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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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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13)
2018년 03월 20일 10시 14분  조회:159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24. 흉수와 피해자
       련 며칠 주먹이 날아들어도 보지 못할 정도로 안개가 자오록이 끼어 어데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늦가을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가?
       이날 따라 지꿎은 가을비가 구질구질 내리더니 가을바람에 락엽까지 우수수 져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성호는 병원 1층 급진외과 간판을 보자 은영의 병실에 가서 문안하고 싶은 충동이 불붙 듯했다. 허나 사건해명이 급선무기에 승호부터 찾아봐야 했다.
그는 급진외과에 가서 간호원에게 이모부가 떼준 수사대대 소개신을 가만히 꺼내 보이고 이것저것 물었다.
“승호라고 있습니까?”
“승호? 있어요.”
“증상은 어떤가요?”
간호원은 공안국 소개신을 본 뒤라 구애없이 말했다.
“귀두가 절단된데다가 칼에 가슴과 허벅지를 깊게 찔렸어요.”
“예?”
성호는 저으기 놀라 입을 쫙 벌렸다.
(승호, 이 놈 새끼?)
그는 억지로 진정하면서 차근차근 물어나갔다.
“그래 언제 입원했습니까?”
간호원은 서류철을 꺼내 보이었다.
“지난 10월 16일 저녁 9시 쯤이죠. 그날 저녁에 제가 당직이였는데요. 깜짝 놀랐어요. 가슴과 다리 사처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들어왔댔어요.”
그녀는 그날의 충격으로 목소리까지 가늘게 떨렸다.
성호는 안칸에 들어가 당직의사를 만나 계속 수사해나갔다. 남자의사이기에  간호원보다 묻기 편리했다.
“승호가 잘린 귀두를 가지고 왔습디까?”
의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가져왔습니다. 귀두가 한 2센치미턴 잘려 나갔습디다.”
“이제라도 가져오면 이을 수 있습니까?”
“혹시 귀두를 주었습니까?”
“줏긴 주었는데 승호 건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희죽이 웃었다.
성호는 너무나도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고 있어 무엇인가 짐작됐다.
그는 황급히 벌떡 일어났다.
“귀두를 가져올테니 이어보겠습니까?”
의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끊어진지 사흘이나 돼 다 썩었겠는데 어떻게 잇는다고 그럽니까?”
“일루의 희망만 있다면 노력해주십시오.”
“그럼 헛일 삼아 가지고 와보십시오.”
“제가 수사하는 건 비밀로 해주십시오.”
“그러지요.”
성호는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수사대대로 달려갔다.
그가 복도에 달려들어갈 때 때마침 강운룡을 만났다.
성호는 강운룡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 병원에서 알아본 정황을 쭉 이야기했다.
“이 사건은 분명 승호와 련관된 것 같구나.”
운룡은 랭장고에서 작은 랭동상자를 꺼내 책상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열었다. 귀두가 퍼렇게 변질되지 않았겠는가. 귀두에 콩알만한 검은 기미가 박혀 있었다.
(분명 승호 거구나. 자식, 목욕할 때면 항상 제게 크다고 밑천을 자랑하더니, 꼴 보기 좋구나. 쳇, 이제 어데 가서 바람 피워?)
성호는 랭동상자 덮개를 닫으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운룡은 랭동상자를 들고 성호와 함께 찌푸를 타고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황급히 급진외과에 곧추 들어가 의사를 만났다. 의사와 운룡은 은밀히 승호의 DNA와 귀두의 DNA가 일치한가 화험해보기로 했다.
성호는 문안하는 척하면서 승호의 병실에 들어갔다. 허연 병실에 홀로 들어누운  승호는 얼굴에 붕대를 딜딜 감은 채 쿨쿨 자고 있었다. 성호는 깨울세라 발뒤꿈치를  들고 발뼘발뼘 침대머리에 다가가 앉았다. 성호는 붕대 위로 헝클어진 승호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는 척하다가 머리카락 몇대를 쑥 뽑았다.
"앗!"
승호는 눈을 번쩍 뜨고 쳐다보았다.
"야, 뭐 하냐?"
승호는 상을 찡그리면서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급히 오다나니 아무 것도 들고 오지 못했어."
성호는 머리카락을 호주머니에 슬쩍 걷어 넣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간 나갔다가 올게."
"야, 빈손이면 뭐라니? 농민 아들이 무슨 돈이 있니?"
"야, 농민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라."
성호가 부랴부랴 복도에 나왔을 때 승호 어머니가 저쪽에서 스레기통을 들고 마주 오는 것이 보였다.
성호는 급히 의사사무실로 들어갔다.
운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됐니?"
"가져 왔습니다."
"잘 됐어."
의사는 성호가 내민 비닐주머니를 받아가지고 화험실로 갔다.
화험 결과는 인차 나왔다.
놀랍게도 승호의 DNA와 귀두의 DNA가 일치했다. 은영의 질에서 검출된 정액중에 승호의 DNA와 일치한 정액도 들어있었다. 성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승호의 귀두는 아쉽게도 변질해 잇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성호는 종신병신으로 된 승호가 측은했다.
