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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5) 사냥군
2024년 05월 19일 12시 06분  조회:45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6장 포수대 

             

                   4. 사냥군
 
 
 
    엄동설한은 새끼를 쳐서 대지에 한기를 내리뜨렸다. 그러나 독립군 대원들의 항일에 달아오른 가슴을 얼구지는 못했다.
    진달래는 그날 밤에 바우돌을 데리고 불붙이에 있는 경인오빠한테 찾아갔다.
   진달래가 밤중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자 경인은 놀랍기만 했다.
   “아니, 얘, 어찌 이 추운 겨울에 왔느냐?”
    진달래는 경인오빠와 형님 어금에게 인사를 드린 후 정주간에 앉았다.
    어금은 부엌에 내려가 칼 모태에 감자를 돔박돔박 썰어 솥에 넣고 장국을 끓였다. 이윽고 솥에서 김이 쌕 빠져나오면서 구수한 감자장국 냄새가 좁은 방에 구수하게 풍기었다.
   한참 경인에게서 그간 이야기를 들은 후 진달래는 비로소 경인도 버치를 결을 버들을 베다가 일본 놈들에게 당한 것을 알게 됐다.
   진달래는 어금과 함께 제꺽 아침상을 갖춰 놓은 후 바깥의 바우돌도 불러들였다.
   진달래는 아침을 들면서 단도직입적으로 경인에게 말했다.
   “오빠, 일본 놈들의 성화에 어디 살겠어요? 우리 함께 일본 놈들을 사냥하면 어때요?”
   경인은 진달래를 흘끔 내려다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무슨 힘으로 그 많은 일본 놈들을 사냥한다니?”
   섬찍해 난 어금은 숟가락을 들다가 말고 신랑을 건너다보았다.
   경인은 색시 어금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도리머리 질 했다.
   “삯전을 주지 않지 버치마저 결어 팔지 못하게 하니 어떻게 살겠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살 구멍이 나지겠지.”
   “일본 놈들을 몰아내지 않고서야 어찌 마음 편히 잘 살 수 있겠는가요?”
   “말이 쉽지. 칼이나 사냥총 몇 자루로 어떻게 일본 놈들을 몰아내겠니? 서뿔리 일본 놈들에게 칼을 휘둘렀다가 부모형제들이 다 잘못되면 어쩌겠니? 아버지 말씀처럼 중용을 지키는 게 이 난리에는 제일이야.”
   진달래는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녀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검술이 출중하잖아요? 그 검술이면 얼마든지 일본 놈들의 목을 칠 수 있지 않아요. 사람마다 일떠나 몇 놈씩 잡으면 일본 놈들을 몽땅 쳐 죽일 수 있어요.”
   경인은 손을 들어 손사래를 저었다.
   “얘, 언성 좀 낮춰라. 요즘 영팔이랑 우리 집을 기웃거린다.”
   그제야 진달래는 더 말해도 경인의 머리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녀는 감자장국이나 몇 숟가락 뜨네 하며 바우돌이 배불리 먹기를 기다렸다. 진달래는 맛 나는 장국도 맛이 없어 숟가락을 밥상에 달랑 내려놓았다.
   진달래는 바우돌을 데리고 경인이네 집 문 밖을 맥없이 나왔다. 그녀는 불붙이를 떠나면서 퍽 실망스러웠다.
   성칠은 진달래에게서 조카사위 경인의 말을 듣고 한숨을 후- 쉬더니 진달래를 위안했다.
   “사냥꾼들을 묶어세우는 일이 그렇게 식은 죽 먹기겠느냐? 천천히 방법을 대야겠다.”
   진달래는 성칠을 믿음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튿날 그들은 기운봉 기슭에서 룡천 중대장과 만났다. 룡천 중대장은 성칠과 진달래에게 우시장부근에서 사냥꾼으로 독립군 포수대를 조직할 임무를 맡기고 독립군 대원들과 함께 백마를 타고 장백산을 바라고 개마고원 쪽으로 출발했다.
   성칠은 행동과 은신하는데 편리하게 하려고 진달래를 운주동 최구장의 집으로 가서 묵게 하고 혼자 사냥총을 쥐고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수림 속에서 성칠은 사냥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사냥꾼들을 묶어세우겠는가고 궁리했다.
