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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7) 김장혁
2022년 11월 06일 11시 42분  조회:127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
 
       67. 나나의 메시지

 
       다이로교수는 결단을 내릴 때 되였다.
      그는 운전수가 모는 보마찌프에 앉아 출근하면서도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흥! 모녀간이 똑 떼닮았어. 새파란 마끼가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어? 뭐? 내 애를 낳아줄 수 있다고. 나나를 질투해 한 말이겠지. 애를 낳는다고 하자. 그럼 넌 내 양딸인데. 애를 낳으면 앤 내 아들이냐? 손자냐? 흥! 우리 야마구찌 가족 촌수를 개판으로 만들 예산이야. 믿어지지도 않아. 모녀간이 어떻게 순식간에 생각을 180도로 바꿀 수 있어? 그렇게 애를 낳아달라고 해도 10여년 동안이나 낳아주지 않더니. 흥! 춘희 애를 낳아주겠다고? 딸은 또 뭐야? 제 에미를 대신해 내 애를 낳아주겠다고? 흥!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수 없어.)
다이로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순전히 내 유산을 바라고 나하고 살 것처럼 했잖아. 인내성도 있어. 어쩜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10여년 동안이나 아닌 보살을 떨면서 내한테 붙어 있어. 분명 마끼  전도를 위한 거야. 글쎄 처음에야 내 신세를 많이 져서 보은하느라고 사랑한다고 했겠지. 그러나 이젠 모든게 명확해졌어. 날 사랑하진 않고 문걸인지 귀걸인지 하는 그 놈하구 사랑한게지. 돈에 눈깔이 쌔빨개서 유산을 노리고 애를 낳아주려는 거야. 봐, 유서를 지금까지 내놓지 않는 거. 춘희는 내가 하루 빨리 죽길 기다릴 거야.  그래야 내 유서를 꺼내들고 내 유산을 본댁과 내 동생한테서 빼앗아내지.)
다이로는 온 몸에 소름이 쪽 끼쳤다.
      (아, 아주 무서운 일이야. 매우 위험해. 춘희한테 미련을 뒀다간 목숨이 언제 날아날지도 몰라.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네년 모자간의 음모를 모르는 거 같아?)
한편 그는 후지산 사망림에서 자기가 자살하는 쇼를 놀았을 때 춘희 모습이 떠올랐다. 춘희는 울고 불며 자기를 구급하겠다고 마구 업고 비틀거리며 큰 길에 달려가지 않았던가.
      (뭐야? 그때 내 꺼뻐적 죽어버렸더라면  춘희, 그 년이 유서를 가지고 유산을 이어받았겠는데. 날 어째 병원에 가져다가 구급했지?)
다이로교수는 내심의 격렬한 갈등에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때 량심의 가책을 받았는가? 이미 난 춘희한테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했잖아? 그런데 춘희는 우리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지금 전에 없이 살갑게 군다. 이전에는 밤에 한 침대에 오르자면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소처럼 상을 찡그리던게. 요즘엔 주동적으로 침대에 오르자고 하잖아? 뭐? 이전에 진 은혜를 보답하고 싶다고? 흥! 너네 모녀간이 내 신세를 진 거 다 갚자면 평생 우리 집에서 노예질 해도 안돼. 건데 이상해. 이전에 춘희는 밤이면 의무적으로 기계처럼 들이댔잖아? 그런데 요즘은 아니야. 완전히 다른 녀자로 변신했어. 요구하지 않아도 살갑게 애무해주고 달콤한 말로 내 애간장을 녹여주고.  이전 춘희 같잖아.  갓 재혼했을 때보다도 모든게 더 대단해. 진짜 숫처녀보다 못잖아. 진작 그렇게 잘 해주고 애까지 낳아줬더라면 밥 먹고 배때 쑤셔나서 너네 모녀간을 다 쳐내자 했겠어?)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삼검불 같은 생각을 정리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엔 결단내야지. 춘희 모녀간은 절대 안돼. 이젠 유일한  희망을 나나한테 걸어야지. 나난 광문을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애 하나 쯤은 낳아 줄 거야. 나나는 현시대를 초월하게 개방형 녀자애야. 내 나나 오누이한테 드린 정성이 춘희보다 못하지 않지. 내 애나 낳겠는가 해 관심하고 도와준게지. ㅋㅋ. 너네 더러운 죠센진을 고와서 도왔는가 해. 어느 일본 녀자애가 늙은이 애를 낳자고 해? 아무리 돈이 중해도 안되지. 어느 일본 어머니와 아빠 새파란 딸 보고 칠순 고개를 바라보는 늙은 령감의 애를 낳게 하겠는가. 나나는 부모도 없지. 자기 결단에 달린 거야.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돈을 벌려고 이제껏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도 올랐지. 숱한 사람들 앞에서  똥을 싸서 날 먹이기까지  했잖아? 그것도 자기 친구 마끼 앞에서. ㅋㅋㅋ.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생계를 유지하려고 자기 동생 앞에서 라체모델을 섰잖어? 재산을 몽땅 걸고 애를 낳아달라고 하면 말 안 듣겠어? 일약 교수 유산을 몽땅 상속받겠는데. 갑부  되겠는데. ㅎㅎㅎ.)
