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중편아동소설 무지개를 쫓는 남북골 김장혁
2021년 09월 19일 06시 56분  조회:116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중편아동소설


      무지개를 쫓는 남북골

                김장혁
                         
                           1

   훤칠한 키에 죽한 얼굴, 짙은 눈섭 아래 카리스마 빛발치는 세귀군, 우리 주인공 애는 참 괴상하게 생겼지요. 특별히 이마와 뒤골이 앞뒤로 톡 튀여나왔다고 애들한테 남북골이라고 놀림을 당했어요.

엄마는 남북골이라고 놀려대는 애들만 보면 비자루를 쥐고 쫓아다니면서 두더거렸어요.

“남북골이 어? 머린 더 총명해. 우리 아들 너네보다 공부를 더 잘하지 않는가 두고 봐라!”

아빠와 엄마는 장차 아들애가 공부를 잘해 부모처럼 한뉘 시골에서 땅을 뚜지지 말고 출세하라고 이름도 글 "문)"자에 빛날 "빈()자를 달아 문빈이라고 지었지요.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주 총명했지요.한번은 엄마가 금방 접시에 담아놓은 앵도가 몽땅 없어진 걸 보고 “앵도를 벌써 다 먹었니?” 하고  물으니 남북골은 “앵두가 내 배 속에 줄을 쪽 섰어요.” 하고 엉뚱한 대답을 했지요. 

그때 아빠와 엄마는 혀를 끌끌 찼죠.

“문빈은 총명해서 장차 크면 공부를 잘할 거야.”

그런데 문빈은 자라면서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점점 개구쟁이로 번졌어요.그는 놀고 텔레비로 동화를 보는 데는 악돌이고 공부 하는 데는 배돌이였어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숙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책가방을 훌 벗어 구들에 던지고는 방구석에 들어앉아 일본 동화 오춰맨을 보았어요.

조 남북골의 모양을 보세요. 세귀눈이 똥그래 싹은 이빨을  다 드러내고 웃고 떠들면서 텔레비를 들여다보는 조 모양, 앞이가 빠져 보기도 구차한 모양, 진짜 동화 속의 개구쟁이 모양새죠.

아니, 숙제를 하지도 않고 이게 뭐야? 맨날 동화만 봐?

어머니는 일밭에서 돌아와 남북골의 그 꼴을 보고 책망하면서 다짜고짜 텔레비를 끄려고 들었어요.

남북골은 발딱 일어나 두팔을 쫙 벌리고 어머니 앞을 가로 으면서 울상을 지었어요.

엄마, 요 보던 오춰맨만 보구 숙제 꼭 하겠습니다.

안돼. 숙제부터 해야 해.

오춰맨이 화면에서 훌 없어졌어요.

"그저 숙제 밖에 모르면서.흥,텔레비에 숙제보다 더 볼게 많습니다."

"뭐라니?"

"난 오춰맨처럼 훨훨 날고 싶은데요."

어머니는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쓸데도 없는 꿈을 작작 꿔라. 얼른 숙제를 하지 못하겠느냐?!" 

오춰맨팬 남북골은 엄마한테 우멍한 세귀눈을 흘기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방으로 홀짝 들어가 미닫이를 쾅 닫아버렸어요.

개구쟁이 남북골은 어렸을 때 세상 웃기는 유치한 짓거리도 한 적이 한두번 아니였어요. 

유치원에 다닐 때 일인데요. 문빈은 글쎄 집 터밭에 들어가 뾰족뽀족 돋아난 옥수수 묘를 두줌이나 쏙쏙 뽑아가지고 들어와 어머니 앞에 쑥 내밀었어요.

“엄마, 이걸로 채를 해주세요.”

어머니는 너무 억이 막혀 입을 딱 벌렸어요.

“아이유, 얘를 어쩌겠니? 이건 옥수수묘야, 채를 해먹지  못해.”

어머니는 문빈의 남북골을 매만지면서 타일렀어요.

“요렇게 옥수수묘를 쏙쏙 뽑아놓으면 이 옥수수는 죽어. 다신 뽑지 말라.”

그제야 문빈은 옥수수묘를 쳐들고 초롱초롱한 세귀눈으로 쳐다보았어요.

“다시 밭에 심어놓으면 안됩니까?”

“뿌리 없어 못 살아.”

“사람들은 어째 뿌리 없어도 삽니까?”

문빈은 믿어지지 않아 옥수수묘를 쥐고 터밭에 나가 뽑았던 자리에 손으로 홈을 파고 되심어놓았어요.

그러나 며칠 후 땡볕을 맞아 옥수수묘는 시들어죽고 말았어요. 문빈은 남북골 뒤더수기를 긁적거렸어요.
   소학교 1학년을 다닐 때 일이예요. 

어느날 남북골은 학교에서 돌아와 집문을 뚝 떼고 들어서기 바쁘게 고함쳤어요.
   “엄마!”

어째?

어머니는 무슨 일 있는가 해 남북골의 우멍눈을 돌아보았어요. 

“엄마, 오늘 달리기시합에서 내 몇등 했는지 압니까?

그래 몇등 했느냐?”

남북골은 아주 자랑스레 말했어요.

“2등 했어요!”

“2등? 그래 몇이 달렸느냐?”

