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은 종호가 정신을 차렸다는 말에 코마루가 시큼해나면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입귀에까지 흘리었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면서 얼굴에 기쁜 표정을 곱게 지었다.
“리사장님, 살아났어요.”
그녀의 발걸음은 전에없이 날듯이 가벼워지었다.
사실 나영은 고향에 있을 때 전람관 부관장 겸 재회과 과장이란 직무편리를 이용해 단위 재건설 비용 5만원을 탐오했던 것이다. 그 죄가 두려워 문화국 국장인 정호를 따라 천애지각까지 도망쳤다.그러나 국내 검사들과 경찰들의 추적에 더 배기지 못하고 정호를 따라 일본에 도망쳤다.일본에서 인터폴에 추격당하자 또 한국 기생 미희 오빠의 어선을 타고 한국에 밀입국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인터폴 지명수배를 받아 정호는 나포돼 중국에 이송돼 갔다. 정호를 나포하는 사이 나영은 모텔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창문으로 빠져나가 가스관을 타고 미끌어져 내려 간신히 경찰들의 마수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그후 나영은 허보스네 음식점에 숨어서 일하면서 근근득식하며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심장을 두근거리면서살아왔다.
그녀는 허보수와 상의하고 연길냉면과 중국료리로 숱한 손님을 흡인해 숱한 영업액을 올리었다.
그때 나영은 연길냉면 먹으러 자주 음식점에 오는 리종호 사장을 면목익히게 됐다.그것이 인연으로 돼 나영은 점차 종호에게 마음을 의탁하게 되였다.
종호는 나영의 정체를 여지껏 모르고 그녀가 위태로울 때마다 선뜻이 나서서 이모저모로 아낌없이 힘껏 도와주었다.
그녀가 정호와 속살을 섞어 임신한 악과를 낙태할 때에도 종호가 애나게 번 돈을 벌어 대주었다.
심지어 나영이 인터폴에 추적당할 때도 종호는 그녀의 탐오죄는 모르고 그저 불법체류했다고 추적하는가고 오해하고 나영이 피신하게끔 돈까지 대주면서 도와주었던 것이다.
나영은 심장이 콩알만해 허보수네 음식점에 숨어서 연길냉면을 팔면서 살았다.
허보스가 욕망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색마의 눈길로 그녀의 탄력있는 엉덩이를 노려보면서 자꾸 치근거리어 나영은 견디기 어려웠다. 나영은 혹시 중국에서 온 손님이 자기 정체를 발견하고 신고할가 봐 손님들의 눈을 피해 주방에 들어가 냉면이나 만들어내보내면서 일했다.
허보스는 쩍 하면 주방에 들어와 치근거리었다. 허보수가 글쎄 홀애비인 건 좀 리해됐다. 그러나 칠순도 다 된 령감태기 아직도 여자 엉덩이를 노리어 보며 게침을 줄줄 흘리는게 리해 안됐다.
(아직도 그게 되는 모양이지. 더러운 색마령감. 흥!)
칠순도 넘은 영감태기 정력도 놀라울 정도로 왕성했다. 고의로 나영한테 자기 아직도 여자를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이어려고 그러는지 허 보스는 항상 괴춤 속으로 그걸 꿋꿋이 세워가지고 주방에 들어와 나영과 치근거리었다.
어느날, 먹장구름이 뒤덮여 오더니 음식점 안마저 어두어지었다. 뒤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우뢰소리 울리더니 장대 같은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었다. 음식점 추녀 끝에서 무수한 실폭포가 쫠쫠 쏟아지었다.
소낙비가 쏟아지자 그날 따라 음식점에 손님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허보수는 우멍눈으로 주방을 흘끔흘끔 들여다보더니 주방에 기신기신 기어들어왔다.
색마는 꿋꿋한 그걸 자랑하고 싶은지 뒤로 마구 덮쳐들어 비벼대려고 들었다.
“헤헤헤. 나 좀 해소하자. 돈 줄께.”
나영은 동료 아줌마 눈치 보이어 소리도 못치고 그저 밀치기만 했다.
“왜 이래요? 난 냉면집 주방장이지 아가씨 아닌데요.”
나영은 허보수를 마구 떠밀어버리며 고함치었다.
"돈을 줄게.좀 살려달락꼬."
나영은 돈을 탁 쳐버리고 허보스를 활 밀치었다.
"이년 이게!"
나영은 간신히 늙은 색마의 마수에서 몸을 빼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대살 같은 소낙비가 억수로 창창 쏟아지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허보수는 아쉬운 눈길로 나영을 내다보며 마른 혀바닥을 쩝쩝 다시었다.
나영은 실폭포 쏟아지는 추녀 밑에 서서 먹장구름이 뒤덮힌 하늘을 멍해 쳐다보면서 신세타령을 했다.
(훌 죽어버리고 싶어.)
그녀는 또다시 자살해버리고 싶은 절망이 또다시 머리를 쳐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성림만 아니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
사실 나영은 남편 철석과 토론한 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애 성림을 여동생 춘영이 한국에 나올 때 데려내오게 했던 것이다.
나영은 아들애를 홀로 두고 죽고 파도 차마 죽을 수 없었다.
허보스는 나영을 어쩔 수 없게 되자 변태적으로 끓어번지는 욕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주방에서 걸레질을 하는 한국 과부아줌마를 뒤로 달려들어 꽉 껴안았다.
“날 좀 살려달라고.”
“왜 이래요? 사람을 업신여겨도 유분수지. 새파란 중국 색시한테 코 떼우니 나한테 왜 이래? 난 싸디싼 감자인가 해요?"
아줌마도 마구 밀치며 반항했다.
"중국 새악시 잡아먹을게지. 더 이쁜데요. 흥! 허무한 나한테 왜 이래?"
