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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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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20)
2018년 07월 30일 08시 58분  조회:137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8. 백화청사의 참사
선들선들 가을바람이 불던 가을이 흘러지나가자 대지를 꽁꽁 얼궈버리는 동장군이 기승스레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등에 업고 사납게 덮쳐왔다.
승호는 범송을 시켜 겨울철에 잘 팔리는 동복을 백화청사에 구입해 오게 하고 조흥수와 함께 아가씨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질탕하게 놀았다. 조흥수는 승호한테  진짜 푹 삶겨서 삶은 개다리처럼 문문하게 돼버렸다. 
안수련 총경리는 한눈을 뜨고 한눈을 감아버렸다. 그녀는 흥수와 승호가 자기 앞의 일만 다하면 사무실에 엉덩이를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겼다. 어떤 직원들은 안수련 총경리야 말로 시대를 따르는 인성화된 관리리념을 가진 훌륭한 관리일군이라면서 녀시장을 해도 될 분이라고 춰올렸다.
조흥수와 리승호는 안총경리가 눈을 감아주는 틈을 타서 고삐를 끊은 들말처럼 아가씨들과 함께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돌아다녔다.
직원들은 뒤에서 의론이 분분했다.
“조과장과 리과장은 세상 상팔자야.”
“날마다 술만 처마셔도 로임은 로임대로 타지. 얼마나 좋겠어?”
“상금도 누구보다 더 많이 타잖아.”
춘란은 뒤공론을 들으면서도 못들은 척했다.
그녀는 조흥수한테 꼬리를 밟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교활한 조흥수는 춘란의 꼬리를 밟고서도 안수련 총경리나 공안국에 사건을 진상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한사코 춘란을 비호하였다.
비록 안수련 총경리의 신고로 수사대대에서 착수했지만 춘란의 저금통장에 나타난 1500원만으로는 절도혐의자라는 증거가 부족했다.
법망의 시야에서 잠시 벗어난 춘란은 대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조흥수는 쩍하면 그녀를 은밀히 불러내 질탕하게 유린하고 릉욕했다.
어느날, 조흥수는 춘란을 보고 퇴근하면 이전에 만났던 선녀음식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조흥수는 필경 반정탐능력을 가진 파출소 소장출신이기에 매사에 신중했다. 그녀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놀아도 선희나 해연과는 순희네 불고기점에 데리고 가서 망탕 놀아댔고 춘란과는 항상 선녀음식점 단칸방에서 은밀히 만나 놀군 했다.
춘란은 이젠 출납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백화청사를 훌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알맞는 일자리가 없어 아직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리 늦었어?”
춘란이 선녀음식점 단칸방에 들어서자 조과장은 눈알을 희번뜩거리며 화부터 냈다.
“미안해요. 현금을 금고에 가져가다나니….”
“그래? 여기 와 앉어.”
조과장은 춘란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히더니 와락 끌어안았다. 춘란은 독사한테 휘감긴듯이 온몸이 오싹해나고 몸서리쳤다. 그러나 용빼는 수가 없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잠자코 있었다.
“날마다 현금을 금고에 가져가야 되냐?”
조과장의 손은 너절하게 춘란의 몸을 오르내렸지만 왕청 같은 말을 꺼냈다.
“그래요. 안총경리는 아직도 저를 믿어요.”
“다 뉘 덕인지 아느냐?”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리자 조과장은 제꺽 춘란을 옆여 내려놓았다.
복무원이 들어오자 조과장은 메뉴를 춘란한테 주면서 먹고 싶은 채를 주문하라고 했다.
조과장은 춘란이 푸짐히 차린 술상에 마주 앉아 게걸스레 개다리를 널었다.
“요즘 용돈이 다 떨어졌어.”
춘란은 소고기점을 집어 조과장의 접시에 놓아드렸다.
“저의 로임 다 줬는데 벌써 다 써버렸어요? 이젠 생활비도 남지 않았어요.”
조과장은 춘란한테 빚이나 지워준 것처럼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우면서 을러멨다.
“뭐라고? 어째 감옥에 가고 싶어?”
“감옥에 가면 뭐래요?”
“진짜?”
“지금 신세, 감옥의 죄수보다 나은게 뭔가요?”
“뭐, 어쩌고 어째? 이 년이 점점 목주래를 뽑힐 소릴 줴치는구나.”
춘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가를 적게 치렀어요? 용돈이라고 5천원을 줬지. 처녀 몸까지 다 바치지 않았는가요? 그래도 모자라는가요?”
“쉿-”
조과장은 문께를 힐끔 곁눈질하며 입에 식지를 댔다.
“왜? 겁나요?”
“이년이 이게.”
조과장은 황급히 손으로 춘란의 초들초들한 입을 마구 막았다.
“어째 총살맞고 싶어?”
춘란은 차라리 총살맞고 죽고 싶다고 말하려는데 입을 틀어막아 말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손을 떼자 춘란은 울며불며 야단쳤다.
“의심돼요.”
“뭐?”
조과장은 술맛이 없어 술잔을 탕 놓고 눈을 뚝 부릅뜨고 쏘아보았다.
춘란의 얼굴에서는 전례없이 겁기라곤 티끌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석탄무지에 파묻어둔 8500원이 잃어진게 이상해요. 혹시 조과장이  가져간 건  아닌가요?”
“이년이 이게, 환장했어? 도적이 도적이야 한다고 지금  절도범 신세에 본 보위 과장을 의심해? 정말 죽고 싶어?”
“차라리 죽여요. 이렇게 사는게 죽는 것보다 못해. 씨, 우리 엄마 불쌍해 죽지 못한다.”
조과장은 이젠 감옥이나 총살 따위 위협이 춘란한테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선에서 헤매며 모진 마음을 먹은 춘란한테는 진짜 위협 따위가  무색해지고 있었다.
그날 조흥수 과장은 술을 석잔도 마시지 않고 난생처음으로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밥값을 냈다. 춘란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놓아주었다.
춘란은 독사 같은 조과장과 갈라지자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러나 인차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조과장의 반상적인 거동이 그녀를 섬찍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인차 승호를 불렀다.
승호는 영희한테 청가까지 맡았다.
“춘란이 무슨 급한 일이 있소?”
“호호호. 별 일 다 보겠어요.”
영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승호는 영희한테 다가가 “이제 춘란을 리용해 조과장 꼬리를 단단히 밟아야겠소.” 하고 으시댔다.
