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태양의 따뜻한 햇볕을 받아 만물이 우썩우썩 자라고 맑은 이슬에 수풀이 우거질 계절이었다. 허나 하늘이 어찌나 변덕스런지 맑은 하늘을 찾아 볼 수 없어 곡식이 잘 자라지 않았다. 옥수수도 극상해야 애들 키만큼이나 자랄까 말까 할 난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화가마 같은 뻘건 태양이 어찌나 불비를 퍼붓는지 밭고랑이 다 터질 지경으로 가물어서 옥수수 이파리마저 달팽이처럼 댈댈 감겨들고 말라버리었다.
먹장구름이 뒤덮인 광활한 천지에서 별의별 해괴한 일이 다 벌어지고 있었다.
상순은 이사해온 후 재차 함흥 대대 당 지부 서기로 선거됐지만 그만두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상순을 조용히 태평강 변에 데리고 가서 엄숙히 비평했다.
“왜 당 지부 서기를 하지 않소?”
이계삼의 격한 말에 상순은 개의치 않고 자기 주견을 내놓았다.
“대대 혁명위원회 나온 후 당지부는 유명무실하게 돼버렸습니다. 비당원인 종연이 혁명위원회 주임으로 돼 당지부를 쥐고 흔들면서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거리는 꼴조차 보기 싫습니다. 난 대대 당지부서기를 하면서 권력다툼에 혈안이 돼 미쳐 날뛰는 흥수하구 종연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옥신각신하기도 싫습니다.”
허영주는 상순의 날카롭게 비평했다.
“정치는 감정으로 대하는 게 아니오. 동무는 원칙을 지키고 시비에 지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의에 굴종하지 않았소. 헌데 어째 이번엔 이렇게 연약하게 나오오? 정치는 물러서면 물러설수록 밀리는 법이오. 동무는 한뉘 평생 수많은 기회를 놓쳤소. 삼도만 토비숙청 때 영장을 할 기회를 놓쳤고 영월구 공안국 국장마저 내놨소. 사람이 한뉘 평생에 그런 기회 몇 번 있겠소? 이제 대대 당지부 서기마저 하지 않으면 또 후회하게 될 거요. 전반 국면을 생각해 서기를 해야 하오.”
허나 상순은 자기 고집을 부렸다.
“지금 정치를 할수록 당과 인민의 이익을 해치는 착오를 더 지게 됩니다. 오히려 한개 생산대를 맡아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낫습니다. 진짜 종연과 흥수하구 날마다 대대에서 싸우기도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계삼은 상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돼지꼬리 되기보다 닭 머리 되는 게 낫을 수도 있지.”
“한개 생산대라도 잘 건설해 사원들이 배불리 먹고 살게 하는 게 낫습니다.”
두 노간부들도 더 말리지 않았다.
상순은 자진해 함흥대대 조개덕생산대 정치대장으로 됐다. 원래 조개덕은 한 개 마을이자 한개 생산대었는데 혁명위원회 주임 황종연의 제의에 따라 한족들로 제1생산대를, 조선족들로 제2생산대를 나누기로 했다.
종연은 고의적으로 상순을 애먹이느라고 지주와 부농들이 욱실거리는 한족생산대인 제1생산대 정치대장으로 보냈다.
상순은 민족단결도 강화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계급성분이 복잡하고 낙후한 1대로 가게 된 것을 좋아 했다.
명옥은 남편을 말렸다.
“한족 곳에서 겨우 조선족마을로 되돌아왔는데 어찌 호박을 쓰고 돼지 굴로 들어가겠소?”
허나 상순은 고집을 쓰고 한족대로 갔다.
“한족들은 부지런하고 남을 헐뜯지 않아 조선족들보다 더 좋소. 한족들은 벼농사를 잘 모르오. 내 가서 벼농사를 가르쳐주고 직접 논물도 봐주면서 한족사원들한테 벼농사도 배워주고 이밥을 먹고 살게 만들어야겠소.”
아내와 자녀들이 한사코 반대하면서 한족마을로 가지 않겠다고 하자 상순은 혼자 한족 대에 가서 일하고 집식구들은 조개덕 2대에 남겨두었다.
어느 날 공사 혁명위원회에서 자동차에 한 20명 되는 상해 지식청년들을 실어 마을에 부리어 놓았다.
찌프에서 뚱뚱한 간부가 내려 눈덕에 살이 져 퉁퉁 부은 거 같은 눈으로 거만하게 상순을 째려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난 현 공안국 국장 김용만이오. 김 대장의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상해 지식청년들을 실어왔습니다.”
“오, 김국장이구먼. 수고 많습니다.”
상순은 영발에게서 김용만 국장의 말을 피뜩 들었지만 모르는 척 했다.
저쪽에서 영발은 용만을 보자마자 기가 꺾이어 토성 안 위생소로 들어가 버렸다.
종연과 흥수는 진작 기별을 받고 헐금씨금 뛰어와 용만 국장에게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은 용만 국장 옆에 서 있는 상순을 흘겨보았다.
상순은 용만에게 물었다.
“이 숱한 상해 청년들을 마을에 실어다 뭘 하오?”
용만은 찌프에서 뒤따라 내린 허영호 소장을 보면서 말했다.
“광활한 천지에는 할 일이 많소. 상해 지식청년들이 조개덕에 와서 빈농들에게서 재교육을 받아야 하오.”
그는 짐을 부리는 상해 청년들을 가리키면서 상순에게 말했다.
“저 청년들은 대도시에서 자라다나니 이런 시골 농촌마을엔 처음 왔소. 오기 싫어하는 것을 실어온 청년들도 있으니까. 사상정황이 복잡할 거요. 만약 불온분자나 파괴분자가 생기면 인차 허 소장에게 알리오.”
용만은 틀을 차리면서도 아주 능란하게 수작을 피웠다.
“김 대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간부기에 상해지식청년들을 잘 교육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는 상순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뒷말을 이었다.
“김 대장, 종연한테서 들을라니 김 대장은 이사 올 때 호구를 올리기 힘들었더구먼. 내 듣고서 허 소장을 보고 호구를 올려주라고 했소.”
기실 용만과 종연은 모두 반란파에 들어가 한바지를 입고 득세한 일맥상통한 자들이었다. 종연이 찾아가 고발하자 용만은 권력을 빌어 백방으로 상순의 호구를 올려줘서는 안된다고 허영호 소장을 압력을 가했다. 허나 허영호 소장은 은인이며 노상전인 상순을 배신할 수 없었다. 영월구 때부터 자기를 경찰로 배양했고 어머니한테도 무진 관심을 돌린 상순이 아닌가.
