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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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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6) 저목장을 습격
2024년 05월 19일 12시 20분  조회:51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6장 포수대

         5. 저목장을 습격
 
 
   성칠은 눈보라가 윙윙 사납게 휘몰아치는 영월동 서쪽 수림까지 도착하자  무시무시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고향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하염없는 근심걱정이 부모형제들한테로 휘몰려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한참 후 그는 진달래를 찾았다.
   “아무래도 엄마와 처가 근심되는구나. 헌데 내 집에 가본다는 건 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지. 온종일 궁리했는데 검둥이를 또 보내야겠다.”
    진달래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영월동쪽을 내려다보았다.
   성칠은 쪽지를 개 귀구멍에 끼워 넣었고 개 잔등에 이리고기덩이 두개를 매달았다.
   성칠은 개 대가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람에게 말하듯이 일러주었다.
   “검둥아, 집에 가서 꼬리를 흔들면서 어머님께 기별해라.”
   “끼깅~”
   검둥이는 꼬리를 휘청거리다가 수림 속을 떠나 영월동 쪽으로 씽 달려갔다.
   룡천은 마을에서 온 사냥꾼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칠백과 동욱은 사냥한 이리 고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줘라. 식량난으로 헤매는 마을사람들에게 사냥하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걸 알려줘야 해.”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다.
   진달래가 덧붙였다.
   “금방 검둥이를 보냈지만 시름이 놓이지 않는군요.”
  칠백은 성칠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내 아내를 시켜 형님네 집에 가서 큰엄마하구 아주머님을 보고 기준형님네 집에 가라고 전하겠소.”
   성칠은 칠백의 어깨를 힘 있게 움켜쥐며 머리를 끄덕였다.
   며칠 후에 칠백은 철규, 룡철, 룡구 동욱까지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왔다. 일본 놈들의 총알을 먹고 죽을까봐 무서워서 사냥을 하지 못하겠다던 그들이 아닌가. 그들도 사냥을 해야만 살 길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최동욱이 포수대에 들어온 데는 피눈물 나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처 박경돈은 앓는 몸이었지만 아주 자색이 예뻤다. 진작 눈독을 들이고 있던 야마모도 소장 놈이 음충한 눈길로 그녀를 노리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날 오전, 야마모도는 마을의 서쪽산림을 돌다가 갈증이 나서 마을로 내려왔다. 그는 마을의 서쪽으로 첫 집인 동욱의 집을 보는 순간 아래배로부터 찡 하고 뻗는 정욕을 내리누를 길이 없었다.
   그는 먼발치에서 한참이나 동욱이 있는가 집 안을 기웃기웃 살피다가 스적스적 다가갔다.
    (어째 집안이 조용하지? 동욱의 처마저 없으면 어쩐다?)
   그가 마른 침을 꼴깍 넘기면서 다가가 동욱의 집 안을 들여다보니 동욱은 보이지 않고 동욱의 처만 구들을 쓸고 있지 않겠는가? 검정치마 아래 드러난 새하얀 종아리와 수척해진 하얀 복숭아얼굴을 보는 순간 야마모도소장은 온 몸의 혈관에서 끓어 넘치는 정욕을 참지 못하면서 집안에 성큼 들어섰다.
   “아니, 깜짝이야!”
   최동욱의 아내가 구들을 쓸던 빗자루를 쥔 채 놀란 눈길로 야마모도를 쏘아보았다.
   “에헴, 목이 말라. 냉수나 한바가지 주게나.”
   야마모도는 마른기침을 하면서 목 단추부터 벗겼다.
   동욱의 처는 빗자루를 놓고 물독에 가서 냉수 한바가지를 펐다. 그녀는 한손으로 바가지 밑굽에 흘러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으면서 정주간 바닥에 선 야마모도 소장에게 주었다.
    야마모도는 물바가지를 받아 냉수를 꿀떡꿀떡 마셔버렸다. 그는 왼손으로 입술에 묻은 물을 쓱 닦더니 집안을 흘끔흘끔 살피면서 지껄여댔다.
    “으흠, 동욱이, 어데 갔소까?”
   동욱의 처는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땔나무 하러 산으로 갔어요. 이제 곧 올거요.”
   “땔나무? 그랬소까?"
   그 놈은 야수의 눈빛을 번뜩였다.
   "산의 나무를 마구 찍었쏘까? 안 되지. 허나 이 야마모도 소장이 이렇게 눈을 감아 보이면 일 없쏘다.”
   야마모도 소장은 눈을 질끈 감아 보이면서 지껄였다.
  그는 물바가지를 동욱의 처 앞에 내밀었다. 그는 물바가지를 받으려는 동욱의 처의 손을 잡아 확 나꿔챘다.
   “왜 이래요? 소리칠래요.”
   “그래, 소리쳐 봐. 산에 간 동욱이 와? 알면 너 목을 칠게다.”
   “이 손 놓으세요.”
   동욱의 처는 손을 빼려고 해도 안 되자 야마모도의 손을 꽉 깨물었다.