영희는 음험한 승호를 가슴츠레한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또 누굴 잡으려고 그래요?”
“이 세상은 양육강식이야. 우리 가정을 깡패들의 마수에서 보호하려면 조과장의 권총을 내가 빼앗아 차야 해.”
“딱 그래야만 하나요? 어째 조과장과 의형제라도 맺고 도움을 받지 못해요. 못난 짓을 하지도 마세요.”
승호는 구두를 썩썩 닦아 쑥 꿰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아녀자들이란 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단 말이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걸 몰라? 깡패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언제 조과장이나 경찰을 부를 새 있소? 내 손에 권총이 있어야지.”
영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맨날 깡패들한테 쫓기워 쩍 하면 이사짐을 사가지고 온 시내를 전전긍긍하면서 피난살이를 해야 했다. 떠돌이신세, 세집살이신세 진짜 신물이 났다.
승호는 집문을 나서며 군례까지 척 붙이면서 희극을 놀았다. 영희는 한숨을 호~ 내쉬며 물끄러미 남편을 목송했다.
승호는 종종 춘란을 만나 위로해주면서 조흥수 뒤를 파서 꼬리를 좀 밟게 됐다. 그는 조과장의 권총을 빼앗아 옆구리에 차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속으로  웃음주머니 흔들흔들해났다.
그는 조용한 다방에서 춘란을 만나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됐소?”
춘란은 승호한테 커피잔을 내밀며 수척해진 보름달얼굴에 새무룩이 웃음을 띠었다.
“오빠 시켜준대로 죽음으로 위협하니까. 돈 달란 말도 더 하지 못하잖겠어요.”
승호는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보오. 내 말이 맞지?”
춘란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 놈은 이젠 감옥이나 총살로 더 협박하지 못할거 같아요.”
승호는 춘란한테 주의를 주었다.
“시름놔선 안돼. 조과장은 얼마나 음흉한 놈이라고. 이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춘란은 대수로워 하지도 않았다.
“흥! 이젠 진짜 악이 나요. 생사결판을 내고 싶어요.”
승호는 춘란의 손을 잡고 매만지면서 충고했다.
“이 좋은 세상에서 왜 죽겠소. 우릴 못살게 구는 자들을 먼저 제거하고 우리 잘 살아야지.”
“어디 그리 쉽겠어요?”
“날 믿소. 꼭 조과장을 제거하고 춘란을 보호해주겠소.”
“몇번이고 역에 달려가서 기차 앞에 뛰여들려고 했어요. 오빠가 때때로 삶의 용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진작 죽고말았을 거예요.”
승호는 이제 돈줄이 끊어진 조흥수가 무슨 짓을 할가 궁금했다.
이튿날 승호는 구입과에 들려 범송한테 일을 시켜놓고는 곧추 보위과로  건너갔다.
조흥수 과장은 금방 순라를 마치고 들어와 커피를 후후 불면서 마시고 있었다.
“형님, 어제 또 술에 푹 절었겠구만.”
조과장은 푸석푸석한 얼굴을 매만지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니, 어젠 재수없이 한잔도 마시지 못했어. 술좌석에 동생이야 빼놓았을리 있나?”
승호는 속으로 웃었다.
“용돈이 다 떨어졌소? 오늘 내 한턱 내지.”
조과장은 손수 커피를 타서 승호한테 내밀었다.
“우리 형제간에 무슨 네 것 내 것 할게 있나? 속담에 담배와 술은 주인이 따로 없다고 하잖았는가?”
그들이 막 떠나가려고 할 때였다.
안수련 총경리가 보위과에 들어왔다.
“오, 리과장이 여기 있구만. 내 사무실에 올라오오.”
승호가 뒤따라 사무실에 들어가자 안총경리는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아 끼더니 자못 엄숙하게 말했다.
“리과장, 맨 동복만 구입하고 털모자랑 장갑이랑 구입하지 않아 되겠소?”
승호는 대수롭잖게 대답했다.
“지금 시내 사람들이 누가 촌스럽게 털모자를 쓰고 다닙니까?”
“농촌 사람들은 털모자를 사러 우리 백화에 올게요.”
“차차 봅시다.”
“뭐나 미리 준비해야지. 손님이 사러 오길 기다려서야 되오?”
그녀는 전에 없이 엄숙했다.
“총경리실에 오오.”
안총경리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구입과 쪽에서 우당탕 퉁탕 메치고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리과장 어디 갔어?”
“개새끼, 우리 식료품상점을 망하게 했어.”
“죽여버리겠다!”
승호가 황급히 안수련을 사무실 안 쪽으로 밀어보냈다.
“피하십시요. 여긴 위험합니다.”
“아이고, 깡패들이구나!”
안총경리는 승호 뒤에 숨으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금심하지 마십시오.”
승호가 주저없이 막 문을 떠밀고 나가려고 할 때다.
조과장이 승호를 막아나서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고 바깥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이 놈들아!”
조흥수 과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괴한들한테 권총을 겨누었다.
“어허, 총을 겨눠?”
“죽고 파?!”
“삐치지 말라!”
“썩 꺼져!”
조과장의 권총 앞에서도 그 자들은 전혀 겁나하지 않았다.
“어디 쏴봐라!”
괴한들은 쇠파이프로 손을 탁탁 치면서 다가들었다.
이때 범송과 구입과 일군들이 우르르 쓸어나왔다. 범송은 쇠파이프를 든 깡패들을 보자 질겁해 뒤로 비실비실 물러섰다.
“승호 새끼, 나오라!”
이때 승호가 문 밖에 나서려고 했다.
범송은 문을 닫아 걸었다.
“나오지 말라. 깡패들이야!”
허나 승호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저 놈이 승호 새끼다!”
“쳐라!”
깡패들은 다짜고짜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야수들처럼 덮쳐들었다. 그 속에는 코수염쟁이와 하이칼라들이 피뜩피뜩 띄였다.
“송파네 개무리구나.”
승호는 싸울 태세를 갖추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땅!
조과장의 공중에 쳐든 권총구멍에서 연기가 몰몰 피여올랐다.
“쳐라!”
깡패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조과장과 승호를 포위하고 죄여들었다.
범송은 문 뒤에 숨어 얼음판에 나선 황소 눈깔로 내다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그는 근본 이런 싸움을 겪어보지 못해 겁나 벌벌 떨기만 했다.
“범송아, 빨리 공안국에 알려라!”