허영호 소장은 용만과 종연의 협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상순의 호구를 올려 주었던 것이다.
용만은 상순이 그 정황을 모르는가 해 상순의 앞에서 아닌 보살을 떨었다.
“한가지 부탁할 일이 있소. 상순 대장이 직접 입당소개인으로 나서서 혁명위원회 주임 종연을 입당시키오. 우리 서로 도우면서 살기요. 종연은 부대에 갔다 왔지. 정치 민감성이 있는 아주 전도유망한 청년이오. 입당하면 공사에 올려다 써줄 예산이오. 부탁하기요.”
“알았소.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으니 진작 청년들을 후비간부로 양성해야지. 다 내 잘못이오.”
상순의 진심에 찬 말을 듣고 용만은 한시름을 놓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고 돌아가겠소. 김 대장,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오. 현 공안국에 연계하면 인차 찾을 수 있소.”
상순은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
흥수와 종연은 상순의 말에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원칙을 내세우면서 불의에 맞서고 직설적이던 상순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용만의 찌프가 먼지를 일구면서 꼬리 빳빳해 달아났다.
흥수와 종연은 할 말이 가득한데 채 하지 못했는지 아주 아쉬워하면서 찌프가 마을 동구 밖 굽인 돌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손을 저었다.
상순은 상해지식청년들의 집체호를 새해에 짓기로 하고 먼저 그들을 마을에서 좀 괜찮다는 서너 집에 나눠 들게 일일이 배치했다.
짙은 눈썹아래 부리부리한 봉이 눈을 슴벅이는 상지민이라고 부르는 상해지식청년은 키도 크고 딱 서양 사람처럼 생겨 마을 청년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었다. 상순은 집체호 호장인 상지민과 수호, 이행복 그리고 마대랑, 송 꼬마 등을 자기 집에 들게 했다.
상지민은 정치대장인 상순에게 부쩍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었다.
“우리 마을에 빈농이 몇 분입니까?”
상순은 “내까지 포함해 대여섯 집 밖에 안 되네.”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래요? 그 나머지는 모두 중농 이상입니까?”
보통키에 귀가 뻘쭉하고 너부죽하게 생긴 수호는 호기심에 차 물었다.
“그래. 대부분 지주와 부농이지.”
상지민은 버릇처럼 눈을 슴벅이면서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우린 빈농의 재교육을 받으러 왔지. 지주와 부농의 재교육을 받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상순은 상지민을 나무랐다.
“벌써부터 그렇게 생각하면 못써. 여기 와서 지주나 부농의 교육을 받으라는 건 아니오. 나를 포함한 빈농의 말을 잘 듣고 농사를 배우면 돼. 알만하지?”
“예!”
꺽다리 상지민은 발뒤꿈치를 척 붙이더니 군례까지 올리었다. 그는 꽤나 유모아적이었다.
“너희들도 김 대장께 경례를 올려!”
그러자 수호와 마대랑, 이행복, 송 꼬마 등은 일렬횡대를 짓더니 차렷하고 군례를 척 붙였다.
“우린 김 대장 말을 잘 듣겠습니다.”
상지민은 상순의 두 손을 잡고 맹세했다.
상순이 알고 보니 상지민의 아버지는 상해교통대학의 교수이었고 어머니는 상해 국제호텔 한개 부문 책임자라고 했다. 교양 있는 지식분자 가정에서 태어 난 상지민은 영어와 노어, 일어까지 안다고 했다.
그런데 지식분자는 더러운 아홉째이어서 지식분자 자녀일수록 더 빈농의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해 고중을 졸업한 상지민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이런 동북 변강 산골에 내려와 하향지식청년으로 돼 집체호 호장으로 됐다.
상순이 상지민 등을 금방 자기 집에 배치하고 나오는데 또 공사에서 찌프가 달려왔다.
찌프에서 허영호 소장이 내리고 그 뒤에 웬 곱살한 중년여인이 여자애 둘을 데리고 내려왔다.
허 소장은 상순과 손을 굳게 잡으며 인사한 후 뒤에서 내린 여인네를 돌아보며 소개했다.
“이 분은 정성해 서기네 처남댁 김송선입니다. 문공단의 이름난 무용수입니다.”
허소장은 송선한테 상순을 소개했다.
“이분은 이 마을의 원로 김상순 서기요.”
상순이 송구해하며 인차 고쳐 말했다.
“아니, 지금은 조개덕 1대 정치대장이오.”
“잘 부탁드립니다. 김 대장.”
송선은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인사했다.
상순은 어두운 그림자가 흐르는 외씨처럼 걀쭉하고 예쁜 송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이런 산골에 와서 어떻게 고생하겠소?”
송선은 조심스레 김상순 대장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습니다. 김대장 많이 관심해주십시오.”
상순은 뒤에 따라 내려온 열대여섯 살 돼 보이는 여자애와 열둬살 돼 보이는 여자애를 돌아보면서 이상해 물었다.
“남편은 무슨 사업을 하기에 여기로 오지 않소?”
그러자 송선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상순과 허 소장을 번갈아 보며 오물거렸다.
“저, 남편은 대학교 영어교수입니다. 지금 5.7간부 학교에 가서 재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로 올 거 같지 못합니다.”
상순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정서기 처남이라고 해도 그렇지. 한집 식구들을 이렇게 억지로 갈라놓을 게 뭐요? 사람들이. 원, 참.”
송선은 코마루가 시큼해나 얼굴을 돌려 딸애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순은 허 소장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웃었다.
“에이유, 우리 마을에 숱한 노간부와 지식청년이 왔소. 이젠 무용수까지 왔으니 정말 별의별 인재가 다 왔구먼. 허허허.”
허영호 소장은 상순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나직이 말했다.
“정성해 서기 처남댁은 문공단에서 한다하는 무용수입니다. 그런데 반란파 두목 김용만과 한 짝패인 일룡의 수청을 거부했답니다. 설상가상 송선 동무는 김용만의 처 허해복과는 예술학교의 동창생친구인데 후에는 무용권위를 두고 적수로 됐답니다. 용만의 처 해복은 무용권위자리를 차지하려고 베개머리 송사해서 송선 동무를 이 산골로 쫓아 보냈답니다.”
허 소장이 떠나간 후 상순은 측은한 눈길로 송선의 가냘픈 두 어깨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가기요. 한족생산대어서 좀 습관 되지 않을 거요.”