“둘이 달렸습니다!”

어머니는 어이없어 아빠와 눈길을 마주치며 물었어요.

그래 진짜 둘이 달아서 2등 했니?

“예!”

아빠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어요.

“둘이 달아 2등 했으면 꼴찌 아니냐? 어쩜 꼴찌를 다해?”

그러자 남북골은 사기 떨어져 코를 풀쩍거리며 엉엉 울었어요.

어머니는 아빠한테 눈을 흘기면서 남북골을 와락 끌어안았어요.

“우리 2등 선수 문빈이, 어머니 응원하러 안 가도 참 잘 달렸어!”

아빠도 문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우리 문빈이 누구라고? 이후엔 꼭 수돌이랑 이기고 1등 할  거야! 그렇지?”
문빈은 남북골을 끄덕였어요.

그후 남북골은 거의 일요일마다 아침이면 아빠를 따라 바깥에 나가 달리기요령도 배우고 줄뛰기와 달리기도 꾸준히 했지요. 의 달리기 속도는 눈에 뜨이게 빨라졌어요. 그래서 이듬해 학교 운동대회 때는 진짜 수돌이랑 이기고 1등을 하지 않았겠어요.

그후 남북골은 텔레비에서 오춰맨을 만나게 됐지요. 그런데 그는 완전히 오춰맨팬이 돼버려 밥술을 놓기 바쁘게 텔레비를 켜서 아빠와 어머니한테 책망을 받군 했지요. 

2

남북골은 오춰맨을 본 다음부터 모험을 하기 좋아했어요.

여름방학이 되자 그는 고향의 깎아지른 검 같은 칼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어요. 

(저 칼산 꼭대기는 어떻게 생겼을가? 저 아츠란 꼭대기에 올라가면 참 멋있을 거야.)

그는 먼저 아빠를 졸라 몇번이나 칼산에 가서 등산기본공을 배워냈어요. 

아빠, 저 꼭대기에 올라갑시다.

그러나 아빠는 단마디에 거절했어요.

안돼, 절벽이 너무 가파로워 위험해.

나도 이젠 등산재간을 배워냈는데요.

그래도 안돼. 아직 멀었어. 이담 큰 담 다시 보자.

남복골은 아빠가 아니꼬 세귀눈을 흘기면서 뒤더수기를 긁적거렸어요.

며칠 후 남북골은 고개를 갸우뚱하였어요. 

아빠를 믿고서야 언제 칼산 꼭대기에 올라가겠니?

그는 수돌이랑 순희랑 은숙이랑 데리고 고향에서 한 1킬로메터 떨어진 서쪽의 칼산으로 갔어요.

칼산은 이름 그대로 칼날을 세로 꽂아놓은 것처럼 절벽을 깎아세운 산이였어요.

남북골은 수돌이랑 돌아보았어요.

오늘부터 우리 등산련습을 하자.

무슨 소리야. 산에 와서 그저 놀자더니. 참.

수돌은 아츠란 절벽을 쳐다보면서 도리머리를 잘래잘래 저었어요. 

저 절벽을 봐라. 얼마나 가파로운가.

순희도 맞장구를 쳤다.

그만두자. 다리 바들바들 떨린다. 쟤, 무슨 도깨비 짓을 하자고 조래?”

남북골은 우멍한 세귀눈을 흘기면서 순희를 쏘아보았어요.

“겁쟁이 같은 계집애라구야.”

뒤이어 그는 수돌을 돌아보면서 아버지가 가르쳐준 말로 뒤말을 이었어요.

“저 산꼭대기에 보물이 있을지 누가 아니? 우린 어려서부터 대풍랑 속에서 단련해야 해. 겁나면 오늘 칼산에 온바하곤 절벽에서 올라가지 말고 숨박곡질이나 놀다가 가자.”

그러자 수돌이와 순희는 마주 눈길을 마주 치더니 머리를 끄덕였어요. 

남북골은 고의로 돌틈에 난 나무가지를 붙잡고 세로 누운 절벽에 한발작한발작 올라가 숨었어요.

수돌은 그래도 남북골을 찾으려고 따라 올라오는데 순희랑 올라올 념을 하지 않고 아직도 산기슭에서 놀고 있었어요.

바빠맞은 남북골은 산기슭으로 내려갔어요.

그는 은숙이랑한테 다가가 아빠가 자기를 가르친대로 먼저  등산요령과 주의사항을 말했어요.

“얘들아, 등산요령을 알면 절벽도 차차 무섭지 않아. 뭐나 단술에 배부를 순 없어.

남북골은 절벽에 엎디여 바라오르면서 시범을 보였어요.

“내 아빠 말한대로 등산하면 돼. 절벽에 오를 때 먼저 앞의 절벽으로 올라갈 수 있겠는가 잘 올려다 보고 올라가야 해.  만약 절벽이 가파로와 못 올가갈 거 같으면 미리 다른 곳으로 가서 올라가야 해.”

그러자 녀자애들은 모두 자기 앞을 쳐다보았어요.

“붙잡고 올라갈 나무가지랑 돌틈이랑 있는가도 잘 살펴봐라.

남북골은 아빠처럼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어요.

“절대 돌멩이나 콩알만한 싸락돌을 밟지 말아야 해.”

“왜?”