그제야 정신을 펄쩍 차린 범송은 전화를 치러 뛰여들어갔다.
깡패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구입과에 뛰여들어 전화기를 드는 범송에게 덮쳐들었다.
휙-
쇠파이프가 범송의 머리를 후려쳤다.
범송은 허리를 굽혀 피하면서 그 놈의 품에 머리를 틀어박고 팔을 사타구니에 넣어  건뜩 들어메쳤다. 다른 놈이 범송의 잔등을 쇠파이프로 탕 내리쳤다.
“억!”
범송은 허리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다른 구입원이 그 놈을 책상으로 내리깠다. 그 놈은 쇠파이프를 쥔 채 푹 꼬끄라졌다.
보위과에 숨은 안수련 총경리가 떨리는 손으로 공안국에 전화를 쳤다.
보위간사들이 우르르 뛰여왔다.
“꼼짝 말엇!”
“까딱하면 쏜다!”
조과장은 간사들과 합세하며 우쭐해 고함쳤다.
괴한들은 총구 앞에서도 승호를 쇠파이프로 후려겼다. 승호는 몸을 날려 피하며 한 놈을 차넘겼다. 그러나 얼마 지탱하지 못하고 무리 승냥이같은 깡패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콩크리트바닥에 쓰러졌다.
백화청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판매원들은 질겁해 비명을 지르며 매대  밑에 납짝 엎드렸다.
땅!
조과장은 승호한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괴한의 다리를 쐈다. 그 놈은  쇠파이프를 떨구고 썩박나무 넘아가듯이 쓰러졌다.
뒤이어 순라대대 경찰들과 엄충렬을 비롯한 보위간사들도 뛰여왔다.
땅!
엄충렬이 허공에 총을 쏘았다.
깡패들은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
엄충렬이 도망치는 코수염쟁이를 안 걸이를  걸어 쓰러뜨렸다.
“개새끼!”
코수염쟁이는 벌떡 일어나며 쇠파이프를 주어들어 충렬의 머리를 내리쳤다. 엄충렬이 옆으로 홱 피했다. 그러나 어깨를 쇠파이프에 빗맞고 쓰러졌다.
코수염쟁이 재차 내리치려고 하는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승호가 씽 날아오가면서 발길을 날렸다.
“어이쿠!”
코수염쟁이가 목을 붙들며 쓰러졌다.
쟁그랑!
쇠파이프가 저만치 뿌리여나가 콩크리트바닥에 떨어졌다.
엄충렬이 뛰여와 코수염쟁이 손목에 쇠고랑이를 채웠다.
승호는 반주검이 됐다. 다리뼈와 왼팔뼈가 부러졌고 두개골절도 당했다. 사 후에  여겨보니 조과장도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터졌던 것이다. 결국 조과장과 승호는 병원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됐다.
며칠 후 덜 상한 조과장이 먼저 출원하게 되였다.
승호는 침대에 누운 채 조과장 손을 잡고 발라맞췄다.
“형님, 형님의 은공은 평생 잊지 않겠소. 이제 출원하게 되면 한잔 마시기요.”
조과장은 승호의 손을 꽉 잡았다.
“형제끼리 무슨 말? 이제 돈이 생기면 술이나 한잔 마시자. 손에 쥔게 없으니 사는 멋도 없구나.”
승호도 맞장구를 치면서 속뽑이를 해보았다.
“돈이 있어야 주색을 밝히지.”
조흥수는 불평을 토로했다.
“보위과에 무슨 돈이 있니? 목숨 걸고 싸워도 돈은 생기지 않아. 못된 안경리 어디 돈을 주니?”
그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나가버렸다.
승호는 간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조과장, 당신은 꼭 무슨 일을 칠 사람이요. 돈이 없으면 선희, 해연이, 숱한 아가씨들이 계속 줄줄 묻어다니겠소? 춘란을 협박해 돈을 얻어쓰더니 이젠 어쩔 셈인가? 흥!)
승호는 완전히 양가죽을 쓴 음흉한 승냥이 몰골을 드러내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 후 백화청사에서 온 시내 뒤흔든 살인 강탈 참사가 발생했다.
춘란이 퇴근시간에 백화청사 지하주차장에서 둔기에 맞아 쓰러졌고 현금 5만원을  강탈당했다. 보위간사 엄충렬도 출납원 춘란을 호위하던 중 둔기에 맞아 피못 속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날 춘란과 엄충렬은 종업원들의 로임을 내주고 나머지 돈을 은행에 가져다 저금하려다가 참살당했다.
보위과 간사들이 저녁에 순라하다가 지하주차장에서 머리가 피투성이 된 채 쓰러진 김춘란과 엄충렬을 발견하고 병원에 긴급 호송했다. 엄충렬은 이미 심장박동을 멈췄기에 사체실에 옮겨졌다.
춘란은 구급을 거쳐 산소관을 코구멍에 꽂고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안수련 총경리는 즉시 조흥수 과장을 사무실에 불렀다.
“보위과에서 뭘 했소? 우리 백화청사에서 이런 참사가 다 생기다니? 원, 며칠 전엔 승호를 죽이겠다고 깡패들이 뛰여들더니 이번엔 살인강탈을 해?”
조과장은 뒤더수기를 썩썩 긁으면서 안총경리 눈치를 흘끔 살폈다.
안총경리는 사무상을 꽝 치면서 일어났다.
“뭘 했는가? 우리 백화청사가 범행현장이 돼버렸단 말이요.”
“예, 다 제 잘못입니다. 조사해봅시다.”
조흥수 과장은 목구멍으로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안돼! 즉시 수사대대에 신고해야겠소.”
“우리 보위과에서 먼저 내부수사를 한 후에 보고해도 늦지 않습…”
“싹 걷어치우오. 전번에 절도사건을 내부수사해서 어떻게 됐소?”
안총경리는 황급히 전화 다이얄을 돌렸다.
“수사대댄가요? 예? 강과장, 우리 백화상점에 살인강탈사건이 생겼습니다. 예? 이미 알고 계신다고요? 수사하러 이미 왔다고요.”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안총경리가 머리를 들어보니 강운룡 과장이 수사대원들을 데리고 들어섰다.
강과장은 안총경리와 조과장에게서 사건 정황을 먼저 료해했다.
(춘란이 살아나면 이 사건을 해명하기 퍽 쉬워질 거야.)
강과장은 수사대원 2명을 병원 구급실에 보내 춘란의 신변을 보호하게 했다.