상순은 먼저 송선 일가 세 식구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갔다.
“먼저 우리 집에 있다가 이제 생산대 창고 제일 동쪽 간에 구들을 놓고 들게 할 게.”
“고맙습니다.”
뒤따라가면서 송선은 가냘픈 어깨를 들먹이었다.
그들이 늙은 비술나무 밑에 갔을 때었다. 종연과 흥수가 헐레벌떡거리면서 뛰어왔다.
“김 서기, 아니, 김 대장, 이게 뭐요?”
흥수가 떠들어댔다.
“당신의 눈에는 우리 대대 간부들이 보이지 않는기어? 노동개조범들이 왔으면 대대에 먼저 데리고 와 인사시켜야지.”
“사람이 아무리 늙고 눈치 무뎌도 조직관념이야 있어야지. 참.”
종연도 한마디 하다가 속세를 벗어난 선녀같이 예쁜 송선을 보자마자 얼빠진 놈처럼 주춤 멈춰 섰다. 그는 멍해 호리호리한 송선의 몸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순간 네모난 낯빤대기가 별스레 수수떡처럼 벌겋게 번지었다.
(저 년을 꼭 재껴치울테야. 아이유, 저 호리호리한 몸매에 풍만한 젖가슴, 치마 속에서 출렁이는 하들하들 한 엉덩이, 두부살 같이 야들야들한 허벅다리. 오, 정말 사내 애간장을 불태우는 미녀구나.)
이상했다. 우멍눈으로 송선을 뚫어져라고 쏘아보던 흥수의 코등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에게는 한가지 모병이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만 보면 말상이 찡그러지고 코등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뻘겋게 달아오른 흥수의 콧등을 손가락질하면서 코빨개라고 별명을 부르면서 놀려댔다.
해가 뜨자 달이 진다고 송선이 조개덕에 내려오자 종연의 눈에서 점차 윤희가 사라져 갔다.
상순은 색마 종연의 수수떡처럼 벌개나는 낯빤대기에서 데굴데굴 굴리는 음충한 눈길을 눈치채고 임기응변해 송선 일가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는 송선을 돌아보더니 종연이네를 가리키며 일일이 소개했다.
그러자 송선은 또 허리를 굽히며 억지로 웃음지으며 인사했다.
종연은 단통 아랫배가 찡해 나며 온 몸에 욕정이 끓어 번져 참을 길이 없었다. 옆에 서있는 흥수는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한뉘 평생 이런 미녀를 처음 보는지라 적이 군침이 목구멍으로 꼴깍 넘어갔다. 삽시에 그의 콧등이 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종연은 흥수한테 눈을 흘기며 주먹으로 옆구리를 툭 쳤다. 뒤이어 그는 자기 음흉한 속내를 덮어 감추며 아주 점잖게 송선한테 관심부터 보였다.
“송선 동무라고 했지. 어떻게 이런 산골에 와서 고생하겠소? 문공단 무용수라는데 농사일을 시키긴 아깝소.”
그는 흥수를 돌아보면서 손을 홱 저었다.
“이렇게 하기요. 송선 동무는 한족대에 두기보다 대대 마을에 집을 잡게 하고 우리 대대 문예선전대 대장을 시키기요.”
그러자 송선은 허리굽혀 인사했다.
“관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동무는 우리 대대 문예선전대를 이끌어 무산계급현대혁명경극 ‘흥등기’ 같은 걸 조선말로 만들어서 사원들에게 공연하오.”
송선은 눈귀로 실웃음을 살살 지었다.
“꼭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해보겠습니다.”
상순은 오히려 한시름을 덜게 됐다. 그러나 종연의 색마 본성을 꿰뚫어보고 적이 근심됐다.
함흥대대에서 저녁에 토성 안 대대 사무실 앞에 무대를 꾸리고 상해지식청년환영대회를 열었다. 상해지식청년들이 처음 내려왔기에 환영대회무대는 특별했다.
대대 혁명위원회 주임 황종연이 무대에 선코로 올라가 공식적으로 환영사라고 장황하게 늘여놓았다. 뒤이어 대대 혁명위원회 부주임 겸 치보 주임 이흥수가 주먹을 내휘두르며 사원들에게 상해지식청년들의 신변안전을 보호하며 생활상에서 자기 자녀들처럼 관심할 것을 요구했다.
상해지식청년 대표 상지민은 무대에 올라가 먼저 상해 지방말로 뭐라고 떠들어대더니 표준말로 빈농의 재교육을 잘 받겠다고 표시했다.
그는 입 반주를 하더니 현대경극 “흥등기”의 한 토막을 손짓 몸짓 해가면서 흥얼거렸다.
“…구산 선생의 술 한 사발을 마셨더니 온 몸에 담이 커지고 더운 피가 끓어 번지네…”
이 산골에서 한해에 영화마저 몇 번 보지 못하다가 “혁명본보기극”이라는 현대경극 노래를 처음 듣고 사원들은 호기심으로 들끓었다.
상지민이 우멍한 눈을 슴벅이며 하는 뛰어난 연기에 모두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상해 여자애 황지민까지 무대에 올라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춰대고 마대랑이랑 군도를 빼들고 일본 놈의 무술연기를 해 흥을 돋우었다.
나중에 송선이 무대에 올라 우리 민족의 민요 “도라지”를 부르며 춤을 너울너울 추며 상해지식청년들을 환영하는 조선족사원들의 뜨거운 마음을 표시했다.
상지민은 무대에 뛰어올라가 송선에게 엄지를 내두르며 사원들을 향해 “재청을 요구합니까?”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사원들은 “재청!”, “재청!” 하고 소리치며 우레 같은 박수를 쳤다.
송선은 무대에 나와 사원들에게 허리를 굽혀 경례를 드리고 잔등에 감췄던 탈과 상모를 쓰고 머리를 흔들며 상모를 돌리다가도 도라지 춤을 너울너울 추었다.
그녀는 잠간 춤을 멈추더니 감명 깊게 말했다.
“이전에 우리 조선족들이 상모 춤을 추느라고 머리를 흔드는 것을 보고 일부 극좌적인 사람들은 ‘왜 머리 위의 꼬리를 자꾸 가로 흔드는가? 당과 사회주의에 불만을 품고 부정하느라고 도리머리 질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무함했습니다. 그 바람에 마음 놓고 우리 민족의 도라지나 상모 춤을 추지 못했습니다. 오늘 마음껏 추겠어요.”