남북골은 의아해하는 애들을 돌아보고 설명했어요.

“돌멩이나 싸락돌을 밟으면 발이 미끌어서 위험해!”

“오-”

녀자애들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또 우에 애가 돌을 밟아 굴러내려가면 뒤에서 오르던 애들이 위험해. 만약 돌을 밟아 아래로 굴러내려가면 ‘돌이 굴러내려간다!’고 고함쳐야 해. 그래야 아래 애들이 돌을 피하지.”

녀자애들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어요.

“신바닥을 이렇게 바위에 딱 붙이고 나무나 돌틈을 꽉 부여잡고 한걸음, 한걸음 기여오르면 안전해. 산 아래를 보지 말라. 그럼 겁나지 않아.”

순희는 문빈의 말대로 해보고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러나 순희는 보름달 같은 얼굴에 볼우물을 옴폭 파면서 종알거렸어요.

“그런데 문빈아, 넌 너무 엉뚱한 짓을 하는게 흠이야! 언제 큰 일 칠지 몰라.”

은숙도 외씨 같은 걀죽한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종알거렸어요.

“맞아. 걔는 전문 무서운 일만 골라 하는 모험가야. 무슨 일을 칠지 몰라.”

이때 절벽에서 내려가다가 수돌이 불시에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뱀이야! 저 뱀 봐라!”

남북골이 달려가 보았어요. 

글쎄 얼룩덜룩 무뉘 간 독사가 바위틈에서 쪼르르 기여나왔어요. 그 놈은  대가리를 뻣뻣이 쳐들고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면서 애들한테 달려들었어요. 

어마나!

은숙이랑 녀자애들은 질겁해 손으로 입을 감싸쥐고 뒤로 물러섰어요.

“때려죽여라!” 

“죽여!”

남북골이 돌멩이를 들어 독사한테 뿌렸어요. 수돌이도 합세해 돌멩이질했어요. 독사는 질겁해 황급히 바위틈으로  기여들어가버렸어요.

수돌은 녀자애들 앞에서 턱을 쳐들고 우쭐거렸어요.

“우리 독사를 잡아 구워 먹자!”

그는 나무꼬챙이를 찾아들고 독사가 들어간 바위돌 틈을 마구 뚜졌어요.

남북골이 말렸어요.

“얘, 뚜지지 말라. 괜히 물리겠다.

은숙은 기겁해 재촉했지요.

옳다. 빨리 산에서 내려가자.”

수돌은 계속 뚜지면서 내려갈 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남북골은 수돌의 손에서 나무꼬챙이를 빼앗아 훌 지고 억지로 수돌의 손을 꼭 잡아끌면서 산에서 내렸어요.

그후 남북골은 온 마을의 애들을 몽땅 데리고 매일이다 싶이 칼산에 와서 숨박꼭질을 놀았지요. 그리하여 은숙이랑 순희랑 녀자애들마저 경사도가 60도는 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도 나무가지나 바위돌틈을 붙잡고 한걸음한걸음 기여오를 수 있게 됐어요. 

남북골은 끝내 오랜 꿈대로 칼산의 절벽 꼭대기에 올라갔어요. 그는 시원한 산공기를 가슴 한껏 마시면서 고향의 산천을 내려다보았어요. 일망무제하게 파도치는 록색의 벼바다,싱그러운 향기를 풍기는 과수원…

남북골의 어린 가슴이 탁 트이면서 한껏 부풀어올랐어요. 그의 가슴 속에서는 또 새로운 꿈이 머리를 탁 쳤어요. 

3

칼산 중턱 절벽에는  움푹하게 들어간 곳이 있었어요. 애들은 일여덟평방되는 움푹한 그 곳을 “절벽집”이라고 불렀지요. “절벽집” 우에는 너럭바위가 추녀처럼 건뜻 들려 있어 따가운 해볕과 을씨년스러운 비바람까지 막아주었지요.

애들은 절벽에서 내려오면서 “절벽집”에 들어가 한쉼 쉬였는데요. 그때면 남북골은 어른들한테서 들은 옛말을 구수하게 해주었지요. 보다 두세살씩 더 큰 애들도 코를 풀쩍거리면서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멀고 먼 옛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군 하였어요.

그런데 저게 뭐예요.

애들이 금방 절벽에서 내려오려는데요.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야수들처럼 칼산에 몰려왔어요. 먹장구름 속에서 커다란 불뱀이 뻘건 혀로 칼산을 덮쳤어요.

꽈르릉 꽝! 꽝!

하늘땅을 진동하며 우뢰가 절벽을 들었다 놨다 했어요. 뒤이어 호두알만한 비방울이 허연 절벽에 후두둑후두둑 떨어졌어요.

애들은 부랴부랴 절벽 밑에 “절벽집”에 오구구 모여들어  해비를 피했어요.

드디여 추녀 같은 절벽천정에서 실폭포들이 쏟아져 발 밑의 아찔한 절벽 아래로 흘러내려갔어요.

웬 일일가요?

먹장구름이 동쪽으로 밀려가더니 한참 내리던 해비가 뚝 멎었어요. 서쪽 하늘에는 언제 흐렸던가 싶이 밝은 해가 얼굴을 내밀었어요.

“야! 무지개!”

