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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시인 - 시바타 산키치
2018년 04월 25일 01시 02분  조회:2729  추천:0  작성자: 죽림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 현대시 >> [국민일보 / 정 철훈 기자]

 

 

 

일본 현대시인의 시 작품이 체계적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출판사 문학수첩은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현대시인 30명 안팎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한다는 목표로 다이 요코,시바타 산키치,혼다 히사시 등 3명의 선집을 우선 발간했다.

 

‘잠자는 거리 혹은 가라앉는 지층’의 다이 요코(40)는 여성시인으로 무기질적인 것에 주목하면서 현대인의 편협과 물질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혼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소나 돼지나 생선이나 새/몸 여기저기 밀어 넣고/지금 살아 있는 거 잖아//소 돼지 생선 새/그것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소나 돼지가 먹은 건초/물고기가 먹은 플랑크톤/새가 쪼아 먹은 벌레/그렇다 벌레까지/몸 어딘가에서 헤엄치고 있다” (‘떠들썩한 시체’ 일부)

 

 

‘나를 조율한다’의 시바타 산키치(51)는 츠보이시게지상,지큐상 등을 탄 일본의 유명시인. 육체에 대한 신뢰,일상의 정경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해 현실의 희망을 조명하고 있다. “지구의를 손에 들고 유연해지는 사람과/절망하는 사람/마른 풀잎 위를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마음이 가려워지는 사람과/거슬리는 사람/세상은/두 가지의 사는 방식 사이에서 흔들려 왔다/빙빙 돌린다/백 년이 순신간에 지나가고/지구는 슬프게 활짝 개어 있다// -허구여”(‘전원의 바람’ 일부)

 

 

‘7개의 밤의 메모’의 혼다 히사시(56)는 이토세이유상,마이니치 출판문화상특별상을 수상한 중견시인으로 인간의 숙명적 존재의식을 탐구하고 있다. “왜 나는 총격을 받은 거예요?/소년병이 하늘에게 물었다/그러나 하늘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소년병은 숨을 거두고/하늘은 그 돌연한 죽음에게 질문을 받고/소년병의 그 질문에 의해 흐려진다” (‘하늘에게 물었다’ 일부)

 

 

시바타 산키치는 한국어판 시집 발간에 부쳐 “언어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을 텐데,나는 한국시를 나 자신의 삶과 사고의 결과처럼 똑같이 읽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는 자연을 대하는 방법의 공통성이라는 것,다른 하나는 역사의 공유에 기인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시로만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는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두 나라 언어의 바다가 서로 녹아 마음도 서로 녹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출판사측은 선집 출간을 계기로 양국 현대시인들의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이 요코 외·문학수첩).

 

 

 

 

 

 

 

 

 

- 책소개

 

 

 

 

시선집 <나를 조율한다>는 1989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4권의 시집에서 뽑은 것과 미간행 작품을 묶어 3부로 구성하였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때론 독자들의 마음에 비애와 고뇌와 깊은 실의를 스며들게도 하지만, 희망으로 향하려는 자신을 시인만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시바타 산키치의 아름답고 신선한 시 언어는 시인의 사고 깊은 곳까지 독자를 인도하여, 그곳에서 아름다운 시 언어란 시인 자신의 인식의 아름다움이며 탁월한 감수성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일상의 작은 정경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인의 인간적 자질의 근간에는 민감한 통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고통은 언제나 정신적 아픔과 육체의 아픔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인 것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가진 시바타 산키치의 시는 육체의 오관으로 받아들이는 세계이기에 사랑의 시는 관능적이고, 비참함 속에서도 관능의 떨림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인터파크 제공]

 

 

 

 

 

 

 

 

 

 

 

- 작가소개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1952년 도쿄 출생. 도쿄사진대학에서 보도사진을 배웠으며, 가업인 ‘신사 불각 건축업’을 이어받아 문화재 등을 수리 복원하는 일에 종사했다. 현재는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문필업에 전념하고 있다. 1994년 제22회 츠보이시게지상과 제4회 일본의 시클럽 신인상을 수상했고, 1998년 제23회 지큐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횡단-트래버스』, 『언타이틀드』, 『인도 담배』, 『문자의 숲』, 『거꾸로 선 나무』, 『나를 조율한다』 등이 있고, 서간집 『죽음에 쏟아지는 것』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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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론·일본 