모두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음악이 없는 형편에서 송선은 “도라지”에 “양산도”와 “농악무” 노래를 번갈아가면서 흥얼거리며 춤을 추었다.
환영무대는 하늘에서 내린 선녀와도 같이 날씬한 그녀의 춤판으로 해 고조에 올랐다. 특히 경극 밖에 보지 못하던 조선족사원들은 자기 민족의 무용을 마음껏 보고 흥이 나서 어깨를 들썩들썩 하며 어깨춤을 추기까지 했다.
상순은 송선의 무용표현을 보면서 아까운 인재가 이런 산골에 와서 썩는다고 마음이 아파하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허나 무대아래에서 종연은 날씬한 송선의 출렁이는 풍만한 젖가슴을 노려보면서 온 몸을 부르르 전율했다. 그는 낯이 수수떡처럼 뻘겋게 달아올라 온 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욕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저 미녀를 손아귀에 넣을까?)
흥수도 자기 생각이 따로 있었다. 그는 오래 동안 윤희에게 눈독을 들이면서도 종연이 무서워 다가서지 못했다. 종연이 송선에게 부쩍 관심을 보이자 이젠 때가 왔다고 여기었다.
환영대회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흥수는 슬그머니 토성 안에 콩나물처럼 꽉 박아선 사람들 속을 참빗질하면서 윤희를 찾았다.
윤희는 자지색 수건을 치고 턱을 고인 채 박영발의 옆에 서서 무대 위에서 송선이가 추는 춤을 구경하고 있었다.
흥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서 윤희만 지켜보았다.
공연이 끝나자 윤희는 곧추 사람들 속에서 헤어나갔다. 그때 영발이 주위를 두루 살피더니 윤희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모두 헤어진 뒤에야 윤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위생소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윤희는 독신이기에 살림집을 잡지 않고 홀로 위생소 침실에서 밥이나 대충 끓여 먹으면서 있었다.
(벌써 자는가. 으흐흐.)
흥수가 토성 대문 어귀에 서서 위생소 쪽을 바라볼 때었다. 문소리가 덜컥 나더니 윤희가 위생소에서 나와 토성 밑에 있는 변소로 가는 것이었다.
흥수는 토성 밑에 두툼히 깔린 어둠 속으로 해 슬금슬금 변소 쪽으로 다가갔다.
변소에서 윤희가 오줌을 누는 소리가 쌕 나는 것이었다.
(저 오줌 소리를 봐라. 노처녀 오줌소리 소 오줌소리 같구나. 흐흐흐. 빨 힘도 셀 거야.)
흥수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윤희가 변소에서 나와 위생소 쪽으로 들어갔다.
(어찔까? 여기서 덮칠까? 안 돼, 혹시 소리나 치면 들키기는 십상이야. 들어가서 해치우는 거야.)
이때 갑자기 토성 대문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흥수가 토성 밑에서 여겨 보니 꺽다리었다.
(영발이? 저 년 놈들이 아직도 언감 간통을 해?)
마당의 검은 그림자를 본 윤희는 위생소 안으로 달아 들어가더니 문 걸개를 채우는 소리가 잘칵거렸다.
허나 검은 그림자가 다가가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것이었다.
“문을 여오. 나 영발이오.”
(영발이 새끼 옳구나. 저 놈, 뭐 할락꼬 이 밤중에. 어디 보자.)
흥수가 욕하며 볼라니 위생소 안에서 윤희의 말소리가 들렸다.
“밤중에 뭐예요? 남들이 보면 뭐라 하겠어요? 일이 있으면 내일 낮에 얘기 합시다.”
“요즘 감기환자 많아서 어디 조용히 얘기 할 새 있소? 황차 황주임이 윤희를 항상 지키는데 어떻게? 빨리 문을 여오.”
“안 돼요.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세요.”
“내 긴히 할 말이 있소. 들어가 말하기요.”
“무슨 말인지요. 내일 봅시다.”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어떻게 바깥에서 말하겠소?”
그제야 두덜거리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영발은 문고리를 쥐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슬쩍 들어가 문을 채우는 것이었다.
흥수는 숨을 죽이고 어둠이 깔린 토성 안 주위를 살핀 후 아무런 동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도적고양이처럼 슬쩍슬쩍 마루에 올라가 허리를 굽히더니 위생소 침실 쪽으로 다가갔다.
흥수가 위생소 유리창문 밑에 웅크리고 앉아 귀를 도사리고 동정을 살폈다.
집안에서 영발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네년이 황주임과 흐물 넙적거려? 네놈 새낄 시내 병원에 보내줄 거 같아? 보기도 메스껍다. 퉤!”
“당신 아직도 나를 관리할 예산입니까?”
“내 입이 터지는 날엔 네 년은 끝장이야.”
흥수는 숨을 죽이고 듣다가 “뭐 숨긴 거 있구나. 뭘까?” 하고 중얼거리며 위생소 안에 귀를 도사렸다.
“내 전도까지 망쳐 놓고서도 여기까지 따라와서 내내 시끄럽게 굴어요?”
(뭐라고? 저 연놈들이 원래 그런 관계였구나. 끝내 년놈들 꼬리 밟혔어.)
흥수는 당장 윤희를 자기 손에 다 넣은 듯이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리었다.
“저리 피해요! 왜 이래요?”
“내 말을 고분고분 듣겠니? 안 듣겠니? 내 입이 터지면 넌 이 마을에서 머리를 들고 있을 거 같니?”
“당신도 머리를 들고 살겠구먼. 흥!”
“난 황 주임의 입당 소개인이야. 황 주임이 날 봐준단 말이야!”
(황 주임이 나는 봐주지 않겠구먼.)
윤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꼴깍 삼켰다.
“시간이 없다. 누가 오겠다. 고분고분 말을 들어라.”
“가만, 이전 일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맹세할만 해요?”
“응. 그래. 너와 내 이 똥구덩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비밀을 고수하마. 흐흐흐.”
“에이유, 이 영감을 어쩌겠니? 집안집 삼촌이라는게. 이게 뭔가요? 사람들을 웃기지 않겠어요?”
뒤이어 책상이 삐꺽거리는 소리가 나고 고양이가 우는 소리 같은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리었다.
바깥에서 귀 솔깃해 듣는 흥수의 아랫배가 찡 해났다.
(아이유, 저것들이.)