한국 아줌마도 마구 떠밀며 반항하는 소리,그 격앙된 목소리를 바깥에 서 있는 나영도 들었다.
“나락꼬 하마 그리 호락호락한가 하는가요?”
“돈 줄게. 돈도 싫어?”
“얼마 줄래요?”
“5만원 줄게.”
“고까짓 걸? 날 뭘로 봐? 싸구려 기생년인가 해? 흥!”
“이년, 오늘 아무 일도 하잖고 10만원 가지잖아? 5만원 덤으로 합치면 15만 아냐?"
허보스는 5만원짜리 지페 두장 쑥 꺼내 내밀었다.
"자, 이거 갖고 나 좀 살려달라고.”
“호호호. 웃겨요. 이 돈이면 기생집에 갈게죠. 새파란 아가씨 수태 기다리는데요. 참.”
“잔소릴 작작 해. 당장 죽을 거 같은데. 언제 기생집에 가? 좀 제끼, 제끼(어서 빨리) 고분고분 말 좀 들으락꼬."
허보스는 제주도 사투리 마구 쏟아졌다.
“호호호. 늙다리 색마! 아직도 남자 구실 하기나 해요?”
“문제 없어. 자,보라고. ㅋㅋ.”
허보수는 늘쌍 그러고 나선 기분이 좋아서 뽀나스로 5만원짜리 지페 한장씩 더 주군 했다.
그 멋에 아줌마는 부끄러운대로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앙다물고 참고 견디어왔다.
소낙비가 쏟아지거나 함박눈이 내려 손님만 오지 않으면 색마 허보수는 아줌마 아니면 나영한테 치근거리었다.
그는 나영한테 5만원 짜리 지페 두장이나 내밀면서 덤비어들었다. 나영이 내려다 보니 벌써 괴춤 속에서 그게 우산대처럼 꿋꿋이 치받치고 있었다.
“닥쳐요!”
나영은 그 더러운 돈을 탁 쳐 버리었다.
나영은 허보수를 마구 주방에서 떠밀어내보냈다. 한국 아줌마는 그러는 나영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었다.
“에이구메, 바보라고. 눈을 질끈 감고 좀 참으면 10만원 벌건데. ㅉㅉ.”
나영은 메쓰꺼워 트렁크를 끌고 허망 바깥에 나가 버리었다.
그때도 종호는 그녀를 자기 쪽방에 데려다 자게 했다.
나영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종호는 자기를 편히 자라고 쪽방에서 자지도 않고 지하철 종각역 서점 앞에 가서 쪽잠을 잤다.
어느 날 밤, 나영은 종호가 밤마다 어디 가서 자는가고 뒤를 밟아갔다가 칼로 어이는듯이 마음이 아팠다.
종호는 글쎄 그 차디찬 지하철 층계에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쪼그리고 앉아 쪽잠을 자고 있지 않겠는가.
그 이튿날 밤 나영은 또 지하철 역에 가려는 종호 팔을 꽉 붙잡고 대성통곡쳤다.
"리사장님,제 집을 두고 어디로 가요?"
종호는 능청을 떨었다.
"공지에 당직 서러 가오."
나영은 종호의 두 손을 잡아 침대에 끌고 갔다.
"여기서 쉬세요. 안 그럼 제가 종각역에 가서 잘게요."
종호는 쌍까풀눈이 데꾼해지었다.
"양? 뒤를 밟았소?"
나영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끄덕이었다.
"네."
그리하여 그날부터 종호는 부엌쪽 맨 구들에 요대기를 펴고 잤다. 종호가 극구 사양해 나영은 하는 수 없이 침대에서 자게 됐다.
그런데 불시에 쪽방에 돌아온 려향한테 모든 것이 탄로났다.
후에 종호가 아무리 나영과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석해도 려향은 곧이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일로 해 려향은 나영을 아빠와 엄마를 갈라놓는 여자라고 그리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죽어가는 아빠를 살리기 위해 려향은 나영이 찾아오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려향은 종호가 확실히 나영의 말만 하면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는 것이 이상할만치 놀라웠다.
종호의 혼은 천정에 디룽디룽 매달려 있다가 대뇌로 날아 되돌아가 자리잡았다.
종호는 정신을 좀 차리자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하었다.
나영을 보자 종호의 쌍까풀눈에서 이상한 빛이 반짝이었다. 그 눈빛에는 그 무슨 강렬한 의욕이랄가, 욕망이 잔잔히 파도치고 있었다.
종호는 천천히 손을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영은 제꺽 종호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간 종호는 웬 일인지, 자살할 때와는 달리 삶의 욕망이 옹달샘처럼 퐁퐁 용솟음치는 감을 서서히 느끼었다.
나영도 착잡한 생각에 잠기었다.
(부패분자 나영은 이젠 죽었다. 바람둥이 나영도 이 세상에 없다. 이 더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영은 류려평이란 악마가 종호와 자기를 저주하면 할수록 저도 몰래 일종 강렬한 반발심이 생기었다.
(그래, 내 리사장님과 좋아하면 어째?)
그녀는 가슴 속에서 일종 새로운 삶의 욕망이랄가 옹달샘처럼 퐁퐁 용솟은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 좋은 세상에서 왜 죽어? 이젠 부패분자도 바람둥이도 다 죽었다. 다만 악착스레 살아가려는 나영 밖에 없어.)
그녀는 쓰라린 눈물을 닦아버리고 교보문고에 총망히 갔다.
그녀는 종호가 젤 집착하는 책, 종호가 출판한 책을 사서 멜가방에 넣어가지고 종호가 입원한 병원으로 떠나갔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소낙비 속에 병원 울안에서 바들바들 떠는 은행나무 잎새로 실오리 같은 새 삶의 욕망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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