   “아이고, 요년 정 죽고 싶어?”
  야마모도는 물린 손이 아파 오만상을 찡그리면서 동욱의 처 손을 놓아버렸다. 동욱의 처가 경계심을 늦추고 바가지를 쥐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야마모도는 동욱의 처 허리를 꽉 껴안고 구들바닥에 쓰러 눕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동욱의 처가 아무리 기를 쓰고 일어나려고 해도 우악스러운 야마모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바둑거리고 깨물어도 용빼는 수가 없었다. 야마모도는 동욱의 처를 깔고 들어앉아 치마 자락을 올리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악을 딱딱 쓰는 그녀의 모지름 소리에 울음소리가 반죽돼 울려 퍼졌다…
   동욱이 산에서 땔나무를 해 지고 집 울안에 들어섰을 때에는 야마모도에게 처가 당한 후였다. 야마모도는 군도를 거들거리면서 집 울안에서 나와 산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집안에서는 처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리었다.
   나무 짐을 활 벗어던지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간 동욱은 구들바닥에 꿇어 앉아 흐터러진 머리카락을 훔치며 엉엉 우는 처를 보고 모든 것을 짐작했다.
    “그놈새끼 대가리를 콱 찍어놔야지.”
   성이 날대로 난 동욱이 씩씩 바쁜 숨을 몰아쉬면서 화닥닥 바깥에 뛰쳐나가 땔나무 짐에서 도끼를 뽑아들고 뒤쫓아나갔다. 그때 칠백 형이 마을동구 밖에까지 뒤 쫓아가 동욱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아냈다.
   “웬 일이야?”
   동욱은 칠백 형의 손을 마구 뿌리치면서 “이걸 놓소.” 하고 고함치면서 몸부림쳤다.
   “에이, 씨, 저 놈을 죽이고 나도 죽자.”
   동욱은 형에게 도끼를 빼앗긴 후 팔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았다.
  칠백은 집 안에서 울고 있던 제수를 보고 인차 눈치 챘다. 호리호리하게 생긴 동욱의 눈에서도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원수는 꼭 갚아야 해. 허나 우리 둘의 힘으로는 안 돼! 성칠 형님을 따라 포수대에 들어가자. 한데 뭉쳐 야마모도와 개다리들까지 몽땅 죽여 버리자.”
   후에 동욱이 집으로 와보니 글쎄 아내가 대들보에 목을 매고 둥둥 달려있지 않겠는가?
   동욱은 경돈을 대들보에서 풀어 내리어 구들바닥에 내리워놓았다. 그런데 경돈은 이미 숨이 떨어졌었다.
  동욱은 형과 함께 아내를 뒷산에 묻고 핍박에 의해 포수대에 들어왔던 것이다.
   성칠은 동욱의 어깨를 다독이며 문안했다.
   “아내를 잃어 얼마나 비통하겠느냐? 우린 꼭 원수를 갚아야 한다.” 
   동욱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젠 눈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는 복수심 밖에 없었다.
   성칠은 그제야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영월동쪽의 밤장막이 드리운 칠흑 같은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한길수의 집에서 시종 질을 하는 은녀랑 득호랑 근심됐다.
   후-
   성칠은 눈 덮인 땅바닥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룡천이 불러서 진달래와 성칠은 조용한 수림 속에 갔다.
   룡천은 눈보라가 아우성치는 밀림의 어둠 속에서 진달래와 성칠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우린 성칠 성님 말대로 사냥부터 해서 마을사람들의 인심을 얻었고 포수대를 묶어세웠소. 돌아오는 봄에 일본 놈들이 경찰국 사무 청사를 짓지 못하게 해야 하오. 이젠 기회를 보아 저목장을 불태워 버리기요.”
   성칠이 찬동해 나섰다.
   “저목장을 불태워 버리기요. 개 같은 놈들이 우리 고향에서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있게 할 순 없소.”
   그러고 나서 뒤 말을 덧붙였다.
   “마을사람들이 먹을 쌀을 해결하게 계속 사냥하면서 기회를 봐 저목장에 불을 지르기요. 저 한길수놈도 가만 놔둘 수 없소. 그 놈은     일본 놈들의 개다리란 말이요. ”
   룡천은 좀 궁리하다가 “그렇게 하자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그들 셋은 사냥꾼들과 유격대 대원들을 이끌고 백마를 타고 치마봉 쪽으로 전이했다.
    원시림에서는 맵짠 산바람에 눈보라가 흩날리며 무서운 소리를 냈다. 여기저기에서 주린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무섭게 들려왔다.
   룡천과 진달래, 성칠은 한쪽에 가서 작전을 꾸몄다. 룡천이 독립군 대원 몇을 데리고 저목장의 일본 보초병 놈들을 해치우고 성칠이 칠백과 동욱을 데리고 저목장에 불을 지르며 진달래는 나머지 대원들과 사냥군들을 데리고 돌발사태에 대비해 엄호하고 접응하도록 했다.