“함께 갑시다.”
조과장이 수사대원들과 함께 가려고 했다.
“아니요.”
강운룡 과장은 조과장을 보고 “나와 함께 사건 현장에 가보기요.” 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떠났다.
조흥수 과장은 하는 수 없이 강과장과 수사대원 둘을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강과장과 수사대원들은 사건현장을 세심히 수색했다.
강과장은 어두커니 서 있는 조홍스 과장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강도가 쓴 흉기는?”
“춘란과 충렬은 모두 둔기에 맞은 것 같습니다.”
강과장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무슨 둔기?”
“글쎄. 쇠파이프 같습니다.”
“흉기를 발견했소?”
“아니, 아닙니다. 추측입니다.”
사건현장은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썩 구석진 곳에 들어가 있었다. 지하주차장에는  차 몇대 없었다. 백화상점 입구는 전문관리일군이 당직실에서 지키고 있었다.
강과장은 입구 당직실에 가서 관리일군에게 “그날 여기로 수상한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관리일군은 “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분명 자리를 비운게지.”
조과장의 말에 중년관리일군은 두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니. 난 자리를 딱 지켰습니다. 사건신고도 내 제일 먼저 보위과에 했습니다.”
조과장은 벌컥 화를 냈다.
“그럼 강도가 지하주차장으로 날아들어왔겠는가!”
관리일군은 입을 짝 벌리고 더 할 말이 없었다.
한참 후 관리일군은 “그날 위생실로 간 적은 있습니다.” 하고 덧붙였다.
“주차장 안에 위생실이 없소?”
“없습니다. 백화청사 2층에 위생실이 있습니다. 위생실에서 내려와 보니까. 춘란과 충렬이 피못 속에 쓰러졌습디다.”
“그날 드나든 차량번호를 등록한게 있습니까?”
“예, 날마다 적어둡니다.”
강과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수사대원은 등록명세장을 받아 서류가방에 넣었다. 그는 춘란과 충렬이 맞아 쓰러진 피흔적이 즐벅하게 남은 자리에 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과장은 뒤따라가면서 상을 찌프리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가로 흔들었다.
“관리일군을 바꿔야겠습니다. 림시공이 돼 그런지 제대로 지키지 못한단 말입니다.”
“보위과에선 뭘 하고 림시공을 다 썼소?”
강과장의 책망에 조흥수 과장은 뒤더수기를 썩썩 긁었다.
“다 제가 소홀한 탓입니다.”
“련속 형사사건이 생길 때까지 보위과에서 뭘 했소?”
“다 제가 경비를 소홀히 한 탓입니다.”
강과장은 조흥수 과장이 오늘처럼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이전에 공안국에서 내부보위회의를 할 때면 조흥수 과장은 파출소 소장이나 했다는 밑천을 믿고 강운룡 과장의 앞에서 책상에 걸터앉아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항상 아는 척하며 앞찔러 이렇쿵저렇쿵 떠들어대군 했다.
“주차장에 다른 입구는 없소?”
조흥수 과장은 인차 “있습니다.” 하고 일어서면서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주차장 좁은 복도로 들어가 백화청사 안으로 통한 승강기가 있었다.
강과장은 수사대원들을 보고 사건현장을 계속 수사해 촬영하게 하고 조과장을 데리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보았다.
강과장은 강도가 이 승강기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돈을 강탈한 강도가 숱한 사람들이 보는 백화청사안으로 해 도망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는 조과장과 함께 지하주차장 관리원한테로 돌아갔다.
“위생실에 갔을 때 사건이 발생했소?”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강과장은 관리원을 쏘아보면서 한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혹시 강도가 달아나는 걸 보지 못했소?”
“아,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제가 위생실에서 금방 당직실에 돌아왔을 때 웬 놈이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습니다.”
“얼굴이 기억나오?”
관리원은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마스크를 껴서 잘 모르겠습니다.”
조과장이 옆에서 관리원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얼굴 특징은 기억나오?”
“좀 퉁퉁합디다…”
관리원은 조과장을 힐끔 쳐다보더니 뜻밖의 소리를 했다.
“조과장처럼 낯이 퉁퉁합디다.”
“이 자식, 지금 무슨 소릴 해?”
조과장은 주먹을 쳐들었다가 강과장을 힐끔 쳐다보더니 내리웠다.
“어째? 난 책임을 다했습니다. 조과장은 어째 신고전화도 받지 않았습니까?”
주차장 관리원은 어떻게 하나 자긴 책임을 회피하려고 조과장을 똥구덩이에 업고 뛰여들었다.
조과장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길로 그를 쏘아보았다.
강운룡 과장은 즉시 사건수사정황을 천룡해 국장과 김성광 부국장에게 회보했다.
공안국에서는 전 시 공안계통에 시내에서 강탈당한 백화청사의 승용차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외연을 확대해 타현시 공안국에 살인강탈사건을 통보해 날강도나포를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참 후 해남파출소로부터 강도가 몰고 달아난 승용차가 해남가에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강과장은 급히 수사대원들의 수사정황을 회보받으러 수사대대로 돌아갔다.
조흥수 과장은 인차 병원으로 가보려고 보위과 문을 나섰다.
춘란의 신변안전이 걱정됐을가?
“어디로 가?”
“어!”
조과장은 흠칠 놀라 몸을 홱 돌리며 허리에 찬 권총에 손이 갔다.
“자식, 고함질은?”
조과장은 승호를 보자 허리에서 손을 떼며 굳어졌던 얼굴 근육을 느슨히 풀었다.
“춘란이 보러 가오.”
“함께 가자.”
조과장과 승호는 동상이몽을 꾸면서 지하주차장에 가서 보위과 찌프에 앉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승호는 생화를 사고 조과장은 과일을 사들고 구급실에 들어섰다. 수사대원 창남과 룡철이 구급실을 지키다가 조과장을 알아보고 문께에서 물러섰다.
승호와 조과장이 병실에 들어서보니 춘란은코에 산소관을 꽂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침대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야, 춘란이, 어쩌다 이렇게 됐소? 일어나오, 춘란이.”
조과장은 과일꾸럭을 침대 옆의 상자 위에 놓고 춘란한테 다가갔다.
“이러지 마세요. 환자 안정에 불리해요.”
의사와 간호사가 말리자 조과장은 머리를 돌렸다.
“의사, 춘란이 내 말을 알아듣습니까?”