수돌이 소리치면서 일어나 두팔을 활짝 펼쳤어요.
   애들이 동녘하늘을 보니 진짜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멋있게 걸려 있지 않겠어요. 

신선화백이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칠색무지개는 북쪽뿌리를 고향의 태평강에 밖고 남쪽뿌리를 저 멀리 남쪽벌 부르하통하에 밖고 반공중에 반달처럼 걸려 있지 않겠어요. 그때 애들은 처음 그렇게 아름다운 칠색무지개를 가까이에서 보았어요.

“야, 멋지구나!”

애들은 산에서 환성을 질렀어요.

그런데 칠색무지개가 점점 동쪽으로 움직여갔어요.

“칠색무지개 저멀리 동쪽으로 달아나버리면 보지 못하겠다.”

은숙이 근심하였어요.

량미간을 쪼프리던 남북골이 발딱 일어나면서 옆구리에 찼던 권총을 빼들고 고함쳤어요.

“우리 저 무지개를 쫓아가 보자!”

“옳다! 우리 무지개 가까이에 가 보자!”

애들은 고함치며 엉덩이걸음으로 절벽 아래로 내려갔어요.

애들은 길에 나서자마자 남북골을 따라 무지개를 쫓아 달리기 시작하였어요. 닫다가 진흙탕에 넘어지면 일어나 계속 쫓아갔어요. 그러나 아무리 쫓아가도 무지개가 점점 멀리 달아나 지척에 두고서도 붙잡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아름다운 칠색무지개는 졸지에 신기루처럼 사라졌어요. 그제야 애들은 모두 실망한 얼굴로 물앉아 할딱거렸어요.

"야, 날개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글세, 말이야."

"훨훨 날아가 무지개를 쫓아가보면 얼마나 좋겠니?"

애들은 날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면서 계속 무지개를 쫓아갔어요. 진짜 꿈도 많은 개구쟁이들의 꿈은 얼마나 황홀한가요? 
                               
   남북골 문빈은 아직도 무슨 엉뚱한 꿈을 꿀지 몰라요.
  엄마는 남북골한테서 무지개를 쫓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타일렀어요.
    “문빈아, 등산도 하고 무지개도 쫓고 달도 쫓아라. 그런 모험이랑 꿈이랑 필요해. 훌륭한 과학자로 될 꿈을 실현하려면 맨날 허황한 모험 하기보다 먼저 공부부터 잘해야 해.”

그때부터 문빈은 방학숙제도 제때에 하고 의문나는 우주의 비밀은 아빠나 어머니한테서 가르침을 받았어요.

어느날 달 밝은 밤에 남북골은 공부를 하다가 창문가에 다가가 턱을 고이고 하늘에 걸린 달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그는 바깥으로 쌩드르르 달려나가더니 마른 해바라기대로 달을 찔러 따 보려고 마구 휘둘러댔어요. 해바라기대로 별 푹푹 찔러 보았어요. 

그는 키 모자란다고 돼지우리 꼭대기에 올라가 발뒤꿈치를 쳐들고 해바라기대로 달에 대고 날창질을 푹푹 해댔어요.

그 모양을 보고 아빠가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얘! 떨어지겠다. 어서 내려와!”

아빠 도와주겠습니까? 달과 별을 찔러 따려고 그러는데요. 아빠 목마 타고 찌르면 달을 딸 수 있겠는데요.

아빠는 너무 어이없어 입을 딱 벌렸어요.

“해바라기대로 어떻게 달과 별을 딴다고 그래? 어림도 없어. 어서 내려와.”

그러나 남북골은 계속 해바라기대로 밤하늘에 대고 날창질을 했어요.

한참 역사질해도 안되자 남북골은 도리머리질하면서 돼지우리에서 내렸어요.

남북골은 그날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어도 요리뒤척 저리뒤척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이튿날 달밤이였어요. 밤하늘에는 구리쟁반 같은 보름달이 두둥실 떠서 대낮처럼 환히 비추었어요

남북골은 글쎄 해바라기대를 노끈으로 허리에 질끈 매더니 마을 복판에 있는 늙은 비술나무에 바라올라갔어요. 

그는 비술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자 허리에서 해바라기대를 끌러내 달밤 하늘의 달을 겨누고 콕콕 찔러댔어요. 그런데 아무리 찔러도 달은 떨어지지 않았어요. 몇번 더 콕콕 찔러보더니 뒤더수기를 긁적거렸어요.

“어째 안될가? 달이 해바라기대 끝에 콕콕 맞히는데. 에잇, 참.”

“얘, 해바기대 어떻게 달에까지 닿는다고 그래? 어서 내려오라.”

어느 결에 아빠가 비술나무 아래에 나타났어요.

남북골은 실망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해바라기대를 훌 내리던지고 비술나무에서 내려왔어요.

아빠는 문빈을 데리고 집으로 오면서 차근차근 말해 줬어요.

“문빈아, 달나라에 가고 달을 따려면 우주과학지식을 많이 배워야 해. 달은 아마 여기서 칼산까지 가는 거리  몇억배나 더 높이 떠 있을 거야. 해바라기대로 어떻게 저리 높이 걸린 달을 떨어드뜨린다고 그래?”

