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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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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8)
2018년 10월 22일 11시 01분  조회:172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피못 속에 쓰러진 大哥大형님
지난 세기 70년대 말부터 연길에는 여기저기 사교무청이 나타나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90년대 말부터는 한국 문화가 흘러들면서 안마방,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간판이 여기저기 걸리기 시작하였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자 연길 시내에는 여기저기 오색령롱한 네온등불빛이 반짝이면서 행인들을 싱숭생숭하게 유혹하였다.
유혹의 밤거리에 살인악마가 호주머니에 강탈한 돈을 두툼히 넣고 비수를 품고 싸다녔다.
      2001년 7월 28일 밤, 살인악마 놈은 또 사냥물을 찾으려고 시내 여기저기 골목골목 누비면서 싸다녔다.
분홍색 네온등불빛이 반짝이는 층집 아래로 지나가다가 노래소리 자지러지게 울리며 귀맛을 자극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으흠, 여긴 무슨 세상이냐? 어르신님이 어디 한번 들어가보자.”
살인악마는 이젠 강탈한 돈을 물 쓰듯 하며 안마방과 노래방에 문턱이 다슬게 드나들면서 부화타락한 생활을 즐겼다. 진짜 흑백세계를 벗어나 오색령롱한 블랙홀에 들어선 순간이였다.
(돈 앞에서는 나한테도 이쁜 아가씨들이 야들야들한 몸을 바치지 않았는가. 언제 경찰한테 붙잡혀 총살당할지 어떻게 알아? 짧게 살더라도 죽기 전에 인간세상의 락이란 락을 다 한바탕 통쾌하게 맛보고 죽어야지.)
살인악마는 선글라스까지 척 끼고 음악소리 자지러진 대청에 들어서면서 불룩한 호주머니를 어루만지며 아가씨들 앞에서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웬 일인가?
커다란 대청 무대에서 이름난 예쁜 녀가수가 악대 반주에 맞춰 금방울 굴리는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경쾌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겠는가.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그 노래소리에 맞춰 붙안고 금붕어들처럼 소용돌이치면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어떤 취객들은 아가씨들을 끌어안고 별로 발자욱도 떼지 않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벽 밑에 칸막이 좌석에 차린 술상들에서 신사들과 아가씨들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면서 즐기고 있지 않겠는가.
(아하, 이런 지상락원도 있었는가? 죽기 전에 인간세상 락을 실컷 맛보고 죽을 판이지.)
살인악마도 한쪽 구석으로 가서 빈 술상에 앉았다.
그는 아가씨들을 붙안고 춤추며 돌아가면서 희희닥거리는 사내들을 음흉한 눈길로 쏘아보았다.
대뜸 심술이 나서 지독한 궁리를 굴리고 있었다.
(개새끼들, 난 일자리도 없어 밥벌이도 못해 쥐구멍 같은 집에서 쥐새끼처럼 산다. 네놈들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썩어나느냐? 날마나 술 처먹고 초저녁부터 아가씨들을 붙안고 쿵자자야?! 어디 죽어봐라!)
보스는 얼핏 봐도 초라한 옷을 입은 그가 돈도 없을 것 같았던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살인악마는 선글라스를 벗어 닦아 다시 끼였다. 그는 자기를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보스가 눈에 거슬려 한참이나 쏘아보았다.
(오늘 밤엔 저새끼 죽어야겠군.)
살인악마는 잡아먹을 상하면서 음흉한 눈길로 보스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이때취한듯한 사내가 목침만한 핸드폰을 귀가에 대고 뭐라고 고함치며 거들먹거리면서 대청에 들어섰다.
그 자가 숱한 친구들의 옹위를 받으면서 어찌나 거만스럽게 노는지 살인악마의 눈에 거슬렸다.
90년대 말 당시 목침처럼 커다란 大哥大핸드폰은 한대에 어지간한 집 한채 값만큼 하였다. 어떤 핸드폰은 저그만치 1만 8천원씩이나 했었다. 진짜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집 한채만한 그런 핸드폰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개새끼, 누구 앞이라고 거들먹거리면서 틀을 차려?”
그때 보스는 황급히 달려나가면서 大哥大를 든 사내한테 꿉썩거렸다.
“大哥大큰형님이 왔소? 어서 오오. 젤 이쁜 아가씨들을 배치하지.”
보스는 그 자를 데리고 춘일이 앉은 술상에 다가왔다.
“이 술상을 내야겠소. 숱한 귀빈이 왔는데 자리를 바꾸기오.”
“뭐라고? 내 먼저 왔는데 물러나라니?”
“손님, 미안합니다. 혼자 큰 상을 차지하면 어쩝니까? 저쪽에 따로 자리 내줄테니 바꿔 앉으십시오.”
살인악마는 날강도 본성을 드러냈다.
“여보게! 주인! 어째 혼자 왔다고 깔보는가?!”