   진달래는 대원들과 사냥꾼들을 몇 개 소조로 나눠 삼면으로 저목장 주위 수림 속에 매복해 저목장과 영월동의 동정을 면밀히 주시하게 한 후 룡천한테로 갔다.
   “왜 왔어?”
   진달래는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꺼내 쳐들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놈에게 접근하기 힘들 거 같아서 왔어요.”
    룡천은 머리를 끄덕였다.
   칠백과 칠석, 상호 등은 먼저 가만히 마을에 내려가 이리 고기를 집에 가져다 두고 돌아왔다.
   그들이 무사히 돌아 온 것을 보자 룡천과 진달래는 바우돌과 억복 등 몇몇 건장한 대원들을 데리고 하얀 보를 어깨에 매고 비수를 뽑아들고 수림 속에서 살금살금 저목장 대문 어귀에서 보초를 서는 일본 놈들에게 다가갔다.
   수림에서는 눈보라가 기승스레 윙윙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하얀 보를 들쓴 대원들을 보초병 놈은 발견하지 못하고 총창을 비껴들고 철조망 바깥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일본 보초놈은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에 수림까지 다가간 룡천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룡천이 나무 뒤에 붙어 서서 손을 홱 저었다.
   바우돌과 억복이 쏜살같이 보초병 놈에게 덮쳐들어갔다.
   “누구야?!”
   그제야 나무 뒤에서 덮쳐 나오는 그들을 발견한 보초병 놈이 총을 벗겨들며 소리쳤다.
   “쉭-”
   딱!
   “억!”
   보초병놈은 진달래가 먼발치에서 뿌린 돌에 이마빼기를 맞고 총을 떨어뜨렸다. 억복과 바우돌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비수를 몇 번 번쩍이었다. 보초병 놈은 네각을 쭉 뻗어버린 채 바우돌에게 줄줄 끌리어 허연 수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억복이 어느 새 일본 보초병 놈의 옷을 입고 철갑모를 쓰고 총칼을 들고 저목장 대문 어귀를 지켰다.
   성칠은 칠백과 동욱을 데리고 미리 준비한 기름통들을 들고 어둑컴컴한 저목장 통나무 무지에 다가갔다. 그때까지 등잔불이 켜진 임산주재소 저목장 사무실에서는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성칠과 칠백, 동욱은 저목장 통나무 세 개 무지들에 나뉘어 가서 통나무들에 기름을 치고 거의 동시에 불을 싸질렀다.
   그들이 대문 어귀를 벗어날 때에야 불을 발견했는지 저목장 사무실에서 일본 놈들이 총창을 빼들고 뛰어나왔다.
   룡천과 진달래는 독립군 병사들과 사냥군을 지휘해 사격을 가했다.
   땅! 땅! 땅땅!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뛰어나온 일본 놈들이 보기 좋게 쓰러졌다.
   일본 놈들도 저목장 사무실 벽에 기대서서 맞총질을 했다. 그새 저목장 통나무 무지에는 집채 같은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놈들은 뭐라고 꽥꽥 소리치면서도 번져가는 불을 끌 새 없었다.
   진달래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빌어 저목장 사무실 구새 목에 기대서서 꽥꽥 고함치는 지휘관 놈에게 돌멩이를 날렸다.
   쒹-
   딱!
  “아이고, 이다이(아파)!”
  야마모도 소장 놈은 이마빼기를 붙들고 구새에 기대섰다.
  땅!
  그때 성칠이 나무에 기대서서 사냥총으로 한방 갈겼다.
  “어이쿠!”
  야마모도 소장 놈은 이마를 놓고 다시 쳐들었던 군도마저 뚝 떨어뜨렸다.
   동욱은 성칠의 손에서 사냥총을 빼앗아 야마모도 소장 놈에게 겨누었다.
   땅!
  총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야마모도 소장 놈이 구새 목에 쓰러졌는지 엎드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놈이 통나무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면서 고함치는 것이 보였다.
   “저 놈 새끼를!”
   최동욱은 사냥총에 장탄해 그쪽으로 겨누었다.
  그때 룡천이 명령했다.
   “철퇴!”
   최동욱은 시야에서 벗어나는 야마모도 놈에게 사격했다.
   땅!
   허나 야마모도는 통나무 뒤에 몸을 숨긴 뒤였다.
  성칠은 사냥총을 틀어쥐고 악을 쓰며 고함치는 동욱을 마구 끌고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원수는 후에 갚아도 돼! 가자!”
   “이번에 저 원수 놈을 죽여야 해!”
   “가자!”
   성칠과 칠백은 양쪽에서 동욱을 마구 끌고 수림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버렸다.
  뒤에서는 삼단 같은 세찬 불길이 수림과 영월동을 환히 밝히면서 보기 좋게 활활 타 번지고 있었다. 공포에 찬 저목장 안에서는 죽어가는 섬나라 오랑캐들의 비명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왝왝 고함치는 소리도 섞여 밤하늘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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