흥수는 점점 달아오르는 욕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는 달아오르는 콧등을 슬슬만지다가 뒤로 슬슬 마루에서 물러섰다.
그는 마루 밑에서 닭 알만한 돌을 주어 유리창문에 뿌렸다.
찰라당!
순간 위생소 침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었다.
흥수는 어둠을 밟으며 쥐새끼처럼 토성을 따라 쪼르르 달려가 구석에 숨어버렸다. 토성 안에 물을 뿌린 듯이 무거운 침묵이 애타게 흘렀다.
한참 후 위생소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윤희가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것이었다.
(놀랐지? 더러운 년놈들. 흥!)
흥수는 코 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이윽고 위생소에서 박영발이 슬그머니 나오더니 토성 안을 두리번거리며 꼬리 빳빳해 어둠속에 사라졌다.
달도 뜨지 않아 어둠침침하게 먹칠한 밤하늘에 먹장구름만 덮쳐와 광활한 천지를 갑갑하게 지지 누르고 있었다.
제28장 동틀 무렵
1. 어두운 장막아래 희극
동녘 하늘이 희붐히 밝아왔다. 종달새가 지종지종 울면서 농부들의 파종을 재촉했다. 강남에 갔던 제비들도 광풍폭우를 무릎 쓰고 북으로 날아와 둥지를 트느라고 분주했다.
종연과 흥수가 짜고들어 고의적으로 상순을 조개덕에, 그것도 한족대에 보낸 것은 그와 조선족사원들 그리고 이계삼과 허영주, 허백호 등 노 간부들과 갈라놓기 위해서였다. 허나 상순은 대수로워 하지도 않았다.
(네놈들이 아무리 그런들 어쩔 테냐? 조개덕을 새 마을로 건설할 테야.)
상순은 새로운 건설계획을 세우고 조개덕 동구 늙은 비술나무 부근 둔덕에 벽돌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그는 사원대회에서 한족사원들에게 격조높이 동원했다.
“여러분, 우리 함흥대대에 과수원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 조개덕에 벽돌공장을 세우면 초가집을 허물고 벽돌집을 한채 한채 짓고 벼농사를 지어 이밥을 배불리 먹고 삽시다.”
“좋소!”
한족사원들은 모두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상순은 동원령이 끝나자마자 사원들을 이끌고 괭이와 삽으로 쑥대와 잔나무가 키를 넘은 둔덕을 파헤치고 평평하게 고르고 피장을 치기 시작했다. 조개덕의 절반도 넘게 차지하는 지주나 부농들은 반란파들과는 달리 찍 소리 못하고 상순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상순은 함흥대대 당지부 서기를 벗어 멘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랐다.
(함흥대대에 벽돌공장을 세우려면 또 반대파 종연과 흥수가 나서서 말썽을 일으킬 거 아닌가? 허나 조개덕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지.)
상순은 아무런 저애도 없이 벽돌공장을 짓고 벽돌을 구워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지주나 부농을 투쟁하는 투쟁대회를 연지 오래됐다. 오히려 함흥대대 당지부 서기를 그만두고 조개덕 한족대로 오니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해 좋았다. 이젠 황종연과 이흥수 수하에 이계삼과 허영주 그리고 허백호, 정규상 등 로간부들을 투쟁하지 않아도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어느 날, 혁명위원회 주임 황종연이 벽돌공장에 어슬렁어슬렁 기어들어왔다.
그는 한창 시뻘건 벽돌 가마의 불을 들여다보며 석탄을 퍼 넣는 상순을 보고 코 방귀를 뀌었다.
“흥!”
그때 석탄을 떠 넣고 돌아선 상순은 석탄가루 검댕이 묻은 얼굴을 들어 종연을 흘겨보았다.
종연의 꼬리를 따라온 흥수는 저쪽에서 뻘겋게 구워낸 벽돌장을 쥐어 이리저리 보며 이쪽을 힐끔거렸다.
종연은 목에 지렁이 같은 핏줄을 세우면서 호통쳤다.
“김 대장은 뭐요? 혁명을 틀어쥐지 않고 생산만 틀어쥐다니? 모 주석께서는 ‘계급투쟁을 기본 고리로 틀어쥐라”고 하지 않으셨소? 그래 모 주석의 최고지시마저 다 잊었단 말인가? 김 대장은 이게 뭐요? 대대 비준도 없이 함부로 벽돌공장을 세우다니? 지주들과 부농을 투쟁하지 않고 벽돌만 구워내니 누구 좋은 노릇을 하오? 정말 이렇게 하다가는 대장도 하지 못할 줄 아오.”
그러자 상순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 종연아, 혁명은 빈 말로 하는 게 아니야. 생산을 틀어쥐는 실제 행동으로 혁명해야 한다. 넌 진짜 혁명을 모르면서 어떻게 입당하겠니?”
종연은 성이 꼭뒤까지 올라 꽥꽥 고함쳤다.
“김 대장이 막는다고 내 입당하지 못할 거 같소? 어디 두고 보기오.”
종연은 대뜸 네모난 낯판대기 뻘개나면서 두 손으로 벽돌무지를 떠밀어 무너뜨리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당장 벽돌공장을 허무오! 그러잖으면 대대 민병들을 동원해 강제로 허물어 버리겠소!”
그러자 한족사원 왕청해가 종연의 멱살을 틀어쥐고 눈을 부라렸다.
“이놈새끼, 우리 한족사원들이 김 대장 덕분에 새 벽돌집을 짓고 살려는데 벽돌공장이 무슨 원수를 졌다고 허물어?”
분노한 한족사원들은 괭이며 삽을 틀어쥐며 노한 눈길로 종연을 쏘아 보았다. 그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종연은 겁을 집어먹고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면서 을러멨다.
“지주, 부농 놈의 새끼들, 감히 혁명위원회 주임께 손을 대?!”
허나 한족사원들은 종연을 노려보며 팔을 걷고 조여들었다.
그때 상순은 분개한 사원들을 말렸다.
“여러분, 절대 손찌검 하지 마오! 그럼 우리에게 도리 없어지게 되오. 황주임도 대갈통이 달린 놈이니까. 벽돌공장을 세운 걸 차차 동의할게요. 누가 감히 벽돌공장에 손을 대면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상순의 말에 한족사원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옳소!"
"누가 감히 우리 대 벽돌공장을 허문단 말이오!"
"우린 그 놈들과 결사적으로 싸울 거요!”
“이 놈들이 반란이다! 반란!”
종연은 고래고래 고함치며 뒤로 물러섰다.