“아니, 미안합니다. 이 술상은 大哥大형님이 먼저 예약한 상입니다. 저쪽에 작은 상으로 옮겨주십시오.”
그때 大哥大형님이란 자가 이쪽을 쓸어보았다.
“넌 어디서 굴러온 개새끼야, 연길 시내에서 이 大哥大형님도 모르고 사는 놈새끼 다 있어? 썩 물러가지 못하겠니?!”
숱한 수하들이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쏘아보면서 당장 칠 상하며 다가왔다.
살인악마는 피씩 랭소했다.
밸 같아선 당장 비수를 목에 박아놓고 싶었다.
(쳇, 네 같은 놈이 다 큰형님이야? 개새끼, 죽고 싶어 환장했니?)
그러나 살인악마는 인차 놀라운 인내성으로 꼭두까지 치밀어오르는 밸을 꾹  참았다.
그는 지는 척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보스가 공손히 다른 자리에 인도해주었다.
보스가 복무원을 보고 뭐라고 분부했다.
아가씨들이 서넛이나 살냄새를 풍기면서 大哥大형님 쪽으로 우르르 다가갔다.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들이 大哥大형님의 목에 휘감기면서 아양을 떨었다.
살인악마는 격분을 억지로 참으며 술이라고 들면서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개새끼, 뭐 대단해서 혼자 아가씨를 서넛이나 데리고 술 처먹어?”
大哥大형님의 무릎에 마구 올라앉는 아가씨로, 소고기점을 집어 입에 넣어주는 아가씨로, 젖가슴에 손을 넣어 만져도 두 팔로 그자의 목을 휘감으면서 아양을 떠는 아가씨로…
살인악마는 보기만 해도 심술이 점점 욱 치밀었다.
살인악마는 大哥大형님을 노려보면서 음흉한 궁리를 굴렸다.
(퉤, 더러워서, 원. 개새끼, 오늘 밤에 네놈부터 염라왕국에 보내줄게.)
꽝꽝꽝!
살인악마는 술상을 꽝꽝 치면서 고함쳤다.
“보스! 여기 오라이!”
그제야 보스가 황급히 달려왔다.
“왜 불렀습니까?”
“왜 나한텐 아가씨를 보내지 않는가?!”
보스는 딱해 하였다.
“미안합니다. 먼저 안주와 술부터 많이 청하시오. 그럼 아가씬 인차 따라나옵니다.”
살인악마는 보스를 흘끔 쳐다보면서 을러멨다.
“어째 돈이 없다고 업신여기는가?!”
살인악마는 호주머니에서 지페를 두툼히 꺼내 술상에 꽝 놓으면서 큰소리쳤다.
“이 집에서 젤 비싼 안주와 술 가져오라구!”
“알았습니다. 큰형님. 아가씬 몇을 올릴가요?”
“여섯을 올려라!”
“팁 백원씩인데요.”
“야따, 왜 그리 말 많은가? 잔말 말고 올리라니깐!”
“옛! 황제 대접을 하겠습니다. 황제페하!”
돈이면 다였다. 돈이 많으면 귀신도 부려먹는다더니 진짜 말 그대로였다.
거들떠보지 않던 보스가 놀란 눈빛으로 그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허리를 꿉썩거리면서 비실비실 뒤걸음질쳤다.
이윽고 대야 같은 접시에 산해진미가 수두룩이 올랐다. 아가씨들도 진짜 서넛이 달려나와 붙어 앉았다.
“보스!”
“옛, 황제페하!”
보스가 헐레벌떡 달려와 허리를 꿉썩.
“어째 아가씨 여섯 요구했는데 넷 밖에 없는가?”
보스는 허리를 재차 꿉썩거리면서 헤쭉거렸다.
“원래 한 손님에게 아가씨 하나 밖에 안돌아갑니다. 넷이면 진짜 황제대접인데요. 아가씨들도 딸리는데 량해합시오.”
“그래? 그럼 봐준다는 걸 알아.”
살인악마는 大哥大형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미리 술값을 치렀다. 또 아가씨들한테 몇장씩 미리 쥐워주었다.
뒤이어 야들야들한 아가씨 허리를 끌어안고 초두부처럼 하들하들한 허벅지를 슬슬 매만지면서 기분좋게 술잔을 기울였다.
살인악마는 살인하고 강탈한 피묻은 돈을 아가씨들한테 팔면서 질탕하게 술을 마시였다.
그러나 그의 살기 넘치는 음흉한 눈길은 시종大哥大형님이란 자에게서 떼지 않았다.
한참 아가씨들을 끌어안고 술을 마시고 은은한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술자리에 돌아올 때였다.
大哥大형님이란 자가 숱한 수하들의 옹위를 받으면서 아가씨와 함께 바깥으로 주르르 나가는 것이 피뜩 보였다.
살인악마는 사냥물을 놓칠세라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재차 아가씨들한테 훌훌 뿌려주고 뒤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돈 욕심이 났는지 한 아가씨가 뒤따라 나왔다.