“오래지 않습니다. 생명위험은 벗어난 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조과장은 저으기 놀랐다.
 옆에서 여겨보던 승호는 미소를 지었다.
“춘란이 살아나면 날강도는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그래, 그렇구말고. 잘 됐어.”
조흥수 과장은 춘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승호는 춘란의 머리맡에 생화묶음을 놓아주었다.
“춘란이, 강도놈은 꼭 나포될 거요.”
조흥수 과장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구급실을 나섰다.
바깥에서는 눈보라가 기승스레 윙윙 휘몰아쳤다.
보이지 않는 법망이 날강도를 향해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39. 천라지망
승호와 범송은 조과장의 동태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조과장은 찌프를 몰고 머리를 수깃한 채 백화청사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승호, ‘개’ 왔다.”
“알았다.”
승호는 범송의 기별을 듣고 복도에 나가 담배를 붙여 물고 조과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승강기 어귀에 나타난 조흥수 과장은 승호와 눈인사나 하네마네 하고는 곧추 총경리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수련 총경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사건수사는 진전이 있소?” 하고 물었다. 
조과장은 대답 대신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뭐요?”
안총경리는 질겁해 바들바들 떨었다.
불길한 징조를 느낀 승호는 사무실 문을 쾅 차고 들어갔다.
조과장은 승호를 흘끔 곁눈질하더니 권총을 안수련 총경리 사무상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안총경리, 미안합니다. 제가 보위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이번 사건이 생겼습니다. 보위과 과장 사직하겠습니다.”
승호는 속으로 잘코사니를 불렀다.
(자식, 진작 권총을 내놔야지.)
안수련은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마음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진정했다.
“안되오. 비상사탠데. 사직이라니? 범죄자부터 붙잡은 다음 보기요.”
조흥수는 낯이 수수떡처럼 지지벌개났다.
“안총경리와 직원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백화청사에서 나가겠습니다.”
“조과장이 없어면 보위과는 어쩌오?”
조흥수는 승호를 돌아보더니 희죽이 웃었다.
“리과장이 있잖습니까. 리과장은 기동령활하고 무예가 출중하기에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리과장 소원도 꺼주고 일거량득이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승호는 손사래를 쳤다.
“안됩니다. 전 구입과  과장이 좋습니다.”
그는 조흥수가 진작 자기 속심을 꿰뚫어보았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다.
안총경리는 권총을 받아 서랍에 넣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천천히 고려해보기오.”
“그간 못난 놈을 써주어서 감사합니다.”
조흥수는 허리를 꿉썩 굽혀 인사했다.
안수련은 조흥수를 쏘아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군요.”
조흥수는 안총경리에게 재차 허리굽혀 인사하더니 승호를 돌아보았다.
“동생, 안총경리를 잘 보좌하게나. 부탁이네.”
“아니, 형님, 정말 안하겠단 말이요?”
승호는 속으로는 기뻐 어쩔줄 모르면서도 겉으로는 아쉬운듯이 지껄였다.
조흥수가 가버린 후 승호는 어깨가 으쓱해 재차 안총경리 사무실에 들어갔다.
“안총경리, 이 비상사태에 보위과장이 없어서야 됩니까? 저한테 맡겨주십시요. 전  백화청사에서 다신 이같은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능력이 있습니다.”
안총경리는 권세욕에 열이 후끈 달아오른 승호를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위과장 인선은 따로 있소. 리과장은 구입과장을 해도 과한줄 아오.”
“예?”
순간 승호는 쏘파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어이없다는듯이 안총경리를 쳐다보았다.
“아니,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야옹 하지 마오. 내 눈과 귀를 속일 것 같소?”
“무슨 말씀인지요?”
승호는 속이 섬찍해났다.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오. 뭐나 본인이 더 잘 알게 아니요?”
승호는 정수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면서 총경리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는 구입과로 돌아와 쏘파에 푹 물앉았다.
“무슨 일이 있니?”
범송이 다가와 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아니.”
승호는 머리를 부둥켜안고 울상을 지었다.
이튿날 안총경리는 중층책임자회의를 열고 과단성있게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승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총경리 사무실로 올라갔다.
안수련 총경리는 안경을 춰올리고 건가래를 떼더니 인사결정을 공포했다.
“최범송을 보위과 과장으로 임명합니다.”
뜻밖의 선포에 모두들 범송한테 눈길이 쏠렸다.
범송은 희죽거리며 승호를 힐끔 곁눈질했다.
“리승호의 구입과장직을 면직합니다.”
승호는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고 안총경리를 쳐다보았다.
안수련 총경리는 뜻밖에도 “리승호를 백화상점 공회 주석으로 임명합니다.” 하고 공포했다.
승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는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속이 알알해났다.
(고양이 쥐 생각해? 별로 승급시킨 것처럼 연극 놀아? 먹을 알이 없는 공회 주석을 시켜? 벼슬로 처남과 매부 지간을 리간놓는 판이군. 흥!)
승호는 극력 그런 내색을 내지 않으려고 빙그레 웃으면서 박수까지 쨕쨕 쳤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승호는 속이 알알해났다.
(아, 진작 이럴줄 알았더라면 성호 말처럼 백화청사를 떠날 걸.)
범송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승호한테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
“축하해, 리주석.”
“자식, 놀리니?”
“아니야, 공회 주석은 백화상점의 지도자급이야. 허허허. 축하해줄만하지 않니? 공회주석도 주석인 거야. 똥꼬치도 똥이야. 리주석 안그래? 허허허.”
승호는 범송의 가슴을 툭 쳐놓으면서 “보위과장으로 된 걸 축하해. 매부!” 하고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범송은 승호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 치면서 “처남, 의심병부터 고쳐라”. 하고 입을 쭝긋해보였다.
범송은 공안국에 갔다가 허리에 권총을 지르고 나타나 으시댔다.
“어때? 최범송 보위과장!”
“매부가 보위과장으로 되니 마음이 든든하구나.”
승호는 “멀건 물에 거시같이 싱거운 자식, 꼴 보기도 싫어.”하고 욕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사흘만에 안수련 총경리는 또 놀라운 인사결정을 공포했다. 글쎄 범송이 구입과  과장을 겸해 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짜 범송과 승호에겐 희비가 엇갈린 인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한편 백화청사 대참극에 대한 수사속도는 급물살을 탔다. 형사수사대대에서는 공개수배를 시작했다. 그들은 텔레비죤을 통해 전체 시민들에게 날강도의 모의초상을 공개했다.
