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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59) 추억의 귀국길 김장혁
2024년 10월 16일 11시 45분  조회:17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4

           김장혁
 
     59. 추억의 귀국길
 

     종호는 리혼수속 때문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그런데 성림이 자꾸 기침을 깇고 가슴과 배 아프다고 해 퍽 근심스러웠다. 원래는 춘영한테 성림을 맡겨놓고 떠나려고 했는데 성림이 무슨 병을 앓는지 모르고는 좀처럼 떠날 수 없었다.
    종호는 별 수 없이 성림을 데리고 병원에 가보았다.
    의사는 성림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두루 검진해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얘가 페 좋지 않군요. 전신 초음파검진을 해봐야겠습니다.”
    (또 검진비를 벌려고 들잖아?)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별 수 없었다. 씨원히 초음파검사를 하면 무슨 병인지 알면 좋을 거 같았다.
    한참 후에 초음파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성림은 코로나에 심장병이 아나겠는가.
    의사는 안경을 춰올리면서 정색해 말했다.
    “심장을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요.”
    “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종호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한참 만에야 종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무슨 심장병인지. 수술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하지 못합니까?”
     그는 이전에 류려평이 쩍 하면 수술하자던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서의들이야 쩍하면 수술하자고 하지.)
    “약물치료로는 이미 늦었어요. 심장혈관 협착증이 심해 심장혈관에 집게를 넣어 벌려놓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요.”
    그제야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수술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한 4천만원 들어요.”
    “네?”
    종호는 덴겁한듯이 놀랐다.
    (그 엄청난 수술비용을 댈 돈이 어디 있는가? 나영은 이제 귀국해 판결받을게고. 춘영도 여직껏 나영 대신 여기저기 피해다니면서 살다나니 일하지 못해 근근득식하는 판인데. 어디서 엄청 많은 수술비용을 댄단 말인가?)
    “알았습니다. 당장 수술비용 없는데요. 먼저 어린애 심장병이 심하다는데 먼저 수술해주면 안됩니까? 후에 꼭 수술비용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의사도 난감해 했다.
    “어린애 병세를 보면 먼저 수술해 줘야 하겠는데요. 자꾸 외상으로 수술하면 우리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해요. 원장과 말해 보세요.”
    인도주의와 금전이 공중에서 부딪쳐 씨뻘건 불찌가 툭툭 떨어졌다. 금전이 끝내 인도주의를 꿀꺽 삼켜버리며 심장수술을 불식시켰다.
    종호는 원장과 말해도 마찬가지 대답이라고 여기고 그만두었다. 그는 성림의 애고사리손을 잡고 고통스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병원 문을 나섰다. 그는 귀로에 성림이 불쌍해 가로수 밑에서  몇번이고 성림의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쓰담으며 주었다.
    (몇자리수 몇십개씩 척척 속산하는 성림이 얼마나 귀한 앤가? 절대 성림을 생사선에 놔둘 순 없어.)
    종호는 어떻게 하면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겠가 궁리했다.
    종호는 피뜩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류려평의 애비 산소의 비밀을 파보자.”
    그는 궁리 끝에 답을 찾은듯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급급히 귀국하기로 마음 먹었다.
    종호는 지영의 남편과 바람 피운 춘영을 만나기도 싫었다. 그러나 춘영을 내놓고 성림을 부탁할 사람이 맞같잖았다. 지영보다 그래도 춘영이 낫다고 생각됐다.
    (춘영은 그래도 성림이 조카니깐. 잘 보살필 거야.)
     종호는 인차 핸드폰으로 춘영을 불러 성림의 병정황을 쭉 말하고 나서 성림을 부탁했다.
     춘영은 더 말하지 않고 나영의 셋집에 있으면서 성림을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영은 이상해 종호를 보고 물었다.
      “리사장은 불시에 무슨 일 있는가요?”
     종호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려향의 귀에 들어갈 가봐 귀국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대충 에둘러댔다.
     “며칠 외지로 갈이 일이 있소.”
     그제야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근심말고 잘 다녀오세요.”
      지영은 오랜만에 춘영을 보자 눈에서 불이 이글거렸다.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싸가지고 나영이네 셋집에서 나가 버렸다.
     종호는 성림을 춘영한테 맡겨놓고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셋집에 들려 컴퓨터 하나만 달랑 컴퓨터빽에 챙겨 둘러메고 려향한테는 어데로 간다, 온다는 쪽지도 남기지 않고 자물쇠를 달랑 잠궈놓고 셋집 울 안을 나섰다.
     삼복염천에 찜통더위는 숫구멍을 따갑게 지지고 목구멍까지 홧홧 달아오르게 했다.
