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한국적 모더니즘 대변자 김수영 작품 공자에 젖줄 대다...
2016년 10월 31일 22시 22분  조회:4120  추천:0  작성자: 죽림
 
김수영(1921∼1968)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대변자로, 혹은 저항시인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데 그의 작품세계가 공자에 젖줄을 대고 있단다. 동서 사상사를 횡단하는 이런 흥미로운 주장을 편 이는 서울대 철학과 김상환 교수다. 데카르트 철학의 권위자인 그는 신간 ‘공자의 생활난’(북코리아)에서 서로 배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모더니즘과 전통주의가 김수영에 이르면 서로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김수영의 대표시 ‘풀’을 논어의 한 구절과 연관시켜 해석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확장시켜 김수영과 논어의 연관성을 하나의 학문체계로 완성한다. 첫 작품에서 마지막 시에 이르기까지 싯귀 하나하나를 예로 들어 설득력 분석하고, 일관성 있게 풀어가는 솜씨가 놀랍다.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 사물의 우매와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김수영의 첫 시 ‘공자의 생활난’(1945)이다. 이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사상 속에 꿈틀대는 죽음충동이 분출하는 문장이라고 지적한다. 정약용이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기 전에 한강을 건널 때 마음에 새긴 문장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밝힌 대로 혼돈의 시류와 억압적 정국에 맞서려는 김수영의 ‘바로 보마’ 정신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정신이다. 이는 명석 판명한 진리를 구하는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시선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 ‘풀’(1968) 역시 군자의 덕을 바람에 비유한 논어의 문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해석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도 같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 가혹한 형법주의에 이의를 제기하던 공자는 자신의 덕치주의를 바람과 풀의 관계를 끌어들여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김수영의 시에서 풀은 바람의 구속력에서 해방되어 자발적인 운동의 주체로 거듭난다. 김수영은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며 일견 덕치 논리를 따르는 듯 하면서도 종국엔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게 된다”며 민초의 힘을 우위에 둔다. 

이 뿐 아니다. ‘더러운 향로’(1954)는 군자를 청동향로에 비유하는 유교전통과 이어져 있고, ‘나의 가족’(1954), ‘가옥찬가’(1959)는 유교적 가족 윤리에 대한 자긍심을 노래한다. ‘폭포’(1954)는 선비정신을 집약하는 직(直·곧음)과 연결된다. 저자의 말대로 김수영의 핏줄에는 면면히 선비정신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안의 서구 추종주의를 부끄럽게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충분히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만큼 보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



공자(孔子)의 생활난 / 김수영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장난을 한다

 

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로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1945)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 김수영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 있다

이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용이하게 찾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온 것이다

주변 없는 사람이 만져서는 아니 될 책

만지면은 죽어버릴 듯 말 듯 되는 책

캘리포니아라는 곳에서 온 것만은

확실하지만 누가 지은 것인 줄도 모르는

제2차 대전 이후의

긴 긴 역사를 갖춘 것 같은

이 엄연한 책이

지금 바람 속에 휘날리고 있다

어린 동생들과의 잡담도 마치고

오늘도 어제와 같이 괴로운 잠을

이루울 준비를 해야 할 이 시간에

괴로움도 모르고

난 이 책을 멀리 보고 있다

그저 멀리 보고 있는 것이 타당한 것이므로

나는 괴롭다

오 - 그와 같이 이 서적은 있다

그 책장은 번쩍이고

연해 나는 괴로움으로 어찌할 수 없이

이를 깨물고 있네!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여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여

 

                             (1947)

 

아메리카 타임 지(誌) / 김수영

 

 

흘러가는 물결처럼

지나인(支那人)의 의복

나는 또 하나의 해협을 찾았던 것이 어리석었다

 

기희와 유적(油適) 그리고 능금

올바로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나는 수없이 길을 걸어왔다

그리하여 응결한 물이 떨어진다

바위를 문다

 

와사(瓦斯)*의 정치가여

너는 활자처럼 고웁다

내가 옛날 아메리카에서 돌아오던 길

뱃전에 머리 대고 울던 것은 여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또 활자를 본다

한없이 긴 활자의 연속을 보고

와사의 정치가들을 응시한다

 

*와사: 개스(gas)의 일본식 표기.  