    토끼 꼬리만한 겨울해가 눈 덮인 서산의 수림 속으로 숨어버리고 영월동 서산에는 어둠의 장막이 내리 드리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굶은 이리들의 울음소리가 무섭게 들리었다.
   성칠은 먼저 엄창렬의 집에 가서 상호를 만나려고 해싿. 상호는 명천 공지에서 도망쳐 집에 돌아왔던 것이다.  평소에 엄창렬 일가를 많이 도와왔기에 말하기 쉬울 것 같았다.
   성칠은 사냥총을 들고 눈 덮인 사위를 둘러보았다. 숨이 막힐 듯이 고요했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어둠을 밟으면서 성칠은 슬금슬금 바자에 난 삽작문을 살짝 열었다.
   문을 노크하려고 할 때 집 동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성칠이 삽작문 뒤에 붙어섰다. 그런데 찬찬히 여겨보니 바로 상호였다.
  “상호야.”
  “아니, 형님.”
   “쉬—”
  성칠은 입술에 손가락을 세로대면서 주위를 살폈다.
  상호는 성칠의 팔소매를 잡아 집 쪽으로 끌었다. 
  “다른 식구들을 놀라게 할 게 없다.”
   성칠은 상호와 함께 삽작문을 나섰다.
  상호는 성칠을 따라 걸으면서 말했다.
   “낮에 총소리를 듣고 형님이 근심돼서 아까 가보았소. 때마침 검둥이가 달려와서 꼬리를 휘청휘청 저으면서 끼깅 거리잖겠소. 그래서 큰어머니랑 아주머니랑 모두들 형님이 무사하다고 짐작하고 조금 근심을 덜었소. 그러나 형님 근심이 태산 같소. 형님이 무사하다고 전해야지.”
   “먼저 내 말 듣고 가라.”
   성칠은 상호의 팔소매를 잡아끌고 집 뒤 산기슭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상호야, 왜 공지에서 돌아왔니?”
  그러자 상호는 “흥!” 하고 코 방귀부터 뀌었다.
  “그따위 공지에서 일해 봤자 삯전도 받지 못하는데. 차라리 집일을 하는 게 낫지.”
  성칠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잘 돌아왔다. 그러나 공지에서 도망치면 일본 놈들이 영팔이랑 시켜 붙잡아갈 게야.”
   “하긴 큰아버지가 안 됐소. 우리 삯전을 주지 않는다고 한길수와 대판 싸우다가 감옥에 갇혔으니 말이오.”
  성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상호야, 일본 놈들을 믿고 일한다는 건 괜한 짓이다. 내 이런 생각을 해봤다.”
  그는 사냥총을 들어 보이면서 뒤 말을 이었다.
   “우리 사냥이라도 해야 올해 보릿고개를 넘지 않겠니?”
   상호는 어둠 속에서 성칠을 쳐다보면서 근심스레 말했다.
   “형님, 사냥한다고 형님을 붙잡아가려고 미쳐 날뛰던데 사냥해 되겠소?”
   “일본 놈들도 너무 하잖니? 사냥도 하지 못하면 우린 뭘 먹고 살겠니?”
   그러자 상호는 이를 뻑뻑  갈았다.
     “그 놈들이 어디 우리 생사를 돌보오?”
   성칠은 사냥총을 힘 있게 높이 추켜들고 흔들면서 힘 있게 말했다.
    “우리는 사냥총을 들고 짐승을 사냥해 연명해야 해. 사냥총으로 우리 고향에서 일본 놈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래야 편안히 살 수 있다.”
   상호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런데 우리 몇이 그 놈들을 다 몰아낼 수 있겠소? 황차 우리 고향에서 몰아낸다고 해도 인차 우시장이나 다른 곳 일본 놈들이 무리승냥이처럼 다시 쳐들어올게 아니오?”
   성칠은 상호의 어깨를 꽉 움켜쥐어 흔들면서 신심 있게 말했다.
  “우리 영월동과 운주동, 가마골, 신흥동에서 몽땅 들고 일어나면 우리 고향에서 일본 놈들을 몰아낼 수 있다. 생각해봐라. 우리 가만있으면 몽땅 우리 아버지처럼 붙잡혀 감옥에서 죽고 만다. 우리 조선 백성들이 몽땅 들고 일어나면 그 놈들을 몰아내지 못하겠니?”
