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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아버지, 민족과 우리 말 수호자 - 정지용시인
2017년 01월 22일 01시 17분  조회:5146  추천:0  작성자: 죽림
 

<정지용 평전>-현대시의 아버지, 민족과 우리말 수호자

이석우 著 / 충북학연구소 刊 / 274쪽 / 2006. 6.30

 

**인간 지용의 삶과 문학
정지용, 그는 1902년 충북 옥천군 하계리에서 아버지 정태국과 어머니 정미하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형제는 이복 동생인 계용과 화용이 있었고, 자녀는 부인 송재숙과의 사이에 구관, 구익, 구원, 구상 등을 두었다. (모두 10명을 낳았으나 유아시절 질병으로 사망한 자녀가 있다.)

 

그는 1910년 경술국치 때 9살의 나이로 옥천공립보통학교(지금의 죽향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2세에 결혼한 후 집을 떠나 처가살이를 했다. 4년 간 한문을 수학하며 1918년에 휘문보고에 진학했다.

그 후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시적으로 학적이 상실되기도 했다. 그해 12월 <서광> 창간호에 첫 발표작인 '三人'을 게재했다. 휘문고 4년제를 마칠 즈음 마포에서 본 포구 모습을 그린 '풍랑몽(風浪夢)'을 썼다. 그의 첫 시작(詩作)이다. 당시 휘문고가 5년제로 바뀌면서 진급을 하고 문우회의 학예부장을 맡아 <휘문>을 창간하였다. 이 때 그의 나이 22세. 그의 대표작인 '향수(鄕愁)'를 썼다. 그해 5월에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샤대학 예과에 입학하고 동인지인 <가(街)>에 시를 발표하였으며, 그 후에도 각종 문예지에 시작을 남겼다.

 

그는 열열한 천주교 신자로서 성당에서의 활동도 대단했다. 그래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갈매기', '해바라기씨', '小曲', '유리창' 등의 시를 남겼다. 그는 소년 시절부터 문학활동을 시작해 젊은 대학시절과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휘문>, <카톨릭청년>, <조선문단>, <시와 소설>, <삼천리문학>, <여성>, <문장> 등의 문학지에 시를 썼다.

 

첫 시집 <정지용 시집>은 34세에 89편의 시를 실어 시문학사에서 간행했다. 그는 또한 45세에 경향신문 주간을 지냈으며 이화여대 교수로 출강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던 중 1948년 남한정부가 단독으로 세워지고 남북 분단을 맞을 시기에 <독립신문>에 북한 정부 수립(9월 9일)에 대한 지지발언을 함으로 인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명목과 국민보도연맹과 반민특위에 연루되어 그의 시가 교과서에서 지워졌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1988년에야 해금되어 지용문학의 햇빛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시를 대중적으로 읽을 수 없도록 한 이후에 그는 두문불출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자 했으나 국민보도연맹과 정부는 그를 사상전향시킨다는 명문으로 각종 우익단체에 이름을 올리라고 종용, 협박했다. 그로인해 6.25전쟁 당시 북한의 정치보위부의 술수에 넘어가 자수하러 갔다가 행방이 모연해 졌다. 결국 1950년 49세의 일기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옥중에 같이 있었던 지인의 증언)

 

그의 죽음에 대한 확실한 중거는 없다. 그래서 아직도 그가 월북인사냐 납북인사냐가 분명치 않으나 그의 시는 우리 민족의 근대사와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향수)으로 남아 있다. 충북 옥천에서는 '지용문학상'을 제정하고 그의 이름을 새긴 '지용로'가 있다.


** 지용의 시문학 세계에 대한 평가
현대시의 아버지, 동요의 아버지, 민족어 수호자, 지용은 민족성을 띤 사상의 전개가 불가능한 시대상황에서 현실과 충돌을 우회하는 것은 문학사의 단절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언어를 지키고 그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곧 그 언어와 예술의 주체인 민족을 발전시킨다"

지용의 작품에서 민족정신의 회절이나 결정적인 친일의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치현실에 대한 침묵 속에서 진행된 그의 시세계도 저항의 한 수단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그의 시가 있어 민족애과 자연주의적 향수로 국민의 애환을 달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이 문학사에 남긴 업적을 살펴보면
첫째, 그는 남다른 민족어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현대 동시를 출발시켰다. 
셋째, 그는 선구적 카톨릭시즘을 실현한다
넷째, 자연 친화의 동양사상이다.

그는 같은 문학가들을 문단에 입적시키는 것에도 힘을 쏟았다. 그 중에서 청록파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을 비롯해 김종환, 박남수 등을 문단에 추천했다. 또한 평생을 지용도 모르게 그를 사숙해온 시인 윤동주도 지용의 시정신을 수용하여 민족이 고통받던 시절 '나라와 겨레와 아름다운 진실만을 추구'한 빛나는 민족유산을 남겼다. 지용은 윤동주의 시편을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들"이라고 평가했다.


** 정지용 시인의 대표시 향수를 감상해보자!!

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섭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거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옯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나의 詩感>

* 우리말을 이토록 회화성 짙게 표현하다니!! 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같은 시청각적인 감각 표현!!

* 어린시절 고향의 개울가와 초겨울 벼밑둥이 들어난 논밭이 눈에 보이는 듯

* 실개천을 휘돌아나가는 물살 소리가 들리고, 노을빛이 어스름히 황소를 비추는 그림에서 "음메~"소리가 들리는 듯

* 추수를 끝낸 황량한 논밭에 부는 무심한 바람이 말소리를 '휘잉~' 내며 먼지를 데리고 가는 청각과 시각의 자극

* 마음껏 꿈꿨던 어린 시절의 포부와 희망을 갖고 쏘아버린 그 꿈을 찾고 싶은 작가의 심정

* 화롯불이 꺼져가는 살림살이에 지쳐 어설피 졸고 있는 아버지

* 밤바다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 여동생(계용)의 귀밑 머릿결이 바람에 날리고

* 그 옆에는 가난과 고난의 삶을 평생 살아온 아내(정미하)가 허리 굽혀 이삭을 줍고

* 하늘엔 별똥별이 은하수로 빠져들고 서리에 젖은 까마귀 때가 가난하고 초라한 우리집 지붕 넘어로 날아가네

* 꿈있는 어린시절 자연과 함께 꿈을 키우며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에 대한 연민과 사랑 

 

<정지용 생가> 

 

<정지용 기념관에 있는 '향수'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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