작은 소리로서 강도(强度)를 가진 말로 

‘일본 시인 클럽’ 세미나 강연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한성례 옮김 





30대가 끝날 무렵까지 나는 말의 힘을 단순히 믿고 시를 써 왔습니다. 말의 힘이란 문학적인 표현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말이 원래 갖고 있는 사회성 즉 커뮤니케이션의 힘에 관한 것입니다. 나는 감성뿐만이 아니라 인식에 의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는 시를 좋아합니다. 시는 세계와 충돌하며 세계를 재편성해 나가는 힘이 있고 많은 표현이 공존하는 가운데서도 역시 첫 번째 표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말의 무력을 느끼게 한 사건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10년 전 걸프전쟁이 일어났을 때였습니다. 일본의 시인이라든가 소설가 중에는 이 전쟁을 문학과는 다른 세계의 사건이라고 파악한 사람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20세기는 세계 어딘가에서 항상 전쟁이 터졌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인간은 폭력과 결별하여 이성에 의해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존재가 아닐까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걸프전쟁을 통해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는 생물이 아니라 역사를 되풀이하는 생물이라는 절망감을 나에게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지독하게 고전적인 침략 행위와 그에 대한 정의의 보복이라는 도식이 20세기 말에 마치 같은 일을 반복했던 인류의 선조들이 역사 속에서 부활이라도 한 것처럼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란 말이 살해당한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말이 살해당한 상태란 이성적인 사고가 정지되어 사람의 정신이 죽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때 나는 제2차세계대전의 고통을 빠져 나오면서도 단념하지 않고 말을 기록하여 온 사람들의 노력이 (그러한 많은 시인, 작가가 있었습니다) 전부 수포로 돌아간 게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패전 반년 전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살해당한 윤동주(尹東柱) 시인이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폭력에 노출되면서도 침묵하지 않았고 고독을 안으면서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의 조용한 말에 촉발되고 희망을 찾아온 나는 저 걸프전쟁을 눈앞에 대했을 때 나 자신의 말도 베인 것처럼 느꼈습니다. 

물론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나는 지금도 용기를 얻지만 그가 이야기해주는 말을 그대로 자신의 희망으로 답습할 수는 없습니다. 윤동주는 스스로의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악을 증오하는 것과 똑같은 깊이로 인간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희망은 그 자신에 있어서 유효한 것이었고, 결코 우리에게 무조건 건네진 것이 아닙니다. 즉 우리는 스스로의 고통을 스스로의 사고와 말로써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무렵을 계기로 시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한 편의 시가 직접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환상은 깨지고 말았지만, 한 편의 시에 의해 적어도 자신의 희망만은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 나는 시라는 것은 먼저 자기 자신의 고립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 다음으로 타인과의 공감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추한 사상에 대해 추한 말로 마주 보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바로 사상을 아름답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시는 나에게 있어서나 쓰는 일에 있어서나 읽는 일에 있어서나 가장 섬세한 표현으로 존재하므로 희미한 목소리로라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머나먼 별과 전파를 교환하는 일처럼 서로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그저 몇 명이라도 있으면 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시는 고립되어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나는 지금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시를 찾으려는 인간은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도 충분히 사람 마음의 지주가 되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사람의 존재 자체에 다가가는 시가 있으면 그것은 멀리에서도 또는 간접적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계속 비추어주는 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되도록 작고 낮게 하고 한계선에서 일어서는 말을 건져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나는 10년 남짓한 나날을 시에 바쳐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뉴욕의 테러사건을 보고 재차 큰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겨우 회복되고 있던 것이 다시 한 번 저 폭풍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계속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공격은 오래된 상처를 도려내듯이 나를 때려 눕히며 압박습니다. 동시에 많은 나라의 정부와 매스컴의 히스테릭한 반응에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걸프전쟁 때와 같은 광경이 되풀이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일본에서도 전문가라든가 평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대거 나타나 보복공격을 당연한 일로 평가했습니다. 이때에 난무했던 말들을 과연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나는 본래는 섬세한 말의 생성 원천이 완전히 반대가 되어 증오의 증폭 수단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역시 지금도 말을 죽이고 난 후 시작됩니다. 

우리들은 문예인들로서 이러한 언어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깊은 의구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사고의 깊은 곳이 아닌 사고의 표면을 쓰다듬는 말에 의해(예술과는 정반대의 말에 의해) 현실적인 세계의 위기가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진행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보다 깊은 인간 불신을 사람의 마음속에 키우는 일이 되어 버립니다. 뉴욕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보던 날, 나는 이렇게 충격적인 광경을 앞에 두고서 왜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침묵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든가 분노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시가 안고 있는 침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강한 항의에 관해서 말입니다. 말은 침묵에 근접할 때 가장 사람의 가슴에 와닿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론 문자 그대로의 침묵이라는 뜻이 아니라 침묵을 견디어낸 장소에서 찾는 매우 작은 목소리라는 뜻입니다. 역설로서가 아니라 현재의 세계에서는 작은 목소리일수록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용기를 갖고 목소리를 작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작은 목소리는 큰 폭력과 소음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사고의 강인함을 가진 말이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이와 같이 우리가 쓰려는 시가, 그리고 말이 세계에서 시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동주는 침묵을 사랑한 시인이었지만, 그의 시 속의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인이야말로 어떤 시대를 살아도 이러한 곳에서 계속 말을 찾는 존재일 것입니다. 
 

동아시아 시인 동인 ‘몬순’에 속한 시바타 산키치(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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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줄기의 사상

                          시바타 산키치

 

 

  하지만 나는

  내가

  강줄기였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마른 대지의 주름을

  아무도 강줄기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해도

  세상 끝에 숨겨져 있는 물이

  언젠가 흐르기 시작할 것을 꿈꾸며

  나는 여울의 작은 돌을

  깊은 못을, 사람이 뒷걸음질한 낙차를

  풍부한 사상처럼 사랑하고

  손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나는

  작은 물고기가 뛰어오른 수량을 기억하고 잇다

  사람의 키마저 넘었다

  환의의 수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 같은

  물총새의 웃음소리 같은 물소리가

  나의 고독을

  다시 적셔 줄 날을

  나는 물을 연마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일찍이 물보라를 올린

  사람의 강바닥에서

  세상의 거칠어진 꿈이

  깨어날 날을

    

   - 시바타 산키치 시집, 『나를 조율한다』(문학수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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