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오리 빵즈(高麗房子)’ - 최화국(1915-96)
필라델피아 공원에서
멍 하니 벤치에 앉아
고향 하늘 방향으로 흘러가는
흰구름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아주 사람이 좋아 보이는 뚱뚱보
백인 순경이 가까이 와서 악수를 청하며
헬로, 유- 차이니즈 한다
노오, 했다
오오 미안해요 그려면
유- 자파니즈 하기에
노옷! 하고 나도 모르게 화를 냈더니
다음은 물어보나마나 별 볼일 없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한번 추스르고는
빙그레 웃으며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야아, 이자식 봐라 우스갯소리가 아니야
이 백돼지 같은 녀석아, 남에게 말을 걸어놓고
그냥 가버려, 이 못난 자식아
뭐? 차이니즈 자파니즈만이
황인종인 줄 아느냐, 아세아는 말이야
가장 아세아다웁게 말이야
짓밟혀도 짓밟혀도 시들지 낳고
슬퍼도 슬퍼도 울지도 않고
죽여도 죽여도 죽지도 않고
귀신도 탄복을 한다는
꼬오리 빵즈(高麗房子)란
종족이 있는 걸 너는 모르지?
이 백돼지 녀석아
아앗 급할 때만 발생하는 나의 실어증
급성 언어장애증의 병발(倂發)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 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
경주가 고향인 최화국은 일본에서 살고 미국에서 작고했다.
백인 순경과 다만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을 뿐.
문득 생의 유랑을 호소하는 디아스포라의 대표시다.
약자의 심층적 패러독스는 일품.
마지막 행 고려방자의 자존심인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 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는 명구.
그는 오십에 데뷔해서 만성했다.
<고형렬·시인>

* 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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