“오빠, 이렇게 그저 갑니까?”
“후에 보자.”
살인악마는 두 손을 맞잡고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탈면서 아양을 떠는 밤아가씨마저 돌아다보지도 않았다.
大哥大형님이란 자가 택시에 올라타자 살인악마도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꽁무니를 물었다.
앞선 택시는 연길시 연남주유소 부근에서 멈춰섰다.
뒤따라간 살인악마는 택시에서 내려 먼 발치에서 大哥大형님을 노려보았다.
보스인듯한 사나이가 세집 앞에 이르러 허리를 굽신거렸다.
“大哥大형님, 오늘은 이렇게 루추한대로 여기서 이 아가씨하구 보내오.”
그러고나서 그 사내는 아가씨인듯한 녀성을 돌아보고 분부하는 것이였다.
“大哥大형님을 잘 모셔라. 팁은 받지 말라. 내 푼푼히 줄게. 알았지?”
“네. 잘 모셔드릴게요.”
大哥大형님이 비칠거리면서 손을 홱 저었다.
보스와 다른 사나이들이 다 가버렸다.
아가씨가 세집 문 열쇠를 열자 大哥大형님은 아가씨 허리를 껴안고 비칠거리면서 세집 안으로 들어갔다.
살인악마는 이를 악물더니 뿌드득뿌드득 갈았다.
“날 깔보았지? 오늘 밤에 어디 죽어 봐라.”
살인악마는 윽벼르면서 철남 야시장에 가서 장갑과 손전지, 비수와 망치까지 샀다. 미리 휴대한 비수는 만일의 경우를 봐서 호신용으로 바지 안으로 다리에 감은 각반에 찔러넣어두었다.
그는 세집 앞에 돌아왔다. 밤 11시 경까지 세집의 전등불빛이 문발 밑으로 새여 나왔다. 집 안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자니 아득하였다.
원래는 그의 범행할 때의 관례대로 굳잠에 빠진 후 손을 쓰려는 속심이였다.
그때 세집 안에서 거센 숨소리와 아가씨의 흥분된 신음소리가 들렸다.
살인악마가 세집 문발 밑으로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글쎄 실 한오리도 걸치지 않은 남녀가 그때까지 성유희를 놀고 있지 않겠는가.
(꽤나 질긴 년놈들이구나.)
창문 하나 사이를 두고 살인악마는 세집 안에서 흥분된 사내와 아가씨가 희희닥거리면서 노는 것을 보고 속이 비길데 없었다.
부글거리는 심술과 성욕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꽝!
살인악마는 비수를 뽑아들고 문을 박차고 뛰여들어갔다.
탕!
먼저 전등불부터 비수로 쳐 깼다.
뒤이어 비수로 녀자 위에 엎딘 사내 목을 두번이나 푹푹 찔렀다.
“네깐 놈이 다 大哥大형님이냐?! 썩어져라!”
살인악마는 大哥大형님한테 미친듯이 칼질하면서 고함쳤다.
“누굴 업신여겨?! 개새끼, 또 술상을 빼앗아봐라. 또 거들먹거려봐라!”
大哥大형님은 당장에서 피못 속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살인악마는 손전지를 켜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그때까지 아가씨는 이불로 젖가슴을 가리우고 바들바들 떨었다.
“엎뎌라!”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든 하라는대로 할게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잔말 말고 엎뎌라!”
“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입 다물어!”
살인악마는 옆집에서 혹시 들을가봐 겁났던 것이다.
뒤이어 손전지로 식장을 이리저리 비추더니 저가락을 찾아 들고 돌아섰다.
“헤헤헤. 더러운 년, 네 년 XX 어느만큼 깊기에 大哥大놈새끼 그렇게 좋아 지랄이냐? 어디 한번 보자. 히히히.”
살인악마는 저가락으로 그녀의 하신을 푹푹 찔렀다.
“아이, 아가, 아가!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인악마는 싯누런 이발을 드러내고 징글스럽게 헤벌쭉거렸다.
“이년, 목소리 곱더구나. 네년 신음소리 참 듣기 좋았어. 어디 한번 다시 울어봐라.”
녀성은 너무 아파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헤헤헤. 참 좋아.”
녀성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살인악마는 귀맛 좋다고 변태적으로 너털웃음을 웃었다.
성욕이 발동한 살인악마는 습관처럼 녀성을 꿇어엎디게 한 후 괴춤을 내리깠다.
“화냥년, 바람둥이년, 네년이 어디서 이리 굵은 거 맛 보겠어? 오늘 실컷 해봐야겠다. 히히히.”
살인악마는 남의 아가씨를 빼앗아 강간하면서 무한한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피해녀가 비명소리를 높이 지를수록 엉덩이까지 쨕쨕 치며 야수처럼 변태적인 흥분과 오열을 터뜨렸다…
살인악마는 여러가지 체위로 몇번이나 강간하고나서야 녀성의 몸에서 손을 뗐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빕니다.”