   성칠의 뜨거운 입김이 엄동설한을 날려 보내면서 상호의 얼굴에까지 풍겨갔다. 한참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뒤이어 상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형님 말이 옳소. 공지에서 도망쳤다고 감옥에 갇히기 전에 사냥총을 들고 일본 놈들을 사냥하다 죽는 게 낫소.”
   성칠은 룡천과 진달래 말을 하면서 장백산 항일독립군 말도 해주었다.
  상호는 그 말에 힘을 얻었다.
  “형님, 사냥총을 들고 형님을 따라 사냥하겠소.”
  상호는 머리를 들어 집쪽을 보았다.
  “형님, 잠간 집에 들어가서 부모에게 사냥하러 떠난다고 말하고 나올게.” 
  성칠은 상호의 팔소매를 붙잡았다.
  “급히 서둘 필요 없다. 부모들과 하루 밤 더 자면서 잘 말한 후 내일쯤 치마봉 아래로 오너라.”
  그러나 상호는 결단성 있게 말했다.
   “아니오. 지금 형님은 혼자 위험하오.”
    성칠은 더 말리지 않았다. 그는 어둠을 헤치면서 성큼성큼 집 쪽으로 걸어가는 상호의 어두운 뒷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았다.
   상호는 집에 들어갔다가 인차 나왔다. 그는 김치 움에 들어가 감춰둔 사냥총을 들고 나왔다. 그는 사위를 둘러보더니 집 뒤 산기슭으로 달려왔다. 성칠과 상호가 김칠백의 집으로 향할 때다.
   상호네 집 문이 열리면서 두 그림자가 삽작문을 열고 나왔다.
   “상호야, 상호야.”
   엄창렬이 허리를 구부정하고 손을 들어 흔들면서 삽작문 안에서 나왔다. 명순이 치마폭을 걷어안고 황급히 뒤따라 달려 나왔다.
    상호는 사냥총을 들고 급히 마주 달려갔다.
   “아버지, 어머니, 근심하지 마시오. 산짐승을 많이 사냥해야 아버지 기침병도 치료하지.”
   명순은 손으로 상호의 얼굴을 만졌다.
   “아무튼 몸조심하고 성칠 형님의 말을 잘 들어라.”
  성칠은 성큼성큼 뒤따라와 엄창렬 부부에게 인사하고 나서 “근심하지 마오.” 하고 말했다.
  엄창렬은 허리를 구부정하고 기침을 쿨룩쿨룩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말했다.
  “아무튼 둘 다 몸조심하게. 사냥이야 성칠이 좋은 스승이니까. 시름 놓고 보내겠네.”
  상호는 넙적 엎드려 부모께 절을 올리고 성칠을 따라 나섰다.
   성칠은 상호와 함께 먼저 강 건너 자기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성칠은 주춤 멈춰서더니 상호한테 귀속 말을 했다.
  "우리 집으로 가서 내 무사하다고 기별해라. 만약 뜻밖의 정황이 생기면 서쪽 수림 속으로 달려가라.” 
  상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사냥총을 성칠에게 맡기고 평소처럼 골짜기바닥의 허연 얼음을 스적스적 건너 성칠의 집으로 다가갔다.
   성칠은 강둑 버드나무숲 속에서 눈을 깔고 엎드려 총 가목을 으스러지게 틀어잡고 집 쪽의 동정을 살폈다.
  “왕, 왕, 왕!”
  갑자기 검둥이가 덮쳐왔다.
  “휙~ 휙—”
  성칠이 휘파람을 불자 검둥이는 어둠속에서도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끼깅- ”
  검둥이는 몸뚱이를 일으키더니 두발을 거인처럼 우뚝 선 성칠의 가슴에 얹고 끼깅거렸다. 성칠은 한손으로 검둥이 머리를 다독여주었다.
   땅! 땅! 땅!
  이때 집 쪽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성칠은 강뚝에 엎드리면서 총소리 난 쪽으로 사냥총을 겨눴다. 어둠속에서 상호가 집안에서 뛰쳐나오고 집안 전등불이 꺼졌다. 상호 뒤로 검은 그림자 셋이 뛰쳐나왔다. 허나 성칠은 총을 쏠 수 없었다. 일본 놈들인지 집식구들인지 알수 없었다.
   땅 땅 땅!