운룡은 성호의 도움으로 사건해명에 실마리를 쥐게 돼 기뻤다.
(은영이 제 아무리 입에 빗장을 지른들 쓸데 있어? 이 사건을 해명하려면 은영, 승호와 관계되는 자들을 수사해야 해. 특히 라이벌이거나 척진 자들을 수사해내야 한다.)
그는 자리를 뜨기 전에 성호에게 부탁했다.
“수사대원들보다 네가 알아내기 더 편리할 거 같구나. 사건해명을 좀 협조해달라. 이 일은 아무도 몰래 은밀하게 조사해라."
"예."
"먼저 승호를 문안하면서 사건경과를 슬슬 알아봐라.”
"예, 알겠습니다."
성호는 이모부와 총총히 갈라진 후 상점에 가면서 흉수와 피해자를 가린 베일을 어디로부터 벗길가 궁리했다.
(이모부 말대로 은영의 애정 라이벌이거나 승호와 척진 자들이 흉수일 가능성이 아주 높지 않는가. 물론 우연히 은영과 승호가 련애하는 걸 발견한 강도들이 덮쳐들어 승호를 쳐눕히고 은영을 륜간했을 수도 있지. 그러나 우연성보다 필연성이 더 가깝다. 놀라운 건 은영의 질에서 검출된 정액 속에 승호의 DNA와 일치한 정액도 들어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날 분명 승호는 은영을 데리고 소나무숲에 가서 그 짓을 벌렸어. 혹시 그들이 한창 그 일을 벌릴 때 강도들이 덮쳐 들었을 수도 있어. 은영은 창피해 말하지 않아도 승호는 혹시 말할 수도  있지 않을가.)
성호는 승호를 돌파구로 삼기로 했다.
그는 병원 동대문 맞은 편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갔다. 호주머니를 다 들춰 봐도 동전 몇푼 밖에 없었다. 련 며칠 이모네 집에 있으면서 술 한병 사들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는 호주머니를 톡톡 털어 바나나를 몇줄 사들고 돌아섰다.
그가 입원실 복도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놔라니까! 왜 이래요?"
"아니, 저게 은영이 아니야?!'
환자복을 입은 은영이 의사와 간호원들의 팔을 뿌리치며 야단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헝클어진 자기 머리카락을 마구 집어뜯으며 고함치면서 발광하고 있었다. 성호는 가슴을 칼로 에이는 듯했다.
"놔! 이걸 놔! 또 륜간하려고? 난 처녀 아니야? 난 이 세상 짐승 같은 사내들을 몽땅 증오한단 말이야! 난 시집 안가! 정조를 짓밟힌 등신을 누가 데려가겠어? 으흐흐흐, 흑, 흑흑, 난 자살할 거야! 이 세상이 싫단 말이야! 홍희처럼 죽어버릴 거야!”
은영은 의사와 간호원들한테 붙잡혀 병실에 들어가면서도 팔을 휘두르며 발광했다.
이전에 체육머리를 흩날리면서 푸르른 잔디밭을 누비던 생기발랄한 은영이 아니였다.
(어쩜 은영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 꼭 흉수를 나포해 은영의 원쑤를 갚아야 해.)
성호는 복수심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최웅봉 부시장은 은영의 병실에 들어가면서 울상을 지었다. 뒤따라 들어가며 손등으로 눈굽을 찍는 중년녀인은 아마 은영의 어머니 같아 보였다.
성호는 바나나꾸러미를 든 채 의사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의사한테서 조용히 사건이 발생한 그날 은영과 승호의 정황을 두루 알아보았다.
"수사대원들이 당날 밤에 조사했는데요.”
“재차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그러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그날 밤 110경찰들이 피범벅이 된 채 실 한오리 걸치지 못한 은영을 경찰차에 실어왔습디다."
"가만, 몇시쯤 실어왔습니까?"
의사는 잠간 기억을 더듬더니 "아마 밤9시 쯤일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승호는 언제 들어왔습니까?"
"그 환자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의사는 서류철을 뒤적이더니 "한 7시 반 쯤 들어왔습니다."라고 했다.
"음~"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개자식, 은영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어?)
"그때 은영이 정신을 차렸습디까?"
"아니, 까무러친 채 허망소릴 마구 칩디다."
"그날 정황을 좀 상세히 말해주십시오.'
"예."
의사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천천히 그 날 정황을 얘기했다.
"우리가 은영을 실은 담가를 밀고 구급실에 들어가자 110경찰은 인차 형사수사대대에 사건보고를 하더구만요. 때마침 형사수사대대 리과장이 승호 문안을 달려왔던 차에 인차 구급실에 들어왔지요. 그는 강간사건 같다고 하면서 수사대원들을 시켜 피해자 은영의 온몸 상처를 촬영하고 법의를 시켜 질안의 정액을 검출해 화험하게 했습니다."
"피해 정도는?"
의사는 터놓고 말했다.