남북골은 해바라기대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만 폴폴 내쉬였어요.그러나 그는 아빠 말을 곧이듣지 않고 절대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 꼭 달을 따다가 우리 마을 하늘에 척 걸어놓지 않는가 보십시오."

"달이 원래 하늘에 걸려있는데 우리 마을 하늘에 걸어서 뭘 해?"

"아버진 모릅니다. 우리 마을 하늘에 저 달을 걸어보십시오. 얼마나 온 마을이 환한가?"

며칠 후 달 밝은 밤에 남북골은 또 수돌 데리고 칼산 꼭대기에 올라어요. 

그는 칼산 꼭대기 너럭바위 우에  수돌의 어깨에 목마를 타고 올라가 해바라기대로 달과 별에 대고 날창질을 폭폭 해댔어요. 그러나 달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어요.

수돌이 황급히 소리쳤어요.

“아이구. 맥이 다. 어서 내려!”

남북골은 수돌의 목에서 스르르 내렸어요. 그는 맥이 풀려 너럭바위에 물앉으며 말했어요.

“달이 너무 커서 안떨어지는 거 같아.

남북골과 수돌은 맥없이 너럭바위에 핸들 드러누워 달과 별을 말똥말똥 쳐다보았어요.

“어떻게 하면 달을 따다가 우리 마을 하늘에 척 걸어놓을가?”

수덜은 도리머리를 저으며 한바탕 웃어댔어요.

호호호.

집에 돌아온 후 문빈은 아빠와 어머니를 보고 엉뚱한 말을 했어요.

“아빠, 달과 별이 확실히 하늘에 높이 걸렸더구만요.”

“그래, 일본 동화 오춰맨에서 보지 못했느냐? 괴물은 달보다도 더 먼 외계 별에서 오지 않았고 뭐냐?”

문빈은 외까풀눈을 깜빡거리며 물었어요.

“그럼 달보다 별이 더 멀리 있는가요?”

“그래. 하늘만큼 멀리 있어서 작아 보이지. 빛도 희미할 뿐이. 별은 달보다 몇천만배나 더 커.”

남북골은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당차게 말했어요.

“칼산에 올라가 안되면 말라지. 내 크면 꼭 우주비행사 돼 오춰맨처럼 우주에 씽씽 날아올라가 꼭 달을 따오지 않는가 보세요."

어머니는 그때라고 문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어요.

“그래. 우주비행사로 되려면 몸도 튼튼히 단련해야 하고 우주과학지식을 많이 배워야 해.”

남북골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후부터 그는 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선생님과 자꾸 하늘나라 해랑 달이랑 별이랑 요것 조것 자꾸 캐물었어요.그리고 하학해 집에 돌아오면 선생님과 엄마의 말씀대로 텔레비랑 덜 보고 숙제부터 척 해놓고  우주과학지식책을 골똘히 보기 시작했어요.

 달 밝은 밤이면 창문에 다가가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뭇별이 총총하고 달도 밝은 하늘을 쳐다보며 황홀한 꿈을 꾸었어요.

(아, 저 뭇별이 총총한 하늘나라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가? 오춰맨처럼 날개라도 있었으면 저 하늘나라에 훨훨 날아올라갔으면 얼마나 좋을가?)

       

봄바람도 세찬 봄날에 남북골은 또 황홀한 꿈 꾸었요.  파란 하늘에 뛰운 연에 동동 매달려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 싶었어요. 

수돌은 남북골이 손에 쥔 조꼬만 연을 보고 도리머리질했어요.

“얘,  죄꼬만 연에 매달려 어떻게 하늘로 날아올라간다고 그래?”

그러나 남북골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뭐나 처음부터 다 되느냐? 자꾸 해보느라면 언젠가는 꼭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거야.”

문빈은 빳빳한 연줄을 잡아당기다가 바람이 셀 때 연줄에 매달려 보았어요.

툭!

연줄이 툭 끊어지면서 연이 곤두박질치더니 땅바닥에 쿵 처박혔어요.

저쪽에서 구경하던 아빠가 코를 싸쥐고 허구푼 웃음을 웃었어요.

“어이구, 방귀를 타고 서울로 간다고 해라!”

그러 엄마는 말렸어요.

“비웃지 마세요.”

남북골은 다 망가진 연을 내동댕이쳤어요.

이번에는 엄마를 보고 용돈을 달라고 했어요.

“뭘 하려고?”

남북골은 갈망에 찬 눈길로 엄마를 쳐다보았어요.

“고무풍선을 사려고 그래요.”

“그래?

엄마는 아들이 뭘 엉뚱한 걸 하려고 시도해도 절대 막지 않았어요.

남북골은 엄마한테서 용돈을 받아쥐자 수돌을 데리고 시내 백화상점에 가서 커다란 고무풍선을 사가지고 칼산을 바라고 줄달음쳐 갔어요.

“얘, 또 뭘 하려는 거야?”

수돌이 뒤따라 달려가며 궁금해 물었어요.

“고무풍선에 매달려 칼산에 올라가보자.”

“에이구, 너네 아빠 또 방귀를 타고 서울로 간다고 하겠다.”

수돌은 제자리에 주춤 멈춰서더니 할딱거렸어요.

남북골은 돌아서더니 나무라는 눈길을 날렸어요.

