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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 제1권(17) 면회 김장혁
2024년 07월 14일 11시 06분  조회:56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소설 황혼 제1권 김장혁


      17.면회
 

   

    삼복염천에 철창 속은 찜통처럼 무더워 숨이 헉헉 막힐 지경이었다.그래도 감방 복도에는 인도주의의 에어콘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삼복염천의 무더위를 몰아내기는 판 부족이었다.
 (세상에 이런 생지옥이 어디 있는가? 중국에서 한다하는 지행장이 이게 뭐야? )
   류려평은 철창을 부여잡고 복도를 내다보며 이전에 지행장으로 있을 때 으리으리한 지행장 사무실에서 호광스럽게 살던 일을 회상하면서 끊임없이 두덜거리었다.
    그녀는 삼복철도 아닌데도  항상 에어콘을 켜놓은 지행장 사무실이 덥다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지도 않았다.그녀는  아침에 수하 직원들한테 낯이나 보이고는 승용차를 몰고 사우나 실에 달려 갔다. 그녀는 류덕재라는 은행장과 함께 목욕을 하고 마사지방에 들어가 끌날 같은 총각들한테서 마사지나 받았다. 또 어떤 때에는 마작이나 꽝꽝 놀거나 은밀한 곳에 가서 류덕재 은행장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음양조화 보건양생”을 했던 것이다.
   "아이마야, 이게 뭐야? 향락을 맘껏 누리시던 은행 지행장님께서 이런 생지옥에 갇겨 개고생 다하다니?"
    아무리 하늘 땅을 원망해도 법망에 걸린 이상 용빼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류덕재 은행장의 귀띔을 받고 려향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빠져 나왔다.
    류려평이 사우나실에 들어앉아 우유빛 몸을 씻는데 류덕재한테서 짝통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당장 한국으로 나가라.”
   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한국엔 왜?”
   류려평은 불길한 징조를 느끼고 사우나실에서 나와 샤와복을 걸치고 한쪽 구석으로 갔다.
   “전화 받기 괜찮지?”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복도 사위를 둘러보았다.
   “네. 어서 말해요.”
   “꼬리를 밟히기 전에 빨리 나가라. 지금 검찰원에서 널 수사하고 있어.”
   “뭐라고?”
   “전화로 말하기 불편해.”
   “알겠소.”
  려평은 급히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고 여사우나실에서 나왔다.
  보마찌프에 올라 려평은 다시 류덕재한테 핸드폰을 쳤다.
  “하필이면 왜 한국에 달아나겠소? 유럽이나 미국에 달아나지.”
   “유럽이나 미국 비자 받을 새 없어. 유럽이나 미국에 간다고 경제범을 보호해줄 거 같아? 잔말 말고 한국에 나가라. 한국 비자는 이미 내 받아놨어.”
   류덕재 처사능력에 탄복됐다.
   “한국에 가면 딸의 엄호도 받을 수 있잖아. 한국은 너 같은 사람들이 숨어 살기 딱 좋은 곳이야. ㅎㅎㅎ.”
   “오빠는?”
   “잔말 말고 빨리 움직여라.”
   그런데 부근 저금소에 가서 카드를 넣어보니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차봉되지 않았겠는가.
   그제야 려평은 사태 엄중성을 직감했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현금을 집에 많이 찾아뒀겠는 걸.)
   려평은 평소에 돈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었다. 류덕재 은행장과 함께 다니면 자기 돈을 쓸 필요없었다. 다 류덕재가 알아서 했기에 말이다.
    “오빠, 카드 차단됐구만요. 한국에 가면 알거진데 어떻게 살아?”
    “내 대줄게. 근심말고 가라.”
   류려평은 쇠살창을 틀어쥐고 코웃음쳤다.
   제딴에는 탐오회뢰한 일이 발각되기 전에고 여겼다.
  (검찰원 수사일군들의 손아귀를 벗어났어. 이젠 살았어.)
    그러나 한국에 도망쳐 나온 후 류덕재는 돈을 대주기는커녕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개자식, 네 놈이 배신하면 편안히 살 거 같애? 이 암범을 보기로 뭘로 봐? 흥!)
   류려평은 철창을 탕탕 치면서 류덕재를 욕했다.
    그녀는 종호를 안락사시키지 못한 것을 못내 통탄했다.
  (다 그 놈 탓이야.분명 그놈이 날 신고했어.그 놈 숨통을 끊어놔야 되는데.나가기만 해라.네 놈 내 손에 죽을줄 알어.)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이빨을 쁙쁙 갈았다.
 (악연이야. 그 놈과 어쩜 악연을 맺었어.)
   그녀는 문제를 자기한테서 찾기는 고사하고 종호를 원망하고 종호와 혼인을 맺게 한 아빠를 원망했다. 나중에 자기 기구한 운명을 원망하고 자기를 나포한 경찰들을 저주하기까지 했다.