"하신이 다 터져 하혈이 심했습니다. 우린 황급히 수혈하면서 봉합수술을 했지요. 야, 그날 불시에 O형 피가 모자라 혼났습니다. 구급하려고 간호원의 피까지 뽑아 수혈했습니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옆에서 간호원이 한마디 했다.
"DNA 검사를 통해 법의는 질 안에 네 사람의 정액이 들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의사가 보충했다.
"예, 몇번이고 자살한다고 창문으로 마구 뛰여내리려고 했습니다. 어찌나 날랜지 간호원들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 일 날 번했습니다."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예."
의사는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네놈한테 륜간당했으니까. 정신충격이 아주 큽니다. 한동안 심리를 안정시키면서 약물치료를 하면 한 반년 후면 완쾌될 것 같습니다."
성호는 의사를 엄숙히 보면서 다른 정황을 물었다.
"그날 저녁에 혹시 어덴가 상처를 입어 구급실에 온 사람들이 없습니까? 키 좀  큰 청년들이."
"아, 있습니다."
의사는 서류철을 들추더니 성호한테 보였다.
"보십시오. 그날 저녁에 꺽다리 청년 셋이 우리 구급실에 찾아와 처치를 받았습니다."
성호는 부지런히 필기장에 적다가 의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데 상처를 입었습디까?"
"한 청년은 허벅지 안쪽을 예리한 칼날에 찔렸습디다. 낯을 벤 청년도 있었습니다. 별로 수술칼날에 찍힌 것 같습디다."
"그렇지. 바로 그 놈들이야."
"예?"
의사는 놀랐다.
"그 자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까?"
"아니. 그날 처치를 받고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깊은 상처가 아니라서 지혈주사를 놓고 간단히 처치해 보냈습니다.”
성호는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그 자들의 성명이 없고 다만 최씨 성에 나이만 24세라는 것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꽝!
성호는 책상을 쳤다.
"왜 그 자의 성명을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그 날 최모라 하던데 우리가 소홀해서 그만…"
의사는 뒤덜미를 긁적거렸다.
성호는 의사를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미안합니다. 후에 그 자들이  다시 나타나면 보고하십시오."
"예."
"또 내가 수사하고 있는 걸 비밀로 해 주십시오."
그는 바나나 주머니를 들고 의사 사무실에서 나와 부랴부랴 승호네 병실에 들어갔다.
승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녀동생 선금까지 와 있었다. 선금은 알은 체하며 귀밑까지 홍조를 피우더니 복도로 훌 나가버렸다.
"에이고, 농민 아들이 무슨 돈이 있어 바나나까지 사들고 왔는가?"
리과장이 하는 말에 성호는 저으기 불쾌했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바나나를 승호의 머리맡 차탁에 올려놓았다.
승호는 성호를 보고 놀랐다. 얼굴에 반창고를 더덕더덕 붙힌 그는 상처가 아파 오만상을 찡그리면서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리과장이 승호한테 물었다.
"얘, 그날 널 칼로 찌른 새끼들이 어떻게 생긴 놈들이냐?"
승호는 성호를 흘끔 곁눈질 하더니 두덜거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후에 천천히 말합시다.”
그의 눈에서는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리철갑 과장은 이를 뻑뻑 갈았다.
“꼭 원쑤를 진 놈들한테 당한 것 같아.”
“아버지, 그만.”
승호는 아버지한테 불편한 눈짓을 보냈다.
그때라고 성호가 끼여들었다.
“혹시 허송파네 깡패무리 아니더냐?”
승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모를 놈들이였어. 송파보다 엄청 날래더라.”
성호는 한 발작 더 다가갔다.
“그래 어데서 당했니?”
“감옥으로 가는 뚝에서 당했어.”
"먼저 상처나 잘 치료해라."
“강과장이 찾아 왔댔지?”
아버지 묻는 말에 승호는 도리머리를 저으면서 눈을 흘겼다.
리철갑 과장은 불만을 토로했다.
“강과장은 말이 아니야. 이번 사건을 맡겼더니 아직도 안 왔어.”
“아까 왔다 갔습니다.”
벽화의 말을 듣고서야 리과장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이때 복도가 또 소란스러워났다.
승호는 "원 복잡해 어디 여기 있겠습니까? 당장 다른 병원으로 가야지." 하고 일어나 앉았다.
(분명 은영이 있어 불편하지.)
리과장이 볼멘 소리를 했다.
"어디로 간다고 그래? 어머니 일하는 병원이 좀 좋아 그래?”
“여긴 위험합니다. 그 새끼들이 언제 들이칠지 누가 압니까?”
“모르는 놈들이라면서. 어떻게 여기 있는 거 알고 찾아온다고 그러니?”
“아버지, 병원을 옮깁시다.”
리철갑 과장은 고집을 썼다.
“옮길 필요 없어. 수사원 몇을 보내 밤낮 지키게 할게. 그 놈새끼들이 나타나면 당장에서 나포하겠어.”
승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버지, 날 미끼로 삼을 작정입니까? 자칫 무리승냥이들한테 죽을 수도 있잖습니까?”
리과장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야, 수사대원들이 보초를 서는데도 무서워?”
리과장은 당장 통화기를 꺼내 지시했다.