                                        (1948)

 

 

이(蝨) / 김수영

 

도립(倒立)한 나의 아버지의

얼굴과 나여

 

나는 한번도 이(蝨)를

보지 못한 사람이다

 

어두운 옷 속에서만

이는 사람을 부르고

사람을 울린다

 

나는 한번도 아버지의

수염을 바로는 보지

못하였다

 

   신문을 펴라

 

이가 걸어나온다

행렬처럼

어제의 물처럼

걸어나온다

 

                    (194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3388
1802 "은진"과 동주 2016-11-11 0 3798
1801 "명동"과 동주 2016-11-11 0 3422
1800 詩人은 삶이란 진액을 증류해서 뽑아내는 련금술사이다... 2016-11-11 0 3145
1799 詩를 배우려는 초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6-11-11 0 3420
1798 詩란 의지와 령혼의 몸부림이다.../ 시의 흥취 10 2016-11-11 0 3311
1797 토템문화를 알아보다... 2016-11-11 0 3512
1796 가사창작할 때 <<아리랑>>을 람용하지 말자... 2016-11-10 0 3685
1795 개성이 없는 예술작품은 독자들의 호감을 살수 없다... 2016-11-10 0 3146
1794 가사창작도 예술품 제작이다... 2016-11-10 0 3648
1793 가사가 대중성이 없이 독서적인 향수를 느낄수 있어도 좋다... 2016-11-10 0 3717
1792 시조짓기에서 3장6구는 완결된 뜻의 장(章)을 이루어야... 2016-11-10 0 3628
1791 詩作할 때 민족의 정서와 녹익은 가락을 집어 넣어라... 2016-11-10 0 3608
1790 심련수, 27세의 짧은 생애에 근 250여편의 문학유고 남기다... 2016-11-10 0 3832
1789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11-10 0 3525
1788 일기책에 늘 단시를 적으라... 2016-11-10 0 3451
1787 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11-10 0 3409
1786 세우는데는 석삼년, 허물어 버리는데는 "단 하루 아침" 2016-11-10 0 3518
1785 노루 친 막대기를 석삼년, 아니 30년 더 넘어 우려먹다... 2016-11-10 0 3841
1784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첫 "단행본아동작가론" 해빛 보다... 2016-11-10 0 3461
1783 詩人은 시시비비, 진진허허의 대문을 여는 도인이다... 2016-11-10 0 4098
1782 詩人이라 하여 모두가 詩人인것은 아니다... 2016-11-10 0 3576
1781 늦둥이 시인 하이퍼시집 낳다... 2016-11-10 0 4122
1780 중국 조선족 문단 생태문학을 알아보다... 2016-11-10 0 3635
1779 참된 문학은 머물러있는 문학, 가짜문학은 흘러가는 문학 2016-11-10 0 3793
1778 중국 조선족 시조문학을 파헤쳐보다... 2016-11-10 0 3954
1777 리상각 / 김관웅 / 조성일 / 허동식 2016-11-10 0 3956
1776 중국 조선족 록의 왕 - 최건도 음유시인 아니다?... 옳다...! 2016-11-10 0 3614
1775 윤동주의 시는 현실적 모순의 내면적인 목소리이다... 2016-11-10 0 3950
1774 "내 령혼이 내 말 속으로 들어간다"... 2016-11-09 0 3897
1773 詩는 감각과 정신을 제거한 무아에서 령감을 얻어 詩作해야... 2016-11-09 0 3400
177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시에 젖은 아이들은 아름답다... 2016-11-07 0 4184
1771 詩는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2016-11-07 0 3925
1770 그는 그람이라는 칼을 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2016-11-07 0 4063
1769 거대한 장서더미속에서 맹인으로 보낸 인생의 후반부 빛났다... 2016-11-07 0 3831
1768 詩는 말을 넘어서 상징과 음악성속에 존재한다... 2016-11-07 0 5465
1767 최고의 작품은 최대의 상상에서 생긴다... 미국 포우 2016-11-07 0 4193
1766 가장 오랜전 <<령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者 - 플라톤...?...! 2016-11-07 0 3719
1765 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11-07 0 3895
1764 중국 유명한 시인들을 알아보기 2016-11-07 0 3704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