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아닌 것을
주고받으면서
이토록 치열할 수 있을까
침묵과 비명만이
극치의 힘이 되는
운동장에 가득히 쓴 눈부신 시 한 편
90분 동안
이 지상에는 오직 발이라는
이상한 동물들이 살고 있음을 보았다
(문정희·시인, 1947-)
+ 공 이야기
날개 없이
45분간의 비상
눈물 없이
45분간의 번민
태양이 이글거리는 시간 수평선들 휘감기고
무수한 입술의 인간 육신이 빚어낸 듯
관중석에선 고통도 낙담의 두려움도 들려오지 않는다
적도 형제도 포옹케 하는
최후 영웅의 무르익음
(카티 라팽·프랑스 여류시인)
+ 절대로
결코 클럽의 미친 서포터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겠니.
결코 스위퍼에게 늑골과 비골을 강타당해보지 않았다면 고통이 무엇인지 알겠니.
결코 진정한 동네축구를 해보지 않았다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추가 시간 때문에 게임에 져보지 않았다면 눈물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뒤에서 태클당한 동료 때문에 악다구니를 써보지 않았다면 연대감이 무엇인지 알겠니.
결코 골문을 향해서 날쌔게 돌진해 보지 않았다면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가차없이 차가운 운동장 바닥에 쓰러져 보지 않았다면 수치심이 무엇인지 알겠니.
결코 프리킥 벽을 쌓아보지 않았다면 우정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방문 경기에서 승리의 구보를 해보지 않았다면 오르가슴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팀을 이루어 경기를 해보지 않았다면 좌파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경기장에서 "죽어라 검둥이"라는 외침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혼자 승리한 것으로 착각한 경험이 없었다면 이기심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윙으로 뛰어보지 않았다면 주변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홈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아보지 않았다면 불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슬럼프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불면증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결코 자살골을 넣어보지 않았다면 증오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친구야, 네가 결코, 정녕, 볼을 차보지 않았다면 인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월터 사아베드라·아르헨티나 축구해설자이며 시인)
+ 날개가 없어도 공은 난다
얼마나 넓은 운동장인가
크기를 잴 수도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는
우리가 별이라고 부르는
둥근 공들이 떠다니는 지구는,
그 안에 좁쌀보다도 작은 지구를
나는 너무도 힘들게 발로 굴리며
날마다 동동거리며 산다
알고 보면 나는 공(球)에서 나서
공(空)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는데
때리거나 던지거나 차거나
공을 다루는 재주가 아예 없는 내가
0이 주 개 붙은 2002년 6월
느닷없이 사람들에 치이며
광화문 거리를 비집고 들어가
대애안∼미인구욱!
엇박자 손뼉을 치고 고함을 질러댔다
월드컵 4강, 독일과 한 판 붙을 때는
운 좋게 상암구장 목 좋은 자리에서
머리 흰 붉은 악마가 되어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돼지오줌깨나 새끼줄 뭉치를 차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우리 젊은이들이 겁도 없이
월드컵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이제 두 달도 안 남은 6월을 기다리게 됐고
다시 한 번 거리에 나가
악마들과 손뼉을 치며 발을 굴리고 싶은 것이다.
날개가 없이도 잘도 나는
바람둥이 공을 두고
헛발질도 못하는 내가.
(이근배·시인)
+ 똥볼
축구시합 하러 운동장으로 나갈 때
내가 코딱지를 파먹으면서
개미 똥구녁 맛 같다고 하니까
주근깨가 다닥다닥한
여자 부반장 복실이가
멥쌀눈을 흘겼다
나는 동해물팀 공격수
등번호 9를 달고 냅다 달렸다
찬스를 잡아 슛을 했는데
아뿔사! 똥볼이 됐다
복실이가 메롱메롱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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