살인악마는 빨래줄에 걸어놓은 수건으로 피범벅이 된 그걸 쓱쓱 닦고 괴춤을 올리면서 징글스레 웃었다. (살인악마는 수건에 닦아놓은 피묻은 정액이 후에 단서로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놈은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피와 정액이 묻은 수건을 들었다가 구석에 던지고 걸레로 구들과 장판의 피흔적을 썩썩 닦아버렸다.
“오늘 기분 좋았어. 살려줄게. 똥담이 있으면 공안국에 가서 신고해라. 그땐 네년도 저놈처럼 저승에 보내줄게.”
녀성은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빌고 또 빌었다.
“절대 신고하지 않을게.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인악마는 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에 돋은 땀을 쓱쓱 닦았다.
뒤이어 그 놈은 손전지로 세집 안을 이리저리 비추며 호통쳤다.
“돈을 내놧!”
피해녀가 핸드빽에서 200원을 꺼내 주었다.
“어째 요거뿐이냐?”
살인악마는 大哥大형님을 손가락질하면서 을러멨다.
“이 개새끼, 돈이 있는 척 너들거리더니 요것 밖에 안줬는가?”
피해녀는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건 다른 손님한테서 가진 거예요. 大哥大형님한테선 아직 일전도 가지지 못했어요?”
“오, 그래? 그럼 이 놈새끼한텐 돈이 있겠군.”
살인악마는 손전지를 이리저리 비추다가 누런 궤짝 위에 놓인 커다란 핸드폰빽을 발견했다.
핸드빽 쟈크를 쭉 열자 그 안에서 목침 같은 8088형 핸드폰과 돈 700원이 나왔다.
“흥, 개새끼, 요것 밖에 없는 놈이 거들먹거리긴! 이 주제에 아가씨들을 수태 데리고 놀아? 더러운 사기군!”
살인악마는 핸드폰과 돈을 챙기고 비수를 휘둘러 피해녀의 젖가슴을 쭉쭉 오려놓았다.
“앗!”
피해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살인악마는 징글스레 웃었다.
“헤헤헤.”
뒤이어 으름장을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개쌍년, 공안국에 신고하는 날이면 네년도 천당에 보내줄테야. 알았지?”
“네, 어찌 감히 신고하겠어요? 절대 안합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살인악마는 비수로 회칠한 벽을 쭉 그어놓고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려권과  출국꿈
 
“앗! 개새끼!”
“야, 야, 또 잡소리 치느냐?”
어머니가 마구 흔들어깨웠다.
“야, 어째 이러우?!”
춘일은 와닥닥 일어나면서 고함쳤다.
“야, 깨나라. 꿈을 꿨니? 어째 잡소리 치니? 그래서 깨웠다.”
그제야 춘일은 손으로 팅팅 붓긴 눈을 비비고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밤 악몽을 꾸지 않았겠는가.
춘일은 한참이나 앉아 금방 꾼 꿈이 이상해 깊은 회상에 잠겼다.
 
글쎄 꿈에 자기가 경찰한테 쫓기워 고향 중로변경에까지 도망치지 않았겠는가.
뒤에서는 경찰들이 사냥개를 앞세우고 나무숲을 헤치면서 바싹 뒤쫓아왔다. 그런데 앞에는 가파롭고 높은 절벽이 막아서서 어떻게 바라오를 수 없었다. 절벽만 넘으면 로씨야 타국 땅이였다. 그는 손에 침을 뱉고나서 죽기내기로 절벽으로 톺아올랐다.
! ! !
갑자기 사냥개가 덮쳐왔다.
그는 사냥개를 발로 차면서 도망치려고 허둥거렸다...
 
춘일은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으면서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머리를 번쩍 치는 령감이 있었다.
(그래, 로씨야로 도망치자. 이 놈 위험한 곳에서 훌 도망쳐버리면 그만이야.)
그는 어려서부터 로씨야와 아주 가까운 고향 동녕의 시골에서 자라면서 로씨야가 어떻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로씨야는 치안도 허술하고 날강도질을 해먹기 아주 편리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고향으로 돌아가 중로변경을 넘을가?)
그러나 그는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이 곳에서 잃어지면 꿈에서처럼 경찰들이 날 범죄자로 의심해 당장  고향에까지 추격할 거야. 꿈에서 나타난 장면이 진짜로 될 수도 있어. 그럼 려권을 내가지고 당당하게 장사하러 간다고 속여넘기자. 로씨야 땅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중국 경찰인들 무슨 수가 있어?)
그는 가닥을 잡자 신분증과 전날에 강탈한 돈을 챙기고 바깥에 나서려고 신을 뀄다.
또 어머니가 따라나오면서 물었다.
 “또 어디로 가느냐?”
춘일은 또 얼려넘기기 시작했다.
 “엄마, 장사하러 먼 길을 떠나지 않겠는지 모르겠소.”