다이로교수는 제 좋은 생각을 굴리면서 어느덧 의대 정원에 들어갔다. 그는 스적스적 교연실에 들어가 졸업장 두개를 꺼내들고 실험실에 들어갔다.
그는 실험실 문발을 다 쳐놓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나, 실험실에 오게나. 응, 혼자 오라. 응.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한 시간 지나 널판바닥에 게다짝을 짝짝 끄는 소리 점점 다가왔다.
똑, 똑, 똑.
“들어와.”
나나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들어섰다. 그간 애들이 너무 놀려대서 나나는 머리를 들고 학교를 다니기 힘들었다. 다이로교수는 컴퓨터인터넷원격수업을 하면서 나나의 졸업론문 작성을 지도해왔던 것이다.
나나는 천천히 허리를 굽히며 머리도 다소곳이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교수선생님, 참 오랜만인데요. 집에서 오다보니 오래 기다리게 했구먼요.”
다이로는 우쭐 일어나 마중나가면서 쏘파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다이로는 사무상에 가서 졸업장을 가져다 나나한테 내밀었다.
“축하해. 나나, 의대졸업장을 먼저 가져왔어. 의대 석사연구생 졸업을 축하하네.”
나나가 받아보니 석사학위증서와 졸업장이였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선생님의 지도와 방조 참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할아버지 같은 은혜를 무엇으로 다 갚을가요?”
그 말이 세상 고마웠다.
다이로교수는 의자를 들어다 나나 맞은 켠에 앉았다.
“나나, 한가지 긴히 토론할 일이 있네.”
나나(복화)는 쏘파에 앉아 몸둘바를 몰라했다.
(올 것이 끝내 오는구나.)
“예? 무슨 일인지요?”
나나는 까만 쌍까풀포도눈을 치켜뜨며 다이로를 쳐다보았다.
다이로는 건가래를 떼더니 자못 정색했다.
“나나는 내 젤 이뻐하고 믿는 제자네. 한가지 무거운 부탁을 하겠는데 들어주겠나?”
나나는 심장이 쿵닥쿵쿵닥쿵 뛰다가 밖으로 벌컥 튀여나올 것만 같았다.
“나나, 난 칠순고개를 넘도록 실현 못한 마지막 꿈이 하나 있네. 그 꿈은 아마 나나도 알리라 믿네. 그 마지막 꿈은 내 애를 하나 낳아 기르는게오.”
나나는 자초에 밀어부치려고 무거운 입을 겨우 뗐다.
“교수님은 양딸 마끼가 있지 않은가요?”
“아니야, 건 내 피줄을 타고 난 애가 아니야. 양딸에 불과해. 난 내 피줄을 타고난 애를 기르고 싶어. 네가 이 간절한 내 소원을 풀어주겠느냐?”
“무슨 말인가요? 저는 선생님의 제자인데요. 교수님의 안해는 춘희 박사가 아닌가요?”
“아니야. 난 당장 춘희 모녀를 우리 집에서 쫓아내겠어.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내 애를 낳아줬으면 좋겠다. 내 꿈을 좀 이루게 도와달라.”
나나는 억이 막혀 한동안이나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물끄러미 다이로교수를 쳐다보았다.
“될 수 있지. 내 애만 낳으면 내 모든 재산은 몽땅 네 거야. 내 유산을 몽땅 너와 애한테 물려주겠다. 난부모를 어려서 여의고 불쌍하게 사는 너네 오누이를 도와주고 싶다. 우리 아예 한 가족이 되자. 그럼 네 동생 광문도 너도 살 길이 활짝 열려. 박사, 교수로 될 수 있어.”
그러나 뜻밖에 나나가 도리머리를 홰홰 저을줄이야 누가 알았겟는가.
“교수님, 미안해요. 저는 재산도 명예도 돈도 다 필요없어요.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절대 저의 인격을 팔 수 없어요. 제가 진 신세는 후에 돈을 벌어 꼭 다 갚아드리죠.”
순간, 다이로는 된방망이에 정수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눈 앞이 깜깜해났다. 눈 앞에 수많은 뻘건 불찌가 튕겼다.
한참 후에야 제 정신이 든 다이로교수는 천천히 머리를 들더니 나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넌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도 올랐잖아? 웬 인격이고 뭐고 있느냐? 누구도 몰래 애를 하나 낳아주면 한뉘 평생 놀고도  향수하면서 살겠는데. 황차 지금 성형미용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 애를 낳은 후 내 직접 성형미용수술을 해 널 숫처녀로 되만들어주마. 안되겠니?”
그러나 복화의 대답은 왕청 같았다.