    종호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급급히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그는 항상 인천공항에 갈 때면 이 루트를 선택했다. 공항뻐스를 타면 물론 공항 3층 터미널에 직진해 펼리한 점도 있었지만 도중에 너무 여러번 멈춰서서 시끄러운데다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지하철로 가면 홍대입구에서 공항철도를 타면 김포공항을 지난 후엔 곧추 공항에 직진할 수 있어  시간도 남을 수 있는데다가 교통비용도 퍽 적게 들었다.
    그는 지하철에 앉아 달리면서도 려향을 생각하자 저으기 실망이 갔다. 그는 가슴을 오리오리 저며내는 것처럼 아파났다.
    그도 그럴 것이다.
    려향은 그의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었다. 그런데 려향은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을 피워 난 패륜아라고 하지 않겠는가.
    (피는 물보다 짙다고 하지 않겠는가. 씨는 못 말려. 이젠 유전자검사결과도 내 친딸이 아니라고 하잖는가. 아무리 길러 준 정이 있다고 해도 이젠 려향은 나를 버리고 류덕재를 찾아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지하철 에어콘 바람이 끝없는 추억을 몰아온다. 려향을 기르면서 고생하던 일이 주마등처럼 피뜩피뜩 떠올랐다.
     려향이 초중을 다닐 때 일이다. 학부모회의를 갔더니 려향의 학습성적이 형편없잖겠는가. 소학교에서 초중에 올라갈 때만 해도 학습성적이 우수한데다가 부반장까지 했는데 초중에 올라간지 일년도 안돼 학습성적이 전 학년에서 200명 안에도 이름이 없었다. 게다가 담임교원의 말에 의하면 시간에 어찌나 앞뒤를 보면서 말이 많고 과당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지 과임마다 려향을 지적한다고 했다.
     종호는 열이 후끈 올라 집에 돌아오자마자 려향을 벽구석에 세워놓고 언성을 높여 한바탕 훈계했다. 그런데 려향은 헤쭉헤쭉 웃으면서 종호 말은 들었는둥 마는둥 텔레비를 돌아다보지 않겠는가.
    찰싹!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오른 종호는 가래짝 같은 손을 뻗쳐 려향의 귀쌈을 한대 갈겼다.
    “이 간나새끼! 왜 애비 말을 듣잖니? 너 학교에서도 시간에 이랬지? 엉?!”
    “어째 때립니까?! 에이, 씨!”
    러향은 얼굴을 붙잡고 씩씩거리며 울며불며 하면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엄동설한 밤중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류려평은 애를 때렸다고 야단쳤다.
    “당신 무슨 자격으로 애를 그렇게 때려? 대학문을 밑구멍으로 나왔어? 그게 무슨 교육방법인가?”
    류려평은 두더벌거리면서 급급히 신을 신고 려향을 쫓아나갔다. 종호도 뒤근심돼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았다.
    그러나 그들 부부가 밤중까지 헤매도 려향을 찾지 못했다.
    밤 12시가 가까워올 때였다. 려향이 자기절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겠는가.
    후에 알고 보니 려향은 밸 김에 다리에서 떼내리려고까지 했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다리 아래 얼음판을 보고 뛰어내리면 아플 거 같더란다. 려향은 온 밤 다리 위에서 어쩔가고 서성거리다가 아프게 죽지 말자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종호는 너무나도 섬찍했다.
    (자식이 공부를 못해도 죽기보단 살아 있는게 낫지.)
    그후부터 종호는 마음 속으로 려향한테 생명의 빚을 져서 더는 려향을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고 더 아끼고 보듬어주었다. 그러나 려향은 마음에 옹이 박혀 종호 말이라면 듣지도 않고 엄마 말만 들었다.
    그러나 기적은 후에 일어났다.
    려향은 대학으로 간 후부터 점차 돈 밖에 모르는 무식한 수전노  엄마한테서는 별로 들을 말이 없다고 여기고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려향은 대학 문을 나온데다가 신문사 부사장을 하는 종호한테서 들을 말도 있고 말이 통했다. 려향은 대학을 졸업해서도 엄마 류려평의 무식하고 무도한 말을 따르지 않고 아빠 유식한 말을 많이 따랐다.
     종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안고 조선민족심을 부여하면서 한국에 류학나가 한국 력사와 문학을 전공하면서 한민족의 전통 력사와 문화를 배우라고 하였다. 그러자 려향은 아빠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결연히 한국에 류학나왔던 것이다. 종호의 지극정성에 받들려 려향은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탔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유일한 꿈이 자기 딸이 아니라 류덕재 딸이라고 하지 않는가.
