는 종호는 일종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여겼다. 마녀 같은 악처는 수술칼을 빌어 수술대에서 의료사고로 종호를 죽여버리려고 획책했던 것이다.
   혼이 육체로 되돌아오자 종호는 다시 돌이켜 생각만 해도 섬찍했다.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어.훌 죽어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더러운 세상을 더 보지 말았으면 속시원하겠는데. 참.)
   뒤이어 쓸쓸한 생각이 시퍼런 파도처럼 덮쳐와 삶의 방파제를 사정없이 갈겨댔다.
   (허나사나 조강지처가 어쩜 악처로 돼 나한테 차마 이럴 수 있어.그래도 젊어서는 물이 떵떵 어는 셋집에서 살면서도 뜨거운 사  랑으로 두 몸을 달구면서 젤 어려운 세월을 이겨나오지 않았던가.사랑의 첫 결정체인 딸애도 낳지 않았던가.난 국장집 귀공주를 데려다가 고행시킨다고 마음 속으로 미안해 천방백계로 잘해주려고 애써왔는데. 왜 이다지도 들볶는단 말인가? 함께 역경을 딛고 이겨낸 남편한테 차마 이렇게 할수 있단 말인가? 어쩜 안락사약까지 링겔병에 타 죽이려고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종호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해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혹시 그때 죽었더라면 이 더러운 세상을 다시 보지 않을 걸.세상에 믿을게 어디 있는가? 세상 지독한 악처의 백골을 다시 보지 않을 걸 말이야.)
   종호는 암야에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나 외까풀눈을 딱 감아버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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