“정조는 생식기만 놓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생식기는 정조의 표징이지만요. 정신과 심령의 정조가 더 중요해요. 전 완정한 정조를 지키고 싶습니다. 교수님, 저는 선생님과 결백하고 아름다운 사제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 인상에 아주 훌륭한 스승님으로 남아주십시오.”
다이로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어느 때니 정조를 론하느냐?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그까짓 정조가 그렇게 중요해? 참 곰곰히 생각해봐라. 왜 그렇게 못난 소리 하느냐? 낮은 돌을 작작 밟아라.”
그러나 복화의 포도세귀눈은 점점 똥그래지고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아닙니다. 저도 오래동안 곰곰히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인생좌우명이 있습니다. 아무리 돈과 재물이 중해도 저는 이제 그 이상 교수님의 요구를 더 들어줄 수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젠 저는 중국에 돌아가 일본의 나나가 아니라 당당한 중국 조선족의 딸 복화로 살겠습니다.”
그제야 꿈에서 깨난 다이로는 미리 짜놓은 두번째 제안을 들고 나왔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떤가 생각해봐라. 네가 제 배에 임신하는게 싫으면 좋다. 실험관 아이를 하나 만들자.”
나나는 짙은 눈섭을 치켜뜨며 까만 쌍까풀포도눈이 똥그래졌다.
“실험관 아이라니요?”
다이로는 내놓고 요구를 제기했다.
“네 란자를 실험관에 받아달라. 체외 실험관에서 내 정자를 수정시켜 실험관수정란을 만든단 말이야. 그럼 넌 그 소중한 정조를 지키면서도 내 꿈을 이루게 할수 있단 말이야. 그래도 난 장차 태여날 우리 애와 너한테 모든 유산을 상속시키겠다. 당장 유서를 작성해도 돼.”
그러나 복화는 굳은 마음을 먹은지 오랜 것 같았다. 그러나 당장에서 거절하기는 너무 한 것 같았다.
“교수선생님, 실험관 아이문제는 불시에 튕겨나와서요. 좀 고려할 시간 좀 주세요.”
다이로교수는 기뻐 복화의 두 손을 덥썩 잡고 야단쳤다.
“그래. 고맙다. 난 네가 이것만은 접수하리라고 믿었다. 인차 답복해달라.”
복화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고 실험실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이튿날, 복화한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존경하는 야마구찌다이로 도사님, 미안해요.  교수님, 저는 은사님의 꿈을 이뤄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저는 저의 인생좌우명대로 이 세상에서 결백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이전에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랑 오른 것은 우리 오누이 생계 핍박에 의해 어쩌는 수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이젠 나나가 아니라 복화로 재생해 저의 좌우명대로 떳떳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저는 중국 상해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절대 저한테 미련을 가지지 마십시오.
       한가지 똑똑히 알아두십시오. 돈과 지위가 있으면 모든 걸 다  가지고 지배할 수 있는가 착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아무리 정조를 초개같이 여기는 세월이라고 해도 저의 신성하고 결백한 정조는 그 누구도 황금산으로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저의 정조는 장차 저를 사랑하는 신랑만이 지배할 권한이 있습니다. 은사님, 이전에 했던 것처럼 다른 일본 인들과는 달리 중국 조선족을 얕잡아보지 마십시오. 중국 조선족녀성은 자기 인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늙은이 애까지 낳아주는 미친 년, 돈 밖에 모르는 성노예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절대 조선족들의 인격을 짓밟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예전처럼 계속 민족기시를 하지 말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날 이때까지 민족평등을 토대로 약자를 돌보는 선생님의 착한 마음을 존경해왔습니다. 그래서 뭐나 시키면 거의 다 해왔습니다.
그간 우리 오누이 은사님한테서 할아버지와 같은 관심과 방조,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은공을 갚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좋은 세집을 대주어 근심걱정없이 석사연구생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세집 집세와 키는 저의 동생 광문한테 맡겨놓았습니다. 원래 광문을 데리고 중국에 가려고 했는데요. 은사님의 녀조카가  아찌나 광문을 마사지방에 딱 붙잡아두려고 하는지. 동생을 데리고 가지 못합니다. 제가 채갚지 못한 은혜는 광문과 은사님의 녀조카가 힘을 합쳐  계속  갚아들릴 겁니다.
    저는 은사님과 영원히 결백하고 좋은 사제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은사님이 자기 애를 낳는 꿈을 실현하려고 저 오누이를 그렇게 잘 챙겨주고 민족기시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사님을 영원히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도사님으로 우러러 모시고 존경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그런 저의 믿음과 존경을 파괴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은사님,  지구 어디에 있어도 선생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은사님, 부디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오.
 
                                       중국 조선족녀제자 리복화 올림
 
“아니, 날 버리고 훌 가버려?!”
다이로교수는 핸드폰을 활 팽개쳤다.
“못된 년! 배은망덕한 년! 지독한 년!”
그는 쏘파에 풀러덩 물앉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앓는 신음소리를 냈다. 진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았는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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