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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에도 <애국가>처럼 공적인 목적을 지닌 노래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 노래가 <애국가>처럼 모든 신라인들에게 불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노래의 가사라든가 창작 의도를 보면 <애국가>처럼 국가의 번영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서 창작된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제목은 ‘안민가(安民歌)’인데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함께 감상해 볼까요?
「안민가」는 신라 경덕왕 때에 승려 충담사가 지어 부른 것입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정치 · 사회적 분위기와 관계가 깊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경덕왕 시절에는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뜨는 등 천재지변이 백성의 삶을 위협하고 귀족들이 정치 권력을 얻기 위해 서로 다투는 등 정치 · 사회적 위기 상황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경덕왕은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고자 충담사에게 노래를 지어 부를 것을 요청했는데 이에 충담사가 지은 작품이 바로 「안민가」입니다.
신라가 불교를 신봉하는 나라이고 지은이가 승려이기는 하지만 작품의 성격은 유교적입니다. 경덕왕은 당시 귀족 세력을 억누르고자 중국식 제도와 학문을 따랐다고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유교의 통치 이념을 널리 퍼뜨리려 했다고 합니다. 시에 언급된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는 유교 경전 『논어』의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지요. 또한 이 작품은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임금과 신하와 백성이 가족적인 사랑과 유대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 노래는 목적성이 매우 강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애국가>가 우리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듯이 「안민가」는 나라가 태평해지고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른 노래였지요. 충담사는 승려였지만 국가의 장래를 위해 「안민가」라는 유교적인 작품을 창작했던 것입니다.
신라 향가 중에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목적성을 띤 노래를 한 편 더 소개하자면 「도솔가」를 들 수 있습니다. 「도솔가」 역시 신라 경덕왕 시절에 지어진 노래입니다.
어느 날 하늘에 해가 두 개가 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가 두 개 뜬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천재지변을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해가 임금을 상징하니, 해가 두 개라는 말은 정치 권력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때 일기를 맡아보던 신하가 경덕왕에게 스님이 꽃을 뿌리며 정성을 들이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이에 경덕왕은 신하의 충고를 받아들여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승려 월명사에게 기도문을 지어 부르게 합니다. 월명사는 기도문 대신 향가를 지어 불렀는데 그것이 바로 「도솔가」입니다.
작품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꽃을 뿌리며 곧은 마음의 자세를 지니고 미륵 부처님을 모시자는 것이지요. 미륵 부처에게 국가의 안녕을 빌었던 것입니다. 월명사가 왕에게 시를 지어 바친 후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해 하나가 사라져서 세상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이 노래 역시 집단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지어 부른 목적성이 매우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라 향가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존재했습니다. 먼저 4구체 향가인 「서동요」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으며, 「풍요」는 민요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헌화가」는 절벽 위에 피어 있는 꽃을 수로부인을 위해 꺾어 바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4구체 향가가 두 번 반복된 형태인 8구체 향가는 「모죽지랑가」와 「처용가」가 있습니다. 「모죽지랑가」는 죽지랑이라는 화랑을 추모하면서 그의 낭도가 지어 부른 노래이며, 「처용가」는 아내를 범한 역신을 노래를 불러 물리쳤다는 처용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10구체 향가에는 죽은 누이를 추모하며 부른 「제망매가」, 서쪽에 떠 있는 달에게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원왕생가」, 기파랑이라는 화랑을 찬양하며 부른 「찬기파랑가」, 신하가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며 왕을 원망하며 부른 「원가」, 이 외에도 「우적가」, 「혜성가」 등 다양한 주제를 지닌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신라 향가는 당대에 수많은 작품들이 창작되어서 진성여왕 때에는 『삼대목』이라는 향가집까지 출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삼대목』은 오늘날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지요. 만약 그 책이 남아 있다면 신라 시대 향가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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