     종호는 믿던 기둥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을 느꼈다. 진짜 절망에 빠졌다.
     (내가 어쩜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 피워서 난 려향한테 모든 희망을 걸었단 말인가? 진짜 한지에 방아를 걸 지경이었구나. 피는 물보다 짙다고 내 친아빠 아니란 걸 알고 려향은 이젠 내 말을 듣겠는가. 내 부탁대로 찬란한 조선 력사와 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겠는가? 원래 책을 내는 거 반대하던 려향이 아닌가? 그가 내 말대로 항일투쟁사 책을 한어로 번역하자고 하겠는가. 그 번역하기 어려운 영어나 일어로까지 번역해 책을 내자고 하겠는가.)
     종호는 너무 허무맹랑해 허구픈 웃음을 지어 입귀로 흘렸다. 그는 간신히 심리균형을 유지하면서 속으로 새로운 다짐을 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인생의 새로 시작해야 해. 이젠 려향한테 기대하지 말자.)
     귀국길에 추억의 돛배를 올리고 달리다나니 어느덧 인천공항에 이르렀다.
     인천공항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름 관광가는 사람으로, 출국하는 사람으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종호는 부랴부랴 출국수속을 마치고 안전검사를 마치고는 탑승구로 찾아갔다.
    귀국행 비행기 탑승구 부근에는 그래도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시계를 피뜩 들여다보니 아직도 한시간 반은 남아 있었다.
    종호는 버릇처럼 잔등에 멨던 컴퓨터를 내리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았다.
     려향이 회사 사무실에서 분망히 보내는 모습이 컴퓨터 화면에 떴다.
     려향은 종호가 자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았다.
     그녀는 한창 커피를 타서 웬 번대머리한테 두 손으로 드리며 헤쭉헤쭉 웃고 있지 않겠는가.
     대머리는 종호한테는 낯설면서도 눈에 익었다.
     (저 중년사내는 아마 려향이 자꾸 외우는 최전무겠지. 저 대머리랑 우멍눈이랑 봐. 저 애는 진짜 최정호 국장과 심통히도 닮지 않았어? 려향은 최전무를 구명은인이라는 거 벗어나 진짜 좋아하는 거 같아. 뭐 최전무를 따라 중국에 간다고? 이젠 내 삐치지 않을게. 네 마음대로 살아라.)
    종호는 또 한번 려향한테 실망했다.
    종호는 몰카감시화면을 끄고 항일투쟁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글을 쓰면서도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 이전처럼 비행기를 놓칠가 봐서였다.
     한번은 종호는 인천공항에서 오늘처럼 비행기 탑승 전에시간을 짜내 컴퓨터로 글을 미친듯이 썼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어 글을 쓰는데 몰입하다나니 귀국하는 항공편을 다 놓치고 말았다. 그번에 다행히  고가항공티켔이 있어서 그 다음 항공편으로 귀국했던 것이다.
     종호는 확실히 조선민족을 위한 글을 쓰기에 “미친 사람”이었다.
     한번은 신문사 사장은 종호를 보고 강남에서 열리는 사장회의에 참가하라고 했다. 그가 퇴직하기 전에 회의도 하고 장가계랑 구채구에랑 두루 관광도 하라는 것이 분명했다.
    (언제 그런 향수를 다 할 새 있어? 그 시간이면 글을 쓰겠다.)
    그는 왕복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것을 알고 그번 회의(관광) 하러 가지 않고 퇴근해 밤이면 집에 들어앉아 조용히 항일투쟁사 글을 썼다.
    또 한번은 성소재지에서 모 신문사로부터 종호한테 수필문학상시상식에 수상하러 오라는 통지가 왔다. 그러나 종호는 왕복 이틀이나 걸릴 시간이 아까워수필문학상 타러 시상식에도 참가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항일투쟁사를 썼다.
    또 한번은 딱 성소재 그 신문사에서 그를 보고 수필문학상 응모수필을 심사하고 심사평을 해달라고 했다. 그때도 종호는 응모수필은 심사하고 심사평까지 다 써주었다. 그는 왕복 이틀이나 되는 시간이 아깝다고 시상식에는 참가하지 않고 집에서 글을 썼다. 그리하여 시상식에서는 별 수 없어 다른 심사위원이 그의 심사평을 대독했던 것이다.
    종호는 탐승구 쪽에서 탑승을 재촉하는 방송을 여러번 해서야 컴퓨터 건판 위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리륙전 20분이었다. 그는 아쉬운대로 컴퓨터를 꺼서 컴퓨터빽에 걷어 넣어 메고 탐승구 쪽으로 쭉 뻗은 행렬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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