“나요. 이 병실에 그물을 쳐야 되겠소. 천일이, 수길이, 룡철이, 상길이 당장 여기 오오. 강도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일망타진하오.”
벽화가 어디론가 나갔다가 이윽해 들어왔다.
“저쪽 병실도 숱한 경찰들이 보초 서는 판이요. 뭐 최 시장네 딸이 륜간당해 입원했답니다. 며칠 전 밤에 반주검이 돼 온 걸 겨우 구급했습니다. 원, 그날 밤에 승호마저 구급실에 들어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흐흑흑, 흑흑.”
벽화는 벽 쪽으로 돌아서서 어깨를 들먹였다.
리철갑 과장은 대개 짐작이 가는데 있어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만 하오.”
그는 최시장네 딸의 병실도 지키라고 경찰들을 금방 포치해놓은 터였다.
“흉수를 빨리 나포해야겠는데 단서가 통 잡히지 않는단 말이야.”
승호는 황급히 손사래를 쳐댔다.
“아버지, 그만 수사하십시오.”
“왜? 그래 그저 당하고 만단 말이냐?”
“글쎄 그만 두십시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지 말고.”
“뭐라고?”
“웬 놈인지 모르는 판에 괜히 더 보복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씨.”
승호는 가령 흉수를 잡았다고 해도 자기가 귀두를 잘린 추문이 만천하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이 속에 걸렸다.
리철갑 과장은 승호의 속내는 모르고 당부했다.
“겁내지 말라. 원쑤를 꼭 갚아줄게.”
승호는 가타부타 묵묵부답하고 상을 찡그리면서 가까스로 침대에 앉았다.
이때 간호원이 처치하려고 밀차를 밀고 들어왔다.
“간호장도 있군요.”
그녀는 벽화를 보고 인사하면서 승호의 상처를 처치하려고 붕대랑 약을 꺼내면서 서둘렀다.
승호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가만, 손님이 있는데 좀 있다 처치하기요.”
(야,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우고 야옹 하지 말라. 흥!)
성호는 속으로 코방귀를 끼면서 복도에 나왔다.
복도에는 벌써 경찰 둘이 삼엄히 보초를 서고 있었다.   
성호는 병원 울안 나무숲에 가서 이모부가 주고 간 핸드폰을 꺼내 이모부한테 이제껏 알아낸 정황을 보고했다.
강운룡 부과장은 즉시 수사방향을 제시했다.
“그날 승호가 은영과 성관계를 맺은 건 기정사실이 아니고 뭐냐? 계속 승호를 사건해명에 협조하게 이끌어내라.”
“예, 알았습니다. 귀두가 잘린게 창피해서 승호가 쉽게 말할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나 알아내겠습니다.”
성호는 다 처치했으리라고 짐작하고 승호의 병실로 되돌아갔다.
병실에는 승호 모자간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간첩이냐? 뭐냐? 지금 경찰로 위장해 뭐 하려고 병원에 와서 쏠락거리는 거냐?”
뜻밖에 승호가 성호를 쏘아보면서 야단쳤다.
“오해하지 말라.”
성호의 말에 승호는 화를 벌컥 냈다.
“썩 나가지 못해?”
성호는 노기를 띤 승호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승호의 침대에 다가가 앉아 툭 까놓고 말했다.
“날 믿지 못하겠느냐? 난 하루속히 흉수를 붙잡아 원쑤를 갚아주려는 거뿐이야.”
승호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선금을 보고 손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나가라.”
“야, 친구를 믿어라.”
“엄마, 선금을 절대 이 새끼한테 주지 마오. 얼마나 음험한 놈이요?”
벽화는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복도로 나갔다.
승호는 성호를 쏘아보면서 “자꾸 남의 밑구멍을 파서 뭘 하려는 거야?” 하고 따지고 들었다.
성호는 뭔가 꿀꺽 삼키더니 하나하나 캐고들었다.
“사실대로 말해라. 그날 은영과 련애했지?”
승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야, 임마, 그날 저녁에 강뚝에서 강도들을 만났어.”
“관둬라. 법의 감정에 의하면 그날 은영의 몸에 네 정액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진짜 생사람을 잡는구나.”
승호는 능청을 부리면서 베일로 진상을 가리려고들었다. 그러나 개똥은 청보자기에 싸도 구린 내를 가릴 수 없었다.
사건진상을 가리려는 베일이 인차 홀락 벗겨졌다.
“아직도 시치미를 따겠니? 은영의 질에선 네 걸 말고도 세 놈의 정액이 검출됐어.”
승호는 되는대로 베일을 들어 가리려 했다.
“글쎄 은영이 세 강도에게 륜간당했을 순 있어. 허나 어쩜 날 련루시킨단 말이야?”
“더 시치미를 따지 말라. 과학수사는 못 속여. 분명 너와 은영이 학교 뒤산 수림에서 성관계를 발생할 때 세 강도들이 덮쳐든 거야. 수사대대를 협조해 흉수를 붙잡아 너와 은영의 원수를 갚자.”
승호는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성호는 승호의 정신방선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냈다.