흥수가 앞으로 나서면서 위엄을 보였다.
“네 놈들이 감히 대대 혁명위원회 주임과 맞서?! 몽땅 파출소에 잡아 갈테다!”
그 틈을 타서 종연은 흥수의 뒤에 비실비실 물러섰다가 꼬리 빳빳해 도망쳤다.
흥수도 외까풀 눈으로 격분해 모여오는 한족사원들과 상순을 번갈아 보다가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다가 몸을 돌려 달아났다.
기세등등해 을러메던 황종연과 흥수는 며칠이 지나도록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대대 사무실에 돌아간 흥수는 종연을 말렸다.
“벽돌공장을 지은 일은 잘 된 일이오. 사원들을 새 벽돌집에 들어 살게 하면 오죽 좋겠소? 사회주의 제도 우월성도 보여주고. 사기 난 사원들이 혁명을 더 틀어쥐고 생산을 촉진할 게 아니오?”
그러나 종연은 세길 네길 펄쩍 뛰었다.
“이 치보도 사상이 온전하지 못하구먼. 대대 간부들이 혁명에 대한 인식이 통일되지 않으니 조개덕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허나 흥수는 입당 소개인인지라 종연을 어린애 타이르듯 했다.
“내 말을 듣소. 오래지 않으면 입당할 발전대상인데 말썽을 작작 일으키란 말이오. 상순이 서기도 그만두고 조개덕에 물러갔는데 자꾸 신경을 건드려 무슨 좋은 일이 있소? 개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문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그가 조개덕에 갔지만 이 마을은 그들의 조손 3대가 와서 개척한데다가 거의 60여 년 동안이나 기반을 닦아왔소.”
그 말에 종연이 사무상에 다가가 털썩 들어앉으며 좀 수긍하는 눈치가 보이었다.
흥수는 나직이 뒷말을 이었다.
“입당하려면 상순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기여. 그러잖으면 저 이계삼과 허영주, 허백호까지 몽땅 들고 일어나면 될 거 같소? 아직은 상순과 타협해야 해.”
그 말에 눈이 좀 뜨이었던지 종연은 흥수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럼 먼저 입당하고 보지. 뭐!”
그러면서도 적이 내키지 않아 도리머리를 흔들며 두덜거렸다.
“아직도 우리 상순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오? 벽돌공장을 세워 벽돌을 구워내면 조개덕 사원들이나 좋은 노릇을 했지. 우리한테 무슨 소용 있소?”
그러자 흥수는 절충하기로 했다.
“상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오. 대공무사해 놔서 먼저 대대에 벽돌을 실어오고 후에 조개덕 사원들의 집을 지을 거요.”
종연은 계속 두덜거렸다.
“이 치보는 아직도 상순을 그렇게 믿소? 내 원, 참, 미련을 가지지 마오.”
그 날 저녁에 흥수는 가만히 상순을 찾아가 좋은 말로 구슬렸다.
상순은 황소가 개를 쳐다보듯 하면서 “오뉴월의 쇠불알처럼 이 볼 저 볼 작작 치오.”하고 두덜거리며 벽돌공장 아궁이에 석탄을 퍼 넣었다.
흥수는 밸 같으면 콱 쏴주고 싶었지만 황종연의 입당문제를 생각하자 상순의 턱 밑에 기여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황 주임과 말해서 벽돌공장을 허물지 못하게 했네.”
허나 상순은 “해가 서산에서 뜨지 않겠소? 흥!” 하고 코웃음 쳤다.
“정말이라니께. 김 대장은 대공무사한 분이어서 꼭 벽돌을 구워 먼저 대대에 실어오고 나중에야 조개덕 사원들의 집을 지을 거라고 말했어. 그래서 황주임이 가만있는기여.”
말귀를 제꺽 알아차린 상순은 삽질을 멈추고 몸을 돌려 흥수를 돌아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황 주임이 어쩌다가 셈이 들었소? 난 벽돌로 대대 사무실부터 지으려오.”
흥수는 제꺽 동을 달았다.
“종연이 입당할 중점발전대상인데 그만한 정치 각오야 없겠수?"
흥수는 이젠 함경도 말을 꽤나 잘 했다.
"김 대장이 그 애 입당을 많이 도와주오. 쉰이 넘은 우리 늙은이들이 이제 볼 게 있나? 젊은이들의 앞길을 잘 닦아주는 게 덕을 쌓는 일이지.”
상순은 한숨을 후 내쉬며 담배쌈지를 꺼내 담배를 말아 물었다.
“그거야 그렇지. 황주임이 왼 고집을 부리지 말고 우리 말 잘 들으면 노당원들이 왜 그를 도와주지 않겠소? 허나 입당하려고 듣는 척 해선 절대 안 되오.”
상순도 이젠 책략을 고쳐 속내와는 달리 얼렁뚱땅 얼려넘겼다.
흥수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 하고 좋은 말을 한바탕 해대고 자리를 떴다.
어둠 속에서 달아다니던 쥐새끼들이 모두 자기 굴로 달아 들어가 노란 콩과 벼 알을 까먹고 있었다.
패용천산 양지바른 벼랑 위 가파론 산마루에 돌로 한 글자가 50미터씩 되게 새긴 “모 주석 만세!”란 허연 글발은 어찌나 큰지 부르하통하 남쪽에 있는 다른 마을들에서도 다 환히 볼 수 있었다.
그 글을 새긴 덕에 당과 당의 위대한 수령 모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고 종연은 비당적극분자로부터 중점발전대상으로 됐다. 물론 거기에는 황종연에게 아첨해 농촌을 벗어나려는 박영발, 황종연과 타협하면서 대대 권력을 양분하려는 흥수가 입당소개인을 해 힘쓴 덕분이었다. 게다가 윤희마저 황종연에게 아양을 떨며 아첨하는 판국이서 쉽게 통과되었다.
흥수는 종연과 박영발이 빈 틈을 타서 위생소 주사실에 가서 윤희를 기웃기웃 살폈다.
윤희는 한창 어린 애에게 주사를 놓다가 알은체 했다.
“어머, 이 치보 왔어요?”
“응, 그래. 환자 많소?”
윤희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의 땀을 훔치면서 말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며칠 전엔 감기에 걸린 환자들이 많아 눈 코 뜰 새 없이 보냈습니다.”
아낙네가 어린 애 바지를 춰 입혀 업고 주사실에서 나가자 흥수는 음충한 눈길로 윤희를 쏘아보며 따졌다.