“얘, 날아도 보지 않고 왜 그래? 칼산에 날아올라가면 달나라에 날아갈 푸른 꿈도 성공할지 몰라.”

수돌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어요.

“꿈도 꾸지 말라. 그 죄꼬만 고무풍선에 매달려 어떻게 칼산에 오른다고 그래? 달나라에까지 날아간다는 건 꿈도 꾸지 말라. 커다란 드론이나 우주비행선이면 몰라도. 흥.

그러나 남북골은 우멍한 세귀눈에 확신에 찬 빛이 어렸어요.

“텔레비에서 보지 못했어? 숱한 사람들이 커다란 고무풍선에 매달려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걸.”

수돌은 말렸어요.

“안돼. 텔레비에 난 고무풍선은 아주 큰 거야. 우리 요 죄꼬만 고무풍선은 어림도 없어.”

남북골은 고집을 쓰면서 수돌을 마구 끌고 칼산에 달려갔어요.

칼산의 푸른 이끼 낀 절벽 밑에 이르자 남북골은 고무풍선을 꺼내 공기주입꼭지에 입을 대고 “푸- 푸-” 뿔구기 시작했어요.

한참 후에 고무풍선은 항아리만큼 크게 뚱뚱 뿔어났어요.
남북골은 고무풍선 아구리를 맨 끈을 꼭 잡고 고무풍선을 활 놓았어요.

고무풍선은 둥둥 떠올라갔어요.

“와-싸-”

남북골은 끈을 꽉 잡고 폴짝 뛰면서 고무풍선에 매달렸어요.

탕!

고무풍선은 땅바닥에 떨어져 풍비박산이 났어요. 그 바람에 남북골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남북골의 꿈도 산산이 깨졌어요.

그제야 남북골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어요.

“이담 커다란 고무풍선을 타고 칼산 상공에 올라가 보자.”

수돌은 싹아빠진 남북골의 앞이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끄덕였어요.

남북골과 수돌은 고무풍선을 타고 칼산에 오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며칠 후 어느 하루 저녁, 남북골은 창문가에 가서 턱을 고이고 칼산의 톱날 같은 절벽에 두둥실 걸려 있는 은쟁반 같은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또 꿈에 잠겼어요.

한참 후 그는 아빠한테 남북골을 돌리더니 엉뚱하게 물었어요.

“아빠, 우리도 새처럼 날개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응? 또 엉뚱한 꿈을 ?”

남북골은 초롱초롱한 세귀눈으로 아빠를 바라보았어요.

“날개만 있으면 도 칼산에 훨훨 날아오르고 달나라에도 훨훨 날아갈 수 있겠는데.”

아빠는 남북골을 쓰다듬어 주었어요.

“에이구, 요 남북골아, 사람은 날개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어.”

남북골은 궁금한 눈길로 아빠를 쳐다보았어요.

“텔레비에서 보지 못했어? 우주비행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갈 수 있잖아?”

남북골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아빠는 놀음감우주비행선도 사주지 못하면서. 흥, 언제 나한테 우주비행선이 차례지겠어요.”

그는 창턱에 두 팔꿈치를 짚고 턱을 고이더니 막연한 눈길로 밝은 달을 쳐다보며 종얼거렸어요.

“일본 판타지 오춰맨처럼 하늘을 마구 날아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머니는 문빈의 막연한 꿈을 깨고 싶지 않았어요. 

 “문빈아, 공부를 잘해서 크론복제기술을 배워내면 네 겨드랑이에도 날개를 달수 있을 거야.”

“크론복제기술?”

남북골은 호기심에 차 초롱초롱한 세귀눈으로 어머니 얼굴을  말똥말똥 쳐다보았어요.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래. 복제기술을 배워서 날개 달린 사람을 복제해낼 수 있어.”

남북골은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반신반의했어요.

“엄만 혹시 판타지에서 나오는 얘기를 하지 않아요? 건 환상에 지나지 않는 거 같은데요.”

그러나 어머니는 확신에 찬 말을 했어요.

“아니야, 환상이 아니야.과학환상야. 크론복제기술은 유럽에서 먼저 발견했어. 크론복제기술로 나는 사람도 복제해내고 독수리 날개도 복제해 사람들한테 달 수 있어.”

남북골의 판들거리는 포도눈에는 호기심이 차넘쳤어요.

“네 참말 신기한 클론기술이군요.”

그때라고 엄마는 더 높은 요구를 제기했어요.

“이제부터 영어공부랑 잘해라. 그래야 이담 유럽에 류학가서 크론복제기술을 배워오지.”

남북골은 발딱 일어났어요.

“네, 이제부터 영어공부 잘해 이담 꼭 유럽에 가서 크론복제기술을 배워내야지.”

남북골 싹은 이빨이 다 들여다보이게 입을 함박만큼 벌리고 어머니와 손바닥을 힘차게 탁 마주쳤어요.

그날 밤 문빈은 창문으로 집안을 환히 비추며 들어온 달을 꼭 끌어안고 요리궁싯 조리궁싯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는 달나라로 날아오를 황홀한 꿈을 꾸고 또 꾸었어요.

“언제면 달나라로 날아가 달을 따다가 우리 마을 하늘에 걸어놓을가?”
                                   