 “어디로 가자고?”
“조선에 장사하러 가야겠습구마.”
“어째 여기서 장사 잘 되잖느냐?”
“여기서 좁쌀처럼 장사를 해서야 언제 큰 돈을 벌겠습둥?”
“아무튼 조심해라. 이 에미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하겠으면 나쁜 짓 하지 말라.”
“알았습구마.”
춘일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집에서 나왔다.
그는 먼저 시내 리발점에 들려 머리를 척 올리깎고 백화상점에 가서 토색잠바까지 사 입었다. 그도 이젠 세인들의 눈을 속이려고 신사처럼 몸치장을 해 위장할줄도 알았다.
신사처럼 쭉 빼자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파출소로 달려갔다.
그는 담대하게도 곧추 파출소에 들어가 당직실에 있는 녀경찰한테 신분증을 내밀었다.
“려권을 내주십시오.”
“려권은 시공안국 호적과에 가서 내십시오.”
녀경찰은 춘일을 피뜩 쳐다보더니 “잠간, 신분증을 좀 봅시다.” 하고 춘일의 손에서 신분증을 훌 채갔다.
“주시오. 빨리 려권 내러 가야겠는데.”
녀경찰은 컴퓨터를 열고 뭔가 신분증과 대조해보는 것 같았다.
춘일은 속이 떼끔했다.
(이게 제절로 풀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여들잖았어?)
기왕 그렇게 된바하고는 태연자약하게 대처해야 했다. 황급히 문께와 사위를 휘둘러보았다. 안되면 문을 박차고 도망칠 판이였다.
“10년 징역살이 한 적 있는 전과자군. 전과자는 려권 내지 못합니다.”
녀경찰은 곱지 않은 눈길로 춘일을 훑어보더니 신분증을 훌 뿌려주었다.
“지금 어데 거주해 있습니까? 등록 했습니까?”
춘일은 심장박동이 심하게 쿵쾅쿵쾅 높뛰였다.
“전과자는 사람이 아닙니까? 중국 공민이 아닙니까? 려권도 내주지 않는게 도리 있습니까?”
녀경찰은 떠나가며 두덜거리는 춘일을 쏘아보았다.
“려권 안 내주겠으면 말게지.”
춘일은 제쪽에서 오히려 큰소리로 밸을 쓰면서 파출소 문을 박차고 나왔다.
문밖에 나서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작은 골목에 굽어들어 다리야 날 살려라고 황급히 도망쳤다.
한참 뛰다가 큰 길을 빠져나오자 택시를 불러 타고 파출소에서 멀리, 멀리 도망쳤다.
그는 괴로울대로 괴로왔다.
“그래, 전과자는 조선 장사도 못하고 로씨야 장사도 하지 못한다고? 세상 전과자는 출국도 못하고 장사도 못하는구나. 그럼 어떻게 살아라는 건가? 직업도 없고 밭도 없는데. 전과자는 이 세상 넓은 감시망 속에 갇혀서 감시받으면서 살라는 거냐? 그럼 별 수 없지. 빼앗아 먹지 안으면 굶어죽겠는데. 별수 없지.”
그는 파출소를 찾아갔던 무지한 자기를 웃었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담대하게 파출소까지 찾아갔어? 허허허. 네놈 진짜 간이 큰 날강도군. 흐흐흐.)
그도 이때만은 법맹인 자기가 너무 허무해 손바닥으로 이마를 툭툭 쳤다.
그는 로씨야로 도망칠 길이 막혀버리자 가슴이 답답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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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가?”
천방지축 걸으면서 궁리하다가 그는 “에라, 모르겠다. 질탕하게 놀고 보자.” 하고 시내에 또다시 들어갔다.
그는 오색령롱한 네온등이 깜빡이는 황홀한 시내를 훑으면서 유흥업소를 서캐 훑듯이 올리훑고 내리훑었다.
그의 치치부레한 쌍까풀 돼지눈깔에 피뜩 한 호텔에 걸어놓은 사우나간판이 번쩍 뛰여들었다.
간판의 연분홍네온등불빛이 깜빡이면서 숱한 예쁜 아가씨들이 손짓하며 부르는 것 같아 유혹을 참지 못했다. 맞은켠에서는 노래방과 안마원의 아가씨들이 깜빡이는 오색령롱한 네온등불빛 아래에서 추파를 보내면서 유혹하고 있었다.
“사우나라, 뭐 하는 곳이냐? 저기 들어가본 적이 없잖은가. 오늘 밤엔 저기 들어가 실컷 놀아보자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 호텔 사우나실에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목욕탕 같았다. 그러나 본세기 초에 연길에 갓 들어온 사우나 문표만 해도 60원이나 했다. 장사군들은 바로 사우나라는 “최초발명품”으로 사내들의 호기심과 허영심을 유혹해 돈을 깍쟁이로 끌어들였다.
춘일은 주저없이 두툼한 지갑을 꺼내 카운터에 탕 메쳤다.