“말해라! 그날 어떻게 된 일이냐?”
승호는 주먹으로 침대머리를 쾅 쳤다
“성호야, 원수를 갚아달라.”
성호는 승호의 두 손을 맞잡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승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난 감옥관리대대에서 밀려나서 울적한 기분에 은영을 찾아갔댔다.  은영은 추운 가을에 뒤산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내가 은영을 해쳤어. 걔를 데리고 가서 확실히 그랬어. 그런데 갑자기 세 강도들이 덮쳐들었어. 난 칼을 든 그 놈들과 맨 손으로 싸웠지. 헌데 한 놈이 은영을 제압하고 두 놈이 나한테 덮쳐들었어. 독불장군이라고 세 놈이나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가슴과 얼굴이 찔렸어. 그 새끼들은 날 바줄로 소나무에 꽁꽁 묶어놓고 은영을 구뎅이에 끌고 들어가 륜간했어. 내 앞에서 말이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어. 엉엉엉~ 엉-엉-”
승호는 억울해 어린애처럼 한바탕 울고나서 로실하게 말했다.
“그 놈들이 떠나간 후 난 손에 쥔 수술칼로 바줄을 끊었어. 그런데 은영은 구뎅이  안에서 피못 속에 까무러쳐 인사불성이 됐더라. 벌거벗은 하신에선 하혈이 심해 생명이 위험했어. 헌데 난 은영을 업고 병원에 갈 순 없더구나. 그래서 아버지한테 알렸지.”
“야, 어찌 쓰러진 은영을 버리고 제 살겠다고 혼자 병원에 갈 수 있니?”
“아니야. 경찰들한테 사건현장을 똑똑히 알려주고 병원에 갔어. 병원에 가서 얼마 안돼 은영도 들어왔다는 걸 엄마한테서 들어서 알게 됐어.”
성호는 관건적인 것을 물었다.
“너 귀두는 어떻게 된 거야?”
“창피해. 제발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 걸 알면 어느 처녀 시집오겠느냐?"
"응, 약속하마. 건데 묻는 말에 대답해라.“
“귀두는 그 놈들한테 잘렸어.”
승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숙이면서 악이 나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진짜 원한이 있는 놈들이야. 우연하게 지나가던 강도들이 한 짓 같잖아.”
성호는 전문 수사대원처럼 제법 그럴듯하게 추리해나갔다.
“근년에 너와 척진 자가 없니?”
“없어.”
“그럼 넌 누가 한짓이라고 보니?”
“타성에 있는 홍희 남동생이 한 짓일가?”
“홍희 남동생을 본 적이 있니?”
“응, 헌데 홍희 동생이 아닌 거 같기도 해. 홍희 동생은 키가 작았어. 그 놈들은 다 꺽다리들이야. 혹시 경옥이 누굴 시킨 건 아닐까?”
“송파 형제는 아니라면서?”
“깡패들을 시켰을 수도 있지.”
“음~”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한참 궁리하던 승호는 성호를 쳐다보았다.
“혹시 은영이 복수하려고 시킨 짓이 아닐가?”
“야, 임마! 은영이 시킨 자들이 륜간했겠어? 괜히 생사람을 잡지 말라. 은영이 얼마나 불쌍한 피해자라고 걔를 의심해?”
이때 사복한 경찰들이 넷이나 병실에 들어섰다.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붕대를 감은 승호의 손을 잡고 당부했다.
“잘 치료해라.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라.”
승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병원에서 나온 성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질구질 쏟아지는 가을비와 우수수 져서 날려다니는 락엽에 땅바닥의 어지러운  발자국들이 메워지고 있었다.
“아, 흉수는 어떤 놈일가?”
 
 
 
 
 
 
 
 
 
 
 
                      25. 백일하에 드러난 륜간범들
       강운룡은 성호가 수사한 정황을 다 듣고나서 사무상 우에 혐의자도표를 쭉 펴놓았다.
운룡은 도표를 가리키면서 상세히 설명했다.
“혐의자들을 종합해보면 크게 2개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개 부류는 은영, 승호와 척진 사람들일 수 있다. 여기에는 승호와 련인관계거나 척진 허경옥과 허송파, 허송호 깡패무리, 승호와 련인관계와 원한이 있는 홍희의 형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개 부류는 은영과 승호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강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나 륜간한 강도일 가능성은 아주 적다. 중요한 혐의자는 홍희 가족보다도 허송파네 깡패무리인 것 같아.”
성호가 끼여들었다.
“륜간범들 대단히 날래더랍디다.”
운룡은 머리를 끄덕였다.
“물론 우연히 덮쳐든 강도들을 배제할 순 없어. 허나 지금 수사정황에 근거하면  YB병원 급진외과실에 허벅다리 상처를 처치하려고 나타났던 세 청년이 혐의가 제일 크다. 승호는 그날 수술칼로 한 강도의 허벅지와 낯을 찔렀다고 했잖았니? 급진실 의사와 간호사들을 통해 그자들의 용모팍을 장악해 모의초상화를 그려놓았어.”
운룡은 다른 종이말이를 사무상에 쭉 폈다.