“너 이년, 당과 인민에게 죄를 진 일이 없니?”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건 또 무슨 감투 끈인가?)
윤희는 청청백일에 생벼락을 맞은 듯이 오도카니 서있었다. 그녀는 각일각 다가서는 흥수의 이상한 눈길을 피하며 뒤로 비실비실 물러섰다.
“이년, 말해! 위생소에서 무슨 짓을 했니?”
“아니, 건 무슨 말인가요?”
“어째 계속 시치미를 따? 네 년이 위생소에서 박영발과 거의 날마다 간통한 거 모르는가 해?”
“어마나!”
윤희는 두 다리에 맥을 잃고 바르르 떨다 환자 침대에 폴싹 물앉았다.
흥수는 자기 말이 비수로 돼 면바로 윤희의 심장을 찔러 빨간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 것을 보고 계속 칼질을 해댔다.
“귀신을 속여도 내 눈은 속이지 못해! 어째 사원대회를 열고 날마다 투쟁하고 공사 파출소에 붙잡아 가야 알겠어? 정규상처럼 돼지 똥과 인분을 퍼 나르겠어?”
윤희는 콧등이 뻘개 으르렁거리며 다가서는 콧빨개를 쳐다보며 두 손을 마주 싹싹 비볐다.
“이 치보,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제발, 난 어떻게 이 세상에서 머리를 들고 살아요?”
“그럼 내 말을 듣겠나?”
윤희는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들어 흥수를 바라보았다.
“뭘 말인가요?”
흥수는 주사실 바깥 동정을 살피더니 윤희를 와락 끌어안고 풍만한 가슴에 손을 쑥 넣었다.
“이러지 마세요.”
흥수는 자기 손을 잡아 빼는 윤희를 쏘아보며 을러멨다.
“어째 거절할 거야?”
“누가 보겠어요.”
이때 위생소 소장실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덴겁한 흥수는 윤희 가슴에서 손을 빼면서 나직이 쑤근거렸다.
“저녁에 보자!”
윤희는 마른기침을 “에헴, 에헴” 깇으면서 복도에서 멀어져가는 흥수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풀썩 물앉았다.
(내 운명은 왜 이다지도 기구할까? 저 콧빨개를 어쩔가?)
그녀는 가냘프게 어깨를 들먹이었다.
그때 복도에서 마른기침 소리가 나더니 뜻밖에도 황종연이 주사실에 들어섰다.
윤희는 제꺽 눈물을 훔치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혈관주사를 놔주오. 어째 감기에 걸린 거 같소.”
윤희는 제 정신이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린애 정맥주사바늘이라도 단번에 찔렀으련만 종연의 팅팅 살아난 피 줄에도 주사바늘을 제대로 박지 못했다.
서너 번 주사바늘을 찌르자 종연이가 재채기를 하더니 두덜거렸다.
“아파 죽겠소. 젠장!”
“미안해요. 황 주임.”
종연은 피가 흐르는 주사바늘자리를 개의치도 않고 낯빤대기 수수떡처럼 뻘개 음충한 눈길로 윤희를 뚫어지게질 바라보았다.
“박 간호사도 마흔 고개에 오르니까 주사바늘도 온전히 꼽지 못하는구먼. 빨리 맨발의사를 배양해야겠소. 박호사를 믿다간 동지섣달에 한지에 방아를 걸겠소.”
윤희는 주사를 놓으면서 속으로 욕했다.
(늑대 같은 놈.)
“근심하지 마오. 우리 함흥대대에서 내 말만 잘 들으면 위생소에서 쫓겨날 근심 할 필요 없소. 허나 내 말을 거역하면 당장 18층 지옥에 갈수도 있소. 알만하오?”
윤희가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종연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지지벌건 네모낯을 윤희의 귀밑머리를 간지를 지경으로 머리를 바싹 들이대고 나직이 중얼거리었다.
“언제든 문을 두드리면 열란 말이오.”
윤희는 홧홧 열기를 풍기는 종연의 뻘건 네모낯을 피하면서 속으로 계속 욕했다.
(네 놈도 달려들 궁리지. 어쩜 이 산골에는 맨 색마들이야?)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윤희는 위생소 문고리를 단단히 걸고 두 손을 맞잡고 침대머리에서 왔다갔다 서성거리였다.
그녀는 열십자로 반창고를 붙인 유리창문을 내다보며 무서운 생각부터 들었다.
(전번에 저 유리는 흥수가 깬 걸 거야.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일을 알 수 있겠는가?)
밤이 깊어가면서 바깥이고 위생소 안이고 어둠이 두툼히 깔렸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슬밋슬밋 구석구석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윤희가 속이 두근닥근해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 하면서 불안해 할 때다.
“똑똑똑.”
출입문 쪽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윤희는 발딱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바장이었다. 이런 일은 여러 번 당했지만 오늘 저녁에는 심장이 가슴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것 같고 머리기가 곤두섰다.
(난 어떻게 해? 어떡해?)
이때 문을 더 자지러지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희는 바들바들 떨었다.
“누굴까?”
윤희는 중얼거리며 문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문고리를 잡고 바깥 동정을 살폈다.
바깥 밤 사람이 벽에 딱 붙어 서서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구예요?”
“나요, 나! 문을 여오.”
(이 치보? 어쩌면 좋을까?)
“빨리 문을 열지 못하겠어? 어째 똥 짐 메고 싶어?”
윤희는 문고리를 쥐고 망설이었다.
(한 놈이면 어떻고 두 놈이면 어떠냐? 눈을 찔끔 감고 고비를 넘기자. 똥 짐을 지며 수모를 당하기보다야 낫겠지.)
이래서 하는 말이다. 여자란 한번만 정조가 열리면 터지는 홍수와도 같아 걷잡을 수 없었다.
“빨리 문을 열지 못해?”
그때 문이 절컥 열렸다.
흥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슬쩍 들어오자마자 윤희를 와락 끌어안고 키스벼락을 안겼다.
“조급해 하지 마세요. 문이나 걸어야죠.”
“오, 그래, 어서 잘 걸어.”
흥수는 누가 볼까봐 두려운 듯이 먼저 위생소 주사실 안으로 씽 들어가 버렸다.
“어서 와. 뭘 꾸물거리는 거야?”
윤희가 문가에서 문고리를 절컥거리면서 오지 않자 흥수는 속에서 욕정이 끓어 번지다 못해 괴여 번지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는 주사실에서 나와 윤희를 번쩍 들어 안고 들어갔다.