“안마 하겠어요?”
“그래, 젤 고급 써비스에 젤 이쁘고 어린 아가씨를 보내라구.”
춘일은 강탈해온 돈을 녀카운터 앞에 탕탕 메치면서 큰소릴 꽝꽝 쳤다.
“예- 알았어요. 귀빈님, 어서 샤와실에 들어가세요.”
춘일은 카운터 처녀의 우러러보는 눈길을 한 몸에 받으면서 더 없이 흐믓해났다. 그는 신을 활 벗어 신궤에 처넣은 후 아주 신사처럼 틀을 차리면서 어깨 으쓱해 샤와실에 들어갔다.
그는 옷을 활활 벗어 옷궤에 훌훌 처넣고 김이 물물 풍기는 뜨거운 물함지에 뛰여들었다. 따가운 물에 때 괴죄죄한 더러운 몸을 불구고 누워 눈을 스르르 감으니 세상 피곤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순간 금방 파출소에서 녀경찰한테 눈총을 맞으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몽땅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한참 후 물함지에서 나와 때 쭉쭉 일어나는 더러운 몸뚱이를 때밀이까지 싹 하고나니 피로 얼룩진 죄악의 몸뚱이가 잠시나마 깨끗해진 것 같았다.
춘일은 샤와실에서 나왔다.
그때 한 아가씨가 마주 나와 구십도경례를 하면서 반겨 맞았다.
“양향화(가명)라고 불러요. 오빠, 황제처럼 잘 모셔드릴게요. 귀빈님, 웃층에 올라갑시다.”
 
(필자주: 피해자와 모고한 자의 명예와 은사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사망한 피해자, 피치 못할 피해자를 내놓고는 가명을 달았음을 알림)
 
춘일은 무심히 알은체하면서 거만스레 앞에서 걸었다.
“양향화. 오, 이름 하나 곱구나.”
아가씨는 춘일의 팔을 붙안고 아양을 떨었다.
“인물도 괜찮은데요. 호호호.”
“그래?”
춘일은 그제야 아가씨를 유심히 살폈다.
훤칠한 키에 이목이 청수하게 생긴 아가씨였다.
“진짜 이름처럼 예쁘구나.”
춘일은 아가씨의 옹위와 애교를 받으면서 어깨 으쓱해 안마방에 들어갔다.
그는 아가씨 안마를 받으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오만가지 궁리를 다 굴렸다.
(아, 돈만 많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건데 죽을 죄를 진 난 조선도 로씨야도 아무 나라도 출국할 수 없게 됐어. 이젠 도망칠 곳도 없어. 서른여섯살을 먹도록  살가운 색시도 얻지 못했어. 그렇다고 사흘이 멀다하게 뻐스에 매달려 장 보러 가는 아낙네들 엉덩이만 쫓아다닐 순 없잖은가.)
색마는 야욕을 채우지 못한 날에는 새벽에 이불 밑에서 스스로 손으로 자꾸 쳐드는 그걸 문지르면서 자극해 수음하였다.
한번은 뉘네 아낙네가 글쎄 팬티를 빨아 바줄에 널어놓은 것이 아니겠는가.
춘일은 바줄 밑으로 지나갔다. 팬티에서 별스런 냄새가 풍겨 코를 찔렀다.
(이게 녀자 냄샌가?)
그는 팬티를 벗겨 코에 대고 별스러운 녀성의 체취를 킁킁 맡아 보고 별 맛이여서 입을 쩝쩝 다시였다.
순간 변태적인 성적 충동을 느꼈다.
사위를 둘러보아도 사람이 없었다. 그는 녀성의 팬티를 가지고 집에 와서 김치굴로 들어갔다. 뒤이어 팬티를 코끝에 대고 한참이나 냄새를 씩씩 맡았다.
“아!’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팬티를 입에 대고 쩝쩝 핥고 빨아댔다.
자꾸 쳐드는 그걸 참을 수 없어 신음소리를 내면서 괴춤을 내렸다. 팬티를 그것에 휘감아쥐고 수음을 하느라고 세차게 문질러댔다.
눈을 지긋이 감고 이웃집 꽤나 예쁜 아낙네 얼굴과 펑퍼짐하고 뭉글뭉글한 엉덩이를 련상하면서 더 세차게 문질렀다.
“오, 오-”
끝내 오열을 터뜨렸다.
잠간 사이에 변태적으로 성만족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뒤이어 그는 걸죽한 정액이 발린 팬티를 쳐다보면서 히죽거리다가 어쩔가 궁리했다. 팬티를 잘 씻어서 가져다 바줄에 되 걸가하다가 그만 두었다.
(들키면 큰 일이야. 쓰레기무지에 버릴가?)
춘일은 품 속에서 비수를 뽑아들고 팬티를 오리오리 찢어버렸다.
(안돼. 김치움에 뒀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큰 일이야.)