짙은 눈섭에 우멍눈, 주먹코, 두툼한 입술이 퍽 인상적이 아닌가.
성호는 딱 어데서 피뜩 본 것 같았다.
강운룡 부과장은 혐의자들 도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러 병원에 수사대원들을 보내 그자들이 혹시 재차 병원에 나타나기만 하면 당장에서 나포하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되도록 통 나타나지 않는다.”
성호는 코수염쟁이가 피뜩 떠올랐다.
“별로 이전에 은영의 눈을 빼가겠다고 송파와 함께 녀성숙사에 쳐들어왔던 깡패 같습니다.”
“뭐라고?”
“그때 복도에서 한번 붙었댔습니다. 그 놈일 수도 있습니다.”
“알았다. 송파가 승호한테 보복하려고 뒤를 밟으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깡패무리를 시켜 손을 썼을 수도 있어.”
운룡은 사무상 우의 모의초상화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이젠 수사망을 졻혀야겠군.”
그는 창문께로 다가가 가을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창 밖을 내다보더니 몸을 홱 돌렸다.
“당장 허송파를 련행해야겠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병원에 잠복했던 수사대원 창남이 들어왔다.
“강과장, 시병원에서 한 놈을 나포했습니다.”
“어떻게?”
“그 놈이 급진외과에 처치받으로 온 거 같습디다.”
“어딜 상한자요?”
“허벅지를 상한 자입니다.”
“창남이, 소뿔은 단김에 빼라고 몽땅 나포해야겠소.”
“예.”
창남은 바람결처럼 나갔다.
운룡은 수사대원 천일과 성호를 데리고 지하심문실에 갔다.
성호는 심문실 밖 감시실에서 천일과 함께 텔레비죤 화면으로 심문실 안에서 강과장이 범죄혐의자를 심문하는 것을 보기로 했다.
지하심문실 철문이 드르릉 열리자 키꺽다리 하나 끌려왔다.
우멍눈에 주먹코, 나비코수염, 두툼한 입술…진짜 모의초상화에 그린 혐의자와 비슷했다.
성호는 이전에 녀대생숙사 복도에서 맞붙었던 코수염쟁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강과장은 비수마냥 예리한 눈길로 코수염쟁이 미묘한 표정변화도 놓치지 않고 쏘아보았다.
그 자는 운룡의 예리한 눈길을 피하더니 쪽걸상에 앉아 심문실 천정을 쳐다보았다. 억지로 태연자약한 척했다.
(허파에 헛바람이 찬 놈이군.)
“성명은?”
“무슨 죄 있다고 이럽니까?”
“묻는 말이나 대답하오. 성명?”
“고주악입니다.”
“나이?”
“26세입니다.”
“거주지?”
“태평가.”
운룡과 창남은 눈길을 마주쳤다.
“어째 여기 오게 됐는지 알만 하지?”
“아니, 무슨 죄 있다고 이럽니까? 진짜 생사람을 잡을 예산이구나.”
“닥쳣!”
운룡은 가래짝 같은 손으로 책상을 꽝 쳤다.
“생떼질을 쓰지 말고 로실히 탄백햇!”
“그날 밤에 뭘 했어?!”
“10월 16일 밤에 그럽니까?”
“뭘 했어?”
“술을 마시러 갔지 뭐. 믿지 못하겠으면 내 친구들하구 물어봅소.”
(어느 날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는데도 미리 답변할 준비를 다 해놓았구나. 교활한 놈, 역은 새 방아간을 지나갔군.)
“누구와 술을 마셨는가?”
창남의 심문에 주악은 심드렁해했다.
“친구들과 마셨습니다.”
“누구와 마셨는가?”
운룡이 꽥 고함쳤다.
“어서 대지 못할가?!”
“야, 어째 이럽니까? 무슨 죄를 졌다고 이럽니까?”
“묻는 말이나 대답해라.”
“현광일과 마셨는데.”
“또 하나는 누군가?”
“내 다 어떻게 압니까?”
“우린 다 알고 있어. 어서 대라.”
“주범이.”
뻔뻔스럽던 주악은 점차 기꺾였다. 코수염을 쓱 씃고 무릎 우에 놓은 그의 커다란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10월 16일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한 걸 기억하겠지?”
“기억합니다. 술을 마셨을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깡패여서 싸울뿐  절대 도적질을 하지 않고 녀자들을 강간하지 않습니다.”
“흥! 로실히 탄백하라. 그날 밤 대학교 뒤산 소나무숲 속에서 무슨 짓을 했는가?!”
창남의 그 일격에 고주악은 비수에 항문이나 찌린듯이 벌떡 일어섰다.
“야, 어째 생사람을 잡습니까? 난 그 사건과 관계 없습니다.”
“륜간죄는 무슨 죈지 아는가? 총살이야, 총살! 알아?!”
주악은 평소에 쇠고랑을 차고 파출소 문턱이 다슬게 잡혀다니면서 반정탐능력이  있는 깡패였다. 하지만 총살이란 말에 쪽걸상에서 썩박나무처럼 뒤로 자빠졌다.