    복도 저쪽에서 두 여경이 이쪽을 쏘아보며 다가왔다.
   류려평은 뒤저참하며 철창을 놓고 벽 쪽에 다가가 엉덩방아를 찧듯 물앉았다.
   이윽고 두 여경이 쇠살창문에 다가왔다.
   한 여경이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감방 문을 드르릉 열었다.
   류려평과 다른 여죄수들은 벽에 붙어 앉아 초조한 눈길로 여경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하회를 기다리었다.
   여경은 날카로운 눈길로 여죄수들을 둘러보았다. 여경의 날카로운 눈길은 류려평한테 와서 멈추었다.
   여경은 손가락으로 류려평을 가리키면서 순통한 한어로 말했다.
   "류려평, 나왓!"
   류려평은 거만하게 힐끔 손삿대질을 하는 여경을 째려보며 두덜거리었다.
   "어디로 가?"
   "누가 면회하러 왔어."
   류려평은 한국 땅에서 누가 면회하러 오리라고는 믿지도 않았다.
   "차라리 죽여라! 난 중국 공민이야.네놈들 한국 생지옥에서 하루도 못 살겠어!"
   여경은 류려평의 잔등을 떠밀었다.
  "걸엇!”
   다른 여경이  째려보며 말했다.
   “이제 중국에 보내주마.중국에 가면 널 지상낙원에 보내 향락을 누리게 할 거 같애? 흥!"
   류려평은 이제 중국에 인도돼 돌아가면 거액 탐오회뢰죄에 살인미수죄로 사형에 처해질지도 몰랐다.그녀는 자기 지은 중죄를 알고 이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해버리었다.
    류려평은 여경들한테 압송돼 긴 복도를 지나가 자그마한 면회실에 들어섰다.
   류려평은 면회실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맞은 켠에 려향이 대기하고 있지 않겠는가.
  "려향아!"
  "어머니!"
   그들 모녀는 자그마한 유리 구멍을 사이에 두고 두 손을 맞잡고 대성통곡치었다.
   여경은 그들 모녀를 째려보더니 입귀를 비쭉거리며 문을 쾅 닫아버리었다.
   려향은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엄마, 왜 아빠와 살지 않겠으면 말게지.왜 그랬어?난 엄마와 아빠를 다 잃고 싶잖아."
   류려평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난 이젠 귀국하면 죽을 판인데.네 애비 생사하고 뭔 상관이냐?"
    려향은 외까풀눈을 무섭게 똑바로 뜨고 려평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왜 링겔병에 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넣었어? 아빠를 죽이려고 했어?"
   류려평은 면회실 천정에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몰카를 피끗 쳐다보며 려향이한테 눈짓하면서 말했다.
   "말 조심해라.한어로 말하자.”
   그녀는 다시 퉁사발눈을 려향한테 돌리었다.
    “어째 생사람을 잡아 먹겠느냐? 한국 경찰서에서 너 보고 날 심문하라더니? 참,내 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넣었단 증거 있느냐?"
   려향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아빠 침대에 장치한 몰카에 엄마 한짓 다 찍혔어.지영이 깨진 유리병 쪼각을 가져다 바쳐 경찰서에서 화험해 나왔단 말이야."
   려향은 차마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류려평의 입에서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난 링겔병에 맨물을 주사해넣었어.어느 놈이 염화나트리움인지 염화칼리움인지 주사했는지 누가 알아? 그날 네 애비도 말했잖아?자기가 자살하자고 링겔에 뭘 탔다고. 네 아빠가 안락사시켜달라고 누굴 시켰는지 어떻게 알아.혹시 종호 돈이 탐난 다른 놈이 한 짓인지 어떻게 알아? 흥, 어떻게 딱 내가 했다고만 할 수 있느냐? 허나 난 그런 짓 차마 못하겠더라. 조강지처 아니냐?"
    려향은 엄마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 없었다.진짜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격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류려평 같은 것도 어미라고 보호하려고 들었다.
   "엄마,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한국 사법기관에 청구를 제기하세요.중국에 가면 사형당할 수도 있지 않아요?"
   류려평은 콧방귀를 뀌었다.
   "한국에 있으면 살려준다니?"
   려향은 엄마 두 손을 꼭 잡고 똑바로 마주 보았다.그녀는 엄마를 살리려는 일루의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한국 법은 중국 법보다 물러요.살인죄도 5년 내지 15년 형인데요.엄마는 한국에서 지은 살인미수죄를 승인하세요. 그럼 한   국 법원의 경한 판결을 수 있어요. 표현이 좋으면 감형될 수도 있어요."
    류려평은 려향의 손을 매만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이젠 엄마 때문에 쓸데 없는 속을 태우지 말라.엄마는 어차피 죽게 됐어."