그는 지저분하게 김치움 바닥에 널린 팬티 오리를 걷어쥐고 김치움에서 나왔다.
그는 사위를 둘러보다가 쓰레기무지에 가서 팬티쪼각을 재무지에 훌 버리고 발로 재를 스리슬쩍 덮었다.
“이 변태야, 남의 팬티를 가져다 뭘 했소?”
어디서 나타났는가. 글쎄 이웃집 아낙네가 재무지를 들춰 오리오리 찢어진 젖은 팬티를 쳐들었다.
“아니, 어째 남의 새 팬티를 이렇게 만들었소?”
“누굴 무오? 금방 개 팬티를 물어다가 물어뜯었는데. 내게 덮어씌우오? 별 아낙넬 다 보겠다.”
아낙네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고 따지고 들었다.
“금방 내 집 안에서 창문으로 다 내다봤소. 바줄에서 내 팬티를 벗겨가는 거. 계속 모르쇠를 대겠소?”
아낙네는 팬티를 쳐들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걸 봐. 이게 어디 개 물어뜯은겐가? 분명 가위로 벤게 아니고 뭐요? 이게 어째 이렇게 젖었어?”
아낙네가 팬티를 찬찬히 뜯어보고 눈이 화등잔이 돼 고함쳤다.
“여기다 코까지 풀어놓았어? 아니, 아니야. 오우- 저게 변태구나. 여기다 혹시 그걸… 아이구, 저 변태같은게. 서른이 넘게 장가가지 못하더니 남의 팬티에 대고, 에이구, 저 정신병자를 어쩌겠니? 저거…”
색마는 숱한 마을 사람들 앞에서 찍소리도 못했다. 그는 머리도 쳐들지 못하고 모르쇠를 대면서 자리를 떠나버렸다.
속으로 저 아낙네를 죽일가말가 고르는 판. 허나 인차 리지를 회복하였다.
귀전에 선배 장형의 훈계소리가 울렸다.
“굴어귀 풀을 건드리지 말라는데 화를 청했구나. 쯧쯧쯧.”
그 일로 해 마을 사람들은 뒤에서 장가가지 못한 로총각이 변태라고 뒤공론했다.
당시 춘일은 그 변태적인 행동이 단서 중 하나로, 수사일군들이 자기를 잡는 올가미로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태가 엄중한 줄을 알았을 때는 후회막급이였다.
      양아가씨와 카운터
색마도 어처구니 없어 안마를 받으면서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왜 웃어요?”
양아가씨가 물었다.
“예쁜 아가씰 만나니 좋아서 웃어.”
양아가씨는 춘일의 허벅지를 살살 매만지면서 아양을 떨었다.
“꽤나 미사려구를 달고 다니는구만요. 달달한 말만 골라하면서. 호호호.”
양아씨는 살인악마인줄도 모르고 돈을 벌려고 아양을 떨며 유혹하고 매만지면서 꼬시고 있었다.
“제 안마 씨원하죠?”
“그래, 아이고, 야, 야, 거길 작작 만져. 좀 참기 바쁘다.”
“히히히. 참다가 병 나겠어요.”
양아가씨는 허벅지에서 손을 치우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안마원이나 아가씨들을 날마다 찾아올 순 없잖아. 이런 유흥업소에는 경찰들이 자주 들이닥친다. 자칫 언제 표창죄로 잡힐지 몰라. 그럼 살인죄도 련루될 수도 있어.)
살인악마는 강탈수입보다 날마다 룡암처럼 용용 솟구치는 정욕, 야욕이 한심했다. 아니, 억이 막혀 미울 때도 있었다. 하루에 세번 해재껴도 시뻘건 용암처럼 끓어번지는 정욕을 미처 식힐 수 없었다. 끝없이 용용 치솟아오르는 야욕의 불길을 끌 수 없었다. 돈을 얼마나 강탈하면 담당하겠는가!
(어떻게 목숨 걸고 빼앗은 돈 팔지 말고 안될가? 장구한 처녀를 얻지 못할가?)
그는 연분홍 전등불빛을 빌어 양아가씨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자기 아래배를 살살 만지고 있었다. 아니, 아래배를 매만져 성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자기 돈을 벌려고 유혹하고 꼬시고 있지 않는가.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흥!)
살인악마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이 년은 안돼. 돈때 묻은 더러운 년. 일회용일뿐이야. 돈을 주면 몸을 내번지지만 돈만 안주면 흘겨보면서 등 돌리는 화냥년이야.)
그는 일회용이 아니라 장구적으로 점유할 아가씨를 물색하려고 들었다.
그날 밤에 살인악마는 신사처럼 점잖게 양아가씨한테 팁으로 100원 쥐워주고 그저 일회용으로 써먹고 나와버렸다.
그런데 살인악마는 카운터에 나와 결산하다가 깜짝 놀랐다.
카운터 처녀를 유심히 바라보는 순간 어쩜 자기 눈을 의심할 지경이였다.