당날에 한 운전수가 공안국 형사정찰대대에 편지로 다음과 같은 정황을 적발했다.
 
마스크를 끼고 퉁퉁하게 생긴 한 중년사내가 해남가 뻐스정류소 부근에서 찌프에서 내려 자기 택시에 앉아 북으로 달려 1중 부근에서 내렸다. 그는 피 묻은  토색가방을 꼭 끌어안고 차창 밖을 살폈다.
강운룡 과장은 수사분석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분석했다.
“범죄자는 반정탐능력이 있는 놈입니다. 백화청사 지하주차장에서 살인강탈한 후 백화상점의 찌프를 몰고 남쪽으로 도망쳤습니다. 다음 택시를 갈아타고 방향을 바꿔 북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이건 우리 수사방향을 전의시키려는 겁니다. 보통 범죄자는 사건을 저지른 후 자기 집 쪽으로 도망칩니다. 그러나 이 놈은 완전히 다른 행각을 벌렸습니다.”
천룡해 국장과 김성광 부국장은 이번 사건의 흉수는 일정한 반정탐능력을 가진 자라고 일치하게 인정하고 수사범위를 더 넓히기로 했다. 흉수는 확실히 백화청사 내부 지리정황과 로임을 발급하는 날자와 시간, 은행으로 저금하러 가는 경로까지 손금 보듯 하는 놈이였다. 그리하여 수사 초점은 다시 백화청사 내부로 집중됐다.
이때 승호가 백화청사에 진주한 수사지휘부에 찾아왔다.
“무슨 일이요?”
강과장이 묻자 승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모의초상을 보면서 범죄혐의자는 우리 백화청사 보위과 과장 조흥수가 아닌가고 의심했습니다.”
“조흥수?!”
“예, 바로 조흥수라고 봅니다.”
승호는 범죄혐의자 모의초상을 들고 보다가 천천히 책상에 내려놓더니 신문으로 마스크를 가리었다.
“보십시오, 이 안경 건 쌍까풀눈이나 퉁퉁한 얼굴. 얼마나 조과장과 비슷합니까?”
강과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토끼도 굴어귀 풀을 먹지 않는다는데 간대로 조과장이 이럴수 있겠는가?”
승호는 자기 견해를 고집했다.
 “요즘 조과장의 행각이 퍽 의심스럽습니다.”
“뭐가?”
승호는 소파에 앉아 그간 관찰한대로 조흥수의 정황을 말했다.
“우리 백화청사에 절도사건이 생겼댔습니다. 그때 조과장은 근본 공안부문에 신고하지도 않고 사건을 수사하는 척하면서 덮어두려고 했습니다. 조과장은 진짜 수상합니다. 그는 돈을 절도맞힌 출납원을 쩍하면 위협하면서 돈을 빨아냈습니다. 그번 절도사건의 장물을 조과장이 재차 절도하지 않았는가도 의심됩니다.”
“무슨 증거라도 있소?”
강운룡 과장은 승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승호는 아주 랭정하게 분석해나갔다.
“저의 추측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당날에 춘란은 절도한 나머지 돈 8500원을 세집 부엌의 석탄무지에 치워뒀답니다. 그런데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절도맞혔습니다. 이건 춘란의 집에 돈이 있다는 걸 아는 자의 절도행위라고 봅니다. 때문에 조과장과 련관되지 않는가 의심됩니다.”
강과장은 주먹코를 손으로 씃으면서 승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주 중요한 정보요.”
승호는 허리를 펴면서 확신성있게 말했다.
“그는 주색에 돈을 흔자만자 썼습니다. 항상 아가씨들을 불러다 술을 마시고 놀고 팁까지 몇장씩 줬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2차, 3차로 노래방에 가고 안마를 하고 오입을 밥먹듯 했습니다. 그 숱한 돈이 어데서 생겼습니까?”
강과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뜨거운 물을 후후 불어 마시더니 탁자에 컵을 놓으면서 물었다.
“조과장 안해가 음식점을 차리지 않았소?”
“에이, 조과장네 음식점은 불경기여서 안해가 항상 조과장이 손님을 데리고 가서 공짜로 먹는다고 말다툼했습니다. 평소에 우리랑 데리고 자기 집 음식점에 얼씬하지도 못하고 다른 음식점에 갔습니다.”
강과장은 승호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주 세심히 관찰했구만.”
강과장의 치하에 승호는 어깨 으쓱해났다. 그때라고 슬쩍 속내를 비춰보였다.
“전 원래 수사사업에 흥취가 있습니다. 경찰이 되지 못해도 백화청사 보위과에서라도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과장이 돈을 물쓰듯하자 수상해 백화청사의 사건과 련계시켜 의식적으로 관찰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조과장이 한 짓이라고 봅니다. 보십시오. 사건수사가 좁혀지자 보위과장을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도적이 제 발등이 저린 거죠.”
“오~ 조과장에겐 형제가 있소?”
“예, 남동생과 녀동생이 있습니다. 조과장이 몽땅 시내에 끌어들였습니다.”
강과장은 승호의 얼굴 뒤에 리철갑 과장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런데 애비를 닮지 않은 승호는 사건해명에 아주 관건적인 단서를 척척 제공하지 않겠는가.
승호는 아주 기동령활하면서도 섬찍하게 놀았다. 그는 평소에 조흥수와 의형제까지 맺고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면서 아가씨들을 데리고 질탕하게 놀았다. 그런데 지금 형제의 가면구를 훌렁 벗어버리고 조흥수의 뒤통수를 치고 있지 않는가.
강운룡 과장은 승호의 량면성격을 모르고 능력과 재간이 아까와했다. 만약 온 시내가 들썽하게 바람을 피우면서 숱한 처녀들의 정조를 짓밟지만 않았어도 승호를 써주고 싶었다.
강과장은 승호를 보내놓고서도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조과장이 감히 굴어귀 풀을 먹어? 조과장은 숱한 직원들이 보는데 감히 백화청사에서 강도질해? 시간적여유가 있었는가? 이건 진짜 목숨을 내 건 모험이야.  조과장이 그렇게 무모한 자인가?”
그는 사무실에서 뒤짐을 짚고 왔다갔다 거닐다가 사무상에 놓인 강도의 흉기에 눈이 갔다.
그는 피묻은 쇠파이프를 들고 흔들어보면서 눈섭을 코마루로 쭝긋 모았다.