  뒤따라 나온 검은 그림자들에게서 불빛이 번쩍였다.
  땅!
   성칠이 쏜 총에 뒤따라 나오면서 총을 쏜 놈 가운데서 한 놈이 푹 꺼꾸러졌다.
   상호는 집 서쪽수림 속으로 도망쳤다. 나머지 두 놈이 상호 쪽으로 쫓아갔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일본 놈들은 성칠이네 집안에 미리 들어가 숨어 있다가 검둥이가 온 것을 보고 성칠이 부근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였던 것이다. 하여 성칠의 어머니와 아내를 바 줄로 묶고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은 후 고방에 가둬놓았다. 놈들은 벽에 붙어 서서 숨을 딱 죽이고 성칠이 집안에 들어서기를 기다렸다. 그때 상호가 들어섰다. 놈들은 성칠인가 오해한 채 붙잡으려고 욱 덮쳤다. 상호는 덮쳐드는 일본 놈들을 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일본 놈들 셋이 뒤쫓아 나왔던 것이다.
    땅 땅 땅!
   이때 강둑에서 숱한 놈들이 총을 쏴대면서 다가왔다. 성칠의 옆에 있던 검둥이는 검은 그림자들에게 덮쳐나갔다.
   “아이유! 이 놈 개새끼!”
    영팔의 비명소리 같았다.
    성칠은 사냥총으로 상호 뒤로 쫓아가는 두 그림자를 겨눠 또 사격했다.
    땅!
    한 놈이 푹 꺼꾸러졌다.
    땅!
   또 한 놈이 명중탄을 맞고 푹 꺼꾸러졌다.
   성칠은 사냥꾼의 본능으로 총을 쏜 자리에서 일어나 한길수네 집 쪽으로 달아났다. 뒤에 검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강을 슬쩍 건너 칠백이네 집 울바자 옆으로 달아났다. 그런 줄도 모르고 왜놈들은 왝왝 소리치면서 강둑에서 눈먼 총질을 해댔다.
    그때였다.
   총소리를 들은 칠백과 진달래, 칠석이 집안에서 뛰쳐나와 합세했다.
   그때 덕성이 뒤따라 나오면서 발을 굴렀다.
   “얘들아, 다 가면 난 누굴 믿고 살라니?”
   옥녀도 뛰어나와 엉엉 울었다.
   “오빠~”
   칠백은 성칠의 손에서 사냥총을 받아 쥐고 쳐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아버지, 근심하지 맙소. 만주에서 가서 만나깁소.”
   성칠과 진달래는 서쪽 수림 속에서 상호와 회합했다. 모두들 진달래의 주밀하게 계획한 전술대로 수림 속으로 철퇴했다. 수림 속에     서 진작 바우돌을 비롯한 독립군 대원들이 백마들을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들 진달래의지휘대로 백마를 타고 수림 속으로 전이했다. 성칠은 달리는 백마를 탄 사람들이 많이 불어난 것을 보았다.
    칠백과 칠석 형제는 벌목공지에 가서 헛고생을 하고나서야 형 룡천의 말처럼 성칠을 따라 사냥해야 살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일본 놈들이 무서운 물건짝들이지만 결코 그 놈들이 무서워 집에서 굶어 죽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칠백이네 형제가 최동욱과 그런 의향을 말했다.
    그러나 동욱은 그들을 따라나서지 않았다. 아내가 앓는 것도 있고 무모하게 일본 놈들이 말리는 사냥을 하다가 일본 놈들에게 붙잡혀 혼날 까봐 그만뒀던 것이다.
    칠백이 찾아가서 아무리 동원해도 동욱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쌀은 다른 방도로 구할 수 있겠지만 총칼을 흔드는 일본 놈들의 등살에 하루도 살수 없을 거다.” 
    별수 없었다.
    성칠은 도리머릴 질 했다.
    (사냥은 강요할 수 없지.)
   성칠 등은 백마를 잡아타고 눈 깜짝할 새에 치마봉 기슭에까지 달려갔다.
   그 곳에서 룡천 중대장을 비롯한 2분대 독립군 병사들이 벌써 치마봉 기슭 수림 속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룡천 중대장의 지휘아래 즉시 박달령을 넘어 100여리 밖으로 쏜살같이 전이했다.
