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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가요는 귀족의 노래가 아니라 평민의 노래였습니다. 신라 향가를 주로 화랑이라든가 승려가 지어 불렀던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그런 점에서 고려 가요는 현재 대중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 즉 유행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를 보면 남녀 간의 애정을 다루거나 사회현실을 풍자한 노래들이 있습니다. 또한 현실에서 느끼는 고단함이나 어려움을 토로한 노래도 있고 반면에 밝고 경쾌한 인생관을 담은 노래도 있습니다. 이처럼 대중가요를 살펴보면 대중이 느끼는 정서와 감정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지요.
고려 가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려 가요에는 고려 시대 민중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편수는 역시 남녀 간의 애정담을 다룬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은 고려 가요 중에서 임과 이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때 ‘임’은 간혹 ‘임금’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만 사랑하는 임으로 해석하는 것도 틀린 해석은 아닙니다. 작품의 내용은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면 그때에 임과 이별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임과 이별이 불가하다는 것을 강조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고려 가요는 임과의 사랑과 이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몇몇 고려 가요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먼저 「가시리」에는 겉으로는 임과의 이별에 체념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서경별곡」은 대동강을 건너는 임에 대한 원망을 배를 내어 주는 뱃사공에 대한 원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동동」은 일 년 열두 달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려 낸 점이 특징적이지요. 이와 같이 고려 가요도 현대의 대중음악처럼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자주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여러분은 대중음악 중에서 뜻밖의 곡들이 사랑을 받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인순이의 <아버지>라든가, 지오디의 <어머님께> 등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도 그중 하나이지요. 이런 곡들처럼 고려 가요에도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모곡」입니다.
아버지들이 「사모곡」을 보면 아쉬움이 크겠지만 이 작품은 어머니의 사랑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호미와 낫에 비유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의 사랑보다 크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네요. 농기구에 아버지, 어머니를 비유한 것이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농경 사회에서는 가장 친근한 물건이었으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대해 공감을 했을 것입니다.
이 외에 「상저가」라는 방아 찧는 노래에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덜컹 방아를 찧어서 거친 밥이라도 지어 그 밥을 아버님 어머님께 먼저 드리고 남거든 먹겠다는 「상저가」의 내용은 당시 사람들이 부모님을 각별히 공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지요.
자, 이제 고려 가요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알겠지요. 비록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의 성격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남녀의 사랑이라든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들을 살펴보니 고려 시대에나 현대에나 사람의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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