“일어낫!”
그제야 좀 제 정신을 차렸는지 그는 피기 없이 백지장처럼 질린 낯을 간신히 들고 두덜거리면서 억지로 태연자약한 척했다.
“에이, 그 놈 쪽걸상이 너무 작구나. 재수 없이 허망 번져졌어.”
주악은 쪽 걸상에 되앉아 운룡과 창남을 흘끔 도적질해 보았다.
“로실히 탄백해라. 허벅지는 어째 상했어?”
주악은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술에 취해 우리끼리 싸우다가 다쳤습니다.” 하고 변명했다.
“어떻게?”
“광일이 손칼로 날 찔렀습니다.”
“닥쳐! 우린 다 알고 있어.”
“알면서 자꾸 심문할 건 뭡니까? 우린 진짜 소나무숲으로 간 적도 륜간한 적도 없습니다.”
운룡은 창남의 귀에 손을 대고 뭐라고 귀속말을 했다.
창남이 나가서 이윽해 성호가 들어왔다.
“저 청년을 알만한가?”
주악은 성호를 찬찬히 뜯어보더니 흠칠 놀라했다. 그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성호의 눈길을 피하며 머리를 떨어뜨렸다.
“알만한가?”
“예, 한번 붙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 녀학생숙사에서, 맞지?”
“예.”
“허송파 누군지 알지?”
“모릅니다.”
“생떼를 쓰지 말고 로실히 대답해라.”
“모릅니다. 우린 걔와 관계없습니다.”
“허송파 이름도 몰라?”
“이름은 들었습니다. 공원가에 이름난 깡패가 아닙니까?”
“그날 송파가 너희들을 시켜서 승호와 련애하러 간 녀자를 륜간했지?”
“야, 억울해 못 살겠다.”
“우린 네놈들이 한 죄악을 다 알고 있어. 네놈들은 사건현장에 수많은 단서를 남겼어.”
“쳇, 아무래나 합소. 좌우간 우린 그 사건과 관계없으니까. 흥!”
운룡은 창남과 귀속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실히 탄백해라. 그것만이 유일한 출로야. 주범과 공범의 형사처벌은 차이 있어.”
창남은 주악의 곁에 다가가더니 머리를 붙잡고 삼검불 같은 머리카락을 잡아 쑥쑥 뽑았다.
“아갓! 어째? 갓나새끼들처럼 남의 머리를 끄당기긴? 정말 더럽게 노는구먼. 퉤!”
주악은 수사대원 수길에게 끌려 류치실에 가면서 두덜거렸다. 그러나 다리가 너무 떨려 비틀거리는 그 자의 뒤모습이 딱 허수아비 같았다.
창남은 주악의 머리카락을 비닐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법의실로 갔다. 법의는 화험실에서 주악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DNA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10.16특대상해륜간사건 때 은영의 질 안에 남긴 흉수의 DNA와 일치했다.
“즉시 현광일과 주범을 나포하오!”
운룡의 명령에 따라 창남과 수길, 천일 등은 즉시 경찰차를 몰고 쏜살같이 공원가에 달려갔다.
운룡은 주악을 심문실에 끌어내 계속 심문했다. 주악은 의연히 억지로 태연자약한 척했다.
“주악이, 곰곰히 생각해 봤는가?”
“야~ 어째 자꾸 이럽니까? 륜간한 적이 없다는데.”
“네가 10.16사건의 혐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피해녀 질 안의 정액과 네 DNA는 일치하다는 화험결과가 나왔어. 이제부터 묻는 말에 로실히 대답해라.”
“야, 진짜 생사람을 잡네.”
“그날 비수를 가지고 가서 뭘 했는가?”
“아니! 난 비수로 찍은 적이 없습니다. 다 그 새끼들이 그랬지.”
주악은 어망간에 실수했음을 느끼고 딴전을 부렸다.
“우린 정말 관계없습니다.”
“탄백하든 말든 륜간죄는 총살이란 걸 알아라. 죽을바에는 로실히 탄백하고 하루라도 편안히 자라.”
“아이고, 다 그 개새끼들 때문에 죽게 됐구나.”
정신방선이 와그르르 무너진 주악은 울상을 지으면서 통탄했다.
“누가 시켰는가?”
“담배하구 물을 주겠습니까? 다 탄백하겠습니다. 그 놈새끼도 나와 함께 죽어야 해.”
운룡은 수사기록원을 보고 가서 담배와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윽고 그는 수사기록원이 가져온 물고뿌를 손수 가져다 주악에게 주었다.
주악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물고뿌를 받아 꿀꺽꿀꺽 들이켰다. 뒤이어 운룡의 넉가래 같은 손에서 담배를 받아 둬모금 들이빨아 길게 들이켜더니 후~ 내뿜었다.
“몽땅 탄백하고 발편잠 자라.”
“죽을 판에 몽땅 폭로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허송파, 다 그 개새끼 시켰습니다.”
운룡은 수사기록원과 눈길을 마주쳤다.