    눈 덮인 수림 속 여기저기에서 굶주린 이리떼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룡천과 진달래, 성칠은 조용한 곳에 가서 금후 대책을 의논했다.
   룡천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여기서 잠시 휴식정돈한 후 내일 밤에 일본 놈들의 림산 작업소를 습격해 저목장을 기습하기오. 목재를 몽땅 불태워 버리기오.”
   “글쎄요. 어쨌든 이번 임무를 빨리 완수하고 인차 장백산지구로 철퇴하는 거 상책인 거 같아요. 하루라도 더 끌면 일본 놈들이 덮쳐들 거요.”
    진달래가 맞장구를 쳤다.
   한참 생각에 잠겼던 성칠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우리는 더 많은 젊은이들을 우리 포수대에 묶어세워야 하오. 먼저 금방 포수대에 들어온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오. 우선 말한 대로 사냥부터 해서 저 젊은이들의 집식구들을 기아에서 구해야 하오. 사냥한 단맛을 봐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포수대에 들어오게 되오.”
   룡천은 성칠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
   “맞아. 난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네. 내일 먼저 사냥부터 합세. 모레쯤 사냥물을 마을에 가져갑세. 저놈 저목장을 불태워 버립세.”
   성칠은 칠백이랑 있는 데로 돌아왔다.
   “우리 삭정이를 가져다가 우등 불을 피우자. 새우잠이라도 자야 내일 사냥하지.”
   “형님 말이 옳다. 어디 추워서 견디겠니?”
   바우돌이 보초서고  모두들 어둠을 무릅쓰고 삭정이를 주어왔다. 성칠이 부시를 쳐서 불꽃을 일구자 이윽고 수림 속에 우등불이 활활 피여 올랐다. 모두들 추워 우들우들 떨면서 이 밤을 어떻게 보낼까 근심하다가 욱 우등 불에 모여들어 불을 쪼였다.
   이때 이리떼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땅!
   성칠이 몸을 돌려 쏜 사냥 총알에 우등 불쪽으로 슬금슬금 기어오던 이리 한 놈이 폴싹 꺼꾸러졌다. 모두들 사냥총을 거머쥐고 불똥이 왔다 갔다 하는 수림 속을 노려보았다. 굶주린 이리떼는 자기 동료가 쓰러졌건 말건 물러서지 않았다. 그 놈들은 토론이나 한 듯이 울부짖더니 미친 듯이 덮쳐왔다.
    땅 땅 땅!
   독립군 대원들과 포수대 사냥꾼들이 일제히 총을 쏘았다.
  사냥 경험이 없는 독립군 병사들과 칠백이랑 눈 위에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고 총을 쏘아댔다.
   성칠과 진달래만은 나무에 기댄 채 꿋꿋이 서서 총을 쏘아댔다.
   “서서 사격해! 승냥이들과 싸울 땐 서서 사격해야 된다. 그래야 승냥이들이 달려들어도 머리나 목 같은 요해처를 물리지 않아!”
   성칠의 말에 모두들 일어나 나무 뒤에 기대서서 악을 쓰면서 덮쳐오는 이리떼를 향해 사격했다.
십여 마리 이리가 쓰러지자 이리떼들은 물러갔다.
    이튿날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올 돌아보니 아직도 숨이 채 지지 않은 이리들이 바둑거리면서 사람들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성칠은 비수로 바둑거리는 이리의 숨통을 찔러 죽이고 나서 웃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사냥물이 꽤나 많군. 허허허.”
   칠백은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동을 달았다.
   “이거면 우리 집식구들이 한 보름은 실컷 잡숫겠다. 시장에 가서 팔아도 한 달 먹을 쌀은 사겠다.”
   칠석이랑 좋아서 싱글벙글 웃었다.
   “사냥해야 산다니까.”
   “성칠 형님을 따라 사냥에 나선 게 옳아. 사냥해야 살 수 있어.”
   “하하하.”
   눈 덮인 밀림 속에서는 첫 사냥을 한 기쁨에 겨운 웃음소리가 호탕하게 울려 퍼졌다. 그들은 우등 불에 이리 고기를 구워 실컷 먹고 눈 속에 숨어 굳 잠에 곯아떨어졌다.
   해가 다시 지면서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자 그들은 백마에 언 이리를 처매고 다시 명천의 고향을 바라고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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