“쇠파이프로 보위간사 충렬을 단매에 때려죽였단 말인가? 그런데 춘란은 때려죽이지 못했다? 두 피해자에게 가해진 힘이 다르지 않는가? 아녀자 두개골을 강타해 죽이지 못하는 힘이라.”
강과장은 오랜 경험으로부터 점차 이번 사건은 혼자 벌린 사건이 아니라 공범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
“지하주차장 관리원은 그날 백화청사 지하주차장에 세워놓은 조흥수 과장의 찌프를 몰고 달아난 놈은 조과장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지 않는가? 혹시 조흥수 과장의 동생이 한 짓이 아닐가?”
“창남이!”
“예!”
창남이 옆방에서 들어왔다.
“당장 조흥수와 그의 동생을 련행하오. 한시 급하오!”
“예.”
강과장은 제일 큰 혐의자가 조과장 형제라고 점찍었다.
한참 후 창남과 수길이 빈손으로 들어왔다.
“조흥수가 집에 없습디다. 조씨 처 말에 의하면 먼 곳에 려행을 간다면서 떠났다고 합디다.”
“오- 진짜 수상하군.”
강과장은 즉시 혐의자들 가운데서 조흥수를 중점혐의자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수길이, 가서 조흥수 안해를 데려오오.”
“예.”
한참 후에 조흥수의 안해가 머리를 수깃하고 백화청사 현지수사 사무실에 들어섰다.
강운룡 과장은 사무상에 비스듬히 앉아 카리스마 넘치는 눈길로 매섭게 조흥수의 안해를 한참 쏘아보았다. 조흥수 안해의 기를 꺾어놓으려고 심리전을 쓰고 있었다.
한참 후 그는 콩크리트에 쇠공을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어째 온 걸 알만 하오?”
“무슨 일인지요?”
“이제부터 묻는 말을 사실대로 대답하오.”
“예.”
강과장은 바위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조흥수 어데 갔소?”
조흥수 안해는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저 먼 곳에 려행을 떠난다고 말했을뿐인데요.”
강과장은 사무상에 팔굽을 대고 앞으로 몸을 숙이면서 물었다.
“어디로 간다고 했소?”
“말하지 않았어요.”
“조흥수는 이번 백화청사 특대살인강탈사건의 중점혐의자로 돼 수사받고 있소. 그의 죄를 덮어감추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죄를 덮어감춘 은닉죄로 사법기관의 엄벌을 면치 못하오.”
조흥수의 안해는 머리를 쳐들더니 왕청 같은 말을 했다.
“우린 이미 리혼했어요. 이젠 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요. 왜 저하고 이래요? 정말 피곤해요.”
“리혼? 아주 솜씨 빠르군.”
강과장은 사무상을 꽝 쳤다.
“리혼해도 조흥수 죄행을 은닉하면 은닉죄란 말이요!”
이윽고 창남이 천가방을 강과장의 사무상에 내놓았다.
“조흥수네 집에서 발견한 돈보따리입니다. 1만 5천원이 들어 있습니다.”
순간 조흥수의 안해는 힐끔 그 천가방을 곁눈질하더니 머리를 폭 숙였다.
“이건 어데서 난 돈이요?”
“음식점에서 번 돈인데요.”
“거짓말! 음식점이 밑져서 항상 조흥수와 옥신각신 말다툼하지 않았소?”
강과장은 조흥수 안해를 쏘아보면서 탄백을 유도했다.
“이제라도 로실히 탄백하면 조흥수와 공범이 되지 않을 수 있소.”
조흥수 안해의 정신방어선은 와그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참 궁리하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다 들릴 것만 같은 심문실에서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나직한 말소리만 들릴뿐이였다.
“사실 그는 고향으로 간다고 했어요. 가기 전에 저한테 저 돈을 주면서 ‘그간 안해로 고생했다.’고 말했어요.”
“리혼은 어떻게 된 일이요?”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대답했다.
“나그네 바깥에서 숱한 아가씨들과 뒹구는 걸 보고 제가 먼저 리혼하자고 했어요. 나그넨 질질 끌면서 안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날에 저보고 처자들이 편안하게 살게 하려고 리혼하겠다고 했어요. 흐흑흑.”
강과장은 수길과 창남을 돌아보면서 눈길을 맞추었다.
“더 교대할게 없소?”
“없어요. 아, 아니, 떠나갈 때 저를 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합디다.”
“가짜리혼이구만. 떠나는 날에도 한 집에서 잤겠지?”
그녀는 위엄이 넘치는 강과장의 눈길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강과장은 조흥수가 가능하게 도마뱀이 꼬리를 떼놓고 달아나는 교활한 수법을 썼을 수 있다면서 속으로 코웃음쳤다.
(흥! 진짜 가랑잎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격이군.)
“시동생이 있다던데. 요즘 집에 왔소?”
“오지도 않았는데요.”
강과장은 겁기 띤 그녀의 표정을 보아냈다.
“이번 살인강탈범은 총살을 면치 못하오. 제대로 말하오? 요즘 자주 왔소? 우리 수사대원들은 동무네 집을 24시간 감시했소. 동무가 로실한가 볼뿐이요.”
그녀는 왕왕 대성통곡쳤다.
“로실히 말할테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로실히 얘기하오.”
그녀는 줄줄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말했다.
“요즘 시동생이 자주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아마 백화청사 살인사건이 생긴 날일 거예요. 시동생이 피뜩 왔다가 어디로 나가면서 ‘형님, 인차 오오.’라고 했어요. 그날 저녁에 나그네가 저한테 전화를 쳐서 ‘일이 생겼소. 과장을 다 한거 같소. 어디로 멀리 려행을 가야겠소. 옷이랑 준비하오.’라고 하더군요. 밤중에야 돌아온 그는 장밤 잠을 자지 못하고 한숨만 쉬더군요.”
“시동생은 지금 집에 있소?”
“시동생을 데리고 고향으로 려행 간다고 했어요. 아마 로씨야로 넘어가 려행할 예산인 거 같던데요.”
강과장은 사태가 시급함을 느끼고 그녀를 집에 돌려보냈다.
“무슨 새로운 정황이 있으면 우리한테 알리오. 흥수한테서 전화나 편지가 와도 낱낱이 알려야 하오.”
“예, 살려만 주세요.”