   려향은 려평의 손을 마구 쥐어 흔들어대며 고함치었다.
   "난 엄마를 잃을 수 없어. 엄마!도대체 또 무슨 죽을 죄를 졌기에 이래요?"
   려평은 유리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려향의 눈물범벅이 된 너부죽한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엄마는 인터폴 공개수배도주범이야. 적색수사 명단에 든 중범죄자야. 절대 용서 받지 못해."
   "엄마!"
   "려향아, 울지 말라.어쩜 너한테 엄마 이 고운 쌍까풀눈을 물려주지 못하고 네 애비 보기도 싫은 외까풀눈을 물려 줬니?"
   "엄마, 이젠 아빠 험담 그만 둬요."
   류려평은 려향의 얼굴을 두 손으로 쳐받들고 마주 들여다보면서 띠엄띠엄 말했다.
  "내 평생 후회되는 건 네 아빠하고 결혼한 거야. 악연이야.나는 남자 복이 없는 불쌍한 여자야. 넌 절대 꼬리빵즈와 결혼하지 말라.네 애비를 봐라.얼마나  대남자주의자야.살림살이를 하나도 모르는 나쁜 놈이야.여자감옥에 취재하러 간 척하고 매음녀들을 다 데리고 살았다. 네 애빈 사장 직권을 빌어 여자감옥 아가씨들을 감옥에서 보석받게 해가지고 데리고 산 나쁜 놈이야. 넌 꼭 한족남자하고 결혼해야 해.한족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얼마나 잘 해주니? 진심이고."
   "또,또, 또!"
   려향은 엄마 손을 훌 뿌리치며 눈을 흘기었다.
   "난 시집 안 가.아빠, 엄마 사는 거 봐.맨날 싸우자고 결혼해? 혼자 살면 딱 제일이야.자식 근심할 일도 없고. 좀 좋아서."
    려평은 넉두리 끊임없었다.
   "엄마 한은 조선족 나쁜 놈과 결혼한 거야.그래서 널 짜궁배로 만들었고.네가 소학교 때부터 얼마나 애들한테 짜궁배라고 놀리움을 당하면서 어렵게 자랐니?이제부터 넌 민족을 한족이라고 고쳐라.넌 위대한 한족여성이야.그래야 전도가 창창한 거야. 절대 조선족이라는 말을 하지도 말라.전도 없어."
    려향은 눈물을 주먹으로 쓱 닦으면서 가슴을 쑥 내밀고 머리를 번쩍 쳐들고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쳇,난 영원히 조선족이야.아빠 말씀처럼 당당한 리씨 조선 왕조 후대인데요.리성계 시조왕의 후대 말이요.어디 가도 당당한 전주 리씨 목조팬데요."
   "쳇!"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코방귀를 뀌었다.
  "네 애비 왕의 후손이 돼서 해 놓은 일이 뭐냐? 그래도 왕의 후손? 퉤! 도태되다 못해 지금 무슨 꼴이 됐니?  그저 책에 미친 놈, 바보 같은 책벌레야.”
   류려평은 정색해 이런 말을 불쑥 꺼냈다.
   “우리 류씨야 말로 위대한 대국 한고조 류방 대황제의 후대야.”
   류려평은 려향의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했다.
   "제발 빈다.이담 혹시 결혼해 애를 낳으면 류씨 성을 따라라.그거야 말로 조상들의 영예를 빛내는 일이야."
    “쳇, “
   려향은 콧방귀를 뀌면서 표독스런 눈길로 류려평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엄만 한고조를 보기도 부끄럽지 않아? 엄마는 류행장과 무슨 짓 했어? 한고조 후대들은 한 종친끼리도 꺼리낌없이 간통을 하는가?!”  
    류려평은 시퍼런 비수와 같은 그 질책에 속마음이 면바로 찔리어 뻘건 더러운 피가 왈칵 터져나왔다.
   "그만 해라!"
    그때 여경이 문을 뚝 떼고 들어섰다.
   "시간 됐어요."
   류려평은 마지 못해 일어나면서 려향의 손을 꼭 잡아 흔들면서 한어로 목청껏 말했다.
   "우리 모녀간은 죽어도 한고조 류방 대황제 후손이야.마지막 부탁이야.네 성도 류씨로 고쳐라.넌 영원히 류방 대황제 후손이야!"
    려향은 눈물어린 눈길로 엄마를 유리 구멍 너머로 똑바로 바라보았다.
   엄마의 쌍까풀눈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절절한 빛이 번쩍이지 않겠는가.
   려향은 철창 사이로 멀어지어 가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철창 상이로 달빛이 처량하게 비껴들고 쓰라린 바람이 감방으로 비틀비틀 불어 들어갔다.썩은 내가 물씬 풍기면서 코를 아프게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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