                       

   은빛달빛도 밝은 달밤에 문빈은 수돌을 데리고 칼산 절벽을 한발자욱한발자욱 톺아 올라갔지요. 

칼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절벽 아래를 바라보니 은빛달빛이 깔린 고향 산천은  얼마나 신비했는지 몰랐어요.

남북골과 수돌은 입에 손을 모아대고 높이 웨쳤어요.

“야- 호-”

그들의 웨침소리는 절벽에 메아리치며 길게 메아리쳤어요.

남북골은 아빠한테서 배운대로 두 팔을 벌리며 날개질하는 시늉을 했어요.

이게 웬 일인가요?

문빈이 두 팔로 날개질하자 몸이 건뜻 들리며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겠어요.

너무 이상해 두 팔을 여겨보았어요. 두 팔이 날개로 변하지 않았겠어요.

“이젠 나도 새처럼 날 수 있어!

야-호-”

문빈은 세차게 날개질해 절벽 아래로 씽씽- 날아내려갔어요.

수돌이 칼산꼭대기에 서서 입에 두 손을 모아대고 소리쳤어요.

“문빈아, 나도 날아보자!”

“오- 그래. 너도 크론기술을 배우면 날 수 있어-!”

“응- 어서 날개를 달라.”

문빈은 힘껏 날개짓을 해 절벽 꼭대기에 있는 너럭바위 우로 날아갔어요. 그는 수돌을 껴안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하늘로 솟아올랐어요.

문빈이 껴안았던 두 팔을 살며시 풀었어요. 순간 수돌은 오춰맨처럼 두 팔을 쫙 벌리고 훨훨 하늘을 자유롭게 날지 않겠어요.

“야-호-”

“우린 자유로운 오춰맨이야!”

그들은 환성을 지르며 커다란 독수리마냥 칼산 꼭대기를 자유롭게 나래쳤어요.

문빈과 수돌은 눈깜짝할 사이에 칼산에서 날아내려 고향 마을로 훨훨 날아갔어요.

“어머니!”

“아빠!”
그들의 부름소리를 듣고 아빠와 엄마는 놀란 눈길로 달빛 밝은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얘들아, 떨어지겠다. 주의해라!”

“근심말아요. 우리 달나라에 날아갔다 오겠어요.”

남북골과 수돌은 날개를 힘차게 파닥이며 금쟁반 같은 달을 향해 훨훨 날아갔어요. 귀에서는 씽- 씽- 칼바람소리가 무섭게 스치고 지나갔어요.

갑자기 거세찬 돌개바람이 소용돌이쳤어요. 칼산 꼭대기 소나무도 너럭바위도 글쎄 하늘로 마구 휘말려 날아올라가지 않겠어요.

돌개바람은 한창 날고 있는 문빈과 수돌이 쪽으로 덮쳐왔어요. 문빈과 수돌이 아무리 날개질을 힘차게 해도 돌개바람을 피하지 못했어요.

씽-씽-

돌개바람은 문빈과 수돌을 채색구름 속에 휘말아 들갔지요

쓍-쓍-

채색구름은 애들을 휘말아 안고 하늘 높이 올라가며 소용돌이쳤지요.

꽃구름도 빙글빙글 돌았어요. 금빛 해살도 빙글빙글 돌아갔어요.

저게 뭔가요?

꽃구름 속에 신기루 우뚝 솟았는가요? 숱한 뾰족뽀족한 유럽식 고층건물이 구름 속에 안개 속에 우중충한 수림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지 않겠어요.

문빈과 수돌은 거리에 살짝살짝 내렸어요.

노란 머리, 하얀 머리가 길거리에서 흩날렸어요. 파란 눈, 노란 눈들이 판들거리며 이상한 눈길을 보냈어요. 동방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말로 지껄이는 것이였어요.

번들이마 늙은이가 안경을 춰슬리고 문빈과 수돌을 보고 엄지를 척 내들었어요.

“당신은 누군가요?”

문빈의 물음에 번들이마는 프랑스어로 말했어요.

“크론박사의 제자 마이컬박사야.”

문빈과 수돌은 프랑스어를 배운 적이 어 마이컬박사 말을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마이컬박사가 영어로 말해서야 남북골은 평소에 영어를 배워둬서 간신히 두루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마이컬? 마이컬 쵸단은 롱구선순데요.”

마이컬 박사는 엄지를 척 내들었어요.

“O-K-! 바로 나야. 난 나이 많아 롱구 치지 않고 크론박사를 따라 크론복제기술을 전공했지. ”

문빈과 수돌은 기뻐 어쩔줄 몰랐어요.

“마이컬박사님, 우리한테 크론복제기술을 배워주세요.”

“걸 배워 뭘해?”

문빈은 남북골을 쳐들더니 유럽 거리가 떠나가게 우렁차게 말했어요.

“우린 크론복제기술을 배워 날개를 달고 달나라에 날아갈래요.”

수돌도 가슴을 쑥 내밀고 씩씩하게 말했어요.

“날개 있는 사람 수태 만들어 달나라랑 우주랑 정복할테예요.”

마이컬박사는 남북골을 매만져주면서 타일렀어요.

“너희들은 이미 날개도 있고 하늘로 씽씽 날지 않았느냐? 크론복제기술을 배워 뭘해?”