그녀가 눈물을 닦으면서 나간 후 강과장은 수길과 천일을 보고 장령자와 수분하, 흑하 여러 중로통상구로 가서 조흥수 형제가 빠져나갔는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대원들은 분조를 나눠 모든 중로통상구로 떠나갔다.
강과장은 수사대대 사무실에 돌아와 버릇처럼 뒤짐을 지고 왔다갔다 거닐면서 번개같이 번쩍이는 사색을 굴렸다.
주춤 걸음을 멈춘 그는 저쪽에 진렬된 피 묻은 쇠파이프를 들고 휘둘러보면서 궁리했다.
“이런 쇠파이프를 어지간히 휘둘러 쳐도 즉살할 거야. 그런데 춘란을 친 쇠파이프는 힘이 약했어.”
그는 쇠파이프를 놓고 경찰대대의 법의를 불렀다.
법의가 들어오자 강과장은 미심한 점을 물었다.
“피해자의 두개골 상처 흔적이 같소?”
“아닙니다.”
법의는 서류철을 가져다 일일이 펼쳐보였다.
“이 사진을 보십시요. 엄충렬의 두개골 상흔인데 골절이 길게 났고 일부 두개골이 깨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춘란의 두개골에 난 상흔은 우묵하게 들어갔습니다. 상대적으로 길지 않습니다. 쇠파이프로 때린 흔적과 다릅니다.”
“혹시 권총박죽 흔적은 아닐가?”
강과장의 물음에 법의도 머리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힘도 충렬을 때린 것보다 약합니다. 상처도 덜합니다. 때문에  춘란은 죽지 않았습니다.”
강과장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자기 생각이 맞다고 판단하고 한 걸음 더 나가 물었다.
“사람이 뚱뚱해도 어떤 경우에 팔힘을 쓰지 못하오?”
법의는 한참 생각을 더듬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심장병환자면 힘이 없습니다. YB병원 심혈관내과 전문의사와 더 확인해봅시다.”
“좋소.”
강과장과 법의는 즉시 YB병원에 가서 심혈관내과 오랜 주임의사를 찾아가 백화청사에서 발생한 사건을 간단히 말하고나서 미심한 점을 자문했다.
“심장병환자는 팔힘이 약합니까?”
주임의사는 자못 신중하게 대답했다.
“예, 팔힘을 쓰지 못합니다. 더욱이 범죄행위를 할 때 긴장하면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장병이 도져 팔힘이 쑥 빠집니다.”
법의와 강운룡 과장은 눈길을 마주치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입원실에 가서 피해자 춘란을 찾았다. 춘란이 눈을 뜨는 날에는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수사대대 건의에 따라 공안국에서는 이번 특대살인강탈 사건 수사정황을 시당위와 시정부 해당 지도자들에게 회보했다.  허철군부 서기와 최웅봉 부시장은 병원에서 모든 의료전문가들을 다 동원해 춘란을 구해낼 것을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구급실에서 일주일이나 중태에 빠져 누워 던 춘란이 이날 눈을 둬번 뜨지 않겠는가.
강과장과 법의가 수사대원들이 지키는 구급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산소관을 코에 꽂은 춘란이 눈을 천천히 뜨더니 눈으로 여기 저기 둘러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춘란은 강과장을 보자 “아버지! 사람 살려라!” 하고 고함쳤다.
그녀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법의의 팔소매를 잡고 흔들면서 “아버지, 날 살려주십시요.”하고 떠들어댔다.
강운룡 과장과 법의는 실망에 찬 눈길을 마주치더니 병실을 나섰다.
강과장은 법의를 보고 “조흥수가 심장질환을 앓았는가 알아보기요.”하고 찌프에 몸을 실었다.
찌프는 새하얀 눈가루를 흩날리면서 질풍같이 백화청사로 달려갔다.
이윽고 그들은 백화청사 지하주차장 안으로 찌프를 몰고 들어가 세웠다.
그때 주차장 관리원이 부들부들 떨면서 다가와 경찰들인 걸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후 내쉬면서 당직실로 되돌아갔다.
강과장은 사건현장을 둘러보더니 승강기를 타고 백화청사 안으로 올라갔다. 승강기는 최고층 16층에 가 멈춰섰다.
총경리 사무실 간판이 보였다.
안수련 총경리는 강과장과 법의를 보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강과장이 찾아온 연유를 말했다. 안수련 총경리는 안경을 벗어 안경알을 닦아 바로  걸더니 입을 천천히 열었다.
“조흥수는 고혈압에 심장병이 있습니다. 항상 술을 처먹고 낯이 수수떡처럼 뻘개  다녔지요. 해마다 몇번이고 청가를 맡고 입원치료까지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강과장은 버릇처럼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조흥수가 범죄자인가요?”
안총경리의 물음에 강과장은 수사비밀이 샐가봐 즉답을 피했다.
“백화청사를 활딱 번지면서 수사해 미안합니다. 지금까지 협조해줘서 감사합니다.”
강과장과 법의가 총경리실 문을 열고 나가자 안총경리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한탄했다.
“내 눈이 멀었지. 쥐새끼한테 창고 자물쇠를 맡겼구나.”
강과장은 백화상점에서 현지수사소조를 철수했지만 여지를 두어야 했다. 춘란은 최악의 사선은 넘어섰지만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형편에 처해있지 않는가. 그녀를 믿고 어찌 흉악하고 교활한 흉수를 잡아내단 말인가. 모든 건 그래도 수사대원들의 수사력과 지혜에 의거해야 했다.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였다.
수분하와 장령자에 갔던 수사대원들이 륙속 돌아왔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조흥수 형제가 출국한 기록이 없었다. 또 흑룡강성에 있는 그의 고향에도 가보았지만 그들 형제 종적이 없었다.
“조흥수 수상하오. 안해한테 고의로 고향이나 로씨야로 간다고 속여놓았군. 우리 수사시선을 그쪽으로 돌려놓고 다른 곳으로 도망친 거 같소.”
허서기와 최시장은 공안국의 수사정황을 회보받은 후 조흥수 형제를 전국 범위내에서 지명수배를 하자는 공안국 제의에 동의했다.
당날로 성공안청을 거쳐 전국 각지 공안국에 특대살인강탈 범죄혐의자 조흥수 형제에 대한 지명수배령이 무선전으로 전파됐다.
전국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천라지망이 펼쳐졌다.
      그 그물에서 먹장구름이 먼저 슬며시 빠져나갔다. 무지개도 빠져나가고 나중에는 해도 빠져나가고 이제 달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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