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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시학 / 한편의 시가 여려편의 번역 시 비교
2018년 01월 10일 22시 25분  조회:2789  추천:0  작성자: 죽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시학」감상 / 이원


시학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시간과 물결의 강을 주시하며
시간이 또 다른 강임을 상기하는 것,
우리들도 강처럼 스러지리라는 것과
얼굴들이 물결처럼 스쳐감을 깨닫는 것.

불면은 꿈꾸지 않기를 꿈꾸는
또다른 꿈임을
우리네 육신이 저어하는 죽음은
꿈이라 칭하는 매일 밤의 죽음임을 체득하는 것.

중생의 나날과 세월의 표상을
모년 혹은 모일에서 통찰해 내는 것,
세월의 전횡을
음악, 속삭임,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에서 꿈을 보는 것,
낙조에서 서글픈 황금을 보는 것,
가련한 불멸의 시는 그러한 것,
시는 회귀하느니, 여명과 일몰처럼.

이따금 오후에 한 얼굴이
거울 깊숙이 우리를 응시하네.
예술은 우리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경이에 지친 율리시즈는
멀리 겸허한 초록의 이타케가 보였을 때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예술은 경이가 아니라 초록의 영원인 그 이타케.

예술은 또한, 나고 드는
끊임없는 강물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강물처럼, 본인이자 타인인
유전(流轉)하는 헤라클라이토스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

................................................................................................................................................................................................................................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사랑의 간절함이 939살 불멸을 중지하게 한다는 판타지는 익숙한 것이지만,
“나도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이 말을 하는 얼굴은 응시하게 되지요.
모든 생을 기억하는 눈에는 심연의 슬픔과 당장의 햇빛이 동시에 담기지요.
그래서 비스듬히 보고 있다가도 시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되지요.
남미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는 소설로 더 많이 회자되지만 시로 출발하였어요.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그의 문장. 수수께끼를 내는 자라고 불렸다는, 그리스의 시적인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 거울과 강물. 회귀와 유전(流轉).
흐르는 물은 늘 다르지요. 동시에 같은 물이기도 하지요. 어디에 찍느냐, 문제는 방점이지요.
응시하는 얼굴은 비추는 얼굴이에요. 여명과 일몰은 대립적 시간이며 대립적 시간이 아니지요.
경이와 초록 중 시는 초록에 방점이 있지요. 전면적 포용이거나 초월이 된다면 거울은 텅 비게 되지요.
꿈과 죽음의 대면이 매일매일이 키우는, 초록이지요.

이원 (시인)

 
==========================2

시학
보르헤스 / 현중문 옮김

 


 

보르헤스 후기 시에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이 시에서도 물, 세월, 강물, 거울 같은 평범한 이미지를
중첩하여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리((琉璃))라는 
미학적 응결물을 창출해내고 있다. 원제는 Arte poetica

 

 

 

물과 시간으로 이루어진 강을 보고
시간이란 또 다른 강임을 기억하라.
우리들은 강처럼 사라지고
우리 얼굴은 물처럼 흘러감을 알라.



깨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는 꿈이며
우리 육신이 두려워하는 죽음이란
밤마다 찾아오는 죽음, 꿈이라 생각하라.



나날의 일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유구한 세월의 상징을 보고,
세월의 전횡을 음악과
속삭임과 상징으로 바꾸어라.



죽음에서 찾아낸 꿈, 석양에서 찾아낸
서글픈 황금, 이것이 시일지니,
가난하고도 불멸하는 시일지니,
여명과 석양처럼 번갈아드는 시일지니.



오후가 되면 종종 거울 깊은 곳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 하나 있으니
예술은 그 같은 거울이 되어
우리 얼굴을 보여주어야 한다.



불가사의한 일에 신물이 난 율리시즈는
눈물이 났단다, 먼발치로 보이는 이타카
푸르고 소박한 고향, 예술은 그런 이타카
영원히 푸르지만 불가사의는 없는 이타카.