“문을 잠그는 게 뭐 그리 오래?”
흥수는 씩씩거리면서 윤희를 침대에 내려놓고 깔고 들어앉았다.
침대가 삐꺼덕거렸다.
“이년 이 침대에서 사내들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여 한바탕 굴러댔으면 침대가 다 찌그러지게 삐꺼덕거려?”
“헛소릴 작작 쳐요.”
그는 윤희의 웃옷부터 빡빡 벗기면서 빈정거리었다.
“모르는가 해? 전날 네년이 영발과 이 침대에서 개짓을 한 거. 헤헤헤. 울긴 왜 울어? 내 말 고분고분 들으면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지금 아니? 황 주임은 널 대전일 시키고 대신 송선을 위생소에 들여앉히려고 맨발의사로 배양할 예산이야. 내 너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되겠어? 내일부터 당장 똥 짐을 메면서 고생하지 못해서.”
흥수는 오래 동안 탐내오던 윤희의 발가숭이 몸이 홀랑 들어나자 어루만지고 핥으면서 계속 너덜거렸다.
“아이고, 이 몸이 반지르르 한 게 딱 태평강 바닥 조약돌 같구나. 허허허. 오, 홍, 어이구.”
윤희는 자기 몸을 메주 밟듯 하는 흥수의 오르내리는 손이 징글스럽고 어우르면서 하는 짓이 메스꺼워 온 몸이 오싹해났다. 허나 그녀는 노동개조를 하기 싫어 이를 꼭 악물고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드디어 흥수는 목석같이 누워 있는 윤희의 차디찬 몸 옆에 스르르 맥없이 굴러 떨어졌다.
그는 긴 한숨을 후- 톱아 내더니 윤희를 욕했다.
“이년, 죽은 돼지처럼 누워 있기만 하니 무슨 흥이 나겐?”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가만있어!”
탕탕탕!
문을 잡아 두드리는 소리가 자지러졌다.
드디어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흥수는 벌거숭이 된 채로 황급히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어째 인차 문 열지 않았소?”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윤희는 치마를 입을 새도 없이 침대에서 발딱 일어나면서 침대 위에 널린 흥수의 옷을 훌 걷어 침대 밑에 처넣었다. 흥수는 침대 밑에서 감히 옷을 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불을 켜지 말라.”
(종연이구나. 이걸 어쩌나?)
흥수는 침대 밑에서 옷으로 몸을 가리며 옹송그렸다.
이때 벌써 종연이 침실에 들어섰다.
“내 뭐랬는가? 내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으면 18층 지옥에 걷어 넣겠다는데.”
“금방 나가 문을 열려고 했어요.”
“문을 걸지 않았던데. 문고리가 마사지지 않았어?”
사실 윤희는 오늘 저녁에 뛰어든 놈들을 망신시키자고 고의로 문고리를 채우는 척 하면서 되 열어놓았던 것이다. 흥수나 종연이나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왜 인차 대답하지 않았어.”
“이러지 마세요.”
“뭐라고? 네가 정말 이따위로 나오면 위생소에서 쫓아내고 송선을 이 자리에 앉힐 줄 알아라. 정규상을 앉히든지. 고분고분 말을 들으란 말이야.”
(더러운 놈, 송선을 눈독들이면서도 윤희를 놓지 않아?)
침대 밑에서 흥수는 욕하면서 숨을 죽이고 하회를 기다렸다.
“황주임, 난 황주임보다도 열 몇 살이나 이상이오. 황 주임은 이 다음 장가가지 않겠소? 입당하지 않겠소? 중점발전대상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입당해요?”
“네깐 화냥년이 누굴 교육하려고 드니? 잔 말 말아. 네 년이 내 입당을 도와주지 않으면 가만 놔둘 거 같아?”
종연은 흥수와는 달리 다짜고짜 윤희를 침대 위에 깔고 넘어갔다.
“이 년이 진작 쫄딱 벗었어? 날 기다렸지? 왜 온 몸이 축축해?”
흥수 머리 위 침대에서 호랑이들이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는 것 같았다.
흥수는 침대 밑에서 속으로 연놈들을 욕하면서도 윤희의 열기 띤 신음소리에 온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야?!”
윤희는 종연을 밀어내면서 급기야 소리쳤다.
“도적이야!”
종연도 흥이 깨져 어둠 속에서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으면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박영발, 그 개새끼, 내 흥을 깨뜨렸어.”
전등불이 짤깍 켜졌다.
윤희는 치마를 대충 주어 입다가 종연이 옷매무새를 보고 킬킬거렸다.
종연은 어찌 황급했으면 바지 위에 팬티를 껴입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게 뭐야?”
황종연도 웃으면서 침대에 걸터앉아 팬티와 바지를 벗어 다시 입었다.
“간 거 같소. 또 할까?”
“안 되오. 밤이 깊었으니 어서 가오.”
“글쎄 오늘 다 끝내겠소? 이후엔 내가 온 눈치면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문을 여오.”
종연은 바지를 훌 춰 입었다. 그는 윤희를 끌어안아 빙빙 돌리다가 침대 위에 쾅 내려놓았다.
꽈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만 침대 널판이 펄러덩 꺼지었다.
그 바람에 윤희는 침대 밑 땅바닥에 퉁 떨어졌다.
“아이쿠!”
침대 밑의 흥수는 깔리어 그만 허리가 접질릴 정도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황종연은 침대 널을 들다가 자기 눈을 믿지 못할 참경에 깜짝 놀랐다.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입을 딱 벌리고 멍청히 서서 침대 밑을 쏘아보았다.
침대 밑에서 글쎄 벌거숭이 흥수가 피 흐르는 머리를 싸안고 슬금슬금 기어 나와 후닥닥 바깥으로 도망치지 않겠는가!
종연은 윤희의 귀 쌈을 찰싹 갈겼다. 뒤이어 그는 침을 퉤 뱉고 바깥으로 비파소리 나게 나가버렸다.
토성 밖 어디에선가 동네 개들이 왕왕 짓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었다.
윤희는 허물어지듯이 주사실 침대에 쓰러져 서럽게 울었다. 그녀는 자기 기구한 운명이 서럽고 자기를 무참히 짓밟은 세 사내들을 증오하는 불길을 억누를 수 없어 울고 또 울었다.
먹장구름도 토성 안 어둠의 장막아래 벌어진 희극을 보기 싫은듯이 두툼한 어둠으로 삼라만상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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