“아니, 복숭아얼굴, 복숭아처녀! 네년이…”
그는 하마트면 고함칠번 했다.
“안녕히 가세요.”
다시 여겨봐도 머리 숙이면서 곱게 인사하는 처녀, 카운터 처녀가 그 복숭아얼굴 처녀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 처녀는 그저 생글 웃으면서 눈인사를 할뿐이였다.
다시 쳐다보니 심통히도 복숭아얼굴 그 처녀와 닮았을뿐, 아니였다.
나오면서 재삼 쳐다봐도 복숭아얼굴 처녀가 아니지 않겠는가.
자꾸 쳐다보는 그를 보고 그 처녀도 이상한지 웃음을 거두고 춘일을 찬찬히 여겨보는 것이였다.
“왜 사람을 자꾸 눈자리나게 보는가요? 내 얼굴에 꿀이라도 붙었는가요?”
“양? 양, 양. 너무 이쁘오.”
“감사합니다. 참, 말 잘하는군요. 또 오세요.”
“오, 오. 그래, 또 오지.”
신을 꿰고 나오면서 다시 되돌아보아도 심통한 걸 어쩌는가.
시골냄새 확 풍기는 순박한 처녀였다.
(오, 네년은 어디 숨었어? 네년을 꼭 찾아내기만 해봐라. 흥!)
살인악마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살인악마는 정수리까지 치미는 원한에 복수하려고 끝없이 살인하였다. 또 도저히 막아버릴 수 없는 30대 변태적인 색마의 야욕을 채우려고 야수처럼 강탈하고 강간하였다. 강간하지 못한 날에는 강탈한 돈을 가지고 그 호텔의 사우나 안마방에 가서 양아가씨를 찾아가 돈을 주고 야욕을 채웠다.
그러다나니 이젠 카운터 처녀와도 구면이 됐다.
김춘일은 슬며시 그녀를 보고 말을 걸어보았다.
“저는 어데서 왔소?”
복숭아 처녀는 생글 웃더니 눈을 곱게 흘겼다.
“예? 걸 물어서 뭘 합니까?”
색마는 허구푼 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진 척하면서 뒤더수기를 긁적이였다.
“이젠 구면인데 알고 지내면 안되오.”
“네?”
그녀는 막연해했다.
“손님, 진짜 웃깁다.”
“알려주면 안되오?”
“단골손님인데 괜찬습니다. 그저 농촌에서 온 김씨라고 불러요.”
“그래, 김씨 처녀, 수고했소. 이름은 뭐요?”
“이름이 하도 미워서 말하기 좀 그래요.”
“뭐길래?’
춘일이 지꿎게 묻자 그녀는 마지못해 알려줬다.
“이름이 밉다고 웃지 마시오. 김후남인데요.”
“오- 괜찮소. 김후남. 우리 친하기오.”
색마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둘러보고 미끼를 훌 던졌다. 지갑에서 50원짜리 돈 두장을 꺼내 밀어주었다.
“이래 되겠어요?”
“어서 넣소. 그저 오빠 준 써비스로 여기면 되오.”
“오빠? 오빠 없는 저에게 오늘 밤에 오빠 생겼구나. 오빠, 좋아요.”
처녀는 “아니, 아니,”하면서도 돈은 슬쩍 카운터 서랍에 쓸어넣는 것이였다.
“건 절 주는 거요.”
“알았어요.”
김모 처녀는 다시 서랍의 지페 두장을 지갑에 챙겨넣었다.
“잘 쓰겠어요. 오빠는 어데 출근해요? 정말 부잔 거 같아요. 사흘이 멀다하게 이 비싼 사우나에 다니는 걸 보니.”
“오? 그래, 그렇지. 난 시내 무역공사에 다니오.”
“글쎄요. 돈 쓰는 걸 보면 큰 장사군인게 알려요. 또 오세요.”
“양. 그래, 수고했소.”
색마는 문 밖을 나오면서 씽긋 웃으면서 되돌아보았다.
그는 바깥에 나와서 연분홍네온등불빛이 깜빡이는 밤거리를 거닐면서도 가슴이 쓰라렸다.
(어쩜 명승촌에서 사라진 그 년을 딱 떼닮았어?)
순간 또다시 실련의 상처, 배신의 쓰라림이 온몸을 괴롭혔다.
“네년을 찾아내기만 해봐라. 칼탕을 쳐놓을테야!”
색마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뒤이어 한쪽 구석으로 금방 “오빠”라고 부르던 김모 처녀를 떠올리자 흐뭇해났다.
(김후남이라. 널 내 손아귀에 넣어야지.)
색마는 김후남을 채다가 잃어버린 복숭아얼굴 처녀의 대용품으로 쓰고 싶었다. 아니, 영구한 정욕배설도구로 쓰려고 들었다.
살인악마는 김후남을 만나 사랑을 사기치러 그 호텔로 찾아갈 비용을 마련하려고 또다시 범죄의 길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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