주악의 탄백에 의하면 허송파는 지난 해에도 사촌녀동생 허경옥이 리승호한테  앙심을 품고 보복하려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느 날 밤에 허송파 형제는 주악이랑 주범이랑 광일이랑 데리고 대학 기숙사에 가서 승호를 찾아내 치려고 했다. 그러나 승호가 없자 녀학생 기숙사에 가서 허경옥의 요구대로 은영과 홍희의 눈을 빼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날 밤 기숙사 경비원과 성호가 막아나서는 바람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후 허송파는 항상 주악 등을 데리고 승호의 뒤를 밟으며 돌아다니면서 승호한테 손을 쓸 기회를 엿보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승호가 은영이란 녀대학생과 함께 나타나자 우린 뒤를 밟았댔습니다. 그 애들이 학교 뒷산 소나무숲 으로 가는 걸 보자 송파는 우릴 보고 반주검이 되게 패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래 송파는 보복하러 사건현장에 가지 않았는가?”
“예. 승호가 자기를 알기에 인차 꼬리를 밟힌다고 하면서 빠집디다.”
“범죄과정을 좀 상세히 말하라.”
승호는 물을 한고뿌를 더 달라고 해 꿀꺽꿀꺽 마시더니 계속 탄백했다.
그날 밤 주악과 주범, 광일이 승호와 은영의 뒤를 한 50메터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고 한다. 그런데 소나무숲 속 구뎅이에 들어가자마자 승호와 은영이 관계를 발생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들이 어둠을 슬금슬금 소나무숲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승호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승호가 은영을 마구 때리면서 “이 쌍간나새끼!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쳤다고 했다. 그때 주악이랑 덮쳐가 은영을 깔고 들어앉은 승호를 발길로 걷어차고 치고 박았다. 승호는 은영을 놓아주고 구뎅이에서 뛰여올라가 그들 셋과 맞붙어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을 날렸다. 주악과 주범은 승호를 쳐눕히고 미리 준비해간 바줄로 승호를 결박해 소나무에 묶어놓고 물매를 안겼다.
“누가 승호의 귀두를 잘랐는가?”
“건 모릅니다. 승호 귀두가 잘리웠습니까? 허, 씨원하군. 숱한 처녀들을 해치더니, 잘코사니야.”
“너희들이 승호를 보복하자고 귀두를 잘랐지?”
“절대 우리 한 짓 아닙니다. 그저 승호를 한각 분질러놓으려고 했을뿐입니다.”
“로실히 탄백하지 못할가?”
“정말 죽어도 하지 않은 일은 안 한 짓입니다.”
주악은 도리머리를 가로 흔들었다.
“아, 생각납니다. 내 승호 아래배를 주먹으로 치면서 볼라니 이상하게 벌거벗은 허벅지에 피 즐벅합디다.”
주악은 자기 죄가 아니라고 구구히 해석했다.
“생각해보십시오. 주먹에  아래배를 맞아서야 어찌 허벅지에서 피가 날 수 있습니까? 혹시 은영이 한 짓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난 정말 모릅니다.”
며칠 후 잇따라 주범도 시내에서 빈들거리다가 경찰들에게 나포됐다.
수사대원들은 인차 지하심문실에서 주범을 심문했다.
그런데 그는 승호가 귀두를 잘린 일을 전혀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주범과 주악은 몽땅 코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딱 깡패조직의 표징을 보는 것만 같았다.
“피해녀를 누가 먼저 강간했는가?”
운룡의 심문에 주범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광일이 먼저 강간했습니다. 우린 원래 송파 요구대로 그저 승호를 한각 분질러 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와 주악이 승호를 바줄로 묶어놓고 때리는 새에 광일은 녀대학생을 구뎅이에 처넣고 강간했습니다. 뒤따라 우리 둘도 륜번으로 강간했습니다. 그런데 녀대학생이 까무러치자 죽은 것 같아 겁을 먹고 승호와 녀대학생을 놔두고 도망쳤댔습니다.”
운룡은 주범의 낯에 멍이 든 것을 보고 또 심문했다.
“누가 허벅다리를 찔렀는가?”
“주악이 찔렀습니다. 아, 광일도 녀학생에게 얼굴을 칼에 찔렸습니다. 그래서 우린 인차 뒤산에서 시내에 내려오자마자 병원에 가서 처치했습니다.”
“녀학생한테 칼이 있을 수 있는가?”
“글쎄 말입니다. 광일은 확실히 녀학생을 강간하려고 덮쳐들었다가 구뎅이  안에서 녀학생한테 얼굴에 칼을 맞았다고 합디다. 주악은 아마 승호한테 찔린 것 같습니다.”
운룡은 주범에게 물었다.
“왜 첫날 밤에 YB병원에 가서 처치한 후 자취를 감췄는가?”
“주범은 송파는 승호의 어머니가 YB병원 외과급진실 간호장을 하기에 들킬가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운룡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주범을 보고 심문기록에 서명하게 한 후 쇠고랑이를 채워 류치장에 가두었다.
베일에 가렸던 흉수와 피해자의 륜곽이 아른거리다가 서서히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지를 을씨년스레 감쌌던 안개도 서서히 걷히더니 천하만상이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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