문빈이 너덜거리는 날개를 펴보이며 어처구니 없어 말했어요.

“이런 날개로 어떻게 달나라에 가요?”

수돌도 한마디 보태어요.

“별나라에 가긴 어림도 없어요. 대기층을 벗어나기 전에 날개가 다 다슬어요.”

마이컬박사는 번들이마에 돋은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말했어요.

“O-K-! 그래, 너희들 날개로는 우주로 날아가지 못해. 지구 대기층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날개가 다 타버릴 거야.”

문빈과 수돌의 까만 포도눈들에는 실망의 빛이 어렸어요.

문빈은 맥이 빠져 두 날개마저 축 처졌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가요? 크론복제기술을 배우면 안되는가요?”

마이컬박사는 문빈과 수돌을 데리고 자기 크론복제기술지하연구실에 데리고 들어갔어요.

“봐라. 우주를 정복하자면 여러가지 지식을 배워야 해. 이제부터 모험만 탐내지 말고 영어랑 프랑스어랑 생물학이랑 우주천문학이랑 로케트기술이랑 잘 배워야 해. 알만해?”

“예

문빈과 수돌은 마이컬박사의 말을 완전히 리해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대답만은 우렁찼어요.

동녘 하늘에는 칠색무지개가 곱게 걸렸어요. 그런데 찬찬히 여겨보니 이전에 쫓아가던 고향의 칠색무지개 아니겠어요.

(웬 일이지? 벌써 고향에 돌아왔어?)

검푸른 칼산 절벽이 발아래 뭉게뭉케 피여나는 먹장구름 속에 우뚝 솟아 있지 않겠어요.

우르릉 꽝, 꽝!

갑자기 우뢰가 지동치고 번개가 번쩍였어요.

돌개바람이 사납게 불어쳤어요. 채색구름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어요. 유럽 시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마이클 박사는 번들이마의 땀을 닦더니 날개를 퍼덕여 칠색무직개를 타고 하늘로 씽-날아올라가지 않겠어요.

“우리도 무지개를 타고 날아올라가자!”

저게 뭔가요?

남북골과 수돌이 아무리 두 팔을 퍼덕여도 더 날지도 못했어요. 아니, 글쎄 무지개미끄럼대를 타고 쭉 미끌어져 칼산에 마구 떨어져 내려갔어요

갑자기 별나라에서 엄청 세찬 돌개바람이 휙-휙- 불어쳤어요.남북골과 수돌은 돌개바람에 휘말려 밤하늘에 날려올라가버리기 시작했어요.

저게 뭔가요? 엄청난 칼산도 소용돌이에 휘말려 훌 올라가버렸어요 달과 별들도 마구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새까만 함정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겠어요. 

“마이컬박사님!”

빨리 우릴 구해주세요!”

마이컬박사는 밥하늘에 휘말려 올라가는 남북골과 수돌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어요.

"아차, 이걸 어쩌나? 블랙홀에 휘감겨들었구나!"

“빨리 날개 달아주세요!” 

“어서 일어나라.”

“얘, 또 꿈을 꿨는 모양이구나.”

엄마가 문빈을 깨웠어요.

문빈은 식은 땀이 송골송골 내돋은 남북골을 긁적거리면서 금방 꾼 꿈이야기를 했어요.

참말 우습고도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았지요. 그러나 환상과 모험적인 꿈이 있는 남북골은 참말 멋있었어요. 모험적인 꿈이 있고 시도하는 것이 있는 남북골은 그만큼 장차 이루는 것도 많게 될 것이죠.

엄마는 남북골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어요.

“문빈아, 네 꿈이 허황한 꿈일지도 몰라. 허나 꿈마저 없는 애는 불행한 애야. 전도없는 애야. 엉뚱한 꿈대로 무지개도 쫓고 달나라에도 날아올라가라.”

남북골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는 어머니 손을 잡고 달밝은 밤하늘에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종알거렸어요.

어머니,장차 꼭 꿈대로 크론복제기술로 복제한 오춰맨과 함께 우주비행선을 타고 달나라 별나라로 날아가보고야 말겠습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27 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0 김장혁 2023-06-12 0 1062
326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9 김장혁 2023-06-10 0 1345
325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8 김장혁 2023-06-07 0 1327
324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7 김장혁 2023-06-05 0 1322
323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6 김장혁 2023-06-03 0 1258
322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5 김장혁 2023-05-30 0 1271
321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4 김장혁 2023-05-28 0 1338
320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3 김장혁 2023-05-23 0 1259
319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2 김장혁 2023-05-21 0 1484
318 대하소설 졸혼 제6권 91 김장혁 2023-05-13 0 1404
317 대하소설 졸혼 제5권 (80) 김장혁 2023-05-11 0 1293
316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9) 김장혁 2023-05-09 0 1204
315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8) 김장혁 2023-05-05 0 1228
314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7) 김장혁 2023-05-02 0 1238
313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6) 김장혁 2023-04-29 0 1195
312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5) 김장혁 2023-04-26 0 1215
311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4) 김장혁 2023-04-23 0 1295
310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3) 김장혁 2023-04-20 0 1130
309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2) 김장혁 2023-04-16 0 1129
308 대하소설 졸혼 제5권 (71) 김장혁 2023-04-13 0 1174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