예술은 또한 흐르면서도 제자리에 머무르는
끝임없는 강물이며, 그 끝임없는 강물처럼
자신이면서 다른 사람으로 유전하는
헤라클레이토스라는 유리(琉璃)이다.

 




 
『제작자』(1960)중에서

 
======================3



시학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세월과 물로 된 강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시간은 또다른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는 강물처럼 사라져갈 것을 알며 
얼굴들 또한 강물처럼 떠내려가는 것을 보며 

눈을 뜨고 본다는 것도 또 하나의 꿈임을 느끼며 
꿈을 꾸고 있지 않다고 꿈꾸는 꿈, 그래서 우리의 
육체가 두려워하는 죽음 또한 밤마다 꿈이라고 부르는 
그런 죽음밖에 아무것도 아님을 알며 

하루의 한 해 속에 사람의 나이와 세월들의 
상징을 읽으며, 세월이 앗아간 인생의 아픔을 
음악으로, 소음으로, 상징으로 바꾸어가는 일. 

죽음 속에 꿈을 보고, 석양에 하나의 
슬픈 황금을 보는 일. 이것이 시 
영원한 가난의 되풀이: 시는 여명처럼 
석양처럼 늘 되돌아온다. 

이따금 하오가 되면 거울 한가운데서 
한 얼굴이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예술은 바로 그런 거울 같은 거, 
우리 스스로의 얼굴을 밝혀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율리시스는 그 위대한 업적에도 
지치고 지쳐, 고향 이타카에 돌아와 마을을 바라보며 
너무 사랑스러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초라하고 파란 
마을을 보며...... 예술은 위대하지 않다: 이타카 마을, 그 파란 영원. 

또한 그것은 끝없는 강물 같다 
흘러가고 남고...... 만물은 흘러간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수정거울; 모든 것은 다 똑같다 
그리고 다르다, 끝없는 강물처럼. 
 



 

======================4

 

 
    • 시학 / 보르헤스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강을 보며 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 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 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 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 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우리들의 삶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 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임을 느끼는 것. 하루와 일 년에서 인간의 나날과 해들의 상징을 보며 그 해들의 모욕을 음악 한 소절, 작은 중얼거림, 혹은 하나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 속에 꿈을 보는 것, 황혼 속에서 슬픈 황금을 보는 것, 그것이 가련하지만불멸하는 詩. 시는 여명과 황혼처럼 돌아온다. 때때로 오후에는 어느 얼굴 하나가 거울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응 진짜 자기 얼굴이 비춰지는 그 거울 같은 것. 경이에 지친 오디세우스는 멀리서 푸르고 소박한 고향 아티카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예술은 영원의 푸른 이타카이지, 경이의 이타카가 아니다. 또한 예술은 끝없는 강물 같은 것. 흐르고, 머물고, 무상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수정이 된다. 끝없는 강물, 그처럼 동일자이며 타자이다.
============================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강을 보며

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

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

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 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 
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우리들의 삶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

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임을 느끼는 것.

 

 

하루와 일 년에서 인간의 나날과

해(年)들의 상징을 보며

그 해들의 모욕을 음악 한 소절, 작은 중얼거림,

혹은 하나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 속에 꿈을 보는 것,

황혼 속에서 슬픈 황금을 보는 것,

그것이 가련하지만 불멸하는 시詩.

시는 여명과 황혼처럼 돌아온다.

 

때때로 오후에는 어느 얼굴 하나가

거울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은 진짜 자기 얼굴이 비춰지는

그 거울 같은 것.

 

경이驚異에 지친 오디세우스는 멀리서

푸르고 소박한 고향 아티카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예술은 영원의 푸른

이타카이지, 경이의 이타카가 아니다.

 

또한 예술은 끝없는 강물 같은 것.

흐르고, 머물고,

무상無常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수정水晶이 된다.

끝없는 강물, 그처럼 동일자同一者이며 타자他者이다.

 

@@=보르헤스가 눈 먼 후에 산문에서 운문으로,
그것도 '구술'에 의해서 씌어진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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